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원모

유원모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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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법조팀 유원모 기자입니다.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

onemore@donga.com

취재분야

2026-01-09~2026-02-08
검찰-법원판결60%
사회일반17%
사법10%
정치일반7%
사건·범죄6%
  • ‘체육은 곧 애국’… 지덕체 천명한 고종

    “각 학교에서 군사들의 체조를 가르쳐 체육으로 삼는 경우가 있다. 이는 돌발사건이 생길 경우 학생들도 적과 맞서 싸우는 군사로서의 직분을 할 수 있게 수련을 쌓아두기 위한 의도다.” 1882년부터 일본과 미국 등 해외 각지를 둘러보고 온 유길준(1856∼1914)은 1895년 출간한 저서 ‘서유견문’에서 이 같은 내용을 남겼다. 그의 눈에 비친 서양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체육을 정규 교과목으로 가르친다는 점이었다. 당시만 하더라도 신체(身)는 마음(心)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유교적 가치인 ‘수신(修身)’이 몸을 바라보는 지배적인 관점이었다. 유길준의 소개 이후 당대 조선의 지도층은 “몸의 단련으로 국가에 보탬이 돼야 한다”라는 ‘애국’의 측면으로 체육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근대화 과정에서 체육의 역할을 조명한 독특한 연구가 나왔다. 15일 한국사연구회의 학술회의에서 박윤정 연세대 박사과정이 발표한 ‘한말·일제 초 애국주의 체육론의 형성과 변용’ 논문이다. 논문에 따르면 구한말 당시 체육을 가장 강조한 이는 다름 아닌 고종 황제였다. 고종은 1895년 반포한 교육입국조서에서 ‘지양(智養)’, ‘덕양(德養)’과 함께 ‘체양(體養)’을 교육의 3대 강령으로 천명했다. 특히 고종은 운동회를 강조했다. 관립 영어 및 외국어 학교 주도로 개최된 운동회를 1896년부터 연합경기대회로 확대해 운영했고 ‘충군애국’과 ‘부국강병’이 들어간 운동가와 애국가를 부르게 하기도 했다. 개화기 지식인들 역시 체육의 가치에 주목했다. 한국통사를 저술한 역사학자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제2대 대통령을 지낸 독립운동가 박은식(1859∼1925)은 1907년 쓴 ‘문약지폐는 필상기국’이란 글에서 “일본은 무사도를 바탕으로 최근 30년간 교육을 발달시켜 청일·러일전쟁에서 연달아 이겼다”라며 “민족의 생명을 보전하고자 하는 길은 상무적 교육에 있다”라고 밝혔다. 이처럼 조선의 조정과 지식인들이 체육 활동을 강조하자 일제는 탄압에 나섰다.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1908년 6월 훈시를 통해 “조선의 계몽운동가들이 각지에서 학교 운동회를 통해 천박한 방법으로 애국심을 발동시키고 배일주의를 고취시키는 것은 심각하게 우려할 만한 일”이라며 체육을 통해 부국강병을 꾀한 당시 조선 지도층의 계획을 방해하기도 했다. 박 씨는 “그동안 학계에선 체육의 역사를 살핀 연구가 거의 없었다”며 “체육을 통해 근대화를 추진하려고 했던 당시 노력이 조명받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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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방송 등 문화 수출… 작년보다 8.6% 많아져

    중국의 ‘한한령(限韓令)’ 여파에도 올해 우리나라의 콘텐츠 산업 수출액이 지난해보다 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최한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 2017년 결산과 2018년 전망’ 세미나에서 콘텐츠 산업 규모, 매출액 잠정치와 시장 동향 등을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콘진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해 콘텐츠 산업 수출액은 67억4000만 달러(약 7조3000억 원)로 지난해의 62억1000만 달러에 비해 8.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우리나라의 전체 콘텐츠 산업 매출액은 올해 110조4000억 원을 기록해 지난해 105조7000억 원에 비해 4.5% 성장한 결과를 보였다. 산업 종사자는 지난해보다 8000명(1.3%)이 증가해 63만3000명으로 조사됐다. 콘텐츠 산업의 분야별 매출을 살펴보면 출판이 19조9000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방송이 17조8000억 원, 광고와 지식정보는 각각 15조2000억 원, 게임은 12조1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콘진원은 내년도 콘텐츠 산업에서 작가가 인정받는 ‘크리에이터 퍼스트’, 다양하고 섬세한 한류 전략을 뜻하는 ‘BTS(Breaking the Simplicity)’, 감성을 중시하는 소프트텔링, 콘텐츠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한 블록체인 등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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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공원 재조성’ 두고…서울시·국토부 이견 갈등 봉합?

    서울시와 국토교통부는 용산공원의 주변경관을 공동연구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 미군의 반환으로 새롭게 만들어질 용산공원이 고층 건물에 가려지지 않도록 서울시가 5년마다 수정하는 경관계획을 공동으로 논의해 보자는 취지다. 또 시민소통공간을 함께 운영해 추진되는 상황을 시민들에게 알리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용산공원의 모습을 두고 서울시와 국토부가 지난해 보였던 이견과 갈등이 봉합됐음을 보여준다. 국토부가 지난해 4월 정부부처 건축물을 용산공원에 잔류시키는 내용으로 ‘용산공원 보전 건축물 활용방안’을 발표하자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나서 반대한 바 있다. 녹지공간이 대폭 줄어들어 뉴욕 센트럴파크와 같은 제대로 된 공원을 만들 수 없다는 이유였다. 결국 국토부는 지난해 11월 건물 신축 계획을 철회하고 기존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하지만 국립한국문학관 신축을 둘러싼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이견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문체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제1차 문학진흥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우성 문체부 문화예술정책실장은 “서울시와의 의견 조율 과정에 있어 아직까지 협의체가 구성되지 못한 상태”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서울시 뿐 아니라 도시계획, 환경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부지 조성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혔다. 국립한국문학관은 각종 문인단체에서 정부에 10년 넘게 요구해 온 문학계의 숙원사업이다. 문체부는 2021년까지 약 600억 원의 예산을 들여 완공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용산을 원하는 문인단체의 입장과는 달리 서울시는 “용산가족공원은 전체 미군반환지 중 1990년대 미리 돌려받은 곳으로서 향후 만들어질 용산공원과 함께 합쳐질 것”이라며 새로운 건물을 짓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우려하는 경관 훼손 등을 대비해 문학관을 저층과 지하 공간 중심으로 짓는 방법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지현 isityou@donga.com·유원모 기자}

    • 2017-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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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R…VR…‘문화기술 한류’ 中서 다시 기지개

