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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시(詩) 공모전’을 연 보수단체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교묘하게 비판·풍자하는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해놓고 뒤늦게 입상을 취소하고 출품자를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자유경제원이 공모전 출품작 ‘우남찬가’를 쓴 대학생 장모 씨(24)를 업무방해·사기·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각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고소 내용이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3월 자유경제원은 ‘제1회 대한민국 건국대통령 이승만 시 공모전’을 열어 장 씨가 낸 우남찬가를 입선작 중 하나로 선정했다. 우남찬가의 내용 자체는 이 전 대통령을 훌륭한 국부와 지도자로 칭송하는 문구가 담겼다. 하지만 각 행 첫 글자만 세로로 읽으면 “한반도 분열 친일인사 고용 민족반역자 한강다리 폭파 국민 버린 도망자 망명정부 건국 보도연맹 학살”이 된다. 뒤늦게 이 작품의 속뜻을 알아차린 주최 측은 장 씨의 입상을 취소하고 장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경찰은 심사단계에서 주최 측이 작품을 충분히 탈락시킬 수 있었고 장 씨의 행위에 위계나 위력이 없었다고 판단해 업무방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경찰은 장 씨가 조롱할 목적을 숨기고 입상함으로써 상금 10만 원을 받아 간 행위에 사기 혐의가 있다는 자유경제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공모전에 다양한 입장의 작품을 출품할 자유가 얼마든지 있고 주최 측이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의 이 같은 판단은 장 씨의 우남찬가처럼 각 행의 첫 글자를 이어 의미를 연결하는 기법이 널리 쓰이는 풍자 기법이라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11일째 학교 본관 점거 농성 중인 이화여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사퇴 시한을 못 박아 최경희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평생교육 단과대학’(미래라이프대학) 설립을 반대하는 이화여대 학생들은 7일 성명을 통해 “비민주적인 학교 운영과 경찰의 학내 폭력 진압 사태에 대해 책임자인 최 총장은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9일 오후 3시까지 총장직에서 사퇴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또 “시위에 참여한 모든 학생, 우리를 지지하는 교수들과 직원들, 이화 구성원들에 대한 어떤 불합리한 조치도 없을 것을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경찰의 학생들 감금 관련 수사와 관련해선 “최 총장이 시위 참여자들에 대한 모든 수사 및 당사자들의 개별적인 사법처리 요청을 책임지고 취소시키고 이를 학교 측의 공문과 경찰 측의 공문으로 확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최 총장이 사퇴 시한을 지키지 않으면 10일 대규모 시위를 벌이겠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대 측은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이미 백지화했지만 학생들은 최 총장의 사퇴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퇴 요구와 관련해 이날 학교 관계자는 “아직 총장 사퇴를 논의할 단계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으며 진정한 대화의 장을 열어보고 싶어서 학생들에게 이를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찰이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0)를 성폭행 혐의로 처음 고소했던 20대 여성 등 3명에게 무고와 공갈미수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4차례나 잇따라 피소됐던 박 씨는 성폭행 혐의는 모두 벗었지만 성매매와 사기 혐의로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박 씨를 맨 처음 고소한 여성 A 씨를 무고와 공갈미수 혐의로, A 씨의 남자친구와 사촌오빠에 대해서는 공갈미수 혐의로 각각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이들은 박 씨를 경찰에 고소하기 전에 박 씨 측에 “10억 원이 안 되면 5억 원이라도 달라”는 식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들이 저지른 무고·공갈 범죄의 중대성과 증거 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찰이 가수 겸 배우 박유천 씨(30)를 성폭행 혐의로 처음 고소했던 20대 여성 등 3명에 대해 무고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박 씨 사건과 관련해 첫 고소여성 A 씨에 대해서는 무고와 공갈미수 혐의로, A 씨의 남자친구와 사촌오빠 황모 씨에 대해서는 공갈미수 혐의로 각각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이 저지른 무고·공갈 범죄의 중대성과 앞으로 이들이 담합해 말을 맞출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들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4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됐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날 오후에 결정된다. 경찰은 박 씨 측으로부터 이들에게 돈이 흘러간 정황을 포착해 당초 공갈 혐의를 적용하려 했지만 이 돈이 공갈 행위의 대가였다는 심증만 있을 뿐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 공갈미수 혐의를 적용했다. 앞서 박 씨 측은 A 씨와 A 씨 남자친구, 그리고 폭력조직 조직원으로 알려진 사촌오빠가 고소를 빌미로 5억 원을 요구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을 맞고소했고 관련 녹취파일도 제출했다. 경찰은 A 씨가 고소를 취소한 뒤 양측 사이에 1억 원이 오간 정황을 확보하고 이 중 일부 금액이 오간 증거를 확인한 뒤 돈의 목적과 성격을 규명하기 위해 보강 수사를 벌여왔다. 경찰은 다음주 중에 수사를 마무리하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법원행정처 소속의 현직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혐의로 현장에서 적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최고 엘리트 판사의 성매매 사건이 터지자 대법원과 법원 판사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서울 수서경찰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법원행정처 소속 A 부장판사(45)를 적발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경찰에 따르면 A 부장판사는 2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 단속에 나선 경찰에 적발됐다. A 부장판사는 성매매를 한 뒤 오피스텔 방을 나서다 주변에서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방 안에서 성매매를 한 여성(40)과 성매매 증거물 등을 확보했고 두 사람은 현장에서 성매매 사실을 인정했다.