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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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corekim@donga.com

취재분야

2024-03-28~2024-04-27
건강97%
여행3%
  • 잇몸 붓더니 치아 흔들…중년 이후 악화하는 치과 질환, 전조 증세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치과 질환은 매년 외래 환자 수 1위다. 2020년에는 국민 10명 중 4명 이상(44.1%)이 치과를 다녀갔다. 치과 질환은 중년 이후 빠른 속도로 악화한다. 50대의 경우 2명 중 1명꼴로 잇몸 질환이 있다. 치과 질환이 생기면 단계적으로 나타나는 증세가 있다. 우선 잇몸에서 피가 나거나 붓는다. 둘째, 잇몸이 짙은 갈색으로 변하거나 얼룩덜룩해진다. 셋째, 염증이 더 진행되면 치아 뿌리가 노출되면서 시린 증세가 나타난다. 넷째, 치아가 흔들리고 씹을 때 아프다. 이런 상황이라면 병이 진행된 것이므로 당장 병원에 가야 한다. 하지만 이때도 참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의원 연세대 치대병원 부원장(치주과 교수)은 “치아와 잇몸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상한다”며 “그걸 방치하거나 참는 바람에 ‘호미로 막을 수 있는 걸 가래로 막아야 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대부분 치아-잇몸 많이 악화한 뒤에야 병원 찾아” 50대 초반 강정기(가명) 씨는 ‘하루 3회 양치질’을 오랫동안 지켰다. 다만 술을 과하게 마신 날에는 양치질을 건너뛰고 잠을 자곤 했다. 가끔 잇몸이 붓거나 피가 날 때도 있었지만 곧 괜찮아져 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강 씨가 40대 후반이던 7년 전 갑자기 오른쪽 어금니 주변이 붓기 시작했다. 음식을 씹을 수도 없었고, 말을 하기도 힘들었다. 통증은 점점 심해졌다. 치과에 갔더니 의사가 “더 일찍 왔으면 치아를 살릴 수 있었는데 이 지경이 되도록 뭐했느냐”라고 타박했다. 결국 강 씨는 어금니 2개를 빼고 임플란트 시술을 받아야 했다. 50대 중반 여성 이정임(가명) 씨는 더 심한 사례다. 이 씨는 5년 전 정 교수를 찾았다. 노끈도 끊을 만큼 강했던 치아가 갑자기 흔들리고 아팠다. 동네 치과 의원에서 치아를 뽑으라고 해 거부하고 대학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정 교수도 같은 처방을 내리자 그냥 돌아가 버렸다. 1년 후 이 씨가 다시 정 교수를 찾아왔다. 상태는 더 악화돼 있었다. 문제가 됐던 치아 주변 치아들까지 흔들리고 피가 났다. 결국 모든 어금니를 뽑아야만 했다. ● “치아에 음식 끼면 적신호 켜진 것”중년 이후 발생하는 치과 질환에는 전조 증세가 있다. 정 교수는 “전조 증세는 치아와 잇몸을 관리하라는 신호”라고 했다. 치아와 치아 사이에 음식이 끼기 시작하는 게 대표적 전조 증세다. 치아와 잇몸 모두에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30대 이전까지만 해도 치아와 치아는 빽빽하게 붙어 있다. 잇몸은 그 치아들을 단단하게 붙잡고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 치아는 많이 마모됐다. 잇몸에는 염증이 생기면서 치아들을 단단히 붙잡지 못한다. 이 때문에 치아와 치아 사이, 치아와 잇몸 사이가 벌어진다. 바로 그 틈에 음식이 더 잘 끼게 되는 것이다. 이쑤시개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빼내는 습관은 좋지 않다. 이쑤시개 자체가 소독된 기구가 아니다. 음식물만 콕 찍어 끄집어낸다면 괜찮지만 잇몸 부위를 쑤실 경우 2차 염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심지어 잇몸이 근질거린다며 이쑤시개로 쑤시는 사람도 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해 “2차 염증, 잇몸 악화로 이어질 확률이 높은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쑤시개보다 치간 칫솔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음식이 잘 씹히지 않는다면 이 또한 전조 증세 중 하나다. 50대라면 30년 이상 치아를 써왔기에 이미 치아가 상당히 마모됐다. 윗니와 아랫니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음식을 잘 씹을 수 있는데, 치아의 오돌토돌한 단면이 편평하게 변했기에 잘 씹히지 않는 것이다. 10번만 씹어도 될 것을 20~30번 씹어야 하니 턱이 뻐근하고, 이를 악물었을 때 턱 주변으로 튀어나오는 근육 부위가 아플 수 있다. 이런 식의 근육통은 종종 편두통 형태로 나타난다. 원인 모를 편두통이 나타나면 그날따라 질긴 음식을 씹었는지 돌아보자. 오징어처럼 질겅질겅 씹어야 하는 음식은 삼가야 한다. ● “입이 마르기 시작하면 세심하게 관리해야”중년 치과 질환의 또 다른 전조 증세가 있다. 입이 마르는 것이다. 입안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이런 증세는 침이 덜 분비되면서 나타난다. 문제는 이 경우 입안에 세균이 증식하기 좋은 환경이 된다는 데 있다. 더 잘 썩고 염증도 심해진다. 입안을 세척하겠다고 가글을 자주 하면 알코올 성분이 날아가면서 수분까지 앗아갈 수 있다. 물을 더 많이 마셔주는 게 최선의 해법이다. 아침에 일어났을 때 특히 입안이 마를 수 있다. 이때 입에 물을 머금고 가글링을 하며 구석구석 세척한다. 그 물은 뱉는 게 좋다. 세균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간혹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 중에서 폐렴이나 기흉의 원인이 치주질환을 유발하는 세균일 때가 있다. 입안을 헹군 물을 그대로 삼킨 게 원인일 수 있다. 특히 면역력이 떨어지는 노인이라면 이 물은 반드시 뱉어야 한다. 이 밖에 입에서 냄새가 나기 시작하거나 더 심해졌다면 이 또한 중년 치과 질환의 전조 증세로 볼 수 있다. 치과 질환은 다른 질환과 달리 유전적·환경적 영향을 덜 받는다. 정의원 교수는 “특히 잇몸 질환의 90% 이상은 양치질만 완벽하게 해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완벽한 양치질’을 배워 보자. 첫째, 좁고 닦기 어려운 부위부터 양치질을 해야 한다. 별생각 없이 양치질을 할 때는 앞니처럼 노출돼 있고 닦기 쉬운 부위에만 칫솔이 간다. 제대로 하려면 양치질 순서를 정하는 게 좋다. 칫솔질이 어려운 아랫니 안쪽부터 닦는다. 오른손잡이면 오른쪽, 왼손잡이면 왼쪽 아랫니 안쪽에서 시작해 반대쪽으로 나아간다. 이어 윗니 안쪽→아랫니 바깥쪽→윗니 바깥쪽을 이어 닦는다. 시계를 보면서 각각 30초 이상 닦는다. 둘째, 치간 칫솔을 먼저 사용하고 이어 양치질을 한다. 정 교수는 “먼저 치간 칫솔로 치아 사이의 음식물을 제거해야 칫솔이 치아 사이를 제대로 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치질을 먼저 하면 음식 찌꺼기에 가로막혀 치아 사이를 닦지 못한다는 것이다. 셋째, 양치질이 다 끝나면 혀로 치아 안쪽을 쭉 훑으면서 거친 부위, 울퉁불퉁한 부위가 있는지를 체크한다. 이런 부위가 있다면 찌꺼기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치석으로 굳어질 우려가 있기에 다시 양치질을 해야 한다. 넷째, 양치질은 세끼 식사 후와 자기 전 총 4회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게 자기 전의 양치질이다. 잠을 자는 동안 침 분비가 줄어들 뿐 아니라 입을 벌리고 자면 입안이 마르기 때문이다. 이때 입속 세균이 늘어나는 것을 막으려면 자기 전에 양치질을 ‘완벽하게’ 해야 한다. 다섯째, 커피나 녹차, 와인처럼 타닌 성분이 있는 음식을 먹었다면 치아 착색을 막기 위해 즉각 양치질을 해야 한다. 반면 콜라와 같은 탄산음료, 포도와 귤 같은 약산성 과일들은 음식 섭취 직후에 치아를 살짝 부식시켰다가 이후 몇 분에 걸쳐 정상을 회복한다. 이 경우에는 10분 정도 지난 후 양치질을 해야 치아 손상이 적다. 여섯째, 양치질 도중에 피가 나더라도 양치질을 중단하면 안 된다. 부드러운 칫솔로 여러 번 그 부위를 닦아야 한다. 그래도 피가 계속 난다면 치과에서 원인을 찾는 게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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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분만 달려도 충분… 스트레스 사라지고 몸 가벼워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물으면 많은 의사들이 이렇게 말한다. “주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운동하라.” 이 원칙은 옳다. ‘30분’이라는 수치의 의학적 근거도 있다. 신현이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36)는 “운동을 시작하고 15분 정도까지는 당과 탄수화물을 소비한다. 지방은 30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소비된다”고 말했다. 이 원칙을 꾸준히 지키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신 교수 또한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주 3회 이상 달리기를 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주 4, 5회로 횟수를 늘리기도 한다. 다만 굳이 30분을 훌쩍 넘어 1∼2시간씩 운동하지는 않는다. 30분을 초과하지 않아도 운동 효과는 같을까. 신 교수는 “그렇다”고 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SCM)는 “하루 30분씩 주 5회 운동, 1주일에 150분 운동하는 것만으로 신체적, 정신적, 심폐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스트레스 해소 위해 달리기 시작하다 신 교수는 전공의 2년차였던 8년 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자택이 서울 올림픽공원 주변에 있어 매주 1, 2회 퇴근한 뒤 밤에 공원에서 뛰었다. 처음에는 시속 5km 정도의 속도로 걸었고, 점차 달리기로 강도를 높였다. 건강이 염려돼 달린 건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이틀에 한 번꼴로 병원 당직 근무를 서던 때였다. 정상 시간에 퇴근할 때도 피로가 쌓여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이런 생활이 쳇바퀴처럼 반복됐다. 친한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져 수다를 떨기도 힘들어졌다.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었다. 운동을 떠올렸다. 우선 요가에 도전해 봤다. 헬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바쁜 탓에 시간을 따로 내 요가 스튜디오나 헬스클럽에 갈 수 없었다. 결국 두 종목 모두 얼마 후 자연스럽게 중단했다. 퇴근 후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빨리 걷기를 선택한 이유다.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리기로 바뀌었다. 달리기에 익숙해지니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생겼다. 자전거 타기였다. 하지만 얼마 뒤 한강 둔치에서 큰 사고가 났다. 꽤 빠른 속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을 때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밤이라 반응 속도가 느렸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틀었다. 덕분에 보행자는 다치지 않았지만 신 교수는 두개골 골절과 출혈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 동안 입원한 뒤 퇴원했다. 후유증으로 한 달 정도 두통이 이어졌다. 6개월 동안은 무리한 운동을 피했다. 몸이 좋아지자 신 교수는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달리기에 집중했다.○ “남편은 달리기 파트너” 자전거 사고가 나고 얼마 지나 신 교수는 결혼했다. 남편은 ‘운동광’이었다. 남편의 손에 이끌려 거의 매일 아침 한강 둔치로 향했다. 둔치에 이르는 15분 동안은 걸으면서 몸을 풀었다. 도착하면 5분 정도 스트레칭을 했다. 이어 30분을 꽉 채워 달렸다. 집까지 다시 15분 걸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새벽 30분 달리기는 매일 지켰다. 심지어 신 교수는 임신해 만삭이 됐을 때도 달렸다. 파트너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운동할 가능성이 크다. 신 교수에게는 남편이 파트너였다. 임신했을 때 수영에 도전했는데, 그때도 남편이 함께했다. 출산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날씨가 추우면 헬스클럽에서 달리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야외에서 달린다. 대체로 주 3회 이상은 출근하기 전 올림픽공원과 주변 일대를 달린다. 실내보다는 야외, 1시간보다는 30분 남짓…. 신 교수의 ‘30분 생활 달리기’의 큰 원칙이다. 대부분 현대인은 자연을 누리지 못한다. 시간이 촉박해 1시간의 운동 시간을 내는 것도 사치로 여겨진다.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신 교수는 “시간 날 때마다 야외에서 돈 들이지 않고 30분만 채워 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물론 운동 시간이 30분으로 제한되는 만큼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속도를 측정했더니 평균 속도가 시속 13.9km가 나왔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km. 상당히 빠른 속도다. 실제 거리로 측정해 보기도 했다. 8.6km를 37분 만에 주파했다. 상당히 강도 높은 달리기다. 30분 이내에 이렇게 달리면 땀이 뚝뚝 떨어진다. ○ 운동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는 신 교수는 8년째 달리기를 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신 교수는 “아직 나이 마흔이 되지 않아 젊어서 그런지 건강검진에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그 또래 여성들에 비해 근육량이 많다. 특히 하체 근육이 발달했다. 덕분에 신체 균형감이나 체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달리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당연히 심폐 근력이 좋아진 사실을 스스로 느낀다고 한다. 체력이 좋아졌기에 출산 후에도 손쉽게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주 3회, 달리기 외 근력 운동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점이 있다. 숨이 차고 땀이 흐를 때까지 달리다 보면 노폐물이 잘 배출된다. 이 때문에 피부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신 교수는 “간혹 전날 술을 마시고 자면 아침에 부은 상태에서 출근한다. 그날엔 퇴근 후 반드시 달리기를 하는데 그러면 피부가 다시 탱탱해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일단 짜증부터 난다. 신 교수는 “남편과 아이에게 짜증낼 때가 가끔 있는데, 따져보면 어김없이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안 한 날에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왠지 미덥지 않아 짜증이 더 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약간 분위기도 처진다. 신 교수는 “이런 걸 막기 위해서라도 30분 달리기는 필수”라며 웃었다. 처음 5분간은 천천히… 속도-거리 늘리면서 매일 달려야30분 생활 달리기 요령신현이 교수는 보통은 30분에 4km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보자는 따라 하기 힘든 강도다. 신 교수의 ‘30분 생활 달리기’ 요령을 알아본다. 첫째, 가급적 30분을 채우려고 하되 어렵다면 10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늘린다. 처음에는 거리 목표도 정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달린다. 시간과 거리 목표를 미리 정하면 압박감 때문에 포기할 우려가 있다. 대신 가급적 매일 달리면서 천천히 시간과 거리를 늘린다. 둘째, 운동에 돌입하면 달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동행이 있더라도 대화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달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호흡이 흐트러지고, 속도를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달리기 기술을 연마할 수도 없다. 신 교수는 “말을 하면서 달리는 것은 조금 빠른 속도로 장 보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보다는 취미에 가깝다”고 말했다. 셋째, 처음 3∼5분 동안에는 시속 5km 정도의 속도로 천천히 달린다. 이후 조금씩 속도를 올린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속도를 올리되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신 교수는 시속 5km, 7km, 9km로 속도를 점차 올리며 최대 10km 이상 올리기도 한다. 25분 정도 달린 후에는 서서히 속도를 낮춘다. 넷째, 달릴 때 자세도 중요하다. 신 교수는 발 안쪽에 힘을 주고 뛴다. 보통 노화가 진행되면 허벅지 안쪽 근육(내전근)이 약해지기 때문에 팔자걸음이 되거나 다리 변형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려면 평소에 발과 다리 안쪽에 힘을 주고 달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근육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다. 다섯째, 마스크는 흰색보다 검은색이 좋다. 흰 마스크는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눈 주변 피부로 흡수될 수 있다. 반대로 검은 마스크는 자외선과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줄이게 된다. 달리기를 끝낸 뒤엔 시원한 팩을 얼굴에 하면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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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 들이지 않고 30분만 채워보자”… ‘30분 달리기’ 원칙 지키는 의사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운동법을 물으면 많은 의사들이 이렇게 말한다. “주 3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운동하라.” 이 원칙은 옳다. ‘30분’이라는 수치의 의학적 근거도 있다. 신현이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36)는 “운동을 시작하고 15분 정도까지는 당과 탄수화물을 소비한다. 지방은 30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소비된다”고 말했다. 이 원칙을 꾸준히 지키면 다이어트에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 신 교수 또한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 주 3회 이상 달리기를 하고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주 4,5회로 횟수를 높이기도 한다. 다만 굳이 30분을 훌쩍 넘어 1~2시간씩 운동하지는 않는다. 30분을 초과하지 않아도 운동 효과는 같을까. 신 교수는 “그렇다”고 했다. 미국스포츠의학회(ASCM)는 “하루 30분씩 주 5회 운동, 1주일에 150분 운동하는 것만으로 신체적, 정신적, 심폐 건강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 스트레스 해소 위해 달리기 시작하다신 교수는 전공의 2년차였던 8년 전부터 달리기 시작했다. 자택이 올림픽공원 주변에 있어 매주 1,2회 퇴근한 뒤 밤에 공원에서 뛰었다. 처음에는 시속 5㎞ 정도의 속도로 걸었고, 점차 달리기로 강도를 높였다. 건강이 염려돼 달린 건 아니었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 이틀에 한번 꼴로 병원 당직 근무를 서던 때였다. 정상 시간에 퇴근할 때도 피로가 쌓여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이런 생활이 쳇바퀴처럼 반복됐다. 친한 친구들과의 연락도 뜸해져 수다를 떨기도 힘들어졌다. 스트레스를 풀 방법이 없었다. 운동을 떠올렸다. 우선 요가에 도전해봤다. 헬스클럽에서 개인 트레이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워낙 바쁜 탓에 시간을 따로 내 요가 스튜디오나 헬스클럽에 갈 수 없었다. 결국 두 종목 모두 얼마 후 자연스럽게 중단했다. 퇴근 후 손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 필요했다. 빨리 걷기를 선택한 이유다. 걷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리기로 바뀌었다. 달리기에 익숙해지니 다른 운동에도 관심이 생겼다. 자전거 타기였다. 하지만 얼마 뒤 한강 둔치에서 큰 사고가 났다. 꽤 빠른 속도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을 때 보행자가 갑자기 튀어나왔다. 밤이라 반응 속도가 느렸다. 충돌을 피하기 위해 핸들을 급히 틀었다. 덕분에 보행자는 다치지 않았지만 신 교수는 두개골 골절과 출혈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 동안 입원한 뒤 퇴원했다. 후유증으로 한 달 정도 두통이 이어졌다. 6개월 동안은 무리한 운동을 피했다. 몸이 좋아지자 신 교수는 달리기 시작했다. 이후로는 달리기에 집중했다.● “남편은 달리기 파트너”자전거 사고가 나고 얼마 지나 신 교수는 결혼했다. 남편은 ‘운동 광’이었다. 남편의 손에 이끌려 거의 매일 아침 한강 둔치로 향했다. 둔치에 이르는 15분 동안은 걸으면서 몸을 풀었다. 도착하면 5분 정도 다시 스트레칭 했다. 이어 30분을 꽉 채워 달렸다. 집까지 다시 15분 걸렸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새벽 30분 달리기는 매일 지켰다. 심지어 신 교수는 임신해 만삭이 됐을 때도 달렸다. 파트너가 있으면 지속적으로 운동할 가능성도 크다. 신 교수에게는 남편이 파트너였다. 임신했을 때 수영에 도전했는데, 그때도 남편이 함께 했다. 출산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날씨가 추우면 헬스클럽에서 달리지만, 기온이 올라가면 야외에서 달린다. 대체로 주 3회 이상은 출근하기 전 올림픽공원과 주변 일대를 달린다. 실내보다는 야외, 1시간보다는 30분 남짓…. 신 교수의 ‘30분 생활 달리기’의 큰 원칙이다. 대부분 현대인은 자연을 누리지 못한다. 시간이 촉박해 1시간의 운동 시간을 내는 것도 사치로 여겨진다. 바로 이 점을 지적하며 신 교수는 “시간 날 때마다 야외에서 돈 들이지 않고 30분만 채워보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물론 운동 시간이 30분으로 제한되는 만큼 효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신 교수는 달리는 속도를 높였다.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속도를 측정했더니 평균 속도가 시속 13.9㎞가 나왔다. 최고 속도는 시속 21㎞. 상당히 빠른 속도다. 실제 거리로 측정해보기도 했다. 8.6㎞를 37분 만에 주파했다. 상당히 강도 높은 달리기다. 30분 이내에 이렇게 달리면 땀이 뚝뚝 떨어진다. ● 운동한 날과 안 한 날의 차이는신 교수는 8년째 달리기를 하고 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신 교수는 “아직 나이 마흔이 되지 않아 젊어서 그런지 건강검진에서는 문제가 되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 또래 여성들에 비해 근육량이 많다. 특히 하체 근육이 발달했다. 덕분에 신체 균형감이나 체형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달리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이다. 당연히 심폐 근력이 좋아진 사실을 스스로 느낀다고 한다. 체력이 좋아졌기에 출산 후에도 손쉽게 일상 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3개월이 지난 후부터 주 3회, 달리기 외 근력 운동도 할 수 있었다. 또 다른 이점이 있다. 숨이 차고 땀이 흐를 때까지 달리다 보면 노폐물이 잘 배출된다. 이 때문에 피부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 신 교수는 “간혹 전날 술을 마시고 자면 아침에 부은 상태에서 출근한다. 그 날엔 퇴근 후 반드시 달리기를 하는데 그러면 피부가 다시 탱탱해진다”고 말했다. 반대로 운동을 하지 않으면 몸이 먼저 반응을 한다. 일단 짜증부터 난다. 신 교수는 “남편과 아이에게 짜증낼 때가 가끔 있는데, 따져보면 어김없이 운동을 하지 않은 날”이라고 말했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운동을 안 한 날에는 전공의들의 움직임이 왠지 미덥지 않아 짜증이 더 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약간 분위기도 처진다. 신 교수는 “이런 걸 막기 위해서라도 30분 달리기는 필수”라며 웃었다. 신현이 교수는 보통은 30분에 4㎞ 달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보자는 따라하기 힘든 강도다. 신 교수의 ‘30분 생활 달리기’ 요령을 알아본다. 첫째, 가급적 30분을 채우려고 하되 어렵다면 10분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늘린다. 처음에는 거리 목표도 정하지 않고 정해진 시간 내에 도달할 수 있는 수준까지만 달린다. 시간과 거리 목표를 미리 정하면 압박감 때문에 포기할 우려가 있다. 대신 가급적 매일 달리면서 천천히 시간과 거리를 늘린다. 둘째, 운동에 돌입하면 달리기에 집중해야 한다. 동행이 있더라도 대화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달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호흡이 흐트러지고, 속도를 내기 어려울 뿐 아니라 달리기 기술을 연마할 수도 없다. 신 교수는 “말을 하면서 달리는 것은 조금 빠른 속도로 장보는 것과 비슷하다. 운동보다는 취미에 가깝다”라고 말했다. 셋째, 처음 3~5분 동안에는 시속 5㎞ 정도 낮은 속도로 천천히 달린다. 이후 조금씩 속도를 올린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까지 속도를 올리되 너무 무리하지 않는 게 좋다. 신 교수는 시속 5㎞, 7㎞, 9㎞로 속도를 점차 올리며 최대 10㎞까지 올리기도 한다. 25분 정도 달린 후에는 서서히 속도를 낮춘다. 넷째, 달릴 때 자세도 중요하다. 신 교수는 발 안쪽에 힘을 주고 뛴다. 보통 노화가 진행되면 허벅지 안쪽 근육(내전근)이 약해지기 때문에 팔자걸음이나 다리 변형이 생긴다. 이를 방지하려면 평소에 발과 다리 안쪽에 힘을 주고 달려야 한다. 이렇게 하면 근육을 골고루 사용할 수 있다. 다섯째, 마스크는 흰 색보다 검은 색이 좋다. 흰 마스크는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눈 주변 피부로 흡수될 수 있다. 반대로 검은 마스크는 자외선과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이런 부작용을 줄이게 된다. 달리기를 끝낸 뒤엔 시원한 팩을 얼굴에 하면 좋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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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식 안먹었는데 퉁퉁? 심장-간 질환일 때도 붓는다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눈 주변이 부어 있을 때가 있다. 이 경우 콩팥(신장) 질환을 많이 걱정한다. 보통 붓는 현상을 의학적으로 ‘부종’이라고 한다. 콩팥 질환에 걸리면 실제로 이런 증세가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콩팥 질환과 관련이 없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강미현(가명·여) 씨는 얼굴이 많이 부었다며 이창화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찾았다. 하지만 이 교수가 살펴봤을 때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만한 부종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부종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5명 중 1명에게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 씨는 부기를 뺀다며 이뇨제를 복용했다. 부기에 집착하던 강 씨는 나중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까지 받았다. 60대 중반의 김성준(가명) 씨는 강 씨와 정반대 사례다. 작년 가을 콩팥이 좋지 않다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이 교수를 찾았다. 실제로 콩팥 기능이 20∼3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미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몸 여러 곳에 부종이 나타났지만 김 씨는 그러려니 하고 무시해 온 것이다. 다행히 집중 약물 치료로 좀 나아졌지만 일찍 부종을 인식했더라면 콩팥 질환 치료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강 씨가 일시적 현상을 지나치게 걱정해 또 다른 질병을 얻었다면 김 씨는 너무 무관심해 질병을 키운 경우다. 두 사람 사례는 양 극단에 놓여 있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에게 부종에 대해 물었다.○ “부종은 건강 경고 신호등”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인체의 60%는 수분이다. 이 수분의 70% 정도는 세포 안에, 30% 정도는 세포 밖에 있다. 세포 밖에 있는 수분을 다시 구분하면 25%는 혈관 안에 있고, 나머지 75%는 세포와 세포 사이 공간에 존재한다. 혈관 안에 있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와 세포 사이 공간에 있는 수분이 늘어나는 것이 부종이다. 부종은 신체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부위에서 관찰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피하지방과 근육이 적고 뼈와 맞닿은 부위에서 잘 관찰된다. 눈꺼풀, 정강이뼈 앞부분이나 손등, 발등 부위에서 부종을 확인할 수 있다. 부종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콩팥 질환 외에도 심장, 간, 갑상샘, 임파선 등 여러 기관의 문제로 부종이 나타난다. 약의 부작용이나 호르몬 이상이 원인이 돼 부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부종은 그 자체가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경고를 보내는 신호등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부종이 특정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를 일반인이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도 세심하게 관찰하면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퉁퉁, 병일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두덩이 부었다면 콩팥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정확히 판단하려면 전날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만약 전날 밤에 라면 같은 짠 음식을 먹었다면 붓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염분은 수분을 끌어안는다.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염분이 수분을 더 많이 머금었기에 얼굴이 붓는 것이다. 얼굴이 푸석푸석한 것 또한 일종의 부종이므로 생기는 원인은 같다. 이후 낮 동안의 일상생활에서 부기를 체크해야 한다. 얼굴의 부기가 빠지고, 다른 부위에도 부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저녁에 짠 음식을 먹지 않으면 다음 날 대부분 부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콩팥 질환이 원인이라면 부종은 사라지지 않고, ‘중력의 법칙’을 따른다. 주간에 일을 하고 있으면 부종이 다리 쪽으로 쏠려 다리가 붓는다. 야간에 드러누우면 부종이 다시 눈꺼풀 주변이나 척추 뼈의 끝과 엉덩이 사이로 쏠린다. 이런 경우라면 야식을 끊어도 부종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질병 의심되면 원인부터 찾아야 질병이 의심되는 부종은 생김새나 탄력이 다르다. 부종을 손가락으로 눌러 질병의 징후인지 판단할 수 있다. 10초 동안 힘을 주어 부종을 누른 뒤 반응을 본다. 가령 퉁퉁 부은 발을 눌렀을 때 곧바로 튀어나와 원래 상태가 되면 부종이 아니다. 이는 지방층이 두꺼워 생기는 현상으로 살찐 사람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손가락을 떼도 눌린 자극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질병의 징후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갑상샘이나 임파선 질환이 원인인 부종은 좀 다르다. 그 부종 아래쪽에 여러 물질이 쌓여 있어 막대기처럼 단단하다. 꾹 눌러도 들어가지 않고, 피부색도 살짝 바뀐다. 최근 식사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단기간에 체중이 늘었으며 여러 부위가 부었다면 질병의 징후일 수 있다. 대체로 몸에 부종이 생기면 체중이 3∼4kg 늘어난다. 나트륨과 수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푸석푸석한 상태가 지속될 때도 부종이 생겼을 확률이 높다. 질병에 따라 부종이 생기는 부위는 약간씩 다르다. 콩팥 질환에 걸렸다면 전신에 부종이 나타난다.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라면 폐에 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겉으로는 붓지 않으며 그 대신 호흡곤란 증세가 발생한다. 간이 원인이라면 횡격막 아래쪽으로 부종이 더 나타난다. 하지만 질병에 따라 획일적으로 부종이 발생하는 부위와 양상이 같지는 않다. 이 교수는 “일반인이 직접 질병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질병의 징후로 보이는 부종이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① 자다 3회이상 소변 ② 소변에 거품이나 피 ③ 밤에 다리에 쥐 ④ 기운 떨어지고 빈혈 콩팥 질환 4대 징후 콩팥 질환이 있다면 대체로 붓는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부종만으로 콩팥 질환을 확정할 수는 없다. 이창화 교수는 부종 외에도 콩팥 질환을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징후가 있다고 했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첫째, 콩팥 질환 초기에는 소변을 자주 본다. 특히 밤에 이런 현상이 심하다. 잠을 자다가 3회 이상 소변을 보러 간다면 콩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소변 양도 많아진다. 이 교수는 “건강한 콩팥은 밤에 소변을 농축해 양이 많아지지 않도록 하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서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소변에 거품이 생기거나 피가 섞여 나온다. 물론 콩팥 질환이 없어도 소변 거품은 생긴다. 하지만 콩팥 질환이 있으면 2, 3분이 지나도 거품이 없어지지 않는다. 또 변기의 물을 내려도 거품 흔적이 남는다. 셋째, 밤에 다리에 쥐가 잘 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날 경우 이미 콩팥 질환이 상당히 진행됐을 확률이 있다. 넷째,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고 기운이 떨어진다. 대체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흔하게 나타나는 증세인데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이 밖에도 △식욕이 떨어지거나 △집중력이 저하되며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피부가 가렵거나 건조해지는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콩팥 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콩팥 질환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인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심되는 증세가 있으면 곧바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콩팥 질환자의 70% 정도는 당뇨와 고혈압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콩팥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당뇨와 고혈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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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퉁퉁 부었다…콩팥 질환일까?