    중국과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얼어붙었던 국내 문화기술(CT) 기업들의 중국 진출이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17일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에 따르면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중국 선전(深(수,천))에서 열린 중국 최대 규모의 하이테크 산업 박람회 ‘2017 중국하이테크페어(CHTF)’에서 국내 14개 기업이 ‘콘진원 문화기술 공동관’에 참가했다. 이 기간 동안 국내 기업들은 중국 등 해외 사업 파트너와 4300만 달러 규모의 수출 상담을 진행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행사에는 세계 46개국 3000여 개 기업이 참가하고, 59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다. 콘진원은 국내 11개 문화기술 기업과 저작권 기술 기업 3곳에 부스와 함께 사전 일대일 사업 상담, 통번역 등 현지에서의 원활한 사업을 위한 지원을 제공했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기업 씨투몬스터(C2Monster)는 행사 마지막 날 중국의 교육기업 장춘합성교육학원과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콘텐츠 제작관리 시스템인 ‘웜홀(Worm Hole)’ 계약 체결에 성공했다. 이번 계약으로 지린(吉林)성 소재 제작사 및 교육기관에 웜홀을 공급하고,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웜홀은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콘텐츠 관리 시스템으로 평가받고 있다. 콘진원은 한중수교 25주년을 기념해 13일 시작한 ‘한중 AR/VR 가상게임체험 상설관’에서도 국내의 최신 문화기술을 전시 중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문화창의산업 육성 핵심 기지인 ‘베이징 751 패션디자인광장(D·Park)’에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스마트 게임연구소와 차세대콘텐츠연구소에서 수행한 문화기술 연구개발 지정공모 2개 과제의 성과물을 전시하고, 시범서비스를 열고 있다. 간편한 스마트기기를 이용해 실제 관광지·전시장·공연장 등에서 가상현실(VR)을 체험할 수 있는 ‘실세계 연계 실감형 e레저 콘텐츠서비스 기술’이 핵심 내용이다. 더불어 영화, 뮤지컬, 공연용 특수 분장에 필요한 VR 시뮬레이션 시스템도 볼 수 있다. 김진규 콘진원 문화기술진흥본부장은 “참신한 콘텐츠와 기술력을 갖춘 국내 문화기술 콘텐츠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중국 및 해외시장에 도전해 선전하고 있다”며 “콘진원은 문화기술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을 통해 역량 있는 우리 기업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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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007작전 못지않은 중세의 특수작전

    “북한의 사이버특수부대가 우리나라의 이지스함 설계도를 해킹했다.” “미국의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에 북한 수뇌부 참수작전 훈련을 담당할 미군 특수부대원이 탑승했다.”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작전은 전면적인 무력 충돌이 아닌 이 같은 특수작전이 주를 이룬다. 우리나라뿐 아니다. 현대사회는 특수작전의 전성기다. ‘미션 임파서블’ ‘007 시리즈’ 등 거의 모든 액션영화의 기둥 줄거리에는 특수부대가 자리 잡고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책은 특수작전이 현대전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히려 중세의 전쟁을 살펴보면 특수작전의 정수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가 자신의 전공으로 한국에 돌아왔다. 하라리는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중세 전쟁사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분야 최고 전문가다. 이 책은 1098년 십자군전쟁부터 1536년 프랑스-합스부르크 전쟁까지 이 기간에 펼쳐진 특수작전을 샅샅이 분석한다. 등장하는 인물만 250명이 넘는다. 하라리의 흡입력 있는 문체와 통찰이 책 전반에 골고루 녹아 있다.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특수작전의 특징은 기반시설, 무기체계, 상징, 인물 등 핵심 타깃만 공격해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이다. 1098년 풍부한 식량이 쌓여 있던 요새 안티오키아성을 함락하기 위해 십자군이 구상한 암살조직 ‘니자리파’의 작전, 1330년 아들을 대신해 섭정을 하며 국정 농단을 일삼은 잉글랜드의 이사벨라 왕비를 제거하기 위해 실행된 노팅엄성 비밀 침투 등 역사를 바꾼 특수작전들이 스토리텔링식으로 소개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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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아일보 상승 기운 계속 살려가자”

    동아일보와 동아방송 전직 사우의 모임인 동우회(東友會)가 12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2017 동우 송년의 밤’ 행사를 열었다. 조강환 동우회장(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전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인사말에서 “2020년이면 동아일보가 창간 100주년이라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맞이한다”며 “인촌 김성수 선생부터 고하 송진우, 설산 장덕수 등 동아일보 창간을 이끈 이들은 한국을 넘어 아시아의 대표적 인물들”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축사에서 “21년간의 청춘시절을 동아일보 기자로서 동아일보와 함께 살았다”며 “최근 동아일보가 기가 살아나는 것 같고, 길을 찾아나가는 것 같다. 지금과 같은 상승의 기운을 잘 살려서 선대로부터의 동아일보 위상, 신뢰, 사랑을 완벽하게 회복하고, 능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재호 동아일보 사장 겸 채널A 사장은 축사에서 “동아미디어그룹이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의 매체 합산 여론영향력 평가에서 신방 겸영 언론사 중 1위를 차지했다. ABC협회의 유료부수 인증 결과에서도 좋은 평가를 거뒀고, 기업신용평가에서도 AA를 받는 등 제작과 경영 모두 건전성과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았다”며 “우리가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 계속해서 동아미디어그룹이 성장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자리에서 열린 ‘동우 몽도상’ 시상식에서는 김복수 동우가 이 상을 받았다. 몽도상은 고 이동수 초대 동우회장의 유족이 기탁한 5000만 원으로 제정됐다. 몽도(夢桃)는 고인의 아호다. 동우회 공로패는 김준태 오봉진 유종석 동우가 받았다. 이날 열린 정기총회에서는 조강환 현 회장이 연임했다. 신임 감사에는 이문조 권이상 동우가 선출됐다. 국악인 안숙선 씨와 제자들, 소리꾼 장사익, 코미디언 남보원 씨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행사에는 최영철 전 국회부의장, 박경석 유경현 장성원 전 국회의원, 김진현 전 과학기술처 장관, 이경재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김학준 전 동아일보 회장, 남시욱 화정평화재단 이사장, 김광희 전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김선휘 삼양염업 고문, 김병건 동아꿈나무재단 이사장, 정구종 동서대 석좌교수, 민병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박기정 민주평통자문회의 부의장, 전만길 전 대한매일신보 사장, 성낙오 전 영남일보 사장, 최규철 전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장, 노재성 전 국민일보 부사장, 이병대 대한언론인회 회장, 안평선 한국방송인회 상임부회장 등 전현직 사우 300여 명이 참석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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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설 ‘운수 좋은 날’ 인력거꾼 김첨지는 한달에 얼마 벌었을까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리고, 양복장이를 동광학교까지 태워다 주기로 했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의 주인공 김첨지는 인력거를 끌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다. “첫 번에 30전, 둘째 번에 50전…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처럼 운 좋게도 수입이 많은 날도 있었다. 그러나 1925년 조선총독부의 통계에 따르면 이들의 한 달 수입은 30원가량이었다. 30원은 총독부가 빈민을 나누는 기준으로 사용한 금액으로, 이들의 경제적 상황이 열악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일제강점기 인력거꾼들의 생활상을 조명한 이색적인 연구가 나왔다. 염진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원이 최근 서울역사편찬원이 주최한 ‘서울과 역사’ 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일제하 인력거꾼 노동조합의 결성과 활동’이란 논문이다. 논문을 통해 본 1920년대 경성의 도로는 운수 사업자 간에 치열한 손님 쟁탈전이 펼쳐지는 전쟁터였다. 1925년 처음으로 택시회사가 설립됐고 1928년 버스사업이 인가되면서 5전이라는 파격적인 요금이 제시되자 인력거꾼들은 공황에 빠지기도 했다. 당시 인력거 요금은 단거리의 경우 5정보(약 500m)에 15전, 장거리는 1리(약 4km)에 60전이 기준이었다. 민족적 차별 역시 심했다. 일본인 인력거꾼이 수입의 30%가량을 사납금으로 냈던 것에 비해 조선인은 40%를 내고 있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거꾼이 빼어든 카드는 노동조합이었다. 1922년 사납금 제도 개선 등을 위한 동맹파업을 벌였다. 교통운수업 종사자가 벌인 첫 집단행동이라는 평가다. 또 소비조합을 결성해 생필품을 공동 구매하고 조합 운영자금을 조달했다. 여기서 생긴 수입으로 1925년 대홍수 때 수재민을 위해 음식을 기부하고 1929년 경상도 일대에서 대기근이 벌어지자 위로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염 연구원은 “인력꾼들은 자녀 교육을 위해 공동으로 ‘대동학교’를 설립하는 등 적극적인 사회활동을 펼쳤다”며 “단순히 자동차에 밀린 도시 빈민이 아닌 다양한 면모를 가진 이들의 모습이 조명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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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하!東亞] 청년들이 창간한 신문이라면서요?

