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리

신나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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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신나리 기자입니다.

journari@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대통령45%
남북한 관계13%
국방10%
외교10%
정치일반7%
산업3%
검찰-법원판결3%
기업3%
사건·범죄3%
미국/북미3%
  • 남북 육로연결, ‘평창 이후’ 경제교류 염두?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개통된 경의선(서해선)과 동해선 육로는 남북이 현재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왕래할 수 있는 ‘유이한’ 통로들이다. 짧게는 개성공단 폐쇄로 2년, 길게는 금강산 관광 폐쇄로 사실상 10년간 닫혀 있었지만 양측이 ‘포스트 평창’에서 서로 기대하는 바를 달성하기 위한 길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북측은 21일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을 시작으로 향후 선발대, 여자아이스하키 선수단, 삼지연관현악단의 방남 길로 경의선을 택했다. 북측은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는 “예술단이 판문점을 통해 내려오겠다”고 밝혔다가 추후 변경했다. 개성공단 가동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경의선은 왕복 4차로로 조성돼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데 편리하다. 전문가들은 “올림픽 후 북한이 전면 폐쇄된 개성공단 재가동을 요구하는 건 당장은 먼 이야기”라고 입을 모았다. 다만 북이 경의선을 택해, 개성공단 폐쇄를 재조명하면서 슬쩍 제재 완화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것이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단 재가동 자체에 목을 매기보다는 지금의 경제제재를 풀기 위한 마중물로써 ‘제재 구멍’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림픽에 돌연 뛰어든 것도, 잦은 남북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결국 경제적 이유라는 것이다. 정부가 금강산합동문화행사 및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 시설을 확인하기 위해 사전점검단을 보내는 데 이용한 동해선 육로도 ‘평창 이후’ 경제적인 효과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행사장 시설 점검을 이유로 제반 시설들을 점검하면서 직접 북한 실상을 관찰할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향후 남북관계가 호전되면 관광지역 확대를 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이 아끼는 마식령스키장에서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 훈련이 성사되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을 수 있으나 향후 남북회담에서 요긴한 협상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에 열린 남북 간 육로들이 평창 올림픽 이후에도 유지되려면 결국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남북 교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어느 시점에서는 비핵화 대화가 시작돼야 하고, 적어도 정부가 전략적인 부분에서 북한으로부터 ‘도발을 중지하겠다’는 전향적 자세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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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개막 전날… 평양에선 열병식, 강릉에선 北예술단 공연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1박 2일간의 방남 일정을 마치고 22일 북으로 돌아간 이후 남북 교류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동해선 육로를 통해 금강산 합동 문화공연과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을 점검하기 위한 우리 측 선발대가 23일 오전 북으로 간 지 한나절도 지나지 않아 북측은 예술단 공연 일정과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파견 일정을 알려왔다. ○ 현송월, 8일 강릉에서 올림픽 전야제 공연 북측은 23일 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예술단 문제와 관련한 통지문’을 보내 평창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북측 삼지연관현악단 140여 명의 첫 공연을 다음 달 8일 강릉시 강릉아트센터에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개막 전날 전야제 성격의 공연을 열겠다는 것. 사흘 뒤인 11일엔 서울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두 번째 공연을 하겠다고 밝혀왔다. 두 공연 모두 현송월이 이끄는 삼지연관현악단이 한다. 예술단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다음 달 6일 방남해 12일 돌아가겠다고 북측은 이날 통지했다. 총 6박 7일간 머물겠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북측이 이날 통지한 내용은 예술단 사전점검단 방남 시 협의했던 내용과 거의 다르지 않다”며 제안을 수용했다. 북한 예술단은 한국 측과의 협연은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송월 방문을 지켜봤던 강릉아트센터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에 “(북측이 남측 예술단의) 협연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협연은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북측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참가하는 북측 선수단을 25일 선수단 선발대와 함께 내려 보내겠다고 통지했다. 선수단은 선수 12명, 감독 1명, 지원 2명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이날 오후 북에 전통문을 통해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남측을 방문, 합동훈련을 실시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당일 바로 응답한 것이다. ○ 우리 선발대, 동해선 타고 마식령스키장에서 1박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 등을 점검하기 위한 남측 선발대 12명은 23일 동해선 육로를 통해 2박 3일 방북 길에 올랐다. 첫 방문지는 ‘금강산문화회관’으로 우리 측의 발길이 닿지 않은 지난 2년간 시설 노후화 여부와 함께 이르면 다음 주 공연이 가능한지를 검토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선발대에 현대아산 전기 설비를 담당하는 실무직원 1명이 동행해 시설을 점검한다”고 말했다. 현대아산 측에 따르면 2008년 박왕자 씨 피격사건 이후 금강산 관광이 완전 중단된 이후에도 1년에 2, 3번은 방북 승인을 받아 시설점검을 했다. 한 관계자는 “마지막 이산가족상봉행사가 있었던 2015년 10월 이후 그해 11월 18일 (금강산) 관광기념일에 행사를 겸해 시설점검 일정으로 간 게 가장 최근 방북”이라고 말했다. 선발대는 금강산을 1차 점검한 뒤 강원 원산 인근 마식령스키장으로 다같이 이동해 남북 스키 공동훈련을 위한 시설점검을 했다. 북측은 남측 선발대를 위해 마식령리조트에 숙소를 제공했다. 또 우리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숙소에 판문점을 거쳐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까지 연결되는 전화도 설치돼 통화도 이뤄졌다. 스키 공동훈련에 참가하는 선수들을 운송할 여력이 되는지 인근 갈마비행장 현장점검도 나서기로 했다. 한편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평창 올림픽에 평양 올림픽이라는 딱지를 붙이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품격 있는 주인으로서 손님들을 당당하게 맞이하자”고 입장문을 냈다. 21일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 명의의 입장문과 22일 문재인 대통령의 수석·보좌관회의 발언에 이어 사흘 내리 나온 청와대의 평창 올림픽 메시지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문병기·홍정수 기자}

    • 2018-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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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北 구제역 발생’ 민통선 농가에도 숨겼다

    정부가 휴전선과 인접한 북한 지역에 구제역이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도 대외비로 숨긴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또 북한과 인접한 강원 및 경기지역 농가에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백신을 공급해 평창 겨울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인 이달 말까지 접종을 완료하도록 지시한 정황도 포착됐다. 22일 강원 철원군청 관계자는 “방역당국이 구제역 백신 접종 공문과 함께 구두로 북한의 구제역 발생 사실을 전하면서 대외비라며 외부에 알리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백신 접종 공문에는 중국과 몽골 구제역 발생 사실만 적혀 있고 북한은 나와 있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강원 양구군청 관계자는 “내부 문서에는 북한 발생에 대해 적시돼 있지만 수의사들에게만 알렸고 농민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다. 현재 5개 읍면 중 2개 읍면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상태인데 농민들도 연례행사 정도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의 설명과는 다른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고위 당국자는 “매뉴얼에는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하면 반드시 농가에 알릴 의무는 없지만 민통선 인근 농가에는 충분히 북한 발생 사실을 알렸다”고 밝힌 바 있다. 농식품부는 이날 “북한의 구제역 발생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공식 해명했다. 정부는 이달 말까지 구제역 예방접종을 모두 마치도록 독려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북한발(發) 구제역 공포가 확산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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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년만에 열리는 금강산 길… 정부 “대북제재 위반여부 조심”

