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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이 과장급 이상 직원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재는 근무 연수에 따라 자동으로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를 적용하고 있다. 철저하게 능력과 성과 위주로 직원들을 평가해 조직 전반에 ‘일 열심히 하는 분위기’를 심겠다는 의도다. 현대중공업은 연봉제의 구체적인 도입 시기와 방법 등은 10일 공식 발표할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권 사장은 2분기(4∼6월)와 3분기(7∼9월) 연속 ‘어닝쇼크’를 낸 현대중공업의 위기를 타개하려면 일부 직원의 안일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봤다. 구원투수로 9월 취임한 권 사장은 같은 직급 간 급여 차이가 별로 없어 직원들 사이에 ‘일을 잘해도 그만, 못 해도 그만’이라는 생각이 퍼져 있는 게 문제라고 판단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남과 다른 보상을 못 받으면 열심히 할 필요가 없지 않느냐”며 “연봉제를 도입해 일 잘하는 사람이 더 보상받는다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봤다”고 전했다. 성과에 따른 연봉제 실시가 대부분 기업의 추세라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0대 그룹 계열사 중 현대중공업만 유일하게 호봉제를 유지하고 있다”며 “회사 내부적으로 이런 점을 개선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해 직원 2만7246명의 평균급여는 7232만2000원이었다. 연간 총 급여액은 1조9704억8270만 원이다. 권 사장은 취임 때부터 일 중심으로 평가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일로 승부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 평가받는 회사로 변화시키겠다”며 “학연 지연 서열이 아닌 오직 일에 근거한 인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연봉제 도입 방침에 대해 일부 직원은 반발하고 있다. 노조 게시판에는 “연봉제 도입은 결국 직원들을 정리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차원이다” “차후 생산직에도 도입하면 우리 근무 여건은 더욱 안 좋아질 것”이라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한편 7일 오후 예정됐던 2시간 부분파업을 유보했던 노조는 사측과의 전면전을 예고했다. 사측이 ‘노조가 파업 찬반투표를 무리하게 연장했던 만큼 부분파업이 적법한지 사법부에 판단을 요청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데 따른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가 사측과 성실하게 교섭하려 했던 노력이 무효로 돌아가 노조도 더 세게 나갈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사측과 전면전을 치러야 하는 만큼 임금 및 단체협약 논의는 올해 안에 마무리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권오준 포스코 회장(사진)이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쇠락한 원인에서 교훈을 찾고 모든 구성원이 화목하게 지내자고 주문했다. 6일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CEO 레터’를 통해 ‘화목경영(One POSCO)’에 대해 설명했다. 화목경영은 창의경영(Creative POSCO), 일류경영(Top POSCO)과 함께 권 회장이 3월에 취임하며 내세운 세 가지 경영이념 가운데 하나다. 권 회장은 소니가 몰락한 원인으로 ‘사일로 현상’을 지목하며 편지를 시작했다. 사일로는 곡식을 저장해두는 원통형의 독립된 창고로 ‘사일로 현상’은 조직 내 각 부서가 서로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권 회장은 “소니는 사내 경쟁을 통해 역량을 키우겠다며 1994년 독립채산제를 도입했는데 성과주의가 심화되면서 부서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깨지 못해 회사 전체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같은 제도를 도입한 일본항공(JAL)에 대해서는 “회장 주도 아래 가족 같은 분위기의 소통문화를 만들어 회사 비전과 공동 목표를 확고하게 공유해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 같은 대기업은 부서별 전문성과 효율을 추구하다 보면 사일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사일로 간 소통으로 이기주의를 극복하고 각각의 사일로가 가진 강점과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권 회장은 “아무리 사공들이 뛰어나도 제각각의 방향과 리듬으로 노를 저으면 배는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결국 가라앉는다”며 “포스코 임직원과 전 그룹사가 하나가 돼야 험난한 파도를 넘어 전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일본 전자업체 소니가 쇠락한 데서 교훈을 찾고 모든 구성원이 화목하게 지내자고 주문했다. 6일 포스코에 따르면 권 회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CEO 레터'를 통해 '화목경영(One POSCO)'에 대해 설명했다. 화목경영은 권 회장이 3월에 취임하며 내세웠던 세 가지 경영이념 중 하나다. 권 회장은 소니가 몰락한 원인으로 '사일로 현상'을 지적하며 편지를 시작했다. 사일로는 곡식을 저장해두는 원통형의 독립된 창고다. 사일로 현상은 조직 내 각 부서가 서로 다른 부서와 담을 쌓고 자기 이익만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권 회장은 "소니는 사내 경쟁을 통해 역량을 키우겠다며 1994년 독립채산제를 도입했는데 성과주의 심화로 부서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를 깨지 못해 회사 전체 경쟁력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제도를 도입한 일본항공(JAL)에 대해서는 "회장 주도 아래 가족 같은 분위기의 소통문화를 만들어 회사 비전과 공동 목표를 확고하게 공유해 협력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권 회장은 "포스코 같은 대기업은 규모가 커지면서 여러 부서가 생기고 부서별 전문성과 효율을 추구하다보면 불가피하게 사일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며 "노하우와 베스트 프랙티스를 공유하고 필요에 따라 물적·인적 자원을 적기에 이동시킬 수 있는 협업 환경을 만들어 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아무리 사공들이 뛰어나도 제 각각의 방향과 리듬으로 노를 저으면 배는 제자리에서 맴돌다가 결국 가라앉는다"며 "포스코 임직원과 전 그룹사가 하나가 돼야 험난한 파도를 넘어 전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일부 남성 임원이 질투하는 것 같네요. 