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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관상’이 1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열린 제50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한재림) 등 6관왕에 올랐다. 남우주연상은 ‘관상’의 송강호, ‘7번방의 선물’의 류승룡이 공동수상했다. 여우주연상은 ‘몽타주’의 엄정화가 차지했다. 남녀조연상은 ‘관상’의 조정석과 ‘늑대소년’의 장영남에게 돌아갔다. 신인남녀배우상은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과 ‘짓’의 서은아가 받았다. 신인감독상은 ‘내가 살인범이다’의 정병길 감독이 수상했다. 심사위원 특별상은 ‘7번방의 선물’의 아역배우 갈소원에게 돌아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는 코앞의 날씨 예보만 보고 산다. 비 소식에 우산을 꺼내고 한파 소식에 두꺼운 옷을 꺼냈다. 그러나 농부들은 길게 봤다. 태양이 움직이는 스물네 걸음을 따서 만든 절기(節氣)에 따라 움직였다. 보름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며 풍년 농사를 위해 땀 흘렸다. 저자는 현대인도 절기에 따라 살면 삶이 풍성해질 것이라 장담한다. 절기에 얽힌 유래와 절기를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책에 담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7일은 입동(立冬)이다. 책은 겨울을 냉랭한 음기가 가득해 물과 땅이 얼고 먹거리는 자취를 감추는 계절로 풀이했다. 하지만 차가운 겨울에도 양기는 있다. 다음 해에도 살아남겠다는 뜨거운 양기가 우리 속에 자리 잡는다. 저자는 혼자서는 이 양기를 끌어낼 수 없고 관계 안에서만 양기가 힘을 발휘한다고 설파한다. 입동 때 음의 기운이 강한 어르신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치계미(雉鷄米) 풍속도 같은 이유에서 나왔다. 연말에 불우이웃을 돕는 것도 결국 남이 아닌 자신을 살리는 일이었다. 겨울이 찾아오면 사람들은 오매불망 봄부터 기다린다. 입춘(立春)에는 남 몰래 좋은 일을 하는 적선공덕행(積善功德行)도 있지만 재미난 ‘아홉차리’도 있다. 입춘에는 무슨 일을 하든 9번을 한다. 밥도 9번 먹고 매를 맞아도 9번만 맞는다. 그런데 그냥 웃자고 하는 풍속이 아니다. “약간 모자란 듯 일을 남겨 놓고, 이후에도 계속 이어 갈 수 있도록 기운을 북돋는 것이 핵심이다.” 소만(小滿) 때 찾아오는 보릿고개의 현대식 해석도 재밌다. 과거 보릿고개가 찾아오면 ‘일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더 정신 차리고 열심히 움직였다. 저자는 보릿고개를 통과의례의 일종으로 봤다. 모든 것이 풍족해진 지금은 소만의 의미를 어떻게 새겨야 할까. 저자는 스스로 통과의례를 만들라고 말한다. 그것은 ‘욕을 먹는 것’이다. 타인의 욕도 제대로 소화하면 피가 되고 살이 돼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단다. 절기가 주는 무한긍정의 힘이다. 절기에 따라 자연스럽게 살다 보면 살아갈 힘도 나고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다음 달 3일 ‘만화의 날’을 맞아 만화 수도로 꼽히는 경기 부천에서 기념식이 열린다. 올해로 13회를 맞는 ‘만화의 날’ 기념식은 만화가 문화예술로 인정받은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 통과(6월) 이후 첫 행사여서 역대 최대 규모로 진행된다. 기념식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주최로 경기 부천시 원미구 상동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다. 예년에는 주로 서울에서 기념식 행사가 열렸다. 올해 기념식에는 한국만화가협회와 우리만화연대,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 한국카툰협회, 한국원로만화가협회,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한국만화출판협회 소속 만화가 300여 명이 참석한다. 기념식 주제는 ‘한국만화, 萬花―만화계의 세대 간 소통과 화합’이다. 만화계 선후배 간 소통을 위한 자유토론 ‘우리는 왜 뻘쭘한가’를 진행하고, 원로 작가와 웹툰 작가 대표가 함께 무대에 올라 퍼즐 조각을 맞추는 퍼포먼스도 벌인다. 032-310-3190 ‘2013 오늘의 우리 만화상’ 시상식도 열린다. 윤필(‘검둥이 이야기’), 류승희(‘나라의 숲에는’), 김송(‘미슐랭 스타’), 조주희·한승희(‘밤을 걷는 선비’), 하일권 작가(‘방과 후 전쟁활동’)가 선정됐다. 수상자들은 팬 사인회를 열고 팬들의 캐리커처도 그려준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웹툰계에 떠도는 소문 중 하나는 “여성 웹툰작가 중에 미인이 많다”는 것. 그런데 외모를 앞세워 화제에 오른 여성 작가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성 작가들은 성별을 밝히려 하지 않는단다. 작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캐릭터도 중성적이거나 동물, 무생물 모습으로 그리는 경우가 많다. 25일 서울 마포에서 그림 실력과 함께 미모도 빠지지 않는 여성 웹툰작가 3명을 만나 그 속사정을 들어봤다. ‘용이 산다’의 초(본명 정솔·24), ‘레사’ ‘장산범’의 POGO(최수영·23), ‘트럼프’의 이채은 작가(22). 실력과 별개로 예쁘기만 하면 벼락스타가 되는 시대. 속된 말로 외모가 되는데도 굳이 앞세우지 않는 이유는 뭘까. 초는 “‘용이 산다’ 주인공이 남자 캐릭터인데, 재밌게 웹툰을 보던 독자들도 작가가 여자란 사실을 알고선 ‘여자가 그려서 공감이 안 된다’고 댓글을 단다. 특히 한 명은 매 회 찾아와 댓글을 다는데, 정말 싫다”고 말했다. 사진이 공개되면 외모를 언급하는 댓글이 주렁주렁 달린다. 일부 남성 독자들은 “사귀자”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끊임없이 구애하고, 인터넷 게시판에 “내 여자”라는 글로 도배도 한다. 네이버 웹툰에 연재 중인 남녀 작가 비율은 65 대 35 정도. 통계에 비해 여성 작가 숫자가 적게 알려진 이유에는 이런 ‘차별의 시선’이 있었다. 