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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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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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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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3~202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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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일 개봉 ‘몬스터 헌트’ 라만 후이 감독 e메일 인터뷰

    “‘몬스터 헌트’가 이렇게 잘될 줄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영화 속에 여섯 살 어린아이부터 일흔 살 노인까지 아우르는 공감 요소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관객 6500만 명, 누적 흥행수익 4300억 원 달성. 7월 개봉한 중국 영화 ‘몬스터 헌트’가 자국에서 세운 흥행 기록이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이 전 세계에서 달성한 흥행수입을 넘어선 성적이다. 12일 국내에서도 개봉한 ‘몬스터 헌트’의 연출자 라만 후이(許誠毅) 감독(52)을 이메일로 만났다. 후이 감독은 20대 때 미국으로 가 드림웍스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했다. ‘슈렉 3’(2007년) ‘쿵푸팬더: 다섯 용사의 비밀’(2008년) 등에서 감독을 맡았다. 그는 “할리우드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을 위한 뭔가 새롭고 독특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몬스터 헌트’는 중국 신화집 ‘산해경’과 기담집 ‘요재지이’를 모티브로 한 영화다. 요괴와 인간 간의 전쟁이 아직 끝나지 않았던 먼 옛날, 전설의 요괴왕이 잉태됐다는 소식에 인간들이 이를 쫓기 시작한다. 객잔을 운영하던 천음(징보란)은 쫓기던 요괴 왕후에게서 요괴왕의 알을 받아 품게 되고, 요괴 사냥꾼 후샤오란(바이바이허)과 함께 요괴왕 우바를 낳아 키운다. 귀여운 요괴 캐릭터가 펼치는 춤과 노래에 중국 특유의 무협 액션을 결합했다.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몬스터 헌트’는 실사 영화 연출 경험이 없는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다. “모든 장면의 스토리보드를 만들었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죠. 처음엔 한 장면을 찍는 데 닷새가 필요하다고 하니까 다른 제작진이 당황하더라고요. 보통 애니메이션에서는 그 정도 분량에 석 달이 걸리거든요. 나중에는 반나절만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는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며 전지현, 권상우, 김수현 등을 좋아하는 한국 배우로 꼽았다. 영화로는 ‘괴물’이 창의적이고 수준 높은 영화라고 칭찬했다. “드림웍스에서의 경험 덕분에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관객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 아이들은 똑똑하고 감성적이죠. 어른 관객을 타깃으로 할수록 오히려 아이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흥미로운 이야기와, 관객들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겁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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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다시 셰프로 돌아온 쿠퍼, 설욕할 수 있을까?

    5일 개봉한 영화 ‘더 셰프’(15세 이상)는 여러모로 10년 전 미국 시트콤 ‘키친 컨피덴셜’(2005년)의 극장판처럼 보인다. 일단 브래들리 쿠퍼가 두 작품에서 모두 주인공을 맡았다. 각각 런던(‘더 셰프’)과 뉴욕(‘키친 컨피덴셜’)으로 배경은 다르지만 고급 레스토랑 이면의 혹독한 주방 풍경을 담았다는 것도 같다. 심지어 주인공 캐릭터나 줄거리도 비슷하다. ‘더 셰프’의 애덤과 ‘키친 컨피덴셜’의 잭은 모두 젊은 시절 셰프로 깜짝 성공한 인물. 하지만 너무 이른 성공은 독이다. 두 작품은 모두 술과 약물, 여자에 중독된 채 몰락한 주인공이 재기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물론 분위기는 좀 다르다. 편당 약 30분짜리 ‘키친 컨피덴셜’은 코미디다. 자제력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잭, 레스토랑 주인의 딸로 실질적인 경영을 책임지면서 사사건건 잭과 다투는 미미, 바람둥이에 도둑질이 주특기인 부주방장 스티븐, 어리바리한 막내 셰프 짐 등이 한데 빚어내는 기상천외한 사건사고가 중심이다. 그에 비해 ‘더 셰프’는 드라마에 좀 더 집중한다. 예전 동료를 규합해 레스토랑 랭엄을 연 애덤은 미슐랭 3스타를 받겠다는 집착으로 모든 것이 완벽하길 요구하며 직원들을 몰아붙인다. 한편으로는 술과 약물을 끊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홀로 견뎌내야 하는 부담까지 지고 있다. 방탕했던 과거는 다시 발목을 잡는 법. 마약을 사느라 진 빚을 받으려 건달들이 수시로 그를 찾아오고 믿었던 동료는 결정적 순간에 그를 배신한다. 재미있는 점은 ‘키친 컨피덴셜’이 시청률 저조를 이유로 한 시즌 만에 종영됐다는 사실이다. 올해까지 3년 연속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며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쿠퍼의 ‘흑역사’다. 그럴 만도 한 것이 2005년은 고든 램지를 스타로 만든 ‘헬스키친’이 처음 방송됐고 ‘아이언 셰프’ 미국판의 시즌2가 방송된 해다. 자극적인 요리 리얼리티를 맛본 시청자들에게 ‘키친 컨피덴셜’ 같은 주방 소동극이 먹혔을 리가 없다. 쓰라린 경험에서 배우기라도 한 건지 ‘더 셰프’는 ‘키친 컨피덴셜’의 자리를 빼앗았던 요리 리얼리티가 그동안 공고하게 쌓아올린 셰프에 관한 클리셰를 아낌없이 버무렸다. 셰프가 냅다 소리를 지르며 접시를 던지고 음식을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리는 장면이 당연하다는 듯 등장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아이언 셰프’나 ‘헬스키친’ 같은 요리 리얼리티가 요즘도 조미료 팍팍 쳐서 성업 중인 상황에서 이런 뻔한 레시피가 성공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쿠퍼의 설욕전은 그리 승산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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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니얼표 본드’ 유종의 미!… ‘모니카표 본드걸’ 조연 맞아?

