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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고, 경남 공립고 1위 학교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다.” 이달 중순 경남도교육청 공식 블로그에 게재된 글이다. 진주고가 2011년 경남 지역 70위였지만 지난해 27위로 도약한 뒤, 올해 13위로 순위가 또 한번 껑충 뛰었다는 내용이다. 전통 명문으로서의 자존심과 위상을 되찾자는 의지를 담았다. 이 글에 나온 순위는 동아일보 고교평가 결과였다. 동아일보와 입시정보업체인 ㈜하늘교육이 전국 1666개 일반계 고교의 학력, 교육여건, 학부모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다. 동아일보 고교평가는 2011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3년차. 정확성에 신뢰도까지 갖춘 ‘명품 평가’로 자리 잡았다. 이는 현장의 뜨거운 관심과 반응에서 먼저 감지된다. 경남도교육청 관계자는 “그동안 일선 중고교 관련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동아일보 평가의 위상이 해마다 올라 일선 학교 관계자는 물론 교육청에서 관심이 크다”고 전했다. 경북 울진의 울진고는 지난달 16일 학교 강당에서 ‘자율형공립고 운영학교 합동 보고회’를 열었다. 학교 성과를 보고하는 이 자리에서 서정우 교장이 첫 번째로 인용한 자료는 올해의 동아일보 평가 결과. 서 교장은 경북 지역 8위에 오른 순위를 강조하며 “여건이 열악한 상황에서도 교사들이 늘 학교에 늦게까지 남아 헌신적인 자세로 열정적으로 노력해 이러한 성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고교 입학설명회가 한창인 지금, 평가 결과를 홍보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학교 역시 늘었다. 서울 숙명여고, 부산 장안제일고, 전남 목포홍일고, 경북 경주여고 등 순위가 높은 학교는 저마다 정문에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경북 점촌고, 거창 대성고 등 100여 개 고교는 홈페이지나 자체 홍보물을 통해 자랑했다. 본보와 하늘교육에 세부적인 평가 자료나 기준을 문의한 학교도 50곳이 넘었다. 지역 언론의 반응도 뜨겁다. 평가 결과가 공개되고 한 달 동안 연합뉴스, 뉴시스, 경남일보, 전북일보 등 25개 매체가 동아일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해에는 15개 매체가 평가결과를 소개했다. 학교별 동문회는 네이버와 다음 등 주요 포털사이트의 동문 카페, 블로그에 결과를 올리면서 알리는 중이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금처럼 문·이과를 구분하는 식으로 출제된다. 한국사는 수능 필수과목이 되지만 9등급 절대평가제로 채점한다.교육부는 24일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2017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어와 영어는 A·B형 구분 없이 공통으로 치르고 수학은 문과생이 수학 ‘나’형을, 이과생이 ‘가’형을 본다. 2013학년도 수능과 비슷하다. 교육부는 8월 말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에서 △현행 유지안 △문·이과 일부 융합안 △완전 융합안을 제시한 뒤 전문가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끝에 첫 번째로 결론지었다. 현행 교육과정으론 사실상 융합안을 소화하기 힘들고, 대입제도 안정성 유지 및 학생·학부모 부담 경감 차원에서 융합안 도입은 무리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다만 문·이과 융합의 필요성을 감안해 일단 교육과정부터 개편한 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필수과목이 되는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본다. 쉽게 출제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 경향 및 예시 문항을 개발해 2014년 상반기까지 일선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다.신진우·김희균 기자 niceshin@donga.com}
교육부가 발표한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에 대해 학교 현장에선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기존 대입제도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는 했다. 학생들은 문·이과 융합안을 검토하다 현행 유지안으로 최종 결정한 교육부의 선택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2017학년도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르게 될 학생들은 커다란 부담감을 덜었다는 분위기였다. 중3 김성진 군은 “이미 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친구가 많다. 문·이과가 융합돼 수능 자체가 바뀌면 당장 어떻게 대비할지 막막했는데 부담이 줄었다”고 했다. 역시 중3 심모 양은 “친구들끼리 서로 우스갯소리로 ‘저주받은 세대’라고 불렀다. 한국사 공부가 부담되지만 전체적인 수능 체제는 현행대로 유지된다니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 진학지도 담당 교사 및 입시정책 연구 교사의 모임인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도 교육부 발표에 환영 성명서를 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역시 성급하고 무리한 변화를 추진하기보다 제도적인 안정을 선택한 교육부의 결정을 존중한다는 뜻을 밝혔다. 반면 정치권과 일부 시민단체는 이번 대책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인 새누리당의 A 의원은 “박근혜 정권의 교육부 색깔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아쉽다”고 밝혔다. 교육시민단체인 사교육없는세상의 안상진 부소장도 “2017학년도 대입이면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편인데 교육부가 다소 소극적인 개선안을 들고 나온 듯하다”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지금처럼 문이과를 구분하는 식으로 출제된다. 한국사는 수능 필수과목이 되지만 9등급 절대평가제로 채점한다. 교육부는 24일 이런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2017학년도 대입제도를 확정해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어와 영어는 A·B형 구분 없이 공통으로 치르고 수학은 문과생이 수리 '나'형을, 이과생이 '가'형을 본다. 2013학년도 수능과 비슷하다. 교육부는 8월 말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에서 △현행 유지안 △문·이과 일부 융합안 △완전 융합안을 제시한 뒤 전문가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끝에 첫 번째로 결론지었다. 현행 교육과정으론 사실상 융합안을 소화하기 힘들고, 대입제도 안정성 유지 및 학생·학부모 부담 경감 차원에서 융합안 도입은 무리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다만 문·이과 융합의 필요성을 감안해 일단 교육과정부터 개편한 뒤 현재 초등학교 5학년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필수과목이 되는 한국사는 절대평가로 본다. 쉽게 출제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출제경향 및 예시문항을 개발해 2014년 상반기까지 일선 학교에 안내할 계획이다. 수시 모집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은 완화하기로 했다. 백분위 대신 등급 사용을 유도하고 대학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지나치게 높은 최저학력기준은 낮출 계획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부풀리기' 의혹을 막기 위해 항목마다 입력하는 글자 수를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줄인다. 수능일은 한파로 인한 수험생의 불편을 감안해 11월 셋째 주로 최종 결정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신진우기자 niceshin@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를 하루 앞둔 2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정권 퇴진운동까지 불사하는 총력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결국 법외노조 통보를 한다면 정권 퇴진운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전교조는 탄압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노동기본권을 말살하는 비리정권”이라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심지어 박근혜 정권이 임명한 인권위원장까지 고용노동부 명령이 위법 위헌이라 확인했다”며 “하지만 노동부는 이를 단순한 위원장 개인의 성명으로 치부했다”고 지적했다. 전교조는 노동부가 24일 법외노조를 통보하면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중앙지법에 법외노조 통보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내고 저녁에는 전국 촛불집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전교조 관계자는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은 선고까지 2, 3년 걸리므로 가처분 신청부터 우선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보름에서 한 달가량 걸린다. 26일엔 비상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열고 연가투쟁에 대한 논의에 들어가기로 했다. 같은 날 민주노총 집회에 이어 집중상경투쟁도 계획해 놓았다. 교육부는 전교조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23일 전교조의 법외노조화에 대응하는 후속 조치를 최종 조율했다. 교육부 고위 당국자는 “‘노조 아님’ 통보를 받는 순간 그동안 교원단체로 전교조가 지녔던 지위가 사라질 것”이라며 “일단 교육부의 각종 위원회 참여 지위부터 박탈할 것”이라고 전했다. 교육부는 당장 단체협약 해지 및 사무실 지원금 회수에도 나선다. 단체교섭의 권한은 시도교육감에게 있으므로 25일경 전국 시도교육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기로 했다. 다만 사무실 지원금 회수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전교조 본부에 교육부가 6억 원가량을 현금으로 지원했다. 전교조 측에서 이를 반납하지 않고 소송을 제기하면 지루한 법정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현장에선 일부 전교조 교사들의 이탈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서울 한 중학교의 전교조 소속 A 교사는 “일부 전교조 간부들의 독촉과 전체 분위기에 휩쓸려 정부 명령을 거부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지만 막상 법외노조가 될 상황이 닥치니 불안해하는 교사들이 많다”고 전했다. 초등학교 교사 B 씨는 “수만 명 조합원들의 권리와 장기간 투쟁으로 쟁취한 합법단체로서의 권리를 집행부가 너무 쉽게 내팽개친 것 같다. 실망스럽다”고 했다. 이어 “좀 더 상황을 지켜보고 탈퇴할지를 결정할 생각”이라 덧붙였다.신진우·전주영 기자 niceshin@donga.com}