여성 독자가 여성 작가를 남자로 믿고 연정을 키우는 일도 있다. POGO는 “일부 여성 팬들은 웹툰만 보고 나를 차도남(차가운 도시 남자)으로 확신하고 애정을 키웠다. 나중에 내가 여자란 사실을 알고 속았다며 화를 내기도 했다”며 웃었다. 세 작가는 남성 작가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연재일 조회건수 1, 2위를 다투는 ‘용이 산다’는 용이란 정체를 숨기고 사는 이웃과의 황당한 에피소드를 엮은 개그 판타지. 조만간 시즌2가 나올 ‘레사’는 인류를 위협하는 악마적 존재(디맨)를 쫓는 사냥꾼들의 모험을 그린 액션 판타지. ‘트럼프’는 인간 세계에 유폐된 신들의 이야기를 다룬 신화 판타지다. POGO는 “여성 작가이다 보니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린다. 용맹한 캐릭터라고 용맹한 모습만 보이는 게 아니라 상황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이채은 작가는 “판타지에 세심한 감정선을 입히는 건 여성 작가의 능력이다. 게다가 숫자가 적어 그 자체도 경쟁력이다”라고 했다. 이들은 ‘4차원’이란 공통점을 지녔다. 초는 유명한 오덕후(마니아)다. 거의 모든 게임과 만화책을 섭렵했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POGO는 “어릴 땐 친구도 없이 온종일 누워서 상상만 했다. 아이디어가 머릿속에서 떠오르면 몇 달 동안 붙잡고 거기에다 살을 붙이며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해 낸다”고 했다. 이채은 작가는 “어릴 적부터 귀신이나 외계인이 찍힌 사진을 보며 왜 나는 못 볼까 궁금해하다가 그들의 시간대가 인간보다 0.8초 정도 빨라 마주치지 않는다는 상상을 하게 됐고 이를 웹툰으로 옮겼다”고 했다. 어떤 질문을 던지든 거침없는 답이 돌아왔다. ‘남자보다 체력이 약한데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가 뜻밖의 당찬 대답을 들었다. “체력이 부족한지는 모르겠고 생리기간에는 힘들다. 생리통 때문에 휴재한다고 하면 난리 날 거라 무조건 참고 한다. 그래도 웹툰 여성 작가들에겐 생리휴가를 줘야 한다.”(초)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5일 찾은 경기 파주출판도시의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3층 영상전시홀의 문을 열자 30만 권의 거대한 책더미가 보였다. 절판된 학술서적, 외국 고서적, 희귀 악보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24시간 문을 여는 열린도서관 ‘지혜의 숲’에 뜻을 같이한 대학교수, 학자, 출판사에서 보내온 책들이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은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와 게스트하우스 지지향(紙之鄕)의 공용 공간 1만6500m²에 서가를 설치하고 학자의 서재나 출판사 창고에 잠자던 책 100만 권을 기증받아 내년 5월 지혜의 숲을 개관할 예정이다. 지혜의 숲은 문을 열기 전부터 학계에서 잔잔한 반향을 이끌어내고 있다. 기증받은 책은 기증자의 이름이 새겨진 서가에 꽂힌다.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은 기증자가 평생에 걸쳐 읽고 연구한 책을 보며 그의 지식 세계를 체험할 수 있다. 박원호 고려대 명예교수(동양사), 안상수 전 홍익대 교수(시각디자인), 이계익 전 교통부 장관이 수천 권의 책을 내놨다. 박 교수는 “평생 중국을 연구하며 모은 귀중한 책을 함께 읽자는 취지에서 기증했다. 집이나 연구실에 쌓인 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동료 교수들이 열린도서관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출판사들은 팔리지 않아 재고로 보관 중인 책을 기증했다. 그동안 팔리지 않은 책들은 창고에 쌓인 채 골칫덩이가 되거나 파쇄기에서 그 운명을 마감했다. 교보문고의 경우 한 해 3000만 부가 들어와 7%(210만 부)가 출판사로 반품된다. 재단 관계자는 “반품된 책이라도 출판사 이름을 건 서가에 꽂히기 때문에 출판사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대표하는 귀중한 책을 내놓고 있다”고 했다. 이미 민음사 사계절 창비 한길사 교보문고가 참여 의사를 밝혔다. 재단은 내년 4월경 100만 권이 모이면 일반 시민을 초청해 직접 책꽂이에 책을 꽂는 행사를 열 계획이다. 저자와의 대화, 24시간 책읽기 대회, 음악회도 구상 중이다. 이를 기획한 김언호 출판도시문화재단 이사장(한길사 대표)은 “새 책만 찍어내면 자원파괴지만 헌책이 순환하며 계속 읽히면 소중한 종이책의 가치도 다시 조명 받을 수 있다. 24시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파주=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홍상표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29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아들 유모 씨(41)의 특혜 채용 의혹에 대해 “원칙상 맞지 않았다.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날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콘텐츠진흥원이 2006년 미국사무소 마케팅디렉터 자격요건으로 ‘미국 현지에서 엔터테인먼트 관련 마케팅 5년 이상 경력’을 제시했지만 유 씨는 아리랑TV 영어 자막 검수, 주한 미국대사관 근무 경력 밖에 없었는데도 19명의 지원자를 제치고 1등으로 합격했다”고 지적했다. 또 유 씨는 근무 9개월 뒤 어머니 병간호를 이유로 퇴사했다가 재입사하는 과정에서도 자격요건에 미달했으나 면접 없이 채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홍 원장은 “특혜를 굳이 주려 한 것 같지는 않다. 당시 어떠한 일이 있었는지 파악하려 했으나 소상하게 알아내지는 못했다”고 해명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아빠. 우리는 왜 공놀이를 하는 걸까요?” 저자와 캐치볼을 즐기던 아들이 물었다. 하버드대에서 고대 마야문명 연구로 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는 우물쭈물 아무런 답도 못했다. 아들이 괜한 질문을 했나 보다. 