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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억 건이 넘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사태 이후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는 물론이고 카드번호 계좌번호 등 금융거래를 위한 각종 정보들이 사이버 공간에서 유통되고 있는 현실이 알려짐에 따라 한국 사회는 큰 충격에 빠져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의 수집과 관리, 활용 등을 두고 국민들 사이에 퍼진 불신(不信)을 제거하지 않으면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신용사회의 근간이 무너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회의 국정조사와 금융당국의 종합대책 마련을 앞두고 개인정보 유출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대안을 시리즈로 제시한다. △고려대 사학과 졸업 △주소 서울 중랑구 면목동 ○○빌라 ○○○호 △출신지 충북 청주시 △2013년 7∼8월 ‘○○○’ 인턴 근무 △취미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애인 없음…. 이력서에 쓴 내용들이 아니다. 회사원 서모 씨(28)가 인터넷에 남긴 흔적들을 동아일보 취재팀이 인터넷 검색 기능만으로 ‘신상 털기’한 결과다. 많은 기본정보가 필요하지 않았다. 이름과 온라인에서 즐겨 쓰는 ID ‘skil****’만으로 신상정보 10건이 검색됐고 휴대전화번호까지 활용하자 4건이 추가됐다. 이렇게 해서 얻은 서 씨의 개인정보는 휴대전화번호, 주소, 출신지, 인턴 경력 2건, 대외활동 경력 2건, 동아리 활동 경력 2건, 출신대 및 학과, 취미, 페이스북 ID, 과거 하숙집, 대화명 등 14건이다. 서 씨가 인터넷 게시판 등에 올린 글 73건과 본인 사진 6장도 함께 검색됐다. 서 씨는 취재팀으로부터 이런 사실을 전해 듣고 “발가벗겨진 기분”이라며 놀라워했다. 지난달 28일 취재팀은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디지털포렌식연구센터 이상진 교수팀과 인터넷보안업체 에스이웍스에 의뢰해 온라인에 퍼진 개인의 신상정보를 인터넷 검색 기능만으로 얼마나 찾아낼 수 있는지 실험했다. 사전 동의를 받은 10∼50대 일반인 12명의 이름 ID 휴대전화번호를 검색창에 입력하니 신상정보 79건, 게시 글 1027건, 본인 사진 67장이 검색됐다. 분석 대상 중 온라인 활동이 거의 없었던 4명을 제외하면 1명당 평균 9.8건의 신상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돼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개인이 무심결에 인터넷에 올린 신상정보가 그 자체로 빅데이터 수준으로 축적됐으며 해킹 등을 통해 유출된 금융정보와 결합될 경우 해당 인물의 사회관계망을 악용한 신종 ‘소셜 사기’에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조종엽 jjj@donga.com·조건희 기자}

#주부 김갑순(가명) 씨는 아이가 학원에서 귀가할 시간이 다가오자 스마트폰으로 범죄 지수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오늘 저녁에는 평소 다니는 길의 폭력 범죄 위험도가 유난히 높은걸….’ 김 씨는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네가 평소에 집으로 오는 길 말고 범죄 발생 가능성이 낮은 ○○길로 돌아서 와라”라고 말한다. 2015년부터는 이처럼 내가 사는 동네, 자주 다니는 거리의 유형별 범죄 위험도를 일기예보와 같이 날마다 시간대별로 알 수 있게 된다. 예언자들이 꿈을 통해 구체적인 범죄 발생을 예측해 사전에 범죄를 차단하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속의 ‘프리 크라임’ 시스템까지는 아니지만 어떤 종류의 범죄가 일어날 개연성이 특정 지역에서 높은지 낮은지를 통계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경찰청 과학수사센터는 범죄 위험지역과 범죄자 거주지 예측에 활용하고 있는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GeoPros)을 업그레이드해 27일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 시스템은 전국을 36만6999개 지역으로 나눠 5대 범죄(살인, 강도, 강간·강제추행, 폭력, 절도)의 발생 개연성을 매일 시간대별(오전, 오후, 초저녁, 밤, 심야, 새벽)로 예측해 지도에 지수와 색상으로 나타낸다. 지도상의 특정 구역이 붉은색에 가깝게 표시되면 범죄 발생 개연성이 높고, 푸른색에 가까우면 낮다. 경찰은 올해 안에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에 범죄 지수 정보를 제공한다. 안전행정부는 2015년 일반 국민이 활용하도록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경찰은 본보 보도 등을 통해 지리정보와 범죄 발생 정보를 결합해 분석하는 ‘범죄GIS’의 중요성이 제기되자 2009년부터 ‘1세대 지리적 프로파일링 시스템’을 운영해 효과를 봤다. 특정 범죄가 빈발한 지역 주변은 비슷한 범죄가 다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착안해 범죄 위험지역을 예측한 것. 일부 경찰서는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순찰한 결과 범죄 발생률이 감소하고 112 신고 뒤 현장 도착 시간이 짧아졌다. 1세대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새 시스템은 지역을 세분하고 각종 인구 사회학적 통계를 반영해 범죄 예측도를 높였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예금주가 인터넷뱅킹을 통해 정상적으로 계좌 이체를 했는데도 컴퓨터에 심은 악성코드로 수취인 계좌를 ‘대포통장’으로 바꿔치기하고 이체금액도 변조하는 신종 수법으로 수천만 원을 가로챈 조직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의 악성코드에 보안 프로그램이 무력화된 은행은 농협과 신한은행으로 파악됐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는 인터넷뱅킹 이체정보를 바꿔치기하는 신종 메모리 해킹 수법으로 지난해 9월 27일부터 10월 14일 사이에 피해자 81명으로부터 9000만 원을 가로챈 혐의(컴퓨터 사용 사기 등)로 조선족 김모 씨(26) 등 2명을 구속하고 이들에게 대포통장을 공급한 문모 씨(28)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악성코드를 만들어 유포한 총책 최모 씨(31) 등 조선족 3명을 중국 공안에 수사 의뢰했다. 김 씨 등은 계좌 이체 시 수취인 계좌번호와 계좌주, 이체금액을 직접 변조하는 수법을 썼다. 피해자들은 컴퓨터 화면에 자신이 원래 보내려고 했던 정상적인 수취인 계좌와 이체 금액이 나타났기 때문에 이들이 돈을 가로채는지도 몰랐다. 특히 계좌 이체에 필요한 보안카드 번호 등 금융정보를 빼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안카드가 아닌 일회용 비밀번호(OTP) 생성기 사용자도 피해를 당했다. OTP 생성기 사용자가 해킹 피해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의 수법은 악성코드로 컴퓨터 메모리에 있는 데이터를 위·변조하는 ‘메모리 해킹’ 중에서도 가장 고도화된 것이다. 기존 메모리 해킹은 피해자가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로 인터넷뱅킹을 할 때 오류를 발생시키거나 가짜 보안 강화 팝업창을 띄우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보안카드 번호를 빼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는 은행들이 보안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해 해당 악성코드를 막을 수 있도록 보완했지만 새로운 악성코드가 발생하면 비슷한 피해 사례가 또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두 은행은 “사건이 터진 뒤 강화된 보안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향후 금융 전산망을 업그레이드할 때 보안을 더욱 강화한 시스템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인터넷뱅킹의 수취계좌 정보와 이체 금액을 직접 변조하는 신종 수법으로 돈을 빼돌린 최모 씨(31·중국동포) 일당은 인터넷뱅킹에 ‘예비거래’와 ‘본거래’의 두 단계가 있는 점을 노렸다. 예비거래는 예금주가 인출할 자신의 통장을 선택하고 통장 비밀번호를 입력한 뒤 보낼 계좌 번호, 송금액을 입력하면 해당 계좌 번호와 예금주 명, 송금액이 화면에 뜨는 단계다. 