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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은 3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제1회 어린이교통안전동요 경연대회를 열었다. 노래를 통해 안전한 보행문화를 쉽게 이해함으로써 어린이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행사다. 이날 대회에는 예선 참가자 약 2000명 가운데 20개 팀, 약 400명이 무대에 올랐다. 서울 양천구 곰달래어린이집 열매 1반이 유치부 단체상 대상, 강서구 염경초등학교가 초등부 단체상 대상을 수상했다. 경찰악대 연주와 홍보단 공연, 마술 등 다양한 이벤트도 열렸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이 28일 경찰에 출석했다. 이 이사장은 직원 여러 명을 상대로 폭언 및 폭행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 등 한진그룹 일가 세 모녀는 한 달 사이 모두 수사기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이날 오전 9시 55분경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도착했다. 고개를 숙인 채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에서 내렸다. 단정하게 손질된 머리에 검은색 정장을 입었고 목에는 푸른색 계통의 스카프를 둘렀다. 이 이사장은 폭행 여부 등을 묻는 취재진 질문에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피해자들에게 피해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가위나 화분을 던졌냐” 같은 구체적인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이 이사장은 포토라인에 서 있던 2분 30초 동안 “죄송하다”는 말을 7차례 반복했다. 그 대신 피해자 회유 시도를 묻는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이사장은 2014년 5월경 한진그룹 계열사인 인천의 한 호텔 공사현장에서 직원들에게 행패를 부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 이사장에게 폭행과 업무방해 이외에 상습폭행과 상해 등 혐의 적용도 검토 중이다. 이 이사장은 전 수행 운전기사에게 운전을 못한다며 수차례 폭언하고 신발을 벗어 던지거나 자택에서 근무했던 경비원을 향해 가위와 화분을 던졌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지난달 23일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그동안 공사현장 근로자와 자택 경비원, 가사도우미, 수행 기사 등 피해자 11명을 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이 이사장에 대한 처벌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일가의 상속세 미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최근 200억 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를 추가로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 일가가 그룹 계열사의 건물 관리 업무를 다른 계열사에 몰아주는가 하면 면세품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통행세’ 명목으로 비용을 받아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친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이 24일 피의자 신분으로 출입국 당국에 소환됐다. 조 전 부사장이 수사기관 포토라인에 선 것은 2014년 12월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이날 조 전 부사장을 상대로 필리핀인들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가장해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고용한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이날 낮 12시 55분경 서울 양천구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도착한 조 전 부사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고개를 푹 숙인 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답했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안경을 쓴 모습이었다. 조 전 부사장은 이어지는 질문에는 “죄송하다”고만 한 뒤 조사실로 향했다. 출입국 당국은 조 전 부사장과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이 10여 년 동안 10∼20명의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의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과 조 전 부사장의 용산구 이촌동 집에서 일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출입국 당국은 앞서 공개된 4통의 대한항공 내부 e메일 등을 근거로 이 이사장이 필리핀인 가사도우미를 물색하고 고용하는 전 과정에 주도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2014년 6월 23일 대한항공 인사부 직원이 직속 상관에게 보낸 e메일에는 ‘금일 아침 DYS(비서실)로부터, 평창동 연수생 입국일을 7/3(화) 저녁으로 하라는 사모님(이 이사장) 지시를 전달받아 보고드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e메일에 나오는 ‘연수생’은 가사도우미를 뜻한다. 같은 날 마닐라 지점에서 인사부에 보낸 e메일에는 ‘이촌동 연수생은 이번 주 금요일(6/27), 평창동 연수생은 다음 주 목요일(7/3)에 KE622편으로 한국에 차질 없이 입국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적혀 있다. 또 같은 해 11월 3일 대한항공 비서실은 ‘연수생 관련 사모님 지시사항 전달’이라는 제목으로 인사부에 e메일을 보냈다. ‘새로 온 연수생이 과일 손질/야채 손질 보통이라고 되어 있는데 하나도 할 줄 모른다. 새로 연수생을 빨리 구하라’는 내용이다. 나흘 뒤 다시 보낸 ‘사모님 지시사항’에선 기존 연수생의 비자를 취소하고 마닐라로 돌려보내라는 지시와 ‘(이 이사장이) 새 연수생 구하라고 한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직도 구했다는 연락이 없음을 질책하셨다’며 빠른 진행을 독촉하기도 했다. 출입국 당국은 조 전 부사장의 진술과 e메일 내용 등을 토대로 다음달 초 이 이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이날 수백억 원대의 상속세를 미납한 혐의 등으로 조 회장 형제들의 주거지와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빌딩 등 10여 곳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서울지방국세청은 한진 일가가 고 조중훈 전 회장(한진그룹 창업자)에게서 상속받은 해외 비자금을 신고하지 않아 500억여 원의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며 검찰에 고발했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자현 기자}

최저임금에 정기 상여금 등을 포함하는 문제를 두고 막판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 산입 범위(산정 기준)를 어디까지 확대할지를 놓고 여야 간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는 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실력 행사’에 나서면서 논의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1일 오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최저임금법 심의에 들어갔다. 여야는 일단 산입 범위를 확대한다는 원칙에는 공감대를 이룬 상태다. 하지만 어디까지 넓힐지를 두고 간극이 적지 않다. 현재 산입 범위에는 기본급과 직무·직책수당 등 매달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임금만 포함된다. 여당은 여기에 매달 지급하는 상여금과 숙식비(기업이 근로자에게 현금으로 제공하는 숙박비와 식비)까지만 넣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도 여당 안을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 안대로 산입 범위가 넓어지면 기본급이 최저임금(올해 157만3770원)인 근로자가 매달 30만 원의 상여금을 받을 경우 최저임금 산입 범위는 187만여 원이 된다. 최저임금이 현재보다 19.1%(30만 원) 더 오를 때까지 사용자는 이 근로자의 월급을 꼭 올려줄 필요가 없다. 경영계는 매달 지급하는 정기 상여금은 물론이고 △지급 주기가 두 달 이상인 상여금 △숙식비 외 복지수당(교통비 등)까지 최저임금 산정 시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당인 자유한국당도 경영계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반면 소위 간사인 이정미 정의당 의원은 국회가 아닌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산입 범위를 논의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이날 소위는 오후 8시부터 양대 노총과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를 참석시켜 의견을 듣는 자리까지 마련하고 밤늦게까지 논의를 이어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늦어도 7월 중순까지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 확대에 반대하는 민노총은 실력 행사에 나섰다. 민노총은 20일 더불어민주당 광역자치단체장 후보 캠프 10곳을 점거하고 농성을 한 데 이어 21일엔 국회 앞에서 시위를 열어 “산입 범위를 확대하면 낙선운동을 벌이겠다”고 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낙선운동은 위법이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12명은 무리하게 국회 진입을 시도하다가 현장에서 경찰에 검거됐다. 이날 시위에는 조합원 5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했고, 이 가운데 20여 명은 국회 본관 앞 계단과 분수대 사이에서 기습 시위를 벌이다 국회 방호원들에게 제지당하기도 했다. 현행 집시법 11조는 국회 100m 이내 장소에서의 집회나 시위를 금지하고 있다.유성열 ryu@donga.com·김자현 기자}

