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정미경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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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미경 기자입니다.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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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02~2025-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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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미러’ 명연설로 트럼프 대항마 떠오른 크리스티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미국 대통령 선거전 막이 올랐습니다. “조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벌써 다음 대선?”이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멱살 잡고 2024년 대선 분위기를 조성하는 화제의 인물이 있습니다.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입니다.최근 라스베이거스에서 공화당유대인연합(RJC) 연례총회가 열렸습니다. 이 행사에 7명의 공화당 대선 잠재 후보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케빈 맥카시 하원 공화당 원내대표,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크리스티 전 주지사 등 이미 한두 번씩 출마 경력이 있거나 리더십을 인정받은 공화당 정치인들입니다. 연단에 오른 7인의 잠룡은 조금이라도 자신을 드러내기 위해 너도나도 열변을 토했습니다. 크루즈 의원이 내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승리를 장담하며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대걸레 아줌마(회의장 청소부)’로 만들어야 한다”고 하자 폭소가 터졌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입심 좋은 크루즈 의원도, 다른 잠재 후보들도 건드리지 못한 주제가 있었습니다. 공화당의 ‘그 분’으로 통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입니다. 공화당 후보라면 지난해 대선 패배와 이후 벌어진 의회난입 사태를 유발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입장 정리는 꼭 거쳐야 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RJC 연단에 선 후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난하게 되면 아직도 강력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는 트럼프 지지 유권자들을 적으로 돌린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그를 화제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장 많이 당했던 펜스 전 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 외교관계 얘기만 잔뜩 하다가 내려갔습니다. 다른 후보들도 트럼프보다 거론하기 편한 주제인 바이든 행정부에게로 비난의 화살을 돌렸습니다. 이런 가운데 크리스티 전 주지사가 단연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자동차 백미러(rear view mirror) 얘기를 꺼냈습니다. 지금은 워낙 유명해져 ‘백미러 연설’로 통합니다. 그는 “과거를 거론하는 것은 공화당에게 필패다. 2020년 선거를 입에 올리는 모든 순간마다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이제 과거를 보는 백미러에서 눈을 떼라. 앞(미래)을 향하는 윈드쉴드로 눈을 돌려라”고 역설했습니다. 크리스티 전 지사는 백미러라는 단어를 통해 아직도 ‘2020년 대선 사기’ 논리에 집착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격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은 정치인이 자신들을 위해 싸워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그 싸움은 귀를 상하지 않게 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또한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조롱과 비하 어법을 구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삼은 발언이었습니다. “요즘 보기 드문 명연설”이라는 호평이 뒤따랐습니다. 큰 몸집 때문에 ‘곰’이라는 별명을 가진 크리스티 전 주지사의 “여우같은 민첩한 상황 판단력을 보여준 연설”이라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당연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열을 받았습니다. 곧바로 발표한 성명에서 “크리스티가 RJC 총회에서 대학살을 당했다. 그가 9%의 처참한 지지율로 뉴저지 주지사에서 물러났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런 사람 얘기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조롱했습니다.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이후 여러 연설과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에 대한 비난의 칼날을 더욱 날카롭게 세웠습니다. 9% 지지율 조롱에 대해 “내가 재선에 도전했을 때는 60% 이상의 지지율로 당선됐다. 트럼프가 재선에 나섰을 때는 바이든에게 패하지 않았나”라며 맞받아쳤습니다. 2010~2018년 뉴저지 주지사를 지낸 크리스티는 재임 당시 높은 인기를 구가하며 2014년 재선 도전 때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2015년 터진 ‘브리지게이트’라는 정치 스캔들로 임기 후반에 고전하다가 한자리수 낮은 지지율로 물러났습니다. 트럼프와 크리스티가 제시한 지지율 수치는 관측 시점이 다를 뿐 모두 맞는 얘기입니다. 다른 잠재 후보들과 달리 트럼프와 맞장 뜨기를 두려워하지 않는 크리스티 전 주지사에 대해 “잘난 척 한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습니다. 그의 정치 이력을 보면 기회주의자라는 것입니다.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레이스에 참가했던 그는 가장 먼저 백기를 들고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습니다. 트럼프 당선 후 정권 인수위원회 위원장까지 맡으며 밀착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지만 오래 전 뉴저지 주 법무장관 시절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위이자 이방카의 남편인 재러드 쿠슈너의 아버지를 기소했던 이력 때문에 결국 트럼프 행정부 이너서클에 들지 못했습니다.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과거의 친(親)트럼프 행보를 인정합니다. “트럼프 지지자들을 줄을 세우면 내가 맨 앞줄에 설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 패배 후 보여준 트럼프의 반성 없는 태도에 실망해 돌아섰다는 것이 그의 변론입니다. 최근 펼쳐지는 정치 상황도 크리스티 전 주지사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트위터라는 ‘입’을 잃어버린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예전만큼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글렌 영킨 공화당 후보는 트럼프의 지지에 의존하지 않고 당선됐습니다. 아직 공식적으로 대권 도전을 발표하지 않은 크리스티 전 주지사는 “내년 중간선거 후 결정하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의 출마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준비 작업으로 16일 자신의 정치 철학을 담은 책도 출간됩니다. ‘공화당 구조: 진실 거부자들, 음모 이론가들, 조 바이든의 위험한 정책으로부터 공화당 구하기’라는 긴 제목에서 보듯이 바이든 행정부 보다 트럼프 비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치분석가들은 “미국 유권자들은 크리스티 전 주지사처럼 ‘내러티브(화제의 흐름)’를 바꿀 줄 아는 정치인에게 공감하는 성향이 강하다”고 합니다. 크리스티의 도전이 성공할 지는 미지수지만 그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의 기세에 눌려 한숨만 쉬었던 미국인들은 거침없이 반기를 드는 그를 보며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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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건 아득한 추억일 뿐이야”[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병목(bottlenecks)’ ‘차질(disruptions)’ ‘고민(woes)’ ‘악몽(nightmare)’.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공급망 악화 현상을 나타내는 단어들입니다. 우리나라의 요소수 품귀 대란처럼 미국도 공급망 차질 때문에 여기저기서 난리입니다. △“Forget about The Grinch. It looks like supply chain disruptions may steal Christmas this year.” 크리스마스에 백화점이나 대형 유통체인점을 찾는 미국인들은 매장 진열대에서 제대로 상품을 구경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CNN은 “그린치는 잊어라. 올해 크리스마스는 공급망 차질이 훔쳐갈 듯하다”고 전망했습니다. 미국 작가 닥터 수스의 동화책에 등장하는 그린치는 크리스마스가 싫어서 훼방을 놓는(훔치는) 주인공입니다. 흔히 “A가 아니라 B가 핵심”이라고 할 때 “A는 잊어라. B다”라고 하죠. 영어에서도 “Forget about A”라고 하고, 이어 B에 대한 내용이 나오면 됩니다. △“The port of Los Angeles would begin 24/7 operations to ease bottlenecks ahead of the holiday season.” 조 바이든 대통령은 “로스앤젤레스항의 컨테이너 하역 정체 등을 해소하기 위해 하루 24시간 가동키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풀가동을 뜻하는 ‘24/7’은 하루 24시간/주 7일(24 hours a day/7 days a week)의 줄임말입니다. 영어에서는 숫자의 단위가 순차적으로 커질 때 가운데 슬래시(/) 표시로 구분을 해줍니다. ‘9·11테러’를 미국인들은 흔히 ‘9/11’이라고 쓰죠. 읽을 때는 “twenty-four seven(24/7)” “nine eleven(9/11)”이라고 하면 됩니다. △“Supply chain woes will be a distant memory by this time next year.” 공급망 위기는 차츰 진정될 기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내년 이맘때쯤이면 공급망 고민은 먼 기억이 돼있을 것”이라고 낙관했습니다. ‘먼 기억(distant memory)’은 “그때는 그랬지” 하고 회상하는 과거의 추억이라는 의미입니다. 정미경 콘텐츠기획본부 기자·前 워싱턴 특파원 mickey@donga.com}

    •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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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 오염 어쩌라고…” 슈퍼 배출자의 COP26 참석 행렬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런 때 꼭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환경보호 시위대입니다. 그런데 시위대가 향한 곳은 총회장 주변이 아니었습니다. 시위를 벌인 곳은 글래스고 도심에서 떨어진 판버러 공항이었습니다. 요즘 시위대는 아무 데서나 드러누워 환경보호를 외치지 않습니다. 목표 설정을 잘합니다. 글로벌 환경단체 ‘멸종반란’ 시위대가 이번 COP26 기간 중 목표로 정한 것은 ‘슈퍼 배출자’였습니다. 개인용 비행기를 이용해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주요 행사에 참석하는 정 재계 지도자와 셀러브리티들을 ‘슈퍼 리치’에 빗대 ‘슈퍼 배출자’라고 부릅니다. 이들이 타고 다니는 개인용 비행기가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입니다. 슈퍼 리치들의 애마(愛馬) 격인 개인용 비행기는 일반인들이 이용하는 상업용 민간 항공기에 비해 1인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40배가 넘는다고 합니다. 흔히 개인용 비행기 앞에 ‘연료를 마구 먹어대는(gas-guzzling)’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그만큼 환경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시위대는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와서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판버러 공항을 비롯해 런던 히드로, 버밍햄, 브리스틀 등 영국 내 7개의 공항에서 시위가 벌어졌습니다. 판버러가 특히 주목받은 것은 개인기 전용 공항인데다 COP26 회의장과 가까워 많은 수의 비행기가 이착륙했기 때문입니다.COP26 조직위원회는 총회가 열리기 전 ‘개인용 비행기 가이드(Private Jet Guide)’를 참가국에 발송했습니다. “어느 지역에서 오는 VIP는 어느 공항으로 오면 편하다”는 내용입니다. BBC방송에 따르면 주최 측의 ‘세심한 배려’ 덕분에 이번 행사에는 유엔 기후총회 역사상 가장 많은 402대의 개인용 비행기가 이착륙했습니다. 상업용 항공기에 비해 탑승 인원이 작고 엔진 출력이 낮은 개인용 비행기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타고 온 ‘에어포스 원’처럼 정부 수반의 업무용 비행기로 많이 쓰입니다. 하지만 재력 있는 개인 자격의 소유자도 많습니다. 이번 총회에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온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도 그 중 한 명입니다. 올 초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기후특사로 임명된 그는 개인용 비행기를 즐겨 이용합니다. 케리 특사는 미 상원의원 시절 재산 보유액 1위였습니다. 