아버지는 짐을 싸서 집을 떠났다. 4년 동안 공놀이의 발상지를 찾아다니며 직접 체험하고 연구하고 글을 썼다. 저자가 축구의 기원을 찾아간 곳은 마초들이 득실거리는 스코틀랜드 북부 오크니 제도의 커크월 섬. 이곳에선 크리스마스와 새해 첫날 과거 지배세력이 달랐던 내륙지역과 항구지역으로 편을 나눠 톱밥 넣은 공인 바(ba) 하나를 두고 다툰다. 교회 종소리를 시작으로 남성 수백 명의 머리 위로 공이 던져진다. 거구의 사나이들은 자신의 지역으로 공을 가져가려고 치열한 몸싸움과 주먹다짐을 벌인다. 경기장은 따로 없다. 자갈 포장도로, 좁은 골목길이 전쟁터로 변한다. 두 지역이 실제로 싸움을 벌이면 섬 전체의 안전과 질서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거친 놀이는 갈등과 불화를 해소하는 장치였다. ‘커크월 바’의 유래를 요약하면 이렇다. 수백 년 전 주민들은 앞니가 툭 튀어나온 폭군의 압제에 시달렸다. 폭정에 지친 주민들이 봉기하자 폭군은 다른 섬으로 도망쳤다. 하지만 늘 폭군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까 불안에 떨며 살았다. 그때 젊은 영웅이 나섰다. 비참한 나날이 끝났다는 증거로 폭군의 머리를 잘라오겠다며 떠났다. 목을 자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오는 길에 폭군의 앞니에 다리가 찔려 세균 감염으로 빈사상태에 빠졌다. 영웅이 마지막 힘을 짜내 폭군의 머리를 마을 한가운데 던지자 군중은 영웅을 잃은 안타까움과 폭군에 대한 증오에 휩싸여 머리를 발로 차며 거리를 누볐다. 저자는 커크월 바가 규칙이 거의 없고 거대한 군중이 팀을 이룬다는 점에서 가장 원시적인 축구라고 봤다. 상대를 잡아먹을 듯이 덤벼드는 커크월 사내들의 경쟁을 보며 ‘사냥에 나섰다’ ‘굶주려 있다’ ‘싸운다’ ‘영토를 빼앗는다’란 경쟁 스포츠 묘사가 단순한 은유가 아니라 해묵은 기억의 흔적이라고 풀이했다. 축구 반대편에는 테니스가 있다. 테니스는 처음부터 계급 경계선을 그었다. 테니스는 중세 수도원 안에서 시작됐다. 당시 수도사들은 부활절 만찬 후 잠깐 즐기는 테니스는 품위를 손상하지 않는다고 입을 맞췄다. 테니스에 푹 빠진 수도사들은 놀이를 하며 욕설까지 내뱉었다. 르네상스 시대 유럽 왕가도 값비싼 시설을 갖추고 품위를 지키며 작고 섬세한 공을 다루는 테니스에 탐닉했다. 테니스의 어원은 프랑스어로 ‘주의하라’는 경고의 외침이었던 ‘테네(tenez)’에서 나왔단다. 귀족 스포츠답게 서브를 넣으며 상대 선수에게 경고의 함성을 질렀던 데서 유래했다. 저자는 농구를 거의 모든 스포츠 가운데 사회적 목적으로 만든 유일한 종목으로 꼽는다. YMCA 체육 보조교사인 제임스 네이스미스는 1891년 청소년들이 겨울에도 실내에서 활발한 신체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농구를 고안했다. 당시로선 파격적으로 여성에게도 문호를 개방했다. 야구의 기원은 아직도 논란이 분분하다. 미국은 1839년 남북전쟁 영웅 애브너 더블데이가 뉴욕 주 쿠퍼스타운에서 최초의 경기방식을 고안했다고 주장했다. 영국의 크리켓에서 유래했다는 설을 잠재우려고 100주년이 되는 1939년 야구 ‘명예의 전당’을 설립하고 기념우표까지 발매한 것. 하지만 미국 역사학자들마저 ‘더블데이 기원설’을 인정하지 않는단다. 저자는 공을 동역학적으로 가장 생기 넘치는 무정물(無情物)로 정의했다. 공은 사회적 도구라서 사람을 뭉치게도 하고 뭉쳐 싸우게도 만들었다. 양발로 자유롭게 공을 차거나 굴리고 양손으로 튀기거나 던질 수 있는 인류는 태초부터 축복받은 셈. 긴 여정을 마친 저자는 다시 아들 앞에 섰다. 이번엔 아버지가 “공놀이를 왜 하느냐”고 묻자 아들은 “한마디로 재밌으니까”라고 답한다. 우문현답이다. 그래도 저자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저자는 아들과 스포츠를 즐길 때마다 자신이 연구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둘 사이가 한층 가까워졌다. 바야흐로 가을야구가 절정으로 치닫는 시점이다. 겨울스포츠인 농구와 배구도 기지개를 펴는 계절이다. 함께 경기장을 찾을 부자뿐만 아니라 연인과 친구들 간에도 “우리가 왜 이런 공놀이에 환장하는 것일까”라는 화두를 던지고 화제를 끌어가는 데 도움을 줄 책이다. 글이 딱딱해 소화하기 어려운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는 점은 아쉽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저자는 소문난 야구광이다. “끝까지 승부를 알 수 없는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야구는 개인기의 스포츠이자 팀워크의 스포츠”라며 입이 마르도록 야구 자랑을 해왔다. 점잖은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를 지내면서도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팬임을 과시했다. 정치적으로 주목을 받은 이후에도 두산 칭찬을 아끼지 않으니 나머지 8개 구단 팬의 민심 관리는 어떻게 하려고 저럴까. 책을 읽으면 저자의 유별난 야구사랑이 이해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얼떨결에 뛴 동네 야구경기에서 플라이 볼을 2개나 잡으며 야구에 푹 빠졌다. 재능은 부족했는지 중학생 때 ‘주전자 선수’(후보 선수)로 열심히 했지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그만둬야 했다. 그래도 야구로 얻은 게 많았단다. 1985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주장하며 고려대 성균관대 한신대 교수들이 적극 움직일 때 서울대 교수들은 주저하고 있었다. 그는 파울볼을 맞고 퉁퉁 부은 얼굴로 경기했던 용감함과 대담함으로 총대를 멨다. 미국 대학교수 면접 때도 면접관의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고 야구 이야기로 시간을 끌었더니 어렵지 않게 임용됐단다. 50여 년 야구사랑으로 풀어낸 그의 야구 철학은 이렇다. “야구는 시즌 중 100경기를 훨씬 넘게 치르기 때문에 승리와 패배는 항상 존재하고 선수들 역시 추락과 반등을 거듭하며 한 해를 버텨낸다. 오늘 이겼지만 바로 내일 패할 수 있고 오늘 추락했어도 내일 솟아오를 수 있다. 그렇게 수많은 기쁨과 좌절, 행복과 고통 속에서 묵묵히 결승전까지 걸어가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다.” 저자의 사주엔 ‘운이 꽉 찬 놈’이 있단다. 