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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A 씨(40)는 광주 남구의 한 성인용품 판매점에서 여성 성기 모양의 남성용 자위기구를 전시했다가 음란물건 전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자위기구는 실제 인체와 촉감이 비슷한 실리콘으로 돼 있고 길이가 20cm 정도지만 인형 형태로 팔다리가 달려 있다. 스위치를 누르면 전동기가 작동하기도 한다. A 씨의 유죄 여부는 이 자위기구가 ‘음란한 물건’인지에 대한 법적 판단에 달려 있었다. 국내법은 음란한 물건을 ‘성욕을 자극하거나 흥분 또는 만족하게 하는 물품으로서 일반인의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치고 선량한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사회통념상 평범한 제3자가 A 씨의 자위기구를 보는 것만으로도 성적 흥분 또는 수치심을 느껴야 법적으로 음란한 물건이 된다. 대법원 3부(주심 김신 대법관)는 A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 판결했다고 2일 밝혔다. A 씨의 자위기구가 여성 성기의 세밀한 부분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게 아닌 데다 길이가 20cm에 불과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 성적 흥분을 느끼거나 성행위를 연상시킬 정도가 아니라는 것. 재판부는 “비록 저속하고 문란한 느낌을 준다고 하더라도 사람의 존엄성과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왜곡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2003년 여성의 성기를 본뜬 남성용 자위기구가 성욕을 자극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며 음란한 물건으로 판단했던 판례를 바꾼 것이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노조 전임자의 활동을 제한하는 이른바 ‘타임오프제(근로시간 면제 제도)’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9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타임오프제가 근로자의 권리를 침해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타임오프제가 2010년 7월 전면 시행된 이후 3년 10개월여 만이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가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지 못하는 대신 노사 공통의 이해가 걸린 활동에 종사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해 급여를 지급하도록 규정한 제도. 헌재는 노사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타임오프제의 입법 목적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노조가 전임자에 대한 비용을 스스로 부담해 자주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고 근로시간을 면제해 노조활동을 지원해야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타임오프제는 노조 전임자에게 급여를 주지 않는 데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타임오프제는 고용노동부 산하 ‘근로시간 면제 심의위원회(근심위)’가 조합원의 규모 등을 고려해 노조 전임자의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근심위가 유급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최대 시간한도를 정해 노조 전임자의 급여를 법적으로 제한한다는 논란이 일었다. 노조 전임자 급여를 노사 자율로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에 대해 헌재는 “우리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 면제의 한도 결정을 노사 자율에 맡기면 타임오프제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타임오프제 합헌 결정은 입법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판단했다. 한편 민노총 등은 2010년 1월 타임오프제 등이 포함된 노조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개정되자 노동3권과 노사자치의 원칙 등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제5회 전국 중학생 생활법 퀴즈대회가 지역예선전에 돌입했다. 법무부가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공동 주관하는 이 대회는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법률문제를 퀴즈로 푸는 것으로 2010년부터 열리고 있다. 지난해 4회 대회까지 총 1546개교 1만2607명이 참가할 만큼 인기가 높다. 이번 지역예선에선 3∼5월 온라인 예선을 거친 전국 8개 권역 421개교 학생 2385명이 개인전과 단체전으로 나뉘어 본선 진출을 다툰다. 22일 대전·충청지역에서 시작됐으며 6월 27일 서울지역 예선을 마지막으로 권역별로 개인전 7명, 단체전 2팀을 가른다. 본선은 8월 27∼29일 대전 솔로몬 로파크에서 열린다. 