2019년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기후리더십상인 ‘북극권 어워드(Arctic Circle Award)’를 받을 때도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갔습니다. “오늘 미국이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0)로 줄인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까요? 아닙니다. 중국이 줄인다고 해결될까요? 아닙니다. 이 문제는 글로벌하기 때문에 모든 나라들이 협상 테이블로 나와야 합니다.” 당시 케리 특사의 수상 소감입니다. 상업용 민간 항공기를 이용하면 될 것을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와 기후변화 문제를 못 사는 나라 책임으로 돌리는 것에 대한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런 비판을 받을 때마다 케리 특사는 시간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나에게는 시간이 생명이다. 주요 행사 시간에 맞춰 도착해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려면 (개인용) 비행기를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비판적인 사람들은 “지도급 인사들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상당 부분은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적 용도”라고 주장합니다. 일반인은 자동차 사용 등으로 연평균 4.6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합니다. 환경보호 단체들의 계산에 따르면 케리 특사의 경우 연 배출량이 116톤에 이릅니다. 미 언론이 보도한 연방항공청(FAA) 비행 기록에 따르면 케리 특사는 올해 3월 타운하우스가 있는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아이다호 별장을 오가는 데 개인용 비행기를 이용했습니다. 같은 달 매사추세츠 주 내 뉴베드퍼드에서 마서스비니어드까지(26일), 마서스비니어드에서 보스턴까지(28일) 단거리 구간에도 개인용 비행기가 동원됐습니다. 비행기의 연료 소비는 비행 거리나 승객 수보다 이착륙에 더 좌우됩니다. 전문가들은 “몇 십 명 정도 탑승하는 개인용 비행기의 환경 오염 문제가 제기되는 것은 수백 명의 승객이 밀착된 상업용 민간 항공기에 비해 1인당 연료 소모량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환경단체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슈퍼 배출자들이 개인용 비행기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편리성과 함께 새로운 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대여 회사 ‘에어차터서비스’의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4600여대의 개인용 비행기가 있습니다. 2019년 한 해에만 690대의 개인용 비행기가 구매됐습니다.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향후 10년간 7600대의 새로운 개인용 비행기 시장이 창출될 전망입니다. 개인용 비행기의 주 수요자는 슈퍼 리치가 25%, 비행기 대여 회사가 25%이고, 나머지 50%는 다국적 기업과 정부 기관들입니다.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COP26 총회에 개인용 비행기로 나타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는 시가 6500만 달러(770억원)의 10인승 ‘걸프스트림 G650ER’을 소유하고 있습니다. 개인용 비행기를 “길티 플레져(죄책감이 드는 즐거움)”라고 고백했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설립자가 소유한 19인승 ‘봄바르디에 BD-700 글로벌 익스프레스’는 4000만 달러(474억원) 정도 나갑니다. 2019년 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친환경 요트를 타고 2주간에 걸친 대서양 횡단으로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했습니다. 툰베리는 사회적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바쁜 지도자급 인사들이 배 타고 여행한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강조하는 유명 인사들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개인용 비행기를 타고 환경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확실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일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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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월드시리즈에도 등판한 ‘토마호크 응원’… “인종차별” “팬덤의 표시일 뿐”[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토마호크’ 하면 뭐가 떠오를까요? 우선 요즘 인기 높은 ‘토마호크 스테이크’가 있습니다. 토마호크는 소 1마리에서 7대 정도만 나오는 최고급 부위입니다. ‘토마호크 미사일’도 유명합니다. 미국이 군사 개입을 할 때마다 신호탄으로 발사하는 최첨단 미사일입니다. ‘토마호크 미사일’에서 크고 웅장한 이미지가 연상되지만 토마호크는 원래 미국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작은 손도끼를 말합니다. 이 토마호크가 요즘 미국에서 화제입니다. ‘토마호크 도끼 찍기(Tomahawk Chop)’ 논란입니다. 미 프로야구 월드시리즈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마호크 찍기 논란에 가세했습니다.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이하 브레이브스)와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월드시리즈 4차전을 관람했습니다.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올스타전 개최지를 변경한 데 반발해 MLB 경기를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한지 6개월 만에 애틀랜타 트루이스트파크 경기장에 나타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브레이브스 팬들과 어울려 토마호크 찍기를 선보였습니다. 토마호크 찍기는 팔을 도끼처럼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는 브레이브스팀의 응원 동작입니다. ‘적을 작살낸다’는 의미입니다.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하면 곧바로 토마호크 찍기가 연상될 정도로 팀을 대표하는 응원 율동입니다. 내려찍는 동작과 함께 “계속 찍어라(Chop On)”라는 응원 구호를 외칩니다. 팬들이 일사불란하게 이 동작을 취하면 경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아메리칸 인디언 원주민들은 오래 전부터 토마호크 찍기에 반대해왔습니다. 자신들의 아픈 역사가 스포츠 응원의 소재로 쓰이는 것에 대한 불만입니다. 원주민들은 응원 동작뿐 아니라 브레이브스라는 팀 이름에도 불만을 제기해왔습니다. ‘용자(勇者)’라는 뜻의 ‘브레이브스’는 거슬러 올라가면 1800년대 말 원주민 부족과 관련이 있습니다. 브레이브스는 몇 년 전부터 아메리칸인디언 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계속 찍어라”는 응원 구호를 “A를 위하여(For the A)”로 대체했습니다. 올해 브레이브스가 월드시리즈에 진출하자 토마호크 찍기 응원이 등장할지 여부가 큰 관심사였습니다. 지난해 범사회적인 인종차별 반대 분위기와 맞물려 원주민 단체들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이 응원을 하지 말도록 어필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시리즈 1차전부터 대대적으로 토마호크 응원이 등장했습니다. 팬들이 토마호크 응원 물결을 이룬 것은 MLB와 브레이브스 구단의 지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지난해 팬데믹 때문에 중립구장에서 반쪽짜리 대회로 열렸던 것과 달리 올해는 정상적으로 월드시리즈가 개최되자 MLB는 흥행 성공을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토마호크 응원을 해 달라”는 메시지를 팬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롭 맨프레드 MLB 커미셔너는 “인종차별과는 관계없다”는 공개 발언으로 응원단의 기를 살리기도 했습니다. 미국은 유독 스포츠 경기에 원주민의 역사가 많이 배어있습니다. 응원 동작이나 도구, 팀명, 마스코트 등에서 아메리칸 인디언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과거 유럽 이주민과의 정복전쟁에서 보여준 아메리칸 원주민의 용맹성과 투지가 스포츠 정신과 일맥상통하기 때문입니다. 프로 스포츠팀이 생겨난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실제로 원주민 스포츠 스타들이 많이 배출되기도 했습니다. 미식축구팀 워싱턴 레드스킨스는 원주민을 상징하는 ‘레드스킨스’라는 팀명의 높은 브랜드 가치 때문에 끝까지 포기하지 않다가 지난해 후원 기업들의 보이콧 대상이 되자 결국 개명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내년 쯤 새로운 이름이 발표될 거라고 합니다. 레드스킨스 헬멧에 박힌 유명한 원주민 로고도 ‘W’로 대체됐습니다. 프로야구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도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이름을 바꾸고 마스코트인 와후 부족장 로고를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미식축구팀 캔자스시티 치프스는 팀명은 유지하는 대신 응원 도구에서 추장 깃털 모자를 금지시켰습니다. 캐나다 미식축구팀 에드먼턴 에스키모스는 에드먼턴 엘크스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밖에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농구), 시카고 블랙호크스(아이스하키) 등도 원주민과 관련된 팀명이나 마스코트를 바꾸라는 압력을 받고 있습니다.중고교 대학 스포츠에는 원주민 팀명과 마스코트가 더 많습니다. 지난해 미국 최대 원주민 단체인 아메리칸인디언전국회의(NCAI)에 따르면 원주민과 관련된 학교 스포츠 팀명으로 ‘인디언스’(799개) ‘워리어스’(417개) ‘브레이브스’(208개) ‘치프스’(181개) ‘레드스킨스’(95개) 등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캘리포니아 네바다 오리건 워싱턴 주등 원주민 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학교 스포츠팀에 원주민 관련 이름이 많이 들어갑니다. 학교 스포츠팀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이름과 마스코트 등에서 원주민 연관성을 많이 제거하는 추세입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계 팬들이 주목하는 월드시리즈에서 토마호크 찍기 응원이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자 비판론이 가열됐습니다. “워싱턴 레드스킨스도 팀명을 바꾼 마당에 왜 토마호크 응원은 계속돼야 하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반면 팬들은 “스포츠 응원은 팬덤의 표시일 뿐 심오한 인종차별적 의미는 없다”고 주장합니다. “도끼 찍기는 인디언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응원인데 왜 반대하는지 모르겠다”며 발끈하는 팬들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등 미 언론과 스포츠 전문가들은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입니다. 전 사회적으로 나타나는 이념 대결 모드가 오락적 요소가 강조되는 프로 스포츠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죠. 인종차별 반대 분위기가 확고하게 조성된 이상 토마호크 찍기도 서서히 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응원을 사랑해온 팬들, 이 응원만 등장하면 카메라를 관중석으로 돌렸던 중계 방송사들은 섭섭하게 됐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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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산물 ‘안전하게’ 관리

    “대형 마트들이 내가 생산한 농산물을 가져가고 싶어서 야단입니다. GAP(농산물우수관리·Good Agricultural Practices) 인증을 받은 것밖에 없는데 농산물에 대한 대접이 확 달라졌어요.”(A 씨) “생산비가 줄었습니다. GAP 매뉴얼에 따라 넣지 말라는 농약 안 쳤더니 비용 절감 효과도 생기고 농작물도 안전해지고, 이게 바로 일거양득 아니겠습니까.”(B 씨) “요즘 여기저기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대한 얘기 많이 하잖아요. 농촌이라고 뒤질 수 없죠. 농부로서 ESG 경영에 충실해지고 싶다면 GAP 인증이 첫걸음입니다.(C 씨) 각자 이유는 달라도 대다수 농업인들의 의견이 일치하는 지점은 하나, 바로 “GAP 인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대를 앞서는 농부라면 GAP 인증은 필수조건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GAP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산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제도다. 생산 수확 관리 유통의 각 단계에서 농산물이나 농경지, 농업용수 등에 잔류할 수 있는 농약 중금속 유해생물 등의 위해요소를 적절하게 관리한다. 농식품 관련 사고로 인한 국민 불안감을 덜기 위해 2006년부터 GAP 인증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인증을 받은 농산물에 대해서는 GAP 마크(표시)가 부여된다. 인증을 받은 농업인은 농산물의 포장·용기·송장거래명세표·간판·차량 등에 GAP 표시를 할 수 있다. GAP 제도에 대한 호응이 높아지면서 인증 참여도는 빠르게 늘고 있다. 2010년 1459건이던 인증 건수는 2020년 7배 이상인 1만362건으로 성장했다. 같은 기간 인증 농가 수는 3만4000여 호에서 11만4000여 호로 늘었다. GAP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도 높아졌다. GAP제도 관리기관인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농관원)이 일반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GAP 인증품을 신뢰한다’는 응답자가 2018년 67.3%에서 2020년 78.7%로 늘었다. 소비자들은 마트 등에서 접하는 농산물 포장재 등에 찍힌 GAP 표시에 그만큼 신뢰를 보낸다는 의미다. GAP는 친환경과 더불어 양대 농산물 인증 체제를 형성한다. 친환경 인증은 무농약 인증과 유기농 인증으로 나뉜다. GAP 인증을 받으려면 인증 신청을 해야 한다. 개별 농업인이나 2인 이상의 생산자집단 단위로 신청이 가능하다. 신청을 받는 곳은 농관원이나 총괄 운영담당 주체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아니라 지역별 전문인증기관이다. 인증기관은 지난해 말 현재 전국에 63개가 있다. 지역별 인증기관과 기타 GAP 관련 정보는 ‘GAP정보 서비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증기관에서는 서류심사와 현지심사를 거쳐 적합 여부를 판정한다. 신청서 접수에서 인증서 발급까지 처리 기간은 40일 이내이며, 심사 수수료는 5만 원 정도다. 인증 유효기간이 있으며 이후 갱신이 가능하다. 유효기간은 일반 농산물 2년, 인삼 등 약용작물은 3년이다. 이주명 농관원 원장은 “김장철을 앞두고 채소류의 안전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며 “GAP 제도가 확산될 수 있도록 소비자들이 인증 농산물을 많이 찾아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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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수원서 꿈 일구는 청년농부 “농촌서 제 미래를 찾았죠”