자신의 버킷리스트로 꼽았던 미국 메이저리그 시구를 했고, 좋아하는 야구를 책으로 썼고, 일명 ‘야구여신’ 김민아 MBC 스포츠플러스 아나운서와 만나 대담까지 했으니 맞는 말 같다. 그가 뽑은 야구의 꽃은 투수. 그도 투수가 전력투구를 하듯 힘껏 책을 썼단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다시 보는 경성제국대학(이충우 최종고 지음·푸른사상)=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국대(1924∼1945)는 일제가 세운 대학이란 이유로 그 가치를 외면받았다. 저자들은 경성제대 졸업자를 만나고 관련 자료를 수집해 대학교육의 초석으로서 의미를 복원했다. 3만2000원.유성기의 시대, 유행시인의 탄생(구인모 지음·현실문화)=1930년대 식민지 조선에서는 이광수 김억 주요한 등 유명 시인들이 시의 변화를 외치며 시를 가요로 발표하거나 음반 발표 목적으로 시를 창작하는 ‘유행시인’ 바람이 불었다. 당시 음반, 기사, 문학작품, 광고, 사진을 담아 생생한 근대 풍경이 펼쳐진다. 2만8000원.위험한 언어(울리히 린스 지음·갈무리)=1887년 폴란드인 루도비코 라자로 자멘호프는 국제공용어를 창안하고 ‘희망하는 사람’을 뜻하는 에스페란토라고 명명했다. 에스페란토를 국제공용어로 만들려는 도전,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억압받고 배제당한 역사가 담겼다. 3만 원.중국시가의 이미지(천즈어 지음·한길사)=마냥 어렵다고 생각한 한시도 우리에게 익숙한 이미지, 즉 의상(意想) 개념으로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쉽고 재밌단다. 한시 1500수를 담고 의상의 계승·변주를 중심으로 중국 시가문학 발전과정을 서술했다. 4만8000원.집의 초심, 오두막 이야기(나카무라 요시후미 지음·사이)=주택 전문 건축가인 저자는 집에 대한 겉치레를 버리고 비실용적인 공간을 들어내면 ‘집의 원형’ 원룸형 오두막이 남는다고 설파한다. 생생한 오두막 주거기가 재밌다. 1만4500원.낭만광대 전성시대(오광수 지음·세상의 아침)=언론인인 저자가 직접 겪은 1960∼80년대 낭만광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코미디언 이주일과 가왕 조용필이 폭음 끝에 해운대 백사장에 널브러진 까닭은 뭘까. 1만4000원.멋있게 품위있게(김봉국 지음·센추리원)=저자는 50세 나이에 실직과 암 투병 위기에 빠지며 노년 준비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노년에 대한 현자의 가르침을 책에 녹였다. 1만6000원.성문밖 사람들 이야기(인명진 지음·대한기독교서회)=약자와 가난한 자의 편에서 고난을 함께한 민중교회 ‘영등포산업선교회’ 이야기. 저자는 1970년대 선교회에 몸담고 YH사건, 김대중 내란예비음모 등으로 4차례 투옥되기도 했다. 1만2000원.}

일본 대표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64)의 다른 제목, 같은 소설 ‘노르웨이의 숲’(양억관 옮김·민음사)과 ‘상실의 시대’(유유정 옮김·문학사상)의 경쟁이 두 달째다. 중간 성적표를 받아봤다. 지난달 초 원제목을 단 ‘노르웨이의 숲’은 국내에서 150만 부가 팔린 ‘상실의 시대’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음사가 무라카미 씨와 정식 판권 계약을 맺고 세계문학전집 310번째 책으로 초판 3만 부를 출간했다. 번역가 양억관 씨가 일본어 번역투 문장을 요즘 20대들이 사용하는 가벼운 구어체로 새롭게 번역했다. ‘상실의 시대’는 무라카미 씨와 계약이 끝났지만 저작권법 개정 이전에 출간돼 ‘회복저작물’로 인정받아 계속 출간될 수 있다. ‘노르웨이의 숲’ 출간 후 최근까지 인터넷서점 예스24에서 ‘노르웨이의 숲’은 3200여 권, 같은 기간 ‘상실의 시대’는 1900여 권이 팔려 약 1.7배 차이가 났다. 같은 기간 교보문고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도 ‘노르웨이의 숲’이 2.3배나 팔렸다. 예스24 문학담당 김희조 MD는 “새로운 번역과 예술적 표지가 독자의 마음을 사 꾸준한 판매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민음사 관계자는 “세계문학전집에 포함해 하루키를 고전의 반열에 끌어올린 의미가 있다. 앞으로 생겨날 10, 20대 하루키 팬에게는 새롭게 번역한 ‘노르웨이의 숲’이 더 매력적으로 읽힐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인 문학사상은 느긋하다. 해마다 최소 1만 권 이상 팔린 ‘상실의 시대’는 ‘노르웨이의 숲’ 출간 이후에도 판매량에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상실의 시대’란 이름값과 반값 할인이 판매 요인으로 분석된다. 문학사상 관계자는 “‘상실의 시대’가 오늘날 한국에서 하루키를 만들었기에, 하루키 측이 제목을 바꿔달라고 해도 바꾸지 않았다”고 말했다. 무라카미 팬에게 두 책의 경쟁은 관심사다. 인터넷에는 두 책을 비교하는 리뷰가 계속 올라온다. 무라카미 팬 카페 ‘무라카미 하루키 되기’ 회원의 의견도 갈렸다. 닉네임 ‘니노’를 쓰는 31세 여성 회원은 “‘상실의 시대’ 제목이 더 적절해 보였는데 ‘노르웨이의 숲’을 사서 여러 번 읽고 나니 가슴속에 더 다가온다”고 밝혔다. 닉네임 ‘가브리엘’인 26세 여성 회원은 “‘상실의 시대’ 번역과 제목이 작품의 분위기에 더 잘 어울린다. 오히려 캐릭터가 잘 드러나게끔 성실하게 번역했다”고 평했다. 팬카페 운영자 김도윤 씨는 “번역은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노르웨이의 숲’이 낫단 평이 많다. 하지만 추억이 간직된 깊은 맛은 ‘상실의 시대’에서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이광규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공동대표(사진)가 23일 별세했다. 향년 81세. 1932년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한민족원로회의 공동의장을 지냈다. 유족은 부인 이영희 단국대 명예교수와 아들 용식 전남대 교수, 용기 한국교원대 교수, 용환 한국E문화 대표, 용준 아쿠아럼코리아 대표, 딸 유경 이스트웨이브 대표가 있다. 23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 발인은 26일 오전 8시. 031-787-1503}