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으면서 A 부장판사는 소속과 직책 등은 밝히지 않은 채 공무원이라고만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A 부장판사의 이름 등을 따로 검색해 정확한 신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서 A 부장판사는 술을 마신 뒤 홍보 전단을 보고 전화로 연락해 성매매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 부장판사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면 경찰이 활용하는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상에 공무원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이를 숨길 수는 없다.3일 오후 사건이 알려지면서 파문이 커지자 A 부장판사는 대법원에 사의를 표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사직 처리를 보류하고 즉시 보직을 해임한 뒤 대기발령 조치했다. 대법원은 “경위 조사와 함께 절차에 따라 엄정하게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A 부장판사는 3일과 4일 휴가를 냈다.사건이 알려지자 법원 내부는 크게 술렁였다. A 부장판사를 잘 아는 법조계 인사들은 대체로 “믿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동기 내 선두그룹으로 꼽힐 만큼 촉망받았고 수줍고 행실이 점잖은 사람”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았다.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보석 등으로 촉발된 법조비리 사건에 이어 또다시 현직 법관 성매매 사건이 터지자 판사들은 “이참에 다른 법관의 비위행위들도 다 적발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익명을 요구한 한 부장판사는 “A 부장판사 혼자만의 일탈인지, 술자리가 법원행정처 단체 회식 자리였는지, 동행은 없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도 “징계나 사표 수리 여부와 관계없이 전체 법관과 법원의 신뢰에 직결되는 사안인 만큼 추후 문제가 될 장작이 하나라도 남아 있게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범죄자를 심판해야 하는 판사는 공직자 중에서도 가장 높은 윤리 수준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재판의 공정성을 높이고 사법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혼자 있을 때에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는 ‘신독(愼獨)’을 수시로 강조한 바 있다.김도형 dodo@donga.com·신나리 기자}
현직 부장판사가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다 현장에서 적발된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 A 씨(45)를 적발해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A 부장판사는 2일 오후 11시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하다가 단속에 나선 경찰에게 현장에서 적발됐다. 성매매 이후에 오피스텔 방 안에서 단속에 적발된 A 부장판사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3일 새벽 귀가했다. A 부장판사는 경찰 조사에서 술을 마신 뒤 홍보 전단지를 보고 직접 연락했다며 성매매 사실을 인정하고 본인의 신분이 공무원이라고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오피스텔 성매매의 경우 좁은 공간에 증거물들이 함께 있는 경우가 많아 성매매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날 수서경찰서 강남경찰서 송파경찰서 등 3곳의 경찰서는 공동으로 테헤란로 주변 오피스텔 등을 대상으로 통상적인 성매매 합동 단속을 벌였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 온 여성의 사진에 반해 500여 차례 메시지를 보내고 집 근처와 직장까지 찾아가 스토킹한 20대 남성이 구속됐다. 서울 성동경찰서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전모 씨(28)를 구속했다고 2일 밝혔다. 전 씨는 페이스북에서 A 씨(27·여)에게 일방적으로 관심을 표현하다 받아들여지지 않자 수개월에 걸쳐 스토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 A 씨는 자신이 다니는 회사 제품을 홍보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실명으로 운영하며 종종 개인 사진도 올렸다. 전 씨는 올 1월 이렇게 올라온 A 씨의 사진을 보고 반했다며 “소개팅할 생각 없느냐”는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A 씨는 처음에는 회사 이미지에 누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전 씨에게 친절하게 답장을 했지만 만남을 심하게 강요하는 메시지가 잦아지자 신변에 위협을 느끼고 5개월여 만인 6월 말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그러자 전 씨는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낸 A 씨 휴대전화로 스토킹을 시작했다. 그는 6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잡아먹겠다”거나 “찾아가겠다”는 등의 위협을 담은 메시지를 500여 차례나 보냈다. 전 씨는 지난달 24일 두 차례 A 씨 직장을 찾아가 “A 씨를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하다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경찰 관계자는 “전 씨가 ‘A 씨를 테러하겠다’는 등의 진술을 해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구속했다”며 “전 씨는 A 씨도 자신에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김도형 dodo@donga.com}