    “청년들이여, 농촌으로 가라. 농업에 미래가 있다.” ‘투자의 귀재’로 통하는 미국 출신의 세계적인 금융가 짐 로저스의 이 말이 10여 년 전 고등학생이던 손주현 씨(27)의 귀에 꽂혔다. 당시 한국을 방문한 로저스가 서울대에서 강연한 내용을 손 씨는 우연히 인터넷을 통해 접했다. 서울 출신이지만 어릴 적부터 충남 당진에 살던 할아버지의 농사일을 간간이 도왔던 그는 로저스의 강연에 자극을 받아 농업에 자신의 미래를 걸기로 했다. 그로부터 10년 후. 손 씨는 정말 농부가 됐다. ‘사과수피아 대표’라는 어엿한 직함을 가진 농업 경영인이다. 당진에서 2만 ㎡(약 6000평)의 넒은 땅에 부사 시나노골드 루비에스 아리수 감홍 자홍 등 6종의 사과를 생산하는 청년농부 손 씨를 최근 만났다. 서해의 낚시명당 석문방조제, 해맞이명소 왜목마을 등으로 널리 알려진 당진 석문면의 ‘사과수피아’ 농장에서는 성인 남성의 주먹보다 더 큰 사과들이 나무에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요즘 사과가 제철입니다. 10월에 노란 사과인 시나노골드를 따면 11월에 부사가 수확을 기다립니다. 수확뿐 아니라 택배 주문을 받은 사과의 포장 발송까지 마쳐야 하니 지금이 가장 바쁜 때죠.” 1년에 100t 정도의 사과를 생산하는 손 씨의 농장은 200여 곳의 사과 농가가 밀집한 당진에서도 손꼽히는 대량 생산업체다. 2017년 처음 과수원을 열었을 때 3000만 원이던 매출액은 2020년 1억5000만 원으로 늘었다. 올해는 1억 8000만 원의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손 씨는 고밀식 기술로 사과를 키운다. 고밀식은 나무의 키를 높게, 나무 간격은 좁게 키우는 방식이다. 실제로 손 씨 농장에서 키우는 사과나무들을 보면 유달리 키가 크다. “일반적인 사과나무의 높이가 2, 3m라면 고밀식 재배는 4m에 달합니다. 간격은 1.5m로, 일반적 거리인 6m에 비해 매우 촘촘한 편입니다.” 고밀식 농법을 택한 것은 지역적 특성과 맞기 때문이다. 해양성 기후인 당진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바람이 많아 고밀식 재배에 적합하다. 또한 고밀식은 기계로 수확할 때도 편리하다는 것이 손 씨의 설명이다. 손 씨는 고밀식 재배를 포함해 주요 사업 결정을 내릴 때마다 언제나 동업자인 아버지와 함께 머리를 맞댄다. 이들 부자는 말로만 동업자 관계가 아니라 공동 대표로 나란히 이름이 올라 있다. 수입도 공평하게 나눈다. 2017년 일반 회사원 출신의 아버지가 귀농을 결심했을 때 마침 한국농수산대 과수학과를 졸업한 손 씨와 함께 사과 재배에 뛰어들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아버지는 지역의 사과 마이스터대학 과정을 수료하고, 손 씨는 농수산대 전공심화과정을 다니며 사과 장인이 되기 위한 각자 자기 몫의 공부를 하고 있다. 주로 온라인 직거래 판매를 하는 손 씨의 사과는 5kg 박스에 3만5000원 수준이다. 자신이 키우는 사과의 차별성을 최대한 강조하고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해 지난해 농산물우수관리(GAP) 인증을 받았다. 그 이전까지는 그가 속한 당진사과연구회의 ‘해나루’ 브랜드가 GAP 인증을 받은 상태였지만 손 씨는 ‘사과수피아’의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지난해 개별적으로 인증 절차를 밟았다. “신기하게도 소비자들은 사과 박스에 찍힌 작은 녹색 GAP 마크를 알아봐 주십니다. 오늘 GAP 인증을 받았다고 내일 매출이 몇 배 뛰는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듭니다. 하지만 소비자 마음속에 GAP 인증품에 대한 신뢰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높은 재구매율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GAP 인증도 마친 지금 손 씨는 청년농부로서 자신감에 차 있다. 고교 동창 친구들은 취업준비생으로, 직장인 초년생으로 사회와 부딪히고 있을 때 그는 두둑한 경력의 ‘사장님 농부’가 돼 있다. “10년 전 ‘농업에 미래를 걸고 싶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장래 희망이 농부?’라며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친구들은 저를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네 말이 맞다’는 뜻이겠죠.” 당진=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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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원 ‘리챔 더블라이트’ 첫선

    동원F&B는 최근 나트륨은 물론 지방까지 낮춘 차세대 프리미엄 캔햄 ‘리챔 더블라이트’를 선보이며 ‘로 푸드(Low Food)’ 시장 공략에 나섰다. 업계 처음으로 저나트륨 콘셉트의 리챔을 내놓은 후 시중에 경쟁사들의 유사 제품이 많이 나왔지만 동원F&B는 나아가 지방까지 낮춘 ‘리챔 더블라이트’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리챔 더블라이트’는 100g당 나트륨 함량이 510mg으로 캔햄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제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753mg)보다 25% 이상 낮다. 나트륨 함량이 낮지만 싱겁지 않고 리챔 고유의 풍미가 살아 있으면서 맛이 담백하다. 동시에 지방까지 낮췄다. ‘리챔 더블라이트’의 100g당 지방 함량은 20g으로 캔햄 시장점유율 상위 3개 제품의 평균 지방 함량(28g)보다 25% 이상 낮다. 동원F&B는 ‘짜지 않아 건강한 햄’이라는 리챔의 브랜드 콘셉트를 강조하기 위해 9월 가수 김종국을 모델로 프리미엄 캔햄 브랜드 ‘리챔’의 신규 TV CF를 공개했다. 이번 CF에서는 연예계 대표 운동 마니아로 알려진 김종국이 모델로 출연해 ‘진짜 맛있는 햄 맛의 기준’이라는 메시지로 저염 이미지를 강조한다. 리챔은 매년 성장을 거듭해 2019년 누적 매출액 1조 원, 누적 판매량 3억5000만 캔을 넘어섰다. 연 매출 1800억 원 이상의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리챔은 한국소비자포럼이 주관하는 ‘브랜드 고객충성도 대상’ 캔햄 부문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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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트크림 어우러진 달콤 바삭 오레오쿠키

    매년 디저트 시장을 달구는 그해만의 특별한 맛이 있다. 올해는 민트초코가 주인공이 될 것 같다. ‘민초단(민트초코단)’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인기를 더하는 민트초코는 트렌디한 디저트를 선호하는 MZ세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100년 전통의 디저트 쿠키 ‘오레오’도 민트초코 대열에 합류하며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동서식품의 신제품 ‘오레오 민트초코 샌드위치 쿠키’는 달콤하고 바삭한 식감의 오레오 쿠키와 상쾌한 맛과 향의 민트 크림이 어우러진 색다른 맛의 비스킷이다. 진한 초콜릿 맛의 오레오 쿠키 사이에 향긋하면서도 달콤한 맛의 민트 크림을 넣어 민트초코 맛을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즐기기에 딱이다. 제품 패키지는 오레오를 상징하는 파란색에 민트초코가 연상되는 민트색을 더해 제품의 맛과 특징을 강조했다. 동서식품은 신제품 출시를 기념해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한 다양한 온오프라인 이벤트를 진행한다. 오레오는 1912년 미국에서 탄생한 이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샌드위치 쿠키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동서식품이 ‘오레오’와 이보다 두께가 43% 얇은 ‘오레오 씬즈’ 등 두 가지 제품군을 중심으로 다양한 맛의 신제품을 내놓으며 국내 샌드류 비스킷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다. SNS에서는 오레오를 색다르게 즐길 수 있는 소비자들의 DIY 레시피가 관심을 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레시피인 ‘오레오 스위스롤’은 오레오와 생크림, 우유를 활용해 집에서도 간단하게 디저트 전문점 수준의 맛을 낼 수 있다. 이수아 동서식품 마케팅매니저는 “다양한 맛의 오레오 쿠키와 함께 즐거운 디저트 타임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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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쓰레기통에 처박아라” 대법원개혁 보고서에 흥분한 美정치인들[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보고서에 크게 실망했다.” “보고서는 핵심을 잘못 짚었다.” “보고서가 문제를 해결할 줄 알았더니 오히려 더 꼬이게 만들었다.” 최근 공개된 보고서 한 건에 대한 미국 정치인들의 반응입니다. “뭐 이런 거지같은 보고서가 있나” “쓰레기통에 처박아야 한다”는 격한 반응도 나왔습니다.문제의 보고서는 대법원개혁위원회 연구 결과 보고서 초안. 민주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원회를 만들도록 압력을 넣어 그 성과물로 보고서가 나왔지만 정작 보고서는 민주당이 원하는 결론을 내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화가 난 겁니다. 격한 반응을 보인 쪽은 모두 민주당 의원들입니다. 다음달로 다가온 보고서 최종 제출 시한을 앞두고 민주당은 이 계륵 같은 보고서 초안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혼란을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총기규제, 낙태, 표현의 자유, 동성결혼 등의 이슈를 놓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미국에서는 최종 심판기구인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구조가 언제나 관심입니다. 현재는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진보 성향 대법관 3명으로 불균형 상태입니다. 이념적 불균형에 대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불만이 거세게 일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대법원 위상을 고려해 대법원 관련 공약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선 후 수그러들지 않는 진보 진영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4월 대법원개혁위원회 설립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을 발동했습니다. 때 맞춰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수를 늘리는 ‘확대 법안(Expansion Proposal)’을 발의했습니다. 개혁위원회는 법대 교수, 전직 정부 관리 등 36명의 법률전문가들로 구성됐습니다. 백악관은 설립 당시 “다양한 정치적 스펙트럼을 가진 위원들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민주당이 압력을 넣어 만든 위원회인 만큼 진보적 색채는 분명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백악관 법률 고위직에 있던 예일대 교수와 뉴욕대 교수가 나란히 공동위원장을 맡았습니다. ‘대법원 개혁’이라는 이름을 내걸었지만 위원회의 주요 활동은 ‘대법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대법관 수 확대와 대법관 임기 제한이 핵심 논의 사항이었습니다. 여론의 관심도 두 가지 안건에 쏠려 있었습니다. 그러나 6개월 활동 결과를 담은 위원회 보고서는 두 가지 안건에 대해 어떤 해법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대법관 수를 늘리거나 현재 종신직인 대법관 임기에 변화를 줄 경우 대법원의 정치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보고서가 대법관 수 확대를 지지하지 않은 것에 대해 불만이 큽니다. 민주당은 현행 6대 3 체제로는 대법원이 심의하는 논쟁적 사안들마다 족족 패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대법관을 9명에서 13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상원과 하원에서 동시에 발의해 놓고 보고서가 이론적 뒷받침을 제시할 것이라는 ‘꿈’에 부풀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보고서는 강한 톤으로 현행 유지를 제안했습니다. 그나마 대법관 임기 제한은 대법관 수 확대보다 호의적이었지만 이마저도 “헌법의 관련 조항을 바꿔야 하는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보고서가 나온 뒤 대법관 수 확대 법안을 발의했던 셸든 화이트하우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개혁위원회가 대법원의 뿌리 깊은 문제점들과 정면대결할 것으로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보고서는 실망을 안겨줬다”고 밝혔습니다. 