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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의 대법원 양형위원 성추행 의혹 관련한 잘못된 폭로 이후 국회의원 면책(免責)특권을 시대 변화에 맞게 보완해야 한다는 여론이 국회에서 일고 있다. 면책특권은 국회의원이 국회에서의 직무상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 헌법 45조를 토대로 한다. 조 의원의 경우처럼 결과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하게 된 발언까지 면책 대상이 돼야 하는지를 놓고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더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4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조 의원에게 “언행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경고했다고 이재경 대변인이 밝혔다. 조 의원은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새기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조 의원 사건이 더 이상 확대되는 걸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같은 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아무래도 초선 의원이기 때문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데 미숙했다거나 질의 과정에서 미숙한 점은 반면교사로 삼아 그러한 실수가 없도록 노력해야겠다”고 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일부 초선 의원의 실수를 빌미로 국회가 사법권을 쥔 대통령과 행정부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과 권한까지 제약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면책특권의 오·남용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권력 견제라는 본래 취지까지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야당이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할 면책특권을 아예 없앤다고 하면 국회가 마비되고 국회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면서 “사실이 아닌 허위 폭로라면 윤리위원회에서 강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함께 이뤄질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에 비해 더 단호하게 면책특권의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야당 초선 의원의 허위 폭로는 사라져야 마땅한 구태”라며 “면책특권 뒤에 숨어서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를 일삼는 갑질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자문기구’와 정치발전특별위원회에서 중요한 의제로 다루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당의 특권 남용 논란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단호한 조치’를 강조하면서도 정작 소속 의원들의 문제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날 친인척 보좌진 채용 전수조사 결과를 혁신비상대책위원회에 보고했지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상 의원들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을 뿐 별다른 징계를 결정하지도 않았다. 전문가들은 면책특권이 헌법 조항인 만큼 폐지하기는 쉽지 않고 헌법을 위반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고 본다. 그러나 1987년 헌법 개정 당시 면책특권이 필요했던 시대 상황과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많이 다르다는 점을 반영해 국회 내에서 개선·보완책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회 스스로 면책특권을 남용한 의원을 실질적으로 징계하는 방안밖에 없다”며 “의원의 언행에 대한 징계 수위를 강하게 명시하는 등 자구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도 “특정 개인에 대한 명예 훼손이나 허위사실 유포, 그리고 1급 보안정보 누설 등의 경우에는 면책특권을 적용해서는 안 된다”며 “국회 차원의 윤리규범을 미국처럼 세세한 점까지 강화시켜야 한다”고 했다.민동용 mindy@donga.com·홍수영·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업 총수에 대한 견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4일 대표 발의했다. 이 법안은 비례대표 5선인 김 대표가 처음으로 대표 발의하는 법안으로 여야 의원 120여 명이 공동 발의에 참여했다. ‘김종인표’ 상법 개정안의 핵심 취지는 기업 수뇌부에 대한 견제 기능과 소액주주의 권한을 동시에 강화하자는 것이다. 먼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해 모회사 발행 주식의 1% 이상을 가진 주주들이 자회사 경영진의 부실경영에 대해 책임을 추궁할 수 있게 했다. 모기업 총수의 지시를 받은 자회사 경영진이 주주 이익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또 전직 임직원의 사외이사 취임 제한 기간도 2년에서 5년으로 확대했다. 기존 사외이사는 6년 이상 연임할 수 없게 했고, 사외이사 중 1명은 사외이사추천위원회에서 의무적으로 선출하도록 했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되는 이사는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서 선임하도록 했다. 개정안에는 전자투표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해 소액주주의 원격 의결권을 강화하는 안도 담겼다. 김 대표는 “감사, 사외이사 등은 기업을 견제하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총수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근로자 소액주주의 경영감시와 감독 권한이 대폭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는 더민주당 전체 의원 122명 가운데 107명이 공동 발의자로 참여했다.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 천정배 전 대표 등 12명이 참여했다. 새누리당에서는 김세연 의원이 유일하게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김 의원이 주도하는 ‘어젠다 2050’ 포럼 멤버다. 하지만 추미애 의원을 비롯한 더민주당 소속 15명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공동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재계 일각에선 개정안이 통과되면 국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사라져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고,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이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에게서 촉발된 ‘친인척 보좌진 채용 논란’이 보좌진 전체의 채용 문제로 번지고 있다. 보좌진 채용의 ‘불공정 사례’가 친인척에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치권에선 친인척 채용은 ‘고전적 수법’으로 통한다. 보좌진 임면권을 100% 독점한 의원들의 편법 채용과 각종 갑질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일반인은 알기 힘든 ‘그들만의 먹이사슬’이 작동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역 유지, 후원회장 자녀 특별채용 관행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3일 “친인척 채용보다 더 큰 문제는 지역 유지의 자녀나 친인척 등을 채용한 경우”라며 “웬만한 의원실의 보좌진 한둘은 지역 유지와 관계가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전했다. 한 전직 의원은 “지역 유지나 후원회장이 선거를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뒤 자녀의 보좌진 채용을 부탁해 오면 거절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했다. 