스물셋 ‘알 작가’(햇병아리도 안 된 작가)가 인터넷 소설 연재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러 ‘개미’ ‘신’을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앞섰다. 예스24는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제3인류’(열린책들) 출간에 앞서 7일부터 e연재 사이트에 총 20회 분량을 매일 한 회씩 무료 연재하고 있다. 베르베르가 워낙 두꺼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단숨에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14일부터 일주일 동안 ‘제3인류’의 조회수는 1만265건으로 2등에 머물렀다. 조회수 3만1179건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한 작품은 무명작가 정연주 씨(23·여)의 로맨스소설 ‘기화, 왕의 기생들’이었다. 다음 모바일서비스에서도 ‘제3인류’는 ‘기화…’의 벽을 넘지 못했다. 7월부터 3개월째 1위를 지켜 온 ‘기화…’는 지난달 59회로 이미 연재가 끝난 소설, 11회부터는 100원씩 내야 볼 수 있는 유료 소설이기도 했다.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정 씨는 “순위를 볼 때마다 눈을 의심한다. 나도 베르베르 소설의 팬인데…”라며 부끄러워했다. 정 씨는 연산군이 궁궐로 불러 모은 기생 조직 흥청에서 착안해 망나니 왕 이훈이 기생 가란을 만나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를 썼다. 주 독자층은 30대 여성. 고교 시절 디지털영상학을 전공해 영상 문법에 익숙한 것이 장점이었다. “독자가 읽으면 눈앞에 영상이 펼쳐지듯 묘사에 중점을 뒀어요. 만남과 이별을 반복하며 독자에게 긴장감을 줬죠. 그렇다고 쉽게 쓰진 않았어요. 매일 마감에 쫓기면서도 완성분의 세 배 이상을 버리고 고쳤습니다.” 로맨스를 쓰지만 현실은 고달팠다. 슈퍼마켓 집의 꿈 많은 막내딸로 태어났지만 가게가 망하면서 고교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다. 2011년 수원여대 세무회계정보과를 졸업하고 세무사 사무실에서 일했다. 숫자로 가득한 영수증과 회계문서, 닦달하는 거래처 전화, 외부 영업까지 매일 파김치가 됐다. 그 와중에 지난해 서바이벌 방식으로 진행한 장르소설 인터넷 공모전에 ‘인어의 목소리’를 3개월간 매일 연재하고 그날그날 독자투표에서 살아남은 끝에 판타지 분야 1위를 차지했다. 그는 이제 ‘기화…’가 인기를 모으며 대기업 사원 못지않은 월수입을 올리는 전업 작가가 됐다. “부모님은 집에 틀어박혀 글만 쓰니까 걱정이 태산이셨는데, 꿈과 열정보다 수익을 보여 주니 안심하시더군요.(웃음) 앞으로 로맨스 소설을 열심히 써서 내가 쓴 책으로 책장을 채우는 게 꿈입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한국학 분야의 거장으로 꼽히는 김열규 서강대 명예교수(사진)가 22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81세. 고인은 지난달 혈액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으면서도 글을 계속 써왔으며 이날 갑자기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1932년 경남 고성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국문학과 민속학을 전공했다. 29세 때 대학교수가 된 뒤 충남대와 서강대 교수, 하버드대 옌칭연구소 객원교수 등 반세기 동안 학교 강단에 섰다. 1991년에는 정년을 6년 남겨두고 서강대 교수직을 내려놓은 뒤 자연주의자 헨리 데이비드 소로와 같은 삶을 꿈꾸며 낙향했다. 그는 자연 속에서 책을 읽고 학문을 닦으며 영남 지역 주민을 위한 강연도 해왔다. 한국인 연구를 천업(天業)으로 삼아온 고인은 한국 한국인 한국문화를 다룬 저서 60여 권을 남겼다. ‘한국민속과 문학연구’ ‘한국문학사’ ‘욕, 그 카타르시스의 미학’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한국인의 자서전’ 등이다. 해마다 책 한 권 이상을 집필한 저자는 올해 6월 ‘상징으로 말하는 한국인, 한국 문화’를 썼다. 한국인과 한국 문화에 깃든 다양한 상징에 대해 구수한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 책이다. 일생 ‘책벌레’로 불려온 고인은 독서의 중요성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2008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는 “책 읽기는 마음을 가다듬는 즐거움이 있다. 쉽진 않지만 어려울수록 즐거움은 더 깊어진다. 바쁜 형편이 책 안 읽는 구실이 되어선 안 된다. 독서는 자신의 인간 가치를 살피는 일이다. 머리 고픔은 책 예술 자연을 통해서만 채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2002년 본보에 연재한 칼럼 ‘김열규 교수의 웃음의 인생학’을 통해 그는 허위와 위선에 칼침을 놓거나 고된 인생을 달래주는 해학의 글을 선보였다. 마지막 연재 칼럼에는 이렇게 썼다. “죽음의 위기는 더없이 좋은 유머가 생겨날 터전이다. 유머의 미덕은 그것이 태어난 모태인 위기의 크기에 비례해서 증폭한다. 그러나 죽음 이외에도 삶에는 크고 작은 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또 갈등도 빚어지기 일쑤다. 이들도 역시 유머를 위한 좋은 계기가 된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일수록 그 자신의 삶을 위한 훌륭한 관리자가 된다.” 유족은 부인인 수필가 정상욱 여사, 아들 진엽 서울대 미학과 교수와 진황 현대고 교사, 딸 소영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9시 서강대 성당. 02-2072-2010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엊그제 내린 비로 추위가 온다하고/설악산 단풍들은 눈 속에 졌다 한다/내 귀한 가을이래도 별 수 없이 잃고 있다’ 계간 시조문학 발행인이자 시조시인 김준 서울여대 명예교수(75)는 16일 시조문학 홈페이지 ‘김준 문학서재’ 코너에 7001번째 시조 ‘엊그제 내린 비로’를 올렸다. 2003년 서울여대 국문과 교수에서 정년퇴직한 뒤 10년간 올린 작품이 어느새 7000수가 넘어섰다. 