최근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아들이 의무경찰로 복무하면서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 강신명 경찰청장이 유감의 뜻과 함께 경찰의 간부 관용차량 운전요원 선발 절차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1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강 청장은 “일반의경은 기본요건이 되는 사람 중 추첨으로 선발하도록 해 논란을 해소했는데 운전요원 등 특기의경도 선발 절차를 표준화해 논란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운전, 행정 등을 담당할 특기 의경을 선발할 때 관련 자격증 소지 여부나 능력 검증 결과를 토대로 인력 풀(pool)을 구성하고 직속 지휘관이 이 풀에서만 대상자를 추천해 인사위원회를 거치게 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경찰에서는 의경 입대 후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서 복무를 시작한 우 수석의 아들이 지 두 달여 만에 선호도가 높은 서울경찰청 운전병으로 업무지원 발령된 뒤 자신의 전임자가 전역하자 정식 발령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또 이날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은 우 수석의 아들이 실제로 차량을 운전한 날짜가 복무 일수의 절반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운행일지 자료에 따르면 우 수석의 아들은 이상철 서울경찰청 차장의 운전병으로 일하면서 올 1~7월 7개월간 103일을 운행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직속 지휘관 재량으로 복무기간 총 20일까지 갈 수 있는 ‘재량 특박’에 대해서도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소진하지 못하게 하고 계급에 따라 사용 가능한 일수를 정하는 등 균일한 특박 사용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손볼 계획이다. 이런 의혹들과 관련해 이날 강 청장은 “관련 절차에 따라 선발되긴 했지만 그처럼 특수한 위치에 있는 인물의 자제가 선발된 것을 두고는 국민 시각에서 다소 유감스러운 점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폭염에 습도가 높은 날씨인데도 24일 오후 2시 반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중간의 라인프렌즈 플래그십 스토어 앞에는 어김없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매장 1층에 어른 키보다 훨씬 큰 크기로 자리 잡고 앉은 곰 인형 ‘브라운’과 사진을 찍으려는 인파다. 30분을 기다려서야 겨우 사진을 찍었다는 중국인 관광객 왕젠 씨(34)는 아내와 다섯 살 아들, 세 살 딸을 데리고 여길 찾았다. 평소 네이버 모바일메신저 라인을 쓰는 그는 “한국의 유명 관광지를 알아보다 가로수길이 유명하다는 얘기를 듣고 왔다”며 “평소 쓰는 메신저 라인 속의 캐릭터를 좋아하는데 실물을 보니 반가워 줄을 섰다”라고 말했다.강남 ‘핫 플레이스’도 지금 캐릭터 열풍 서울을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로 손꼽히는 가로수길에서 요즘 가장 붐비는 장소가 된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이 매장은 많은 해외 관광객까지 불러들일 정도로 ‘캐릭터’가 가진 힘을 잘 보여 준다. 이날 매장에서는 한국말도 간간이 들렸지만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 등을 쉽게 들을 수 있었다. 표지판, 상품 소개와 같은 내부 안내문도 한국어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를 앞세웠다. 일본인 관광객 오카모토 나쓰코 씨(28·여)는 “평소 쓰는 메신저 라인에서 이모티콘으로 만나는 캐릭터에 정감이 간다”라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강남역 인근 카카오프렌즈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역시 사람들로 붐비긴 마찬가지였다. 이곳은 아예 모든 입장객이 30분가량을 기다려야 들어갈 수 있었다. 매장 앞 강남대로에서는 5만9000원에 달하는 대형 후드티 라이언 인형을 구매한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라이언은 ‘갈기가 없는 수사자’라는 콘셉트의 카카오톡 인기 캐릭터다. 없어서 못 판다는 1만2000원 상당의 미니 후드 라이언은 이날 품절 상태였다.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찾은 이하경 씨(27·여)는 라이언이 좋은 이유를 묻자 “기대거나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성인 남성이 ‘귀여움’에 열광해도 되는 시대” 사람들이 이런 캐릭터에 열광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귀여워서다. 여자 친구에게 대형 후드 라이언을 사 준 김모 씨(32)는 “일상 속에서 함께하는 캐릭터를 항상 옆에 두고 싶은 마음이 큰데 무엇보다 일단 귀여우니까 산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캐릭터에 과거와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호응하는 트렌드에는 설명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귀여운 인형을 찾는 것이 과거에는 아이들의 몫으로 치부됐지만 모바일 메신저 사용층이 전 연령대로 확대되면서 어른들도 자연스레 캐릭터를 좋아하고 아낌없이 돈을 쓰는 상황이 됐다고 보고 있다. 이날 카카오프렌즈 스토어에서는 점원 2명이 60cm 크기의 5만9000원짜리 대형 라이언 인형을 쌓아 올리기가 무섭게 팔려 나가고 있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나를 공격할 것 같지 않다’는 신호를 주는 귀여움은 본능적으로 누구나 좋아한다”라며 “메신저 속 캐릭터가 지금 더 각광받는 것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것과 더불어 섬세하고 배려 깊은 것이 남성에게까지 훌륭한 덕목이 된 시대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과거라면 근엄함을 요구받고 인형 같은 것을 좋아하면 약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해야 했던 세대가 지금은 전혀 개의치 않고 지갑을 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릴 때부터 디즈니 캐릭터를 좋아했다는 회사원 박현성 씨(27·여)는 “예전에는 캐릭터를 좋아하는 걸 안 좋은 시선으로 많이 봤는데 요즘은 아니다”라며 “회사에서 책상에 피규어를 올려놓은 남자 직원을 보면 딱딱해 보이지 않고 정감이 간다”라고 했다. 대학생 차시우 씨(25)도 “피규어를 사서 모아 집에 장식해 두면 외로움도 사라진다”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차 씨는 지금까지 캐릭터 관련 상품에만 100만 원가량을 썼다고 했다.“20조 원 캐릭터 성공 비결은 ‘일상성’” 포켓몬 고와 각종 메신저 캐릭터 열풍은 잘 만들고 가꾼 캐릭터의 위력을 잘 보여 준다. 우리나라는 마시마로와 뽀로로 같은 히트 캐릭터를 만들었지만 일본의 헬로키티, 도라에몽처럼 수십 년 동안 팬층이 두꺼운 캐릭터를 가져본 적은 없다. 포켓몬을 비롯한 일본 캐릭터의 성공 비결은 뭘까. 헬로키티를 단일 캐릭터 중 가장 비싼 20조 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존재로 키워 낸 일본 산리오는 캐릭터의 ‘일상성’을 성공의 비결로 꼽았다. 가와이 요시후미 산리오코리아 대표(54)는 “캐릭터가 성공하려면 소비자의 일상에서 언제나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일상성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른 것으로 헬로키티가 42년간 질리지 않으며 사랑을 받은 이유”라고 말했다. 실제로 산리오는 헬로키티를 비롯한 보유 캐릭터들의 디자인을 매년 조금씩 바꾸고 있다. 37년간 키티를 그려 온 디자이너 야마구치 유코 씨는 키티가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도쿄 시부야와 하라주쿠 등 유행의 중심지를 찾으며 아이디어를 얻는다. 야마구치 씨는 “소녀 시절 키티를 좋아했던 여성이 엄마가 돼 자녀들과 키티를 공유하는 게 키티의 힘”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사회 현상으로도 일컬어지는 ‘키티 맘’은 키티의 최대 지지층이다. 포켓몬 고 열풍에 대해서도 가와이 대표는 “1995년 닌텐도 게임에서 시작한 포켓몬의 정체성을 살리되 최신 경향에 맞게 잘 살렸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고 분석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김도형 기자구특교 인턴기자 서강대 중국문화학 4학년}

