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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씨(60)의 구속영장 혐의에는 최 씨가 청와대를 등에 업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주무른 정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검찰은 공무원 신분이 아닌 최 씨에게 ‘직권 남용 권리행사 방해’의 혐의를 적용했다. 힘 있는 공무원을 명목상 앞세워 불법적으로 다른 기관을 주물렀단 뜻이다. 검찰은 앞장선 공무원으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을 지목했다. 이틀째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도 최 씨는 본인의 혐의를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수석 역시 2일 검찰 출석 전까지 최 씨의 존재를 몰랐다고 항변했다. 서로가 서로를 모른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받은 롯데 등 대기업 관계자들과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은 둘 사이의 관계를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검찰은 안 전 수석이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에게 압력을 가해 대기업들로부터 돈을 모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774억 원에 이르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에 최 씨가 개입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최 씨가 안 전 수석과 모의했다는 취지다. 최 씨가 실소유한 업체인 더블루케이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 간 에이전트 계약, K스포츠재단이 롯데그룹에서 70억 원을 추가로 출연받았다가 돌려준 것도 같은 맥락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774억 원을 출연한 대기업 53곳의 관계자들을 차례로 불러 자금 제공 경위를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최 씨가 K스포츠재단의 돈을 어떻게 더블루케이로 빼돌리려 했는지도 윤곽이 드러났다.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에 각각 4억 원, 3억 원의 비용이 드는 연구용역을 수행하겠다고 제안했다. 더블루케이는 기본적인 연구제안서를 쓸 수 없을 정도로 능력이 없는 회사였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 사기 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안 전 수석이 최근 측근에게 “재단 일은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직거래한 것이다”라고 토로한 것에 비춰 볼 때 그는 이날 검찰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개입 정도를 자세히 진술했을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도 최 씨와 안 전 수석 사이에 박 대통령이 없다면 직권 남용이 이뤄지는 과정을 온전히 설명하기 힘들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검찰은 이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송성각 전 원장(58), 부원장, 임원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의 측근인 송 씨는 차 씨의 입김 덕분에 원장으로 임명됐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날 압수수색은 지난해 6월 차 씨 측근들이 포스코 계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인수한 중소광고대행사 C사의 지분을 강제로 매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증거 확보를 목적으로 이뤄졌다. 당시 송 씨는 매도를 거부하는 C사에 ‘세무조사’를 운운하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 씨와 송 씨에게 공동으로 협박해 회사를 빼앗으려 한 것에 대해 공동공갈미수 혐의 등을 적용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범정부적으로 최 씨를 지원한 의혹의 실체를 온전히 밝히는 과정에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최 씨와 그의 측근이 주도한 각종 사업에는 물적 지원이 끊임없이 쏟아졌다. 최 씨 일당이 문화체육관광부를 장악했더라도 예산이 없으면 관련 사업을 지원할 수 없다. 결국 예산권을 쥔 기재부의 승인 없이는 최 씨 관련 사업이 광범위하고 힘 있게 추진되기가 불가능했다는 게 검찰 안팎의 시각이다. 최 전 부총리는 안 전 수석과 함께 ‘미국 위스콘신 라인’으로 분류되며, 본인의 이름을 딴 ‘초이노믹스’ 경제정책까지 나올 정도로 현 정권의 실세로 꼽힌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민 기자}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일 오후 1시50분경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안 전 수석은 제3자뇌물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대기업을 압박해 미르·K스포츠재단에 800억 원에 가까운 출연금을 내도록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안 전 수석은 두 재단 기금 모금을 위해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직접 지시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침통한 심정이다. 잘못한 부분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대행했는지, 재단 출연금 모금에 강제성이 있었는지 등에 대한 물음에는 "검찰에서 모두 다 말하겠다"며 대답을 피했다. 안 전 수석은 검찰 출석을 앞두고 지인들에게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등은 대통령의 지시를 받고 한 일이다. 최 씨와 박근혜 대통령 사이에 '직거래'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검찰조사에서 "전경련 모금은 안 전 수석의 지시"라고 말했다. 재단 자금 모금에 대해 진실게임 양상이 빚어짐에 따라 이날 안 전 수석이 검찰에서 하는 진술내용이 사실규명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과 대기업 재원 모금은 박근혜 대통령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주변에 밝힘에 따라 그가 2일 검찰에 출석해서도 이런 진술을 유지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 안 전 수석, 형사책임 줄이려 책임 떠넘기기? 검찰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774억 원과 ‘부정한 청탁’의 유무나 ‘자금의 대가성’을 어떻게 연결할지, 재단에 직책이 없는 최순실 씨(60·긴급체포)에 대해 법적 책임을 어떻게 규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외에도 최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가 올해 3월부터 5월 사이 SK그룹에 80억 원, 롯데그룹에 70억 원을 추가로 요구한 사실과 관련해 검찰은 대기업 관계자로부터 “뒤에 청와대가 있는 것 같았다. 산적한 기업 현안과 맞물려 부담을 느끼고 돈을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지난해와 올해 SK와 롯데그룹은 회장 특별사면이나 국세청 세무조사, 검찰 수사 때문에 대관(對官) 수요가 많았다. 법조계에서는 안 전 수석이 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청와대에 자신을 보호하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분석한다. 안 전 수석이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재원 모금을 박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진술을 검찰에서 한다면 “박 대통령을 직접 조사하라”는 여론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안 전 수석과 최 씨는 각각 ‘서로 모른다’고 주장해 최 씨와 안 전 수석 사이에 박 대통령이 자리하고 있다는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2월 기업인들의 문화 체육에 대한 투자 확대를 부탁드린 바 있다”고 발언했다. 