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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과 면 같은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탄수화물 중독’이란 말도 있을 정도다. 건강을 지키려면 탄수화물을 덜 먹고 단백질을 충분히 먹으라는 권유도 있다. 틀린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옳은 지침도 아니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탄수화물의 충분한 섭취를 주장한다. 특히 60대 이후 탄수화물을 과도하게 제한했다가 심각한 근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혈당 상승과 체중 증가의 주범으로만 인식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제대로 탄수화물을 섭취해야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탄수화물 무조건 줄여야 할까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은 3대 에너지원이다. 지방과 단백질은 인체 조직의 성분으로도 쓰인다. 반면 탄수화물은 거의 모두가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자동차 연료에 비유하자면 탄수화물은 효율이 가장 좋고 부산물은 적은 최상급 휘발유인 셈이다. 탄수화물을 넉넉히 섭취하면 에너지 결핍은 발생하지 않는다. 일부는 간과 근육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됐다가 탄수화물을 제한할 때 보조 에너지로 쓰인다. 물론 이때 지방도 에너지원으로 쓰인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할 때 이런 지방을 꺼내 쓴다면 체중도 줄이고 비만 위험도 줄일 수 있다. 문제는 지방이 아니라 근육의 글리코겐을 꺼내 쓸 때 생긴다. 이 글리코겐마저 바닥이 나면 근육 안의 단백질을 꺼내게 된다. 그 결과 근 손실이 가속화한다. 이른바 배만 볼록하게 튀어나오는 ‘마른 비만’ 체형이 될 수도 있다. 게다가 탄수화물을 줄이면 지방에 대한 유혹이 커진다. 김 교수는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 민족은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어들면 지방으로 대리 만족하려는 욕구가 강해진다”고 말했다. 예컨대 밥을 줄이면 기름진 음식이 당기지, 퍽퍽한 살코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 욕구에 굴복하면 지방 섭취량이 늘어난다. 결국 탄수화물을 줄이려다가 지방 섭취량만 늘리는 꼴이 될 수 있다. 탄수화물은 양질의 것을 먹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당지수(GI)가 낮고, 다당류이며 복합당인 식품이 좋다. 이런 식품들은 먹었을 때 서서히 흡수되기 때문에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지 않는다. 잡곡이나 통밀, 채소와 해조류가 여기에 포함된다.● “60대 이후 근육 부족한 체질 많아” 김 교수는 근육과 지방량에 따른 체질을 크게 △1단계(근육량 많고 지방량 적음) △2단계(근육량과 지방량 모두 많음) △3단계(근육량 적고 지방량 많음) △4단계(근육량과 지방량 모두 적음) 등 네 유형으로 나눴다. 젊고 운동을 많이 할수록 1단계와 2단계 유형이 많다. 하지만 나이가 들거나 운동량이 줄어들면 근육이 크게 줄면서 3, 4단계로 체질이 바뀔 수 있다. 특히 60대 이후에 3, 4단계가 급격히 늘어난다. 마른 비만 유형 또한 3, 4단계에 해당한다. 김 교수는 “3, 4단계일 때는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탄수화물을 제한할 경우 대부분 근 손실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60대 초반의 여성 이옥임(가명) 씨는 파킨슨병 초기 환자다. 소화 불량으로 인해 음식 섭취량이 크게 줄었다. 특히 밥의 양이 줄었다. 극도의 탄수화물 제한 식이요법인 셈인데, 결과는 심각했다. 기력이 크게 떨어져 움직이기도 어려웠고, 근육 손실도 빨라졌다. 김 교수는 가장 먼저 영양 섭취량을 늘릴 것을 권했다.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가족들의 질문에 김 교수는 고개를 저었다.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이어서 탄수화물을 넉넉히 공급해 줘야 운동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백질을 과잉 공급하면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독성 물질로 쌓일 수도 있다. 이런 점 때문에 김 교수는 60대 이후 환자들은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섭취의 비율을 4 대 4 대 2로 할 것을 주문했다. ● “당뇨병 환자도 탄수화물 너무 줄이면 안돼”70대의 강석진(가명) 씨는 당뇨병 환자다. 의사는 운동량을 늘리라고 했지만 강 씨는 거의 운동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혈당을 관리하겠다며 탄수화물 섭취량을 크게 줄였다. 김 교수가 강 씨의 체질을 검사해 보니 3단계였다. 김 교수는 “이런 체질일 때 운동도 안 하고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면 부작용이 커진다”고 말했다. 에너지원인 탄수화물 공급량이 줄어드니 우선 피곤해진다. 처음에는 근육에 저장된 글리코겐을 꺼내 쓰다가 나중에는 근육의 단백질까지 써 버린다. 그 결과 근 손실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혈당도 급격하게 올라가면서 조절하기 어려워진다. 김 교수는 이 경우에도 탄수화물 섭취량을 늘리는 처방을 내렸다. 우선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한 뒤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도록 했다. 유산소 운동을 하면 인슐린의 기능이 좋아져 근육을 포함해 탄수화물이 필요한 적재적소에 잘 공급된다. 당뇨병 환자가 이처럼 탄수화물을 충분히 먹어도 괜찮을까. 김 교수는 “탄수화물을 많이 먹어 당뇨병이 생기거나 악화되는 게 아니다”라며 “그 탄수화물이 적재적소에 가지 못해 혈액에 남아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탄수화물이 무조건 혈당을 올린다는 생각도 틀렸다. 이런 오해 때문에 탄수화물 제한→에너지 부족→근육 감소→만성 질환 악화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양질의 탄수화물을 골라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면서 약을 꾸준히 복용해 인슐린 기능을 향상시키는 게 최선의 치료”라고 말했다. 운동량 적은 사람들, 체질 먼저 알고 식이 요법 해야다이어트를 할 때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면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김 교수는 “운동량이 많은 사람들에겐 이런 식이요법이 괜찮다. 하지만 운동량이 매우 적은 사람에게는 이런 식이요법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특히 40, 50대의 중년 세대부터는 자신의 체질을 먼저 알고 식이요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섭취를 줄일 때 어떤 사람은 지방, 어떤 사람은 근육의 글리코겐을 1차 보조 에너지원으로 가져다 쓴다. ‘지방 대사’ 체질과 ‘근육 대사’ 체질이 있는 셈이다. 이 체질은 정밀 검사를 통해서만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스스로 가늠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첫째, 평상시에 운동을 많이 했을 때 피로감을 얼마나 느끼는지 체크한다. 피로감이 심하다면 대체로 지방 대사보다는 근육 대사를 더 많이 하는 유형일 확률이 높다. 이 경우에는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여서는 안 된다. 반대로 피로감이 별로 없다면 충분히 지방을 활용하는 유형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여도 괜찮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장기간 탄수화물을 제한하면 결국에는 근육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적절한 수준에서 제한하는 게 좋다. 둘째, 6개월마다 인바디 측정을 통해 체성분 변화를 체크한다. 만약 근육량이 그대로거나 다소 늘었다면 어느 정도 지방 대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해도 큰 문제가 없다. 반대로 근육량이 줄었다면 근육에서 에너지를 꺼내 쓰는 유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줄일수록 지방은 안 줄어들고 근 손실만 커질 수 있다. 셋째, 양손으로 허벅지 둘레를 측정한다. 양손으로 허벅지를 감쌀 수 있다면 근육량이 적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탄수화물 섭취량을 극도로 줄이면 근 손실이 올 수 있다. 탄수화물을 섭취하면서 운동을 병행하는 게 좋다. 넷째, 체질과 관계없이 대체로 40, 50대라면 균형감 있는 식사가 중요하다. 김 교수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을 4 대 3 대 3 비율로 섭취할 것을 권했다. 물론 탄수화물을 섭취할 때는 양질의 탄수화물이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48)는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에는 매년 저소득 국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올해 가을에는 다시 의료봉사를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남아서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산다. 환자 진료, 연구 과제 수행, 논문 작성, 학회 업무까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날에도 정 교수는 새벽 수술에 이어 오전 외래 진료까지 마쳤다고 했다. 정 교수도 체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3년 전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 교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 연구실에서 ‘홈 트레이닝’ 정 교수는 “운동은 습관”이라고 했다. 바쁘니까 운동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핑계에 불과하다. 너무 바쁘니 시간이 생길 때만이라도 운동하는 건 어떨까. 정 교수는 ‘짬’을 내 운동하는 이런 방식에 찬성했다. 다만 앞뒤가 바뀌었다고 했다. 짬이 날 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일부러 짬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한두 번 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속하는 게 어렵다. 얼마 못 가서 “쉬는 시간엔 쉬자”라며 운동을 자연스럽게 중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운동할 시간대를 정하고, 가급적 그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중도 포기 없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의 첫 번째 운동 철학이다. 정 교수는 오후 6∼7시를 운동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 전의 2시간은 바쁘게 지나간다. 오후 5시 무렵 병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6시까지 환자 회진이나 밀린 업무를 모두 끝낸다. 운동은 주로 연구실에서 한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소박한 홈 트레이닝 시스템을 설치했다”며 웃었다. 거창하지는 않다. 실내 자전거가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운동용 매트가 깔려 있다. 먼저 10여 분 동안 자전거를 탄다. 그 다음에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종목 위주로 20여 분 동안 운동한다.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정 교수는 최소한 매주 2, 3회 이상 이 운동을 한다. 병원 업무가 늦게 끝나거나 갑작스러운 약속 때문에 이 시간대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오후 9∼10시에 집에서 똑같이 운동한다. ○평생 취미, 농구로 활동량 보충 취미를 운동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 교수에게도 그런 취미가 있다. 바로 농구다. 정 교수에게 농구는 홈 트레이닝의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는 보조 수단이다. 정 교수의 키는 183cm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다고 한다. 사실 정 교수가 좋아해서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민첩하거나 날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막상 해 보니 농구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는 것 같았다. 고교 시절에는 입시 공부 때문에 농구를 별로 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맘껏 농구를 즐겼다.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자주 3 대 3 길거리 농구를 했다. 특히 2008년 신장, 간장, 췌장 등의 장기 이식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임상강사(펠로) 연수를 갔을 때 농구를 자주 했다.2년 후 정 교수는 귀국했다. 이후 다시 바빠졌다. 농구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함께 농구공을 튕길 동료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농구를 계속 하는 게 좋은지 의문도 들었다. 심폐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부상의 우려도 있고 특히 무릎과 어깨 관절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농구와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4, 5년 전부터 다시 농구에 빠져 들었다. 함께 농구를 즐기는 멤버들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아이와 놀기’, 또 다른 최고의 운동법 정 교수는 고1, 고3과 초등 6학년 등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아빠가 농구를 좋아해서인지 아이들도 모두 농구를 좋아한다. 둘째 아이는 학교 농구 팀에서, 막내 아이는 프로농구의 유소년 농구팀에서 뛰고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니 정 교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휴일마다 농구를 하게 됐다. 대략 30분 정도 뛰는데, 아무리 아이들과의 경기라 해도 운동량이 적지 않다. 운동을 끝낼 때쯤에는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다. 서울 근교에 있는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댁에 농구대를 설치했다. 덕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휴일에 시골에 간다. 가끔 아이들의 삼촌 가족까지 모이면 3 대 3 농구가 가능해진단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탁구대도 마련했다. 농구가 끝나면 탁구 차례다. 이 또한 30분 정도 즐긴다. 정 교수의 영향을 받아 아이들이 농구를 시작했다면, 탁구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아빠인 정 교수가 배웠다. 농구와 탁구에 이어 캐치볼도 한다. 결국 휴일마다 최소한 1시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셈이다. 정 교수는 주말 산행이나 골프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혼자만 즐기는 운동은 가족에게 부담만 될 뿐이란 생각에서다. 그보다는 가족과 함께 시골집에 가서 쉬면서 운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정 교수는 “가족과 유대감도 높이고 운동량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건강법이 아니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 생활 속에서 즐기면서 운동하는 것, 바로 정 교수의 두 번째 운동 철학이다. 운동 시간대 2개 이상 미리 정해 짧은 프로그램 위주로… 가족과 함께 땀 흘리면 정서적 도움정철웅 교수의 건강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짬을 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족과 함께 놀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실천이 가능하다”고 했다. 첫째, 직장인의 경우 낮과 이른 저녁 시간대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동할 시간대는 미리 2개 이상 정하도록 한다. 자신의 생활 패턴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출근하기 전인 오전 6∼7시와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끝낸 후인 오후 9∼10시로 잡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운동 프로그램을 짠다. 이때는 20∼30분의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좋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운동 프로그램을 짜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경우 △줄 없이 줄넘기하기 △천장 보고 누워서 발차기 △누운 채로 발뒤꿈치 잡기 △스쾃 △팔굽혀펴기 △등 뒤로 의자에 팔 짚고 팔굽혀펴기(트라이셉스 체어딥) △크런치 △런지 △플랭크 등 9가지 동작을 이어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셋째, 모자란 운동량은 평소 생활에서 보충한다. 정 교수는 3개 층 이하는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산책을 할 때도 있다. 넷째, 주말엔 가급적 약속을 줄이고 가족과 어울린다. 운동 종목을 정할 때는 아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가족과의 주말 운동은 운동 효과를 떠나서 가족의 유대감을 키워 정신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정철웅 고려대 안암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48)는 봉사 활동을 많이 하는 의사로 유명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에는 매년 저소득 국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했다. 특히 방글라데시에 자주 갔다. 현지에서 의사 교육 외에도 신장 이식과 혈관 수술을 집도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사태가 진정세로 접어들면서 올해 가을에는 다시 의료봉사를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간이 남아서 봉사 활동을 하는 건 아니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산다. 환자 진료, 연구 과제 수행, 논문 작성, 학회 업무까지…. 기자와 인터뷰하는 날에도 정 교수는 새벽 수술에 이어 오전 외래 진료까지 마쳤다고 했다. 정 교수도 체력이 떨어짐을 느낀다. 설상가상으로 3년 전 콜레스테롤과 혈압 수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운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정 교수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을까. ● 연구실에서 ‘홈 트레이닝’정 교수는 “운동은 습관”이라고 했다. 바쁘니까 운동하지 못한다는 답변은 핑계에 불과하다. 너무 바쁘니 시간이 생길 때만이라도 운동하는 건 어떨까. 정 교수는 ‘짬’을 내 운동하는 이런 방식에 찬성했다. 다만 앞뒤가 바뀌었다고 했다. 