송금액이나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해 이 단계에서 이체를 취소하면 실제 이체는 되지 않는다. 피해자가 인터넷뱅킹을 시작하면 미리 악성코드에 감염된 컴퓨터는 예비거래 단계에서 피해자 모르게 은행에 이체 정보를 한 번 더 보냈다. 입금 받을 계좌를 자신들이 갖고 있는 ‘대포통장’으로 바꾸고, 송금액도 120만∼297만 원으로 바꿨다. 한 번에 300만 원을 넘기지 않은 것은 최근 은행의 보안 강화로 송금액이 300만 원을 넘을 때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통한 추가 본인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은행은 예비거래 단계에서 이체 정보를 두 번 받게 되지만 피해자가 앞서 입력한 진짜 정보는 취소된 것으로 여기고, 일당이 프로그래밍을 통해 가짜로 입력한 두 번째 이체 정보대로 이체시킬 준비를 한다. 피해자는 돈을 보내려는 계좌번호와 송금액이 바뀐 것을 모른 채 본거래에 들어간다. 피해자가 보안카드나 일회용 비밀번호(OTP)를 입력하고 인증서에 따른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를 입력하면 돈은 엉뚱하게 이들 일당의 대포통장으로 입금된다. 입금 결과를 표시해 주는 최종 화면에는 일당의 대포통장 계좌번호와 대포통장주 명이 표시됐지만 일부 피해자들은 이를 눈여겨보지 않았다. 눈치 챈 피해자들은 바로 신고했지만, 일당은 이미 대포통장에서 돈을 인출해 총책 최 씨에게 송금한 뒤였다. 은행 측이 이 같은 ‘이상 거래’를 감지한 것은 실제 피해 발생이 시작된 지난해 9월 27일보다 19일 빠른 8일이었다. 최 씨가 만든 악성코드가 실제로 작동하는지 김모 씨(26·중국동포) 등 일당이 실험해 보는 과정에서 포착된 것. 이 때문에 은행 측이 메모리 해킹에 대응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도 이를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행 기간인 9월 초부터 10월 14일 사이에 은행 측이 악성코드를 막기 위해 보안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하면 최 씨가 이를 뚫는 새로운 악성코드를 개발하는 일이 반복됐던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 씨가 범행에 쓰려고 개발한 악성코드 변종만 수십 종에 이른다. 일당의 악성코드가 왜 농협과 신한은행을 노렸는지, 피해자의 컴퓨터가 어떻게 감염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은행마다 보안 프로그램이 달라 악성코드가 모든 은행 홈페이지에서 작동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은 인터넷주소(IP) 추적과 탐문 수사를 통해 14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 집에서 김 씨를 붙잡는 등 일당을 검거했다. 김 씨는 지난해 7월 취업비자로 한국에 입국했으며, 범행 후 시흥의 반도체 부품업체에 취업한 상태였다. 총책 최 씨는 범행 당시 한국에 있다가 지난해 10월 범행 직후 중국으로 출국해 붙잡지 못했다. 은행들은 피해자 81명 중 대부분에게 피해금액 전액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진짜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정상적인 계좌 이체 거래 중 피해가 발생해 고객의 과실이 없었기 때문이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통합진보당에 대한 위헌정당 해산 심판 및 정당활동 금지 가처분신청 사건에 대한 첫 변론이 28일 오후 2시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다. 헌재는 2차 변론준비기일인 15일 이같이 결정했다. 재판부는 28일에 변론준비 결과를 상정하고 법무부와 통진당 측 주장의 요지를 듣기로 했다. 통진당 측은 이날 “법무부가 최근 추가 제출한 준비서면이 새로운 내용이라 28일까지 준비하기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부 측은 “(통진당의 최고 이념인) 진보적 민주주의를 상세히 기술했을 뿐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주심 이정미 재판관은 “준비서면을 읽어봤는데 물리적으로 준비가 불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검토해 달라”고 밝혔다. 이날 법무부는 증인으로 이청호 부산 금정구 의원과 북한 노동당 대남공작원 출신인 곽인수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연구위원을 신청했다. 이 의원은 2012년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을 폭로했다가 통진당에서 제명됐다. 곽 연구위원은 통진당이 내건 ‘진보적 민주주의’와 북한 대남혁명전략의 유사점을 설명할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증인을 추후에 신청하기로 했다. 법무부도 증인 2, 3명을 추가로 신청할 계획이다. 재판부는 “증인 채택 여부는 향후 전원재판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통진당은 헌재가 이석기 의원의 ‘RO(혁명조직) 사건’ 수사기록을 보내 달라고 한 것은 부당하다며 이의신청서를 냈다. 재판부는 “통진당의 이의신청에 대해선 전원재판부가 빠른 시일 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북한 대남공작조직 225국과 접촉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최근 구속 기소된 통진당 간부 전식렬 씨(45)에 대한 문서송부촉탁도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이날 자유민주연구학회(회장 권혁철)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통합진보당은 왜 해산되어야 하나’를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대한민국 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주의를 의미하는데 ‘일하는 사람이 주인이 되는 정부 수립’이라는 통진당 강령은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유동열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은 “통진당의 강령은 현 단계의 목적을 표명한 ‘최저 강령’이어서 위헌성을 판단하려면 최종 목적이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며 “통진당의 최종 목표는 인민민주주의를 통한 사회주의 사회 건설”이라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종엽 기자}

지난해 11월 3일 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자택에서 단잠을 자던 A 씨(58·여)는 갑자기 집에 들이닥친 남자 3명에 의해 목과 손발을 포승줄에 묶인 채 경기도의 한 정신병원으로 끌려갔다. A 씨는 한두 달 전부터 갱년기 우울증으로 신경정신과에서 외래 진료를 받은 적이 있지만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었다. 병원 측에 퇴원을 요구했지만 담당 의사는 “보호의무자가 승낙하지 않으면 퇴원할 수 없다”고 했다. 병원이 말한 보호의무자는 A 씨의 딸이다. A 씨를 입원시킨 것도 딸이었다. A 씨는 지난해 딸의 애인이 “3000만 원을 빌려 주면 투자해 크게 불려 주겠다”고 하자 그에게 돈을 건넸다. 하지만 수익은커녕 원금 중 2000만 원은 돌려받지도 못했다. A 씨는 “그 남자를 혼인빙자 간음과 사기로 고소하겠다”고 딸에게 말했다. 그 직후 A 씨는 병원에 끌려왔다. A 씨는 딸의 애인이 딸을 부추겨 자신을 강제로 입원시켰다고 생각한다. 우여곡절 끝에 변호사와 연결돼 퇴원 절차를 의뢰했지만 14일에도 수도권의 한 정신병원에 갇혀 있는 상태다. 이처럼 경증의 정신 질환자나 정신 질환 자체가 없는 사람이 가족과 갈등을 겪던 중 자신의 의사에 반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하는 것은 정신보건법 24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보호의무자 2인과 정신과 전문의 1인의 동의만 있으면 정신질환자를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기간은 6개월 이내로 한정하고 있지만 심사를 거쳐 얼마든지 연장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입원 여부에 대한 정신 질환자 본인의 뜻이 반영될 기회는 아예 없다. A 씨 등 4명은 정신보건법 24조가 “정신 질환자의 신체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어 폐지해야 한다”며 14일 헌법재판소에 헌법 소원을 냈다. 