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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가 13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대북전단 살포 지역(원점)을 초토화하는 훈련을 끝냈다”고 밝혔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7일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면서 남북대화 기류에 찬물을 끼얹은 가운데 이를 빌미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까지 드러난 것이어서 주목된다. 최 대표는 신의주에 거주하는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서부전선 최전방 부대인 북한 황해북도 평산의 2군단사령부 소속 A 상좌(한국군의 대령과 중령 사이)가 최근 신의주 친척집을 방문해 ‘국방위원회 최고 존엄(김정은)의 지시가 하달됐으며 삐라(대북전단) 살포 지역을 초토화하는 예행연습을 완료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A 상좌는 “삐라의 (남측) 원점을 관할하는 지역부대 책임자를 처벌하겠다는 (김정은의) 지시도 내려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대북전단 살포 원점에 대한 공격과 관련해 “해주 지역의 4군단사령부와 판문점을 관할하는 민경대대가 2군단과 경쟁 체제”라는 말도 전했다. 최 대표는 “A 상좌의 발언은 대북전단 살포에 항의하는 친척들에게 염려하지 말라고 말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이런 소식은 정보 당국에도 전달됐다. 최 대표는 “최전방의 북한군이 경쟁적으로 대북전단 살포 원점 타격 훈련을 하는 상황에서 대북전단이 살포되면 북한이 이를 빌미로 제2의 연평도 도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최근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가 담긴 DVD 등을 20일경 북한에 보내겠다고 예고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박 대표에 대한 살해 협박을 했고 지난해 10월 대북전단을 향해 고사총(기관총) 사격을 했다.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라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13일 “대북전단 살포를 중지해 달라”는 내용의 호소문을 내고 이를 류길재 통일부 장관에게도 전달했다. 납북자가족모임은 호소문에서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남북)대화의 최우선 문제로 정하고 대북전단 단체에 전단 살포 중지를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대북전단 살포 단체에는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도록 큰마음으로 전단 살포를 중지하길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에도 “이산가족, 납북자, 국군포로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대화에 즉각 나서라”라고 촉구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경제 회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향을 보여줬다. 그러나 ‘소통 부재’라는 국민들의 인식을 완화하는 데는 아쉬웠다.”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 대한 동아일보 전문가 패널 13명의 총평이다. 전문가 패널이 대통령의 3년 차 구상을 본 평균점수는 6.95점(10점 만점, 13명 기준)에 그쳤다. 박 대통령의 경제와 남북관계 구상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준 반면 국정 비전 제시와 국민 소통 측면에선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구체적 점수를 주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집권 3년 차를 맞아서도 ‘소통 부재’를 여전히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대통령이 ‘장관의 대면보고가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는 것은 자신과 외부의 소통에 대한 인식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인적쇄신 요구도 대통령이 단순한 정치공세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효재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16개의 질문 중 인적쇄신과 관련된 질문이 9개였다는 점은 국민의 생각이 어디에 닿아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러나 대통령의 모두 발언 중 이 문제와 관련된 부분은 극히 일부여서 국민들이 ‘대통령의 생각은 우리와 다르구나’라고 느낄 수밖에 없는 회견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신년 기자회견이 국민에게 희망과 비전을 보여주기엔 미흡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통령이 국정 3년 차를 맞아서도 답답한 경제·민생 문제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국민이 희망을 갖기에는 전반적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고 평가했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도 “구체적인 설명 없이 ‘골든타임’이라고만 강조하니 국민들이 정말 가슴으로 ‘중요한 시기구나’라고 공감하지 못 한다”며 “청와대가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를 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이 신설하겠다고 밝힌 ‘청와대 특보단’이 과연 필요한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새롭게 제안한 청와대 특보단은 권한과 책임이 분명치 않은 기구”라며 “경우에 따라 정치적 논란이 될 수 있는 비선을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관계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통로를 제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에 대화를 촉구하면서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등 남북대화를 위한 한국의 조건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북한인권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뺀 것 같고, 잘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반면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대화 제의가 있었어야 했다”고 말했다. 냉각된 한일관계를 놓고는 대통령의 구체적 해법이 없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한일관계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가질 만한 구체적 비전과 전략이 나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기자회견에서 허심탄회한 질문이 이어진 것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는 “이른바 ‘문고리 3인방’ ‘청와대 문건’ ‘정윤회 비선 논란’ 등 대통령에게 껄끄러운 질문들이 나왔지만 대통령이 어려워하면서도 답변에 응했다”며 “이는 내실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윤완준 기자}

