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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북-미 정상회담 추진’ 소식이 발표된 뒤 북-미 대화 채널이 다양한 방식으로 되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미국 측과 의견 교환을 시도하려는 정황들이 포착돼 북-미 정상회담 준비에 속도가 붙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15일(현지 시간) 오후 스웨덴 스톡홀름에 도착한 이후 스웨덴 채널을 통한 북-미 접촉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스웨덴에서 북한 당국자와의 직접 접촉은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스웨덴 언론 보도와 외교 당국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이번 방문은 스웨덴을 사이에 두고 북-미 양국의 상호 관심사와 의도를 파악하는 전초전 성격이 강하다. 현지 언론 SVT에 따르면 리 외무상은 스웨덴 정부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 측과 회동해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의지와 의도,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 토니 김, 김동철, 김학송의 석방 등에 대해 자세히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스웨덴 외교부가 당초 발표했던 리 외무상의 체류 기간도 15, 16일 이틀이었으나 SVT는 “리 외무상의 체류가 18일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수개월 동안 준비해 왔던 이번 리 외무상의 방문 어젠다가 북-미 정상회담 이슈 때문에 바뀌었다”고 전했다. 리 외무상과 함께 15일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에 나타났던 북한의 대미 외교 담당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 부국장의 행보도 주목된다. 최 부국장은 리 외무상과 함께 스웨덴으로 향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리 외무상과 달리 이날 스웨덴행 비행기를 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최 부국장이 베이징이나 제3국에서 미국 측과 북-미 정상회담 관련 접촉을 진행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왔다. 베이징의 외교소식통들은 “최 부국장이 중국 측과 접촉할 가능성도 있지만 그가 미국 담당인 만큼 북-미 접촉 가능성이 더 높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그동안 유명무실했던 ‘북-미 간 뉴욕채널’도 재가동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말 은퇴한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5일 CNN과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회담 제의를 받아들인 직후 주유엔 북한 측 관료들과 접촉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의 석방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표는 “그들에게 이번 기회는 억류 미국인 3명을 풀어 줄 매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며 “이것 자체가 매우 긍정적인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그들에게 전했다”고 말했다. 북측이 이에 대해 어떤 답을 내놨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스톡홀롬=동정민 ditto@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신나리 기자}

“지금과 같은 국면이 올 거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앞으로의 전개 양상도 더 급박하게 돌아갈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4월 말부터 연이어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청와대가 남북,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한일 정상회담도 추진하기로 하면서 4월 말부터 한 달간 북한과 한미일 사이 북핵 해법을 놓고 숨 가쁜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 靑 “북-미 회담 전에 한미 회담 해야” 남북 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고 있는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은 16일 준비위원회 첫 회의를 마친 뒤 브리핑을 열고 “가급적 한미 간에 핵심 의제로 실무형이라도 정상회담이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핵심 의제는 당연히 비핵화다.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서는 시간도, 준비도 촉박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회동을 추진하는 것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과를 미국과 긴밀히 공유해 결국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으로부터 구체적인 비핵화 움직임을 이끌어 내겠다는 포석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미 실무선에서 백악관과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며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만 만나고 곧바로 귀국하는 ‘원포인트 방미 일정’이 잡힐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향후 대화 국면에 대해 논의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두 정상은 한중일 3국 정상회의를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개최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와 별도로 조기에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도록 실무진 차원에서 날짜를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한일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면 남북, 북-미 정상회담 사이에 추진할 계획이다. 비핵화를 위한 사상 첫 남북, 한미, 한일, 북-미 정상의 릴레이 회담이 펼쳐지는 셈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중국도 전격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 ‘판문점 정상회담’ 정례화 추진 청와대는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회담을 정례화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임 실장은 “(우리가) 북쪽으로 가거나, 남쪽으로 북측을 초청하는 것보다 모든 면에서 아주 효율적이기 때문에 판문점 정상회담이 자리만 잡을 수 있다면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가 ‘정례화’를 언급한 것은 복잡하게 얽힌 남북, 북-미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당일치기 회담’ 가능성이 높은 이번 만남으로 부족하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또 이번에 대화 의제가 비핵화에 집중되는 만큼 경제협력과 평화체제 마련 등 향후 이행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추가 정상회담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남북 고위급 회담도 이어진다. 다음 주에는 우리 예술단과 태권도시범단의 방북 협의를 위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이달 말에는 정상회담 준비 협의를 위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북측과 협상에 나선다. 청와대는 “통일부, 국가정보원을 비롯해 공개, 비공개, 고위급 등 필요할 때 협력할 수 있는 체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남북, 북-미 정상회담 공조를 위해 중국, 러시아를 연이어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15일 귀국했다. 정 실장은 이날 귀국 직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러시아 양국 지도자들은 한결같이 한반도 상황의 긍정적 발전과 이를 위한 남북 간 화해 협력 분위기를 크게 환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한반도 비핵화 목표는 대화를 통한 평화적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한 문재인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앞으로도 적극 지지하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정 실장으로부터 방중, 방러 결과를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회담이) 한반도 주변국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는 만큼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정 실장과 만났던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은 21일부터 1박 2일간 방한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 고위급 안보전략대화를 가질 예정이다. 정 실장과 양 국무위원은 21일에도 만나 비핵화 등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한편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경질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 이날 미국으로 떠났다. 강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딸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보좌관, 존 J 설리번 국무장관 대행, 폴 라이언 미 하원의장 등과 연이어 만날 예정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