현행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조항의 해석을 놓고 ‘수사 자체를 금지한 것’이라는 해석과 ‘기소는 하지 않더라도 조사나 수사는 가능하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이와 관련해 “현직 대통령에 대한 형사 소추는 불가능하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딱 걸린 최순실의 허위 용역과 공금 횡령 검찰이 최순실 씨를 긴급체포한 배경에는 횡령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블루케이 등을 광범위하게 자금 추적한 결과 공익 목적으로 대기업들이 자금을 출연해 설립한 K스포츠재단 자금 일부를 최 씨가 개인 회사로 빼돌린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최 씨는 ‘허위 용역’의 수법으로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특정 기업에 돈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등을 조성하기 위해 기업들이 주로 악용하는 수법이다.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집중 수사를 받았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서도 계열사 간 컨설팅 명목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전례가 있었다. K스포츠재단 관계자가 밝힌 최 씨의 허위 용역 규모는 더블루케이와의 용역 계약 2, 3건만으로 8억여 원에 이른다. 그동안 최 씨는 “공금을 개인적으로 착복한 일이 없다”며 발뺌해 왔지만 검찰 수사로 횡령 혐의가 드러나게 됐다. 한편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는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이 “이번 주 귀국은 힘들다”고 검찰에 알린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최 씨의 비호 아래 현 정부에서 ‘문화계 황태자’로 군림한 것으로 지목된 차 씨는 국내의 검찰 출신 변호사를 이미 접촉하면서 귀국 시점을 최대한 늦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가 검찰에 소환되자마자 긴급체포된 모습을 보고 대응책을 마련하려는 전략이다. 차 씨는 최 씨의 범죄 혐의 구성에 중요한 연결고리다. 그는 비선 실세 측근이라는 힘을 바탕으로 문화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각종 이권을 따낸 정황이 짙다. 최 씨가 검찰 조사에서 기존에 나온 의혹들에 대해 부인하는 가운데 최 씨의 대리인 역할을 한 차 씨의 진술은 최 씨 혐의 입증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차 씨 관련 의혹은 크게 △정부 및 대기업 광고 수주 개입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업 개입 △인사 개입 △광고회사 강탈 시도 등이다. 검찰은 지난달 31일 차 씨가 직간접으로 연관된 업체 3곳과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차 씨를 압박하고 있다.장관석 jks@donga.com·김동혁·김준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해 최순실 씨로부터 직접 보고를 받으며 재단 사업을 챙겨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검찰도 이런 정황을 포착해 두 재단 설립 및 운영의 최종 책임이 사실상 박 대통령에게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 씨의 측근 고영태 씨(40)는 최근 그의 지인 A 씨에게 “최 씨가 두 재단 일을 챙기면서 박 대통령에게 재단 운영과 관련된 내용을 보고했고, 보고서도 보내는 것을 봤다”고 밝혔다. A 씨는 30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7일 검찰에 소환된 고 씨가 2박 3일간 조사를 받으면서 이런 내용을 소상히 진술했다”고 털어놓았다. A 씨는 “고 씨가 평소에도 ‘최 씨가 박 대통령과 여러 차례 통화하면서 보고하는 것을 봤으며, 특히 두 재단과 관련한 일은 최 씨가 각 재단에 심어 놓은 측근과 사무총장 등에게서 추진 사항을 취합한 뒤 대통령에게 수시로 보고했다’고 말하곤 했다”고 덧붙였다. 고 씨는 최 씨의 회사인 더블루케이 한국법인과 독일법인의 이사를 맡으며 10년간 최 씨 곁에서 일했지만 최근 사이가 틀어져 “최 씨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대통령) 연설문 고치는 것”이라고 폭로한 바 있다. 고 씨의 진술이 사실이라면 박 대통령이 최 씨의 보고를 받고 직접 재단 업무를 챙기면서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참모들과 정부 부처에 지시했다는 얘기가 된다. 검찰은 이 같은 고 씨의 진술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해 주말 전격적인 행동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을 형사소추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안 전 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의 직권 남용과 최 씨의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혐의부터 입증할 계획이다. 고 씨는 이날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도 “최 씨는 대통령과 가족 같은 사이로 보였다”라며 “최 씨가 추진하는 일이 다 이뤄지는 게 의아했지만 (대통령과) 수십 년을 같이 지낸 사람이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국정 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 씨는 이날 영국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을 통해 오전 7시 반경 인천공항으로 자진 귀국했다. 검찰은 31일 오후 3시 최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하기로 했다.정지영 jjy2011@donga.com·김준일 기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의 동생 최순천 씨(59) 가족이 운영하던 서양인터내셔널이 박근혜 대통령이 18대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모범납세자로 선정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세무조사 유예 등의 혜택을 받는데 이 시기는 서양인터내셔널이 대주주로 있던 서양네트웍스 경영권을 외국 업체에 매각한 시기와 맞물려 있다. 1991년 설립된 서양네트웍스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유아동복 전문 업체로 최순천 씨의 남편인 서모 씨가 현재도 대표로 있는 회사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1840억 원이며 블루독, 알로봇, 밍크뮤 등 다수의 영유아 아동복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30일 세정당국 등에 따르면 서양인터내셔널은 2013년 1월 21일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자 포상추천자 후보로 선정됐다.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출범한 이후다. 이 회사는 포상자 선정 과정을 거쳐 같은 해 3월 국세청으로부터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모범납세자로 선정되면 납세자는 수상일로부터 3년간 세무조사가 유예되고, 같은 기간 동안 징수유예도 보장되는 등 혜택을 받는다. 징수유예란 납세자가 사정이 있어 국세를 당장 내기 어렵다고 인정될 경우 납세 고지를 유예받거나, 세액을 나눠 낼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또 모범납세자는 대출을 받거나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평가를 받을 때 우대 혜택을 받는다. 서양인터내셔널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시기는 최순천 씨 부부가 서양네트웍스 경영권을 홍콩 기업인 리앤드펑에 매각한 시기와 겹친다. 2012년까지 서양인터내셔널과 서 씨는 서양네트웍스의 지분을 47%씩 보유하고 있었다. 서양네트웍스는 2012년부터 경영권 매각 계획을 알려왔고, 리앤드펑이 관심을 기울인다는 당시 보도도 여럿 있었다. 결국 리앤드펑은 2013년 1월 2일 서양네트웍스의 지분 37.1%와 지배주주인 서양인터내셔널의 지분 70%를 2000억 원 안팎의 돈으로 사들여 서양네트웍스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대형 인수합병이나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해당 회사는 세무조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 안팎의 이야기다. 해당 회사들에 잘못이 있어 한다기보다는 합병 및 지분 매각 과정에서 누락된 세금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로 알려져 있다. 한편 서양네트웍스가 최순실 씨와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30일 엄마들이 많이 모이는 유명 인터넷 카페 ‘맘스홀릭’ ‘레몬테라스’ 등에서는 “우리의 돈이 최순실 씨에게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며 불매운동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김준일 jikim@donga.com·이새샘 기자}
