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홍구

강홍구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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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같은 짜릿한 역전 승부, 그들이 흘린 땀은 결코 거짓되지않습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 그 땀방울을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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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성 녹차-말차로 미세먼지 걱정 싹∼

    연일 미세먼지가 극성이다. 본격적인 봄이 되면 황사까지 몰려와 골치가 더 아파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고민을 덜어주는 것이 바로 녹차다. 2008년 하버드 의대의 연구 결과 발표에 따르면 녹차에 들어 있는 카테킨, 테아닌 성분을 3개월간 충분히 섭취하면 호흡기계 질병과 독감이 30% 이상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났다. 또 녹차의 타닌 성분은 우리 몸에 축적된 수은과 납, 카드뮴, 크롬, 구리 등의 중금속을 몸 밖으로 배출해준다. 녹차는 잘 알려진 대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하루에 5잔을 마시면 지방을 태워주기 때문이다. 노화에 따른 기능 저하도 막아준다. 당뇨를 예방하고 새로운 두뇌세포의 성장을 촉발시켜 기억력과 학습력을 강화해준다. 에피갈로카테킨갈레이트, 폴리페놀 등의 항산화물질이 함유돼 있어 전립샘암과 유방암 예방 효과도 있다. 이 밖에도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증가, 소화기능 개선 등도 기대할 수 있다. 동원F&B가 1996년 5월 출시한 ‘동원 보성녹차’는 대표적인 녹차 음료 브랜드다. 녹차특산단지로 유명한 전남 보성에서 재배한 녹차잎을 사용한 동원 보성녹차는 출시 이후 명실상부하게 녹차음료 시장의 대표 상품이 됐다. 동원F&B는 동원 보성녹차를 출시한 이후 녹차음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017년 출시한 ‘동원 보성말차’는 동원F&B가 20년 만에 선보인 최고급 프리미엄 녹차음료다. 국내 최초로 녹차 잎으로 만든 말차를 우려내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높였다. 말차는 햇빛을 차단해 재배한 녹차 잎을 가루 형태로 곱게 갈아낸 제품이다. 특히 동원 보성말차는 녹차 잎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첫물 찻잎을 말차로 갈아 만들었다. 첫물 찻잎은 1년에 4번 돋아나는 녹차 잎 가운데 가장 처음 자란 어린잎을 말한다. 다른 녹차 잎보다 맛이 진하고 떫은맛이 적은 편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용기 바닥에 말차가 가라앉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를 흔들어 마시면 녹차의 깊은 풍미를 더욱 즐길 수 있다. 동원 보성말차는 녹차음료로서는 국내 최초로 콜드브루 공법을 활용하기도 했다. 말차 가루를 차가운 얼음물에 담아 일반 녹차보다 3배 이상 긴 시간 동안 우려내 본연의 맛을 강화하고 목 넘김은 더욱 부드럽게 했다. 동원F&B 관계자는 “동원 보성녹차와 동원 보성말차는 고객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만든 건강 음료다. 동원F&B의 건강하고 깨끗한 녹차음료를 마시며 미세먼지 걱정을 날리길 바란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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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한인사회 재건 꿈꿨던 헤로니모, 다큐영화로 부활

    “조국은 마음에 시(詩)를 불어넣는 심장박동이다.”―헤로니모 임 김의 시 ‘조국(homeland)’ 중(번역) 지구 반대편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 가수 노사연의 유행가 ‘만남’을 함께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일제의 압제에 조국을 떠나 쿠바까지 흘러들어 온 한인(韓人) 후손이다. 1000여 명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지금도 함께 모여 한국어를 배우고, 애국가를 부른다. 1921년 쿠바 땅에 첫발을 디딘 이후 여전히 한인 사회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한 숨은 영웅의 노력이 있었다. 바로 고(故) 헤로니모 임 김(Jeronimo Lim Kim·임은조)이다.○ 쿠바 한인 사회 재건을 위해 소매 걷고 뛰어 1926년 쿠바에서 태어난 헤로니모의 삶은 곧 쿠바 한인의 역사다. 헤로니모의 아버지 임천택은 만 2세 때 1905년 홀어머니 품에 안겨 멕시코 에네켄(용설란) 농장으로 떠났다. 이후 쿠바로 이주한 그는 현지에서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내 백범일지에도 기록돼 있다. 사후인 199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한인 최초로 아바나대 법대에 입학할 정도로 재능이 뛰어났던 헤로니모는 그곳에서 대학 동기 피델 카스트로를 만난다.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과 함께 혁명 전면에 선 그는 이후 식량산업부 차관까지 올랐다. 1967년 북한에도 다녀왔다. 헤로니모가 쿠바 한인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한 건 1995년 정부 광복 50주년 세계한민족축전에 초청돼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으면서부터다. 쿠바 내 한인 사회 재건을 결심한 그는 철학과 교수 출신 여동생 마르타 임 김(임은희)을 도와 ‘쿠바의 한인들’이라는 책을 낸다. 선교사들을 지원해 한국어학교도 세웠다. 쿠바 한인들이 ‘만남’이나 ‘고향의 봄’ 등의 노래를 알게 된 건 이때부터다. 숙원은 쿠바 내 한인회 설립이었다. 공식 한인회 설립을 위해선 한인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에 헤로니모는 자신의 차를 몰고 쿠바 방방곡곡을 돌며 한인들을 만났다. 현지 신문에 광고도 냈다. 쿠바 이주 80주년인 2001년에는 마나티, 엘볼로 지역에 한인이주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두 기념비는 모두 조국이 있는 서쪽을 향해 세웠다. 헤로니모는 2006년 80세의 나이로 쿠바에서 눈을 감았다. 쿠바 이주 98주년인 현재, 그의 숙원이었던 한인회 설립은 쿠바 정부의 불허로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개봉 타진하는 ‘헤로니모’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의 이야기를 곧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동포 전후석 감독(35)의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가 올해 국내 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다. 코트라 뉴욕지부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전 감독이 영화 제작에 뛰어든 건 2015년 12월 쿠바 배낭여행이 계기다. 현지 가이드로 헤로니모의 딸 페트리시아 임을 만난 것. 헤로니모의 아내, 형제 등을 만난 전 감독은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세상에 알리기로 결심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비용을 모은 그는 쿠바에만 네 차례 가는 등 4개국 17개 도시를 돌며 촬영했다. 쿠바 한인부터 선교사, 역사학자 등 70여 명을 인터뷰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법륜 스님 등도 후원의 손길을 건넸다. 최근 국내 배급사들과의 미팅을 위해 입국한 전 감독은 “디아스포라(조국 밖에 퍼져 사는 이들)를 말하고 싶었다. 지금도 800만 명의 재외동포가 한반도 밖에 흩어져 살고 있다. 통일을 말하는 시대에 재외동포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한국인의 정의를 모두가 고민해 봤으면 한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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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구 반대편 섬나라 쿠바서 노사연 ‘만남’ 함께 부르는 이들

    “조국은 마음에 시를 불어넣는 심장박동이다. 아름다움이자 사랑이고, 작품이고 위대한 업적의 결정체다.”―헤로니모 임 김의 시 ‘조국(homeland)’ 중(번역)지구 반대편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에서 가수 노사연의 유행가 ‘만남’을 함께 부르는 이들이 있다. 일제의 압제에 조국을 떠나 이역만리 쿠바까지 흘러들어 온 한인(韓人) 후손이다. 쿠바 전역에 1000여 명이 사는 것으로 추산되는 이들은 지금도 함께 모여 한국어를 배우고, 애국가를, 고향의 봄을 부른다. 1921년 쿠바 땅에 첫발을 디딘 이후 100년이 다 되도록 한인 사회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숨은 영웅의 노력이 있었다. 고(故) 헤로니모 임 김(Jeronimo Lim Kim·한국명 임은조)이 주인공이다.● 쿠바 한인 사회 재건을 위해 팔 걷고 뛴 헤로니모 1926년 쿠바에서 태어난 헤로니모의 삶은 곧 쿠바 한인의 역사다. 그의 아버지 임천택은 경기 광주 출신으로 두 살 때인 1905년 홀어머니 품에 안겨 멕시코 에네켄(용설란) 농장으로 떠났다. 쿠바 현지에서 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보낸 임천택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사후인 1997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기도 했다. 백범일지에도 이름이 나온다. 9남매 중 장남인 헤로니모는 한인 최초로 아바나대 법대에 입학할 정도로 공부를 잘했다. 그곳에서 대학 동기 피델 카스트로를 만나게 된 헤로니모는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과 함께 혁명 전면에 선다. 이후 식량산업부 차관까지 올랐고 1967년에는 북한에 다녀오기도 했다. 헤로니모가 본격적인 쿠바 한인 사회의 리더 역할을 한 건 1995년부터다. 광복 50주년 세계한민족축전에 초청돼 한국 땅을 밟은 헤로니모는 쿠바 내 한인 사회 재건을 결심한다. 철학과 교수 출신 여동생 마르타 임 김(한국명 임은희)을 도와 ‘쿠바의 한인들’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평소 한국어를 배워두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따르지 못해 안타까워했던 헤로니모는 선교사들을 지원해 한국어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쿠바 한인들이 만남이나 고향의 봄 등의 노래를 알게 된 건 이때부터다. 헤로니모의 가장 큰 숙원은 쿠바 내 한인회 설립이었다. 공식 한인회 설립을 위해선 한인의 존재를 입증해야 한다는 정부의 요청에 헤로니모는 자신의 차를 몰고 쿠바 방방곡곡을 돌며 한인들을 만났다. 현지 신문에 광고까지 내가며 열정을 쏟았다. 쿠바 이주 80주년인 2001년 한인들이 첫발을 들였던 마나티, 초기 정착지인 엘볼로 지역에 한인들의 이주와 정착을 알리는 기념비를 세우기도 했다. 두 기념비는 모두 조국을 그리는 마음에 서쪽을 향해 지었다. 2003년 재외동포재단의 초청으로 한 차례 더 한국 땅을 밟은 헤로니모는 2006년 80세의 나이로 쿠바에서 눈을 감았다. 쿠바 이주 98주년인 현재, 그의 숙원이었던 한인회 설립은 쿠바 정부의 불허로 여전히 이뤄지지 않았다. ● 영화 ‘헤로니모’도 국내 개봉 예정 지구 반대편에서 벌어진 헤로니모의 이야기를 곧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재미동포 전후석 감독(35)의 다큐멘터리 영화 ‘헤로니모’가 올해 국내 개봉을 목표로 마무리 작업 중이기 때문이다. 90분 길이의 이 영화의 배급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KOTRA 뉴욕지부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전 감독이 난데없이 영화 제작에 뛰어든 건 2015년 12월 쿠바 배낭여행이 계기가 됐다. 현지 가이드로 헤로니모의 딸 페트리시아 임을 만난 것. 예기치 않게 헤로니모의 아내, 형제 등과 지인까지 만나게 된 전 감독은 그의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기 위해 영화화를 결심했다. 전 감독은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에서 영화학을 전공했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영화 촬영 비용을 모은 그는 쿠바에만 네 차례 가는 등 4개국 17개 도시를 돌며 영화를 찍었다. 쿠바 한인부터 선교사, 역사학자 등 70여 명을 카메라 렌즈에 담았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법륜 스님, 전 메이저리거 박찬호 등도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 배급 협의를 위해 최근 입국한 전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디아스포라(조국 밖에 퍼져 사는 이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지금도 800만 명의 재외동포가 한반도 밖에 흩어져 살고 있다. 통일을 말하는 시대에 재외동포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한국인의 정의를 모두가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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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밀레니얼 세대 잡아라” 게임에 푹 빠진 백화점

