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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을 앞둔 한국 프로야구엔 먹구름이 가득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난달 제5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지난달 말에는 전 롯데 투수 서준원이 미성년자 관련 범죄로 퇴출됐고, 장정석 전 KIA 단장은 계약 협상 중 선수에게 뒷돈을 요구했다는 의혹으로 해임됐다. 개막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에는 한국야구위원회(KBO) 간부의 중계권 관련 금품수수 등 혐의로 검찰이 KBO와 자회사 KBOP를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팬들은 여전히 야구에 기회를 주기로 한 모양이다. 1일 전국 5개 구장(잠실, 문학, 대구, 수원, 고척)에서 열린 2023시즌 KBO리그 개막전 5경기는 모두 매진됐다. 총 10만5450명의 관중으로 역대 개막전 관중 수 2위를 기록했다. 2015년 10개 구단 체제 이후 개막전에서 5개 구장 만원 관중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열기는 둘째 날에도 이어졌다. 2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KIA-SSG의 경기에선 2만3000장의 입장권이 모두 팔렸다. 개막 2연전 매진은 인천 연고 구단 첫 사례다. 같은 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두산전도 경기 시작 1시간여 만에 2만3750장의 티켓이 모두 팔렸다. 두산은 오재원의 은퇴식이 열린 지난해 정규시즌 안방 최종전부터 이날까지 3경기 연속 안방경기 매진을 달성했다. 두산 관계자는 “올해 새로 감독으로 부임한 이승엽 감독과 친정으로 돌아온 포수 양의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며 “티켓 판매뿐 아니라 구단 유튜브 구독자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나머지 3개 구장에도 모두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찾았다. 2일 5개 구장의 합계 관중 수는 9만1495명이었다. 만원 관중 앞에서 치른 개막 2연전에서 롯데와 두산은 1승 1패씩을 나눠 가졌다. 타격전으로 펼쳐진 1일 경기에서는 두산이 연장 접전 끝에 12-10으로 역전승하며 이승엽 감독에게 첫 승을 안겼다. 두산의 새 외국인 타자 로하스는 9-10으로 뒤진 연장 11회말 무사 1, 3루에서 문경찬을 상대로 끝내기 3점 홈런을 때렸다. 2일에는 투수전 끝에 롯데가 2-0으로 이겼다. 롯데 선발투수 나균안은 6과 3분의 2이닝 동안 5안타 2볼넷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지난해 은퇴한 이대호가 후계자로 지명한 한동희는 0-0 동점이던 7회초 1사 1, 3루에서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결승 2루타를 때려냈다. KIA와 SSG도 1승 1패를 기록했다. 1일 SSG 선발로 등판한 왼손 투수 김광현은 5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개인 통산 150승째를 수확했다. 327경기 만에 150승 고지에 올라선 김광현은 정민철(전 한화 단장)이 갖고 있던 최소 경기 150승(347경기)을 20경기 앞당겼다. KIA는 2일 경기에서는 13안타를 집중시킨 타선의 힘을 앞세워 9-5로 역전승했다. KIA 선발 투수 이의리는 5이닝 동안 6개의 볼넷을 허용하는 제구 난조 속에서도 3실점(1자책)만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따냈다. 키움은 연이틀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1일엔 연장 10회말 이형종의 끝내기 안타로 3-2로 승리했고, 2일에는 9회말 김휘집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으로 7-6으로 이겼다. 한 팀이 개막 2연전에서 모두 끝내기 승리를 거둔 건 역대 3번째다. 2013년 3월 30∼31일 롯데가 한화를 상대로 처음 기록했고, 2016년 4월 1∼2일에는 LG가 역시 한화를 상대로 같은 기록을 세웠다. 한화는 3번 모두 진기록의 희생양이 됐다. 한화는 제1선발 스미스가 1일 경기 도중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는 악재도 겹쳤다. 하루 전 NC에 0-8로 완패를 당했던 삼성은 2일에도 초반 한때 0-6으로 뒤졌으나 결국 8-6으로 역전승했다. 올해 처음 지휘봉을 잡은 박진만 감독도 첫 승을 신고했다. LG는 연장 11회 접전 끝에 KT를 10-9로 꺾고 전날 패배(6-11 패)를 설욕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무대에서 다시 만난 고교 시절 라이벌 후지나미 신타로(29·오클랜드)에게 ‘매운맛’을 보여줬다. 오타니는 2일 오클랜드 방문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5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하면서 팀의 13-1 승리를 도왔다. 반면 오클랜드 선발 투수로 나선 후지나미는 2와 3분의 1이닝 8실점(8자책점)을 기록하면서 MLB 데뷔전에서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오타니는 이날 1회초 첫 타석에서 1루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팀이 2-0으로 앞선 3회초 무사 만루 기회에서는 후지나미가 던진 시속 159km 속구를 받아쳐 왼쪽 담장을 때리는 1타점 적시타로 연결했다. 오타니에게 ‘카운트 펀치’를 맞은 후지나미는 이후 3점을 더 내주면서 애덤 올러(29)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올러가 후속 타자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면서 후지나미의 실점은 8점까지 늘었다. 후지나미는 오사카 도인고 3학년이던 2012년에는 모교에 선발고교야구대회(‘봄 고시엔’)와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여름 고시엔’) 우승 트로피를 모두 안겼던 선수다. 여름 고시엔 때는 준결승과 결승에서 모두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당시에도 오타니는 후지나미에게 ‘천적’에 가까웠다. 당시 봄 고시엔 1회전(32강)에서 0-0로 맞서던 2회말 오타니에게 홈런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해 봄과 여름 고시엔을 통틀어 후지나미가 홈런을 내준 타자는 오타니뿐이었다. 후지나미는 일본 프로야구 한신 소속이던 2013년에도 팀 안방 한신고시엔 구장에서 당시 니혼햄 선수였던 오타니와 투타 맞대결을 벌여 2루타를 얻어 맞은 적이 있다. 이로부터 10년이 지나 MLB 무대에서 오타니와 다시 맞대결을 벌인 후지나미는 “오타니를 포함해 세계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해 볼 수 있어 기뻤다. 데뷔전 등판이 아쉽게 끝났는데 반성할 부분을 면밀히 돌아보겠다”고 말했다. 오타니는 “후지나미의 투구를 많이 보지 못했다. 샘플이 너무 적어 그의 투구 내용에 대해 내가 딱히 언급할 만한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LG는 검증이 끝난 외국인 투수가 있잖아요.” TV 해설위원과 프로야구 감독들 모두 LG가 올해 최강 전력을 갖춘 것으로 예상했다. 동아일보에서 프로야구 TV 해설위원에게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 후보를 꼽아달라고 부탁한 결과 8명 중 7명이 LG를 꼽았다. 또 30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2023 프로야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도 ‘올 시즌 전력이 가장 강한 두 팀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LG가 프로야구 10개 팀 감독으로부터 6표를 받아 KT와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해설위원과 감독 모두 LG를 최강팀으로 예상하는 건 외국인 ‘원투 펀치’가 강력하기 때문이다. LG의 외국인 투수 켈리(34)와 플럿코(32)는 지난 시즌 구단 역대 외국인 듀오 최다인 31승(9패)을 합작했다. 그 덕에 LG도 구단 역대 최다인 87승(2무 55패)을 남길 수 있었다. 다음 달 1일 막을 올리는 새 시즌에도 두 선수는 LG의 제1, 2선발을 책임질 예정이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통해 증명된 것처럼 ‘토종’ 투수 경쟁력이 떨어지는 한국 프로야구 특성상 외국인 원투 펀치의 활약 여부에 따라 KBO리그 10개 구단의 성패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외국인 타자 역시 한 해 ‘농사’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지난해 우승팀 SSG는 왜? 그런 점에서 재미있는 구단이 SSG다. 