30일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검찰의 청와대 압수수색을 놓고 청와대와 검찰의 힘겨루기가 이틀째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날 최순실 씨 국정 농단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에 대해 “국가 보안시설인 청와대는 임의제출이 법 규정이며 관례”라며 거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있지만 법 절차는 지켜야 한다”면서 “청와대는 국가 보안시설로 법적으로 압수수색을 위한 청와대 진입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전날에도 검찰의 청와대 경내 압수수색 집행 요구에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며 “필요한 자료를 건네주겠다”고 반대했다. 청와대는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는 그 책임자의 승낙 없이는 압수 또는 수색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는 형사소송법 110조와 ‘해당 공무소(公務所)가 직무상의 비밀에 관한 것임을 신고한 때에는 그 소속 공무소의 승낙 없이는 압수하지 못한다’고 돼 있는 111조를 압수수색 거부의 근거로 들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검찰이나 특별검사가 청와대를 압수수색한 전례는 없다. 하지만 이번에는 관련자의 범위와 사안의 엄중함이 이전 사례들과는 현저하게 차이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 씨와의 관련성을 인정했고, 청와대의 참모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핵심으로 꼽히는 안종범 전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이 연루돼 있다. 특히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에는 모두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압수수색의)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청와대의 자의적인 판단만으로 거부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당장 야당에서는 “국민의 분노를 듣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번 사건에 특별검사가 도입되면 다시 한 번 압수수색 문제로 청와대와 충돌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을 ‘더 이상 청와대로부터 휘둘리지 않겠다’는 선언적 의미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동안 검찰과 청와대는 아슬아슬한 밀월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대검찰청에 청와대 압수수색 계획을 알렸음에도 대검은 이를 법무부에 통보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29일 오후 2시경 수십 명의 검사와 수사관이 들이닥치자 청와대는 상당히 당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압수수색에 대해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은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번 압수수색 과정에서 청와대와의 의견 충돌을 외부에 알리는 데에도 주저하지 않았다. 청와대가 29일 안 전 수석과 정 전 비서관의 컴퓨터와 휴대전화 등을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제출할 수 없다’고 하자 검찰은 “필요 없는 자료만 청와대가 넘겨줬다”고 불만을 표했다. 청와대가 국가기밀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제출했을 때에는 “검찰 압수수색이 지장을 받게 됐다. 수긍할 수 없는 조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틀에 걸친 검찰의 공세에 청와대는 30일 주요 수사 대상자들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보고·결재 공문서 등 주요 자료를 박스 7개 분량으로 제출했다.장택동 will71@donga.com·김준일 기자}
청와대가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을 거부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거부하면서 낸 '불승인 사유서'는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작품으로 전해졌다. ○"사전협의도 없이 압수수색" 격앙된 청와대 최순실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9일 오후 2시경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과 정호성 대통령부속비서관의 집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이날 압수수색에는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을 비롯해 검사와 수사관 수십 명이 나섰다. 검찰은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 계획을 법무부에조차 보고하지 않고 비밀로 부쳤다. 압수수색 계획을 보고한 사실이 나중에 알려지면, 청와대에 사실상 수사 진행상황을 보고했다는 논란에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은 뒤 청와대 경내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야, 청와대 측에 압수수색 협조를 요청했다. 당황한 청와대는 검찰의 영장 집행에 응하면서도 보안문제를 이유로 임의제출이 원칙이라는 주장을 펴며 검사와 수사관들의 사무실 진입을 막았다. 대신 청와대 직원들이 검찰이 원하는 자료를 건네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후 검찰 측에 정호성 부속실비서관 등 이번 의혹 핵심관련자들이 사용하는 컴퓨터와 휴대폰을 포함해 대부분의 자료를 보안 문제를 이유로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검찰은 청와대가 넘겨준 자료만으로는 수사단서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해 "직접 사무실에 들어가 영장을 집행하겠다"고 다시 요구했다. 청와대는 이에 반발해 이날 오후 7시경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를 검찰에 제출하며 압수수색 집행을 거부했다. 청와대는 불승인 사유서에서 '국가기밀이 있어 압수수색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댔다. 청와대는 공무상비밀문서와 군사상비밀 문서가 보관된 곳이어서 현행법상 청와대의 승낙 없이는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불승인 사유서 제출은 검찰로부터 사전에 압수수색 관련 내용을 통보받지 못한 우 수석의 지시로 이뤄졌다고 한다. 한 검찰 관계자는 "우 수석 입장에서는 검찰이 사전협의 없이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무시를 당했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불승인 사유서' 제출 공개에 청와대-검찰 긴장 고조 검찰은 청와대의 조치에 즉각 반발하며 "청와대의 불승인 사유서 제출 때문에 검찰 압수수색이 지장을 받게 됐다. 수긍할 수 없는 조치다"라고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했다. 또 여기에 덧붙여 "청와대는 의미없는 자료만 검찰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공개적으로 이런 반응을 내놓자 청와대는 외부에는 말을 아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검찰이 우리에게 이럴 수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검찰은 오후 9시경 영장 집행에 나섰던 검사와 수사관들을 철수시키며 "30일에 다시 압수수색을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불승인 사유서 제출에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검찰이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한 것은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특검 이후 4년만이다. 