통일부가 8일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인터뷰’가 담긴 DVD 등을 북한에 보내려던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사진)의 움직임을 제지할 뜻을 나타냈다. 북한의 신변 위협이 나온 뒤였다. 이에 박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장관 등 정부의 책임 있는 분(당국자)이 ‘남북대화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요청해 오면 국익을 위해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 목숨은 내가 책임질 것”이라며 “신변 위협을 이유로 한 자제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할 의사가 있으나 자제할 명분을 정부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박 대표는 “정부로부터 아직 DVD 살포를 중단해 달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 살포는 나 혼자가 아니라 미국 인권단체인 ‘인권재단(HRF)’과 같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정부가 (전단 살포 자제가) 정말로 필요하면 우리 단체를 앉혀 놓고 양보해 달라고 설득하라. 그러면 나도 대한민국 국민인데 자제할 용의가 왜 없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2008, 2009년에도 현인택 당시 통일부 장관, 박희태 당시 국회의장 등이 공문으로 전단 살포 자제를 정식으로 요청했을 때 받아들인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와 정치권이 8일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자제토록 하는 방향으로 공론화에 나섰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이날 “정부에 ‘대북 전단 살포 행위’가 남북관계 개선을 훼손하고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남북 당국 상호 비방·중상 중단 합의 이행 촉구 결의안’을 처음으로 통과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민간단체가 전단을 날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 물밑에서 선제적으로 나설 것이다”라며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라고 말했다. 비공개로 자제를 요청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전단 살포를 막는 예방 조치를 취하겠다는 얘기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이날 외통위에 출석해 “(전단 살포 제지가 정당하다는) 사법부 판단과 국회 결의안을 존중한다”며 “대북 전단 살포가 주민 안전에 위협을 주고 내부 갈등을 일으키는 점에 대해 필요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대북 전단 살포가 남북관계 개선과는 큰 관계가 없다”며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으나 기존에 언급했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지는 않았다. 적극적으로 전단 살포 제지에 나서지만 남북대화에 매달리거나 북한 주장을 수용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밝힌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가 담긴 DVD 등을 북한에 보내겠다고 예고한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를 살해하겠다고 협박한 북한 평양방송(대외용 라디오방송)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면서 “박 씨가 공개적으로 DVD를 날리면 신변안전이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정부가 안전조치를 취하고 결과적으로 DVD를 날리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남북대화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전단 살포) 자제를 요청하면 국익을 위해 자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남북대화를 이유로 공식적으로 자제를 요청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류 장관이 말한 “대북 전단이 남북관계와 관계없는 문제”라는 정부의 기본 방향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전단 문제는 공식적인 자제 요청보다는 정부-민간단체 간 물밑 협의로 해결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는 이날 전단 살포 중단을 요구한 북한 국방위원회 대변인 담화에 대해 “남북대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 주장을 되풀이하지 말고 남북관계 발전을 위한 대화의 장에 조속히 나오라”고 촉구했다. 외통위 결의안도 북한이 대북 전단 살포 민간단체에 대해 보복 조치 등을 언급하며 위협하는 것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새해 남북대화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으려는 박근혜 정부가 대북전단 대책을 놓고 시험대에 올랐다. 북한이 7일 정부에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으며 남북대화의 조건으로 내걸자 정부는 “골치 아픈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며 머리를 싸매는 분위기다. 북한은 민간단체가 5일 전단을 살포한 것을 두고 문제 삼았다. 자유북한운동연합 박상학 대표도 김정은 암살을 소재로 한 할리우드 영화 ‘인터뷰’가 담긴 DVD 등을 이달 북한에 보내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정부 태도는 모호하고 수세적 정부는 ‘전단 살포 제지가 정당하다’는 6일 의정부지법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수세적 대응에 머물고 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대북전단 살포 가능성을 사전에 인지하면 국민의 신변 위협을 줄이기 위해 경찰이 안전 조치를 취할 것이지만 전단 살포를 직접 막는 물리적 조치는 취할 수 없다”며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정부는 지난해 북한의 군사도발 이후 전단 살포 단체와 지역주민 간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 경찰을 동원해 전단 살포를 저지했다. 하지만 이는 사태 예방이나 전략적인 접근과는 거리가 있다.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7일 한 라디오에서 “정부가 (대북전단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상황이 악화돼 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날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통준위 내에 대북전단뿐 아니라 다른 문제에서도 남북대화 재개의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 대신 반관반민 기구인 통준위 관계자가 대북전단 살포 자제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다.○ 유연하고 전략적인 대응 필요 전문가들은 대북전단 살포 문제를 ‘된다, 안 된다’라는 차원이 아니라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해 한시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막는 정부의 전략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13년 6월 북한의 군사공격 위협이 고조된 직후엔 경기 파주시 임진각에서 대북전단을 날리려던 민간단체의 행사장 진입을 경찰이 원천봉쇄했다. 2008년 11월에는 정부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연 뒤 민간단체들의 전단 살포행위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통일부는 당시 이런 내용의 공문을 민간단체들에 직접 전달하는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기도 했다. 물론 북한이 대화의 진정성을 보이지 않은 채 대북전단과 군사훈련을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은 막아야 한다. 북한이 남남 갈등을 유도할수록 정부가 대북전단을 막을 명분도 줄어든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대화에 나와서 논의하면 될 일을 이런 식으로 악용하면 안 된다. 그러면 박 대통령도 위협에 굴복해 원칙을 바꾼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유연한 대응을 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 대북전단 전달 효과 논란 민간 주도로 이뤄지는 대북전단의 실효성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한 주민들에게 외부 정보를 알리고 김정은 체제의 실상을 깨닫게 하겠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보여주기 식 이벤트로 흐르면서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공개리에 발송한 대북전단의 상당수가 북한 땅에 닿지도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총 일곱 번의 대북전단 공개 살포 가운데 절반이 넘는 네 번의 전단이 북한이 아닌 경기 의정부시 평택시 여주시 등 국내에서 수거됐다. 상공에서 터지지 않고 2만∼3만 장씩 묶음 상태로 발견되기도 했다. 북한 인권활동가 출신인 하 의원은 “날짜를 미리 정해놓고 이벤트성으로 대북전단을 보내면 효과도 없이 불필요한 남남 갈등만 야기한다”며 “공개적인 전단 살포는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조숭호 기자}