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편향성 논란은 교과서 검정 시스템과 8종 교과서 모두에 상처를 남겼다. 국사편찬위원회의 검정을 통과했는데도 교육부에서 3주 정도 검토했더니 오류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특히 일본군 위안부나 독도처럼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틀리게 정리한 곳이 많아 검정 교과서에 대한 불신을 부를 개연성이 크다. 공방의 시발점이었던 교학사 교과서는 251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았다. 전체 지적 건수의 30%를 차지한다. 인명, 지명, 연도 등 기초적 사실 관계에서 틀린 내용이 대부분이다. 특히 제1단원인 ‘우리 역사의 형성과 고대국가의 발전’에서는 본문, 지도와 도표, 삽화, 사진 등 거의 모든 자료에서 오류가 지적됐다. 단원명을 빠뜨리거나 자료 출처를 제대로 표시하지 않기도 했다. 우편향이라는 공격을 받았던 제5단원 ‘일제강점과 민족운동의 전개’에서는 57건, 제6단원 ‘대한민국의 발전과 현대세계의 변화’에서는 41건이 수정·보완 권고를 받았다. 일제가 조선인의 요구를 수용하여 조선교육령을 개정한 듯이 기술한 부분, 경찰의 개입이 반일 민족 운동에 중요한 계기가 된 듯이 서술한 부분, 5·18민주화운동의 유혈 사태 원인이 시민에게 있는 듯이 서술한 부분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학사와 함께 올해 처음으로 한국사 교과서를 제작한 리베르는 112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받아 교학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구석기와 신석기 지도에서 울릉도 및 독도의 위치가 틀리는 등 연도나 지도 오류가 많았다. 단체나 기관명을 틀리거나 교과서 편수용어를 지키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조선총독부를 총독부로, 한국광복군을 광복군으로, 주석을 위원장으로 기재한 식이었다. 나머지 6종의 교과서에 대해서는 균형 잡힌 서술을 하라는 취지의 권고가 많았다.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4종은 주체사상을 설명하면서 ‘사람 중심의 세계관이고 인민대중의 자주성을 실현하기 위한 혁명사상’이라고 기술하는 등 북한의 체제 선전 자료를 사용했다. 금성, 미래엔, 리베르, 두산, 비상교육, 천재교육 등 6종은 북한이 농민에게 실질적 토지가 아니라 경작권만 줬는데도 이를 토지개혁처럼 서술했다.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를 부실하게 서술한 3종(두산 비상 천재), 한반도에 두 개의 정부가 수립됐다는 식으로 기술한 2종(금성 천재), 천안함 피격 사건 등 도발의 주체를 북한으로 명시하지 않은 2종(두산동아 지학사)도 마찬가지. 사실 오류나 오탈자도 많았다. 천재교육은 일본의 지명인 ‘나가사키’를 ‘나가시키’로 잘못 표기했다. 만국우편연합 가입 시기는 1900년이 아닌 1899년으로, 김일성 전집에 실린 김일성의 발언 시기는 1955년이 아닌 1995년으로 틀리게 썼다. 금성출판사는 무단통치를 무단총치라고 했고 고조선 건국 연대의 근거를 동국통감이 아닌 삼국유사로 잘못 서술했다. 8종 교과서 모두가 부실한 수준으로 드러나자 검정 교과서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 교과서들은 8월 국편의 최종 검정 심의를 통과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한 논란이 없었다면 내년 3월에 일선 학교에서 그대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전에는 교과서를 사용하는 첫해에 여러 기관에서 수정을 요청해서 1년 뒤 정오표를 내려보냈는데 이번에는 검정 통과 직후 바로 논란이 돼 상황이 달랐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이번 조치로 교과서 문제가 일단락될 가능성은 적다. 당장 민주당 교육문화관광체육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긴급 성명을 내고 “교육부의 교과서 수정 권고는 교학사 교과서 살리기에 불과하다. 서남수 장관은 교과서의 사실 오류만 수정하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사관까지 손을 대 혼란을 키웠으니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학사를 제외한 7종 교과서의 집필진도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조만간 공동으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교학사 측은 “출판사와 저자 모두 교육부의 수정 지시를 존중하는 입장”이라면서 “내일 당장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수정 작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과서 8종에 대해 수정, 보완하도록 통보한 조치는 당연하니 해당 출판사와 집필진은 반드시 이를 수용해야 한다”면서 “이런 전철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교과서 검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교육부의 장학 편수 기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법외(法外)노조로의 전환을 앞두고 집단연차를 포함한 모든 방식을 동원해 투쟁한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했다. 전교조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노조본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해직 교사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정부가 노조 설립을 취소하는 건 위헌적 과잉 조치”라고 밝혔다. 노조 전임자 76명을 학교에 복귀시키라는 명령도 따르지 않겠다고 했다. 고용노동부가 24일 법외노조 통보를 하면 전교조는 40여 명의 변호인단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및 취소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법외노조 통보 당일에는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를 항의 방문한다. 이달 말엔 지부별로 투쟁 집회를 연다. 전교조는 전국 동시 촛불집회도 매주 1회 개최하기로 했다. 학생의 날(11월 3일)을 전후해 공동수업을 열고 교사의 노동 기본권, 학생 인권 문제를 적극 설명할 방침이다. 연가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연가 투쟁에 왜 나서게 됐는지를 주목해 달라. 국민과 호흡하고 학습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구체적 방식을 고려하는 중”이라고 했다. 수업권은 보호하겠다는 전교조의 거듭된 주장에도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불안해하는 표정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포함해 입시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시기에 교사들이 연가 투쟁이나 공동수업에 나서면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전교조 내부에서도 교육 현장에 불만이 쌓이면 장기적으로 투쟁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신중론’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 단체는 전교조의 투쟁 방식을 비판했다.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과 서울평생교육회는 “연가 투쟁은 명백한 수업권 침해다. 법을 무시하는 교사에게 아이를 맡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교육부는 고용부의 법외노조 통보 공문이 전교조에 전달되면 노조 전임자 원대복귀, 사무실 임차료 환수를 요구하기로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법외노조가 되면 전임자의 휴직 사유가 없어지므로 복귀하지 않으면 징계 사유에 해당한다. 전교조 관련 사안에 ‘무관용주의’ 원칙을 세웠다”고 못 박았다. 정부와 전교조의 갈등에 시도교육청은 엇갈리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 주관사업에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법외노조 통보는 사실상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의 모든 창구가 닫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반면에 진보좌파 성향인 민병희 강원도교육감은 21일 도교육청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교조가 법외노조이든, 임의단체이든 관계없이 교원단체로 존중하겠다. 불법 단체가 아닌 이상 강원교육의 파트너로 계속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경기와 전북도교육청도 전교조를 계속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 해직교사 9명 구하려 합법노조 포기 불사? ▼전교조 “노조 자주성 지키기 위한것”… 일각 “이미지 메이킹용 명분 선택”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해직자 9명을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고용노동부의 지시를 정면으로 거부하면서 결국 법외노조의 길을 선택했다. 9명의 교사 가운데 6명은 2008년 교육감 선거에 불법 개입했다는 이유로 지난해 해직됐다. 