하지만 정말입니다. 여직원들로부터 좋은 아이디어를 많이 얻고 있습니다. 직관력 통찰력 인지능력이 뛰어나거든요.”(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 안내판이 없었다면 자동차업체의 행사가 맞는지 헷갈렸을 것 같다. 검정 양복을 입은 남성들로 가득한 여느 행사와는 확실히 달랐다. 5일 오전 9시 서울 구로구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호텔에서는 제4회 ‘한국GM 여성 콘퍼런스’가 열렸다. 한국GM 여직원 250명과 협력사 여직원 100명이 모였다. 한국GM은 여성 인재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2011년부터 매년 여성 콘퍼런스를 개최한다. “바지를 입었는지 치마를 입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업무 역량이 좋으면 승진한다. 그런데 여성들은 업무 역량이 참 좋다.” 호샤 사장이 말했다. 그러면서 황지나 홍보부문 부사장과 미네르바 마티백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했다. 10명인 한국GM 부사장 가운데 20%다. 한국GM은 동종업계에서 여직원들이 다니기 좋은 회사로 손꼽힌다. 2012년 여성가족부로부터 ‘가족친화 인증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올해부터 임신한 여직원은 출입증 목걸이를 파란색에서 분홍색으로 바꿔 달고 있다. 모든 직원들의 자연스러운 배려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임신부는 하루에 2시간 근무를 단축하거나 수유실에서 휴식할 수 있다. 내년 초에는 인천 부평 본사 근처에 7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육아시설도 만든다. 호샤 사장은 자신의 정책이 여성을 위한 ‘특별대우’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여성이 다른 업체보다 많기 때문에 한국GM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과 판매에서 필요한 감성, 품질 검증을 할 때의 꼼꼼함 등이 그것이다. 호샤 사장은 “GM의 메리 배라 사장은 자동차업계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인데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에서도 여성 리더십이 더 부상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차가운 강철로 된 제품과 이공계적 특성 때문에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동차 분야. 한국GM의 여성 인재들이 따뜻한 감성으로 더욱 발전하길 기대해본다.최예나기자 yena@donga.com}

두산중공업은 정지택 부회장(64·사진)을 신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다고 4일 밝혔다. 두산중공업은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영업 환경을 타개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수주 경쟁력을 강화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통계청 기획예산처 등에서 공직 생활을 했다.}

“정말 인상적이네요.” 2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은 영국 에드워드 왕자의 입에서 ‘인상적(impressive)’이라는 표현이 여러 번 나왔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막내아들이자 왕위 계승 서열 8위인 에드워드 왕자는 대학 졸업 뒤 해병대에서 복무했다. 지금은 영국 왕실의 명예 해군사령관직을 맡고 있다. 이날 그가 옥포조선소를 찾은 건 영국 해군 군수지원함 4척의 건조 현황을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영국 해군은 2012년 ‘MARS 프로젝트’를 통해 최초로 해외에 군함을 발주했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한 대우조선해양은 내년 10월 4척 가운데 첫 군함 인도를 목표로 건조 중이다. 에드워드 왕자는 군함 건조 현장뿐 아니라 옥포조선소 전체를 꼼꼼하게 둘러봤다. 야드 투어를 하는 데 1시간 반이 걸렸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보통 VIP 투어는 길어도 30∼40분인데 전반적으로 관심을 보여 시간이 길어졌다”고 전했다. 에드워드 왕자는 특히 대우조선해양이 세계 최초로 수주한 세계 최대 규모의 1만8000TEU급 컨테이너선 건조 현장을 보고 “정말 굉장하다”고 말했다. 에드워드 왕자를 영접한 고재호 사장은 “영국 해군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에 힘입어 해외 방산 수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은 3분기(7∼9월)에 조선 ‘빅3’ 중 가장 좋은 실적을 거뒀다. 대우조선해양은 연결 기준으로 매출 4조2228억 원, 영업이익 1350억 원을 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4%, 16.6% 증가했다고 공시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현대·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의 연비 논란 과장과 관련해 벌금 1억 달러(1074억 원)를 물게 됐다. 미국의 청정대기법에 의해 부과된 벌금 중 최대 규모다. 현대·기아차는 3일(현지시간) 현대차미국법인(HMA)과 기아차미국법인(KMA)이 2012년 연비 조정과 관련된 미국 정부의 후속 행정절차를 종결하기 위해 미국 환경보호청, 캘리포니아 대기국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일환으로 현대차는 사회적 배상금을 5680만 달러(약 610억 원), 기아차는 4320만 달러(약 464억 원)를 납부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보유 중인 온실가스 크레디트 중 475만 점(현대차 270만 점, 기아차 205만 점)을 삭감 당했다. 온실가스 크레디트는 미국에서 제조사별로 산정된 온실가스 배출량을 규제하는 제도다. 할당된 규제 목표를 초과 달성하면 점수가 올라가고 미달하면 차감 당한다. 점수가 마이너스면 현금으로 구입해야 한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차감된 점수는 적립된 것의 10%로 큰 영향이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조치에 대해 "고객 만족을 제고하기 위한 기술개발이나 판매활동에 회사 역량을 집중하고자 미국 정부와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설명했다. 미 환경청은 2012년 11월 현대·기아차가 연비를 과장 표기했다는 논란이 제기되자 조사를 벌였다. 