한국시리즈 우승 팀이 외국인 선수를 모두 교체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난해 KBO리그 챔피언 SSG는 일찌감치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차지하려면 ‘레벨이 더 높은’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이 선택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할 수 있다. 새 외국인 선수 최고액인 100만 달러(약 13억 원)에 계약한 왼손 투수 로메로(32)는 부상으로 시범경기 일정을 소화하지 못했지만 역시 100만 달러를 받은 외국인 타자 에레디아(32)는 10경기에서 타율 0.320을 기록했다. 왼손 투수 맥카티(28)도 세 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3.00을 남겼다. 역시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교체한 NC에서는 오른손 투수 페디(30)가 시범경기 3경기에서 12와 3분의 2이닝을 평균자책점 0.71로 막는 호투를 선보였다.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페디는 공의 회전력이 엄청나게 좋아 보인다”고 평했다. 페디는 2019년 워싱턴의 제5선발로 뛰면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선수다. 두산도 일본 프로야구 한신에서 돌아온 알칸타라(31)를 포함해 외국인 선수 3명이 전부 새 얼굴이다. 2020년 두산에서 20승 2패 평균차잭점 2.54를 기록했던 알칸타라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하면서 ‘어게인 2020’의 가능성을 보였다. 왼손 타자 로하스(30)도 규정 타석을 채우지는 못했지만 타율 0.400(30타수 12안타)을 기록하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동료 감독들로부터 우승 후보로 단 한 표도 받지 못한 이승엽 두산 감독은 “아, 냉정한 평가”라고 탄식하면서도 “지금은 비장한 각오를 말하고 있지만 시즌이 끝나면 안도의 웃음을 짓도록 하겠다”며 반전을 다짐했다.● 프로야구는 외국인 투수 놀음? 시범경기 기간 가장 인상적인 활약을 선보인 외국인 투수로는 키움의 후라도(27)를 꼽을 수 있다. 후라도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12이닝 동안 삼진 15개를 잡아내면서 자책점을 단 1점도 내주지 않았다. 또 지난해 한국시리즈 때 유격수 자리에서 연거푸 실책이 나오며 어려움을 겪었던 키움은 2020년 함께했던 러셀(29)을 다시 불러들여 유격수 자리를 맡기기로 했다. 러셀은 2016년 MLB 올스타에 뽑혔던 선수다. 최근 3년 연속 최하위에 그쳤지만 이번 시범경기에서는 1위를 차지한 한화는 오른손 투수 스미스(33)에게서 ‘탈꼴찌’의 희망을 보고 있다. 스미스는 이번 시범경기에서 12와 3분의 2이닝 동안 탈삼진 15개를 잡아내면서 평균자책점 1.42를 기록했다. 반면 한화 새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31)는 고민이다. 오그레디는 시범경기 홈런 3개로 장타력은 증명했지만 타율은 0.114(35타수 4안타)에 그쳤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믿음을 주지 못했다. 프로야구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30명 가운데 절반(15명)이 새 얼굴이지만 외국인 선수를 전혀 바꾸지 않은 팀도 있다. 삼성은 34세 동갑내기 외국인 트리오 피렐라, 뷰캐넌, 수아레즈와 올해도 동행한다. 이들은 지난해 대체 선수 대비 승리기여도(WAR) 총합 15.8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 10개 구단 외국인 선수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지난해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롯데의 반즈(28), 스트레일리(35), 렉스(30)도 KBO리그에서 1년을 더 뛰게 됐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한계를 두지 않으려고요.”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 프로 12년 차에 개인 두 번째 국내 최우수선수(MVP)상을 받은 김선형(35·SK)은 “제2의 전성기가 얼마나 갈 것 같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이 나이에 전성기가 다시 올 줄 몰랐다. 내 영광의 시대는 지금부터인 것 같다”고도 했다. 정규리그 3위 팀 가드 김선형은 이날 기자단 투표 109표 중 65표(59.6%)를 얻어 43표를 받은 정규리그 1위 팀 가드 변준형(27·KGC)을 제쳤다. 프로 2년 차였던 2012∼2013시즌 이후 10년 만이자 두 번째 MVP 수상이다. 김선형이 수상 소감으로 ‘한계’를 언급한 건 즉흥적인 게 아니었다. 김선형은 2016∼2017시즌 51경기 평균 득점 15.1점으로 커리어 하이를 찍으며 ‘제1의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듬해 발목 부상으로 9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평균 득점도 8.2점에 그쳤다. 김선형은 “점점 나이도 들고, 이제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 석해지 씨(33)는 “왜 자꾸 스스로 한계를 두느냐”고 물었다. 아내의 말을 듣고 김선형은 “나이가 들면 왜 점점 경기력이 떨어지지?” 하고 자문했다. 팀 핵심 전력인 최준용(29)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고, 안영준(28)이 입대했을 때도 김선형은 “주전이 빠지면 왜 팀 전력이 떨어지지?”라고 생각했다. 이번 시즌 초반 고전했던 SK는 득점(평균 16.3점)과 도움(6.8개) 모두 커리어 하이를 달성한 김선형의 활약으로 3위를 했다. SK는 이달 1∼5일 일본에서 열린 동아시아슈퍼리그에 참가하는 빡빡한 일정 속에도 6라운드 9전 전승을 거두며 6강 플레이오프(PO) 진출권을 따냈다. 김선형은 “MVP를 처음 수상한 2년 차 때는 마냥 좋기만 했다. 하지만 오늘은 내 희로애락이 전부 묻어 있는 것 같아 무겁게 다가온다. 마음이 뭉클하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도 1위를 내주지 않음) 우승을 차지한 KGC 김상식 감독(55)은 109표 중 94표(86.2%)를 받아 감독상을 수상했다. 김 감독은 “2003년 (KGC의 전신인) SBS에서 선수 은퇴를 했는데 20년이 지나 KGC 감독으로 상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신인상은 이번 시즌 국내 코트를 처음 밟은 필리핀 선수들 중 가장 높은 득점력(평균 13.6점)을 보여준 아바리엔토스(24·현대모비스)가 차지했다. 외국인 선수가 신인상을 받은 건 올해가 처음이다. 자밀 워니(29·SK)는 2년 연속으로 외국인 MVP에 선정됐다. 외국인 MVP 연속 수상은 2001∼2002시즌과 2002∼2003시즌의 마르커스 힉스(45·당시 동양) 이후 20년 만이다.2022∼2023시즌 프로농구 정규리그 수상자▽국내 최우수선수(MVP) 김선형(SK) ▽외국인 MVP 자밀 워니(SK) ▽신인상 론제이 아바리엔토스(현대모비스) ▽감독상 김상식(KGC) ▽식스맨상 박지훈(KGC) ▽기량발전상 하윤기(KT) ▽최우수 수비상 문성곤(KGC) ▽페어플레이상 정창영(KCC) ▽심판상 장준혁 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골프 클럽 브랜드 코브라골프가 빠른 스피드와 긴 비거리를 자랑하는 에어로제트 드라이버를 출시했다. 에어로제트 드라이버는 공기 역학 디자인으로 헤드 부분의 스피드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볼 스피드도 두드러지게 향상됐다. 인공지능으로 설계된 ‘H.O.T(Highly Optimized Topology)’ 기술로 페이스 부분의 두께 패턴을 구성했는데 이로 인해 공과의 반발력이 극대화됐다. 코브라골프가 처음 채택한 이 페이스는 15개 부위가 각기 다른 두께로 제작돼 골퍼가 중심을 벗어난 타격을 했을 때도 볼 스피드가 떨어지거나 비거리가 줄어드는 영향이 줄어들게 디자인됐다. 이번 에어로제트 드라이버 시리즈에는 ‘PWR-BRIDGE(브리지)’ 웨이팅 기술도 적용됐다. 통상 드라이버의 무게중심이 뒤에 있으면 관용성은 높아지지만 볼 스피드가 떨어지는데 에어로제트는 솔 내부에 브리지를 만들어 볼 스피드를 높이고 관용성도 잃지 않는 최적의 위치를 잡아냈다. 에어로제트 드라이버는 볼 타격 시 헤드의 뒤틀림과 떨림을 잡아줘 안정적인 스윙이 가능하다. 에어로제트 드라이버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첫 번째 에어로제트 기본 모델은 유선형의 정면, 위로 올라간 후면, 곡선 크라운이 공기 저항을 최소화해 외형적으로는 날렵한 느낌을 주고 기능적으로는 스윙 스피드가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여기에 더해 드라이버 뒤에 8g의 무게추를 추가해 안정성을 높였다. 두 번째 모델인 에어로제트LS는 더 빠른 스윙 스피드를 가진 선수를 위해 설계한 모델이다. 드라이버 양쪽에 조정 가능한 3g과 12g의 무게추를 장착해 드로우 샷과 페이드 샷의 편차를 더할 수 있다. 드로우 샷은 골퍼가 정렬한 방향의 오른쪽으로 출발해 왼쪽으로 휘어지는 구질을, 페이드 샷은 왼쪽으로 출발해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목표물에 접근하는 구질을 말한다. 