에드워드 마키 등 3명의 민주당 의원은 공동성명서에서 “공화당이 대법관 자리를 훔치고 좌지우지했던 행태를 위원회가 바로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보고서는 과녁을 벗어났다”고 했습니다. 민주당은 “대법관 임명 때마다 번번이 공화당이 배신했다”고 비판합니다. 2016년 2월 앤터닌 스칼리아 대법관이 갑자기 세상을 떠났을 때 상원 다수당이던 공화당은 여러 이유를 대며 1년여 동안 오바마 대통령이 올린 메릭 갤런드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청문회를 연기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대통령 선거가 열리는 해에 인준 절차를 진행하는 것은 대법원을 대통령의 사유화 도구로 변질시킬 위험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그 자리에 닐 고서치 대법관을 임명했습니다. 지난해 8월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세상을 떠났을 때는 대선의 해임에도 불구하고 10월 말 공화당 주도로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의 상원 인준을 통과시켰습니다.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 사법위기네트워크(JCN) 등은 대법관 임명 때마다 자주 거론되는 보수 성향의 법률가 단체들입니다.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는 2016년 갤런드 지명자 인준을 연기시키는 데 700만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대선 직전에 배럿 대법관 임명을 강행했을 때는 1700만 달러의 로비자금이 동원됐습니다. 로비자금은 주로 청문회 때 쓰이는 자료를 유리하게 작성하고, 인준결정권을 행사하는 의원들을 상대로 일대일 설득을 펼치는 데 사용됩니다. 상당 부분이 베일에 싸인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에는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앨리토, 닐 고서치, 브랫 캐버노 등 4명의 대법관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페더럴리스트 소사이어티의 운영 자금은 대기업, 거물 정치후원자들로부터 나옵니다. 대법원 독립에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화이트하우스 의원은 “왜 보고서에는 페더럴 소사이어티, JCN 등의 로비 활동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느냐”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대법원의 정치화를 막기 위해서는 대법관 수와 임기 개혁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고서의 결론은 이미 정치화가 상당히 진행된 대법원의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죠. 최종심은 대법원이, 위헌법률심사는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두 가지 권한을 동시에 가진 미국 연방대법원은 막강한 권력 기관입니다. 한국인들도 미국 대법원 구성에 관심을 가질 정도입니다. ‘진보의 아이콘’ 긴즈버그 대법관처럼 높은 대중적 인기를 누린 대법관을 가졌다는 점도 한국인들이 관심을 갖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내건 사법개혁 제1탄 격인 대법원 개혁이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것을 보니 미래가 불안해 보입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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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너마 천국’인가, ‘지옥’인가…여성의원 반란으로 시끄러운 美정치[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요즘 미국 정치의 최고 주인공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아닙니다. 주인공 자리는 애리조나 출신의 여성 상원의원 키어스틴 시너마(45)에게 양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얼마나 관심의 초점이 됐으면 뉴욕타임스는 “시너마 천국”이라는 별명까지 붙여줬습니다. 시너마 의원의 성 ‘Sinema’는 ‘시네마(Cinema)’와 철자 하나만 다를 뿐 거의 비슷하게 들립니다.민주당 소속인 시너마 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연락이 와도 씹을 정도로 대단한 위치에 올라섰습니다. 초선의 ‘듣보잡’ 상원의원이 일반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전국적인 지명도를 얻게 된 과정을 살펴보면 극심한 분열상을 겪는 미국 정치의 민낯이 보입니다. 시너마 의원이 가는 곳마다 시끄러운 시위대가 등장합니다. “드라마(시위)를 몰고 다닌다”고 해서 ‘시너마 드라마’라는 유행어도 있습니다. 2일 워싱턴 의회에 아픈 발을 치료하러 간다고 보고하고 애리조나 지역구에 내려온 시너마 의원. 피닉스의 고급 리조트에서 열리는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 참석하려고 하자 시위자들이 막아섰습니다. 시위대는 “치료 목적이라더니 왜 정치 행사에 참석하느냐” “대기업이 후원하는 행사에서 밥 먹으면 배가 부르냐” 등의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비즈니스 로비단체가 마련한 이 파티는 45분간 시너마 의원이 참석하는 대가로 참석자들이 최고 6000달러(약 700만원)씩 후원금을 내는 행사였습니다. 시너마 의원은 시위대를 뚫고 입장했고, 행사장 밖에서 시끄러운 시위가 이어졌습니다. 3일 시너마 의원은 ‘화장실 봉변 사건’을 당했습니다. 자신이 19년 동안 정치 과목을 가르치는 애리조나주립대에서 사건은 벌어졌습니다. 수업 중 교실 밖에서 대기하던 시위대는 시너마 의원이 화장실에 가자 따라 들어갔습니다. 남성이 포함된 ‘애리조나 변화를 위한 연대(LUCHA)’라는 단체 회원들은 시너마 의원이 볼 일을 보는 동안 문 앞에서 미리 준비해온 항의문을 읽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이민규제에 막혀 수십 년 동안 미국에 오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시너마 의원이 세면대에서 손을 씻는 동안에도 옆에서 계속 항의문을 읽었습니다. 시위대는 전 과정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이 동영상은 단숨에 500만 건의 조회 수를 돌파했습니다.정치인이 신념을 달리하는 시위자와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가장 은밀한 공간이라고 할 수 있는 화장실까지 따라오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시위대에 이골이 난 시너마 의원도 “명백한 인권침해”라며 화를 냈습니다. 화장실 사건은 대통령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대통령은 웃으며 “공인이라면 겪는 일” “경호원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걸”이라며 농담까지 하며 은근히 시위대 편을 들었습니다. 시위대에게 따끔한 충고를 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흐지부지 넘겨버린 대통령의 상황 인식에 대한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말하려던 것은 그게 아니다”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습니다. 5일 공항에 나타난 시너마 의원을 ‘그린뉴딜 네트워크(GNDN)’라는 단체 회원들이 둘러쌉니다. “왜 법안에 반대하느냐” “당신이 반대하는 것은 기후변화 예산이냐, 노인의료 예산이냐, 자녀보육 예산이냐” 등의 질문을 퍼부었습니다. 시위대를 피해 비행기에 탑승해 자리에 앉은 그녀에게 이번에는 또 다른 시위자가 다가왔습니다. “시너마 의원, 방해하기 싫지만 지금 꼭 대답을 들어야 하겠어요. 당신은 ‘다카(불법이민자 추방유예 프로그램)’에 반대합니까?”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패배 후 공화당은 그를 따르는 강경파와 온건 진영의 대립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심각한 것은 여당 민주당의 분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팬데믹 때문에 망가진 경제 회복을 위한 역점 사업으로 1조2000억 달러(1400조원)의 인프라투자 법안과 3조5000억 달러(4000조원)의 사회복지 법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기후변화, 이민 대책, 노인 의료, 최저임금 인상 등 다수의 지출 예산이 포함된 사회복지 법안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시너마 의원은 민주당이 당론으로 미는 사회복지 법안에 반대합니다. ‘넘버(법안 액수)’가 너무 크다는 것입니다. 시위대와 수시로 부딪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반대하는 것은 시너마 의원뿐만이 아닙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의 조 맨친 상원의원(74)도 있습니다. 이들 2명의 의원이 민주당 내 온건파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흔히 ‘맨치너마(맨친+시너마)’라고 부릅니다. 맨친 의원도 시위대의 공격 대상입니다. 얼마 전 시위대가 맨친 의원의 배에 카약을 타고 접근해 “왜 법안에 반대하느냐. 이건 지출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투자다”라고 소리치는 장면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습니다. 독특하게도 맨친 의원은 워싱턴에 머무를 때 주택이 아니라 배에서 삽니다. 화장실이건, 카약이건 ‘맨치너마’에 대한 극성 시위대의 기발한 접근 방식에 미국인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명씩 양분하고 있습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지만 이들 2명의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면 사회복지 법안은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통과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하원에서는 ‘맨치너마’ 때문에 사회복지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상원 상황에 열 받은 다수의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이미 상원을 통과해 하원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인프라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시너마-맨친 의원은 사회복지 법안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이 복지의존증에 걸릴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과도한 지출이 인플레이션이나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이유입니다. 이런 주장을 굽히지 않아 “소신파” “원칙주의자”라는 칭찬도 듣고 있지만 뒤에는 복잡한 정치 셈법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화당 텃세가 심한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시너마 의원은 애리조나에서 40년 만에 처음으로 민주당이 배출한 상원의원입니다. 웨스트버지니아 역시 맨친 의원을 제외한 주지사, 주 의회, 다른 한 명의 상원의원 등 주요 포스트를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정치 생명을 이어가려면 무조건 당론을 따르기보다 과도한 사회복지 지출에 반대하는 지역구 민심과 보조를 맞추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맨친 의원은 노령인데다가 주지사를 지냈고, 10년 넘는 상원의원 경력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협상가능 선을 1조5000억 달러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어 민주당 강경파와 시위대의 표적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습니다. 반면 시너마 의원은 초선인데다가 협상 선도 밝히지 않은 채 반대 의사만 표하고 있어 “공화당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애리조나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고(故)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있습니다. 그는 생전에 “매버릭(maverick)”으로 불렸습니다. ‘개성파’ 정도로 해석되는 ‘매버릭’은 당론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적인 매력을 발산하며 민심의 흐름을 주도할 줄 아는 정치인을 말합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성향의 정치인들이 있죠. 매케인 전 의원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공화당 당론을 따르지 않고 민주당에 협력해 다수 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시너마 의원도 “내 롤 모델은 매케인”이라고 자주 말해왔습니다. 그녀가 ‘매버릭’이 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전쟁터 같은 지금 미국 정치 상황에서는 무리인 듯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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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 ‘차박’ 라이프 환상, ‘페티토 사건’으로 깨지나[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지난 한달 간 ‘페티토’라는 단어로 미국 사회가 떠들썩했습니다. 약혼자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실종된 후 시신으로 발견된 개비 페티토(22)라는 여성입니다. 우리 나라의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처럼 수많은 인터넷 탐정을 양산하면서 전국을 뒤흔들더니 사법당국이 약혼자 브라이언 론드리(23)를 용의자로 지목한 뒤부터 관심이 시들해진 듯합니다. 행방이 묘연한 론드리를 추적하는 지금은 언론에 기사 몇 줄 보이지 않습니다.페티토 사건이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킨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우선 ‘밴 라이프(Van Life)’에 대한 동경입니다. 