현대·기아차는 싼타페 벨로스터 엑센트 리오 쏘울 등 13개 차종의 연비가 과대 표시됐다고 인정하고 연비를 조정했다. 한편 최근 주가가 하락세인 현대차는 시가총액 2순위를 SK하이닉스에 내줬다. 4일 오전 10시 기준으로 현대차의 시가 총액은 33조9226억 원으로 SK하이닉스(34조8731억 원)에 밀렸다. 업계에서는 환율 하락과 한전부지 인수에 이어 벌금 소식까지 전해지며 주가가 계속 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창립 45주년을 맞은 포스코에너지가 ‘비욘드 에너지, 베터 라이프’라는 비전을 선포하고 글로벌 종합에너지회사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황은연 사장은 3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뉴비전 선포식에서 “포스파워 인수로 숙원 사업이었던 석탄화력 분야에 진출했다. 삼척석탄화력발전소를 명품 발전소로 만들자”고 말했다. 포스코에너지는 이날 동양파워를 인수해 출범시킨 포스파워의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윤태주 전 한국동서발전 기술본부장(56)을 선임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 “고객이 왕이라는 말도 몰라? 왕한테 말대꾸 하는 너는 회사 다닐 자격이 없어!” A 씨는 114 전화번호 안내서비스를 하는 KT 자회사 KTcs의 ‘관심고객’이었다. 지난해 4월부터 3개월 동안 A 씨는 114에 1600차례 전화를 걸어 매번 여성 상담원만 골라 욕설과 음담패설을 일삼았다. 》 KTcs는 A 씨를 성희롱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다. A 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예방교육 40시간을 명령받았다. KTcs가 A 씨를 신고할 수 있었던 것은 ‘악성민원매뉴얼’을 만들어 대처한 덕분이다. 악성민원전담팀과 법무팀에서 대응 방안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다. KTcs 관계자는 “악성민원매뉴얼이 생기기 전까지 성희롱 폭언 등 악성민원은 ‘견뎌야 하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기업들 갑을(甲乙) 논란에서 서비스 직군 종사자는 ‘을 중의 을’로 꼽힌다. 소비자가 왕이란 통념 아래 이들은 늘 웃음과 친절로 무장한 신하가 돼야 한다. 불특정 다수에게 부당한 갑질을 당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당해도 전화를 끊거나 자리를 피하는 일은 금물로 여겨졌고 끝까지 고객을 상대해야 한다고 강요받았다. 최근 갑을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자리 잡으면서 이들에게 ‘피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무조건적인 친절이 갑질을 더 부추긴다는 판단에서다. KTcs도 악성민원매뉴얼을 만들어 강경 대처를 시작한 뒤 악성민원이 20% 가까이 줄었다. 서울시 120 다산콜센터도 지난해부터 상담사 감정노동 문제 해소 및 규제 방안을 만들었다. 악성민원에 대해 ‘3번 경고→경고문 발송→고소·고발 조치’ 등 단계적으로 대응한다. 성희롱 등 명백한 위법행위를 하면 경고 없이 바로 법적 처벌 또는 제재를 하는 ‘원스트라이크아웃제’도 시행 중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최근 직원보호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승무원들에게 습관적으로 행패를 부리거나 무리한 요구를 하는 고객을 별도로 관리하고 ‘운송거절가능 고객’임을 통보한다.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직원들이 부당한 대우에 적극 대응할 방안을 기업들이 직접 마련해 보호하는 것이 갑의 횡포를 막는 효과적 방법”이라고 말했다.○ ‘라면상무 사건 1년’ 제도적 대책 마련 위한 노력 한국 사회에서 ‘갑을 관계’라는 종기가 곪아 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다. ‘라면 상무’ ‘신문지 회장’ 등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을의 지위에 놓인 사람에게 ‘갑질’을 한 사실이 알려져 문제가 됐다. 또 기업과 기업 사이 갑질 문제도 잇따라 터졌다. 대리점 사장에게 제품을 받으라며 폭언을 한 사례가 공개돼 공분을 샀고, 밀어내기에 견디지 못한 대리점주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이후 갑을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소하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및 납품단가 조정 협의제도가 대표적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불공정 행위를 한 대기업에 소비자나 중소기업이 입은 피해액보다 훨씬 많은 손해배상금을 물리는 제도다. 지난해 5월 개정된 ‘하도급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부당한 하도급 대금 인하, 부당한 발주 취소, 부당한 반품 등에 대해 최대 3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협동조합이 개별 중소기업을 대신해 원청 사업자와 직접 납품단가를 조정해 협의할 수 있도록 한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지난해 1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가격 협상력이 낮은 개별 중소기업이 납품단가 조정 과정에서 입을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다. 올해 말부터는 중소기업청 산하 ‘중소기업 기술분쟁 조정 중재위원회’가 설치돼 운영된다. 기술을 탈취당한 기업이 위원회에 중재 조정을 신청하면 약 50명의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중재 조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기술 탈취에 대한 신속한 판단으로 막대한 소송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조정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스스로 검열하는 문화 동반돼야 직원들 머릿속에서 ‘갑’이라는 인식을 지우기 위해 노력 중인 대기업들도 있다. 현대백화점은 3500여 개 협력사와 체결하는 모든 거래 계약서에 ‘갑’과 ‘을’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있다. 임직원을 대상으로 예절교육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영업 일선에서 뛰는 ‘야쿠르트 아줌마’와 계약을 할 때 아줌마를 ‘갑’으로 표기하고 있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는 “제도적 뒷받침은 필수지만 근본적 해결책은 ‘나도 을이 될 수 있다’는 인식과 인간적인 반성이다”라며 “계급장이 있을 때와 없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검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도 공무원의 부당한 횡포를 막기 위한 갑을관계 청산 10대 행동강령을 마련했다. 인허가 권한을 쥔 공무원이 민원인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다. 시는 각종 공문서에서 갑과 을이라고 쓰던 관행도 없애 갑은 그냥 서울시 또는 발주기관으로, 을은 ‘계약 당사자’로 쓰고 있다. 국내 한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박모 상무는 “최근 ‘여러분은 회사 안에서만 임원이고 상사이지 밖에선 임원이 아니다’란 사내교육을 수시로 받고 있다”며 “‘갑’의 지위에 젖어 밖에서 돌출행동을 할 위험을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서동일 dong@donga.com·최예나·김호경 기자}