이달 말 새 시조집을 출간하는 그를 서울 구로동 시조문학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시조와 함께 살았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그는 안정적인 직업을 원하는 아버지 뜻에 따라 이리공고 전자과에 진학했다. 어릴 때부터 글과 음악을 좋아했던 터라 복잡한 수학공식과 위험한 전기실습은 힘에 부쳤다. 학교를 관둘까 하던 차에 시조시인이자 국어교사인 구름재 박병순 선생을 만났다. 김 명예교수는 “선생님이 황진이 시조를 읊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시조는 내 신앙이 됐다”고 했다. 다시 가람 이병기 선생에게 시조를 배운 뒤 경희대 국문학과에 입학했고 1960년 자유문학으로 등단했다. 그는 대학 졸업 뒤 수도공고, 중앙고 국어교사, 서울여대 교수로 일하며 꾸준히 시조를 썼다. 활발한 저작 활동을 했던 학자도 퇴임 이후엔 쉬는데, 오히려 그는 노익장을 과시하며 더 많은 작품을 쓰고 있다. “30여 년 전 등산 중 사고로 오른쪽 눈을 실명해 불편하지만 매일 오후 9시부터 새벽 두세 시까진 시조를 씁니다. 남들은 시조가 형식이 있어 고루하다고 하는데, 그 형식 속에서 단어와 문장을 매만지는 재미에 피로한 줄 모릅니다.” 그가 들려준 이야기 하나. 몇 년 전 일본 오사카 여행 때 그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사위와 함께 한 선술집에 갔다. 술집에 있던 비슷한 또래의 일본인 손님들은 그가 시조시인이란 사실을 알고 한 수 지어 달라고 부탁했다. 즉석에서 한 수를 노래했다. ‘접어 둔 헌 우산을 서둘러 챙겨 들고/봄비를 맞으면서 네 생각에 젖고 있다/펼쳐 든 우산 속으로 그리움이 고인다’. 그의 즉흥시를 들은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전통시인 하이쿠보다 낫다며 박수를 쳤다. 김 명예교수는 ‘파격시조’를 주장하며 기본적인 형식마저 무너뜨리고 있는 요즘 세태가 아쉽다고 했다. 그는 “시조 형식을 바꾸는 것은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이다. 시조는 시가 될 수 있지만 시는 시조가 될 수 없다”고 했다. 인터뷰 내내 원로 방송인 송해처럼 허허 웃으며 시조를 읊던 그가 이 순간만큼은 표정이 비장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제목만 보고 촌스럽다고 외면하기엔 예쁜 구석이 많은 책이다. 책 제목을 한자어로 써놓으니 복고풍이 솔솔 불어온다. 투박하게 통으로 감싼 비닐포장도 나름 멋스럽다. 표지사진 속 맥주잔을 든 남녀는 조금 어색하지만 사랑스러운 표정을 연기하며 서로 바라보고 있다. “언제라도 좋아요!!”라며 정말 느낌 아는지, 느낌표를 두 개나 써가며 소비자를 유혹했던 1976년 크라운맥주 광고사진이다. 이 책은 1970년대 100여 종의 잡지에서 모은 광고사진 600여 개를 한 권으로 묶었다. 1970년대는 ‘신제품’의 시대란다. 광고가 없어도 물건만 만들면 팔리는 1960년대를 지나 압축성장 속에 각종 신제품이 쏟아지자 광고 이미지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가 왔다. 예나 지금이나 광고는 3B, 아기(Baby) 미인(Beauty) 동물(Beast)이 중요했다. 특히 당시의 화장은 짙지만 성형은 하지 않은 개성 강한 미인 모델들이 눈을 사로잡는다. 물건 종류별로 노란색 종이에 따로 발췌해 놓은 ‘소프트 세일’ ‘아랫배의 나옴을 막아주는’ 식의 광고문구와 그 폰트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지금은 사라진 카세트나 브라운관 TV를 최신식 기술로 묘사해놓은 광고도 귀엽다. 광고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밝고 행복하고 긍정적이다. 심지어 노동자마저 고생한 티가 안 난다. 하지만 광고가 사람들이 어떤 물건을 쓰고 욕망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훌륭한 시각자료임은 틀림없다. 책이 일반 독자가 아닌 디자인 전문가를 겨냥해서 만들어져 가격이 조금 비싼 게 흠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책을 펼치면 식당 문이 열린다. 안으로 들어서자 하드록 밴드 AC/DC 노래가 울려 퍼진다. 2013년 미국 최고의 레스토랑 4위에 오른 뉴욕의 ‘모모푸쿠(Momofuku)’다. 식당 주인인 한국계 미국인 데이비드 장(장석호·36·사진)을 만나 보자. 그는 ‘성질 더럽고 까탈스럽지만 종종 기발하다’. 중학생 때 골프 선수를 꿈꿨지만 재능이 없어 관뒀다. 대학에서 신학과 인문학을 배웠지만 졸업 후엔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지 못했다. 영어 선생을 하려고 일본에 건너갔다가 맛본 라멘의 매력에 빠진 뒤에야 그는 꿈을 정했다. 뉴욕 프렌치 컬리너리 인스티튜트에서 요리를 배운 저자는 2004년 8월 좁은 가게를 인수하고 ‘모모푸쿠 누들 바’를 열었다. 일본어로 ‘행운의 복숭아’를 뜻하며, 인스턴트 라멘을 발명한 일본인 안도 모모푸쿠에 대한 경의도 담았단다. 퓨전 라멘 집을 열었지만 처음에 파리만 날렸다. 웃으면서 망하자며 싸게 양 많이 퍼준 다음에야 가게에 손님이 모이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후진’을 수시로 내뱉지만, 오기로 똘똘 뭉친 저자의 도전기가 재밌다. 그는 끊임없이 일을 벌인다. 한국 보쌈과 멕시코 부리토를 결합한 ‘쌈 바’를 열고, 등받이 없는 의자를 놓곤 하루에 손님 12명만 받는 ‘코’도 연다. 사업을 확장할 때마다 슬럼프가 찾아오지만 그는 버틴다. “기분은 더러워질 대로 더러워졌고, 스트레스는 더욱 쌓여만 갔다. 그래서 셰프들만의 해결 방법을 동원했다. 그건 바로, 그저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것이다.” 저자는 2010년, 2012년 주간 타임이 뽑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선정됐고, 올 5월 ‘음식의 오스카상’인 제임스비어드상 최우수 요리사상을 수상했다. 아직 꿈을 못 정한 청년은 그의 성공 스토리에 마음이 움직이고, 요리가 취미인 사람은 그가 특별 공개한 모모푸쿠 레시피를 흉내 내기 바쁠 것 같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출판사에서 홍보용으로 무료 배포하는 ‘미니북’이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미니북을 갖기 위해 책을 사고, 원래 책값에 웃돈을 얹어 미니북을 구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창비는 최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일본편’(1·2권) 미니북 2000세트를 제작했다. 