    아침에 일어나면 얼굴 피부가 푸석푸석하고 눈 주변이 부어 있을 때가 있다. 이 경우 콩팥(신장) 질환을 많이 걱정한다. 보통 붓는 현상을 의학적으로 ‘부종’이라고 한다. 콩팥 질환에 걸리면 실제로 이런 증세가 종종 나타난다. 그러나 겁부터 먹을 필요는 없다. 콩팥 질환과 관련이 없는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의 강미현(가명·여) 씨는 얼굴이 많이 부었다며 이창화 한양대병원 신장내과 교수를 찾았다. 하지만 이 교수가 살펴봤을 때 심각한 질병으로 이어질 만한 부종은 발견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부종의 고통을 호소하는 사람 5명 중 1명에게서는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강 씨는 부기를 뺀다며 이뇨제를 복용했다. 부기에 집착하던 강 씨는 나중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까지 받았다. 60대 중반의 김성준(가명) 씨는 강 씨와 정반대 사례다. 작년 가을 콩팥이 좋지 않다는 건강검진 결과지를 들고 이 교수를 찾았다. 실제로 콩팥 기능이 20~30%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미 다리는 코끼리 다리처럼 퉁퉁 부어 있었다. 몸 여러 곳에 부종이 나타났지만 김 씨는 그러려니 하고 무시해 온 것이다. 다행히 집중 약물 치료로 좀 나아졌지만 일찍 부종을 인식했더라면 콩팥 질환 치료도 훨씬 수월했을 것이다. 강 씨가 일시적 현상을 지나치게 걱정해 또 다른 질병을 얻었다면 김 씨는 너무 무관심해 질병을 키운 경우다. 두 사람 사례는 양 극단에 놓여 있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다. 부종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교수에게 부종에 대해 물었다.● “부종은 건강 경고 신호등” 성별이나 나이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인체의 60%는 수분이다. 이 수분의 70% 정도는 세포 안에, 30% 정도는 세포 밖에 있다. 세포 밖에 있는 수분을 다시 구분하면 25%는 혈관 안에 있고, 나머지 75%는 세포와 세포 사이 공간에 존재한다. 혈관 안에 있던 수분이 밖으로 빠져나가 세포와 세포 사이 공간에 있는 수분이 늘어나는 것이 부종이다. 부종은 신체 모든 부위에서 발생할 수 있다. 다만 모든 부위에서 관찰되지는 않는다. 일반적으로 피하지방과 근육이 적고 뼈와 맞닿은 부위에서 잘 관찰된다. 눈꺼풀, 정강이뼈 앞부분이나 손등, 발등 부위에서 부종을 확인할 수 있다. 부종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콩팥 질환 외에도 심장, 간, 갑상샘, 임파선 등 여러 기관의 문제로 부종이 나타난다. 약의 부작용이나 호르몬 이상이 원인이 돼 부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부종은 그 자체가 질병이라기보다는 우리 몸에 이상이 생겼다고 경고를 보내는 신호등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 부종이 특정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일시적 현상인지를 일반인이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데 있다. 그래도 세심하게 관찰하면 어느 정도는 가늠할 수 있다. ● 아침에 일어나니 퉁퉁, 병일까 아침에 일어났을 때 눈두덩이 부었다면 콩팥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정확히 판단하려면 전날 상황을 돌아봐야 한다. 만약 전날 밤에 라면 같은 짠 음식을 먹었다면 붓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염분은 수분을 끌어안는다. 몸 밖으로 배출되지 못한 염분이 수분을 더 많이 머금었기에 얼굴이 붓는 것이다. 얼굴이 푸석푸석한 것 또한 일종의 부종이므로 생기는 원인은 같다. 이후 낮 동안의 일상생활에서 부기를 체크해야 한다. 얼굴의 부기가 빠지고, 다른 부위에도 부기가 생기지 않는다면 일시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경우 저녁에 짠 음식을 먹지 않으면 다음 날 대부분 부기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콩팥 질환이 원인이라면 부종은 사라지지 않고, ‘중력의 법칙’을 따른다. 주간에 일을 하고 있으면 부종이 다리 쪽으로 쏠려 다리가 붓는다. 야간에 드러누우면 부종이 다시 눈꺼풀 주변이나 척추 뼈의 끝과 엉덩이 사이로 쏠린다. 이런 경우라면 야식을 끊어도 부종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병원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 질병 의심되면 원인부터 찾아야 질병이 의심되는 부종은 생김새나 탄력이 다르다. 부종을 손가락으로 눌러 질병의 징후인지 판단할 수 있다. 10초 동안 힘을 주어 부종을 누른 뒤 반응을 본다. 가령 퉁퉁 부은 발을 눌렀을 때 곧바로 튀어나와 원래 상태가 되면 부종이 아니다. 이는 지방층이 두꺼워 생기는 현상으로 살찐 사람들에게서 종종 볼 수 있다. 하지만 손가락을 떼도 눌린 자극이 그대로 남아 있다면 질병의 징후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갑상샘이나 임파선 질환이 원인인 부종은 좀 다르다. 그 부종 아래쪽에 여러 물질이 쌓여 있어 막대기처럼 단단하다. 꾹 눌러도 들어가지 않고, 피부색도 살짝 바뀐다. 최근 식사량이 늘지 않았는데도 단기간에 체중이 늘었으며 여러 부위가 부었다면 질병의 징후일 수 있다. 대체로 몸에 부종이 생기면 체중이 3~4㎏ 늘어난다. 나트륨과 수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푸석푸석한 상태가 지속될 때도 부종이 생겼을 확률이 높다. 질병에 따라 부종이 생기는 부위는 약간씩 다르다. 콩팥 질환에 걸렸다면 전신에 부종이 나타난다. 급성 심근경색이 원인이라면 폐에 부종이 나타나기 때문에 겉으로는 붓지 않으며 그 대신 호흡곤란 증세가 발생한다. 간이 원인이라면 횡격막 아래쪽으로 부종이 더 나타난다. 하지만 질병에 따라 획일적으로 부종이 발생하는 부위와 양상이 같지는 않다. 이 교수는 “일반인이 직접 질병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질병의 징후로 보이는 부종이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콩팥 질환이 있다면 대체로 붓는 증세가 나타난다. 하지만 부종만으로 콩팥 질환을 확정할 수는 없다. 이창화 교수는 부종 외에도 콩팥 질환을 가늠할 수 있는 다른 징후가 있다고 했다.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첫째, 콩팥 질환 초기에는 소변을 자주 본다. 특히 밤에 이런 현상이 심하다. 잠을 자다가 3회 이상 소변을 보러 간다면 콩팥 질환을 의심해야 한다. 소변 양도 많아진다. 이 교수는 “건강한 콩팥은 밤에 소변을 농축해 양이 많아지지 않도록 하는데, 이 기능이 떨어지면서 소변을 자주 보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둘째, 소변에 거품이 생기거나 피가 섞여 나온다. 물론 콩팥 질환이 없어도 소변 거품은 생긴다. 하지만 콩팥 질환이 있으면 2, 3분이 지나도 거품이 없어지지 않는다. 또 변기의 물을 내려도 거품 흔적이 남는다. 셋째, 밤에 다리에 쥐가 잘 난다. 이런 증세가 나타날 경우 이미 콩팥 질환이 상당히 진행됐을 확률이 있다. 넷째, 너무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고 기운이 떨어진다. 대체로 콩팥 기능이 떨어지면 흔하게 나타나는 증세인데 빈혈이 생기기도 한다. 이 밖에도 △식욕이 떨어지거나 △집중력이 저하되며 △밤에 잠을 잘 못 이루고 △피부가 가렵거나 건조해지는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콩팥 질환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교수는 “콩팥 질환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인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의심되는 증세가 있으면 곧바로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콩팥 질환자의 70% 정도는 당뇨와 고혈압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콩팥 질환에 걸리지 않으려면 당뇨와 고혈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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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병원 근처 ‘생활형 등산’에 푹… “산바람에 몸도 신바람”