당시에도 검찰은 청와대의 반발로 집무실을 직접 압수수색하지 못했으며 제3의 장소에서 자료를 청와대로 건네받는 형식을 취했다. 검찰은 최 씨 의혹 사건이 청와대 관계자들이 개입된 게이트로 커지자 "외풍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이번 청와대 압수수색은 검찰의 향후 수사방향을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물러서면 검찰은 정권과 함께 몰락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최순실 씨(최서원으로 개명·60)의 대통령 비선실세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29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들 거주지에 대해 압수수색 한 것으로 확인됐다. 압수수색 대상엔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실비서관의 서울 강남구 집과 김한수 홍보수석실 뉴미디어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및 윤전추 제2부속실 행정관 자택 등이 포함됐다. 검찰은 이날 오전 검사와 수사관 20여 명을 정 비서관 자택 등 5, 6곳으로 보내 청와대 관련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김 행정관은 청와대 문건 200여 개가 담긴 문제의 태블릿PC를 처음 개통한 당사자로 지목됐다. 해당 태블릿PC가 김 선임행정관이 대표를 맡았던 '마레이컴퍼니' 명의로 돼 있기 때문이다. 정 비서관은 태블릿PC로 전달된 청와대 문건을 수정한 뒤 청와대 밖의 최 씨에게 전달한 게 아니냐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문제의 태블릿PC에 담겨 있는 박근혜 대통령 관련 연설문 44건 중 4건을 마지막에 수정한 작성자 아이디는 'narelo'인데, 이는 정 비서관의 청와대 ID이다. 정 비서관은 1998년 대구 달성구 보궐선거를 통해 박 대통령이 국회의원이 된 직후부터 '문고리 3인방'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이재만 총무비서관과 함께 보좌진 원년 멤버로 일해 왔고, 그 때부터 같은 아이디를 쓴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청와대 직원들은 줄줄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대통령제2부속실 이영선 전 행정관은 박 대통령 후보 시절 경호를 담당했고, 윤전추 행정관은 유명 헬스트레이너 출신으로 역대 최연소 3급 행정관에 임명돼 "최 씨가 배후에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두 사람은 최근 언론에 노출된 동영상에서 최 씨와 함께 대통령을 위해 제작 중인 것으로 보이는 옷과 서류를 살펴보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김동혁기자 hack@donga.com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대우조선해양 비리를 수사 중인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대우조선해양 회계사기를 도운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의 전 이사인 배모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28일 밝혔다. 안진회계법인은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대우조선해양의 외부 감사를 맡았다. 배 씨는 당시 대우조선해양 외부 감사팀을 이끌었던 이사급의 공인회계사다. 대우조선해양은 고재호 전 사장(구속기소) 재임 시절인 2013년과 2014년에 각각 4099억 원, 4711억 억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다. 그러나 정성립 현 사장 취임 이후 회계사기 의혹이 불거지자 안진회계법인은 2013, 2014년 회계연도 공시에 적자를 반영해야 한다며 대우조선해양에 정정을 요구했고,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7784억 원, 7229억 원의 적자를 냈다고 재무제표를 수정 공시했다. 검찰에 따르면 배 씨는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를 맡을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회계조작을 알아챘는데도 흑자로 발표한 공시에 대해 '적정의견'을 냈다. 검찰은 배 씨 외에도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에 관여한 또 다른 안진회계법인 임원도 소환할 방침으로 전해졌다.김준일기자 jikim@donga.com}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은 그의 것으로 알려진 태블릿PC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과 국방 기밀, 경제정책, 대외비 외교 문서가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하지만 해외 도피 중인 최 씨는 26일(현지 시간) 독일에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태블릿PC를 갖고 있지도 않고, 쓸 줄도 모른다”며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러나 이 같은 최 씨의 주장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태블릿PC 이름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20)의 개명 전 이름(유연)을 딴 ‘연이’인 데다, 태블릿PC에서 최 씨의 셀카 사진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검찰도 문제의 태블릿PC 소유주를 최 씨로 보고 있다. 태블릿PC를 입수해 분석 중인 검찰은 27일 “(최 씨가 실사용자라는) 나름대로의 근거를 갖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 씨가 사용했던 태블릿PC를 제3자가 입수해 보관하고 있다가 유출했을 가능성도 있다. 검찰 관계자도 “태블릿PC는 최근에 사용된 것은 아닌 것 같다”며 “태블릿PC를 다른 사람이 사용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특별수사본부에 합류한 특수1부 검사들이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정 아래 태블릿PC를 보관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는 최 씨의 측근으로 활동하다 사이가 틀어져 그의 국정개입 의혹을 폭로한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 등이 거론된다. 최 씨는 태블릿PC에 들어있는 박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근거로 24일 청와대 문서 유출의혹을 제기한 JTBC의 보도 경위에 대해서도 “남의 PC를 보고 보도한 것 아닌지 모르겠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누가 제공한 것인지도 모른다. 검찰에서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과 아무런 상관없는 태블릿PC를 누군가가 언론에 제공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최 씨가 독일에서 집을 옮길 때 ‘버리라’며 태블릿PC를 독일 경비원에게 주고 간 것 같다. 이것을 JTBC 기자가 쓰레기통에서 주운 것 같다”고 말했다. 컴퓨터 보안업계는 이미 검찰이 디지털포렌식(디지털 데이터 등의 정보를 과학적으로 수집 및 분석하는 것)을 통해 태블릿PC의 실사용자가 누구였는지 밝혀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 디지털포렌식 업체 대표는 “태블릿PC로 e메일에 접속했다면 인터넷주소(IP주소)를 알 수 있고,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켰다면 사용자의 위치정보 이력까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현재의 기술로도 단 하루면 실사용자가 누군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준일·신무경 기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실소유한 더블루케이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맺은 장애인 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에 김종 문체부 차관이 직접 관여했다는 증언이 새로 나왔다. 문체부와 김 차관은 그간 GKL과 더블루케이 계약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해 왔다. 