에어로제트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 에어로제트 시리즈는 2월 10일 출시됐다. 해당 시리즈는 코브라푸마하우스, AK골프, 골프존마켓, 골프프렌드, 티노파이브, 수골프 등 전국 주요 골프 용품 전문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패션 그룹 형지의 골프웨어 브랜드 까스텔바작이 봄철 골프 시즌을 맞아 신상품을 출시하며 봄 라운딩에 나선 골퍼의 마음 공략에 나섰다. 까스텔바작의 올봄 콘셉트는 ‘프렌치 프레피룩(French Preppy Look)’이다. 프레피룩이란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생 패션을 기준으로 한 캐주얼하고 현대적인 스타일을 말한다. 까스텔바작은 클래식한 이 프레피룩 요소에 까스텔바작 특유의 프렌치 감성을 더하고 화사한 색상까지 접목해 세련된 디자인을 만들어냈다. 까스텔바작이 주력 제품으로 출시한 브이넥 베스트 제품은 다양한 이너웨어와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특히 케이블 짜임을 통해 클래식한 프레피룩의 요소를 잘 구현해냈다. 까스텔바작은 이 베스트와 함께 입을 수 있는 아이템으로 ‘반플리츠 포인트 큐롯’을 함께 출시했다. 큐롯은 겉모습은 치마이지만 속은 바지로 돼 있는 치마바지를 말한다. 허리 뒷면에는 까스텔바작의 로고 자수로 포인트를 줬고 화이트, 베이지, 블랙 등 세 가지 색상을 골라 다양한 모습을 연출해낼 수 있다. 해당 브이넥 베스트와 반플리츠 포인트 큐롯은 배우 이민정이 착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까스텔바작 관계자는 “본격적인 봄철 골프 시즌을 맞이해 여러 종류의 이너웨어와 가볍게 매치할 수 있는 베스트와 큐롯 제품을 주력으로 내놓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해진 고객의 수요를 감안해 라운딩은 물론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착용할 수 있는 상품들을 더 많이 출시하겠다”고 말했다. 까스텔바작의 이번 베스트-큐롯 컬렉션은 전국의 까스텔바작 대리점과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까스텔바작은 최근 MBC스포츠플러스의 예능 프로그램인 ‘스윙스타 in SAIPAN’의 공식 의상 협찬을 맡았다. ‘스윙스타 in SAIPAN’은 각계 분야의 골프 고수들이 팀을 이뤄 경쟁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야구 SSG의 김강민, 삼성의 원태인과 까스텔바작 미디어 프로로 활동 중인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김보석 프로 등이 까스텔바작 의류를 착용하고 사이판에서 열린 경기에 참가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올해가 가장 예측하기 어렵네요.” SBS스포츠에서 9년째 프로야구 해설을 하고 있는 이종열 위원에게 2023시즌 전망을 묻자 돌아온 답이었다. 지난해 8∼10위로 하위권에 머문 롯데, 두산, 한화가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선수를 영입하면서 10개 팀 전력이 전반적으로 비슷해졌다는 게 이유였다. 다른 해설위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동아일보는 프로야구 개막(4월 1일)을 사흘 앞두고 이 위원을 포함한 8명의 해설위원에게 이번 시즌 전망을 물었다. 이 중 6명이 “전력 상향 평준화로 올 시즌엔 약팀이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 약팀 없는 ‘3강 7중’ 관측이 대세지난해까지 LG 감독을 맡았던 류지현 위원(KBSN스포츠)은 “확실한 강팀 혹은 약팀을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정규시즌이 끝날 때까지 승차가 거의 없는 촘촘한 순위표를 보게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류 위원을 포함한 6명이 ‘3강 7중’에 가까운 구도를 언급했다. ‘3강 4중 3약’을 예상한 정민철 위원(MBC스포츠플러스)과 ‘4강 3중 3약’이 될 것으로 본 정민태 위원(SPOTV)도 ‘디펜딩 챔피언’ SSG와 지난해 정규리그 2위 LG, 4위 KT가 3강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정민태 위원은 세 팀과 함께 작년 한국시리즈 준우승팀 키움도 강팀으로 꼽았다. 나지완 위원(KBSN스포츠)은 “3위권 전력은 지난해 잘했으면서도 비시즌에 전력 누수가 거의 없던 팀들이라 예측이 어렵지 않다”고 했다. 윤희상 위원(KBSN스포츠)은 “페넌트레이스 성적은 투수력이 얼마나 두터운지를 봐야 한다. 세 팀은 선발진이 탄탄하고, 중계와 마무리도 예비 전력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정규시즌 우승 후보에서는 LG가 몰표를 받았다. 해설위원 8명 중 KT를 꼽은 나 위원을 제외한 7명이 “올해는 LG가 우승하기에 적절한 때”라고 봤다. 정민태 위원은 “LG는 켈리, 플럿코 등 검증된 외국인 원투 펀치가 있다. 약점으로 평가돼 왔던 3∼5선발 국내 투수 문제도 이민호, 김윤식, 강효종의 성장으로 대부분 해결됐다”고 했다. 지난해 정규시즌 타율 0.224로 부진했던 2루수 서건창이 올해 13차례 시범경기에서 타율 0.362를 기록한 것도 LG로서는 반갑다.● 신인상 후보 예측은 ‘혼전’최다 승리 투수 예상에서는 지난해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안우진(키움)이 8표 중 절반인 4표를 받았다. 이종열 위원과 정민철 위원은 개인 승수를 쌓기 위해선 팀 성적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우승 후보 LG의 1선발 켈리가 다승왕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봤다. 홈런왕 부문에서는 지난해 35홈런으로 타이틀을 차지한 박병호(KT)가 5표를 받았다. 오재원 위원(SPOTV)은 “박병호의 작년 타구를 면밀히 분석했는데 ‘자신만의 확실한 타격 포인트를 찾아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안방인 KT위즈파크도 타자에게 유리한 구장인 만큼 부상만 없다면 올해도 홈런왕은 박병호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이브 부문에서는 오 위원을 제외한 7명이 지난해 세이브왕 고우석(LG)에게 표를 몰아줬다. 정민철 위원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부터 이어진 부상에서 빨리 회복한다면 고우석을 넘어설 투수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오 위원은 오승환(삼성)을 세이브 1위 후보로 꼽았다. 신인상 부문에서는 예상이 엇갈렸다. 지난해 부상 여파로 28과 3분의 2이닝밖에 던지지 못했던 문동주(한화)와 이번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의 1차 지명을 받은 윤영철, LG의 박명근이 2표씩 받았다. 문동주의 1군 데뷔전(지난해 5월 10일) 당시 상대 팀 감독이었던 류 위원은 “문동주가 올해는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며 기본 10승은 할 것 같다”고 예측했고, KIA에서만 15년간 뛰었던 나 위원은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윤영철의 안정적인 모습에서 신인상의 가능성을 봤다. 마치 몇 년을 던진 베테랑처럼 여유로워 보였다”고 했다. 이동현 위원은 “박명근의 구위는 그동안 봐왔던 신인 중 가장 뛰어나다”고 평가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어라? 왜 돌파가 안 되지?’ 김선형(35·SK)은 2018년 3월 2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KBL) 안방 오리온전에서 낯선 경험을 했다. 발목 부상 이후 134일 만에 코트로 돌아온 김선형이 복귀 후 두 번째로 치르는 경기였다. 김선형은 여유 있게 돌파했다고 생각했지만 상대 수비수 한호빈(32·현 캐롯)이 여전히 옆에 붙어 있었다. ‘플래시 썬’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스피드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김선형이었다. 20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팀 체육관에서 만난 김선형은 “발목이 회복되면 해결될 일이었지만 내게는 그보다 심각한 문제로 다가왔다. ‘나이가 들면서 가속력이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누군가는 ‘불행’이 찾아왔다고 말할 상황에 김선형은 ‘다행’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다. 김선형은 “평소 코트에서 시속 200km로 드리블을 했다면 그 당시 100km로 뛰어볼 기회가 생겼다. 