남북, 북-미 정상회담은 남북미 정보기관 라인이 주무르는 무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을 시작으로 최근까지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측 고위급대표단 맞이, 대북 특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면담 등으로 회담 발판을 깔았다면 북-미의 정보수장과 북핵 담당 총괄도 조만간 회담 채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군 출신 ‘창과 창의 만남’ 폼페이오-김영철 북-미 회담 준비의 미국 측 대표 선수는 최근까지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후보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폼페이오에게 대북 문제에 대한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CNN은 14일(현지 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8일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락한 뒤 폼페이오에게 회담 준비를 주도하라고 개인적으로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국무장관 지명 전부터 대북 협상 업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폼페이오에게 맞설 북측 인물로는 김정은의 ‘복심’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유력하다. 김영철 또한 김정은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 원장 등 대북 특사단을 접견할 당시 배석하면서 남북 회담뿐 아니라 북-미 회담 실무책임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냈다. 이 때문에 김영철과 폼페이오가 정상을 제외하고 사실상 북-미 회담의 최전선일 가능성이 높다. 회담 카운터파트로서 폼페이오와 김영철은 상당히 닮아있다. 지도자로부터 전폭적인 신임을 얻고 있고 북핵·외교 문제에서 대표적인 강경파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군 출신인 두 사람이 대화 테이블에 함께 오른다면 ‘창과 창의 만남’이 될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인준에 따라 북-미 회담 지연설도 남북, 북-미 회담 어느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될 대화인 만큼 정보라인들의 활약은 어느 때보다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물밑 조율은 대부분 정보기관의 몫이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15일 “남북,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은 결국 ‘서훈-폼페이오 드림팀’이 이뤘다”고 평가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다만, 북-미 회담의 경우 강경파끼리의 협상이 파국으로 이어질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발탁과 함께, 목표를 위해서는 고문 등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는 ‘공작의 여왕’ 지나 해스펠 CIA 부국장이 CIA 국장이 되면서 향후 대북 협상은 ‘질식에 가까운 압박’이 주로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국무장관 교체로 5월로 예상된 북-미 정상회담이 6, 7월로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폼페이오의 국무장관 상원 인준 절차가 끝날 때까지 회담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상원이 24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휴회기를 갖는 데다, 공화당 일부 의원이 반대 의견을 내 5월 전 인준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5월이라고 했다. 별로 그럴(연기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백악관의 안보 컨트롤타워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의 경질설도 흘러나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후임으로 폼페이오를 능가하는 대북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대사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볼턴 전 대사를 만나 맥매스터 보좌관의 뒤를 잇는 문제를 논의했으며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고 보도했다. 볼턴 전 대사는 “북한의 북-미 대화 제안은 선전 전략의 연장선”이라며 “김정은에게 속으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왔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북한 정권 수립 이후 70년 만에 이뤄질 첫 북-미 정상회담의 명암은 ‘어디에서 열리느냐’로 가려진다. 장소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또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중 한 사람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회담 성격과 결과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과 북한은 둘 다 부담스러울 수도 김정은이 먼저 미국에 대화를 제안한 만큼 평양에서 열릴 가능성이 우선 제기된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미국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타는 ‘에어포스 원’ ‘캐딜락 원’이 평양에 내렸을 때 ‘쇼 업(Show up)’ 효과도 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평양을 방문한 현직 미 대통령은 없다. 지미 카터, 빌 클린턴이 평양을 간 적은 있지만 모두 전직 대통령 신분이었고, 억류된 미국인을 구출하는 인권 문제 해결사 역할이었다. 트럼프가 방북하면 미국 현직 대통령의 첫 평양행을 비핵화 회담의 성공으로 귀결시켜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미 테리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과 리사 콜린스 연구원은 9일 ‘긴급질의(Critical Questions)’ 보고서를 통해 “미국이란 초강대국 지도자가 평양을 방문하면 북한 지도자의 영향력과 합법성을 대내외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다. 과거 평양을 방문한 지도자들이 북한 체제와 지도부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던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비슷한 이유로 워싱턴도 아직은 반반이다. 김일성 김정일 등 역대 북한 지도자들이 미국 땅을 밟은 적이 없고 “김정은이 한 수 접었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초대한 별장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도 거론되지만 “지나친 환대를 베풀었다”는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뉴욕 유엔본부도 있지만 북한이 대북제재의 산실을 회담 장소로 선택할지는 미지수다. 장소를 놓고 북-미가 힘겨루기를 하면서 회담 준비가 난항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승부사적 기질의 두 지도자 중 어느 한쪽이 조속한 회담 개최를 위해 장소 문제도 통 큰 양보를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 떠오르는 판문점 카드 북한과 미국 땅을 벗어난다면 중매에 나선 한국, 그중에서도 한반도 분단의 상징적 장소인 판문점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된 공간이자 김정은이 한반도를 벗어나지 않고 트럼프의 손을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도 “가장 확실한 장소는 판문점 평화의집” “한국과 북한의 국경지대가 적절한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도 기자들과 만나 “판문점도 유력한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바로 다음 달 판문점에서 북-미 회담이 열리면 “한국의 중재외교가 열매를 맺었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다. 지난해 방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DMZ를 방문하려다 날씨 때문에 무산돼 안타까워했던 것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서울과 제주 등도 거론된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1일 “미국과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교섭해 나가는 과정에서 제주를 회담 개최지로 적극 검토해 달라”며 제안했다.