한국GM이 2010∼2014년형 쉐보레 ‘크루즈 1.8’(라세티 프리미어 포함) 가솔린 모델의 공인 연료소비효율(연비)을 10% 안팎 낮추고 소비자 보상을 실시한다고 3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국GM은 ‘자진 보상’이라고 밝혔지만 사실은 국토교통부의 연비 검증 과정에서 연비 과장 사실이 드러나자 사전 조치 차원에서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은 이날 크루즈 세단의 공인 연비를 L당 12.4km에서 8.9% 내린 L당 11.3km로, 해치백은 L당 12.4km에서 10.5% 내린 L당 11.1km로 조정했다. 한국GM은 지난달 말까지 차량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세단은 최대 43만1000원, 해치백은 최대 61만4000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연비 과장에 따른 5년 치 기름값 차액으로, 유가는 최근 5년간 연평균 보통휘발유 가격 중 최고치로 산정했다. 현재까지 세단은 약 7만8000대, 해치백은 약 4200대 팔려 보상 규모는 360억여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엄격한 자체 테스트 기준과 결과에 따라 연비 변경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국토부는 올해 1월부터 크루즈 세단을 포함해 총 17개 차종의 연비 검증 작업을 벌였다. 8월 예비실험 결과 크루즈 연비는 공인 연비보다 7.3% 낮은 L당 11.5km로 조사됐다. 국토부 조사 이후 한국GM은 자체 점검을 통해 연비가 과장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에 더해 한국GM은 주행저항값(노면 마찰, 바람, 습기 등으로 인한 저항)이 과소평가됐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연비를 국토부 예비실험 결과보다 더 낮은 L당 11.3km로 내리겠다고 신고했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한국GM이 현대자동차와 쌍용자동차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사전적 조치를 취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국토부가 6월 현대차 ‘싼타페 DM 2.0 2WD’와 쌍용자동차 ‘코란도 스포츠 CX7 4WD’의 연비가 과장됐다고 발표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하락한 데다 7월 2500여 명의 운전자가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두 회사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적합 판정을 내렸다”며 국토부 결과에 반박했지만 올해부터는 연비 사후검증이 아예 국토부로 일원화됐다. 자동차관리법에선 연비 과장에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지만 자진 신고를 하면 과징금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 연비와 관련한 정부 공동고시안은 다음 주경 발표된다. 사후검증 항목에 주행저항값을 의무조항으로 넣되 오차범위 15% 미만까지 인정해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강유현 yhkang@donga.com·최예나 기자}
현대중공업이 2조 원 가까운 사상 최악의 분기 영업손실을 낸 가운데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11월 7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1994년 6월 총파업 이후 20년 만의 파업이다. 노조는 31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투쟁 지침을 결정했다. 노조는 지난달 24∼30일 집중교섭 기간에 사측이 만족스러운 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부분파업을 결정했다. 다만 다음 주에도 사측과 교섭을 계속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부분파업 계획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노조 집행부 관계자는 “우리도 회사가 힘들고 어렵다는 걸 알지만 회사가 진전된 안을 내놓지 않으니 노조는 지금보다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사는 임금 인상안을 놓고 맞서고 있다. 노조는 임금 13만2013원 인상, 성과급 250% 이상 추가, 호봉 승급분 2만3000원에서 5만 원으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기본급 3만7000원 인상, 생산성 향상 격려금 300만 원, 경영목표 달성 격려금 200만 원 등을 제시했다. 한편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전 임시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을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10월 30일 1조9346억 원의 3분기 영업손실을 공시한 현대중공업의 주가는 전날보다 800원 떨어진 9만9200원으로 장을 마쳤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3분기(7∼9월)에 2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내며 또다시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7월 29일 2분기 영업손실(1조1037억 원)을 공시하며 ‘회사 창립 이래 처음’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붙인 지 3개월 만이다. 현대중공업은 2분기 ‘어닝 쇼크’를 겪으며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은 30일 올해 3분기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12조4040억 원에 1조9346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3조1384억 원에서 5.6% 줄었고 2224억 원 영업이익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영업손실이 4개 분기 연속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과 플랜트 분야의 공사손실충당금 반영이 영업손실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의 3분기 공사손실충당금으로 총 1조858억 원을 반영했다. 