    올 1월 초. 홍종원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49)가 서울 광화문의 서점에서 책을 산 뒤 병원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날따라 노을빛이 맑았다. 산에 올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졌다. 홍 교수는 인왕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즉흥적인 산행이 홍 교수에게는 드물지 않다. 수술이나 회의가 취소돼 한두 시간 여유가 생기면 병원 뒤편에 있는 안산에 오른다. 점심시간에도 갑자기 산이 생각나면 얼른 안산에 다녀온다. 수술이 잘 끝나면 기분이 좋아 또 안산에 오른다. 병원 뒤쪽으로 나 있는 안산이 언젠가부터 정겨운 동네 뒷동산처럼 느껴졌다. 홍 교수는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을 북한산의 산자락 동네에서 보냈다. 학교 소풍의 절반 이상을 북한산에 갔을 정도다. 아버지는 산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 피를 이어받은 것일까. 홍 교수도 어렸을 때부터 산이 좋았단다. 그랬던 산을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다시 산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은 등산 마니아가 됐다. ○헬스클럽 대신 등산 선택 40대 언저리에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하다 ‘1주일 동안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몇 회 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당황스러웠다. ‘0회’라고 답하는 자신이 어처구니없었다. 누군가 “운동도 안 하고 관리도 안 하니 이러다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라고 농담을 했다.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 해 봤다.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등산은 아니었다. 누구나 간다는 헬스클럽에 갔다. 얼마나 다녔을까. TV를 보면서 멍하니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관뒀다. 답답한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깅에 도전했다. 속도감이 좋았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처럼 여겨졌다. 얼마 후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겼다. 이후 달리기를 접었다. 그 다음 떠올린 것은 자전거였다. 하지만 선뜻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성형외과가 전공이다 보니 자전거를 타다 얼굴을 다쳐 병원에 온 환자를 수없이 봐왔다. 도저히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어릴 때의 추억을 소환했다. 아무 장비도 필요 없고, 내킬 때 언덕을 걷기만 하면 되는 운동. 바로 등산이었다. 다시 등산을 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안산에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등산 마니아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새벽에 인왕산, 낮엔 안산 올라 경치 즐겨 홍 교수는 평균 1주일에 1회 이상 두경부암 환자의 얼굴 재건 수술을 집도한다. 수술은 대체로 오후 6, 7시경에 시작한다. 보통 3∼7시간이 소요된다. 수술이 예정된 날의 오후는 꽤나 더디게 시간이 흘렀고, 덩달아 긴장감도 커졌다. 2019년 가을. 그날도 오후 6시에 수술이 잡혀 있었다. 수술 시간을 기다리다 홍 교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수술하기 전, 짬을 내서 안산에 후딱 다녀오면 어떨까.’ 홍 교수는 곧바로 산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병원에 돌아오기까지 1시간 반이 걸렸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수술할 때도 그 상쾌함이 이어지는 듯했다. 이후 홍 교수는 ‘틈새 시간’이 생길 때마다 가까운 안산에 올랐다. 처음에는 평균 2주에 1회꼴로 산에 갔다. 안산에 올라 보니 가까이로는 인왕산, 멀리로는 북한산이 보였다. 그 산에도 오르고 싶어졌다.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등산 날짜와 시간 등을 기록했다. 재미가 붙으면서 등산 횟수가 일주일에 3, 4회로 늘었다. 요즘에는 인왕산에 푹 빠져 있다. 새벽 출근길에 인왕산에 올라 일출을 보거나 퇴근할 때 들러 야경을 즐긴다. 평일 낮에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는 안산에 간다. 주말에는 가끔 가족과 북한산에도 간다. 산행 횟수가 일주일에 4, 5회로 다시 늘었다. ○피로감 사라지니 늦게 자도 일찍 눈 떠져 홍 교수에게는 ‘등산 복장’이 따로 없다. 편하면 된다. 홍 교수는 일상 복장 그대로 산에 가는 걸 선호한다. 자신이 즐기려고 직장 동료나 가족 구성원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싫어한다. 이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등산하거나 퇴근 후에 산에 오른다. 교통 체증 때문에 길거리에 버릴 시간을 산행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동료와 가족, 그 누구에도 피해를 입히지 않는단다. 홍 교수는 북한산이나 한라산 등 비교적 고도가 높은 산보다는 언제든 갈 수 있는 낮은 산을 선호한다. 그가 주로 가는 인왕산은 338.2m, 안산은 295.9m다. 또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거나 장대비가 퍼부을 때를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산에 오른다. 홍 교수는 이런 산행 스타일을 ‘생활형 등산’이라 했다. 효과는 꽤 크다. 일단 체력이 좋아졌다. 홍 교수는 일을 하다 늦게 자는 편이었다. 피곤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2년 넘게 등산을 하면서 이런 습관이 바뀌었다. 늦게 잠을 자도 아침에 절로 일찍 눈이 떠졌다. 평소 피로감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체력이 좋아지니 등산 도중 쉬는 횟수도 줄었다. 덕분에 산행 속도가 빨라졌다. 안산 주파 시간은 1시간에서 40분으로, 인왕산 주파 시간은 1시간 반에서 50분으로 줄었다. 홍 교수는 “대체로 산행 속도는 시속 3∼4km 정도다. 처음에는 1분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혔는데, 지금은 이야기를 하면서 올라가도 멀쩡하다”며 웃었다. 편한 옷차림에 쉽게 오를 산 적당… 사진촬영 등 즐기며 오르면 금상첨화꾸준한 산행 요령홍종원 교수가 말하는 ‘생활형 등산’은 어떤 것일까. 몇 가지 원칙이 있단다. 첫째,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언제든, 바로, 대략 1∼2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산에 오른다. 홍 교수는 “풍광이 수려하고 고도가 높은 산이 아니라 언제든 갈 수 있는 그런 산을 바로 오르는 게 생활형 등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둘째, 쉽게 다녀올 수 있기에 산에 오를 때 따로 등산 복장이 필요 없다. 이른바 ‘아웃도어’ 패션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면바지에, 와이셔츠 차림도 상관없다. 신발도 마찬가지. 등산화가 아니어도 편한 신발이면 아무것이나 좋다. 다만 무릎 보호대는 꼭 착용한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무릎이 가장 먼저 차가워지는 부위 중 하나다. 무릎 보호대를 할 경우 보온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셋째, 급하지 않게 꾸준하게 산에 오른다. 홍 교수는 지나치게 숨이 찰 정도로 속도를 높이지 말라고 했다. 숨이 차오른다는 것을 느끼는 수준까지만 강도를 올리되 꾸준히 걸을 것을 주문했다. 힘들면 쉬어야 한다. 대체로 10분마다 1분씩 쉬는 것이 좋다. 다만 앉아서 쉴 경우 다시 일어나기 힘들 수 있으니 서서 쉴 것을 권했다. 이렇게 해도 운동 효과는 충분하다. 홍 교수는 “평지에서는 달려야 숨이 차고 운동 효과가 나타나지만 산에서는 걷기만 해도 15∼20분 이내에 숨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넷째, 즐기면서 산에 오른다. 홍 교수는 혼자 산에 오른다. 자신만의 패턴으로 산에 오르기 위해서다. 여러 명과 등산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속도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사진 촬영을 즐긴다. 10분마다 쉴 때도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계절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좋아서다. 홍 교수는 “자연을 거닐며 자연 그 자체를 즐기고 사진에 담아 앱에 올리는 일이 너무 즐겁다. 업무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 꽤 효과가 있다”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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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스클럽 대신 ‘생활형 등산’”…시간만 나면 산에 오르는 의사