    29세의 창립자, 27세의 편집국장, 26세의 정치부장, 21세의 기자. 나이로만 보면 언뜻 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의 구성을 보는 듯하다. 하지만 이 20대 청년들은 1920년 4월 1일 동아일보의 창간을 이끈 주역들이다. 창립자이자 발기인 대표였던 인촌 김성수는 29세였고, 편집국장은 27세 하몽 이상협, 주간은 26세의 설산 장덕수가 맡았다. 간부뿐 아니다. 정치부장 진학문(26)을 비롯해 논설기자인 장덕준(28)과 김명식(29)도 20대 후반이었다. 이 밖에 남상일(24), 염상섭(23), 한기악(22), 유광렬(21), 이서구(21), 김형원(20) 등 대표부터 말단 기자까지 혈기왕성한 20대가 주를 이뤄 동아일보는 ‘청년신문’으로 통했다. 유광렬 기자는 “창간 당시에 나는 연소(年少)하였으나 동아일보가 2000만 민중의 절대적 성원으로 탄생되었으니만치 당시의 기세야말로 형용할 수 없었습니다”라고 창간 당시를 회고한 바 있다. 동아일보 창간을 주도한 간부진은 인촌을 비롯해 장덕수 장덕준 진학문 김명식 등 대부분 도쿄 유학을 통해 신학문을 배운 젊은이들이었다. 창간 기자들은 나이는 젊지만 실력은 최고였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신문학과에서 수학한 김동성 기자는 “영어를 미국인처럼 잘한다”라는 평을 들었다. 뛰어난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세계기자대회와 태평양군축회의에 참가해 한국 최초의 해외특파원으로 맹활약했다. ‘표본실의 청개구리’로 잘 알려진 소설가 염상섭은 창간 당시 정치부 기자로 조선총독부 등을 취재했다. 청년들이 만드는 신문답게 동아일보는 기백이 넘쳤다. “조선인 교육을 일본어로 강제함을 폐하라” “원고 검열을 폐지하라” 같은 용기 있는 사설로 일제의 강압적인 통치에 끊임없이 저항했다. 또 창간 특집을 시문서화로 장식하는 등 혁신적인 디자인이 등장했고, 자유연애와 민중계몽, 여성의 사회 참여를 독려하는 진취적인 기사가 많이 실렸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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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이비행기]구호가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2년간의 군 생활을 의무경찰로 복무했다. 생생한 기억 중 하나는 경찰청장이 바뀔 때마다 경찰서 입구의 현판을 바꾸는 모습이었다. 입대할 땐 ‘경찰이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구호였지만 1년 뒤엔 ‘정성을 다하는 국민의 경찰’로 바뀌었다. 전역할 즈음엔 불필요한 슬로건을 없애겠다는 청장이 나타나 크레인까지 동원해 전국 모든 경찰서의 현판을 뜯어냈다. 구호만 보면 이보다 멋진 조직은 없다. 그러나 경찰의 치안 서비스에서 ‘정성’이나 ‘새로움’을 느낀 국민들은 드물 것이다. 멋진 이름의 역설이랄까. 비슷한 감정을 최근에도 느꼈다. 7일 문화체육관광부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을 대체할 새로운 문화기조 ‘사람이 있는 문화’를 발표했다. ‘모든 국민에게 문화를’(노태우 정부), ‘창의 한국’(노무현 정부), ‘품격 있는 문화국가’(이명박 정부) 등 정부가 바뀔 때마다 각종 슬로건이 잠시 태어났다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멋진 슬로건은 일관성 있는 방향을 제시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번만은 구호가 구호에서 끝나지 않길 바란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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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탄핵 가결후 1년, 달라진 대한민국 8개 분야 新풍속도