다른 3명은 통일학교 운영(2005년), 서울 상문고 비리척결 불법시위 주도(2004년), 학사 운영 방해(2004년) 등의 이유로 각각 해직됐다. 이들 9명을 보호하기 위해 조합원 6만여 명(전교조 측 주장)의 노조가 ‘법의 보호’ 안에서 누릴 권리를 포기한 셈이다. 전교조는 정부 요구를 받아들이면 노조의 자주성과 정체성이 심각하게 훼손된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하지만 교육계에선 전교조가 정부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박근혜 정부에 무릎 꿇는 모습으로 비치면서 이미지가 하락할까 봐 강경 투쟁을 선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리와 명분을 두고 고민을 거듭하다 명분을 택했다는 얘기다. 전교조의 한 간부는 “어차피 정부가 유화 제스처를 전혀 보내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떤 식으로든 한 번은 크게 충돌할 거라면 차라리 선제공격해서 명분이라도 챙기는 게 좋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전교조가 내부 결속력 강화를 위해 총력 투쟁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논란을 부르는 쟁점이 있을 때마다 선명성을 가진 ‘강경파’가 특세한 전교조의 역사를 고려하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해석도 나왔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해 829건을 수정·보완하라고 21일 출판사에 통보했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는 8월 말 국사편찬위원회 검정심사를 통과했지만 교학사 교과서가 우편향됐다는 논란이 전체 교과서의 오류 공방으로 확대되면서 교육부가 8종 전부를 재검토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지난달 12일부터 현장 전문가와 역사 교사 등 25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5차례에 걸쳐 모든 교과서의 사실 오류와 서술상 불균형 여부를 점검한 결과 틀린 점이 다수 발견됐다”며 “출판사와 집필진은 교육부의 수정·보완 권고 사항을 반영해 11월 1일까지 수정 대조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출판사별 수정·보완 건수는 교학사가 251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리베르 112건 △천재교육 107건 △두산동아 84건 △비상교육 80건 △금성출판사 69건 △지학사 64건 △미래엔 62건이었다. 8종 교과서 모두 수정토록 권고를 받은 대목은 일본군 위안부와 남북 분단의 원인에 대한 내용이다. 일본군 위안부가 1940년대부터 동원된 듯이 모든 교과서가 기술했고, 정부 수립 과정에서 남한 때문에 남북이 분단된 듯이 서술해서 수정 권고를 받았다. 교학사 두산 미래엔의 교과서는 독도가 한국의 고유 영토인데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표현하고, 교학사 금성 미래엔은 동해를 ‘Sea of Japan’으로 표기한 지도를 사용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출판사가 교육부 권고를 받아들여 수정하면 일선 고교에서는 12월 중 교과서 채택 절차를 마칠 수 있다. 하지만 진보 좌파 진영에서는 8종 교과서 모두를 수정하라는 교육부의 지시가 교학사의 우편향 교과서 감싸기라며 반발했기 때문에 수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교육부는 출판사와 집필진이 합당한 이유나 근거 없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으면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 26조에 따라 수정명령권을 행사하겠다고 했다. 합당한 이유나 근거에 대해서는 나중에 구체적으로 판단하기로 했다. 앞서 2008년에 교육과학기술부는 6종의 고교 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253건의 수정·보완 권고를 내렸다. 당시 금성출판사 교과서의 일부 저자가 이를 거부했지만 교육부는 김일성 정권에 대한 우호적 기술, 분단의 책임을 대한민국에 전가한 부분을 포함해 206건을 수정토록 했다.김희균·신진우 기자 foryou@donga.com}

《 ‘분자과학연구 심포지엄(MFS) 2013’인 ‘미래과학 콘서트’에는 노벨상 수상의 단골 후보로 꼽히는 과학자들은 물론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른 한국계 요리사도 나와 꿈나무들과 대화의 자리를 갖는다. 참석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창조성을 기를 것인지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 과학과 문화가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자아를 형성해가는 과정도 설명한다. 주요 연사들의 전공과 업적을 소개한다. 》 2006년 이후 분자과학연구 심포지엄 산파 역할스웨덴 출신인 벵트 노르덴 분자과학연구재단(MFF) 회장의 경력은 말 그대로 화려하다. 1994∼2004년 노벨화학상 위원회 위원을 지냈고 그중 4년(2000∼2003년)간은 위원장으로 일했다. 스웨덴 정부 산하 과학기술위원회의 화학부문 의장까지 지낸 그는 2006년 MFF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6년 이후 매년 재단에서 개최하는 분자과학연구 심포지엄(MFS)도 산파 역할을 했다. MFS는 과학연구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내는 한편 꿈나무들이 과학에 대한 흥미를 키우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매년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열리던 MFS는 지난해 처음으로 싱가포르 난양공대에서 개최됐고 올해는 국내에서 열린다. 노르덴 회장은 연구자로서의 업적도 눈에 띈다. ‘위치 특이성 선형 이색성 분광법’을 개발해 생체 내부 복잡한 화합물의 결합구조 및 분자 사이 상호작용을 밝히는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쌓았다. 매우 큰 활성화 에너지를 지닌 홈결합(goove binding)과 층간결합(intercalating binding) 사이 반응속도 선택성 관련 연구에서도 업적이 두드러진다. 세계 유수 학술지에 이미 400편 이상 논문을 게재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고분자 활용한 약물전달시스템·조직공학 선구자로버트 랭어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고분자소재를 활용한 약물전달시스템과 조직공학 분야의 선구자다. 2013년 볼프 화학상을 수상하고 2011년 미국 기술혁신 훈장, 2008년 밀레니엄 테크놀로지상을 받았다. 그는 암조직과 같은 인체의 특정한 부위에 정확히 약물을 전달하는 기술을 개발해왔다. 약물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약물의 양과 전달 시기 그리고 전체 시간을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과 시스템을 다양하게 창안했다. 그는 세포와 생체재료를 이용해 특정 인체조직의 기능을 향상시키거나 대체하는 기술인 조직공학을 연구하고 있다. 주로 뼈나 연골 혈관 신장 피부 근육 등 인체 내부의 장기를 대체하거나 고장 난 부분을 고치는 연구다. 이를 통해 재생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가고 있다. 랭어 교수는 현재까지 화학 및 화공 분야, 제약 및 생명공학 분야에서 1200여 편에 이르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학계에서는 드물게 500건이 넘는 특허권을 보유해 세계 최고의 특허권 보유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는 저명한 과학기술자일 뿐만 아니라 관리인 벤처사업가 최고경영자(CEO) 투자자 멘토이기도 하다. 연간 연구비 140억 원 규모의 생체의공학 연구실을 운영하고 있다.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전령 RNA’ 관련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mRNA는 말 그대로 ‘전령 RNA(messenger RNA)’다. 핵 안에 있는 DNA 유전 정보를 해독해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한다. mRNA를 정밀하게 분석하면 유전정보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이로 인해 최근 학계에선 mRNA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알렉산드라 코드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 박사는 mRNA 관련 연구의 세계적인 권위자다. 덕분에 올해 ‘아이젠하워 멀티네이션 프로그램 펠로’로 선정되기도 했다. 1969년 영국에서 태어난 그는 왕성한 연구력을 자랑한다. 그는 ‘논코딩(non-coding) RNA’ 연구 업적으로도 유명하다. 논코딩 RNA는 단백질 번역에 관여하지 않는 RNA를 말한다. 유전자와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하는 microRNA, 유전자 발현을 억제하는 siRNA 등이다. 코드 박사는 최근 논코딩 RNA 연구를 통해 유전병 관련 비밀을 풀어내는 것에 관심을 갖고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코드 박사는 뛰어난 연구 업적 못지않게 명강사로도 유명하다. 유머러스한 언변과 호소력 있는 목소리, 권위자로서의 카리스마까지 결합된 그의 강연은 짧은 시간에도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초거대자기저항 물질 연구의 선두주자C N R 라오 인도 네루 고등과학연구센터 명예센터장은 전이금속 산화물에서 나타나는 자성학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분야 연구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과학자다. 초전도는 임계온도 이하에서 전기저항이 전혀 없고 자기 부상 효과가 나타나는 양자역학 현상이다. 라오 센터장은 산화물 연구를 통해 초전도 현상의 중요한 기능과 작용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지식을 확립했다. 자기적 성질에 따른 전기적 성질 변화에 대한 연구 업적도 쌓았다. 