짬이 날 때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일부러 짬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시간적 여유가 생길 때 한두 번 운동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지속하는 게 어렵다. 얼마 못 가서 “쉬는 시간엔 쉬자”라며 운동을 자연스럽게 중단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운동할 시간대를 정하고, 가급적 그 시간대에 운동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중도 포기 없이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의 첫 번째 운동 철학이다. 정 교수는 오후 6~7시를 운동하는 시간으로 정했다. 그 전의 2시간은 바쁘게 지나간다. 오후 5시 무렵 병원 구내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마치고, 6시까지 환자 회진이나 밀린 업무를 모두 끝낸다. 운동은 주로 연구실에서 한다. 정 교수는 “연구실에 소박한 홈 트레이닝 시스템을 설치했다”며 웃었다. 거창하지는 않다. 실내 자전거가 설치돼 있고, 바닥에는 운동용 매트가 깔려 있다. 먼저 10여 분 동안 자전거를 탄다. 그 다음에는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한 종목 위주로 20여 분 동안 운동한다. 모든 운동을 끝내는 데는 약 30분이 소요된다. 정 교수는 최소한 매주 2,3회 이상 이 운동을 한다. 병원 업무가 늦게 끝나거나 갑작스러운 약속 때문에 이 시간대를 놓칠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오후 9~10시에 집에서 똑같이 운동한다. ● 평생 취미, 농구로 활동량 보충 취미를 운동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 교수에게도 그런 취미가 있다. 바로 농구다. 정 교수에게 농구는 홈 트레이닝의 부족한 운동량을 채우는 보조 수단이다. 정 교수의 키는 183㎝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컸다고 한다. 그 때문에 친구들이 늘 농구장으로 불러냈다. 중학생이 된 후로는 시간만 나면 농구를 했다. 사실 정 교수가 좋아해서 시작한 운동이 아니었다. 그는 자신이 민첩하거나 날쌔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래도 막상 해 보니 농구만큼 재미있는 운동이 없는 것 같았다. 고교 시절에는 입시 공부 때문에 농구를 별로 하지 못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로 맘껏 농구를 즐겼다. 친구들끼리 팀을 만들어 자주 3대3 길거리 농구를 했다. 특히 2008년 신장, 간장, 췌장 등의 장기 이식 관련 공부를 하기 위해 미국에 임상강사(펠로우) 연수를 갔을 때 농구를 자주 했다. 연구 스트레스가 쌓일 때는 현지 한인들과 수시로 농구를 즐겼다. 2년 후 정 교수는 귀국했다. 이후 다시 바빠졌다. 농구를 즐길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함께 농구공을 튕길 동료들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게다가 나이 마흔을 넘기면서 농구를 계속 하는 게 좋은지 의문도 들었다. 심폐기능 개선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부상의 우려도 있고 무릎과 어깨 관절이 특히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농구와 서서히 멀어져갔다. 그러다가 4,5년 전부터 다시 농구에 빠져 들었다. 함께 농구를 즐기는 멤버들은 다름 아닌 가족이었다. 이후 농구는 평생 취미가 됐다. ● ‘아이와 놀기’, 또 다른 최고의 운동법정 교수는 고1, 고3과 초등 6학년 등 세 명의 아이를 두고 있다. 아빠가 농구를 좋아해서인지 아이들도 모두 농구를 좋아한다. 둘째 아이는 학교 농구 팀에서, 막내 아이는 프로농구의 유소년 농구팀에서 뛰고 있다. 아이들과 놀아주다 보니 정 교수의 의지와 무관하게 휴일마다 농구를 하게 됐다. 대략 30분 정도 뛰는데, 아무리 아이들과의 경기라 해도 운동량이 적지 않다. 운동을 끝낼 쯤에는 온 몸이 땀으로 범벅이 될 정도다. 서울 근교에 있는 아이들의 외할아버지 댁에 농구대를 설치했다. 덕분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주 휴일에 시골에 간다. 가끔 아이들의 삼촌 가족까지 모이면 3대 3 농구가 가능해진단다. 시골 할아버지 댁에 탁구대도 마련했다. 농구가 끝나면 탁구 차례다. 이 또한 30분 정도 즐긴다. 정 교수의 영향을 받아 아이들이 농구를 시작했다면, 탁구는 아이들이 좋아해서 아빠인 정 교수가 배웠다. 농구와 탁구에 이어 캐치볼도 한다. 결국 휴일마다 최소한 1시간 이상의 ‘격렬한’ 운동을 하는 셈이다. 정 교수에게 주말 휴일은 이처럼 가족과 즐기면서 운동하는 날이다. 정 교수는 주말 산행이나 골프를 거의 하지 않는다. 혼자만 즐기는 운동은 가족에게 부담만 될 뿐이란 생각에서다. 그보다는 가족과 함께 시골집에 가서 쉬면서 운동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정 교수는 “가족과 유대감도 높이고 운동량도 높이는 일석이조의 건강법이 아니겠는가”라며 웃었다. 이처럼 가족과 함께 생활 속에서 즐기면서 운동하는 것, 바로 정 교수의 두 번째 운동 철학이다. 정철웅 교수의 건강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가 짬을 내서 운동하는 게 아니라 운동하기 위해 시간을 정해 놓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가족과 함께 놀면서 운동하는 것이다. 정 교수는 “누구나 실천이 가능하다”고 했다. 첫째, 직장인의 경우 낮과 이른 저녁 시간대에 운동할 시간을 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운동할 시간대는 미리 2개 이상 정하도록 한다. 자신의 생활 패턴을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 가령 출근하기 전인 오전 6~7시와 퇴근하고 저녁 식사를 끝낸 후인 오후 9~10시로 잡는 것도 방법이다. 둘째, 운동 프로그램을 짠다. 이 때는 20~30분의 짧은 시간에 마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좋다. 그래야 오래 지속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운동 프로그램을 짜주는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정 교수의 경우 △줄 없이 줄넘기하기 △천장보고 누워서 발차기 △누운 채로 발뒤꿈치 잡기 △스쾃 △팔굽혀펴기 △등 뒤로 의자에 팔 짚고 팔굽혀펴기(트리셉스 체어딥) △크런치 △런지 △플랭크 등 9가지 동작을 이어 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셋째, 모자란 운동량은 평소 생활에서 보충한다. 정 교수는 3개 층 이하의 엘리베이터는 가급적 타지 않는다. 자투리 시간이 생기면 산책을 할 때도 있다. 정 교수는 “굳이 헬스클럽에 가지 않더라도 본인이 좋아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항목을 정해 하나씩 추가해 나가면 운동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넷째, 주말은 가급적 약속을 줄이고 가족과 어울린다. 운동 종목을 정할 때는 아이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는 게 좋다. 정 교수는 “가족과의 주말 운동은 운동 효과를 떠나서 가족의 유대감을 키워 정신적 만족도를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가급적 매주, 못해도 2주에 한 번은 ‘가족 운동’을 할 것을 권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60대 후반의 이순임(가명) 씨는 최근 키가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골다공증(뼈엉성증)에 걸리면 키가 줄어든다더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골밀도 검사부터 했다.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상 수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뼈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달랐다. 뼈 내부에서 이미 골절이 일어나 있었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씨는 골다공증이 오래전 시작됐고, 뼈 내부 골절까지 진행된 단계”라고 말했다. 골밀도는 정상이지만 골절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이 시작되면 골밀도는 낮아진다. 하지만 골다공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뼈 내부 골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뼈가 납작하게 쪼그라든다. 이런 상황에서 골밀도 검사를 하면 뼈가 압축됐으니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60대 이후에는 골밀도와 엑스레이 검사를 병행해 뼈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 4cm 이상 키 줄었다면 골다공증 의심김 교수는 60대 후반 이후에는 키가 줄었는지 체크할 것을 권했다. 가장 키가 컸던 20대에 비해 4cm 이상 줄었다면 이미 골다공증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노화로 인해 척추뼈가 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키가 줄어드는 범위는 보통 1∼2cm 정도다. 김 교수는 “4cm까지 키가 줄어들려면 뼈 내부 골절이 발생하면서 뼈가 찌그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골다공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세다. 김 교수는 “일주일에 2, 3명 정도는 키가 확 줄어서 그 이유를 알려고 병원에 왔다가 골다공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 말고는 골다공증의 전조 증세가 거의 없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거나 무릎이 아플 때 “뼈가 삭았나?”라고 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근육통이거나 관절염일 확률이 높다. 근육통과 관절염은 골다공증과 관련이 없다. 또한 골다공증 환자라 하더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골다공증, 70%가 치료 안 받아”70대 초반의 김순희(가명) 씨는 얼마 전 새벽에 화장실에 가던 중 넘어졌다.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는데, 고관절(엉덩관절) 골절이 확인됐다. 다행히 뼈를 붙이는 수술이 잘 끝났고, 김 씨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미 2년 전에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았다.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씨가 그때 치료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일단 골절 발생 확률이 크게 낮아졌을 것이다. 설령 골절을 막을 수 없었더라도 재활 치료 기간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현재 김 씨의 재활 치료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 교수는 “골다공증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골절이 일어났을 경우 골절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10명 중 6명꼴로 일상생활로 완벽하게 복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 같은 사례는 흔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골다공증 치료 기간이 보통 5년 이상으로 긴 데다 치료하더라도 당장 체감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관절염이라면 진통제나 소염제를 먹었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골다공증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를 통해 골절 위험을 낮추는 것인데, 효과를 당장 느낄 수가 없다. ○남자들도 골다공증 무시하면 안돼2년 전 60세 남성 강철성(가명) 씨가 김 교수를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왔던 것이다. 김 교수가 원인을 따져 봤다. 강 씨는 실내 근무를 주로 한 탓에 비타민D 결핍이 심했다. 또 일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폐경 이후에 골다공증에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남성이나 젊은층의 경우 △음주와 흡연 △커피나 에너지음료처럼 카페인이 많은 음료 섭취 △과도한 체중 감량 △실내 생활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짜게 먹는 식습관을 고칠 것을 권했다. 짠 음식을 먹으면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뼈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 씨에게 비타민D를 보충하고 절주(節酒)를 주문했다. 동시에 뼈를 자극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권했다. 결과는 좋았다. 생활 습관을 적극 개선한 결과 2년 만에 골밀도 검사에서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강 씨는 골다공증의 위험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처한 사례다. 하지만 대체로 남자들은 이 병을 ‘여자들만 걸리는 병’으로 생각한다. 물론 발병 확률은 여성이 크게 앞선다. 하지만 일단 발병할 경우 골절로 인한 중증 발병률과 사망률은 남자가 훨씬 높다. 무관심한 사이에 뼈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자들도 뼈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걷기-근력운동으로 뼈에 자극 주면 좋아… 우유 등 칼슘 섭취도 도움 골다공증 예방법 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뼈에 자극을 가하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특히 걷기를 추천했다. 걸을 때는 뼈에 좋은 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다만 무릎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다면 오래 걷는 것이 오히려 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뼈에 가해지는 자극은 걷기보다 덜하지만 실내 자전거 타기로 대체하는 게 좋다. 수영은 골다공증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이 물에 떠있어 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근력 운동도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이 줄어들면 뼈에 대한 자극도 약해진다. 또한 건강한 근육에서는 뼈 건강에 좋은 ‘마이오카인’을 비롯해 여러 물질이 분비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이런 물질도 덜 분비된다. 지나치게 마르면 골다공증에 취약하다. 체중이 가벼워 뼈에 대한 자극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살이 쪘다면 움직일 때마다 뼈에 대한 자극이 강해져 골다공증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비만의 부작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예방하겠다며 살을 찌우는 것은 곤란하다. 김 교수는 “실제로 체중과 골다공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무리한 체중 감량은 영양 불균형을 부르며 칼슘과 단백질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칼슘은 골다공증을 막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다. 가능하면 30대 이후부터 충분히 칼슘을 섭취하는 게 좋지만 50대 이후라도 보충하도록 하자. 칼슘 보충제보다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 우유와 같은 유제품에 칼슘이 많다. 매일 우유 2잔, 혹은 고칼슘 우유 1잔 정도를 마시면 400∼500mg 정도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칼슘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석회화된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일까. 김 교수는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그럴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칼슘 섭취 국가다. 음식을 통해 칼슘을 섭취한다면 양의 제한을 두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60대 후반의 이순임(가명) 씨는 최근 키가 줄어든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골다공증(뼈엉성증)에 걸리면 키가 줄어든다더라”는 친구의 말을 듣고 병원을 찾았다. 골밀도 검사부터 했다. 문제가 될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상 수치에 가까웠다. 하지만 뼈 엑스레이 촬영 결과는 달랐다. 뼈 내부에서 이미 골절이 일어나 있었다. 김범준 서울아산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결과부터 말하자면 이 씨는 골다공증이 오래전 시작됐고, 뼈 내부 골절까지 진행된 단계”라고 말했다. 골밀도는 정상이지만 골절이 일어났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골다공증이 시작되면 골밀도는 낮아진다. 하지만 골다공증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뼈 내부 골절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뼈가 납작하게 쪼그라든다. 이런 상황에서 골밀도 검사를 하면 뼈가 압축됐으니 정상으로 나온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60대 이후에는 골밀도와 엑스레이 검사를 병행해 뼈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 4cm 이상 키 줄었다면 골다공증 의심 김 교수는 60대 후반 이후에는 키가 줄었는지 체크할 것을 권했다. 가장 키가 컸던 20대에 비해 4cm 이상 줄었다면 이미 골다공증이 진행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노화로 인해 척추뼈가 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 키가 줄어드는 범위는 보통 1~2cm 정도다. 김 교수는 “4cm까지 키가 줄어들려면 뼈 내부 골절이 발생하면서 뼈가 찌그러져야 한다”고 말했다. 키가 많이 줄어드는 것은 골다공증의 대표적인 전조 증세다. 김 교수는 “일주일에 2, 3명 정도는 키가 확 줄어서 그 이유를 알려고 병원에 왔다가 골다공증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것 말고는 골다공증의 전조 증세가 거의 없다. 몸 여기저기가 쑤시거나 무릎이 아플 때 “뼈가 삭았나?”라고 말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 경우는 근육통이거나 관절염일 확률이 높다. 근육통과 관절염은 골다공증과 관련이 없다. 또한 골다공증 환자라 하더라도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가 많다.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김 교수는 “정기적으로 골밀도 검사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 “골다공증, 70%가 치료 안 받아” 70대 초반의 김순희(가명) 씨는 얼마 전 새벽에 화장실에 가던 중 넘어졌다. 급히 응급실로 이송됐는데, 고관절(엉덩관절) 골절이 확인됐다. 다행히 뼈를 붙이는 수술이 잘 끝났고, 김 씨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이미 2년 전에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사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치료를 받지 않았다. 아무런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김 씨가 그때 치료를 받았으면 어땠을까. 일단 골절 발생 확률이 크게 낮아졌을 것이다. 설령 골절을 막을 수 없었더라도 재활 치료 기간이 상당히 줄었을 것이다. 