○ 스웨덴부터 공해상 선박까지 거론 AP통신은 9일 스웨덴이나 중립국인 스위스 제네바 등 다양한 제3의 장소에서 북-미 정상이 만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특히 스웨덴은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조만간 방문할 예정이라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와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리 외무상이 이곳에서 회담을 준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을 방문하는 미국인의 영사업무를 대행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대사관이 북-미 간 채널 역할을 하는 장점도 있다. 최근 스테판 뢰벤 총리까지 나서 “스웨덴 정부가 북-미 간 대화를 도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6자회담 개최지였던 중국 베이징과 북-미 간 트랙 1.5(반민반관)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는 싱가포르도 후보지로 거론된다. AP통신은 또 조지 부시(아버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옛 소련 서기장이 몰타 인근 해상의 선박에서 만난 사실을 예로 들며 국제 공해(公海)상에 떠 있는 선박에서도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위은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역사적인 첫 만남에 합의하면서 한반도가 ‘운명의 봄’을 맞게 됐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5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북핵 폐기는 물론이고 6·25 종전 이후 64년간 이어져 온 한반도 체제는 그야말로 전혀 다른 격변의 시기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북-미 정상회담의 시기와 장소는 물론이고 구체적인 의제도 정해지지 않은 만큼 당분간 ‘살얼음판’ 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북-미 정상의 ‘원샷 타결’ 방식으로 진행될 공산이 큰 이번 비핵화 시도가 좌초하면 한반도는 다시 한 번 걷잡을 수 없는 위기 국면을 맞게 될 수도 있기 때문. 북-미 정상회담은 비핵화의 목표가 아니라 첫걸음이란 말은 그래서 나온다.○ 정상회담 평양서? 워싱턴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부터 김정은의 정상회담 제안을 듣고 그 자리에서 “좋다. 만나겠다”고 수락하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정상회담 수락 이유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에 일가견이 있다”며 “김정은은 독특한 전체주의 체제에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이다. 결정권자의 초대를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간과 장소 등 회담을 위한 디테일은 이제부터 정해야 한다. 북-미 간 실무 접촉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정상회담 시기는 ‘5월 안(by May)’이라고 돼 있다. 그것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4월로 하자고 했다가 4월 말 남북 정상회담 이후로 하자는 우리 측의 요청에 따라 바꾼 것이다. 그만큼 아직 구체적인 회담 일정은 정해진 게 없다. 정상회담이 어디서 열릴지도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김정은이 먼저 ‘초청’ 의사를 밝힌 만큼 평양에서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뉴욕타임스는 이날 백악관에선 정상회담을 미국에서 열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한다면 북한으로선 북-미 관계 정상화의 극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1994, 2010,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북한을 방문했으며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2009년 억류된 여기자 석방 협의를 위해 평양을 찾았다. 하지만 이는 퇴임 후라서 현직인 트럼프와는 파장이 전혀 다르다. 이 때문에 판문점과 서울, 제주 등 한국에서 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장소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며 “큰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이 든다면 직접 평양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북-미 수교 일괄타결 시도될 듯 북-미 정상회담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다. 북한이 이미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핵무기 소형화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완성을 앞두고 있는 만큼 미국은 줄기차게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을 강조해 왔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회담 의제에 대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 폐기와 이에 대한 검증이라는 결과가 아니면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1, 2차 북핵 위기 당시 비핵화 협상과 달리 정상회담이라는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번 회담에선 북핵 폐기와 북-미 수교를 한꺼번에 논의하거나 주고받는 일괄타결이 시도될 수 있다는 말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큰 목표를 놓고 회담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은 핵 폐기, 북한은 북-미 평화협정을 들고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대북 특사단에 “미국은 우리를 정상국가로 대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이 정상 간 핫라인을 설치하는 등 ‘셔틀외교’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남북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큰 그림이 나오면 곧바로 평화협정 체결 등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일각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프로세스가 장밋빛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북-미 간 이견이 얼마든지 불거질 수 있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미 정상회담 시기를 정하는 데) 몇 주가 걸릴 것”이라며 “김정은과는 만나서 대화를 나누려는 것이며 (구체적인 협상 등) 그 이상으로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신나리 기자}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초대형 이벤트’가 전격 결정되면서 이에 앞서 4월 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하나의 ‘징검다리’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강조했던 ‘중매 역할’이 벌써 마무리된 것 아니냐는 것. 이에 전문가들은 “정부가 이제 단순 중재자 역할을 넘어 비핵화와 관련된 구체적인 의제들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부, 북-미 견인하는 세밀한 조정자 돼야” 정부는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대화를 여는 불쏘시개로 쓰려고 했지만 이미 북-미 대화에 불이 붙었다. 이에 남북 회담이 실질적인 결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남북 정상회담은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같은 남북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추는 정도의 원칙적인 대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연결될 수 있는 구체적인 고리들을 의제로 꺼내면 북-미 정상회담의 분위기를 띄운다는 차원에서 더 고무적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북-미 양국이 각자가 원하는 것을 취하기 위해 4월 남북 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를 이용하려 할 것이란 전망에는 의견이 모아진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한국을 통해 미국을 움직이거나 대북제재를 완화시키는 쪽으로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수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미가 원하는 것이 서로 실현되지 않을 경우 둘 중 한쪽이 (회담을) 철회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돌발변수 관리가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김 교수는 “어려운 일이 갑자기 성사된 만큼, 현재까지 나온 일정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가능성 자체가 낮다”며 “우리 정부는 이 일정을 지키는 것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 6월 이후 한반도 평화체제 급물살 탈까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구상하는 ‘한반도 시나리오’에 대해서는 낙관론이 다소 우세하다. 