보호자에 의한 부당한 강제 입원은 재산이나 이혼 문제와 관련된 경우가 많다. 50대 남성 B 씨는 2000년경 은행을 퇴직한 뒤 우울증에 시달리다 자해를 했고, 두 달 동안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그런데 2년 뒤 아내와 부부싸움을 한 뒤 B 씨는 아내의 의뢰로 정신병원으로 끌려갔다. B 씨는 1년 6개월 동안 정신병원 3곳을 전전하며 갇혀 있어야 했다. B 씨가 퇴원해 보니 서울 강남에 아내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던 30평대 아파트를 아내가 다른 사람에게 팔아넘긴 뒤였다. B 씨는 이후 걸핏하면 “정신병원에 입원시켜 버리겠다”는 아내의 말에 시달려야 했다. 배금자 변호사(해인법률사무소)는 “바람을 피우던 남편이 이혼할 구실을 만들기 위해 어머니와 짜고 아내를 정신병원에 반복적으로 강제 입원시키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헌법소원에 동참한 대학 4학년 김모 씨(29)는 부모님과의 갈등으로 강제 입원당한 경우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오랫동안 평범한 일상생활을 하던 김 씨는 지난해 9월 17일 경기 성남시 분당동에서 산책하다 끌려가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됐다. 의사인 아버지는 김 씨에게 “네가 끌려갈 만큼 미치지는 않았지만 네가 원하는 대로 다 하려고 하니까 넣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 씨는 정신장애인의 권익을 위한 활동을 하는 것과 관련해 아버지와 마찰을 빚고 있었다. 2012년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된 사람의 비율은 전체의 75.9%에 이른다. 일본(30% 내외), 유럽(3∼30%가량)에 비해 훨씬 높다. 일부 정신병원이 수익을 내기 위해 장기간 병상을 채울 수 있는 강제 입원을 남용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의 불법 사설 감옥인 ‘흑(黑)감옥’에 비견할 만하다는 것이다. 퇴원 심사 기간을 6개월에서 3개월로 단축하는 등의 개정 법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언제라도 보호의무자들이 다시 강제 입원시킬 수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08년 국가인권위 조사에 의하면 퇴원 직후 보호의무자에 의해 타 시설로 강제 입원되는 비율이 25.2%로 나타났다. 근본적으로는 정신장애인을 치료할 때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고 사회 내에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법소원을 대리한 권오용 변호사(예인법률사무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정신보건 분야 수석 컨설턴트 수전 오코너가 2012년 한국을 방문 조사한 뒤 한국의 정신보건정책을 ‘관계 당국과 의료기관과 가족의 카르텔’이라고 표현했다”며 “‘정신 질환자를 일단 가둬 놓고 보자’는 문화를 꼬집은 것”이라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체포영장이 발부돼 은신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가 조만간 경찰에 자진 출석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사무실과 조계사, 민주당 당사 등지에 머물고 있는 철도노조 김명환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 지도부 13명이 이르면 13일 오전 경찰에 자진 출석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철도노조 내부에서는 이미 자진 출석 방침이 결정됐고, 임시 지도부 체제 전환 등 후속 대책에 관한 논의만 남아 있다고 경찰 관계자가 밝혔다. 만약 김 위원장 등 지도부가 경찰에 출석해 체포되거나 구속되면 노조 지도부는 직무대리 체제로 전환된다. 노조 지도부 신병처리 문제가 정치권에서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지만 노조 내부에서는 “더는 은신하고 있을 이유가 없고, 사측과의 대화도 전혀 안 되는 상황에서 마냥 버티고 있기 막막하다”는 분위기가 많다는 것. 최근 자진 출석한 노조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된 것도 노조 지도부가 자진 출석 쪽으로 가닥을 잡는 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은택 nabi@donga.com·조종엽 기자}

앞으로 경찰서나 지구대를 찾아가지 않아도 온라인을 통해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가입해 ‘착한 운전’을 서약할 수 있다. 경찰청은 13일부터 경찰청 인터넷 교통범칙금·과태료 조회 납부시스템인 ‘이파인’(efine.go.kr)을 통해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의 가입 신청을 받는다고 12일 밝혔다. 그동안은 경찰서나 지구대, 우리은행 지점을 통해 오프라인 신청만 받았지만 이번에 온라인 신청까지 가능해져 참여자가 늘 것으로 예상된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는 지난해 1월 동아일보-채널A 연중기획 ‘시동 꺼! 반칙운전’ 캠페인이 시작된 뒤 정부가 운전자 전체를 대상으로 마련한 제도 개선 방안이다. 1년 동안 무사고·무위반을 약속한 운전자가 이를 지켰을 때 특혜점수 10점을 부여하는 제도다. 점수는 매년 적립되며 추후 교통 위반으로 벌점을 받게 되면 특혜점수만큼 벌점을 깎아준다. 지난해 8월 시작된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는 운전자의 자발적인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교통안전 캠페인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제도 시행 5개월여가 지난 12일 현재 290여만 명의 운전자가 캠페인에 참여했다. 착한 운전 마일리지 신청 외에도 이파인에서 무인 단속 카메라의 단속 사진을 확인할 수 있고 이의신청도 할 수 있다. 경찰서를 방문해야 발급이 가능했던 ‘운전경력증명서’와 ‘교통사고사실확인원’도 이파인을 통해 발급받을 수 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안전행정부 △장관정책보좌관 최연식 ◇병무청 ▽부이사관 △기획조정관실 최영래 △감사담당관실 최성원 ▽서기관 △청장실 권병태 △감사담당관실 곽유석 정창근 △운영지원과 송인호 △입영동원국 김재근 최재숙 김주영 △서울지방병무청 장정임 △규제개혁법무담당관 이계용 ◇경찰청 ▽경무관 △남택화 신현택 이주민 김기출 이용표 김규현 민갑룡 송갑수 전창학 유현철 박건찬 박운대 김상운 조종완 배용주 장경석 이철구 노승일 김양수 남병근 배봉길 김해경 양성진 ▽총경 △정석모 김도형 박성구 반병욱 송호송 이재훈 오완석 박혁진 김병록 이범규 이규문 박병규 김원범 박세석 박봉수 김성종 이호영 이재홍 한상균 박천수 김태수 오원심 임상준 김진환 김수룡 박금룡 정성수 윤영진 이우범 고평기 진영철 정지천 박달서 이재천 정병구 최익수 한도연 정경채 박태길 김봉운 손제한 김용현 장우성 박중희 곽영진 장종근 박동수 김한섭 황석헌 윤경돈 정희영 이안복 김보준 유철 이기주 손동영 박영대 최성영 오부명 김성희 엄기영 구재성 김형기 엄성규 김성구 고범석 진종근 박희순 박종열 최현순 감기대 최현석 최성환 박성민 이승협 박정보 임정주 박장식 정도영 김두련 장영수 이종규 곽병우 한창훈 김영수 이홍만 이광숙 김경자 김숙진 ◇경기도 △감사담당관 김원섭 △창조행정〃 박수영 △예산〃 이희원 △평가〃 안동광 △뉴미디어〃 이종돈 △자치행정과장 이홍균 △세정〃 박동균 △체육〃 이창수 △문화유산〃 정은섭 △관광〃 박덕진 △복지정책〃 김관수 △장애인복지〃 심재진 △무한돌봄센터장 김문환 △건강증진과장 이일용 △여성가족〃 오현숙 △아동청소년〃 고광갑 △행정관리담당관 박인복 △균형발전과장 이성근 △교통정책〃 김진수 △대중교통〃 홍귀선 △경제정책〃 여재홍 △기업지원2〃 최진원 △과학기술〃 김명기 △경기일자리센터장 박상목 △투자진흥과장 강현도 △교류통상〃 김능식 △대외협력담당관 김인구 △의회사무처 입법정책〃 최영두 △〃 예산정책〃 손수익 △〃(전문위원) 변용현 한태석 조민호 이문영 김한욱 신동호 △농업기술원 총무과장 김상배 △인재개발원 교육컨설팅과장 김덕진 △〃 역량개발지원〃 강윤구 △여성비전센터소장 김양희 △정보기획담당관 한정길 △도시기획과장 송상열 △물류〃 윤성진 △재난대책담당관 김철중 △공원녹지과장 이세우 △도로계획〃 이원영 △도로건설〃 정헌채 △법무담당관 직무대리 이성호 △북부환경관리사업단장 〃 유돈현 △보육청소년담당관 〃 김종규 △보건위생〃 〃 이명한 △군관협력〃 〃 천호달 △DMZ정책과장 〃 이길재 △교육협력〃 〃 오재영 △북부여성비전센터소장 〃 차정숙 △황해경제자유구역청(파견) 이갑봉 △안전행정부(교류파견) 박태환 정승렬 △산림환경연구소장 직무대리 심해용 △축산산림국 동물방역위생과장 〃 김성식 △팔당수질개선본부 수질관리〃 〃 복승규 △보육정책〃 〃 정두석 △안전총괄담당관 〃 고광춘 △도서관과장 이연재 △특화산업〃 직무대리 김기세 △통일부(교류파견) 