실제 19대 국회에선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지역구 기초단체장의 아들을 비서관으로 채용했다. 이 의원과 기초단체장이 서로를 지지할 수밖에 없도록 ‘채용 보험’을 든 셈이다. 의원끼리 의원 자신이나 지역 유지와 관계된 인사를 서로 채용해 주는 ‘품앗이 관행’도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친인척 채용이 ‘금수저 논란’을 자극해 국민감정을 건드리는 사안이라면, 지역 유지나 후원회장 등과의 ‘채용 유착’은 불법 선거운동 등 불법·탈법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친인척 보좌진 채용과 달리 이 경우는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전모를 파악하기도 쉽지 않다. 한편 3일에는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부인의 7촌 조카를 5급 비서관으로 채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같은 당 송기석 의원도 형수의 동생을 비서로 채용했다. “우리 당에는 친인척 보좌진이 없다”던 국민의당은 머쓱해졌다. 국민의당은 “민법상 친인척의 범위는 본인의 8촌, 배우자의 4촌 이내”라며 “부인의 7촌 조카나 형수의 동생은 ‘남’과 다름없다”고 항변했다. 조배숙 의원(전북 익산을)도 5촌 조카가 지역구 사무실에 5급 비서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이날 당에 보고했다.○ 보좌진 월급 빼먹기 의원들의 보좌진 ‘월급 빼먹기’도 곳곳에서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3년여간 보좌진 급여 2억4400여만 원을 자신의 계좌로 돌려받아 보좌진 외 인력의 급여나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해 오다 최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렇게 드러난 사건에는 확실한 제보자와 증거자료가 있다. 반면 의원이 보좌진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보좌진의 ‘월급 상납’은 묻히기 일쑤다. 19대 국회 당시 더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9급 비서의 월급 일부를 떼어 7급 수행비서의 ‘시간외수당’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또 6급 비서의 월급 일부는 지역구 사무실의 간사 월급으로 사용했다는 것. 정치권 일각에선 월급 일부를 상납받는 것은 그래도 양심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일부 의원들은 아예 ‘유령 보좌진’을 등록해 놓고 월급을 통째로 가로채기도 한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19대 국회 당시 지역구의 한 여성 당원을 보좌진으로 등록했으나 이 여성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총선에서 낙천한 의원들 가운데는 보좌진을 모두 교체해 두세 달 치 보좌진 월급을 착복한 사례도 있다. ○ 보좌진에 후원금 모금 할당도 일부 의원은 보좌관 5000만 원, 비서관 3000만 원 식으로 후원금 모금액을 할당하는 일도 있다. 의원 집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사오도록 한 뒤 사무실 운영비나 후원금에서 지출하게 하는 의원도 있다. 2010년 3월 의원들은 법을 고쳐 5급 비서관 1명을 더 충원할 수 있도록 했다. 입법 활동을 보좌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상당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일하는 기존 인력에게 5급 비서관 직책을 달아줬다. 국민 세금으로 의원들의 지역구 관리를 도와준 셈이다. 의원 한 명에게 지급되는 보좌진 인건비는 연간 4억4570여 만 원. 의원 300명에게 보좌진 인건비로만 1337억여 원의 세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돈을 누가 받는지, 이들이 제대로 받아 가는지는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송찬욱·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사진)이 대법원 양형위원으로 위촉된 MBC 고위 간부를 성추행 전력자로 잘못 폭로한 뒤 해명 자료를 냈지만 면책특권 뒤에 숨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국회의원은 헌법이 보장하는 면책특권에 따라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하지만 2007년 1월 대법원은 ‘국회에서 한 발언이라도 모든 발언에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이후 국회의원 면책특권의 허용 범위를 놓고 논란이 계속됐다. 조 의원은 e메일로 문제의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페이스북에 발언 영상을 올렸다가 삭제했다.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2일 논평을 내고 “조 의원의 아니면 말고식 폭로는 개인의 명예훼손 문제를 넘어 명백하게 면책특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은 특권 내려놓기 대책 차원에서 엄중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에 대한 비판은 같은 당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는 3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특정인에 대한 명예훼손 발언을 했을 때는 정치적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원내대표는 “면책특권은 야당 의원들이 정부를 견제할 권한으로, 포기해야 할 특권이 아니다”라고 했다. 당사자인 조 의원은 1일 해당 MBC 간부에 대해 사과 메시지를 담은 해명 자료를 배포한 뒤 언론과의 접촉을 일절 피하고 있다. 정보 입수와 보도자료 배포 경위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다. 이런 가운데 조 의원의 아내 A 씨는 2일 밤 조 의원과 함께 가족 식사를 하는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조 의원실 관계자는 “동명이인의 정보를 잘못 입수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여자 직원이 질의 자료를 만들었는데 검증이 부족했다”고 했다. 정보 입수 경위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했다. 조 의원은 과거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시절 함께 일했던 전 행정관 등을 보좌진으로 기용한 바 있다. MBC 관계자는 “본사에 최소한의 확인도 없이 일방적인 폭로를 하고서는 정보가 어떻게 잘못 입수됐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며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트럼프 현상’은 한국 정치에 무거운 숙제를 안겼다. 대중의 분노가 정치인들의 선동과 맞아떨어지면 국가가 정상 궤도를 이탈해 엉뚱한 방향으로 내달릴 수 있음이 확인됐다. 한국은 영국이나 미국 못지않게 양극화가 심한 나라다. 아차 하면 궤도를 이탈할 수 있는 최적 조건을 갖춘 셈이다. 한국 정치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유혹에서 벗어나 불신과 혐오를 해소하고 희생과 통합의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경제 양극화가 정치 양극화로 치닫지는 않을까. 동아일보는 1일 여야 3당 지도부에 브렉시트 이후 한국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서면 인터뷰에서 양극화의 심각성에 공감하면서도 해법을 두고는 다른 목소리를 냈다. 정 원내대표는 서면 인터뷰에서 “우리나라는 (양극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고령층이 기존 질서에 반대한 영국과 또 다르다”며 “청년층이 저항운동의 중심에 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김 정책위의장도 “정치가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더 키우기만 하면 역사의 수레바퀴가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갈 수 있다”며 “청년층과 비정규직의 정치 세력화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대표는 “정치적 양극화는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극단 대 극단으로 가면 화합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경제적 양극화가 정치적 양극화로 치달으면 ‘치유 불능의 사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그는 “4·13총선 결과(여소야대)가 (여권의) 공천 싸움 때문이라는데, 나는 아니라고 본다”며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민주화와 복지 확대를 외쳤는데 3년 만에 신뢰가 사라졌다. 