홍 실장은 “북한 입장에서는 꼼꼼하게 따지는 과거의 미국 대통령들보다 트럼프 대통령과 오히려 수월하게 타결을 볼 가능성이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화끈하게’ 북-미 수교와 평화협정에 전향적 태도를 보인다면 북한이 비핵화 작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핵무기를 끝까지 마지막 수단으로 간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바꾼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아직 북-미 간의 불신이 큰 만큼,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국가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6월부터 중국, 러시아, 일본과 정상회담을 연속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지원으로 주변국들과 수교를 이루게 되면 국제사회에 전면적으로 편입되고 일본으로부터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김 교수는 “김정은이 일국양제(一國兩制) 연방제 통일을 추진해 30∼40년을 더 통치할 기반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자본을 지원받아 개성공단 같은 경제협력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말라붙은 경제에 피를 돌게 하고, 북-미 관계 개선을 명분으로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 할 것이란 우려다. 홍정수 hong@donga.com·신나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5월 북-미 정상회담을 수용하면서 북-미 간 특사 교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사상 첫 북-미 정상 간 만남인 만큼 양국을 방문해 회담 의제와 쟁점을 조율할 수 있는 상징성 있고 중량감 있는 거물들이 특사를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이 워싱턴에 보낼 특사로는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최측근인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이 0순위로 거론된다. 지난달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해 예상 밖으로 부드러운 정치적 스킨십을 보이며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한 경험도 있는 만큼 북-미 간 대화 분위기 조성에도 최적의 카드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이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회의에서 “중요한 시기에 중요한 책무를 띠고 와서 조심해야 하는 입장인데 아주 편하게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 김여정 부부장이 앞으로 남북관계뿐 아니라 북한이 대외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앞서 홍콩 언론 보도로 처음 제기된 김여정 특사설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다 추정에 그친 것 아니겠나”라고 했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5월 북-미 정상회담 깜짝 합의만큼 앞으로 북-미 간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미 정상회담을 협의하기 위해 김정은이 리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외교담당 부위원장이나 리용호 외무상을 단장으로 하고 김여정이 특사로 참가하는 고위급대표단을 워싱턴에 보낼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여정 외에는 김정은의 ‘복심’이자 대남 총책인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물망에 오른다. 김영철은 6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대북특사단을 접견할 당시에도 김정은의 오른편에 앉아 보좌했다. 일각에선 김여정과 김영철이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 대상이라 특사로서 걸림돌이 될 것이란 말도 있지만, 북-미 회담을 위한 특수한 상황인 만큼 얼마든지 제재 예외 대상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트럼프가 평양에 보낼 특사로는 미국의 외교 수장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언급된다. 대통령-부통령-하원의장에 이어 미국 공식 서열 4위인 데다 현재로선 유일한 대북 대화 채널이기 때문이다. 틸러슨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은 아니지만 트럼프 행정부엔 변변한 대북 라인이 없다.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였던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마저도 최근 은퇴해 국무부는 최근 북-미 대화 개시에 대비해 외부 전문가 영입을 고려하고 있을 정도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틸러슨 장관 외에 백악관 내에서는 매슈 포틴저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이 특사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사진)을 미국 특사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8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익명의 한국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김여정을 한국에 보냈던 것처럼 미국에도 보낼 의향을 갖고 있을 수 있다. 김여정은 현재 북한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김정은은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 직접 전할 메시지가 있다”며 “메시지 내용은 파격적이고, 매우 특이하다. (그렇다고) 미 정부가 이 메시지를 공개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김여정 특사에 상응해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대북 특사로 갈 가능성도 나온다. 이에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관련해 언급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 정부 관계자는 “김여정이라는 중량감 있는 인물이 온다면 미국도 예를 갖추겠지만, 중요한 건 특사보다 특사의 메시지”라며 “뉴욕채널 등을 통해 북-미가 메시지를 조율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한 여권 관계자는 “김여정이 특사로 한국에 왔고, 우리 대북 특사가 평양에서 김정은과 면담할 때 배석했다”면서 “김정은이 (김여정을) 후계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직 김정은의 장남이 올해 8세로 어린 만큼, 만약의 급변사태에 권좌를 물려줄 대상으로 김정은이 여동생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북한 김정은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한반도 대화 국면의 불씨가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백악관이 환영 의사와 함께 완전한 비핵화를 재차 강조하면서 북-미가 실제로 마주 앉게 될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청와대 역시 “한반도 평화 조성을 위한 실질적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는 8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미국 방문을 시작으로 대북 특사단이 들고 온 결과를 토대로 미-일-중-러 설득에 나선다.》 ● 김정은의 전략은부인 만찬 동석-특사단 깍듯한 예우… 파격적 제스처체제보장-북미수교 염두 ‘불량국 아닌 정상국가’ 강조북한 김정은은 5일 우리 특사단과의 회동에서 내용과 형식 모두 파격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인정하고, 노동당 청사 본관에서 만찬을 열고, 부인 리설주와 동행한 게 대표적이다. 이를 통해 북한이 이상한 나라가 아닌 ‘정상 국가(normal state)’라는 점을 강조하려 했고, 더 나아가 미국이 이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김정은이 꺼내든 정상 국가 요구 카드는 대북제재 완화 차원을 뛰어넘어 체제 보장, 북-미 수교까지도 포괄하는 ‘패키지’인 만큼 이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얼마나 수용할지 현재로선 가늠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7일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회동에서 대부분의 합의사항을 먼저 제안했다. 특사단이 준비해 간 내용을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밝히면서 “북한이 뭔가 다른 것을 요구한 것 아닌가”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청와대는 “다른 요구조건은 없었다”고 밝혔다.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명시적으로 없었다”고 했다. 그 대신 김정은은 정상 국가라는 더 큰 차원의 논의를 언급했다. 국제사회에서 테러지원국, 불량 국가로 낙인 찍혀 있지만 국제사회의 규범을 지키는 보편적인 국가로 대우해 달라는 것. 