    《 11일 개봉하는 ‘007: 스펙터’는 대니얼 크레이그가 연기하는 제임스 본드, ‘대니얼 본드’를 보는 마지막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크레이그가 외신 인터뷰에서 수차례 “본드를 다시 맡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고, 영화 자체가 그런 분위기를 진하게 담고 있다. ‘스펙터’는 ‘카지노 로얄’(2006년) ‘퀀텀 오브 솔러스’(2008년) ‘스카이폴’(2012년)로 이어진 ‘대니얼 본드’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선언한다. ‘스펙터’의 관전 포인트를 세 가지로 정리해 평가해봤다. 》① 007의 어린 시절이 등장한다? So-So 제목의 ‘스펙터’는 예전 007시리즈에서 본드의 숙적으로 수차례 등장했던 범죄조직의 이름. 본드가 속한 기관 MI-6가 사실상 해체 위기에 처하자 본드는 홀로 이 범죄조직의 뒤를 밟는다. 그 과정에서 본드는 스펙터 수장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관련이 있으며 그동안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비극의 근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화는 본드가 어떻게 고아가 됐고 어떤 어린 시절을 보냈는지 살짝 언급한다. 한 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본드의 어린 시절은 그동안 팬들의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본드의 개인사와 영화 속 사건들을 엮다가 악역의 캐릭터가 모호해졌다는 게 단점이다. 세계를 주무르는 범죄조직 스펙터의 수장이 본드에게 비이성적으로 집착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② 사상 최강의 본드걸? Bad 모니카 벨루치와 레아 세두 등 두 여배우가 ‘본드걸’로 등장해 개봉 전부터 기대를 높았다. 특히 띠동갑 이상 나이 차가 나는 젊은 여성 대신 쉰한 살 벨루치의 기용은 파격이었다. 벨루치는 초반에 본드의 손에 죽는 악당 스키아라의 부인 루시아 역을 맡았다. 미모와 분위기는 압도적이지만 본드의 매력에 홀려 단숨에 모든 것을 털어놓는 전형적인 ‘본드걸’에 그쳤다. 더욱이 조연이라고 하기도 민망할 정도로 초반에만 잠시 나와 벨루치의 팬이라면 분노 조절용 심호흡이 필요하다. 레아 세두는 정신과 의사 매들린 스완 역으로 스펙터를 쫓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지닌 인물로 나온다. 본드가 알려주지 않아도 능숙하게 총을 다루고 악당에게 두들겨 맞는 것도 불사한다. 하지만 퓨리오사(‘매드맥스: 분노의 도로’) 일사(‘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등 ‘센 언니’가 주도했던 올해의 다른 액션물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역할이 미미하다.③ 물량공세 액션? Good 축제가 벌어지는 멕시코시티의 광장, 하얗게 눈이 덮인 오스트리아의 산악지대, 모로코 해안 마을의 낭만적인 호텔, 영국 런던과 이탈리아 로마의 시가지까지. 해체 위기의 MI-6에서 어떻게 공작비를 끌어다 썼는지는 몰라도 본드는 전 세계를 누비며 액션을 펼친다. 특히 헬기에 맨몸으로 매달린 채 악당과 격투를 펼치는 영화 초반의 공중전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눈부신 설산에서 펼쳐지는 경비행기와 자동차의 추격전도 볼만하다. 로마에서의 차량 추격전에서는 영국 자동차 회사인 애스턴마틴이 특별 제작한 고급 스포츠카를 강바닥으로 아낌없이 꽂아 버린다. ‘스펙터’는 고독하고 불안정한 스파이의 면모를 부각시켰던 ‘스카이폴’보다는 여성 편력만큼 임무 수행도 끝내주던 이전 007시리즈에 더 가깝다. 하지만 ‘스펙터’를 보고 나면 깊이는 ‘본’ 시리즈에 밀리고, 액션은 ‘미션 임파서블’보다 약하고, 재치는 ‘킹스맨’에 못 미친다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다. 영화 말미, 본드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새로운 삶을 향해 떠난다. 과연 다음 007시리즈도 그처럼 명쾌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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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소아성애 미화하나” 아이유 새앨범 ‘쳇셔’ 수록곡 논란

    “소아성애를 미화한 거 아닌가요?” “‘음란마귀’ 씌었나. 과잉해석이다.” 최근 미니앨범 ‘쳇셔’(사진)를 발표한 가수 아이유(22)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먼저 도마에 오른 건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모티브로 한 수록곡 ‘제제’다. 5일 ‘나의…’를 국내에서 번역 출간한 동녘출판사가 이 노래 속 ‘넌 아주 순진해 그러나 분명 교활하지/어린아이처럼 투명한 듯해도 어딘가는 더러워’ 등의 가사를 문제 삼아 “학대로 인한 아픔을 지니고 있는 제제를 성적 대상화했다”고 비판했다. 아이유는 6일 “가사 속 제제는 소설 내용의 모티브만 차용한 제3의 인물”이라며 사과했지만 현재 ‘제제’ 음원을 폐기해 달라는 온라인 서명운동이 진행 중이다. 이어 타이틀곡 ‘스물셋’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아이유가 젖병을 물고 있는 장면, 우유를 쏟는 장면 등을 놓고 “소아성애를 표현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여기에 진중권 동양대 교수, 가수 윤종신, 소설가 이외수, 영화평론가 허지웅 등이 나서 아이유를 두둔하거나 비판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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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큐 영화 ‘에이미’ 너무나 짧고 극적이었던 팝스타의 28년

    1983년, 그리 넉넉하지 않은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16세 때부터 영국 국립청소년재즈오케스트라에서 노래를 불렀다. 2003년 발표한 데뷔앨범 ‘프랭크’, 2006년 발표한 ‘백 투 블랙’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뒤 2011년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의료진은 과도한 약물과 알코올 복용으로 심장이 멈췄다고 진단했다. 이렇게 너무나 짧고 극적이었던 에이미 와인하우스의 삶을 담은 다큐 ‘에이미’가 5일 개봉했다. 영화는 1998년 어린 소녀의 얼굴을 한 와인하우스가 원숙한 재즈 가수의 목소리로 친구를 위한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부재로 인한 섭식장애와 우울증을 앓았던 그녀는 대중의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점점 술에 의지하기 시작한다. 연인 블레이크 필더시빌을 만난 뒤로는 마약에까지 손을 댄다. 와인하우스가 불렀던 노래와 그의 삶의 궤적은 절절할 정도로 일치한다. 술 문제를 겪으며 불렀던 ‘리해브’(‘날 재활원에 보내려 했지만/난 싫다고 했어’)부터 연인과 잠시 헤어진 뒤 불렀던 ‘백 투 블랙’(‘우린 말로만 작별을 고했지만/나는 백 번도 더 죽었어/넌 그녀에게 돌아가고/난 다시 어둠 속으로’)까지. 영화는 와인하우스가 남긴 셀프 동영상과 사진, 공연 실황, 그리고 파파라치 사진과 영상으로만 그의 삶을 재구성했다. 관계자나 지인 인터뷰는 대부분 영상 없이 음성으로만 삽입됐다. 그러고도 러닝타임 127분을 충분히 채운다. 심지어는 그가 사망한 당일 시신이 집에서 나와 구급차에 실리는 장면까지 나온다. 그의 삶은 그 정도로 미디어와 타인의 시선 앞에 전적으로 노출돼 있었던 것이다. “스타가 되려고 노래하는 게 아니에요”라고 말하던 소녀는 결국 “재능을 돌려주고 아무 방해 없이 길을 걸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말하는 팝스타가 됐다. 미디어와 대중에게 사정없이 물어뜯기는 스타, 특히 여성 스타가 그 뿐만은 아닐 것이다. 영화는 눈이 시릴 정도로 터지는 플래시 앞, 공허한 와인하우스의 표정에서 그를 망가뜨린 것이 누구인지 생각하며 비감(悲感)을 넘어선 죄책감마저 들도록 만든다. 18세 이상.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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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조리 정권을 향한 경쾌한 고발장

    정권에 반대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20년 동안 영화 연출과 시나리오 집필을 금지당했다. 가택연금 상태에서도 공동 연출 형태로 5년간 영화 2편을 만들었다. 마침내 거리로 나온 그는 택시기사가 돼 테헤란 거리를 누비며 15일 동안 영화를 찍었다. 이렇게 완성된 영화 ‘택시’는 올해 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그는 이란 정부의 출국금지로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하얀풍선’ ‘오프사이드’ 등으로 이란의 거장 중 하나로 꼽히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55)이다. 영화는 파나히 감독이 이전 영화에서 자주 사용했던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을 띠고 있다. 선루프를 조명 삼고 계기판 옆 티슈 통에 카메라를 숨긴 채 촬영한 만큼 영화는 무척 단순하다. 승객이 타고, 내린다. 승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택시기사에게 털어놓는다. 파나히 감독은 일반 테헤란 시민들을 배우로 기용해 현실감을 높였다. 등장인물은 무작위로 선택된 듯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나 없이는 우디 앨런도 없다”고 말하는 불법 DVD 판매상을 통해선 영화 상영과 감상의 자유조차 없는 이란 사회의 실상을 보여준다. 사고를 당한 남편과 함께 탄 채 울부짖는 여인과 유언을 남기는 남편의 모습에서 이란 여성들이 처한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집에 데려다주려고 태운 조카는 당돌하게 “배급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며 ‘추악한 리얼리즘을 피하라, 폭력을 피하라, 정치·경제 문제를 다루지 말라’ 등 학교에서 가르쳐 준 ‘배급 가능한 영화’의 조건을 읊는다. 마지막 승객은 실제 인권변호사인 나스린 소투데. 그저 배구 경기를 관람하려 했다는 이유로 100일 넘게 수감돼 단식 투쟁 중인 여성 곤체 가바미를 만나러 감옥에 가는 길이다. ‘택시’는 엄혹한 현실을 그리면서도 위트를 잃지 않고, 크게 무게 잡거나 어깨에 힘을 주지 않는다. 영화는 예술가의 집념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부조리한 정권을 향한 밝고 경쾌한 고발장이 관객들의 심장을 두드린다. 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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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쌈 MOVIE]“구마의식 신선” “이야기가 어설퍼”