    9일은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지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과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실망한 국민들이 촛불시위로 서울 도심을 메우자 여야는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전방위로 터져 나온 국정 농단 비리는 그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넓고 깊게 병들어 있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인(人)의 장막 속 제왕적 대통령을 떠받치는 폐쇄적인 청와대와, 정권의 장단에 맞춰 무차별적으로 칼을 휘두른 권력기관, 낯부끄러운 정경유착과 문화·체육계 비리까지 한국 사회에 켜켜이 쌓인 부조리와 모순이 한꺼번에 민낯을 드러냈다. 그 후 1년. 대한민국은 사상 첫 현직 대통령 파면과 조기 대선, 9년 만의 정권교체를 거치며 새로운 역사의 순간들을 지나왔다. ‘재조산하(再造山河·나라를 다시 만든다)’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는 국가 혁신을 내걸고 부처마다 적폐 청산 기구를 만들어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들은 탈(脫)정치를 선언했고 국정 농단의 진원지가 됐던 체육계와 문화계도 뿌리 깊은 불공정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제도 개선을 시작했다. 하지만 과감한 개혁 요구와 우려가 엇갈리면서 진통도 뒤따르고 있다. 적폐 청산에 대한 피로감과 저항이 나타나는가 하면 급격한 경제·노동 개혁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2·9 탄핵소추안 통과’ 1년을 맞아 사회 전반의 달라진 변화상을 돌아보고 우리가 나아갈 이정표를 고민해 본다.  ● 청와대대통령에 대면보고 늘고 靑앞길 24시간 개방… “이벤트성 소통 대신 국회와 대화 확대를” 지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은 청와대일 것이다. 대통령이 일하는 공간이 먼저 바뀌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참모동인 여민관 3층에 집무실을 마련했다. 박 전 대통령은 여민관에서 약 700m 떨어진 본관에서 주요 집무를 봤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핵심 참모가 아니면 감히 청와대 본관에 갈 엄두를 못 냈는데, 지금은 대통령이 가까이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수직적인 청와대 업무 문화도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정부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참모들이 대통령 발언을 받아 적기만 하는 풍경이 자주 연출됐다. 하지만 지금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와 각 부처의 대통령 업무보고가 토론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비서관들도 대통령에게 대면보고를 하는 경우가 늘었다. 국민청원제 운영 등 직접 민주주의 요소가 확대된 것도 눈에 띈다. ‘열린 청와대’ 기조하에 오후 8시 이후 통행이 금지됐던 청와대 앞길이 24시간 공개된 것도 국민들이 체감하는 변화다. 하지만 대통령이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이벤트적 요소에 치우치거나, 국회와 소통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대변인에게만 맡기지 않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처럼 수시로 브리핑을 하겠다”고 했지만 취임 후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일하는 춘추관을 찾은 것은 한 번뿐이었다.   ● 공직사회상사 지시라도 정당성 따져묻는 공무원 늘어… 타부처와 협업땐 이메일-서류로 근거 남겨 국정 농단 사태를 온몸으로 겪은 공직사회는 업무 처리의 책임과 권한에 대해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투명성과 정당성을 중시하는 문화는 확산됐지만 한편으로는 책임질 만한 일은 아예 안 하겠다는 보신주의가 강화되는 모습도 나타난다. 블랙리스트 논란을 겪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서기관급 직원 A 씨는 “업무 지시에 대해 반문하는 후배들이 예전보다 늘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상사의 지시라도 반드시 확인하고 넘어간다는 것이다. A 씨는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거부해 쫓겨났으나 결국 명예를 회복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의 사례가 교훈이 됐다”고 말했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꼼꼼히 기록하는 습관도 생겼다. 정부 부처의 한 과장급 직원은 “다른 과나 타 부처와 협업할 때 반드시 이메일이나 서류로 근거를 남긴다”고 말했다. 다만 성과를 위해 부하 직원들을 압박해야 하는 상사들은 복잡한 심경이다. 지시사항을 꼼꼼히 기록하는 직원들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대통령 지시사항을 적은 안종범 전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의 수첩으로 인해 국정 농단의 실체가 드러난 만큼 자신의 지시사항이 언제 부메랑이 돼 되돌아올지 불안하다. 업무지시에 아예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공무원도 적지 않다. 정부 부처 공무원 B 씨는 “직무유기보다 직권남용의 형량이 더 높다”며 “문제될 만한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 재계삼성-SK “10억 이상 후원금은 이사회서 결정”… 주요 기업 기부금 집행 작년보다 13% 줄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탄핵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집단 중 하나가 기업이다. 특히 대기업은 최순실 일가에 대한 ‘뇌물공여’ 집단으로 낙인찍혀 사회적으로 ‘적폐’라는 굴레를 써야 했다. 기업들은 이후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은 바로 기부금 시스템이다. 더 이상 기부금이 정치권으로 흘러 들어가는 ‘검은돈’이 되지 않도록 기업에서부터 자정 노력을 기울였다. 삼성전자는 올 2월 이사회를 열고 ‘10억 원 이상 기부금, 후원금, 출연금’은 반드시 이사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또 사전심사를 위한 심의회의를 만들고 분기마다 운영 현황, 집행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과거에는 500억 원을 넘는 후원금 등에만 사내이사로 구성된 경영위원회를 거쳤는데 기준 금액도 대폭 강화하고 절차도 깐깐하게 바꾼 것이다. 같은 시기 SK그룹도 10억 원 이상의 후원금은 의무적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치고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기부가 위축된 점은 ‘그늘’로 꼽힌다. 기업경영성과평가업체 CEO스코어 조사에 따르면 올해 1∼3분기(1∼9월) 국내 주요 기업들의 기부금 집행 규모는 총 9788억 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4%나 줄어든 규모다. 같은 기간 기업들의 영업이익은 38.1% 늘었는데 기부금은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포항 지진을 계기로 다시 성금 물꼬가 조금씩 터지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과 경제단체들은 쉽사리 연말 기부에 나서길 주저하는 분위기다.   ● 문화계블랙리스트 올랐던 예술가에 정부 지원 재개… 출판진흥원 등 심사위원 선발때 공정성 강화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라 정부 지원에서 배제됐던 예술가와 단체들이 탄핵 이후엔 오히려 지원 사업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가 발표한 국내 최대 규모의 창작 지원 사업인 ‘2017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에선 22개 작품 중 5개가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극단의 작품이었다. 박근혜 정부 기간 무려 14차례에 걸쳐 정부 지원 사업에서 배제돼 최대 피해자로 꼽힌 극단 ‘하땅세’가 대표적이다. 극단 놀땅은 같은 작품을 제출했는데 지난해에는 떨어지고 올해는 선정됐다. 문학계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터키 이스탄불국제도서전에 참가한 한국 작가 6명 중에는 블랙리스트에 올랐던 시인 안도현, 천양희, 소설가 김애란 등이 포함됐다. 출판계도 달라졌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올 7월 발표한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790종에는 ‘윤이상 평전’을 비롯해 세월호 참사를 다룬 김탁환 작가의 소설 ‘거짓말이다’와 진보 성향의 공지영 작가 수필집 등이 대거 뽑혔다. 세종도서는 정부가 전국 공공도서관 등에 비치할 우수 도서를 선정해 구매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문화예술지원기관들은 블랙리스트 집행기관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 지원심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있다. 문예위는 1000여 명의 후보자 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심의위원을 선발하고, 출판진흥원은 외부에서 추천받은 3∼5배수의 후보군 중에서 심사위원을 선발하고 있다.   ● 법조계檢, 피의자 인권침해 논란 밤샘조사 금지 추진… 전국법관대표회의 “인사 투명화” 大法에 요구 법조계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주요 기관의 수장이 모두 바뀌며 가장 변화가 두드러진 분야 중 하나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취임 이후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검찰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밥 총무’ 문화를 폐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밥 총무’는 부서의 막내 검사가 식사 참석 인원 확인, 메뉴 선정과 식당 예약 등을 하는 문화다. 검찰은 밥 총무를 없애고 부서 내 회식 횟수도 최대한 줄이기로 했다. 인권 침해 논란을 빚어온 밤샘 조사를 금지하고 변호사가 없는 상태에서 검사가 피의자를 면담하는 일을 제한하는 등 피의자 인권을 대폭 강화하는 수사 관행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 또 중요 사건 수사 과정에서 수사검사와 상급자의 의견이 다를 경우 이를 기록으로 남기도록 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한 것도 큰 변화로 꼽힌다. 법원도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 개혁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법원행정처는 지난달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제도 폐지와 1, 2심 법관 인사를 분리하는 ‘법관 인사 이원화’ 방침을 밝히며 개혁의 첫 청사진을 내놓은 상태다. 법원행정처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학술행사 외압 의혹을 계기로 꾸려진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도 4일 올해 마지막 회의를 열어 법관 인사 기준 투명화 방안 등을 대법원에 요구했다. 이들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진행 중인 개헌 논의에 대법원이 직접 참여해 사법제도 개혁에서 능동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 노동계최저임금 대폭 오르고 朴정부 2대 지침 폐기… 靑-정부-노사정위 등에 노동계 출신 포진 “노총이 발전해야 대통령도 발전한다는 뜻에서 ‘노발대발’로 하겠습니다.” 10월 24일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계와의 대화’에서 김주영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꺼낸 건배 제의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계 인사들을 초청해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외국 정상급으로 대접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노발대발’은 빈말이 아니다. 공공부문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2대 지침(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폐기 등 노동계의 요구는 일사천리로 현실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노동 권력’이란 말까지 나온다. 현재 청와대에는 노동계 출신 행정관들이 다수 일하고 있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과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물론이고 각종 위원회에도 노동계 인사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렇게 형성된 ‘노동 권력’은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 고용 명령, 김장겸 전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등 강성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급부상한 노동 권력은 현 정부의 적잖은 부담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근로시간 단축안은 노동계 반대로 연내 처리가 무산됐다. 최저임금 개편도 노동계의 반대를 극복해야 한다. 최근 건설노조는 마포대교를 점거하는 등 점점 강성으로 치닫고 있다. 노동계의 한 원로는 “노무현 정부 초기 친(親)노동 정책을 폈지만 철도노조 파업을 계기로 등을 돌렸다”며 “노동계가 경제사회 주체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문 대통령도 같은 경로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체육계정유라 입시비리 불똥에 승마 특기전형 급감… 학점 모자라는 선수들 외부 대회 출전도 못해 “올해 승마 특기로 대학에 갈 학생의 절반 이상은 진학을 포기해야 할 상황입니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의 한 지도자는 사실상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시발점이 된 ‘정유라 씨의 승마 비리와 이화여대 입시 비리’로 승마계가 직격탄을 맞았다고 한탄했다. 그에 따르면 대학들이 승마 특기 적성 전형을 없애는 바람에 예년에 비해 고교 3학년 승마 특기 적성 입학 예정자 30여 명 중 반수 넘게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 교육부가 2020학년도부터 체육특기자 전형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 그동안 쉽게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고 인식된 ‘승마 특기자’는 찾아보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승마장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선수가 아닌 승마를 즐기는 일반인들도 주위의 부정적인 시선 때문에 발길을 끊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수도권 승마장을 찾는 승마 동호인도 절반 이하로 줄었다. 문 닫는 승마장도 하나 둘씩 생기고 있다. 한마디로 승마계는 ‘한파’에 시달리고 있다. 한 승마 관계자는 “비리를 저지른 인간을 욕해야지 왜 승마까지 비난의 눈초리로 바라보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5년 가다 보면 승마하는 사람은 씨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대학의 체육계열 학사관리는 더욱 철저해졌다. 일정 학점을 따지 못하면 선수들에게 대회 출전 자체를 허락하지 않는 곳이 늘고 있다. 이화여대 무용과 3학년 김모 씨는 “예전엔 가끔 휴강도 있었는데 수업과 관계없는 토론을 시키는 등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가만 놔두지 않는다”고 전했다.   ● 온라인의견 다르면 판사가 내린 판결에도 악플 공격… 일부 누리꾼은 익명성 뒤에 숨어 극단적 대결 올해 1월 19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1위는 ‘조의연’이라는 이름이었다. 조의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51·사법연수원 24기)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날이다. 포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조 부장판사를 향한 선정적 비난과 유언비어가 쏟아졌다. 판사 개인을 향한 집단 공격은 이제 일상처럼 반복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새 정부까지 출범했지만 온라인 세상에서는 아직도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신과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폐’로 몰고 ‘악플 테러’를 가한다. 합리적 근거는 물론이고 일관성도 찾아보기 힘들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43·사법연수원 32기)는 올 3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편에서 ‘소신과 양심을 지키는 판사’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난달 10일 강 판사가 김재철 전 MBC 사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적폐 판사’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일반인도 예외는 아니다. 9월 ‘240번 버스’ 사건이 대표적이다. 누리꾼들은 인터넷에 올라온 글을 읽고 서울시 홈페이지에 몰려가 “운전사를 해고하라”고 요구했다. 뒤늦게 거짓이 밝혀졌지만 240번 버스 운전사는 회복하기 힘든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서울의 한 대학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온라인 문화의 고질적 병폐가 더 심해졌다. 합리적 토론이 사라지고 익명성에 숨은 극단적 대결의 장이 됐다”고 지적했다.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유근형 기자 noel@donga.com세종=이건혁 gun@donga.com / 유원모 기자·이은택 기자 nabi@donga.com김윤수 기자 ys@donga.com·유성열 기자 ryu@donga.com양종구 yjongk@donga.com·유덕영 기자·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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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서문에는 글쓴이의 ‘욕망’이 담겨 있다”