한 외교 소식통은 “도발에 나서지 않으면서 방어적 군사훈련을 인정하고, 정상 간 직통 라인을 구축하는 것 등은 국제사회의 규범상 당연한 일들”이라며 “보편적인 국가 간에 제재는 없기 때문에 정상 국가를 꺼낸 건 대북제재를 끝내 달라는 의미도 자연히 포함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김정은은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서훈 국가정보원장 자리로 걸어가 건배를 청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두 손으로 받는 등 예의 있는 모습을 보였다. 여권 관계자는 “특사단과의 회동에 전 세계적인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안하무인의 독재자가 아닌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국가 원수의 모습을 보이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정은이 이런 요구를 내놓은 건 체제 안정에 대한 자신감이 뒷받침됐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김정은이 6년 동안 집권하며 내부 단속을 마쳤다고 생각한다. 2016년 헌법을 개정해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자신이 위원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정상 국가화(化) 로드맵을 추진해온 것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이 특사 접견 과정에서 보인 특유의 파격적인 행보도 정상 국가 인정 요구로 북-미 현안을 ‘원샷’에 풀려는 것과 닿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건은 김정은의 이런 요구를 미국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비핵화의 의지를 북한이 보인 만큼 미국이 북한의 체제 보장 등 후속 카드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대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쳤다. 하지만 지나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체제 보장을 넘어 북-미 평화협정 체결로 이어질 수 있는 정상 국가 카드를 트럼프가 현 단계에서 덜컥 받아야 할 계기가 아직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결국 대북제재 때문에 김정은이 대화 테이블에 나온 것인 만큼 트럼프는 북한을 정상 국가로 인정할지를 판단하기 전에 비핵화 의지가 검증 가능한 것인지를 살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은 선언적 비핵화를 했을 뿐이고 트럼프와 국제사회는 검증된 비핵화를 원하고 있다. 정상 국가는 아직 먼 이야기”라고 말했다. ● 트럼프의 전략은“압박작전 효과… 前정권과 다르게” 제재 강화할수도北, 과거에 대화 제의뒤 핵개발… 美 “진의파악 우선”“우리는 전에 그런 영화를 여러 번 봤다. 결말이 매우 나쁜 영화의 최신 속편을 만들려고 하는 건 아니다.”(미국 백악관 고위 관계자) 미 백악관은 북한의 비핵화 대화 의사 표명에도 ‘최대한의 압박’ 작전을 늦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7년간 반복된 북-미 대화 실패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흔드는 ‘올리브 가지’가 핵무기 완성의 속내를 감추기 위한 ‘무화과 잎’이 아니라는 걸 확인하기 전까지 최대한 압박 작전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자신이 대북정책을 펼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이 무엇인지 다시 똑똑히 밝혔다. 바로 ‘뭘 하든 지난 정권과는 다르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클린턴, 부시, 오바마 행정부를 돌이켜보라. 일이 풀린 적이 없다”며 “어떤 방향으로든 뭔가를 해야 한다. 상황이 더 썩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전임 행정부와 가장 차별되는 부분이 북한의 수출을 90%까지 차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와 미국의 제재 압박이라고 인식한다. 그는 북한의 대화 의사는 “북한에 대해 우리가 한 일과 제재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화 제의를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과 관련해 한 외교 소식통은 “김정은이 줄곧 반대해온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해 이해한다는 뜻을 전한 것이 워싱턴에 (진정성에 대한) 믿음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협상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고 판단할 경우 중국과 국제사회에 대북 압박을 더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전임 행정부와의 차별화 노력에도 북한의 대화 제의에 대해 “이미 여기까지 와 본 적이 많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거 대화 제의가 숨은 의도를 감추는 무화과 잎으로 판명났었다”라고 말했다.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를 깨고 핵 개발을 계속했고 2005년 9월 5자회담을 통해 ‘9·19공동성명’에 합의했지만 이듬해 미사일 및 핵실험을 강행했다. 2012년의 2·29합의도 장거리 로켓 발사로 깨졌다. 미 정부는 이번 주 워싱턴에서 대북 특사단을 만나 북한의 진의를 확인하고 북-미 대화 등에 대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헤더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 정부는 한국 당국자들과 만나 북한과 관련해 어떤 조치를 할지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 ‘핵 동결 의사만으로도 북한과 대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우리가 모르는 것에 대해선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다”며 북한의 의도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미국 내에선 북한이 핵과 미사일의 조건부 중단 의사를 밝힌 ‘핵미사일 모라토리엄’도 얻어낼 게 없으면 얼마든지 깰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월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미 연합훈련 중단, 주한미군 철수 등의 ‘북한식 비핵화 공세’에 나서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우리는 한국을 굳게 믿고 있으며 매우 긴밀하게 연락하고 있다”며 “이번 주말 한국과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패럴림픽이 끝나면 방어 목적의 한미 연합훈련이 재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한기재 기자}
감사원이 2003년 이후 15년 만에 대통령비서실에 대한 기관운영감사를 다음주부터 실시한다. 감사 사각지대였던 국가정보원에 대해서도 사상 처음으로 감사를 실시한다. 최재형 감사원장은 7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2018년 감사운영방향을 발표하며 “대통령실에 대한 감사 일정이 확정됐다. 현재는 예비조사 단계에 있고 다음주부터 감사가 시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감사원은 올해 상반기에는 검찰청, 하반기에는 국정원에 대해 재무부문 중심으로 감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법무부가 주로 내부 감사했던 대검찰청과 일부 고검·지검에 대해서도 기관운영 감사를 처음으로 벌일 방침이다. 국정원은 2004년 김선일 피살사건과 관련해 ‘핀포인트 감사’를 받은 후 감사를 받은 적이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시한 첫 ‘정책감사’인 4대강 사업 추진실태와 정책결정에 대한 감사결과는 올해 상반기에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최 원장은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빨리 발표하도록 노력하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5일 오후 평양 노동당 본관 진달래관 만찬장. 김정은 위원장이 중심에 앉아 대화를 주도하자 왼편에 있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파안대소했다. 서 원장의 양옆에 착석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부인 리설주도 엷은 미소를 띠며 대화를 경청했다. 원탁을 둘러싸고 섞여 앉은 남북 인사들은 일어나 손에 든 술잔을 부딪치며 건배를 했다. 6일 조선중앙TV가 공개한 10분 50초 분량의 영상엔 특별사절단의 방북 일정이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방북 첫날부터 대북 특사단을 맞은 김정은 곁에는 항상 김여정이 함께했다. 노동당 본관을 찾은 정의용 수석특사 등 방남 이후 20여 일 만에 다시 만난 낯익은 얼굴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건넨 김여정은 명실공히 북한 정권의 실세임을 드러냈다. 특사단으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받을 때도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함께 김정은을 보좌했다. 김여정은 전혀 주눅 드는 모습이 없었다. 오히려 특사단과 면담을 나누던 도중 김정은의 발언에 메모를 멈추고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특사단에 특유의 눈인사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김여정과 함께 가장 눈길을 끈 북측 인물은 단연 리설주였다. 연분홍빛 실크 원피스와 재킷을 걸치고 분홍색 하이힐을 신은 리설주는 정 수석특사와 서 원장 등에게 “반갑습니다”와 긴 인사말로 여느 외국의 퍼스트레이디 못지않게 특사단을 환대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부인이 동석해 외교사절을 맞는 장면이 공개된 적이 없었던 것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인 모습이었다. 