17일 오후 5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중앙광장 지하 1층. KU프라이드클럽 라운지에 깔끔하게 정장을 갖춰 입은 신사 숙녀 30여 명이 모였다. 조명 빛이 내리는 사진 배경 판 옆에서 흰머리 지긋한 노신사가 해맑게 웃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지나던 학생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선배들을 바라봤다. 고려대 ‘크림슨 아너스 클럽 데이’ 행사였다. 고액 기부자를 초청해 학교 발전 및 비전을 공유하고 기부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는지 공개하는 자리였다. 크림슨 아너스 클럽은 1억 원 이상 학교에 기부한 사람을 예우하기 위해 지난해 만들었다. 고려대는 해외 유수 대학처럼 모금 및 기부자 예우를 제대로 실행하기 위해 2015년 3월 기금기획본부를 만들었다. 이후 ‘미래를 여는 고대, 함께 만드는 고대’, ‘장학금 기부자 감사의 밤’ 등 기부자 초청 행사를 꾸준히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안영일 신동해인터내셔널㈜ 대표이사(63), 유지담 전 대법관(77), 박희재 서울대 교수(57) 등 기부자 30명이 참석했다. 유 전 대법관은 “장학금 덕분에 공부할 수 있었던 대학 시절을 생각하면 아직도 갚을 게 많다”고 말했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63)은 “나눔의 가치를 후배에게 전수해 또 다른 기부를 만들어내는 ‘선순환의 마중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정말 말 잘 듣는 아이였는데….” 20세 아들을 둔 A 씨(48)는 최근 서울의 한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A 씨는 이른바 ‘헬리콥터맘’이다. 그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스케줄을 관리했다. 혹여나 나쁜 길로 빠질까 주기적으로 휴대전화도 검사했다. 아들은 군말 없이 잘 따랐다. 소위 ‘SKY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아들이 A 씨를 피하기 시작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새벽 늦게 들어와 아침 일찍 다시 나갔다. 외박도 잦아졌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짜증 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아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A 씨 아들이 매일 혼자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아싸(아웃사이더)’로 불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적응과 부모 기피 같은 현상의 배경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 파괴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A 씨의 상담사는 “공부시간과 사생활을 통제한 부모에게 자녀가 뒤늦게 불만을 갖고 단절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라고 했다. 한세영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부모가 설계한 삶에 수년간 종속되면서 아이들의 불만이 축적된다.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위험성을 항시 지닐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모의 통제가 익숙한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대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가 갑자기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향숙 한국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아이들의 사회성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폐에 가까울 정도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제에 익숙한) 아이들은 대학 혹은 직장에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아이를 완전히 통제하려다가 자칫 아이 인생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자기 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다. 아이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수년간 시간을 갖고 사회화를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내적, 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그게 참 종이 한 장 차이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조모 씨(43)는 요즘 고민이 늘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빠 껌딱지’였던 딸이 올해 들어 부쩍 숨기는 게 늘었다. 예전에는 학교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시시콜콜 털어놨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자기 스마트폰을 아빠가 만지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조 씨는 “부모로서 관여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항상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을 지키려면 우리 아이들에게 일정부분의 ‘사생활’ 보장이 필요하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말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가 혹시나 ‘나쁜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신경이 쓰인다. 아이들이 원하는 사생활의 기준은 무엇일까. 부모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본보 취재팀은 13, 1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초등학교 5, 6학년 자녀를 둔 부모 3명, 그리고 초등학생 4명과 각각 ‘부모님방’ ‘아이들방’이라는 단체대화방(단톡방)을 만들어 속내를 들어봤다.○ “창피해요” 사생활 경계에 단호한 아이들 “쪽팔리잖아요!” “저작권(?)이 있잖아요!” 오영아(가명·12) 양과 안보연(가명·11) 양이 거의 동시에 메시지를 보냈다. “방에 있는 서랍이나 일기장, 노트를 부모님이 살펴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4명 중 3명이 10초도 되지 않아 “안 돼요”라고 답했다. “부모님이 허락 없이 방에 들어오는 건 괜찮다”고 답변하던 아이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은 내용을 엿보는 것을 더 싫어했다. 아이들에게 사적인 영역을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은 ‘창피함’이다. 한상민(가명·11) 군은 “엄마가 밖에서 있었던 내 개인적인 일을 어딘가에서 듣고 와서 나한테 물어볼 때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도 “맞아요” “저도 그건 좀…”이라며 공감을 표현했다.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창피했던 사건으로 ‘학교에서 삐쳐서 뛰쳐나갔던 이야기’ ‘집에서 울었던 이야기’ 등을 꼽았다. 부모는 대부분 별것 아니라고 생각해 꺼낸 이야기이지만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친구 관계도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보장받고 싶다는 게 아이들의 생각이었다. “부모님의 의견도 참고는 하겠지만 판단은 스스로 하고 싶다”는 것. 