    15일 서울 서대문구 현대백화점 신촌점 지하 2층. 주로 20대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매장에 줄지어 섰다. 인기 e스포츠 ‘배틀그라운드’ 관련 상품을 사려는 것. 게임 속 아이템을 그대로 구현해낸 인형, 텀블러 등을 흥미롭게 둘러보던 젊은이들 가운데는 인증샷을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이도 있었다. e스포츠를 향한 백화점 업계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보다는 온라인 쇼핑에 친숙한 젊은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e스포츠 굿즈 전문 브랜드 ‘슈퍼플레이’와 손잡고 15일부터 28일까지 2주간 신촌점에 ‘e스포츠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 롯데백화점 등도 지난해 e스포츠 관련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연내로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신촌, 목동, 판교점 등에 e스포츠 관련 정식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 백화점 측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를 잡기 위한 콘텐츠 실험”이라고 설명했다. 내년 하반기 오픈 예정인 여의도점(가칭)에도 150평(약 495m²) 규모의 대형 매장도 구상하고 있다. 전문브랜드 슈퍼플레이도 올해 안에 전문 매장을 열 계획이다. 젊은 유동인구가 많은 홍익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명동 등이 후보다. 슈퍼플레이는 세계적인 e스포츠인 리그오브레전드(롤), 오버워치 등의 관련 상품들을 제작 판매한다. 대표적인 상품은 세계적인 롤 플레이어 SK T1의 ‘페이커(본명 이상혁)’ 관련 굿즈다. 20평(약 66m²) 남짓한 매장에는 e스포츠 선수 유니폼, 티셔츠, 가방, 텀블러, 스마트폰 케이스 등 100여 종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 주로 인기가 많은 건 유니폼, 티셔츠 등 의류 상품들이다. e스포츠 선수들이 경기에서 직접 쓰는 게이밍 기어(키보드, 마우스 등)를 사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명 스포츠 스타의 운동화를 따라 사는 것과 비슷한 심리다. 여성들의 구매 비율도 높은 편이다. 1월 발표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팬의 관련 상품 구입 경험(57.9%)이 남성 팬(23.8%)에 한참 앞선다. 이관우 슈퍼플레이 대표(48)는 “e스포츠 관련 상품하면 남성 고객이 많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실은 그렇지 않다. 아이돌 굿즈 등에 친숙한 여성 고객들이 e스포츠 상품 구매에 더 적극적”이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 관련 상품을 찾는 외국인 고객도 적지 않다. 백화점은 이들 고객의 발길이 다른 매장으로도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유튜브 시장이 커지면서 게임 크리에이터 상품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23일에는 구독자 61만 명의 유명 크리에이터 ‘머독’ 관련 상품을 출시한다. 이관우 대표는 “패키지(200개 한정) 현장 구매 고객에 한해 팬 미팅 참여 기회를 주는데 벌써부터 전날 밤 텐트를 치고 밤새워 기다린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e스포츠의 성장에 발맞춰 상품 시장도 상승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가 지난달 발표한 2019 글로벌 e스포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상품 및 티켓 매출은 1억370만 달러(약 1172억 원)로 전년 대비 22.4%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상품 시장은 현재 수십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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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콘텐츠코리아랩, 정보문화산업 둥지로

    지난해 12월 문을 연 전남콘텐츠코리아랩(전남CKL)이 지역 내 정보문화산업 진흥에 자극제 역할을 하고 있다. 전남도 출연기관인 진흥원은 지난해 전남콘텐츠기업육성센터(7월), 광양메이커스페이스(11월)에 이어 전남CKL까지 거점을 넓혀가고 있다. 50년 이상 된 전남 순천 아랫장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한 전남CKL센터는 전남 동부권 창작자들의 교류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달 20일에는 이곳에서 예비 창업자들이 개발 제품이나 사업 모델을 전문 투자자에게 발표하는 ‘데모데이’ 행사도 열었다. 크라우드펀딩 등 5개 분야 전문가가 참석한 자리에서 최우수상 2팀 등 총 8개 팀에 총 700여만 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이달 중에는 초중등 학생을 상대로 3차원(3D) 프린터 교육을 통한 콘텐츠 산업 관심을 유발하는 ‘전남 콘랩 4차산업 캠프’도 5회로 나눠 진행할 계획이다. 이외 크로마키 스튜디오, 1인 창업 입주 공간 등 장비·시설 지원도 하고 있다. 자세한 문의는 전남CKL 홈페이지 또는 전화로 하면 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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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교육 오산국제포럼’

    제1회 미래교육 오산국제포럼이 7월 경기 오산시에서 열린다. 세계 교육계의 ‘다보스 포럼(세계경제포럼)’을 꿈꾸는 이번 오산국제포럼에서는 국내외 미래교육에 대한 자료 공유와 발전방안에 대한 토론이 진행된다. 오산 교육의 발전과정을 설명함으로써 이상적인 마을교육공동체 모델도 제시한다. 오산교육재단과 4차 산업혁명과 미래교육포럼이 공동 주관하는 이 행사는 7월 3∼5일 오산대 및 오산시 교육 현장에서 열린다. 학부모, 교사는 물론 시청, 교육청 관계자를 포함해 1000명 이상이 포럼에 참석할 것으로 전망된다. 행사 둘째 날인 4일에는 오산교육, 미래교육, 마을교육공동체를 주제로 한 3개 포럼 세션이 진행된다. 세션별로 기조강연, 워크숍을 실시하고 부스도 운영한다. 합동토크콘서트도 연다. 마지막 날인 5일에는 일반참가자의 오산 교육 현장 투어도 실시한다. 지역 내 혁신교육 및 마을공동체교육 운영 현장 등을 둘러본다. 독일, 이탈리아 등 6개국 교육 전문가도 포럼에 참석한다. 독일 전문가는 방과 후 클럽 조직 및 지원 방안을, 이탈리아 전문가는 협동조합형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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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상에서 현실로… 바비, 다양성을 품다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You can be anything).’ 오늘(9일)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비 인형에 담긴 철학이다. 1959년 세상에 바비 인형을 선보인 장난감회사 마텔의 대표 루스 핸들러는 “소녀는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성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바비가 대변한다”고 말했다. 어느새 환갑이 된 바비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현실적인 몸매로 미(美)의 기준을 왜곡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바비는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명하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이런 비판에 맞서고 있다.○ 바비의 메시지 “모험은 흥분된다!” 마텔은 지난해 ‘드림 갭 프로젝트(dream gap project)’를 선보였다. 소녀들이 느낄 수 있는 성차별의 간극(갭·gap)을 줄이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마텔은 미국 내에서 바비 인형 한 개가 팔릴 때마다 1달러씩 기부해 드림 갭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고, 여성들의 잠재력을 가로막는 사회적 장애물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사실 고정된 성 역할을 넘어서고자 한 것은 그동안 바비가 이룬 의미 있는 업적이다. 다양한 복장의 바비 캐릭터에서 간접적인 ‘직업 체험’을 함으로써 여성들의 다양한 직업 도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바비의 직업 변천사는 흥미롭다. 1960년대에는 간호사, 항공 승무원 등 여성 비율이 높은 직업의 바비를 주로 출시했지만, 1973년 외과의사 바비가 나오면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다. 80, 90년대에는 최고경영자(CEO), 파일럿, 경찰관 등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직업 의상을 입기 시작했다. 최근에도 카레이서, 컴퓨터공학자 등 바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마텔은 바비 탄생 60주년을 맞은 올해 천체물리학자, 극지해양생물학자, 곤충학자 등 과학자 바비를 내놓고 있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과학 분야에 소녀들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마이애미대 영문과 셰리 아네스 교수는 “아기 인형은 여자아이들에게 어머니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면서 “바비는 어린 소녀에게 다양한 직업을 탐구해 보라고 권하고, 모험을 하는 것은 재미있고 흥분된다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 뚱뚱한 바비, 휠체어 바비… 다양성 포용의 시대 마텔은 소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롤 모델들도 인형으로 제작해 선보이는 ‘모어 롤 모델스(more role models)’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여성 화가인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 평창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 인형 등을 만들었다. 이 인형들을 가리키는 이름은 ‘쉬어로(Shero)’. 여성 영웅이란 뜻이다. 21세기의 화두가 된 페미니즘을 반영한 시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최근 기업의 윤리 의식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중요한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논란도 있다. 바비 인형의 직업을 통해 과연 여성들이 실제로 해당 직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있느냐는 것이다. 직업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지난달 선보인 곤충학자 바비는 옷에 흙탕물 하나 없어 실제 곤충학자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았다. 바비를 가장 괴롭혀 온 비판은 아름다운 백인 여성을 미의 기준으로 세웠다는 점이다. 이를 해소하고자 마텔은 흑인을 포함한 유색인 바비를 선보였고 2016년엔 통통한 바비, 키 작은 바비 등 보다 현실적인 신체비율의 인형을 출시했다. 지난달엔 휠체어를 탄 바비, 의족을 단 바비를 선보이기도 했다. 마텔의 전략은 성공했다. 디지털 오락상품이 늘어나면서 장난감 시장이 위축되는 추세지만 바비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1∼3월) 매출이 전년 대비 24% 이상 증가했다. 바비는 여전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완구산업 컨설팅회사 ‘글로벌토이엑스퍼츠’의 대표인 리처드 고틀리브는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을 통해 좀 더 현실적인 외모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바비의 구매를 꺼리다가 최근 바비의 변화에 호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김지영 kimjy@donga.com·강홍구 기자}

    • 201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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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험은 흥분된다!”…유리천장에 도전하는 바비 인형 60년

