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김윤종 부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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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먼 나라’ 같지만 한국의 미래상이 담겨있는 ‘이웃나라’입니다. 저와 함께 뉴스의 ‘배낭여행’을 함께 떠나실까요?

zozo@donga.com

취재분야

2026-03-01~2026-03-31
칼럼94%
행정3%
인사일반3%
  • 하찮거나 허무하거나… 변종 슈퍼 히어로의 ‘끝판 왕’들

    할리우드 영화의 대세인 슈퍼 히어로물은 흥행 보장 장르다. 그동안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완벽하게 타고난 히어로에서 스파이더맨이나 엑스맨처럼 결함을 딛고 성장하는 히어로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최근에는 여기서 한발 더 나간 히어로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데드풀’(18세 이상)과 국내서 TV 애니메이션 블루레이 정식 발매를 앞두고 있는 일본 만화 ‘원펀맨’은 변종 히어로물의 ‘끝판 왕’이다.○ 데드풀: 하찮은 히어로 “나는 히어로가 되고 싶지 않다고!” 악당을 자처하는 해결사 웨이드 윌슨(라이언 레이놀즈)은 말기 암 선고를 받고 치료를 위해 생체실험에 참여했다 불사(不死)에 가까운 재생능력을 갖게 된다. 하지만 실험 과정에서 죽기 직전까지 갔다가 외모가 망가진 그는 여자친구 앞에도 나설 수 없는 신세가 된다. 그에게 남은 건 저질 유머감각과 복수심뿐이다. 데드풀은 히어로물의 모든 클리셰(전형적인 설정과 표현)를 역이용한다. 사람을 죽이며 살인 기록을 세고, 자살했다가 다시 살아난다. “곪아 터진 아보카도를 닮았다”는 외모는 눈뜨고 보기 힘들고, 히어로 집단인 엑스맨에 합류하라는 권유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다른 히어로들의 영웅다운 행동을 대놓고 비웃고, 자기가 영화 캐릭터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관객에게 말을 건넨다. ‘하찮은’ 악당이기를 자처하는 데드풀에 대한 관객 반응은 뜨겁다. 12일(현지 시간) 미국에서 개봉해 북미에서 나흘 동안 1억5000만 달러(약 1820억 원)를 벌어들였다. 역대 R등급(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가 개봉 첫 주말에 수립한 최고 흥행 기록을 깼다. 세계 흥행 수입은 15일 현재까지 2억8210만 달러(약 3430억 원)에 이른다. 한창완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는 “히어로물이 넘쳐나는 시대인 만큼 스케일을 키우거나 이야기를 변주해 차별화해야 한다. ‘데드풀’은 후자의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데드풀’의 제작비는 기존 히어로물의 절반 수준인 5800만 달러(약 700억 원)다. 외신들은 “앞으로 히어로물은 제작비를 줄이고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한다”며 ‘데드풀’의 성공을 조명하고 있다.○ 원펀맨: 허무주의 히어로 “취미로 히어로를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일본 만화 ‘원펀맨’의 주인공은 대머리에 멍한 표정, 촌스러운 노란색 의상, 구부정한 어깨의 평범한 취업준비생 사이타마다. 악당과의 치열한 전투? 그런 거 없다. 매일 팔굽혀펴기 100개, 스쿼트 100개, 10km 달리기를 하며 강해진 전투력 덕분에 단 한 방이면 모든 악당을 무찌른다. 그래서 ‘원 펀치 맨(One punch man)’, 원펀맨이다. 도덕적 의무감 역시 없다. 히어로 노릇은 슈퍼마켓 특가 세일이 끝나기 전에 후딱 해치우는 취미생활, 혹은 귓가에 웽웽거리는 모기를 잡는 것과 같은 일이다. “그쪽(악당)도 준비한 게 있을 텐데…”라며 미안해하는 원펀맨, 사이타마를 보자면 허탈해진다. 허무 개그와 히어로물이 결합한 모양새다. ‘원펀맨’은 2009년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연재를 시작한 뒤 3년여 만에 약 800만 조회수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단행본 1, 2권은 미국에서 전자출판이 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만화책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국내에는 9권까지 출간돼 현재까지 약 30만 부가 팔렸다. 지난해 말에는 일본에서 TV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됐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영웅다운 영웅, 영웅적 역할을 하는 인물을 찾기 힘든 시대”라며 “권력도, 경제력도 없는 평범한 주인공을 내세운 일상성 강한 히어로물이 앞으로 더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이새샘 iamsam@donga.com·김윤종 기자}

    • 2016-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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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실험실]독서공간 마련된 대형서점에 ‘공부族’이 자리 깔았다

    Ⅰ 서론 “요즘 서점에도 ‘공부족’이 산다던데….” 출판사 대표 A 씨의 말에 귀가 솔깃했다. 실제 요즘 대형서점들이 ‘책을 파는 상점’에서 ‘책을 읽는 문화공간’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연간 이용객이 1000만 명인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올 초 곳곳에 책을 읽을 수 있는 의자와 책상을 배치했다. 80명 이상 앉을 수 있는 길이 11.5m, 폭 1.5∼1.8m 독서테이블 2개도 설치했다. 전국 공공도서관은 900여 개. 각종 자격증 입사 시험, 스펙 쌓기로 도서관에서 종일 사는 사람들이 많아 열람실은 항상 부족하다. 대학생 김진석 씨(27)는 “오전 8시에 가도 좌석을 찾지 못해 잠시 자리를 비운 자리를 찾아다니는 ‘메뚜기’ 생활을 한다”며 “카페에서도 공부하지만 커피 값이 만만치 않고 시끄럽다”고 말했다. Ⅱ 이론적 배경 및 가설 인간행동학(praxeology)으로 보면 누군가의 앞에서 책을 볼 때는 ‘쇼오프(show-off·과시)’ 효과가 나타난다. 읽는 책을 통해 나의 지성을 표현하려는 욕구다. 1980년대 대학생들이 타임지 표지가 보이게 들고 다닌 것과 같은 맥락. 그래도 서점 독서테이블에서 수험서를 펴고 공부하는 이가 있을까? 팍팍한 취업전선을 생각해 가설을 세웠다. “서점 독서테이블에서 장시간 공부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Ⅲ 연구 결과 12일 오전 9시 반. 교보문고 광화문점의 대형 독서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9시 42분경 테이블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구석 자리에 앉아 공무원 수험서와 노트를 펴는 20대 후반 여성도 있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면서 테이블이 가득 찼다. 2시까지 기자는 15분 단위로 주변을 돌며 사람들이 읽는 책을 살폈다. 정오 기준으로 54명 중 11명이 ‘해커스 토익’ ‘에듀스 GSAT 삼성직무적성검사’ ‘농협은행 5급 직무능력검사’ ‘경찰학 개론 기출문제’ 등을 펴고 공부했다. 오후 2시에는 73명 중 12명이 토익책을 봤다. 6명은 전산응용 건축제도 기능사 등 자격증 서적을, 4명은 노트북을 꺼내 전공서를 정리했다. 오후 4시까지 살펴본 이용자 분포를 보면 25∼30%가량이 ‘공부족’이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선을 의식해 일반책을 3, 4권 앞에 쌓아 둔 채 공부했다. 텀블러와 필통은 필수. 40%가량은 ‘부동산 상식 50가지’ ‘연봉협상의 기술’ 등 실용서를 읽었다. 독서테이블 이용자의 70%는 살아남는 데 필요한 책을 선택한 셈(표 참조).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문학 같은 비(非)정보형 독서보다는 문제집, 재테크서처럼 정보소비형 독서가 많다”고 설명했다. 책을 통한 지적 과시의 여유는 사라진 것일까? 기자는 오후 2시부터 1시간 동안 독서테이블에 앉아 질 들뢰즈의 철학서를 비롯해 경제 관련 영어 원서를 쌓아 두고 읽으며 주변 반응 살폈다. 사람들은 대부분 옆 사람이 어떤 책을 읽는지에 관심이 없었다. 자리를 옮겨 만화책을 읽었다. 그제야 ‘어떤 놈이길래 이런 데서 만화책을 쌓아 두고 보냐’는 눈빛과 함께 시선이 기자 쪽으로 향했다. 오후 8시 반. 아침에 본 20대 여성이 여전히 같은 자리에서 ‘열공’ 중이었다. ‘서점에는 공부족이 산다’는 사실은 입증됐다. 편안하게 책을 읽자고 설치한 서점 독서테이블에서도 수험서, 자격증 기출문제집을 보며 치열하게 사는 사람이 많다는 현실이 씁쓸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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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격적 화면 거부감 들면서도 끌려