현재 김 씨의 재활 치료는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 김 교수는 “골다공증 초기에 치료하지 않고 골절이 일어났을 경우 골절이 재발할 확률이 높아진다”며 “10명 중 6명꼴로 일상생활로 완벽하게 복귀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 같은 사례는 흔하다. 김 교수에 따르면 골다공증 진단을 받은 환자의 70% 정도는 치료를 받지 않는다. 골다공증 치료 기간이 보통 5년 이상으로 긴 데다 치료하더라도 당장 체감하는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가령 관절염이라면 진통제나 소염제를 먹었을 때 통증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는다. 반면 골다공증은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를 통해 골절 위험을 낮추는 것인데, 효과를 당장 느낄 수가 없다. ● 남자들도 골다공증 무시하면 안돼 2년 전 60세 남성 강철성(가명) 씨가 김 교수를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골다공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이 나왔던 것이다. 김 교수가 원인을 따져 봤다. 강 씨는 실내 근무를 주로 한 탓에 비타민D 결핍이 심했다. 또 일주일에 4회 이상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폐경 이후에 골다공증에 많이 걸린다. 하지만 남성이나 젊은층의 경우 △음주와 흡연 △커피나 에너지음료처럼 카페인이 많은 음료 섭취 △과도한 체중 감량 △실내 생활에 따른 비타민D 결핍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 밖에도 짜게 먹는 식습관을 고칠 것을 권했다. 짠 음식을 먹으면 소변으로 칼슘이 많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뼈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강 씨에게 비타민D를 보충하고 절주(節酒)를 주문했다. 동시에 뼈를 자극할 수 있는 걷기 운동을 권했다. 결과는 좋았다. 생활 습관을 적극 개선한 결과 2년 만에 골밀도 검사에서 정상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강 씨는 골다공증의 위험을 인식하고 제대로 대처한 사례다. 하지만 대체로 남자들은 이 병을 ‘여자들만 걸리는 병’으로 생각한다. 물론 발병 확률은 여성이 크게 앞선다. 하지만 일단 발병할 경우 골절로 인한 중증 발병률과 사망률은 남자가 훨씬 높다. 무관심한 사이에 뼈 상태가 급속도로 악화돼 치명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남자들도 뼈에 신경 써야 하는 이유다.골다공증 예방하려면…골다공증을 예방하려면 뼈에 자극을 가하는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김 교수는 특히 걷기를 추천했다. 걸을 때는 뼈에 좋은 물질이 더 많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다만 무릎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무릎 관절이 좋지 않다면 오래 걷는 것이 오히려 퇴행성관절염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뼈에 가해지는 자극은 걷기보다 덜하지만 실내 자전거 타기로 대체하는 게 좋다. 수영은 골다공증 예방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몸이 물에 떠있어 뼈에 가해지는 자극이 아주 낮기 때문이다. 근력 운동도 골다공증 예방에 좋다. 일반적으로 근육량이 줄어들면 뼈에 대한 자극도 약해진다. 또한 건강한 근육에서는 뼈 건강에 좋은 ‘마이오카인’을 비롯해 여러 물질이 분비된다. 근육량이 줄어들면 당연히 이런 물질도 덜 분비된다. 지나치게 마르면 골다공증에 취약하다. 체중이 가벼워 뼈에 대한 자극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살이 쪘다면 움직일 때마다 뼈에 대한 자극이 강해져 골다공증 위험을 낮출 수도 있다. 하지만 비만의 부작용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골다공증을 예방하겠다며 살을 찌우는 것은 곤란하다. 김 교수는 “실제로 체중과 골다공증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는 논란이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단백질과 칼슘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무리한 체중 감량은 영양 불균형을 부르며 칼슘과 단백질 결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칼슘은 골다공증을 막는 중요한 성분 중 하나다. 가능하면 30대 이후부터 충분히 칼슘을 섭취하는 게 좋지만 50대 이후라도 보충하도록 하자. 칼슘 보충제보다는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가장 좋다. 일반적으로 우유와 같은 유제품에 칼슘이 많다. 매일 우유 2잔, 혹은 고칼슘 우유 1잔 정도를 마시면 400~500mg 정도의 칼슘을 섭취할 수 있다. 칼슘을 많이 먹으면 혈관이 석회화된다는 속설이 있다. 사실일까. 김 교수는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그럴 수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표적인 저칼슘 섭취 국가다. 음식을 통해 칼슘을 섭취한다면 양의 제한을 두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시몬스침대가 어린이날을 앞두고 삼성서울병원에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에 써 달라며 최근 3억 원을 기부했다. 시몬스침대(대표 안정호·사진)는 2020년부터 이 병원에 소아암과 중증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투병하는 소아·청소년 환자의 치료를 위해 매년 3억 원을 기부하고 있다. 박승우 삼성서울병원장은 “3년 동안 시몬스침대가 쾌척한 기부금으로 70여 명의 환자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부 활동은 병원에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박 원장은 “당장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원이 된다”고 말했다. 신속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할 중증질환과 희귀·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치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박 원장은 시몬스침대의 기부협약을 예로 들었다. 박 원장은 “이 협약에는 수천만 원에 이르는 희귀 의약품 지원이 포함돼 있다”며 “덕분에 조혈모세포를 이식한 후 희귀 의약품 지원이 필요한 소아암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과 보호자가 신속하게 투여를 결정함으로써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태어난 지 하루 만에 심장 기형으로 판정받은 아기가 삼성서울병원에 환자로 온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명예퇴직을 했는데, 당시 받은 퇴직금을 사기당했다. 아버지, 베트남인 어머니, 9세 형과 함께 아기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산속에서 살았다. 치료비 마련은 꿈도 꾸지 못했다. 박 원장은 “시몬스침대의 기금으로 아기는 수술과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며 “나중에 아기의 형이 동생을 도와줘서 고맙다고 감사 편지를 보내 왔는데, 순수한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이런 결과를 보면서 느끼는 바가 많다고 했다. 기금을 활용해 어린 환자를 고치는 것을 넘어 가족이 해체되지 않고 다시 뭉치는 것을 봤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병원이 의료기관에 그치지 않고, 지역 사회의 선한 의지들이 모이고 실행될 수 있는 장(場)이 됐을 때 더 큰 영향력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기업의 기부 활동은 환자 치료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박 원장은 “어린 희귀·난치성 환자의 치료비 지원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희귀·난치성 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찾는 연구에도 큰 도움이 된다”며 “기업의 도움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병마와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는 소아·청소년 환자들이 많다”며 “그 환자들을 위해 오랜 기간 변함없이 꾸준한 사랑을 보내준 시몬스침대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시몬스침대는 코로나19 이후 자칫 소아·청소년 환자들에게서 관심이 멀어질 수도 있었던 시기에도 꾸준히 기부를 지속해 왔다. 박 원장은 “시몬스침대의 기부가 더욱 의미 있도록 환자의 치료와 쾌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종종 있다. 불안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자꾸 나이는 먹는데 이룬 게 없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이런 증세를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Midlife Crisis)’라고 한다. ‘중년의 위기’라는 뜻이다.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중년 이후에 닥치는 심리적 위기감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50)도 3년 전에 이런 증세를 겪은 적이 있다. 환자는 진료했지만 타성에 젖어 연구나 논문 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집에서도 멍하니 TV 드라마만 볼 때가 많았다. 이유 없이 지쳤고,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우울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 교수에게 중년 위기 극복기를 들어봤다. 서 교수는 치매와 알츠하이머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병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 처음엔 줄넘기만 해도 체력 바닥 서 교수의 아내 또한 의사다. 아내는 무기력해 보이는 그에게 운동을 권했다. 종목이 다소 특이했다. 바로 권투. 왜 하필 권투였을까. 부부는 ‘약간의 일탈’이 무기력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 서 교수는 초등학교 때 딱 2개월 태권도를 한 것을 빼면 평생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 본 적이 없다. 간혹 운동을 하더라도 걷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로 했다. 그런 서 교수에게 권투는 ‘일탈’이나 다름없었다. 평소 접한 적이 없기에 도전하면 신선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마침 주변에 권투 체육관이 있었다. 서 교수와 아내, 10대 두 자녀까지 한꺼번에 회원으로 등록했다. 가족이 함께 하면 운동 효과도 높이고 중도 포기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가 2019년 12월이었다. 매주 1, 2회 체육관에 가서 40분 정도 운동했다. 처음 10분 동안은 줄넘기를 했다. 이어 체육관 관장에게 권투 기본기를 10분 정도 배웠다. 나머지 20분 동안 샌드백을 쳤다. 운동을 시작해 보니 체력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 깨달았다. 끊기지 않고 2분 동안 줄넘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10분 동안 줄넘기를 끝내면 체력이 바닥났다. 머리가 텅 빈 것 같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요즘도 매주 2, 3회 권투장에서 50분 동안 운동한다. 그 어렵던 줄넘기에도 여유가 생겼다. 보통은 3분 줄넘기한 뒤 30초 쉬는 방식으로 3세트로 진행한다.○ 스트레스 해소 목적일 땐 강도 높이면 안돼 사실 그동안 다른 가족은 모두 중도 포기했다. 유일하게 서 교수만 2년 넘게 꾸준히 권투를 하고 있다. 서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에 권투만큼 좋은 운동이 없었다”고 했다. 2020년 중반에는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많았다. 정부 연구과제를 준비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럴 때면 권투장에 가 샌드백을 쳤다. 효과는 매우 컸다. 서 교수는 “아무 생각 없이 샌드백을 두들기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운동을 끝낸 후에는 꽉 막혔던 업무가 거짓말처럼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권투장에 갔다. 운동 시간도 4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도 이런 경험을 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병원 내 바이오 벤처 창업을 준비하면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여러 차례 했다.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샌드백을 쳤다. 그러면 신통하게도 다음 날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게 아닌가. 이토록 권투를 즐기지만 스스로를 권투 초보자라 부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 체육관은 문을 닫았다. 이럴 때면 권투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권투를 하기 때문에 일부러 강도를 크게 높이지 않는다. 서 교수는 자신의 권투 스타일을 ‘슬로 복싱’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기본 동작을 취하는 게 여전히 어렵다. 두 팔을 옆구리에 바짝 붙여야 하는데, 힘이 들어 1분만 지나면 동작이 흐트러진다. 서 교수는 “좀 더 멋진 폼이 나오면 좋겠는데…”라며 웃었다.○ 아내와 매일 저녁 1시간씩 걷기도 즐겨 권투 외에도 즐기는 운동이 있다. 아내와 함께 야외를 걷는 것이다. 사실 전에도 실내 헬스클럽에서 가끔 걷기는 했다. 하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 권투를 시작할 무렵 걷기도 병행했다.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권투와 걷기를 동시에 시작한 것이다. 매일 오후 10시가 되면 아내와 집을 나섰다. 시속 4km의 속도로 1시간 동안 집 주변을 걷는다. 2년 가까이 하다 보니 부부만의 코스가 생겼다. 오르막길도 곳곳에 있어서 운동량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란다. 산책에 가까운 이 걷기를 하면서 아내와 일터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단다. 휴일에는 부부가 지하철을 타고 남산에 가서 또 걷는다. 권투와 걷기를 병행한 지 2년여. 서 교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체중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2년 새 83kg에서 70kg으로 크게 줄었다. 인바디 측정 결과도 달라졌다. 체지방량은 크게 줄었고, 반대로 근육량이 크게 늘어났다. 서 교수는 “권투와 걷기의 조합이 최고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절한 강도로 지속땐 치매예방 효과… 머리에 펀치 맞는 건 피해야 50대에 권투 시작한다면50대 이후에 권투를 시작한다면 무리일까. 서상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추천하는 편이다. 서 교수가 다니는 체육관에는 50대 이상의 회원이 적잖다. 심지어 70대 회원도 있다. 그는 의학적으로 권투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매일 7500보 이상 걸으면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서 교수는 “근력 운동 또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많다”며 “격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권투도 좋다”고 했다. 다만 격한 만큼 관절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샌드백을 치기 전에 하는 줄넘기는 체중 감량에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샌드백을 치다 보면 어깨 관절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운동 강도를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머리에 펀치를 맞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서 교수는 “머리에 펀치를 자주 맞으면 치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이 쌓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면 굳이 스파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교수도 스파링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반드시 헤드기어를 착용해야 한다. 운동 강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50대 이후에 새로운 종목의 운동에 입문하면 신선한 느낌이 들어 ‘운동 과잉’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격하게 움직이는 권투 종목의 경우 운동할 때는 개운한 것 같지만 운동을 끝내고 나면 후유증이 심하게 올 수 있다. 서 교수 또한 “한창 재미가 붙을 때 샌드백을 오래 쳤더니 어깨에 무리가 가거나 꼭 탈이 나더라”고 했다. 서 교수는 “다른 운동과 병행하면서 너무 강하지 않은 강도로 권투를 지속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상쾌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4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가 종종 있다. 불안감을 느끼거나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자꾸 나이는 먹는데 이룬 게 없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이런 증세를 ‘미드라이프 크라이시스((Midlife Crisis)’라고 한다. ‘중년의 위기’라는 뜻이다.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중년 이후에 닥치는 심리적 위기감을 설명할 때 자주 사용된다. 서상원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교수(50)도 3년 전에 이런 증세를 겪은 적이 있다. 환자는 진료했지만 타성에 젖어 연구나 논문 작업을 거의 하지 못했다. 집에서도 멍하니 TV 드라마만 볼 때가 많았다. 이유 없이 지쳤고, 아무 일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나마 우울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게 위안이었다.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 교수에게 중년 위기 극복기를 들어봤다. 서 교수는 치매와 알츠하이머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져 있다. 현재 이 병원 치매융합연구센터장을 맡고 있다. ● “무기력 극복 위해 권투 시작” 서 교수의 아내 또한 의사다. 아내는 무기력해 보이는 그에게 운동을 권했다. 종목이 다소 특이했다. 바로 권투. 왜 하필 권투였을까. 부부는 ‘약간의 일탈’이 무기력 해소에 도움이 될 거라 여겼다. 서 교수는 초등학교 때 딱 2개월 태권도를 한 것을 빼면 평생 격렬하게 몸을 움직여 본 적이 없다. 간혹 운동을 하더라도 걷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을 주로 했다. 그런 서 교수에게 권투는 ‘일탈’이나 다름없었다. 평소 접한 적이 없기에 도전하면 신선한 느낌이 들 것 같았다. 마침 주변에 권투 체육관이 있었다. 서 교수와 아내, 10대 두 자녀까지 한꺼번에 회원으로 등록했다. 가족이 함께 하면 운동 효과도 높이고 중도 포기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때가 2019년 12월이었다. 매주 1, 2회 체육관에 가서 40분 정도 운동했다. 처음 10분 동안은 줄넘기를 했다. 이어 체육관 관장에게 권투 기본기를 10분 정도 배웠다. 나머지 20분 동안 샌드백을 쳤다. 운동을 시작해 보니 체력이 얼마나 안 좋았는지 깨달았다. 