한국에서도 인기 많은 ‘차박’의 미국 버전이 ‘밴 라이프’입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주로 주말이나 휴가를 이용해 차에서 간단하게 생활하는 단기 차박러들이 많지만 미국에서는 차를 개조해 그 안에서 먹고 자고 여행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는 젊은이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들을 ‘밴 라이퍼’라 부릅니다. 밴 라이프용 차량은 차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꾸며져 출시되는 캠핑카와는 다른 개념입니다. 우리 나라 봉고 스타일의 밴 차종이 개조용으로 인기가 높습니다. 내부에서 숙식을 해결할 수 있는 사계절용 차가 필요하므로 단열재와 난방 시스템을 설치하고 통풍기, 태양전지판, 발전기가 필요합니다. 직접 개조할 수 있도록 돕는 DIY용품 업체들도 성업 중입니다. 미국 캠핑 전문사이트에 따르면 개조 비용은 1~2만 달러(1200~2400만원) 수준이 많다고 합니다. 차에서 생활하면서 글과 사진, 동영상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이 밴 라이퍼의 일상입니다. 구독자가 많아지면 광고가 붙고 후원기업이 생기면서 수입이 올라갑니다. 밴 라이퍼는 ‘사진 빨’ ‘영상 빨’을 중시하기 때문에 소셜미디어 중에서도 특히 인스타그램과 유튜브를 선호합니다.페티토 역시 인스타와 유튜브를 주 무대로 활동하는 밴 라이퍼였습니다.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페티토와 론드리는 지난해 약혼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이들은 자유로운 삶을 원했고, 당분간 밴 라이퍼로 살기로 했습니다. 페티토는 여행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파트타임 약제보조사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커플은 2012년형 포드 트랜짓 밴을 개조해 7월 초 4개월 일정의 대륙횡단 여행에 나섰습니다. 여행 시작 후 사건이 일어난 8월 말까지 2개월 동안 페티토는 인스타에 19개, 유튜브에 1개의 게시물을 올렸습니다. 그녀는 밴 라이퍼 생활을 ‘모험(adventure)’이라고 표현하며 즐거워했습니다. 론드리는 자주 페티토의 게시물에 등장했고, 가장 먼저 댓글을 달았습니다. 소셜미디어에 보이는 삶은 자신이 외부에 보여주고 싶은 삶입니다.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페티토-론드리 커플의 실제 밴 라이프는 행복하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갈등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가정폭력 신고로 경찰이 출동할 정도로 크게 다퉜던 8월 12일 이후에 올린 게시물에서조차 “우리는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바라봤다” “모래밭을 맨발로 걸었다” 등 여행의 낭만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지난달 1일 론드리가 홀로 플로리다 주 집을 돌아오면서 사건은 표면화됐습니다. 이어 19일 페티토가 와이오밍 주 국립공원에서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귀가 후 페티토의 실종 이유에 대해 계속 함구하던 론드리는 14일 산책한다며 가출한 뒤 행방이 묘연합니다. 유명 현상금 사냥꾼까지 합세했지만 2주일 넘게 론드리 추적은 지지부진합니다. 워싱턴포스트 조사에 따르면 페티토 사건 발생 후 일주일 동안 ‘페티토’라는 단어가 폭스뉴스에서 398회, CNN에서 346회 언급됐습니다. 하루 50~60회 꼴입니다. 집중적으로 주목 받은 것은 페티토가 처음은 아닙니다. 몰리 티베츠(2018년), 미셸 파커(2011년), 나탈리 할로웨이(2005년), 로리 해킹(2004년), 레이시 피터슨(2002년), 엘리자베스 스마트(2002년), 찬드라 레비(2001년) 등도 과거 언론을 도배했던 납치, 실종,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입니다. 이들은 10~30대 백인 여성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아무리 피해자가 백인 여성이라도 나이대가 40~50대 이상이면 사회적 관심도가 떨어진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가임기 여성이여야 사람들 마음 속에 내재된 종족보존 본능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인들에게 젊은 백인 여성은 보호받아야 하고,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구해내야 하는 대상입니다. 이를 ‘위험에 처한 아가씨(Maiden in the Peril) 신화’라고 합니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에서 레이아 공주는 다스베이더에게 붙잡히고 루크 스카이워커 일행이 구해냅니다. 하이틴 로맨스 영화인 ‘프린세스 브라이드’에서 납치된 버터컵 공주를 구출하는 것은 평민 웨슬리입니다. 심지어 영화 ‘나를 찾아줘’는 이 신화를 한번 비틀어 여주인공이 납치 자작극을 꾸미는 스토리입니다. 인신매매 조직에 납치된 딸을 구하는 전직 특수요원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테이큰’은 죽어가던 배우 리암 니슨의 커리어까지 살려냈을 정도입니다. 거슬러 올라가면 고대 그리스신화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안드로메다 공주를 구하는 페르세우스, 제우스의 명을 받고 페르세포네 왕비를 구출하러 출동하는 헤르메스, 아내 에우리디케를 구하려다 실패한 후 오매불망하며 죽어간 오르페우스 등 그리스신화는 젊고 아리따운 여성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영웅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이 신화는 공식처럼 굳어져 이를 통과한 페티토 같은 여성은 언론의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됩니다.그웬 아이필이라는 미국의 유명 흑인여성 언론인은 1994년 한 미디어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행자가 “사회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 많은데 언론이 지나치게 젊은 백인 여성과 관련된 사건 사고에 초점을 맞추는 게 아니냐”고 묻자, 아이필은 “만약 실종 사건이 일어났고, 그 실종 대상이 젊은 백인 여성이라면 언론은 잠도 자지 않고 줄기차게 보도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맞다”고 끄덕이는 공감의 박수 소리로 행사장은 떠나갈 듯 했습니다. 당시 아이필은 “실종된 백인여성 신드롬(Missing White Woman Syndrome)‘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했습니다. 이 단어가 처음 나온 27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은 별로 없습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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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칠맛 넘치는 된장… “한국 입맛 지키는 ‘독수리 5형제’ 만들죠”

    충북 충주에 사는 조연순 씨. 일찍 결혼한 그녀는 38세에 고3 수험생을 둔 학부모다. 고3뿐 아니라 고1, 중2, 초등5, 7세 등 5명의 자녀를 뒀다. 요즘 최고의 애국자인 ‘다둥이 엄마’다. 자녀 양육만으로도 바쁜 조 씨는 장류 제조 사업도 벌이는 ‘커리어 우먼’이다. 브랜드명은 ‘오색담은’. 품목별로 1호 된장, 2호 막장, 3호 간장, 4호 고추장, 5호 청국장으로 이뤄졌다. 자녀들을 생각하며 이름을 지었다는 그녀는 “독수리 5형제 콘셉트”라고 말했다. 최근 충주시 직동에 있는 조 씨의 일터를 찾았을 때 앞마당에 늘어선 600여 개의 항아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도시 사람들은 항아리만 보면 감격을 하더라고요. 차를 멈추고 항아리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가고, 직접 장을 맛보고 사 가기도 합니다.” 지금은 어엿한 ‘여 사장님’이지만 2003년 결혼했을 때는 평범한 농부의 아내였다. 결혼 후 10년 동안 남편과 함께 5000평의 임대 토지에 과일 농사를 지었지만 수익은 변변치 않았다. 어느 날 복숭아 농사를 짓고 남는 자투리땅에 콩을 심으면서 사업의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직접 기른 콩으로 메주를 담그고 그 메주로 된장 간장 등을 제조하는 장류 사업에 도전하기로 했다. 시어머니의 된장은 주변에서 “깊고 구수한 맛이 난다”는 칭찬을 자주 들었다. 시어머니 뒤를 따라다니며 받아 적었다. 시어머니가 “눈대중, 손대중으로 해야지”라고 할 때도 조 씨는 철저히 그램 수를 따지고 시계를 보며 시간을 계산했다. 젊은 세대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면 장 특유의 냄새를 줄이고 염도를 낮춰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콩을 씻어 발효시키는 메주 만들기 과정, 항아리에 넣어 소금물을 붓고 치대는 된장 담그기 과정 등을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표준화 작업이 필수적이었다. 전문 서적을 뒤져가며 발효균을 공부했고, 성분검사를 위해 충북농업기술원을 자주 드나들었다. “염도를 조절하고 감칠맛을 내기 위해 여러 식재료를 엄선해 장에 섞어보기도 했습니다. 또 소금물에 육수를 추가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신맛이 나거나 너무 묽어 제대로 숙성되지 않았습니다. 버린 된장만 1t 트럭 여러 대 분량이 될 거예요.” 오랜 연구 끝에 항아리에서 2, 3년 숙성되는 제조 기간을 1년 6개월로 단축시킨 된장을 2018년 시장에 선보였다. 이어 표고버섯을 넣은 된장도 탄생시켰다. 현재 특허출원 절차가 진행중인 표고버섯 된장에 대한 조 씨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버섯을 넣어 감칠맛은 유지하면서 염도는 낮출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지역농산물인 표고버섯을 사용해 농가끼리 상생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죠.” 요즘 효자 품목은 청국장이다. 제조 기간이 48∼52시간으로 짧고, 일반 장류와 달리 냉장식품이어서 제품 회전율이 빠르다. 지난해 매출액 3억3000만 원 가운데 80%는 청국장이 차지했다. 카카오쇼핑에서 ‘오색담은’ 청국장이 가장 잘 팔린다는 것이 조 씨의 설명이다. 오프라인에서는 농협 하나로마트가 주요 판매망이다. 영농인들은 수확기에 목돈을 마련할 수 있지만 매달 안정된 수입은 기대하기 힘들다. 조 씨도 고정 수입을 가진 직장인이 되는 것이 한때 ‘로망’이었다. 일찍 결혼하느라 중퇴했던 대학을 아쉬워하며 자격증을 따 취직할 생각에 골몰했던 적도 있었다. 안정된 수입에 도움을 준 것이 청년창업농 영농정착지원 프로그램이었다. “2019년부터 받고 있는 정착지원금이 고정 수입 역할을 했습니다. 주로 공장 운영비와 식비 등에 지출했습니다.” 매달 받는 지원금 외에 농지대출자금(최대 3억 원 한도)을 융자받아 장류 사업의 기반에 되는 콩 땅콩 들깨 등을 재배하고 있다. 장래 목표는 치유농원 조성이다. 자기 손으로 장도 담그고 숲길도 거닐면서 힐링의 시간을 갖고 싶은 사람들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은 어쩔 수 없는 한국 사람입니다. 손에 메주를 묻혀 가며 장을 만들다 보면 처음에는 냄새 때문에 얼굴을 찡그리지만 곧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죠.”글·사진 충주=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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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농사업 지원자 선정후 기반 면적 2배로 늘고 매출도 1.7배 껑충

    무자본, 무기술, 무연고의 ‘3무(無) 세대’로 불리는 청년농업인에게 2018년 시작된 영농정착지원사업은 버팀목이 돼왔다. 신청 자격은 만 18세 이상∼만 40세 미만이며 독립 영농 경력 3년 이하여야 한다. 선발된 청년창업농에게는 최대 3년간 월 최대 100만 원의 영농정착지원금을 지원한다. 이와 함께 최대 3억 원 한도의 창업자금 융자 지원,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우대 보증, 농지은행 비축농지 임대 우선 지원, 영농기술 교육 등이 연계 지원된다. 미래 농업의 핵심 분야인 스마트팜, 사회적 농업, 6차산업, 공동 창업(법인 창업) 등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가진 청년농을 우대 선발한다. 2018∼2020년에는 연 1600명씩 선발됐으나 호응도가 높아지면서 올해에는 1800명으로 인원이 늘어나 지금까지 총 6600명이 혜택을 받고 있다. 선발자의 80% 이상은 남성이며 연령대는 30대가 약 60% 수준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경북, 전북, 전남에서 가장 많은 인원이 선발됐다. 선발자의 절반은 농지은행 비축농지 지원 사업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농정착지원사업의 핵심은 바우처 카드 형태로 지급되는 영농정착지원금이다. 이 카드를 필요한 곳에서 쓰면 된다. 주로 사용하는 곳은 편의점, 슈퍼마켓, 농·축협 직영매장, 대형마트, 식당, 정육점 등으로 나타났다. 식비 관련 결제 건수가 전체 사용 건수의 약 75%에 달한다. 1회 지출이 큰 사용처로는 수리 서비스(650만 원), 농기구 구입(500만 원), 수의업(470만 원) 등이다. 사업 주체인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바우처 카드가 평상시에는 주로 생활비 용도로 쓰이고 있으나 지출 부담이 큰 영농활동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농정착지원사업에 쏠린 관심은 예산 증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선발 인원 누적에 따라 영농정착지원금 예산 규모도 매년 크게 늘었다. 2018년 122억2500만 원에서 2019년 309억 원, 지난해에는 452억9100만 원이었다. 국비와 지방비 집행 비율은 7 대 3 수준이다. 농식품부의 지난해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발자들의 종합적인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83.17점으로 높았다. 매달 지급되는 영농정착지원금 만족도가 85.5점으로 가장 높았다. 만족도뿐 아니라 영농 실적에서도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영농 기반 면적은 선정 전 평균 6500m²에서 선정 후 1만3000m²로 2배로 증가했다. 