“한국의 주요사이트 검색 접근성 北-리비아 빼면 세계 꼴찌 수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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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 리프코비츠 구글 부사장

“한국의 인터넷 검색 접근 수준은 전 세계 꼴찌 수준입니다. 북한이나 리비아와 같은 특수 국가를 제외한다면 말이지요.”

구글에서 검색 시스템을 담당하는 이자 리프코비츠 엔지니어링 부문 부사장(사진)은 자사의 연중 최대 신제품·신기술 발표회 ‘구글 I/O’를 하루 앞둔 14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삼성, 현대 등 성공한 기업이 많아지면서 한국을 알고 싶어 하는 외국인이 늘고 있지만 한국은 오히려 정보에 빗장을 걸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색 접근성이란 구글과 같은 검색사이트가 특정 웹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검색 접근성이 낮다는 것은 검색 엔진에서 특정 단어나 문구를 검색했을 때 이를 포함하고 있는 웹사이트가 결과에 충분히 나타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결국 인터넷 이용자들은 원하는 정보를 찾기가 어려워진다.

리프코비츠 부사장은 구글의 기업 미션은 “전 세계의 정보를 체계화해 세상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며 ‘한국 꼴찌론’의 근거로 지난달 초 실시한 조사 결과를 들었다. 구글은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등 4개국의 대학 100곳씩을 대상으로 검색 접근성을 조사했다.

“해외에서는 (유학생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대학들이 (정보검색에) 문을 닫아거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미국, 일본은 물론이고 중국에서조차도 검색을 완전 차단한 대학은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32곳이나 있었죠.”

한국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많은 웹사이트가 ‘검색 로봇(검색용 소프트웨어)’의 정보 수집을 막고 있다. 인증에 쓰이는 휴대전화 번호나 주소, 주민등록번호의 유출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한국인의 경우 국내 포털에서 해당 사이트를 찾아 접속한 후 세부 메뉴를 뒤지며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그런 방법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은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구글에 따르면 국사편찬위원회와 대법원, 국세청, 고용노동부, 우정사업본부 등이 검색 로봇의 정보 수집을 차단하고 있다.

이 자리에 동석한 구글 본사의 한국인 직원 이동휘 씨는 역사 관련 정보를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국사편찬위원회는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의 내용을 디지털화해 영어로 번역해 놓기도 했지만, 세부 내용은 해외 검색엔진에서 찾을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국사편찬위원회라는 웹사이트를 모르는 외국인들은 정보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씨는 “외국인들은 동아시아의 역사를 일본이 만들어 놓은 자료를 통해 배우고 있다”며 “지난주 민원을 넣었지만 ‘개인정보 노출 방지를 중요시하는 안전행정부 지침을 준수해야 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마운틴뷰(미국 캘리포니아 주)=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구글#검색 접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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