기자는 ‘메신저로 욕설을 일삼는 나쁜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부모들은 “문제가 있는 친구라면 나서서 말려야 한다” “아이에게 전후 사정을 물어본 뒤 문제가 있다면 끼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님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모든 사생활 보장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는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앱)’에 대해 아이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일제히 답했다. “우리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권주희(가명·11) 양은 “어차피 추적해봐야 맨날 학원에 있을 거라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사생활 기준 애매모호한 부모들 “저는 일기장은 가끔 본 적이 있네요.” “초반에는 카카오톡 검열을 좀 했었죠.” 부모들은 담담했다. 아이들은 “절대 안 된다”고 했던 분야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달새’(온라인 닉네임·42·여)는 “아이들의 솔직한 일상을 살펴보려고 일기장을 열어보곤 했다.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니 그래도 안심은 되더라”고 털어놨다. 아이들은 달랐다. 오 양은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대부분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서툴고 과도한 개입이 자칫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선원(가명·12) 군은 요즘 스마트폰만 들면 ‘기숙사 있는 중학교’를 검색하곤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부모님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확인한다며 수시로 방을 뒤졌기 때문이다. 쓰레기통까지 확인할 정도로 간섭이 심해지자 김 군은 부모가 무서워졌다. 그리고 부모에게서 멀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부모가 사사건건 개입하기보다 일정 부분 아이의 영역을 보장해줘야 아이들이 그 안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권기범 기자}

“그게 참 종이 한 장 차이 같아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조모 씨(43)는 요즘 고민이 늘었다. 몇 년 전만해도 ‘아빠 껌딱지’였던 딸이 올해 들어 부쩍 숨기는 게 늘었다. 예전에는 학교 친구들과 나눈 이야기를 시시콜콜 털어놨지만 더 이상 그러지 않는다. 자기 스마트폰을 아빠가 만지면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조 씨는 “부모로서 관여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항상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을 지키려면 우리 아이들에게 일정부분 ‘사생활’ 보장이 필요하다. 자신이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말한다. 그러나 부모들은 아이가 혹시나 ‘나쁜 일’을 하고 있지 않은지 항상 신경이 쓰인다. 아이들이 원하는 사생활의 기준은 무엇일까. 부모의 생각은 어떻게 다를까. 본보 취재팀은 13, 14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도움을 받아 초등학교 5, 6학년 자녀를 둔 부모 3명 그리고 초등학생 4명과 각각 ‘부모님방’ ‘아이들방’이라는 단체대화방(단톡방)을 만들어 속내를 들어봤다.● “창피해요” 사생활 경계에 단호한 아이들 “쪽팔리잖아요!”, “저작권(?)이 있잖아요!” 오영아(가명·12) 양과 안보연(가명·11) 양이 거의 동시에 메시지를 보냈다. “방에 있는 서랍이나 일기장, 노트를 부모님이 살펴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4명 중 3명이 10초도 되지 않아 “안 돼요”라고 답했다. “부모님이 허락 없이 방에 들어오는 건 괜찮다”고 답변하던 아이들은 자신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적은 내용을 엿보는 것을 더 싫어했다. 아이들에게 사적인 영역을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은 ‘창피함’이다. 한상민(가명·11) 양은 “엄마가 밖에서 있었던 내 개인적인 일을 어딘가에서 듣고 와서 나한테 물어볼 때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도 “맞아요” “저도 그건 좀…”이라며 공감을 표현했다. 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창피했던 사건으로 ‘학교에서 삐쳐서 뛰쳐나갔던 이야기’ ‘집에서 울었던 이야기’ 등을 꼽았다. 부모는 대부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 꺼낸 이야기이지만 민감한 시기의 아이들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친구 관계도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으로 보장받고 싶다는 게 아이들의 생각이었다. “부모님의 이견도 참고는 하겠지만 판단은 스스로 하고 싶다”는 것. 기자는 ‘메신저로 욕설을 일삼는 나쁜 친구가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을 던졌다. 부모들은 “문제가 있는 친구라면 나서서 말려야 한다” “아이에게 전후 사정을 물어본 뒤 문제가 있다면 끼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들은 “부모님의 의견은 존중하지만 결정은 우리가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모든 사생활 보장을 원하는 건 아니었다. 사생활 침해 논란을 빚는 ‘위치추적 앱’에 대해 아이들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일제히 답했다. “우리 안전을 위해 설치하는 것이라면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권주희(가명·11) 양은 “어차피 추적해봐야 맨날 학원에 있을 거라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사생활 기준 애매모호한 부모들 “저는 일기장은 가끔 본 적이 있네요”, “초반에는 카카오톡 검열을 좀 했었죠.” 부모들은 담담했다. 아이들은 “절대 안된다”고 했던 분야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 ‘달새’(온라인 닉네임·42·여)는 “아이들의 솔직한 일상을 살펴보려고 일기장을 열어보곤 했다.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니 그래도 안심은 되더라”고 털어놨다. 아이들은 달랐다. 오 양은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대부분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부모의 서툴고 과도한 개입이 자칫 아이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울 강남에 사는 김선원(가명·12) 군은 요즘 스마트폰만 들면 ‘기숙사 있는 중학교’를 검색하곤 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 부모님이 공부를 열심히 하는지 확인한다며 수시로 방을 뒤졌기 때문이다. 쓰레기통까지 확인할 정도로 간섭이 심해지자 김 군은 부모가 무서워졌다. 그리고 부모에게서 멀어져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조윤영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복지사업본부장은 “부모가 사사건건 개입하기보다 일정 부분 아이의 영역을 보장해줘야 아이들이 그 안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스라밸’ 없는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문제점과 대안 ▼“정말 말 잘 듣는 아이였는데….” 20세 아들을 둔 A 씨(48)는 최근 서울의 상담센터를 찾아 울먹였다. A 씨는 이른바 ‘헬리콥터맘’이다. 그는 아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 학원 ‘뺑뺑이’를 돌리며 스케줄을 관리했다. 혹여나 나쁜 길로 빠질까 주기적으로 휴대전화도 검사했다. 아들은 군말 없이 잘 따랐다. 소위 ‘SKY대학’에 진학했다. 주변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A 씨를 부러워하며 “아들 잘 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아들이 A 씨를 피하기 시작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았다. 새벽 늦게 들어와 아침 일찍 다시 나갔다. 외박도 잦아졌다. “왜 그러느냐”고 묻자 “짜증 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A 씨는 아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충격적인 말을 들었다. A 씨 아들이 매일 혼자 학교생활을 하고 친구들 사이에서 ‘아싸(아웃사이더)’로 불린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부적응과 부모 기피 같은 현상의 배경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 파괴에서 찾는다. 대표적인 후유증이라는 것이다. A 씨의 상담사는 “공부시간과 사생활을 통제한 부모에게 자녀가 뒤늦게 불만을 갖고 단절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다”라고 했다. 