권금섭 ◇강원도 ▽지방이사관 △2018동계조직위 파견 김남수 ▽지방부이사관 △총무과(교육입교) 허해구 이진흥 △보건복지여성국장 김미영 ▽지방서기관 △안전행정부 전출 안계영 △레고랜드추진단장 김만기 △예산담당관 김환기 △DMZ정책〃 조용건 △세정과장 탁동훈 △문화예술〃 박종훈 △복지정책〃 이만희 △여성청소년가족〃 최명서 △경제정책〃 서경원 △경로장애인〃 직무대리 박세식 △미래농업교육원장 김남섭 △인재개발원 교육운영과장 김수산 △의회운영전문위원 이국섭 △입법지원〃 박대준 △동계올림픽추진본부 특구육성과장 이승섭 △자연환경연구공원소장 임래준 △동해안권경제자유구역청 기획정책과장 정운교 △〃 투자유치2〃 김봉현 △GTI박람회추진단장 전홍진 △농촌정책과장 어재영 △농산물원종장장 박종호 △도로철도교통과장 손창환 △방재담당관 최선희 △체전준비단장 진성영 △투자유치담당관 직무대리 안권용 △기업지원과장 〃 김용국 △환동해본부 기획총괄〃 장대순 △〃 해운항만〃 고영선 △경제건설전문위원 〃 이성재 △DMZ박물관장 〃 최병국 △2018동계조직위 파견 변정권 최문식 △평창군 전출 변성균 △강원FC사무국 파견 고정배 △감자종자진흥원장 직무대리 허성재 △CBD총회 지원단 파견 김광삼 △도로관리사업소장 심상진 △총무과(교육입교) 황영수 박근영 유승근 지승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부장 △기획예산 송시경 △감사 고준환 △지역문화 강병주 △창작지원 장용석 △문화누리 강지훈 △정책평가 정준화 △문화복지 이윤희 ◇KBS △TV본부 교양문화국장 김석희 △〃 드라마국장 고영탁 △정책기획본부 기획국장 김정수 △TV본부 교양문화국 CP 이남기 ◇한국경제신문 △중소기업부장 겸 글로벌포럼사무국장 현승윤 ◇스포츠투데이 △엔터테인먼트팀 부장직무대행 조성준}

“제가 받는 상이 아니라 전국의 소방관 3만5000명과 그동안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 활동 중 순직하신 선배 소방관들을 대신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8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임석우 소방장(인천 서부소방서)은 이렇게 말했다. 영예로운 제복상은 동아일보와 채널A가 제복 공무원의 노고를 기리기 위해 2012년 제정한 상으로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국방부 경찰청 해양경찰청 소방방재청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 대상 1명, 우수상 4명, 특별상 1명, 위민상 5명을 각각 선정했다.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위원장 정상명 전 검찰총장)가 수상자를 심사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영상으로 축하 메시지를 보내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군인과 경찰, 해양경찰, 소방공무원의 제복은 국민들이 주신 신뢰의 상징”이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우수상은 △경북지방경찰청 상주경찰서 성동환 경감 △서울지방경찰청 중랑경찰서 이상인 경감 △육군 6포병여단 969포병대대 서상인 소령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1509함 최유란 경사가 각각 수상했다. 특별상은 해군작전사 55전대 해난구조대 김순식 중사가 받았다. 직무 수행 중 순직하거나 부상한 경찰, 소방 공무원에게는 위민상이 수여됐다. 위민경찰관상은 △경찰대 운영지원과 서대용 총경 △인천지방경찰청 강화경찰서 고 정옥성 경감이 받았다. 위민소방관상은 △경기 포천소방서 고 윤영수 소방장 △경북 영주소방서 고 박근배 소방위 △경남 김해소방서 김영학 소방사가 수상했다. 상금은 대상이 3000만 원, 우수상 각 2000만 원, 특별상 1000만 원, 위민경찰관상 각 1500만 원, 위민소방관상 각 1000만 원이다. 수상자 중 경찰은 1계급 특진되고, 군인은 이에 준하는 인사 혜택을 받는다. 수상자들 대부분은 상금 일부를 어려운 처지의 이웃 등에게 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석우 소방장은 관내 화재감지기 보급에, 서상인 소령은 지체장애인 단체 후원 등에, 이상인 경감은 청소년 선도 및 학교 폭력 예방 활동 단체에 상금 일부를 기부할 계획이다. 최유란 경사는 중국어선의 불법 어로행위를 단속하다 희생된 동료의 유가족 등에게 상금을 전할 생각이다. 성동환 경감은 순직한 동료 유자녀에게 장학금으로 줄 계획이다.조종엽 jjj@donga.com·권오혁 기자■ 심사위원정상명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김진국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보훈처 심사위원)이현옥 상훈유통 대표(제복 공무원 보훈사업 기부자)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기흥 동아일보 논설위원서영아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

아들은 그림책에서 ‘아빠’라는 말을 배웠다. 아빠가 곁에 있었을 때, 태어난 지 갓 100일이 지난 아기는 아빠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이달로 생후 15개월이 된 아기는 곁에 없는 아빠를 부른다. 8일 영예로운 제복상 위민(爲民) 소방관상을 받은 고(故) 윤영수 지방소방장(순직 당시 33세)의 아내 신예진 씨(30)는 그럴 때마다 ‘아기에게는 행복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차오르는 눈물을 참는다고 했다. “회사 언니 소개로 만났어요. 소방관은 아무래도 위험한 직업인 것 같아 결혼할 생각까지는 없었어요. 그런데 이내 사랑에 빠졌죠.” 지난해 2월 부부는 1년 9개월째의 신혼을 만끽하고 있었다. 13일 오전 4시 19분 남편은 화재신고를 받고 플라스틱 공장 화재 현장으로 출동했다. 기둥이 무너지면서 천장에서 떨어진 시멘트 더미가 화재를 진압하고 잔불을 정리하던 남편을 덮쳤다는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다. 남편은 구급대원이었지만 인력이 부족해 항상 화재진압대원과 함께 불을 껐다고 한다. 집안일을 잘하고 가족에게 헌신적인 남자였다. “위민 소방관상에 고 윤영수 소방장.” 8일 ‘제3회 영예로운 제복상’ 시상대에서 남편의 이름이 불리자 내내 꿋꿋하던 신 씨가 기어이 울음을 터뜨렸다. 신 씨의 곁에는 남편의 동료들뿐이었다. 이날 신 씨의 친정어머니는 아기를 돌봤고, 시어머니는 일부러 모시고 오지 않았다. “다른 자식들은 살아서 상을 받으시잖아요. 아무래도 어머님 마음이 불편하실 것 같아서….” 고 박근배 지방소방위(지난해 5월 순직 당시 42세)의 위민 소방관상은 부인 안미남 씨(42)가 대신 받았다. 안 씨는 “근무일이 많아 2년 전 1박 2일로 남해에 놀러갔던 것이 마지막 가족여행이었다”고 말했다. 딸 한나 양(14)은 “바빠도 시간을 내서 잘 놀아주던 아빠였다”며 눈물을 닦아냈다. 박 소방위는 지난해 5월 경북 안동시 임하호에서 산불 진화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던 산림청 헬기가 추락하자 실종자 수중 수색에 나섰다가 숨졌다. 위민 경찰관상을 받은 고 정옥성 경감(지난해 3월 순직 당시 46세)은 전남 영광에서 초중고교를 다녔다. 1991년 순경 공채로 입직해 1995년부터 인천 강화경찰서에서 일하다 강화도 토박이인 아내 한정주 씨(43)를 만났다. 한 씨는 “남편은 고지식한 것이 매력이었다”며 “남들 다 쉬는 명절에 출근하면서도 경찰이 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다던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재직 기간에 27차례나 표창을 받은 정 경감은 자살하려고 바다에 뛰어든 사람을 구하려다 순직했다. 정 경감의 상은 아들 종민 군(17)이 대신 받았다. 시상대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울던 정 군은 단상에서 내려오자 차분한 목소리로 “아버지처럼 경찰이 돼서 다른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위민의 숙명을 떠안은 제복 공무원 가족의 애달픈 마음은 순직자 가족만의 것은 아니었다. 특별상 수상자인 해군작전사 55전대 해난구조대의 에이스 김순식 중사(33)는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한 필리핀 파견을 자원해 이날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부인 서선주 씨(34)는 남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묻자 말없이 눈물만 흘렸다. 이날 대상을 받은 임석우 지방소방장(44)의 장모 박병예 씨(65)는 시상식 내내 음식도 손에 대지 않고 눈물을 글썽였다. 사위가 상을 받은 기쁨의 눈물이 아니었다. 