    올 1월 초. 홍종원 세브란스병원 성형외과 교수(49)가 서울 광화문의 서점에서 책을 산 뒤 병원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마침 노을이 지고 있었다. 그날따라 노을빛이 맑았다. 산에 올라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졌다. 홍 교수는 인왕산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런 즉흥적인 산행이 홍 교수에게는 드물지 않다. 수술이나 회의가 취소돼 한두 시간 여유가 생기면 병원 뒤편에 있는 안산에 오른다. 점심시간에도 갑자기 산이 생각나면 얼른 안산에 다녀온다. 수술이 잘 끝나면 기분이 좋아 또 안산에 오른다. 병원 뒤쪽으로 나 있는 안산이 언젠가부터 정겨운 동네 뒷동산처럼 느껴졌다. 홍 교수는 유년 시절과 학창 시절을 북한산의 산자락 동네에서 보냈다. 학교 소풍의 절반 이상을 북한산에 갔을 정도다. 아버지는 산을 무척 좋아하셨다. 그 피를 이어받은 것일까. 홍 교수도 어렸을 때부터 산이 좋았단다. 그랬던 산을 한동안 잊고 살았다. 그러다가 다시 산을 찾기 시작했고, 지금은 등산 마니아가 됐다. ● “헬스클럽 대신 등산 선택” 40대 언저리에 건강검진 문진표를 작성하다 ‘1주일 동안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몇 회 했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당황스러웠다. ‘0회’라고 답하는 자신이 어처구니없었다. 누군가 “운동도 안 하고 관리도 안 하니 이러다 죽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라고 농담을 했다.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을, 처음 해 봤다.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등산은 아니었다. 누구나 간다는 헬스클럽에 갔다. 얼마나 다녔을까. TV를 보면서 멍하니 걷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후 관뒀다. 답답한 실내에서 운동하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조깅에 도전했다. 속도감이 좋았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처럼 여겨졌다. 얼마 후 무릎 연골에 이상이 생겼다. 이후 달리기를 접었다. 그 다음 떠올린 것은 자전거였다. 하지만 선뜻 도전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성형외과가 전공이다 보니 자전거를 타다 얼굴을 다쳐 병원에 온 환자를 수없이 봐왔다. 도저히 자전거 페달을 밟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때 어릴 때의 추억을 소환했다. 아무 장비도 필요 없고, 내킬 때 언덕을 걷기만 하면 되는 운동. 바로 등산이었다. 다시 등산을 해 볼까 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이후 한 달에 한 번꼴로 안산에 올랐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이 등산 마니아가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2주 1회 등산에서 주 4, 5회 등산으로 늘어” 홍 교수는 평균 1주일에 1회 이상 두경부암 환자의 얼굴 재건 수술을 집도한다. 수술은 대체로 오후 6, 7시경에 시작한다. 보통 3~7시간이 소요된다. 수술이 예정된 날의 오후는 꽤나 더디게 시간이 흘렀고, 덩달아 긴장감도 커졌다. 2019년 가을. 그날도 오후 6시에 수술이 잡혀 있었다. 수술 시간을 기다리다 홍 교수는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수술하기 전, 짬을 내서 안산에 후딱 다녀오면 어떨까.’ 홍 교수는 곧바로 산으로 향했다. 정상까지 올라갔다가 병원에 돌아오기까지 1시간 반이 걸렸다. 기분이 상쾌해졌다. 수술할 때도 그 상쾌함이 이어지는 듯했다. 이후 홍 교수는 ‘틈새 시간’이 생길 때마다 가까운 안산에 올랐다. 처음에는 평균 2주에 1회꼴로 산에 갔다. 안산에 올라 보니 가까이로는 인왕산, 멀리로는 북한산이 보였다. 그 산에도 오르고 싶어졌다.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등산 날짜와 시간 등을 기록했다. 재미가 붙으면서 등산 횟수가 일주일에 3, 4회로 늘었다. 요즘에는 인왕산에 푹 빠져 있다. 새벽 출근길에 인왕산에 올라 일출을 보거나 퇴근할 때 들러 야경을 즐긴다. 평일 낮에 1시간 정도 여유가 생겼을 때는 안산에 간다. 주말에는 가끔 가족과 북한산에도 간다. 산행 횟수가 일주일에 4, 5회로 다시 늘었다. ● ‘생활형 등산’ 추구하다 홍 교수에게는 ‘등산 복장’이 따로 없다. 편하면 된다. 홍 교수는 일상 복장 그대로 산에 가는 걸 선호한다. 자신이 즐기려고 직장 동료나 가족 구성원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싫어한다. 이 때문에 새벽에 일찍 일어나 등산하거나 퇴근 후에 산에 오른다. 교통 체증 때문에 길거리에 버릴 시간을 산행에 이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동료와 가족, 그 누구에도 피해를 입히지 않는단다. 홍 교수는 북한산이나 한라산 등 비교적 고도가 높은 산보다는 언제든 갈 수 있는 낮은 산을 선호한다. 그가 주로 가는 인왕산은 338.2m, 안산은 295.9m다. 또 미세먼지가 너무 심하거나 장대비가 퍼부을 때를 제외하고는 웬만하면 산에 오른다. 홍 교수는 이런 산행 스타일을 ‘생활형 등산’이라 했다. 효과는 꽤 크다. 일단 체력이 좋아졌다. 홍 교수는 일을 하다 늦게 자는 편이었다. 피곤해서 아침 일찍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2년 넘게 등산을 하면서 이런 습관이 바뀌었다. 늦게 잠을 자도 아침에 절로 일찍 눈이 떠졌다. 평소 피로감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체력이 좋아지니 등산 도중 쉬는 횟수도 줄었다. 덕분에 산행 속도가 빨라졌다. 안산 주파 시간은 1시간에서 40분으로, 인왕산 주파 시간은 1시간 반에서 50분으로 줄었다. 홍 교수는 “대체로 산행 속도는 시속 3~4㎞ 정도다. 처음에는 1분만 걸어도 숨이 턱턱 막혔는데, 지금은 이야기를 하면서 올라가도 멀쩡하다”며 웃었다. ‘생활형 등산’어떻게?홍종원 교수가 말하는 ‘생활형 등산’은 어떤 것일까. 몇 가지 원칙이 있단다. 첫째,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지 않는다. 언제든, 바로, 대략 1~2시간에 다녀올 수 있는 산에 오른다. 홍 교수는 “전국 어디든 주변에 가까운 산이나 구릉이 있다. 풍광이 수려하고 고도가 높은 산이 아니라 언제든 갈 수 있는 그런 산을 바로 오르는 게 생활형 등산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둘째, 쉽게 다녀올 수 있기에 산에 오를 때 따로 등산 복장이 필요 없다. 이른바 ‘아웃도어’ 패션은 생각해 본 적도 없다. 면바지에, 와이셔츠 차림도 상관없다. 신발도 마찬가지. 등산화가 아니어도 편한 신발이면 아무것이나 좋다. 다만 무릎 보호대는 꼭 착용한다. 산을 오르내리다 보면 무릎에 손상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온이 떨어지는 겨울에는 무릎이 가장 먼저 차가워지는 부위 중 하나다. 무릎 보호대를 할 경우 보온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셋째, 급하지 않게 꾸준하게 산에 오른다. 홍 교수는 지나치게 숨이 찰 정도로 속도를 높이지 말라고 했다. 숨이 차오른다는 것을 느끼는 수준까지만 강도를 올리되 꾸준히 걸을 것을 주문했다. 힘들면 쉬어야 한다. 대체로 10분마다 1분씩 쉬는 것이 좋다. 다만 앉아서 쉴 경우 다시 일어나기 힘들 수 있으니 서서 쉴 것을 권했다. 이렇게 해도 운동 효과는 충분하다. 홍 교수는 “평지에서는 달려야 숨이 차고 운동 효과가 나타나지만 산에서는 걷기만 해도 15~20분 이내에 숨이 차오른다”고 말했다. 넷째, 즐기면서 산에 오른다. 홍 교수는 혼자 산에 오른다. 자신만의 패턴으로 산에 오르기 위해서다. 여러 명과 등산할 경우 자신도 모르게 속도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사진 촬영을 즐긴다. 10분마다 쉴 때도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계절에 따라, 시간대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을 사진으로 남기는 게 좋아서다. 홍 교수는 2004년부터 400여 일 동안 남극 세종기지에서 의무대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때도 시간이 남으면 풍경 사진을 찍었었다. 홍 교수는 “자연을 거닐며 자연 그 자체를 즐기고 사진에 담아 앱에 올리는 일이 너무 즐겁다. 업무에 지친 심신을 달래는 데 꽤 효과가 있다”며 웃었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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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단 살 뺐지만 음식 유혹이… “산후 석달은 참으세요”

    《30대 초반의 이지혜(가명) 씨는 4년 전 아기를 출산했다. 이 씨는 임신 기간에 30kg 가까이 체중이 늘었다. 출산 후 처음에는 체중이 좀 줄어드나 했지만 곧 다시 늘었다. 결국 4년 만에 비만 치료를 받기 위해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심 교수는 비만 치료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산후 비만에 대한 심층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임신 기간에는 태아, 태반, 자궁, 양수, 수분 등으로 인해 대체로 체중이 9∼15kg 증가한다. 출산 후에는 아기, 태반, 양수가 다 빠져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체중이 줄어든다. 다만 당장은 임신 이전의 체중으로 완벽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5∼10kg의 체중이 더 나간다. 이는 대부분 임신 기간에 몸 안에 쌓인 수분(세포 외 수액) 때문이다. 심 교수에 따르면 출산 후 한 달 정도만 제대로 산후 조리를 하면 이 체중도 빠진다. 하지만 일부 산모들은 그 후로도 체중이 빠지지 않고, 때로는 더 증가한다. 이 씨가 그런 사례다. 이른바 산후 비만이다. 이유가 뭘까.》○ “출산 후 체중이 안 빠지는 이유 있다” 심 교수에 따르면 이 씨의 산후 비만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 씨는 결혼하기 전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결혼한 후 과격한 다이어트를 그만뒀지만, 임신하면서부터 식사량이 크게 늘었다. 태아에게 양질의 영양을 공급한다는 목적에서다. 체중이 불어난 것은 이때부터다. 바로 이 대목이 문제라고 심 교수는 지적했다. 심 교수는 “임신 초기에는 영양 성분이 태아로 가기보다는 임신부의 몸에 체지방으로 쌓이기 쉽다. 임신 초기의 과잉 섭취는 산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심 교수는 이어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섭취한 과잉 영양은 출산 이후 잘 빠지지 않는다. 이 시기까지 과잉 섭취를 줄이는 게 산후 비만을 어느 정도 막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심 교수에 따르면 산후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인 것과 환경·습관적인 것이 2 대 8의 비율이다. 살이 찌는 체질이라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출산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육아가 힘들다 보니 끼니를 거르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영양을 따지기보다는 빵과 같은 간편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운동도 못 한다. 이런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산후 비만이 굳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첫째보다는 둘째, 둘째보다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난 후 비만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심 교수는 이를 ‘생리적 요요’ 현상이라 불렀다. 임신하면서 체중이 증가하고, 출산한 후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산모의 몸이 자꾸 임신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출산 후 3개월이 비만 관리의 골든타임” 심 교수는 출산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가려면 출산 후 3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 3개월이 산후 비만을 막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이 씨 또한 이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에 해당한다. 왜 3개월일까. 심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 몸은 3∼6개월 이전의 상태를 ‘자신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식대로라면 산모의 경우 임신 후반부, 그러니까 임신 8개월 이후의 체중을 원래 체중으로 기억한다. 이 인식을 바꾸는 데 걸리는 기간이 약 3개월이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3개월 사이에 습관을 바꾸고, 그 습관을 유지해야 요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체중이 80kg이라면 20kg을 뺐어도 3개월 동안 유지하지 않으면 산모의 몸은 여전히 자신의 체중을 80kg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그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 섭취량을 늘리려는 본능이 발동한다. 이 때문에 식욕을 억제하는 게 쉽지 않다.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몸이 완벽하게 달라진 몸을 자신의 몸으로 인식하려면 6개월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출산 직후 체중이 80kg인 산모가 3개월 동안 20kg을 뺐다 하더라도 이후 3개월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해야 산모의 몸이 ‘내 체중은 60kg이다’라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출산 후 다이어트 이렇게 출산 후 한 달 동안은 쉬는 게 좋다. 물론 계속 누워 있기만 하면 좋지 않다. 움직일 수 있다면 조금씩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대체로 2∼4주 이후부터는 이런 활동을 시작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가 높은 것이 걷기다. 빠른 속도로 걷거나 달리는 것은 무리다. 심 교수는 “운동을 많이 해야 체중을 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틈날 때마다 10∼15분씩 걷되 최소한 매일 1회 이상은 유지한다. 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좋다. 대체로 시속 3km 안팎이면 된다. 이후 운동 강도를 서서히 높인다. 심 교수는 1, 2주일 간격으로 시간과 강도를 모두 높일 것을 주문했다. 처음에 10분으로 시작했다면 1주일 후에는 15분, 그게 안 되면 2주일 후에 15분으로 늘린다. 15분 운동이 괜찮다면 그다음에는 다시 20분으로 늘린다. 이때 속도도 조금씩 높인다. 이와 함께 매일 5∼10분 정도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을 하면 좋다. 이 경우에도 처음에는 힘이 들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한 후 점차 강도를 높인다. 3개월 후에는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까지 운동 강도를 높인다. 이 무렵 다이어트 효과가 줄어드는 ‘정체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강도를 높여 운동해야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3개월 운동하면 비로소 산후 비만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열량은 높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철분이나 칼슘이 부족하지 않도록 식단을 짜는 게 좋다. 심 교수는 미역국이나 우유, 계란 같은 음식을 권했다. 소고기 미역국이나 전복 미역국은 단백질과 열량이 낮은 해조류를 혼합했기에 좋은 음식이라고 추천했다. 출산 후에는 변비가 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식이섬유 섭취를 위해 현미나 보리밥을 먹도록 한다.펄펄 끓는 방에서 땀 뻘뻘 흘리다간 탈진… 무리한 다이어트-과도한 운동도 삼가야잘못된 산후조리출산 후에 몸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하는 산모들이 있다. 살이 더 쪘을 뿐 아니라 관절이 약해졌다거나 시력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출산 후유증이다. 이에 대해 심경원 교수는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하면 곧 사라지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산후 조리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이 시기에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고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산후 조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비교적 약하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의 골반이 서양 여성보다 작고, 태아의 머리는 서양의 경우보다 크기 때문에 출산 과정에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후 조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다만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산후 조리에는 반대했다. 이를테면 바람을 쐬면 뼈가 상한다며 한여름에도 펄펄 끓는 방에서 땀을 흘리도록 하는 게 잘못된 산후 조리라는 것이다. 물론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면역력이나 뼈 관절이 모두 약해졌으니 찬 바람이 좋을 리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땀을 흘리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신진대사 이상이나 탈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정도면 충분하다. 누워만 있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한다. 활동이 가능해지면 움직이는 게 좋다. 다만 이때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일단 약해진 관절이 다치기 쉽다. 또 부기가 빠지기를 기다려야 할 시기에 식사량을 턱없이 줄이거나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오히려 부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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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산 후 30kg 불어난 내 몸, 이전처럼 돌아가려면 이렇게”

    30대 초반의 이지혜(가명) 씨는 4년 전 아기를 출산했다. 이 씨는 임신 기간에 30kg 가까이 체중이 늘었다. 출산 후 처음에는 체중이 좀 줄어드나 했지만 곧 다시 늘었다. 결국 4년 만에 비만 치료를 받기 위해 심경원 이대서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를 찾았다. 심 교수는 비만 치료에서 꽤 이름이 알려진 의사다. 산후 비만에 대한 심층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임신 기간에는 태아, 태반, 자궁, 양수, 수분 등으로 인해 대체로 체중이 9~15kg 증가한다. 출산 후에는 아기, 태반, 양수가 다 빠져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체중이 줄어든다. 다만 당장은 임신 이전의 체중으로 완벽하게 돌아가지 않는다. 5~10kg의 체중이 더 나간다. 이는 대부분 임신 기간에 몸 안에 쌓인 수분(세포 외 수액) 때문이다. 심 교수에 따르면 출산 후 한 달 정도만 제대로 산후 조리를 하면 이 체중도 빠진다. 하지만 일부 산모들은 그 후로도 체중이 빠지지 않고, 때로는 더 증가한다. 이 씨가 그런 사례다. 이른바 산후 비만이다. 이유가 뭘까. ● “출산 후 체중이 안 빠지는 이유 있다”심 교수에 따르면 이 씨의 산후 비만은 ‘예정된’ 것이었다. 이 씨는 결혼하기 전에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했다. 결혼한 후 과격한 다이어트를 그만뒀지만, 임신하면서부터 식사량이 크게 늘었다. 태아에게 양질의 영양을 공급한다는 목적에서다. 체중이 불어난 것은 이때부터다. 바로 이 대목이 문제라고 심 교수는 지적했다. 심 교수는 “임신 초기에는 영양 성분이 태아로 가기보다는 임신부의 몸에 체지방으로 쌓이기 쉽다. 임신 초기의 과잉 섭취는 산후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라고 했다. 심 교수는 이어 “임신 6개월 이전까지 섭취한 과잉 영양은 출산 이후 잘 빠지지 않는다. 이 시기까지 과잉 섭취를 줄이는 게 산후 비만을 어느 정도 막는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심 교수에 따르면 산후 비만의 원인은 유전적인 것과 환경·습관적인 것이 2 대 8의 비율이다. 살이 찌는 체질이라서가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로 출산 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육아가 힘들다 보니 끼니를 거르다가 한꺼번에 몰아서 먹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영양을 따지기보다는 빵과 같은 간편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운동도 못 한다. 이런 환경적 요인들로 인해 산후 비만이 굳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첫째보다는 둘째, 둘째보다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난 후 비만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심 교수는 이를 ‘생리적 요요’ 현상이라 불렀다. 임신하면서 체중이 증가하고, 출산한 후 빠지는 현상이 반복되다 보니 산모의 몸이 자꾸 임신한 상태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출산 후 3개월이 비만 관리의 골든타임”심 교수는 출산 이전의 체중으로 돌아가려면 출산 후 3개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이 3개월이 산후 비만을 막는 ‘골든타임’이라는 것이다. 이 씨 또한 이 골든타임을 놓친 사례에 해당한다. 왜 3개월일까. 심 교수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다이어트를 할 때 우리 몸은 3~6개월 이전의 상태를 ‘자신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공식대로라면 산모의 경우 임신 후반부, 그러니까 임신 8개월 이후의 체중을 원래 체중으로 기억한다. 이 인식을 바꾸는 데 걸리는 기간이 약 3개월이라는 것이다. 심 교수는 “3개월 사이에 습관을 바꾸고, 그 습관을 유지해야 요요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체중이 80kg이라면 20kg을 뺐어도 3개월 동안 유지하지 않으면 산모의 몸은 여전히 자신의 체중을 80kg으로 생각한다. 따라서 그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음식 섭취량을 늘리려는 본능이 발동한다. 이 때문에 식욕을 억제하는 게 쉽지 않다. 3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게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몸이 완벽하게 달라진 몸을 자신의 몸으로 인식하려면 6개월은 필요하다. 그러니까 출산 직후 체중이 80kg인 산모가 3개월 동안 20kg을 뺐다 하더라도 이후 3개월 동안 그 상태를 유지해야 산모의 몸이 ‘내 체중은 60kg이다’라고 인식한다는 뜻이다. ● 출산 후 다이어트 이렇게출산 후 한 달 동안은 쉬는 게 좋다. 물론 계속 누워있기만 하면 좋지 않다. 움직일 수 있다면 조금씩 활동량을 늘려야 한다. 대체로 2~4주 이후부터는 이런 활동을 시작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가 높은 것이 걷기다. 빠른 속도로 걷거나 달리는 것은 무리다. 심 교수는 “운동을 많이 해야 체중을 뺄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 대신 틈날 때마다 10~15분씩 걷되 최소한 매일 1회 이상은 유지한다. 속도는 빠르지 않아도 좋다. 대체로 시속 3km 안팎이면 된다. 이후 운동 강도를 서서히 높인다. 심 교수는 1, 2주일 간격으로 시간과 강도를 모두 높일 것을 주문했다. 처음에 10분으로 시작했다면 1주일 후에는 15분, 그게 안 되면 2주일 후에 15분으로 늘린다. 15분 운동이 괜찮다면 그 다음에는 다시 20분으로 늘린다. 이때 속도도 조금씩 높인다. 이와 함께 매일 5~10분 정도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을 하면 좋다. 이 경우에도 처음에는 힘이 들지 않는 범위에서 시작한 후 점차 강도를 높인다. 3개월 후에는 땀이 나고 숨이 찰 정도까지 운동 강도를 높인다. 이 무렵 다이어트 효과가 줄어드는 ‘정체기’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강도를 높여 운동해야 정체기를 극복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3개월 운동하면 비로소 산후 비만의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먹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열량은 높지 않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 위주로 먹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철분이나 칼슘이 부족하지 않도록 식단을 짜는 게 좋다. 심 교수는 미역국이나 우유, 계란 같은 음식을 권했다. 소고기 미역국이나 전복 미역국은 단백질과 열량이 낮은 해조류를 혼합했기에 좋은 음식이라고 추천했다. 출산 후에는 변비가 오는 경우가 잦기 때문에 식이섬유 섭취를 위해 현미나 보리밥을 먹도록 한다.산후조리, 효과적으로 하려면 어떻게? 출산 후에 몸 상태가 나빠졌다고 말하는 산모들이 있다. 살이 더 쪘을 뿐 아니라 관절이 약해졌다거나 시력이 나빠졌다는 것이다. 이른바 출산 후유증이다. 이에 대해 심경원 교수는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하면 곧 사라지지만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산후 조리를 중요하게 여겨 왔다. 이 시기에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두고두고 고생한다는 것이다. 반면 서양에서는 산후 조리를 해야 한다는 인식이 비교적 약하다. 심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의 골반이 서양 여성보다 작고, 태아의 머리는 서양의 경우보다 크기 때문에 출산 과정에서 더 힘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산후 조리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다만 관행적으로 행해지던 산후 조리에는 반대했다. 이를테면 바람을 쐬면 뼈가 상한다며 한여름에도 펄펄 끓는 방에서 땀을 흘리도록 하는 게 잘못된 산후 조리라는 것이다. 물론 임신과 출산을 거치면서 면역력이나 뼈 관절이 모두 약해졌으니 찬바람이 좋을 리는 없다. 다만 지나치게 땀을 흘리도록 하는 것은 오히려 신진대사 이상이나 탈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뜻하게 몸을 감싸는 정도면 충분하다. 누워만 있는 것은 오히려 회복을 더디게 한다. 활동이 가능해지면 움직이는 게 좋다. 다만 이때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면 부작용이 더 크다. 일단 약해진 관절이 다치기 쉽다. 또 부기가 빠지기를 기다려야 할 시기에 식사량을 턱없이 줄이거나 운동을 과도하게 하면 오히려 부기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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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농심,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4월 오픈