속도가 줄어드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다”며 “동료를 활용해 팀 득점력을 높이는 농구의 새로운 재미를 알게 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후 도움에 재미를 붙인 김선형은 올 시즌 27일 현재 경기당 평균 6.7도움으로 리그 전체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대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김선형은 개인 최고 기록을 새로 쓰면서 개인 첫 도움왕에도 오른다. 김선형의 도움이 늘어났다는 건 동료들 득점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SK에서 김선형을 제외하고 출장시간이 가장 긴 자밀 워니(29), 허일영(38), 최부경(34), 오재현(24), 최성원(28) 등 5명의 득점 합계는 지난 시즌 평균 42.7점에서 올 시즌 54.2점으로 11.5점이 올랐다. 김선형은 “특히 합이 잘 맞는 부경이는 ‘부경존’을 지정해줬다. 내가 오른쪽에서 공격을 들어가면 반대쪽 덩크 지역에 부경이를 세워두고 부경이 수비가 내게 오면 패스를 해주는 방식으로 득점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최부경의 평균 득점은 지난 시즌 4.7득점에서 올해 7.0득점으로 48.9% 늘었다. 그렇다고 득점력이 떨어진 것도 아니다. 김선형의 이번 시즌 평균 득점은 16.1점(국내 3위)으로 지난 시즌(13.3점)보다 3점 가까이 올랐다. 역시 데뷔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이다. 이번 시즌 5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김선형은 “후반기에 라운드 MVP를 받았다는 게 기분이 좋다. 남들 체력 다 떨어질 때 시즌 내내 몸 관리를 잘했다는 뜻 아닌가”라며 웃었다. 이어 “모두들 나이가 들면 운동 능력이 하락하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데 나는 그 고정관념을 깨고 싶다. 많은 나이에 좋은 성적을 반짝 내는 경우는 봤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성적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선수는 본 적이 없다”며 “어쩌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지도 모를 그 ‘초행길’을 내가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선형이 득점과 도움에서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면서 ‘디펜딩 챔피언’ SK는 시즌 초반 최준용(29)의 부상과 안영준(28·이상 포워드)의 입대 등 전력 누수에도 35승 18패로 리그 공동 2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전희철 SK 감독(50)은 “김선형의 손 끝에서 시작된 공격과 볼 배급 덕분에 지난 시즌 벤치 멤버였던 선수들이 주전으로 뛰는데도 지난 시즌과 거의 동등한 득점력을 내고 있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미국프로농구(NBA) 양대 콘퍼런스 1위 팀끼리의 맞대결에서 덴버가 웃었다. 서부 콘퍼런스 1위 덴버는 26일 동부 콘퍼런스 1위 밀워키와의 2022∼2023시즌 정규리그 안방경기에서 129-106으로 이겼다. 3연승을 달린 덴버는 시즌 50승(24패)째를 거두면서 서부 2위 멤피스(46승 27패)와의 승차를 3.5경기로 벌렸다. 53승 21패가 된 밀워키는 동부 2위 보스턴(51승 23패)과의 격차가 2경기로 좁혀졌다. 앞서는 팀이 7번 바뀐 이날 경기에서는 덴버의 센터 니콜라 요키치가 31득점 11도움을 기록하는 더블더블의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요키치는 리바운드도 6개를 기록했다. 이번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놓고 요키치와 경쟁 중인 밀워키의 포워드 야니스 아데토쿤보도 31점을 넣으며 맞불을 놨지만 전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덴버는 전반을 63-66으로 뒤진 채 마쳤다. 하지만 3쿼터에서만 12점을 몰아 넣은 요키치의 활약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덴버는 12점 앞선 채 4쿼터를 맞았다. 3쿼터에 두 자릿수 점수를 낸 선수는 양 팀을 통틀어 요키치가 유일했다. 아데토쿤보는 3쿼터에 4점을 넣는 데 그쳤다. 경기 시작 전부터 “아데토쿤보를 묶는 게 우리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던 마이클 멀론 덴버 감독은 “선수들이 어려운 숙제를 잘 해냈다”며 만족해했다. 마이크 버든홀저 밀워키 감독은 “덴버의 모든 공격은 요키치의 손에서 시작했다. 요키치를 막아보려 했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했다. 경기 후 요키치는 “오늘 경기에서 승리해 기쁘다”면서도 “우리 목표는 플레이오프에서 뭔가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했다. 요키치는 이번 시즌 66경기에서 평균 24.9점, 11.8리바운드, 9.9도움으로 트리플더블급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요키치가 이번 시즌에도 MVP로 선정되면 37년 만에 세 시즌 연속 MVP가 탄생한다. 아데토쿤보는 59경기에서 평균 31.1점, 11.7리바운드, 5.6도움을 기록 중이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통산 타점 1위는 제가 타자로서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기록이 될 것 같아요.” 21일 광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만난 프로야구 KIA의 베테랑 타자 최형우(40·사진)는 이렇게 말했다. 최형우는 프로 데뷔 후 지난해까지 17시즌 동안 1461타점을 쌓았다. 이 부문 역대 1위인 ‘국민 타자’ 이승엽 두산 감독(1498점)과는 37점 차다. 최형우는 데뷔 후 두 시즌 동안엔 모두 6경기밖에 뛰지 못했고 타점은 없었다. 이후 15시즌 가운데 타점이 가정 적었던 건 2021년의 55개다. 최형우는 이 감독과의 타점 차가 세 자릿수일 때만 해도 통산 타점왕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고 한다. 프로 데뷔가 남들에 비해 많이 늦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2시즌 삼성에서 데뷔한 그는 주로 2군에서만 머물다 2005년 방출됐다. 25세이던 2008년 삼성에 재입단하며 1군 경력을 본격적으로 쌓기 시작했다. 최형우는 “사실상 20대 중반이 넘어 프로 생활을 시작하지 않았나. 내가 야구를 가장 잘했던 2014∼2016년에도 타점 부문에서 최고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며 “이번 시즌에 통산 타점 1위에 오르면 내가 그동안 차지했던 그 어떤 타이틀보다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최형우가 늦은 나이에도 빠르게 타점을 쌓을 수 있었던 건 명확한 자기 객관화 덕분이었다. 그는 “나는 내가 최정(SSG), 김재환(두산), 박병호(KT) 같은 홈런형 타자가 아니라는 걸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중장거리형 타자로서 ‘내 앞에 주자가 나가면 그것만 끌어모으자’는 생각을 했고, 항상 그 역할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탁월한 클러치 능력을 바탕으로 최형우는 삼성 시절 네 차례,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KIA로 이적한 2017시즌에도 한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2020시즌 타격왕에 오르며 3년 47억 원에 KIA와 재계약한 최형우는 최근 2년간 2할대 타율과 두 자릿수 타점에 머무는 부진을 보였다. 그를 두고 ‘에이징 커브’(나이가 들면서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형우도 세월을 실감하고 있다. 팀 스프링캠프에 앞서 1월 15일 후배 류지혁(29), 황대인(27)과 함께 미국으로 먼저 개인 훈련을 떠났던 최형우는 “아침에 일어나 낮잠 한번 안 자도 후배들은 눈이 번쩍거리고 쌩쌩한데, 나는 스윙 5개만 하면 숨이 차고 힘들더라. 후배들을 보면서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는 마음이 들곤 했다”고 털어놨다. 최형우는 지난 시즌 후반기 들어 타율 0.314로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전반기에 겪었던 시행착오도 약이 됐다. 순간 반응 속도를 높이기 위해 평소 하던 레그킥을 생략해 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타격 부진이 심해졌던 것이다. 이 때문에 원래 타격 폼을 유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했다. 40세인 최형우는 올해 FA 계약 마지막 해를 맞았다. 하지만 은퇴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지난해 마흔 살의 나이로 골든글러브(지명타자 부문)까지 받고 은퇴한 이대호(41·당시 롯데)를 언급하며 “대호 형처럼 박수받을 때 떠나는 것도 멋있지만, 나는 내게 박수를 보내주는 마지막 한 사람이 있을 때까지 방망이를 놓고 싶지 않다. 