순항할 듯했던 새해 남북대화 무드에 또다시 난기류가 조성되고 있다. 북한이 7일 ‘대북전단 살포’를 또 문제 삼았다. 북한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사 논평에서 한 민간단체가 5일 대북전단을 살포한 것을 거론하며 “대결망동의 배후에 미국과 남조선(한국)의 우익 보수세력이 있다. 남조선 당국이 삐라(전단) 살포를 묵인, 조장하고 부추기고 있다. 묵인은 공모결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망동을 묵인해 북남(남북)관계를 또다시 파국으로 몰고 갈지, 아니면 진심으로 북남관계 개선과 대화에 나설지 입장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북한이 앞으로 공식 기관을 동원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한편 지난해 10월 대북전단 살포에 고사총(기관총) 사격을 한 것처럼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기류를 감안한 듯 이날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남북대화를 열어가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걸(대북전단 살포를) 자제했으면 한다”고 밝혔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6일 북한 나진선봉경제특구에 대한 정부의 투자 의사를 밝혔다. 주 수석은 이날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경남대, 북한대학원대 초빙교수 연찬회 강연에서 “나진선봉은 국제화된 지역이어서 앞으로 우리 투자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특구 등 북한에 투자하려면 유엔 제재가 없어야 한다”고 밝혀 북핵 문제에 진전이 있어야 북한의 특구에 대한 정부의 대북 투자가 가능하다고 시사했다. 그는 북한 나진항을 통해 포항에 석탄을 들여오는 나진-하산 프로젝트에 대해 “앞으로 한국 국적 선박이 운송할 수 있게 하겠다”고도 말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앞으로 새로운 방향을 취하기 위해 (남북) 적십자사 협력 등 여러 가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탈북자 이민복 씨(58·북한동포직접돕기운동 대북풍선단장)는 2013년 4월 대북전단을 날리기 위해 경기 포천시 민간인통제선 근처 야산으로 향했다. 그러나 정부는 남북 관계 악화를 내세워 살포 중단을 요구했고 급기야 경찰은 이 씨의 차량을 막아섰다. 이 씨는 포기하고 돌아섰다. 이 씨가 전단을 날리려다 정부 제지에 막혀 실패한 것은 10여 차례에 이른다. 지난해 6월 이 씨는 국가를 상대로 5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경기 의정부지법에 냈다. 국가가 신변 보호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로 대북전단 활동을 방해해 “기본권을 침해당했고 경제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다. 그러나 법원은 6일 원고 패소 판결했다. 국민을 위협하는 대북전단 살포를 국가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제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급박한 위협에 놓였고 이는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명백한 위협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북한이 보복을 천명하고 실제 북한군이 쏜 고사총탄이 경기 연천군 민통선에 떨어진 사실을 ‘위협의 근거’로 꼽았다. 이번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공식적으로 전단 살포를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임병철 통일부 대변인은 “사법부 1심 판결이 나온 것은 알고 있지만 헌법상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법적 근거 없이 제한할 수 없다는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법원 판결 하루 전인 5일 오전 이 씨는 연천군과 강원 철원군 경계 야산에서 대북전단 130만 장을 담은 풍선을 북쪽으로 날려 보냈다.조영달 dalsarang@donga.com·윤완준 기자}
신년 초부터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남북 간에 다각적인 물밑 접촉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남북 대화를 통해 남북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북측이 민감해하는 한미 연합군사연습 ‘키리졸브’ 가 예정된 2월 말이나 3월 초까지는 두 달도 남지 않았다. 냉각기를 지속했던 남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사전 교감에 따른 물밑 접촉이 필요하기도 하다. 공개적 회담에만 의존하면 자칫 선전전으로 흘러 원하는 목표를 얻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권 내부에서 제기된 이 같은 지적은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전달됐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비밀 접촉 방식의 대화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들은 5일 “(박 대통령이) 비밀이나 비선 접촉에는 워낙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29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세워 전격적인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제의할 때도 남북 간에 사전 교감은 없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남북 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선제적으로 보인 점은 좋았지만 북한이 부정적으로 보는 통준위를 내세웠다는 점에서는 북한과 사전 교감이 필요했는데 그러지 않았다”며 “북한이 대화 제의의 배경이 뭔지 헷갈려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전 교감이 없었기 때문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남북 대화 ‘취지’에는 화답했지만 대화를 담는 ‘그릇’에는 박 대통령의 제안에 밀릴 수 없다는 취지에서 ‘최고위급 회담’ 카드를 들고 나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남북 물밑 대화에 관여한 한 인사는 “사전 교감이 없는 전격적인 대화 제의는 국내 정치용이라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비공개 접촉 가능성까지 모두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뒷거래식 비밀 접촉에 부정적인 것이지 공개 시점에 시차를 두는 비공개 접촉에까지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북 정상회담이나 5·24 대북 제재 해제 등 민감한 현안의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서 비공개 접촉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사전 접촉이 이뤄진 뒤 중간발표를 한다면 충분히 남북 대화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 북핵 문제에 진전이 없는 한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할 생각이 없는 미국 정부도 자국민 구출 등을 위해선 비공개 물밑 접촉을 해 왔다. 