직전 분기에 반영한 규모(5000억 원)의 2배가 넘는다. 현대중공업은 “4분기에는 약 500억 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주주와 고객, 시장에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드려 안타깝지만 전 사업부문에 걸쳐 예측 가능한 손실 요인을 모두 반영함으로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새로운 경영진이 취임해 모든 분야에 개혁 작업이 이뤄지는 만큼 4분기에는 반드시 흑자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오후 4시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주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콘퍼런스콜 형태의 기업설명회(IR)를 실시했다. 잇따른 어닝 쇼크에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갈등 등으로 주가가 대폭 하락하면서 회사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질문에도 대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주가는 올 초에 25만 원을 호가했지만 30일 종가 기준 10만 원으로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구원투수’로 9월 15일 취임한 권오갑 사장은 31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에게 대규모 적자를 낸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3사의 상무보 이상 임원 31%(81명)를 감축하고 조직을 개편하는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할 것으로 전해졌다. 권 사장은 이날 대표이사로 선임된다. 권 사장은 최근 조직 개편에서 일단 7개 사업본부 체제를 유지했지만 성과가 없는 본부를 폐지하거나 해외 법인·지사를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 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본부장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해 사업본부별로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영전략을 펼칠 계획이다. 한편 사측과 30일까지 집중교섭을 벌인 노조는 이날 소식지를 통해 “매우 실망스러운 교섭이다. 주총을 대비해 대규모 적자에 대한 책임을 노조에 전가하고자 꼼수를 쓴다면 큰 저항에 직면하고 말 것”이라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한국GM이 쉐보레 크루즈 승용차의 표시연비가 과장됐다며 국토교통부에 자진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GM이 소비자에게 보상을 하게 되면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 현대자동차에 이어 국내에서 연비 과장과 관련해 자동차업체가 보상을 진행하는 세 번째 사례가 된다. 29일 국토부에 따르면 한국GM은 쉐보레 크루즈의 표시연비가 실제보다 9% 안팎 낮다고 신고했다. 크루즈 1.8 가솔린 차량의 표시연비는 복합연비 기준으로 L당 12.4km이지만 실제 연비는 허용 오차범위(5%)를 넘어 L당 1km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GM은 국토부에 연비 차이를 시정하겠다는 계획서도 제출했다. 보상이 이뤄질 경우 국내 연간 평균 주행거리(1만4527km)를 기준으로 유류비와 심리적 불편 등을 고려해 최대 42만 원의 보상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인다. 크루즈가 2008년부터 최근까지 8만여 대가 팔린 점을 감안하면 한국GM은 최대 300억 원을 보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 관계자는 “조만간 공식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김현진 기자}

“저희는 스스로에게 아직도 질문합니다. 어떻게 하면 고객에게 더욱더 기여할 수 있을까?” 마이크를 잡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질문을 던졌다. 강단 아래에는 포스코의 500여 개 국내외 고객사 관계자 1200여 명이 앉아 있었다. 국내 자동차 조선 가전업체뿐 아니라 폴크스바겐 닛산 포드 피아트 등 해외 업체도 포함됐다. 권 회장은 “솔루션마케팅에서 그 답을 찾고자 한다”고 답했다. 이어 “포스코는 단순한 철강 공급사가 아니라 여러분의 솔루션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 고객과 함께 성장하고 고객의 성공에 동반자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권 회장이 다시 한 번 ‘고객’을 강조했다. 포스코가 27일부터 29일까지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하는 ‘2014 포스코 글로벌 EVI 포럼’에서다. 글로벌 EVI 포럼은 고객과의 사업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잠재 고객과의 교류를 강화하기 위해 포스코가 2010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하는 고객 맞춤형 마케팅 페스티벌이다. 취임 이후 처음 포럼에 참석한 권 회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고객들을 초청했다. 솔루션마케팅은 권 회장이 강조하는 4대 혁신 과제 중 하나로 철강 본원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다. 고객 니즈에 맞춘 팔리는 제품을 만들고 고객이 그걸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28일 기조연설을 맡은 권 회장은 솔루션마케팅을 이렇게 설명했다. “포스코는 최고 성능의 강재를 개발하고 이용 기술, 상업적 지원을 함께 제공해 고객 입장에서 고객의 문제를 풀겠습니다.” 권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고객사를 찾아 솔루션마케팅을 설명해왔다. 그리고 늘 임직원들에게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제품일지라도 고객이 사용하는 데 불편하거나 경제적이지 못하다면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솔루션마케팅은 기술과 마케팅이 조화를 이룬 진정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다.” 이날 포럼에서 고객사들은 최근 포스코가 르노삼성자동차의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이오랩을 통해 선보인 프레스성형강에 큰 관심을 보였다. 