더블루케이 전 대표 조모 씨 측은 “1월 중순 GKL의 (장애인) 스포츠단 창단 제안서를 만들라는 최 씨의 지시를 받고 고영태 씨 등 4명과 급히 만들어 최 씨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또 조 씨 측은 “같은 달 열흘가량 뒤에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김 차관을 만나 회사를 소개했더니 GKL 선수단 창단 및 선수 용역 계약에 대해 김 차관이 물어봤다”고 밝혔다. 조 씨는 26일 검찰에 소환돼 조사받았다. 서울중앙지검은 형사8부를 주축으로 구성된 기존 수사팀에 검찰의 최정예 수사 부서인 특별수사1부 소속 검사 7명 전원(부장검사 포함)을 투입해 14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미르·K스포츠재단, 더블루케이 사무실, 최 씨의 논현동 자택과 최 씨 소유의 신사동 미승빌딩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 최 씨가 측근들과 회동한 아지트인 강원 홍천의 ‘비밀 사무실’도 압수수색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최 씨의 핵심 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47)의 집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하지만 핵심 관련자들이 잠적하고 증거가 인멸된 정황이 일부 나타나 검찰이 소기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검찰은 대통령 연설문이 최 씨에게 흘러간 것과 관련해 정호성 대통령제1부속비서관 등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허동준 hungry@donga.com·김준일 기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 의혹 사건이 불거진 뒤 검찰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못해 극도로 몸을 사린다는 비판이 많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최 씨와 관련한 메가톤급 의혹이 쏟아졌지만 검찰은 수사 초기 시민단체의 고발장을 바탕으로 수사 범위를 ‘재단 자금 모금 과정의 불투명성 규명’에 한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안의 심각성을 뒤늦게 깨달은 검찰은 언론 보도로 최 씨가 대통령의 연설문마저 사전에 입수했다는 증거가 드러나자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청와대 눈치 보며 무기력한 검찰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검찰은 대기업 비리 수사에서 통상 200명이 넘는 검찰 인력을 투입하곤 했다. 올해 6월 롯데그룹 비리 수사에서 서울중앙지검은 3차장 산하 인지 부서 3곳을 동원하며 검사 및 수사관 240여 명을 압수수색에 투입했다. 비슷한 시기 대우조선해양 수사에 착수한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200여 명의 검찰 요원을 압수수색에 투입했다. 환부를 적기에 도려내기 위해선 ‘군사작전’처럼 대규모 인력을 한꺼번에 투입해 전광석화로 핵심 증거를 확보해야 한다는 게 당시 수사팀의 인식이었다. 하지만 ‘게이트’로 비화하고 있는 최 씨 사건은 의혹이 불거진 지 한 달이 넘도록 검찰의 압수수색이 한 번도 진행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바늘허리에 실을 묶어 쓸 순 없다”는 논리로 수사에는 순서가 있다고 항변한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미루는 사이 최 씨 및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한 자료는 이미 대거 폐기됐거나 앞으로도 폐기될 수도 있다. 또 언론이 중요 자료를 확보해 보도하고,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달 20일 최 씨의 실명이 포함된 의혹 보도가 나온 뒤 시민단체는 같은 달 29일 미르·K스포츠재단에 돈을 댄 대기업과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만 해도 검찰 내부에서는 기업인들이 “강제로 돈을 뜯겼다”고 진술할 리 없는 만큼 구체적 혐의를 적용하는 게 마땅치 않다는 시각이 팽배했다. 이 때문에 고발장이 접수된 지 일주일 뒤인 이달 5일에 해당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에 배당했다. 형사8부는 통상적인 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부서다. 배당 이후에도 검찰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 자취 감추는 핵심 수사 대상들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미적대는 사이 최 씨는 독일로 출국했고, 관련자들도 해외에 체류하거나 국내에서 잠적하고 있다. 또 비덱스포츠, 더블루케이 등 국내외에서 최 씨와 연관된 회사들이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의혹이 계속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달 20일 국무회의에서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중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발언하자 검찰은 21일 관련자들에 대해 통신 기록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관계자들을 줄소환하는 것도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 진행되고 있다. 검찰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최 씨를 둘러싼 비리 의혹은 안 수석 및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뇌물 및 배임혐의→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유용 수사→최 씨 개인 자금비리→대통령 연설문 유출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뒤늦게나마 대형 비리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들을 수사팀에 투입했지만 수사 속도는 의혹이 제기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검찰 밀월 끝나나 검찰의 미르·K스포츠 의혹 특별수사팀(팀장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은 26일 오전 더블루케이 대표를 지낸 조모 씨, 최모 변호사, 더블루케이 경리 직원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최 씨의 활동이 담긴 77개 녹취록을 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성한 미르재단 전 사무총장은 “녹취록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최 씨의 비선 측근인 고영태 씨는 잠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단체는 25일 대통령 연설문이 최 씨 컴퓨터에서 대거 발견되는 데 연루된 관련자를 처벌해 달라는 고발장을 대검찰청에 제출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25일 오전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대검찰청으로 불러 미르·K스포츠 등 사건 수사 방향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중요 수사 내용이 청와대로 보고된다는 점에서 ‘셀프 수사’도 논란거리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민을 보고 수사에 임해야 검찰 조직이 산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사건 수사를 기점으로 검찰과 현 정권의 밀월은 사실상 끝날 거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김준일 jikim@donga.com·권오혁·김민 기자}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실소유했다는 서울 강남의 고급카페를 운영한 법인 임원이 3월 정부의 창업 진흥 행사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가상현실(VR) 제품을 시연했던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최 씨가 실소유하며 정재계 유력인사와 만남의 장소로 이용했다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 카페 ‘테스타로싸’는 ㈜존앤룩C&C라는 법인이 운영했다. 이 법인에 등재됐던 이사 중 한 명인 마모 씨(40)는 VR 문화콘텐츠 전문기업인 G사를 운영하며 각종 정부 행사에 참여했다. 