헌법재판소가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김영란법이 원안대로 9월 28일 시행된다. 하지만 법의 미비점도 적지 않아 시행 전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영란법의 직접 적용을 받는 국민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임직원과 그 배우자 등 400여 만명에 이른다. 헌재는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을 ‘공직자’와 동일선상에 두고 김영란법에 포함시킨 것은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며 재판관 7 대 2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관들은 다수 의견에서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학생들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내는 교육과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하는 언론의 공적 성격이 매우 크다”며 고도의 청렴성이 요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위헌 의견이 많이 제기된 쟁점도 있었다. △배우자가 직무와 관련해 수수가 금지된 식사대접 등을 받은 사실을 안 경우 신고하지 않았을 때 형사처벌하도록 한 조항(22조 1항 2호) △원활한 직무 수행이나 사교·의례 등의 목적으로 공직자 등이 받을 수 있는 식사 대접 등의 가액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항(8조 3항 2호)은 재판관 5 대 4로 합헌과 위헌 의견이 갈렸다.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사회적 혼란과 갈등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법 시행 이후 수사기관이 본격적으로 단속에 나서면 어떤 행동이 실제 처벌받게 되는지, 어떤 수준의 처벌을 받게 되는지 모호하다는 문제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김영란법이 비교적 소액의 식사 대접까지 규제하는 상황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는 접대 가운데 처벌 대상이 무엇인지 불확실한 것이다. 이런 문제는 사례별로 법원의 판례가 쌓일 때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 내부에서 공식적인 이의 제기도 나왔다. 28일 농림축산식품부는 해양수산부, 중소기업청과 공동으로 김영란법 시행령을 조정해 줄 것을 법제처에 요청하기로 했다. 식사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까지로 규정한 허용 기준을 올려달라는 것이 핵심이다. 시행을 코앞에 둔 법률에 대해 관계 부처가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김영란법이 농축수산업계와 외식업계에 미칠 피해가 너무 커서 그냥 볼 수만은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도형·한우신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위헌 정족수인 6명을 넘지 못해 최종적으로 합헌 결정이 났지만 일부 조항의 위헌성을 지적한 재판관 수도 적지 않았다. 헌법재판관 9명 중 한 조항이라도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은 과반수인 5명이었고 쟁점별로는 합헌과 위헌 의견이 1표 차이에 불과한 ‘5(합헌) 대 4(위헌)’ 조항이 2개였다.○ 재판관 4명 “한국에서 유례없는 입법” 위헌성을 지적한 5명의 재판관은 각각 △심판 대상에 공직자가 아닌 언론사와 사립학교 임직원을 포함시킨 정의 조항 △음식물, 선물, 경조사비 등 가액 상한선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한 조항 △배우자의 식사 대접 등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하는 조항 등이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가장 많은 재판관이 문제 삼은 부분은 ‘배우자의 식사 대접 등 사실을 신고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조항’(제22조 제1항 2호)이다. 이정미 김이수 김창종 안창호 등 4명의 재판관은 “식사 대접 등을 받은 배우자는 처벌을 안 하면서 신고하지 않은 행위만을 처벌하겠다는 불신고 처벌 조항은 우리 형사법 체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극히 이례적인 입법 형태”라고 지적했다. “책임에 상응하지 않은 형벌을 부과해 비례원칙에 어긋나고, 형법 체계상 균형을 상실한 과잉 입법”이라는 것이다. 한국 형사법에서 유일하게 불고지죄 처벌을 규정한 국가보안법에서도 국보법을 위반한 사람이 신고하지 않은 사람보다 무겁게 처벌받고 있다는 근거를 들었다. 이들 재판관은 식사 대접 등의 예외 규정으로서 식사, 선물, 경조사비의 상한액(각각 3만, 5만, 10만 원)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위임한 것에 대해서도 헌법상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봤다. 이 재판관 등은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본질적인 사항은 입법자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대통령령에서 정한 가액은 사실상 국민 모두가 적용받고 실질적 규범력을 가지기 때문에 행정부에 결정을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졸속 입법의 문제점을 꼬집는 의견도 있었다. 조용호 김창종 재판관은 “하나의 조문을 제정 또는 개정하더라도 여론에 호도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내일을 위해 참으로 깊은 고민과 논의를 거듭해 입법해야 한다”며 “민간 영역 중 교육이나 언론만을 대상으로 삼은 합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 전문가 “합헌 결정으로 혼란 종식 안 돼” 헌재의 합헌 결정에도 불구하고 김영란법에 모호한 규정이 많고 과잉 입법 문제가 여전해 9월 28일 법 시행 이후에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했다. 오영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본적으로 너무 많은 사람의, 너무 세세한 행동까지를 법으로 규제하겠다는 과잉 입법”이라고 지적했다.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교사 및 그들의 배우자 등 400여만 명의 일상생활 구석구석을, 비교적 소액 규모까지 규제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김완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는 “헌재의 ‘합헌’ 결정은 헌법 해석상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지 법을 현실에 적용했을 때 부작용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국가 위상에 비해 청렴도가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 법으로 청렴도가 올라갈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재의 합헌 결정 중 배우자 신고 의무 조항을 가장 이해할 수 없다. 