    책 읽는 방법은 다양하다. 처음부터 읽을 수도, 눈길 가는 부분만 볼 수도, 거꾸로 뒤에서부터 시작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 장정일 작가는 책읽기의 시작은 ‘서문’이라고 강조한다. “수영장에서 아무 준비 없이 물 속으로 뛰어들어가는 사람처럼 서문을 생략하고 본문을 읽는 것은 준비와 목표 없이 떠나는 여행과 같다.” 이처럼 저자가 서문을 중시하는 이유는 서문이 양은 본문보다 적지만 글쓴이의 욕망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서문을 “책을 해설해주는 최고의 참고서”라고 평가하는 저자가 고전 명서 중 30권의 서문을 추려 정리한 책이다. 서문에도 유행이 있다. 중세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짤막한 헌사가 주류를 차지했다. 군사학의 초석으로 평가받는 4세기 로마의 플라비우스 베게티우스 레나투스가 쓴 ‘군사학 논고’의 서문은 “황제의 후원 없이는 저서를 올바르게 출간할 수 없습니다”라고 시작한다. 학문이나 예술이 왕과 귀족의 감독과 보호 아래 육성된 역사와 관련 있다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반면 1918년 스페인 작가 페데리코 로르카의 산문집 ‘인상과 풍경’의 서문은 “이 책의 영혼은 이제 곧 독자들의 눈에 의해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시간이 갈수록 독자를 중시하는 모습으로 바뀌게 된다. 출판이 자유로워지면서 서문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갖추기 시작했다. 프랑스의 시인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는 1857년 현대 시의 원천으로 불리는 ‘악의 꽃들’을 썼다. 그는 서문에서 “우둔함과 과오, 죄악과 인색이 우리 마음속에 친근한 뉘우침을 기른다”라는 한 편의 시를 담았다.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서문에서 “저자는 걸리버의 친구”라며 풍자 소설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스피노자의 ‘신학정치론’, 다윈의 ‘종의 기원’, 니체의 ‘도덕의 계보학’ 등 문학, 철학, 역사,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핵심 내용을 살펴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다. ‘시작이 반’이라는 격언을 새삼 떠오르게 한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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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된 ‘가야사(史) 복원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다. 문화재청은 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간담회를 열고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와 정비사업’의 세부계획을 공개했다. 가야사가 국정과제로 선정된 후 문화재청이 종합계획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야사는 그동안 학계와 문화재계에서 신라, 백제사에 비해 주목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6월 1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가야사 연구 복원은 영호남이 공동으로 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언급하면서 갑작스레 관심의 중심에 섰다.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가야 문화권 조사·연구 및 정비’가 포함됐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가야사 복원 문제를 지시하면서 학계에선 “역사를 정권의 도구로 활용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대통령의 언급 때문이 아니라 신라, 백제에 비해 체계적인 연구가 미흡한 가야사 연구의 현실을 반영해 추진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청장은 “우선 학술조사를 통해 철저한 고증을 해서 가야 유적의 보존과 활용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우선 문화재청은 가야사 연구의 기초 자료가 될 ‘가야총서’를 내년에 발간할 계획이다. 가야총서는 각종 문헌과 일제강점기 조사자료, 발굴조사 보고서 등을 집대성해 가야 유적과 유물을 주제별·종류별·연대별로 정리하는 책이다. 가야 유적의 발굴도 활성화된다. 금관가야의 왕궁 추정지인 김해 봉황동 유적의 발굴과 함께 호남 지역인 장수, 남원, 순천의 고분을 조사한다. 현재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500개 가운데 가야 유적은 26개이고, 가야의 고분과 성곽 1274건 중 발굴이 이뤄진 곳은 30.8%인 392건에 불과하다. 김해 대성동고분군, 함안 말이산고분군, 고령 지산동고분군 등 가야 고분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된다. 김상기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장은 “최근 조사 결과 호남 동부 지역에서도 가야의 유적이 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발굴조사가 추가로 진행되면 가야문화권의 영역이 제대로 규명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6일 국회에서 통과된 2018년 예산안에서는 대통령의 관심 사업에 대한 배려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야문화권 고대문화연구’ 예산이 당초 정부안인 22억2500만 원보다 오히려 10억 원 증액된 32억2500만 원으로 늘어났다. 이 예산과 별도로 가야 유적 보수·정비 예산 역시 올해보다 20억 원 증가된 145억 원이 책정됐다. 문화재계의 한 관계자는 “복원보다 철저한 조사와 고증이 먼저라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져야 한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면 또 다른 왜곡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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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죄 판결 받은 ‘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소송 지원 모임 발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올 10월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 세종대 교수의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이 발족했다. ‘제국의 위안부 소송 지원 모임’은 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심의 유죄 선고에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 판결은 우리 학계와 문화계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모임에는 국내외 학자와 예술인, 법조인 98명이 이름을 올렸다. 언어 과학자이자 사회 참여적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진 노엄 촘스키를 비롯해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 안병직 서울대 명예교수, 작가 배수아 등 다양한 국적과 정치 성향을 지닌 인사들이 참여했다. 박 교수는 2013년 8월 출간된 ‘제국의 위안부’에서 한국 내의 지나친 민족주의로 인해 일본군 위안부가 ‘젊고 가녀린 피해자’의 모습으로 갇혀 있다면서 민족의 관점으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허위 사실을 기록하고 피해자를 ‘매춘’ 등으로 표현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고법은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과 달리 고의로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벌금형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이 문제가 된다고 본 표현 35곳 가운데 11곳은 의견 표명이 아닌 사실 적시라고 판단한 뒤 이 표현들이 모두 허위라고 판시했다. 이와 관련해 소송 지원 모임은 “2심 재판부는 보편적인 학문의 자유에 대한 관심보다는 특정한 의도를 지닌 학문 활동이나 독서 행위를 장려하려 한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며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않는 국가와 사회 권력에 맞서는 시민 의지의 표출이 필요한 때”라고 밝혔다. 이들은 소송을 지원하는 한편 모금 활동에도 나설 예정이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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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제국 마지막 황태손빈, 쓸쓸히 떠난 하늘길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태손인 이구(李玖·1931∼2005)의 전 부인인 줄리아 리(본명 줄리아 멀록)가 노환으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94세. 이구의 9촌 조카인 이남주 전 성심여대 음악과 교수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줄리아 리가 지난달 26일 미국 하와이 할레나니 요양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줄리아는 고종의 손자이자 영친왕 이은(1897∼1970)과 이방자 여사의 외아들인 이구의 전 부인이다. 황태손인 이구는 1950년 미국으로 건너가 매사추세츠공대(MIT)를 졸업하고, 뉴욕에서 건축가로 활동하다 8세 연상의 줄리아를 만나 1958년 결혼했다. 둘은 영친왕의 요청으로 1963년 한국에 들어와 서울 창덕궁 낙선재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손재주가 많았던 줄리아는 낙선재에 바느질방을 차리고, 장애인을 위한 기술 교육도 했다. 이 교수는 “당시 두 사람은 금실 좋은 부부의 모습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시련의 시간이 찾아왔다. 한국에서 이구의 사업이 번번이 실패했다. 종친회는 외국인인 줄리아를 태손빈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후사를 잇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혼을 종용하기도 했다. 결국 둘은 1977년 별거를 시작해 1982년 이혼했다. 이후 이구는 일본으로 건너갔고, 줄리아는 한국에서 홀로 ‘줄리아 숍’이라는 의상실을 운영하다가 1995년 하와이에 정착했다. 2000년엔 한국에 잠시 돌아와 그동안 간직해 오던 조선 왕가의 유물과 사진 450여 점을 덕수궁박물관에 기증하기도 했다. 줄리아는 2005년 이구가 일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후 서울에서 치러진 장례식장에 초대받지 못했다. 모자를 눌러쓴 채 휠체어에 앉아 먼발치에서 지켜만 볼 뿐이었다. 이 교수는 “줄리아가 따로 이구를 위한 분향소를 마련해 추모 미사를 드리는 등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생전에 줄리아는 자신이 죽으면 화장해 낙선재나 이구의 묘에 유골 일부를 뿌려 달라고 할 만큼 한국과 이구를 끝까지 그리워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후에도 재회하지 못하게 됐다. 이구의 묘는 고종과 순종이 묻힌 경기 남양주 홍유릉 영역에 마련됐지만 줄리아의 유해는 딸이 홀로 수습하느라 화장한 뒤 태평양 바다에 뿌려졌다.유원모 onemore@donga.com·최지선 기자}