고객사들은 △자동차 △에너지·조선 △전기·전자 △건설 △스테인리스 △선재 분야로 나뉘어 포스코와의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 경량화 및 고강도 제품에 대한 연구 등 100여 건의 기술협의와 판매 협약식도 비공개로 진행했다. 언제든 기술 관련 질문이나 요청을 할 수 있게 국내외 고객사 사업장 근처에 마련한 기술서비스센터(TSC)를 현재 23곳에서 2016년까지 31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고객이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언제든 기술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모바일 서비스 시스템을 내년 6월까지 구축하기로 했다. 고객사에 새로운 사업을 확대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대출해주는 서비스도 소개했다. 권 회장은 “포스코그룹 금융회사 포스코캐피탈을 통해 2013년부터 국내 30개사가 1500억 원을 지원받았다”고 말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권 회장은 솔루션마케팅을 통해 월드 프리미엄 제품(고부가가치 제품)을 많이 만드는 것만이 전 세계적인 철강 불황을 타개할 방법이라고 믿는다”고 전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국내 한 종합상사 부사장 유모 씨는 2006년 중동의 산유국 오만에서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를 수주한 뒤 오만 국영석유회사 OOC 사장이 소유한 컨설팅업체 측 스위스은행 계좌에 수백만 달러를 입금한 혐의로 올해 2월 현지 1심 법정에서 징역 10년에 벌금 111억 원을 선고받았다. 한때 ‘중동 지역 상사맨의 교범(敎範)’이라 불리던 그는 올해 6월 사직서를 냈다. 법조계는 이 사건이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는 것을 엄격히 금지한 미국의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위반할 소지가 있는지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사건의 발생지는 오만인데 미국 법 위반까지 고민해야 했던 이유는 뭘까.○ 4년간 과징금 1조6000억 원 해외로 헌납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 세계 각국이 담합과 부패 행위의 감시와 처벌을 강화하면서 ‘해외발 준법 리스크(부담)’가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기업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간 외국으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은 1조6000억 원에 이른다. 4년간 시가 3000만 원짜리 승용차 5만3333대를 고스란히 헌납한 셈이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뇌물방지 협약이 정착하면서 직원을 포함해 법인을 처벌하는 것을 넘어 뇌물로 얻은 수익까지 모조리 박탈한다는 개념이 널리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 이익을 목적으로 뇌물을 건네다 향후 사업 기회까지 영구적으로 박탈당할 수 있는 셈이다. 특히 FCPA는 미국 법이지만 외국 기업도 처벌할 수 있는 광범위한 관할권을 설정해 외국 기업들이 줄줄이 걸려들고 있다. 미국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외국 회사를 포함해 미국 주식예탁증서(ADR)를 발행한 외국 회사도 포함된다. 외국 기업 임직원이 다른 나라에서 뇌물을 줘도 FCPA에 저촉될 수 있는 것이다. 독일 지멘스는 2000년대 초반 중국 러시아 이라크 등 외국 정부 관계자에게 4238회에 걸쳐 총 14억 달러의 뇌물을 건넸다가 미국과 본국에 벌금으로 각각 8억 달러를 물어야만 했다. 한 노르웨이 석유회사는 이란 석유사업과 관련해 현지 공무원에게 뇌물을 줬다. 이 과정에서 ADR를 발행하고 미국 뉴욕 소재 은행계좌에서 뇌물이 2차례 이체된 근거로 과징금 2000만 달러를 냈다. 또 뇌물 제공 행위에 미국 통신망, 은행 전산망을 이용한 것만으로 FCPA 규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 다만 기업들이 기소를 면하는 조건으로 각종 제재와 과징금 부과를 선택하기 때문에 판례까지 남는 일은 드문 상황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오택림 변호사는 “뇌물을 주면서 미국 통신망이나 은행 전산망을 조금이라도 이용하면 FCPA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어서 놀랍다. 나아가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과 조인트벤처나 컨소시엄을 구성했는데 불법을 저지른 미국 파트너 기업이 있다면 국내 기업도 FCPA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 공무원의 범위도 넓어 외국 행정부의 대행기관이나 중개업체도 포함된다. 아이티 국영 통신사에 뇌물을 건넸다가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미국 T통신사 사장이 “대행기관의 의미를 명확히 해 달라”며 연방대법원에 상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국내 기업 15곳도 FCPA 적용 대상 미국은 2000년대를 기점으로 FCPA 적용 건수를 대폭 늘리고 외국 기업의 FCPA 위반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현재까지 벌금액 기준 상위 기업 10곳 중 9곳이 해외 기업이었다. 이에 따라 국내 대기업도 미국 FCPA 위반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KT 포스코 SK텔레콤 LG디스플레이 한국전력공사 신한금융지주 등 ADR 발행 기업 15곳은 자연스럽게 잠재적 위험군으로 거론된다. 이들은 미국 밖에서 외국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네다 적발되면 미국 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처벌될 수 있다. 이미 미국 상장사의 한국 자회사가 FCPA 위반으로 조사를 받은 적은 있다. 미국 금속업체의 한국 자회사인 S사는 한국 제철소 관계자들에게 127만3000달러를 뇌물로 주고 관련 문건과 서류를 폐기한 사실이 드러나 제재금 772만 달러를 물었다. IBM코리아와 LG-IBM이 공무원에게 로비를 벌인 사실이 적발된 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한국과 중국 IBM이 1998년부터 2009년까지 거액의 현금과 향응을 제공했다고 공개했다. 2011년 3월 미국 IBM은 SEC 조사 결과를 긍정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총 1000만 달러를 지급하며 합의하기도 했다. 