이 미니북(가로 7.7cm×세로 11.2cm)은 원래 책(14.8cm×22.5cm)의 절반 정도 크기지만 본문 내용과 사진까지 빠짐없이 수록돼 있다. 이 책을 구입한 독자들이 답사 현장에서 간편하게 찾아 읽게끔 만들었다. 창비는 인터넷서점에서 답사기를 구매하거나 페이스북 이벤트에 참여한 독자에게 이를 증정했다. 창비 황혜숙 인문출판팀장은 “저자 유홍준 교수도 미니북이 예쁜 데다 실용성도 뛰어나다며 만족해했다. 독자 반응이 좋으면 기존에 나온 국내편 답사기도 미니북으로 제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문학동네와 열린책들에서 나온 세계문학전집 미니북은 작지만 갖출 것은 다 갖춘 앙증맞은 ‘귀요미’다. 크기는 가로 6cm, 세로 8.5cm.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최소 활자 크기(1mm)에 맞춰 제작됐다. 이 세계문학 미니북은 특히 책장 장식용 인테리어 소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미니북 애호가들은 본래 책과 미니북을 나란히 찍은 사진을 자신의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문학동네 정민호 마케팅 팀장은 “이벤트 기간을 놓친 독자들은 책값보다 더 비싸게 웃돈을 주고서라도 미니북을 구하려 한다. 주요 소설이 나오면 저자가 쓴 다른 소설을 미니북으로 만드는데, 미니북으로 제작된 소설의 판매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비교적 덩치가 큰 미니북도 있다. 출간 이후 베스트셀러 종합순위 1위를 질주 중인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1∼3권)도 초판 10만 부를 찍을 당시 제1권의 미니북 10만 부를 제작했다. 이 미니북은 양장본(12.6cm×18.7cm)에 비해 조금 작은 크기(10cm×15cm)여서 읽기에 불편함이 없다. 해냄출판사의 이종우 마케팅 부장은 “조정래 작가 팬들은 양장본 소장 욕구가 강해서 양장본은 보관해두고 미니북만 읽는 경우도 있다. 다른 사람과 돌려봐 추가 독자를 만드는 ‘마중물’ 역할도 했다”고 설명했다. 출판사는 책 판매 부수에 따라 저자나 저작권자와 인세 지불 계약을 한다. 미니북도 실제 책과 똑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번듯한 책이지만 비매품이고 홍보용이라 출판사가 따로 인세를 지불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히려 저자들이 미니북 홍보 효과를 알고 반기는 분위기라고 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우리가 어떤 인연이 있기에 여기 모였을까?” 한때 대한민국 만화계를 대표했던 이현세 화백(59)이 먼저 말문을 열었다. 1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교외의 한 식당. 이번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만화 삼국지’를 출품한 이 화백이 네이버 웹툰 전시관에 참여한 웹툰 작가들을 만났다. ‘신의 탑’의 SIU(시우·본명 이종휘·27), ‘노블레스’의 손제호(36·글)와 이광수(32·그림),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32)다. 이 화백의 데뷔는 31년 전인 스물여덟 살 때. 동시대 작가에 비해 빠른 편이었다. 이날 모인 후배들도 비슷한 또래에 데뷔했다. 시대는 달랐지만 데뷔 당시의 고민은 비슷했다. ‘좋아하는 만화를 과연 한평생 그릴 수 있을까’라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것이었다. 이 화백은 “롱런하려면 성실해야겠지만 그보단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또 그걸 채우려면 책도 열심히 읽어야 한다. 일찍 성공한 대다수 천재는 세상을 시시하게 보고 만화도 습관처럼 그린다. 그럴 때 우리 같은 사람도 천재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용제 씨는 “선생님이 쓴 ‘천재와 싸워 이기는 법’은 후배에게 ‘바이블’과 같다. 육성으로 들으니 더 마음에서 울리고,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처음 웹툰이 세상에 나왔을 땐 출판만화 대선배 중에는 “너희가 무슨 만화가냐. 앞으로 만화가란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마라”며 불호령을 내린 이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화백은 오히려 후배들을 걱정했다. 그는 “과거에 비해 웹툰은 연재 주기가 짧고 작업량도 많은 것 같다. 작가는 무례한 독자가 단 악성 댓글에도 자유로울 수 없다. 밀도 있는 작품을 계속 그리고, 소모품이 되지 않도록 강한 신념을 갖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후배들은 “악성 댓글에 대한 멘털(정신력)은 강해지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 화백은 환갑을 맞는 내년 7월 웹툰에 도전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작가가 살아온 현대사를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그는 “후배보다 순위에서 앞설 자신은 없지만 전투력만큼은 절대 지지 않을 것”이라며 웃었다. SIU는 “웹툰은 애들 만화란 인식이 아직 있는데, 선생님이 오시면 독자층이 크게 넓어지겠다. 웹툰계도 큰 기둥이 하나 세워질 것 같다”며 반겼다. 해외 만화시장에서는 후배가 선배의 업적을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줬다. 12, 13일 열린 웹툰 작가 사인회는 그에 앞서 열린 이현세 사인회를 능가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온라인에서 16개 언어로 번역된 해적판 웹툰을 보고 자발적으로 모인 팬들이었다. 독일의 한 교사는 “학생에게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웹툰을 권한다”고 했고, 우크라이나 여성은 “웹툰을 보려고 한국어를 배웠다”며 한국어로 쓴 팬레터도 가져왔다.프랑크푸르트=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부산이 넓다꼬? 