자기센서로 응용성이 높은 초거대자기저항물질 연구의 선두주자로서 특히 산화물 구성물질의 조성 변화가 미치는 자기적 특성에 대한 연구를 몇 단계 진보시킨 공로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엔 나노 기반 하이브리드 재료 분야 연구에 뛰어들어 나노재료 개발 및 응용 연구에서도 획기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러한 공로로 2005년 댄 데이비드 과학상을 받았고 노벨상 수상 후보가 거론될 때마다 0순위로 꼽히기도 한다. 라오 센터장은 “자연과학의 대축제인 MFS 2013에 참여하게 돼 영광이다. 20년 넘게 쌓아온 내 연구업적을 전달하는 한편 다른 권위자들의 연구 노하우까지 습득하는 귀중한 자리가 될 것 같다.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면역학 분야 혁신적 연구 주도하는 학자이경미 고려대 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면역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연구를 주도하는 학자로 꼽힌다. 서울대 약대에서 학, 석사학위를 받고 1995년 미국 시카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기까지 각종 우등상을 휩쓸었다. 1998년 T세포 불활성화에 대해 규명한 논문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이래로 T세포와 자연살상(NK)세포의 작용 및 항암 원리에 관련된 연구 결과를 저명한 학술지에 많이 실어왔다. 응용학문 분야에 관심을 갖고 세계 최초로 다양한 나노소자를 사용해 특정면역세포를 분리,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세포치료기술에 응용해 2010∼2012년 나노레터(Nano Letters) 등에 발표했고 항암면역세포치료비용을 기존의 10% 수준으로 낮추는 맞춤형세포치료기술을 개발해 올해 암연구(Cancer Research)에 발표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 일천젊은과학자상, 2011년 학술지공로상을 수상했고 2012년에는 동아일보가 선정하는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으로 뽑혔다. 이 교수는 최근 난치성 내성암 복합세포 치료개발 부분에 관심을 쏟고 있다. 기존의 항암치료에 내성이 생긴 말기암 환자들에게 이 연구는 희망이 되고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요리·경영·리더십 등 다방면 식견있는 융합형 인재스웨덴 최고의 요리 전문가로 손꼽히는 한국계 제니 월든 씨는 요리, 경영, 리더십 등 다방면에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는 융합형 인재다. 요리사, 요리 창작자, 음식 블로거, 리더십 강연자 등으로 다재다능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는 세계 각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텔레비전 요리경연 프로그램인 ‘마스터 셰프’의 2013년 스웨덴 편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MFS 2013에서 ‘요리와 과학의 만남’이라는 주제로 흥미로운 강연을 펼친다. 그는 펀라이트, BOB 등 다양한 스웨덴 식음료 브랜드의 마케팅 매니저로 오클라사에 재직하고 있다. 브랜드 매니저들로 구성된 팀을 관리하면서 각각의 브랜드와 사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특히 수익과 손실, 혁신 프로세스, 제품 포트폴리오 등에 대해 깊이 있는 도움을 주고 있다. 그는 이 업무를 맡기 전에는 3년 간 신사업 마케팅 매니저로 일하면서 마케팅을 통한 기업의 성장을 이끌었다. 프로젝트 관리자, 신사업 관리자, 소비자 인사이트 매니저로 구성된 팀을 이끌면서 트렌드를 파악하고 마케팅 및 리더십 등의 업무를 담당해왔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합법노조에서 법외(法外)노조로의 전환을 앞두고 본격적인 투쟁에 나서기로 했다. 정부는 전교조 움직임에 상관없이 법대로 대응할 계획이다. 전교조는 19일 서울 서대문구 독립공원에서 조합원과 시민 등 6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가한 가운데 ‘전교조 탄압 분쇄 전국 교사 결의대회’를 열어 법외노조화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법외노조 통보 취소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제노동기구(ILO)와 유엔 인권위원회에 제소하고 투쟁기금 100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전교조는 21일 기자회견을 열어 촛불집회 및 1인 시위를 포함한 구체적인 투쟁 방안을 밝히기로 했다. 전교조 간부는 “장기간 싸움을 끌고나가려면 국민과의 공감대가 핵심이다. 국민 정서에 반할 가능성이 있는 연차휴가 투쟁은 신중하게 고려하되 교육현장이 호응할 수 있는 정책 이슈 중심으로 꾸준하게 대정부 투쟁을 펼치겠다”라고 말했다. 정부는 ‘예외 없이 법대로’라는 방침을 세웠다. 고용노동부가 예정대로 23일 법외노조라고 통보하면 전교조는 교육부나 시도 교육청과의 단체협약 교섭·체결권을 잃는다. 교육부가 지원하는 전교조 노조본부와 시도 지부의 사무실 임차보증금 등 52억 원가량은 반납해야 한다. 사무실 비품이나 행사비도 지원받지 못한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할 기회 역시 없어진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가 주관하려던 학생청소년문화사업 및 교육활동개선 현장실천사업에 대해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시교육청은 이미 전교조 서울지부에 대한 보조금 3000만 원 지급을 보류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당국의 지원이 끊기면 한국교원단체총연합과 함께 교원단체의 한 축을 형성했던 전교조가 타격을 받고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분자과학연구 심포지엄(MFS) 2013’인 ‘미래과학 콘서트’에는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아리에 와르셸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비롯해 노벨 화학상 수상자 2명과 생리의학상 수상자 2명이 참석한다. 이들은 자신들이 겪은 시행착오와 최근 연구흐름은 물론이고 꿈나무들을 위해 지혜를 나눌 예정이다. 수상자 4명의 주요 업적과 이 중 3명이 보낸 메시지를 통해 ‘미래과학 콘서트’에 거는 기대감을 소개한다. 》▼ 실제 실험 아닌 이론화학 분야서 수상, “눈에 띄는 한국과학자 꼭 만나보고 싶어” ▼아리에 와르셸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9일 3명의 노벨 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자 관련 학계에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론화학 분야에서 수상자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노벨위원회는 “빛의 속도만큼 빠르게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실제 실험이 아닌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해 이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든 공로가 크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모든 화학반응은 아주 미세한 수준에서 크고 작은 변화를 거치며 이뤄진다. 전자가 원자 사이를 뛰어다니는 미시 세계를 분석하려면 엄청나게 세밀한 계산이 필요하다. 과거 화학자들은 플라스틱 공과 막대를 통해 이러한 화학분자 모델을 분석했다. 이후 컴퓨터 모델이 개발된 덕분에 훨씬 세밀하고 정확하고 간단한 연구가 가능해졌다. 이 컴퓨터 모델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3명의 공동 수상자 가운데 한 명이 아리에 와르셸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교수다. 와르셸 교수는 1940년 이스라엘 키부츠에서 태어났다. 1966년 테크니온 공과대를 졸업한 뒤 바이츠만 연구소에서 공부했다. 이스라엘 방위군으로 참전할 만큼 조국애도 뜨겁다. 와르셸 교수의 주요 연구 분야는 효소학(Enzymology)이다. 효소는 생체 안에서 일어나는 많은 화학 반응에 촉매로 작용해 반응이 빠르게 일어나도록 돕는다. 효소가 촉매제로 작용해 일어나는 생체 내 화학반응을 ‘효소-촉매화 반응’이라 부른다. 효소학은 다양한 효소-촉매화 반응을 연구하고 효소의 전반적인 작용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와르셸 교수는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한 효소-촉매화 반응 연구를 처음으로 시도한 선구자에 해당한다. 1970년대 중반에 연구를 시작한 뒤 꾸준히 발전시켜 획기적인 업적을 쌓았다. 컴퓨터의 빠른 계산능력과 정확성을 바탕으로 효소-촉매화 반응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원자 수준에서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게 가능하도록 했다. 또 와르셸 교수는 다양한 컴퓨터 계산법을 적용해 생체 분자의 구조-기능 사이 상관관계도 연구했다. 양자역학 및 분자역학 계산법, 생체반응에 대한 분자 동력학 모사법, 단백질의 미시적 정전기 모델 및 자유에너지 섭동법 등이 그가 적용한 대표적인 계산법들로 꼽힌다. 현재 과학자들이 화학반응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게 가능해진 이유도 와르셸 교수의 계산법 덕분이다. 방한에 앞서 그는 동아일보에 짧지만 인상 깊은 메시지를 보내왔다. 우선 올해 노벨상 수상 소식을 듣고 “기쁨을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꿈이 실현됐다”고 표현했다.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직후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선 “한밤중에 자다 오전 2시에 수상 소식을 들었다.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다. 매우 흥분됐다”며 감격을 전했었다. 와르셸 교수는 공동수상을 한 마르틴 카르플루스 미국 하버드대 화학과 명예교수와 마이클 레빗 스탠퍼드대 구조생물학과 교수에 대한 찬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대단한 업적을 쌓은 분들이다. 덕분에 화학 연구가 전방위적으로 몇 걸음은 크게 진보할 수 있게 됐다”라고 평가했다. 와르셸 교수는 최근엔 생체 분자 기능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했다.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연구도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추지 않았다.