끊기지 않고 2분 동안 줄넘기하는 것도 어려웠다. 10분 동안 줄넘기를 끝내면 체력이 바닥났다. 머리가 텅 빈 것 같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2년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요즘도 매주 2, 3회 권투장에서 50분 동안 운동한다. 그 어렵던 줄넘기에도 여유가 생겼다. 보통은 3분 줄넘기한 뒤 30초 쉬는 방식으로 3세트로 진행한다. ● “스트레스 해소에 권투가 최고” 사실 그동안 다른 가족은 모두 중도 포기했다. 유일하게 서 교수만 2년 넘게 꾸준히 권투를 하고 있다. 서 교수는 “스트레스 해소에 권투만큼 좋은 운동이 없었다”고 했다. 2020년 중반에는 스트레스 쌓이는 일이 많았다. 정부 연구과제를 준비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럴 때면 권투장에 가 샌드백을 쳤다. 효과는 매우 컸다. 서 교수는 “아무 생각 없이 샌드백을 두들기고 나면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운동을 끝낸 후에는 꽉 막혔던 업무가 거짓말처럼 술술 풀렸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권투장에 갔다. 운동 시간도 40분에서 1시간으로 늘어났다. 최근에도 이런 경험을 했다. 서 교수는 지난해 4월부터 병원 내 바이오 벤처 창업을 준비하면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프레젠테이션을 여러 차례 했다. 투자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막혔을 때 샌드백을 쳤다. 그러면 신통하게도 다음 날 아이디어가 딱 떠오르는 게 아닌가. 이토록 권투를 즐기지만 스스로를 권투 초보자라 부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화되면 체육관은 문을 닫았다. 이럴 때면 권투를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권투를 하기 때문에 일부러 강도를 크게 높이지 않는다. 서 교수는 자신의 권투 스타일을 ‘슬로 복싱’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기본 동작을 취하는 게 여전히 어렵다. 두 팔을 옆구리에 바짝 붙여야 하는데, 힘이 들어 1분만 지나면 동작이 흐트러진다. 서 교수는 “좀 더 멋진 폼이 나오면 좋겠는데…”라며 웃었다.● 아내와 매일 저녁 1시간씩 걷기 권투 외에도 즐기는 운동이 있다. 아내와 함께 야외를 걷는 것이다. 사실 전에도 실내 헬스클럽에서 가끔 걷기는 했다. 하지만 지속적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 권투를 시작할 무렵 걷기도 병행했다. 중년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권투와 걷기를 동시에 시작한 것이다. 매일 오후 10시가 되면 아내와 집을 나섰다. 시속 4㎞의 속도로 1시간 동안 집 주변을 걷는다. 2년 가까이 하다 보니 부부만의 코스가 생겼다. 오르막길도 곳곳에 있어서 운동량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란다. 산책에 가까운 이 걷기를 하면서 아내와 일터에서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이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단다. 휴일에는 부부가 지하철을 타고 남산에 가서 또 걷는다. 권투와 걷기를 병행한 지 2년여. 서 교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일단 체중부터 눈에 띄게 줄었다. 2년 새 83㎏에서 70㎏으로 크게 줄었다. 인바디 측정 결과도 달라졌다. 체지방량은 크게 줄었고, 반대로 근육량이 크게 늘어났다. 서 교수는 “권투와 걷기의 조합이 최고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병행할 것”이라고 말했다.50대 이후 권투 도전 괜찮을까 50대 이후에 권투를 시작한다면 무리일까. 서상원 교수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오히려 추천하는 편이다. 서 교수가 다니는 체육관에는 50대 이상의 회원이 적잖다. 심지어 70대 회원도 있다. 그는 의학적으로 권투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매일 7500보 이상 걸으면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서 교수는 “근력 운동 또한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많다”며 “격하게 주먹을 휘두르는 권투도 좋다”고 했다. 다만 격한 만큼 관절 보호에 신경을 써야 한다. 샌드백을 치기 전에 하는 줄넘기는 체중 감량에 큰 효과가 있다. 하지만 무릎 관절에 무리가 갈 수 있다. 샌드백을 치다 보면 어깨 관절에도 무리가 갈 수 있다. 따라서 운동 강도를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줄넘기를 할 때 충분히 쉬는 게 좋다. 어깨가 아프다면 샌드백을 치는 대신 허공에 주먹을 휘두르는 게 좋다. 머리에 펀치를 맞는 것은 피해야 한다. 서 교수는 “머리에 펀치를 자주 맞으면 치매 알츠하이머를 유발하는 ‘타우 단백질’이 쌓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건강 증진이 목적이라면 굳이 스파링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 교수도 스파링은 하지 않는다. 그래도 하고 싶다면 반드시 헤드기어를 착용해야 한다. 운동 강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50대 이후에 새로운 종목의 운동에 입문하면 신선한 느낌이 들어 ‘운동 과잉’이 될 우려가 있다. 특히 격하게 움직이는 권투 종목의 경우 운동할 때는 개운한 것 같지만 운동을 끝내고 나면 후유증이 심하게 올 수 있다. 심지어 일상생활에 무리가 갈 수도 있다. 서 교수 또한 “한창 재미가 붙을 때 샌드백을 오래 쳤더니 어깨에 무리가 가거나 꼭 탈이 나더라”고 했다. 서 교수는 “다른 운동과 병행하면서 너무 강하지 않은 강도로 권투를 지속하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상쾌한 느낌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삼성증권이 19일 디지털 포트폴리오 서비스 ‘굴링’을 시작했다. 굴링은 돈을 굴린다는 뜻으로 회사 측은 이를 통해 초개인화된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투자자가 투자 목표와 기간, 기대 수익률, 금액만 입력하면 굴링의 ‘로보알고리즘’이 과거의 거래 패턴까지 분석해 개인별 최대 1만6000개의 포트폴리오 중 최적화된 투자 방식을 제안한다. 제공된 포트폴리오의 상품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비슷한 수익성과 변동성을 가진 다른 상품으로 교체하거나 상품 비중을 변경할 수도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우선은 주식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 투자보다는 안정형 투자 상품을 선호하면서 시중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고객이 주요 대상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투자자가 세부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지속적인 맞춤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굴링 서비스는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를 위주로 하며 향후 주식을 활용한 굴링 서비스도 추가로 선보이겠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굴링 서비스에 가입하기 전에 향후 시장 상황에 따른 포트폴리오의 수익과 손실 금액 예상치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자산별 수익 금액 변화도 시뮬레이션으로 확인 가능하다. 투자한 이후에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밀착 관리가 이뤄진다. 카카오톡을 통해 시장 이벤트별 대응 전략을 제공한다. 정기적인 성과 보고 외에도 보유 상품에 이슈가 발생하거나 시장 환경이 최초 설계 당시와 달라졌을 경우 대응 전략을 제시한다. 삼성증권 굴링을 이용하려면 삼성증권 모바일앱 ‘엠팝(mPOP)’ 내 ‘금융상품’, ‘로보굴링’ 탭을 확인하면 된다. 삼성증권 고객이 아닌 경우 ‘굴링 서비스 안내 페이지’에서 이 서비스에 대해 확인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로봇 수술은 2005년 국내에서 처음 시행됐다. 어느덧 18년째. 로봇 수술은 외과 수술의 3∼5%를 차지할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 웬만한 대형 병원이라면 모두 로봇 수술을 시행할 정도다. 수술용 로봇 시장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술용 로봇 시장이 매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대형 병원마다 로봇 수술 경쟁이 치열하다. 올해 로봇 수술 1만 건 돌파가 예상되는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의 송교영 센터장(위장관외과 교수)을 만났다. 송 교수에게 로봇 수술의 현주소와 해결 과제를 들어봤다.○ 서울성모병원 로봇 수술 빠른 성장세 서울성모병원은 2009년 3월 로봇수술센터의 문을 열었다. 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전문의와 마취통증의학과 의료진으로 꾸려졌다. 로봇 수술 선두 병원에 비하면 후발 주자지만 발전 속도는 빠른 편이다. 가령 로봇 수술 100건을 돌파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수술 속도가 가파르게 증가했다. 1000건을 돌파하는 데 걸린 기간은 49개월(4년 1개월). 100건을 돌파할 때와의 기록에서 21개월(1년 9개월)을 앞당겼다. 2000건을 돌파하는 데는 32개월(2년 8개월), 3000건을 돌파하는 데는 20개월(1년 8개월)이 걸렸다. 시간이 단축되는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울성모병원 로봇수술센터는 누적 8000여 건의 수술을 기록했다. 송 교수는 “국내 최단시간에 달성한 성과”라고 했다. 지금 속도대로라면 올해 안에 로봇 수술 1만 건 돌파가 거의 확실하다. 세계적으로 로봇 수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는 진료과는 비뇨의학 분야다. 서울성모병원도 비슷하다. 전체 로봇 수술의 37%가 비뇨기 계통 수술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전립샘 56% △신장 31% △방광 9% △요관 3% 순이다. 산부인과 분야에서도 로봇 수술을 적극 활용한다. 김미란 산부인과 교수는 2019년에 아시아 최초로 자궁근종 절제 로봇 수술 1000건을 돌파했다. 김 교수는 앞서 2018년에는 희귀 자궁근종인 ‘혈관평활근종’을 세계 처음으로 로봇 수술로 제거했다. 이 사례는 국제학술지에도 보고됐다. 당시 수술을 받은 30대 환자는 치료 후 자연 임신으로 건강한 아이를 출산했다.○“로봇 수술 장단점 찬찬히 들여다봐야” 로봇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섬세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수술 부위를 10배 이상 확대해 보면서 수술하기 때문에 신경조직이나 혈관이 덜 손상된다. 게다가 작은 구멍만 뚫고 수술한다. 이 때문에 흉터도 작고 수술 후 통증도 작으며 회복도 빠르다. 반면 로봇 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1000만 원이 넘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 문제는 당분간 쉽게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일단 수술용 로봇이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 병원들이 주로 쓰고 있는 수술용 로봇은 미국 기업이 만든 ‘다빈치’다. 현재 130여 대가 국내에 수입돼 있다. 이 로봇은 대당 가격이 수십억 원에 이른다. 국산 로봇의 개발과 상품화가 적극 이뤄지면 수술비가 많이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장단점 외에 로봇 수술을 둘러싼 안전성 논란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무엇보다 로봇을 다루는 의사에 대한 체계적인 트레이닝 시스템이 현재보다 더 광범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 교수에 따르면 로봇 수술은 ‘편한’ 수술이 아니다. 굉장히 민감한 장치를 다뤄야 하는 고난도 수술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첨단 기술을 의사가 직접 배울 수 있는 현장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메스를 들고 수술하던 과거에는 의사 3, 4명이 한 팀을 이뤘다. 복강경 수술을 할 때는 2, 3명으로 줄었다. 로봇 수술을 할 때는 팀 자체가 필요 없게 됐다. ‘보조 의사’로 수술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고 기술을 배울 환경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송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밀하고 체계적인 시뮬레이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로봇 수술 트레이닝 절대적으로 필요” 서울성모병원의 로봇 수술 성과가 좋은 비결에 대해 송 교수는 ‘트레이닝센터’를 꼽았다. 트레이닝센터에서 의료진에 대한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트레이닝은 대부분 병원이 진행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의 로봇 수술 트레이닝센터는 무엇이 다를까. 송 교수에 따르면 이 병원의 로봇 수술 트레이닝센터는 2013년 아시아에서 5번째로 문을 열었다. 햇수로 10년째다. 복강경, 흉강경, 내시경 수술, 로봇 수술 등 ‘최소 침습 수술’(절개 부위를 작게 하는 수술)의 모든 것을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곳이다. 의대생부터 전임의, 해외에서 연수 온 의사들까지 이곳을 거쳐 갔다. 지난해 말까지 9605건의 교육이 이곳에서 이뤄졌다. 여러 훈련 프로그램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로봇 수술 시뮬레이터다. 송 교수는 “로봇 수술이 의사들에게 편할 것 같지만 일반 개복 수술보다 어려운 점이 많다”며 “새로운 수술 환경에 익숙해지기 위해 이 장비를 활용해 실제와 똑같은 환경에서 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령 로봇 수술을 할 때는 의사의 손이 환자 몸 안으로 들어갈 일이 없기에 촉각이 느껴지지 않는다. 실로 상처 부위를 꿰맬 때 어느 정도의 힘으로 로봇을 작동시켜야 하는지는 경험을 통해 알아내야 한다. 무심코 잡아당겼다가 실이 끊어질 수도 있고, 도구들이 환자의 몸 안에서 뒤엉킬 수도 있다. 또 시야에서 벗어난 부위에서 출혈 등의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모든 훈련 과정은 전체 5개 분야 45개 항목으로 세분돼 있다. 매일 2시간씩 훈련할 경우 보통 2개월이 걸린다. 이 프로그램을 마치지 못한 의사는 로봇 수술에 참관할 수는 있지만 ‘집도’할 수는 없다. 송 교수는 “로봇 수술 시대에는 그에 맞춰 트레이닝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며 “로봇 수술의 명의를 양성하는 기관으로 봐 달라”며 웃었다. 이 트레이닝센터는 그동안 여러 차례 외부 대회에서 상을 타기도 했다. 대한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전공의들이 참여한 토너먼트에서 매년 대상이나 우수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아시아로봇수술학회(ACRS) ‘로봇 탑 쌓기 게임’ 집도의 부문에서 우승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에 적극 대응해야” 서울성모병원은 이 트레이닝센터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송 교수는 “장비를 늘리고, 수술 건수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술의 품질을 높이는 게 먼저”라고 했다. 세계적인 로봇수술센터가 되려면 단 한 번의 의료 사고가 일어나서도 안 된다는 말이다. 로봇 수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송 교수는 “로봇 수술은 단지 로봇을 이용하는 현재 방식을 넘어 원격의료 혹은 사람의 손을 전혀 빌리지 않는 완전한 로봇 수술 등 새로운 의료 시스템으로 이어지는 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로봇수술센터 소속 43명의 교수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새로운 의료 테크놀로지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보통 2개월마다 콘퍼런스를 개최하는데, 로봇 수술 1만 회를 돌파하는 올해 말에는 대규모 콘퍼런스를 계획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국내에서 매년 발생하는 아동 학대 사건은 3만여 건에 이른다. 외부에 알려진 사건은 고작 4.02%(2020년 기준)에 불과하다. 학대 신고도 부진하다. 최근 3년간 정부의 아동 위기 발굴 시스템을 통해 찾아낸 22만7789명의 아동 중에서 아동 보호 전문기관에 학대 신고가 된 사례는 0.06%(134명)에 그쳤다. 정부는 아동 학대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 ‘상시적 아동 위기 발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하지만 학대 피해 아동 대다수는 시스템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아동을 즉각 발견하고 구조하며, 학대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더존비즈온과 함께 국내 처음으로 ‘지능형 아동 복지 빅데이터 플랫폼’을 추진한다.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는 더존비즈온에 따르면 아동을 위한 국내 첫 디지털 기반 혁신 사회복지 플랫폼이다. 두 기관은 2020년 ‘비영리 및 사회복지 분야 재정 투명성 제고’에 관한 업무 협약을 맺고 이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다. 플랫폼은 올 상반기 가동된다. 인공지능(AI)을 통해 분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동 위기를 발굴하고 아동 욕구에 따른 맞춤형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활용된다. 이에 따라 AI, 빅데이터 등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 복지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플랫폼은 포털 형태로 구축된다. 과거 데이터 분석과 미래 예측을 통해 실시간으로 위기 징후 모니터링을 함으로써 아동에 대한 맞춤형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동의 위치와 지출 내용, 통신, 의학 정보 같은 데이터에 대한 AI 분석을 통해 위기 징후가 포착되면 곧바로 주민자치센터와 경찰청, 소방청 등 공공기관에 알려준다. 후원자에게도 후원 참여 이력과 상담 내용 등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보다 적합한 후원 추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모바일 플랫폼으로도 확장 가능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력을 강화하며 플랫폼 적용 반경을 넓혀 나가면서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미래 예측에 대한 불확실성을 줄여 아동 사회복지망의 새 패러다임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송호철 더존비즈온 플랫폼사업부문 대표는 “빅데이터 플랫폼과 마이데이터 융합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게 지능형 사회안전망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지자체 등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40대로 접어들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이들이 많다. 의사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빠듯한 일정 때문에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의사가 적잖다. 안수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54)도 그랬다. 안 교수는 이 병원 비만대사클리닉에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 치료도 담당한다. 