우리가 북한인가. 국가의 경제 수준과 사회 환경 등을 고려해 법을 만들고 해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란법의 모호한 규정은 이런 혼란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법이 3만 원을 초과하는 식사 대접에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는데 같은 식사 자리에서 누군가는 비싼 가격의 술을 마시고 누군가는 마시지 않았을 때 각자의 식비를 어떻게 계산하느냐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술을 마시지 않은 사람은 그 사실을 증명하면 그 비용을 빼고 셈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식사와 술자리에서 각자 얼마어치의 술을 마셨는지를 계산하는 것은 말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법 시행 후 수사 당국의 처벌 기준과 법원 판례가 쌓일 때까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청은 28일 헌재 결정 직후 “일반적인 부정부패사범 단속에 준해 수사하고 표적 및 기획 수사는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선 경찰은 접대비 금액을 어떻게 특정할 수 있을지 현실적인 애로를 토로하고 있다. 넓은 규제 범위와 모호한 처벌 규정 때문에 개인에 대한 먼지떨이 식 수사나 표적 수사 등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김영란법이 사회적 이슈에 비판적인 시각을 제기하는 학계 인사와 언론사 임직원 등을 감시하는 장치로 활용될 우려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은 부패 근절이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 전반에 상당한 혼란을 줄 것이라고 우려하는 국민이 적지 않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한국반부패정책학회장)는 “허용 금액이 실생활과 맞지 않는 상황에서 편법이 난무하고 일부만 적발되는 등 일정 기간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공공기관에서는 인사 철에 음해성 투서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신동진 shine@donga.com·김도형·홍정수 기자}
다른 사람의 컴퓨터 화면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악성 프로그램을 만들어 PC방 컴퓨터에 이 프로그램을 유포해 사기도박을 벌인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기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 로 악성 프로그램 제작·판매업자 황모 씨(42) 등 3명을 구속하고, 프로그램을 구매해 도박을 한 전모 씨(32) 등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들은 특정 PC방 관리업체의 관리자 계정을 탈취해 자신들이 만든 악성 프로그램을 각 PC방 컴퓨터 서버에 유포하는 수법으로 지난해 8월과 올 5월 각각 4만여 대와 3만여 대의 컴퓨터를 감염시켜 ‘좀비’화 했다. 이렇게 감염된 컴퓨터는 이용자가 카드도박 게임을 실행할 경우 자동으로 황 씨 일당이 심어둔 악성코드가 실행돼 게임 이용자들이 보는 화면이 황 씨 일당에게도 보이게 된다. 수사 결과 이 악성 프로그램은 여러 명에게 범죄 수익을 안긴 것으로 드러났다. 프로그램 제작자 오모 씨(32)는 주범 황 씨로부터 생활비 지원을 약속받고 김모 씨(32)와 함께 상대방 화면을 볼 수 있도록 하는 악성코드를 만들어 황 씨와 다른 이들에게 팔아 2억30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올렸다. 또 이모 씨(34)와 김모 씨(34)는 오 씨에게 매일 30만 원을 주는 조건으로 프로그램을 구매했고 이를 다시 인터넷 카드 도박꾼들에게 매일 40만¤50만 원을 받고 재판매해 올해에만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 카드 도박꾼 전모 씨(32) 등 5명은 이 프로그램을 구입해 상대방의 패를 보는 수법으로 게임머니 5조 원 상당을 가로챈 뒤 이를 환전해 55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거뒀고 게임머니 환전상 김모 씨(31)도 1억1000만 원 가량의 부당한 이득을 취한 것으로 밝혀졌다.김도형 dodo@donga.com}
대형 인터넷 쇼핑몰인 인터파크가 해킹돼 1030만 명에 이르는 개인 정보가 유출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기업이 축적한 개인 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는 일이 잇따르는 가운데 인터파크 측은 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유출 사실을 공개하겠다며 30억 원에 이르는 금품을 요구할 때까지 두 달 동안 유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25일 경찰청 사이버안전국과 인터파크에 따르면 5월 인터파크의 서버가 해킹당하면서 고객 1030여만 명의 이름과 아이디, 주소, 전화번호 등의 정보가 유출됐다. 이번 해킹은 악성코드를 심은 e메일을 인터파크 직원에게 보내 개인용 컴퓨터(PC)를 먼저 장악하고 이 PC를 이용해 데이터베이스(DB) 서버 접근이 가능한 PC에 침투한 후 DB로 파고드는 방식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상 업체에서 보관하지 않도록 하고 있는 주민등록번호는 이번에 유출되지 않았다. 특히 이들은 정보를 빼내는 데 성공하자 7월 e메일을 통해 인터파크 측에 “개인 정보 유출 사실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추적이 어려운 가상화폐 ‘비트코인’ 형태로 30억 원 규모의 금품을 달라고 요구했다. 인터파크 측은 이런 협박을 받은 뒤에야 유출 사실을 인지하고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은 해킹이 시작된 인터넷 프로토콜(IP) 추적에 주력하고 있다. 유출된 정보를 악용한 2차 피해 우려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는 “유출된 정보가 다른 곳에 공유된 흔적이나 뚜렷한 2차 피해 징후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을 통한 대량의 개인정보 유출이 잇따르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기존에 유출된 정보와 결합돼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기존에 여러 경로로 유출된 개인정보의 양이 막대하기 때문에 새롭게 유출된 정보와 결합해 보다 정확하고 최신화된 개인 정보가 만들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한 2차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 관계자도 “보이스피싱이나 기업의 마케팅 활동 등에 쓰일 수 있는 수준의 정보가 유출된 것으로 판단하고 진행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법원은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등에서 발생한 총 1억 건 이상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해 카드사의 유죄와 배상 책임을 인정하기도 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유출 사건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미래부, 방통위 공무원 및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조사단을 구성해 조사를 실시한다고 이날 밝혔다. 유출된 개인정보를 이용한 파밍, 피싱 등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이용자들에게는 비밀번호를 변경할 것을 당부했다. 방통위는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해 개인 정보 불법 유통 및 노출 검색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www.i-privacy.kr)를 24시간 가동해 신고를 받기로 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손가인 기자 gain@donga.com }