박 씨는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 심정이 어떨까 생각했다”고 말했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 영예로운 제복상 수상자◇대상임석우 지방소방장(인천 서부소방서)◇영예로운 제복상(우수상)성동환 경감(경북지방경찰청 상주경찰서)이상인 경감(서울지방경찰청 중랑경찰서)서상인 소령(육군 6포병여단 969포병대대)최유란 경사(서해지방해양경찰청 목포해양경찰서 1509함)◇특별상김순식 중사(해군작전사 55전대 해난구조대)◇위민경찰관상서대용 총경(경찰대 운영지원과)고(故) 정옥성 경감(인천지방경찰청 강화경찰서)◇위민소방관상고(故) 윤영수 지방소방장(경기 포천소방서)고(故) 박근배 지방소방위(경북 영주소방서)김영학 지방소방사(경남 김해소방서) ▼ 박근혜 대통령 축사 전문 “국민행복 위해 헌신한 모든 분들께 감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지금 이 순간에도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헌신하고 계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리면서 남다른 책임감으로 맡은 바 소임을 다하여 수상을 하신 여러분께 축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세상에는 많은 아름다운 옷들이 있습니다. 그중에서 여러분이 입고 계신 제복은 국민들이 주신 신뢰의 상징이기 때문에 더욱 가치 있고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군인과 경찰, 해양경찰, 소방공무원 여러분은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분들입니다. 여러분이 애국심과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완수하면서 국민 행복의 토대를 책임져 주실 때 모든 국민 개개인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국민의 더 큰 신뢰로 여러분의 제복이 빛을 발하고 존경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도 여러분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 여러분 모두에게 건강과 축복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 심사위원정상명 전 검찰총장(심사위원장)김진국 강남밝은세상안과 원장(보훈처 심사위원)이현옥 상훈유통 대표(제복 공무원 보훈사업 기부자)이종수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박순애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한기흥 동아일보 논설위원서영아 채널A 보도본부 부본부장}
철도노조 서울본부 간부 김모 씨(47) 등 경찰에 자진 출석한 8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7일 모두 기각됐다. 영장이 기각된 노조 간부들은 서울본부 4명, 부산본부 2명, 대전본부 1명, 전북본부 1명으로 서울서부지법, 부산지법, 대전지법, 전주지법 군산지원에 각각 영장이 청구됐다. 부산지법 강석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협상에 의해 파업을 철회했고 그 후 빠른 시일 내에 자진 출석해 수사에 성실히 임하는 등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이원신 영장전담 부장판사도 “주거가 일정하고 철도노조 지위에 비추어 봤을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필요성이나 상당성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3일 서울서부지법과 대전지법 천안지원에서도 2명의 철도노조 간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이로써 구속영장이 청구된 철도노조 간부 12명 가운데 10명이 기각됐고 2명이 구속됐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검찰이 4일 경찰에 자진 출석한 전국철도노동조합 노조 지도부 16명 중 8명에 대해 6일 형법상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영장 청구 대상자는 철도노조 서울본부 국장급 간부 김모 씨(47) 등 서울본부 4명을 비롯해 부산본부 2명, 대전본부 1명, 전북본부 1명이다. 경찰은 4일 자진 출석한 나머지 간부 8명은 불구속 수사할 방침이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세인 검사장)는 철도노조 파업에 대해 “근로조건과 무관한 정부정책을 대상으로 한 파업으로서 목적 등에 있어서 불법이고, 사용자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경영진에게 결정권이 없는 정책사항에 관한 것”이라며 “사용자가 대비를 할 수 없는 데다 그로 인한 피해도 막대하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 추산 피해액은 코레일 측 직접피해 150억여 원, 물류운송 차질 등 산업계 피해 1조 원 규모다. 경찰은 그동안 철도노조 간부 35명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22명을 체포했다. 이 중 대전본부 조직국장 고모 씨(45) 등 2명은 구속됐고 2명의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으며, 2명은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다. 김명환 노조위원장 등 민노총 등지에 은신 중이거나 도피 중인 나머지 핵심 지도부의 자진 출석도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종엽 jjj@donga.com·백연상 기자}

해양경찰청이 모든 해양경찰관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PTSS·Post Traumatic Stress Syndrome)’ 위험성을 검사한다. 경찰청은 현재 1곳뿐인 ‘경찰 트라우마 센터’를 올해 안에 3곳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동아일보가 6일자 A1∼5면을 통해 국내 MIU(소방관 경찰 군인 등 제복을 입은 공직자)의 PTSS 실태를 탐사기획으로 집중 보도한 데 따른 것이다.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6일 오전 간부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2월부터 경비함 근무자를 비롯한 8500여 명의 모든 해양경찰관을 대상으로 PTSS 검사를 실시해 적절한 치료와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에서는 △PTSS 전문 치료센터와 협약을 맺고 △현재 경비함 근무자를 포함한 모든 해경 근무자를 대상으로 PTSS 검사를 실시해 △PTSS 위험군으로 분류되면 민간 병원의 전문의로부터 진료 및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다. 지난해 해경이 동국대 산학협력단에 의뢰해 해양경찰관 4564명을 대상으로 복지 실태를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약 60%가 해상에서 일어난 조난 선박 구조 작업이나 중국 어선 나포 작전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해 불면증과 우울증, 슬픔, 의욕상실 등과 같은 정신적 고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최근 5년간 해양경찰관 148명이 잦은 공포감과 우울증, 공황장애 등의 증세를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해경은 우선적으로 경비함 303척에 근무하는 경찰관 2879명에 대한 PTSS 검사를 하고 파출소 및 출장소(1681명)와 육상 근무자(3960명) 등으로 검사 대상을 확대해 모든 해경 직원의 PTSS 위험 실태를 파악할 방침이다. 특히 중국 어선 단속 과정에서 선원들이 흉기를 휘두르는 등 격렬하게 저항하거나 경찰관이 1명이라도 부상을 입을 경우 경비함이 귀항하면 모든 함정 요원이 PTSS 검사와 치료를 받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김 청장은 “해상에서는 육지보다 심각한 사건 사고가 더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찰관들이 정신적 외상을 입을 가능성이 더 크다”며 “경찰관이 트라우마에 시달릴 경우 가족들도 정신적 문제를 겪을 개연성이 높아 모든 직원에 대한 PTSS 검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도발로 2012년 PTSS와 대인기피증을 진단받아 휴직한 뒤 최근 인천 지역으로 복직한 임수현(가명·40) 경장을 7일 찾아가 위로할 계획이다. 경찰청은 지난해 8월부터 서울 동작구 보라매병원에서 운영 중인 PTSS 전문 치료소인 ‘경찰 트라우마 센터’를 올해 안으로 지방 2곳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진료를 받고 싶어도 거리가 멀어 선뜻 시간을 내지 못하는 경찰관을 위해 지역 거점 병원과 협약을 맺어 중부권(충청)과 남부권(영호남)에 1곳씩 설치한다는 목표다. 경찰 관계자는 “PTSS의 원인을 밝히고 효과적인 치료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단순히 치료뿐 아니라 연구 기능까지 포함하는 ‘PTSS 전문 센터’를 2017년경 설립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MIU의 PTSS를 치료하기 위한 입법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국민을 대신해 현장에서 생명을 걸고 헌신하다가 트라우마에 시달리게 된 MIU들을 위해 경찰,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기본법 개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인천=황금천 kchwang@donga.com조종엽·조건희 기자}