지역예선 금상 수상자는 지역 검사장 명의의 상장과 상금 30만 원, 본선 대상 수상자는 법무부 장관 명의의 상장과 상금 100만 원을 받는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 씨(48) 체포 작전은 세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한국 검찰과 프랑스 경찰은 섬나 씨 혐의와 체포영장을 공유하며 체포 작전을 치밀하게 준비해왔다. 프랑스 경찰은 27일 오전 6시경(현지 시간) 파리 샹젤리제 인근 세리졸가에 있는 섬나 씨 소유의 최고급 아파트와 차남 혁기 씨(42)가 미국으로 가기 전 머물렀던 자택, 섬나 씨와 혁기 씨가 함께 쓰던 사무실 등 세 곳을 동시에 덮쳤다. 프랑스 경찰이 섬나 씨 아파트에 들이닥쳤을 당시 섬나 씨는 혼자 있었다고 한다. 섬나 씨와 혁기 씨가 함께 쓰던 사무실은 말끔히 정돈돼 있는 상태였다. 섬나 씨는 “혁기는 프랑스에 없고 여기서 근무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현지 경찰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기 씨가 미국으로 건너가기 전 살았던 프랑스 자택에선 별다른 수확이 없었다. 검찰은 혁기 씨가 세월호 사고 이후 계속 미국에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남 대균 씨(44)는 세월호 침몰사고 사흘 뒤인 4월 19일 프랑스로 건너가려다 실패하고 도망쳐 지금까지 잡히지 않고 있다. 당시 대균 씨는 대한항공 카운터에서 신용카드로 390만 원을 결제하고 프랑스 파리행 비즈니스석 편도 항공권을 샀지만 누군가를 통해 출국금지 사실을 듣고 고급 승용차를 공항에 버려둔 채 도주했다. 검찰은 대균 씨가 파리 서부 교외인 생클루 지역에 갖고 있는 단독 주택으로 가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법무부는 파리에서 잠적한 섬나 씨를 찾기 위해 두 차례에 걸쳐 검사를 파리로 보내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 또 주일본 프랑스대사관에서 한국과 일본을 총괄하는 프랑스 경찰 주재관을 통해 ‘핫라인’을 구축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 소식과 섬나 씨 얘기를 듣고 “이런 끔찍한 사고가 났는데 뭐든지 돕겠다”며 휴가도 마다하고 적극적으로 한국과 프랑스 사이의 가교 역할을 했다. 프랑스가 범죄자 인도요청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면서 미국도 혁기 씨에 대한 수사망을 좁혀가고 있다. 한국과 사법공조가 가장 잘 이뤄지는 나라로 꼽히는 미국도 혁기 씨 추적에 매우 적극적이다.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이 한국 쪽과 긴밀히 협조하며 혁기 씨의 행방과 유 전 회장 일가의 미국 내 재산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에게 걸린 현상금이 5000만 원에서 5억 원으로 10배로 인상됐다. 장남 대균 씨(44)에 대한 현상금도 3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늘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25일 “현상금 액수가 적다는 지적이 나와 대검찰청이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경찰과 협의해 올렸다”고 밝혔다. 인상된 현상금은 25일 오후 6시부터 적용됐다. 유 전 회장 부자에게 걸린 현상금은 건국 이래 최고 액수다. 경찰청 훈령 ‘범죄 신고자 등 보호 및 보상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범죄 신고 보상금 최고액이 5억 원으로 규정돼 있다. 이 규칙은 원래 불법선거운동에 개입한 공무원이나 공천 대가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자 등 선거사범을 붙잡는 데 기여한 시민에게만 최대 5억 원을 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경찰청장이 미리 보상금액을 정해 수배하는 경우는 예외로 하고 있다. 보상금은 비과세 기타소득으로 분류돼 세금을 떼지 않고 현찰로 지급된다. 이전까지 현상금 최고액은 탈옥수 신창원과 연쇄살인마 유영철 등에게 걸렸던 5000만 원이었다. 검경이 22일 유 전 회장 부자를 공개수배하고 현상금을 내건 지 3일 만에 법정 최고액으로 상향조정한 건 그만큼 유 전 회장 부자 체포가 간절하기 때문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전쟁 중일 때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 법인데, 1991년에는 (오대양사건) 수사 지휘 사령탑으로 대전지검 차장검사였던 저는 물론 부장검사, 담당검사까지도 새로 교체됐다. (인사문제로) 수사에 쫓길 수밖에 없었다.” 심재륜 전 부산고검장(사진)이 1991년 오대양사건 재수사 당시 법무부 장관이었던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심 전 고검장은 “김 실장은 당시 영향력을 행사해서 구원파를 탄압한 게 아니고, 무관심이라든가 방관 또는 어떤 면에서는 (수사팀에) 도움이 되지 않게 방해를 했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심 전 고검장은 25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에서 방영된 시사프로그램 ‘논설주간의 세상보기’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대전지검은 1991년 7월 20일 오대양사건을 재수사하기 시작해 열흘 뒤인 30일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했다가 체포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이 구속되기 전날인 31일 오후 11시 심 전 고검장은 짐을 싸 대전지검을 떠나야 했다. 