    ‘이것’과 맞닥뜨리면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우선 극도의 혐오감이 들면서 “꺅”이란 비명이 터진다. 또 다른 반응은 분노가 표출되는 경우다. 신문 뭉치를 들고 내리쳐 죽이려 한다. ‘바퀴벌레’를 본 인간의 반응이다. 여기 쇼킹한 이야기가 있다. 바퀴벌레가 인간을 죽이려 든다면? 일본 만화 ‘테라포마스’(학산문화사·14권 연재중)의 독특한 설정은 다음과 같다. 서기 2077년. 지구는 환경 훼손으로 화성을 제2의 지구로 만들려 한다. 문제는 화성의 낮은 기온. 이에 ‘테라포밍(Terraforming)’, 즉 화성을 지구의 대기, 생태계와 비슷하게 바꾸는 계획을 세운다. 화성의 대지가 태양빛을 흡수해 기온이 높아지도록 이끼를 가져가 뒤덮게 한다. 생물이 살 수 있는지를 보기 위해 바퀴벌레도 풀어놓는다. 500년이 지난 2577년. 화성이 살 만한 곳으로 개조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탐사선 1호가 보내진다. 하지만 교신이 두절된다. 22년 후인 2599년 탐사선 2호가 다시 화성에 보내지지만 탐사요원들이 의문의 살인을 당한다. 살인의 주체는 ‘바퀴벌레’였다. 다만 그냥 바퀴벌레가 아니다. 화성의 바퀴벌레는 극도의 진화를 이뤄 키가 2m가 넘고 직립보행을 한다. 사람을 쉽게 뭉개버리는 완력을 갖췄다. 이들은 인간을 보면 본능적으로 죽이려 한다. 마치 분풀이를 하듯…. 설상가상으로 탐사선 2호가 지구로 회수되면서 화성에서 묻어온 바이러스가 지구에 퍼져 사람들을 죽인다. 황당한 설정에 웃음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화성의 바퀴벌레 손에 사람들이 마치 벌레처럼 으깨지는 장면을 보면 영혼에 생채기가 난다. 호러 혹은 고어적 요소가 강해 거부감이 생기면서도 중독성 또한 강하다. 또 다른 재미는 바퀴벌레에 맞서기 위한 인류의 대책. 인류는 자신의 몸무게의 100배를 드는 ‘총알개미’, 길이가 5cm에 달하는 장수말벌 등 지구상 강력한 곤충의 DNA를 인간에게 심는 ‘벅스’ 수술을 통해 신체를 개조해 바퀴벌레에 맞선다. ‘스파이더맨’처럼 말이다. 각종 곤충에 대한 지식이 쌓이는 것도 이 만화의 장점이다. 다만 설정에 대한 충격이 무뎌지고 전투가 반복되면서 5권 정도 읽고 나면 피로감이 쌓인다. 그럼에도 이 만화는 해외에서 큰 인기를 누리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올해는 실사 영화로도 개봉된다. 콘텐츠불감증 환자에게 특별히 추천한다. ★★★(별 5개 만점)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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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팍팍하고 힘들어진 월급쟁이의 삶… ‘미생’ 시즌2

    “월급날 월급을 줄 수 있다는 건 회사의 엄청나고 엄청난 성과야.” 최근 나온 ‘미생(未生)’ 시즌2(10권) 속 대사다. 이제는 월급이 나올지조차 불투명하단다. 그만큼 ‘미생’ 시즌2는 더 팍팍해지고 불편해졌다. 시즌1은 프로 바둑기사 지망생이던 장그래가 종합상사 원인터내셔널에 계약직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샐러리맨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다뤄 웹툰은 조회수 10억 회, 단행본 판매는 200만 부를 기록하는 대박이 났다. 시즌2에서는 정규직이 되지 못한 장그래가 원인터내셔널을 그만둔 오상식 차장, 김동식 대리와 함께 온길인터내셔널이라는 작은 회사에서 일한다. 초반에는 시즌1의 마지막에서 생략된 내용, 즉 장그래와 김동식 대리가 이 회사에 입사하는 과정이 나온다. 더 악화된 생활이 주인공들을 몰아붙인다. 좁은 사무실에서 4명뿐인 직원들이 점심을 배달해 먹는다. 그릇을 정리하다 김치찌개 국물이 흐르자 장그래가 바닥을 닦으며 말한다. “초라해 못 견디겠다.” 동시에 원인터내셔널에 남은 장그래의 입사 동기들은 회사 워크숍에서 “보물찾기 상품은 디지털TV”라고 외치는 장면이 나와 대비를 이룬다. 팍팍한 현실은 캐릭터마저 바꿔 놨다. 사람을 아끼던 오 차장은 사람 한 명 더 쓰기보다는 수출 보험을 드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냉정해졌다. 바둑과 비교되는 직장생활은 시즌1과 같다. 시즌2 역시 1999년 제3회 삼성화재배 이창호 9단과 마샤오춘 9단의 결승 5번기 제5국의 치열한 한 수 한 수가 직장의 크고 작은 전투와 비교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하지만 보다 세밀해진 리얼리티 때문에 시즌1만큼의 폭발적인 반응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시즌2 첫 장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전체 노동자의 12.3%를 차지하는 이들이 대기업 현관을 향할 때, 대기업의 1000배에 육박하는 중소기업을 향해 전체 노동자의 87%에 달하는 종사자가 골목으로 들어선다.” 독자들은 자신이 중소기업에 다녀도 해외 바이어를 만나고 임원 경쟁을 하는, 스케일이 큰 대기업의 스토리를 더 선호할지 모른다. 완생(完生)을 꿈꾸는 장그래를 응원했던 시즌1의 독자에게 완생(대기업 정규직)을 꿈꾸기조차 어려워진 장그래는 너무나 회색빛이다. 완성도와 별개로 시즌2에 손이 덜 가는 이유다. ★★★★ (별 5개 만점)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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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자의 눈/김윤종]‘개저씨 논란’ 불편한가요, 공감하나요

    “기사 좀 내리세요. 중년 남성에게 ‘개저씨’라뇨.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3일 동아일보 문화부로 하루 종일 전화가 빗발쳤다. “‘개저씨’란 단어가 지나치다”는 남성들의 항변이었다. 이날 보도된 본보의 문화기획 ‘맨 인 컬처―개저씨 편’ 때문이다. 이 기사는 ‘개’와 ‘아저씨’의 합성어인 개저씨란 말이 최근 유행하는 현상을 다뤘다. 900여 명의 여성에게 설문조사해 분석한 기사였다. 반응은 뜨거웠다. 온라인에 게재된 이 기사에 댓글만 3700개가 달렸을 정도. ‘공감이 간다’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제가 ‘알바’ 중인데요. 아저씨들 반말 때문에 너무 상처받아 화장실 가서 운 적도 있어요.”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지하철에서 틈만 나면 슬쩍 건드리고…. 가슴 등 특정 부위를 보고 ‘살아있네∼’라고 말하지 않나!” 남성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회사원 박모 씨(42)는 “보도에 나온 ‘개저씨 평가지수’ 항목을 스스로 체크해봤다”며 “스스로 반성했다”고 했다. 일부는 “특정 남성들의 문제를 전체로 확대했다. 국민 신문고 등에 항의하겠다”며 분노를 표출했다. 그런데 기자도 중년 남성이다. 중년 남성 비하는 이 기사의 취지가 아니다. 한 번쯤은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였다. 취재 과정에서 이 시대의 아저씨에 대한 고충과 연민을 가진 이도 적지 않았다. 회사원 김모 씨(47)는 “부하 직원들에게 회식에서 한턱 쏘고 싶어도 눈치를 보게 된다. 뒤에서 ‘개저씨네’라고 욕할지 걱정”이라고 했다. 대학생 최모 씨(23·여)는 “개저씨는 싫지만 가족들을 위해 희생해 온 아빠 세대라는 점에서 ‘짠한’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현재 중장년 남성들은 엄격한 가부장제와 상명하달식 조직문화, 목소리부터 높여야 유리해지는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쳐왔던 세대라는 점을 이해할 필요도 있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개인을 넘어선 한 세대의 사고방식은 성장 과정과 환경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세대 간 생각 자체가 완전히 다르다”며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을 가지고 한 사람을 판단하고 무조건 비하하는 건 사회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개저씨로 비판받는 중년 남성은 분명 누군가의 아버지다. 또 개저씨가 함부로 대하는 어린 알바생은 누군가의 아들과 딸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서로를 보면 어떨까? 권위주의에 빠지고 시민의식이 결여되고 사회적 약자를 함부로 대한다면 누구나 개저씨뿐 아니라 ‘개줌마’ ‘개청년’ ‘개소년’이 될 수 있다. 개저씨 논란을 계기로 각자의 인격, 나아가 사회의 품격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김윤종·문화부 zozo@donga.com}

    • 201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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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그래 이번엔 中企서 처절한 생존전쟁”

    그는 자신의 작품이 연달아 대박을 터뜨린 이유를 묻자 “땅”이란 단어부터 꺼냈다. “땅에 발을 딛지 않은 이야기는 싫어해요. 땅을 밟은, 실제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대사도 작위적이기보다 누군가 정말 했을 것 같은 말로 써요.” 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만화 ‘미생(未生)’ 10권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윤태호 작가(47·사진)의 말이다. ‘미생’은 2014년 드라마로 방영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번에 발간된 미생 10권부터는 오상식 차장이 새롭게 설립한 회사에 장그래, 김동식 대리가 합류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배경이 바뀐 만큼 더욱 치열해진 일터 속 전쟁이 펼쳐진다. “시즌1은 일 자체가 캐릭터였죠. 10권부터는 ‘중소기업의 생존’이 캐릭터예요. 대기업은 자신이 맡은 일에만 충실하면 되지만 중소기업은 모든 일을 알아야 하고, 내가 하는 일이 가려지지 않죠. 대기업은 보고서로 자기 일을 감출 수도 있지만 중소기업은 모든 것이 다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옷을 벗고 전투에 나서는 것같이 더 치열한 거죠.” 실제 미생 시즌2 속 장그래는 대기업 ‘원인터내셔널’에 다닐 때 당연한 듯 누렸던 근무환경, 매월 입금되던 월급, 실수가 보완됐던 시스템 등이 사라진 곳에서 더 큰 도전에 직면한다. 시즌2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한국 젊은이들의 이야기도 다룰 것으로 보인다. 윤 작가는 “결혼하려 애쓰거나 결혼을 주저하는 등 이 시대에 결혼이라는 것을 실존적으로 다뤄야 한다고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시즌1에서 정규직이 못 된 장그래는 언제 완생(完生)이 될까? “정규직이 된다고 완생이 될까요? 무엇을 성취한다고 우리의 삶이 해피엔딩이 될까요? 우리 모두 양손에 불행과 행복을 각각 들고 있다고 봐요.”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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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 인 컬처]여성-약자에겐 뻣뻣, 강자 앞에선 굽실… 그대 이름은 ‘개저씨’