    ‘당신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You can be anything).’ 오늘(9일)로 60번째 생일을 맞은 바비 인형에 담긴 철학이다. 1959년 세상에 바비 인형을 선보인 루스 핸들러는 “소녀는 그가 원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여성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사실을 바비가 대변한다”고 말했다. 핸들러는 바비 제작사인 마텔의 공동대표였다. 어느새 환갑이 된 바비가 전하는 메시지는 여전히 유효하다. 비현실적인 몸매로 미(美)의 기준을 왜곡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지만, 바비는 여성의 무한한 가능성을 조명하는 데 주력함하면서 비판에 맞서고 있다. 바비 자신의 플라스틱 천장을 넘어 사회의 유리 천장(여성의 고위직 승진을 막는 사회적 장애물)을 깨려는 도전도 이어가고 있다.● 바비의 메시지, “모험은 흥분된다!” 마텔은 지난해 ‘드림 갭 프로젝트(dream gap project)’를 선보였다. 소녀들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의 벽에 막혀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성차별의 간극(갭·gap)을 줄이기 위한 콘텐츠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마텔은 미국 내에서 바비 인형 한 개가 팔릴 때마다 1달러씩 기부해 드림 갭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연구자들과의 협업을 통해 여성들의 잠재력을 가로 막는 사회적 장애물에 대한 조사도 하고 있다. 사실 고정된 성 역할을 넘어서고자 한 것은 지난 세기 바비가 이룬 의미 있는 업적이다. 다양한 복장의 바비 캐릭터들을 통해 간접적인 ‘직업 체험’을 함으로써 여성들이 다양한 직업에 도전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회 변화에 따른 바비의 직업 변천사는 흥미롭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패션 에디터, 간호사, 항공승무원 등 여성 종사비율이 높은 직업의 바비가 출시됐다. 1973년 외과의사 바비가 출시되면서 변화의 분위기가 감지됐고 80~90년대에는 최고경영자(CEO), 파일럿, 경찰관, 소방관 등 남성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직업의 의상도 입었다. 최근에도 컴퓨터 엔지니어, 카레이서, 건축업자 등 바비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마텔은 바비 탄생 60주년을 맞은 올해 내셔널지오그래픽과 협력해 천체물리학자, 야생동물 환경보호 활동가, 극지해양생물학자, 야생동물 사진작가, 곤충학자 등 여성 과학자 바비 인형을 내놓기로 했다. 여성 전공자가 상대적으로 적은 과학 분야에 대해 소녀들이 관심을 갖도록 한다는 의도다. 마이애미대 영문과 셰리 아네스 교수는 “장난감은 중요하다. 성인이 되어 어떤 삶으로 나갈지 아이디어를 전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비가 나오기 전 여자아이들을 위한 장난감은 대개 아기인형이었다. 아네스 교수는 “아기인형은 여자아이들에게 모성과 가정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소녀들이 어머니가 되는 것이 그들에게 열려진 자연스런 역할이라는 생각을 갖도록 했다”면서 “바비는 어린 소녀에게 다양한 직업을 탐구해 보라고 권하고, 모험을 하는 것은 재미있고 흥분된다고 가르쳤다”고 설명했다. ●뚱뚱한 바비, 휠체어 바비…다양성 포용의 시대 마텔은 소녀들에게 본보기가 되는 롤 모델들도 인형으로 제작해 선보이고 있다. 세계 각국의 여성 유명인사들을 집중 조명하는 ‘more role models’ 프로그램이다. 세계적인 여성 화가로 꼽히는 멕시코의 프리다 칼로, 평창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한국계 미국인 스노보드 선수 클로이 김, 아시아 테니스 선수 최초로 단식 세계랭킹 1위를 한 일본의 오사카 나오미 인형 등을 만들었다. 이 인형들을 가리키는 이름은 ‘쉬어로(Shero)’로 붙여졌다. ‘여성 영웅’이란 뜻이다. 21세기의 화두가 된 페미니즘을 반영한 시도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은 “최근 기업의 윤리 의식이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한 만큼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망했다. 논란도 있다. 바비 인형의 직업을 통해 과연 여성들이 실제로 해당 직업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있느냐는 물음도 나온다. 직업상을 현실적으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도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선보인 곤충학자 바비는 분홍색 조끼를 입고 손에는 우아하게 나비를 쥐고 있다. 옷에 흙탕물 하나 튀지 않은 모습이 실제 곤충학자의 삶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바비가 오랫동안 시달려온 또 다른 비판은 아름다운 백인여성을 미의 기준으로 세웠다는 것이다. 이 비난을 해소하고자 마텔은 흑인과 아시안, 히스패닉 바비 등을 선보였고 2016년엔 통통한 몸매의 ‘커비 바비’, 키가 작은 ‘프티 바비’ 등 보다 현실적인 신체비율의 인형을 출시했다. 지난달 발표한 신제품 중엔 휠체어를 탄 바비, 의족을 달고 있는 바비가 포함됐다. 마텔의 전략은 들어맞는 분위기다.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의 발달로 장난감 매출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마텔 역시 2012년부터 4번이나 CEO를 갈아치웠고 2013년 이후 매년 매출 감소를 기록했다. 그러나 바비는 휴가와 크리스마스 시즌이 모두 지난 지난해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4% 이상 상승하면서 주목받았다. 완구산업 컨설팅회사 ‘글로벌토이엑스퍼츠’의 대표인 리처드 고틀립은 “피부 색깔, 신체 크기에 다양성을 부여한 것이 바비의 매출 신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했다. 고틀립은 “바비의 이런 다양성은 아이들이 아니라 학부모들을 겨냥한 것”이라면서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인형을 통해 좀더 현실적인 외모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부모들이 바비의 구매를 꺼리다가 최근 바비의 변화에 호응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영기자 kimjy@donga.com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 2019-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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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印尼 대학생들, 음식영화 찍으며 문화교류

    제1회 대상그룹 대학생 스마트폰 푸드 영화제 ‘E.T(Eat & Travel) 필름 페스티벌’(사진)이 24일 막을 내렸다. 대상홀딩스가 후원한 이 영화제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대학생들이 두 나라를 오가며 맛을 주제로 단편영화를 만드는 행사다. 스마트폰만 사용해 영화를 찍는다. 시나리오 심사 등을 통해 선발된 대학생 24명(한국 12명, 인도네시아 12명)은 지난달부터 3차례 화상회의를 통해 시놉시스와 촬영 스케줄을 조율했다. 양국 학생 3명씩 총 6명이 한 팀을 꾸렸다. 이달 중순부터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족자카르타, 한국 서울 등을 돌며 5분 길이의 영화를 촬영했다. 대상그룹이 이런 행사를 마련한 건 양국이 국가 수교를 맺은 1973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1호 기업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시사회 및 시상식에 참석한 정홍언 대상 대표이사는 “인도네시아에 애착을 가진 만큼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영화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대상은 다큐멘터리 영화 ‘소스-올로지’를 찍은 어벤저스 팀이 수상했다. 두 나라의 매운 소스인 삼발소스와 고추장을 소개하는 영화다. 대상 상금은 600만 원이다. 어벤저스 팀의 윤현기 씨(24·경일대 사진학과 4년)는 “한겨울에 낯선 인도네시아의 무더위 속에서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출품작은 유튜브 ‘Eat & Travel Film Festival’ 계정에서 볼 수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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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ood&Dining]“맛있는 매운맛, 저희들 손에서 나와요”…농심 ‘辛라면 건면’ 개발 스토리

    농심의 ‘신라면’ 브랜드가 첫선을 보인 것은 1986년. 이후 25년 뒤인 2011년에는 제품을 고급화한 ‘신라면 블랙’이 출시됐다. 다시 8년 뒤인 2019년 2월, 농심은 신라면의 3세대 제품인 ‘신라면 건면’을 시장에 내놨다. 신라면이 처음 태어난 해로부터 따지면 33년 만이다. 라면 시장 부동의 1위 제품인 신라면의 브랜드 파워를 지키면서 점차 커지는 건면(튀기지 않고 바람에 말린 면)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승부수다. 신라면 건면 개발의 출발점은 201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신라면 출시 30주년을 맞아 농심은 신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1년여의 검토 기간 끝에 신제품의 콘셉트를 건면으로 결정했다. 건면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데다 이미 건면 전용 제조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당시로서는 타당성 있는 선택이었다.○ 맛 설계부터 다시… 2017년 프로젝트팀 출범 2017년 농심연구소에서 신라면 건면 개발을 위한 ‘신라면 Light 프로젝트팀’이 출범했다. 회사의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의 후속 제품인 만큼 면, 수프, 건더기 할 것 없이 각 분야 전문가로 팀을 구성했다. 최근 수년간 신라면의 품질 관리를 담당하고 신라면 블랙, 신라면 블랙 사발 개발에 참여한 ‘신라면 전문가’도 포함됐다. 유탕면이 아닌 건면을 쓰면 제품의 모든 속성이 달라진다. ‘신라면 Light 프로젝트팀’이 처음부터 맛 설계를 새로 해야 했던 이유다. 스프개발팀 김재욱 과장은 “라면을 만드는 데 수십 가지의 재료를 쓴다. 어떤 재료를 얼마나 넣느냐에 따라 크게 맛이 달라진다. 그 최적의 비율을 찾아내는 것이 연구의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수프 개발에선 신라면 특유의 ‘맛있는 매운맛’을 그대로 구현해 내는 것이 중요했다. 같은 국물이라도 어떤 면을 넣느냐에 따라 매운맛이나 감칠맛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유탕면을 튀기는 기름이 고추와 후추의 매운맛을 부드럽게 해주는 특징이 있다 보니 건면으로 맛을 구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같은 국물에 신라면과 신라면 건면을 넣고 먹어 보면 건면이 더 맵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발팀은 건면의 고추와 후추 함량을 줄이고 소고기육수와 표고버섯 등 국물 맛에 깊이를 더하는 재료를 늘려 건면으로 바뀌면서 생긴 맛의 차이를 줄였다. 양파와 고추 등을 볶아 만든 채소 조미유를 별도로 넣어 국물의 맛과 향을 끌어올렸고, 유탕면에 비해 부족할 수도 있는 면과 국물의 어울림 문제도 동시에 해결했다.○ 칼로리는 기존 제품의 70% 수준 면 역시 건면의 장점을 살리면서 신라면 고유의 특징을 담았다. 심지어 조리 시간까지 맞췄다. 면 개발팀 신봉직 과장은 “신라면의 4분 30초 조리 시간은 그대로 지키면서 건면 특유의 쫄깃함과 잘 퍼지지 않는 면을 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했다. 기름에 튀기는 과정에서 미세한 기공이 생기는 유탕면과 달리 바람에 말리는 건면은 면의 밀도가 높고 더 쫄깃하지만 상대적으로 익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농심 측은 “면의 두께와 폭, 재료의 배합 비율을 조절해 4분 30초의 조리 시간과 건면 특유의 쫄깃한 식감을 그대로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신라면 건면의 칼로리는 일반 라면의 약 70% 수준인 350Kcal다. 건더기도 늘렸다. 별첨개발팀 노경현 과장은 “시각적 효과는 물론 신라면 고유의 감칠맛을 살리기 위해 표고버섯 건더기의 크기를 더 크게 하고 함량도 늘렸다”고 말했다. 기존 열풍 건조 처리하던 고추 건더기는 동결 방식으로 바꿔 재료의 신선함을 더했다. 맛의 미세한 차이를 줄이기 위한 조율 작업에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농심은 사내 30여 명의 맛 전문가로 패널을 구성해 수없이 시식 조사를 반복하며 재료의 배합비를 맞췄다. 지난해 여름부터는 매주 1회 이상 시식을 진행하기도 했다. 개발 기간만 2년. 총 2000번이 넘는 시식 끝에 지금의 신라면 건면이 만들어졌다. 농심은 신라면 건면으로 라면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외연을 넓혀 가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건강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 층을 집중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농심 측은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인 만큼 평소 라면을 덜 먹거나 먹지 않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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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측불허, 자녀의 사춘기… 남의 집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