    《 5일 개봉하는 영화 ‘검은 사제들’은 호불호가 갈릴 영화다. 한국영화로는 드물게 악마를 쫓아내는 구마(驅魔) 의식을 하는 가톨릭 사제들이 주인공이다. 미친 사람으로 낙인찍힌 김 신부(김윤석)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몸에 마귀가 깃든 영신(박소담)을 위해 구마 의식을 계획한다. 그리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자신을 도울 조수로 최 신부(강동원)를 낙점해 실행에 옮긴다. 》두 신부는 십자가와 성수뿐 아니라 프란체스코의 종, 영대(領帶) 같은 낯선 소품을 이용한다. 성경책을 펴놓고 ‘라틴어’로 기도문도 외운다. 영화에서 주로 무당의 굿을 봐오던 한국 관객에겐 낯선 광경이다. ‘한국판 엑소시스트’라고 불리는 이 영화에 대해 담당 기자들이 영화를 샅샅이 밝혀 보기 위한 ‘쌈 의식(?)’을 진행했다. ▽이새샘=강동원은 사제복 입어도 멋있더라. 아무리 배우라지만 처음부터 그런 인상을 주기 쉽지는 않을 텐데. ▽김배중=‘얼굴의 완성은 패션’이라고 하던데 다 거짓말이야. 강동원 보면 그냥 패션이 강동원한테 신세지는 것 같아. ▽이=영화 초반 추리닝 입고 건들거리는 모습, 배낭 메고 돌아다니는 모습, 심지어 돼지를 안고 있는 모습도 귀여웠어. 강동원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어. ▽김=한국판 엑소시즘 영화 자체는 어때? 서양에선 엑소시즘 영화가 흔하지만 우리에겐 신선하지 않아? 이질적 소재를 ‘희생정신’ 같은 우리 정서로 보여주려 한 것 같아. 구마 의식을 행하는 곳인 서울 명동 골목의 허름한 집도 친숙하게 느껴졌고. ▽이=그렇다 해도 한국에서 구마 의식 소재 영화가 왜 만들어졌는지 이해가 안 가. 특히 40분 넘게 나오는 구마 의식 장면에 집중한 탓에 두 사람이 왜 그런 일을 하는지 설명도 부족했어. ▽김=영화 초반 제법 날라리같이 묘사된 최 신부가 후반에 거두절미하고 착한 사람으로만 나와서 아쉬워. 난 최 신부와 같은 1986년생 ‘범띠’인데 범띠가 영적으로 가장 민감하다는 설정도 설득력이 부족해. ▽이=두 사람이 왕래도 없이 전화만 하다가 거사 치르는 날 처음 만나는 거나 그 하루 만에 최 신부가 갑자기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것도 뜬금없고. ▽김=구마 의식에 가장 필요한 ‘프란체스코의 종’이 택배 배송되는 것도 황당하긴 해. ▽이=두 신부가 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모습에 시간을 더 할애하거나 종과 같은 성물을 몸소 찾으러 떠나는 여정이 그려졌다면 어땠을까. 힘을 합쳐 구마 의식을 할 때 감정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았을까. ▽김=그렇다면 건질 건 배우라고 해야 하나. 연기는 어땠어? ▽이=인물 설정이 아쉬웠어. 김 신부는 평면적인 캐릭터고 최 신부의 개에 관한 트라우마는 진부했고. 인물의 숨겨진 천재성이 드러나거나 반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김=두 남자보다 박소담 연기가 기억에 남지 않아? 귀신 들려서 내뱉는 라틴어, 중국어의 목소리 톤이 완전 달라 더빙한 줄 알았는데 100% 자기 목소리라 하더라고. ▽이=징그럽다고 느껴질 정도로 자기 자신을 다 내려놨어. 그래도 여배우인데, 다음 작품에선 예쁘게 나올 수 있는 역을 맡으면 좋겠어. ▽김=영화 끝에 나오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마음속에 잔잔하게 울려. 이야기 전개는 아쉽지만 믿음 주는 배우가 있고 볼거리는 있는 영화야. 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기자 }

    •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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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스타 Why]다시 대중앞으로… 외부로 나온 ‘내부자’

    [Q] 19일 개봉하는 영화 ‘내부자들’에 배우 이병헌이 출연하더군요. 지난해 말 이른바 ‘50억 원 협박사건’이 터진 뒤로 배우로서 대중 앞에 나서는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제 완전히 복귀하는 건가요?이병헌은 올해 영화 세 편에 출연했습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협녀: 칼의 기억’이 여름에 개봉했었죠. 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건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한국에 없었거나 제작발표회에만 잠시 모습을 비쳤었죠. 이유는 할리우드 촬영 일정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병헌은 올해 미국에서 ‘미스컨덕트’와 ‘황야의 7인’을 촬영했습니다. 이병헌은 “덴절 워싱턴쯤 되면 모르겠지만 미국은 촬영 스케줄 조정에 매우 엄격하다. 1박 2일 일정을 뺄 때도 대여섯 번씩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이전 두 편과 비교해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꽤 인상적입니다. 그가 맡은 안상구는 정치깡패 출신 연예기획사 대표입니다. 대선 후보 장필우(이경영)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와의 인연으로 ‘윗분’들의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는 인물이죠. 어설프게 야심을 드러냈던 그는 곧 나락으로 떨어지고, 한쪽 손이 잘린 채 복수를 결심합니다.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2005년)에서 깡패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상구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파마한 단발머리에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허름한 다세대주택 옥상에서 라면을 끓여 소주 ‘일병’을 마시죠. 몰디브와 모히토를 헷갈리는 일자무식이기도 하고요. ‘내부자들’은 정치권과 재계, 언론이 뒤엉켜 음모와 배신을 펼치는 묵직한 영화지만 이병헌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에 웃으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병헌은 “원래 안상구는 깡패라는 거 외엔 별다른 특징이 없어 좀 더 허술하고 코믹하게 그리자고 감독님께 제안했다. 쉴 새 없이 사건이 몰아치는 영화에서 안상구가 쉼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처럼 애드리브를 많이 해본 적이 없다”며 “다행히 상대인 우장훈 검사 역의 조승우 씨와 ‘쿵짝’이 잘 맞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떨까요. 일단 미국에서 찍은 영화 두 편이 내년 개봉 예정입니다. ‘미스컨덕트’는 저예산 영화지만 알 파치노, 앤서니 홉킨스 등 ‘연기 신’이 나옵니다. ‘황야의 7인’은 서부영화의 고전을 5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덴절 워싱턴, 이선 호크 등이 출연합니다. 이병헌은 “알 파치노와 함께 연기할 때는 너무 긴장한 탓에 호흡곤란이 와서 기절할 뻔했다. 70대 중반인데도 소극장에 가서 따로 리허설을 하자고 감독에게 부탁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열정에 감탄했다”고 하더군요. 그의 휴대전화에는 알 파치노와 그가 한 프레임에 담긴 모니터의 사진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터미네이터’와 ‘협녀’ 모두 국내 반응이 그리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도 문제였지만 그의 스캔들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었는데요. 과연 관객들은 ‘내부자들’에서 그를 스캔들의 주인공이 아닌, 배우로 바라봐줄까요. 이병헌의 말을 듣고 판단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습니다. “일에 저를 쏟아 넣으며 지난 1년여를 보냈습니다. 작품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웠어요. 몇 번의 사과로 쉽게 과거의 저로 돌아가긴 힘들 겁니다. 일이나 사생활에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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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헌, 스캔들 주인공 아닌 진정한 배우로 돌아가려면…