실제로 미국 백악관과 국무부 관계자가 수차례 군용기로 극비 방북해 석방 협상을 벌였다. 한 전문가는 “미국과 쿠바 간 국교 정상화도 오랜 기간 물밑 접촉을 벌인 결과다. 공개 대화만으로는 결코 이뤄 내기 어려운 성과”라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우즈베키스탄만의 구글,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들고 싶어요. 내 꿈은 우즈베키스탄의 마크 저커버그(페이스북 창업자)가 되는 겁니다.” 지난해 12월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이 지원하는 직업훈련원의 정보기술(IT) 실습 강의에 열중하던 우즈베키스탄 청년 파루크 투라예프 씨(20)가 당찬 포부를 밝혔다. 고등학교에선 도로안전 기술을 배웠다는 그는 “IT 분야에서 일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IT를 제대로 배울 곳이 이곳(직업훈련원)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이 직업훈련원에 들어오기 두 달 전이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그가 직업훈련원 교육 6개월 만에 이런 꿈을 가진 것이다. 그에게 “꿈을 이루는 데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고 묻자 망설이지 않고 “5, 6년”이라고 답했다. 랍샨 이브라기모프 직업훈련원장(48)도 한마디 거들었다. “훈련원에서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이에요.”○ 시장 개방 산업 변화에 필요한 고급 인력 배출 IT 선진국인 한국에선 이런 꿈이 새롭지 않은 일이지만 우즈베키스탄은 다르다. IT의 불모지이기 때문이다. 1991년 옛 소련에서 독립한 뒤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계속 집권하면서 권위주의 체제를 유지하던 우즈베키스탄은 최근 들어서 점진적으로 시장을 개방하고 시장경제 체제를 도입하고 있다. 수출 지향 산업국가로 전환하기 위해 산업구조를 개혁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경제성장률이 8%대에 이를 정도로 역점 산업 분야가 발전하고 있지만 필요한 숙련 기술 노동자는 많지 않다. 불과 얼마 전까지 농업 등 1차산업이 우즈베키스탄을 지탱해 왔기 때문이다.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짧은 시간에 숙련 기술자를 배출할 교육 시스템이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필요했다. 특히 경제 발전의 핵심 원동력인 IT 전자 기계 자동차 분야 산업 역군이 절실해졌다. KOICA가 400만 달러(약 44억 원)를 지원해 2012년 문을 연 타슈켄트 직업훈련원은 그런 점에서 우즈베키스탄 정부에 알짜 보물이 됐다. 직업훈련원은 IT 전자 기계 자동차 등 4개 분야 학과로 구성된다. 우즈베키스탄 어느 기술고교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첨단 실습 장비를 갖추고 있다. 6개월의 실습 이론 강의와 3개월의 직장 내 직업훈련(OJT)으로 이뤄지는 강의는 2년여 만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한국 교수진의 교육 컨설팅을 받고 한국에서 연수한 24명의 현지인 교사들이 KOICA 봉사단원 4명과 함께 학생들을 가르친다. 직업훈련원의 소디코프 아스로르 이브라기모비치 자동차학과 교수(32)는 “최근 GM, 일본의 버스 제조 회사인 ISUZU, 독일의 트럭 제조 회사인 MAN 등 자동차 공장과 부품 업체, 관련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우즈베키스탄 각지에 생겨나고 있다”며 “이곳들로부터도 ‘준비된 기술자’를 배출하는 기관으로 호평받고 있다”고 말했다. ○ 북한이 체제 전환 선택하면 적용 가능 샵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총리가 지난해 11월 이곳을 찾은 정홍원 국무총리에게 직업훈련원을 극찬할 정도였다. 성공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수도 타슈켄트에 이어 사마르칸트, 샤흐리삽즈, 페르가나, 우르겐치 등 총 5개 지역에 직업훈련원을 건립한다는 마스터플랜을 세웠다. 이 중 우르겐치를 제외한 4곳이 KOICA에 지원을 요청했다. KOICA는 우르겐치도 요청해 올 것으로 예상한다. 임정희 KOICA 우즈베키스탄 사무소장은 “이 시스템은 북한이 체제 전환과 시장 개방을 선택할 경우 충분히 적용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해커들은 자신의 꿈이 아니라 사이버전쟁을 위해 훈련받는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직업훈련원 시스템이 그들에게도 해킹 대신 저커버그의 꿈을 꿀 수 있게 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도서관 확대… 지식 갈증 풀어줘 민주화 촉진 ▼전자정부 지원 사업도 성과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의 우즈베키스탄 지원 사업은 전자정부, 전자도서관 지원에 집중되고 있다. 과연 전자도서관 사업은 체제 전환에 어떤 도움이 될까. 우즈베키스탄의 출판 사정을 알고 나면 시장경제화가 진행되면서 사회가 점차 개방되는 국가에선 전자도서관의 필요성을 깨닫게 된다. 지식 공유를 통한 민주화를 앞당길 수 있기 때문이다. 김성애 KOICA 우즈베키스탄 사무소 부소장은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의 책값은 20∼30달러(2만2000∼3만3000원)로 근로자 평균 임금 200∼300달러의 10분의 1 수준이다. 서점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타슈켄트의 니자미사범대도 학생들이 교과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그러다가 KOICA가 2013년 구축한 전자도서관이 학생들과 지역 주민의 삶을 완전히 바꿨다. 이 학교는 전자화 이후 교과서부터 100% 전자책으로 만들어 전자도서관 회원 가입자 1만3000명에게 공개했다. 율다셰프 이브로힘 유라예비치 니자미사범대 전자정보센터장(58)은 “사전, 백과사전, 문학작품까지 도서관이 보유한 책 100만 권을 전자화하는 데 2, 3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KOICA에서 지원하기 전에는 125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전자도서관에서 만난 압둘라예프 디요르 씨(19·역사학과 4년)는 “원하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KOICA가 2009년 타슈켄트 중앙사료보관소 산하 중앙문서기록물보관소, 중앙영상기록물보관소, 중앙과학기술의료기록물에 지원한 전자기록물 시스템도 주목된다. 우즈베키스탄 역사 유산의 안전한 보존을 위한 지원 작업이다. 쿠차로바 딜도라 루트풀라예브나 중앙사료보관소 부소장은 “전자화 과정에서 존재조차 몰랐던 가치 있는 옛 사료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 우즈베크 유일 첨단온실선 ‘토마토 수출 꿈’ 쑥쑥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외곽의 고려인 마을에 한국국제협력단(KOICA)이 지원해 만든 전자동 시범 온실. 농산물 수출을 국가 전략 사업으로 선정한 우즈베키스탄의 희망이 되고 있다. 전자동 환경 제어 시스템이 적용된 온실은 우즈베키스탄 전체에서 KOICA가 지원해 2013년에 만들어진 이곳이 유일하다. 첨단 제어 시스템 덕분에 지난해 12월 1차로 ha당 토마토 120∼160t을 수확했다. 우즈베키스탄의 일반 농가에서 ha당 수확하는 토마토가 50t인 것과 비교된다. 시범 온실을 경영하고 있는 샵카트 살로모프 전 우즈베키스탄 농림수자원부 국장은 “올해 이곳에서 재배한 토마토 1kg에 3200숨(1숨은 1원)을 받았다. 일반 농가 재배 토마토는 1200∼1500숨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품질이 좋다는 얘기다. KOICA에서 파견한 온실재배 전문가 김익준 씨(60)는 “주 정부 한 곳이 온실 농업 의향을 밝히는 등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농촌단지 구상을 핵심으로 제시하는 한국 정부의 남북 농업 협력에 적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이곳에서 실험하고 있는 것이다.