방망이를 휘두를 힘이 남아 있고, 팀과 팬들도 나를 필요로 한다면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고 했다. 이번 시즌 시범경기에서도 3∼6번 타선에 서는 최형우의 뒤를 이을 후배가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그를 더 뛰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최형우는 “후배 거포들의 타격감이 무르익어야 나도 마음 편하게 은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황)대인이한테 ‘네가 빨리 잘해야 내가 그만두지 않겠냐’고 농담 삼아 말하기도 한다”며 “언젠가 후배가 당당히 내 자리를 밀어내주면 나도 응원하며 방망이를 내려놓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네 살 된 아들 최이준 군의 존재도 그가 하루라도 더 방망이를 잡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최형우는 “내가 은퇴를 빨리 하면 집안에 더 이상 야구 선수가 없으니 흥미가 줄어들 것 같다. 아들한테 야구를 억지로 시키고 싶지는 않으니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야구 선수를 오래하는 것”이라며 웃었다.광주=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대한민국 태권도가 품새 단체 시연 기네스 세계기록을 새로 썼다. 국기원과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은 25일 서울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2023 국기(國技) 태권도 한마음 대축제를 열고 1만2263명이 태극 1장을 완벽히 시연했다. 2018년 4월 21일 8212명이 국회 잔디광장에서 태극 1장을 시연했던 종전 월드기네스레코드 단체 최다 시연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날 행사에는 2만여 명의 태권도인이 참가했고 이 중 1만2533명이 시연에 도전했다. 이날 행사에는 만 5세 이상의 어린이부터 80세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 태권도인도 300명이 넘었다. 참가자들은 국기원과 월드기네스레코드 소속 심판관 25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10분가량 태극 1장 품새 시연에 여섯 차례 반복 도전해 새 기록을 만들었다. 같은 시간 해외에서도 국기원 회원 수련인 1만여 명이 각자 도장에서 태극 1장을 시연했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의 국기는 태권도로 한다’는 내용이 담긴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 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태권도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2018년 3월 30일 국회를 통과한 지 5주년이 되는 것을 기념하기 위해 열렸다. 당시 법안 통과로 태권도는 국내 스포츠 중 유일하게 국기의 지위를 인정받게 됐다. 국회의원으로 이 법안을 발의했던 이동섭 국기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위대한 태권도를 느껴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전 국민과 함께 가슴 벅찬 단체 시연을 보며 모두가 화합하고 하나 되는 잊지 못할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국기원은 이날 행사를 지원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태권도 명예 8단증을 수여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투수 서준원 씨(23·사진)가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받아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23일 재판에 넘겨졌다. 구단은 서 씨를 즉각 방출했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미화)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서 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서 씨는 지난해 8월 온라인을 통해 알게 된 미성년자에게 신체 사진을 찍고 전송하도록 유도해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부산 동래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서 씨의 혐의를 적발하고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부산지검은 보완수사를 거쳐 15일 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부산지법은 21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상대 디지털 성범죄 사범을 엄단하고,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구단은 21일 야구 커뮤니티 게시글에서 서 씨가 범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주장을 발견해 서 씨에게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당시 범행 사실을 부인하던 서 씨는 23일 해당 사실을 인정했다. 구단 측은 “서 씨가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고 검찰의 기소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 수위 징계인 퇴단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단은 또 한국야구위원회(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해당 사실을 알렸다. 이강훈 롯데 구단 대표이사는 “프로야구를 사랑하고 선수들을 보며 꿈을 키우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어난 이번 불미스러운 행위가 많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을 사과한다”고 했다. 서 씨는 부산 경남고를 졸업하고 2019년 롯데 1차 지명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해까지 123경기에 나와 15승 23패 5홀드, 평균자책점 5.56을 기록했다.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엄마 집 사줄게.” 최원재(20·한국체대)는 경기 하남시 풍산고 1학년이던 2018년 부모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머니 남병숙 씨(51)는 “퍽이나 그러겠다”고 시큰둥하게 답했다. 최원재가 ‘치어리딩’으로 돈을 많이 벌겠다고 큰소리치는 게 영 못 미더웠던 것이다. 어머니는 이제 걱정이 줄었다. 최원재는 치어리딩을 시작한 지 2년 만인 2020년에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았다. 이듬해에는 세계치어리딩연맹(ICU)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시니어(만 16세 이상) 국가대표 팀을 코에드(혼성) 엘리트 부문 3위로 이끌었다. 한국이 ICU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딴 건 이때가 처음이었다. 대한치어리딩협회는 자체적으로 최원재를 대회 최우수선수(MVP)로 뽑았다. 14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최원재는 “스포츠 종목으로서의 치어리딩이 널리 알려지지 않아 선수가 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며 “‘치어리딩’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스포츠 치어리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아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치어리딩을 개별 스포츠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종목 종주국 미국에서도 찬반 논쟁이 이어졌다. 그러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1년 도쿄 올림픽을 앞두고 열린 제138차 총회를 통해 치어리딩을 ‘잠정적 올림픽 종목’으로 분류하면서 논쟁은 사실상 끝이 났다. ICU는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리는 2028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 채택을 노리고 있다. 치어리딩은 16∼24명의 선수가 함께 하는 단체 종목이다. 진행 방식은 피겨스케이팅과 유사하다. 2분 15초간 음악에 맞춰 치어리딩 기술을 구사해 난이도와 완결성, 선수들 간 통일성 등을 평가받는다. 시작에 앞서 30초간 관객의 호응을 유도하는 능력과 무대에서 뛰어난 쇼맨십을 발휘하는 것도 평가 항목에 들어간다. 