    친환경 먹거리 ‘대체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겁다.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 공장식 도축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에 관심을 갖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대체육이란 고기를 대신해서 먹을 수 있도록 비(非)동물성 재료로 모양과 식감을 고기와 유사하게 만든 식재료다. 이런 트렌드에 맞춰 농심은 지난해 비건 식품 브랜드 ‘베지가든’을 출시했다. 이어 농심은 올 4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의 문을 연다.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100%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한다. 총괄 셰프는 미국 뉴욕의 미슐랭 1, 2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김태형 셰프가 맡았다. 김 셰프는 평소 비건 푸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를 거듭해 왔다. 농심 관계자는 “원재료부터 요리까지 모두 농심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한층 다양한 메뉴를 제대로 선보일 수 있는 것이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대체육 제조 기술 독자 개발베지가든은 농심이 독자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 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한 브랜드로 40여 종에 이른다.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식물성 다짐육과 패티다. 떡갈비, 너비아니와 같이 한국식 메뉴를 접목한 조리냉동식품도 있다. 샐러드 소스와 국물 요리에 맛을 내는 사골 맛 분말, 카레 등 소스 및 양념류도 함께 선보였다. 농심은 대체육의 사회적 가치와 가능성을 일찌감치 주목하고 연구에 돌입했다. 2017년 자체 기술로 식물성 고기 다짐육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채식 커뮤니티와 유명 채식식당 셰프들과 함께 다양한 메뉴를 만들었다. 또한 소비자의 시식과 평가를 반영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제품의 맛과 품질 완성도를 높였다. 농심은 “세계적으로 가장 진보한 대체육 제조 기술인 HMMA(High Moisture Meat Analogue·고수분 대체육 제조 기술) 공법을 사용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이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그대로 구현했다”고 밝혔다. 농심은 또 “해외에서 이미 개발된 설비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을 거부하고 독자적으로 HMMA 설비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 “비건식 저변 더욱 넓히겠다”대체육은 고기를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들만 먹는 음식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대체육은 인류의 식량문제 해결과 환경보호를 위해 개발됐다. 대체육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는 콩고기는 1960년대 인구 증가에 따른 식량 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그러다가 2000년대 들어 대체육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축산업으로 인한 탄소 배출과 지구온난화가 사회적인 이슈로 대두되며 고기를 대신할 대체육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대체육은 환경과 윤리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에게 크게 주목받고 있다. 특히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대체육을 활용한 가공식품과 비건 레스토랑이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대체육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비건 레스토랑을 기반으로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며 비건식의 저변을 넓혀 나가겠다”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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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카드“4대보험 납부시 月 최대 30만원 혜택”

    삼성카드는 4대 사회보험 납부 시 월 최대 30만 원의 할인을 제공하는 ‘삼성 BIZ iD BENEFIT 카드’(사진)를 출시했다고 밝혔다. 4대 사회보험은 건강보험,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이다. 삼성카드 측은 “4대 보험과 전기요금 등 필수 경비 결제 시 1.5% 할인 혜택을 월 최대 30만 원까지 제공한다”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세부 할인 대상은 4대 사회보험, 전기요금, 도시가스요금, 할인점, 온라인쇼핑몰, 배민상회(식자재몰), 해외 결제 건이다. 전월 이용 조건은 없다. 이와 함께 삼성카드 측은 “주유, 통신비, 렌털, 보안 등 사업장 운영 및 관리비용 결제 시에도 3%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세부 할인 대상으로는 주유, 전기차 충전, 이동통신비, 인터넷 및 유선 통신비, 렌털, 보안, 방역이다. 전월 이용 금액에 맞춰 통합으로 월 최대 2만 원까지 할인을 제공한다. 삼성카드는 이달 28일까지 4대 사회보험, 전기요금, 통신비 등을 삼성카드로 정기결제 신청하고 4월 말까지 납부한 고객을 대상으로 최대 3만5000원의 캐시백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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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수영에 빠진후 허리통증 싹… “물소리 들으며 명상”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2)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강과 바다는 놀이터였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물에 대한 공포심은 생기지 않았다. 늘 물이 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했다. 운동을 좋아해 테니스와 유도도 배웠지만 수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울 여건은 되지 않았다. 가끔 계곡이나 바다로 휴가를 갔을 때 물놀이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물놀이는 추억이 돼 버렸다. 그러다 교수가 된 후 수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27년째 수영을 하고 있는 ‘수영 마니아’가 됐다. ○ 27년째 새벽 수영 습관오 교수는 1995년 초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해 3월 한양대 구리병원이 개원할 때 교수로 부임했다. 진료, 콘퍼런스, 학생 강의에 실험과 논문 작성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됐다.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체중이 늘어났다. 이어 허리디스크 증세도 나타났다. 운동이 해법이었다. 하지만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수영이 떠올랐다. 출근하기 전 새벽에 수영하면 될 것 같았다. 집과 병원 중간 거리에 있는 수영장을 찾아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났다. 곧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주 3일, 매회 40∼50분 수영을 했다. 7, 8년이 지난 후에는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정식 레슨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모든 수영법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수영에 빠져들었다. 해외 학회나 출장, 혹은 여행을 가더라도 수영복은 꼭 챙긴다. 요즘에는 주 5, 6일 수영을 한다. 거의 매일 수영장으로 ‘출근’하는 셈이다. ○허리디스크 사라지고 체중 감량 성공 오 교수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오랜 수영 습관으로 심폐 기능과 지구력이 좋아진 것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모로 건강이 좋아졌단다. 일단 허리디스크 증세가 사라졌다. 1995년 지금의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로 허리가 안 좋았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활 치료는 받아야 했다. 증세가 안 좋을 때는 양말을 신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환자와 만날 때도 허리 통증 때문에 어정쩡하게 앉아 진료해야 했다. 1년간 이런 초기 허리디스크 증세로 고생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 허리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수영하기 전에는 물리치료 효과가 한 달을 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3, 4개월 동안은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영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허리디스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 통증이 재발하지 않았다. 이후로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 오 교수는 “특히 자유형과 배영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45분을 수영한다면 30분은 자유형에 투자한다. 나머지 15분 동안 배영과 접영, 평영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허리디스크에서 해방된 후로는 비슷한 증세를 느낀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기 쉬운 오십견 증세도 없다. 흔히 몸이 결린다고 하는 표현을 오 교수는 써 본 적이 없다. 그는 “수영을 하다 보면 물과 접촉하는 동안 마사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체중도 줄었다. 1995년 유학을 끝내고 귀국할 당시 체중은 70kg 안팎이었지만 얼마 후 76kg까지 늘었다. 수영을 1년 정도 했을 때 72kg으로 떨어졌다. 이후 26년째 유지하고 있다. ○적게 먹고 틈틈이 ‘생활운동’ 오 교수는 수영하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열량 소비량 등을 체크한다. 40∼50분 동안 수영하고 나면 소비되는 열량은 약 500Cal다. 오 교수는 “체중을 빼기 위해서는 수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小食)을 병행하고 있다. 수영하기 전에는 따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수영을 끝내고 병원에 도착한 후 집에서 가지고 온 아침 식사를 한다. 삶은 계란 2개와 간단한 과일주스다. 점심은 가급적 병원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배식 받을 때 미리 밥과 반찬의 절반을 덜어낸다. 저녁 식사를 줄이는 게 어려웠다. 회식이나 학회 모임 때는 많이 먹었다. 2000년 무렵부터 식사 패턴을 바꾸었다. 세트 메뉴일 때는 하나씩 건너뛰면서 먹었고, 면 음식은 사양했다. 그래도 양이 많다 싶으면 3분의 2만 먹었다. 다음 날 수영을 하기 위해 음식을 덜 먹는 날도 많아졌다. 이렇게 하다 보니 소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50대 이후로 다른 운동도 시작했다. 주말에는 동네 산을 오른다. 1시간 등산 후 수영장에 간다. 수영장 옆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도 한다. 주로 주말, 산에 오르지 않는 날에 헬스클럽에서 30∼40분 운동한 뒤 수영을 한다. 늘 마무리는 수영인 셈이다. 오 교수는 “수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운동”이라고 했다. 물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그는 “혼자 수영을 하면서 들리는 것은 오로지 물소리뿐”이라며 “수영하면서 명상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7, 8년 이상 수영을 지속하면 이런 명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단다. 최대심박수의 70%안팎 적당… 당뇨환자는 짧게… 고혈압-심장질환자엔 비추천수영으로 건강 챙기려면 수영이 근력, 지구력, 심폐 기능 개선에 좋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물의 저항은 그 자체로 전신 마사지 효과도 있다. ‘수영 마니아’인 오재원 교수에게 수영의 건강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첫째, 중년 이후에는 숨이 약간 찰 정도인 최대 심박수의 60∼80% 수준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 90%가 넘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또한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최소한 일주일에 3회 이상 수영을 하되, 40분 이상 숨이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경우 1시간에 700Cal 정도 소모할 수 있다. 둘째, 모두에게 이로운 운동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는 1시간 이상 수영해서는 안 된다.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저혈당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숨을 오래 참다 보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고혈압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하체보다 상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다른 운동에 비해 심장에 가해지는 압박이 크다. 심장질환자는 수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체중을 실어 수직 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 수영은 물에 떠서 하는 수평 자세 운동이다. 따라서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이나 치료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척추 질환이 있다면 수영이 도움 된다. 다만 접영과 평영은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자유형과 배영을 하는 게 좋다. 또한 척추 환자는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갑자기 물에 뛰어들 경우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오래 물에 머물지 않는다면 좋은 운동이 된다. 다른 운동에 비해 감염의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천식 증세가 있을 때도 수영이 좋다. 폐활량이 늘어나고 습한 공기가 천식 증세를 완화한다. 수영을 해도 어깨가 넓어지지는 않는다. 굽었던 어깨가 근육이 발달하면서 펴지는 것이다. 오히려 수영을 많이 하면 균형 있는 어깨를 가질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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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7년째 새벽 수영하는 의사…“허리디스크 사라지고 체중도 감량”

    오재원 한양대 구리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62)는 강과 바다가 만나는 시골에서 태어났다. 강과 바다는 놀이터였다. 친구들과 물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도 물에 대한 공포심은 생기지 않았다. 늘 물이 좋았다. 중학교 2학년 때 서울로 이사했다. 운동을 좋아해 테니스와 유도도 배웠지만 수영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영을 배울 여건은 되지 않았다. 가끔 계곡이나 바다로 휴가를 갔을 때 물놀이를 하는 게 고작이었다. 물놀이는 추억이 돼 버렸다. 그러다 교수가 된 후 수영에 뛰어들었다. 이후 27년째 수영을 하고 있는 ‘수영 마니아’가 됐다. ● 27년째 새벽 수영 습관 오 교수는 1995년 초 미국 유학을 마치고 귀국했다. 그해 3월 한양대 구리병원이 개원할 때 교수로 부임했다. 진료, 콘퍼런스, 학생 강의에 실험과 논문 작성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이 계속됐다. 오후 10시 이전에 퇴근하는 날은 거의 없었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체중이 늘어났다. 이어 허리디스크 증세도 나타났다. 운동이 해법이었다. 하지만 무슨 운동을 해야 할지 몰랐다. 시간 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때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수영이 떠올랐다. 출근하기 전 새벽에 수영하면 될 것 같았다. 집과 병원 중간 거리에 있는 수영장을 찾아냈다. 오전 5시 반에 일어났다. 곧바로 수영장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주 3일, 매회 40~50분 수영을 했다. 7, 8년이 지난 후에는 실력을 향상하기 위해 정식 레슨을 받았다. 덕분에 지금은 모든 수영법을 능숙하게 구사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더 수영에 빠져들었다. 해외 학회나 출장, 혹은 여행을 가더라도 수영복은 꼭 챙긴다. 요즘에는 주 5, 6일 수영을 한다. 거의 매일 수영장으로 ‘출근’하는 셈이다. ● 허리디스크 사라지고 체중 감량 성공오 교수는 “좀처럼 지치지 않는 편”이라고 했다. 오랜 수영 습관으로 심폐 기능과 지구력이 좋아진 것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모로 건강이 좋아졌단다. 일단 허리디스크 증세가 사라졌다. 1995년 지금의 병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로 허리가 안 좋아졌다.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재활 치료는 받아야 했다. 증세가 안 좋을 때는 양말을 신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 환자와 만날 때도 허리 통증 때문에 어정쩡하게 앉아 진료해야 했다. 1년간 이런 초기 허리디스크 증세로 고생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 허리 통증이 서서히 사라졌다. 수영하기 전에는 물리치료 효과가 한 달을 채 가지 못했다. 하지만 수영을 하고 난 후로는 물리치료를 받으면 3, 4개월 동안은 통증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영을 시작한 지 4년 만에 허리디스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오래 앉아 있어도 허리 통증이 재발하지 않았다. 이후로는 어떤 치료도 받지 않았다. 오 교수는 “특히 자유형과 배영이 허리 근육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45분을 수영한다면 30분은 자유형에 투자한다. 나머지 15분 동안 배영과 접영, 평영을 번갈아 가면서 한다. 허리디스크에서 해방된 후로는 비슷한 증세를 느낀 적이 없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기 쉬운 오십견 증세도 없다. 흔히 몸이 결린다고 하는 표현을, 오 교수는 써 본 적이 없다. 그는 “수영을 하다 보면 물과 접촉하는 동안 마사지 효과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체중도 줄었다. 1995년 유학을 끝내고 귀국할 당시 체중은 70㎏ 안팎이었지만 얼마 후 76㎏까지 늘었다. 수영을 1년 정도 했을 때 72㎏으로 떨어졌다. 이후 26년째 유지하고 있다. ● 적게 먹고 틈틈이 ‘생활운동’ 오 교수는 수영하면서 애플리케이션으로 열량 소비량 등을 체크한다. 40~50분 동안 수영하고 나면 소비되는 열량은 약 500Cal다. 오 교수는 “체중을 빼기 위해서는 수영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소식(小食)을 병행하고 있다. 수영하기 전에는 따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수영을 끝내고 병원에 도착한 후 집에서 가지고 온 아침 식사를 한다. 삶은 계란 2개와 간단한 과일주스다. 점심은 가급적 병원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배식 받을 때 미리 밥과 반찬의 절반을 덜어낸다. 저녁 식사를 줄이는 게 어려웠다. 회식이나 학회 모임 때는 많이 먹었다. 2000년 무렵부터 식사 패턴을 바꾸었다. 세트 메뉴일 때는 하나씩 건너뛰면서 먹었고, 면 음식은 사양했다. 그래도 양이 많다 싶으면 3분의 2만 먹었다. 다음 날 수영을 하기 위해 음식을 덜 먹는 날도 많아졌다. 이렇게 하다 보니 소식이 자연스럽게 정착됐다. 50대 이후로 다른 운동도 시작했다. 주말에는 동네 산을 오른다. 1시간 등산 후 수영장에 간다. 수영장 옆에 있는 헬스클럽에서 근력 운동도 한다. 주로 주말, 산에 오르지 않는 날에 헬스클럽에서 30~40분 운동한 뒤 수영을 한다. 늘 마무리는 수영인 셈이다. 오 교수는 “수영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매력을 느끼게 되는 운동”이라고 했다. 물에 들어가면 마음이 편해진단다. 그는 “혼자 수영을 하면서 들리는 것은 오로지 물소리뿐”이라며 “수영하면서 명상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7, 8년 이상 수영을 지속하면 이런 명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단다.수영이 근력, 지구력, 심폐 기능 개선에 좋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물의 저항은 그 자체로 전신 마사지 효과도 있다. ‘수영 마니아’인 오재원 교수에게 수영의 건강 효과에 대해 들어봤다. 첫째, 중년 이후에는 숨이 약간 찰 정도인 최대 심박수의 60~80% 수준에서 운동하는 게 좋다. 90%가 넘으면 위험해질 수 있다. 또한 체중 감량이 목적이라면 최소한 일주일에 3회 이상 수영을 하되, 40분 이상 숨이 찰 정도로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이 경우 1시간에 700Cal 정도 소모할 수 있다. 둘째, 모두에게 이로운 운동은 아니다. 당뇨병 환자는 1시간 이상 수영해서는 안 된다.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에 저혈당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 숨을 오래 참다 보면 혈압이 급격히 상승할 수 있어 고혈압 환자도 주의해야 한다. 하체보다 상체를 많이 쓰기 때문에 다른 운동에 비해 심장에 가해지는 압박이 크다. 심장질환자도 수영을 하지 않는 게 좋다.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체중을 실어 수직 자세로 서 있어야 한다. 수영은 물에 떠서 하는 수평 자세 운동이다. 따라서 뼈엉성증(골다공증) 예방이나 치료에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척추 질환이 있다면 수영이 도움 된다. 다만 접영과 평영은 척추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자유형과 배영을 하는 게 좋다. 또한 척추 환자는 준비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고 갑자기 물에 뛰어들 경우 허리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둬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오래 물에 머물지 않는다면 좋은 운동이 된다. 다른 운동에 비해 감염의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천식 증세가 있을 때도 수영이 좋다. 폐활량이 늘어나고 습한 공기가 천식 증세를 완화한다. 수영을 해도 어깨가 넓어지지는 않는다. 굽었던 어깨가 근육이 발달하면서 펴지는 것이다. 오히려 수영을 많이 하면 균형 있는 어깨를 가질 수 있다. 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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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에 좋다는 특정 식품만 집중 섭취하면 도움 안돼”