한세영 이화여대 아동학과 교수는 “부모가 설계한 삶에 수년간 종속되면서 아이들의 불만이 축적된다.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위험성을 항시 지닐 수밖에 없다”고 했다. 부모의 통제가 익숙한 아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대인관계 유지에 어려움을 겪는다. 지금껏 누려보지 못했던 자유가 갑자기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향숙 한국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은 “아이들의 사회성 문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부모들이 많다. 자폐에 가까울 정도로 타인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통제에 익숙한) 아이들은 대학 혹은 직장에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수 있다. 아이를 완전히 통제하려다가 자칫 아이 인생 전체를 망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자기시간을 주체적으로 쓸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통제가 불가피할 경우 고압적 태도보다 아이도 납득할 수 있게 충분한 대화와 설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순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는 “부모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내다. 아이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고 수년간 시간을 갖고 사회화를 지켜봐야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내적, 외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신규진기자 newjin@donga.com김자현기자 zion37@donga.com}

‘어디를 가지….’ 영어학원이 끝난 건 오후 3시 50분. 다음 논술학원 시간까지 50분이 남았다. 40분 걸어서 집에 갔다 오는 것보다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 한다. 200m만 걸으면 작은 공원이 있다. 하지만 뛰어놀 친구가 별로 없다. 땀나면 수업 듣기도 힘들다. “어제 ‘코노’를 갔으니 오늘은 PC방 갈 차례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중얼거렸다. 코노는 ‘코인노래방’의 줄임말이다. 500원에 노래 두 곡을 부를 수 있다. 할 수없이 또 PC방에 왔다. 올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 학원수업 시작 15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수시로 모니터 오른쪽 밑에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11일 기자가 지켜본 우진이(가명·12)의 방과 후 일정이다. 논술학원이 끝나고 오후 6시 10분 다시 만난 우진이는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 스마트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진이는 한 인기 유튜버(개인방송자)를 보여주면서 “시간 때우기에 딱 좋아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30분가량 거리를 떠돌던 우진이는 수학학원이 있는 건물 1층의 카페로 들어갔다. 우진이는 “남는 시간에 어떻게 놀지 생각이 안날 땐 잠이라도 자야 한다”며 기자에게 “15분 후에 깨워 주세요”라고 말한 뒤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중고교생보다 부족한 초등생 휴식시간 우진이는 “마음 놓고 쉬는 건 하루에 한 시간 정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우진이만 그런 게 아니다. 대부분의 한국 초등학생이 조금 쉬고 많이 공부한다. 15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한국 초등생의 평일 휴식시간은 48분. 각각 49분, 50분인 중고교생보다 적다. 평일 공부시간도 195분으로 초등생이 가장 많다. 주말 휴식시간도 초등학생이 171분으로 가장 적다. 지난해 말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전국의 초중고교생 64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행복생활시간조사’ 결과다. ‘진짜 휴식’을 위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니 아이들은 학원가는 시간을 이용한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반쪽짜리 휴식이다. 그래서 학원이 밀집한 서울의 일명 ‘쓰리동(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에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PC방이나 코인노래방. 카페가 늘 성업 중이다. 10일 오후 4시 반 대치동의 한 PC방에서 만난 한모 군(12)은 저녁식사로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한 냉동만두와 콜라를 먹고 있었다. 오후 5시 한 군은 “아! 짜증나”를 외치며 서둘러 PC방을 나가 학원으로 향했다. 아이들은 놀이도 학원에서 배운다. 9일 중계동의 한 스포츠클럽에는 아이 4명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체육관 한구석에서 줄넘기만 만지작거리던 박모 양(10)은 “엄마는 나에게 줄넘기를 하고 놀라는데 솔직히 재미없다. 혼날까 봐 말은 못하지만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근처 학원가를 걷다 보면 ‘동요스쿨’ ‘독서코칭’ ‘초중생 체육’ 등을 소개하는 학원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원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부 압박이 낳은 ‘휴식 포비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이 무너진 아이 중에는 ‘놀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삶의 균형추가 공부에 맞춰져 있다 보니 휴식이나 여가가 주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올 4월 서울의 한 아동상담센터를 찾은 김재영(가명·11) 군은 “엄마가 쉬라고 얘기해도 나는 공부를 계속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김 군은 자유시간에도 집에서 허공을 쳐다보거나 시키지도 않은 숙제를 한다. “공부하지 말고 놀아도 된다”는 아빠 엄마의 말에도 김 군은 책을 놓지 않는다. 어떨 때는 “숙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뜨리기도 한다. 센터의 상담사는 “(김 군이) 노는 시간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길들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으로 사라지면서 한국의 많은 아이가 ‘놀이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놀이의 기본은 ‘자율성’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아보지 않고 주어진 일과만 수행한다면 결국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힘든 걸 왜 모르겠어요. 그래도 내가 ‘나쁜 엄마’가 되는 게 낫죠.” 초등학생 딸 두 명을 키우는 김모 씨(40·여)는 이미 각오하고 있었다. ‘욕먹을’ 각오다. 김 씨는 한 달 200만 원을 아이들 교육에 쓴다. 두 아이는 학원을 하루에 2, 3개씩 다닌다. ‘뺑뺑이’를 돌다가 녹초가 돼 집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 김 씨도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는다. 김 씨는 “내 역량 부족으로 아이들 인생이 잘못되는 걸 보고 싶지 않다. 뒤처지느니 나라도 나서서 아이들을 괴롭히는 게 낫다”고 말했다. 많은 부모가 내 아이의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을 지켜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과 치열한 스펙 경쟁을 목격한 탓에 스스로를 나쁜 부모로 내몰고 있다. “어차피 사회에 나가도 ‘헬조선’인데 연습한다고 생각해야죠.”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40대 직장인 한모 씨가 15일 기자에게 말했다. 한 씨는 중고교 때 밤 12시까지인 자율학습을 하면서 공부해 명문대에 입학했다. 지금은 대기업 직장인으로 넉넉하진 않아도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한 씨는 “사회에 나가면 정말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좋은 위치를 선점하려면 아이들도 어느 정도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교육 트렌드와 전쟁터 같은 학원가 분위기를 접할수록 부모는 조바심이 난다. ‘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학원가에서는 1년이 멀다 하고 유행하는 학원과 과목이 바뀐다.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강모 씨(41·여)는 회사일로 바쁜 사이 아이 친구들이 새로운 학원으로 옮겨간 사실을 전해 듣고 깜짝 놀랐다. 강 씨는 “학원 옮기는 게 그리 급한 일은 아닌 걸 안다. 그런데 ‘그러려니’ 할 수가 없다. ‘늦었다’는 생각이 먼저 들게 마련이다”라고 말했다. “어머니, 너무 늦으셨어요”로 대표되는 학원가의 ‘공포 마케팅’을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학원을 모두 중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최소한의 균형, 즉 ‘스라밸’을 맞춰야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향숙 한국아동청소년심리상담센터 소장은 “아이에게 부모가 ‘공부시키는 사람’으로만 각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부모가 원하는 모습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권기범 kaki@donga.com·김자현 기자}