    Q. 19일 개봉하는 영화 ‘내부자들’에 배우 이병헌이 출연하더군요. 지난해 말 이른바 ‘50억 원 협박사건’이 터진 뒤로 배우로서 대중들 앞에 나서는 건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이제 완전히 복귀하는 건가요? 이병헌은 올해 영화 3편에 출연했습니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와 ‘협녀: 칼의 기억’이 여름에 개봉했었죠. 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 나선 건 처음입니다. 그 전에는 한국에 없거나, 제작발표회에만 잠시 모습을 비췄었죠. 이유는 할리우드 촬영 일정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이병헌은 올해 미국에서 ‘미스컨덕트’와 ‘황야의 7인’을 촬영했습니다. 이병헌은 “덴젤 워싱턴 쯤 되면 모르겠지만, 미국은 촬영 스케줄 조정에 매우 엄격하다. 1박 2일 일정을 뺄 때도 대여섯 번씩 부탁했다”고 하더군요. 이전 두 편과 비교해 ‘내부자들’에서 이병헌의 연기는 꽤 인상적입니다. 그가 맡은 안상구는 정치깡패 출신 연예기획사 대표입니다. 대선 후보 장필우(이경영)를 막후에서 조종하는 조국일보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와의 인연으로 ‘윗분’들의 더러운 일을 처리해주는 인물이죠. 어설프게 야심을 드러냈던 그는 곧 나락으로 떨어지고, 한쪽 손이 잘린 채 복수를 결심합니다. 이병헌은 ‘달콤한 인생’(2005년)에서 깡패 역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안상구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인물입니다. 파마한 단발머리에 걸쭉한 전라도 사투리를 쓰고 허름한 다세대 주택 옥상에서 라면을 끓여 소주 ‘일병’을 마시죠. 몰디브와 모히토를 헷갈리는 일자무식이기도 하고요. ‘내부자들’은 정치권과 재계, 언론이 뒤엉켜 음모와 배신을 펼치는 묵직한 영화지만 이병헌의 능청스러운 연기 덕분에 웃으면서 볼 수 있습니다. 이병헌은 “원래 안상구는 깡패라는 거 외엔 별다른 특징이 없어 좀 더 허술하고 코믹하게 그리자고 감독님께 제안했다. 쉴 새 없이 사건이 몰아치는 영화에서 안상구가 쉼표가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번처럼 애드리브를 많이 해본 적이 없다”며 “다행히 상대인 우장훈 검사 역의 조승우 씨와 ‘쿵짝’이 잘 맞았다”고 했습니다. 앞으로 활동 계획은 어떨까요. 일단 미국에서 찍은 영화 두 편이 내년 개봉 예정입니다. ‘미스컨덕트’는 저예산영화지만 알 파치노, 앤서니 홉킨스 등 ‘연기 신’이 나옵니다. ‘황야의 7인’은 서부영화의 고전을 50년 만에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덴젤 워싱턴, 에단 호크 등이 출연합니다. 이병헌은 “알 파치노와 함께 연기할 때는 너무 긴장한 탓에 호흡곤란이 와서 기절할 뻔 했다. 70대 중반인데도 소극장에 가서 따로 리허설을 하자고 감독에게 부탁하고,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내는 열정에 감탄했다”고 하더군요. 그의 휴대전화에는 알 파치노와 그가 한 프레임에 담긴 모니터의 사진이 들어 있었습니다. 사실 ‘터미네이터’와 ‘협녀’ 모두 국내에서 반응이 그리 뜨겁지는 않았습니다. 영화 자체의 만듦새도 문제였지만 그의 스캔들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었는데요. 과연 관객들은 ‘내부자들’에서 그를 스캔들의 주인공이 아닌, 배우로 바라봐줄까요. 이병헌의 말을 듣고 판단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는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눈가가 조금 촉촉해졌습니다. “일에 저를 쏟아 넣으며 지난 1년여를 보냈습니다. 작품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숨을 쉴 수 있고, 자유로웠어요. 몇 번의 사과로 쉽게 과거의 저로 돌아가긴 힘들 겁니다. 일이나 사생활에서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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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배성우 “연기評 꼬박꼬박… 어머니는 고급 관객”

    평범한데 특이하다. 배우 배성우(43)의 외모를 정확히 묘사하는 건 이 역설적인 문장밖에 없을 듯하다. 딱히 눈빛이나 표정을 바꾸지 않아도 악인(惡人)과 선인(善人)을 자연스레 넘나든다. 그러니 쓰임이 많을 수밖에. 지난해 영화 10여 편에 출연한 것에 이어 올해도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오피스’ ‘특종: 량첸살인기’ ‘내부자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등에 출연했거나 할 예정이다. 22일 개봉해 곧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더 폰’에서는 처음 주연을 맡았다. 변호사 고동호(손현주)를 모종의 이유로 죽여야만 하는 전직 경찰 도재현,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이다. 그를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복남 살인 사건의 전말’(2010년)의 철종 역 등 악역은 이전에도 맡은 적이 있지만 주연은 처음이다. “그런데 날 주연이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출연 분량이 많은 거 아닌가. 도재현은 목표 의식을 갖고 치밀하고 집요하게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 이전에 맡았던 악역과 다르다. 그 분야의 베테랑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손현주, 엄지원과 난투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연극배우 시절 재즈댄스를 배워 무용단원으로도 활동하고 강사 일도 했었다. 덕분에 액션은 비교적 편하게 했다. 그래도 마지막 액션 신은 정말 힘들었다. 합도 거의 맞춰보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연기했는데 손현주 선배가 워낙 맞는 연기의 달인이시라…. 엄지원 씨는 여자라 정말 조심스러웠는데 한마디 불평도 없이 맞춰주시더라. 그 모습이 섹시했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해 연극에서 주로 활동했다. “‘김복남…’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쪽 일을 시작했다. 한동안은 영화 현장이 어색했는데 최근에야 ‘나도 영화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역할이 들어오는 게 제일 신기하다.” ―최근 출연작이 워낙 많아 ‘제2의 이경영’으로도 불린다. “이경영 선배를 11월 개봉하는 ‘내부자들’에서 처음 만났는데 날 보더니 ‘너 나만큼 하는 거 같아’ 하시더라. ‘어휴, 선배님 제 두 배세요’라고 답했다.(웃음) 고3 때 극장에서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보고 사인까지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배우를 눈앞에서 보다니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더라. 출연 횟수보다는 그분의 연기를 닮고 싶다.” ―배성재 SBS 아나운서가 동생이고 외조부는 독립운동가로 알려졌던데…. 튀는 아들이었을 것 같다. “집안이 엄하거나 보수적이지는 않은데 올바르게 살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배우로서 뭐가 가장 옳은 길인지, 본질이 뭔지 고민하라면서 사람 귀찮게 하고….(웃음) 어머니가 연극이나 영화를 좋아해서 제 작품을 꼭 보고 평가해준다. 고급 관객이다.” ―영화배우로서 목표가 있나. “좋은 배우들은 작품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완성도를 높인다. 그런 배우의 작품은 믿음을 갖고 보게 되지 않나.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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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가을… 진짜 사랑에 대해 묻는다