    2008년 금강산 관광 전면 중단으로 10년간 끊어졌던 동해선 육로가 23일 다시 열린다. 금강산 남북합동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 사전점검을 위해 남측 선발대 12명이 2박 3일간 방북길에 오르기 때문이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북측 사전점검단이 경의선 육로로 되돌아간 지 하루 만에 반대편에서 남북을 연결하는 육로가 재개통되는 셈이다. 또 북측 선수단 점검단이 25일 내려오면서 예비 ‘평창위크’가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 금강산, 마식령스키장 시설 점검 이주태 통일부 교류협력국장을 단장으로 한 남측 선발대는 23일 오전 9시 반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CIQ)를 통해 금강산을 방문한다. 동해선 육로는 2015년 10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 때 잠시 열리긴 했지만 금강산 관광 중단 후 사실상 10년 가까이 왕래가 끊긴 길이다. 선발대는 일정을 마치고 귀환할 때도 동해선 육로를 사용한다. 선발대는 첫날 금강산 온정리에 있는 ‘금강산 문화회관’과 함께 이산가족 면회소 등을 둘러볼 계획이다. 이들 시설은 각각 현대건설, 현대아산에서 지었다. 현송월이 서울과 강릉시의 공연장에서 음향 설비 등을 확인했던 것처럼 남측 선발대도 금강산문화회관 설비를 집중 점검한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이 “금강산 문화행사는 1월 말, 2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한 만큼 문화행사를 준비할 시간은 일주일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선발대 중 일부는 강원 원산시 마식령스키장으로 이동해 공동훈련 시설을 점검할 예정이다. 김정은의 최대 치적 중 하나로 꼽히는 마식령스키장 공동훈련은 문재인 정부가 남북회담에서 먼저 제안한 남북교류 이벤트다. 공동훈련은 국가대표 선수를 제외한 스키협회 추천 선수들의 방문으로 진행된다. 17일 실무회담에서 북한이 1박 2일 일정을 제시한 점을 감안하면 선발대가 스키장 인근 숙소 점검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초 선발대는 공동훈련 참가 스키선수들의 항공기 이동을 위해 원산시 인근 갈마비행장도 찾을 것으로 알려졌으나 방문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갈마비행장은 북한이 지난해 4월 25일 김정은이 참석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로 군종합동타격시위를 실시한 곳이다. 북한은 또 2016년 6월 이곳에서 무수단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 북한이 남측 선발대 방북 비용 부담할 듯 정부는 현 단장이 이끄는 북측 사전점검단이 서울과 강릉시에서 머문 비용 일체를 남북교류협력기금에서 충당할 방침이다. 사전점검단뿐 아니라 25일 내려올 북측 선발대, 다음 달 방남할 응원단 등의 체류비를 모두 합쳐 평창 패럴림픽이 끝난 후 국회 의결을 거쳐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을 방문하는 남측 선발대의 체류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도 관심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현재 협의 중이지만 상호주의에 따라 남북이 상호 편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북측의 사전점검단과 대표단 체류비를 남측이 지원하는 것처럼 남측 선발대의 체류 비용은 북측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일각에선 남측 선발대 활동 과정에서 대북제재 위반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는 물론 각종 독자제재를 위반하지 않도록 조심하겠다”고 했지만 위반 논란은 곳곳에서 벌어질 수 있다. 가령 마식령스키장은 이용료가 1인당 하루에 35달러, 호텔비는 300달러가량으로 북한이 이를 부담하지 않아 남측이 일부라도 지불하면 북한에 현금 이전을 금지하는 유엔 대북제재 결의 위반 소지가 있다. 남측 선발대가 북한으로부터 어떤 대우를 받을지도 관심이다. 또 현송월이 한국에 머물며 그랬던 것처럼 스키장과 합동 공연장 시설과 관련해 각종 요구를 자유롭게 할지도 지켜볼 일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 기자}

    • 2018-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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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송월에 질문 쏟아지자… 국정원 “불편해하신다” 가로막아

    21일 오전 10시 26분 서울역 정문에 도착한 버스 문이 열리고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내렸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이뤄진 남북 교류의 첫 발걸음을 보려는 군중으로 역 주변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현송월은 겹겹으로 에워싼 경찰의 경호를 받고 취재진과 시민들의 관심 속에 엷은 미소를 띤 채 주차장으로 향했다. KTX 4번 탑승구까지 최단시간에 이동할 수 있도록 정부가 배려한 덕에 점검단의 외부 노출은 길어야 3분이었다.○ 국정원, 취재진에 “질문 자꾸 하지 말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사전점검단의 방남은 이날 오전 9시 2분 경기 파주시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CIQ)에 도착한 순간부터 요란했다. 대형 버스 2대에 나눠 탄 점검단은 순찰차 4대, 사이드카 8대 등의 호위를 받으며 서울역으로 떠났다. 도심 일대 등 현송월 일행이 지나가는 곳곳의 교통이 통제됐다. 서울역엔 점검단이 도착하기 10분 전부터 의경 720명이 일대를 통제했다. 평소 역 안팎에 있던 노숙인들도 경찰의 지도 아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북한 노동당 중앙위 후보위원 현송월을 둘러싼 국가정보원의 근접 경호도 철통같았다. 방남 소감을 재차 묻는 취재진에 국정원 관계자는 “(현송월이) 불편해하신다. 질문 자꾸 하지 말라” “(질문은 정부와) 협의된 바 없다”며 거칠게 가로막았다. 현송월이 공연장이 있는 강원 강릉으로 이동하던 중 KTX산천 내 화장실 시설을 보고 놀라워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한 통일부 여성 직원이 현송월에게 “화장실 시설이 좋다”고 귀띔했는데 현송월이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송월 단장이 이용한 KTX산천 화장실은 동일한 기종의 다른 열차들과 마찬가지로 양변기와 세면대, 휴지통 등이 갖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 현송월 “서울보다 강릉 남자가 친절” 정오를 넘겨 강릉역에 도착한 현송월 일행은 역에 있던 시민들이 “환영한다”면서 소리를 지르자 손을 들어 답례하는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그가 하루 중 유일하게 남측 주민들에게 보인 반응이었다. 점검단은 점심식사를 위해 경포 해변에 자리한 씨마크호텔로 이동했다. 8인실에서 남측 인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현송월은 우리 측 인사들에게 ‘강릉 사람들이 따뜻한 것 같다’ ‘시민들이 많이 나와 환영해줘서 고맙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점검단의 본격 일정은 공연장 후보로 오른 황영조체육관과 강릉아트센터 점검부터였다. 황영조체육관은 7분 정도 둘러봤다. 우리 측 인사가 “(북한에서 올림픽 참가에 대해) 1년 전에 연락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너무 갑자기 연락을 주는 바람에 새로 (체육관에 적절한 시설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자 현송월은 “여기에 (체육관을) 새로 지었으면 좋았을걸. 그러게 말입네다”라고 화답했다. 그 대신 476억 원을 들여 만든 강릉아트센터에서는 2시간 반가량 머물며 큰 관심을 보여 이곳에서 공연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엘가의 ‘위풍당당행진곡’ 등 몇 곡을 틀어 음향을 확인했고 998석의 사임당홀과 단체분장실, 의상실 등을 둘러보기도 했다. 조명과 음향시설을 평소 악단이 쓰던 것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이탈리아, 미국의 브랜드인 ‘클레이파키’와 ‘마이어 사운드’다. 현송월은 아트센터 관계자가 커피를 권했더니 “(믹스커피처럼) 섞은 것 말고 아메리카노 커피로 달라”고 했다고 한다. 현송월은 의자에 앉을 때 치마가 무릎 위로 올라와도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다리를 꼰 채 환담에 응했다. 그러면서 “서울보다 강릉 남자가 친절한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송월 등 점검단의 동선마다 시민, 경호병력, 수행단, 취재진이 뒤섞였던 현장은 오후 6시 20분경 숙소인 강릉 스카이베이호텔에 도착해서야 일단 마무리됐다. 외신까지 몰려들어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현송월은 알 듯 말 듯한 미소를 보인 것 외에는 그 어떤 질문에도 공개적으로 입을 열지 않았다. 강릉=공동취재단·김동혁 기자 hack@donga.com / 신나리·홍정수 기자}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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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점검단 파견 취소’ 카드로 IOC협상 주도권 노린듯