결국 지난 3년 (박근혜 정부의) 정책에 대한 평가”라고 주장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정책 경쟁을 예고한 셈이다. 그렇다면 여야는 양극화 극복 방안이 있을까. 정 원내대표는 “해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치권은 포퓰리즘 공약의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진보 진영은 재벌 탓만, 보수 진영은 노조 탓만 하고 있다. 또 보수는 성장지상주의, 진보는 노동지상주의라는 낡은 이념의 포로가 돼 있다. 이 틀을 깨고 실사구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가 제시한 해법은 ‘중향 평준화’다. 그는 “진보가 주장하는 상향 평준화는 경제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만큼 중향 평준화가 필요하다”며 “공무원연금 개혁도, 노동개혁 법안도 일종의 중향 평준화 노력”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양극화를 당장 해결할 방법은 없다”면서 “점점 커져 가는 격차를 일단 정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등장한 이후 30년간 많은 나라가 감세(減稅)에 정책 방점을 두면서 소득 재분배 기능을 포기했다”며 “결국 세제 개편과 사회안전망 확충을 통해 국민이 최소한 생존의 두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양극화 극복 문제가 2012년 대선 때보다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무조건 분배만 이야기하면 신뢰가 가지 않는다. 성장과 분배를 함께 얘기해야 한다. 미국은 한때 상속세율이 90% 가까이 됐다. 사회를 진정시키려면 이런 파격적 수단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도 “구조 개혁과 사회 통합의 토대를 만들어 가는 차원에서 ‘중부담 중복지’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내년 대선에서 증세와 복지 수준을 둘러싼 논란이 한층 가열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의장은 “기득권 커넥션을 타파하고 불평등을 줄여야 ‘희망의 대전환’을 이룰 수 있다”며 “20대 국회는 ‘문제 해결 정치’를 해야 한다는 국민의 열망을 담아 출범한 만큼 양보와 고통이 따르는 일까지 정직하게 책임지는 국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원내대표의 ‘중향 평준화’, 김 대표의 소득 재분배를 위한 ‘파격적 수단’, 김 의장의 ‘기득권 타파와 불평등 해소’를 아우를 공통분모를 찾아내는 것이 20대 국회의 과제인 셈이다.이재명 egija@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친인척 보좌관 채용’으로 물의를 빚은 서영교 의원에 대해 30일 중징계를 결정했다. 서 의원도 당의 방침을 따른다는 입장이라 최종 징계 수위가 결정되는 8월 중순 이전에 자진 탈당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더민주당 당무감사원은 30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 의원의 직접 소명을 듣는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당 윤리심판원에 중징계(제명 또는 최소 1개월, 최대 2년 당원 자격 정지)를 요구하기로 했다. 당무감사원은 △남동생 보좌관 채용 △딸 인턴 채용 △딸 인턴 경력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서류에 적시한 행위 △보좌관에게 후원금을 받은 행위 등 그동안 제기된 서 의원 관련 의혹 대부분을 ‘특권 남용’으로 결론 내렸다. 다만 논문 표절 의혹은 관련 학회에 최종 판단을 요청했고, 2012년 변호사 남편을 대검찰청 국정감사 당시 회식자리에 동석시킨 것에 대해선 “로비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리심판원은 8월 10일경 서 의원에 대한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안병욱 윤리심판원장은 “당무감사원이 검찰이라면, 윤리심판원은 법원 역할을 한다”며 “징계 수위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결정돼야 한다. 서 의원이 재심을 요청하면 최종 결정이 9월까지 미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종걸 의원은 지난달 29일 서 의원을 만나 자진 탈당을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30일 “저를 계기로 국회의 잘못된 관행이 없어지길 바란다. 당의 결정을 따르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추미애 의원도 조카를 9급 비서로 채용한 사실을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밝히면서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최교일 의원을 조사관으로 임명해 친인척 채용 관련 전수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는 적발된 의원을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해 강력한 징계 조치를 내리기로 의결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강경석 기자}

쇠락하는 한국 경제, 현실화한 북핵 위협, 양극화로 인한 빈곤 대물림, 한정된 자원을 나눠야 하는 세대 간 갈등 등…. 한국 사회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는 가운데 정치권은 이런 위기를 헤쳐 나갈 준비가 안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사회의 전방위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 같은 극단적인 상황이 빚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정치권이 국민의 분노를 잘못된 방향으로 선동했을 때 그 나라의 미래에 더 큰 위기가 닥칠 수 있음을 브렉시트는 경고하고 있다. 정치 원로 및 전문가 9명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국에서 국민들의 분노를 조직화하려는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를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아일보는 28, 29일 양일간 브렉시트가 한국 정치에 던지는 함의와 대책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브렉시트는 선동 정치의 비극 브렉시트는 실업 등으로 몰락한 중산층과 연금이 불안한 노인층 등이 ‘유럽연합(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정치인의 선동에 영합하면서 현실화했다. 영국인들의 분노가 국가의 운명을 한순간에 바꾼 셈이다. 이동관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도 선거로 집권했다. 인류 역사에는 집단 지성을 신뢰하기 어려운 전례들이 있다”며 “브렉시트야말로 포퓰리즘의 위험성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한국도 경제적 양극화가 정치적 양극화로 이어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박형준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국민들의 삶의 질에 대한 불안이 크고,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상대적 박탈감도 크다”며 “언제든지 대중을 선동하는 정치 메시지에 끌려 들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 분노가 부정적으로 표출되면 포퓰리즘이 되지만 긍정적으로 수렴되면 사회를 바꾸고 통합하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선 정치가 극단적인 분노를 조절하고, 건전한 사회적 담론을 생산하는 역할을 맡아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각 정당이 양극화 해법을 내놓고 경쟁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경제적 양극화가 정치적 극단주의로 흘러갈 수 있다”며 “‘보수’ ‘진보’ 말로만 팔지 말고 이러한 가치를 반영한 정책과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한국 대선, 브렉시트 반면교사 삼아라 브렉시트는 경제적 이유로 촉발됐지만 정치적 결정으로 현실화한 사건이다. 