    《 최근 계절 착오적(?) 스릴러물이 잇달아 개봉하고 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가을이면 역시 사랑에 관한 영화를 보고 싶어진다. 그런 이들에게 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디판’(22일 개봉·18세 이상)과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더 랍스터’(29일 개봉·18세 이상)를 추천한다. 수려한 영상미와 함께 냉혹한 상황 속에서도 과연 사랑과 연대가 가능한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다른 듯 닮아 있다. 》우화 같은 ‘더 랍스터’… 솔로 탈출 못하면 45일뒤 동물로한마디로 ‘솔로 지옥, 커플 천국’의 세상이다. 미래의 어떤 도시, 누군가와 커플로 맺어지지 않은 사람은 유예기간 45일을 거쳐 동물로 변한다. 유예기간에는 솔로 전용 호텔에 투숙해 짝을 찾아야 하는데, 규정을 어기고 숲으로 도망친 외톨이를 사냥하면 한 명당 하루씩 유예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아내에게 버림받은 데이비드(콜린 패럴)는 이미 개로 변한 형과 함께 호텔로 보내진다. 그는 거짓 사랑 고백으로 한때 커플이 되지만, 거짓이 들통 나자 숲으로 도망친다. 외톨이 무리에선 연인이 되는 것은 절대 금지. 신체 접촉도 제한된다. 외톨이 무리에서 눈이 근시인 여인(레이철 바이스)과 운명적 사랑에 빠진 데이비드는 또 한 번 탈출을 결심한다. 영화는 시종 사랑에 대해 냉정한 시선을 유지한다. 사랑은 불같이 타올랐다가도 단번에 식어버리고 사소한 공통점에 집착하지만 결국은 나 자신이 더 중요하다. 영화는 사랑의 감정을 미화하는 우리를 풍자하는 우화이면서 진짜 사랑이 무엇인지 질문하도록 만든다. 한때 할리우드 대표 ‘섹시남’이었던 콜린 패럴은 후덕한 뱃살에 안경을 쓴 소심한 표정으로 고독과 불안, 불같은 사랑을 오가는 데이비드를 절묘하게 연기해냈다. 축축한 숲, 갈대로 덮인 구릉지대, 푸른 파도가 검은 바위에 부딪치는 해변 등 아일랜드의 풍광이 아름답지만 섬뜩하게 영화를 완성한다.동화 같은 ‘디판’… 사랑과 유대 싹 틔우는 난민의 삶 스리랑카 북부 지역 반군인 타밀군의 병사였던 한 남자(제수타산 안토니타산)는 내전으로 아내와 자식을 잃고 프랑스로 망명을 계획한다. 디판이라는 남자의 신분을 산 그는 망명 조건을 맞추기 위해 난민캠프에서 처음 만난 여자 얄리니(칼리에아스와리 스리니바산)를 아내로, 소녀 일라얄(클라우디네 비나시탐비)을 딸로 위장한다. 어렵게 ‘입성’한 프랑스 땅은 생각과는 다르다. 지방 도시에서 아파트 관리인이 됐지만 이 아파트는 마약 갱단이 시도 때도 없이 총질을 하는 곳이다. 원래 사촌이 사는 영국으로 가려 했던 얄리니는 디판을 비난하고 일라얄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갱단 간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디판은 이곳이 스리랑카와 다름없는 전쟁터라고 느낀다. 디판 역의 안토니타산은 실제 타밀 반군 소년병 출신이고 다른 배우들도 난민 출신으로 대부분 배우 경력이 없다. 난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리지만, 영화의 속살은 동화에 가깝다. 시간이 지나며 세 사람은 조금씩 진짜 가족이 된다. 이들이 밑바닥의 삶 속에서도 서로 위안하며 사랑과 유대를 싹 틔우는 모습은 가슴을 울린다. 하지만 디판이 자신의 ‘경력’을 십분 살려 모든 갈등을 일거에 해소하는 영화의 결말은 지나치게 낭만적이다. 난민들의 비참한 삶을 소재로 이용했을 뿐이라는 의심을 낳는다는 점에서 아쉬움으로 남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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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의 이경영’ 배성우 “오디션 안 봐도 역할 들어와…신기”

    평범한데 특이하다. 배우 배성우(43)의 외모를 정확히 묘사하는 건 이 역설적인 문장 밖에 없을 듯 하다. 딱히 눈빛이나 표정을 바꾸지 않아도 악인(惡人)과 선인(善人)을 자연스레 넘나든다. 그러니 쓰임이 많을 수밖에. 지난해 영화 10여 편에 출연한 것에 이어 올해도 ‘베테랑’ ‘뷰티 인사이드’ ‘오피스’ ‘특종: 량첸살인기’ ‘내부자들’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 등에 출연했거나 할 예정이다. 22일 개봉해 곧 1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더 폰’에서는 처음 주연을 맡았다. 변호사 고동호(손현주)를 모종의 이유로 죽여야만 하는 전직 경찰 도재현, 피도 눈물도 없는 악역이다. 그를 14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년)의 철종 역 등 악역은 이전에도 맡은 적이 있지만 주연은 처음이다. “그런데 날 주연이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출연 분량이 많은 거 아닌가. 고동호는 목표 의식을 갖고 치밀하고 집요하게 범죄를 저지른다는 점이 이전에 맡았던 악역과 다르다. 그 분야의 베테랑이다. 그래서 더 무섭다.” -손현주, 엄지원과 난투하는 장면이 많았는데. “연극배우 시절 재즈댄스를 배워 무용단원으로도 활동하고 강사일도 했었다. 덕분에 액션은 비교적 편하게 했다. 그래도 마지막 액션 신은 정말 힘들었다. 합도 거의 맞춰보지 않고 현장에서 바로 연기했는데 손현주 선배가 워낙 맞는 연기의 달인이시라…. 엄지원 씨는 여자라 정말 조심스러웠는데 한마디 불평도 없이 맞춰주시더라. 그 모습이 섹시했다.” -1999년 뮤지컬 ‘마녀사냥’으로 데뷔해 연극에서 주로 활동했다. “‘김복남…’ 때부터 본격적으로 영화 쪽 일을 시작했다. 한동안은 영화 현장이 어색했는데 최근에야 ‘나도 영화배우’라는 생각이 들더라. 오디션을 보지 않아도 역할이 들어오는 게 제일 신기하다.” -최근 출연작이 워낙 많아 ‘제 2의 이경영’으로도 불린다. “이경영 선배를 11월 개봉하는 ‘내부자들’에서 처음 만났는데 날 보더니 ‘너 나만큼 하는 거 같아’ 하시더라. ‘어휴, 선배님 제 두 배세요’라고 답했다.(웃음) 고3 때 극장에서 ‘비 오는 날의 수채화’를 보고 사인까지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런 배우를 눈앞에서 보다니 무섭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더라. 출연 횟수보다는 그분의 연기를 닮고 싶다.” -배성재 SBS 아나운서가 동생이고 외조부는 독립운동가로 알려졌던데. 튀는 아들이었을 것 같다. “집안이 엄하거나 보수적이지는 않은데 올바르게 살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배우로서 뭐가 가장 옳은 길인지, 본질이 뭔지 고민하라면서 사람 귀찮게 하고….(웃음) 어머니가 연극이나 영화를 좋아해서 제 작품을 꼭 보고 평가해준다. 고급 관객이다.” -영화배우로서 목표가 있나. “좋은 배우들은 작품을 새롭게 변화시키고 완성도를 높인다 그런 배우의 작품은 믿음을 갖고 보게 되지 않나. 나도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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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위 없는 전문가”… 마침내 세상이 ‘덕후’를 존중하다