리설주의 참석을 두고 “북한이 정상 국가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근 북한 매체들은 지난달 8일 열병식 보도 때부터 리설주의 호칭을 ‘동지’에서 ‘여사’로 바꾸면서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이날 만찬에는 김영철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맹경일 통전부 부부장, 김 씨 일가의 집사 격인 김창선 서기실장도 배석했다.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대표단으로 참석했던 구면(舊面)들을 내세움으로써 남북 정보 당국인 통전부와 국정원 라인을 공식화해 향후 교류 채널을 다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룡해 당 중앙위 부위원장은 특사단 방북 기간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손기웅 통일연구원장은 “최룡해는 김정은의 정치적 라이벌이나 다름없다. 최룡해가 매스컴을 타게 되면 김정은의 권위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5일 오후 평양에 도착한 대북특사단의 방북과 함께 ‘북핵 슈퍼위크’의 막이 올랐다. 지난달 강원 평창에서 시작된 대화 분위기는 평양으로 옮겨져 주말쯤 미국 워싱턴을 거쳐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석특사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평양행 특별기에 오르며 “북한과 미국을 비롯해 국제사회와의 다양한 대화를 이어 나가기 위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의 이목이 평양에 집중된 가운데 한반도 평화 구축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문재인 정부는 흥행 면에선 일단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방북 첫날 특사단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만찬까지 하면서 분위기도 한껏 달아올랐다. 그러나 정부가 내세우는 ‘중매외교’가 빛을 발하려면 북-미 양측이 만족할 만한 여건에서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아야 한다. 단순한 만남을 넘어 ‘무조건 비핵화 대화’를 고수하는 미국과 한미 군사훈련 중단 또는 연기나 제재 완화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은 북한 사이에서 한국이 접점을 얻어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는 특사단이 미국보다 더 강하게 비핵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북-미 대화를 견인하기 위한 지렛대로 삼으면서 북한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삼아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사가 일단 확인된 다음에 이야기를 진행해야 한다”며 “핵 위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나라가 우리 아닌가? 북한이 비핵화 얘기를 못 꺼내게 하면 (특사단이) 빈손으로 돌아올 각오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도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계속 내놓는 게 우리로선 나쁘진 않다. 정 수석특사가 ‘미국에 가서 설명해야 하는데 당신들이 묘안을 내놓지 않으면 할 말이 없다’고 말할 각오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북한에 비핵화 대화를 촉구한 것은 정부의 스탠스를 엿볼 수 있다. 강 장관은 이날 한국기자협회가 주관한 ‘세계기자대회’ 오찬사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는 타협 대상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하는 가운데, 이 같은 발언으로 비핵화만큼은 한미가 물샐틈없이 공조하고 있으니 김정은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 미국은 일단 대북 특사단 행보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한국이 나서주는 게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라고 여길 것이다. 협상이 자칫 어그러지거나 북한이 도발하면 책임을 북한에 돌리고 압박하기에도 좋다”고 전했다. 미국은 북한이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내세워도 대화의 진짜 목적은 결국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제재 완화라고 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의 숨통을 조인 상태에서 대화를 시작하고 싶은 미국을 설득해 북한과 적대적인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도록 상황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지적이 많다.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낸 위성락 서울대 교수는 “특사단의 방북 이후 방미 기간 사이 정치적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북핵 슈퍼위크의 파장은 한반도 주변국에도 고루 퍼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안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면담도 추진하고 있다. 5일 중국 외교부는 특사단 방북에 대해 환영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일본은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표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완전하게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방법으로 핵·미사일 폐기를 한다고 동의하고, 이를 위해 구체적인 행동을 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손효주 기자}

5일 오후 대북 특별사절단이 특별기를 타고 방북하면서 서해 직항로가 다시 열리게 됐다. 특사 자격으로 지난달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 일행이 돌아간 지 22일 만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미국 정부에 독자제재 예외 허용을 한 번 더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대통령 행정명령 형식으로 ‘외국인이 이해관계가 있는 항공기는 북한에서 이륙한 지 180일 안에 미국에 착륙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1월 말 마식령스키장 남북 공동훈련을 위해 전세기를 이용한 갈마비행장 이착륙 시에도 미국과 막판 조율을 통해 예외를 인정받았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4일 “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특사단 파견을 통보한 다음 날(2일) 전통문을 통해 북측에 서해 항공로를 이용한다고 연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절단은 서울공항에서 공군 2호기(보잉 737-3Z8)를 타고 방북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인천공항과 평양 순안공항을 잇는 서해 직항로는 인천공항에서 공해상으로 빠져나간 후 다시 북상해 평양 서쪽 바다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가는 ‘ㄷ’자 모양이다. 2000년 남북 합의에 따라 임시로 만든 항공로로, 2009년 김대중 대통령 서거 때 북한조문단이 이용했으며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가 광복 70주년을 맞아 2015년 8월 방북했을 때도 이용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이번 방북은 김정은 위원장이 파견한 김여정 특사 방남에 대한 답방의 의미가 있다.” 4일 청와대가 대북 특별사절단을 발표하면서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렸다. 방북 성과는 물론이고 5일부터 방북길에 오르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사절단 수석)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이 1박 2일간 김여정처럼 국빈급 대접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먼저, 사절단을 맞을 북한의 첫 ‘얼굴’이 누구일지가 중요하다. 장관급 인사만 2명이 포함된 이번 사절단을 북한이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기 때문. 지난달 9일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참석차 방남한 김여정 특사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영접하기 위해 우리는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천해성 통일부 차관,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차관급) 등 3명이 나섰다. 정부도 내심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장관급 영접을 기대하고 있다. 북한이 기선 제압을 위해 고위급 영접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기대는 금물이다. 