총선 승리를 위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승부수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로 이어지며 영국을 수렁으로 밀어 넣었다. 변화하는 세상을 따라가지 못하는 정치가 세대 간, 지역 간, 계층 간 갈등을 부추기고 확산시킨 것이다. 위기일수록 정치적 리더십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국민들의 불안 수준은 높아지고, 기존 정치에 대한 실망감은 쌓여간다”며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숨은 지도자가 급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당내 계파를 초월해 국민을 바라보는 리더십이 없는 게 문제다. 통합하고 포용하는 ‘희생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초기에는 (희생이) 어려울 수 있지만 위기일 때 기회가 오고 난세에 영웅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브렉시트 같은 정치인들의 우발적인 포퓰리즘 공약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모든 청년에게 무상 주택’ ‘기초연금 100만 원’ 같은 노인과 청년을 편 가르거나,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는 공약도 국민들의 좌절과 분노와 맞닿으면 호소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신경식 대한민국헌정회장은 “대선 주자들로부터 당선 이후 공약에 문제가 있으면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그러한 시스템을 구축해 대선 주자들이 섣불리 양극화 갈등에 편승해 표를 얻으려는 노력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고 했다. 선거 때마다 민간에서 진행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뛰어넘어, 공신력 있는 민관 전문가가 모인 독립 공약검증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윤종빈 명지대 교수는 “포퓰리즘 공약을 실현하려면 다른 재원을 줄여야만 한다. 서민을 위한다는 공약이 오히려 세금을 늘리는 악순환이 발생한다”며 “포퓰리즘 공약을 검증하는 강력한 기구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대선에서 극단적인 이념 경쟁을 막기 위해 중간지대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진정한 중도 세력이 출현해 튼튼한 허리를 이뤄야 양 극단 세력의 등장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승함 연세대 교수는 “지역을 넘어 중도 보수 세력이 연합해 새로운 정치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전 수석은 “한국은 적대적으로 공존하는 양당 체제에 길들여져 왔다”며 “새로운 시대적 요구를 담아내기 위해 대통령제와 선거제도 개편 등 정치 시스템을 바꾸는 논의를 진지하게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 개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할 소통 통로를 다원화해야 한다는 게 각계 원로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의 사회갈등 관리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27위(2015년 발표)로 하위권이기에 더욱 그렇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신진우 기자}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다. 설레는 마음이 큰 만큼 준비 부족과 부주의로 인한 사고 위험도 높은 계절이다. 건강하고 행복한 바캉스를 즐길 수 있는 건강법을 알아보자. 물놀이를 하다 보면 갑자기 수심이 깊어진다거나 발을 헛디뎌 물에 빠지기 쉽다. 맥박과 호흡이 확인되지 않으면 즉시 응급구조대를 찾거나 의료기관으로 이송해야 한다. 하지만 맥박과 호흡이 있다면 너무 놀라지 말고 따뜻한 모포를 덮어주고 편하게 눕히고 의식이 또렷해질 때까지 기다려 주는 것이 좋다. 구조됐을 때 배를 눌러 먹은 물을 토하게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구토를 유발하면 먹은 물뿐 아니라 음식물이 같이 나오다가 숨쉬는 길을 막을 수 있다. 숨을 쉬더라도 음식물이 폐로 넘어가 이후 흡인성 폐렴 같은 나쁜 질환이 생길 위험이 있다. 귀에 물 들어가도 후비지 말아야 물놀이 후 귀가 가려운 경우 후비지 말고 물이 흘러나오게 둬야 한다. 물을 빼내기 위해 귀를 후비다가 상처 부위에 세균이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면봉을 이용해 가볍게 귀 입구만을 닦아내고, 자연스럽게 마르도록 기다려 보는 것이 좋다. 1시간 이상 기다려도 귀가 멍하고, 소리가 잘 안 들리면 이비인후과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이염 등 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귀마개 등을 착용해 최대한 물이 들어가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귀마개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으니 귀마개 주변에 바세린 등을 바르면 물 유입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양선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귀에 물이 들어갔다고 제자리 뛰기를 하거나, 손으로 머리를 치는 경우가 있는데, 일부 효과를 보기도 하지만 아닌 경우가 더 많다”라며 “함부로 귀 안과 밖을 자극하는 것보다는 병원을 방문해 위생적인 상황에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유행성 결막염도 휴가지에서 유행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다. 한번 걸리면 치료를 하는 데 1주일가량 걸리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결막염에 걸리면 한쪽 눈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눈물이 심하게 나오면서 충혈된다. 빛을 보면 눈이 부시면서 고통을 느끼기도 한다. 합병증으로 각막 안까지 염증이 확대되는 경우도 많다. 만약 가족 중 한 명이 눈병에 걸렸다면 수건, 세수대야, 비누 등 개인물품은 반드시 따로 사용해야 한다. 정태영 삼성서울병원 안과 교수는 “결막염은 증상 발현 후 약 2주 동안 가장 전염력이 강하다”라며 “이 시기에는 환자와 가족이 같은 방에서도 자지 않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장시간 야외 활동 일사병 주의해야 장시간 직사광선에 노출되면 머리가 어지럽고 피로감이 몰려올 수 있다. 바로 일사병이다. 심해지면 의식을 잃기도 한다. 오랜 시간 해를 쬐면 신체가 체온조절 기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40도가 넘는 고열이 지속되므로 일단 체온을 떨어뜨려야 한다. 환자를 서늘한 곳으로 옮기고 옷을 모두 벗긴다. 물에 적신 모포나 수건을 덮어주거나 계속 닦아주면 빠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차가운 물이나 얼음을 사용하면 피부 혈관을 수축시키고 근육을 떨게 해 오히려 열이 오를 수 있다. 몸을 식히면서 병원에 데려가 수액을 맞도록 한다. 야외 활동 중에는 의식적으로 물을 마셔야 한다. 갈증을 호소할 때는 이미 탈수가 진행되기 시작한 것이므로 30분마다 한 번씩 물이나 이온음료를 마신다. 목이 마르다고 청량음료나 빙과류를 많이 먹으면 급성 장염에 걸릴 수 있다. 아이들이 잘 놀다가 신경질이나 짜증을 낸다든지, 걷기가 힘드니 업어달라고 떼를 쓴다든지, 갑자기 축 처진 상태가 될 경우 탈수나 탈진의 가능성이 높다. 덥다고 물을 한꺼번에 많이 마시면 오히려 ‘물 중독’이 될 수 있다. 염분이 들어 있지 않은 맹물을 많이 먹는 경우 체내 전해질이 희석된다. 머리가 아프고 토하는 등 급성 장염과 증상이 비슷하다. 따라서 이온 음료 같은 전해질이 포함된 음료를 적정량 섭취해야 한다. 골절 시 덜 움직여야 회복 빨라 휴가철 유원지나 산 바다에서 골절을 당할 수도 있다. 우선 가능한 한 움직이지 말아야 한다. 특히 손상된 부위를 원상태로 돌려놓으려고 비튼다거나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뼈 주위의 근육이나 혈관을 더욱 손상시키기 때문이다. 부목을 대고 붕대로 감아서 손상 부위를 고정시킨다. 꼭 나무가 아니더라도 단단히 고정시킬 수 있는 것이면 된다. 신문지를 여러 겹 말아서 사용하거나 젓가락 등을 이용한다. 