    《 할리우드에 ‘맨 인 블랙(Man in Black)’이 있다면, 한국에는 ‘맨 인 컬처(Man in Culture)’가 있다. 2016년 2월 3일. 한국에 ‘맨 인 컬처’가 도착했다. 같은 지구인이 봐도 이해하기 힘든 한국의 문화현상, 그리고 인간들을 심층 조사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이 혹여나 외계인이나 외계문명의 산물은 아닌지 알아볼 작정이다. 우리의 가슴은 뜨겁되 머리는 차가울 것이다. 발상은 유치하되 현실 감각은 딱딱할 것이다. 에이전트 5(김윤종 기자) 에이전트 7(임희윤 기자), 동시 출격! 》서울 종로3가 선술집에서 만난 30대 직장인 여성들은 ‘개저씨(Gaejeossi)’를 연발하며 화를 내고 있었다. “김 부장이 오늘 뭐랬는지 알아? ‘회사에 문제 생기면 직장맘들이 가정 버리고 최전선에 나설 수 있지? 못한다고? 그러면 내가 남자를 선호하겠냐, 여자를 선호하겠냐. 답이 딱 나오지?’ 아우, 개저씨….” 개저씨? 의아했다. ‘아저씨’는 멋들어진 중·장년 남성이 아닌가. 그 푸근함과 자상함, 불의를 응징하는 원빈이랑 리엄 니슨…. 그런데 개저씨라니. 개저씨는 ‘개 같은’의 ‘개’와 ‘아저씨’를 합친 신조어란다. 안하무인의 중년 여성이 ‘아줌마’, 허영심 강한 젊은 여성이 ‘된장녀’ ‘김치녀’로 비하되는 것처럼.○ 개저씨는 외계인? 개저씨는 누굴까? 조사업체 엠브레인과 지난달 21∼24일, 20∼40세 여성 921명을 설문조사했다(표 참조). 40대∼60대 초반, 지나치게 권위적이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반칙을 일삼는 한편, 여성과 사회적 약자에게 강하지만 강자에겐 약한 이로 압축됐다. “‘오징어는 여자가 찢어야 맛있죠.’ 얼마 전 유명 남자 배우 A가 술자리에서 한 말이에요. A는 서른다섯 살. 생각이 그 모양이면 20대라도 개저씨죠.”(B일간지 기자 이모 씨) “사회적 지위, 교육 수준도 상관없는 것 같아요. 정치인 김무성 씨도 대표적인 개저씨 이미지죠. 아무한테나 반말 찍찍 하잖아요. 2011년 김준규 검찰총장은 대학 특강에서 ‘남자 검사는 집안일 포기하고 일하는데, 여자 검사는 일 포기하고 애 보러 간다’고 했죠.”(30대 직장인 박수진 씨) 최근 구세웅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영문 뉴스 사이트에 기고한 글 ‘Gaejeossi Must Die’(개저씨는 죽어야 한다)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마초, 부성, 연장자 숭배 사상이 맞물렸을 때, 한국은 이를 오랫동안 ‘벼슬’이라고 생각해 왔다….’○ 개저씨, 꼰대 2.0 21세기 개저씨는 20세기 ‘꼰대’와 비슷하지만 겹치지 않는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말한다. “개저씨들의 훈계와 조언은 더 쉽게 우스워집니다. 정보기술(IT) 혁신과 매체 다변화로 사회가 예측 불가능해졌거든요. 기성세대가 경험으로 습득한 삶의 원칙, 그들이 가리키는 하나의 방향에 대해 젊은 세대는 잘 납득하지 못합니다.” 서울 서교동에서 만난 음반사 대표 김연구(가명·45) 씨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때만 해도 공공장소에서의 음주, 흡연이 당연했어요. 진보적인 대학생 사이에서 심지어 그건 ‘멋’이었다니까요. 슬픈 종족일지 몰라요, 개저씨란….” 프리랜서 안선영(가명·34) 씨는 이런 추론을 펼쳤다. “‘쩍벌’은 어때요? ‘여자라면 무릎을 모으고 앉아야 한다’는 지침의 반대편. 나이 들고 남성 호르몬 줄고 사회 입지 축소된 개저씨들이 남성성 증명하려는 잠재적 행동은 혹시 아닐까요.”○ 나는 개저씨가 싫어요, 차라리 ‘아재’가 될래요 조사 도중 우리는 아저씨 가운데 존재하는 다른 이들, ‘아재’라 불리는 종족을 만났다. 그들의 다이어트와 피부 관리는 ‘개저씨’가 안 되려는 애처로운 몸부림으로도 보였다. 방송인 유재석(45)을 모델로 애교 개그를 연습하는 이태성 씨(43)는 이렇게 말했다. “가장 억울한 도형이 뭐게요? 원통! 맥주가 죽기 전에 남긴 말은? 유언비어∼. 웃기죠. 재치 있는 아저씨가 되고 싶어서 연마 중이에요. 아재 개그.” 광고 시장도 움직였다. 한 의류 광고. 20대 무리가 화면 밖으로 ‘아저씨’를 외친다. 그러자 세련되게 차려입은 40대 이정재가 나타난다. 20대들. 홍해처럼 갈라지며 선망의 눈빛 보낸다. 이정재는 이렇게 외친다. “Awesome Forty(죽이는 40대)”.○ 에이전트 7, 코호트를 아는가 우린 이론적 분석을 원했다. 개저씨 논란의 근간에 ‘코호트 효과(Cohort effect)’가 작용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코호트’란 출생연도 기준 10년 단위로 특정한 경험을 공유하며 연대를 느끼는 집단을 말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를 만났다. “40, 50대는 노력으로 얻은 성취의 경험을 갖고 있죠. 요즘 젊은이들은 기회 자체가 적어요. 집단주의 속에서 자란 아저씨들의 행태는 무례하거나 남에게 개입하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세대 간 이해와 상호 존중을 모색할 시점입니다.” 존경할 만한 어른에 대한 갈망이 역설적으로 개저씨란 말을 유행시키지는 않았을까.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옷을 잘 입어서 멋진 줄 아세요? 소통도 잘하고 뭔가 나이에 맞는 품격이 있는 진짜 어른 같잖아요.”(대학원생 정희영 씨·28) 개저씨 담론의 출현을 보며 또 다른 희망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까. 이것은 한국사회 한 챕터의 끝이 될 수도. 즉, 가부장과 남아 선호, 집단주의와 위계질서 중심 사회와의 작별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개저씨는 외계에서 뚝 떨어진 별종이 아니었다. 내 친구의 아버지, 내 어머니의 옛 연인. ※결론: 개저씨=지구인 한편 지하철에서 두 요원은 가수 설현의 이상한 광고 포스터를 발견하는데…. (다음 회에 계속)임희윤 imi@donga.com·김윤종 기자}

    • 20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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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실험실]아픈 마음 보듬고 치유하는… 독서는 영혼의 약

    《 ‘Medicine for the soul.’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테베의 도서관 앞에 적혀 있던 문구다. 독서가 영혼의 약이라는 의미다. 해외에서는 ‘독서치료’가 각광을 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가벼운 우울증 환자에게 책을 우선 처방하는 의료서비스가 재작년부터 본격화했다. 문학 철학 심리학을 망라한 독서를 통해 우울증, 불안장애를 치유한다는 것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 분야다. 책으로 치료가 가능할까? 기자는 15년간 독서치료를 해온 ‘치유의 독서’ 저자 박민근 독서치료연구소장(45)에게서 한 달간 치료를 받았다.》○ 마음의 병이 깊어… “고민이 있나요.”(박 소장) “다들 하는 것과 비슷하죠. 먹고사는 문제, 아이, 노후 걱정….”(기자) 박 소장은 “‘마음 근력’부터 체크하자”며 우울도, 회복탄력성, 낙관도 검사를 진행했다. ‘사람들이 나를 싫어한다’(우울도) ‘집중해야 할 일이 생기면 신바람이 사라진다’(회복탄력성) 등의 문항을 보며 고민하자 “생각하지 말고 느끼는 대로 체크하라”란 지시가 떨어졌다. ‘설마 문제가 있겠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심각했다. 우울도는 11점으로 위험치(19점)를 넘진 않았지만 회복탄력성은 정상치(195점)보다 30점이나 부족했다. 낙관도 역시 정상치(비교적 낙관 6∼8점)보다 훨씬 떨어지는 마이너스 1점이 나왔다. “심리적 문제를 치유하려면 심리 그 자체보다는 삶의 근원적 고민을 봐야 해요. 돈, 인간관계, 일과 삶의 부조화, 죽음까지…. 결과를 보면 김 기자의 심리가 걱정스럽군요.” 놀란 마음에 “정말이냐”고 몇 번을 물었다. “회사 생활은 어떠신지요? 직장 상사나 선배가 좋은 사람이라면 점수가 조금은 좋았을 겁니다.”(박 소장) 몇몇 선배의 얼굴이 떠올랐다.(취재 뒤 이 사실을 선배들에게 말하자 ‘그런 조사는 원래 다 이상하게 나온다’며 웃었다.)○ 상처에 연고 바르듯, 마음 아픈 날엔 책을… 조급해진 기자는 빨리 처방(책)을 달라고 졸랐다. “안 돼요. 세밀한 진단이 먼저입니다.” 무대를 주름잡는 로커를 꿈꾸다 짧은 손가락과 음감 부족으로 포기했던 20대, ‘자판기’처럼 버튼을 누르며 기사를 만들던 30대 등 40분가량 성장기부터 현재까지의 ‘나’를 박 소장에게 들려줬다. “음. 존재에 대한 고민이 크네요. 20∼40대 한국인 대부분은 ‘내가 어디로 가고 있고,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요. ‘불안’이란 심리적 증세로 이어집니다.” 처방이 나왔다. 인생의 방향을 다룬 ‘인생학교―일’(로먼 크르즈나릭), 좋지 않은 습관을 제거하는 ‘클린’(알레한드로 융거)을 추천받았다. 박 소장의 15년간 임상 데이터를 보면 애인에게 차인 사람에게는 ‘오만과 편견’이 효과가 컸다. 경제적 문제로 고민이 많은 사람은 ‘희망의 밥상’이, 집착이 심한 사람은 ‘크리스마스의 선물’이 효과가 높았다고 한다. 1차 진료 뒤 20여 일간 틈틈이 처방된 책을 읽었다. 독서치료는 증세에 따라 3개월에서 1년가량 진행된다. 초기에는 처방된 책들이 ‘긍정적 자세를 중시하는’ 다소 뻔한 이야기 같았다. 부작용도 있었다. 책만 펼치면 잠이 왔다. 하지만 점차 책 내용으로 인생을 반추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 달 뒤 박 소장을 다시 찾았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아닌 ‘외상 후 성장’이 중요합니다. 내면적 상처가 부정적으로 새겨지는 게 아니라 그 상처를 통해 성장으로 이끄는 거죠. 성장의 매개물이 독서입니다.” 2차 진료를 마치자 바로 고민을 떨칠 순 없지만 ‘종이컵’만 한 여유가 생겼다. 3차 때는 맥주잔이 되길 희망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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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1945년, 戰後 남은 것은 환희와 혼돈이었다