    21일 남한 땅을 밟은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사전점검단 일정은 당초 알려진 것과 차이가 없었다. 앞서 북한은 19일 오전 11시경 “점검단을 보내겠다”고 밝혔다가 11시간 뒤 ‘중지’ 결정을 내렸다가 다시 이튿날 오후 “보내겠다”고 통보하는 등 아무런 설명 없이 자기 멋대로 행보를 보였다. 이 때문에 북한이 내용이 바뀐 것도 없는 현송월 파견을 왜 하루 미뤘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① 한국 언론 보도 때문에 현송월 파견 번복했나=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0일 오후 1시경 브리핑을 갖고 전날 밤 북측이 일방적으로 방문 취소 결정을 내린 것과 관련해 “북측에 파견 중지 사유를 알려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11시 20분경 같은 내용의 전통문을 북측에 보낸 데 이어 장관이 휴일에 브리핑까지 자청했다. “북에 너무 끌려다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높아지자 “북측에 할 말을 하고 있다”며 해명에 나선 것. 그런 정부는 겉으론 김정은이 평창을 체제 선전장으로 만들 것을 우려하는 언론 보도 영향이 있었다고 밝혔다. ‘현송월은 김정은의 옛 애인’ ‘마식령스키장 공동 훈련은 대북제재 위반’ 등의 보도가 잇따르자 북한이 홧김에 현송월 파견을 취소했다는 것. 정부 고위 당국자는 20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과도하게 추측성 보도나 비판적 보도를 하는 것과 관련해 한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대승적 차원에서 평화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조를 부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북한은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서는 남한 언론을 비판했지만 우리 정부에 정식으로 남한 언론의 보도 내용을 적시해 비판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또 다른 당국자는 21일 동아일보에 “북측이 언론 보도에 불쾌감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에 대한 항의로 현송월 파견을 미룬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언론의 현송월 과거 언급 등이 문제가 됐다면 현송월 대신 다른 사람을 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 단일팀에 북한 선수 자리 넓히려 한 듯=정부 당국자들의 초기 설명과는 달리 스위스 로잔에서 진행되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의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북측의 승부수였다는 분석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북한과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 번복을 놓고 전통문을 주고받았던 시점 전후 로잔에서는 평창 올림픽에 참가할 북측 선수단 구성 논의가 한창이었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단장으로 한 우리 대표단과 김일국 북한 체육상을 앞세운 북한 대표단은 18일(현지 시간) 일찌감치 현지에 도착해 내부 회의와 함께 IOC와 접촉하며 20일 최종 회의를 놓고 힘겨루기를 했다. 우리 정부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내부적으로 북한 선수 5∼6명 참여, 1∼2명 출전을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IOC는 “북한 선수 12명 참가에 경기마다 최소 3명 이상이 참가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북측이 “사전점검단을 다시 보내겠다”고 통지한 지 2시간 20여 분 뒤다. 북측은 매 경기 뛰는 북측 선수를 5명까지 늘려 달라고 압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측이 ‘현송월 취소 카드’를 지렛대로 로잔에서의 협상력을 높이려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IOC 회의에서 협상의 우위를 차지하려고 배경설명 없이 방문단 취소를 결정하며 흔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부 핵심 관계자는 “북한이 현송월을 파견한 뒤에도 공식적으로 왜 파견을 하루 미뤘는지에 대한 우리의 공식 해명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면서도 “북측 입장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IOC에서 선수단 구성 문제가 해결된 뒤 예술단을 위한 점검단을 보내는 게 모양상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어쨌든 북한은 ‘가겠다→안 가겠다→다시 가겠다’를 모두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우리 정부를 들었다 놓으면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북측 선수 쿼터는 더 얻어냈다. 이 때문에 ‘평창 타임’은 어쨌든 시작됐지만 이로 인한 남남갈등이 더 확산될 수 있는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여권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 개막 직전까지 현송월 파견 번복 사태와 비슷한 일은 여러 차례 벌어질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남북 교류라 할 수 있는 만큼 서로 조율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황인찬 hic@donga.com·신나리 기자}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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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정부, 北 구제역 발생 쉬쉬 논란

    정부가 휴전선 인근 북한 일대에 구제역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고 민간인통제선 인근 지방자치단체에 백신 접종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북한의 구제역 발생 사실을 공표하지 않아 평창 겨울올림픽 북한 참가를 의식해 통보를 축소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가 21일 확인한 ‘북한 구제역 발생 관련 백신 접종 계획 알림’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18일 강원 양구군, 철원군, 인제군 등에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으니 가축들에 백신을 접종해 사전 예방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렸다. 해당 지역은 올림픽이 열리는 평창과 인접한 데다 23일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으로 떠날 남측 선발대가 이용할 예정인 동해선 육로와도 가깝다. 최소 5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 대표단에 대한 방역 관리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농식품부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최근 주변 국가에서 구제역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며 “특별방역기간이 종료되는 5월까지 한층 더 방역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근 주변 국가 사례로는 중국과 몽골만 언급됐을 뿐 북한은 거론되지 않았다. 농식품부 고위관계자는 “북한에서 최근 구제역이 발견돼 방역관리를 당부하면서 백신을 공급했다”고 했다가 뒤늦게 설명을 바꿨다. 그는 “지난해 2월 휴전선 인근 경기 연천군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적이 있어 예방 차원에서 백신을 공급했다가 이후 북한에서도 구제역이 발생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질병관리본부는 이날 오전 9시 8분 입경한 현송월 등 사전점검단을 상대로 검역을 실시했으나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신나리 journari@donga.com / 세종=최혜령 기자}

    • 201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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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견도 취소도 기습통보… 北, 하루종일 南 ‘들었다 놨다’

    20일부터 펼쳐질 줄 알았던 현송월의 ‘평창 타임’은 11시간 만에 없었던 일이 됐다. 19일 오후 10시 북한이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 등 북측 예술단 관련 사전점검단의 방남을 돌연 취소하면서 평창 겨울올림픽은 물론이고 대화 모드에 들어선 남북관계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평창 올림픽에 대한 여론도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올림픽에서 뛸 선수단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예술단 동선부터 먼저 점검하겠다는 북측에는 “선전 갑질”이라는 비판이, ‘방문 하루 전 통보’라는 외교적 결례도 마다않고 수용한 정부엔 “김정은에게 잔치 못 열어줘서 안달”이라는 비난까지 나오던 찰나였다. ○ 북한의 기습 통보에도 4시간여 만에 화답 이날 밤늦게 판문점 연락소에 도착한 북측 통지문은 간단했다. “예술단 사전점검단의 지역 파견을 중지하겠다.” 파견을 중단한 이유도, 아무런 설명도 없이 한나절 전 온 통지문을 완벽히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오전 9시 30분 개시 통화 후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예술단 사전점검단을 20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1박 2일 체류하는 일정으로 보내겠다’고 보내온 통지문에 기초해 후속 일정을 차분히 협의하던 중 맞은 날벼락이었다. 15일 예술단 파견 관련 남북 실무접촉 후 나흘 만에 북측이 보낸 파견 통보는 기습적이었다. 실무접촉 직후 이우성 남측 수석대표가 “공연장 선정을 최종 확정해야 하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오는 걸로 저희도 희망하고 있다”고 했지만, 방문 전날 통보까지 예상한 이는 없었기 때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합동 업무보고 도중 부하 직원으로부터 긴급 메모를 전달받았고, 통일부는 4시간여 만인 오후 2시 45분 북측에 ‘동의한다’고 회신했다. 2시간 뒤엔 현송월 등 점검단이 머물 숙소와 강릉을 먼저 둘러본 뒤 서울로 올라오는 식의 동선을 담은 체류 일정까지 북측에 통보했다. 판문점 채널로 후속사항을 채 합의하기도 전인 늦은 오후, 정부는 23일 남측 선발대 명단까지 보냈다. “금강산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을 2박 3일간 점검할 12명을 동해선 육로로 보내겠다”는 통지였다.○ 북한의 ‘매력 공세’가 한방 먹였다 이번 사태는 김정은이 평창 올림픽에 몸이 단 문재인 정부를 들었다 놨다 하며 확실하게 한반도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현송월을 전면에 내세운 ‘매력 공세(charm offensive)’ 전술이 대표적이다. 주말 동안 서울과 강릉을 돌며 남측을 휘젓는 유명인과 그 일행들로 우리 국민들의 시선을 빼앗고 스포츠 행사라는 본질을 흐리려 했다는 것이다. 단일팀 구성과 한반도기 사용으로 남남 갈등을 겪고 있는 여론을 더 분산시키겠다는 의도였다. ‘사전점검 단장으로만 당 중앙위원회 후보위원인 현송월이라는 실세를 보냈으니 한국 정부도 성의를 보이라’는 식으로 북한이 올림픽 이후 ‘평창 청구서’를 들이밀었을 것이다. 북한이 벌인 현송월 파견 취소로 안 그래도 북한발 ‘평창 드라이브’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여론은 더 확산될 듯하다. 한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우리를 갖고 논 것 같다”고 말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사전점검단 방남을 앞두고 현송월이 부각되고 그로 인해 자신들의 최고 존엄(김정은)과 현송월의 관계를 우리 측 여론이 계속 언급하면서 최고 존엄을 비하했다고 북한이 판단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안 그래도 20대를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안 좋은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 대표적이었는데 여기에 기름을 붓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2014년 9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에선 응원단을 파견하겠다고 한 뒤 전격 취소한 사례도 있다. 북한은 당시 7월 열린 남북 실무회담 때만 해도 경의선 육로로 350명의 대규모 응원단을 보내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8월 말 돌연 취소했다. 북한 올림픽위원회 손광호 부위원장은 북한 조선중앙TV의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관한 시사논평’ 프로그램에 출연해 “북남관계 개선과 민족 화해와 단합을 위해 큰 규모의 응원단을 파견하기로 했으나 남측이 응원단 파견을 우려하면서 시비하고 바라지 않는 조건에서 응원단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며 전격 취소 사유를 밝혔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 기자}