‘숭례문’(서울 중구 남대문로) 복구공사에 고급 금강송 대신에 값싼 목재가 사용됐다는 의혹을 수사 중인 경찰이 공사를 총지휘한 도편수 신응수 대목장(72)의 강원 강릉시 소재 W목재회사와 서울 자택, 경복궁 내 치목장 등 5, 6곳을 3일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신 대목장이 목재를 공급해 복원된 ‘광화문’에도 값싼 목재가 사용됐는지 수사하고 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문화재청, 시공회사, 감리회사 등으로부터 숭례문 복구에 쓰인 목재 관련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관급(官給) 목재의 사용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았다”고 밝혔다. 횡령 의혹을 사고 있는 목재는 문화재청이 광화문 복원과 숭례문 복구 시 건물의 대들보, 기둥 등 주요 부재로 사용하기 위해 2008년 강원 삼척시 국유림에서 벌채한 뒤 신 대목장에게 공급한 금강송 등이다. 평균 지름 74cm 내외, 수령 150년가량으로 국내에서 이 정도 수준의 목재는 구하기 어려워 가격이 크게 오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인 범죄 혐의를 포착한 것은 아니다”라며 “압수한 자료 분석이 끝나는 대로 신 대목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신 대목장은 이날 W목재회사에서 “억울하다”며 강하게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앞으로 회사에서 제시하는 자구책을 노조원들도 받아들여 뼈를 깎는 노력으로 임해야 이번 파업에 대한 명분을 인정받을 것입니다.” 이번 파업에 참가한 한 철도노조 조합원의 자성의 목소리다. 22일간의 역대 최장기 철도노조의 파업은 국내 노사 문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본보는 이번 파업과 관련해 30일 철도노조 조합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 시민, 전문가 등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코레일에서 20년 근무한 A 씨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파업이 끝난다고 하니 가장 걱정되는 건 ‘노노(勞勞) 갈등’”이라고 했다. A 씨는 코레일 측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더이상 코레일 직원이 아니다”라고 최후통첩을 한 27일 파업 현장을 빠져나와 회사로 복귀했다. 그는 “최종 복귀 시한인 27일 밤 12시를 넘어서 복귀한 사람과 그 이전에 복귀한 노조원 간의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그는 이번 파업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우선 코레일이 내부적으로 안고 있는 각종 부채 문제, 민영화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 등을 잘 모르던 국민이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게 된 것이 큰 소득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싸움을 정치권에서 중재하지 못해 파업이 길어졌을 뿐 한층 더 생산적인 결론을 얻지 못한 것엔 아쉬움을 드러냈다. 파업 기간에 대체 투입된 인력들도 갈등이 두렵긴 마찬가지다. 코레일 관계자는 “기관사, 승무원 등에 본사 및 지역본부 인원을 투입했다”면서 “기존 노조원들과 대체 투입된 인력 사이에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는 “파업 상황에서 본사의 부름을 받고 대체 복무를 하고 있는 직원들에 대한 시선이 따갑다는 보고를 여러 차례 받았다”고 밝혔다. 파업 사태를 바라본 전문가와 시민들은 “결국 국민만 피해를 본 것에 대해 정부와 노조 모두 반성해야 한다”면서도 “앞으로 원칙과 기준을 잘 세워 같은 일을 반복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소속)는 “정부가 원칙을 지켜 무난하게 정리된 것 같다. 불법 파업이 성공할 수 없다는 선례를 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민영화에 대해 ‘안 하겠다’고 못 박으면서 마치 국가는 절대 민영화를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준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정현백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참여연대 소속)는 “민영화의 우려가 큰 가운데 철도노조가 문제제기를 했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여 민영화라는 파국으로 치닫지 않게 제동을 걸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며 “새 정부에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노동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도 이 파업이 국내 노사 문제에 미친 영향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학원 강사 이모 씨(33)는 “앞으로 국민의 발을 볼모로 삼는 파업은 어떤 경우에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회사원 박모 씨(53)는 “22일 동안 나라가 시끄러웠는데 노조가 별 소득 없이 끝낸 것을 보면 노조가 국민에게 불편만 끼치며 파업을 무리하게 끌어온 것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김수연 sykim@donga.com·조종엽 기자}
검찰과 경찰은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해도 노조 지휘부에 대해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세인 검사장)는 30일 “파업 철회와 관계없이 지금까지 발생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라며 “체포영장은 원칙대로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조합원은 34명이다. 이 중 2명은 구속됐고, 1명은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어떤 형태로든 체포영장을 집행하겠지만 체포 대상자들이 스스로 경찰서로 오면 자진 출석한 것으로 인정해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의 체포와 관련해선 “김 위원장이 민노총 사무실에서 밖으로 나올 경우 체포하는 것이 경찰의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말했다. 파업이 철회돼 자진 출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굳이 민노총 사무실 진입까지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코레일이 고소한 조합원 198명에 대한 수사는 앞으로 고소가 취하돼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다. 한 경찰청 관계자는 “고소 취하는 법정에서 정상 참작의 사유가 될 수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최예나 yena@donga.com·조종엽 기자}