환자들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강조했지만 자신은 실천하지 못했다. 8년 전 40대 중반에 들어서자 위기가 시작됐다. 건강검진 결과 간수치,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당장 큰 병에 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료 의사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관리를 제대로 하면 정상 수치로 돌릴 수 있다”며 운동을 권했다. 그제야 환자들에게는 운동을 권하면서 정작 자신은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도 되찾고 환자들에게도 모범을 보이기로 했다. 집 근처 양재천변에서 5km 새벽 달리기를 시작했다. ○ 중년의 위기 느껴 운동 시작 안 교수가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첫째,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둘째,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셋째, 짧은 시간을 투자해도 효과가 크다. 쉽지는 않았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제대로 달리지도 못했다. 목표인 5km는 고사하고 고작 500m를 달렸는데 에너지가 고갈됐다. 나머지 4.5km는 걸었다. 그러다 보니 운동을 끝내기까지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일단 걷기부터 익숙해지자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걸었더니 조금은 편해지는 듯했다. 다시 달리기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5km를 오롯이 달리는 데는 실패했다. 2개월 동안 이런 도전과 실패가 반복됐다. 그러다 마침내 5km 거리를 쉬지 않고 30분 만에 뛰는 데 성공했다. 일단 성공하자 달리는 데 속도가 붙었다. 4개월이 더 지나자 시간이 20분으로 단축됐다. 1년 정도 꾸준히 새벽 달리기를 한 결과 건강 지표는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효과를 톡톡히 봤으니 운동에 흥미가 생겼다. 이후로도 안 교수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양재천변에서 새벽 달리기를 했다. 가급적 매일 달리는 게 목표였지만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날 회식이 있었거나 이른 아침 회의가 잡혀 있을 때면 달릴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많아야 1주일에 3, 4회 달린다. 새벽 달리기를 시작하고 2, 3년 정도 흘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도 좋아졌는데…. 못 하는 날이 아쉽다.’ ○“운동 총량의 법칙을 실천하다” 안 교수는 자신만의 운동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른바 ‘하루의 운동 총량’을 맞추는 방식이다. 새벽 달리기를 못 하면 다른 운동을 대신 하거나 활동량을 늘려 하루 운동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날씨가 너무 나빠 새벽 달리기를 못 할 경우에 대비해 집 안에 실내 자전거를 들여놓았다. 달리지 못하면 30분 동안 비슷한 강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아침 일찍 회의가 잡혀 있어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를 모두 못 할 수 있다. 이런 날에는 의도적으로 많이 움직인다. 우선 출근하기 전에 스쾃 20회, 다리를 수평으로 들어올려 앞뒤로 진자처럼 흔들기 20회를 이어서 한다. 두 동작을 2세트씩 하고 스트레칭까지 하는 데 약 4, 5분이 소요된다. 이런 날에는 병원에서도 시간을 쪼개 운동한다. 야외로 나가 줄넘기를 하면 봄날의 졸린 기운도 사라진다. 병원 내 직원용 헬스 시설에서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도 한다. 안 교수는 “운동 총량의 법칙이라고 해서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틈나는 대로 운동 시간을 확보해 운동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틈새 운동’으로 지금은 습관이 됐단다. 평소 엘리베이터를 타는 대신 계단을 오르고, 수술이 끝난 뒤 다음 환자의 수술을 시작하기 전 대기실에서 스쾃이나 스트레칭을 한다. 해외 학회에 참가할 때도 짬을 내 스쾃과 다리 들어올리기 운동을 한다.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달린다. ○탄수화물 줄인 소식(小食) 시도 운동만큼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안 교수는 “과식하지 말고 소식하자”고 늘 마음을 다잡는다. 일단 아침과 점심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아침에는 탄수화물을 가급적 먹지 않는다. 계란과 콩을 발효시킨 음식이 주 메뉴다. 조촐한 아침 식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 아침 공복 때가 축적된 지방을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몸 안에 쌓인 지방을 꺼내 쓰기보다는 당장 먹은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점심 식사는 수술이 잡혀 있으면 김밥 반 줄과 우유 한 잔으로 대체한다. 외래 진료가 있을 때는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는다. 문제는 저녁 식사다. 회식이나 학회 모임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양을 줄여 먹으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식사량이 늘어난다. 술이라도 마시면 다음 날 해장국이 당길 때도 많다. 해장국은 대체로 열량이 높다. 이 모든 유혹을 넘기기 위해 안 교수는 스스로에게 “과식하지 말고 소식하자”고 다짐한다. 이러다 보면 실제로 회식에서 두 번 젓가락을 놀릴 것을 한 번으로 줄이게 된다. 해장국의 유혹이 강하면 운동량을 늘린다. 땀으로 염분을 내보내고 열량을 소비함으로써 해장하는 셈이다. 안 교수는 “식사량을 단번에 줄이기보다는 서서히 줄이는 쪽을 택했다”면서도 “식이요법도 중요하지만 중년 이후 건강을 유지하려면 열량을 소모하고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목표 높게 잡아 차근차근 달성… 다양한 종목 찾아내고 작은 것이라도 실천을‘하루치 운동량’ 확보하려면하루에 일정 시간 운동하는 것만큼 건강 증진 효과가 큰 방법은 없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안수민 교수는 ‘운동 총량’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어떻게든 하루에 필요한 운동과 활동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교수는 운동 종목과 목표를 정하라고 했다. 운동 종목은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하며 목표는 가급적 크게 잡는 게 좋단다. 가령 매일 5km를 15분 이내에 주파하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500m 정도는 걷게 된다. 그는 “목표가 커야 실패할 때 깨지는 조각도 큰 법”이라고 했다. 둘째, 처음에 설정했던 목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목표를 당장 달성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가지면 안 된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달성하자. 물론 처음에는 앓아누울 정도로 몸 이곳저곳이 쑤실 수도 있고, ‘이걸 꼭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하면 된다. 안 교수는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셋째, 주로 하는 운동을 하지 못할 때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법을 많이 찾아두고 실제로 실천해야 한다. 안 교수의 경우 새벽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날에는 반드시 스쾃과 다리 들어올리기를 한다. 넷째, 일상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건강법을 찾아 실천한다. 가령 3개 층 이내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밥 한 숟가락 덜어 먹기 등이 그런 것이다. 이런 일을 이뤄냈을 때마다 한 번씩 자신을 칭찬하자. 사소한 성취감이 쌓이면 이런 활동이 좋은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40대로 접어들면서 건강에 적신호가 켜지는 이들이 많다. 의사도 예외가 아니다. 환자를 치료하면서도 빠듯한 일정 때문에 정작 자신은 돌보지 못하는 의사가 적잖다. 안수민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외과 교수(54)도 그랬다. 안 교수는 이 병원 비만대사클리닉에서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 치료도 담당한다. 환자들에게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강조했지만 자신은 실천하지 못했다. 8년 전 40대 중반에 들어서자 위기가 시작됐다. 건강검진 결과 간수치,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이 모두 높게 나타났다. 당장 큰 병에 걸릴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정신이 번쩍 들었다. 동료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들은 “지금이라도 관리를 제대로 하면 정상 수치로 돌릴 수 있다”며 운동을 권했다. 그제야 환자들에게 운동을 권하면서 정작 자신은 챙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강도 되찾고 환자들에게도 모범을 보이기로 했다. 집 근처 양재천변에서 5㎞ 새벽 달리기를 시작했다. ● 중년의 위기 느껴 운동 시작안 교수가 달리기를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첫째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둘째,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운동이다. 셋째, 짧은 시간을 투자해도 효과가 크다. 쉽지는 않았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첫날부터 삐걱거렸다. 제대로 달리지도 못했다. 목표인 5㎞는 고사하고 고작 500m를 달렸는데 에너지가 고갈됐다. 나머지 4.5㎞는 걸었다. 그러다보니 운동을 끝내기까지 1시간 가까이 걸렸다. 지치고 힘들었지만 포기하지는 않았다. 일단 걷기부터 익숙해지자고 생각했다. 며칠 동안 걸었더니 조금은 편해지는 듯했다. 다시 달리기에 도전했다. 이번에도 5㎞을 오롯이 달리는 데는 실패했다. 2개월 동안 이런 도전과 실패가 반복됐다. 그러다 마침내 5㎞ 거리를 쉬지 않고 30분 만에 뛰는 데 성공했다. 일단 성공하자 달리는데 속도가 붙었다. 4개월이 더 지나자 시간이 20분으로 단축됐다. 1년 정도 꾸준히 새벽 달리기를 한 결과 건강 지표는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효과를 톡톡히 봤으니 운동에 흥미가 생겼다. 이후로도 안 교수는 오전 5시에 일어나 양재천변에서 새벽 달리기를 했다. 가급적 매일 달리는 게 목표였지만 달성하기는 쉽지 않았다. 전날 회식이 있었거나 이른 아침 회의가 잡혀 있을 때면 달릴 여유가 없다. 이 때문에 많아야 1주일에 3,4회 달린다. 새벽 달리기를 시작하고 2,3년 정도 흘렀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도 좋아졌는데…. 못하는 날이 아쉽다.’ ● “운동 총량의 법칙을 실천하다”안 교수는 자신만의 운동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른바 ‘하루의 운동 총량’을 맞추는 방식이다. 새벽 달리기를 못하면 다른 운동을 대신 하거나 활동량을 늘려 하루 운동량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날씨가 너무 나빠 새벽 달리기를 못할 경우에 대비해 집안에 실내 자전거를 들여놓았다. 달리지 못하면 30분 동안 비슷한 강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아침 일찍 회의가 잡혀 있어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를 모두 못할 수 있다. 이런 날에는 의도적으로 많이 움직인다. 우선 출근하기 전에 스쾃 20회, 다리를 수평으로 들어올려 앞뒤로 진자처럼 흔들기 20회를 이어서 한다. 두 동작을 2세트씩 하고 스트레칭까지 하는데 약 4,5분이 소요된다. 이런 날에는 병원에서도 시간을 쪼개 운동한다. 야외로 나가 줄넘기를 하면 봄날의 졸린 기운도 사라진다. 병원 내 직원용 헬스 시설에서 달리기나 자전거 타기도 한다. 안 교수는 “운동 총량의 법칙이라고 해서 거창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틈나는 대로 운동 시간을 확보해 운동량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틈새 운동’으로 지금은 습관이 됐단다. 평소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오르고, 수술이 끝난 뒤 다음 환자의 수술을 시작하기 전 대기실에서 스쾃이나 스트레칭을 한다. 해외 학회에 참가할 때도 짬을 내 스쾃과 다리 들어올리기 운동을 한다. 달릴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달린다. ● 탄수화물 줄인 소식(小食) 시도운동만큼 식이요법도 중요하다. 안 교수는 “과식하지 말고 소식하자”고 늘 마음을 다잡는다. 일단 아침과 점심 식사량을 많이 줄였다. 아침에는 탄수화물을 가급적 먹지 않는다. 계란과 콩을 발효시킨 음식이 주 메뉴다. 조촐한 아침 식사를 하는 이유가 있다. 아침 공복 때가 축적된 지방을 소모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때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몸 안에 쌓인 지방을 꺼내 쓰기보다는 당장 먹은 탄수화물을 에너지원으로 쓴다. 점심 식사는 수술이 잡혀 있으면 김밥 반줄과 우유 한 잔으로 대체한다. 외래 진료가 있을 때는 샌드위치와 우유를 먹는다. 문제는 저녁 식사다. 회식이나 학회 모임이 없는 날에는 집에서 양을 줄여 먹으면 된다. 하지만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식사량이 늘어난다. 술이라도 마시면 다음날 해장국이 당길 때도 많다. 해장국은 대체로 열량이 높다. 이 모든 유혹을 넘기기 위해 안 교수는 스스로에게 “과식하지 말고 소식하자”고 다짐한다. 이러다보면 실제로 회식에서 두 번 젓가락을 놀릴 것을 한 번으로 줄이게 된다. 해장국의 유혹이 강하면 운동량을 늘린다. 땀으로 염분을 내보내고 열량을 소비함으로써 해장하는 셈이다. 안 교수는 “식사량을 단번에 줄이기보다는 서서히 줄이는 쪽을 택했다”면서도 “식이요법도 중요하지만 중년 이후 건강을 유지하려면 열량을 소모하고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이 중요하다는 얘기다.하루에 일정 시간 운동하는 것만큼 건강 증진 효과가 큰 방법은 없다. 하지만 바쁜 현대인들에게는 달성하기 힘든 목표다. 안수민 교수는 ‘운동 총량’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어떻게든 하루에 필요한 운동과 활동을 확보하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교수는 운동 종목과 목표를 정하라고 했다. 운동 종목은 언제든지 시도할 수 있은 것이어야 하며 목표는 가급적 크게 잡는 게 좋단다. 가령 매일 5㎞를 15분 이내에 주파하겠다는 식으로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다. 이 경우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500m 정도는 걷게 된다. 그는 “목표가 커야 실패할 때 깨지는 조각도 큰 법”이라고 했다. 둘째, 처음에 설정했던 목표를 유지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목표를 당장 달성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가지면 안 된다. 시간을 두고 서서히 달성하자. 물론 처음에는 앓아누울 정도로 몸 이곳저곳이 쑤실 수도 있고, ‘이걸 꼭 해야 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다시 도전하면 된다. 안 교수는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고 성취감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셋째, 주로 하는 운동을 하지 못할 때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운동법을 많이 찾아두고 실제로 실천해야 한다. 안 교수의 경우 새벽 달리기를 하지 못하는 날에는 반드시 스쾃과 다리 들어올리기를 한다. 이처럼 각자 상황에 맞춰 실천할 수 있는 운동 종목을 찾으라는 뜻이다. 넷째, 일상 생활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소소한 건강법을 찾아 실천한다. 가령 3개 층 이내 엘리베이터 타지 않기, 밥 한 숟가락 덜어 먹기 등이 그런 것이다. 이런 일을 이뤄냈을 때마다 한번씩 자신을 칭찬하자. 사소한 성취감이 쌓이면 이런 활동이 좋은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년 전 40대 중반 여성 진미선(가명) 씨가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찾았다. 진 씨는 한 달 동안 오른쪽 귀의 이명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썼지만 효과가 없어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오른쪽 귀의 청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명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난청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진 씨가 박 교수를 찾은 건 이 때문이었다. 박 교수는 이 분야에서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 1999년 국내 처음으로 이명클리닉을 개설했으며 2012년에는 대한이과학회 산하에 이명 연구 분과를 개설해 분과장을 맡기도 했다. 이명과 난청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논문도 여럿 발표했다. 박 교수의 진단 결과도 같았다. “난청이 원인이 돼 이명이 나타났다.” 박 교수에 따르면 많은 난청 환자들이 진 씨처럼 이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왔다가 난청을 발견한다. 이명은 중년 이후에 발생하는 노화성 난청의 경고 신호인 셈이다. 보통 난청 증세가 나타나고 48시간 이내에만 치료를 받으면 떨어진 청력의 90%는 되살릴 수 있다. 이명이 나타난 순간 병원을 찾는다면 난청 치료도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명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바람에 병을 키운 뒤 병원을 찾는다.○“노화에 따른 난청부터 이해해야” 이처럼 이명과 난청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노화성 난청에 대해 알아두는 게 좋다. 귀는 크게 외이(바깥 귀), 중이(가운데 귀), 내이(속 귀)로 나눈다. 이 가운데 외이나 중이에 이상이 생긴 난청을 ‘전음성 난청’,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이 있는 내이가 제 기능을 못 해 생긴 난청을 ‘감각신경성 난청’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가 섞인 난청은 혼합성 난청이다. 중년 이후에 생기는 난청은 주로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주로 노화로 청각 기관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서 생긴다. 이 밖에 만성질환이나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이 돼 난청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지나치게 큰 소음에 자주 노출됐을 때도 발생한다. 청력은 한꺼번에 손실되지 않는다. 대체로 처음에는 높은 주파수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점점 낮은 주파수대까지 들리지 않는다. 일부 주파수대를 빼면 대체로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에 자신이 난청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말이 안 들리면 단지 잘못 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뭐라고?”