고위급을 내보내 예우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 “서 원장과도 친분이 있는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대남 일꾼’으로 꼽히는 맹 부부장은 김영철 부장과 함께 폐회식 참석차 방남해 체류 기간 중 이번 사절단에 포함된 김상균 국정원 2차장과 비밀리에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평양에 도착한 첫날 사절단은 북측 고위급 관계자들과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마련, 남북 교류 활성화와 같은 남북관계 개선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정은과의 면담을 타진하는 동시에 면담이 이뤄질 경우를 대비한 의제 사전 조율 차원이다. 문 대통령이 김여정 등 고위급 대표단을 4차례 접촉했던 것처럼 김정은이 1박 2일간 사절단을 만날지, 만나면 어디서 몇 번 만날지는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다. 지난달 김여정 방남 시 우리는 문 대통령은 물론이고 이낙연 국무총리,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 장관, 서 원장 등이 대거 나섰다. 이전 특사단처럼 이번 사절단 역시 북한의 대표적인 국빈급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에서 머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김정은을 이곳에서 만난다는 보장은 없다. 1, 2차 남북 정상회담은 모두 이곳에서 열렸다. 앞서 1차 회담을 위한 특사로 온 박지원 당시 문화부 장관도 김정일을 백화원에서 만났다. 하지만 2005년 6월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6자회담 참여를 설득하기 위해 특사로 찾았을 때 김정일 면담 장소는 평양 대동강 영빈관이었다. “내 책상 위에 핵단추가 있다”고 밝힌 김정은도 집무실보다는 외부에서 사절단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절단에는 취재진이 동행하지 않는다. 북한 취재기자단이 올림픽 개회식은 물론이고 폐회식까지 고위급 대표단의 동선을 함께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미국이 비핵화를 목표로 한 북-미 대화만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연일 강조하는 가운데 북한이 미국을 겨냥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1일 노동신문은 사설에서 “미국은 우리의 주동적인 노력으로 마련된 조선반도의 긴장완화와 북남관계 개선의 분위기를 못마땅하게 여기면서 ‘군사적 선택’과 합동군사연습의 재개에 대해 떠들어대며 긴장상태를 극도로 격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미 군사훈련의 추가 연기는 없다는 미국 정부에 정면으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앞서 노동신문은 지난달 26일에도 “미국의 합동 군사연습은 북한에 대한 전면전쟁 도발을 가상한 것”이라며 훈련 취소를 요구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3·1절 신문 사설이 일본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던 데 비해 미국을 향한 언급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신문은 “해방 후 일제를 대신해 우리 조국의 절반을 강점한 미국은 남조선에 대한 식민지 지배체제를 강화하면서 인민들의 존엄을 무참히 짓밟았다”면서 “남조선을 타고앉아 주인 행세를 하며 민족의 존엄과 리익(이익)을 악랄하게 해치고 있는 미국의 범죄적 책동은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용해 한미 간의 틈새를 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일각에선 북한이 오히려 미국과의 대화가 가까워지자 비핵화 조건을 받아들였을 때의 손익을 계산하며 내부 정비에 착수했다는 분석도 있다. ‘대미통’ 최선희가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에서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했다는 외신 보도 역시 대화 기류의 방증으로 볼 수 있다. 미국과의 트랙 1.5(민관합동대화) 채널 대화 경험이 있는 최선희의 승진은 북한이 향후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것이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사진)는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이 방한 기간 ‘북-미 대화 용의 있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북한이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의미 있고 진지한 입장을 표명한다면 대화에 참여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나설 것이라고 누가 봐도 수용할 만한 의지를 구체적으로 표명해야 북-미 대화에 나설 수 있고, 그렇지 않다면 대화가 어렵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내퍼 대사 대리는 28일 서울 주한 미대사관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우리는 비핵화라고 표현된 목표가 없는 핵·미사일 개발 시간 벌기용 대화를 원치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은 대화의 기회를 핵·미사일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시간 벌기로 사용한 전력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공개 촉구한 데 대해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은 양보할 수 없는 ‘최소 조건’임을 주지시킨 것이다. 또 내퍼 대사 대리는 “북한이 우리에게 적절한 태도를 보여야 하고 올바른 결정도 해야 한다”며 비핵화 선언과 함께 북한의 협상 의지를 신뢰할 수 있을 만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을 거듭 내비쳤다. 이어 “북한은 우리(미국)에게 연락할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뉴욕채널 등을 통한 접촉은 얼마든지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계이자 대북 대화파로 분류되는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의 은퇴에 대해선 “우리(미국 정부) 정책은 똑같이 유지될 것이고, 한국 정부와의 협력 및 조율도 흔들림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의 은퇴로 미국의 대북 기조가 더욱 강경해질 것이라는 해석에 선을 그은 셈이다. 내퍼 대사 대리는 김영철의 방한에 대해선 “남북관계의 진전을 환영한다. 아이스브레이킹(ice-breaking) 상황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4월로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연습의 연기 가능성에 대해선 “추가 지연될 가능성은 없다”고 못 박았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외교부 공동취재단}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북한 선수단, 응원단, 기자단이 26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으로 귀환했다. 이날 오전 11시 38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도착한 북한 선수단 등은 다소 피곤한 기색에도 밝은 표정으로 수속을 기다렸다. 오랜 기간 머물며 안면을 익힌 한국 측 관계자들과 “고생 많으셨습니다” “또 봅시다”라며 석별의 정을 나누기도 했다. 19일 만에 돌아가는 여성 응원단원들은 “남과 북이 언어도 핏줄도 같은 한겨레라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한 단원은 “북과 남의 선수들이 서로 힘을 합쳐서 경기에서 땀 흘리고 열정으로 합치고 공동 응원을 나눈 게 제일 뜻깊었다”고 했고, 또 다른 단원은 “통일 열기가 더욱 고조돼 조국 통일의 그날이 하루빨리 앞당겨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이후 13년 만에 한국을 찾은 북한 응원단은 과거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때보다 현저히 주목도가 낮아졌다.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단 규모가 작아 응원단 노출 기회가 적었던 데다 북한 응원단에 익숙해진 한국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만큼 눈에 띄는 응원을 선보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른바 ‘김일성 가면’ 논란을 일으킨 응원으로 응원단 책임자는 북한 당국의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응원단은 10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의 첫 경기에서 김일성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가면을 응원도구로 활용해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직접 해명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다. 한 북한 소식통은 “당시 평양에서 ‘괜한 분란 일으켰다’고 (응원단 책임자를) 엄청나게 혼냈다고 한다. 남측 주민들에게 더 다가가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남북 단일팀에 참여했던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과 피겨스케이팅 선수들도 이날 북한으로 돌아갔다. 한 북측 아이스하키 선수는 “모든 경기가 다 인상 깊었다. 다음에도 단일팀 구성이 꼭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의지를 보였다. 최종 13위로 북한 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의 최고 성적을 낸 렴대옥, 김주식 선수도 “뜨거운 성원 고맙다”는 인사를 남겼다. 북한으로 돌아가면서 취재진에게 직접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강국 조선중앙통신 기자는 “정말 특별했다.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그런 유일팀을 계속 꾸려가길 바란다”고 말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파주=공동취재단}