    십대가 되더니 달라진 우리 아이. 갑작스레 부모의 말에 반항하는 아이를 과연 어떻게 양육해야 할까. 10만 독자가 선택한 ‘하루 3시간 엄마 냄새’의 저자 이현수 박사(힐링심리학아카데미원장)가 6년 만에 신간을 선보였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20년간 심리검사 및 상담을 한 저자의 심리학, 뇌 과학 이론과 보통 엄마로서의 경험이 담긴 청소년 양육서다. 십대의 특성을 이해하고 관계를 개선하는 양육법으로 토론을 제시한다. 열 살 전까지 주요 양육 방법이 ‘엄마 냄새’였다면 그 이후는 부모와의 ‘토론’이라는 것. 자녀와의 원활한 토론을 위한 꿀 팁도 소개한다. 토론 중 감정이 올라올 때 대처하는 탁구치기 기법, ‘99번 더 말해줄게’ 기법 등도 만날 수 있다. 토론의 5단계, 알아두면 쓸모 있는 토론의 8가지 잔기술도 있다. 20년 자녀 양육의 마스터키가 절실한 이라면 눈여겨볼 만하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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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홍구의 터치네트]‘만년 하위권’ 우리카드를 1위로 만든 세 가지 선택

    사상 첫 봄 배구(포스트시즌)를 넘어 정상을 바라본다. 남자배구 만년 하위 우리카드가 1위에 올랐다. 13일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3-1로 승리하며 승점 3점을 추가한 우리카드는 19승 11패 승점 59점으로 순위 테이블 가장 높은 곳에 섰다. 1경기를 덜 치른 2위 대한항공(57점), 3위 현대캐피탈(56점)을 제쳤다. 2008년 출범 후 사상 첫 봄 배구를 넘어 정상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시즌 전체 7팀 중 6위에 머무는 등 상위권과 연이 없던 우리카드가 이렇게 달라진 데는 결정적인 세 가지의 선택이 있었다. 첫 번째는 신영철 감독(55) 선임이다. 김상우 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우리카드는 신임 감독의 조건으로 세 가지를 내걸었다. △세터 출신으로 △지도력이 있고 △봄 배구 진출 경험이 있는 감독을 원했다. 그 적임자가 바로 신 감독이었다. 신 감독을 선택한 우리카드는 어깨에 힘도 잔뜩 실어줬다. 정원재 구단주는 신 감독에게 트레이드 권한을 일임했다. 과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단장을 맡아본 경험이 있는 정 구단주는 현장의 판단을 믿었다. 신뢰를 등에 업은 신 감독은 시즌 전 과거 한국전력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베테랑 센터 윤봉우(37)를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1982년생 맏형 윤봉우는 기존에 있던 베테랑 세터 유광우(34)를 포함 팀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역할을 했다. 신 감독의 우선 과제는 팀에 가득한 패배 의식을 씻는 것이었다. 신 감독은 13일 통화에서 “(순위권) 아래 있는 팀을 많이 맡다보니 팀을 끌어올리는 건 자신이 있었다. 다만 성적이 안 나는 팀 특유의 불신이 쌓여있는 분위기를 없애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을 4연패로 시작했던 신 감독은 “올해 봄 배구를 못해도 좋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너희는 계속 아래에 있을 수밖에 없다”는 쓴 소리를 하며 선수들을 일깨우려 애썼다. 지금의 팀 분위기는 신 감독도 만족할 정도다. 사실 팀 전력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건 두 번째 선택이다.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아가메즈(34)를 선택한 것이다. 전 시즌 순위에 따라 2018~2019시즌 트라이아웃에서 두 번째로 높은 확률(21.4%)을 갖고 있던 우리카드는 확률을 뚫고 1순위 지명 권한을 얻었다. 애초 1순위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타이스(삼성화재) 또는 파다르(현대캐피탈) 지명 계획을 세웠던 우리카드는 주저 없이 아가메즈의 이름을 호명했다. 선수를 택했다고 모든 구슬이 꿰어지는 건 아니었다. 까다로운 성격의 아가메즈를 팀에 녹아들게 하기 위해 구단은 과거 V리그에서 선수로 뛰었던 네맥 마틴 코치를 전담으로 붙여 관리하게 했다. 신 감독은 아가메즈의 의사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코트 위에서 해줘야 할 역할을 명확히 했다. 팀에 안착한 아가메즈는 기대대로 ‘세계적인 공격수’다운 경기력을 뽐냈다. 아가메즈도 자신이 만난 감독 중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신 감독을 높게 평가하고 존중했다. 아가메즈는 현재 득점 선두(864점), 공격종합 3위(성공률 55.39%)에 오르며 팀 성적을 견인하고 있다.세터 노재욱(27)의 영입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붙박이 주전 세터(유광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신 감독은 토종 에이스 최홍석을 보내고 세터 노재욱을 받아오는 한국전력의 트레이드 제안을 받아들였다. 키가 크지 않은 유광우(184㎝)를 대신해 191㎝의 노재욱을 기용해 사이드 블로킹을 높이겠다는 계산이었다. 토스가 낮고 빠른 노재욱의 장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리카드는 11월 노재욱 영입 후 그의 출전 기회를 늘리면서 점점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최홍석이 빠지면서 생긴 빈 자리는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됐다. 평소 결정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레프트 나경복(25)은 꾸준한 기회를 얻으면서 자신감을 끌어올렸고, 2년차 한성정(23) 또한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신인 황경민(23)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신 감독은 “세 선수의 장단점이 각기 다르다. 경복이의 장점이 높이라면 경민이는 스윙이 빠르다. 성정이도 수비 부담이 있는 포지션 선수치고 공격력이 좋다. 앞으로 상황이 되는 대로 선수들을 기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진짜 승부는 지금부터다. 사상 첫 봄 배구에는 다가섰지만 남은 최종 6라운드 결과에 따라 순위는 얼마든 뒤바뀔 수 있다. 신 감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선수들이 지금처럼 자신감을 가진다면 좋은 결과를 얻으리라 믿는다. 기술적으로는 서브 리시브나 세터 노재욱의 경기 운영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시즌 내내 배구 팬들을 놀라게 한 우리카드는 과연 올 시즌을 어떻게 마무리할까. 그 결과가 주목된다. 강홍구기자 windup@donga.com}

    • 2019-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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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커피머신-박스조명… “쾌적한 분위기로 2030 잡아라”

    “당구장 맞아?”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에스프레소 머신이 눈길을 끌었다. 실내는 어두컴컴했다. 당구대에는 박스 조명이 달렸다. 분위기 좋은 펍에 들어온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당구대마다 달린 스코어보드도 디지털 방식이었다. 바둑알이 매달려 있어 마치 주판을 연상하게 하는 다른 당구장의 스코어보드와는 달랐다. 스코어 아래 화면에서는 방금 전 당구공을 친 사람의 리플레이 영상이 흘러나왔다. 대기 손님들을 위한 별도의 휴식 공간도 마련돼 있었다. 설 연휴 직전인 1일 오후 5시. 서울 강동구 DS빌리어드클럽 당구장에는 빈자리 하나 없었다. 총 10개의 당구대가 모두 손님으로 가득 찼다. 그중 절반 이상이 20, 30대 젊은 고객이었다. 연인과 함께 온 여성도 여럿 눈에 띄었다. 2030 젊은 세대에게도 당구가 ‘신종’ 레저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 천편일률적이었던 당구장이 최근 복합 문화 공간으로 바뀌면서 PC방, 노래방 등에 익숙한 이들이 당구의 재미에 눈을 뜬 것. 이들 젊은 세대를 당구장으로 유인하려는 업체들도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당구장 안에서 커피 또는 피자와 맥주를 팔거나 다트 등 다른 게임을 할 수 있는 곳이 늘고 있다.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끌기 위한 요소는 ‘쾌적함’이다. 과거 담배 연기 자욱했던 당구장의 이미지를 지워야 젊은 고객들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이곳을 연습장으로 쓰는 프로 선수 조명우 씨(21)는 “당구장 안에서 흡연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확실히 친구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김용철 DS빌리어드클럽 대표는 “젊은 고객들은 다른 손님과의 간격에도 예민한 편이다. 보통 대형 당구대 하나에 10평(약 33m²) 정도의 면적을 할당하는데, 우리는 13평(43m²)으로 잡았다. 인테리어 문의를 해오는 곳도 많다”고 귀띔했다. 당구대를 줄이면 수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익이 줄어들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젊은 고객을 유치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대화보다는 개인의 플레이에 집중하길 좋아하는 젊은 고객들을 위해 가급적 배경음악도 잔잔한 곡으로 선택한다. 이 당구장의 경우 2030고객의 비율이 30∼40%대다. 최근 일부 중고등학교에서 나타나고 있는 당구부 창단 움직임도 젊은 고객 증가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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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학교성적 공개 등 모든 일상이 콘텐츠… 돈만 좇다간 필패