“합의에 서명할 때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는 안 된다’는 결론을 빨리 얻어내면 문화재청이 주장했던 ‘수위 조절안’으로 정면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문화재청장을 지낸 변영섭 고려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65·사진)는 임시 물막이 추진 결정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과학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방안을 전략적으로 받아들인 것이지만 국무조정실 등이 강하게 추진하는 방안을 거부하기가 그만큼 쉽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언제든 사표를 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일했다는 변 교수는 임시 물막이 추진이 결정된 그해 11월 경질됐다. 변 교수는 ‘반구대 전문가’로 손꼽혔다. 그는 반구대를 사이에 둔 박 대통령과의 인연이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이던 2010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1시간 30분 동안 반구대 암각화의 가치와 훼손 상황 등을 브리핑했다는 것이다. 변 교수는 “문자가 없던 시절 그림으로 쓴 민족 최초의 역사책인 암각화가 수시로 물에 잠기는 ‘물고문’을 당하면서 4분의 1이나 무너졌다고 설명했다”고 했다. 고래 사냥을 포함한 해상·육상 동물이 모두 그려진 300여 개의 그림이 가로 8m, 세로 2m 크기의 암면에 빼곡하게 새겨진 한국을 대표하는 선사 유적이자 세계 최고(最古)의 암각화. 박 대통령도 반구대 암각화의 위기에 큰 관심을 보였던 걸로 변 교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런 변 교수가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문화재청장에 임명될 때만 해도 이 문제는 마침내 해법을 찾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갈등 해결은 쉽지 않았다. 변 교수는 사연댐 수위를 낮춰 암각화를 물에 잠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했지만 울산시 측은 “맑은 물이 부족하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서는 상황에 변함이 없었다. 임시 물막이는 그런 상황에서 등장했다. 2013년 5월 9일 한 중앙 일간지에 생소한 사진과 함께 기사가 하나 실렸다. ‘암각화, 투명한 댐으로 물 차단하면 어떨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함인선 포스코A&C 기술고문이 임시 물막이라고 불리게 되는 ‘트랜스포터블 댐’ 구상을 처음 공개했다. 이 구상은 나중에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 대학원생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 번 훼손되면 복구가 불가능한 국보급 문화재 앞에 세우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검증된 적이 없었던 방안. 하지만 이 계획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정부 계획으로 채택됐다 결국 실패로 돌아간 가운데 변 교수는 “의원 시절 두 차례나 사연댐 수문 설치 관련 예산을 반영할 정도로 박 대통령의 애정이 컸는데도 결국 부정직하고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이 진행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의지를 가진 사안인 만큼 관계자들이 어떤 식으로든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불완전했던 임시 물막이를 추진했던 것에 불과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국보 제285호 ‘울산 반구대 암각화’의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 모형 검증실험에 청와대와 정치권이 개입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묵살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치논리로 추진된 3년간의 임시 물막이 실험이 최종 실패로 끝나면서 암각화 보존 시기를 놓친 채 28억 원의 국민 혈세만 낭비하게 됐다. 임시 물막이 사업 추진 당시 문화재청장이던 변영섭 고려대 교수(고고미술사학)는 24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임시 물막이가 과학적으로 실현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하지만 당시 국무조정실이 물막이 설치를 강하게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 국무조정실뿐 아니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암각화 대책을 막후 지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압박도 작용했다. 임시 물막이 기술검증평가단의 한 위원은 “모형 실험이 결정된 지난해 3월 4일 평가단 회의가 열리기 직전 울산을 지역구로 둔 여당 국회의원으로부터 실험 착수에 동의해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4년 평가단 구성 초기부터 수리(水理) 전문가들이 임시 물막이는 비현실적인 방안이라는 의견을 꾸준히 제시했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해 말부터 올 5월까지 진행된 세 차례의 모형 검증실험은 모두 실패로 끝났고, 이달 21일 문화재위원회는 사업 중단을 공식 선언했다. 임시 물막이 사업은 1965년 사연댐 설치 이후 암각화의 침수 훼손을 막기 위해 길이 55m, 너비 18m(암각화로부터 거리 포함), 높이 16m의 거대한 투명판을 세우려던 계획이다. 그러나 물막이 투명판의 이음매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사업이 전면 취소됐다. 3년간 허송세월을 하면서 그사이 암각화의 훼손은 더 심해졌다. 이미 7년 전 문화재청 자체 조사에서 암각화의 풍화단계는 6단계 중 5단계인 ‘흙 상태 진입 직전’까지 간 상황이다. ▼ 평가단이 이의 제기하자… 문화재청 “총리실서 내려온 사안” ▼28억 원의 혈세만 낭비하고 3년 만에 원점으로 돌아간 반구대 암각화 보존 대책은 정부와 정치권이 이미 결론을 내린 상태에서 추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무 기관인 문화재청과 울산시는 ‘가변형 임시 물막이(키네틱 댐)’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전문가들의 반대 의견에도 정치권의 눈치만 살핀 ‘영혼 없는 행정’으로 비판받고 있다. 