    • 2017-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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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지 사정과 안 맞아” vs “교육 체계화”

    “한민족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수십 년간 노력해 왔는데 재외동포와 외국인에게 같은 한글 교육을 한다니 화가 납니다.” 5일 미국에서 재외동포 2, 3세를 위한 한글 교육을 진행하는 한 한국교육원 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그가 이처럼 화가 난 이유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세종학당’ 중심의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 브랜드 통합 정책 때문이다. 시행 1년이 넘어가지만 해외 한국어 교육계에선 “현지 사정을 모르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이라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지난해 7월 교육부와 외교부, 문화체육관광부가 공동으로 ‘해외 한국어교육 지원체계 실행방안’을 통해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의 명칭을 세종학당으로 통합한다고 밝혔다. 현재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은 크게 3곳으로 외국인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문체부 산하의 세종학당과 교육부 산하로 재외동포 2, 3세를 위한 교육기관인 한국교육원, 재외동포 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조직해 주말학교 형태로 운영되는 한글학교 등이 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교육원 30곳을 ‘한국교육원 세종학당’으로 이름을 바꿔 운영하고 있다. 또 교재 개발 시스템을 문체부로 일원화하고 올해 7월에는 한국어 교육자들의 국내 연수프로그램인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문체부 관계자는 “브랜드를 통합했을 뿐 여전히 독립적인 교육과정을 사용하고 있다”라며 “한글학교는 민간 자생단체임을 고려해 통합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정체성이 다른 기관들을 무리하게 통합해 시너지 효과가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세계한국어교육자대회에 참여한 한 재미 한글학교 관계자는 “국적과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고 똑같은 교육을 시키다 보니 대부분이 불만스러워했다”라고 말했다. 세종학당의 양적 성장을 위해 재외동포 교육기관을 통합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세종학당은 한류의 영향 등으로 한때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 왔지만 최근 인기가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세종학당 수는 지난해 58개국 174개였던 것이 올 7월에는 170개로 줄어들었다. 수료생 역시 2014년 4만4146명에서 2015년에는 4만3308명으로 감소하고 수료율은 2013년 64%에서 2015년 52%까지 줄어드는 등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공동 교재 개발 등 부분적인 통합을 추진한 것”이라며 “양질의 해외 한국어 교육이 가능하도록 재외동포 사회와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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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 삼척 절터에서 통일신라 청동인장 2점 출토

    1200년 전 통일신라의 승려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도장인 청동인장(靑銅印章) 2점이 출토됐다. 문화재청과 삼척시, 대한불교조계종 불교문화재연구소는 강원 삼척시 흥전리 절터 발굴조사에서 올해 8월 한 변의 길이가 5.1cm인 정사각형 청동인장 2점을 찾아냈다고 5일 밝혔다. 두 인장은 건물터에 나란히 묻혀 있었고, 인장 한 점은 청동으로 만든 인장함에 보관된 상태였다. 이번에 발견된 인장들은 끈을 매달 수 있도록 구멍이 뚫린 손잡이가 달렸고, 글자를 돋을새김(형상이 도드라지게 새김)했다. 불교문화재연구소는 청동인장 중 한 점에 새겨진 글자를 ‘범웅관아지인(梵雄官衙之印)’으로 판독했다. 범웅은 ‘석가모니’ ‘부처’를 뜻하기 때문에 승관(僧官)의 도장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소 측은 설명했다. 승관은 국가가 임명한 승려를 말한다. 그동안 신라 시대의 청동인장은 경주 황룡사지, 양주 대모산성에서 나왔지만 승관 도장은 아니었다. 삼척시는 내년 2월 흥전리 절터의 보존과 활용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지정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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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왕궁의 김장 담그기, 세자빈이 무-소금 등 직접 나눠줘

    “청연군주와 청선군주, 왕손 3명과 유모 등 20명에게 메주를 내렸다.” 1764년 2월 10일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인 혜빈궁(혜경궁)이 쓴 ‘혜빈궁일기’에는 이 같은 내용이 기록돼 있다. 혜빈궁은 영조가 내려준 칭호로 정조가 어머니를 위해 지어준 혜경궁 이전까지 사용됐다. 이 기록에 따르면 간장을 담글 주재료인 메주는 조선시대의 핵심 식재료로 왕궁이라고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정조의 여동생인 청연 청선군주뿐 아니라 궁녀와 유모 등 궁궐 내 식구들에게 알뜰하게 나눠준 풍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8월 10일 김치 재료를 나눠줬다.(중략) 10월 12일 소금을 진상받았다.” 조선의 왕궁에서도 김치는 빠질 수 없는 반찬이었다. 김장철을 맞아 무와 소금 등 재료를 챙겨 나눠주는 것 역시 세자빈이 해야 할 일 중 하나였다. 그동안 조선 왕궁 여성들의 일상은 베일에 싸여 있었다. ‘기록의 나라’로 불릴 만큼 철저한 기록문화를 자랑하는 조선이지만 여성들에 관한 기록은 거의 없다. 순종비 순정효황후가 쓴 ‘내전일기’ 등이 남아 있지만 단순 출입자 명단만 나와 있어 가치가 떨어진다. 반면 1764년부터 2년여의 기록이 남아 있는 혜빈궁일기는 당대 궁궐 내 여성들의 삶을 자세히 밝혀 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최근 정병설 서울대 국문과 교수(사진)가 이 일기를 분석한 ‘혜빈궁일기와 궁궐 여성 처소의 일상’이란 논문을 연구모임 ‘문헌과해석’에서 발표했다. 정 교수는 “이두식 한문에 한글 필사체까지 섞여 있어 해석의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본격적인 연구를 진행했다”라며 “궁궐의 세시와 풍습 등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료”라고 밝혔다. 당시 혜경궁이 거주하던 창경궁 경춘전은 100여 명의 인원이 거주하는 작은 마을과 같았다. 수석 보좌관격인 승언빗내관을 필두로 차석 보좌관 겸 음식 재료 검수 등을 담당한 섬니내관, 각종 잡역을 담당한 내관 등이 상주했다. 이 밖에도 5품 상궁을 비롯해 시녀, 여종, 궁비 등 100명이 넘는 인력이 경춘전을 수시로 드나들며 혜경궁의 시중을 들었다. 혜빈궁의 일상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문안 인사였다. 날마다 임금과 왕비에게 올리는 축일(逐日), 일차(日次)문안을 드렸고 임금이 궁 밖으로 나갈 때면 출궁문안, 큰 행사 후 다음 날 인사를 하러 가는 익일(翌日)문안 등 문안 종류만 10여 개에 달했다. 반대로 문안을 오는 관료나 친족도 많았는데 이들에겐 반드시 음식을 해주거나 비단 주머니 등을 선물로 챙겨줬다. 정겨운 명절 풍경도 세세하게 나타나 있다. 5월 단오에는 부채와 옥추단(구급약)을 궁궐 식구들에게 선물로 나눠줬고 11월 동짓날에는 팥죽과 숯 땔나무 등을 내관들에게 내려주기도 했다. 정 교수는 “왕궁 역시 다양한 사람이 거주하는 인간적 면모를 보인 곳”이라며 “그동안 조명받지 못한 궁궐 풍속사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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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안서 1억년전 공룡 발바닥 피부 화석 발견