    네덜란드 출신인 저자는 1945년을 ‘0년’(Year Zero)이라고 부른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로 ‘환희→응징→고통→치유’라는 과정을 겪은 사람들의 내면에서 세계 체제의 전환이 일어났고 현대세계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이에 1945년을 살아간 사람들이 남긴 구술을 토대로 이 책은 논픽션 다큐멘터리처럼 전개된다. 1945년 여름 연합군의 행군을 본 이들이 “연합군 탱크 위 군인은 성자처럼 보였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는 욕망으로 이어졌다. 연합군과 지역 여성 간 성관계, 나아가 성매매가 늘면서 성병에 걸려 입원하는 여성이 5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곧 대규모 기아에 직면한다. 논밭이 폐허가 된 데다 기후마저 악화됐다. 섹스와 음식에 대한 갈망은 ‘복수’에 대한 열망으로 이어졌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버드와이저 수용소의 독일인 죄수는 종일 고문을 당했다. 독일군에게 물질적 지원을 받은 여성들은 벌거벗겨진 채 처형됐다. 강대국의 이익 추구 속에서 전범들이 심판을 받지 않기도 했다. 한국 여성을 납치해 위안부로 쓰자고 제안한 일본군 오카무라 야스지 사령관은 한때 자신에게 군사훈련을 받았던 중국군 사령관 허잉친의 배려로 처벌받지 않았다. 731부대에서 마취 없이 산 사람의 내장을 빼내는 생체실험을 주도했던 일본군 의사 이시이 시로도 1959년 도쿄에서 편안히 사망했다. 미국은 그의 생체 실험이 중요한 기술 정보가 될 것으로 봤다. 일본에서 유학한 저자는 위안부 피해자를 ‘일본군 치하의 국가에서 납치된, 이른바 위안부는 사실 일본군 공창의 성노예’라고 정의할 뿐 아니라 2차대전 후 한반도의 분단 과정을 기술하는 등 1945년 한국의 모습도 세밀히 다뤘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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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팔의 성공학]情이 부른 공감… 트렌드가 되다