철도노조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코레일이 노조원들에게 대규모 징계를 내리고 손해배상을 요구할 방침인 데다 민노총도 다음 달 총파업을 결의한 상황이어서 철도 노사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더구나 철도노조는 수서발 KTX 면허 발급 취소 소송을 계속 진행한다고 발표해 상황에 따라서는 노조가 재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철도노조는 정치권 중재로 파업을 철회키로 한 만큼 코레일이 파업 참가 노조원 징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코레일 측은 “불법 파업에 참여하며 무단결근을 20일 넘게 계속한 만큼 파업 참가자들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미 코레일은 파면·해임 등 중징계를 염두에 두고 철도노조 집행부 490명을 1차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2009년 8일간의 철도파업 당시에는 파면 20명, 해임 149명을 포함해 1만1588명에게 무더기 징계를 내렸다. 한 코레일 관계자는 “이번에는 파업 기간이 훨씬 길어 징계 수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인정한 만큼 코레일이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법원이 이미 과거 철도노조 파업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린 바 있어 법원이 이번 파업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관심이 쏠린다. 코레일은 이미 이달 19일 김명환 위원장 등 철도노조 집행부 186명에 대해 77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서부지법에 냈다. 이는 파업이 시작된 9일부터 16일까지 8일간 영업 손실과 인건비, 기물파손 비용을 코레일이 산출한 금액으로 소송 제기 이후에도 더 파업이 이어진 만큼 손해배상 청구액 역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법원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따른 회사의 손해에 대해 노조의 책임을 엄격히 물어 배상 책임까지 인정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리고 있다. 울산지법 민사합의5부(부장판사 김원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25일간 점거했던 현대차 하청 노조에 90억 원을 사측에 배상하라는 판결을 이달 19일 내렸다. 코레일은 2006년과 2009년 노조가 파업을 벌이자 각각 10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2006년 1차 소송에서 대법원은 노조가 코레일에 69억9000만 원(이자 포함 약 103억 원)을 배상하라는 확정 판결을 내렸고 2009년에 제기한 2차 소송은 내년 1월경 1심 판결이 내려질 예정이다. 수서발 KTX 운영사 설립을 비롯해 정부의 철도 경쟁체제 도입이 본격화되면 철도노조가 재파업에 들어갈 가능성도 있다. 철도노조는 이날 “파업을 끝내더라도 수서발 KTX 면허 발급에 대해서는 끝까지 무효 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정부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면허를 발급한 만큼 운영사는 이미 설립됐다”고 맞서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내 철도산업 발전 소위원회(철도소위) 구성이 파업을 철회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지만 철도소위가 정부와 철도 노조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장 철도소위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철도소위는 철도 운영체계 개편방안 등을 포함한 철도산업 중장기 발전방안 등을 의제로 다룬다.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철도소위에서는 (철도산업 발전을 위한) 모든 것을 다 거론할 수 있지만 민영화는 이미 정부에서 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공표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노조는 철도소위가 ‘민영화 반대 소위’라고 규정하고 있다. 민노총도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민노총은 “철도 파업 철회와 관계없이 다음 달 9일 총파업을 결의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1주년이 되는 2014년 2월 25일 빈민층, 농민까지 참가하는 ‘국민파업’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철도 파업 철회로 민노총의 파업 동력은 약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노정 관계가 가까운 시일 내 회복될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민노총은 이미 중앙노동위원회를 비롯한 모든 정부 위원회에 참가를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노총도 노사정위원회를 비롯한 정부와의 대화를 거부하겠다는 방침이다.조종엽 jjj@donga.com / 세종=박재명 / 유성열 기자}

28일 열린 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는 7일 민노총-통합진보당이 주축이 된 ‘박근혜 정권 규탄 비상시국대회’에 이어 3주 만에 또다시 서울 도심 교통을 마비시켰다. 집회에 앞서 정홍원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집회에 어떤 명분도 당위성도 없는 만큼 단호히 대응하라”고 지시했다. 경찰도 하루 전인 27일 “불법 집회로 변질되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엄정 대응’의 실체는 ‘청와대 방어’에 불과했다. 경찰은 세종로 사거리 등에서 시위대가 청와대 방향으로 향하는 것을 저지했을 뿐 7000여 명의 시위대가 무단으로 차로를 점거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이처럼 불법 시위가 되풀이되는 것은 “일단 점거하고 보자”는 후진적인 집회 문화와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 집회·시위의 자유를 폭넓게 해석하는 최근 법원의 잇따른 판결, 갈등이 폭발에 이르기 전 타협을 이끌어내야 할 책임이 있는 정부의 미숙한 대응 등이 원인인 것으로 분석된다.○ 후진적 시위 문화 여전 불법 시위의 1차적인 책임은 “떼쓰면 통한다”는 후진적 시위문화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민주화가 이뤄졌음에도 노조 등 일부 단체들은 법과 제도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고 과거 독재정권과 투쟁하던 구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친노조 성향인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에도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국내 노동단체와 시민단체들 사이에 법질서를 존중하지 않고 공권력을 경시하는 경향이 광범위하게 퍼져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정책실장을 지낸 국민대 김병준 교수(행정학)는 “사법부가 철도 노조원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면 해당자들은 응하든가 최소한 언제 출두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법질서를 무시하는 사회는 언제든 폴리스라인이 무너질 수 있는 ‘위험사회’”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소극적 대응 경찰의 소극적인 대응도 도마에 오른다. 강봉균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찰은 지난 십여 년 동안 시위대가 불법을 저지르더라도 큰 문제가 없으면 이를 사실상 방치했다”면서 “위법한 행위에는 엄정한 법 집행이 이뤄진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규모 시위대가 차로를 점거하려 시도할 경우 시위대와의 격렬한 충돌을 각오하지 않는 한 이를 완전히 막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경찰은 의경 버스로 ‘차벽’을 만들더라도 일반 시민과 경찰 병력이 이동할 수 있도록 차간 간격을 띄워 횡단보도나 버스 정류장 앞 등에 ‘숨구멍’을 열어놓을 수밖에 없다. 실제 28일 집회에서 시위대가 서울 태평로를 점거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숨구멍’을 파고들어 ‘폴리스라인’을 무너뜨린 것이었다. 더구나 불법 파업 현장을 경비하던 현장 경찰관이 “위법한 법 집행을 했다”며 책임을 지고 법원 판결에 따라 옷을 벗게 될 위기에 놓인 사례도 있어 현장 경찰의 강경 대응만을 주문하기도 어렵다. 2009년 쌍용차 파업 당시 경기지방경찰청 807전투경찰대 중대장(경감)이었던 류동혁 경정(현 경기지방경찰청 기획예산계장)은 직권 남용죄로 징역 6개월에 자격정지 1년, 집행 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해 6월 26일 정문에 있는 회사 측 직원과 충돌을 우려해 공장 정문 방향으로 이동하는 노조원 등 6명을 둘러싼 데 대해 불법적인 체포를 한 것으로 판결을 받은 것이다. 