한 대형 로펌 변호사는 “조만간 미국이 FCPA 위반으로 한국 기업을 조사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준법감시 프로그램 반드시 갖춰야 해외 준법 리스크는 커지는 반면 국내 기업의 대비는 여전히 미흡한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준법감시(컴플라이언스)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기 위해 지속적인 활동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으나 국내 기업들은 그 심각성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직원들이 비윤리적 행위를 발견했을 때 거리낌 없이 보고할 수 있는 문화와 제도를 최고경영진이 앞장서서 조성하라고 조언했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최명석 변호사는 “미국 법무부나 SEC가 FCPA 위반 행위를 처벌할지를 결정할 때는 준법감시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라며 “고위 임원진의 신념과 명확한 부패방지 정책, 위반행위에 대한 적절하고 명확한 징계 조치, 내부 신고 조사 방안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장관석 jks@donga.com·신동진·최예나 기자}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안이 양사의 주주총회에서 통과됐다. 두 회사는 27일 각각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와 서울 강동구 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임시 주총을 열어 합병안을 승인했다고 공시했다. 합병기일은 12월 1일이다. 양사는 합병을 통해 연매출 25조 원 규모의 초대형 종합 플랜트 기업으로 재탄생한다. 양사의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여부가 합병 과정에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나치게 많은 주주가 청구권을 행사하면 자금 압박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두 회사는 합병 계약서에 단서조항을 넣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 매수 대금이 각각 9500억 원, 4100억 원을 초과하면 합병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양사의 주요 주주로 합병에 반대 의사를 밝혔던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합병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이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반대표를 행사해 합병 자체가 무산되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에 각각 5.91%(1364만3311주), 5.90%(235만8877주)의 지분을 갖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3684억1032만 원, 1543억6255만 원을 들여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은 다음 달 17일까지다. 27일 종가 기준으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는 각각 2만4450원, 5만8500원으로 양사가 제시한 주식매수청구 가격(각각 2만7003원, 6만5439원)보다 낮다. 업계에서는 11월 17일 주가를 보고 국민연금이 청구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한도를 조금 넘어선다고 무조건 합병 계약을 해지하는 건 아니고 자산 상황 등을 고려해 검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 현대모비스와 오토넷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과도해 합병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은 합병법인 출범 이전에 조직 개편과 인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각사 대표 체제로 갈지, 부서 간 통합 문제는 어떻게 할지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넥센타이어는 1942년 설립 이후 70여 년의 노하우와 기술력, 타이어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변화와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2000년 8%에 불과했던 내수시장 점유율이 현재 25%를 넘어섰다. 또 전 세계 130여 개국에 250여 개 딜러를 가진 글로벌 회사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넥센타이어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미국 독일 중국법인을 포함해 세계 각국에 판매법인과 지점을 세우고 있다. 세계 최대 타이어 시장으로 급부상 중인 중국 칭다오에선 2008년 1월부터 16만 평 규모의 생산공장과 연구개발(R&D) 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경남 창녕 신공장은 2012년 3월 운영을 시작했다. 3300억 원이 추가 투입돼 2018년 증설이 완료된다. 창녕공장은 세계 최고의 최첨단 타이어생산 공정이 적용됐다.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타이어와 초고성능(UHP) 타이어 등 프리미엄 제품군이 집중 생산된다. 연간 1100만 개를 생산할 수 있는데 향후 2100만 개 이상 생산을 계획 중이다. 직원 수를 현재 1000여 명에서 2000여 명까지 늘릴 예정이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넥센타이어는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성능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미국 J.D파워가 시행한 출고형 타이어 소비자 조사에서 내마모 성능 평가와 구매추천율에서 국내 제조사 가운데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세계 4대 디자인 어워드로 꼽히는 독일 IF와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 미국 IDEA, 일본 G-MARK 디자인 어워드를 모두 수상해 타이어 제조사 중 세계 최초로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쾌거도 이뤘다. 여기에 힘입어 넥센타이어는 국내외에서 주문을 많이 받고 있다. 특히 해외 완성차업체에 신차용 타이어(OE) 공급을 확대 중이다. 2012년 일본 미쓰비시 중형차 랜서를 시작으로 2013년 아웃랜더 스포츠로 공급을 확대했다. 이탈리아 피아트, 미국 크라이슬러와 닷지, 독일 폴크스바겐, 체코 스코다 등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내수시장에서도 넥센타이어의 브랜드 인지도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프로야구 넥센히어로즈를 기반으로 한 스포츠마케팅과 국내 최대 규모의 넥센타이어 스피드레이싱대회가 크게 기여했다. 