    경남 함안군에서 발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대형 용각류 공룡의 화석이 발견됐다. 용각류 공룡은 목이 길고 몸집이 커다란 초식 공룡을 뜻한다. 이 화석은 백인성 부경대 지구환경학과 교수팀이 함안군에서 전기 백악기 퇴적층(함안층)을 조사하던 중 공사 현장에서 수습된 암석에서 발견했다. 백 교수는 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한반도를 포함해 세계 곳곳에서 공룡 발자국은 수없이 발견됐지만 발바닥 피부 흔적까지 남아 있는 것은 거의 없다”며 “1억 년 전 백악기 당시 한반도의 환경과 공룡 생태계를 살펴볼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화석은 지금까지 세계 과학계에서 보고된 공룡 발자국 가운데 가장 크고 형태가 선명한 것으로 밝혀졌다. 화석은 지름이 50cm 이상 크기로 발자국 안에는 폭 6∼19mm의 육각형 피부조직이 벌집 같은 무늬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무늬가 생겨난 이유로 공룡들이 지표면과의 마찰력을 높여 펄이나 진흙에서 미끄러지지 않고 걸을 수 있게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 교수는 “백악기를 포함한 중생대 후반에 공룡들의 발바닥에 다각상 요철(벌집 모양) 피부조직이 발달한 것은 서식지가 숲에서 호수 등이 있는 평원으로 확장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백 교수는 이 지역에서 화석이 발견된 것에 대해 “과거 경남지역의 특수한 보존 조건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약 1억 년 전 경남 일대는 우기와 건기가 교대하는 반건조 지대였다. 그 덕분에 호수와 연못 가장자리에 공룡이 자주 드나드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설명이다. 한국연구재단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의 지원으로 진행된 백 교수팀의 이번 연구 논문은 ‘네이처’ 자매지인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렸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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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기정 투구부터 박찬호 유니폼까지… 스포츠 역사 한자리에

    “나는 이 나라의 아들 손기정 선수를 왜놈에게 빼앗기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 우리는 도무지 일장기를 싣지 않을 속셈이었던 것이다.” 이길용 동아일보 기자(1899∼?)의 취재수첩에는 이 같은 내용이 적혀 있다. 이 기자는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가슴에서 일장기를 지우고 신문에 게재한 언론인이다. 이 사건으로 이 기자는 구속됐으며 동아일보는 11개월간 정간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손 선수의 활약과 이 기자의 용기 있는 행동은 한국 스포츠의 자랑스러운 역사로 남아 있다. 이처럼 한국 스포츠의 명장면을 한자리에 모은 전시회가 열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앞두고 5일부터 내년 3월 4일까지 특별전 ‘한국 스포츠, 땀으로 쓴 역사’를 개최한다고 4일 밝혔다. 이번 전시에선 근대 이후 한국 체육계의 역사를 기록한 자료 480여 점과 사진, 영상 등 30여 점이 공개된다. 전시는 시대순으로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근대 스포츠의 시작’에선 1930년대 경평(京平) 축구대회에서 사용된 축구공과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엄복동의 자전거, 손기정 선수가 부상으로 받은 투구 등을 관람할 수 있다. 2부 ‘한국 스포츠의 전환과 도약’은 광복 이후 한국 스포츠의 발전 과정을 보여준다. ‘박치기왕’으로 불렸던 프로레슬러 김일의 챔피언 벨트와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 선수가 1978년 방콕 아시아경기에서 거둔 2관왕 금메달 등을 전시했다. 3부 ‘한국 스포츠의 세계화’에선 국내 최초 메이저리거 박찬호 선수 유니폼 등이 공개된다. 전시 말미에는 1923년 평양에서 열린 제1회 전조선빙상경기대회부터 2018 평창 겨울올림픽까지 우리나라의 겨울 스포츠 도전사를 살펴볼 수 있다. 1948년 스위스 생모리츠 겨울올림픽에 출전한 당시 국가대표 선수들의 사진과 1956년 이탈리아 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서 조윤식 선수가 신었던 스케이트화 등 희귀 자료를 볼 수 있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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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300년 전 ‘헬조선’ 사람들이 꿈꾼 유토피아

    근대로 접어들기 직전인 18∼19세기 조선 사회는 문자 그대로 ‘헬조선’이었다. 가혹한 세도정치와 지배층의 각종 수탈, 외세의 침입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 등 민초들의 삶은 가혹했다. 지옥 같은 현실에서 이들은 유토피아를 꿈꿨다. ‘어디에도 없는 장소’라는 뜻의 그리스어에서 유래한 유토피아는 실제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이 꿈꾼 이상향의 세계가 어떤 모습이었는지 각종 문헌과 사료 등에 남아 있다. 이 책은 의적 활빈당부터 천주교와 동학사상, 미륵신앙, 정감록, 다산 정약용의 목민정신까지 조선인들이 꿈꿨던 7가지의 유토피아 세계를 분석했다. 2015년부터 진행된 역사학연구소의 대중강연 ‘역사서당’에서 소개된 강의들을 묶었다. 조광 국사편찬위원장 등 국내 사학계의 대표적인 학자들이 저자로 참여했다. 19세기 후반부터 활동한 의적 집단 ‘활빈당’은 유토피아 건설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소설 ‘홍길동전’ 속 활빈당의 이름을 땄고, 의로운 도적질을 강조하며 활동했다. 호형호제를 꿈꾼 홍길동과는 달리 현실세계의 활빈당은 지배층의 수탈과 봉건제도 자체에 대한 반기를 들었다. 이들은 양반가의 무덤을 도굴하는 ‘굴총’을 주된 약탈 수단으로 삼았다. 조상의 무덤을 파헤친다는 것은 양반사족이 주도하는 유교사회에 대한 강력한 저항의 표시이기도 했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자 활빈당의 이상향은 반봉건에서 반외세로 전환됐다. 1881년 지리산에 거점을 둔 한 화적 집단은 지역 부호에게 보낸 격문에서 “의를 들어 왜를 징벌할 것”이라며 돈을 요구했다는 문헌이 남아있다. 1908∼1909년 활동한 의병장 304명 가운데 화적 출신이 17명이나 됐다. 그러나 조선의 멸망과 함께 이들의 꿈도 사라졌다. 종교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추구한 경우도 있었다. 동학은 “사람이 곧 하늘”이라는 교리를 내세우며 차별을 없애고, 상호부조의 경제 공동체를 지향했다. 애민과 사랑을 강조한 천주교는 신분제 철폐에 불을 댕겼다. “말의 해와 양의 해에 아주 특별한 경사가 일어나리”라며 종교적 영웅주의와 신비주의를 결합한 정감록, 미륵불을 통해 성불을 이룰 수 있다는 논리로 널리 퍼진 미륵보살 등 다양한 종교들이 새로운 유토피아를 선보였다. 책에선 행정을 통해 이상세계를 구현하려 한 다산 정약용의 행보에 주목한다. 1797년 황해도 곡산부사로 부임한 다산은 ‘관질’이란 제도를 도입해 불구자와 중환자의 세금을 면제해주는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또 부당한 세금 징수를 막기 위해 정확한 인구 상황을 반영한 ‘척적(尺籍)’이란 장부를 만들면서 “백성들에겐 이롭고 아전은 싫어한다”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다산은 이 같은 노력과 경험을 ‘목민심서’에 한데 담았다. 200∼300여 년 전의 일이지만 묘하게 우리 사회의 현실과 겹치는 모습이 많다. 멋진 신세계를 꿈꾼 조상들의 도전과 좌절이 주는 메시지가 묵직하다.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 2017-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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