‘어디를 가지…’ 영어학원이 끝난 건 오후 4시 40분. 다음 논술학원 시간까지 50분이 남았다. 40분 걸어서 집에 갔다 오는 것보다 어떻게든 시간을 때워야 한다. 200m만 걸으면 작은 공원이 있다. 하지만 뛰어 놀기 친구가 부족하다. 땀나면 수업 듣기도 힘들다. “어제 ‘코노’를 갔으니 오늘은 PC방 갈 차례네” 함께 영어학원을 다니는 친구가 중얼거렸다. 코노는 500원에 노래 두 곡 부를 수 있는 코인노래방의 줄임말이다. 할 수없이 또 PC방에 왔다. 올 때마다 마음이 불안하다. 학원수업 시작 15분 전에는 출발해야 한다. 수시로 모니터 오른쪽 밑에 있는 시간을 확인했다. 11일 기자가 지켜본 우진이(가명·12)의 방과 후 일정이다. 논술학원이 끝나고 오후 6시 10분 다시 만난 우진이는 길거리에 쪼그려 앉아 이어폰을 낀 채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우진이는 한 인기 유튜버(개인방송자)를 보여주면서 “시간 때우기에 딱 좋아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그렇게 30분가량 거리를 떠돌던 우진이는 수학학원이 있는 건물 1층의 카페로 들어갔다. 우진이는 “남는 시간에 어떻게 놀지 생각이 안날 땐 잠이라도 자야한다”며 기자에게 “15분 후에 깨워주세요”라고 말한 뒤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중고생보다 부족한 초등생 휴식시간 우진이처럼 대부분의 초등학생이 조금 쉬고 더 많이 공부한다. 15일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따르면 한국 초등생의 평일 휴식시간은 48분. 각각 49분, 50분인 중고생보다 적다. 평일 공부시간도 195분으로 초등생이 가장 많다. 이는 어린이재단이 지난해 말 전국의 초중고생 64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아동행복생활시간조사’ 결과다. ‘진짜 휴식’을 위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아이들은 학원가는 시간을 이용한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반쪽짜리 휴식이다. 그래서 학원이 밀집한 서울의 일명 ‘쓰리동(강남구 대치동,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PC방이나 코인노래방. 카페는 늘 성업 중이다. 10일 오후 4시 반 대치동의 한 PC방에서 만난 한모 군(12)은 저녁식사로 전자레인지에서 가열한 냉동만두와 콜라를 먹고 있었다. 오후 5시 한 군은 “아! 짜증나”를 외치며 서둘러 PC방을 나가 학원으로 향했다. 같은 날 중계동에서 만난 이모 양(11)은 20분가량 자투리 시간을 틈타 근처 화장품 매장으로 향했다. 이 양은 “틴트(립스틱의 한 종류) 몇 개를 한 번씩 바르면 시간이 다 끝난다. 논다는 생각은 안 한다. 그냥 시간이 남으니 때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쓰리동’ 아이들은 놀이도 학원에서 배운다. 9일 중계동의 한 스포츠클럽에는 아이 4명이 강사의 지시에 따라 단체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체육관 한 구석에서 줄넘기만 만지작거리던 박모 양(10)은 “엄마는 나에게 줄넘기를 하고 놀라는데 솔직히 재미없다. 혼날까봐 말은 못하지만 왜 다녀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근처 학원가를 걷다보면 ‘동요스쿨’ ‘독서코칭’ ‘초중생 체육’ 등을 소개하는 학원 광고를 쉽게 볼 수 있다. 원하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들이 원하는 놀이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공부 압박이 낳은 ‘휴식 포비아’ ‘스라밸(Study and Life Balance·공부와 삶의 균형)’이 무너진 아이 중에는 ‘놀기’를 스스로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삶의 균형추가 공부에 맞춰져 있다보니 휴식이나 여가시간이 주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올 4월 서울의 한 아동상담센터를 찾은 김재영(가명·11) 군은 “엄마가 쉬라고 얘기해도 나는 공부를 계속 해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실제 김 군은 자유시간에도 집에서 허공을 쳐다보거나 시키지도 않은 숙제를 한다. “공부하지 말고 놀아도 된다”는 아빠엄마의 말에도 김 군은 책을 놓지 않는다. 어떨 때는 “숙제를 해야 한다”고 말하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센터의 상담사는 “(김 군이) 노는 시간도 생산적으로 보내야 한다는 강박에 길들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놀 수 있는 시·공간이 절대적으로 사라지면서 한국의 많은 아이들이 ‘놀이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영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놀이의 기본은 ‘자율성’이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아보지 않고 주어진 일과만 수행한다면 결국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성을 잃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학교 안 가도 돼요?” ‘희망 일과표’를 만들어보자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이들이 말했다. “쓰고 싶은 게 너무 많아요. 더 큰 종이 주세요”라는 아이들의 주문이 쇄도했다. 9일 오후 서울의 한 사회복지관에 초등학교 4∼6학년생 6명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아이들은 일과표 2개를 그렸다. 하나는 자신의 현재 일과표, 다른 하나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로만 채운 일과표다. 학년도 제각각이지만 현재 일과표는 비슷했다. 10분 단위로 일정을 짜는 것까지 비슷했다. 김예원(가명·10) 양은 “4시 40분에 수학학원 끝나면 과학학원 가는 시간이 10분밖에 없어요”라고 투덜거렸다. 오정은(가명·10) 양은 “학원 3개를 갔다 오고 나서 오후 9시에야 저녁을 먹어요. (학원이 많아서) 처음에는 어딜 가야 하는지 자주 헷갈렸는데 지금은 정확히 기억해요. 로봇처럼요”라고 말했다. 아이들이 꿈꾸는 일과는 어떨까. ‘학원’ ‘숙제’ 같은 단어로 채워진 현재 일과표와 달리 희망 일과표에선 아이들의 풍부한 상상력까지 엿볼 수 있었다. 오 양은 ‘하늘에 있는 별을 따고 우주 탐험하기’를 적어 넣었다. 강유미(가명·11) 양은 ‘먼 데 놀러가기’를 적었다. 강 양은 “2년 전 갔던 전남 고모집 주변 논밭에 다시 가서 뛰어놀고 싶다”고 말했다. 주로 스마트폰과 함께했던 ‘놀기’ 시간은 가족과 함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부모님과 책읽기’를 적은 윤슬기(가명·11) 양은 “3년 전까지 부모님이 저녁마다 책을 읽어줬다.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박혜정(가명·11) 양은 희망 일과표 밑에 ‘경도’(경찰과 도둑), ‘지탈’(지옥 탈출) 등을 나열했다. 요즘 아이들이 즐겨 하는 술래잡기 게임들이다. 오 양은 ‘폭풍 셀카 찍기’에 한 시간을 할애했다. 아이들은 공부 시간을 빼놓지 않았다. 윤 양은 ‘영어학원 2시간’을 적으며 “학교 수업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과표에서 하루 평균 11시간이던 아이들의 공부시간은 희망 일과표에서 2.1시간으로 줄었다. 그 대신 수면은 8.3시간에서 9.7시간으로, 여가는 2.5시간에서 8.4시간으로 크게 늘었다.신규진 newjin@donga.com·김자현 기자}