통증을 줄이고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추가적인 손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므로 당황하지 말고 실시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똑똑.” 박원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59)는 지난해 겨울 예고 없이 서울 강남구 병원 연구실로 찾아온 손님 때문에 깜짝 놀랐다. 20년 전 미숙아로 태어나 박 교수에게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자란 청년이었다. 그는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는 기쁜 소식까지 전했다. 박 교수는 “암을 치료하는 의사는 5년 생존율만 보는데, 미숙아를 치료하는 의사는 평생을 잘 살게 해야 한다”며 “미숙아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몸무게 1500g 이하로 태어난 미숙아는 평균 100일 이상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1000만 원 이상의 치료비를 쓴다. 박 교수는 이런 미숙아들을 좀 더 조직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자선모임 ‘미라클 소사이어티’를 13일 발족시켰다. 미라클 소사이어티는 단순히 후원금을 모으고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 재활 및 가족 상담지원 등 퇴원 후 지원 활동까지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미숙아를 가장 많이 치료한 의사로 평가받는 박 교수는 “미숙아는 건강한 어린이로 자랄 때까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이 부담은 환자 가족이 다 지는 게 아니라 국가와 지역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미숙아는 점차 늘고 있는 추세를 보인다. 2014년 전체 신생아(43만5435명)의 6.7%(2만9086명)가 미숙아로 태어났다. 신생아 15명당 1명꼴로 미숙아인 셈이다. 삼성서울병원은 1994년 개원 이후 1500g 이하 미숙아 2만6000명을 치료했고, 생존율도 86%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가장 작은 손바닥 절반 크기의 350g 초극소 미숙아가 임신 25주 만에 태어났다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맞벌이나 다자녀(3명 이상)를 둔 가정은 어린이집 종일반(12시간)을 이용하고, 전업주부의 자녀는 맞춤반(6시간)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는 ‘맞춤형 보육’이 7월 시행을 앞두고 뜨거운 감자다. 어린이집 단체들은 맞춤형 보육에 반대해서 23, 24일 휴원을 결의해 어린이를 맡길 곳이 없는 워킹맘들은 연차를 써야 하는 등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맞춤형 보육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팩트체크 형식으로 분석해 봤다. ① 전업주부는 6시간 이상 어린이집 못 보낸다? 야당과 어린이집 단체들은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면 전업주부는 맞춤반(6시간)밖에 이용할 수 없어 불편을 겪는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고 있다. 하지만 전업주부도 적절한 사유를 인정받으면 종일반에 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부모 간병을 하거나, 장기적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앓는 경우다. 그뿐만 아니라 전업주부라도 3자녀 이상이면 종일반 이용이 가능하고, 이 기준을 2자녀로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적당한 사유가 없어도 월 15시간까지 바우처(쿠폰)를 이용해 무료로 추가 이용이 가능하다.② 전업주부의 어린이집 추가 이용 부담이 크다? 맞춤반을 이용하는 전업주부들은 무료 바우처를 다 사용한 뒤부터는 시간당 4000원의 어린이집 추가 이용비용을 내야 한다. 예를 들어 오전 9시∼오후 3시 맞춤반(6시간)을 이용하고, 매일 1시간씩 더 어린이집을 이용해 오후 4시까지 자녀를 맡기면 월 2만 원(4000원×(20-15시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하루 2시간씩 월 40시간을 보낼 경우 수치상 월 10만 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추가 비용 상한이 있어 최대 월 8만5000원만 부담하면 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정도 액수를 부담하는 전업주부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 현재도 0∼2세 자녀를 둔 전업주부의 평균 어린이집 이용 시간은 6시간 23분에 불과하다. 특히 바우처는 해당 월에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달로 자동 이월된다. ③ 맞춤형 보육 때문에 어린이집이 망한다? 현재 어린이집들은 실제론 12시간이 안 되게 어린이를 돌봐주면서도 종일반(12시간)을 기준으로 나라에서 보육료 지원을 받고 있다. 그러면서 맞춤형 보육(6시간)이 되면 보육료가 줄어 경영이 악화되고 보육 서비스의 질이 낮아진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는 맞춤형 보육료 지원이 20%(약 365억 원) 줄어들지만 종일반 보육료를 6% 인상(1448억 원)했기 때문에 전체 보육료 지원액은 오히려 늘었다고 설명했다. 한 보육 전문가는 “평균 지원액은 비슷하겠지만 영세한 어린이집들은 손해를 볼 것이란 불안감이 있다”고 말했다.④ 맞춤반이 먼저 집에 가면 종일반 교육에 나쁘다? 맞춤형 보육이 시행되고 전업주부의 자녀들이 오후 3시경 먼저 집에 가면, 맞벌이 가정의 자녀들에게 교육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줄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이런 현상은 맞춤형 보육 도입 이전인 현재도 보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직장을 다니는 부모들은 하원 도우미와 친정 및 시부모님을 동원해 오후 3∼4시경 자녀를 데려오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맞춤반 보육이 도입돼, 맞춤반과 종일반을 따로 편성하면 현재보다 더 안정적으로 종일반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다는 반론이 많다. 유근형 noel@donga.com·조건희 기자}

맞춤형 보육 논란을 보며 오버랩 되는 장면 하나. 무상보육 0∼5세 전면 확대가 논란이던 2012년 여야 의원들이 일제히 당시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을 질타했다. 전업주부에겐 반일 보육료를 지원하고, 소득 상위 30%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정부를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한 것. 엄마 표심을 의식한 여야 합작으로, 소수 의견은 묵살됐고 장관은 사퇴 압박에 시달렸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전면 무상보육 제도는 정치권의 무상복지 경쟁 속에 그렇게 무책임하게 탄생했다. 하지만 무상보육 제도는 너무 급격히 확대되다 보니 정밀한 설계가 부족했다. 어떤 부모에게 얼마의 보육료를 지원하는 게 효과적인지 고민하지 않았다. 전업주부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는데, 정부가 이를 무상 지원하는 게 합리적일까? 정부는 12시간을 기준으로 보육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전업주부 대부분이 오후 3∼4시에 아이를 찾는 현상만 봐도 제도의 엉성함을 알 수 있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맞춤형 복지는 과열된 포퓰리즘 속에 확대됐던 무상보육 기조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다. 보육료 지원을 보육 수요에 맞게 재조정하는 건 너무나 상식적인 일이다. 맞춤형 복지로의 전환 자체는 잘한 결정이라는 게 중론이고 국민도 76.2%가 찬성(복지부 2015년 조사)하고 있다. 더구나 가정 해체 증가로 사회 문제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엄마와 자녀의 애착 관계가 형성되는 영유아(0∼2세) 시기에 가정 보육을 확대하는 건 바람직한 방향이다. 20대 국회 개원 초부터 맞춤형 보육을 정치 쟁점화하는 야당의 행태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연 10조 원 이상의 비용을 쏟아부은 무상보육은 이미 출산율 개선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판명됐다. 당시 무상보육에 앞장섰던 야당이 구조적 문제에는 눈감은 채 복지 축소만 탓하는 것은 무책임한 기회주의적 발상에 불과하다. 이번 기회마저 놓치면 그 비용은 훨씬 커진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유근형·정책사회부 noel@donga.com}