    • 2018-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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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강산-개성공단길에서 ‘빅 이벤트’… 교류 상징 되살리기

    최소 인원(3 대 3)의 대표단으로 최장 시간(416분), 최다 회의(총 10차례)를 거쳐 탄생한 세 번째 남북회담 결과는 화끈했다. 17일 남북 고위급(차관급) 실무회담이 합의한 공동보도문에 따라 당장 이달 23일부터 평창 겨울올림픽 계기 남북 교류가 이뤄진다.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을 하는 것도 결정됐다. 당초 예상보다 한반도가 빠르게 ‘평창 타임’에 접어들 듯하다.○ 다음 주부터 오가는 남북 남북이 왕래할 기회는 평창 올림픽 개막 전에만도 최소 5, 6차례다. 시작은 23일 금강산과 마식령스키장으로 떠나는 남측 선발대가 끊는다. 선발대는 이틀간 평창 올림픽 개막 전 남북 합동 문화행사가 열리는 금강산과 남북 스키선수들의 공동 훈련이 진행되는 마식령스키장 현지 시설 점검을 마치고 돌아온다. 남측 선발대가 귀환하는 25일, 북측 선발대도 남한 땅을 밟는다. 경기장을 비롯한 선수단,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 등이 활동하는 현지 시설 점검차 방문하는 것이다. 29일 본격적인 선수단 등록이 완료되면 다음 달 1일에는 북측 선수단이, 7일에는 북측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230여 명의 응원단, 30여 명의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이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으로 내려온다. 이에 앞서 15일 예술단 파견을 위한 남북 실무접촉에서 논의됐던 ‘삼지연 관현악단’의 육로행은 물론이고 예술단 활동을 위한 사전점검단의 이동까지 합하면 사실상 다음 주초부터는 스포츠 교류라는 명분 아래 남과 북의 경계가 한시적으로 허물어지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예상보다 더 파격적인 남북 교류를 놓고 남남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조짐은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과정에서부터 이미 일부 드러났다.○ 11년 만에 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 이날 회담에선 여자 아이스하키 종목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9일 고위급 회담에서 단일팀 구성을 요구했던 우리 측 제안을 북한이 받아들인 것이다. 20일(현지 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서 단일팀 구성안이 최종 채택된다면 사상 첫 올림픽 단일팀이 된다. 남측 대표단이 제안한 개막식 공동입장과 한반도기 사용도 결정됐다. “올림픽 주최국이 주최 국기를 포기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일각의 비판과 함께 야 3당이 한반도기 사용을 반대하고 있어 진통이 예상되지만, IOC 회의를 통과한다면 가장 최근이자 9번째 공동입장이던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 이후 11년 만이다. 국제 경기대회에서 전 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남북 공동입장이 처음 성사된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이다. 당시 남과 북은 대회 개막 1주일 전까지도 공동입장을 둘러싼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61명의 선수단을 파견한 북측이 양쪽에서 50명씩을 선발할 것을 주장해 400명에 이르는 한국 선수단은 대다수가 개회식에 참석할 수 없어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결국 북한이 20명의 임원을 추가로 급조하기로 해 양측은 90명씩 참석하기로 합의했다. 실제로 공동 입장에 최종 참석한 인원은 한국 120명, 북한 60명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남북 균형’을 맞추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평창 겨울올림픽의 한국 선수단은 220∼230명인 반면에 북한은 10분의 1인 20명 내외의 선수단을 파견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공동입장 기수는 ‘남녀북남’ ‘남남북녀’로 대회마다 서로 엇갈렸다. 가장 최근이자 9번째 공동입장이던 2007년 창춘 겨울아시아경기에선 남측 오재은(여자 알파인스키), 북측 리금성(남자 아이스하키)이었다. 이런 관례에 따르면 평창에서는 남남북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숨 가쁘게 진행된 남북 실무회담으로 구체적인 합의들이 쏟아져 나오자 시선은 이제 남북과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가 참여하고 IOC가 주재하는 20일 로잔 4자회의로 쏠리고 있다. 북한 선수단, 공동 입장 형식 등 구체적인 얼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 기자}

    • 2018-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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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핵-이산상봉 미뤄둔 채 2주일간 순조로운 ‘평창 해빙’