검찰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의 역외탈세 의혹을 수사한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의 ‘물벼락 갑질’ 후폭풍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말 서울지방국세청이 조세포탈 혐의로 조 회장을 고발함에 따라 최근 형사6부에 사건을 배당했다”고 9일 밝혔다. 사정 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고발장에는 조 회장이 아버지인 고 조중훈 전 회장(한진그룹 창업주)에게서 상속받은 해외 비자금을 신고하지 않아 500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내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의 조세포탈 액수와 이로 인해 내야 할 과태료를 모두 합치면 1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사정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기업·금융 관련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김종오)는 곧 참고인 소환 등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한다. 결과에 따라 조 회장이 검찰에 출석할 수도 있다. 한진그룹은 이날 “상속세 누락 사실을 2016년 발견하고 국세청에 신고했다. 이번 달 납기일에 맞춰 세금을 낼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69)의 경찰 출석도 임박해 보인다.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 이사장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앞서 이 이사장은 2014년 한진그룹 계열사인 그랜드하얏트인천호텔 증축 공사현장에서 직원들을 밀치고 폭언한 혐의 등으로 6일 입건됐다. 이 이사장은 미국 로스앤젤레스 등지에 집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이 이사장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일부 폭행 내용에 대해서는 그 사실을 인정하고 뉘우치며 피해자를 비롯한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나 “(의혹이) 확대 과장돼 보도되고 있다”며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을 18개로 정리해 반박했다. 이 이사장을 할머니라고 부른 직원을 해고했다는 주장과 관련해서는 “정원에서 모자를 쓰고 일하는데 직원이 ‘아주머니, 준비해야 하니 나가세요’라고 말해 웃으며 방으로 돌아갔다”고 해명했다. 해외 지점을 통해 명품 등을 밀수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비서실을 통해 과일 등 생필품 구매를 요청했지만 직접 결제했다”고 주장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 / 세종=박재명 / 변종국 기자}

“저 지금 조사받고 있는 김○○입니다”, “기사 내용과 내 생각이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자유한국당 지지자가 절대 아닙니다”…. 5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김모 씨(31)가 온라인 기사에 직접 올린 댓글 내용이다. 김 씨는 현장에서 붙잡혀 경찰로 이송된 뒤 휴대전화를 압수당하기 전까지 직접 댓글을 올렸다. 그는 범행 당시 자신을 ‘한국당 지지자’로 밝혔지만 댓글뿐 아니라 경찰 조사에서는 이를 부인했다. 김 씨가 오래전부터 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등 보수 인사를 비난하는 댓글을 계속 올린 사실도 확인됐다.○ 보수 인사에 노골적 반감 표출 7일 서울 영등포경찰서 등에 따르면 김 씨는 5일 긴급체포된 후 휴대전화로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해 확인했다. 그는 기사 5건에 ‘z****’라는 자신의 아이디(ID)로 댓글(사진)을 남겼다. 그는 댓글에서 “원래 목표는 홍 대표인데 어디 있는지 몰라서 단식하는 분을 대타로 삼았다”며 범행 경위를 밝혔다. 김 씨는 “저 혼자 한 일이다. 배후를 밝히긴 뭘 밝힌다는 건지…”라며 단독 범행을 주장했다. ‘한국당의 자작극 아니냐’는 등 의혹을 부인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내용도 올렸다. 보수 인사를 비난하는 댓글은 처음이 아니다. 김 씨 아이디를 추적한 결과 2012년 11월부터 최근까지 네이버 등 포털 기사에 올린 댓글 약 60건이 확인됐다. 3년 전부터 홍 대표와 두 전직 대통령, 나경원 의원 등 보수 정치인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아졌다. 특히 남북 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이후 비판 수위가 강해졌다. 홍 대표가 “남북 정상회담은 남북의 합작으로 이뤄진 위장된 평화쇼”라고 비판한 것에 따른 것이다. 김 씨는 댓글에서 “반대를 위한 반대 진짜 싫다”, “한국당은 한국을 위하는 게 아니라 자기들을 위한다. 내 나라 이름 도용하지 말라”, “한국당은 참보수가 아니라 자기들 이익집단” 등의 내용이었다. 7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김 씨는 “한국당은 대한민국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재판 결과에 승복하겠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쓰거나 고개도 숙이지 않았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범행 전 국회 답사하며 준비 경찰은 김 씨가 5일 강원 동해시에서 출발해 경기 파주시 임진각을 거쳐 서울 여의도 국회로 오기까지 동선을 따라 폐쇄회로(CC)TV를 분석했다. 김 씨가 범행 전 마치 답사하듯 국회 의원회관 앞을 서성이거나 전화 통화를 하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장면도 포착됐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이날 탈북자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저지한 뒤 국회를 찾아 홍 대표를 폭행할 계획이었다. 김 씨는 홍 대표를 찾지 못하자 미리 양갱을 구입한 뒤 국회 본관 앞에서 단식하던 김 원내대표에게 접근했다. 경찰은 김 씨의 은행 계좌와 통신기록 등을 확인해 정확한 범행 의도와 배후를 파악할 예정이다. 특정 정당에 가입했는지도 조사 중이다. 진보 또는 보수 등 사회단체에는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김 씨의 아버지는 인터넷에 올린 글을 통해 “사람을 때리는 것은 잘못이지만 맞는 사람도 이유가 있다. 김 (원내)대표께는 아들과 함께 찾아뵙고 사과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안타깝다. 차후 수사 과정에서 선처를 희망한다”고 밝혔다.김동혁 hack@donga.com·김자현·김은지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 씨(49)가 강도 높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측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가 돌려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의원의 소환 시기를 검토 중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9시 30분경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한 한 씨는 1일 0시 30분경 조사를 마쳤다. 약 15시간에 걸친 조사 후 한 씨는 취재진에게 “사실대로 진술하고 성실하게 조사받았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 의원도 (댓글 여론 조작을) 알고 있었느냐” “김 의원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날 경찰은 한 씨가 김 씨 일당인 A 씨(49·온라인 닉네임 ‘성원’)로부터 500만 원을 받고 돌려준 경위, 인사 청탁 대가성 여부 등을 추궁했다. 한 씨는 500만 원을 받았던 사실 자체는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한 씨에게 공직선거법 위반이나 뇌물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 경찰은 한 씨 진술을 토대로 A 씨 등 다른 관련자를 재조사하고, 참고인 신분인 김 의원도 소환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한 씨가 500만 원 수수를 인정한 것에 대해 “혐의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좁히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유죄가 확정돼도 판례상 실형보다 벌금형 선고 가능성이 높다. ‘드루킹’ 김 씨는 2일 열리는 첫 재판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1월 17일 네이버에 게재된 ‘평창 겨울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기사를 비판하는 댓글의 추천 횟수를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해 늘린 혐의(컴퓨터등장애업무방해)로 공범 2명과 함께 구속 기소됐다.권기범 kaki@donga.com·김자현 기자}