총매출도 평균 2345만 원에서 4034만 원으로 1.7배로 늘어났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청년 농부를 위한 다른 지원 프로그램은 영농교육, 비닐하우스 설치 지원 등에 주력하는 것과 달리 영농정착지원사업은 현금과 다름없는 지원금을 매달 받을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며 “성과가 좋은 사업인 만큼 앞으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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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이 조지, 당신이 내 목숨을 구했어” 로드니 킹과 촬영자 홀리데이의 만남[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지난해 5월 미국에서 비무장 상태의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목이 눌려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시민들이 촬영한 동영상에서 경찰이 과잉 폭력을 사용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조지 플로이드 사건처럼 요즘은 어디를 가도 사건 사고만 나면 스마트 폰 카메라를 들이대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시민저널리즘’ ‘시민기자’가 거창한 의미를 가졌지만 카메라 폰이 필수품이 된 지금은 누구나 공권력의 횡포를 감시하는 저널리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휴대전화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일반 시민이 현장을 포착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1991년 한인교포들이 큰 피해를 입었던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을 유발한 로드니 킹 구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경찰의 과잉 진압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은 엄청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 동영상은 조지 홀리데이라는 평범한 LA 주민에 의해 촬영됐습니다. 시민저널리즘의 힘을 보여준 중요한 인물로 평가되는 홀리데이가 최근 향년 61세에 사망했습니다. 30년 전 어떻게 그가 역사적인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는지 인터뷰 내용 등을 토대로 알아보겠습니다. 당시 31세의 홀리데이는 작은 배관업체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사건이 일어나기 2주일 전 캠코더를 샀습니다. 1990년대 가전시장을 주름 잡던 소니의 ‘비디오8 핸디캠 CCD-F77’ 제품이었습니다. 딱히 캠코더를 쓸 일이 없던 그는 박스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26세의 로드니 킹은 LA의 흑인 무직자였습니다. 그는 여러모로 한국과 관련이 많았습니다. 1989년 한인 상점을 털다가 주인을 철봉으로 내려쳐 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사건 발생 3개월 전 가석방으로 풀려났습니다. 사건 당일인 1991년 3월 3일 친구 집에서 술을 마신 킹은 현대 엑셀 자동차를 타고 샌 페르난도 밸리의 프리웨이(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습니다. 과속 단속에 걸렸지만 차를 세우지 않았습니다. 뒤를 쫓는 경찰과 프리웨이 추격전이 벌어졌습니다. 시속 190km의 초고속 추격전이 벌어질 정도로 상황은 살벌해졌고, 경찰 헬기까지 동원됐습니다. 킹은 나중에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가석방 조건 위반이 되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도망가려고 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도주를 포기한 킹의 차가 프리웨이를 내려와 홀리데이가 살던 아파트 부근 도로에 멈췄습니다. 당시 현장에 도착한 5명의 경찰 중 한 명이 “차에서 내리라”고 명령했지만 킹은 거부했습니다. 킹이 발길질을 해서 경찰이 상처를 입었습니다. 두려워진 킹은 차에서 내렸고, 경찰 여러 명이 달려들어 용의자를 엎드리게 해서 뒤쪽에서 수갑을 채우는 일명 ‘벌떼(swarm)’ 자세로 결박을 시키려고 했습니다. 경찰은 “이 때 킹이 반항하기 시작해 테이저건으로 제압해 곤봉으로 가격했다”고 진술했습니다. 하지만 킹은 “반항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고, 목격자들도 “반항하는 기미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홀리데이는 시끄러운 소리에 잠을 깼습니다. 창밖을 보니 경찰들이 누군가를 둘러싸고 때리는 것이 보였습니다. 직감적으로 “저걸 찍어야겠다”는 생각에 2주일 전 구입한 캠코더를 가져와 집 발코니에서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첫 사용이라 작동에 서툴렀던 그는 초점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고, 9분 동안 흐릿한 상태로 촬영됐습니다. 홀리데이는 촬영 내내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범인은 이미 실신 지경인데, 왜 경찰은 계속 때리는 거지?” 아침이 밝자 홀리데이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촬영한 테이프를 누구한테 전해줘야 하나”하는 고민이었습니다. 지금 같으면 유튜브 등 동영상을 올릴 곳은 넘치겠지만 당시는 그런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이틀 동안 고민하다가 경찰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접수계 말단 직원인지 전화를 받은 사람은 홀리데이가 “경찰이 막 구타하는 내용”이라고 해도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낙심한 그는 평소 자주 시청하는 지역방송 KTLA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를 받은 기자 역시 “테이프를 한번 가져와봐라”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테이프를 전달받은 기자는 이를 틀어본 뒤 곧바로 ‘물건’이라고 직감했습니다. 보도국장 주재로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에 대한 회의가 소집됐습니다. 특별취재팀이 꾸려져 ‘경찰 공권력 남용’에 대한 시리즈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당시 미국 TV에서는 연예인 가십이나 흥미 위주의 사건사고를 보도하는 ‘인사이드 에디션’ 등 선정적인 시사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 때였습니다. 홀리데이가 테이프를 ‘인사이드 에디션’에 넘겼다면 1회성 소비를 위해 단번에 빵 터뜨리고 말았겠지만 양질의 뉴스 제작 능력을 갖춘 지역방송국이었기 때문에 심층보도에 나설 수 있었습니다. 시리즈1회 개시용으로 홀리데이의 9분짜리 테이프가 편집 없이 전파를 탔습니다. 반응은 어마어마했습니다. CNN 등 대형 방송사들의 테이프 복사 요청이 밀려들면서 KTLA는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방송국이 됐습니다. 이 시리즈로 그해 ‘방송계의 퓰리처상’으로 불리는 피바디상(뉴스 부문)도 받았습니다. 지역방송국으로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홀리데이는 시민저널리스트의 표본이라는 명성은 얻었지만 재정 수입은 미미했습니다. 촬영 테이프는 자신이 소유한 채로 복제권이나 방영권을 판매했다면 막대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겠지만 KTLA에 테이프를 넘기면서 받은 저작권료 500달러와 기타수입 등을 합쳐 1000달러(117만원)가 전부였습니다. 역사의 한 장면에서 만났던 홀리데이와 킹은 세월이 흐른 뒤 다시 한번 우연히 만났습니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고 있던 홀리데이에게 누군가 다가와 “헤이, 조지”하며 아는 척을 했습니다. 이어 “내가 누군지 모르지? 당신이 내 목숨을 구해줬어”라며 웃었습니다. 그제야 상황을 이해한 홀리데이는 킹과 악수를 나눴습니다. 홀리데이는 경찰의 구타로 퉁퉁 부은 킹의 얼굴만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에 정상적인 모습은 몰라봤던 것이죠. 그렇게 둘은 짧은 대화를 나눈 뒤 각자 자신의 길로 갔습니다. 사건 후 홀리데이와 다른 인생 경로를 밟은 킹은 LA시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이겨 380만 달러(45억원)의 보상금을 받아 갑부가 됐지만 모두 탕진하고 2012년 자신의 집 풀장에서 익사했습니다. 홀리데이는 이후 부인과 이혼하고 생활도 궁핍해져 지난해 자신의 소니 캠코더를 팔려고 경매에 내놓았습니다. 22만5000달러(약 2억6000만원)로 책정된 시작가가 너무 높았는지 구매자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는 올해 3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평생 배관공으로 근근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몇 년 더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6개월 후 세상을 떠났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폐렴합병증이었습니다, 그는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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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링컨, 왜 당신이 거기서 나와?’…리 장군 동상에 얽힌 미스터리[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링컨은 없었다.” 최근 미국 버지니아 주 리치먼드에서 로버트 리 장군 동상 철거식이 열렸습니다. 정부관계자, 학자, 일반 시민 등 수백 명이 몰려들어 철거 광경을 지켜봤습니다. 군중이 그 자리에 모인 것은 리 장군 동상에 대한 작별 보다는 다른 이유가 있었습니다. 에이브러햄 링컨 전 대통령과 관련된 보물을 구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보물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역사의 미스터리를 풀 기회를 놓친 이들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리 장군 동상에서 링컨 전 대통령과 관련된 보물을 찾는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된지 않습니다. 이들이 보고 싶어 했던 ‘링컨 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사연은 이렇습니다. 역사 마니아들의 관심을 끈 것은 리 장군 동상 밑에 있다고 알려진 타임캡슐이었습니다. 역사 기록을 보면 동상 밑에 가로세로 35cm, 높이 20cm 정도의 사각형 청동 박스가 묻혀 있습니다. 미국에는 남북전쟁 때 노예제를 지지했던 남부연합군의 총사령관 리 장군의 용병술과 인품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남부의 웬만한 도시에 가면 어렵지 않게 리 장군의 동상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부터 불기 시작한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 반대 분위기와 맞물려 그의 동상이 여러 도시에서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리치먼드의 리 장군 동상 철거가 화제가 된 것은 이곳이 남부군의 수도였고 그의 고향이 이곳 부근이라는 상징성 때문입니다. 동상이 매우 크고 정교하게 제작됐다는 점도 관심을 끈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미국은 동상을 개인 우상화의 상징으로 간주하며 크게 짓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곳 동상은 어마어마하게 큽니다.수많은 전쟁 무용담을 남긴 리 장군은 1870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곧바로 리 장군 추모위원회가 조직돼 리치먼드에 동상을 건립하는 계획이 진행됐습니다. 설계도가 완성되자 위원회 실무자가 프랑스로 건너가 제작 계약을 마쳤습니다. 이렇게 제작된 동상은 맨 위쪽에 리 장군이 말을 타고 달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청동 조각상이 있습니다. 프랑스 조각가 앙토냉 메르시에의 작품입니다. 프랑스에 대한 미국의 예술적 열등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기마상만 4미터가 넘습니다. 그 아래쪽에 남북 방향으로 포효하는 사자의 모습이 조각된 화강암 받침대가 있습니다. 그 아래쪽에 초석이 있습니다. 모두 합치면 동상의 총 길이는 18미터에 달합니다. 이 동상을 단순히 “조각상(statue)”이 아니라 “건축물(monument)”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최근에 열린 동상 철거식은 기마상을 받침대에서 분리시키는 행사였습니다. 기마상은 세 등분으로 쪼개져 분쇄될 예정입니다. 동상이 완전체의 형태로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1890년 5월이었습니다. 당시 12톤 무게의 기마상을 프랑스로부터 배로 실어와 받침대 위에 조립시켰습니다. 받침대와 초석은 그보다 3년 전인 1887년 설치됐습니다. 1887년 10월 27일 리치먼드 타임스 디스패치를 보면 받침대 및 초석 헌정식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초석 위에 받침대를 얹고 리 장군의 이름을 새겨 헌정하는 행사였습니다. 당시 매우 큰 인파인 2만 5000여명이 몰렸습니다. 옆 동네인 메릴랜드 주민 450여명이 구경하러 올 정도였습니다. 타임캡슐은 초석 내부에 공간을 만들어 넣었습니다. 당시의 시대상을 후세에 알리기 위해 타임캡슐을 묻었습니다. 물론 “타임캡슐”은 현대인들이 만든 용어입니다. 당시에는 “연합군 박스(Confederate box)” “전쟁 박스(war box)” 등으로 불렸습니다. 헌정식에서 타임캡슐을 묻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당시 리치먼드 타임스를 보면 37명의 개인과 기관으로부터 60점의 물품을 기증 받아 타임캡슐에 넣었습니다. 남북전쟁(1861~65년)을 끝내고 얼마 되지 않은 때였던 만큼 전쟁을 추억하는 기념품들이 많았습니다. 군복, 단추, 총알, 전쟁지도 등이었습니다. 일상생활과 관련된 물건들도 있었습니다. 조개껍질을 넣은 사람도 있고, 삭스 피프스 애비뉴 백화점으로 유명한 삭스 앤 컴퍼니는 자사의 광고전단을 기증했습니다. 가장 독특한 물건을 넣은 사람은 패티 캘리스 리크라는 여성이었습니다. 그녀는 “링컨이 관에 누워있는 사진(picture of Lincoln lying in his coffin)”을 기증했습니다. 남군의 영웅 리 장군을 기리는 타임캡슐에 북군을 지지했던 대통령의 시신 사진을 넣은 것이라 눈길이 안 갈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물건들에 대해서는 형태나 넣은 이유 등의 설명이 있는 반면 이 기증품은 한 줄의 문구 외에는 아무런 기록도 없습니다. 