    “2주가 2년 같았다.” 16일 정부 당국자는 최근 진행된 남북 대화 국면을 돌아보며 이렇게 말했다. 1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평창 참가’ 신년사 이후 내달려온 남북 대화 국면이 그만큼 급박했다는 것. 하지만 한반도의 근본적 긴장완화를 위한 고위급 대표단의 평창행 등 대화의 ‘본게임’은 이제부터라는 지적이 나온다. ○ 2년여 만의 대화, 물꼬는 텄지만 9일 고위급 회담은 2년 1개월 만에 열렸지만 공동보도문을 내며 관계 진전의 첫발을 내디뎠다. △군사적 긴장 완화 △한반도 문제에서 대화로 해결 등 합의 내용도 발표했다. 남북은 3일 판문점 연락채널에 이어 9일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했다. 북측은 고위급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의 대표단을 보낼 의사를 밝히고, 그 ‘선봉’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을 보내기로 했다. 평창을 남북 축제의 장으로 만들자는 정부 기대에 화답하는 동시에 김정은 체제 선전의 장으로 삼으려는 의도도 감추지 않고 있는 것. 물론 이런 흐름이 ‘평창 모멘텀’에 속도를 더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윤덕민 전 국립외교원장은 “북한이 무리하게 체제 선동 시도만 하지 않는다면 일단 공연 자체는 남북 화해 무드 형성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럼에도 아직 북한의 속내는 분명치 않다. 정부가 요구한 군사회담 개최는 합의됐지만 일정이나 의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김정은 신년사 이후 북한의 페이스대로 지나치게 끌려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우리와 국제사회가 북한에 요구하는 사항은 회담 기간 중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놓고선 첨예한 입장 차만 확인했다. 고위급 회담 북측 수석대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9일 “(비핵화 여론이 조성되는 등) 오도되는 소리가 나오면 좋지 않은 모양새를 가져온다”고 쏘아붙였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도 마찬가지. 북한은 탈북 여종업원의 북송 등을 조건으로 내걸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평창 너머’로 의제 넓혀야 일각에선 북한이 평창 올림픽 때 여종업원 문제를 이슈화해 역공할 가능성까지 점친다. 예술단이나 참관단 속에 여종업원 가족 몇 명을 포함시켜 한국에 내려와 “내 딸이 보고 싶다”는 식의 퍼포먼스를 통해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정부가 지나치게 평창 올림픽에 매달렸다는 지적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협상의 3박자인 일정, 의제, 발언권 모두 북한에 내줬다. 이제라도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남북은 17일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관련한 제반 사항을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개막식 공동입장, 단일팀 구성, 한반도기 사용 등을 놓고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20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회의에 남북한의 합의안을 내놓기 위해서다. 북측의 평창 참가에 정부가 ‘편의 제공’을 약속한 만큼 대북 제재 위반 논란을 피할 지원책 마련을 놓고도 논의가 오갈 수 있다. 북한은 협상에 나서면서도 대남 공세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16일 논평에서 “진정으로 북남관계 개선을 바라고 조선반도의 평화적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할 용의가 있다면 ‘키리졸브’ ‘독수리’ 연합 군사연습을 연기할 것이 아니라 완전히 중지해야 한다”고 엄포를 놨다. 조선중앙통신은 15일 “남조선 당국이 여론 관리를 바로 못하고 입 건사(간수)를 잘못하다가는 잔칫상이 제상으로 될 수 있다”고 협박했다.신진우 niceshin@donga.com·주성하·신나리 기자}

    • 2018-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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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란봉 대신 삼지연… 오케스트라에 노래-춤 단원도 합류

    15일 남북대표 간 첫 실무접촉으로 윤곽이 드러난 방남(訪南) 예술단은 모란봉악단이 아닌 ‘삼지연 관현악단’이었다. 140여 명이 한꺼번에 내려와 서울과 강원 강릉에서 공연을 진행하기로 한 북측 예술단은 조만간 사전 점검단까지 내려보내 후보 공연장들을 살펴보고 최종 결정한다고 밝혔다.○ 실체가 알려지지 않은 매머드급 관현악단 15일 남측 실무대표로 나선 이원철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대표이사에 따르면 삼지연 관현악단의 오케스트라는 80∼90명이다. 여기에 노래와 춤을 담당하는 단원들까지 합해 매머드급 예술단이 한국 땅을 밟게 된다. 그러나 삼지연 관현악단의 정확한 실체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2009년 1월 창단된 것으로 알려진 삼지연 악단이 가장 유사하지만 동일한 오케스트라인지는 우리 당국도 확인 중이다. 기존의 삼지연 악단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결성된 만수대예술단 소속 남녀 혼성 팝스 오케스트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공연 영상들을 살펴보면 악단은 바이올린, 첼로, 하프, 트럼펫, 클라리넷, 플루트, 팀파니 등 관현악기를 위주로 하며 피아노와 러시아 민속악기인 바얀을 비롯한 개별 악기들을 연주했다. 여성 단원들이 현악 파트에 압도적으로 많고, 남성들이 주로 트롬본 등 관악기를 쥐고 있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삼지연 악단 조직을 재편했거나 다른 예술단 소속 단원들을 임시로 급조해 연합단을 구성했을 가능성도 있다. 과거 삼지연 악단 소속 일부 단원은 삼지연을 떠나 2012년 7월 모란봉악단 첫 시범공연에 모습을 보인 사례도 있다. ○ 모란봉악단 안 와도 현송월은 올 수도 기대를 모았던 ‘북한판 걸그룹’ 모란봉악단 대신 삼지연 관현악단을 내세운 북측의 의도는 무엇일까. 우선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모란봉악단이 체제 선전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현악으로 남측과 예상되는 충돌을 최소화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삼지연 악단 역시 예술단 통치와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실무협상에서 북한 체제 홍보색을 얼마나 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날 실무접촉에서 사실상 차석대표로 참석한 현송월 관현악단장의 방남 가능성도 점쳐진다. 9시간여에 걸친 회담을 마친 남측 대표단은 “올지 안 올지 잘 모르겠다”고 밝혔지만, 통일부는 여전히 모란봉악단을 이끄는 현송월이 방문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창, 노래, 라이온 킹 OST 연주도 남측 수석대표인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북측이 평창을 계기로 방남하면 기본적으로 통일 분위기에 맞고 남북이 잘 아는 민요, 세계 명곡 등으로 구성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삼지연 악단은 ‘인민의 환희’라는 새해 경축공연을 선보인 바 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조선의 오늘’이 지난해 1월 3일 올린 유튜브 동영상에는 분홍빛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과 자줏빛 재킷을 갖춰 입은 남성 단원들이 ‘룡을 길들인 소년’ ‘뵙고 싶었습니다’ 같은 음악을 연주했다. 북측 매체 설명들로 미뤄 보면 진달래와 진달랫빛은 삼지연 악단의 상징으로 보인다. 2016년 11월 16일 어머니날 경축공연에도 비슷한 의상으로 악보받침대 커버에 삼지연 악단 로고로 오선지 위에 활짝 핀 진달래를 표현했다. 삼지연 악단이 미국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 영화 라이온 킹, 미녀와 야수, 인어공주 등의 OST를 연주하면서 배경으로 영화를 편집해 띄운 영상들도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 영화음악이나 클래식을 연주할 가능성도 점쳐진다.신나리 journari@donga.com·황인찬 기자}

    •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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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체제선전 위한 예술단 파견, 10시간도 안돼 합의 끝내

    북한이 15일 남북 실무접촉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에 ‘삼지연 관현악단’ 140여 명으로 구성된 예술단을 파견키로 하면서 이른바 ‘평창 모멘텀’이 다시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선수단 구성보다 예술단 파견을 먼저 결정하는 등 이번 올림픽을 김정은 체제를 선전하고 ‘핵무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기 위한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도 드러내고 있다. ○ 예술단 육로행 대표단 전체로 이어지나 이날 접촉 결과는 ‘대규모 예술단을 육로로 파견한다’로 압축된다. 북한이 먼저 육로행을 밝혔다는 게 정부 대표단의 설명이다. 북측은 판문점을 경유해 서울과 평창까지 육로로 이동하는 방안을 공식적으로 제기했고, 수송 수단 등 편의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는 확답하지 않았지만 이는 북한 평창 겨울올림픽 대표단의 예상 이동 루트를 시사하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파주세관 등 관세청이 남북 고위급회담 제안 당시 육로행을 우선순위에 두고 사전 검토했던 사실이 확인됐고, 인력 지원 방안 등이 세관에서 추가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북측의 요청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관계자도 “아직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140명이 넘는 대규모 인력이 내려오기에는 육로가 가장 현실적이라는 판단에는 별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 배후에서 원격조종하는 북한 지도부 남북 실무접촉 결과가 담긴 공동보도문은 접촉 시작 후 10시간도 안돼 비교적 빨리 공개됐다. 30분짜리 단타 회담을 거듭했던 오전 회의 시간은 공개된 반면 오후 회의는 몇 차례를 했는지, 언제 시작해서 끝났는지 알 수 없는 ‘깜깜이 진행’ 속에서 이뤄져 궁금증을 낳았다. 복수의 당국자들은 “실무 내용을 그동안 판문점 채널을 통해 팩스로 주고받았고 문서를 통해 비교적 의견 접근이 많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북측이 관현악단 실무자들을 앞세워 짧게 회의를 진행한 것은 뒤에서 지도부가 원격조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사전 답사를 보내고 문서로 갈음하겠다는 것 역시 불필요한 오해 소지를 줄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초반 환담은 훈훈했다. 양측 수석대표인 권혁봉 북한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과 이우성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악수를 한 뒤 6일 전 고위급회담처럼 날씨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권 국장이 “지금 대한(大寒)이 가까워 오는데 날씨가 아주 훈훈하다. 올해 봄이 아주 빨리 오려나 보다. 우리 예술단이 남측에 나가는 계절로 보면 입춘이 지나고 봄의 열기가 아주 환할 때 좋은 계절이다”라고 건네자 이 실장도 “며칠 전부터 계속 추웠는데 오늘 회담도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예상된다. 날씨가 도와주는 것 같다”고 화답했다. ○ 선수단, 이산가족 등 향후 난제 적지 않아 이젠 17일 차관급 회담에서 개막식 공동 입장과 단일팀 구성이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번 회담에선 북한 선수단의 방한에 따른 이동 방법과 수송, 숙박, 안전 등이 전반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 동시 입장이 성사된다면 한반도기가 2007년 창춘 동계아시아경기 이후 11년 만에 등장할지도 관심사다. 개막식에 입장할 남북 선수단 규모도 논의가 필요한 대목이다. 겨울올림픽에서 유일하게 남북이 공동 입장했던 토리노 올림픽 때는 한반도기를 앞세운 남북 선수단 56명(남측 44명, 북측 12명)이 함께 들어섰다. 하지만 평창 대회에선 남측이 200명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를 파견하는 반면 북한은 10명 안팎으로 꾸려 어느 때보다 균형이 맞지 않는다. 실무접촉의 첫 단추는 끼웠지만 올림픽 의제 외 남북관계 개선 관련 문제는 어떻게 논의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앞서 접점을 찾지 못한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계속 꼬이고 있다. 북한은 9일 고위급회담에서도 지난해부터 주장해 온 탈북 식당 여종업원들의 북송을 요구했다는 점이 알려졌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2018-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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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신임 받는 현송월, 협상 전면에… ‘北걸그룹’ 평창 올듯