    10대 1인 미디어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2018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 희망직업 5위는 인터넷방송진행자(유튜버)다. 법률전문가(7위), 가수(8위)보다도 순위가 높다. 초등학생 8597명이 설문에 응했다. 최근에는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까지 구독자를 보유한 10대 스타 유튜버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0대 인기 유튜버 2명의 일상을 살펴봤다.○ 친구와의 파자마 파티, 일상이 곧 콘텐츠 “안녕하세요, 마이린입니다.” 스마트폰 녹화 버튼을 누르자마자 줄줄이 말이 쏟아져 나왔다. 자연스러운 손동작은 웬만한 방송인 못지않았다. 2015년 시작한 개인방송 ‘마이린TV’의 주인공 최린 군(13)은 76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중학교 입학을 앞둔 최 군은 ‘초통령’ ‘유튜브계의 유재석’ 등으로 불린다. 지난해 올린 ‘밤 12시 엄마 몰래 라면 끓여 먹기’ 영상은 826만 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 성동구 집에서 만난 최 군은 “아빠와 함께 유튜브 키즈 대회에 나갔다가 영상을 찍어 올리면 장난감을 준다고 해서 시작했다. 조회 수 올리는 재미로 꾸준히 하다 보니 요새는 하루에 댓글만 1000∼2000개가 달린다”고 말했다. 또래 학생들을 주요 구독자로 둔 최 군의 일상이 모두 콘텐츠다. 친구와의 파자마 파티, 졸업 선물 교환 등을 촬영해 올린다. 또래에게 인기가 많은 슬라임, 바퀴 달린 운동화(힐리스) 등도 방송 소재다. 최 군은 “편의점, 문방구에서 인기가 많은 것들을 사서 영상을 찍기도 하고 포털사이트 트렌드 검색 기능도 자주 쓴다. 요새 무엇이 인기가 많은지 비교할 수 있다”고 말했다. 1일 1업로드를 원칙으로 삼는 최 군은 별도의 대본 없이 스스로 방송을 진행한다. 촬영은 주로 아버지 최영민 씨(48)가 스마트폰으로 한다. 초창기에는 최 군이 직접 편집을 하기도 했지만 채널 규모가 커지면서 편집 담당자를 1명 채용했다. 집 안에는 간단한 조명 시설을 갖춘 최 군만의 스튜디오도 뒀다. 최근에는 최 군의 어머니도 채널을 새로 개설했다. 10대 유튜버 하면 염려스러운 학업과의 병행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매일 업로드를 하지만 영상 촬영은 주로 주말에 몰아서 한다. 아버지 최 씨는 “6개월마다 성적 공개를 콘텐츠로 만들다 보니 오히려 성적도 좋아지는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의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 군은 지난달 프로농구 경기에서 시투를 하기도 했다. 목표는 구독자 100만 명 돌파. 최 군은 멘토링 등 각종 사회공헌 프로그램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구독, 댓글 활발한 또래 등에 업은 10대 유튜버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최연우 양(16)은 혼자서 방송 촬영, 편집 등을 다 하는 케이스다. 최 양이 운영하는 ‘여우린TV’의 구독자는 현재 5만여 명이다. 교내 축제, 체육대회, 아이돌 가수 콘서트 관람 등 일상이 주요 콘텐츠다. 라면 끓이기, 화장법 등도 소재가 된다. 1일 경기 용인시에서 만난 최 양은 초등학생이던 2015년 개인 방송을 시작했다. 구독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다는 데서 매력을 느꼈다. 최 양은 “아무래도 10대들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영상 구독이나 댓글 달기 등을 활발히 하는 만큼 (그들을 주요 시청자로 하는) 10대 유튜버들도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내 일상을 주로 영상으로 찍는 최 양은 현재 사전 동의를 얻은 친구들에 한해 함께 영상에 내보낸다. 최 양은 평소 5∼10분 영상 편집에 10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이기도 한다. 자신의 스마트폰과 미러리스 카메라만으로 촬영하는 최 양은 고가의 촬영장비보다 편집을 통한 보정 작업을 추천했다. 학업과의 병행이 고민스럽긴 하지만 유튜버 생활을 놓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당장 최 양은 자신의 경험을 살릴 수 있는 미디어영상 관련 학과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성인이 되면 패션 등 콘텐츠를 다양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수입만 보고 시작할 직업은 아냐” 높은 인기만큼 관심이 높은 것이 수입이다. 광고 종류, 시청 시간 등에 따라 책정 가격이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통상 조회 수 1당 약 1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 억대 연봉을 받는 유명 유튜버도 적지 않다. 영향력이 커지면서 최근에는 간접광고(PPL)도 붙는다. 구독자 수에 따라 관련 영상 한 건당 수백만, 수천만 원씩의 광고료를 받기도 한다. 관련 굿즈 사업을 하는 채널도 있다. 마이린TV의 최 군은 부모가, 여우린TV의 최 양은 자신이 직접 수입을 관리한다. 그러나 높은 수입은 유튜버의 단면을 보는 것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 최영민 씨는 “마이린TV도 아무도 유튜브 시장이 형성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때 시작했기에 경쟁력이 있었다. 첫 구독자 100명을 모으는 데 3개월 이상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여우린TV의 최 양도 “초반에는 열정페이에도 미치지 못한다. 수입만을 보고 시작하면 유튜버라는 직업을 제대로 이해하기도 어렵다. 악성 댓글 등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양은 또 “트렌드만 좇다 보면 나만의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같은 소재더라도 편집이나 배경음악으로 차별화하는 방법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최 군은 “무엇이든 꾸준히 올리는 게 중요하다. 영상이 흔들리면 시청자들이 불편해하는 만큼 어린 친구들에겐 꼭 삼각대를 마련하라고 조언하고 싶다”고 말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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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차례상 음식, 남편들 주문전화 부쩍 늘었죠”

    주방 입구부터 고소한 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넓은 철제 테이블 위에 도라지, 시금치, 고사리 색색의 나물을 널어놓은 주방은 하나의 거대한 설 차례상을 떠올리게 했다. 주방 밖 쇠솥에는 상에 올릴 식혜가 팔팔 끓었다. 대형 불판 앞에 선 직원 한 명이 쉴 새 없이 전 부치기와 반죽을 반복했다. 소문난 맛집처럼 분주했다. 24일 경기 고양시에 있는 명절 차례상 대행 서비스업체 ‘다례원’을 찾았다. 1998년 사업을 시작한 다례원은 이 업계의 초기 멤버다. 전주 이씨 영응대군파 종손으로 일 년에 7, 8차례 제사상을 차려야 했던 이성수 대표(60)가 집안 내력을 살려 아예 아내와 함께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업 초기에는 사흘에 상 하나를 차릴까 말까 할 정도로 주문량이 적었지만 2000년대 이후 인터넷 보급이 확산되면서 사업도 함께 성장했다. 최근 명절 대목에는 하루에 많게는 30개가 넘는 제사상을 차려야 할 정도다. 이 대표는 “평소에도 제사나 고사상을 제공하는데 명절에는 평소보다 주문량이 4∼5배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300개 이상의 명절 음식 대행업체가 있을 것으로 이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는 남성 고객의 주문도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에는 상차림이 부담스러운 여성 고객의 주문이 많았다면 맞벌이 부부가 늘면서 남성들이 문의를 해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간소하게나마 상을 차리려는 기러기 아빠들의 주문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고객의 요구에 맞게 상차림 종류도 다양해지고 있다. 통상 8∼10인분의 차례상을 준비하던 다례원은 5년 전부터 고객 요구에 맞춰 2∼3인분 제품도 선보이고 있다. 지역별 특성에 맞춰 전라도, 경상도식 상차림도 따로 마련했다. 전라도식에는 병어 낙지, 경상도식에는 상어고기 민어 등 지역 특산물을 추가로 상에 올린다. 고객이 요구하는 음식을 함께 준비하기도 한다. 다례원의 설 차례상 가격은 크기별로 적게는 19만 원(2∼3인분)에서 많게는 38만 원(16∼18인분)이다. 25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올해 설 차례상 차림 비용은 전통시장 기준 25만4215원, 대형 유통업체 기준 34만9941원이다. 손수 상차림을 준비하는 비용과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최근에는 대기업들의 참여도 이어지고 있다. 동원홈푸드는 2016년 온라인 반찬업체 ‘더 반찬’을 인수하며 명절 음식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상차림 외에도 수제모둠전, LA갈비, 갈비찜 등 개별 제품도 판매한다. 대표 메뉴인 수제모둠전의 경우 2017년 설 1800세트, 지난해 2500세트로 40%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올해 설에는 3000세트 이상 판매가 예상된다. 명절 음식의 경우 명절이 되면 평소에 비해 10∼20배 주문이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세븐일레븐, GS25 등 편의점들은 혼자 명절을 보내는 이들을 위한 간편 명절음식도 선보이고 있다.고양=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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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시 보러 축구장 가듯… ‘롤’ 대결 보러 종로로

    서울 종로구 종로1가 사거리 주변 빌딩 숲 사이에 숨은 ‘별천지’가 있다. 세계적인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이하 롤)’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마련한 ‘롤파크’다. 종로 그랑서울 빌딩 3층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올해부터 롤의 국내 리그인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전 경기가 열린다. 롤 프로선수와 팬들을 위한 e스포츠 복합문화공간인 롤파크를 ‘2019 스프링시즌’ 개막전이 열린 16일 찾아갔다.○ 2분 만에 개막일 경기 매진 SK텔레콤 T1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시즌 개막전 1시간 전부터 롤파크에는 구름 관중이 몰렸다. 팬들은 경기 뒤 열리는 팬미팅 참가권을 얻기 위해 20m 넘게 줄지어 섰다. 게임 속 캐릭터(챔피언)를 코스프레한 팬들도 눈길을 끌었다. 5280m²(약 1600평) 규모의 이 경기장에 라이엇게임즈는 2029년까지 총 1000억여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09년(국내 2011년) 출시된 롤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인기 e스포츠다. 2016년 9월 전 세계 월간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게임전문 리서치서비스 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롤의 시간점유율은 29.77%로 가장 높다. 12월 한 달 사용 시간만 184만3407시간이다. 2위 배틀그라운드(17.81%·110만3298시간)와 10%포인트 이상 차가 난다. 열기가 뜨겁다 보니 경기 관전 티켓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종종 암표가 나올 정도다. 선수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팬들은 희열을 느낀다. 개막일 2경기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 경기당 티켓 가격은 평일 9000원, 주말 1만1000원이다. 하루 2경기를 패키지로 구매하면 할인가(평일 1만4000원, 주말 1만7000원)가 적용된다. 이날도 티켓을 구하지 못한 롤 팬 수십 명이 경기장 밖에 설치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장 안에서는 여느 스포츠 못지않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롤파크에 마련된 롤 전용 경기장 ‘LCK아레나’는 격투기 경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스탠딩석을 포함해 최대 500명(좌석 400개)의 관중을 수용하는 LCK아레나는 국내 e스포츠 경기장 중 처음으로 원형 형태로 설계됐다. 객석의 시야 각도를 넓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넓이 826m²(약 250평), 높이 8m 공간에 뒤로 갈수록 좌석을 높게 배치해 관중의 시야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무대 중앙에는 경기 장면을 보여주는 가로 5.5m, 세로 3m의 대형 화면을 3개면으로 설치했다. 경기장 양쪽에 코치 박스를 마련해 스포츠적 요소도 극대화했다. 야구의 ‘더그아웃’과 비슷한 이곳에서 각 팀 코치들은 경기를 보고 선수들이 헤드셋으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으며 전략을 구상한다. 세트가 끝날 때마다 코치의 작전 지시가 이뤄진다. 선수들 자리에 별도로 칸막이를 설치하지 않아 관중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경기 전 선수들이 다른 팀 선수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대기실에서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경로를 분리하기도 했다. 프레스룸, 인터뷰룸 등도 차렸다. 공동취재구역 운영도 고려 중이다. 관중석 좌석도 스페인 FC 바르셀로나의 안방구장인 ‘캄프누’ 좌석을 제작한 피게레스사(社) 제품이다. 좌석에는 USB 충전 포트도 달렸다. 경기장 내 중계석이 2개인 것도 눈길을 끈다. 하나는 우리말, 다른 하나는 영어 중계 부스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국내 리그의 수준이 세계 최고이다 보니 8 대 2 비율로 외국인 시청자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의 일부 매체는 국내 리그를 전담하는 취재진까지 두고 있다. 이전까지 게임 전문채널이 해오던 방송 제작도 올해부터는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한다. 로보틱 캠, 무인카메라 등 총 30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경기장 밖에는 팬 미팅존과 카페, PC방도 있다.○ 그들은 왜 롤에 열광하나 팬들은 왜 롤에 열광할까. 롤파크에서 만난 팬들이 꼽은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챔피언)의 다양성이다. 중앙대 e스포츠 동아리 ‘프라메’에서 활동한다는 최다현 씨(22·여)는 “어떤 챔피언을 고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질릴 새 없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롤에는 140여 개의 캐릭터가 있다. 한국의 구미호를 모델로 한 ‘아리’라는 캐릭터도 있다. 활성화된 프로리그도 팬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국내 리그인 LCK의 경우 1군(챔피언스), 2군(챌린저스)으로 나누어 승강전을 치른다. 한국 외에도 중국, 대만, 북미, 유럽 등 세계 14개 지역에서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FC 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보며 축구에 흥미를 갖듯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챔피언십(일명 롤드컵)에서 3회 우승한 스타 플레이어인 ‘페이커’ 이상혁(23)은 수십억 원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개 리그의 상위 24개 팀이 승부를 펼치는 롤드컵은 세계 롤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무대다. 지난해 11월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의 시청자는 9960만 명이었다. SK텔레콤 T1팀 팬이라는 대학생 박동원 씨(26)는 “긴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축구 클럽들처럼 롤 팀들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타며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리그의 실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팀들과의 대결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경기에서도 중국 팀이 롤 금메달을 따냈다. 게임을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해 팬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꾸준한 변화를 통해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게임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게임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가상 걸그룹 ‘K/DA’가 발표한 주제가 ‘POP/STARS’가 2억4000만 건 이상의 영상, 음악 조회 수를 기록하며 빌보드월드디지털 등 차트에서 1위를 하는 등 파급 효과도 크다.○ 캠퍼스 안 e스포츠 경기장 게임업계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를 약 9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뉴주(newzoo)’는 2021년 e스포츠 산업 매출 규모가 16억5000만 달러(약 1조8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프로축구 등 기존 스포츠 구단의 e스포츠 참여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1일 발표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축구, 배구, 농구단 등을 운영하는 터키 스포츠클럽인 베식타시가 롤 팀을 창단해 리그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기존 스포츠 구단이 속속 e스포츠단을 창단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축구 팀들이 ‘피파’ 프로 게이머를 영입해 e스포츠 리그를 출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SK, KT 등이 스포츠단 내에서 e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9일 LCK와 2년간 타이틀 스폰서 계약을 맺는 등 e스포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계약 실무 담당자인 우리은행 홍민호 과장은 “20, 30대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LCK 타이틀 스폰서를 맡기로 했다. 최근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참여의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I)는 롤, 오버워치 종목 관련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캠퍼스 내 경기장 ‘UCI e스포츠 아레나’를 짓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대도 지난해 e스포츠 관련 과목을 개설했는데, 120명 정원에 200명이 몰릴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가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e스포츠 관련 강의 개설 방침을 밝혔다.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한국 e스포츠 선수 152명이 해외 무대에 진출해 있다. 롤 91명, 오버워치 61명이다. 외국 선수들이 국내로 들어와 훈련캠프를 차리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단이 야구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떠나는 것처럼 외국 e스포츠 선수들도 e스포츠 강국인 한국으로 와서 연습 상대를 구해 훈련한다. 다만 선수들의 수준만큼 국내 게임산업계의 관심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지난해 아시아경기 e스포츠 6개 종목 중에 국산 게임은 하나도 없었다”며 “한국 게임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e스포츠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 리그오브레전드(LoL·롤) :: 2009년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선보인 MOBA(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배틀 아레나) 게임. 국내에는 2011년 출시됐다. 5명이 한 팀이 돼 상대 팀의 기지 ‘넥서스’를 파괴하는 것이 게임의 목표다. 각기 다른 속성을 가진 140여 종류 캐릭터(챔피언)가 재미요소다. 경기 시간은 20∼40분 정도. 세계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 리그인 LCK 등을 포함해 전 세계에 총 14개 리그가 운영되고 있다. 매년 세계 최고의 팀을 선발하는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일명 롤드컵)’도 열린다. 지난해 인천 문학주경기장에서 열린 2018 롤드컵 파이널에는 2만6000여 명의 관중이 몰리기도 했다. 시청자는 9960만 명이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서 시범종목으로 채택됐으며 당시 한국팀이 은메달을 땄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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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분 만에 개막일 티켓 매진…그들은 왜 ‘롤’에 열광하나?