    “이 아빠도 태어날 때부터 아빠는 아니잖아. 아빠도 아빠가 처음인데 그러니까 우리 딸이 좀 봐줘.”(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1화) “어른은 그저 견디고 있을 뿐이다. 어른으로서의 일들에 바빴을 뿐이고 나이의 무게감을 강한 척 버텨냈을 뿐이다. 어른도 아프다.”(2화) “가끔은 엄마가 부끄러울 때가 있었다. 엄마에겐 최소한의 체면도 자존심도 없는지 화가 날 때가 있었다. 그건 자기 자신보다 더 지키고 싶은 소중한 게 있기 때문이라는 거. 바로 나 때문이란 걸. 그땐 알지 못했다.”(5화) 최근 종영된 ‘응답하라 1988’(응팔)을 본 후 시청자들에게 회자된 드라마 속 어록들이다. 드라마가 끝났지만 현재까지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 같은 ‘응팔 어록’들이 확산되고 있다. 그만큼 ‘응팔’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파고들었다는 것이다.기대를 뛰어넘었던 ‘응팔’ 이 드라마의 폭발적 반응은 우선 수치로 드러난다. ‘응팔’은 케이블TV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16일 방송된 ‘응팔’ 마지막 회(20화)의 평균 시청률은 19.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이전 케이블 최고 시청률인 ‘슈퍼스타K2’ 결승전(18.1%·2010년 10월 22일)을 훌쩍 넘었다. 대박 시청률은 광고로 이어졌다. 광고업계에 따르면 ‘응팔’ 광고료는 지상파 최고 인기 예능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 광고료(15초당 1200만 원 대)에 가까웠다. 한 방송 관계자는 “‘응팔’ 광고료가 지난해 같은 시간대 방송한 드라마 ‘미생’보다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단순히 시청률만 높았던 게 아니다. 지상파에서 방영되는 일일 가족드라마도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이들 드라마는 40, 50대 여성 시청자 위주로만 호응을 얻는 등 전반적인 화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하지만 ‘응팔’은 인터넷 블로그, 커뮤니티 게시판, SNS, 동영상 조회수 등 온라인 화제성을 분석하는 ‘드라마 화제성 지수’, ‘콘텐츠파워지수’ 등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시청률뿐 아니라 문화콘텐츠의 트렌드를 주도했다는 의미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기존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기보다 가능성 높은 신인급 배우를 발굴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 ‘응답하라 1997’에서는 가수 서인국과 걸그룹 ‘에이핑크’의 정은지, ‘응답하라 1994’는 정우 유연석 손호준이 스타덤에 올랐다. ‘응팔’에서는 걸그룹 ‘걸스데이’의 혜리를 비롯해 류준열 박보검 안재홍 등이 큰 인기를 누렸다. 응팔 속 배경음악도 가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가수 오혁이 리메이크한 이문세의 ‘소녀’를 비롯해 이적이 부른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박보람이 부른 동물원의 ‘혜화동’ 등 1980년대 히트곡들이 음원차트를 휩쓸었다.응팔의 성공학 “응팔 어록이 정리된 블로그를 링크해 페이스북에 올려놨어요. 사람들의 호응이 정말 좋더군요. 다들 따뜻하고 훈훈한 무언가를 준다는 느낌을 받았대요.”(주부 이지영 씨·37) ‘응팔’의 성공은 단순히 드라마 한 편이 유행한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화적 함의가 있다고 문화평론가들은 지적한다. 우리가 잊고 지내던 가족의 ‘정(情)’을 담으면서 사회적 울림을 줬기 때문이다. 각박한 세상 속에서 잊었던 따뜻한 공동체에 대한 아련한 사랑과 추억을 드라마 속에 녹여낸 것. 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1980년대 서울 도봉구 쌍문동 봉황당 골목이다.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등 전작이 1990년대 고등학생과 대학생의 사랑과 우정을 그리며 20, 30대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끌어들였다면 ‘응팔’은 중장년층까지로 시청자 층을 넓혔다. tvN 측은 “전작의 성공법칙인 청춘 간 러브라인, 남편 찾기로는 성공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있었다”며 “이에 덕선(혜리) 택(박보검) 정환(류준열) 선우(고경표) 동룡(이동휘) 등 골목길 5인방의 얽히고설킨 가족 이야기도 비중 있게 다뤘다”고 말했다. 극 중 가족과 이웃사촌 사이에서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작은 것도 나누는 모습에서 젊은이들은 신선함, 중장년층은 추억과 훈훈함을 느꼈다. 회사원 백재철 씨(43)는 “명예퇴직에 내몰린 동일(성동일)에게 가족들이 감사패를 전달하는 모습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며 “‘사오정’ ‘오륙도’란 말이 유행하는 이 시대를 살면서 부담감이 크지만 가족을 위해 한번 해보자는 용기가 생겼다”고 했다. 16일 열린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서는 ‘응팔’을 칭찬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선정성 등으로 이유로 MBC ‘내 딸, 금사월’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한 위원은 “‘응답하라 1988’을 보면 가족 간의 사랑처럼 훈훈하고 건전한 이야기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케이블방송도 이렇게 하는데, 왜 지상파는 못 하냐”고 이야기한 것이다. 가족, 이웃 간의 소소한 사랑과 일상은 극 중 1980년대 배경과 소품들의 디테일과 결합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다. 드라마 곳곳에 크라운 병맥주, 홍콩 배우 주윤발(저우룬파)이 나왔던 ‘밀키스’ 광고, 브라보콘, 마이마이 카세트플레이어, 보온도시락, 사다리꼴의 쓰레기통, 못난이 인형, 호돌이(서울올림픽 마스코트)가 그려진 연필깎이 등 추억의 소품들이 나와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응팔’ 신원호 PD는 “극 중 배경인 쌍문동을 두고도 고증을 위해 수백 명을 인터뷰했다”고 했다. 시청자 민경미 씨(47) 역시 “나도 덕선이처럼 연탄가스에 죽을 뻔했다”며 “내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장면이 나와서 반가웠다”고 말했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드라마의 주요 재미였던 남편 찾기의 결말이 허술했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내 덕선의 남편으로 택과 경쟁하던 정환이 말 한마디로 사랑을 포기하는 부분의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것. 선우 보라 커플은 알고 보니 동성동본이란 설정이나 보라 덕선 자매가 겹사돈이 되는 결말 부분의 스토리 전개가 다소 억지스럽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네 번째 ‘응답하라’ 이야기를 기대한다. 회사원 최지성 씨(35)는 “차기작은 ‘응답하라 2002’라는 소문을 들었다. 당시 나 역시 청춘이었고 한일 월드컵 등 사회적 이슈도 많아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그리운 쌍문동 골목길 ‘응팔’로 기억하고파 ▼내 마음 속 ‘응답하라 1988’ 도대체 이 따뜻함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응답하라 1988’은 종영했지만 그 따뜻한 온기는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아마도 그 여운은 한동안 계속 우리의 마음속에 남아 있지 않을까. 카메라가 골목길을 따라 쑥 들어가며 시작했던 ‘응팔’은 이제는 퇴락해 철거를 앞두고 있는 골목길을 카메라가 빠져나오며 끝난다. 아마도 이 땅에 그토록 많았던 쌍문동 같은 골목들은 말끔히 재개발되어 아파트가 들어섰을 게다. 그리고 그렇게 세워진 아파트에 살고 있는 우리는 사라진 저마다의 골목을 그리워한다. 그 골목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 사는 온기가 넘쳐흘렀던가. ‘응팔’이 짧게 흑백사진으로 보여줬던 것처럼 그곳에서 옛 친구들은 자전거를 타고 다방구를 하며 함께 놀았다. 저녁이 되면 라미란이나 이일화 김선영이 그런 것처럼 “밥 먹어라” 하는 엄마들의 목소리가 골목 가득한 밥 내음과 함께 퍼져 나오곤 했다. 정환(류준열) 택(박보검) 선우(고경표) 덕선(혜리) 동룡(이동휘) 같은 한골목에 사는 친구들은 친구집에 모여 함께 영화를 보거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이웃사촌이란 말이 실감 나던 시절이었다. 주제곡인 동물원이 부른 ‘혜화동’의 ‘어릴 적 함께 뛰놀던 골목길에서 만나자 하네’라는 가사는 ‘응팔’이 우리에게 건넨 약속시간이었다. 우리는 그 약속시간에 맞춰 TV를 켜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우리 가슴에 남아 있는 그곳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 하지만 ‘응팔’의 따뜻함은 당대를 겪은 세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당대를 겪지 않았던 지금의 청춘들은 그때의 같은 나이였던 청춘들의 전혀 다른 삶을 들여다보며 일종의 판타지를 느꼈다. 어쩌면 저리 다를까. 물론 입시 경쟁이야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과 서로가 서로의 앞날을 걱정해주고 축복해주는 풍경은 낯설기 그지없는 것이었다. 또 디지털 세상의 편리함만큼 차가워진 지금의 관계들은, ‘응팔’이 보여주는 불편해도 인간적인 정이 느껴지는 따뜻한 관계에 대한 그리움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 큰 것은 시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알려주는 위로와 위안이다. 당시는 죽을 것만 같았던 가난이나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가슴앓이는 물론이고, 막막하기만 했던 미래 앞에서 무엇을 해야 할까 갈팡질팡하던 그들은 저마다 각자의 위치에서 잘 살아 나간다. 택이는 연전연승을 기록하는 프로바둑 기사가 되고, 선우는 의대생이 되고, 정환은 공군 장교가 된다. 연거푸 대학입시에 떨어졌다가 결국 법대생이 된 정봉(안재홍)은 그러나 고시를 포기하고 백종원같은 요리연구가의 길을 택한다. 물론 그것은 현실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되든 시간이 흐르고 나면 막막했던 시절은 하나의 추억으로 남는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알려준다. 시간의 흐름을 담는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를 그 자체만으로도 위로해준다. 1980년대를 경험했던 윗세대에게는 추억과 향수를 주고, 당대를 겪지는 않았으나 청춘이라는 공통분모로 드라마 속 인물들에 몰입할 수 있었던 젊은 세대에게는 판타지를 주었으니 ‘응팔’이 19.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케이블채널 사상 최고의 시청률을 낸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라미란 김성균 이일화 성동일 김선영 최무성이 보여준 이웃 간의 가족 같은 정을 추억으로 전해주면서, 덕선 정환 택 선우 보라의 사랑과 우정을 담아낸 ‘응팔’은 그래서 폭넓은 세대의 공감대를 모두 끌어안을 수 있었다. 이 모든 공감대를 마치 자석처럼 끌어모으고 있는 건 다름 아닌 저 쌍문동 어딘가 있었을 테지만 지금은 사라져 버린 그 골목길이다. 사라졌기에 그리움은 더 간절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 골목길은 ‘응팔’이란 드라마로 영원히 남았다. 그렇게 마음과 기억 속에 복원된 골목길만으로도 충분했다. 더할 나위 없이 따뜻했던 그 기억이 우리에게 남겨졌다는 것만으로도.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 20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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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응팔의 성공학]다시 보기·음원·배우들까지… ‘응팔’ 덕에 대박났네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의 인기는 ‘매출 대박’으로 이어졌다. 드라마 전후 배치된 광고가 완판됐고, 다시 보기 서비스, 즉 주문형비디오(VOD)와 OST 음원 수익도 수십억 원에 달했다. CJ E&M에 따르면 ‘응팔’은 회를 거듭할수록 시청률이 오르면서 16일 방송된 ‘응팔’ 마지막 회(20화)의 평균시청률(19.6%)은 역대 케이블방송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프로그램 광고는 1회부터 마지막 회까지 모두 팔렸다. tvN은 총 171억 원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본방송을 놓친 시청자들이 ‘응팔’ VOD 서비스에 몰리면서 ‘응팔’은 다시 보기 서비스 콘텐츠에서 1위를 차지했다. 여기서 나온 매출만 50억 원이 넘는다. 이 밖에 오혁, 이적, 노을, 박보람, 김필, 디셈버 등이 리메이크한 1980년대 음악들의 OST 음반, 음원 수익까지 더하면 총 220억 원 이상의 수익을 CJ E&M이 올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역대 케이블 최고 매출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tvN 측은 버스 회수권 디자인과 유사하게 만든 티머니 버스카드, 매일 넘기는 숫자 일력, ‘응팔’ 공식 우표와 포토엽서, 퍼즐엽서, 1980년대 디자인의 공책과 딱지 스티커, 카세트테이프 형태의 스마트폰 케이스 등 드라마에 노출된 추억의 아이템을 현대화시킨 공식 MD상품을 판매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응팔’에 출연한 배우들도 ‘돈방석’에 앉았다. 방송계에 따르면 ‘응팔’ 출연진이 드라마 인기에 힘입어 찍은 광고만 70여 편에 달한다. 앞으로 나올 광고도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주인공 덕선 역을 맡은 걸 그룹 ‘걸스데이’의 혜리. 그는 의류를 비롯해 화장품, 식음료, 아르바이트 서비스 등 10여 개의 CF를 통해 총 60억 원 이상을 번 것으로 알려졌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국민 첫사랑’이란 칭호를 얻은 수지 못지않은 수익이라는 것이 광고계의 평가다. 덕선과의 삼각관계로 인기를 끈 류준열(정환)과 박보검(택) 역시 여러 편의 광고 계약에 성공했다. 류준열은 자전거, 면도기. 의류 등의 모델로, 박보검은 화장품, 치킨, 음료 등의 광고 모델로 나선다. 새롭게 조명을 받은 이들 청춘스타뿐 아니라 기존 배우인 김성균 라미란 안재홍 등도 통신사 CF를 최근 촬영하는 등 광고계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극중 등장한 추억 상품들도 판매량이 급증했다. 1980년대 이미연이 광고해 유명했던 가나 초콜릿을 비롯해 ‘쌍문동 아줌마’ 3인방이 평상에 모여 마시던 크라운맥주, 정봉이(안재홍)가 광고를 흉내 내던 ‘밀키스’를 포함해 복고풍의 롱코트, 나팔바지, 더블코트 등의 매출도 늘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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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회 1명당 100그릇 먹고 5000km 달려”

    《 채널A 간판 프로그램 ‘먹거리X파일’(매주 일요일 오후 9시 40분)이 31일 200회를 맞이한다. 2012년 2월 10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 프로그램은 우리 사회 음식문화의 변화를 이끌며 탐사보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공감미료(MSG) 줄이기, 빙초산 안 쓰기, 반찬 재사용 안 하기 운동이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의 ‘착한식당’ 인증을 받은 가게는 전국적 명소가 됐다. ‘먹거리X파일’의 주역인 김진 기자와 김군래 PD, 정회욱 제작1팀장을 27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동아디지털미디어센터(DDMC)에서 만났다. 200회 소감부터 물었다. “입에 단내가 날 정도로 어려운 취재가 많았죠. 쉬고 싶어요(웃음).”(김 PD) “에이. 쉴 수가 없죠. 음식으로 장난치는 꼼수도 진화하잖아요. 진흙을 묻혀 국산으로 위장한 꼬막을 고발했더니 나중에는 국산 포대에 담아 속여 파는 ‘포대갈이’ 수법을 쓰더군요.”(김 기자) 한 회 제작을 위해 제작진 한 명당 대략 음식 100그릇을 먹고 5000km를 달린다. 불량 식재료 현장을 포착하기 위해 차 안에서 잠복근무도 수시로 한다. “차 안에서 대충 햄버거, 컵라면으로 한 끼를 때울 때가 많아요. 몸에 안 좋은 것을 먹으면서 착한 음식을 취재하는 역설이죠. 하하.”(김 기자) “병든 소를 도축하는 산속 축사를 찾아갔죠. 유통업자로 가장해 병든 쇠고기를 냉동차에 실었어요. ‘성공했다’고 기뻐하는 순간 갑자기 도축업자가 제 가방을 열어보자고 하더군요. 주변에는 칼이 널려 있고요. 피가 마르더군요.”(김 PD) ‘먹거리X파일’은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동시간대 종편 프로그램 중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착한식당 편집본은 다음 달 6일부터 일본 케이블TV에서 방영된다. 간혹 일부 식당의 문제를 보도해 전체를 어렵게 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업계 전체에 팽배한 문제인지, 일부 식당의 문제인지를 철저히 구별합니다. 여러 명이 검증하고, 10곳 중 몇 곳이 문제였다며 수치화해 방송하죠. 수없이 많은 제보가 들어오는데, 경쟁업체나 블랙컨슈머(악성 소비자)의 악의적 정보인지도 엄밀히 점검해요.”(정 팀장) “착한식당에 선정된 곳은 대부분 작은 가게죠. 작은 식당이 잘되도록 힘을 불어넣고 있다고 생각해요.”(김 기자) “MSG에 집착한다는 비판도 있죠. 무조건 어떤 것을 먹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무엇을 먹는지 알고 선택하자는 거죠.”(김 PD) 200회 특집방송에서는 시청자와 제작진이 뽑은 ‘먹거리X파일’ 충격 고발과 나쁜 먹거리 등이 소개된다. 인터뷰 말미에 300회를 향한 다짐도 나왔다. “식재료가 우리 밥상까지 어떻게 오는지를 점검하고 싶어요. 중국과의 식재료 유통, 착한 유통도 알아볼 겁니다.”(정 팀장) “300회 방영 전에 ‘먹거리X파일’이 없어졌으면 좋겠어요(웃음). 더 고발할 게 없을 정도로 우리 음식문화가 좋아진다면 ‘먹거리X파일’이 필요 없잖아요.”(김 PD)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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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 실험실]“완벽한 男主-귀여운 女主는 불변공식”