    15일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관련 첫 실무회담에는 북측 대표단으로 북한 예술인 4명이 나선다. 올림픽에 맞춰 방문할 북측 예술단 규모와 공연 내용 등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통일부는 피바다가극단, 만수대예술단 등 북한의 주요 예술단 12곳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소개하고 있지만 정보가 충분하지는 않다. 관련 당국자는 “단원 명단이 공개되지 않고, 공연 내용, 실제 활동 여부 등을 일일이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얼굴 드러내는 북측 예술인들 대표단 면면을 살펴보면 수석대표인 권혁봉 문화성 예술공연운영국 국장과 ‘북한판 걸그룹’으로 불리는 모란봉악단의 단장을 겸하는 현송월 관현악단 단장이 남측에도 낯익은 편이다. 안정호 예술단 무대감독과 실무지원을 위한 김순호 관현악단 행정부단장은 다소 생소하다. 권 국장은 한국과 인연이 있다. 2012년 3월 북한의 은하수관현악단과 정명훈 지휘자가 이끄는 라디오프랑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프랑스 파리에서 합동 공연을 할 당시 은하수관현악단의 수행단장을 맡았다. 대표단 중 가장 이슈인 인물은 현송월 단장이다. 한때 처형설, 해임설이 돌았지만 2014년 대좌 계급장을 달고 나와 건재함을 과시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당 중앙위원회 제7기 2차 전원회의에서 당 중앙위 후보위원으로도 임명되면서 핵심 인사로 떠올랐다. 현 단장은 2015년 12월 중국 베이징에서 모란봉악단의 공연을 앞두고 중국 측에서 체제 선전 내용을 문제 삼자 “(김정은) 원수님의 작품은 점 하나 뺄 수 없다”며 공연 시작 3시간 전 취소를 전격 결정해 김정은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란봉악단의 방남 성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2012년 김정은 체제 출범과 함께 결성된 이 악단은 ‘예술단 통치’의 선봉에 서서 체제 선전을 톡톡히 하고 있다. 김일성 때 만수대예술단, 김정일 때 왕재산전자악단과 ‘휘파람’, ‘반갑습니다’로 유명한 보천보전자악단이 있었다면, 김정은 시대엔 모란봉악단이 대표 악단으로 꼽힌다. 2012년 7월 6일 첫 공연에서는 짧은 미니스커트 차림의 하이힐을 신은 여성들이 영화 ‘록키’의 주제곡과 ‘마이 웨이’를 연주하는 파격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 차석대표 교체, 클래식 대신 전자악단? 북한은 14일 오후 1시 30분경 돌연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전날 통보한 실무접촉 대표를 변경한다고 통지했다. 당초 차석대표급이던 윤범주 관현악단 지휘자 대신 안정호 감독으로 바꾼 것이다. 이를 두고 당초 한국에서 하려던 관현악단 공연을 빼고, 전자악단으로 승부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탈북 예술인은 “안정호는 보천보전자악단과 왕재산전자악단 등을 거쳐 현재 모란봉악단에서 창작실 부실장을 맡고 있는 전자악단의 대가”라며 “이미 북한에서 인민예술가, 노력영웅 등 예술인으로 받을 수 있는 모든 명예를 받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범주는 관현악단 지휘자였는데, 북한이 클래식은 자신이 없으니 자기들이 잘할 수 있는 전자악단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마음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예술단 실무접촉 대표에서 은하수관현악단 지휘자를 제외하고 모란봉악단 부실장을 새로 넣은 것은 남쪽에 모란봉악단만 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은하수관현악단을 파견할 경우 한국에서 2013년 8월 화제가 됐던 은하수관현악단 예술단원 처형 사건이 다시금 화제가 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도 있다. 당시 문경진 단장 등 악단 핵심 예술인들이 처형된 뒤 은하수관현악단은 4년째 북한 매체에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당초 대표로 파견하려던 윤범주 지휘자는 북한군 대남심리전 부대인 ‘적군와해공작국’(적공국)에 10년 동안 장교로 근무했던 대남 심리전 전문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적공국은 대남방송, 삐라 등 심리전을 담당한 부대다. 특히 한국의 최신 가요 중 한국군 장병들에게 인기 있는 노래를 골라내 개사한 뒤 적공국 악단에서 똑같이 제작해 대남방송으로 내보낸다. 연주가 출신인 그는 1990년대 초반 적공국 중위로 임관해 10년 만에 대좌급인 실장까지 올라갔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주성하 기자}

    • 2018-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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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대통령이 트럼프에 남북회담 결과 ‘보고’?

    미국 백악관은 1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간의 정상통화 사실을 알리며 “문 대통령이 9일 남북고위급회담의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리핑’했다(brief)”고 밝혔다. 외교 관계에서 동맹국 간에 주요 이슈에 대한 정보를 정상 간 통화나 장관급·실무급대화로 배경 설명을 받는(debrief) 일은 흔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회담과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가 자신의 대북 압박 덕이라고 강조하는 분위기 속에서 ‘brief’가 자칫 ‘보고한다’는 개념을 연상케 한다는 말도 나왔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가에선 ‘brief’가 윗사람에게 보고한다는 개념이라기보다는 가치판단이 배제된 일상적인 표현으로 봐야 한다. ‘explain’(설명하다) 또는 ‘inform’(주지시키다)과 동의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백악관은 지난해 9월 21일 미영 정상 통화 후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브렉시트’ 협상 상황을 브리핑했다(brief)”고 밝히기도 했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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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민간단체에도 남북협력기금 지원 검토