울산 반구대 암각화 ‘임시 물막이 기술검증평가단’의 한 위원은 24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여기 왜 있나’ 싶을 정도로 학자로서 자괴감이 들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반구대 암각화 사태는 정치가 개입해 문화재를 망친 대표 사례”라고도 했다. 기술검증평가단은 수리(水理) 토목 건축 기계 분야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된 민간위원회로 임시 물막이 검증실험의 모든 과정을 평가 감독했다. 평가단 위원들에 따르면 2013년 6월 국무조정실과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울산시가 ‘임시 물막이 사업 추진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 전부터 전문가들은 임시 물막이의 기술적인 문제점을 문화재청과 울산시에 알렸다. 한 위원은 “2013년 5월 문화재청이 자체 구성한 전문가 자문단 회의에서 ‘구조물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 절대 불가능한 방안’이라는 의견을 수차례 전달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종 실험에서 확인된 이음매 누수(漏水) 현상은 수차례 경고된 사항이었다. 평가단 위원은 “2013년 5월 전문가 회의에서 ‘구조물의 누수가 우려된다. 어떻게 해결할 거냐’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당시 임시 물막이를 제안한 함인선 포스코A&C 기술고문이 ‘누수가 심하지 않을 것 같으니 철판 등으로 막으면 된다’고 답해 황당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함 고문의 기술제안서 자체가 허점투성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가단 관계자는 “제안서를 훑어보니 기초 계산조차 틀린 ‘부실 보고서’였다”며 “함 고문이 수리 전문가가 아닌 건축가 출신이다 보니 부력(浮力)의 원리도 모르는 설계가 담겨 있더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사전에 임시 물막이 실험의 문제를 충분히 인지한 문화재청과 울산시가 MOU 체결에 나선 이유는 뭘까. 평가단 위원은 “MOU 체결 후 재차 문제를 지적하자 문화재청 담당자가 ‘총리실에서 내려온 사안을 우리가 어떻게 거부하겠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변영섭 전 문화재청장은 본보 인터뷰에서 “국무조정실이 물막이 설치를 강하게 추진했다”며 “결정 이후 암각화 주변에서 공룡 발자국 81개가 발견됐지만 물막이 설치를 강행하는 분위기에서 확대 발굴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앞서 MOU 체결 직전인 2013년 4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반구대 암각화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발언한 직후 문화재청은 기존 ‘사연댐 수위 조절안’을 포기하고 임시 물막이 사업을 추진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당시 모철민 대통령교육문화수석이 암각화 대책을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도 가세했다. 한 평가단 위원은 “새누리당 소속 울산 지역구 국회의원이 지난해 3월 4일 최종회의 직전 전화를 걸어와 ‘운문댐을 통한 대체 식수원을 확보할 때까지 2, 3년만 시간을 벌 수 있도록 검증실험안을 통과시켜 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일부 평가단 위원이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은 이런 압력이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댐 구조 전문가의 자문서를 붙이는 조건으로 검증실험이 결정됐지만, 끝내 자문서는 평가단에 제출되지 않았다. 임시 물막이의 실효성을 인정하는 수리 전문가를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게 평가단 위원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평가단 위원은 “임시 물막이 기술 검증부터 입찰 심의까지 모든 과정이 마치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진행됐다”며 “황금 같은 시간과 세금을 낭비했지만 책임지는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김도형 기자}

영화배우 겸 탤런트 이진욱 씨(35)가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고소 여성이 이 씨를 무고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24일 이 씨를 고소한 여성 A 씨를 22, 23일 불러 2차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A 씨의 변호인단은 A 씨가 2차 소환 조사를 받은 23일 더 이상 법률 대리를 않겠다고 발표했다. A 씨의 변호를 담당한 법무법인 현재는 이날 오전 새로운 사실 관계의 발견과 수사 대응 방법에 대한 이견, 그로 인한 신뢰 관계 훼손 등을 이유로 고소 대리인을 그만뒀다고 밝혔다. A 씨 변호인단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A 씨가 이 씨를 무고했을 가능성 등에 대해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경찰도 A 씨의 무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집중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양측을 조사한 결과 A 씨가 이 씨를 무고한 정황이 짙어 보이는 상황”이라며 “A 씨의 무고 여부를 집중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A 씨는 12일 처음 만난 이 씨, 지인과 저녁을 먹은 뒤 이 씨가 자신의 집에 찾아와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주장하며 14일 경찰에 고소장을 냈다. 피소 사실이 알려지자 이 씨는 즉각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이틀 뒤인 16일 A 씨를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정당법상 금지된 지역위원회 사무실을 운영하며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던 심재권 더불어민주당 의원(70)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9단독 강수정 판사는 21일 정당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심 의원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은 16대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했던 1990년대 후반부터 사무실을 차려놓고 민주당 중앙당과 팩스를 주고받거나 선거 캠페인에 대해 회의를 하는 등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운영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시도당의 하부조직을 운영하기 위해 당원협의회 사무소를 둔 자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정당법을 심 의원이 위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유죄 판결이 심 의원의 의원직 유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심 의원은 2008¤2010년 민주당 강동을 지역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사무 공간 한 곳을 포럼 사무실처럼 만들어 놓고 사실상 지역위 사무실로 쓴 정당법 위반 혐의로 2013년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심 의원은 이 정당법이 정당 활동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며 위헌심판 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이며 재판이 중지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올 4월 현행 정당법이 합헌이라고 결정 내리면서 재판이 재개됐다. 