    미국암연구기관(AICR)은 암 예방에 좋은 식품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과, 체리, 블루베리, 크랜베리, 라즈베리, 오렌지, 자몽, 포도, 딸기…. 과일뿐 아니라 채소도 많다. 토마토,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당근, 마늘, 케일, 콩, 시금치, 겨울호박, 통곡물류…. 커피와 차도 이름을 올렸다. 단, 여기에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그 어떤 식품도 하나만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 특정 식품(싱글 푸드)의 암 예방 효과가 미약하다는 뜻이다.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을 예방해주는 싱글 푸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품영양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의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 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암 환자 건강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교수에게 암과 식품의 관계를 들어봤다. ○ “암 예방하려고 특정 식품 과잉 섭취는 금물” 토마토에 들어 있는 ‘리코펜’ 성분은 항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토마토를 자주 먹으면 전립샘(전립선)암 발병 확률이 20%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연구”라고 지적했다. 왜 그럴까. 첫째, 이런 연구는 관찰이나 역학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리코펜 성분의 항암 효과는 연구실 실험이나 동물 실험에서 밝혀진 것이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이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이는 임상시험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둘째, 항암 작용을 하는 특정 성분만 ‘많이’ 먹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토마토의 90%는 식이섬유와 무기질로 구성돼 있다. 리코펜 성분을 충분히 얻으려면 토마토를 그 자리에서 수십 개 먹어야 한다. 사실 리코펜 성분은 토마토를 농축한 토마토케첩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이 교수는 “토마토케첩에는 리코펜 성분도 많지만 설탕과 가공물질도 많다. 그러니 토마토케첩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다른 식품도 마찬가지”라며 “특정 식품을 많이 먹을 게 아니라 신선 식품을 다양하게 먹어야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공식품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 늘려야 이 교수는 항암 식품이 아니라 항암 식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식단을 꾸려야 할까. 첫째, 가공식품을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포함해야 한다. 이 교수는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은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염증은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 외에도 암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대부분 채소는 90%가 식이섬유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단백질을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이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을 2 대 1의 비율로 먹을 것을 권했다. 대체로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체중 1kg당 1g 정도다. 만약 체중이 60kg이라면 하루에 60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이 경우 40g은 식물성, 20g은 동물성 단백질로 채우라는 이야기다. 보통 육류 100g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20g 내외다. 계란 1개에 약 5g의 단백질이 들어 있다. 그렇다면 하루에 육류를 100g, 혹은 육류 50g에 계란 2개를 먹으면 동물성 단백질은 충분하다. 나머지 필요한 단백질 40g은 식물성 단백질로 채우면 된다. 두부 한 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보통 20∼30g이다. 따라서 두부 한 모와 여러 채소를 조금씩 섞어 먹으면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도 충분해진다. 삼겹살 같은 육류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불가능하다. 보통 1회에 최대로 흡수되는 단백질 양은 20g 정도다. 이를 초과한 단백질은 몸에 지방으로 쌓이거나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한꺼번에 2, 3인분 이상의 고기를 먹으면 단백질이 쌓이는 대신 몸만 나빠진다는 뜻이다. 이 교수가 만든 암 예방 식단을 참고하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음식 종류에 따라 섭취 횟수가 달라진다. 생선(혹은 해산물)과 두부, 두유는 주 3회 섭취한다. 월 수 금 혹은 화 목 토처럼 요일을 정해놓고 먹으면 좋다. 닭과 오리고기 같은 가금류와 계란은 주 2회 정도가 좋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같은 육류는 주 1회로 제한한다.○매 끼니 다섯 색깔 채소 함께 섭취해야 이 교수는 암 예방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끼니마다’ 먹을 것을 강조했다. 채소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데, 이 물질은 다양한 색소에 들어 있다. 미국영양학회도 이 점 때문에 다섯 가지 색깔의 채소를 매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채소들은 암 예방과 노화 방지, 장수에 도움이 되기에 이른바 ‘슈퍼 푸드’라고 불린다. 이 교수도 특정 채소가 아니라 색깔별로 다섯 종류를 식탁에 올리도록 했다. 이 교수는 “특정 채소만 많이 먹으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슈퍼 푸드도 오케스트라처럼 융합될 때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빨강(토마토, 피망, 고추) △보라(가지, 적양배추, 자색고구마, 블루베리) △초록(시금치, 브로콜리, 셀러리, 오이) △노랑(파프리카, 당근, 호박) △하양(버섯, 양배추, 양파, 미나리, 아보카도) 등 다섯 가지 색깔별로 한 종류씩 식탁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채소는 얼마나 먹으면 될까. 이 교수는 “채소별로 한 움큼씩 차려놓고 양껏 먹으면 된다. 빠뜨리지 않고 여러 종류를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에 익히면 영양소가 파괴되는 채소들이 꽤 있다. 따라서 채소는 샐러드나 찜, 볶음 형태로 먹는 게 좋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소식(小食)을 제안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으면 영양 과잉 상태가 되고, 오히려 염증 반응이 일어나 만성질환과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탄수화물 많이 먹으면 효과 반감… 고령자는 ‘농축’영양제도 피해야 채식의 항암효과 제대로 누리려면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채식은 암 예방에 도움이 될까.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채식을 한다면 암을 예방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제대로 된 채식’이 뭘까. 이 교수는 “육류만 먹지 않으면 채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한다거나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다면 채식의 건강 효과는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영양 결핍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콩이나 두부처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을 풍부하게 먹어야 한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먹는 영양제나 건강식품에 대해서도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는 영양제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현재까지 항암 영양제로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65세 이후에는 특정 성분이 좋다고 해서 그 성분만 농축한 영양제는 피해야 한다. 농축된 영양 성분을 간이 분해하고 희석해야 하는데, 노인의 경우 이를 독소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인들은 종합 비타민제 한 종류만 먹는 게 좋다”며 “나머지는 신선 식품으로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혹 만성질환자나 중증질환자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3개월간 먹었을 때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그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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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암은 식품 아니라 ‘식단’이 중요…‘싱글푸드’로 예방 못해”

    미국암연구기관(AICR)은 암 예방에 좋은 식품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사과, 체리, 블루베리, 크랜베리, 라즈베리, 오렌지, 자몽, 포도, 딸기…. 과일뿐 아니라 채소도 많다. 토마토, 호두, 아스파라거스, 브로콜리, 방울양배추, 당근, 마늘, 케일, 콩, 시금치, 겨울호박, 통곡물류…. 커피와 차도 이름을 올렸다. 단, 여기에 중요한 단서를 달았다. “그 어떤 식품도 하나만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 특정 식품(싱글 푸드)의 암 예방 효과가 미약하다는 뜻이다.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암을 예방해주는 싱글 푸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식품영양학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의사의 길에 뛰어들었다. 현재 이 병원 건강증진센터에서 암 환자 건강관리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이 교수에게 암과 식품의 관계를 들어봤다. ● “암 예방하려고 특정 식품 과잉 섭취는 금물”토마토에 들어 있는 ‘리코펜’ 성분은 항암 작용을 한다. 이 때문에 토마토를 자주 먹으면 전립샘(전립선)암 발병 확률이 20%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현실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연구”라고 지적했다. 왜 그럴까. 첫째, 이런 연구는 관찰이나 역학조사를 통해 이뤄진다. 리코펜 성분의 항암 효과는 연구실 실험이나 동물 실험에서 밝혀진 것이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얻은 결과가 아니다. 이 교수는 “사람을 대상으로 특정 음식만 집중적으로 먹이는 임상시험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둘째, 항암 작용을 하는 특정 성분만 ‘많이’ 먹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교수에 따르면 토마토의 90%는 식이섬유와 무기질로 구성돼 있다. 리코펜 성분을 충분히 얻으려면 토마토를 그 자리에서 수십 개 먹어야 한다. 사실 리코펜 성분은 토마토를 농축한 토마토케첩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이 교수는 “토마토케첩에는 리코펜 성분도 많지만 설탕과 가공물질도 많다. 그러니 토마토케첩으로는 암을 예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다른 식품도 마찬가지”라며 “특정 식품을 많이 먹을 게 아니라 신선 식품을 다양하게 먹어야 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가공식품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 늘려야이 교수는 항암 식품이 아니라 항암 식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어떻게 식단을 꾸려야 할까. 첫째, 가공식품을 줄이고 양질의 단백질을 충분히 포함해야 한다. 이 교수는 “가공식품에 들어 있는 성분은 체내에서 염증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 이 염증은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계 질환 외에도 암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나이가 들면서 육식을 줄이고 채식을 늘리는 것에도 부정적이다. 대부분 채소는 90%가 식이섬유와 수분으로 이뤄져 있다. 단백질을 얻기 어렵다는 뜻이다.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가 필수다. 이 교수는 식물성 단백질과 동물성 단백질을 2 대 1의 비율로 먹을 것을 권했다. 대체로 성인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은 체중 1㎏당 1g 정도다. 만약 체중이 60㎏이라면 하루에 60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이 경우 40g은 식물성, 20g은 동물성 단백질로 채우라는 이야기다. 보통 육류 100g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20g 내외다. 계란 1개에 약 5g의 단백질이 들어있다. 그렇다면 하루에 육류를 100g, 혹은 육류 50g에 계란 2개를 먹으면 동물성 단백질은 충분하다. 나머지 필요한 단백질 40g은 식물성 단백질로 채우면 된다. 두부 한 모에 들어 있는 단백질은 보통 20~30g이다. 따라서 두부 한 모와 여러 채소를 조금씩 섞어 먹으면 식물성 단백질 섭취량도 충분해진다. 삼겹살 같은 육류를 한꺼번에 많이 먹으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을 모두 채울 수 있지 않을까. 불가능하다. 보통 1회에 최대로 흡수되는 단백질 양은 20g 정도다. 이를 초과한 단백질은 몸에 지방으로 쌓이거나 몸 밖으로 배출된다. 한꺼번에 2, 3인분 이상의 고기를 먹으면 단백질이 쌓이는 대신 몸만 나빠진다는 뜻이다. 이 교수가 만든 암 예방 식단을 참고하면 충분한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음식 종류에 따라 섭취 횟수가 달라진다. 생선(혹은 해산물)과 두부, 두유는 주 3회 섭취한다. 월 수 금 혹은 화 목 토처럼 요일을 정해놓고 먹으면 좋다. 닭과 오리고기 같은 가금류와 계란은 주 2회 정도가 좋다. 돼지고기와 쇠고기 같은 육류는 주 1회로 제한한다. ● 매 끼니 다섯 색깔 채소 함께 섭취해야이 교수는 암 예방을 위해서라면 다양한 색깔의 채소를 ‘끼니마다’ 먹을 것을 강조했다. 채소는 항염증 작용을 하는데, 이 물질은 다양한 색소에 들어 있다. 미국영양학회도 이 점 때문에 다섯 가지 색깔의 채소를 매일 섭취할 것을 권장한다. 이런 채소들은 암 예방과 노화 방지, 장수에 도움이 되기에 이른바 ‘슈퍼 푸드’라고 불린다. 이 교수도 특정 채소가 아니라 색깔별로 다섯 종류를 식탁에 올리도록 했다. 이 교수는 “특정 채소만 많이 먹으면 건강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슈퍼 푸드도 오케스트라처럼 융합될 때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빨강(토마토, 피망, 고추) △보라(가지, 적양배추, 자색고구마, 블루베리) △초록(시금치, 브로콜리, 셀러리, 오이) △노랑(파프리카, 당근, 호박) △하양(버섯, 양배추, 양파, 미나리, 아보카도) 등 다섯 가지 색깔별로 한 종류씩 식탁에 올릴 것을 제안했다. 채소는 얼마나 먹으면 될까. 이 교수는 “채소별로 한 움큼씩 차려놓고 양껏 먹으면 된다. 빠뜨리지 않고 여러 종류를 먹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물에 익히면 영양소가 파괴되는 채소들이 꽤 있다. 따라서 채소는 샐러드나 찜, 볶음 형태로 먹는 게 좋다. 이와 함께 이 교수는 소식(小食)을 제안했다. 지나치게 많은 양을 먹으면 영양 과잉 상태가 되고, 오히려 염증 반응이 일어나 만성질환과 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채식 한다면 암 예방에 도움”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채식은 암 예방에 도움이 될까. 이경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제대로 된 채식을 한다면 암을 예방하는 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교수가 말하는 ‘제대로 된 채식’이 뭘까. 이 교수는 “육류만 먹지 않으면 채식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섭취한다거나 가공식품을 자주 먹는다면 채식의 건강 효과는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고, 가공식품을 많이 먹으면 영양 결핍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콩이나 두부처럼 단백질 함량이 높은 식품을 풍부하게 먹어야 한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 먹는 영양제나 건강식품에 대해서도 신중할 것을 주문했다. 이 교수는 “항암 효과가 있다고 강조하는 영양제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현재까지 항암 영양제로 인정받은 제품은 없다”고 말했다. 65세 이후에는 특정 성분이 좋다고 해서 그 성분만 농축한 영양제는 피해야 한다. 농축된 영양 성분을 간이 분해하고 희석해야 하는데, 노인의 경우 이를 독소로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노인들은 종합 비타민제 한 종류만 먹는 게 좋다”며 “나머지는 신선 식품으로 보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혹 만성질환자나 중증질환자의 경우 건강기능식품이나 영양제가 제대로 소화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교수는 “3개월간 먹었을 때 효과가 없다고 생각되면 그 건강식품이나 영양제는 더 이상 먹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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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운동 땐 가슴 뻐근하다 쉬면 괜찮다? 협심증 의심