    서울 종로구 광화문 사거리 주변 빌딩 숲 사이에 숨은 ‘별천지’가 있다. 세계적인 e스포츠 ‘리그오브레전드(League of Legends·LOL·이하 롤)’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가 마련한 ‘롤파크’다. 종로 그랑서울 빌딩 3층에 자리 잡은 이곳에서는 올해부터 롤의 국내리그인 ‘LCK(롤 챔피언스 코리아)’ 전 경기가 열린다. 롤 프로선수와 팬들을 위한 e스포츠 복합문화공간인 롤파크를 ‘2019 스프링시즌’ 개막전이 열린 16일 찾아갔다. ●2분 만에 개막일 경기 매진 SK텔레콤 T1과 진에어 그린윙스의 시즌 개막전 1시간 전부터 롤파크에는 구름관중이 몰렸다. 팬들은 경기 뒤 열리는 팬미팅 참가권을 얻기 위해 20m 넘게 줄지어 섰다. 게임 속 캐릭터(챔피언)를 코스프레한 팬들도 눈길을 끌었다. 5280㎡(약 1600평) 규모의 이 경기장에 라이엇게임즈는 2029년까지 총 1000억여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2009년(국내 2011년) 출시된 롤은 명실상부 세계 최고 인기 e스포츠다. 2016년 9월 저 세계 월간 사용자가 1억 명이 넘었다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다. 게임전문 리서치서비스 업체 ‘게임트릭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롤의 시간점유율은 29.77%로 가장 높다. 12월 한 달 사용시간만 184만3407시간이다. 2위 배틀그라운드(17.81%·110만3298시간)와 10% 포인트 이상 차이가 난다. 열기가 뜨겁다보니 경기 관전 티켓을 구하기도 쉽지 않다. 종종 암표가 나올 정도다. 선수들이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팬들은 희열을 느낀다. 개막일 2경기는 예매 시작 2분 만에 표가 매진됐다. 경기 당 티켓 가격은 평일 9000원, 주말 1만1000원이다. 하루 2경기를 패키지로 구매하면 할인가(평일 1만4000원, 주말 17000원)가 적용된다. 이날도 티켓을 구하지 못한 롤 팬 수십 명이 경기장 밖에 설치된 TV로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장 안에서는 여느 스포츠 못지않은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롤파크에 마련된 롤 전용 경기장 ‘LCK아레나’는 격투기 경기장을 떠올리게 했다. 스탠딩석을 포함해 최대 500명(좌석 400개)의 관중을 수용하는 LCK아레나는 국내 e스포츠 경기장 중 처음으로 원형 형태로 설계됐다. 객석의 시야 각도를 넓혀 선수들이 경기를 펼치는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넓이 826㎡(약 250평), 높이 8m 공간에 뒤로 갈수록 좌석을 높게 배치해 관중의 시야 확보에도 신경을 썼다. 무대 중앙에는 경기 장면을 보여주는 가로 5.5m, 세로 3m의 대형 화면을 3개면으로 설치했다. 경기장 양 쪽에 코치 박스를 마련해 스포츠적 요소도 극대화했다. 야구의 ‘더그아웃’과 비슷한 이곳에서 각 팀 코치들은 경기를 보고 선수들이 헤드셋으로 나누는 대화 내용을 들으며 전략을 구상한다. 세트가 끝날 때 마다 코치의 작전 지시가 이뤄진다. 선수들 자리에 별도로 칵막이를 설치하지 않아 관중들은 선수들의 움직임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다. 경기 전 선수들이 다른 팀 선수들과 마주치지 않도록 대기실에서 경기장으로의 진입 경로를 분리하기도 했다. 프레스룸, 인터뷰룸 등도 차렸다. 공동취재구역 운영도 고려중이다. 관중석 좌석도 스페인 FC바르셀로나의 홈구장인 ‘캄프누’ 좌석을 제작한 피게레스 사(社) 제품이다. 좌석에는 USB충전 포트도 달렸다. 경기장 내 중계석이 2개인 것도 눈길을 끈다. 하나는 우리말, 다른 하나는 영어 중계 부스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국내 리그의 수준이 세계 최고다 보니 8대 2 비율로 외국인 시청자가 많다”고 말했다. 중국, 미국의 일부 매체는 국내 리그를 전담하는 취재진까지 두고 있다. 이전까지 게임 전문채널이 해오던 방송 제작도 올해부터는 라이엇게임즈가 직접 한다. 로보틱 캠, 무인카메라 등 총 30대의 카메라를 활용해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한다. 경기장 밖에는 팬 미팅존과 카페, PC방도 있다. ●그들은 왜 롤에 열광하나 팬들은 왜 롤에 열광할까. 롤파크에서 만난 팬들이 꼽은 가장 큰 매력은 캐릭터(챔피언)의 다양성이다. 중앙대 e스포츠 동아리 ‘프라메’에서 활동한다는 최다현 씨(22·여)는 “어떤 챔피언을 고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게임을 하는 것 같다. 질릴 새 없이 새로운 재미를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롤에는 140여 개의 캐릭터가 있다. 한국의 구미호를 모델로 한 ‘아리’라는 캐릭터도 있다. 활성화된 프로리그도 팬들을 끌어당기는 요소다. 국내 리그인 LCK의 경우 1군(챔피언스), 2군(챌린저스)으로 나누어 승강전을 치른다. 한국 외에도 중국, 대만, 북미, 유럽 등 세계 14개 지역에서 리그가 진행되고 있다. 라이엇게임즈 관계자는 “세계적인 축구 스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의 플레이를 보며 축구에 흥미를 갖듯 세계적인 선수들의 경기를 보며 ‘나도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월드챔피언십(일명 롤드컵)에서 3회 우승한 스타플레이어인 ‘페이커’ 이상혁(23)은 수십억 원 대 연봉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4개 리그의 상위 팀 24개 팀이 승부를 펼치는 롤드컵은 세계 롤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무대다. 지난해 11월 인천 문학 주경기장에서 열린 롤드컵 결승전의 시청자는 9960만 명이었다. SK텔레콤 T1팀 팬이라는 대학생 박동원 씨(26)는 “긴 역사를 가진 세계적인 축구 클럽들처럼 롤 팀들도 오르막과 내리막을 번갈아 타며 다양한 스토리라인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중국 리그의 실력이 급성장하면서 한국 팀들과의 대결 구도도 형성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경기에서도 중국 팀이 롤 금메달을 따냈다. 게임을 일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해 팬들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도 성공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꾸준한 변화를 통해 오랜 시간 함께할 수 있는 게임 모델을 만들려고 한다는 것이 게임 제작사 측의 설명이다. 라이엇게임즈가 만든 가상 걸그룹 ‘K/DA’가 발표한 주제가 ‘POP/STARS’가 2억4000만 건 이상의 영상, 음악 조회 수를 기록하며 빌보드월드디지털 등 차트에서 1위를 하는 등 파급 효과도 크다. ●캠퍼스 안 e스포츠 경기장 게임 업계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를 약 9억 달러, 우리 돈 약 1조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 ‘뉴주(newzoo)’는 2021년 e스포츠 산업 매출 규모가 16억5000만 달러(약 1조850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성장세에 힘입어 기존 프로축구 등 기존 스포츠 구단의 e스포츠 참여도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11일 발표한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5년 축구, 배구, 농구단 등을 운영하는 터키 스포츠클럽인 베식타스가 롤 팀을 창단해 리그에 참가한 것을 시작으로 기존 스포츠 구단이 속속 e스포츠단을 창단하고 있다. 프랑스와 스페인에서는 축구 팀들이 ‘피파’ 프로 게이머를 영입해 e스포츠 리그를 출범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SK텔레톰, KT 등이 스포츠단 내에서 e스포츠팀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이 9일 LCK와 2년간 타이틀 스폰서계약을 맺는 등 e스포츠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계약 실무 담당자인 우리은행 홍민호 과장은 “20,30대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LCK 타이틀스폰서를 맡기로 했다. 최근 e스포츠가 아시아경기 시범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참여의 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UC Irvine·UCI)는 롤, 오버워치 종목 관련 장학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캠퍼스 내 경기장 ‘UCI e스포츠 아레나’를 짓기도 했다. 중국 베이징대도 지난해 e스포츠 관련 과목을 개설했는데, 120명 정원에 200명이 몰릴 정도로 학생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는 연세대가 지난해 12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e스포츠 관련 강의 개설 방침을 밝혔다. ‘2018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한국 e스포츠 선수 152명이 해외 무대에 진출해 있다. 롤 91명, 오버워치 61명이다. 외국 선수들이 국내로 들어와 훈련캠프를 차리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국 프로 야구단이 야구 선진국인 일본이나 미국 등으로 스프링캠프 훈련을 떠나는 것처럼 외국 e스포츠 선수들도 e스포츠 강국인 한국으로 와서 연습 상대를 구해 훈련한다. 다만 선수들의 수준만큼 국내 게임 산업계의 관심이 따라가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은 “지난해 아시아경기 e스포츠 6개 종목 중에 국산 게임은 하나도 없었다”며 “한국 게임업체들이 경쟁력 있는 e스포츠 관련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과제”라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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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 0점 남편, 집에선 낮은 포복” “호호, 알아서 잘해줘 고맙죠”