라며 되묻는 일이 잦아진다면 난청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되물음이 난청의 대표적 전조 증상이다. 여기에 이명까지 시작됐다면 난청 치료를 빨리 받아야 한다. 난청은 치매 위험도 높인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 연구팀은 70대 노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난청과 인지 기능의 상관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정상 청력에 비해 난청인 노인의 인지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640여 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도 난청 환자가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은 청력 손실에 대한 경고 신호” 이명은 난청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신호다. 사실 이명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만큼 흔하다. 귓속 혹은 머릿속이 울리는 현상이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을 가해서 생기는 소리가 아니다. 뇌가 만들어낸다. 청력에 문제가 없어도 발생할 수 있다. 조용한 공간에 혼자 있을 때도 이명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발생 횟수가 적고, 5분 이내로 끝난다. 이런 이명은 의학적으로 질병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5분 이상 이명이 지속된다면 하루에 1회만 나타나더라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 3개월 이내에 이런 이명이 나타났다면 ‘급성 이명’으로 진단한다. 이명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력 손실이다. 청력이 떨어지면 난청이 시작된다. 바로 이때 특정 음역대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게 되면서 뇌의 ‘이명 회로’가 작동한다. 박 교수는 “이명 자체가 청력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이명은 난청 치료를 빨리 하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귀 마사지를 비롯해 이명 개선에 좋다고 알려진 방법들은 의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 같은 경험이 뇌 안에 잠재해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이명 회로’가 작동하면서 이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명 환자가 부쩍 늘어난 게 이런 이유에서다. ○“이명 자가 진단, 이렇게 하라” 이명은 난청의 전조 증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병이다.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같은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을 동반할 때가 많다. 따라서 청력 회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명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이명의 종류부터 알아둬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명이라고 하면 ‘삐∼’ 하는 소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명 소리는 음역대별로 다르다. ‘삐∼’는 주로 높은 음역대에서 청력이 떨어지거나 소음성 난청이 동반됐을 때 나는 소리다. 청력을 잃는 음역 구간이 높기 때문에 높은 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반대로 낮은 음역대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명 소리는 ‘웅∼’ 하는 식의 낮은 음이 반복된다. 흔히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혹은 엔진이 부릉대는 소리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경우 귀가 먹먹한 느낌도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음역대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청력이 떨어지면 이명 소리는 ‘쏴∼’ ‘쉬∼’ 하는 소리로 들린다. 근육 이상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이명의 경우에는 소리가 또 달라진다. 이때는 ‘딱딱’ ‘두두둑’ ‘지지직’ 등의 소리가 난다. 혈관 질환이 원인이 돼 이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는 또 ‘욱욱욱’ ‘쉭쉭쉭’ 하는 소리가 난다. 개방성 이관 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숨소리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고통을 호소한다. 또한 귀가 먹먹한 느낌을 자주 호소한다. 악기-기계 등 고음노출 줄이고 귀를 면봉-귀이개로 후비지 말아야난청 예방법박시내 교수는 이명과 난청에 대비하려면 우선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박 교수의 환자 중에는 악기 연주자나 음악 작업을 하는 프로듀서, 사격 선수가 있다. 소음에 항상 노출돼 있는 직업이다. 그는 “진료실에서 보면 사람의 고음보다는 기계나 악기에 의한 고음에 노출된 사람들이 난청과 이명에 더 잘 노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히 날카로운 기계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어폰이나 헤드폰 사용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 둘째, 평소에 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를 후비는 것이다. 이 경우 귀지를 꺼내기보다는 외이염이나 중이염이 생길 우려가 크다. 게다가 귀지가 안쪽으로 더 밀려들어갈 수 있다. 귀지는 저절로 밖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셋째, 난청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하는 게 좋다. 또한 소염제, 항생제, 항암제 등 난청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투입했을 경우 사후 모니터링을 하는 게 좋다. 넷째, 치료는 가급적 빠를수록 좋다. 이미 늦었다고 해서 포기하면 더 큰 청력 손실로 이어진다. 이명과 난청은 원인에 맞춰 치료 가능하다. 심지어 청력을 거의 잃어도 ‘인공와우’ 수술 등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 이명 및 난청 예방법1. 날카로운 기계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한다.2. 이어폰이나 헤드폰 사용은 줄인다.3.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를 후비지 않는다.4. 정기적으로 청력 검사를 받는다.5. 난청 발생에 영향 주는 약물 복용 후 변화를 관찰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2년 전 40대 중반 여성 진미선(가명) 씨가 박시내 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찾았다. 진 씨는 한 달 동안 오른쪽 귀의 이명 때문에 큰 고통을 겪었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썼지만 효과가 없어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오른쪽 귀의 청력이 떨어졌다고 했다. 이명 때문에 병원에 갔다가 난청 진단을 받은 것이다. 진 씨가 박 교수를 찾은 건 이 때문이었다. 박 교수는 이 분야에서 이름이 꽤 알려져 있다. 1999년 국내 처음으로 이명클리닉을 개설했으며 2012년에는 대한이과학회 산하에 이명 연구 분과를 개설해 분과장을 맡기도 했다. 이명과 난청 분야에서 굵직굵직한 논문도 여럿 발표했다. 박 교수의 진단 결과도 같았다. “난청이 원인이 돼 이명이 나타났다.” 박 교수에 따르면 많은 난청 환자들이 진 씨처럼 이명 치료를 위해 병원에 왔다가 난청을 발견한다. 이명은 중년 이후에 발생하는 노화성 난청의 경고 신호인 셈이다. 보통 난청 증세가 나타나고 48시간 이내에만 치료를 받으면 떨어진 청력의 90%는 되살릴 수 있다. 이명이 나타난 순간 병원을 찾는다면 난청 치료도 수월해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명을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바람에 병을 키운 뒤 병원을 찾는다.● “노화에 따른 난청부터 이해해야”이처럼 이명과 난청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중년 이후에 나타나는 노화성 난청에 대해 알아두는 게 좋다. 귀는 크게 외이(바깥 귀), 중이(가운데 귀), 내이(속 귀)로 나눈다. 이 가운데 외이나 중이에 이상이 생긴 난청을 ‘전음성 난청’, 달팽이관이나 청신경이 있는 내이가 제 기능을 못 해 생긴 난청을 ‘감각신경성 난청’이라고 한다. 이 두 가지가 섞인 난청은 혼합성 난청이다. 중년 이후에 생기는 난청은 주로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주로 노화로 청각 기관의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면서 생긴다. 이 밖에 만성질환이나 유전적 요인 등이 원인이 돼 난청이 생길 수도 있다. 때로는 지나치게 큰 소음에 자주 노출됐을 때도 발생한다. 청력은 한꺼번에 손실되지 않는다. 대체로 처음에는 높은 주파수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다가 점점 낮은 주파수대까지 들리지 않는다. 일부 주파수대를 빼면 대체로 소리가 잘 들리기 때문에 자신이 난청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말이 안 들리면 단지 잘못 들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뭐라고?”라며 되묻는 일이 잦아진다면 난청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 되물음이 난청의 대표적 전조 증상이다. 여기에 이명까지 시작됐다면 난청 치료를 빨리 받아야 한다. 난청은 치매 위험도 높인다. 최근 미국 존스홉킨스대 병원 연구팀은 70대 노인 3000여 명을 대상으로 6년 동안 난청과 인지 기능의 상관 관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정상 청력에 비해 난청인 노인의 인지 기능이 크게 떨어졌다. 640여 명을 12년간 추적 조사한 또 다른 연구에서는 고도 난청 환자가 정상 청력을 가진 사람에 비해 치매 발병률이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이명은 청력 손실에 대한 경고 신호”이명은 난청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신호다. 사실 이명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만큼 흔하다. 귓속 혹은 머릿속이 울리는 현상이다. 외부에서 어떤 자극을 가해서 생기는 소리가 아니다. 뇌가 만들어낸다. 청력에 문제가 없어도 발생할 수 있다. 조용한 공간에 혼자 있을 때도 이명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발생 횟수가 적고, 5분 이내로 끝난다. 이런 이명은 의학적으로 질병에 속하지 않는다. 다만 5분 이상 이명이 지속된다면 하루에 1회만 나타나더라도 병원에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최근 3개월 이내에 이런 이명이 나타났다면 ‘급성 이명’으로 진단한다. 이명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청력 손실이다. 청력이 떨어지면 난청이 시작된다. 바로 이때 특정 음역대의 소리를 알아들을 수 없게 되면서 뇌의 ‘이명 회로’가 작동한다. 박 교수는 “이명 자체가 청력을 악화시키지는 않는다. 이명은 난청 치료를 빨리 하라는 신호”라고 말했다. 그는 “귀 마사지를 비롯해 이명 개선에 좋다고 알려진 방법들은 의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병원에서 정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스트레스나 정신적 충격 같은 경험이 뇌 안에 잠재해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이명 회로’가 작동하면서 이명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스트레스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명 환자가 부쩍 늘어난 게 이런 이유에서다. ● “이명 자가 진단, 이렇게 하라”이명은 난청의 전조 증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병이다. 우울증, 불안증, 불면증 같은 정신건강의학과적 질환을 동반할 때가 많다. 따라서 청력 회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이명 자체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이명의 종류부터 알아둬야 한다. 일반적으로 이명이라고 하면 ‘삐~’ 하는 소리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명 소리는 음역대별로 다르다. ‘삐~’는 주로 높은 음역대에서 청력이 떨어지거나 소음성 난청이 동반됐을 때 나는 소리다. 청력을 잃는 음역 구간이 높기 때문에 높은 음의 소리를 듣는 것이다. 반대로 낮은 음역대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이명 소리는 ‘웅~’ 하는 식의 낮은 음이 반복된다. 흔히 냉장고 돌아가는 소리 혹은 엔진이 부릉대는 소리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 경우 귀가 먹먹한 느낌도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음역대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청력이 떨어지면 이명 소리는 ‘쏴~’ ‘쉬~’ 하는 소리로 들린다. 근육 이상이 원인이 돼 발생하는 이명의 경우에는 소리가 또 달라진다. 이때는 ‘딱딱’ ‘두두둑’ ‘지지직’ 등의 소리가 난다. 혈관 질환이 원인이 돼 이명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때는 또 ‘욱욱욱’ ‘쉭쉭쉭’ 하는 소리가 난다. 개방성 이관 환자의 경우에는 자신의 숨소리나 목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 고통을 호소한다. 또한 귀가 먹먹한 느낌을 자주 호소한다.이명과 난청 대비하려면… 박시내 교수는 이명과 난청에 대비하려면 우선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실제로 박 교수의 환자 중에는 악기 연주자나 음악 작업을 하는 프로듀서, 사격 선수가 있다. 소음에 항상 노출돼 있는 직업이다. 그는 “진료실에서 보면 사람의 고음보다는 기계나 악기에 의한 고음에 노출된 사람들이 난청과 이명에 더 잘 노출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따라서 특히 날카로운 기계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이어폰이나 헤드폰 사용은 가급적 줄여야 한다. 둘째, 평소에 귀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한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면봉이나 귀이개로 귀를 후비는 것이다. 이 경우 귀지를 꺼내기보다는 외이염이나 중이염이 생길 우려가 크다. 게다가 귀지가 안쪽으로 더 밀려들어갈 수 있다. 귀지는 저절로 밖으로 빠져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셋째, 난청 조기 진단을 위해 정기적으로 청력검사를 하는 게 좋다. 또한 소염제, 항생제, 항암제 등 난청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을 투입했을 경우 사후 모니터링을 하는 게 좋다. 넷째, 치료는 가급적 빠를수록 좋다. 이미 늦었다고 해서 포기하면 더 큰 청력 손실로 이어진다. 이명과 난청은 원인에 맞춰 치료 가능하다. 심지어 청력을 거의 잃어도 ‘인공와우’ 수술 등을 통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억지로 운동해도 건강 증진 효과가 있을까. 몇 년 전 외국의 한 대학 연구 결과 이 경우 다이어트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못해 운동하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더 많이 분비되면서 체중 감량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운동도 심폐 기능을 개선시키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니 운동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훨씬 낫다. 다만 일단 지루함을 느끼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부분 중도 포기하고 만다. 해법 중 하나가 ‘취미처럼 운동하기’다. 정말 좋아하는 취미라면 말려도 하고 싶다. 만약 운동이 그런 취미 중 하나라면 중도 포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시간만 나면 그 운동을 하고 싶어진다. 최재웅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39)에겐 탁구가 그런 취미이자 운동이다. 최 교수는 2004년 처음으로 탁구 레슨을 받았다. 그로부터 18년째 그는 ‘탁구 동호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 18년째 탁구 사랑, 지역대회 우승도 최 교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탁구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탁구를 즐긴 덕분에 탁구장에도 자주 갔다. 또래 아이들보다는 탁구 실력이 꽤 좋은 편이었다. 입시 공부 때문에 중고교 때는 잠시 탁구장 출입을 줄였다. 대학에 입학한 뒤 다시 탁구장에 다녔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연습 시간을 늘리려 하지는 않았다. 의대 선배 중 한 명과 탁구를 했는데,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느꼈다. 그 선배는 1년 정도 강사에게 탁구를 배웠다고 했다. 2004년 최 교수는 처음으로 탁구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평균 1주일에 2회씩 탁구장에서 3시간 정도 머물렀다. 15분 정도 레슨을 받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동호회 회원들과 번갈아가며 경기를 즐겼다. 1회 경기에 드는 시간은 평균 20분. 운동이 끝나면 기진맥진한 상태가 됐다. 사실 레슨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2∼3분 만에 숨이 가빠오고 목이 말랐다. 탁구대 위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3∼5분마다 30초 정도씩 쉬어야 했다. 최 교수는 “3∼5분 내내 100m 전력 질주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토록 탁구를 좋아했지만 인턴과 레지던트 때는 거의 탁구채를 들지 못했다. 운동할 여유가 전혀 없었다. 식사 때를 놓쳐 야식을 많이 먹었다. 체중은 10kg 가까이 불어났다. 몸은 극도로 피곤해졌고, 스스로 느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이후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탁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 지역 탁구 동호회에 가입한 뒤 주말마다 ‘맹훈련’을 했다. 덕분에 얼마 후 지역 아마추어 탁구대회에서 8강에 올랐다. 전역하기 직전에는 단식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 교수는 “탁구로 따낸 첫 트로피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웃었다. ○“취미가 운동이 될 때 가장 좋아” 탁구는 유산소 운동이자 전신 운동이다. 팔다리뿐 아니라 몸통의 코어 근육까지 골고루 사용한다. 특히 기마 자세를 유지하다가 공이 넘어오면 무게 중심을 재빨리 옮기며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하체 근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상대방과 신체 접촉이 거의 없어 충돌로 인한 부상이나 사고 우려도 적다. 이런 장점 때문에 최 교수가 탁구를 택한 건 아니다. 최 교수는 재미를 얻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탁구를 한다. 건강 증진 효과는 덤으로 얻는 거란다. 사실 최 교수는 운동하는 걸 꽤 좋아한다. 