서울시가 보건복지부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 사업) 합의 번복의 배후로 청와대를 지목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청년수당 시행과 관련해 복지부와 충분히 협의한 만큼 예정대로 다음 달부터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합의한 적이 없다”며 서울시가 사업을 강행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맞서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는 20일 브리핑을 열고 “이달 말 청년수당 대상자 모집을 위한 공고를 내고 다음 달부터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와 이미 수차례 협의를 마쳤고 구두로 사업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해 들어 사업 시행에 무리가 없다는 것이다. 전효관 시 혁신기획관은 “복지부가 14일 서울시에 ‘수용 동의 형태로 공문이 시행될 것’이라고 통보했고 보도자료를 어떻게 낼지도 합의했다”며 “복지부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불수용 의사를 밝히며 합의를 번복한 것은 외부 개입에 따른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특히 청와대를 외부 개입의 배후로 꼽았다. 전 기획관은 ‘외부’가 어디를 의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청와대로 추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더 이상 자체 판단을 하지 못하고 아무런 힘이 없는 상태”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서울시와 실무적 협의를 해왔지만 사업 시행에 합의하거나 동의한 적은 없다”며 “실무적인 검토 과정의 일부를 서울시가 수용 합의로 예단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서울시가 청년수당을 강행하면 시정조치를 하고 지방교부세 감액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송충현 balgun@donga.com·유근형 기자}
청년 구직자에게 매월 50만 원씩 최대 300만 원을 지급하겠다는 서울시의 청년수당 사업이 7월부터 시작된다. 갈등을 빚던 서울시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제시한 수정안을 받아들인 결과라 정부와 야당 지방자치단체 간의 ‘협치(協治)’ 신호탄으로 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의 지급 범위를 ‘취업 및 창업 준비자’로 대폭 제한하고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저소득층일수록 우선권을 주는 수정안을 10일 복지부에 제출했다. 가구소득이 60% 이하 청년이면 누구나 동등한 기회를 주려던 기존 안을 대폭 수정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르면 17일 이 안을 최종적으로 수용할 방침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이로써 미취업 청년 3000명(만 19∼29세)에게 최대 6개월 동안 활동비를 매월 50만 원씩 지원하는 ‘박원순표’ 청년수당 사업은 복지 포퓰리즘 논란을 마감하고 일단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본보가 입수한 ‘청년활동지원사업 수정 제안서’에 따르면 서울시는 청년수당의 지급 범위를 취업과 창업을 준비하기 위한 활동으로 제한했다. 소그룹 스터디 공간 대여료, 어학시험 준비를 위한 학원비, 각종 시험 응시료, 구직 활동을 위한 면접학원비, 창업가를 위한 시설 이용료 등 취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입증되는 계획을 밝힌 청년만 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 청년수당 ‘저소득층 취업-창업 준비자’에 지급 ▼ 개인 취미 활동, 동아리 활동 등 취업과 연관성이 없는 영역은 대상에서 제외했다. 대상자 선정 방법도 대폭 수정됐다. 소득이 낮을수록, 미취업 기간이 길수록, 배우자 직계비속 등 부양가족 수가 많을수록 가점을 주기로 했다. 기존 안에는 복지 혜택이 절실한 저소득 청년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었다. 서울시는 청년수당 사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지표를 만들고, 향후 복지부와 함께 공동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다. 사후 모니터링 제도는 현금 복지의 효용성을 점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처음 서울시가 제시한 청년수당 사업은 현금 살포의 전형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상과 지급 범위가 명료해지면서 취업 및 창업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의 경우 지난해 12월 이후 복지부와의 협의를 거부하고 특정한 자격과 조건 없이 현금성 특혜를 주고 있는 3대 무상복지(청년배당, 무상 산후조리원, 무상 교복)를 강행하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청년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여소야대 국면으로 전환되면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각자의 입장만 고수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협치 정신은 누리과정 등 중앙과 지방의 복지 갈등을 해결하는 데도 절실하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1972년부터 45년째 무려 256회나 헌혈을 한 68세 남성이 있다. 두 달에 한 번꼴로 자신의 피를 얼굴도 모르는 응급환자에게 나눠준 셈이다. 사연의 주인공은 베트남 참전용사 이순우 씨(사진). 그는 헌혈 문화 개척의 공로를 인정받아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13회 세계헌혈자의 날’ 기념식에서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다. 세계 헌혈자의 날은 2004년 헌혈운동 관련 4대 국제기구인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연맹(IFRC), 국제헌혈자조직연맹(IFBDO), 국제수혈학회(ISBT)가 공동으로 제정한 기념일이다. 이 씨는 1971년 베트남전 당시 맹호부대 기갑연대 소총수로 전쟁의 참상을 경험했다. 기갑부대가 출동하기 전에 미리 작전지역을 정찰하는 임무를 수행했기에 항상 죽음의 공포와 싸워야 했다. 당시 일등병이었던 이 씨는 “주변에서 동료 선후임이 죽어도 별 도움을 주지 못했다”며 “전역 후 세상을 떠난 전우들을 생각하며 세상을 위해 헌혈과 같은 작은 실천이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적십자사에 따르면 헌혈에는 만 16세부터 만 70세까지만 참여할 수 있다. 이 씨가 헌혈할 수 있는 기간이 1년 5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이 씨는 “헌혈을 하면 오히려 몸이 가뿐한 느낌이 든다. 규정에 명시된 70세까지는 문제없다”며 “돈보다 피를 나누는 게 더 값진 봉사일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헌혈자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혈액 공급량은 충분하지 않다. 1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헌혈자는 2011년 261만6575명에서 지난해 308만2918명으로 늘었다. 하지만 방학 기간에는 혈액 재고량이 하루 혈액 필요량의 3일 치 이하인 날도 많다. 이 씨는 “많은 사람이 헌혈에 동참해 혈액 부족으로 치료받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는 신원용(56) 김기선(42) 이영진(36) 김태정 씨(55)도 헌혈 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각각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을 받는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세균 범벅인 쫄면 제품과 중금속이 다량 포함된 활낙지가 시중에 유통돼 식품 당국이 13일 회수에 나섰다. 세균이 다량 발견된 쫄면은 송학식품(경기 파주)이 제조 및 유통한 ‘쫄면s’ 제품이다. 이 제품에서는 세균이 기준치(1g당 100만 개)의 110배인 1g당 1억1000만 개가 검출됐다. 