타슈켄트·사마르칸트=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 지원을 하다가 감염 위험에 노출된 한국 긴급구호대 의료대원이 4일(한국 시간) 첫 채혈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독일로 이송된 이 의료대원을 격리 관찰하고 있는 베를린 샤리테전문병원 측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발열 등 바이러스 감염 의심 증세가 없다”며 이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우베 돌더러 샤리테병원 대변인은 3일 오후 기자회견에서 “1차 검진 결과 의료대원의 두 번째 손가락에 주삿바늘이 약간 스친 흔적이 있으나 출혈이나 발열이 없는 등 현재로서는 에볼라 감염 증세가 없다. 매우 안정적인 상태”라고 확인했다고 한국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병원 측이 1시간 간격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고 전해 왔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돌더러 대변인이 “에볼라 감염 증상이 가장 명확하게 발현되는 시기는 바이러스 노출 이후 6∼12일간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나 낙관적”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의료대원이 지난해 12월 30일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10일경에는 감염 여부에 대한 확실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병원 측 기자회견에서 프랑크 베르크만 격리병동 책임 의사는 “의료대원의 (손가락) 피부가 딱딱한 것으로 볼 때 외피에 상처가 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주삿바늘에 찔려도 감염되지 않은 사례들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의료대원은 3일 미국의 에어 앰뷸런스인 ‘피닉스 에어’를 이용해 독일로 이송됐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시무식에서 “새해에는 남북관계를 풀어야 한다. 남북관계 개선, 대화와 교류협력을 통해 통일의 길로 가는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류 장관은 “이것이 통일부 본연의 임무일 뿐 아니라 사회 민족 전체에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몸을 던져 열심히 일하겠다. 여러분(통일부 직원)이 뒤에서 잘 따라와 주면 올해 우리에게 다가올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통일부가 잘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장관은 광복과 분단 70년인 올해를 ‘역사적인 해’로 규정한 뒤 “숫자상으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러 상황으로 볼 때 우리가 올해를 어떻게 해나가느냐에 따라 앞으로 5년, 10년, 또는 20년, 30년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통일부가 앞장서서 사회와 민족 전체에 큰 복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류 장관은 “통일부는 창의적 사고와 일을 요구하는 부처다. 통일은 너무나 큰일이어서 정부 혼자서 할 수 없다. 다른 부처와 국민과 함께해야 한다”며 “새해 통일부가 견지해 나갈 가치를 연대와 공감으로 잡고 싶다. 통일 준비는 연대와 공감이 있어야 그 기반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남북관계 개선을 강조한 류 장관의 이날 발언은 집권 3년 차를 맞는 올해 남북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정부 기류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남북대화 과정에서 존재감이 약했다는 평가를 받은 통일부가 올해는 남북대화를 주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한미 연합군사연습인 키리졸브가 시작되기 전인 1, 2월이 남북관계 진전의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신년사에서 전격적으로 꺼내든 ‘최고위급 회담’ 카드가 무엇을 가리키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정상회담의 북한식 표현은 ‘수뇌 상봉’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최고위급 회담’은 북한의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의 회담을 가리키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007년 10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정상회담을 준비한 같은 해 8월 5일의 ‘노무현 대통령의 평양방문에 관한 남북합의서’ 북한 측 문서에도 ‘수뇌’ 표현이 나온다. 당시 북측 문서엔 “수뇌 상봉을 위한 준비접촉을 조속한 시일 안에 개성에서 갖는다”고 되어 있다. 정상회담을 마친 뒤 나온 선언문에는 ‘단독 회담’이라는 표현만 나온다. 하지만 1차 남북 정상회담에선 최고위급 회담이라는 표현도 사용됐다. 2000년 6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6·15 공동선언에는 “(두 정상이) 평양에서 역사적인 상봉을 했으며 최고위급 회담을 가졌다”는 표현이 들어갔다.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의 정상회담 개최 예비접촉에 동의한다는 강성산 당시 북한 총리의 대남 통지문도 정상회담을 최고위급 회담으로 명시했다. 1986, 1990년 정상회담을 제안한 김일성의 신년사에도 “최고위급이 참가하는 당국 회의”라는 표현이 나온다. 실제로 정상회담 과정에서 이뤄진 김영남과의 만남에선 최고위급 회담이라는 표현이 나오지 않았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영남의 만남은 ‘단독 회담’,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영남의 만남은 ‘회담’이라고만 표현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2일 “김정은이 얘기한 최고위급 회담은 정상회담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1일 남북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을 시사하자 정부가 즉각 정상회담을 논의할 수 있다고 화답했다. 신년 초부터 꽉 막혔던 남북대화 국면에 돌파구가 열릴지 주목된다. 김정은은 이날 오전 조선중앙TV가 녹화 방영한 육성 신년사에서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북남(남북) 최고위급회담을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직접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청와대와 통일부 등 관계 부처는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언급한 대화의 불씨를 살려 나가기로 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북한이 제기한 최고위급회담을 포함해 남북 간 모든 관심 사항에 대해 실질적이고 허심탄회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남북 당국 간 대화가 개최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류 장관의 기자회견엔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전날 발표한 신년사에서 “분단 70년을 마감하고 신뢰와 변화로 북한을 이끌어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통일 기반을 구축하고 통일의 길을 열어 가겠다”고 밝힌 것에 김정은이 화답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남북) 대화,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외세와 함께 벌이는 군사연습을 비롯해 모든 전쟁 책동을 그만둬야 한다. 전쟁연습을 벌이면서 신의 있는 대화가 이뤄질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가 2, 3월 연례적으로 벌이는 연합군사연습(키 리졸브) 등 한미 훈련 중단 요구를 되풀이한 것이다. 