    《 야한 소설을 공공장소에서 종이책으로 읽을 때와 전자책으로 읽을 때의 주변 반응은? 디지털 문법이 문학을 어떻게 바꿨을까? ‘덕후’를 혐오하는 여성에게 로봇 피규어를 만들게 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문화실험실’에 답이 있다. 각종 문화현상을 기자가 체험과 실험을 통해 다양한 관점으로 비틀어 보는 이 코너를 연재한다. 첫 회는 ‘웹 소설 써보기’다. 》대세는 ‘웹소설’이다. 지난해 네이버 연재 웹소설 조회수는 18억 건. 연간 수입이 억대가 넘는 웹소설 작가들도 생겼다. 어떤 신세계일까? 기자는 ‘도전! 웹소설 쓰기’의 저자 박수정 작가(34)를 20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나 웹소설 쓰기 실전 특강을 받았다. 박 작가는 10년 차 로맨스 작가다. 현재 네이버에 연재 중인 ‘위험한 신혼부부’는 조회수 1위다. 지난해 웹소설로 번 돈은 3억 원이 넘는다. 먼저, 기자가 준비한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수습 PD 재연, 대학 시절 짝사랑했던 보도국 기자 김서훈, ‘뱀파이어 PD’란 별명의 강훈 등 입사 3, 4년 차 젊은이의 풋풋한 삼각 로맨스라고 설명하자 박 작가의 표정이 굳어진다. “노(No) 노! 로맨스 웹소설은 현실이 아니라 판타지예요. ‘남주’(남자 주인공)가 평범한 3, 4년 차 PD나 기자면 안 돼요. ‘남주’는 ‘삼시세끼’의 나영석처럼 잘나가거나 방송사 사주 아들처럼 ‘여주’(여자 주인공)를 이끌 권력이 있어야 해요. 로맨스의 ‘클리셰’(상투적 상황)입니다.” 그래서 입사 4년 차 PD 강훈은 대박 시청률을 내는 천재 PD 팀장으로 변경됐다. 기자가 “남성이 무조건 우월하면 여성들이 반발한다”고 주장하자 박 작가는 “로맨스 웹소설을 구매하는 독자는 직장과 육아에 시달리는 30대 여성이에요. 이들에게 로맨스 웹소설은 현실을 견디는 한 조각 꿈이에요. 비현실적이니까 재미있고 보고 싶은 것”이라며 톡 쏘았다. ‘교회 오빠’ 같은 훈남 주인공 외모도 박 작가의 지도로 이렇게 바꿨다. ‘쌍꺼풀 없이 시원하게 뻗은 눈매. 신비감을 주는 갈색 눈동자. 딱 좋을 정도의 오뚝한 콧날과 유기농 계란형의 완벽한 얼굴 선. 태어나서 본 모든 생물과 무생물을 합쳐서 제일 충격적인 비주얼….’ “요즘 웹소설에는 삽화가 들어가는데, 강동원 이미지가 압도적으로 많아요. 그 다음에 김수현, 조인성…. 이 완벽한 남자에게 아픈 과거나 결핍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독자들이 안아주고 싶은 모성애를 느껴요. 다만 ‘왕따’는 안 됩니다. 주인공이 ‘찌질’해 보이면 안 좋아요.” “‘여주’ 외모는 AOA 설현 정도, 어떨까요?”(기자) 기자는 또 혼났다. “로맨스 웹소설의 꽃은 ‘남주’예요. ‘여주’가 너무 늘씬하고 예쁘면 안 돼요. 소녀시대 윤아 이미지면 독자와의 거리감이 ‘안드로메다’예요. 약간 예쁜 얼굴에 작고 귀여운 이미지. 소녀시대에선 써니같이 묘사해야 감정이입이 됩니다.” 기자는 신입 PD 재연이 드라마 녹화테이프를 지워 버리는 실수를 저지르고 강훈이 능력을 발휘해 재연을 도와준다는 식으로 1회를 구성했다. 그러나 박 작가는 역시 고개를 저었다. “저라면 재연이 방송국에 처음 출근해서 초절정 미남 강훈을 만나는 순간 ‘×됐네’라고 외치면서 1회를 끝낼 겁니다. 무슨 사연인지 궁금해야 2회를 봐요.” 웹소설에서 매출이 높은 콘텐츠는 ‘19금’ 로맨스다. 기자가 설정한 남녀 주인공의 섹스 장면을 설명하자 박 작가는 손사래를 쳤다. “그건 야설이에요. 여자는 성행위에서 오는 자극이 아닌, 로맨틱한 감정이 중요해요. 신체 부위나 자세를 적나라하게 묘사하면 안 돼요.” 러브신 묘사는 “그의 성난 무언가가 왔다”는 식으로 일일이 고쳤다. ‘금방 쓰겠는 걸’이란 자만심은 특강 후 산산조각이 났다. 결국 세밀한 감정선, 발랄한 대사 등 무엇 하나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뱀파이어 PD의 은밀한 취향’이란 제목으로 1회를 네이버 챌린지 리그에 올렸다. 1시간도 안 돼 목록 첫 화면에서 한참 밀려 찾기 힘들어졌다. 이 리그에 올라오는 새 작품은 하루 평균 300여 개. 박 작가의 조언이 떠올랐다. “웹소설이 큰돈이 된다고 하니 모두들 뛰어드는데요. 저요? 7년 동안은 한 달에 20만 원 벌기도 어려웠어요. 인내를 가지세요.”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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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개국 출판사 모여 그림 동화책 함께 출간

    그림동화책 한 권을 출간하기 위해 7개 국가의 출판사가 모인다? 출판계에 따르면 그림동화책이 갈수록 고급화되면서 제작비가 올라 소량을 찍어서는 수지 타산이 맞지 않는다. 이에 여러 나라의 출판사가 모여 책을 대량으로 제작해 제작비를 낮추는 ‘국제 협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 대표적인 예가 최근 발간된 그림동화책 ‘레베카의 작은 극장’(보림출판)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유명 작가 레베카 도트르메르의 작품이다. 작가가 20년간 써온 19권의 그림책 주인공들을 내세워 매 페이지의 장면이 입체감 넘치는 연극 무대처럼 보이도록 했다. 이 책은 각 페이지 속 인물들과 집, 거리는 물론이고 1mm 지름의 나뭇가지 하나까지 레이저로 종이를 잘라내는 ‘페이퍼 커팅’ 기법이 사용됐다. 책을 펼치면 인물들과 배경이 입체적으로 배치돼 원근감과 화려함을 준다. 이처럼 그림동화책이 고급화되면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레베카…’의 경우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다 보니 개별 출판사가 제작하면 책 만드는 비용만 권당 15만 원 이상, 마케팅과 물류비 등이 더해지면 판매가가 30만 원에 이른다. 프랑스 아셰트 출판사는 지난해 초 한국, 이탈리아, 일본, 독일 등 총 7개 나라의 출판사들을 모집해 함께 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이 책의 최종 판매가는 국내의 경우 6만 원으로 정해졌다. 최근 발간된 ‘파리에서 보낸 하루’ 역시 5개 국가의 출판사들이 모여서 만들었다. ‘나무들의 밤’의 경우 10개국 출판사가 함께 제작했다. 매 페이지가 실크스크린으로 구성된 이 책은 수작업이 필수였다. 인도의 타라 출판사는 자체적으로 만들 경우 판매가가 20만 원을 넘게 된다고 보고 10개국 출판사를 모은 것이다. 보림출판사 박은덕 편집장은 “고급 그림동화책 제작은 ‘코에디션(co-edition)’, 즉 함께 모여서 제작하는 것이 요즘 세계적 추세”라며 “다만 출판사들이 각자의 언어에 맞게 편집을 일부 수정하거나 독자가 선호할 표지를 따로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왜 그림동화책을 공동 작업하면서 고가로 제작할까? 그림동화책이 더 이상 아동들만 보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림동화책을 보는 성인 시장이 커졌다는 게 출판계의 진단이다. 서울 연남동 ‘피노키오’ 등 어른 취향의 고급 동화책을 전문적으로 파는 서점도 생겼다. 30, 40대 여성 독자들은 고급 재질과 수제 제본으로 제작돼 5만 원이 훌쩍 넘는 고급 동화책을 예술성 높은 오브제처럼 소장한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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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인간을 이해하는 학문, 정신의학