고등학교 시절 동아리 활동을 통해 치어리딩을 처음 접한 최원재는 “나는 원래 공부나 진로에 별 관심이 없는 학생이었다. 그런데 여러 명의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 치어리딩 기술을 성공해내면서 전에 느껴보지 못한 쾌감을 느낄 수 있었고 그때 ‘내 길은 치어리딩’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원재는 국가대표 간판 베이스로 활약 중이다. 베이스는 밑에서 다른 선수를 받쳐주거나 위로 띄워주는 역할을 한다. 베이스 위에 올라 중심을 잡거나 점프 후 회전하는 선수는 플라이어라고 부른다. 최원재와 함께 2021년 세계선수권 동메달을 합작한 최민서(22·한국체대)가 한국 간판 플라이어다. 최민서는 원래 서울 광신정보산업고(현 광신방송예술고)를 졸업하고 취업에 성공한 상태였다. 하지만 고교 시절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느꼈던 치어리딩의 매력을 잊을 수가 없었다. 퇴근 후 ‘블랙이글스’ 치어리딩 클럽에서 활동하던 그는 한국체대에서 국내 최초로 실시한 ‘치어리딩 전공’ 모집에 합격한 뒤 사표를 냈다. 최원재도 이때 한국체대 학생이 됐다. 최민서는 “부모님은 당연히 반대하셨다. ‘미래가 보장되지 않은 길’이라는 생각에 꿈을 고집하는 나를 보며 속상해하셨다”면서 “어렵게 시작한 치어리딩인 만큼 선수 생활을 하며 얻는 행복이 크다. 공부도 열심히 해서 전액 장학금도 받는 등 부모님께 손 벌리지 않고 치어리딩 선수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치열하게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진우 한국 치어리딩 국가대표팀 감독(48)은 “원재와 민서는 기술을 완벽히 성공할 수 있도록 훈련을 무한 반복하는 선수들”이라며 “다음 달 20일 미국 올랜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에서도 이들이 대표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0월에는 서울에서 제1회 ICU 월드컵도 열린다. 최민서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열리는 첫 월드컵인 만큼 꼭 우승해서 스포츠 치어리딩을 널리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집 나가기가 무서웠던 골든스테이트가 방문경기 11연패를 끊으며 반타작 승률을 넘어섰다. ‘디펜딩 챔피언’ 골든스테이트는 21일 휴스턴과의 미국프로농구(NBA) 정규리그 방문경기에서 121-108로 이겼다. 이로써 골든스테이트는 1월 31일 오클라호마시티와의 경기 이후 49일 만에 적지에서 승리를 거두며 방문경기 11연패에서 벗어났다. 골든스테이트가 이날도 패했으면 1998∼1999시즌 시카고가 당했던 ‘디펜딩 챔피언’의 방문경기 최다 연패(12연패) 기록과 타이를 이루는 불명예를 안을 뻔했다. 골든스테이트는 NBA 간판스타 스테픈 커리와 클레이 톰프슨이 각각 3점슛 5개를 림에 꽂으며 59점을 합작하는 활약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커리는 30점 7리바운드 5도움을, 톰프슨은 29점 7리바운드 1도움을 기록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이날 3점슛으로만 51점을 쌓았다. 시즌 37승(36패)째를 거둔 골든스테이트는 이날 멤피스에 108-112로 패한 댈러스(36승 36패)를 제치고 서부 콘퍼런스 6위로 올라섰다. 뉴욕의 포워드 줄리어스 랜들은 이날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3점슛 8개를 포함해 혼자 57점을 퍼붓는 역대급 활약을 보여줬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뉴욕 유니폼을 입고 한 경기 50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2014년 1월 카멜로 앤서니(62점) 이후 랜들이 처음이다. 랜들은 3쿼터에서만 3점슛 5개를 포함해 26점을 쓸어 담았다. 역대 뉴욕 소속 선수로는 한 쿼터 최다 득점이었다. 이번 시즌에 한 경기 55점 이상을 넣은 선수는 모두 9명인데 랜들은 이들 가운데 세 번째로 적은 36분 53초를 뛰었다. 뉴욕은 134-140으로 패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언젠가는 세계기록을 넘어서 보겠다.” 에티오피아의 암듀오르크 와레렝 타디스(24)는 19일 열린 2023 서울마라톤 겸 동아마라톤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한 뒤 이렇게 말했다. 타디스는 “2시간1분9초의 세계기록을 가진 엘리우드 킵초게(39·케냐)는 어릴 적 내 우상이었다. 그를 넘어서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고, 나는 아직 젊다. (세계기록 경신이) 가능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날 타디스는 2시간5분27초의 기록으로 해외 초청 엘리트 선수들이 참가한 국제 부문에서 우승했다. 아직은 세계기록과 차이가 꽤 나지만 타디스는 자신감이 넘쳤다. 성장세가 가파르기 때문이다. 2018년 하프 마라톤을 시작한 타디스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게 불과 2년 전이다. 그는 2021년 처음 출전한 풀코스 대회에서 2시간7분48초를 기록했고, 지난해 두 번째 대회에서 2시간6분대(59초)에 진입했다. 이날도 개인 최고기록을 1분32초 앞당기며 2시간5분대를 찍은 타디스는 “풀코스 마라톤을 시작한 이후 대회마다 최고기록을 1분 정도씩 줄여가고 있다. 내년에는 2시간 4분대, 그 다음 해에는 2시간 3분대에 진입할 수 있다”며 “오늘 세계 7대 마라톤인 서울마라톤에서 우승했으니 다음에는 올림픽 무대에서 금메달을 따겠다”고 했다. 타디스가 처음 달리기를 시작한 건 8년 전인 2015년이다. 학창 시절 친구들과 취미 삼아 육상부에 들어갔는데 학교 대회에만 나가면 1등을 하면서 자신이 달리기에 재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타디스는 “육상부 선생님이 1등 하는 선수에게 밀가루, 물, 소금을 섞어 만든 1.5비르(에티오피아 화폐 단위·약 36원) 가격의 빵 한 덩이를 선물로 줬는데, 그걸 먹고 싶어 열심히 뛰곤 했다”고 말했다. 타디스는 에티오피아 오로미아주의 세베타 지역에서 1주일에 6일씩 3개월 동안 훈련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해발 2300m가 넘는 이곳에서 타디스는 매주 150km 이상을 달렸다. 평소에도 마라톤 훈련에 집중하느라 에티오피아 암하라주 데브레마르코스에 사는 부모님을 1년에 한 번밖에 보지 못한다고 했다. 이날 출발선에는 김의승 서울시 행정1부시장(유럽 순방 중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대신해 참석)과 육현표 대한육상연맹 회장,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이사, 조익성 동아오츠카 대표이사, 최재형 국회의원,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에카테리니 루파스 주한 그리스대사, 필리프 르포르 주한 프랑스대사,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원종만 서울시육상연맹 회장,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이인철 스포츠동아 대표이사 등이 참석해 선수들을 격려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최상의 컨디션이다. 이번 대회에서 내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하겠다.” 조너선 키플레팅 코리르(37·케냐)는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을 이틀 앞둔 17일 인천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해외 초청 엘리트 선수 기자회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코리르의 개인 최고기록은 2시간4분32초. 2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라톤에서 작성한 것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30명의 해외 엘리트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이다. 지난해 서울마라톤에서 대회 기록으로 우승한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31·에티오피아)의 기록보다 11초가 앞선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처음 출전하는 코리르는 “케냐의 고지대에서 3개월간 하루 2시간씩 꾸준히 훈련해 왔다”며 “해발 2000m가 넘는 곳에서 몸을 만들었기 때문에 고도가 낮고 코스도 평탄한 서울마라톤에서는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을 거라 본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대회 참가자 중 두 번째로 빠른 기록을 갖고 있는 바르셀리우스 키피에고(30·케냐·2시간4분48초)는 “세계적인 명성의 서울마라톤에서 뛰게 돼 행복하다”면서 “이번에는 꼭 플래티넘 라벨 대회 시상대에 오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서울마라톤은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다. 