    정부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민간단체 사업에도 남북교류협력기금의 지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남북 고위급 회담 재개에 이어 남북 간 교류와 협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가 확인한 지난해 9월 통일부 차관 주재 ‘지자체 남북교류협력 협의체 비공개 회의 결과보고’에 따르면 통일부는 “민간단체도 우수한 교류협력 사업이면 지원 가능하다”고 밝혔다. ‘지자체나 민간단체에 대한 남북협력기금 지원이 가능하냐’는 일부 지자체의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다. 정부가 100대 국정과제로 내놓은 “민간 및 지자체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자율적인 활동 공간을 확보하도록 지원하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기금 지원뿐만 아니라 대북 사업 절차의 간소화도 검토되고 있다. 통일부는 지난해 말 지자체들이 협력사업을 신고하고 승인받는 조건을 완화해 달라고 건의하자 “남북 지역 간 사업과 관련한 접촉이나 협력사업은 신고만으로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국회가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북 사업에 대한 지자체와 민간단체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수 교류협력 사업을 어떤 기준으로 선정할지, 사업은 투명한지 평가할 시스템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제사회가 도입한 대북 제재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서 자칫 성급한 대북 지원이 제재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높다. 한 대북 전문가는 “정부가 지자체와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확대하되 그 투명성이나 제재 위반 여부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변종국 기자}

    • 2018-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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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크루즈-항공 이용땐 대북제재 위반 소지… 육로 이동경로, 금강산-도라산 루트 검토

    정부가 판문점 남북 채널이 재개된 3일 금강산 육로(陸路)를 포함해 평창 겨울올림픽에 참가할 북한 대표단 이동경로에 대해 이미 사전 검토를 마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입수한 파주세관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북한선수단 참가대비 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검토한 북한 대표단의 육로 이동 방식은 총 3가지다. △금강산 육로 △개성공단과 연결된 도라산 육로를 통해 차량으로 이동하는 경로 △개성공단과 연결된 도라산 육로를 거친 뒤 철도 이동 등이다. 철도 이동은 평양역을 출발해 개성을 거쳐 도라산역에서 내린 뒤 환승해 서울역에서 경강선 KTX를 타고 강릉으로 이동하는 방식이다. 철도 이동 방식은 남북 철도 연결이란 상징성이 있지만, 남북 철로의 궤도 너비가 다르고 일부 구간의 노후화로 보수가 필요해 한 달 내 준비하기 어려워 우선순위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금강산 육로 이동은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조직위)가 희망하는 방안으로 기재돼 있다. 북한 대표단이 오면 이들의 출·입경을 관리하게 될 파주세관은 육로 외에도 원산항에서 출발한 만경봉호를 타고 속초항으로 이동하는 크루즈 선박 경로, 평양 순안공항에서 고려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양양공항에 도착하는 항공 경로도 검토했다. 또한 육로 등과 결합한 복합이동 경로도 검토했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에 저촉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듯 부수적인 검토나 설명 없이 최소한으로 언급되어 있다. 이에 따라 대북제재 위반 논란을 피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높은 육로 이동이 최종안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선 이날 남북 회담에서 이동 경로는 물론이고 북측 선수단이 육로 이동 중 차량에서 내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는 ‘평화의 퍼포먼스’를 하는 방안도 논의됐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문화체육관광부도 5일부터 ‘남북문화교류협력 특별전담반(TF)’을 구성해 가동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올림픽 준비와 별개로 남북 문화교류 폭을 넓히겠다는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합의를 이루면 앞으로 전담반을 중심으로 북측에 새로운 문화교류 사업들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별전담반은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을 단장으로 11개 주무담당 과장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주 1회 회의를 열고 남북 교류 핵심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신나리 journari@donga.com·변종국 기자}

    •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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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선권 “수소탄 美겨냥… 南 비핵화 제기땐 모든게 수포” 위협

    물 흐르듯 진행되던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의 분위기가 뒤집힌 건 막판 남북 공동보도문 도출을 위한 ‘종결회의’ 때부터였다. 앞서 오후 8시 종결회의 예고 공지 때만 해도,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는 ‘마라톤 밤샘회의’는 아니라는 안도감이 퍼졌지만, 8시 14분경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회담 시작 후 처음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같은 시각 판문점 평화의집 테이블에 마주 앉은 10명의 양측 대표단 사이엔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논의는 비교적 수월했다. 그러나 비핵화 언급과 군 통신선 재개 문제로 사달이 났다.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가는 길이 더 오래 간다” “기대도 큰 만큼 회담을 확 드러내놓고 하는 게 어떠냐”는 등 첫 회의에서 호방하고 유쾌했던 북측 수석대표인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웃음기가 싹 가신 얼굴로 공동보도문을 읽었다. 얼굴색이 상기된 리 위원장은 공동보도문 낭독을 마친 후 결국 ‘핏대’를 세웠다. “회담장과는 달리 남측 언론에서 지금 북남 고위급 회담에서 그 무슨 비핵화 문제 가지고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여론을 확산하고 있다”며 언성을 높인 것. 남측 대표단의 얼굴이 굳어졌다. 종결 발언을 마친 리 위원장에 조명균 통일부 장관도 지지 않았다. “남측 언론에서 비핵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남측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하자, 리 위원장은 조 장관을 오래 응시했다. 종결회의가 37분이나 걸린 것도 리 위원장이 상당 시간을 군 통신선 재개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지연된 것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들의 설명이다. 리 위원장은 “3일 우리 최고 수뇌부 결심에 따라 오후 3시부터 군 통신을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측이) 마치 오늘에야 비로소 열린 것처럼 하는 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측 대표단이 9일 오후 2시부터 재개됐다고 발표한 데 대해 발끈한 것이다. 그는 “우리 성원들이 달라붙었지만 (남측은) 우리 구간에 반응이 없었다. 3일 개통한 문제는 여론을 속이자는 게 아니다”라며 섭섭하다고도 말했다. ‘돌부처’ 조 장관과 다혈질인 리 위원장의 논쟁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우리는) 열지 않고 열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아니다. 남측은 아직 원인을 모르지 않느냐”고 리 위원장이 몰아붙이자 조 장관이 “내일부터는 완전하게 통화될 것이라는 사실만 이야기했지 다른 설명이 아니다”라고 수습했다. 격정 토론이 휩쓸고 간 회담장을 뒤로하고 리 위원장과 대표단, 수행단은 오후 9시 25분경 다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판문각으로 돌아갔다. 이날만 3번째 넘나든 군사분계선이다. 759일 만에 남측 평화의집에서 마주한 남북의 대화는 하루 만에 총 8차례로 나뉘어 진행됐다. 정회시간을 제외한 회의시간은 264분으로 4시간 24분이었다. 가장 긴 회의가 65분이었고, 3차 대표 접촉은 15분 만에 끝났다. 이날 회의는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10명 모두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 짙은 푸른 계열의 넥타이 차림이었다. ‘평창수’가 준비된 회담 테이블 위에서 처음 오른 화제는 영하 7.5도의 혹한이었다. “자연계 날씨보다 북남관계가 더 동결 상태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 위원장은 “두껍게 얼어붙은 얼음장 밑으로 거세게 흐르는 물처럼 북남 고위급 회담이라는 귀중한 자리가 마련됐다고 생각한다”며 희망을 비쳤었다. 6·15남북공동선언 당시를 아련히 추억하며 “온 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 그 값비싼 결과물을 드리는 게 어떤가”라고 운도 뗐다. 조 장관이 ‘첫걸음이, 시작이 반이다’와 함께 상충되는 ‘첫술에 배부르랴’ 메시지를 건넨 건 결과적으로 일종의 예고편이었다. 다소 긴장감이 돌았던 마지막 회의로 인해 이날 오후 회담 중간에 지원단으로 얼굴을 비친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의 역할에도 이목이 쏠린다. 2015년 이희호 여사가 평양에 갔을 때 안내를 맡았고, 남북회담에 다양하게 참가했던 실무자로 잘 알려져 있다. 리 위원장이 몸담고 있는 조평통이 통전부의 산하기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맹 부부장의 등장이 지나쳐서는 안 될 대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통전부가 조평통을 앞세워 뒤에서 회담의 큰 그림을 그리고 지휘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장치일 수도 있다. 개입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고 설명했다.판문점=공동취재단·신나리 journari@donga.com·홍정수 기자}