    어릴 때 이상한 행동을 하면 ‘언덕 위 하얀 집’으로 보내겠다는 으름장을 자주 들어야 했다. ‘하얀 집’은 ‘정신병원’…. 호러 영화 속 하얀 집의 과장된 광기를 봐온 탓에 ‘정신의학’까지 두려움이란 감정과 연결됐다. 실제로 광기로 여겨지던 정신의학이 하나의 과학으로 인정받기까지는 20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건국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정신의학을 완성케 한 시대별 이슈와 변곡점을 담아냈다. 정신의학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인간이 심리와 행동을 조작할 수 있는지, 최면술은 정신의학의 영역인지 등이 소개된다. 성격은 정신의학의 영역일까? 1848년 25세 미국 청년 피니어스는 사고로 머리에 쇠막대가 꽂힌다. 기적적으로 회복했지만 이후 온화하던 그의 성격이 난폭하게 변했다. 뇌의 전두엽을 다친 탓이다. 무형(無形)의 정신의학이 뇌라는 물질적 기반을 마련하는 순간이다. 정신과 의사 헤르만 로르샤흐(1884∼1922)는 독특한 데칼코마니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보여주며 환자의 사고 체계를 분석했다. 폐암을 진단할 때 흉부엑스레이라는 검증 수단이 필요하듯, 정신의학에서 정신병리 평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미국 심리학자 존 브로더스 왓슨(1878∼1958)은 9개월 된 아기 앨버트의 방에 흰쥐를 두고 만지려 할 때마다 소리를 질러 놀라게 했다. 앨버트는 성인이 되어서도 흰 털 동물을 보면 공포감을 느꼈다. 인간의 행동을 조작하려는 행동주의 심리학의 유행은 윤리 논란을 부른다. 성 정체성이 정신적 영역인지도 실험됐다. 1965년 존스홉킨스 대학병원 존 머리 교수(1921∼2006)는 사고로 성기를 잃은 남자아이를 여성으로 키우도록 부모를 설득한다. 사회적 학습으로 성 정체성이 결정된다는 이론을 검증하려 한 것. 하지만 여성으로 자란 아이는 10대가 된 후 다시 남성으로 전환하는 수술을 받았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 ‘정신의학=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공식이 머리에 뚜렷해진다. 네이버 캐스트에 연재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내용들을 묶은 책이라 쉽게 술술 읽히는 것도 이책의 장점이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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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국유사는 게임-영화 소재 넘치는 보물창고”

    “‘삼국유사’는 한민족 스토리텔링의 보고(寶庫)죠.” 19일 저녁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최광식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63·사진)의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립중앙박물관장, 문화재청장, 문체부 장관을 차례로 역임한 그는 최근 ‘읽기 쉬운 삼국유사’(고려대 출판문화원)를 발간했다. “장관 재임 당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만의 원천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스토리텔링 소재가 적다는 겁니다. 장관 끝난 뒤 일반 사람들이 접할 수 있는 ‘삼국유사’를 써야겠다고 다짐했죠.” 2013년 2월 퇴임 후 고려대 한국사학과 교수로 돌아간 최 전 장관은 삼국유사 집필에 몰두해 2014년 2000쪽 분량의 ‘삼국유사’(전 3권)를 냈고 이를 쉽게 풀어쓴 ‘읽기 쉬운…’을 최근 펴낸 것. “오래 삼국유사를 연구하다보니 이런 점도 보이더군요. 보통 고조선 건국과 관련해 단군신화를 이야기하죠. 그런데 단군 왕검은 사람이잖아요. 단군 아버지인 환웅이 신, 즉 천왕입니다. 따라서 신화라는 이름을 붙이려면 단군신화가 아니라 환웅신화라고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삼국사기는 고구려, 백제, 신라, 고구려의 역사 위주로 기록된 반면 삼국유사는 고조선 건국 등 고대사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민족 정서를 다룬 이야기가 많다고 그는 설명했다. “삼국사기는 왕, 귀족 중심으로 기록된 정치사라면 삼국유사는 지배층뿐 아니라 피지배층인 서민 이야기도 들어간 생활사예요. 노비가 득도하는 이야기까지 나오죠. 영화, 소설, 게임 등의 소재가 되는 거대한 ‘아카이브’예요.” 그는 정부가 추진 중인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역사 왜곡에 대해 중국, 일본에 항의하면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 일부 저자의 의견’이라고 빠져나갑니다. 역사교과서를 검·인정 제도로 운영하기 때문이죠. 반면 국정교과서가 되면 교과서 내용이 정부 입장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주변국과 분쟁이 벌어질 때 외교적으로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요.” 그는 향후 “삼국유사 현장을 다니며 일반인에게 삼국유사 강의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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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세 작가 “내 작품은 판타지… 전쟁 준비 해야죠”

    “전쟁 준비를 해야겠죠.” 13일 서울 강남구 화실에서 만난 이현세 화백(60)은 ‘전쟁’이란 말을 꺼냈다. 최근 네이버 웹툰 연재를 시작한 ‘천국의 신화’ 6부(봉황의 날개)에 대한 치열한 출사표로 느껴졌다. ‘천국의 신화’ 자체가 전쟁 같은 작품이다. 1997년 당시 가장 ‘핫한’ 만화가였던 그는 한민족 신화와 상고사를 소재로 100권 분량의 대작을 발표했다. 같은 해 청소년보호법 시행 뒤 만화 속 원시인류의 성행위 장면이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기소됐다. 표현의 자유 논쟁이 일었다. 6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2003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처음으로 생각해봤어요. 내 만화에 독이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결국 나를 돌아봤어요. 극복하는 데 가족애가 컸어요. 딸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자칫 ‘아빠가 음란 폭력물을 그린다’고 학교에서 따돌림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빠를 믿어줬어요.”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그는 하늘을 쳐다봤다. 정점에 있던 그는 이렇게 반짝임을 잃었다. “전쟁 같은 시간 뒤 어느새 50대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판결 후 ‘천국의 신화’를 그리기 싫더군요. 저는 신이 나서 광대처럼 뛰어다니는 작가예요. 그 신명이 죽었으니. 다만 그리다 마는 것도 아닌 것 같았어요. 2007년까지 5부(47권)는 어떻게 해서든 마쳤죠.” 9년 만에 6부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도전’ 때문이다. “네이버에서 찾아와 ‘천국의 신화’를 연재하자고 했어요. 체력적으로 할 수 있을지, 수많은 댓글 속에서 꿋꿋이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죠. 1년 정도 고민했는데, 갈증이 생겼어요. 젊은 작가들과 경쟁해보고 싶었죠.” 한민족의 시원인 배달국 1대 환웅 거발한(1부), 치우천왕과 헌원의 전쟁(2부), 견우직녀 설화를 소재로 한 가루치(3부), 마지막 환웅 거불단(4부), 1대 단군 검마르(5부)에 이어 6부는 위만조선을 다룬다. “제국 순이 아니라 인물 중심으로 그려왔어요. 위만부터 시작해 고조선 멸망 뒤 부여 옥저가 있던 시대로 갈 겁니다. 이 시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와 유사해 보여 작가로서 탐이 납니다.” 그는 역사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의 작품을 ‘판타지’로 규정했다. “상고사 역사서 ‘환단고기’ 등을 참고했는데, 역사학계는 ‘위서(僞書)’라고 보죠. 반대로 치우가 헌원에게 패하는 것으로 그리자 재야 사학자들은 ‘왜 치우가 패하냐’며 비난하더군요. 만화가 역사 그대로면 제목이 ‘천국의 역사’겠죠(웃음). 판타지를 그리는 겁니다. 역사에서 자유롭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죠.” 그는 연필에 A4용지를 둘둘 말았다. “예전처럼 종이에 그린 후 스캔한 뒤 PC에서 색깔을 넣는 식으로 작업합니다. 웹툰을 연구했어요. 출판만화가 공간예술이라면 웹툰은 스크롤로 내려보는 시공간 예술이죠. 연출이 중요해요. 그림체에도 변화를 줬습니다. 강하게 직선으로 그렸는데, 이젠 전체적으로 둥글게 그립니다. 매번 똑같이 그리는 건 작가로서 힘들고 지겨운 일이죠.” 이 화백은 “독자로부터 ‘이현세 제자들이 그렸다’는 오해를 산다”고 했다. “독자가 새 작품을 보고 ‘이현세가 그린 게 아니다’라고 의심하면 저는 성공한 것”이라며 웃었다. 이 화백은 행복하고 컨디션이 좋을 때가 ‘그리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일흔이 되면 손자 손녀를 위해 그릴 수도 있고, 함께 늙어간 사람들을 위로하는 만화가 될 수도 있고…. ‘천국의 신화’에서는 신라, 발해까지 다룰 생각이에요. ‘천국의 신화’를 통틀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한민족의 자부심입니다.”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 2016-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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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가 이현세 “내 작품은 판타지…전쟁 준비 해야겠죠”