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MFS 2013’이 매우 기대된다”면서 “특히 최근 눈에 띄는 한국 과학자들이 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만나보고 싶다”고 희망을 피력했다. 한국 고교생 꿈나무들과의 만남을 위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생생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약속도 잊지 않았다.프로필생년: 1940년국적: 미국, 이스라엘소속: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주요 이력2003년 톨만 메달2006년 ISQBP 컴퓨터 생명공학상2013년 노벨 화학상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중동 국가 최초 여성 노벨화학상 수상자“이 행사로 많은 젊은이들이 과학에 관심갖길” ▼아다 요나트아다 요나트 이스라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박사는 중동 국가 최초의 여성 노벨 화학상 수상자다. 세포에서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의 소단위체를 3차원 모델로 제시했다. 리보솜 대단위체와 소단위체의 3차원 구조를 각각 규명한 토머스 스타이츠 박사, 벤카트라만 라마크리슈난 박사와 함께 2009년 노벨 화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리보솜은 DNA에 있는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현재 항생제는 세균성 리보솜을 제어함으로써 질병을 치료하고 있기 때문에 생명과학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꼽히고 있다. 요나트 박사는 리보솜 소단위체의 3차원 구조를 극저온 X선 결정법으로 규명해 미국 국립과학회원보에 발표했다. 폴리펩티드의 통로를 밝혀내 폴리펩티드가 처음 합성되는 과정부터 단백질을 형성한 뒤 접히는 과정까지 리보솜 안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반응에 관여하는 다양한 요소를 알아냈다. 그는 이스라엘에서 랍비의 딸로 태어나 예루살렘 히브리대에서 화학 학·석사학위를 받았다. 바이츠만 연구소에서 X선 결정학을 연구해 이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해외 학위가 없는 순수 국내파인 셈이다. 이 때문에 자국 연구 인력에게 좋은 모델이 되기도 한다. 여성 노벨상 수상자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지만 과학적 성과와 여성을 한데 묶어 평가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노벨상 수상 이듬해인 2010년 노벨상 수상자 모임인 ‘린다우 미팅’ 강연을 통해 “중요한 것은 과학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과학자 경력에서 여성이라는 사실이 어떤 식으로 더 어렵게 다가올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여성이 과학을 하기는 어렵다는 말은 옳지 않다”고 강조한다. 젊은 여성들이 과학자로서 가족을 꾸리는 데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지만 의사 간호사 사업가 등도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설명한다. 그는 “당신이 과학을 잘한다면 그것은 충분히 배우고 연구하고 즐겼기 때문이지 당신이 남성이라거나 여성이라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요즘 소수만 기초과학에 투신하는 점도 그가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는 “어떤 이들은 교육과 연구를 이해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요즘 학생들은 자신들의 성취가 사물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가 아니라 지식의 정도에 의해 좌우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과학과 사회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강의를 수년간 해오고 있다. 요나트 박사는 “과학은 사회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과학의 모든 연구결과는 전적으로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나트 박사는 메시지를 통해 “MFS 2013은 저명 과학자들과의 개인적인 면담을 통해 젊은이들이 과학에 종사하게 하고 다양한 글로벌 이슈를 고분자적 관점에 중점을 둬 보도록 장려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보였다. 이어 “MFS는 근대 과학에 대한 젊은이들의 열정과 영감을 고취시키고자 각기 다른 분야에서 종사하는 저명한 과학자들과 젊은 학생들을 함께 모아 치르는 행사”라고 덧붙였다. 그는 고분자학의 성과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요나트 박사는 “우리는 자연 혹은 합성작용에서 고분자적 원리에 관한 발견의 중요성에 바탕한 과학적, 기술적 약진을 목격했다”며 “이러한 약진은 보건 질병 등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 주요한 역할을 했고 최근 하이테크를 활용한 자동차 산업에서 치료법에 이르는 재료 디자인 분야까지의 큰 진전도 고분자적 접근으로 인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프로필생년: 1939년국적: 이스라엘소속: 바이츠만 과학연구소주요 이력2006년 로스차일드 생명과학상2007년 볼프 화학상2009년 노벨 화학상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 노벨위 관례 깨고 발견 8년만에 수여“과학·철학 배우고 나누는 세대간 만남 기대” ▼앤드루 파이어 유전 정보의 전달 통제에 대한 연구로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던 앤드루 파이어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그는 노벨상 수상이 확정되었다는 전화를 받은 직후 장난전화가 걸려왔거나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보통 노벨상은 중요한 발견을 한 뒤 적어도 10여 년이 지난 뒤에야 수여하는 것이 노벨위원회의 관례였다. 하지만 파이어 교수가 RNA 간섭현상을 발견한 업적으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까지는 고작 8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발견이 해당 분야에서 큰 획을 그은 대단한 업적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그동안 RNA는 유전자의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만 한다고 알려져 있었다. 이중나선 RNA가 새로운 유전자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RNA의 간섭이라는 수단으로 통제까지 한다는 것은 당시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이었다. 파이어 교수의 발견 이후 개발된 RNA의 간섭에 의한 특정 유전자 발현 억제 방식은 유전자 조작을 통한 신약개발 분야에 불을 지폈다. 또 의학계에도 바이러스 감염과 심장혈관 질환, 암, 내분비 장애 등 다양한 질병의 치료에 응용하는 연구가 급증하는 등 수년째 ‘RNA 돌풍’이 계속되고 있다. 1959년 미국에서 태어난 파이어 교수는 프리몬트 고교를 거쳐 버클리 캘리포니아대에서 공부했고 매사추세츠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교를 졸업할 당시 그는 스탠퍼드대에 진학하기를 희망했지만 입학을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스탠퍼드대병원에서 태어난 지 44년이 지난 2003년 스탠퍼드 의대 병리학 교수로 부임하는 저력을 보였다. 특히 파이어 교수는 스탠퍼드대에서 특유의 성실성과 겸손함으로 유명하다.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뒤 스탠퍼드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이 분야는 이미 많은 것이 알려져 있으며 (나는) 전체 퍼즐 중 겨우 한 조각에 기여한 것에 불과하다. 운 좋게도 아주 중요한 조각이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료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원래 기초 연구는 아주 지루한 작업이지만 파이어 교수는 꿋꿋하게 일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의 오랜 친구이자 카네기연구소 동료였던 데이비드 슈왈츠 박사는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도 그는 묵묵히 현미경 앞에 구부리고 앉아 관찰했고 실험용 동물에게는 먹이를 줬다”며 “그를 아는 사람이면 누구나 노벨상 수상이 놀랍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파이어 교수는 배트를 손에 쥐여주기만 하면 야구공을 멀리 날려버리는 장타자 역할을 과학에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나는 지금도 그저 내가 하는 일을 좋아할 뿐이다. 여전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구하고 동료들과 얘기하는 것을 좋아한다”며 “노벨상을 탄 것은 내 연구실과 연구분야를 넘어서는 목소리를 가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그 목소리를 꼭 필요한 곳에 쓰겠다”고 말했다. 파이어 교수는 ‘MFS 2013’ 참가에 앞서 “지구와 다음 세대를 지속시키는 데 있어 앞으로 화학과 생물학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는 “아직 나는 앞날을 생각할 만큼 젊지만 과거를 되돌아볼 수 있는 중년 세대가 됐다”며 “지속적인 세대의 발전을 위해 경험이 풍부한 화학자들과 생물학자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중년 세대에서 체득한 다양한 개념 전략 요령 사실 그리고 교훈 등을 청년 세대에게 가르쳐주는 것에 대해 큰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그는 “MFS 2013을 통해 과학의 사실과 철학을 배우는 동시에 나누고 전달할 수 있는 세대 간의 만남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프로필생년: 1959년국적: 미국소속: 스탠퍼드대 교수주요 이력2002년 마이엔부르크상2003년 와일리상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탐정이 되고 싶었던 아이, RNA에서 2개의 ‘분할유전자’ 발견하다 ▼리처드 로버츠어렸을 때는 탐정이 되고 싶었다. 