    방에 틀어박혀 취미에만 골몰하다 뚱뚱해진 몸, 거북이처럼 굽은 등, 안경 끼고 핏기 없는 허연 얼굴…. 과거에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인식하던 ‘오덕후’의 모습이다. 2010년 초 tvN ‘화성인 바이러스’를 통해 방송에 처음 소개된 덕후의 모습이 그랬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덕후 이진규 씨가 나와 캐릭터 베개와 데이트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의 별난 모습과 취미에 진행자 이경규는 “만화 속 캐릭터를 진짜 여자친구라고 생각하냐?”고 질문했고 이 씨는 “(캐릭터를 보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흥분된다”고 답했다. 방송 후 온라인에서 누리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과 함께 ‘오덕후의 두 배’라는 뜻으로 ‘십덕후’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변태’가 아닌 능력자 하지만 요즘 덕후는 ‘화성인…’ 속 덕후와는 다른 모습이다. 지난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방송된 MBC ‘능력자들’은 다양한 덕후들을 ‘능력자’로 소개했다. 오드리 헵번 덕후로 출연한 바리스타 임정도 씨는 피규어 제작 기술을 공부해 직접 제작한 오드리 헵번 피규어를 선보였다. 방송에 출연한 헵번의 가족들은 “그동안 본 피규어 중 최고”라고 칭찬했다. 치킨 덕후로 나온 대학생 서보근 씨는 한 치킨업체 메뉴 개발 전문가와의 치킨 감별 대결에서 승리했다. ‘능력자들’은 정규편성이 확정돼 30일 녹화를 진행한다. 덕후를 특정 분야의 고수로 소개하고 ‘덕질’을 권장하는 프로도 있다. XTM ‘겟 잇 기어’에는 건담 플라모델, 스쿠터 등 각 분야의 덕후가 ‘장비 고수’로 출연한다. 이들은 전문 지식과 수집 물품을 자랑하며 그들의 세계에 입문하기 위한 장비나 방법도 소개해준다. 덕후임을 숨기던 과거와는 달리 ‘덕질’ 이력을 공개해 이미지를 바꾸기도 한다. 데뷔 18년차 배우 심형탁(37)은 지난해 8월 방송된 MBC ‘나 혼자 산다’에서 일본 애니메이션 ‘도라에몽’ 덕후라고 공개한 뒤 독특한 개성을 인정받으면서 각종 예능프로에 출연하게 됐다. 지난달 개봉한 극장판 ‘도라에몽’의 한국어 더빙에 참여했고 최근 MBC ‘무한도전’에는 ‘뇌순남’(뇌가 순수한 남자)으로 출연했다. ‘능력자들’을 연출한 이지선 PD는 “‘오타쿠’나 ‘덕후’로 부르면 비하하는 것으로 여기던 과거와 달리 자신만의 ‘덕질’로 사회적 인정을 받거나, 덕질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세상 밖으로 나온 덕후들 ‘덕후’의 원조인 오타쿠도 원래 일본에서 비하의 의미로 사용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오타쿠 경제’라는 단어가 생길 정도로 트렌드를 이끄는 전문가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조짐이 보이고 있다. 혼자만의 취미생활에 머무는 대신 ‘덕질’의 결과를 공유하고 상품 개발에 참여하는 등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것이다. 치킨 동아리 ‘피닉스’는 회원 30여 명이 일주일에 한두 번 모여 치킨을 분석한다. 이들은 치킨 브랜드의 새 메뉴 개발에도 참여했다. 지난해 한 치킨 브랜드의 신메뉴 품평회에서는 “뿌려 먹는 소스가 특징인 치킨에 뼈는 사족”이라며 순살 옵션을 제안해 히트상품으로 만들었다. 공연계 덕후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디시인사이드 연극 뮤지컬 갤러리(연뮤갤)’는 공연 제작사의 주요 모니터링 매체로 자리 잡았다. 공연 티저 영상이나 포스터, 출연진 공개 때마다 연뮤갤에 올라오는 의견을 가장 먼저 확인한다. 공연 관계자는 “연뮤갤이 적은 인원이지만 공연을 자주 보는 ‘큰손’으로 구성돼 공연 흥행에 영향을 미칠 정도”라고 말했다. 뮤지컬 덕후인 ‘뮤덕’들에게 누적 관람 횟수가 늘어날 때마다 티켓 가격을 할인해 주는 마케팅은 일반화된 지 오래다.○ 덕후들이 ‘변신’한 이유는 유통업계는 덕후의 주요 아이템으로 꼽히는 키덜트 장난감이 지난해 5000억 원대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8372억 엔(약 7조8000억 원·2013년 기준)인 일본 오타쿠 시장 규모에 비해서는 작지만 성장률은 가파르다. 덕후들의 변화는 다원화된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 행복과 가치판단 기준이 다양해진 것이다. 배영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부와 명예를 성공의 기준으로 여긴 기성세대와 달리 젊은 세대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고 만족을 느끼는 일에 보다 많은 가치를 부여한다”며 “피규어 수집 등 나이와 걸맞지 않다고 여긴 취미도 자기가 좋아한다면 존중해 주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됐다”고 말했다. 전북대 사회학과 설동훈 교수는 “과거에는 제도를 통해 전문가로 인정받았다면 최근에는 전문가로 되는 길이 많아지고 있다”며 “한 분야에 깊게 빠져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진 덕후도 학위만 없을 뿐 충분히 존중받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김배중 wanted@donga.com·이새샘 ·김정은 기자}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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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사회적 메시지와 결합한 SF 학원물

    이와이 슌지. 영화 ‘러브레터’에서 ‘오겐키데스카’ 대사 한마디로 한국 관객들의 감성까지 뒤흔들었던 일본 대표 영화감독이다. 한동안 소식이 뜸하던 그의 필모그래피에는 최근 영화 대신 드라마가 추가됐다. 그런데 조심해야 한다. ‘러브레터’나 ‘하나와 앨리스’를 생각하고 접근했다간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문제의 작품은 바로 지난해 TV도쿄에서 방영된 심야드라마 ‘수수께끼의 전학생’. 1967년 발표됐던 동명 SF소설이 원작으로 이와이 감독이 각본과 제작을 맡았다. 그렇다. SF다. 그것도 평행우주와 세계멸망, 공주님과 휴머노이드가 나오는 꽤나 ‘중2병’스러운 SF다. 하늘로 솟는 이상한 별똥별이 나타난 밤 이후로 고이치의 옆집 할아버지는 헛것을 보고, 학교에는 유령소동이 벌어진다. 그리고 나타난 수수께끼의 전학생 노리오는 이상한 언행으로 동급생들의 빈축을 산다. 고이치와 소꿉친구 미도리는 옆집 할아버지의 손자라는 노리오와 자꾸만 얽히며, 그의 비밀을 알아간다. 노리오는 이쪽 세계의 평행우주인 D-8에서 온 휴머노이드다. 이런 평행우주는 수십 개가 있는데, 모든 세계는 느슨하게 겹친다. 이쪽 세계에선 아서 클라크가 SF작가로 존재하지만 저쪽 세계에선 물리학자인 식이다. D-8은 현재 원인을 알 수 없는 폭발로 멸망 직전이다. 그곳에서 왕비와 공주를 구출해내는 것이 노리오의 임무다. 이와이 감독이 세상에 나온 지 반세기 가까운 작품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뭘까. D-8을 멸망시킨 폭발은 영원히 꺼지지 않는 프로메테우스의 불로 묘사된다. 그 불을 가까이서 쬐면 DNA가 파괴돼 죽음에 이른다. 원자력 발전과 그로 인한 방사능 노출을 은유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이 감독이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 반대 운동에 투신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리면 그 동기는 명확해진다. 이와이 감독은 자칫 원전 반대 캠페인이 될 수도 있었던 드라마를 첫사랑과 추억에 관한 드라마로 훌륭하게 견인해낸다. 세계 멸망을 이야기하는 와중에도 휴머노이드와 평범한 인간 소녀 사이에는 미묘한 감정이 싹트고, D-8 사람들은 이쪽 세계의 푸른 하늘, 밤하늘의 별, 맞아도 죽지 않는 비를 보며 감격한다. 드라마 내내 흐르는 쇼팽의 ‘빗방울 전주곡’을 들으며 교복 입은 소년 소녀들을 지켜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이 세상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이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인지를 떠올리며 감성에 젖게 된다. 이건, 장인의 솜씨가 분명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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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딱딱한 그속에 비밀이?… 알수록 신기한 뼈의 세계