플래티넘 다음으로 골드, 엘리트, 일반 라벨이 있다. 2016년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키피에고는 아직 플래티넘 라벨 대회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참가자 가운데 기록 순위 3위(2시간5분18초)인 시페라 탐루 아레도(25·에티오피아)는 “그동안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네 번 출전해 세 차례 우승하고 한 번은 준우승했다. 한국이 나와 잘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암듀오르크 와레렝 타디스(24·에티오피아)는 참가자 기록 순위에선 10위이지만 풀코스 도전 1년 만에 2시간 6분대를 찍는 등 기록을 빠르게 단축해 가고 있어 다크호스로 평가받는다. 타디스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2021년 암스테르담 마라톤에서 2시간7분48초를 기록했고 지난해엔 2시간6분59초에 결승선을 지나며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했다. 타디스는 “하프마라톤에 집중했던 3년 동안 달리기의 기본기를 다질 수 있었다”면서 “풀코스에서도 자신감이 붙어 하프코스 출전과 병행하고 있는데 풀코스 성적이 잘 나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타이틀 방어’를 노리는 에티오피아와 새로운 챔피언 등극에 도전하는 케냐의 대결 구도가 형성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에티오피아의 타디스는 “지난해 서울마라톤 우승자가 우리나라 선수인 바이였으니 내가 더 열심히 달려서 그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케냐의 키피에고는 “2017년 서울마라톤 챔피언인 에이머스 키프루토(31·케냐)와 케냐의 같은 숙소에서 머물며 훈련해 왔는데 서울마라톤 대회 환경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었다. 이번엔 케냐 선수가 우승할 것”이라고 했다.인천=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세계육상연맹(WA)이 인증한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이자 세계육상문화유산인 서울마라톤이 4년 만에 엘리트 선수와 마스터스 참가자들이 함께 달리는 축제의 장으로 돌아왔다. 2023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이 19일 오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스타트 총성을 울린다. 서울마라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여파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마스터스 부문은 오프라인 대회를 열지 않았다. 대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앱을 이용해 각자 원하는 코스를 달린 뒤 온라인에 완주 기록을 등록하는 비대면 버추얼 레이스를 진행했다. 이번 대회 마스터스 참가자는 총 3만1500명이다. 30대와 여성 러너들의 증가가 눈에 띈다. 마스터스 부문에서 42.195km를 달리는 풀코스의 경우 30대 참가자 비율은 22.1%로 2015년의 12.8%에 비해 10%포인트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참가자 비율도 10.7%에서 15.9%로 증가했다. 마스터스 부문이 오프라인에서 진행됐던 2019년 6.5%였던 30대 여성 참가자 비율은 올해 11.1%로 늘었다. 남녀 연령대별로 이번 대회 참가자 수를 보면 30대 남성이 7339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40대 남성(5705명), 30대 여성(3488명) 순이다. 30대 여성 마스터스들에게 인기가 많은 코스는 10km 부문이다. 2019년 대회 당시 10km 부문 전체 참가자 1만3810명 중 10.4%(1440명)였던 30대 여성 비율이 올해는 15.3%(1만5000명 중 2289명)로 늘었다. 참가자 수를 놓고 보면 1.5배 이상으로 많아졌다. 42.195km를 4명이 약 10km씩 나눠 달리는 ‘4인 릴레이’ 코스에도 624명의 30대 여성이 참가를 신청해 30대 남성(81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이번 대회 해외 남자 엘리트 선수 부문에는 케냐, 에티오피아, 모로코, 중국, 대만 등 7개국의 30명이 출전한다. 케냐의 조너선 키플레팅 코리르(37)가 이들 중 가장 빠른 기록을 갖고 있다. 코리르는 2년 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마라톤에서 2시간4분32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했다. 코리르는 풀코스에 처음 도전한 2017년 케냐 나이로비 마라톤에서 2시간17분40초를 기록한 이후 기량을 꾸준히 끌어올려왔다. 이듬해 암스테르담 마라톤에서 2시간6분51초에 결승선을 통과하며 기록을 10분 이상 앞당겼다. 그리고 3년 뒤인 2021년에 2시간 4분대 진입에 성공했다. 서울마라톤 대회 최고 기록은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31·에티오피아)가 지난해 세운 2시간 4분 43초다. 2021년 프랑스 파리 마라톤에서 2시간4분48초의 개인 최고기록을 작성한 바르셀리우스 키피에고(30·케냐)도 주목해야 할 선수다. 개인 최고기록이 2시간5분18초인 시페라 탐루 아레도(25·에티오피아)는 지난해 열린 대구 국제마라톤에서 2시간6분31초로 우승했다. 국내 남자 엘리트 선수 부문엔 60명이 참가한다. 케냐 출신의 귀화 선수인 오주한(35·청양군청)이 출전한다. 오주한이 한국으로 귀화하기 전인 2016년 서울마라톤에서 세운 기록 2시간5분13초는 지난해 바이가 경신하기 전까지 대회기록이었다. 심종섭(32·한국전력·2시간11분24초), 박민호(24·코오롱·2시간11분43초)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11명이 나서는 국내 여자 엘리트 선수 부문에서는 정다은(26)과 이숙정(32·이상 K-WATER)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된다. 정다은과 이숙정 모두 2시간30분대 기록을 갖고 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내가 국가대표가 돼 한국 축구를 이끌겠다.” 박지민(20·울트라세종)은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4년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 2패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자 이렇게 다짐하며 유소년 축구 클럽에서 매일 공을 찼다. 박지민은 결국 충북 청주시 세광고 3학년이던 2021년 6월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러나 그는 발이 아니라 손으로 공을 몰았다. 선배들의 얼차려에 시달리다 중학교 2학년이던 2017년 축구를 그만둔 뒤 축구 게임 ‘피파 온라인4’(피파4)를 통해 국가대표 꿈을 이뤘기 때문이다. 피파4는 △도타2 △리그 오브 레전드 △몽삼국2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스트리트 파이터5 △펜타스톰 △하스스톤과 함께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아경기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정식 종목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지민은 곽준혁(23·KT 롤스터) 김병권(26·FC서울) 박기영(18·울트라세종)과 함께 이번 아시아경기 피파4 국가대표 후보 최종 4인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5월 중 평가전을 진행해 이 중 2명을 피파4 국가대표로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만난 박지민은 “아시아경기에 프로 게이머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할 수 있는 첫 기회다. 꼭 국가대표에 선발돼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이란 걸 세상에 보여주고 한국 e스포츠 역사에 내 이름을 남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피파4 국가대표 사령탑이자 소속팀에서도 한솥밥을 먹는 신보석 감독(31)은 “박지민의 가장 큰 장점은 클러치 능력”이라면서 “큰 대회에서는 긴장해서 실력 발휘를 못 하는 선수가 많은데 박지민은 그럴 때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실제로 박지민은 한국 국가대표로 처음 출전한 2년 전 FIFAe 콘티넨털컵에서 곧바로 우승을 차지했다. FIFA에서 주관하는 콘티넨털컵은 피파4에서 가장 권위 있는 국제대회다. 박지민은 이 대회 10경기에서 총 28골을 넣어 득점왕과 대회 최우수선수(MVP)까지 차지했다. 