수영은 지금도 잘하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꺼린다. 전임의, 초임 교수 시절에 업무량이 많아 건강관리 필요성을 절감했던 때가 있었다. 병원 내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거의 가지 않았다. 업무를 뒤로 미뤄두면서까지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최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건강에 좋은 건 알지만 즐겁지 않았다”며 “그런 운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좋은 운동이라 해도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지속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취미 활동과 건강을 위한 운동이 동일하다면 가장 좋다는 뜻이다. 그래야 건강관리도 제대로 되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최 교수는 저녁 탁구 약속이 잡혀 있는 날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단다. ○“나이 더 들면 운동량 늘려야 할 듯” 탁구장에서 최 교수는 이른바 ‘탁구장 고수(高手)’로 통한다. 때로는 다른 탁구장으로 ‘원정 경기’를 가 그곳 탁구장 고수와 경기를 한다. 이런 식으로 매주 평균 2, 3회는 단골 탁구장에서 2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운동한다. 수술이 일찍 끝나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추가로 탁구장에 간다. 다만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탁구장에 가지 않는다. 이 정도만으로 건강 증진 효과가 있을까. 50대 이후라면 매주 3회 가까이 2시간씩 운동하는 셈이니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40대로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게 최 교수의 솔직한 생각이다. 최 교수는 “현재 업무량이나 여러 조건을 감안했을 때 획기적으로 늘릴 수는 없겠지만 차차 운동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식사 조절 필요성도 많이 느끼고 있다. 수술도 많고 야간 응급 상황에 대처하다 보면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식사도 불규칙해진다. 게다가 야식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최 교수는 “야식을 줄이고 식사 조절을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실력 비슷한 초보와 석달은 느긋하게 배워야… 운동전 스트레칭-무릎 보호대는 필수50代이후 탁구 배우려면 50대 이후에 건강관리 목적으로 탁구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재웅 교수는 “동호회 회원 중에 환갑을 넘기신 분도 많다”며 “제 아버지도 60대 후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인 2020년 초까지 탁구로 건강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다만 탁구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는 꼭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탁구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으면 2, 3개월은 계속 하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기본기를 익히고 탁구장 동호회에 적응하려면 최소한 2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 만에 섣불리 ‘이건 나와 안 맞아’라고 판단해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처음부터 3개월 동안 충분히 배우겠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게다가 초보일 때에는 빨리 배우려고 욕심을 내다가 부상이 발생하거나 쉽게 싫증을 느껴 관둘 수도 있다. 느긋하게 배우도록 하자. 둘째, 배우자 혹은 지인, 자식과 함께 배우는 게 좋다. 실력 차이가 있는 동호회 회원들과의 경기가 당장은 어려운 만큼 함께 가는 동료가 있다면 더 오랜 시간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다. 최 교수는 “실제로 혼자 탁구를 배우러 왔다가 겸연쩍어 포기하는 사람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셋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또한 무릎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탁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운동이다. 그만큼 팔과 무릎 관절에도 무리가 간다. 평소 관절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줘야 하고 보호대는 꼭 착용하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억지로 운동해도 건강 증진 효과가 있을까. 몇 년 전 외국의 한 대학 연구 결과 이 경우 다이어트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지못해 운동하게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더 많이 분비되면서 체중 감량을 방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운동도 심폐 기능을 개선시키는 데는 도움이 된다. 그러니 운동은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훨씬 낫다. 다만 일단 지루함을 느끼면 지속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면 대부분 중도 포기하고 만다. 해법 중 하나가 ‘취미처럼 운동하기’다. 정말 좋아하는 취미라면 말려도 하고 싶다. 만약 운동이 그런 취미 중 하나라면 중도 포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시간만 나면 그 운동을 하고 싶어진다. 최재웅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39)에겐 탁구가 그런 취미이자 운동이다. 최 교수는 2004년 처음으로 탁구 레슨을 받았다. 그로부터 18년째 그는 ‘탁구 동호인’으로 살아가고 있다. ● 18년째 탁구 사랑, 지역대회 우승도최 교수는 초등학생 때부터 탁구를 좋아했다. 아버지가 탁구를 즐긴 덕분에 탁구장에도 자주 갔다. 또래 아이들보다는 탁구 실력이 꽤 좋은 편이었다. 입시 공부 때문에 중고교 때는 잠시 탁구장 출입을 줄였다. 대학에 입학한 뒤 다시 탁구장에 다녔다. 다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거나 연습 시간을 늘리려 하지는 않았다. 의대 선배 중 한 명과 탁구를 했는데, 압도적인 실력 차이를 느꼈다. 그 선배는 1년 정도 강사에게 탁구를 배웠다고 했다. 2004년 최 교수는 처음으로 탁구 레슨을 받기 시작했다. 평균 1주일에 2회씩 탁구장에서 3시간 정도 머물렀다. 15분 정도 레슨을 받았고, 나머지 시간에는 동호회 회원들과 번갈아가며 시합을 즐겼다. 1회 시합에 드는 시간은 평균 20분. 운동이 끝나면 기진맥진 상태가 됐다. 사실 레슨을 받을 때가 가장 힘들었다. 2~3분 만에 숨이 가빠오고 목이 말랐다. 탁구대 위로는 땀이 뚝뚝 떨어졌다. 3~5분마다 30초 정도씩 쉬어야 했다. 최 교수는 “3~5분 내내 100m 전력 질주를 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그토록 탁구를 좋아했지만 인턴과 레지던트 때는 거의 탁구채를 들지 못했다. 운동할 여유는 전혀 없었다. 식사 때를 놓쳐 야식을 많이 먹었다. 체중은 10㎏ 가까이 불어났다. 몸은 극도로 피곤해졌고, 스스로 느낄 정도로 건강이 나빠졌다. 이후 군의관으로 복무하면서 탁구를 다시 시작했다. 그 지역 탁구장 동호회에 가입한 뒤 주말마다 ‘맹훈련’을 했다. 덕분에 얼마 후 지역 아마추어 탁구대회에서 8강에 올랐다. 전역하기 직전에는 단식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최 교수는 “탁구로 따낸 첫 트로피라 지금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며 웃었다. ● “취미가 운동이 될 때 가장 좋아”탁구는 유산소 운동이자 전신 운동이다. 팔다리뿐 아니라 몸통의 코어 근육까지 골고루 사용한다. 특히 기마 자세를 유지하다가 공이 넘어오면 무게 중심을 재빨리 옮기며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하체 근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상대방과 신체 접촉이 거의 없어 충돌로 인한 부상이나 사고 우려도 적다. 이런 장점 때문에 최 교수가 탁구를 택한 건 아니다. 최 교수는 재미를 얻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탁구를 한다. 건강 증진 효과는 덤으로 얻는 거란다. 사실 최 교수는 운동하는 걸 꽤 좋아한다. 수영은 지금도 잘하는 축에 속한다. 하지만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꺼린다. 전임의, 초임 교수 시절에 업무량이 많아 건강관리 필요성을 절감했던 때가 있었다. 병원 내 헬스클럽에 등록했지만 거의 가지 않았다. 업무를 뒤로 미뤄두면서까지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이다. 최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건강에 좋은 건 알지만 즐겁지 않았다”며 “그런 운동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좋은 운동이라 해도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지 못한다면 지속적이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취미 활동과 건강을 위한 운동이 동일하다면 가장 좋다는 뜻이다. 그래야 건강관리도 제대로 되고 스트레스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최 교수는 저녁 탁구 약속이 잡혀 있는 날에는 하루 종일 기분이 좋단다. ● “나이 더 들면 운동량 늘려야 할 듯”탁구장에서 최 교수는 이른바 ‘탁구장 고수(高手)’로 통한다. 때로는 다른 탁구장으로 ‘원정 경기’를 가 그곳 탁구장 고수와 시합을 한다. 이런 식으로 매주 평균 2, 3회는 단골 탁구장에서 2시간 동안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운동한다. 수술이 일찍 끝나거나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는 추가로 탁구장에 간다. 다만 주말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탁구장에 가지 않는다. 이 정도만으로 건강 증진 효과가 있을까. 50대 이후라면 매주 3회 가까이 2시간씩 운동하는 셈이니 부족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40대로서는 조금 부족하다는 게 최 교수의 솔직한 생각이다. 최 교수는 “현재 업무량이나 여러 조건을 감안했을 때 획기적으로 늘릴 수는 없겠지만 차차 운동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식사 조절 필요성도 많이 느끼고 있다. 수술도 많고 야간 응급 상황에 대처하다 보면 병원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난다. 식사도 불규칙해진다. 게다가 야식도 많아진다. 이 때문에 건강에 무리가 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최 교수는 “야식을 줄이고 식사 조절을 곧 시작할 계획”이라고 했다. 50대 이후에 건강관리 목적으로 탁구를 해 보는 것은 어떨까. 최재웅 교수는 “동호회 회원 중에 환갑을 넘기신 분도 많다”며 “제 아버지도 60대 후반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기 전인 2020년 초까지 탁구로 건강을 관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다만 탁구를 시작하기 전에 몇 가지는 꼭 알아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탁구를 배우겠다고 마음먹었으면 2, 3개월은 계속 하겠다고 결심해야 한다. 기본기를 익히고 탁구장 동호회에 적응하려면 최소한 2개월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 달 만에 섣불리 ‘이건 나와 안 맞아’라고 판단해 포기하는 사례가 많은데, 처음부터 3개월 동안 충분히 배우겠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게다가 초보일 때에는 빨리 배우려고 욕심을 내다가 부상이 발생하거나 쉽게 싫증을 느껴 관둘 수도 있다. 느긋하게 배우도록 하자. 둘째, 배우자 혹은 지인, 자식과 함께 배우는 게 좋다. 실력 차이가 있는 동호회 회원들과의 시합이 당장은 어려운 만큼 함께 가는 동료가 있다면 더 오랜 시간을 즐기면서 배울 수 있다. 최 교수는 “실제로 혼자 탁구를 배우러 왔다가 겸연쩍어 포기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셋째,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또한 무릎 관절을 보호하기 위한 보호대를 착용해야 한다. 탁구는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운동이다. 그만큼 팔과 무릎 관절에도 무리가 간다. 평소 관절 건강에 자신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충분히 몸을 풀어줘야 하고 보호대는 꼭 착용하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과 질환은 매년 외래 환자 수 1위다. 2020년에는 국민 10명 중 4명 이상(44.1%)이 치과를 다녀갔다. 치과 질환은 중년 이후 빠른 속도로 악화한다. 50대의 경우 2명 중 1명꼴로 잇몸 질환이 있다. 치과 질환이 생기면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증세가 있다. 우선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는다. 둘째, 잇몸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거나 얼룩덜룩해진다. 셋째, 염증이 더 진행되면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서 시린 증세가 나타난다. 넷째, 치아가 흔들리고 씹을 때 아프다. 이런 상황이라면 병이 진행된 것이므로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이때도 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의원 연세대 치대병원 부원장(치주과 교수)은 “치아와 잇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상한다”며 “그걸 방치하거나 참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대부분 치아-잇몸 악화한 뒤에야 병원 찾아” 50대 초반 강정기(가명) 씨는 ‘하루 3회 양치질’을 오랫동안 지켰다. 다만 술을 과하게 마신 날에는 양치질을 건너뛰고 잠을 자곤 했다. 가끔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날 때도 있었지만 곧 괜찮아져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강 씨가 40대 후반이던 7년 전 갑자기 오른쪽 어금니 주변이 붓기 시작했다. 음식을 씹을 수도 없었고, 말을 하기도 힘들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치과에 갔더니 의사가 “더 일찍 왔으면 치아를 살릴 수 있었는데 이 지경이 되도록 뭐했느냐”라고 타박했다. 결국 강 씨는 어금니 2개를 빼고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했다. 50대 중반 여성 이정임(가명) 씨는 더 심한 사례다. 이 씨는 5년 전 정 교수를 찾았다. 노끈도 끊을 만큼 강했던 치아가 갑자기 흔들리고 아팠다. 동네 치과 의원에서 치아를 뽑으라고 해 거부하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정 교수도 같은 처방을 내리자 그냥 돌아가 버렸다. 1년 후 이 씨가 다시 정 교수를 찾아왔다. 상태는 더 악화돼 있었다. 문제가 됐던 치아 주변 치아들까지 흔들리고 피가 났다. 결국 모든 어금니를 뽑아야만 했다. ○“치아에 음식 끼면 적신호 켜진 것” 중년 이후 발생하는 치과 질환에는 전조 증세가 있다. 정 교수는 “전조 증세는 치아와 잇몸을 관리하라는 신호”라고 했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 음식이 끼기 시작하는 게 대표적 전조 증세다. 치아와 잇몸 모두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30대 이전까지만 해도 치아와 치아는 빽빽하게 붙어 있다. 잇몸은 그 치아들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 치아는 많이 마모됐다. 잇몸에는 염증이 생기면서 치아들을 단단히 붙잡지 못한다. 이 때문에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가 벌어진다. 바로 그 틈에 음식이 더 잘 끼게 되는 것이다. 이쑤시개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빼내는 습관은 좋지 않다. 이쑤시개 자체가 소독된 기구가 아니다. 음식물만 콕 찍어 끄집어낸다면 괜찮지만 잇몸 부위를 쑤실 경우 2차 염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심지어 잇몸이 근질거린다며 이쑤시개로 쑤시는 사람도 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2차 염증, 잇몸 악화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쑤시개보다 치간 칫솔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음식이 잘 씹히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전조 증세 중 하나다. 50대라면 30년 이상 치아를 써왔기에 이미 치아가 상당히 마모됐다. 윗니와 아랫니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음식을 잘 씹을 수 있는데, 치아의 오돌토돌한 단면이 편평하게 변했기에 잘 씹히지 않는 것이다. 10번만 씹어도 될 것을 20∼30번 씹어야 하니 턱이 뻐근하고, 이를 악물었을 때 턱 주변으로 튀어나오는 근육 부위가 아플 수 있다. 이런 식의 근육통은 종종 편두통 형태로 나타난다. 원인 모를 편두통이 나타나면 그날따라 질긴 음식을 씹었는지 돌아보자. 오징어처럼 질겅질겅 씹어야 하는 음식은 삼가야 한다. ○“입이 마르기 시작하면 세심하게 관리해야” 중년 치과 질환의 또 다른 전조 증세가 있다. 입이 마르는 것이다. 입안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증세는 침이 덜 분비되면서 나타난다. 문제는 이 경우 입안에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데 있다. 더 잘 썩고 염증도 심해진다. 입안을 세척하겠다고 가글을 자주 하면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면서 수분까지 앗아갈 수 있다. 물을 더 많이 마시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특히 입안이 마를 수 있다. 이때 입에 물을 머금고 가글링을 하며 구석구석 세척한다. 그 물은 뱉는 게 좋다. 세균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간혹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 중에서 폐렴이나 기흉의 원인이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일 때가 있다. 입안을 헹군 물을 그대로 삼킨 게 원인일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라면 이 물은 반드시 뱉어야 한다. 이 밖에 입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거나 더 심해졌다면 이 또한 중년 치과 질환의 전조 증세로 볼 수 있다. 치간 칫솔 쓴후 안쪽부터 바깥으로… 자기전 양치 필수… 탄산음료 섭취땐 10분후 닦아야 치과 질환 막는 양치법치과 질환은 다른 질환과 달리 유전적·환경적 영향을 덜 받는다. 정의원 교수는 “특히 잇몸 질환의 90% 이상은 양치질만 완벽하게 해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완벽한 양치질’을 배워 보자. 첫째, 좁고 닦기 어려운 부위부터 양치질을 해야 한다. 별생각 없이 양치질을 할 때는 앞니처럼 노출돼 있고 닦기 쉬운 부위에만 칫솔이 간다. 제대로 하려면 양치질 순서를 정하는 게 좋다. 칫솔질이 어려운 아랫니 안쪽부터 닦는다. 오른손잡이면 오른쪽, 왼손잡이면 왼쪽 아랫니 안쪽에서 시작해 반대쪽으로 나아간다. 이어 윗니 안쪽→아랫니 바깥쪽→윗니 바깥쪽을 이어 닦는다. 시계를 보면서 각각 30초 이상 닦는다. 둘째, 치간 칫솔을 먼저 사용하고 이어 양치질을 한다. 정 교수는 “먼저 치간 칫솔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제거해야 칫솔이 치아 사이를 제대로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셋째, 양치질이 다 끝나면 혀로 치아 안쪽을 쭉 훑으면서 거친 부위, 울퉁불퉁한 부위가 있는지를 체크한다. 