마 씨는 3월 경기 성남시 판교창조경제밸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캠퍼스’ 개소식에서 혁신기업가로 소개되며 박 대통령 앞에서 제품을 시연했다. 마 씨와 함께 존앤룩C&C 법인에 등재된 또 다른 이사는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이었던 김성현 씨(43)다. 이사 등재 경위를 묻는 본보 질문에 마 씨는 이날 “이사로 등재된 줄 몰랐다. (최순실 씨도) 모른다”고 말했다. 마 씨가 운영하는 G사는 또 6월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프랑스 파리에서 주최한 ‘케이콘(K-CON) 2016 프랑스’에서 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프랑스 기업과 문화 비즈니스 확대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마 씨와 관련한 이런 사실들은 최 씨와 함께 카페 운영에 관여한 인물이 현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이유가 최 씨의 힘 때문이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는 정황이다. 최 씨는 철저히 뒤로 숨고 대리인을 앞세우는 ‘수렴청정’ 방식으로 여러 사업체를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 씨가 평생을 써 오던 이름을 2014년 2월 갑자기 개명한 것도 ‘그림자 경영’을 통해 각종 이권에 개입하기 위한 조치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 씨가 몸을 숨기는 동안 ‘대리인’들은 활발하게 움직였다. K스포츠재단의 자금을 빼내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한국과 독일의 더블루케이는 최 씨 측근이자 박 대통령의 가방을 만든 빌로밀로 대표 고영태 씨(40)가, 미르재단 쪽은 김성현 씨가 맡았다. 한국뿐 아니라 호텔 매입 계약 등 독일 현지에선 박승관 변호사(45)가 움직일 뿐 최 씨는 뒤로 빠져 있었다. 테스타로싸 카페 운영도 최 씨는 철저히 뒤에 숨었지만 문을 닫은 후 카페에서 쓰려고 구입한 컵과 접시 등은 박스째 최 씨의 자택 건물 지하 2층 주차장에 보관돼 있었다. 이런 철저한 그림자 경영 탓에 대리인들과 만나는 사람들은 ‘최서원 회장’의 이름을 듣고서도 그가 최순실이라는 상상을 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더블루케이 초대 대표인 조모 씨(57)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를 차린다며 소개받은 최서원이란 사람을 만났지만 그가 최순실이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의혹의 핵심인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들도 막연히 ‘제3의 인물’이 있다고 추측할 뿐 최서원이라는 인물의 존재조차 몰랐다고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의 의원 시절 비서실장인 정윤회 씨의 아버지 정관모 씨는 채널A 기자를 만나 “며느리였던 최순실 씨가 아들(정윤회 씨)과 박근혜 대통령을 멀어지게 했다. 결국 그 일로 아들 부부가 이혼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 씨는 “애비(정윤회 씨)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며 “(아들이) 대통령에게 섭섭해하는 건 없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준일·최지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실제로 소유했던 더블루케이(폐업)가 설립 초기부터 K스포츠재단의 일감을 따낼 목적을 분명히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의 일감을 받은 뒤 자금을 세탁해 독일 법인에 보낼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더블루케이의 초대 대표를 지냈던 조모 씨(57)는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가 회사 설립 초기에 ‘K스포츠재단이 만들어졌으니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미리 (서로) 소개하자’고 말해 재단의 이사와 사무총장 등을 만났다”고 말했다. 조 씨는 더블루케이가 설립된 1월부터 3월까지 두 달간 대표를 지냈다. 최 씨의 측근이자 박 대통령의 가방을 디자인한 인물로 알려진 고 씨는 독일과 한국에 설립된 더블루케이에 각각 경영인(매니저)과 이사로 등장한다. 조 씨는 회사 초기 자본금도 고 씨가 갖고 왔다고 전했다. 그는 “(고 씨가) 5000만 원을 먼저 마련하고 나중에 5000만 원을 추가했다. 돈의 출처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씨는 더블루케이에서 최 씨의 위상에 대해서도 생생히 증언했다. 최 씨는 직원들로부터 “회장님”이라고 불렸을 뿐 아니라 회의를 주재하며 회사의 영업을 직접 지휘했다는 것이다. 조 씨는 “나는 책임만 지고 권한은 없는 ‘바지사장’이었다”며 “업무 지시는 그 사람(최순실)이 했고 스포츠 관련된 일은 고영태가 도맡아 하면서 나는 업무에서 배제됐다”고 말했다. 회의는 매주 열렸다고 한다. 최 씨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조 씨는 “최 씨는 시키는 대로만 일하길 원했다”며 “시키는 것 이상을 하면 ‘왜 오버하느냐’며 언짢아했다”고 했다. 더블루케이가 진행하는 영업에 대해서는 “최 씨는 대표인 나에게도 진행 방법을 설명하지 않고 ‘지켜보라’고 지시했다”며 “영업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해 최 씨나 고 씨가 일감을 따오는 데 직접 뛰었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조 씨는 더블루케이 대표로 합류하게 된 계기에 대해 “대기업 임원 등을 지낸 뒤 악기 연주를 가르치러 다녔는데 A 씨가 스포츠 마케팅업체를 차린다는 ‘최서원’을 소개해 회사 설립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최서원’이 ‘최순실’이란 사실은 최근 뉴스를 보면서 알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허동준 hungry@donga.com·김준일 기자}

검찰이 21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측근 최순실 씨(60)에 대해 입국 시 통보하도록 조치하고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고영태 더블루케이 이사 등 10여 명을 출국금지한 것은 재단 자금이 불법 전용된 범죄 의혹이 있는지 규명하기 위한 것이다. 고 이사는 최 씨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21일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5명이 이 사건을 전담하는 사실상의 특별수사 체제를 본격적으로 가동했다. 검찰은 필요에 따라 특수부 소속 검사의 추가 합류도 검토하고 있다.○ 이성한, 고영태는 스캔들의 ‘키 맨’ 검찰은 이미 미르·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의 통화 기록을 조회해 최 씨가 재단 관계자들과 통화를 주고받았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이 전 사무총장이 ‘녹취록’ 77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한 것과 무관치 않다. 검찰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 전 사무총장은 자신이 “재단의 운영을 투명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재단 및 정권 실세들의 미움을 사 쫓겨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또 이 과정에서 이들과의 통화 내용 등이 담긴 녹취록을 자신의 비밀 클라우드 계정에 숨겨 놓았다고 한다. 수사팀이 이 전 총장을 우선 수사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바로 이 녹취록 때문이다. 정치권이나 언론에 앞서 녹취록 전체를 확보하지 못하면 검찰 밖에서 제기하는 의혹에 계속 끌려 다닐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전 사무총장과 함께 출국금지된 고 이사는 K스포츠재단과 긴밀히 얽혀 재단 자금을 유용하는 창구로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더블루케이 한국 및 독일법인 모두에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최 씨가 무슨 이유로 같은 이름의 두 회사를 양국에 설립했는지, 그리고 최 씨의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밝혀줄 ‘키 맨’인 셈이다.○ 檢, 자금 흐름 파악 후 막후 인물 캔다 검찰은 의혹에 연루된 기관들의 자금 흐름을 살피기 위한 계좌 추적 작업에도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에 신고된 미르·K스포츠재단의 자금지출 명세, 두 재단과 최 씨의 실소유 업체인 더블루케이 간 자금 흐름, 더블루케이와 최 씨의 자금 흐름 등을 샅샅이 들여다보겠다는 복안이다. 