    “전쟁 준비를 해야겠죠.” 13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화실에서 만난 이현세 화백(60)은 ‘전쟁’이란 단어를 꺼냈다. 지난달 30일부터 네이버 웹툰에 연재를 시작한 ‘천국의 신화’ 6부(봉황의 날개)에 대한 출사표였다. 전쟁을 치루듯 치열하게 작품을 만들겠다는 의지였다. ‘천국의 신화’ 자체가 전쟁 같은 작품이다. 1997년 당시 가장 ‘핫한’ 만화가였던 그는 한민족 신화와 상고사를 소재로 100권 분량으로 대작을 발표했다. 같은 해 청소년보호법 시행 뒤 이 만화 속 원시인류의 성행위 장면이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기소됐다. 표현의 자유 논쟁이 일었다. 6년 간 법정 공방이 이어진 끝에 2003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처음으로 내가 무슨 만화를 그려왔는지를 생각해보게 됐죠. 그전까지 독자들의 열광적 지지만 받았으니까요. 내 만화에는 독이 있는지, 어디로 가는지, 무엇인지…. 결국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군요. 당시를 극복하는데 가족애가 컸어요. 막내가 초등학생, 딸이 중학생이었는데, 자칫 ‘아빠가 음란 폭력물 만화를 그린다’고 학교에서 따돌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아버지를 믿어줬어요.”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그는 하늘을 쳐다봤다. 정점에 있던 그는 이렇게 반짝임을 잃었다. 스스로 “남은 건 상처뿐이었다. 전쟁 같은 시간 후 어느새 50대가 됐다”고 그는 말했다. “음. 대법원 무죄 판결나니 더 이상 ‘천국의 신화’를 그리기 싫더라고요. 저는 신이 나서 광대처럼 뛰어다니는 작가에요. 신명으로 그리죠. 그런데 그 신명이 죽었으니. 뛰어놀긴 싫은데, 그리다 마는 것도 아닌 것 같았어요. 한명의 독자라도 원하면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2007년 5부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마쳤죠. 5부는 제가 콘티를 짜면 그림은 제자가 그렸어요.” 10년 만에 6부 연재를 시작한 이유는 ‘도전’ 때문이다. “네이버 측에서 2년 전인가 찾아와 ‘천국의 신화’를 이어서 연재하자고 했어요. 이미 마음속에서 지운 상태였고, 현실적으로 이 나이에 일주일에 한번 연재를 할 수 있을지, 웹툰에서 얼마나 호응을 얻을지…. 수많은 댓글 속에서 과연 내가 꿋꿋이 견딜 수 있을지 의문이었죠. 1년 정도 고민했지만 마음속에 무언가 갈증이 있었어요. 젊은 작가들과도 경쟁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면서 용기가 생겼습니다.” 이 작가는 2014년 겨울부터 1년 이상 6부를 준비해왔다. 한민족의 시원인 배달국 1대 환웅 거발한(1부), 천족(天族) 치우천왕과 황토인(화족·華族) 헌원의 전쟁(2부), 견우직녀 설화를 소재로 한 가루치(3부), 마지막 환웅 거불단(4부), 1대 단군 검마르(5부)에 이어지는 6부는 위만조선의 건국과 패망을 다룬다. “‘천국의 신화’는 제국 순이 아니라 인물을 중심으로 그려왔어요. 앞으로 위만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고조선이 멸망한 후 고구려 건국 전, 즉 부여 옥저, 예맥이 있던 시대로 갈 겁니다. 이 시대는 중국 춘추전구시대와 유사하게 보여 작가로써 참 탐이 납니다.” 그는 우리 사회 역사 논란을 의식한 듯 자신의 작품을 ‘판타지’로 규정했다. “상고사 역사서인 ‘환단고기’ 등을 참고했는데 역사학계는 ‘위서’(僞書)라고 보죠. 반대로 치우가 헌원에게 패하는 것으로 2부를 그리자 재야사학자들에게 ‘왜 치우가 패하냐’며 비난받기도 했어요. ‘천국의 신화’가 역사물이면 제목이 ‘천국의 역사’겠죠.(웃음). 저는 신화, 즉 한민족 판타지를 그리는 겁니다, 역사에서 자유롭고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죠.” 그는 연필에 A4용지를 둘둘 말아서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가 어떻게 웹툰을 그려낼지 궁금하던 차였다. “일단 종이에 그린 후 스캔합니다. 이후 PC에서 색깔을 넣는 식으로 작업합니다.” 이어 그는 웹툰에 적응하기 위해 많은 부분을 연구했다고 밝혔다. “출판 만화는 공간을 나누는 공간 연속 예술이라면 웹툰은 스크롤로 쭉 내려보기 때문에 시공간 연속 예술이라고 봐요. 장면을 연출을 하는데 가장 공을 들였죠. 이해하기 어렵지 않게 세세하게 풀어주고 나레이션을 많이 사용했죠. 그림체도 변화를 줬습니다. 이전에는 등장인물 어깨에 힘을 줘 직선으로 그렸는데 이젠 웅크려 둥글게 그렸어요. 놀랐을 때도 눈을 크게 그렸는데 이제는 눈을 작게 하고 눈동자를 그립니다. 똑같은 그림체로 그리는 건 정말 힘들고 지겨운 일이죠. 까치가 나오는 스포츠만화를 안 그리는 이유도 유니폼 그리기 지겨워서죠.” 그래서인지 그는 새 작품을 할 때마다 독자들로부터 “이현세의 제자들이 그렸다‘는 오해를 산다고 했다. 이 화백은 ”독자들은 새 작품을 보고 “이건 이현세가 그린 게 아니다”라고 의심하면 나름 성공을 한 것“이라며 웃었다. 6부는 ’19금‘이던 1~5부와 달리 전체 연령이 볼 수 있다. 하지만 6부 1회를 보면 팔과 다리 잘린 채 노예가 된 장수가 나온다. ”한고조의 황후인 여태후를 그린 건데 실제 역사에요. 고대사를 다룬 판타지다보니 전쟁장면이 많고 칼 싸움을 하면 팔 다리가 잘리기도 합니다.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표현을 하는 데는 최소한의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그립니다. 웹툰은 초등학생도 볼 수 있으니 잔인하지 않게 그리려 합니다.“ 그는 ’천국의 신화‘를 가야, 신라와 발해까지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의 나라‘로 불린 가야와 신라까지 다시 그리고 싶습니다. 신라는 외세를 등에 업고 통일했다고 보죠. 그래도 단일민족 개념이 만들어진 게 통일신라 아닌가요. 여우도 죽을 때는 고향을 본다고 하듯이 저 역시 신라인이 후예로서 당시를 그려보고 싶었죠. 가야와 신라의 병합 과정, 삼국통일, 북쪽의 발해까지 다룰 생각입니다. ’천국의 산화‘는 판타지 맞아요. 그래도 작품 통틀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 자부심입니다.“ 그의 작업대에는 큰 돋보기가 설치돼 있었다. ”작은 그림 그릴 때는 눈이 아프다. 이게 큰 도움이 된다“며 이 화백은 ”그럼에도 가장 행복하고 컨디션 좋을 때가 그림을 그릴 때“라고 말했다. ”일이 아니라 즐기고 있는 겁니다. 70살이 되면 70살에 맞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손자 손녀들을 위한 이야기가 그릴 수도 있고, 나와 같이 늙어간 사람들을 위로하는 만화가 될 수도 있고 대단한 판타지를 할 수도 있겠죠.“ 그는 만화계 후배들과 만화 한류에 대해 조언을 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 ”젊은 웹툰 작가들의 다듬어지지 않는 날 것, 즉 신선한 아이디어가 큰 강점이죠. 대자본의 콘텐츠에서는 나올 수 없는 거에요. 다만 혼자 작업하다보니 그림의 밀도, 연출의 보편성이 떨어집니다. 학원물, 로맨스물이 많은 이유죠. 만화 한류요? 답은 퀄리티와 서사에 있습니다. 혼자 그리고 싶으면 2년 정도 작품을 만든 후 6개월 연재하는 거죠. 아니면 한 작품을 내도 여러 명이 협업해서 질을 높이는 거예요. 독립영화사에게 ’어벤져스‘를 기대하진 않잖아요. 글로벌한 콘텐츠가 되려면 수준을 끌어올려야 합니다.“김윤종기자 zozo@donga.com}

    •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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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쯔위 사태 어디까지 번지나” 연예기획사들 긴장

    대만 총통 선거에도 큰 파장을 일으켰던 걸그룹 ‘트와이스’ 멤버 쯔위(본명 周子瑜·저우쯔위·17)의 ‘대만 국기(國旗) 사건’을 둘러싼 후폭풍이 18일에도 거세게 일고 있다. 쯔위는 이날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MBC ‘2016 아이돌 스타 육상 풋살 양궁 선수권대회’ 녹화에 예정대로 참석했다. 이 녹화는 비공개로 진행됐으며 다른 멤버에게 둘러싸인 쯔위는 녹화장으로 서둘러 들어갔다. 이 장면이 일부 매체에 의해 촬영됐지만 인터뷰 등은 허용되지 않았다. 쯔위는 중국 일정을 취소했지만 국내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JYP) 관계자는 “쯔위의 부모님이 15일 오전 입국해 서울에 머물며 쯔위를 보살피고 있다”고 전했다. 쯔위 사건은 국내 연예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고 있다. 가요기획사 대표 A 씨는 “연예제작자로서 엄청난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연예기획사 대표들은 대부분 대만 국기 사태가 이 정도로 비화될지 예상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 기획사들은 향후 △중국 지사를 통한 현지 여론 모니터 활동을 매일, 실시간 체제로 바꾸고 △소속 연예인의 동아시아 근대사 교육을 강화하며 △해외 활동 가이드라인을 재설정할 방침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한류 전략도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실제 연예기획사들은 2000년대 한류 확산과 함께 해외 활동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일본이 중요했다. 2009∼2010년 한국 배우와 가수, 개그우먼이 일본 TV에 출연해 기미가요에 박수를 보내거나 김치를 ‘기무치’로 발음했다가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는 일이 발생했다. 2011년부터 한류가 동아시아 밖 국가까지 확산되면서 가이드라인이 늘었다. ‘남미에선 OK 사인이 욕’ ‘나치즘 연상 동작 금지’ ‘인근 라이벌 국가 언급 자제’ 같은 사항이 추가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한류의 중국 의존도가 심해지면서 심각한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빅뱅은 지난해 말 국내 주요 시상식과 행사에 불참했지만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열린 ‘2015∼2016 후난TV 신년 콘서트’에는 출연했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이민호 김수현의 중국 TV 회당 출연료는 10억 원에 가까운 것으로 안다. 많이 주는 쪽으로 움직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때론 특정 스타를 둘러싼 예기치 못한 논란도 초래된다. 2014년 6월 배우 김수현 전지현이 모델로 나온 중국 생수 광고에서 수원지가 백두산의 중국식 명칭인 ‘창바이산(長白山)’으로 표기된 것이 알려지자 이를 두고 한국과 중국 누리꾼의 설전이 벌어졌고 결국 두 배우는 광고 모델을 포기했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중국에 지나치게 맞추다 보면 규제 중심의 중국 콘텐츠와 비슷해져 한류의 장점이 사라진다. 콘텐츠 자체의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임희윤 기자 imi@donga.com·김윤종 기자 }

    • 2016-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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