    가슴 통증(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 100명 중 한두 명꼴로 흉통을 호소한다. 근육통 같은 가벼운 질환에서 비롯된 흉통이 있는가 하면 심장혈관의 일부가 막히는 협심증이 원인일 때도 있다. 협심증은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를 피하려면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구별해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흉통이 나타날 때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레 겁부터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것 아니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쪽도 옳지 않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흉통이 나타날 때 세밀하게 관찰하면 협심증 여부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며 침착한 대처를 주문했다. 한 교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막힌 혈관을 뚫는 심장혈관 중재시술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랜싯, 자마 등 유명 해외 저널에도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한 교수에게 흉통 대처법을 들어봤다.○ 가슴 통증, 자가 체크는 이렇게 한 교수는 흉통이 시작됐다면 다음의 순서에 따라 자가 점검할 것을 권했다. 첫째, 흉통 발생 당시 상황을 체크한다. 협심증에서 비롯된 흉통은 대체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났다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진다. 따라서 △빨리 걷거나 달리기 △무거운 것 들기 △계단이나 언덕 오르기 등의 활동을 할 때 흉통이 강해졌다가 활동을 멈춘 후 통증이 사라졌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둘째, 통증의 양상과 발생 위치를 따져야 한다. 협심증 통증은 ‘묵직한’ 게 특징이다. 뻐근하고 강하게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 가슴 답답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증세가 가슴 중앙부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가끔은 목이나 턱 등 주변으로 번지기도 한다. 다만 가슴 중앙부 통증 없이 왼쪽 혹은 오른쪽 가슴만 아프거나 목과 턱의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의 확률은 낮아진다. 또 따끔하고 찌릿하거나 콕콕 바늘로 찌르는 흉통, 특정 부위만 아픈 흉통이라면 근육 염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통증 지속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협심증이라면 아무리 짧아도 30초 이상 통증이 이어진다. 대체로 5∼10분 동안 통증이 계속되다가 쉬면 사라진다. 지속 시간은 최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만약 10초 간격으로 통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한두 시간이 흘렀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넷째,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대를 살핀다. 만약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통증이 나타나고, 술을 마셨을 때 더 심해진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른바 ‘변이형’ 협심증으로 새벽에 갑자기 혈관이 수축하면서 나타난다. 이런 유형은 낮에 활동할 때는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새벽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한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 특히 많은 편인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을 자다가 호흡 곤란이나 가슴 답답함을 느끼면서 ‘헉’ 하고 깰 때가 있다. 만약 이런 증세가 깨어 있을 때 나타나지 않는다면 심장 문제가 아닐 확률이 높다. 대체로 수면무호흡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 아침에 흉통이 나타나지만 물을 마신 후 증세가 호전된다면 위-식도역류증일 확률이 높다. ○ “가슴 답답함도 흉통의 일부” 얼마 전 60대 중반 여성 강지선(가명) 씨가 한 교수를 찾아왔다. 강 씨는 최근에 빨리 걸으면 가슴이 답답해 중간에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청소할 때도 가슴 답답함이 나타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있는지 물었다. 강 씨는 그런 통증은 경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교수가 보기에 흉통이 없는 점만 빼면 전형적인 협심증 증세였다. 관상동맥을 촬영해 보니 관상동맥의 ‘좌주간부’가 95% 정도 막혀 있었다. 응급 상황이었다. 곧바로 스텐트 삽입시술을 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해 치료는 잘 끝나 강 씨는 이틀 뒤 퇴원했다. 협심증의 가장 흔한 증세가 흉통이지만 강 씨처럼 흉통 없이 숨이 차거나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증세만 나타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할 수도 있다. 대체로 협심증 환자의 15% 정도가 여기 해당한다. 다만 이런 증세도 주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난다는 점은 똑같다. 움직이지 않을 때 이런 증세가 주로 나타난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떨어진다. 병원에서 협심증을 진단할 때는 일차적으로 운동 부하검사를 한다. 운동을 할 때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계단 걷기를 통해 어느 정도는 협심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 교수는 “계단을 5개 층 정도 올라가면서 몸의 변화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때 흉통, 호흡 곤란, 가슴 불편함 등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에 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만성질환자 노인 관찰 필요 질병이 많은 만성질환자나 노인들은 협심증으로 인한 증세를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령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감각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활동량이 원래 적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마찬가지다.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증세를 놓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전조 증세를 놓칠 우려가 있다. 가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협심증을 방치했다가 심근경색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간혹 있다. 이 경우 쓰러지기 며칠 전부터 협심증 증세가 악화한다. 운동할 때 흉통이 더 심해지거나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계단 2개 층은 거뜬하게 올라갔는데 갑자기 평지만 걸어도 흉통이 나타난다. 활동을 멈추고 쉬면 1, 2분 만에 통증이 사라지던 것이 5분이 지나도 지속된다. 이때는 심근경색을 의심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 건강검진서 혈관 막혔는지 확인하고 철저히 관리해야 막을 수 없는 급성 심근경색심근경색은 혈관이 꽉 막혀 갑자기 쇼크를 일으키는 병이다. 대부분 응급 상황으로 사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주용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별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헉’ 하고 쓰러진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혈관이 좁아질 때 우리 몸은 혈관 벽을 늘려 혈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어 활동’을 한다. 이 때문에 동맥경화로 혈관의 50% 이상이 막혔는데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건강검진 때는 동맥경화 진행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금연하고 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한 교수는 “현재까지는 건강검진에서 확인한 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는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협심증을 방치하는 바람에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40대 초반 남성 강정민(가명) 씨가 그랬다. 강 씨는 협심증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으면서도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강 씨처럼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으로 악화했다면 흉통은 더욱 심해진다. 이때는 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흉통이 나타난다. 가슴 답답함 같은 증세보다는 지독한 통증이 더 일반적이다.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도 길어져 간혹 2, 3시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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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벼운 가슴 통증, 심근경색으로 번질수도…자가 체크 이렇게”

    가슴 통증(흉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병원을 찾는 환자 100명 중 한두 명꼴로 흉통을 호소한다. 근육통 같은 가벼운 질환에서 비롯된 흉통이 있는가 하면 심장혈관의 일부가 막히는 협심증이 원인일 때도 있다. 협심증은 방치할 경우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이를 피하려면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구별해내야 한다. 하지만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정확하게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흉통이 나타날 때 반응도 제각각이다. 지레 겁부터 먹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별것 아니라며 무시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어느 쪽도 옳지 않다. 한주용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흉통이 나타날 때 세밀하게 관찰하면 협심증 여부를 어느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며 침착한 대처를 주문했다. 한 교수는 협심증과 심근경색 치료를 전문으로 하고 있으며 막힌 혈관을 뚫는 심장혈관 중재시술 분야에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랜싯, 자마 등 유명 해외 저널에도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한 교수에게 흉통 대처법을 들어봤다. ● 가슴 통증, 자가 체크는 이렇게한 교수는 흉통이 시작됐다면 다음의 순서에 따라 자가 점검할 것을 권했다. 첫째, 흉통 발생 당시 상황을 체크한다. 협심증에서 비롯된 흉통은 대체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났다가 휴식을 취하면 사라진다. 따라서 △빨리 걷거나 달리기 △무거운 것 들기 △계단이나 언덕 오르기 등의 활동을 할 때 흉통이 강해졌다가 활동을 멈춘 후 통증이 사라졌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둘째, 통증의 양상과 발생 위치를 따져야 한다. 협심증 통증은 ‘묵직한’ 게 특징이다. 뻐근하고 강하게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 가슴 답답함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증세가 가슴 중앙부를 중심으로 나타난다. 가끔은 목이나 턱 등 주변으로 번지기도 한다. 다만 가슴 중앙부 통증 없이 왼쪽 혹은 오른쪽 가슴만 아프거나 목과 턱의 통증이 나타난다면 협심증의 확률은 낮아진다. 또 따끔하고 찌릿하거나 콕콕 바늘로 찌르는 흉통, 특정 부위만 아픈 흉통이라면 근육 염증이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셋째, 통증 지속 시간을 측정해야 한다. 협심증이라면 아무리 짧아도 30초 이상 통증이 이어진다. 대체로 5~10분 동안 통증이 계속되다가 쉬면 사라진다. 지속 시간은 최대 30분을 넘기지 않는다. 만약 10초 간격으로 통증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한두 시간이 흘렀는데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이 또한 협심증일 확률은 낮다. 넷째,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대를 살핀다. 만약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통증이 나타나고, 술을 마셨을 때 더 심해진다면 협심증을 의심해야 한다. 이른바 ‘변이형’ 협심증으로 새벽에 갑자기 혈관이 수축하면서 나타난다. 이런 유형은 낮에 활동할 때는 통증이 나타나지 않고 새벽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한 교수는 “한국과 일본에 특히 많은 편인데,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잠을 자다가 호흡 곤란이나 가슴 답답함을 느끼면서 ‘헉’ 하고 깰 때가 있다. 만약 이런 증세가 깨어 있을 때 나타나지 않는다면 심장 문제가 아닐 확률이 높다. 대체로 수면무호흡일 가능성이 가장 높다. 또 아침에 흉통이 나타나지만 물을 마신 후 증세가 호전된다면 위-식도역류증일 확률이 높다. ● “가슴 답답함도 흉통의 일부”얼마 전 60대 중반 여성 강지선(가명) 씨가 한 교수를 찾아왔다. 강 씨는 최근에 빨리 걸으면 가슴이 답답해 중간에 반드시 쉬어야 한다고 했다. 집에서 청소할 때도 가슴 답답함이 나타난다고 했다. 한 교수는 쥐어짜는 듯한 흉통이 있는지 물었다. 강 씨는 그런 통증은 경험하지 않았다고 했다. 한 교수가 보기에 흉통이 없는 점만 빼면 전형적인 협심증 증세였다. 관상동맥을 촬영해 보니 관상동맥의 ‘좌주간부’가 95% 정도 막혀 있었다. 응급 상황이었다. 곧바로 스텐트 삽입시술을 했다.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발견해 치료는 잘 끝나 이 씨는 이틀 뒤 퇴원했다. 협심증의 가장 흔한 증세가 흉통이지만 이 씨처럼 흉통 없이 숨이 차거나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증세만 나타날 수 있다. 땀을 많이 흘리거나 구토할 수도 있다. 대체로 협심증 환자의 15% 정도가 여기 해당한다. 다만 이런 증세도 주로 운동하거나 강한 활동을 할 때 나타난다는 점은 똑같다. 움직이지 않을 때 이런 증세가 주로 나타난다면 협심증일 확률은 떨어진다. 병원에서 협심증을 진단할 때는 일차적으로 운동 부하검사를 한다. 운동을 할 때 몸의 변화를 체크하는 방식이다. 일상생활에서도 계단 걷기를 통해 어느 정도는 협심증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한 교수는 “계단을 5개 층 정도 올라가면서 몸의 변화를 체크해 볼 필요가 있다”며 “이때 흉통, 호흡 곤란, 가슴 불편함 등이 나타난다면 바로 병원에 가 정확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만성질환자 노인 관찰 필요질병이 많은 만성질환자나 노인들은 협심증으로 인한 증세를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가령 당뇨병 환자의 경우 감각 신경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협심증 흉통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활동량이 원래 적거나 거동이 불편한 노인도 마찬가지다. 흉통이나 가슴 답답함 증세를 놓칠 때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이 세심하게 관찰하지 않으면 전조 증세를 놓칠 우려가 있다. 가족의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협심증을 방치했다가 심근경색으로 악화하는 사례도 간혹 있다. 이 경우 쓰러지기 며칠 전부터 협심증 증세가 악화한다. 운동할 때 흉통이 더 심해졌거나 지속 시간이 길어진다. 계단 2개 층은 거뜬하게 올라갔는데 갑자기 평지만 걸어도 흉통이 나타난다. 활동을 멈추고 쉬면 1, 2분 만에 통증이 사라지던 것이 5분이 지나도 지속된다. 이때는 심근경색을 의심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심근경색 막으려면? 심근경색은 혈관이 꽉 막혀 갑자기 쇼크를 일으키는 병이다. 대부분 응급 상황으로 사전에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 한주용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절반 이상은 별 증세가 없다가 갑자기 ‘헉’ 하고 쓰러진다”고 말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혈관이 좁아질 때 우리 몸은 혈관 벽을 늘려 혈류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어 활동’을 한다. 이 때문에 동맥경화로 혈관의 50% 이상이 막혔는데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다만 건강검진 때는 동맥경화 진행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금연하고 콜레스테롤이나 고혈압 약을 복용하면서 관리해야 한다. 한 교수는 “현재까지는 건강검진에서 확인한 후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것 외에는 급성 심근경색의 발병을 막을 방법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협심증을 방치하는 바람에 심근경색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40대 초반 남성 강정민(가명) 씨가 그랬다. 강 씨는 협심증 진단을 받고 스텐트 시술까지 받았으면서도 건강 관리에 소홀했다. 그 결과 2년 만에 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왔다. 강 씨처럼 협심증에서 심근경색으로 악화했다면 흉통은 더욱 심해진다. 이때는 운동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때도 흉통이 나타난다. 가슴 답답함 같은 증세보다는 지독한 통증이 더 일반적이다. 통증이 나타나는 시간도 길어져 간혹 2, 3시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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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주∼3개월 약물-물리치료에도 효과 없을땐 수술 고려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가 발생한다. 허리디스크, 혹은 척추디스크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진 병이다. 그동안 40대 이후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20, 30대 젊은층에서도 환자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자세 때문이다. 평소 자세를 바로 하고 허리를 비롯한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병을 예방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고민이 시작된다. ‘수술을 받아야 하나, 그냥 버텨도 되나.’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조 교수는 척추 변형, 척추 종양 등의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세계요추학회, 세계척추변형학회 등 국제학회에서 수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수술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야 할 의료 행위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며, 증세에 맞춰 6주 이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과정을 생략한 뒤 빠른 진단에 이어 ‘일사천리’로 수술하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 “수술 결정 전 몸 상태 충분히 살펴야” 5년 전 40대 이강직(가명) 씨가 조 교수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통증이 여전하다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보니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미한 허리디스크였다. ‘과잉 수술’이 의심됐지만 어쨌든 수술은 잘된 듯했다. 통증 원인을 찾다가 수술 부위 주변에서 수포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정밀검사 결과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을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으로 잘못 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씨는 불필요한 수술을 받은 셈이 됐다. 이 씨는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나서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3년 전 60대 여성 김민순(가명) 씨는 허리와 엉덩이 뒤쪽, 허벅지까지 통증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허리디스크 증세다. 김 씨가 다니던 병원의 의사도 별 의심 없이 디스크 제거 수술을 했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알고 보니 엉덩관절(고관절)에 심한 염증이 있었다. 이 또한 잘못된 수술인 것이다. 조 교수는 “수술 후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이처럼 고관절, 말초신경장애, 혈관 협착, 하지 혈류장애 등이 원인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환자나 의료진이나 모두 수술을 결정하기 전 몸 상태를 충분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시기 놓치면 후유증 심할 수도 이와는 반대로 수술을 기피하는 환자들도 적잖다. 조 교수는 “보존적 치료가 듣지 않거나 통증이 너무 심해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인데도 간편한 ‘시술’을 해 달라거나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나중에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50대 초반 여성 이미정(가명) 씨가 그랬다. 조 교수는 4년 전 이 씨를 진료했다. 약물과 주사제 치료를 먼저 했지만 통증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이 씨는 수술을 거부했고, 진료실에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이 씨는 통증을 참고 버텼다. 그러다가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고,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발생했다. 결국 4년 만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조 교수가 보니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관의 80% 이상을 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응급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마미(馬尾·말꼬리)증후군’이라는 후유증이 생길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마미’는 요추 1, 2번에서 시작되는 신경다발인데, 말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부위가 심하게 압박 받으면 통증과 마비,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며 일부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증세를 체크하며 자가 점검하라” 그렇다면 언제 수술 여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할까. 조 교수는 “스스로 증세를 체크하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마비와 통증 여부를 먼저 체크하고, 이어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첫째,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당장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통증을 동반하는 마비가 나타날 때 수술을 검토한다. 통증이 없는 마비 증세는 허리디스크가 아닌, 다른 병이 원인일 수 있다. 다만 디스크 돌출 부위가 너무 클 경우 갑자기 넓은 부위에 걸쳐 마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혹은 협착 등이 겹치면서 발목에서 힘이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일반적인 허리통증과 허리디스크 통증을 구분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든 후로 허리통증이 나타났다면 관찰이 필요하다. 허리 뒤쪽 양쪽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 2, 3주 이내에 사라졌다면 근육통일 확률이 높다. 무리했거나 잠을 잘못 잤을 때, 혹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허리디스크라면 허리, 엉덩이, 허벅지 바깥쪽과 뒤쪽으로 통증이 퍼진다.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할 수도 있고, 쿡쿡 쑤실 수도 있다. 셋째, 허리디스크로 진단을 받아도 먼저 6주∼3개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이 기간이 지났는데도 통증 때문에 △보행이 어렵거나 △5∼10분 이상 서 있기 힘들거나 △가만히 있기도 힘들 정도면 수술을 고민해야 한다. 모니터는 눈높이에 맞추고 바른자세 유지… 몸 비틀거나 허리 젖히는 스트레칭 도움 허리디스크 예방법허리디스크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앉아 있을 때부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우선 허리에 부담이 덜 가면서도 코어 근육이 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는 행동을 줄여야 한다. 만약 기대고 싶다면 등과 의자 등받이 부분에 지지대를 놓도록 한다. 시선도 중요하다. 사무 작업을 할 때 목만 삐죽하게 튀어나오는 ‘거북목’ 자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체로 30분 만에 한 번은 일어나 움직여주는 게 좋다. 조 교수는 “휴대전화에 알람 설정을 해 놓으면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쾃 같은 코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이 힘들면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한다. 조 교수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추천했다. 등을 뒤로 젖힌 뒤 10초 동안 유지한다. 최소 10회를 반복한다. 이때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증이 심하지 않은 선까지만 몸을 젖혀야 한다. 몸을 꽈배기처럼 비트는 동작도 좋다. 마찬가지로 10회, 좌우 번갈아가면서 골반을 틀어준다. 이렇게 하면 엉덩이 뒤쪽의 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물리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할 때 허리디스크가 신경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동작을 하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지기도 한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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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리 아프면 모두 디스크? 아닙니다…수술 신중해야”