류 경정은 대법원에 상고했지만 원심이 확정될 경우 경찰복을 벗어야 한다. 집회 경비 업무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당시 현장은 노조가 공장을 무단 점거하고 볼트를 발사하는 등 전쟁터와 다름없던 상황이었다”며 “류 경정에 대한 판결 뒤로 집회 경비를 하는 경찰 지휘관들이 ‘나도 잘릴 수 있다’는 생각에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규칙 위반에 관대한 법원 집회·시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려는 취지로 해석되는 최근 법원의 판결도 불법 집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관근)는 서울역 인근에서 집회를 하다가 신고한 지역을 벗어난 김정우 전 쌍용자동차노조 위원장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10월 무죄를 선고했다. 집회가 일요일 이른 시간에 이뤄져 상대적으로 교통량이 적었고, 반대방향 차로 통행에 지장이 없었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9부(부장판사 강을환)도 최근 청와대 근처에서 미신고 집회를 하다 경찰의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은 혐의(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김모 씨 등 3명에게 각각 벌금 20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30여 명에 불과한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로부터 직선거리로 200여 m 떨어진 곳에서 구호를 외친 것 외에는 폭력 또는 물리력을 행사하거나 교통을 방해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폭력 시위 단체 집회 불허해야 도로점거 등 불법행위를 벌였던 단체가 집회를 개최하더라도 사전에 이를 금지하기도 어렵다. 집시법 제5조는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으로 공공의 안녕,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를 금하고 있지만 이를 근거로 집회를 금지하려면 ‘명백성’이 증명돼야 한다. 경찰 관계자는 “과거 폭력 시위를 벌였던 단체라고 해서 이번에도 폭력시위를 벌일 소지가 명백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이 적극적으로 집시법을 적용할 경우 향후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소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불법 시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폭력 단체들의 시위 제재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조종엽 jjj@donga.com·강경석·백연상 기자 (가나다순)강봉균 전 기획재정부 장관, 강영진 성균관대 갈등해결연구센터장,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김병준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전 대통령정책실장),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 성재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정군기 홍익대 교양학부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간첩 혐의로 19일 경찰에 체포돼 구속된 대북 사업가 강모 씨(54)는 김대중 정부 시절 정식으로 대북 교역 승인을 받고 북한 평양의 류경호텔 임대사업권을 확보한 인물인 것으로 확인됐다. 북한 대남 공작원들이 강 씨와 같은 소규모 대북 사업자들에게 사업권을 빌미로 기밀자료를 요구하는 사례가 많아 민간 대북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공안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통일부는 부동산업을 하던 K사 대표 강 씨에게 1998년 8월 ‘북한 부동산 개발 및 컨설팅 사업’을 승인했다. 강 씨는 통일부의 방북 승인을 받고 1998년 6월과 10월 평양을 방문해 북한 당국으로부터 류경호텔 임대사업권을 얻었다. 강 씨는 이때 북한의 거물급 대남 공작원을 처음 만났으며, 이후로도 중국 등지에서 직접 만나거나 수시로 통화를 한 것으로 공안당국은 보고 있다. 정부가 천안함 폭침 사건 뒤 국민의 방북을 불허하고 대북 신규 투자 등을 금지한 2010년 ‘5·24조치’를 내렸지만 강 씨는 중국 선양(瀋陽) 등에서 사업을 하는 중국 동포 J 씨 등과 합자 형식의 대북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대남 공작원이 본격적으로 강 씨에게 기밀자료를 요구한 것은 이때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강 씨가 북측에 넘긴 자료는 기존에 알려진 군용 무선 영상 전송 시스템 ‘카이샷’ 외에도 다양하다. 대부분 휴전선 인근 지역이나 군 관련 자료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조성사업’ 관련 자료도 강 씨를 통해 북측에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당국은 강 씨가 공작원의 지령을 받고 정부가 만든 대외비 문서 등을 확보한 뒤 지난해 6월 중국에서 공작원을 만나 이를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해당 자료에는 최전방 군부대 위치를 비롯한 군사기밀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강 씨가 대외비 문서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강 씨는 또 강화도지역 군부대가 사용하는 디지털 무선 송수신기 자료, 경기 의정부시 및 연천군 건설 계획 자료 등을 확보해 공작원에게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건설 계획에는 해당 지역을 방어하기 위한 군 작전계획도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강 씨가 제2영동고속도로의 종평면도(설계도의 일종)를 확보한 뒤 동업자인 J 씨의 e메일을 통해 지난해 4월 공작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북측이 이를 군사작전에 사용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 씨는 올해 3월 이산가족 명단을 수집하라는 지령을 받고 7월경 평택지역 이산가족 명단 396명의 자료를 동생의 e메일을 통해 전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공작원이 평택지역 이산가족의 명단을 요구한 것은 유사시에 이들을 포섭해 미군기지 관련 정보를 수집하는 데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강 씨의 동생도 조사 중이다. 특히 강 씨가 수집한 무선 영상전송 시스템 ‘카이샷’의 제원과 운용체계 자료에는 주파수 채널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유사시 적에게 작전 정보가 누출되거나 통신을 교란하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강 씨는 “카이샷을 수출하겠다”며 제조업체로부터 이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에 따르면 북한에서 한국의 사업가를 상대하는 사람들은 정찰총국 소속 등의 대남 공작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북한 대남 조직이 한국 대중·대북 교역업자를 상대로 사업권을 빌미로 기밀정보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며 “5·24조치 이전 정부의 승인을 받은 민간 대북 사업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씨처럼 5·24조치 이전 통일부 승인을 받은 대북 협력 사업은 모두 512건이며 개성공단과 사회문화 분야를 제외한 민간경협 사업은 74건이다. 강 씨의 사망한 인척 중에 1945년 월북해 북한에서 과학원장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노동당 중앙위원을 지낸 거물급 인사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대남 공작기구는 이를 염두에 두고 강 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