이번 판결과 관련해 심 의원은 “지역위원장은 중앙당에서 내려오는 지시를 어디선가는 처리해야 하는데 길거리에서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며 “잘못된 현행법을 고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경찰이 성폭행 논란에 휘말린 개그맨 유상무 씨(36)의 혐의를 인정해 사건을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21일 유 씨가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성관계를 시도한 점을 인정, 강간 미수 혐의를 적용해 22일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 씨는 5월 18일 오전 3시경 강남구 한 모텔에서 20대 여성 A 씨를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친 혐의를 받고 있다. 유 씨는 경찰 조사에서 성폭행 혐의를 부인하며 “합의 하에 성관계를 하려 했는데 상대 여성이 ‘아프다’며 거부해 성관계를 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두 당사자의 진술과 A 씨가 제출한 상해진단서 등을 종합해볼 때 강간미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사건이 처음 알려졌을 때 유 씨 측이 “술에 취한 여자친구가 신고해 생긴 해프닝에 불과하다”는 취지로 한 해명은 거짓말로 밝혀졌다. 두 사람은 사건 발생 3, 4일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알게 돼 두 차례가량 만났을 뿐 사귀는 사이는 아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경찰은 두 사람이 모텔 방까지 가는 과정에는 강제성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 씨의 소속사인 코엔스타즈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 발표를 납득하기 어렵다”며 “소속사와 유 씨의 법률대리인은 여전히 무죄를 추정하며, 더 면밀한 검찰 조사가 이뤄지면 진실은 명명백백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전관예우 문제의 본질은 일부의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임료에 있습니다. 그건 애써 무시하면서 다른 해결책을 찾겠다고 하니 ‘최유정 방지법’ 제정에 나선 겁니다.” 최근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만난 박인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63·사진)의 목소리에 답답함이 묻어나왔다. 검사 출신인 박 교수는 4년 동안 차관급인 국무총리 소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 위원장을 지내고 올해 초 학교로 돌아왔다. 입법을 위해 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로도 나선 박 교수가 얘기하는 ‘최유정 방지법’은 ‘형사사건 수임료 상한제’를 말한다.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와 관련된 법조 비리에 연루된 가운데 이런 일을 막겠다는 뜻이 담겼다. 1987년 임용돼 만 8년간 검사로 일했던 박 교수는 “그때도 이런저런 청탁성 전화를 받았는데 지금도 변호사의 90%는 전관예우가 실존한다고 말하는 것이 부끄러운 현실”이라고 했다. 전관예우라는 듣기 좋은 말로 포장돼 있지만 결국 돈으로 범죄에 대한 처벌을 없애거나 낮추는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는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이른바 ‘마약사위’ 사건 얘기도 꺼냈다. 박 교수는 “피고인 측이 경북 영주시에 변호사 사무실을 낸 전직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단순한 마약 사건을 맡기며 수임료로 5000만 원을 주는 걸 이상하지 않게 여기는 것 자체가 비정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호사의 수임료를 법적으로 제한하는 제도는 1982년 제정된 적이 있지만 1999년 경쟁을 제한하는 담합행위라는 등의 이유로 사라졌다. 법정 최고 금리 이상의 이자는 법적으로 효력이 없는 것처럼 기준 이상의 형사사건 수임료는 못 받게 하자는 것이 박 교수가 입법하려 하는 ‘최유정 방지법’의 핵심이다. 국회에 법조계 출신이 많아 입법이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이 일에 뛰어든 이유는 뭘까. 박 교수는 “소액사건 수임도 어려운데 일부가 수임료를 독차지하니 학생들도 나중에 ‘전관’의 혜택을 누려 보려고 더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법조계 선배로서 좀 더 공평하고 올바른 법조 문화를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현직 경찰이 전직 조직폭력배에게 수억 원을 빌려주고 연간 120%에 달하는 고율의 이자를 챙긴 사실이 드러났다. 서울동부지법은 서울 서초경찰서 소속 남모 경감에게 대부업 자금으로 쓴다며 5억 원을 빌리고 2억 원을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기소된 라모 씨(51)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남 경감은 2008년 8월 라 씨가 합법적인 대부업을 하겠다면서 자신에게 돈을 빌려가 놓고 실제로는 정선 카지노에서 도박자금을 빌려주는 불법 대부업을 하고 돈도 다 갚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라 씨를 고소했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남 경감과 라 씨가 약속한 이자는 연 120%였고 남 경감은 라 씨가 카지노 불법 대부업 자금으로 돈을 빌린 사실을 알았다는 점이 밝혀졌다. 남 경감은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자신이 빌려준 돈이 도박자금으로 이용되는지 몰랐다고 진술했지만 검찰 수사 때는 그런 사실은 알았지만 합법적 대부업인 줄 알았다며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경찰청은 남 경감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지만 라 씨가 진술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사실 관계를 계속 파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