검찰은 자금 흐름을 살펴 각 기관의 연결고리 및 돈이 최종적으로 흘러간 종착지를 파악할 계획이다. 검찰이 전날 문체부 관계자와 두 재단 관계자들을 먼저 불러 조사한 것도 두 재단과 최 씨 주변 인물들에 대해 계좌 추적 영장을 청구할 단서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검찰은 계좌 추적을 통해 핵심 의혹인 ‘재단 자금의 사적 유용’이 이뤄졌는지 파악한 뒤 사실로 드러나면 이런 그림을 그린 ‘막후 인물’이 누구인지도 확인해 나갈 방침이다. 야권 주변에서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두 재단의 활동에 지속적으로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이 전 사무총장과 통화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최순실 스캔들’로도 불리는 이번 의혹에서 검찰 수사는 결국 최 씨의 역할과 비중을 가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검찰이 참고인 신분으로 부른 정동구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74·한국체대 명예교수)은 기자들에게 “재단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재단 설립 과정에서 최 씨와 안 수석(당시 경제수석),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사이에 어떤 얘기가 오갔는지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은 조만간 전경련 관계자들과 약 800억 원의 돈을 모아준 기업의 관계자들을 소환할 것으로 보인다.김준일 jikim@donga.com·장관석 기자}
박근혜 대통령은 20일 미르재단 및 K스포츠재단 관련 의혹에 대해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며 “더 이상의 의혹이 생기는 일이 없도록 감독 기관이 감사를 철저히 하고 투명하게 운영되도록 지도 감독해 달라”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 씨가 두 재단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한 달 만이다. 최 씨 관련 의혹이 커지면서 여론이 악화되는 가운데 박 대통령이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 정면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혹이 의혹을 낳고 그 속에서 불신은 커져 가는 현 상황에 마음은 무겁고 안타깝기만 하다”며 “심지어 재단들이 나의 퇴임 후를 대비해 만들어졌다는데, 그럴 이유도 없고 사실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더 이상 불필요한 논란이 중단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며 두 재단의 설립 경위 및 청와대와의 유착 의혹도 일일이 설명했다. 재단 설립에 대해선 “우리 문화를 알리며 어려운 체육 인재들을 키움으로써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수익 창출을 확대하고자 기업들이 뜻을 모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재단이 ‘코리아 에이드’와 ‘K타워 프로젝트’, 해외 순방 시 문화·스포츠 공연에 참여한 것에 대해선 “재단들은 당초 취지에 맞게 해외 순방 과정에 참여했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전 세계에 퍼뜨리는 성과도 거뒀다”고 평가했다. 청와대가 두 재단에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야당의 주장에 선을 그은 것이다. 다만 “오직 우리 문화가 세계에 확산돼 사랑받고 체육 인재들을 발굴해 용기와 희망을 주는 재단으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최 씨의 이름을 직접 거명하지 않았다. 최 씨와의 관계도 언급하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말한 ‘어느 누구라도’에 당연히 최 씨도 포함된다”며 “검찰 수사를 통해 의혹이 밝혀져야 하고 불법이 있으면 처벌돼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검찰, 특별수사팀 구성 검토 한편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의 전화통화 기록을 조회하기 위한 영장을 발부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20일 재단 설립 보고 라인에 있던 문체부 국장급 간부 2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내부적으로 사건을 재배당하거나 특별수사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장택동 will71@donga.com·김준일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실소유했던 더블루케이가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그랜드코리아레저(GKL)와 장애인펜싱팀 선수 에이전트 계약을 맺을 때 그랜드코리아레저 사장이 전적으로 주도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랜드코리아레저 전직 고위 임원 A 씨는 2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그랜드코리아레저와 더블루케이의 계약은 사업 보고를 받아야 할 위치에 있었던 나조차도 전혀 몰랐고, 전적으로 사장 선에서 이뤄졌다”라며 “어떤 결재도, 공론화 과정도 없었다”라고 말했다. 그랜드코리아레저가 2012년 4월 창단해 운영 중인 모굴스키팀 선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와 직접 계약을 맺고 그랜드코리아레저 직원으로 분류돼 월급도 받는다. 이와는 달리 장애인펜싱팀은 에이전트를 끼워 운영됐다. 그랜드코리아레저와 더블루케이의 공식 에이전트 계약은 장애인펜싱팀이 창단된 올 5월이었다. 이 에이전트 계약으로 그랜드코리아레저는 지출하지 않아도 되는 수수료를 써 가며 예산을 사용했고, 예산 사용 방법이 불투명한 방식으로 흘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랜드코리아레저가 비정상적으로 팀을 운영한 배후에는 문체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문체부는 지난해 9월 8일 산하기관인 한국관광공사가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에 “우리 부 산하 공공기관부터 선도적으로 장애인 실업팀 창단을 추진하고자 하니 귀 기관의 협조를 부탁한다”는 내용의 협조 요청 공문을 보냈다. 그랜드코리아레저 관계자는 “장애인펜싱팀을 창단하기 전에 더블루케이를 누군가로부터 소개를 받았는데 기억은 잘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김준일 jikim@donga.com·이승건 기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배후에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 씨가 있다는 의혹은 올해 초부터 무수히 제기됐다. 그러나 최 씨와의 연결고리는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청와대도 부인했다. 하지만 ‘더블루케이’라는 회사가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최 씨는 100% 지분을 갖고 있는 독일 더블루케이뿐 아니라 한국에 있는 같은 이름의 회사도 직접 설립하고, 대표도 선임해 사실상 경영했다는 증언이 19일 나왔다. 한국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재단과 설립일, 사업 목적, 조직도, 로고까지 유사한 데다 K스포츠재단 직원들이 수시로 오간 것으로 확인돼 긴밀한 업무 관계에 있었다는 정황까지 있다. 한국 더블루케이의 대표를 지낸 최모 변호사는 이날 동아일보에 “다른 법조인의 소개를 받아 나를 찾아온 최 씨가 ‘독일에 법인을 만들겠다.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전 대표는 “나는 큰 도움이 안 되니 독일에서 일하는 한국 변호사를 소개해 주겠다”며 고사했다고 말했다. 이후 최 씨는 최 전 대표를 다시 찾아와 “한국에도 (독일에 세운) 그런 회사를 만들었다. 변호사께서 (법률 문제를)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결국 최 전 대표는 최 씨의 요청을 받아들여 한국 법인의 법률이사직을 맡았다. 이후 최 전 대표는 조모 초대 대표의 뒤를 이어 더블루케이 한국법인 대표까지 맡았다. 다만 최 전 대표는 “자신을 ‘최서원’이라고 한 최 씨가 유명한 ‘최순실’과 동일인이라는 것은 한참 뒤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최 전 대표는 더블루케이가 별 성과를 내지 못하자 대표직을 물러났다. 한편 K스포츠재단은 전면에 드러난 이사진은 실권이 없었고, 제3의 인물이 끊임없이 사업 방향을 지시한 것으로 본보 취재 결과 확인됐다. 