다음 날인 8월 1일자로 서울남부지청(현 서울남부지검) 차장검사로 발령났기 때문이다. 당시 법무부는 7월 25일 검찰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유 전 회장이 구속된 8월 1일 김 실장은 국무회의에서 집단자살의 배경 외에도 정치세력 개입에 대한 국민적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자로 대전지검 수사팀도 10명이 보강됐다. 그러나 심 전 고검장과 함께 발령이 난 이재형 당시 대전지검 특수부장도 8월 10일까지만 연장 근무를 한 뒤 떠났다. 송종의 당시 대전지검장은 한 기고문에서 “오대양사건 재수사 실무 총책임자였던 부장검사가 수사를 끝내지 못한 채 다른 청으로 떠나는 것을 보고 ‘검찰은 이 사건의 수사 의지가 없다’고 비아냥거리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라며 아쉬워했다. 심 전 고검장은 “1991년 당시 유 전 회장 측에서 ‘상선(윗선)’에 로비나 정치적 압력 등 할 수 있는 건 다 했을 텐데 (유 전 회장을) 갑자기 구속했으니 얼마나 야속했겠나. ‘우리가 남이가’라고 하는 말은 ‘상부에 그렇게까지 (로비를) 했는데 (유 전 회장을) 잡아넣은 것은 배신’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구원파 신도들이 경기 안성시 금수원 정문 앞에서 농성을 하면서 1992년 초원복집 사건 때의 ‘우리가 남이가’라는 문구를 쓴 현수막을 내건 데 대한 해석이다. 하지만 그는 당시 로비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로비 대상으로 김 실장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23년 전 검찰 내 인사 요인과 당시 상황을 모르는데 이제 와서 뭐라고 얘기하기 힘들다”며 “만약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이 유병언 측에 꼬투리가 잡혔다면 지금 전부 폭로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이화여대의 허락 없이는 ‘이화(梨花)’라는 명칭을 함부로 쓸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이화여대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이화학당이 공연기획업체 이화미디어 대표 문모 씨를 상대로 “이화라는 명칭을 상호 등으로 쓰지 못하게 해 달라”며 낸 소송 상고심에서 이화학당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사설업체인 이화미디어가 ‘이화’ ‘梨花’ ‘EWHA’ ‘ewha’가 적힌 간판이나 광고 등을 쓰고 인터넷 홈페이지 ‘ewha.com’을 운영하는 건 일반 국민에게 혼동을 주는 부정경쟁 행위로 판단했다. 이화미디어는 “이화는 배꽃을 뜻하는 일반 명사에 불과하고 이화여대는 교육사업을 하는 반면 우리는 공연기획업을 해 겹치지도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하지도 않은 컨설팅비와 상표권료 지급, 아해 사진 초고가 구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최측근 송국빈 다판다 대표(62·구속)가 회사 자금을 불법으로 빼돌린 뒤 유 전 회장 일가에 자금을 퍼준 방법들이다. 송 대표는 김필배 전 문진미디어 대표(76·구속)와 짜고 다양한 수법을 동원해 회삿돈 151억8425만 원을 유 전 회장 일가에게 몰아줬다. 이를 바탕으로 유 전 회장 일가는 미국 뉴욕의 고급 주택에서 살고 프랑스 파리에서 사진전을 여는 등 초호화 생활을 해왔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21일 송 대표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송 대표는 유 전 회장이 사업자로 등록된 페이퍼컴퍼니 붉은머리오목눈이와 고문 계약을 맺고 매달 1500만 원씩 지급했다. 유 전 회장은 2011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고문료 명목으로 총 5억8500만 원을 챙겼지만 실제론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 송 대표는 유 전 회장의 자녀들에게도 ‘컨설팅비’ ‘자문료’ 등의 명목으로 억대의 돈을 퍼줬다. 유 전 회장 장녀 섬나 씨(48)가 운영하는 모래알디자인에 디자인 컨설팅비라며 5년 동안 매달 8000만 원씩 총 48억 원을 건넸다. 유 전 회장 장남 대균 씨(44)와 차남 혁기 씨(42)가 최대주주인 아이원아이홀딩스에는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5억3200만 원을 줬다. 송 대표는 유 전 회장 일가가 등록해둔 상표권을 회사 이름이나 제품명으로 써 돈을 주기도 했다. 다판다의 상표권을 갖고 있는 대균 씨에게 매달 매출액의 0.75%씩 주기로 계약을 맺고 13년 동안 총 18억8445만여 원을 안겨줬다. 유 전 회장 일가는 ‘청해진해운’ ‘세월호’ 등 1000여 개의 상표권을 갖고 있어 상표권을 통해 빼돌린 자금은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다판다는 유 전 회장의 프랑스 사진전시회 준비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계열사 주식을 3, 4배 부풀린 값에 사기도 했다. 송 대표는 2012년 1∼7월 계열사인 헤마토센트릭라이프 유상증자에 참여해 액면가 1만 원짜리 주식을 3만 원씩 쳐서 총 19억9980만 원어치를 샀다. 