아이의 꿈을 바꿔놓은 것은 선물로 받은 화학실험세트였다. 과학의 세계에 푹 빠졌다. 그런 아이를 아버지는 열정적으로 후원했다. 아이의 화학 실험도구는 점차 늘어났다. 아버지는 서랍과 컵, 보드, 선반이 모두 갖춰진 실험 장비를 구해줬다. 어느덧 아이의 실험은 놀이 수준을 뛰어넘었다. 아버지와 잘 알고 있는 약사로부터 장난감 가게에서 구할 수 없는 화학물질을 얻었다. 아이는 직접 여러 성분을 섞어 화학물질도 만들어냈다. 이 아이는 훌륭한 과학자로 성장했다. 마침내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바로 리처드 로버츠 박사다. 로버츠 박사의 연구 분야는 분자생물학이다. 생물의 유전 정보는 DNA에 저장돼 있다. 그래서 DNA를 유전자의 본체라고 부른다. 이 유전 정보는 주로 DNA에서 RNA(리보핵산)로 전달되고 다시 RNA에서 단백질로 전달된다. 이 개념이 분자생물학의 핵심 원리다. 유전 정보가 DNA에서 RNA로 전달되는 과정을 ‘전사’라고 부른다. RNA에서 단백질로 전달되는 과정은 ‘번역’이라고 한다. DNA의 염기순서는 전사 작용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RNA 염기 순서로 전환된다. RNA의 염기 순서는 번역 작용을 통해 단백질의 아미노산 순서로 바뀐다. 이처럼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유전자 물질을 생성하는 과정을 ‘유전자 발현’이라고 한다. 전사와 번역은 중요한 유전자 발현 중 하나인 것이다. 세균류와 남조류처럼 핵이 없는 원핵생물은 전사와 번역이 같은 곳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하지만 나머지 모든 진핵생물의 전사는 DNA가 들어있는 핵, 번역은 단백질 합성에 필수적인 리보솜 등이 들어있는 세포질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그 과정은 훨씬 복잡할 수밖에 없다. 이 전사와 번역 메커니즘은 분자생물학의 주된 연구 대상 중 하나다. 로버츠 박사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연구도 이 메커니즘에 관한 것이다. 진핵생물에서 전사와 번역이 일어나려면 우선 핵에서 만들어진 mRNA가 세포질로 이동해야 한다. mRNA는 DNA 유전정보를 세포질 안의 리보솜에 전달하는 RNA의 일종이다. 다만 모든 mRNA가 세포질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초보 형태의 ‘전구체 mRNA’는 세포질로 이동하지 못한다. 전구체 mRNA의 양 끝이 어느 정도 가공된 ‘성숙 mRNA’가 세포질로 이동한다. 전구체 mRNA는 ‘인트론’과 ‘엑손’ 부분으로 이루어졌다. 이 두 부분이 ‘이어 맞추기’란 과정에 의해 인트론이 제거되고 엑손만 남아 성숙 mRNA가 된다. 성숙 mRNA는 세포질에서 리보솜에 붙어 리보솜이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유전 정보를 제공한다. 따라서 단백질의 아미노산 순서는 DNA 또는 전구체 mRNA가 아닌 성숙 mRNA의 염기 순서에 의해 결정된다. 로버츠 박사는 1977년 아데노바이러스-2 DNA가 인트론과 엑손 부분으로 이루어졌음을 과학저널 ‘셀’에 발표했다. RNA에서 2개의 ‘분할유전자’를 발견한 것이다. 이 업적을 인정받아 16년 뒤인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로버츠 박사는 1972년 무렵 수많은 미생물로부터 새로운 ‘제한효소’를 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제한효소는 유전공학에서 재조합 DNA를 만들 때 사용하는 특수한 효소다. 1980년 무렵에는 세상에 알려진 제한효소의 75% 이상이 그의 실험실에서 분리됐다. 관련 업체들이 이 효소들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기미를 보이자 로버츠 박사는 이를 무료로 과학자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프로필생년: 1943년국적: 영국소속: 미국 뉴잉글랜드 바이오랩스주요 이력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1995년 영국왕립학회 펠로2008년 영국 최하위 훈작사(Knight Bachelor)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아리에 와르셸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교수가 9일 발표된 노벨상 화학상 수상자에 포함됐다. 이 소식을 들은 이종환 군(경기 남양주 동화고)은 가슴이 떨렸다. 매년 노벨상 발표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평소 와르셸 교수를 동경했기에 더 각별했다. 이 군은 와르셸 교수를 직접 만난다. 28, 2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사이언스 히어로와 함께하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과학콘서트’에서다. 그는 “와르셸 교수의 업적을 보면서 나도 다양한 과학영역에 전방위적인 영향을 끼치는 획기적인 도구를 만들고 싶단 생각을 했다”면서 “과학도로서 나아갈 방향을 얻었다”며 웃었다. 미래과학콘서트는 고려대가 스웨덴 왕립과학원 및 산하의 분자과학연구재단(MFF), 싱가포르 난양공대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와르셸 교수를 포함해 아다 요나트(2009년 화학상), 앤드루 파이어(2006년 생리의학상), 리처드 로버츠(1993년 생리의학상)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만 4명이 모인다. 이들과 함께 세계적인 전문가 등 10명이 이틀 동안 최고의 강연을 펼친다. 이번 행사가 더욱 특별한 이유는 강연이 끝난 뒤 국내 고교생과 함께하는 ‘토크 콘서트’ 시간 때문이다. 이 군을 포함해 과학 꿈나무들이 롤 모델과 한자리에서 그들의 업적을 묻고 과학도로서의 자세와 마음가짐, 방향까지 제시받는 기회를 얻는다. 토론자로 나설 김민선 양(용인외국어고)은 “노벨상 수상자의 숨 쉬는 모습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흡수해 그들 못지않은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수북이 쌓인 서적, 결재를 기다리는 문서, 쉴 새 없이 걸려오는 전화까지. 거대 연구원을 이끌던 모습 그대로다. 집무실만 대학 캠퍼스로 바뀌었다. 주인공은 정희선 충남대 분석과학기술대학원장(58)이다. 2008년 여성 최초로 취임해 지난해 7월까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수장을 지낸…. 그는 이 대학에 지난달 26일 취임했다. 취임식 당일에 그는 ‘정말’ 떨었다고 했다. “평생 연구실에서 독극물 분석하고 마약 검사만 하다 탁 트인 대학으로 나왔잖아요. 제2의 인생이 시작되는 첫날이니 긴장되죠. 그래도 그 설레는 긴장감 덕분에 에너지는 막 솟더라고요.” 충남대에서 처음 제안을 받은 때는 5월. 곧바로 수락하지는 않았다. 1978년 첫 직장으로 들어갔던 작년까지 몸담았던 국과수를 떠나 새롭게 열정을 바쳐 일할 곳인지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8월까지 고민한 뒤 결론을 내렸다. 한번 해보자고. 학교 비전이 마음을 잡아끌었다. 국과수 시절 늘 절감했던 부분이 전문인력 부족이었다. 정 원장은 “국과수 규모가 커지면서 고가의 외국산 장비를 제대로 쓸 줄 아는 인력이 드물었다. 사용을 못하니 응용해서 분석기술을 향상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했다”고 돌아봤다. 분석과학기술대학원은 2009년 생겼다. 국내 유일의 분석전문가 양성기관이다. 학생에게 전액 장학금을 주면서까지 전문 인력을 기르겠다는 학교의 의지가 그의 바람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요즘 그는 내년부터 시작할 강의 준비에 여념이 없다. 한번 결심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성격. 일단 사례와 경험이 중심이 된 ‘살아있는’ 강의를 하자는 게 목표다. 2003년 기내에서 발작 증세를 보이다 숨진 페루인, 부검 결과 115개의 마약 봉지가 몸 안에서 발견됐던 사건을 활용하는 식이다. 정 원장은 “이른바 ‘보디 패커(body packer) 사망 사건’으로 불리는 유명한 사례”라며 “이를 통해 마약 검출의 원리, 마약의 유해성, 제조기법을 활용한 제조지 추적 방법, 사망자 조직에서 검출된 코카인 농도의 해석 등 다양한 설명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취임한 뒤 거대한 캠퍼스 규모도 놀라웠지만 학생들의 열정이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주말에도 밤늦게까지 연구실의 불을 밝히고 연구에 매진하는 모습에 오히려 자신이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학생들이 참 순수해요. 열정과 성실성은 수도권 유명 대학에 절대 밀리지 않아요. 지방 대학이란 이유만으로 취업 등 기회가 부족한 현실이 좀 안타깝죠.” 정 원장은 이미 완벽한 충남대인이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김윤철 서울관악문화원 원장은 10일 동아꿈나무재단에 200만 원을 전달했다. 김 원장은 1990년부터 이번까지 218회에 걸쳐 총 4억2130만 원을 기탁했다. 김대기 고려대 경영대 교수도 이날 장학금 100만 원을 동아꿈나무재단에 보내왔다. 김 교수는 50회에 걸쳐 총 5000만 원을 기탁했다.}