그것이 무슨 의미이든 사진의 가치는 매우 큽니다. 링컨 시신 사진은 단 한 점만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현존하는 유일한 링컨 시신 사진은 일리노이 주 스프링필드의 링컨기념관에 소장돼 있습니다. 경매 전문가들은 두 번째 링컨 시신 사진이라면 30만 달러(3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으로 추산합니다. “링컨 보물”이라고 불릴 만 하죠. 링컨 전 대통령은 1865년 워싱턴 포드 극장에서 남군 지지자였던 존 윌크스 부스라는 배우에 의해 암살됐습니다. 제16대 대통령이었던 그는 암살된 최초의 미국 대통령입니다. 그가 암살되자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그의 정치적 고향인 스프링필드에 묻히기 전에 3주 동안 국민들이 애도를 표할 수 있도록 주요 도시들을 도는 순회 투어가 마련됐습니다. 1865년 4월 24일 링컨 시신이 뉴욕 시청 중앙홀에 도착했습니다. 12만 명의 조문객이 몰렸습니다. 조문객을 받기 전 사진사가 관 속의 링컨 시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것이 유일한 사진입니다. 당시는 방부처리 기술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순회 투어 중인 링컨의 시신은 상당히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링컨 대통령의 부인인 메리 토드 여사는 온전치 못한 남편의 시신을 사진으로 남기는 것에 반대했습니다. 뉴욕 시청에서 찍은 시신 사진도 없애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메리 토드 여사의 부탁을 받은 에드윈 스탠턴 전쟁장관은 단 한 장 있는 대통령의 시신 사진을 차마 없앨 수 없었습니다. 사진은 스탠턴의 아들 앞으로 남겨졌고,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여러 서류더미 속에 섞인 채로 링컨기념관으로 옮겨졌습니다. 그렇게 잊혀지는 듯 했다가 1952년 어느 날 아이오와에서 기념관에 구경 온 14세 소년이 먼지 쌓인 서류철 속에서 링컨 시신 사진을 찾아내게 됩니다. 로널드 리트벨드라는 아이오와 촌뜨기 소년이 역사상 가장 존경 받는 대통령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을 우연히 발견하게 된 사연은 미국인들 사이에서 널리 회자되는 스토리입니다.두 번째 링컨 시신 사진이 100년 넘게 간직돼온 타임캡슐 속에서 발견된다면 첫 번째 사진 못지않은 극적인 사연이 될 것입니다. 그동안 빨리 사진을 보고 싶어서 리 장군 동상을 허물고 타임캡슐을 캐낼 날만 기다린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진이 아니라 그림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설사 그림이라고 해도 그 가치는 상당히 높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리 장군 동상 철거 당일 제임스타운발굴위원회는 12시간 동안 대형 크레인을 동원해 초석 부근에 구멍을 내고 내부를 조사했습니다. 동상 철거보다 타임캡슐 찾기가 이날의 ‘핫 이벤트’였습니다. 그러나 결국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위원회는 “있어야 할 곳에 없어서 놀랐다”며 “단지 과거에 대한 로맨틱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라 역사와 과학, 고고학적 자료들을 동원해 타임캡슐을 찾으려고 했지만 실패했다”고 실망감을 전했습니다. 이어 “미스터리는 해결되지 못했지만 할 수 없다. 역사는 그런 것”이라고 했습니다.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타임캡슐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동상의 구조상 도굴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1887년 헌정식 때 마지막 순간에 묻기를 포기한 것일까요. 애초에 링컨 대통령에 대한 반감이 높았던 리치먼드에 사는 여성은 왜 그의 시신 사진을 타임캡슐에 넣으려고 했던 것일까요. 또 그녀가 넣은 것은 정말로 링컨 시신 사진이었을까요. 역사는 쉽고 간단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비밀을 간직한 채로 흘러갑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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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출시 6주 만에 누적판매 100만개… 오리온 꿀버터 오!구마 인기 폭팔

    오리온 ‘꿀버터 오!구마’가 출시 6주 만에 누적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신제품인데도 1분에 16개꼴로 팔릴 정도로 인기다. 지금까지 매출액이 12억 원에 이른다. 오!구마는 요즘 대중적인 요리로 자리 잡은 ‘허니버터고구마’를 스낵으로 구현하여 젊은층이 좋아하는 달콤한 간식으로 만든 것이 주효했다. 주원료 고구마에 바삭한 식감을 살려주는 감자를 더한 두 가지 원재료 조합과 꿀 시럽 코팅으로 스낵의 맛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인 식감을 강화한 것도 인기 요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고구마맛탕의 바삭한 버전” “고구마 덕후들의 최애 과자” “맛이 없을 수 없는 맛” 등의 후기가 확산되고 있다. 7월에 첫선을 보인 오!구마는 오리온의 대표 장수제품인 ‘오!감자’의 자매품으로 맛뿐만 아니라 식감과 소리까지 맛있게 구현했다. 달콤한 고구마에 바삭한 식감의 감자를 더해 차별화된 식감과 맛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특유의 긴 스틱형 과자 겉면을 버터와 꿀, 군고구마로 만든 시럽으로 코팅해 달콤 고소하면서도 입안에서 ‘빠삭’ 씹히는 경쾌한 식감을 극대화했다. 오리온은 최근 ‘허니버터고구마’가 젊은층들이 특히 선호하는 대중적인 고구마 요리로 자리 잡은 것에 착안해 수십 가지의 레시피를 연구한 끝에 오!구마를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오리온은 국내 인기를 바탕으로 8월 중 중국에서도 오!구마를 선보일 계획이다. 오!감자(현지명 ‘야투도우’) 제품이 지난해 중국에서 22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만큼 신제품 오!구마에 대한 관심도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오리온 관계자는 “꿀버터 오!구마가 재택 등으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 젊은층에게 달콤한 ‘집콕 간식’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감자와 옥수수를 조합한 ‘고추칩’, 고구마와 감자를 조합한 ‘오!구마’ 등 두 가지 이상의 원재료를 조합한 스낵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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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돈의 시간 마이크 앞에 선 바이든…9·11 테러 당시 행적 화제[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세상에, 세상에, 세상에.”(미국 퍼스트레이디 질 여사) “질, 왜? 무슨 일인데?”(조 바이든 대통령) “지금 비행기 또 한 대가…, 다른 쪽 건물을….”(질 여사)30~40대 이상의 성인이라면 2001년 9·11 테러 순간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비교적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바다 건너 미국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그만큼 충격파는 컸습니다. 요즘 미국에서 9·11 테러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행적이 관심입니다. 비상 상황에서 국가 리더급 인사들의 행동은 많은 시사점을 줍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자서전 ‘지켜야 할 약속: 삶과 정치에 대해(Promise to Keep: On Life and Politics)’에 당시 상황이 나와 있습니다. 20년 전 바이든 대통령은 환갑을 바라보는 59세의 실세 상원의원으로 상원 외교위원회를 이끌고 있었습니다. 9월 11일 화요일 아침 델라웨어 자택에서 워싱턴으로 기차로 출근하던 중이었습니다. 부인과의 통화에서 뉴욕 트레이드센터 쌍둥이빌딩 폭파 소식을 듣게 됩니다. 워싱턴 중앙역인 유니언 역에 도착하자 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워싱턴 도심에서 멀지 않은 펜타곤(국방부 청사)이 공격을 받은 겁니다.테러 목표 건물이 많은 워싱턴에서는 모두 탈출하려고 아우성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을 안전한 곳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하늘에서 헬기들이 쉴 새 없이 오갔습니다. 바이든 의원은 인파를 거슬러 올라가 국회의사당 쪽으로 갔습니다. 딸 애쉴리가 “제발 워싱턴을 떠나라”고 전화로 호소했지만 바이든 당시 의원은 “이런 때일수록 오히려 목표물에 있는 것이 더 안전하다”며 안심시켰습니다. 당시 의회는 회기 중이었습니다. 상원 건물로 들어가려고 하자 경찰로부터 제지를 당했습니다. 바이든 의원의 입에서 “빌어먹을!”이라는 욕이 터져 나왔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과 비슷한 처지인 존 워너 공화당 상원의원(현재 작고)이 보였습니다. 당적도 다른 두 의원은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의회를 속개할 수 있을지, 누가 속개 자격을 가지고 있는지를 의논했습니다.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의회 개원 여부를 따진다는 것은 무모한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의사당이 다음 목표물이라는 얘기도 떠돌았습니다. 그래도 바이든 의원은 굳게 믿었다고 합니다. “이런 때일수록 나라가 평상시처럼 돌아가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당시 의사당 앞에서 대피 상황을 취재 중이던 ABC방송 여기자의 눈에 바이든 의원이 들어왔습니다. 바이든 의원은 즉석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당시 현장 클립을 보면 의사당 건물을 배경으로 테러의 충격으로 떨리는 목소리의 바이든 의원이 “차분하고 침착하고 냉정해지자(Cool and Calm and Collected)”고 호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바이든 의원은 “이 나라는 너무 거대하고 강하고 결속됐으며, 공통의 가치를 추구하기 때문에 그 어떤 것도 분열시킬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를 인터뷰했던 ABC 여기자는 나중에 CNN과의 인터뷰에서 “리더십 공백 상황에서 정치인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을 타고 미 중부에 있는 모종의 대피 장소로 이동 중이었습니다. 딕 체니 부통령은 백악관 지하 벙커로 피신해 있었습니다. 바이든 의원은 행방이 묘연한 국가 지도자를 비난하기보다 힘을 실어줬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이 앞으로 사태 수습을 위해 어떤 행동을 하던 온전히 지지할 것이다. 민주당이고 공화당이고 있을 수 없다. 단결된 국민만이 있을 뿐이다”라고 말이죠. 바이든 의원이 인터뷰 후 델라웨어 집으로 향하고 있을 때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고맙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서전에 따르면 바이든 의원은 그제야 부시 대통령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대통령님, 빨리 백악관으로 돌아오십시오”라고 말이죠. “국민은 지하 벙커에 숨어있는 리더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통화 후 부시 대통령은 에어포스 원의 방향을 돌려 워싱턴으로 돌아왔다고 합니다. 부시 대통령의 마음을 바꾼 것이 전적으로 바이든 의원의 충고 덕분은 아니었겠지만, 중요한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20년 전 각본도 없이 방송마이크 앞에 섰던 바이든 의원의 떨리는 목소리 한마디 한마디는 최근 9·11 테러 추모식에서 세심하게 포장된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보다 훨씬 더 큰 설득력을 가집니다. 연설력이 뛰어나지 못한 바이든 대통령의 최고 연설은 “9·11테러 당시 즉석 인터뷰였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자서전에서 밝힌 에피소드이니 어느 정도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의도는 있었겠지만 의미 있는 9·11 테러 당시 행적인 것만은 확실합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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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간 장악 후 페이스북부터 단속하는 탈레반[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언론의 자유? 그 질문은 페이스북한테 해라.”지난달 17일 아프가니스탄 점령 후 탈레반 고위급 인사가 처음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날 내외신 기자회견에 등장한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시종일관 자신만만한 아우라를 내뿜었습니다. 파죽지세로 몇 주 만에 아프간 전역을 함락시키는데 성공한 탈레반답게 기세등등한 모습이었습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과거와 같은 ‘무자비한 탈레반’이 아닌 국제 질서를 지키는 ‘우호적인 탈레반’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변화는 이슬람율법 속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건부 변화’라고 선을 그은 것입니다. 그는 느닷없이 페이스북을 언급했습니다. 언론의 자유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입니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겠지만 이슬람의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그 질문은 페이스북에게 하라”고 했습니다. 탈레반 계정을 차단한 페이스북이 언론의 자유를 파괴하는 주범이라고 비난한 것이죠. 이슬람 무장조직의 리더급 인사 입에서 페이스북이라는 단어가 자연스fp 튀어나올 정도로 아프가니스탄은 전쟁의 상흔 속에서도 정보기술(IT)이 상당히 발달한 나라입니다. 