김정은은 또 “우리 사회주의제도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책동이 계속되는 한 선군정치와 (핵·경제)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견지한다”고 밝혔다. 대화 공세와 핵 개발을 고수하는 양면 전략이다. 북한은 대화 성사의 조건을 한국이 먼저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북한의 다양한 대화 제의에 대해서는 북한의 향후 움직임을 지켜보며 진의를 신중하게 파악해야 한다는 관측도 나온다.윤완준 zeitung@donga.com·김정안 기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신년사에서 ‘북남 최고위급 회담’은 물론이고 각종 남북대화 개최 가능성까지 제시했다. 하지만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 조건을 달았다. 실제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정은은 또 정부가 지난해 12월 29일 제안한 통일준비위원회를 통한 당국 간 회담은 거론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남북 정상회담 카드를 꺼내 ‘통 큰 제안’으로 자신이 남북 대화를 주도하려는 점을 과시했다. 정부도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관계부처 회의를 거친 뒤 북한의 제안을 적극 활용하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적극적인 호응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대화 언급 의미 있다고 판단”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남북이) 더이상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 않은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남북)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말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세워 제안한 남북 당국 회담 승부수를 거부하지 않으면서도 ‘박근혜표 대북정책’에 끌려가지 않으려는 ‘역제안 공세’의 성격이 짙어 보였다. 하지만 남북이 모두 대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적극적으로 나서면 된다는 방향으로 정부 대응 기조가 정리됐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김정은 제1비서가 신년사를 통해 남북 간 대화와 교류에 진전된 자세를 보인 것을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고 평가한 것도 이 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다. 불과 3시간 전 통일부가 “북한이 신년사에서 구체적 입장을 밝힌 것을 평가한다”고 자료를 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외신 인터뷰에서 ‘분단의 고통을 해소하고 평화통일 준비를 위한 진정성과 실천 의지’를 전제로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실질적으로 남북 현안을 풀 수 있는 정상회담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간 현안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논의를 할 수 있으면 정상회담이 가능하고,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형식은 남북이 협의하는 과정에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5월 러시아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박 대통령과 김정은을 모두 초청한 상태여서 남북 정상 간 만남이 다자 무대에서 성사될 수도 있다. 다만 정부 내부에서도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면 굳이 해외에서 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물론 북핵 문제 등 정상회담까지 가기에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제도통일 추구하지 말라”며 흡수통일 우려 정부는 김정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단을 주장하면서 “전쟁연습이 벌어지는 분위기에서 대화가 이뤄질 수 없고 남북관계도 진전할 수 없다”는 태도를 되풀이한 점도 주시했다. 여전히 걸림돌이 많다는 얘기다. “체제 대결을 추구하지 말라” “남북 사이 불신과 갈등을 부추기는 제도통일을 추구하지 말라” 등의 주장도 여전했다. 김정은이 “자기의 사상과 제도를 상대방에게 강요하려 해서는 언제 가도 조국통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거론한 제도통일에 대한 거부감은 흡수통일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김정은의 할아버지 김일성도 탈(脫)냉전의 정세 변화로 위기감을 느낀 1990년 신년사를 통해 남북 최고위급회담을 제안했다. 당시 남측이 호응했지만 정상회담은 성사되지 않았다. 그 대신 분단 이후 처음으로 서울과 평양을 오간 남북 고위급회담이 8차에 걸쳐 진행됐다.○ 고립 탈피, 돈 필요한 북한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신년사에서 남북관계를 다룬 분량이 지난해(1216자)에 비해 두 배 가까이(2109자)로 늘어났다. 김정은 통치에서 남북관계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갑자기 남북관계가 중요해졌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도 있다. 집권 4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경제 개혁에 다시 한 번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필요성도 남북대화에 나서게 만든 요소라는 것. 정부 관계자는 “김정일 3주기 이후 홀로서기가 시급한 김정은이 외교적 고립과 인권압박 등 대외환경 악화로 위기감을 느끼자 러시아 중국뿐 아니라 남북관계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주성하 기자}

《 한일 수교 50주년인 2015년을 맞아 정부는 꽉 막힌 한일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다층(多層)적 대일 외교 추진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지난해 12월 31일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대일외교 해법이 논의된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 기류가 한일관계를 풀자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물론 우리만 바뀐다고 모든 것이 해결될 수는 없다. 최근 중의원 조기 총선 승리로 자신감이 충만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의 열쇠인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선택한 돌파구 마련의 근거는 국익에서 출발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 외교 소식통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일 압박과 교섭을 계속하되, 이와 별개로 한일 간에 안보 경제 등 다양한 실리적 문제를 다루는 대화 채널을 적극적으로 열 것”이라고 대일정책 선회 구상을 설명했다. 한일 관계 정상화 문제가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최적의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이다. 이런 한일 관계 개선 과정은 2015년 한반도 주변 외교의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협력 없이 ‘동평구’ 불가능 이명박 정부 임기 말부터 박근혜 정부 2년 내내 악화된 한일관계를 방치하지 말고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으로 선회하려는 것은 △미국의 한일 관계 정상화 요청 △한국-중국 대 일본 구도 고착화 부담 등 동북아 외교 환경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현 정부의 대외 기조 중 하나인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일본의 협조나 미국의 지원을 얻지 못하면 미아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아베 내각의 왜곡된 역사인식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태도다. 