    “처음 만났을 때 한쪽 눈에 다래끼가 나서 안대를 하고 있었어요. 그야말로 ‘한 눈’에 반한 거죠. 그땐 스무 살이라 그런 순진한 선택을 할 수 있었나 봐요. 지금도 딸들이 놀린다니까요. ‘엄만 순진한 게 아니라 멍청한 선택을 했다’고.”(전미애) “거 참. 탁월한 선택이었대도. 허허.”(신치용) 두 칸짜리 소파에 나란히 걸터앉은 부부는 끊임없이 토닥대며 애정을 과시했다. 1995년 팀을 맡아 2015년까지 20년 동안 전쟁터 같은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온 ‘코트 위의 제갈공명’ 신치용 전 삼성화재 감독(64·현 자문역)이 유일하게 갑옷을 벗을 수 있는 곳은 바로 아내 전미애 씨(59) 곁뿐이었다. 겨울리그 최다연승(77연승), 슈퍼리그 8연패, 프로배구 V리그 8회 우승 등 한국 남자배구의 유례없는 성공 스토리는 바로 아내와의 만남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 남자배구, 여자농구 국가대표의 결혼으로도 화제가 됐던 스포츠 스타의 만남은 둘째 딸 신혜인(34·여자 프로농구 출신)과 사위 박철우(34·프로배구 삼성화재 소속) 부부로 대를 잇기도 했다. 1983년 결혼 뒤 37년째 서로의 곁을 지켜온 ‘절친 커플’ 신치용, 전미애 부부를 9일 경기 용인의 자택에서 만났다.○ 태릉선수촌에서 꽃피운 사랑 다섯 살 터울의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1980년 태릉선수촌에서였다. 국가대표로 선발된 두 사람은 농구와 배구 종목 숙소가 같은 건물에 있으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지게 됐다. 그는 그녀의 순수함이, 그녀는 아버지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듬직함이 좋았다. 예상외로 예쁜 신 씨의 글씨체도 마음에 들었다. 숨길 것도 없었다. 선수촌 안에서 공공연히 연인 사이임을 밝혔다. “지금 생각하면 맹랑했어요. 제가 장충체육관에서 경기를 하고 있으면 이 사람이 기자들을 만나서 우리가 결혼할 거라고 인터뷰를 했어요. 그땐 이 사람 말처럼 결혼하면 운동을 그만둬야 하는 줄 알았어요. 당시 인식이 그랬죠.”(전) “그때는 시대가 그랬고. 감독할 때도 그렇고 결혼할 때도 생각해 보면 내가 세뇌교육에 소질이 있긴 있나봐. 허허허. 선수들 다룬 솜씨가 다 이런 데서 나온 거 아니겠어.”(신) 국가대표로 촉망받던 전 씨가 결혼을 하겠다며 은퇴 의사를 밝히자 구단과 감독이 만류에 나섰다. 당시 전 씨가 뛰던 한국화장품은 배구단을 창단해 감독 자리를 맡기겠다는 당근까지 내밀며 신 씨에게 결혼을 미뤄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저는 운동을 그만두겠다고 이 사람과 약속했잖아요. 그래서 구단에 이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하라고 했어요. 그래서 감독님이 이 사람을 만나러 가기도 했다니까요.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황당해요.”(전) “어허이. 이런 식으로 말하면 앞으로 내가 당신한테 더 맥을 못 추겠네.”(신) “그 정도로 믿었던 거죠.”(전) “오죽했으면 거제 갑부에게 시집간다는 소문이 돌지 않았겠습니까. 선수로서 한창때인데 나를 믿고 와준 게 고맙기도 하고. 그래서 지금 이 사람이 큰소리 빵빵 쳐도 가만히 있죠.”(신) 두 사람은 1983년 5월 1일 신 씨 모교인 성균관대 명륜당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100점짜리 감독, 0점짜리 남편 스물여덟, 스물셋의 나이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두 사람은 경기 부천에 신혼집을 차렸다. 당시 한국전력 배구단 코치였던 신 씨는 친구 도움까지 받아 어렵게 보금자리를 꾸렸다. 신 씨는 “그때 내겐 오로지 운동밖에 없었다. ‘지도자로 성공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다 보니 아무래도 가정에는 소홀했다. 두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싶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시즌 중에는 소속팀 코치, 비시즌에는 국가대표팀 코치 등을 맡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코트에서 보냈다. 두 딸이 자라는 동안 아빠로서 숙제 한번 도와주지 못했다. 1995년 삼성화재 초대 감독을 맡은 뒤로 상황은 더 심해졌다. “구단이 보면 이 사람 같은 감독은 없겠죠. 오로지 선수, 훈련, 성적만 생각하니까. 반대로 가정에서 보면 빵점도 아까워요. 마이너스야 마이너스.”(전) “저도 그 사실을 아니까 집에선 늘 낮은 포복으로 다녀요. 이 사람 덕에 내가 감독으로 실패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신) “그럼 남편으론 실패했다는 거네?”(전) “어허, 거. 사람 참.”(신) 신 씨는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다음 날 흐트러짐 없는 것으로 소문났다. 오전 6시 전에 출근해 가장 먼저 감독실의 불을 켜는 건 그가 감독생활을 하며 한 번도 어겨 본 적 없는 원칙이다. 대표팀 코치 시절 오전 4시 20분에 기상해 태릉선수촌 근처 불암산에 오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술을 좋아하면서도 부지런함을 잃지 않다 보니 에피소드도 많다. “전에 살던 집 근처에 생맥줏집이 있었어요. 이 사람이 술을 마시면 꼭 2차로 거기를 가요. 근데 자리가 길어지면 집엔 들르지 않고 바로 숙소로 가는 거예요. 그러면 저는 다음 날 생맥줏집 사장한테 이 사람이 왔다갔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정말 황당하지 않겠어요?”(전) “밤은 늦었고, 피곤하고. 어차피 새벽에 나가야 하니까 바로 숙소로 간 거지.”(신) “그건 자기 생각이죠. 말 한마디 없고.”(전) 부부 동반 모임을 마친 뒤 전 씨가 차를 운전해 귀가할 때의 일이다. 술을 마신 뒤 깜빡 졸던 신 씨가 눈을 떠보니 차가 배구단 숙소가 아닌 집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기사님, 이쪽으로 가시면 안 됩니다.” 화들짝 놀란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술김에 대리운전 기사가 운전하는 것으로 착각한 것. 신 씨는 “무의식 속에서도 습관적으로 집이 아닌 숙소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나는 새벽에 다른 스태프보다 먼저 출근해야 직성이 풀렸다. 감독이라고 풀어진 모습을 보이면 어떤 선수가 좋아하겠나”라고 설명했다. 전 씨가 옆에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집안일도 온전히 전 씨의 몫이었다. 경기 부천에서 시작해 현재의 용인까지 네 차례 집을 옮기는 동안 이사 당일 신 씨가 집에 있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신 씨가 대표팀 일정으로 해외에 나간 동안 이사한 적도 있다. 그 때문에 신 씨는 떠난 집과 돌아간 집이 다른 경험을 하기도 했다. “(딸) 혜인이가 (배구 선수) 철우랑 결혼한다고 할 때 ‘운동선수랑 한집에서 살려면 네가 벽에 못도 박고, 형광등도 직접 갈아야 한다’고 말했다니까요.”(전) “이 사람아. 내가 못질을 얼마나 잘한다고. 하지만 나에겐 늘 팀이 먼저야.”(신)○ 선 굵은 아내, 세심한 남편 올해 신 씨가 구단의 자문역(비상근고문)으로 물러나면서 부부는 처음으로 겨울시즌을 온전히 함께 보내게 됐다. 부부는 인터뷰 내내 “우리 두 사람은 너무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1995년 신 씨가 삼성화재 감독을 맡게 된 것도 전 씨의 생각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실 삼성화재 대표이사를 처음 만날 때까지만 해도 마음을 결정하지 못했어요. 솔직히 전 한국전력에 남을 생각이 컸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데 팀을 옮겼다가 잘못해서 1, 2년 만에 잘리면 누가 책임질 겁니까.”(신) “저는 이 사람하고 삼성이라는 구단이 체질이 맞을 것 같았어요. 워낙 준비를 꼼꼼히 하는 사람이니까 거기에 풍부한 지원까지 받으면 날개를 달 것 같은데 본인은 자꾸 아니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이야기했죠. ‘나 같으면 1년 하고 잘리더라도 해보고 잘리겠다.’”(전) “당신은 너무 낙관적이야. 나는 당신하고 두 딸 생각에….”(신) “솔직히 이 사람이 1년 하고 잘릴 거라고 생각하면 제가 하라고 했겠어요. 잘될 거라는 확신이 있었죠.”(전) “내가 잘리면 자기가 포장마차라도 해서 먹여 살리겠다는데, 어디 믿을 수가 있겠습니까.”(신) “전 할 수 있어요. 지금도 하라면 할 수 있어요.”(전) “내가 당신보다 당신을 더 잘 안다. 허허.”(신) 성격만큼 좋아하는 것도 서로 다르다. 전 씨가 편히 쉴 수 있는 휴양지를 선호한다면 신 씨는 이것저것 둘러볼 수 있는 관광지를 선호한다. 신 씨가 여행지에 가서도 습관처럼 오전 6시부터 움직여야 한다며 가족들을 독촉해 사소한 분란이 생기기도 한다. 이렇게 온도차가 있는 부부지만 배구, 그리고 두 딸 혜림(36), 혜인 씨에게서 태어난 네 손주 이야기를 할 때면 이내 한마음이 된다.○ ‘줄리엣’의 아빠, ‘로미오’의 장모 신치용, 전미애 부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둘째 딸 신혜인과 사위 박철우 부부다. 당시 삼성화재의 라이벌인 현대캐피탈 에이스였던 박철우와 신혜인의 러브스토리는 가문의 반대를 무릅쓴 ‘로미오와 줄리엣’에 비교되기도 했다. 실제로 신 씨는 운동선수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세 모녀의 설득으로 결국 결혼을 수락했다. 박철우가 2010년 자유계약선수(FA)로 삼성화재로 이적한 뒤에도 신 씨에게 집에서도 장인어른이라는 호칭 대신 감독님으로 부르게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가급적 집에서는 배구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도 장인, 사위만의 약속이다. 전 씨는 “남편이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고 함께한 가족 식사 자리에서 철우가 단도직입적으로 ‘이제 장인어른으로 불러도 되겠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 사람이 감독 때 철우를 호되게 야단치는 장면이 아직도 인터넷에 돌아다녀요. 볼 때마다 어찌나 사돈댁에 민망하던지. 전에 경기를 지는 날에는 철우가 같이 가족 식사를 못하겠다고 이야기한 적도 있어요. 감독님 앞에서 밥이 안 넘어간다고.”(전) “나는 외국인 선수고 사위고 안 가려요. 철저하게 해야지. 지금 철우 기본기 좋아진 것 봐.”(신) “그러게. 연결이 좋아지긴 했어. 요샌 도리어 철우가 경기 안 풀리는 날에 이 사람이랑 밥 먹고 싶어 한다니까요. 함께 경기를 복기하고 싶나 봐요.”(전) “그래서 요새는 저녁밥을 두 끼 먹는 경우도 있다니까. 허허.”(신) 최근에는 혜림, 혜인 씨 가족까지 세 가구가 함께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모여 살기 시작했다. 신 씨 부부 주방 창문으로 두 딸이 사는 아파트가 보일 정도다. 전 씨는 아침부터 큰딸 집으로 넘어가 딸들과 함께 네 손주를 돌본다. 신 씨도 평창 겨울올림픽 성화 봉송 때 딸 혜인 씨와 손녀 소율 양(6)과 함께 찍은 사진을 거실에 두고 자주 들여다본다. “이제야 노는 맛을 알게 됐다”는 신 씨의 말과 달리 그는 최근 진천 선수촌장 또는 프로배구단 감독 후보 등으로 끊임없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아내 전 씨는 “그렇게 살고도 또 일을 하고 싶냐”며 말리고 있지만 정작 신 씨는 “아직 잘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며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신 씨의 새로운 출발에도 관심이 쏠린다. 인터뷰를 마친 뒤 서로에게 건넬 덕담을 부탁했다. “이젠 그저 건강이 최고죠. 손주들 보는 게 쉬운 일이 아닐 텐데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신) “일찍 결혼을 해서 젊은 엄마가 됐는데 이젠 젊은 할머니가 됐어요. 할머니가 되면 무슨 재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요새는 손주 보는 재미에 사는 거 같아요. 호호.”(전) “이 사람아 덕담하라니까. 덕담.”(신) “덕담할 게 없어요. 여태껏 알아서 너무 잘해 왔잖아. 안 그래요?”(전) 첫 만남 이후 40년째 이어온 ‘절친 커플’의 믿음이 보였다.용인=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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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흥민, 2019도 1골 1도움 출발… ‘DESK 톱’