복수의 이사들은 19일 “재단의 중요 내용은 전 사무총장 A 씨와 B 이사 등 재단 설립을 맡았던 소수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핵심으로 지목된 B 이사는 2007년 골프협회장을 지내면서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 예비후보 지지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일부 이사들은 재단 재산의 ‘수상한 운영’도 지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출연한 재산 288억 원 가운데 상당액이 운영재산으로 분류됐기 때문이다. 보통 비영리법인의 재산은 사업비나 운영경비로 함부로 써버리지 않도록 설립 당시부터 일정 금액을 종잣돈 개념으로 보관하는데 K스포츠재단은 사업비를 지나치게 많이 책정했다는 지적이다. 복수의 이사들은 사업비 사용을 둘러싼 내분으로 A 전 사무총장과 C 전 감사가 재단을 떠났다고 증언했다.김준일 jikim@donga.com·김단비·홍정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최서원으로 개명·60) 씨가 딸 정유라 씨(20)가 승마 훈련 중인 독일 현지에 ‘비덱(WIDEC)’이라는 스포츠 마케팅 업체 외에 ‘더블루케이(The Blue K)’라는 스포츠 매니지먼트 회사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는 같은 이름의 한국 더블루케이와 ‘쌍둥이 회사’로 보이며 한국 더블루케이는 국내 공공기관으로부터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회사다. 18일 독일에서 발행된 기업 소개서에 따르면 더블루케이의 주소는 독일 헤센 주 슈미텐에 설립된 비덱과 지번까지 같다. 올해 2월 설립된 더블루케이의 기업 소개서에는 최 씨가 유일한 주주로 등재돼 더블루케이의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기업 소개서에는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고모 씨(40)가 경영인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올 8월 폐업한 한국 더블루케이에도 같은 이름의 인물이 이사로 등장한다. 두 회사의 고 씨는 동일 인물로 추정된다. 올 1월 설립된 한국 더블루케이는 K스포츠 재단이 설립되기 하루 전에 세워졌다. 양 기관의 회사 로고도 유사해 K스포츠 재단과의 연관성이 큰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한국 더블루케이의 실소유주도 최 씨이며 한국 더블루케이가 독일 더블루케이로 돈을 보내기 위한 ‘도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한국 더블루케이는 이달 13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 때 송기석 국민의당 의원이 보도자료를 통해 의혹을 제기한 회사다. 송 의원에 따르면 한국 더블루케이는 올해 1월 설립된 뒤 4개월 만에 에이전트 실적이 전혀 없었는데도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GKL과 ‘장애인 휠체어 펜싱팀’ 전지훈련 및 대회 참가 관련 업무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GKL은 장애인 스포츠계에서 전례가 없이 스카우트 비용으로 1인당 2000만 원씩, 총 6000만 원을 선수들에게 지급했다. 그러나 송 의원은 이 돈이 실제로 선수들에게 지급되지 않고 더블루케이에 유입된 정황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송 의원 측은 “GKL이 지난해 9월 문체부로부터 장애인 실업팀 창단 요청 공문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더블루케이라는 회사를 소개받아 업무대행을 맡긴 정황이 있다”며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이 본격화하자 계약을 파기하고 업체도 문을 닫았다”고 말했다. 한국 더블루케이가 공공기관과 특혜 계약을 체결했고, 이 회사가 독일에 있는 최 씨의 회사와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논란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르·K스포츠 재단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 한웅재)는 재단 설립 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주무 부처인 문체부 관계자를 소환하기로 하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무부 종합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김현웅 법무부 장관에게 “미르 재단 관련 고발 사건을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했는데 검찰이 수사 의지를 갖고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은 “철저하고 신속하게 수사하도록 지휘·감독하겠다”고 밝혔다. 김준일 jikim@donga.com·황형준 기자}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의원들의 질타와 한숨이 이어졌다. 이날 출석한 증인 대부분이 “모르겠다”란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김덕남 대한민국상이군경회장은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방만한 경영’을 지적하자 “억울하다. 20번 넘게 진정을 낸 사람들이 이제 박 의원 보좌관을 매수해 (나를) 죽인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진복 정무위원장이 “증거가 있느냐”고 확인하자 그제야 “언행이 적절치 못했다”고 물러섰다. 또 이 위원장은 점주들을 상대로 ‘갑(甲)질’ 지적을 받고 있는 한 스크린골프 업체 대표가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자 “이 순간만 벗어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냐”고 질타하기도 했다. 20대 국회 첫 국감이 ‘F학점’을 받은 가운데 의원들의 정치 공방과 준비 부족, ‘갑질’ 못지않게 증인들의 ‘배 째라식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동아일보가 바른사회시민회의와 13개 상임위의 국감 첫날 현황을 ‘국회 영상회의록 시스템’을 통해 전수 분석한 결과 부적절, 부실 답변이 77건으로 집계됐다. ‘문제 답변’은 ‘불량 상임위’로 꼽히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와 산업통상자원위가 각각 17회로 가장 많았다. 교문위 소속 한 의원은 “미르재단 공방만 벌인 의원들도 문제지만 성의 없는 답변으로 일관한 증인들도 ‘국감 무용론’의 주범”이라고 지적했다. 6일 환경노동위 국감에선 의원들이 고용노동부 관계자에게 “삼성의 하청 기관이냐”고 질타했다. 삼성전자의 불산 누출사고 안전점검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요구에 고용부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작성한 보고서를 그대로 보내왔기 때문이다. 의원들의 질문에 무조건 “죄송합니다” “알겠습니다”라며 짧은 답변으로 일관한 ‘소나기 회피형’ 증인도 적지 않았다. 10일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국감에서 더민주당 유승희 의원이 지역 방송사의 비정규직 고용 문제를 1분여간 지적한 뒤 대책을 묻자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예, 죄송합니다”라고 짧게 답하고 입을 닫았다. 한편 17일 법제사법위의 법무부 국감에서는 ‘송민순 회고록’ 파문이 논란이 됐다. 새누리당 정갑윤 의원은 “회고록에 등장하는 인물(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은 차기 대권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분인데, 효율적인 대북정책 수립을 위해서라도 검찰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총동원해서 논란의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상직 의원은 “시민단체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문 전 대표,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을 고발했다고 하는데 (법무부는) 어떻게 처리하겠느냐”고 물었고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신속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 사이에선 “법무부 국감에서 도대체 왜 이 논란이 나오는 것이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신진우 niceshin@donga.com·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