    학부에서는 고고학을 전공했고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세계 각지의 발굴 현장에서 연구 활동을 하다 지금은 하와이의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기관에서 일하며 세계 각지에 묻힌 미군 유해를 발굴해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을 하고 있다. 법의인류학자라는 저자의 이력을 십분 살린 책은 뼈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인류학, 고고학, 역사학, 물리학, 생물학 등을 넘나든다. 골다공증은 왜 생기는지 얘기하다 뼈의 강도와 골절의 이유로 넘어가고,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과 비타민D의 역할에 대해 얘기하다 모유 수유로 뼈의 칼슘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다시 산후조리에는 동양인과 서양인의 차이가 정말 있는지를 저자의 경험을 들어 답하는 식이다. 마치 친구와 수다 떨 듯 끊이지 않는 이야기를 통해 알아가는 뼈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넓다. 상어는 이빨을 제외한 몸 전체가 연골로 이뤄져 있다든가, 동물 뿔 중에도 뼈로 이뤄진 뿔과 뼈가 아닌 뿔이 있다는 사실, 세계 최초의 공룡 뼈 경매에서 미국 스미스소니언 자연사박물관이 어떻게 참패했는지, 미국 법의학 수사의 수준을 끌어올린 시체농장, ‘보디 팜’의 정체는 무엇인지 등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한국은 여전히 뼈를 터부시하는 인식 때문에 뼈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공사 현장에서 오래된 유골이 나오면 다른 유물과는 달리 그냥 화장해 버리는 식이다. 이 책을 읽으면 “뼈를 사랑한다”고 말하는 저자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내 몸을 지탱하는 뼈에 대해 조금쯤은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될 듯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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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옥스퍼드大 1% 사교클럽서 일어나는 사건들

    세계적 명문 옥스퍼드대의 학생 수는 약 2만 명. 그중에서도 딱 10명만 들어갈 수 있는 사교클럽이 있다. 바로 라이엇클럽이다. 22일 개봉한 영화 ‘라이엇클럽’(18세 이상)은 이 클럽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룬 영화다. 옥스퍼드대에 갓 입학한 마일즈(맥스 아이언스)는 상류층 자제이지만 특권의식이나 권위의식과는 거리가 먼 청년이다. 매력적이지만 집안은 평범한 로렌(홀리데이 그레인저)과 사귀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마일즈는 수업 때마다 자신들의 특권은 당연한 것이고, 서민들은 공짜를 원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알리스터(샘 클래플린)와 부딪친다. 사건은 마일즈와 알리스터가 라이엇클럽의 회원으로 초대되며 벌어진다. 둘은 엽기적인 통과의례를 거쳐 클럽의 최대 행사인 만찬에 참여한다. 대학에서 떨어진 시골 음식점에서 술과 약에 취한 채 매춘부를 몰래 부르고 가게를 때려 부수며 난동을 벌이던 클럽 회원들은 서민들을 경멸하는 알리스터의 발언에 선동돼 결국 자신들을 말리던 음식점 주인을 무참하게 폭행하기에 이른다. 클럽 회원들의 민낯이 드러나는 것은 이때부터다. 범인으로 몰릴까 전전긍긍하고 치졸한 책임 전가를 하는 그들의 모습은 떼쓰는 어린아이와 다름없다. 하지만 돈과 권력은 뭐든 해결해주는 법. 사법기관도, 회원들의 가문도 그들의 응석을 쉽사리 받아준다. 라이엇클럽은 최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옥스퍼드대 재학 시절 가입했던 것으로 알려져 유명세를 치른, 난폭한 음주 문화로 악명 높은 벌링던클럽이 실제 모델이다. 그는 마치 극중 알리스터처럼 클럽 모임에서 술에 취한 채 가난한 사람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사교클럽의 입회 파티에서는 캐머런 총리가 돼지머리를 두고 음란행위를 했던 것으로 전해져 이 스캔들이 ‘피그게이트’로 불리기도 했다. 영화의 원작인 연극 ‘포시’(Posh·상류층)는 피그게이트가 터지기 전인 2010년 초연됐다. 연극이 소재로 삼을 만한 피그게이트 같은 스캔들이 처음은 아니라는 얘기다. 1% 중의 1%들의 삶을 훔쳐보는 재미로 출발한 영화는 이런 일이 지금도 실제로 어디선가 벌어지고 있을 거라는 짐작과 함께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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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2015년 10월 21일… 과거의 마티가 찾아온 날

    ‘그날’을 맞아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21일은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2’에서 주인공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도착한 미래의 바로 그날이다. 영화에는 마티가 브라운 박사에게 날짜를 묻자 “2015년 하고도 10월 21일이지”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선 이날 세계 각지에서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재개봉한다. 한국에서는 1987년 1편 개봉 당시 표기법 그대로인 ‘빽 투 더 퓨처’라는 제목으로 1, 2편이 동시 재개봉했다. 또 미국 현지 시간으로 21∼25일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세트장과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언’을 볼 수 있는 ‘위 아 고잉 백’ 행사가 열린다. 펩시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병 모양의 펩시콜라를 6500병 한정수량으로 출시한다. 운동화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영화 속 끈이 저절로 묶이는 나이키 운동화가 출시될 거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국내 누리꾼들도 한마디씩 보탰다. 영화 속에서 마티가 미래에 도착한 시간인 4시 29분에 맞춰 글을 올리며 미리 소감을 밝히는 사람이 많았다. “어디서 갑자기 콰지직 소리가 나며 자동차가 등장해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미래의 그날이 왔는데 내 인생은 변한 게 별로 없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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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 뺀 ‘기자 영화’ 이번엔 기 펼까