    ‘DESK.’ 2018∼2019시즌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의 공격력을 압축한 단어다. 미드필더 델리 알리(23), 크리스티안 에릭센(27)과 공격수 손흥민(27), 해리 케인(26)의 영어 이름에서 알파벳 한 자씩을 따온 것이다. 일명 ‘DESK 4총사’는 이번 시즌 토트넘이 2위로 선두 경쟁을 벌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EPL 팀 전체 득점(46골)의 65%가 넘는 30골이 이 4명에게서 나왔다. ‘DESK’ 라인 중에서도 최근 손흥민의 기세가 가장 뜨겁다. 지난해 12월에만 EPL에서 6골 3도움을 기록했던 손흥민은 2019년 새해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2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에서 열린 카디프시티와의 EPL 21라운드 경기에서 전반 26분 오른발 슛으로 쐐기 골을 터뜨렸다. 현지 시간 새해 첫날 시즌 11호골이자 리그 8호골을 기록했다. 전반 12분에는 에릭센의 골을 돕기도 했다. 팀은 3-0으로 승리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EPL 공격 포인트만 따지면 7골 4도움으로 DESK에서 가장 앞선다. 이날 골 장면에서는 최근 손흥민의 물 오른 경기력이 그대로 드러났다. 역습 상황에서 케인의 패스를 연결 받은 손흥민이 볼 트래핑으로 슈팅을 위한 공간을 마련했다. 슈팅 각도도 절묘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예리한 각도로 골대 왼쪽 구석을 발견했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짧은 댄스 세리머니를 선보이며 골을 자축했다. 러시아 월드컵,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에 연속으로 출전하면서 체력 부담이 컸던 손흥민은 시즌 10번째 경기에서야 처음으로 골을 넣는 등 초반 극심한 골 가뭄에 시달렸다. 파울루 벤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의 배려로 지난해 11월 A매치(국가대표 경기)에 차출되지 않으며 체력을 회복한 손흥민은 12월부터 공격 본색을 뽐내기 시작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손흥민의 체력 회복과 더불어 팀 전체적으로도 부상 선수 복귀 등 공수 양면에서 컨디션이 올라왔다. 손흥민도 측면 공격수보다 톱에서 기회를 많이 얻으면서 부담 없이 골을 넣는 데 주력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5∼2016시즌 토트넘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21라운드 기준 개인 통산 가장 많은 8골을 기록할 정도다. 이런 추세라면 2016∼2017시즌 기록한 개인 최다인 14골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스카이스포츠에 따르면 손흥민은 이번 시즌 500분 이상 경기에 출전한 선수 중에서 세 번째로 짧은 124.5분당 1골씩을 기록하고 있다. 아스널의 피에르 오바메양이 117.6분으로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앙토니 마르시알이 120.9분으로 2위, 팀 동료 케인이 128.4분으로 공동 4위다. 컵 대회를 포함해 최근 5경기 연속 공격 포인트를 기록 중인 손흥민은 2일 유럽축구통계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의 12월 EPL 베스트11에 선정됐다. 지난해 12월 30일 울버햄프턴과의 경기에서 1-3 역전패를 당했던 토트넘은 이날 승리로 다시 2위 자리를 되찾았다. 경기 뒤 손흥민은 “실망스러운 경기 이후 중요한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었다. 우리의 정신력과 특징을 보여준 경기다. 승점 3을 얻을 자격이 충분했다”고 평했다. 이달 중순 아시안컵 출전을 위해 대표팀에 합류하는 손흥민의 빈자리가 팀의 선두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손흥민은 5일 트랜미어와의 FA컵 3라운드, 9일 첼시와의 카라바오컵 준결승 1차전, 14일 맨유와의 리그 경기를 치른 뒤 대표팀에 합류한다. 아시안컵엔 중국과의 조별리그 3차전(16일)부터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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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헬멧캠 포수’… 마이크 낀 우즈… 날고 있는 중계기술

    ‘스포츠투자의 미래에서 최상의 베팅은 미디어다(in the future of sports investing, Media is the best bet).’ 2014년 6월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HBS)에서 나온 연구조사 제목이다. 2019년 새해에도 여전히 이 문장은 유효하다. 스포츠미디어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 가치를 보여주는 중계권료도 날마다 치솟고 있다.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1992∼1997년 5시즌 동안 총 1억9100만 파운드(약 2692억 원)였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계권료는 2016∼2019년 3시즌에 총 51억 파운드(약 7조1899억 원)로 폭등했다. 경기당 중계권료로 치면 60만 파운드(약 8억4500만 원)에서 1020만 파운드(약 143억7900만 원)로 17배 늘었다. 세계 최고의 프로스포츠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의 중계권료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8년간(2014∼2022시즌) 총 396억 달러(약 44조352억 원)다. 미디어시장이 커지면서 각종 중계기술 또한 진화하고 있다. 지난해 7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던 2018 메이저리그(MLB) 올스타전은 중계기술의 미래를 보여준 무대였다. 안방에서도 경기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한 장면을 느끼게 하기 위해 공중에 설치한 케이블에 카메라를 매단 스카이캠과 주루코치, 포수 등의 헬멧 위에 카메라를 다는 헬멧캠 등을 선보였다.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도는 선수와 주루코치의 하이파이브 장면을 코치의 시선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 밖에 외야에서 경기 중인 선수를 실시간 인터뷰 연결하고, 홈런더비를 4D리플레이로 보여주기도 했다. 내야 그라운드를 전광판 삼아 영상을 보여주는 ‘필드 프로젝션’도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 미국 네바다주에서 열린 타이거 우즈와 필 미컬슨의 일대일 대결 ‘더 매치’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이어졌다. 생생한 현장을 담기 위해 두 선수와 그들의 캐디 4명이 모두 마이크를 착용했고, 드론 카메라도 중계에 활용했다. 갤러리 없이 진행된 이 경기는 애초 미국 내에서 19.99달러(약 2만2200원) 유료 방송으로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경기 전 페이월(지불장벽) 페이지에 기술적인 문제가 생기면서 무료로 풀렸다. 동시에 기성 스포츠미디어는 새로운 도전과제에 직면해 있기도 하다. 더 이상 스포츠팬들이 TV를 통해서만 스포츠를 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글로벌 정보분석기업인 닐슨이 지난해 내놓은 ‘2017 스포츠미디어 리포트’에 따르면 2017년 NFL 슈퍼볼(결승전)을 TV 중계로 본 사람은 1억340만 명으로 페이스북 TV 연계 서비스로 본 사람(1억1210만 명)보다 적다. 미국 정보기술(IT)업체 아마존은 2019∼2020시즌 EPL 20경기 독점 중계권을 따내기도 했다. 중계 창구의 다변화뿐만 아니라 유튜브 등을 통해 개개인이 만들어내는 콘텐츠들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만 하더라도 전 국가대표 골키퍼 김병지의 유튜브 채널 ‘꽁병지TV’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을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전 2차전 전날 만나 인터뷰한 영상을 올렸다. 박 감독이 10년 만에 베트남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지난해 12월 31일 현재 약 38만 건의 조회 수를 기록 중이다. 스포츠미디어산업의 진화는 스포츠와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식의 결합에 힘입고 있다. 2019년에도 스포츠 현장에서는 더욱 극적인 이야기들이 기다리고 있다.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 2019-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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