25일 오전 9시 49분, 천안함 폭침 주범으로 꼽히는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남측 땅을 밟았다. 4분 뒤 경의선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그는 천해성 통일부 차관의 영접을 받으며 10시 11분경에 모습을 드러냈다. “천안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어떤 점이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나”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정부는 김영철에 대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실질적인 대화가 가능한 상대’라고 말해 왔다. 하지만 굳은 표정의 북한 대남 총괄책임자는 주변에 눈길 한번 주지 않은 채 우리 정부가 준비한 검은색 제네시스 관용차에 올라탔다. 그를 두 발짝 뒤에서 따라가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도, 앞서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 때도 김여정을 수행한 김성혜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 대남통 리현,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김명국 김주성 조봄순 등 수행원단 일동도 침묵했다. 북측 대표단이 숙소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김영철의 방남을 저지하기 위해 전날부터 밤샘 농성을 이어온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지지자들, 보수단체가 통일대교를 점거하고 있었기 때문. 결국 김영철 등 대표단은 통일대교 북쪽 삼거리에서 방향을 틀어 경기 파주시 파평면과 진동면을 연결하는 전진교를 건너 자유로 당동 나들목까지 약 14.7km를 우회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은 “전진교는 일반 지도상에 나오지 않는 도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소속 김학용 국회 국방위원장이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된 ‘군 작전지역’을 거리낌 없이 내줬다”고 지적하자 국방부 대변인실은 “북측 고위급 대표단이 이용한 ‘지방도 372호선 일반도로’는 군사도로나 전술도로가 아니다”라며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전진교는 372호선 도로 노선이 아니고 전진교 남단부터 당동 나들목까지 김영철 일행이 이용한 도로도 국도 37호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철은 이날 공개적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천안함 폭침 주범의 방남 허용에 따른 거센 역풍을 의식한 듯 김영철 일행은 숙소인 서울 워커힐호텔에 도착해서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는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또 다른 취재진의 질문에도 아무 말도 안 하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방남 소감이나 점심 식사를 묻는 질문에도 입을 닫았다. 천 차관의 안내를 받으며 오후 4시경 KTX를 타고 평창 진부역에 내려 여러 대의 차량에 나눠 타고 아무 말 없이 역을 빠져나갔다. 김영철의 향후 일정은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가 22일 “통전부장의 카운터 파트는 국가정보원장”이라고 밝힌 대로 서훈 국정원장과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 대북 정책 결정자들과의 면담도 예상된다. 하지만 정부가 김영철의 일정을 철저히 가리고 있어 이 역시 언제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정부 안팎에선 김영철의 방남 비판 여론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평창 올림픽 북한 참가 종합설명자료’를 내고 “남북관계 진전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 구도를 형성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북한의 참가로 단절된 남북관계를 복원하고 한반도 평화를 정착하는 토대를 만들었다고도 자평했다. 그러면서도 “국민들의 다양한 우려와 지적을 겸허한 자세로 수용하고, 국민들의 대북인식 변화 및 젊은 세대의 가치와 요구 등을 직시하겠다”고 했다. 파주=공동취재단·신나리 journari@donga.com·서형석 기자}

25일 오후 8시,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이 열리는 올림픽플라자에 입장한 문재인 대통령은 VIP석 앞줄에 앉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악수를 나눴다. 이어 뒷줄에 앉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도 웃으며 손을 잡았다. 3시간 전 회동에서 “북-미 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김영철과 문 대통령이 다시 만난 것이다. 한미와 북한 대표단은 VIP석에서 폐회식을 지켜봤지만, 이방카 보좌관과 김영철은 폐회식이 끝날 때까지 인사를 나누지 않았다. 북한의 북-미 대화 거부로 꺼질 것 같았던 한반도 대화 기류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다시 타오르기까지의 과정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 대화 거부했던 北, 폐회식에선 “북-미 대화 용의”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평창에서 김영철과 한 시간 동안 전격 회동을 가졌다. 김영철은 이 자리에서 “북-미 대화를 할 충분한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전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남북 정상회담 제안에 문 대통령이 “북-미 간 조기 대화가 필요하다”며 북측에 공을 넘긴 상황에서, 김정은도 일단 김영철을 통해 대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개회식 전후로 문 대통령이 어렵게 마련한 북-미 대화를 성사 직전 걷어찼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의 초강력 대북 제재에 직면한 북한이 대화 국면을 마냥 모른 체 할 수는 없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북-미가 단기간 내 대화 테이블에 앉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방카 보좌관과 함께 방한한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24일 기자회견을 하고 “북한과 대화하려면 비핵화의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생산적인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 또는 추가 도발 중단이 대화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가 공개한 문 대통령과 김영철의 회동에서는 10일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의 회동에서처럼 비핵화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끊이지 않는 북-미 실무라인 접촉설 이날 폐회식 자리 배치는 개회식과 사뭇 달랐다. 당시엔 문 대통령 내외 바로 뒷줄에 김여정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앉았고,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 내외는 문 대통령 내외 옆에 앉았다. 폐회식에서는 문 대통령 내외 옆에 이방카 보좌관이 앉았고 김영철은 문 대통령과 네 자리가량 떨어진 뒷줄에 자리를 잡았다. 김영철은 오후 9시 55분경 폐회식이 끝나기 전 먼저 자리를 떴다. 앞서 이방카는 24, 25일 이틀간 북한과 관련한 어떠한 행보도 하지 않았다. 23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만찬에서 “(이 자리는) 최대한의 압박을 위한 (한미) 공동의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 생각한다”는 이방카 보좌관의 발언이 유일한 공개적 대북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날 김영철을 통해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26일 이방카 보좌관이 떠나기 전 북-미 접촉 여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북한이 대표단에 외무성 대미 라인의 주요 인사인 최강일 북아메리카국 부국장을 포함시킨 것도 가능성을 증폭시켰다. 한 외교 소식통은 “이방카 보좌관과 수행단이 26일 오전 출국하지만, 한두 명이 개인적 용무 등을 이유로 출국일을 연장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를 놓고 2014년 김영철과 북한에서 만났던 앨리슨 후커 미 국가안보회의(NSC) 한반도 담당관이 서울에 남아 27일 떠나는 김영철 일행과 별도의 일정을 소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다. 청와대도 북한에 “대화 의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고 설득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김영철이 폐막식에 참석하기 전 만찬을 함께하며 후속 논의를 가졌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신나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