박지민은 “어렸을 때 축구 선수로 뛰며 얻게 된 감각이 피파4를 할 때도 도움이 되고 있다. 어떤 상황에서 슛을 해야 골로 연결되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선수들보다 득점력이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현실 세계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던 박지민은 축구 선수 경험 때문에 오히려 처음에는 축구 게임을 잘하지 못했다. 박지민은 “피파3 때까지만 해도 게임 속 선수들 움직임이 전혀 현실적이지 않았다”면서 “그러다 (2018년) 피파4에 들어서면서부터 내가 알고 있는 축구 지식이 게임에 제대로 반영되는 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박지민이 피파4에서 가장 선호하는 톱 스트라이커는 ‘LH(Loyal Heroes) 클래스’의 호나우두(47·브라질)다. LH 클래스는 국가대표 팀 활약을 기반으로 선수 능력치를 정한다. 박지민은 “호나우두가 ‘땅볼 받아먹는 능력’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박지민은 단축키 ‘ZS’를 활용해 윙어가 낮고 빠르게 주는 패스를 스트라이커가 골로 연결하는 플레이가 장기인 선수다. 피파4 팬들에게 ‘닥공(닥치고 공격) 축구’ 전도사로 통하는 박지민은 “태국의 파따나삭 바라난(21)도 득점력이 정말 뛰어나다. 아시아경기라는 최고의 무대에서 파따나삭과 ‘공격 대 공격’으로 맞붙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아버지는 1998년 5월 27일 태어난 아들의 이름을 ‘승민’이라고 지었다. ‘이길 승(勝)’, ‘민첩할 민(敏)’이었다. 아버지는 아들이 운동선수가 되기를 바랐다. 재빠르고 날랜 움직임으로 승리하는 선수가 되라는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지은 것이다. 아버지의 바람대로 아들은 운동선수가 됐고 한국 탁구를 대표하는 에이스로 성장했다. 아들 조승민(25)은 지난달 22일 막을 내린 2023시즌 프로탁구리그(KTTL) 정규리그에서 다승왕(16승 5패)을 차지하며 소속 팀 삼성생명을 전체 8개 팀 가운데 1위로 이끌었다. 6일 인도에서 열린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스타 컨텐더 남자 복식 결승에서도 안재현(한국거래소)과 호흡을 맞춰 세계 랭킹 1위 우다 유키야-도가미 슌스케 조(일본)를 3-1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소속 팀 훈련장이 있는 경기 용인 삼성생명휴먼센터에서 8일 만난 조승민은 “삼성생명에 입단한 2017년 당시만 해도 나는 정신적으로 많이 무너져 있었다”며 “내가 네트를 넘긴 공이 다시 내 앞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곤 했다. 공이 내게 오는 게 무서웠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조승민에겐 ‘탁구 천재’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여섯 살 때 탁구 동호회 활동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탁구장에 갔다가 라켓을 처음 잡았다. 재능을 보인 그는 초등학교 2학년 때 전국회장기대회에서 3위를 했다. 트레이닝도 받지 않고 출전한 대회였다. 고교 1학년이던 2014년엔 전국종합선수권대회에서 실업팀 형들을 꺾고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조승민은 “어릴 때는 전국 대회에 나가면 대부분 형들과 맞붙었다. 나는 동생이기 때문에 늘 ‘져도 그만, 이기면 대박’이라는 편한 마음으로 경기에 나섰다”며 “하지만 고교 2, 3학년 무렵부터는 학년이 같거나 나보다 어린 선수들과의 경기가 늘면서 ‘지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 때문에 몸이 굳어버리는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조승민은 고3이던 2016년 전국체육대회 4강에서 다른 학교의 같은 학년인 한유빈을 만났다. 한유빈은 중학생 때 같은 학교를 다닌 탁구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다. 조승민은 ‘절대로 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먹고 경기에 나섰지만 결과는 1-3 패배였다. 이때부터 트라우마가 시작됐다. 2017년 1월 삼성생명에 입단하면서 1년간 심리치료를 받았다. 조승민은 자신을 옥죄는 건 바로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그는 “이번 시즌을 치르는 동안에도 주변에서 ‘승민이 너 다승왕 되겠다’고 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그럴 때마다 나 스스로 압박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았다. 경기 전엔 항상 ‘지금의 나는 0승 0패다’라고 되뇌고는 했다”고 말했다. 국내 리그를 평정한 조승민의 다음 목표는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 입상이다. 한국 남자 탁구는 2019년 헝가리 대회에서 안재현이 동메달을 딴 이후 단식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이철승 삼성생명 감독은 “조승민의 서브 기술은 세계 톱10에 들 정도”라며 “상대가 서브 리시브에 성공했을 경우 그 다음 연결을 보완한다면 더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탁구 선수로는 드문 왼손 셰이크핸드 전형인 조승민은 공을 높이 띄웠다가 돌려 깎듯이 치는 스카이서브가 주무기다. 빠르고 크게 휘는 이 서브를 두고 조승민은 ‘한번 받아보든가 서브’라고 부른다. 그만큼 자신감을 갖고 있는 서브라는 의미다. 대회에 나가면 다른 선수들이 서브를 넣을 때 공을 띄우는 높이, 임팩트 타이밍, 공의 코스 등을 주의 깊게 관찰해 자신만의 서브를 만들고 있다는 조승민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나만의 서브로 개인 첫 메달을 따고 싶다”며 “이번 대회에서도 다른 선수들의 서브를 잘 관찰해 앞으로 더 강한 서브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용인=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0.029 차가 희비를 갈랐다. ‘역대급’ 순위 경쟁이 펼쳐진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이야기다. 결국 살아 남은 건 이탈리아였다. 이탈리아는 12일 대만 타이중의 저우지 구장에서 열린 A조 최종전에서 네덜란드를 7-1로 물리쳤다. 그러면서 A조에 속한 네덜란드 대만 이탈리아 파나마 쿠바가 모두 2승 2패로 조별리그 일정을 마무리하게 됐다. 대회 규칙에 따라 승률이 같을 때는 먼저 팀 간 승자승 원칙에 따라 상위 팀을 가린다. A조는 모든 팀이 물고 물리는 바람에 이 기준은 의미가 없었다. 다음 기준은 실점을 수비에서 잡아낸 아웃카운트로 나눈 ‘최소 실점률’이다. 쿠바가 아웃카운트 108개를 잡아내는 동안 15실점에 그쳐 실점률 0.139로 조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탈리아가 0.157로 네덜란드(0.186)에 0.029 앞서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파나마가 0.200으로 4위, 대만이 0.295로 5위였다. 만약 실점률까지 같았다면 자책점을 아웃카운트로 나눈 ‘자책점률’로 순위를 가렸을 거다. 이탈리아는 자책점률(0.139)에서도 쿠바(0.120)에 이어 2위였다. 자책점률도 같을 때는 팀 타율이 순위 기준이다. 이탈리아의 조별리그 팀 타율은 0.283으로 쿠바(0.319)와 대만(0.317)에 이어 조 3위였다. 만약 팀 타율까지 똑같을 때는 추첨을 통해 최종 순위를 가린다. 현재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박찬호(50), 서재응(46)과 함께 배터리를 이뤘던 마이크 피아자(55)가 잡고 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으로 2006년 초대 WBC 때 이탈리아 대표로 참가했던 피아자 감독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 요청으로 콧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미국 야구 명예의 전당 회원인 피아자 감독이 MLB 전성기 시절처럼 콧수염을 기르면 팀에 좋은 에너지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대회 기간 이탈리아 더그아웃에 놓인 에스프레소 머신도 주목을 받았다. 이탈리아 대표팀은 종이컵과 설탕까지 갖춰 선수단이 경기 도중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했다. 피아자 감독은 “이탈리아 사람에게 커피는 물과 같다”며 “에스프레소를 종이컵에 마시는 건 신성모독과 같지만 대회 여건상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16일 오후 7시 일본 도쿄돔에서 안방팀 일본과 8강전을 치른다. 쿠바는 하루 앞선 15일 같은 시간 같은 곳에서 호주와 4강행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