해당 제품은 1㎏짜리 2060개에 이르고, 유통기한은 7월 17일로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산 공정 라인의 위생이 불량해 곰팡이가 다량 발생한 것이 불량 제품 제조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카드뮴이 다량 검출된 중국산 활낙지는 구일수산(인천 중구)가 수입판매하던 것이다. 해당 활낙지에서는 기준치(3.0㎎/㎏)의 1.73배인 5.2㎎/㎏의 카드뮴이 검출됐다. 활낙지는 5월 30일 수입됐고, 총 3591㎏에 이른다. 식약처는 관할 지자체와 함께 해당 제품들을 회수 중이다. 해당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판매업체나 구입처에서 반품을 받을 수 있다. 식약처 관계자는 “안전한 먹거리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신고가 절실하다. 불법 식품을 발견했을 경우 1399로 신고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이 현재의 건강 관련 빅데이터 이용료가 적정한지 재평가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전 국민의 건강 빅데이터를 관리운영하고 있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하반기에 ‘공공 빅데이터 이용료 공동 연구용역’을 진행해 현재의 이용료 체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13일 밝혔다. 두 기관의 건강 공공 빅데이터는 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하게 돼 있고 병원 이용 행태가 고스란히 축적돼 있어 규모와 품질 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자료 이용료가 비싸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열정을 꺾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건보 빅데이터 이용료 부과기준도 통일하기로 했다. 두 기관은 내용적으로 거의 비슷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지만, 건보공단은 1기가바이트(GB)당 3만 원, 심평원은 빅데이터 서버에 접속하는 일수당 5만 원 등 다른 기준에 의해 이용료를 부과해왔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형평성을 고려해 부과기준을 통일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이용료가 통일되면 연구자들의 접근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심평원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기 전에 향후 이용료 변화 폭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라고 전제하면서도 “이용료가 합리화되면서 소폭 인하돼 연구자들의 데이터 접근성이 확대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유근형기자 noel@donga.com}

많은 사람들이 정답으로 일본뇌염을 지목할 것 같다. 정답은 뎅기열.○ “말라리아 유발 모기는 북한발” 12일 현재 한국인이 올해 가장 많이 걸린 모기 감염병은 뎅기열(207명)이다. 다행히도 올해 아직 국내에서 걸린 사례는 없다. 모두 동남아 등 해외에 체류하다 감염됐다. 국내에서 모기를 통해 가장 많이 발생한 감염병은 말라리아다. 감염자 총 156명 중 144명이 국내에서 감염됐다. 아열대 지방에서 주로 걸리는 것으로 알려진 말라리아가 국내 토착화 과정을 밟고 있는 것. 조은희 질병관리본부 감염병관리과장은 “국내 감염자들은 대부분 휴전선 인근 강원도와 인천 경기 지역 주민이다”라며 “감염병 감시 체계가 허술한 북한에서 건너온 모기들의 영향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공포가 커진 지카 바이러스는 5명의 감염자가 나왔지만 모두 해외에서 감염됐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일본뇌염은 아직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다. 예년에도 주로 7월 말 이후에 감염자가 발생했다. 현재 전 세계에는 약 3500종의 모기가 사는데 그중 200종이 인간을 문다. 모기는 혈액을 흡입하면서 자기 몸속에 있는 기생충이나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전파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매년 모기로 인해 약 3억 명이 질환에 걸리고 75만 명이 사망한다.○ 해외여행 뎅기열, 국내는 말라리아 주의 해외여행 시 가장 조심해야 할 모기 감염병은 뎅기열이다. 뎅기열은 2006년 환자가 35명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255명으로 늘어났고, 올해는 12일 현재 200명을 돌파했다. 뎅기열은 약 75%는 증상이 없지만 중증으로 발전할 경우 복수가 차고, 출혈이 생겨 사망률이 20%가 넘는다. 발열, 안와 통증, 근육통, 황반 발진 등 초기 증상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삼일열로 치사율이 높지 않지만, 열대 지역에서 감염됐을 경우 바이러스가 뇌로 침투해 신경적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말라리아는 잠복기가 길어 발생국 방문 전후로 꾸준히 약을 먹어야 하고, 위험 지역으로 분류된 곳에 다녀왔을 경우 1∼3년간 헌혈을 하면 안 된다. 15일 모기 감염병에 대해 알아볼 채널A 인기 프로그램 ‘나는 몸신이다’(오후 11시)에 출연하는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지카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가 큰데 정작 그 대처법은 잘 모르거나, 지카보다 더 위험한 감염병에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사례가 많다”며 “국내외로 휴가를 떠나기 전에 보건 당국이 발표하는 예방 수칙을 꼭 살펴봐 달라”라고 당부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중국도 20년 안에 한국처럼 심각한 저출산에 빠져들 것이다.” 최근 스웨덴 출장 중 만난 중국인 여기자 쉬첸첸 씨(27)는 아주 생경하고도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폭증하는 인구를 주체할 수 없는 나라로만 여겼던 중국의 ‘반전’ 스토리였다. 쉬 씨는 중국의 세태를 자신의 성장 배경과 함께 설명해줬다. 그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사업가 부부의 외동딸로 태어나 영국 런던 웨스터민스터대에서 국제언론경영학을 전공했다. 런던에서 한 라디오방송의 보조 프로듀서로 일하다 최근 고향으로 돌아가 기자가 됐고,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 안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전형적인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 세대였다. 하지만 쉬 씨는 자녀를 5년 후 1명만 낳거나, 아예 갖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영국 유학을 한 다른 바링허우 세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가 1자녀 정책을 폐기했지만 “둘째를 갖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했다. ‘중국 육아 시장 확대로 국내 업체들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뉴스만 접한 한국 기자에게는 당황스러운 이야기였다. 쉬 씨의 논리는 그 나름대로 탄탄했다. 중국은 고도 성장기가 끝나고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다. 부유한 삶을 살기 위해선 미국 영국 등 해외에서 고학력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단다. 자녀 1명은 괜찮지만 2명 이상은 유학을 보내기 어려우니, 애를 낳지 말자는 인식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쉬 씨는 “아이가 둘 이상이 되면 부모의 재화를 나눠야 한다. 외동은 외동의 장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국내 저출산 문제가 더 심각하게 다가왔다. 한국도 ‘외동이 대물림되는 시대’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 합계출산율(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1.5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미 1998년(1.45명)부터다. 1998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은 형제와 함께 자라기보다 외동으로 클 가능성이 더 크다. 