직장인 A 씨는 평일 회사 김장 행사에 동원됐다. 그가 담근 김치는 임원들 집에만 배달됐다. B 씨의 상사는 직원들을 추려 개인 트레이너로 썼다. 운동을 마치면 마사지를 시켰다. 종교가 없는 C 씨는 일요일에 교회 예배를 보고 십일조(헌금)를 내라고 강요받았다. 근로자의 날인 1일 오후 얼굴 없는 아우성이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울렸다.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 등 241명으로 구성된 민간단체 ‘직장 갑질 119’는 이날 오후 1시 서울광장에서 직장 상사의 갑질 40여 건을 소개했다. 모두 제보를 받은 것들이다. 폭행·폭언, ‘노예’, 갈취, 협박, 여성, ‘황당 갑질’을 비롯한 10개 범주 사례들이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형식으로 인쇄돼 전시됐다.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과 비슷한 폭행·폭언이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회사 임원이 직원의 멱살을 잡고 벽으로 밀어붙이고는 주먹으로 얼굴을 때리고 군홧발로 정강이를 세 차례 걷어찼다는 사례가 눈에 띄었다. 회사 대표 아들이 동료에게 “입을 찢어버리겠다. 죽여버리겠다”며 위협한 경우도 있었다. 폭행·폭언 다음은 업무가 아닌 일을 부당하게 시킨 이른바 ‘노예’ 사례로 9건이었다. 명절에 가족여행을 떠나면서 매일 자기 집 개와 닭에게 사료를 주라고 직원에게 요구한 사장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식사 자리에서 사장에게 턱받이를 해준 신입사원도 있었다. 갈취와 협박도 각각 8건, 4건이었다.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주최한 5만∼6만 원 상당의 뮤지컬 공연 티켓을 강매하거나 주휴수당을 요구한 직원에게 폐쇄회로(CC)TV를 돌려 잘못한 부분을 찾아내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편의점 주인도 있었다. 화장실 갈 때마다 문자메시지로 보고하도록 하거나 특정 정당 가입을 요구한 ‘기본권 침해’, 회사 대표가 “아빠라고 생각하라”며 껴안으려 했다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피해와 야한 옷을 입고 장기자랑하기 등 여성 관련 갑질도 눈에 띄었다. 직원의 건강을 위한다며 강제로 마라톤 연습에 참여시키고, 다리를 다친 직원에게까지 단합해야 한다며 등산을 강요한 ‘황당 갑질’도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날 근로자의 날 행사를 찾아 서울광장에 나온 직장인 윤이나 씨(28·여)는 “이런 사례들은 주변에서 너무 흔하다. 여성 직장인이 겪는 갑질은 일상적”이라고 말했다. 식품회사 영업직인 고한석 씨(38)는 “술자리 등에서 상사의 욕설에 자주 시달린다. 조현민이나 이윤택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고 했다.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화력 지원 부탁드립니다.’ 지난달 21일 오전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개설된 한 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이 카페는 회원 3000여 명 대부분이 남성이다. 게시자는 글과 함께 한 기사의 인터넷접속주소(URL)를 남겼다. 해당 기사에 비판 댓글을 올리거나 해당 댓글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었다. 기사 URL은 화력을 집중시킬 ‘공격 좌표’인 셈이다. 타깃이 된 기사는 페미니즘 관련 책을 펴낸 교사 A 씨의 인터뷰였다. A 씨는 기사에서 “남성들도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요청이 올라오자 회원들의 지원이 현실로 나타났다. 불과 30분 만에 비판 댓글이 무섭게 달리기 시작했다. 댓글 1만8796개(4월 30일 기준) 중 ‘페미니즘은 변형된 공산주의’(추천 1만3424개) ‘페미니즘은 지능(이 떨어져서 믿는) 문제’(추천 3597개) 등의 댓글이 상위권을 장악했다.○ 놀이와 문화가 된 ‘온라인 여론 조작’ 최근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 일당이 벌인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을 계기로 공공연하게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여론 왜곡 문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집단을 제물삼아 이른바 ‘좌표’를 찍어 공격하는 걸 마치 놀이나 문화처럼 인식하는 것이다. 배우 유아인 씨(32)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번 달 중순 영화 ‘버닝’의 개봉을 앞두고 주인공인 유 씨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를 다룬 인터뷰 기사마다 악플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11월 유 씨가 자신을 비난하는 한 누리꾼의 글을 언급하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비난한 것이 화근이었다. 급기야 여성 회원 중심의 한 커뮤니티에서는 ‘여성을 비하하고 보수 성향 커뮤니티에서 추앙받는 배우’로 유 씨를 규정지었다. 이들은 유 씨가 캐스팅된 영화 버닝을 타깃으로 삼고 “유아인의 신작영화 평점 때리러(테러하러) 가자”고 공격했다. 하루에 500개가 넘는 악플과 ‘1점짜리’ 평점이 줄을 이었다. ‘영화가 망하면 유아인이 정신 차릴까?’ ‘이 영화 절대 보면 안 돼’와 같은 글도 올라왔다. 반대로 남성 회원 중심의 다른 커뮤니티가 맞대응에 나서면서 영화 평점은 널뛰기를 반복했다. ○ ‘온라인 젠트리피케이션’ 택한 시민들 댓글 공격과 평점 테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평범한 누리꾼조차 여론 조작에 둔감해지는 게 현실이다. 급기야 온라인 공론장으로서 역할을 상실한 포털 공간에서 탈출하는 누리꾼이 등장하고 있다. 이른바 ‘온라인 젠트리피케이션’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 개발에 따른 땅값 상승으로 원주민이 떠나는 걸 말한다. 회원이 40만 명에 달하는 네이버의 한 부동산 카페 운영진은 최근 열성 회원들의 활동이 뜸해져 고민이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 관련 게시물마다 찬반 의견이 종종 감정싸움으로 치닫는 탓이다. 한 회원은 “한바탕 갈등 후에는 좋은 정보와 글을 올리던 회원이 하나둘 떠난다. 다른 카페 회원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몰려와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부 누리꾼은 포털 운영 방침과 관련 없는 비공개 커뮤니티나 소수의 오프라인 모임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회사원 박모 씨(26·여)는 “아무래도 믿을 만한 정보와 균형 잡힌 주장이 오가는 공간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포털사이트가 여론의 왜곡을 막는 장치를 확보하지 못하면 누리꾼들은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하기 어려워진다. 최근 드루킹 사태는 포털이 여론의 공론장으로 기능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선 것”이라고 말했다.김자현 zion37@donga.com·김동혁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전 보좌관 한모 씨가 30일 경찰에 출석했다. 한 씨는 지난해 9월 ‘드루킹’(온라인 닉네임) 김동원 씨(49·구속 기소)의 측근으로부터 500만 원을 받았다가 김 씨 구속 직후인 올 3월 돌려준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한 씨가 김 씨 일당의 댓글 여론 조작에 관여했거나 미리 알고 있었는지를 집중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에 따라 김 의원 소환 시기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9시 반경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한 한 씨는 취재진에게 “성실하게 사실대로 충실히 조사받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한 씨를 상대로 돈거래 배경과 청탁 유무, 댓글 작업 개입 여부 등을 강도 높게 추궁했다. ‘원격 대질신문’도 이뤄졌다. 드루킹 일당 중 불구속 피의자와 참고인을 서울지역 경찰서 여러 곳에 분산시킨 뒤 수사관을 통해 한 씨 진술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한 씨가 댓글 여론 조작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면 김 의원 수사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김 씨에게 인터넷접속주소(URL) 10개를 보내고 “홍보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김 의원이 URL을 보낸 기사 중에서 드루킹 일당의 댓글 여론 조작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한 씨의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김 의원도 조만간 소환할 것이다. 일단은 참고인 신분이다”라고 말했다. 구속 기소된 김 씨의 첫 번째 공판은 2일 열린다. 빠르면 6월 중 1심 선고가 내려질 수 있다. 경찰은 김 씨의 1심 선고 이전에 추가 기소가 가능하도록 수사하겠다고 밝혔다.권기범 kaki@donga.com·김자현 기자}