일본은 위안부 문제가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총리가 인도적 차원에서 사과하고 △주한 일본대사가 이를 위안부 피해자에게 전달하며 △일본 정부 기금으로 위안부 피해자를 지원하는 3가지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한국 정부가 파악했다. 아직은 일본 정부 내에서도 3가지 안을 두고 총리관저와 외무성 간 온도차가 있다. 외무성은 위안부 문제를 반드시 풀자고 하지만 총리관저 측은 그럴 생각이 별로 없다는 것.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위안부 문제 해결 대화 채널을 현재의 국장급에서 외교부 장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등 고위급으로 격상해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 “위안부 문제와 실리 협력 분리하자” “역사 및 위안부 문제 해결을 계속하되, 위안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관계 정상화도 없다는 기존 입장에서 벗어나 안보 경제 분야의 실리를 찾아야 한다.” 전문가들은 실리를 찾을 때라고 제안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21세기에 걸맞은 한일 관계 정상화, 새로운 한일 관계 정립이 필요하다. 위안부-교과서-역사 문제에서 일본이 양보하고, 한국은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비전을 제시하는 포괄적 해결 노력을 한꺼번에 담은 ‘21세기 한일 비전성명’ 채택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열수 성신여대 교수는 “한국은 역사왜곡 문제에 대해 일본에 해결을 요구하되 안보 문제는 다양한 협력 채널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일본과 관계 개선을 해야 한국의 대북정책이 유연성과 (다양한) 수단을 가질 수 있다”며 “(역사문제에 대한) 일본의 저강도 도발에 지도부 차원에서 과도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실무진에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다자 정상회의, 다층적 접근으로 돌파구 마련 정상회담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왔다. 다만 한일 양자 정상회담보다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11월에 제안한 한중일 정상회담 등 다자 형식이 좋은 출발점으로 보인다. 이런 국제적 접근법은 한국이 일본과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국제사회의 의심을 불식시키는 길이기도 하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한일 양국에 실리적 이익을 가져다주는 경제 문화 분야에서 장관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수교 50년을 계기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며 “‘아시아의 발전과 민주주의’를 리드하는 한일 간 파트너십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대적이던 중일 관계의 변화 흐름도 고려해야 한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한중 대 일본이라는 역사동맹이 전격적인 중일 정상회담으로 흐트러진 상황이다. 올해에도 정부가 한일관계 악화를 감수하면서 위안부 문제에 올인(다걸기)해야 할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4월 대구에서 열리는 세계 물포럼 행사에 관심이 많은 나루히토(德仁) 일본 왕세자를 초청해 한일 관계 개선 메시지를 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복병은 많다. 3월에 나올 일본 중학교 지리 교과서 검정 결과도 걸림돌이다. “한국이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식 이름)를 불법 점령했다”는 식의 주장이 실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아베 정권의 적극적인 수정주의 노선 강화로 한일관계가 더욱 악화될 소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결국 갈등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한일 관계 개선 구상의 성패가 달렸다는 얘기이기도 하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국인 21명이 28일 중국 광저우(廣州) 바이윈(白雲) 국제공항에서 마약(필로폰) 밀수(반출) 혐의로 체포됐다가 이 중 14명이 구속됐다. 중국에서 구속된 한국인 마약 사범은 100여 명에 이르지만 이번처럼 한꺼번에 10명 이상이 해외에서 구속된 건 처음이다. 30일 한국 외교부에 따르면 광저우에 거주하는 한국인 야구동호회 소속 교민 21명은 이날 오전 광저우 공항에서 호주행 비행기를 탔다가 마약 소지와 운반 혐의로 중국 공안에 긴급 체포됐다. 외교부 관계자에 따르면 이들은 중국 공안에 “호주에 사는 한인 1명이 중국을 방문해 ‘호주로 초청해 줄 테니 놀다 가라. 대신 미안하지만 마약을 운반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외교부는 21명 중 7명이 마약 운반을 거부했고, 이들이 체포됐다 풀려난 것으로 보고 있다. 14명이 나눠 소지한 마약은 최소 30kg 이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는 주광저우 총영사관을 통해 이들에 대한 긴급 영사 면회를 신청했다. 중국은 1kg 이상의 아편이나 50g 이상의 필로폰, 헤로인을 밀수, 판매할 경우 중형에 처하고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주도한 남북 당국 회담이 성사되면 정부는 북한에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을 제안할 것으로 30일 알려졌다.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가 확인되면 이산가족 상봉이 언제든지 가능한 기반이 된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전날 남북 당국 회담을 제안하면서 “내년에 이산가족 문제의 획기적인 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당국 회담이 성사되면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을 주요 의제로 제기할 방침”이라며 “설 연휴 전에 상봉 제안과 이산가족 생사 확인을 최우선 목표로 한 이산가족 문제 해결 접근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24일 개성을 방문했던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들에게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뿐 아니라 그동안 소극적이던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언급했다. 청와대와 통일부가 김양건의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운 것도 북측이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어느 정도 호응할지 사전 점검할 기회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재처럼 별도의 남북적십자 채널로 불규칙하게 이뤄지는 이벤트식 상봉으로는 이산가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산가족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생존한 이산가족(한국 측 상봉 신청자)은 6만8871명이다. 이산가족이 고령인 점을 감안해 10년 안에 해결하려면 산술적으로 매년 6800명꼴로 만나야 한다. 하지만 상봉행사가 성사되더라도 한국 측 신청자는 겨우 100명 정도가 북측 가족을 만난다. 