현 세대가 출산을 포기하는 가장 큰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이라면, 1998년생 이후는 자신이 체득한 ‘외동의 장점’을 떠올리며 더 쉽게 출산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 세대가 출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2028년 이후에는 정부가 아무리 돈을 퍼부어도 별 효과가 없는 ‘저출산 만성화 단계’에 접어들 공산이 크다. 골든타임이 지나가기 전에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은 이래서 제기된다. 저출산의 파국을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는 사람들을 위해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연구를 하나 소개한다. 지금처럼 저출산 추세가 계속되면 2035년 중대형뿐 아니라 소형 아파트도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서 아파트 값이 폭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부채 증가로 국내 경제는 패닉 상태에 빠지고, 정부에는 1997년 외환위기에 비견될 정도로 ‘실패’ 딱지가 붙을 게 자명하다. 정치권과 담당 공무원들이 “2035년은 내가 그만둔 뒤다”라며 참담한 현실에 애써 눈감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유근형 정책사회부 기자 noel@donga.com}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심혈관질환 연구를 진행하는 A 교수는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의 공공 빅데이터 사용을 요청했다가 깜짝 놀랐다. 전체 국민 중 표본 100만 명의 건강 빅데이터를 사용하려면 약 160만 원을 지불하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학술 목적으로 인정돼 50% 할인된 금액이라는 얘기를 듣고 살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해당 데이터는 논문 1편에만 최장 3년까지 사용할 수 있고, 다른 논문에 똑같은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1편당 추가 비용을 약 80만 원씩 내야 한다고 했다. A 씨는 “건보공단의 소유물이 아니라 국민이 제공한 공공 데이터인데 과도하게 장사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건보공단의 빅데이터는 국민이 건강보험에 의무 가입하게 돼 있고 병원 이용 행태가 고스란히 축적돼 있어 규모와 품질 측면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해외 정상급 연구진이 공동연구 러브콜을 해오는 것도 양질의 데이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터를 관리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들이 연구자들에게 과도한 사용료를 요구해 국내 연구자들의 연구 열정을 꺾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개인 연구자들 부담 커” 가장 광범위한 건강 빅데이터를 소유한 건보공단은 연구자들에게 120만 원의 기본 사용료와 1GB(기가바이트)당 3만 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용 기간이 6개월을 초과하면 월 20만 원씩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인구 100만 명 표본의 건강 데이터베이스(DB)는 사용료가 약 320만 원, 건강검진을 받는 51만 명의 검진코호트DB는 약 240만 원, 60세 이상 노인 약 55만 명을 특화한 노인코호트DB는 약 320만 원에 이른다. 건보공단은 심사를 통해 공공 목적에 부합할 경우 이용료를 50% 감면해 주고 있다. 국가 과제를 수행하는 경우에도 사용료의 20%를 내야 한다. 2014년 7월 빅데이터 공개 이후 사용료 수입만 약 3억4000만 원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빅데이터는 연구자가 서버에 직접 접속해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하루당 5만 원의 이용료를 내야 한다. 심평원에 따르면 연구자 1명당 서버를 평균 50.1일 사용했는데, 논문을 1편 쓰려면 약 250만 원의 데이터 비용이 드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공적 목적으로 수집된 건강 데이터에 과도한 사용료가 부과돼 연구 의욕을 꺾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건보공단은 빅데이터실 운영 예산으로 이미 약 75억 원, 심평원은 약 12억 원을 각각 편성하고 있고, 건보 재정도 약 17조 원 흑자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질병관리본부가 국민건강영양조사 등 빅데이터를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전체 건보 가입자의 전수 데이터를 이용하려면 사용료가 1000만 원을 넘을 수도 있다”라며 “학회나 기관이 수행하는 연구는 괜찮겠지만 개인 연구자들은 부담이 크다”고 지적했다.○ “미래 의료기술 발전에 악영향” 데이터 장사가 장기적으로 미래 의료기술 발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현재 기관별로 흩어진 빅데이터를 융합해야 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낼 수 있는데 각 기관이 통합보다는 데이터를 활용한 수익 창출과 기득권 강화만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질병관리본부의 유전체정보와 건보공단의 질병 빅데이터를 융합할 경우 개인 유전자 타입별 위험 질병을 예상하고 개인 맞춤형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건보공단과 심평원은 사용료 수수가 데이터 증축, 관리, 분석 인력 운영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빅데이터실 관계자는 “공단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공공연구를 진행할 경우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할인해 주는 등 접근성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라며 “우리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는 대만보다는 데이터 이용료가 싼 편이다”라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완치가 어려운 중증 아토피 피부염을 줄기세포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열렸다. 김태윤 서울성모병원 피부과 교수팀과 강경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팀은 “중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 7명에게 줄기세포 치료제를 투입해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하는 임상시험 1상과 2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2상(a)에서 각각 치료 효과가 입증됐다”고 8일 밝혔다. 임상시험은 강스템바이오텍이 만든 줄기세포 치료제를 1회 투입하고 경과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줄기세포를 5000만 개 이상 고용량 투입한 환자 11명은 2주 후부터 증상이 호전되기 시작했고, 3개월 뒤 10명은 지속적으로 상태가 호전됐다. 특히 6명은 임상적 중증도가 50% 이상 감소할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좋아졌다. 이들 6명은 가려움증과 불면증도 각각 60%와 65% 줄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세계적 줄기세포 분야 학술지인 ‘스템셀(Stem Cells)’ 온라인판 최근호에 게재됐다. 아토피 피부염은 1년에 약 100만 명이 병원을 찾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 질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중증 아토피로 입원한 환자가 1447명이나 됐다. 중증 환자들은 전신 스테로이드 치료, 면역제제 등을 사용해도 완치가 잘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는 “줄기세포 치료제가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한 건 이번이 세계 최초다”라며 “대조군을 설정하고 유효성을 다시 한 번 측정하는 후기 임상시험(2상b)을 2년 안에 마무리하고, 임상시험 3상을 진행하면서 상용화하는 제도의 혜택을 받으면 빠르면 2년 뒤 시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