27일 오전 9시 29분. 서울 구로구 서서울생활과학고 1층 강당은 학생들이 지른 탄성과 박수소리로 가득 찼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MDL) 콘크리트 연석 앞에서 서로의 손을 마주 잡은 순간이었다. 1학년 학생 100여 명이 남북 정상회담을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던 ‘통일관’ 여기저기서는 “진짜 통일이 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터져 나왔다. 같은 시각 서울 양천구 신은초교 6학년 교실에서 TV에 눈을 고정한 학생들은 두 정상이 한 번씩 MDL을 넘나들자 환호성을 질렀다. ○ 시민들 “김정은, 생각보다 멀쩡해”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MDL을 넘어 북으로 오도록 깜짝 제안한 것을 두고 시민들은 놀랍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김정구 씨(32)는 “북으로 와보라고 하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김 위원장이 전하려고 하는 중요 메시지임을 보여준 행동 같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에게 “어렵사리 평양에서 냉면을 가져왔다. 대통령께서 편안한 마음으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한 말은 전국에 냉면 바람을 몰고 왔다. 김 위원장은 평양냉면을 멀리서 가지고 왔다고 하면서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바라보며 “아 멀다고 말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서울시내 평양냉면집들은 점심식사로 냉면을 먹기 위해 모인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뤄 ‘김정은 특수’를 누렸다. 서울 마포구의 평양냉면 전문점 ‘을밀대’는 한반도기를 꽂은 냉면을 손님에게 냈다. 온라인에서는 “김 위원장이 고모부(장성택)와 친형(김정남) 죽이는 것을 보면서 이상할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멀쩡해 놀랐다”거나 “하는 행동이 귀엽다. 대선 나오면 뽑아줘야겠다” “생각보다 호감” 등의 친근함을 표시한 반응도 나왔다.○ 회담 성공 기원 곳곳서 울려 퍼져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종로구 청와대 창성동별관 앞부터 광화문 사거리까지는 전국에서 모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원과 시민 5000여 명으로 긴 띠가 만들어졌다. 11년 만의 남북 정상회담을 축하하며 문 대통령을 배웅하려 모인 사람들은 태극기를 흔들거나 ‘정상회담, 비핵화 꼭 성공해요’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었다. 대구 북구에 사는 실향민 진병룡 씨(91)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한 지) 70년이 넘었다. 지속적으로 가족들과 연락하고 서신을 주고받을 수 있는 기회가 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김경자 씨(58·여)는 “두 정상이 함께 서서 활짝 웃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지역의 천주교 성당 130여 곳에서는 일제히 타종 소리가 울렸다. 오전 9시 반에 맞춰 1분간 지속된 종소리는 한반도 평화를 염원했다. 일부 음식점과 카페에서는 ‘남북 정상회담 축하 이벤트 아메리카노 무료’ ‘막걸리 1000원 할인’ 이벤트를 내걸기도 했다. 전국 구치소와 교도소 수용자들도 남북 정상회담을 생방송으로 지켜봤다. 하지만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박근혜 전 대통령(66·구속 기소)과 서울 송파구 서울동부구치소에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77·구속 기소)은 생방송을 시청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들 “사과가 먼저, 가슴 찢어져” 북한의 도발로 자식을 가슴에 묻어야 했던 유족들은 정상회담을 장밋빛으로 바라볼 수 없었다. 2010년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아들을 잃은 고 서정우 하사의 어머니 김오복 씨(58)는 “북한이 의도적인 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유감을 표명하는 것이 먼저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아이들(장병들)의 아픔이 묻힌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진다”며 눈물을 흘렸다. 천안함 폭침으로 숨진 고 민평기 상사의 어머니 윤청자 씨(75)는 폭침 주범으로 알려진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이 TV에 비칠 때마다 “정말 꼴도 보기 싫다”며 언성을 높였다. 판문점과 가까운 경기 파주시 임진각 일대는 정상회담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단체 간의 대립으로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찬반 단체 회원들은 서로 마주칠 때마다 곳곳에서 고성을 지르고 몸싸움을 벌였다. 김동혁 hack@donga.com·김호경 / 파주=김자현 기자 / 전국종합}
올 1월 초순 서울 영등포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신입생 예비소집이 열렸다. 70여 명의 예비 초등생이 엄마 손을 잡고 학교를 찾았다. 그러나 A 군(7)이 보이지 않았다. 예비소집에 불참한다는 부모의 연락도 없었다. 예비소집 후에도 부모와 연락되지 않았다. 아동학대나 실종 가능성을 우려한 학교 측은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A 군의 소재 확인을 요청했다. 경찰은 A 군의 주소지 등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어디서도 A 군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심지어 A 군을 봤거나 아는 사람도 없었다. 해외에 나간 기록도 없었다.○ 출생부터 미스터리 A 군의 어머니는 중국동포 출신 김모 씨(45)다. 김 씨는 1997년 한국인 정모 씨(56)와 혼인신고를 했다. 2012년 2월 김 씨는 아들을 낳았다며 주민센터에 출생신고를 했다. 바로 A 군이다. 중국 광둥(廣東)성의 한 병원에서 발급한 출생증명서를 첨부했다. 2013년 4월 김 씨는 주민센터에 양육수당을 신청했다. 2017년 12월까지 매달 10만∼20만 원의 수당이 김 씨 계좌로 꼬박꼬박 입금됐다. 경찰이 눈여겨본 건 바로 이 계좌다. 양육수당이 빠지지 않고 지급된 걸 확인하고 김 씨 계좌를 추적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놀라온 사실이 차례로 밝혀졌다. 김 씨는 2013년 중국으로 출국한 뒤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5년간 입국 기록이 없는 것이다. 더 놀라운 건 21년 전 결혼이 가짜라는 사실이다.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 위한 위장 결혼이었던 것이다. 경찰은 최근 남편 정 씨의 소재를 확인하고 허위 혼인신고 혐의(공정증서 부실기재행사)로 입건했다. 정 씨는 경찰에서 “김 씨는 혼인신고 때 얼굴을 본 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이제 경찰은 A 군의 출생 자체를 의심하고 있다. 김 씨가 출생신고까지 허위로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현지 병원에서 발급한 출생신고서의 위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25일 “A 군이 실존 인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전제 아래 수사를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 브로커 통한 조직적 범죄 가능성 A 군의 존재도 불확실한 가운데 어머니 김 씨까지 5년가량 해외에 있었지만 양육수당은 매달 빠짐없이 지급됐다. 영등포구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 5년간 A 군 앞으로 지급된 양육수당은 총 610만 원이다.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구청 공무원은 경찰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에야 사실을 알게 됐다. 공무원은 경찰 조사에서 “문제가 있는 줄 전혀 몰랐다. 절차대로 진행했을 뿐”이라고 답했다. 양육수당 지급 대상은 84개월 미만의 미취학 아동이 있는 가정이다. 신청서와 보호자 이름의 통장 사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만 있으면 온라인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 및 수당 지급 과정에서 서류 말고는 별도의 확인 절차가 없다. 대상 아동이 해외에 장기 체류를 하더라도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90일 이상 해외에 체류할 경우 양육수당 지급이 중단된다. 하지만 출입국 기록이 없는 경우 보호자의 자진 신고 외에는 이를 적발할 방법이 없다. 오히려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중 국적인 경우 외국 여권을 사용하면 장기 체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며 사실상 편법을 안내하고 있다. 경찰은 김 씨가 양육수당을 신청하고 수령하는 과정에 전문 브로커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비슷한 사례를 찾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출입국 기록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지만 일일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답했다.※ 5년간 양육수당 받은 A 군은 어디에…1997년 중국동포 김모 씨, 한국 남성과 혼인신고 후 국적 취득→위장 결혼으로 확인2012년 2월 김 씨, 주민센터에 A 군 출생신고→출생증명서 첨부(위조 여부 확인 중)2013년 4월 김 씨, A 군 양육수당 신청2013년 하반기 김 씨, 중국으로 출국2017년 12월 양육수당 종료→매달 10만∼20만 원 57회 지급2018년 1월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A 군 불참→경찰에 소재 파악 요청2018년 2월 경찰, 양육수당 입금계좌 추적→김 씨 출국 확인. A 군 출입국 기록 없음2018년 4월 김 씨의 위장 결혼 상대 남성 입건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