정부는 남북이 이산가족 전원의 생사 확인을 하면 상봉이 절실한 직계 가족은 1만 명 이하로 줄어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부는 새 자료를 토대로 자유로운 서신 교환과 함께 이산가족들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상시 상봉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강산관광지구 내에 있는 이산가족면회소 대신 일반인들의 접근이 쉬운 개성공단이나 경기 파주에 상시 상봉소를 만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산가족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된다면 대북 지원도 업그레이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달 초 기자들과 만나 “이산가족 문제를 풀기 위해 정부가 다른 부분에서 북한에 줄 게 있으면 적극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북측이 이런 제안에 호응하면 쌀과 비료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한다는 방안이 정부 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류 장관도 잇따라 대북 비료 지원 재개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는 회담이 시작돼 이산가족 문제를 북한과 논의하기 전에는 이산가족 문제 해결과 연계한 구체적인 ‘지원 카드 목록’을 공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당시 이산가족 상봉과 쌀, 비료 지원을 연계했다. 쌀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0월 수해 지원을 마지막으로 중단됐고, 비료 지원은 2007년 멈췄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가 내년 1월에 남북 당국 간 회담을 열자고 29일 북측에 전격 제의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기존 고위급 접촉(차관급) 채널을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내세운 장관급 회담으로 바꾼 것으로 해석된다. 통준위 정부 측 부위원장인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정종욱 통준위 민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아 분단시대를 극복하고 통일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남북이 직접 만나 평화통일을 만들어가는 방안을 협의해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고위급 접촉에 대해 북한이 한국 정부가 수용하기 어려운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전제조건으로 걸면서 고위급 접촉이 어려워졌다”며 “박 대통령이 자신이 주도해 만든 통준위를 통해 남북 대화의 판을 바꿔 주도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준위 관계자는 “통준위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이고 이번 제안엔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의중이 실렸다”고 강조했다. 류 장관은 이날 “특히 내년 설(2월) 전에 이산가족의 한을 풀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북회담 개최지로는 서울, 평양 또는 남북이 서로 합의한 제3의 장소를 제안했다. 류 장관은 회담 의제와 관련해 “남북 간 서로 관심 있는 사항들을 다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북 현안이 테이블에 모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준위가 내년 사업으로 이날 제안한 △남북 간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존사업 △광복 70주년맞이 남북 축구대회, 평화문화예술제, 세계평화회의 개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및 국제기구와 남북 DMZ 생태계 공동 조사 등도 의제다. 정부는 류 장관을 회담 수석대표로 하는 회담 제안 통지문을 판문점 남북 채널을 통해 북한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에게 보냈다. 기존의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의 대화 채널을 류 장관과 김양건 간 대화 채널인 ‘통-통 라인’으로 바꾼 것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가 29일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를 새로운 남북대화 채널로 띄운 것은 꽉 막힌 남북대화에 숨통을 트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박근혜 정부 3년 차에 남북대화의 동력을 만들어내야 하는 박 대통령의 의중이 실렸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대화 제의에 대해 “내년 1월 1일에 나올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에서 제시될 북한의 대남정책을 보고 수동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그 전에 선제적으로 대화를 제의해 남북대화를 주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년은 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이 되는 해다. 또한 전국 단위의 선거가 없는 해인 만큼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해낼 적기(適期)다. 그래서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대화 제의가 필요하다는 참모들의 건의를 박 대통령이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제안의 특징은 남북 당국 간 대화에 민관 합동기구인 통준위를 내세운 점이다. 실제로 대북 제안이나 회담 의제 자체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전문가들은 기존 남북 고위급 접촉 틀에서 거론되던 의제와 별로 다를 것 없다고 보고 있다. 결국 통준위를 내세워 남북대화의 판을 새로운 틀로 짜면서 북한의 관심을 유도하는 구상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의 전제조건으로 대북 전단 살포 중단을 내거는 상황에선 남북대화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청와대와 직접 대화를 원하는 북한의 ‘희망사항’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른 묘책이 바로 통준위 카드였다. 통준위 위원장은 박 대통령이며,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통준위 정부 부위원장 자격으로 회담에 나설 방침이다. 박 대통령은 통준위를 전면에 내세워 ‘박근혜표 남북대화’를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런 구상과 제안이 “한국이 주도하는 방식의 남북대화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북한과의 기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 제의에 호응하면 후속 대화를 고위급 접촉보다는 장관급 당국 간 회담으로 이어지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화의 판을 바꾸기로 한 만큼 남북대화의 격 자체도 장관급으로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통준위는 이날 남북대화에서 다룰 주요 의제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및 DMZ 생태계 공동 조사 △남북 간 언어·민족문화유산 보존사업 △광복 70주년 맞이 남북 축구대회 및 중·장기적 남북 문화협정 체결 △이산가족 문제 근본적 해결 등을 제시했다. 이외에 △보건·영양개선사업, 생활·인프라 개선 등 개발협력 추진 및 산림녹화, 생태·환경보전·수자원공동 이용 △통일시대에 필요한 법률과 제도 준비 △나진-하산 사업 등 남북과 국제사회 간 경제협력사업 추진 방침도 밝혔다. 이번 대화 제의 방침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됐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화 제의는 지난주에 결정돼 굉장히 빠르게 진행됐다”며 긴박했던 분위기를 전했다. 이날 오전 10시 반 남북대화를 제의하는 기자회견장에 함께 참석한 통준위 분과 위원장들은 직전에 열린 통준위 기획단 회의에서 이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한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