아프간 정보통신 부처의 통계에 따르면 인구 3200만 명 중 30%에 가까운 1000만 명이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고, 휴대전화 보급률은 70%(2300만 명)를 넘습니다. 1994년 탄생한 탈레반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처음 아프간에서 정권을 잡았을 때만 해도 IT 기술을 배척했습니다. “이슬람 정신에 어긋난다”면서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금지했습니다. 탈레반이 첨단 기술을 적극 받아들인 것은 2001년 미국과의 전쟁이 시작되고 권력에서 쫓겨난 뒤였습니다. 인터넷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담은 콘텐츠를 올리기 시작했고, 나중에 보급된 소셜미디어도 활용했습니다. 그동안 페이스북 트위터 등 미국 소셜미디어는 탈레반이 자사 플랫폼을 선전선동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별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1999년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제정된 경제 제재 행정명령에 따라 탈레반 소유의 공식계정은 차단시켰습니다. 하지만 친탈레반 세력들이 올리는 콘텐츠까지 일일이 추적해 금지시키지는 않았습니다.지난달 탈레반이 대공세를 취하면서 아프간 점령이 임박하자 소셜미디어 매체들은 대응책 마련에 바빠졌습니다. 페이스북은 강력하게 탈레반 금지 정책을 몰아붙이는 쪽입니다. 페이스북은 “탈레반은 규정상 위험단체로 분류되기 때문에 서비스가 금지된다”고 거듭 확인했습니다.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인스타그램과 왓츠앱도 마찬가지입니다. 탈레반 구성원들 간의 연락망으로 종종 사용된다는 의혹을 받아온 메신저 앱인 왓츠앱은 탈레반 관련 계정들을 막았습니다. 유튜브도 “우리는 탈레반 차단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반면 트위터는 탈레반 공식계정은 차단시켰지만 탈레반 소속 인사들의 개인 계정은 막지 않았습니다. 기자회견에서 페이스북을 비난했던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트위터 상에서 3만 명의 팔로어를 거느리고 있습니다. 탈레반과 소셜미디어의 관계는 아직 혼란스럽습니다. 우호적 이미지 구축이 시급한 탈레반에게 소셜미디어는 선전도구로 유용하지만 탈레반의 집권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외부에 정보를 알리는 도구로도 활용됩니다. 아프간 소셜미디어에서는 카불 시내의 시위나 탈레반이 인권을 억압하는 실태를 보여주는 인플루언서들의 동영상이 자주 올라옵니다. 아직 탈레반은 시민들의 소셜미디어 접근을 허용하지만 소셜미디어의 존재 자체를 막아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탈레반과 소셜미디어의 관계에 대해 “위험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소셜미디어는 탈레반이 과거 인터넷을 막았던 것처럼 자사 플랫폼들도 금지시키지 않도록 어느 정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탈레반에 항거하는 시민들의 안전에도 비중을 둬야 합니다. 최근 소셜미디어는 아프간 사용자들에 대해 프로필의 비공개 전환이나 과거에 올렸던 내용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탈레반이 미국 편에 섰던 아프간 조력자들을 색출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정보 흐름을 추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페이스북은 프로필 공개를 막는 윈클릭 잠금 기능을 추가하고 인스타그램에 대해서는 계정 보호를 위한 팝업 알림 기능을 선보였습니다. 트위터도 과거 트윗 지우기와 일시적 계정 접근 중지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링크트인은 “프로필 차단과 연락망 공개 제한 등 일시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조만간 탈레반은 소셜미디어 플랫폼들에게 “아프간에서 계속 운영하려면 차단시켰던 공식 계정을 해제해라”는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소셜미디어로서는 탈레반이 테러조직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만 한 국가를 대표하는 정권이 된 이상 계속 계정을 막아둘 명분은 없습니다. 아직 소셜미디어들은 탈레반 계정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탈레반 계정 인정은 단순히 소셜미디어 차원이 아닌 국제 사회의 정치적 분위기와 맞물려 있습니다.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 유엔이 탈레반의 정당성을 어떻게 인정하느냐에 따라 소셜미디어의 입장도 달라질 것입니다.정미경 기자mickey@donga.com}

    • 2021-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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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드라인 대통령’의 집착… 접종 데드라인 놓친후 아프간 철군은 “꼭 지킨다”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기자에게 데드라인(마감시간)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데드라인은 지켜야 한다”는 교육을 기자 초년병 시절부터 철저히 받습니다. 기자가 아니더라도 사회인이라면 데드라인의 압박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데드라인’이라는 단어의 유래는 1860년대 미국 남북전쟁 때입니다. 조지아 주 앤더슨빌 전쟁터에서 북군들을 포로로 잡아 감옥에 넣었던 남군은 탈출을 막기 위해 감옥 장벽 안쪽으로 길고 깊은 웅덩이를 파놓았습니다. 탈옥하는 병사들이 벽에 도달하지 못하고 웅덩이에 처박혀 죽도록 말이죠. 데드라인은 이렇게 ‘죽는 선’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 죽을 듯한 각오로 데드라인을 지키려는 사람이 또 있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설정한 아프가니스탄 철군 데드라인은 8월 31일.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미국의 허를 찌르는 탈레반의 신속한 아프간 점령에서부터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아프간 지부(IS-K)의 카불공항 자폭 테러와 미국의 보복 공격까지 이 데드라인을 지키는 과정에서 혼란에 혼란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데드라인은 꼭 지킨다”는 입장입니다. “이렇게 많은 희생을 치르면서까지 데드라인을 지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는 비판이 쏟아지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마이 웨이’를 고수합니다. 취임 후 8개월 동안 통치 스타일을 보면 바이든 대통령은 데드라인을 매우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데드라인 대통령’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데드라인을 딱 못박아놓고 “이 때까지 성과를 내겠다”며 정책 드라이브를 거는 사례가 자주 눈에 띕니다. 데드라인 설정은 바이든 대통령 같은 임기 초 리더들에게 유용한 전략입니다. 정책 담당자들의 사기를 고취하고 국민들에게 “대통령이 열심히 일하고 있구나” 하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습니다.최근 2개월 동안 바이든 대통령에게 2개의 중요한 데드라인이 걸려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전 국민의 70% 1회 이상 백신 접종’ 목표였습니다. 대대적인 홍보 캠페인을 펼쳤지만 이 데드라인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두 번째 데드라인인 8월말 아프간 철군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앞선 접종 데드라인의 실패를 만회하기 위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주목을 받았던 ‘트윈 데드라인’이 실패 내지는 혼란 양상을 보이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연타석 홈런을 맞은 투수 꼴”이라고 비유하는 언론도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데드라인 성공률이 바닥권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취임 초에 설정했던 다른 데드라인들은 술술 잘 풀렸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표 달성 능력을 과신하고 방심했던 측면이 있습니다. 당선인 시절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100일까지 1억 회 백신 접종” 목표를 발표했습니다. 이 목표를 취임 후 60일도 안 돼 조기 달성한 뒤 “취임 후 100일까지 2억 회 접종”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이 목표도 취임 후 92일이 지난 시점에 거뜬하게 달성했습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자축 팡파르 분위기였죠. 하지만 이 때부터 벌써 ‘데드라인 회의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접종률 조기 달성을 데드라인을 설정한 덕분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죠. 팬데믹 초기에 너도나도 백신을 원하는 상황에서 정해진 기한 내에 접종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데드라인을 대국민 캠페인에 이용하는 전시용 행정”이라는 비판이 나옵니다.데드라인 이론은 마케팅 분야에서 자주 쓰입니다. 데드라인이 효과적으로 작용하려면 돌발변수 예측과 360도 시나리오 수립이 전제 조건이 돼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아프간 철군 데드라인 전략은 이런 조건들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합니다. 탈레반의 군사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허술한 정보수집망, 수송기 탈출 과정에서 보여준 출구전략 부재, 문제의 핵심을 외적 요인으로 돌리는 정책 담당자들의 이기주의 등을 보면 바이든 행정부의 위기대응 능력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보다 근본적인 비판은 데드라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통치 방식에 모아집니다. 데드라인은 동기 부여라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기한 내 목표 달성이 지상 과제가 되면 균형적인 판단력을 잃고 과도한 속도전에 매몰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데드라인 설정은 정치인 바이든의 오랜 습관입니다. 36년간 상원의원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일하는 방식에 익숙합니다. 목표일까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반대파와 막후 협상을 벌이는 일에 워낙 능숙해 “스무드 오퍼레이터”로 불립니다. 데드라인이라는 시간적 제약이 협상 타결에 촉진제가 된 사례도 많았습니다. 데드라인 홍보는 유권자들에게 ‘의정 활동을 열심히 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는 데도 도움이 됐습니다.하지만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다른 자리입니다. 최종 결정권자인 대통령이 기한을 못 박으면 정책의 완성도와 실행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습니다. ‘거래의 달인’이라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데드라인을 설정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도 “언제 어느 선까지 완료 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습니다. 사업적 본능을 가지고 있던 그는 데드라인 정치의 홍보 효과와 정치적 부담을 저울질한 뒤 어느 쪽이 유리한지 판단을 내린 것이죠. 아프간 철군에 대한 지지 여론은 높지만 성급한 철군에 대한 반대 여론이 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데드라인에 집착하는 것을 두고 “아직도 의원인줄 착각하는 듯 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한 민주당 전략가는 말합니다. “원래 정치인은 데드라인을 지배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바이든 대통령은 데드라인에 의해 지배되는 형국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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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야외서도 베이커리 만끽 파리바게뜨, 파리… 싱가포르에 매장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SPC그룹의 베이커리 브랜드 파리바게뜨가 16일 프랑스 파리에 ‘생미셸점’을 열었다. 이번 매장에선 파리바게뜨 특유의 ‘베이커리 카페’ 콘셉트를 야외 테라스에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파리 유명 호텔 출신 파티시에와 프랑스 요리학교 르코르동블뢰 교수 출신의 셰프 등 현지 전문 인력을 강화했다. 앞서 파리바게뜨는 4일 싱가포르 유명 쇼핑몰 ‘파야 레바르 쿼터(PLQ)몰’에 신규 점포(사진)를 개점했다. ‘PLQ몰점’은 예상 매출의 3배에 달하는 실적을 거두는 등 현지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싱가포르에서 연말까지 추가 신규 점포를 열 계획이다. 이 밖에 상반기 캄보디아 프놈펜에 현지 파트너사 HSC그룹과 함께 파리바게뜨 캄보디아 1호점을 열었다. 파리바게뜨는 2004년 9월 중국 상하이를 시작으로 미국 베트남 싱가포르 프랑스 등에 진출해 현재 430여 개 해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 들어서는 미국과 중국에서 해외 가맹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리바게뜨 관계자는 “지난해는 코로나19로 잠시 숨 고르기를 했지만 올해는 글로벌 사업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고 말했다.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 2021-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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