    하나의 유령이 한국 영화계를 떠돌고 있다. ‘기자 필패(必敗)설’이라는 유령이. 형사,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한 직업이 활약하는 한국 영화에서 유난히 맥을 못 추는 직업군은 바로 언론인이다. 최근 몇 년 새 개봉한 영화만 봐도 그렇다. ‘모비딕’(2011년·43만 명) ‘찌라시: 위험한 소문’(2014년·122만 명) ‘제보자’(2015년·175만 명) ‘소수의견’(2015년·38만 명)…. 기자 혹은 PD를 주연으로 내세운 이 영화들은 황정민 김강우 박해일 김옥빈 등을 기용하고도 큰 재미를 못 봤다. 그나마 앵커가 주인공인 ‘더 테러 라이브’(2013년)가 관객 550만 명이 들며 체면치레를 한 정도다. ‘기자가 나오는 영화는 망한다’는 농담 반 진담 반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2편이 잇달아 개봉한다. 22일 개봉하는 ‘특종: 량첸살인기’는 방송사 기자 허무혁(조정석), 11월 25일 개봉 예정인 ‘열정같은소리하고있네’는 스포츠신문 연예부 수습기자 도라희(박보영)가 주인공이다. ‘기자 필패설’을 의식한 건지 두 영화가 기자를 그리는 방식은 예전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몸을 낮췄다. 무혁과 라희는 모두 사건을 파헤치는 정의의 사도나 권력과 야합하는 부도덕한 인물이 아닌, 회사에서 살아남으려 발버둥치는 생활인으로 그려진다. ‘특종’의 무혁은 윗선의 ‘코드’를 못 맞춘 탓에 쫓겨날 위기에 처한 인물. 우연히 연쇄살인범의 은신처를 발견해 특종을 터뜨리지만 그 연쇄살인범은 실은 연쇄살인범을 연기하는 연극배우였다. 무혁이 자신의 보도가 오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일은 꼬이기 시작한다. 영화에는 무혁의 단독 보도를 사실 확인도 없이 전 언론사가 받아쓰고, 광고영업을 하는 임원진이 보도 내용에 간섭하는 식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내용이 여럿 등장한다. 대신 상사의 압박에 ‘까라면 까야’ 하는 무혁의 고충은 더욱 강조된다. 노덕 감독은 “무혁을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로 봤다”고 말했다. ‘열정…’ 역시 홍보 포스터에서 라희를 수습기자 대신 수습사원으로 지칭한다. 배급사인 NEW의 양은진 마케팅팀장은 “언론사가 여러 사건사고가 터지는 드라마틱한 장소라 영화에 유리한 배경이라고 봤지만 무엇보다 사회 초년생이 처음 회사에 들어가 겪는 일을 코믹하게 그리는 데 주력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언론사라는 배경보다는 장르적 재미에 집중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특종’은 블랙 코미디와 스릴러가 결합한 작품. 영화 전반부는 무혁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 보도를 계속하며 벌이는 좌충우돌이 킬킬대는 웃음을 자아낸다. 범인의 정체와 의도가 서서히 드러나는 영화 후반부부터는 꽤 순도 높은 긴장감과 오싹함을 선사한다. ‘열정…’은 ‘영혼탈곡기’로 불리는 부장 하재관(정재영)과 라희라는 두 캐릭터 간 합이 보여주는 코미디가 중점이다. 드라마에서는 이 두 가지 차별화 전략으로 ‘기자 필패설’을 극복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말 방영된 드라마 ‘피노키오’는 방송사 수습기자들이 겪는 고생담에 추리와 멜로를 가미해 10%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선전했다. 현재 방영 중인 ‘그녀는 예뻤다’도 잡지사가 배경이지만 인물들의 캐릭터를 강조한 코미디로 인기를 끌고 있다. 과연 ‘특종’과 ‘열정…’은 이 ‘기자 필패설’이라는 유령을 물리치고 흥행 선언을 할 수 있을까.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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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10월 21일” ‘백 투 더 퓨쳐’의 그날이 왔다

    ‘그날’을 맞아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21일은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 2’에서 주인공 마티와 브라운 박사가 도착한 미래의 바로 그 날이다. 영화에는 마티가 브라운 박사에게 날짜를 묻자 “2015년 하고도 10월 21일이지”라고 답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선 이날 세계 각지에서 ‘백 투 더 퓨처’ 시리즈가 재개봉된다. 한국에서는 1987년 1편 개봉 당시 표기법 그대로인 ‘빽 투 더 퓨처’라는 제목으로 1, 2편이 동시 재개봉했다. 또 미국 현지시각으로 21일부터 25일까지 로스엔젤레스에서는 팬들을 대상으로 한 ‘위 아 고잉 백’ 행사가 열린다. 영화가 촬영됐던 세트장과 장소, 타임머신 자동차 ‘드로리언’을 직접 둘러보고 공중을 나는 스케이트보드인 ‘호버보드’가 어떻게 영화 속에서 가능했는지도 보여준다. 영화 속에 등장했던 브랜드들도 발 빠르게 나섰다. 펩시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병 모양의 펩시콜라를 6500병 한정수량으로 출시한다. 운동화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영화 속에 등장했던 끈이 저절로 묶이는 나이키 운동화가 21일을 맞아 출시될 거라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국내 누리꾼들도 한마디씩 보탰다. 영화 속에서 마티가 미래에 도착한 시간인 4시 29분에 맞춰 글을 올리며 미리 소감을 밝히는 사람들이 많았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구나. 어디서 갑자기 콰지직 소리가 나며 자동차가 등장해도 너무 놀라지 마세요.” “미래의 그 날이 왔는데 내 인생은 변한 게 별로 없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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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 다문화 빠진 다문화 시트콤

    미국 ABC의 시트콤 ‘닥터 켄’이 또 다른 아시아산(産) 히트 상품이 될 수 있을까. 3일(현지 시간) 방송을 시작해 2회까지 방영된 이 드라마는 첫회부터 꽤 높은 시청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 켄 정(46)이 주인공 켄 역을 맡고 제작 및 대본 작업에도 참여한 작품이다. 의사 출신 코미디언이라는 자신의 이력을 십분 살린 자전적 이야기다. 한국계 배우가 실제 한국계 이민자의 삶을 그린다는 이유로 주목했지만 웬걸, 기대와는 좀 다르다. 켄은 뛰어난 외과의사지만 시도 때도 없이 엉뚱한 농담과 때론 폭언을 수시로 내뱉는 인물이다. 가정에서는 10대인 딸을 지나치게 걱정하고, 아마도 이민 1세대일 부모와는 사이가 좋지 않다. 정신과 의사인 부인의 말에 겨우 정신을 차리는, 다소 모자란 가장이자 아빠다. 여기까지 설명했으면 눈치챘을 테다. 어디선가 봤던 미국의 전형적인 가족 시트콤에서 내용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아시아계, 혹은 한국계이기 때문에 겪는 일도 있지만 지금까지 방영된 두 에피소드는 대부분 켄의 귀엽지만 때론 짜증나는 코미디 연기로 채워졌다. 켄과 딸, 혹은 켄의 가족과 부모가 겪는 갈등도 어느 가정에나 있을 법한 세대 차, 입장 차로 인한 것들이다. 켄 정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으로서의 경험을 일반화(normalizing)하려고 노력했다. 다문화 시트콤이지만 다문화라는 점을 크게 강조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그런 의도였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듯하다. 하지만 과연 켄 정의 ‘원맨쇼’만으로 여러 시즌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아직 방영 초반이긴 하지만 시청자 댓글 반응이나 각종 리뷰 사이트의 평점을 봤을 때,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아 보인다. 그런 점에서 ‘닥터 켄’은 올해 시즌2를 내보내고 있는 ‘프레시 오프 더 보트’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제목 그대로 배에서 갓 내린, 미국에 정착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대만인 가정을 내세운 시트콤이다. 아시아계라곤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설정된 1990년대 미국 올랜도로 이사한 10대 소년 에디와 가족은 갖가지 문화충격을 겪는다. 에디는 중국음식을 점심으로 싸갔다 냄새난다며 따돌림당하고, 엄마는 이웃 백인 아줌마들과 어울리기 위해 팔자에도 없는 롤러 블레이드를 타야 한다. 이런 무궁무진한 에피소드를 굳이 ‘일반화’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닥터 켄’이 1990년대가 아닌 2015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전형적인 아시아계 이민자 코미디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뜻도 있을 거라고 짐작해 본다. 그래도 왠지 ‘닥터 켄’의 세계가 ‘프레시 오프 더 보트’의 그것보다 더 얕아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듯하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5-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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