    •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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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기 들고 공동입장땐… 한국, 자국 국기 안든 첫 개최국

    북한이 9일 정부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요청을 흔쾌히 수용하면서 평창 땅을 밟는 북측 인사들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선수단은 물론이고 고위급 대표단과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 응원단에 더해 기존엔 참가한 적 없던 참관단과 태권도 시범단, 기자단까지 파견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되는 북측 대표단을 위해 한국 정부도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지원에 나설 방침이다.○ 선수단 규모 5∼10명 예상 이날 회담에서는 우리 측의 제안으로 남북선수단의 경기장 공동 입장과 공동 응원단도 논의됐다. 북한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고 화답했고, 이후 올림픽 참가와 관련된 실무회담을 개최하는 데도 합의했다. 남북 공동 입장은 2000년 시드니 여름올림픽을 시작으로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 등 9차례 있었다. 그동안 공동 입장할 때는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한 만큼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도 남북이 공동 입장한다면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럴 경우 한국은 올림픽 개최국 중 자국의 국기를 들지 않고 입장하는 첫 번째 사례가 된다. 현재로선 북한의 경기력을 감안할 때 북측 선수단 참가 규모는 5∼10명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이스하키 등 종목에 단일팀을 구성하면 북측 선수단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식 경기가 아닌 시범경기(연습경기)에 참가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평창 참가가 가장 유력한 후보는 자력으로 출전권을 따냈던 피겨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조다. 이 밖에 다른 종목은 국제 수준과 격차가 있다는 평이지만 지난해 한국을 찾았던 여자 아이스하키, 쇼트트랙, 크로스컨트리 등이 출전 예상 종목으로 거론된다.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북한의 상대가 안 됐다. 첫 대결이었던 2003년 아오모리 아시아경기에서 한국은 북한에 1-10으로 완패했다. 북한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가장 큰 점수 차 승리였다. 당시만 해도 북한 여자 아이스하키는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했다. 그해 아시아경기에서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지만 세계 랭킹은 13위였다. 하지만 한국이 꾸준히 전력을 보강하면서 전세가 역전돼 현재는 북한이 한국에 열세다. 쇼트트랙은 피겨페어 조 다음으로 평창 올림픽 출전권 획득이 유력한 종목으로 꼽혔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제1차 월드컵과 10월 네덜란드 도르드레흐트 제2차 월드컵 남자 1000m에 김은혁과 최은성을 파견했다. 두 선수 가운데 평창행이 유력했던 김은혁은 2차 월드컵까지 35위를 기록해 월드컵 랭킹 32위까지 주는 출전권이 가시권에 들어왔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 상하이에서 시작된 제3차 월드컵에 선수들을 내보내지 않으면서 사실상 올림픽 티켓을 포기했다.○ 예술단, 참관단 첫 방문에 역대 최대 규모 될까 여기에 예술단이나 참관단 등 과거 대회엔 보낸 적 없는 단체들까지 가세하면 한국 땅을 밟는 사상 최대 규모의 대표단이 될 수 있다. 최근 무주에 왔던 국제태권도연맹(ITF) 시범단은 36명이었지만,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북한이 보낸 대표단은 수백 명에 달한다. 2005년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에는 선수단 20명과 응원단 124명 등 144명이,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는 선수단 221명과 응원단 306명 등 527명이 왔다.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에는 선수단 362명과 응원단 288명 등 사상 최대 규모인 총 650명을 보낸 바 있다. 북한이 패럴림픽까지 대표단과 선수단을 보낸다면 최소 27일간 우리 땅에 머물게 된다. 이번 북한의 평창 올림픽 참가를 둘러싸고 물밑에서 대북 접촉을 했던 김경성 남북체육교류협회 이사장은 “응원단은 지금 당장 모집이 어려워 기존에 활동하고 있는 모란봉예술단 등에서 차출해 파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북한 선수단이 얼마 오지 않기 때문에 예술단과 시범단은 경기 때 남한팀을 응원하거나 경기가 열리지 않을 때 공연과 시범을 보여 관심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첫 회담에 큰 보따리를 풀어 놓은 북한이지만 대표단 체류 문제와 같은 현실적인 고민들도 있다. 정부는 북한 대표단이 머물 공간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크루즈 아닌 육로로 오면 숙소가 필요한데 마련했나”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다양한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양종구 기자}

    • 2018-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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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결혼하자마자 세쌍둥이 못낳아”

    “결혼하자마자 바로 세 쌍둥이 낳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지금까지 못 만난 시간도 너무 긴데….” 문재인 정부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을 하루 앞둔 8일, 통일부의 한 고위 당국자는 회담 의제와 전망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정부는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문제 외에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여러 논의를 기대하고 있지만 섣불리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지난해) 7월 17일 제의한 시급성이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 중심적으로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해 제안했다가 여태껏 아무런 답을 듣지 못했던 △군사회담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는 것. 이를 위해 정부는 관련 부처가 모두 모이는 전략기획단회의와 전략회의, 그리고 모의회의를 수차례 열었다. 북측에 수행원과 지원인력 명단을 통보하는 것을 끝으로 회담 준비 실무 작업도 마쳤다. 남북 양측은 회담 시작부터 치열한 탐색전을 벌일 듯하다. 정부는 이날 “9일 오전 10시(우리 시간) 회담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북측은 2015년 8월 고위급 접촉 당시 우리 시간보다 30분 늦은 ‘평양시(時)’에 맞춰 나왔고, 이번 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평양시에 따라 업무 개시와 종료를 통보해왔다. 북한이 돌발 요구로 회담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있다. 2004년 남북 장성급 회담 당시 식량지원을 요구하며 회담 진행을 꽁꽁 묶은 것이 대표적이다. 우리 측이 평창 올림픽을 넘어 의제를 확장할 경우 북한이 올림픽 대표단 구성 등에 확답을 미루며 우리 속을 태울 수도 있다. 이와 관련해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이번 주 스위스 로잔 IOC 본부에서 평창 참가를 논의할 예정이라고 AFP통신은 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북측이 별도로 IOC에 평창행을 타진하는 만큼 남북회담에서 ‘평창 합의’를 도출하기에는 무리가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회담 성사까지 북한이 무리한 요구나 제안을 하지 않았다. 평창과 관련해서는 무난하게 합의에 이를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신나리 journari@donga.com·신진우 기자}

    •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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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청동 남북회담본부가 실질적 지휘소

    9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는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 평화의집보다 세 시간 먼저 불이 켜진다. 7시 30분경 남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을 필두로 5명의 대표단과 수행단이 떠나면 삼청동 회담본부도 몸 풀기를 끝내고 본격적인 회담 모니터링 준비에 들어간다. 남북 회담 경험이 풍부한 한 정부 당국자는 “진짜 회담을 진두지휘하는 곳은 삼청동”이라고 귀띔했다. 회담본부 사령탑은 남북 군사회담 전문가인 이상철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맡을 것으로 보인다. 그 아래 통일부를 비롯해 국가안보실,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 안보 관련 부처 관료들이 회담본부에 들어간다. 회담 시작 직후부터 평화의집 연락관을 통해 실시간으로 대표단에 협상 전략을 제시하고 관련 대응을 지시한다. 평양에서 열린 남북 회담 대표단으로 참석한 바 있는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수정 제의하라’거나 ‘북측 조건을 받으라’든가 ‘정 어려운 것은 정회하라’는 식의 지시가 대표단에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남 원장은 “정회 기간 동안 대표단끼리 ‘작전 타임’을 짤 수 있도록 여유도 있다. 막후에서는 남북 실무진 간 별도의 의사 타진이나 교섭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관급인 국가안보실 차장이 통일부 장관에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느냐는 말도 나오지만 어차피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전달되는 만큼 별문제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회담장 음성을 평양에 전송할 것이 유력한 북측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대리 정상회담’이기 때문이다.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2018-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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