말 그대로 ‘드림팀’이다. 노벨상 역대 수상자 4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드물다. 강연이 끝난 뒤 강연자와 청소년이 대화하는 방식 역시 이채롭다. 과학 꿈나무를 위한 미래과학 콘서트는 고려대와 분자과학연구재단(MFF·Molecular Frontiers Foundation)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MFF는 2006년 이후 매년 분자과학연구 심포지엄(MFS)을 개최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에서 열리던 MFS가 지난해 처음으로 싱가포르 난양공대에서 진행됐다. 올해는 고려대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 덕분에 미래과학콘서트란 이름으로 국내에서 열린다. ○ 노벨상 드림팀 한국 찾는다 강연자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역시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은 아리에 와르셸 교수(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그는 이론화학자다. 수학적 계산과 이론을 통해 분자의 세계를 분석하는 이론화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온 건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거대 분자의 복잡한 화학반응을 컴퓨터로 실험하고 예측하는 기반을 마련해준 업적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와르셸 교수는 연구에 대한 엄청난 집중력과 함께 겸손한 성품, 특유의 유머러스한 성격으로 유명하다. 노벨상 수상이 확정된 뒤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선 “잠을 자다 새벽 2시에 수상 소식을 알았다. 상금은 아내에게 물어보고 쓰겠다”며 웃었다. 이번 방한과 관련해선 “자연과학 축제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다. 한국 청소년과의 만남도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스라엘 출신인 아다 요나트 박사는 단백질 공장인 리보솜에 서로 다른 항생제가 어떻게 달라붙는지를 3차원 모델로 제시해 ‘신의 비밀’을 풀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이 공로로 2009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노벨상 수상 뒤에도 리보솜 구조와 기능에 대해 개척적인 연구를 하는 중이다. 리처드 로버츠 뉴잉글랜드 바이오랩스 과학담당 최고책임자(CEO)도 한국을 찾는다. 그는 1993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 생화학자이자 분자생물학자인 그는 ‘분리유전자’를 발견해 유전병과 일부 암이 유전자 정보조합의 이상에서 비롯됐음을 밝혀냈다. 최근엔 생물정보학과 생화학 실험법의 조합을 사용해 새로운 효소를 발견하기 위한 방법 연구에 뛰어들었다. 앤드루 파이어 교수는 200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미국 스탠퍼드대 의대 병리학과 교수로 2011년 한국 청소년들과 만난 적이 있다. 서울 강동구 상일여고의 수학·과학 영재 학급이 한양대 자연과학대와 연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서였다. 당시 특강에서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세상이 알아주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해 의무를 다한 자신에게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는 거다. 그게 노벨상 수상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해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롤 모델 만나 기대돼 미래과학콘서트엔 고교생 600여 명과 고려대 재학생, 해당 분야 과학자 400여 명 등 1000여 명이 참가한다. 나이지리아와 브루나이 등 외국 학생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공부하는 한국 고교생이 초청 받아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 토크콘서트에서 강연자들과 토론을 펼칠 고교생들의 기대는 남다르다. 김민선 양(용인외고)은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하던 중 귀가 들리지 않아 수술을 받던 청소년을 보고 의공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의 롤 모델은 앤드루 파이어 교수. 김 양은 “생물책에서만 이름을 보던 파이어 교수님을 직접 뵙게 돼 꿈만 같다. 교수님의 이론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연구에 임하는 과학자의 자세도 상세하게 물어보겠다”며 웃었다. 이소영 양은 서울과학고 학생이다. 국제변호사를 꿈꾸던 중3 때 서울대 김성근 교수(화학부)의 열정적인 강의를 듣고 과학도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이 양은 요즘 잠이 오지 않을 만큼 설렌다고 했다. 강연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선 세계적인 과학자의 에너지를 직접 느껴보고 싶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벨 화학상을 여자 연구자가 탔다는 기사를 초등학교 6학년 때 과학동아에서 봤다. 그때부터 아다 요나트 박사의 팬이 됐다. 노벨상이란 타이틀이 부담될 법한데 꾸준히 성과를 내는 열정을 함께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미래과학 콘서트에 거는 과학 전문가들의 기대 역시 학생과 비슷했다. 고려대 송현규 교수(생명과학부)는 “나와 비슷한 분야의 연구를 하는 요나트 박사는 역사에 꼽을 만한 과학자다. 최근엔 그분이 했던 연구의 일부분을 가르친다. 학생들에게도 꼭 가서 들어보라고 권유할 계획”이라고 얘기했다.신진우·전주영 기자 niceshin@donga.com 이예은 인턴기자 이화여대 역사교육과 졸업}

“전통적인 실험실에 갇혀 있던 화학이 사이버 공간으로 탈출한 건 이들 덕분이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9일 노벨화학상 수상자를 발표하며 밝힌 선정 이유다. 아리에 와르셸 미국 남캘리포니아대(USC) 교수(73·사진)는 노벨화학상 수상자 3명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다양한 화학반응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컴퓨터로 추적할 이론적 기반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와르셸 교수가 한국의 청소년과 만난다. 28, 29일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리는 ‘사이언스 히어로와 함께하는 다음 세대를 위한 미래과학콘서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올해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 가운데 한국을 찾는 첫 번째 인물인 만큼 각계의 관심이 뜨겁다. 고려대는 미래과학콘서트(부제: 우리가 만들어갈 미래)를 스웨덴 왕립과학원 및 산하의 분자과학 연구재단(MFF·Molecular Frontiers Foundation), 싱가포르 난양공과대와 공동으로 개최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자연과학 행사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와르셸 교수를 포함해 역대 노벨상 수상자만 4명이 참가한다. 세계적인 과학 전문가 등 10명이 이틀 동안 차례로 명성을 입증한다. 진행 방식 역시 획기적이다. 강연자들은 개별 강연이 끝난 뒤 ‘토크 콘서트’ 형식으로 과학 영재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과학도를 꿈꾸는 국내 고교생들이 강연 관련 내용은 물론이고 자신의 꿈과 비전, 과학자의 길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토론하는 시간이다. 고려대 김병철 총장은 “과학 영재들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을 할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번 기회가 세계 과학 지도를 바꿀 한국 과학자를 배출하는 씨앗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서울 용산구 A 사립고 본관은 1956년에 지은 건물이다. 이 4층짜리 건물은 2008년부터 매년 D등급을 받았다.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에 따르면 D등급은 ‘주요 부재에 결함이 발생해 긴급한 보수 보강이 필요하며 사용제한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태’로 재난위험시설에 해당한다. 하지만 A고는 건물을 철거할 의지가 전혀 없다. 예산이 없다는 게 이유다. 이 학교 교사 B 씨는 “군데군데 건물 벽에 금이 가 있기도 하다. 학생들 눈을 마주치기가 미안하고 부끄러울 정도”라고 말했다. 1969년 지어진 전남 진도의 B 공립중의 2층짜리 본관 건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E등급을 받았다. 안전등급 중 최하위인 E등급은 ‘주요 부재에 발생한 심각한 결함으로 시설물의 안전에 위험이 있어 즉각 사용을 금지하고 보강 또는 개축을 해야 하는 상태’를 뜻한다. 전국의 학교 건물 123곳이 재난위험시설에 해당돼 학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2013년도 재난위험시설 증감 및 조치 현황’에 따르면 학교 건물 121곳은 D등급, 2곳은 E등급으로 드러났다. 통상 D, E등급을 받으면 재난위험시설로 분류된다. 올해 재난위험시설 123곳은 지난해보다도 20곳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지적된 103곳 가운데 72곳(69.9%)에는 아무런 보수 보강 조치가 없었다. 올해도 123곳 중 107곳(87%)이 여전히 사용 중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35곳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전남(25곳) 경북(18곳) 부산(13곳) 대구·경남(각 6곳)의 순이다. 문제를 알면서도 건물을 사용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은 학생 수에 비해 수용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물리적인 이유다. 교육 당국에서 관련 예산을 지원하지 않거나 지원을 해줘도 후순위로 밀려 학교 측이 보수 보강에 잘 사용하지 않는 관행 역시 문제로 꼽힌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2018년을 마지막으로 일반고로 전환되는 자율형공립고에 대한 예산 지원이 올해 대폭 깎였다. 갑작스러운 정책 폐지 방침에 약속된 예산까지 삭감되자 자공고 현장에선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서상기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공고 예산지원현황’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전국의 자공고 116곳 가운데 97곳(83.6%)에 대한 예산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맺은 계약까지 예산 없어 취소 자공고 정책은 일반고에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권을 주고 낙후된 지역에 우수 학교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9년 발표됐다. 5년의 자공고 지정기간 동안 매년 2억 원씩 재정을 지원해준다. 이 중 1억 원은 교육부가 특별교부금으로, 나머지 1억 원은 지방교육청이 맡는다. 하지만 교육부 지원현황을 보면 운영 첫해인 2010년 지정된 19곳만 올해 1억 원씩 지원됐다. 나머지 학교들은 △60곳에 6750만 원씩 △32곳에 7500만 원씩 △5곳에 6000만 원씩 지급됐다. 지난해까지는 자공고로 지정된 학교 모두 매년 1억 원씩 받았다. 지방교육청도 교육부의 조치에 따라 예산지원을 줄이려는 움직임이 있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재정적인 요구가 많아졌다. 