    매년 200만 명 이상의 요추추간판탈출증 환자가 발생한다. 허리디스크, 혹은 척추디스크라는 말로 더 많이 알려진 병이다. 그동안 40대 이후 발생하는 퇴행성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들어 20, 30대 젊은층에서도 환자들이 늘고 있다. 무엇보다도 잘못된 자세 때문이다. 평소 자세를 바로 하고 허리를 비롯한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병을 예방할 수 있다. 허리 통증이 나타나면 고민이 시작된다. ‘수술을 받아야 하나, 그냥 버텨도 되나.’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에게 질문했다. 조 교수는 척추 변형, 척추 종양 등의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세계요추학회, 세계척추변형학회 등 국제학회에서 수술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수술은 필수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해야 할 의료 행위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먼저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하며, 증세에 맞춰 6주 이상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부터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과정을 생략한 뒤 빠른 진단에 이어 ‘일사천리’로 수술하는 것에는 우려를 나타냈다. “수술 결정 전 몸 상태 충분히 살펴야”5년 전 40대 이강직(가명) 씨가 조 교수를 찾아왔다. 다른 병원에서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았는데 통증이 여전하다고 했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해 보니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한 경미한 허리디스크였다. ‘과잉 수술’이 의심됐지만 어쨌든 수술은 잘된 듯했다. 통증 원인을 찾다가 수술 부위 주변에서 수포가 올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정밀검사 결과 대상포진이었다. 대상포진을 허리디스크로 인한 통증으로 잘못 안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씨는 불필요한 수술을 받은 셈이 됐다. 이 씨는 대상포진 치료를 받고 나서야 통증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3년 전 60대 여성 김민순(가명) 씨는 허리와 엉덩이 뒤쪽, 허벅지까지 통증이 나타났다. 전형적인 허리디스크 증세다. 김 씨가 다니던 병원의 의사도 별 의심 없이 디스크 제거 수술을 했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했다. 알고 보니 엉덩관절(고관절)에 심한 염증이 있었다. 이 또한 잘못된 수술인 것이다. 조 교수는 “수술 후 부작용으로 대학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보면 이처럼 고관절, 말초신경장애, 혈관 협착, 하지 혈류장애 등이 원인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며 “환자나 의료진이나 모두 수술을 결정하기 전 몸 상태를 충분히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술 시기 놓치면 후유증 심할 수도이와는 반대로 수술을 기피하는 환자들도 적잖다. 조 교수는 “보존적 치료가 듣지 않거나 통증이 너무 심해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인데도 간편한 ‘시술’을 해 달라거나 굳이 수술할 필요가 있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경우 나중에 큰 후유증에 시달릴 수 있다는 데 있다. 50대 초반 여성 이미정(가명) 씨가 그랬다. 조 교수는 4년 전 이 씨를 진료했다. 약물과 주사제 치료를 먼저 했지만 통증이 크게 줄어들지 않아 수술을 권했다. 하지만 이 씨는 수술을 거부했고, 진료실에 더 이상 오지 않았다. 이 씨는 통증을 참고 버텼다. 그러다가 다리에서 힘이 쭉 빠졌고,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발생했다. 결국 4년 만에 응급실에 실려 왔다. 조 교수가 보니 튀어나온 디스크가 신경관의 80% 이상을 누르고 있었다. 다행히 응급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마미(馬尾·말꼬리)증후군’이라는 후유증이 생길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마미’는 요추 1, 2번에서 시작되는 신경다발인데, 말꼬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이 부위가 심하게 압박 받으면 통증과 마비, 배변 및 배뇨 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 대부분 응급수술을 받아야 하며 일부는 후유증이 있을 수 있다. “증세를 체크하며 자가 점검하라”그렇다면 언제 수술 여부를 신중히 고민해야 할까. 조 교수는 “스스로 증세를 체크하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마비와 통증 여부를 먼저 체크하고, 이어 발목이나 발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를 살피는 게 좋다”고 했다. 첫째, 마비 증세가 나타난다고 해서 당장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통증을 동반하는 마비가 나타날 때 수술을 검토한다. 통증이 없는 마비 증세는 허리디스크가 아닌, 다른 병이 원인일 수 있다. 다만 디스크 돌출 부위가 너무 클 경우 갑자기 넓은 부위에 걸쳐 마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혹은 협착 등이 겹치면서 발목에서 힘이 빠질 수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와 상의해 수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둘째, 일반적인 허리통증과 허리디스크 통증을 구분해야 한다. 무거운 물건을 든 후로 허리통증이 나타났다면 관찰이 필요하다. 허리 뒤쪽 양쪽 근육에 통증이 나타나 2, 3주 이내에 사라졌다면 근육통일 확률이 높다. 무리했거나 잠을 잘못 잤을 때, 혹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도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허리디스크라면 허리, 엉덩이, 허벅지 바깥쪽과 뒤쪽으로 통증이 퍼진다. 전기가 오르는 것처럼 찌릿찌릿할 수도 있고, 쿡쿡 쑤실 수도 있다. 셋째, 허리디스크로 진단을 받아도 먼저 6주~3개월 약물치료와 물리치료 같은 보존적 치료를 하는 게 좋다. 이 기간이 지났는데도 통증 때문에 △보행이 어렵거나 △5~10분 이상 서 있기 힘들거나 △가만히 있기도 힘들 정도면 수술을 고민해야 한다.허리디스크 예방법… “의자 등받이에 기대기보다 코어 근육 써야”허리디스크 질병에 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재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무엇보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앉아있을 때부터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우선 허리에 부담이 덜 가면서도 코어 근육이 긴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등받이에 상체를 기대는 행동을 줄여야 한다. 만약 기대고 싶다면 등과 의자 등받이 부분에 지지대를 놓도록 한다. 시선도 중요하다. 사무 작업을 할 때 목만 삐죽하게 튀어나오는 ‘거북목’ 자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급적 모니터를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 굳은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대체로 30분 만에 한 번은 일어나 움직여주는 게 좋다. 조 교수는 “휴대전화에 알람 설정을 해 놓으면 스트레칭을 빠뜨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쾃 같은 코어 운동을 하는 게 좋다. 근력 운동이 힘들면 스트레칭이라도 해야 한다. 조 교수는 허리를 뒤로 젖히는 동작을 추천했다. 등을 뒤로 젖힌 뒤 10초 동안 유지한다. 최소 10회를 반복한다. 이때 통증이 나타난다면 통증이 심하지 않은 선까지만 몸을 젖혀야 한다. 몸을 꽈배기처럼 비트는 동작도 좋다. 마찬가지로 10회, 좌우 번갈아가면서 골반을 틀어준다. 이렇게 하면 엉덩이 뒤쪽의 근육을 이완시킴으로써 물리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스트레칭을 할 때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동작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이런 동작을 할 때 허리디스크가 신경을 더 강하게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이런 동작을 하다가 허리디스크가 터지기도 한다.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

    • 2022-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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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장암 4기도 완치 사례… “기적 아닌 의지가 생명줄”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가 발표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암 환자의 5년 생존율(2015∼2019년)은 70.7%다. 10년 전(65.6%)보다 5.1%포인트 높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30%가량은 암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늦은 3기 혹은 4기에 암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전이된 뒤여서 치료 성적이 좋지 않다. 말기에 암을 발견하면 ‘시한부 선고’로 받아들이며 비관하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다. 수술은 아예 불가능하다고 여긴다. 10∼20년 전만 해도 그랬다. 당시에는 4기 암 환자의 수술이 거의 불가능했다. 배를 열었다가 암이 너무 퍼져 있어 수술을 포기하고 다시 덮는 사례가 대형 병원에서조차 매주 1, 2회 정도 발생했다. 요즘은 어떨까. 말기암 환자의 수술은 아직도 불가능한 것일까.○ 말기 암, 수술로 완치 가능 50대 남성 이형기(가명) 씨는 6년 전 직장암 판정을 받았다. 간과 폐로 암이 전이된 4기 환자였다. 흔히 말하는 말기암 환자다. 처음 이 씨를 진단했던 의사는 수술이 너무 어렵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항암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이 씨는 포기하지 않고 암 다(多)학제 진료(여러 진료과 의사가 함께 진료)를 하는 고려대 안암병원을 찾았다. 이 병원 의료진은 “4기에 해당하지만 직장, 간, 폐 수술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먼저 암이 발생한 부위인 직장을 들어냈다. 이어 간과 폐의 암세포 수와 크기를 줄이기 위한 항암 치료에 돌입했고, 최종적으로 간과 폐의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에 참여한 김진 고려대 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이 씨는 수술 후 6년째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난치성 대장암 수술 분야에서 이름이 높다. 다학제 진료를 통해 다른 장기의 암 수술에도 참여한 경험이 많다. 현재 대한외과학회에서 수련교육이사를 맡고 있다. 10년 전이었다면 어땠을까. 김 교수는 “간과 폐 수술이 불가능해 ‘기적’을 바라면서 항암 치료에만 의존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 이런 사례는 드물지 않다. 40대 초반 난소암 환자 강정민(가명) 씨도 비슷하다. 다른 장기에 전이된 4기였는데, 심지어 항암치료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수술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었다. 김 교수는 환자 가족과 상의한 후 수술을 결정했다. 난소와 자궁, 복막, 직장을 모두 제거했고 간도 부분 절제했다. 무려 9시간에 걸친 큰 수술이었다. 수술은 성공이었다. 8개월이 지난 현재 이 씨는 다시 항암치료를 하면서 재발 여부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김 교수는 “10년 전이었다면 효과도 없는 항암치료만 반복하다 끝을 봤을 것”이라고 했다. ○‘말기 암’은 없다 4기 암을 종종 ‘말기’로 표현한다. 김 교수는 이 표현이 옳지 않다고 했다. ‘말기=시한부’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 결과 환자의 투병 의지가 약해진다. 게다가 4기에도 수술을 통해 완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으니 적절치 않은 용어라는 것이다. 암과 싸우려면 우선 암의 병기(病期)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병기는 1∼4기로 나누는데, 크게 세 가지를 감안한다. 첫째가 암이 발생한 부위의 암 크기, 둘째가 림프샘 침범 여부와 정도, 셋째가 다른 장기로의 전이 여부다. 만약 위암이 생겼다고 하자. 암 덩어리가 너무 커서 크기 자체로는 3기다. 하지만 림프샘을 침범하지도 않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최종 2기로 진단 내릴 수도 있다. 반대로 이런 상태에서 전이가 발생했다면 4기가 되기도 한다. 1기와 2기의 경우 대부분 수술로 암을 제거한다. 이후에는 상태를 보면서 항암 치료 여부를 결정한다. 이 병기일 때 5년 생존율은 일부 암을 제외하면 대체로 90% 내외다. 문제는 3기와 4기일 때다. 과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 치료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지금은 이런 치료를 통해 암을 ‘순하게’ 만든 뒤 수술한다. 심지어 항암 치료 없이 수술만으로 치료를 끝낼 때도 있다. 70대 여성 김순임(가명) 씨가 그런 사례다. 김 씨는 2년 전 결장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2기였고, 수술은 무난하게 끝났다. 이후 6개월마다 추적검사를 했다. 그러다 2년 만에 암이 재발했고, 폐로도 전이됐다. 암의 병기가 4기로 악화한 것이다. 의료진은 폐 절제술을 시행했다. 의료진 판단에 따라 김 씨는 항암 치료를 하지 않았고, 현재 재발 여부를 추적관찰 중이다.○수술 못 하는 암 점차 줄어 김 교수는 “예전에는 시도하기 어려웠던 4기나 난치성 암에 대한 수술이 늘어나면서 암 환자의 70% 정도는 수술적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환자의 투병 의지만 굳건하다면 생존율은 앞으로도 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간암, 담도암, 췌장암 등 일부 암은 4기에 발견하면 수술이 어려울 때가 많다. 이런 장기들은 항암 치료 효과가 다른 장기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을 ‘순화’시키지 못하기에 수술이 어렵다. 뼈나 뇌 부위로 전이됐거나 너무 많은 장기에 동시다발적으로 전이가 됐을 때도 현 단계로서는 수술이 어렵다. 하지만 김 교수는 이런 사례도 머잖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획기적인 항암제가 잇달아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전자 분석을 통해 환자에게 가장 맞는 약을 찾아내 암 세포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 김 교수는 정밀영상 장비가 발달하면서 수술 기회도 더 많아졌다고 했다. 복강경이나 흉강경 등을 통해 수술 부위를 확대해 세밀하게 볼 수 있기에 수술 성공률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게다가 암 세포 경계까지 명확하게 구분해 낼 정도로 영상검사 장비 해상도가 높아진 것도 큰 도움이 됐다.폐암, 조기발견 어려워 5년 생존율 35% 불과… 30년이상 흡연자는 매년 CT검사 받아야 지난해 말 발표된 국가암등록 통계에 따르면 폐암은 2019년 2만9960건이 진단되며 갑상샘암을 제외하고 가장 많이 발생한 암에 올랐다. 그전까지는 위암 진단 건수가 더 많았지만 위암 발생이 매년 4.5%씩 줄어들면서 폐암이 사실상 최다 발생 암 1위에 오른 것이다. 폐암의 5년 상대생존율은 34.7%였다. 암 사망 원인 1위다. 모든 암의 평균 5년 상대생존율 70.7%에 비해서도 매우 낮다. 미세먼지, 흡연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다른 암에 비해 조기 발견이 늦은 것도 큰 이유다. 실제 폐암은 다른 암에 비해 발견 시기가 대체로 늦다. 대부분 3기와 4기에 발견된다. 4기에 발견된 폐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10%가 되지 않는다. 기침, 가슴통증, 호흡곤란, 쉰 목소리 등이 폐암의 증세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증세는 폐암이 아니더라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무시하고 넘어간다. 폐암 발견이 늦어지는 이유다. 폐암은 특히 수술이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수술 이후 호흡 기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폐암의 경우에는 다른 암보다 조기 발견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난치성 암으로 꼽히는 폐암도 조기에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은 80%를 넘어선다. 저선량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받으면 조기 발견이 가능하다. 줄여서 보통은 ‘폐CT’라 부른다. 노출되는 방사선량을 6분의 1 정도로 줄여 방사선 부작용을 줄였다. 55세 이상, 30년 이상 매일 담배 한 갑을 피웠으면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일반적으로 최소한 3년마다 검사받는 게 권장되지만 가급적 매년 받는 게 좋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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