넥센타이어는 앞으로 세계 타이어 최대 소비시장 중 한 곳이 될 유럽에 대한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6월에 체코 자테츠에 유럽신공장 건립 투자계약서를 체결해 향후 유럽 지역의 글로벌 생산거점을 확보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의 새 주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특수강 매각주간사 회사인 산업은행은 24일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현대제철을 선정했다”며 “가격 등 상세 내용은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대제철은 매각 본입찰에서 세아홀딩스보다 높은 3000억 원 안팎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세아홀딩스의 경우 현재 포스코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포스코특수강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동부특수강 매각 대금으로 큰 액수를 제시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세아홀딩스가 써낸 액수보다 꽤나 높은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 현대·기아자동차에 납품하는 자동차부품의 수직 계열화를 이루게 된다.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현대제철은 2016년 준공을 목표로 당진제철소에 자동차부품용 특수강 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여기서 만들어지는 선재는 동부특수강이 생산하는 자동차용 엔진과 변속기 등에 사용되는 부품의 원자재로 활용될 예정이다. 동부특수강은 생산 제품의 약 70%를 현대·기아차에 납품해왔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 선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판로를 확보하는 한편 동부특수강의 생산시설에서 가공해 부품을 만들어 현대·기아차에 납품하는 일관체제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현대제철은 다음 달 말까지 산업은행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12월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등 행정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산업은행은 동부특수강 매각을 내년 1월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이 동부특수강을 인수하면 국내 철강업계 1위인 포스코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동부특수강은 포스코로부터 연간 34만∼35만 t가량의 선재를 공급받아 왔다. 그러나 동부특수강이 2016년부터 현대제철에서 만든 선재를 공급받으면 포스코는 안정적인 고객을 잃게 되는 셈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23일 기업설명회(IR)에서 “해외 시장에서 구매처를 적극 발굴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아차는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개최한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3분기(7∼9월)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11조4148억 원, 영업이익 5666억 원, 당기순이익 6574억 원을 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 18.6%, 27.2% 떨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2년 4분기(4042억 원) 이후 최저치다. 신형 카니발과 올 뉴 쏘렌토 등 신차 효과로 올해 1∼9월 기아차의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225만8956대로 전년(207만5479대) 대비 8.8% 증가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매출액은 35조39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 줄었다. 영업이익은 18.0% 줄어든 2조720억 원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수출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평균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5.9%(1108원→1042원)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현대모비스는 3분기에 매출 8조4965억 원, 영업이익 72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8%, 5.5% 상승했다. 현대글로비스는 같은 기간 매출액이 3조520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4% 감소한 1573억 원이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현대자동차에 이어 기아자동차도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기아차는 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개최한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3분기(7~9월)에 연결 기준으로 매출 11조4148억 원, 영업이익 5666억 원, 당기순이익 6574억 원을 냈다고 24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9%, 18.6%, 27.2% 떨어졌다. 특히 영업이익은 2012년 4분기(4042억 원) 이후 2년 만에 최저치다. 신형 카니발과 올 뉴 쏘렌토 등 신차 효과로 3분기까지(1~9월) 기아차의 국내외 누적 판매량은 늘었다. 누계 기준으로 총 225만8956대를 팔아 전년(207만5479대) 대비 8.8% 증가했다. 그러나 누계 매출액은 35조3951억 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1.2% 줄었다. 영업이익은 18.0% 줄어든 2조720억 원이었다. 기아차는 실적 부진 이유로 환율 하락을 꼽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수출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업구조상 평균 환율이 전년 동기 대비 66원(1108원→1042원) 하락하면서 수익성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기아차가 내다보는 4분기 경영환경도 밝지는 않다. 기아차 관계자는 "최근 원화 환율이 2분기보다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원화강세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고 해외시장에서 신차 경쟁이 뜨거워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