부득이하게 학교 정원을 기준으로 자공고 예산부터 줄일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자공고 측은 황당하다는 분위기다. 서울의 A자공고 교장은 “이미 예산에 맞춰 프로그램을 다 짜놓았다. 일방적인 지원 삭감 통보에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분통이 터진다”고 했다. 충북의 한 자공고 교장도 “교사들 연구비 지원까지 끝난 상태다. 학생들의 연구수업을 위해 해놓은 계약까지 취소할 판”이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 교장 5명 중 4명 “자공고 폐지 반대” 교육부는 최근 ‘일반고 교육역량 강화방안 시안’을 발표하면서 지정기한이 끝나는 2018년을 마지막으로 자공고를 없애겠다고 했다. 자공고의 우선선발권도 2015학년도부터 없어진다. 고교 서열화를 초래했다는 게 이유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운영 중인 자공고에 대한 지원은 약속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공고 전면 폐지 발표에 예산까지 삭감되자 교육 안정성을 저버리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교육정책의 핵심은 신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 현장에서 능동적이고 건설적인 움직임은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자공고 폐지 정책 자체에 대한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서상기 의원실과 함께 116곳 전체 자공고 교장을 대상으로 자공고 폐지 방침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94곳(81.0%)의 교장들이 자공고의 일반고로의 일괄 전환에 반대했다. 찬성과 중립은 각각 9.5%였다. 대부분의 교장들은 전체 자공고 폐지가 자공고의 순기능까지 무시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애초 계획대로 평가를 통해 자공고 지정 연장을 결정해 우수 학교는 장려하고 문제가 되는 학교만 배제하면 된다는 얘기였다. 동아일보가 최근 입시정보업체인 ㈜하늘교육과 함께 최근 일반계 고교 1666곳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자공고의 선전은 눈에 띄었다. 시도별 상위 20곳에 21곳의 자공고가 포함됐다. 청원고(충북 1위), 점촌고(경북 3위), 충남고(대전 4위) 등 최상위권도 있었다. 서상기 의원은 “‘자공고 죽이기’는 ‘일반고 살리기’가 아닌 하향 평준화에 가깝다”면서 “일부 교육특구로 우수 학생이 몰리는 상황에서 자공고는 낙후된 지역에서도 인재를 키우는 훌륭한 대안”이라고 강조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은 장남석 교장은 이렇게 말했다. “수당이 더 나오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노력해 줘서 고맙다.” 장 교장은 교사들 손을 꼭 잡아 주며 음료수를 돌렸다. 이형희 교감이 말했다. “교사들이 학생 진로 상담에 참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노고를 처음으로 보상받은 기분이라 음료수가 참 달고 시원하다.” 전북 전주에 있는 전북대사범대부설고의 7일 오전 교무회의 풍경이다. 이 학교는 동아일보의 전국 고교평가에서 전북지역 1위에 올랐다. 고교평가를 처음 실시한 2011년 13위에서 지난해 7위로 껑충 뛰더니 올해는 가장 높은 곳에 이름을 올렸다. 고교평가는 동아일보와 입시정보업체인 ㈜하늘교육이 전국 1666개 일반계 고교의 학력, 교육 여건, 학부모 선호도를 분석한 결과다. 아침 교무회의 시간이 열기를 띠었던 곳은 또 있었다. 경기 성남의 낙생고. 2년 전 5위에서 지난해 9위로 떨어졌지만 올해 절치부심해 경기 1위에 올랐다. 최준경 교감은 회의 직전 기사를 복사해 교사들에게 나눠 줬다. 학교 페이스북에는 기사 내용을 편집해 올렸다. 회의 시간에 최 교감은 “프로그램 하나라도 내실 있게 학생들을 지도하자고 교사들끼리 다짐해 왔다. 이런 부분까지 섬세하게 평가해 놀랐다. 저녁엔 오랜만에 회식을 할 예정”이라며 웃었다. 본격적인 고교 입시 시즌을 앞두고 이번 평가 결과를 학교 홍보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곳도 많았다. 충북 1위인 청원고는 2주 뒤 입시설명회를 앞두고 학부모들에게 홍보자료로 고교평가 기사를 나눠 줄 예정이다. 협의 중이지만 ‘동아일보 선정 1등’이란 플래카드를 교문에 내걸 계획도 있다. 순위가 떨어진 학교에서는 분발하겠다고 다짐했다. 구체적인 평가 항목 및 방식에 대한 문의도 많았다. 지난해 15위에서 4계단 순위가 떨어진 분당 영덕여고의 최진규 교사는 “주변 경쟁 학교의 순위가 우리보다 높아 좀 실망스러운 게 사실”이라면서 “세부항목별 검증을 통해 학교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고1 학생을 둔 학부모 A 씨는 “아이가 다니는 학교 순위가 매년 떨어져 화가 난다. 학부모들이 불만을 표시하니 이제야 학교에서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아예 구별, 동별로 세분해 더 자세하게 평가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시도별 상위 20위에 21곳이 이름을 올리며 선전한 자율형공립고는 정부 정책에 따라 2018년을 끝으로 일반고로 바뀐다. 경북 3위에 오른 문경의 점촌고 곽호열 교장은 “자공고 선정 1년 만에 폐지된다는 소식에 교사들 사기가 많이 떨어졌었다. 이번 평가를 계기로 ‘다시 해보자’ 하는 분위기가 됐다”고 했다. 점촌고는 이번 평가를 간추려 오후에 보도자료까지 냈다. 이 자료는 시교육청 홈페이지에 올랐고 지역 언론에 소개됐다.신진우·전주영 기자 niceshin@donga.com}

고층 아파트와 주상복합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 양천구. 지난해 총선 당시 이 지역 후보자들이 1순위로 내세웠던 공약은 아파트 재개발이나 지역경제 살리기가 아니었다. 바로 교육특구 조성이었다. 주민의 교육열이나 경제력이 강남 못지않은 지역. 서울의 대표적 교육특구로 꼽히는 이곳에서 후보들은 교육특구 내실화, 인성교육특구 조성을 내세우며 표심 모으기에 열을 올렸다.○ 교육특구, 고교평가에서도 강세 대선이나 총선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몇 년 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A구청장 후보가 교육특구 조성 공약을 내세우면서 영어 교육시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영어학원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과 교육특구 조성이 목적이라면 수단은 문제될 게 없다는 반론이 첨예하게 맞섰다. 선거철마다 여러 후보가 교육특구를 강조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유권자의 관심이 높아서다. 신종호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일단 한 지역이 교육특구가 되면 만사형통이다. 지역 경제력과 환경, 주민들 학력수준이 덩달아 올라간다”고 했다. 교육특구의 영향력은 올해 동아일보 고교평가에서 다시 확인됐다. 시도별 상위 20위 학교 중 서울(강남 서초 송파 양천구)은 17곳, 부산(해운대 동래 남구)과 대구(수성구)는 각 9곳, 인천(남동 연수구)은 11곳이 교육특구에 편중됐다. 특히 이 중 ‘톱3’는 부산의 1위, 인천의 2위를 제외하곤 모두 교육특구 내 학교가 차지해 최상위권 집중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교육특구의 강세는 다양하고 복잡한 대학 입시와 관련이 있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입시 유형이 많고 복잡하면 정보 확보가 쉽고 분석이 빠르게 이뤄지는 교육특구의 강점이 부각된다. 새로운 교육정책에 대한 반응과 대응도 교육특구가 탁월하다”고 했다. 교육열과 인프라가 결합해 형성되는 교육특구가 구심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체로 교육열이 높은 고학력 학부모가 환경이 좋고 생활수준이 높은 지역으로 몰리면서 교육특구 역시 공고해진다. 지역별 경제력 및 학력 격차 심화가 결정적 요인이다. 집중력 정도가 과도했을 때의 문제도 거론된다. 신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지역별 거점학교를 지정해 집중 지원하는 등 분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이영덕 대성학력개발연구소장은 “지금은 내신에서 불리해도 교육특구로 학생들이 몰린다. 입시에서 내신 비중 강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공고 폐지에 현장에선 불만 고교평가에선 시도별 상위 20곳에 자율형공립고 21곳이 포함됐다. 지난해 신설된 세종시의 자공고를 제외한 20곳 중 13곳(65%)의 순위가 지난해보다 올랐다. 청원고(충북 1위), 점촌고(경북 3위), 충남고(대전 4위) 등 최상위권 자공고도 있었다. 이 자공고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2018년을 마지막으로 일반고로 전환된다. 자공고의 우선선발권도 2015학년도부터 없어진다. 고교 서열화를 초래했다는 게 폐지 이유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자공고에 대한 지원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했다. 교육현장에서는 불만이 많다. 경북지역 3위에 오른 점촌고 윤정난 교사는 “예산 지원을 믿고 장기 계획에 따라 여러 정책을 세웠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이제 막 날갯짓을 하려는데 자공고 정책이 폐지돼 매우 난처해졌다”고 했다. 대구 6위인 포산고 이성희 교감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교육 의지와 열정이 있는 학교가 치열한 경합 끝에 자공고로 선정됐다. 낙후된 환경에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시점이어서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남녀공학 약세도 눈에 띄는 특징. 서울은 202곳 중 절반가량인 91곳이 남녀공학이지만 상위 20위에는 한 곳도 없었다. 지난해는 상위 20위에 3곳이 포함됐었다. 인천 역시 마찬가지로 한 곳도 없었고 광주 강원(이상 3곳), 전북 제주(이상 2곳) 등도 남녀공학이 적었다. 남녀공학인 서울 반포고의 강요식 교감은 “내신성적이나 연애문제 등 교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긴 하다”면서도 “남녀 학생이 함께 공부하며 서로의 존재성을 인정하고 남학생의 폭력성이 줄어드는 등 학업 외 효과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신진우·전주영 기자 niceshin@donga.com 김예윤 인턴기자 고려대 역사교육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