서울이랑 붙으면 쨉이(상대가) 안 될 낀데.” 책 ‘부산은 넓다’를 손에 든 순간 든 생각이다. 기자는 부산에서 자랐다. 물론 어릴 땐 부산이 최고인 줄 알고 컸다. 서울행 기차 안에서 ‘부산 싸나이’ 자존심은 잃지 말자고 굳게 다짐했었다. 그런데 수도 서울은 정말 컸다. 멀리 떨어진 고향 부산은 점점 작아 보였다. 그런데 이 책을 넘길 때마다 “맞나?” 소리가 절로 나왔다. 저자는 경제 통계로는 설명이 안 되는 부산의 넓은 역사적, 문화적 품을 책 한 권에 담았다.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인 저자는 서울 출신이지만 10년 전 부산 동해안별신굿의 매력에 반해 부산 문화 연구를 시작했다. 그는 부산구술사연구회와 산동네(서울로 치면 달동네)를 연구하며 부산 사람들에게 반했다. 저자의 눈에 부산 사람은 거칠어 보이지만 내면은 따뜻하고 너그러운 사람이었다. 저자에게 부산의 정체성을 물으면 ‘부산은 항구다’라고 답한다. 책은 부산항을 노래한 가요들을 소개한다. 1940년 가수 남인수 씨는 ‘울며 헤진 부산항’을 불렀다. 기타 반주에 따라 ‘울며 헤진 부산항을 돌아다보는/연락선 난간머리 흘러온 달빛/이별만은 어렵더라 이별만은 슬프더라/더구나 정 들인 사람끼리 음음’이라고 노래했다. 부산항을 출발한 관부연락선에 실린 채 일본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의 애절함이 가사에 담겼다. 부산항의 이별과 만남의 역사는 대규모 해외 이민단, 파월 장병, 외항 선원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부산항의 정서가 가왕 조용필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고 썼다. 1975년 조용필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러 국민 가수가 됐다. 젊은 나이에 대연각 호텔 화재로 숨진 가수 김성술의 ‘돌아와요 충무항에’를 개작하고 편곡해 다시 만든 노래였다. 노래의 성공에는 그의 음악 역량도 있었지만 호소력 짙은 부산항이란 이름 그 자체, 그리고 선배들이 부른 1960년대 부산항 노래들이 깔려 있었단다. 이제는 거꾸로 부산이 새로운 시대 정서, 유행을 만들어 낸 조용필을 배울 때라고 말한다. 부산항은 경쟁 항구에 밀려 그 기능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부산은 각종 통계에서 ‘제2의 도시’에서 밀려난 지 오래다. 그러나 저자는 헌집 부수고 새집 짓는 토건 이념으로 부산의 미래를 설계하는 것을 경계한다. 오히려 다른 도시를 따라하면 2등을 벗어나지 못하니 부산만이 지닌 가치를 살리잔다. 부산 문화를 살피려면 이 책을 만든 것과 같은 인문정신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책엔 1964년 해운대 해수욕장에 나타나 해운대를 바캉스 1번지로 만들어 준 250년 된 거북이, 영도를 떠난 사람은 3년 안에 망하게 한다는 ‘영도 할매 전설’ 등 흥미로운 이야기도 있다. 현장 답사에 신문기사나 사료를 더해 책의 완성도를 높였다. 다른 지역 향토학자들이 이 책에 자극을 받아 분발하길 기대해본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9일(현지 시간) 개막된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선 지금까지 없었던 이색 전시관이 선을 보였다. 도서전 최초의 웹툰 전용 전시관이다. 네이버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한국 웹툰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9∼13일 도서전 만화관 내에 운영하는 한국 웹툰 부스는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10일 오전 독일 출판직업학교 학생인 크리스틴 루스(21·여)와 이네스 바톤(18·여)은 스크롤 방식의 국내 웹툰을 보며 “태블릿PC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만화를 볼 수 있다니 신기하다”고 말했다. 각종 도서전을 다녀본 프랑스 아프리카 대만 출판사 관계자들도 웹툰을 보며 어린이처럼 좋아하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웹툰라이브닷컴’을 운영한다는 벨기에인 마크는 자신의 사이트에 한국 웹툰을 영어로 서비스하는데 인기가 높다며 저작권 침해 사실도 망각하고 자랑을 늘어놨다. 여덟 살짜리 독일 어린이는 직접 그린 만화를 웹툰 전시관으로 가져와 보여주며 디지털 만화로 출간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국내 웹툰 팬들에게 작품 제목의 첫 글자만 따서 ‘신노갓’으로 불리는 3편의 웹툰 작가들도 출동한다. ‘신의 탑’의 SIU(시우), ‘노블레스’의 손제호(글)·이광수(그림), ‘갓 오브 하이스쿨’ 박용제 작가다. 신인작가 데뷔 무대인 ‘네이버 도전만화’를 통해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웹툰 작가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손제호 작가(36)는 “웹툰은 온라인으로 볼 수 있어 전파가 용이했던 점이 인기 요인이다. 해외에서 내 작품을 많이 본다는 얘기만 들었는데 유럽 팬들을 직접 만나게 돼 설레고 기쁘다”고 말했다. 국내 웹툰의 인기는 해외에서 뜨거웠다. 만화 수십만 종을 불법 번역해 올리는 영어판 불법 만화 공유사이트 ‘망가폭스(Mangafox)’에선 9일 현재 ‘노블레스’가 4위, ‘신의 탑’ 35위, ‘갓 오브 하이스쿨’이 39위에 올랐다. 네이버 김준구 웹툰사업부장은 “국내 웹툰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았단 사실은 반갑지만 저작권 보호를 못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 세계 최대 도서전에 전시관을 마련한 만큼 한국 웹툰의 저작권 보호에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올해 65회째를 맞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은 100여 개국 7300여 개 출판사가 참가해 전 세계 도서 저작권의 25%가량이 거래되는 세계 최대 규모 도서전시회다. 28만 명이 찾을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은 브라질이다. 프랑크프루트=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