이런 부위가 있다면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치석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기에 다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 넷째, 양치질은 세끼 식사 후와 자기 전 총 4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자기 전의 양치질이다. 잠을 자는 동안 침 분비가 줄어들 뿐 아니라 입을 벌리고 자면 입안이 마르기 때문이다. 이때 입속 세균이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자기 전에 양치질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다섯째, 커피나 녹차, 와인처럼 타닌 성분이 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치아 착색을 막기 위해 즉각 양치질을 해야 한다. 반면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포도와 귤 같은 약산성 과일들은 음식 섭취 직후에 치아를 살짝 부식시켰다가 이후 몇 분에 걸쳐 정상을 회복한다. 이 경우에는 10분 정도 지난 후 양치질을 해야 치아 손상이 적다. 여섯째, 양치질 도중에 피가 나더라도 양치질을 중단하면 안 된다. 부드러운 칫솔로 여러 번 그 부위를 닦아야 한다. 그래도 피가 계속 난다면 치과에서 원인을 찾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과 질환은 매년 외래 환자 수 1위다. 2020년에는 국민 10명 중 4명 이상(44.1%)이 치과를 다녀갔다. 치과 질환은 중년 이후 빠른 속도로 악화한다. 50대의 경우 2명 중 1명꼴로 잇몸 질환이 있다. 치과 질환이 생기면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증세가 있다. 우선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는다. 둘째, 잇몸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거나 얼룩덜룩해진다. 셋째, 염증이 더 진행되면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서 시린 증세가 나타난다. 넷째, 치아가 흔들리고 씹을 때 아프다. 이런 상황이라면 병이 진행된 것이므로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이때도 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의원 연세대 치대병원 부원장(치주과 교수)은 “치아와 잇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상한다”며 “그걸 방치하거나 참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대부분 치아-잇몸 많이 악화한 뒤에야 병원 찾아” 50대 초반 강정기(가명) 씨는 ‘하루 3회 양치질’을 오랫동안 지켰다. 다만 술을 과하게 마신 날에는 양치질을 건너뛰고 잠을 자곤 했다. 가끔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날 때도 있었지만 곧 괜찮아져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강 씨가 40대 후반이던 7년 전 갑자기 오른쪽 어금니 주변이 붓기 시작했다. 음식을 씹을 수도 없었고, 말을 하기도 힘들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치과에 갔더니 의사가 “더 일찍 왔으면 치아를 살릴 수 있었는데 이 지경이 되도록 뭐했느냐”라고 타박했다. 결국 강 씨는 어금니 2개를 빼고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했다. 50대 중반 여성 이정임(가명) 씨는 더 심한 사례다. 이 씨는 5년 전 정 교수를 찾았다. 노끈도 끊을 만큼 강했던 치아가 갑자기 흔들리고 아팠다. 동네 치과 의원에서 치아를 뽑으라고 해 거부하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정 교수도 같은 처방을 내리자 그냥 돌아가 버렸다. 1년 후 이 씨가 다시 정 교수를 찾아왔다. 상태는 더 악화돼 있었다. 문제가 됐던 치아 주변 치아들까지 흔들리고 피가 났다. 결국 모든 어금니를 뽑아야만 했다. ● “치아에 음식 끼면 적신호 켜진 것”중년 이후 발생하는 치과 질환에는 전조 증세가 있다. 정 교수는 “전조 증세는 치아와 잇몸을 관리하라는 신호”라고 했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 음식이 끼기 시작하는 게 대표적 전조 증세다. 치아와 잇몸 모두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30대 이전까지만 해도 치아와 치아는 빽빽하게 붙어 있다. 잇몸은 그 치아들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 치아는 많이 마모됐다. 잇몸에는 염증이 생기면서 치아들을 단단히 붙잡지 못한다. 이 때문에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가 벌어진다. 바로 그 틈에 음식이 더 잘 끼게 되는 것이다. 이쑤시개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빼내는 습관은 좋지 않다. 이쑤시개 자체가 소독된 기구가 아니다. 음식물만 콕 찍어 끄집어낸다면 괜찮지만 잇몸 부위를 쑤실 경우 2차 염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심지어 잇몸이 근질거린다며 이쑤시개로 쑤시는 사람도 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2차 염증, 잇몸 악화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쑤시개보다 치간 칫솔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음식이 잘 씹히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전조 증세 중 하나다. 50대라면 30년 이상 치아를 써왔기에 이미 치아가 상당히 마모됐다. 윗니와 아랫니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음식을 잘 씹을 수 있는데, 치아의 오돌토돌한 단면이 편평하게 변했기에 잘 씹히지 않는 것이다. 10번만 씹어도 될 것을 20~30번 씹어야 하니 턱이 뻐근하고, 이를 악물었을 때 턱 주변으로 튀어나오는 근육 부위가 아플 수 있다. 이런 식의 근육통은 종종 편두통 형태로 나타난다. 원인 모를 편두통이 나타나면 그날따라 질긴 음식을 씹었는지 돌아보자. 오징어처럼 질겅질겅 씹어야 하는 음식은 삼가야 한다. ● “입이 마르기 시작하면 세심하게 관리해야”중년 치과 질환의 또 다른 전조 증세가 있다. 입이 마르는 것이다. 입안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증세는 침이 덜 분비되면서 나타난다. 문제는 이 경우 입안에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데 있다. 더 잘 썩고 염증도 심해진다. 입안을 세척하겠다고 가글을 자주 하면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면서 수분까지 앗아갈 수 있다. 물을 더 많이 마셔주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특히 입안이 마를 수 있다. 이때 입에 물을 머금고 가글링을 하며 구석구석 세척한다. 그 물은 뱉는 게 좋다. 세균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간혹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 중에서 폐렴이나 기흉의 원인이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일 때가 있다. 입안을 헹군 물을 그대로 삼킨 게 원인일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라면 이 물은 반드시 뱉어야 한다. 이 밖에 입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거나 더 심해졌다면 이 또한 중년 치과 질환의 전조 증세로 볼 수 있다. 치과 질환은 다른 질환과 달리 유전적·환경적 영향을 덜 받는다. 정의원 교수는 “특히 잇몸 질환의 90% 이상은 양치질만 완벽하게 해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완벽한 양치질’을 배워 보자. 첫째, 좁고 닦기 어려운 부위부터 양치질을 해야 한다. 별생각 없이 양치질을 할 때는 앞니처럼 노출돼 있고 닦기 쉬운 부위에만 칫솔이 간다. 제대로 하려면 양치질 순서를 정하는 게 좋다. 칫솔질이 어려운 아랫니 안쪽부터 닦는다. 오른손잡이면 오른쪽, 왼손잡이면 왼쪽 아랫니 안쪽에서 시작해 반대쪽으로 나아간다. 이어 윗니 안쪽→아랫니 바깥쪽→윗니 바깥쪽을 이어 닦는다. 시계를 보면서 각각 30초 이상 닦는다. 둘째, 치간 칫솔을 먼저 사용하고 이어 양치질을 한다. 정 교수는 “먼저 치간 칫솔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제거해야 칫솔이 치아 사이를 제대로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치질을 먼저 하면 음식 찌꺼기에 가로막혀 치아 사이를 닦지 못한다는 것이다. 셋째, 양치질이 다 끝나면 혀로 치아 안쪽을 쭉 훑으면서 거친 부위, 울퉁불퉁한 부위가 있는지를 체크한다. 이런 부위가 있다면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치석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기에 다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 넷째, 양치질은 세끼 식사 후와 자기 전 총 4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자기 전의 양치질이다. 잠을 자는 동안 침 분비가 줄어들 뿐 아니라 입을 벌리고 자면 입안이 마르기 때문이다. 이때 입속 세균이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자기 전에 양치질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다섯째, 커피나 녹차, 와인처럼 타닌 성분이 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치아 착색을 막기 위해 즉각 양치질을 해야 한다. 반면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포도와 귤 같은 약산성 과일들은 음식 섭취 직후에 치아를 살짝 부식시켰다가 이후 몇 분에 걸쳐 정상을 회복한다. 이 경우에는 10분 정도 지난 후 양치질을 해야 치아 손상이 적다. 여섯째, 양치질 도중에 피가 나더라도 양치질을 중단하면 안 된다. 부드러운 칫솔로 여러 번 그 부위를 닦아야 한다. 그래도 피가 계속 난다면 치과에서 원인을 찾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물으면 많은 의사들이 이렇게 말한다. “주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운동하라.” 이 원칙은 옳다. ‘30분’이라는 수치의 의학적 근거도 있다. 신현이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36)는 “운동을 시작하고 15분 정도까지는 당과 탄수화물을 소비한다. 지방은 30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소비된다”고 말했다. 이 원칙을 꾸준히 지키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신 교수 또한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주 3회 이상 달리기를 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주 4, 5회로 횟수를 늘리기도 한다. 다만 굳이 30분을 훌쩍 넘어 1∼2시간씩 운동하지는 않는다. 30분을 초과하지 않아도 운동 효과는 같을까. 신 교수는 “그렇다”고 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SCM)는 “하루 30분씩 주 5회 운동, 1주일에 150분 운동하는 것만으로 신체적, 정신적, 심폐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스트레스 해소 위해 달리기 시작하다 신 교수는 전공의 2년차였던 8년 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자택이 서울 올림픽공원 주변에 있어 매주 1, 2회 퇴근한 뒤 밤에 공원에서 뛰었다. 처음에는 시속 5km 정도의 속도로 걸었고, 점차 달리기로 강도를 높였다. 건강이 염려돼 달린 건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 당직 근무를 서던 때였다. 정상 시간에 퇴근할 때도 피로가 쌓여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이런 생활이 쳇바퀴처럼 반복됐다. 친한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져 수다를 떨기도 힘들어졌다.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었다. 운동을 떠올렸다. 우선 요가에 도전해 봤다. 헬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바쁜 탓에 시간을 따로 내 요가 스튜디오나 헬스클럽에 갈 수 없었다. 결국 두 종목 모두 얼마 후 자연스럽게 중단했다. 퇴근 후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빨리 걷기를 선택한 이유다.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리기로 바뀌었다. 달리기에 익숙해지니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생겼다. 자전거 타기였다. 하지만 얼마 뒤 한강 둔치에서 큰 사고가 났다. 꽤 빠른 속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을 때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밤이라 반응 속도가 느렸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틀었다. 덕분에 보행자는 다치지 않았지만 신 교수는 두개골 골절과 출혈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 동안 입원한 뒤 퇴원했다. 후유증으로 한 달 정도 두통이 이어졌다. 6개월 동안은 무리한 운동을 피했다. 몸이 좋아지자 신 교수는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달리기에 집중했다.○ “남편은 달리기 파트너” 자전거 사고가 나고 얼마 지나 신 교수는 결혼했다. 남편은 ‘운동광’이었다. 남편의 손에 이끌려 거의 매일 아침 한강 둔치로 향했다. 둔치에 이르는 15분 동안은 걸으면서 몸을 풀었다. 도착하면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했다. 이어 30분을 꽉 채워 달렸다. 집까지 다시 15분 걸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새벽 30분 달리기는 매일 지켰다. 심지어 신 교수는 임신해 만삭이 됐을 때도 달렸다. 파트너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운동할 가능성이 크다. 신 교수에게는 남편이 파트너였다. 임신했을 때 수영에 도전했는데, 그때도 남편이 함께했다. 출산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날씨가 추우면 헬스클럽에서 달리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야외에서 달린다. 대체로 주 3회 이상은 출근하기 전 올림픽공원과 주변 일대를 달린다. 실내보다는 야외, 1시간보다는 30분 남짓…. 신 교수의 ‘30분 생활 달리기’의 큰 원칙이다. 대부분 현대인은 자연을 누리지 못한다. 시간이 촉박해 1시간의 운동 시간을 내는 것도 사치로 여겨진다.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신 교수는 “시간 날 때마다 야외에서 돈 들이지 않고 30분만 채워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물론 운동 시간이 30분으로 제한되는 만큼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속도를 측정했더니 평균 속도가 시속 13.9km가 나왔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km. 상당히 빠른 속도다. 실제 거리로 측정해 보기도 했다. 8.6km를 37분 만에 주파했다. 상당히 강도 높은 달리기다. 30분 이내에 이렇게 달리면 땀이 뚝뚝 떨어진다. ○ 운동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는 신 교수는 8년째 달리기를 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신 교수는 “아직 나이 마흔이 되지 않아 젊어서 그런지 건강검진에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 또래 여성들에 비해 근육량이 많다. 특히 하체 근육이 발달했다. 덕분에 신체 균형감이나 체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달리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당연히 심폐 근력이 좋아진 사실을 스스로 느낀다고 한다. 체력이 좋아졌기에 출산 후에도 손쉽게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주 3회, 달리기 외 근력 운동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점이 있다. 숨이 차고 땀이 흐를 때까지 달리다 보면 노폐물이 잘 배출된다. 이 때문에 피부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신 교수는 “간혹 전날 술을 마시고 자면 아침에 부은 상태에서 출근한다. 그날엔 퇴근 후 반드시 달리기를 하는데 그러면 피부가 다시 탱탱해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일단 짜증부터 난다. 신 교수는 “남편과 아이에게 짜증낼 때가 가끔 있는데, 따져보면 어김없이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안 한 날에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왠지 미덥지 않아 짜증이 더 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약간 분위기도 처진다. 신 교수는 “이런 걸 막기 위해서라도 30분 달리기는 필수”라며 웃었다. 처음 5분간은 천천히… 속도-거리 늘리면서 매일 달려야30분 생활 달리기 요령신현이 교수는 보통은 30분에 4km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보자는 따라 하기 힘든 강도다. 신 교수의 ‘30분 생활 달리기’ 요령을 알아본다. 첫째, 가급적 30분을 채우려고 하되 어렵다면 10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늘린다. 처음에는 거리 목표도 정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달린다. 시간과 거리 목표를 미리 정하면 압박감 때문에 포기할 우려가 있다. 대신 가급적 매일 달리면서 천천히 시간과 거리를 늘린다. 둘째, 운동에 돌입하면 달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동행이 있더라도 대화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달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호흡이 흐트러지고, 속도를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달리기 기술을 연마할 수도 없다. 신 교수는 “말을 하면서 달리는 것은 조금 빠른 속도로 장 보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보다는 취미에 가깝다”고 말했다. 셋째, 처음 3∼5분 동안에는 시속 5km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달린다. 이후 조금씩 속도를 올린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속도를 올리되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신 교수는 시속 5km, 7km, 9km로 속도를 점차 올리며 최대 10km 이상 올리기도 한다. 25분 정도 달린 후에는 서서히 속도를 낮춘다. 넷째, 달릴 때 자세도 중요하다. 신 교수는 발 안쪽에 힘을 주고 뛴다. 보통 노화가 진행되면 허벅지 안쪽 근육(내전근)이 약해지기 때문에 팔자걸음이 되거나 다리 변형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려면 평소에 발과 다리 안쪽에 힘을 주고 달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근육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다. 다섯째, 마스크는 흰색보다 검은색이 좋다. 흰 마스크는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눈 주변 피부로 흡수될 수 있다. 반대로 검은 마스크는 자외선과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줄이게 된다. 달리기를 끝낸 뒤엔 시원한 팩을 얼굴에 하면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