헤마토센트릭라이프는 유 전 회장이 찍은 사진을 판매하는 업체다. 이 금액은 2012년 유 전 회장의 파리 루브르 박물관 사진전시회 개최 비용으로 쓰였다. 지난해에는 유 전 회장의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사진전시회 비용을 대기 위해 계열사 천해지의 5000원짜리 주식을 2만 원에 사서 50억6400만 원을 마련하기도 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검찰이 이른바 ‘관피아’ 관행을 척결하기 위해 전국 18개 검찰청에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하기로 했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21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전국 고검 및 지검 검사장 22명이 참석한 검사장회의를 주재하고, 세월호 참사와 같은 재앙을 불러온 민관유착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검찰은 특히 기업 범죄와 고위공직자 수사를 전담하며 대검 중앙수사부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특별수사부와 금융조세조사부 등 3개부서가 민관유착 비리 수사를 전담하도록 했다. 다른 일선 검찰청에도 지역 실정에 맞는 특별수사본부에서 관할기관과 단체의 관피아 비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기로 했다. 특별수사본부는 공무원이 퇴직한 뒤 관련 산하기관이나 민간업체로 자리를 옮겨 후배 공무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형적인 관피아 범죄를 수사하게 된다. 김진태 검찰총장은 회의에 앞서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공무원 사회의 개혁을 포함한 국가개조 수준의 정부개혁 작업이 국정의 최우선 과제가 되었고, 이를 위해 소위 ‘관피아’라고 불리는 민관유착의 근절이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며 “검찰이 가진 역량을 모두 동원해 민관유착 근절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또 어떠한 경우에도 ‘범죄를 통해서는 돈을 벌 수 없다’는 인식이 우리 사회에 확고히 뿌리내리도록 범죄수익의 철저한 환수를 당부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경남 거제시청 공무원 A 씨(58)는 1월 9일 한 거제시장 예비후보에게 ‘은밀한 제안’을 했다. 현직 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불법 정치자금 2억 원을 받았다는 구체적 정보를 제공할 테니 2억 원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A 씨는 두 달에 걸쳐 네 번이나 거듭 제안을 받아들이길 재촉하다가 경남선거관리위원회에 꼬리가 잡혀 구속 기소됐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무원 선거 개입, 흑색선전, 금품수수 등 각종 선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오세인 검사장)는 6·4지방선거 후보자 마감일인 16일까지 선거사범 1197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2010년 지방선거 당시 같은 기간(951명)보다 25.8% 늘어난 수치다. 공무원 선거 개입 사범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33명이었지만 이번 선거엔 59명으로 늘었다. 주로 현직 시장 군수 등의 재선을 도우려 불법행위를 하다가 적발된 사례다. 광주시청 대변인인 B 씨(59)는 지난해 7월부터 올해 2월까지 부하 직원과 짜고 시 예산을 동원해 강운태 시장에게 불리한 기사를 인터넷에서 밀어내는 ‘바이럴 마케팅’을 수십 차례에 걸쳐 펼치다 검찰에 구속됐다. 이들은 포털 사이트와 연계된 영세 인터넷언론사에 홍보비를 주고 현직 시장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게 해 부정적인 기사 검색 순위를 뒤로 밀리게 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했다. 서울 강남의 한 업체에 검색어 삭제 1건당 10만∼15만 원씩 주는 조건으로 현직 시장에게 불리한 검색어를 지워달라고 의뢰하기도 했다. 예비후보들의 약점을 잡아 협박한 사례도 있었다. C 씨는 1월 21일 전남 여수시장 예비후보로 나선 지인에게 “당신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입 다무는 대가로 1억 원을 달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8일 동안 20차례에 걸쳐 협박했다가 철창신세를 졌다. 경북 청도군수 예비후보 D 씨(75)는 3월 중순 상대 후보를 일방적으로 비판하는 기사를 써달라며 주간지 기자에게 5100만 원을 건넸다가 검찰에 덜미가 잡혀 구속됐다. 대검 공안부는 20일 전국 18개 지검 선거전담 부장검사 화상회의를 열고 22일 시작되는 선거운동에 대비해 24시간 비상근무에 들어가기로 했다.조동주 기자 djc@donga.com}
《 “앞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큰 피해를 주면서 탐욕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문을 닫게 만들겠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대국민 담화에서 강력한 경고를 보낸 또 다른 집단은 ‘탐욕스러운 기업’이었다. 다수 국민에게 큰 피해를 끼친 기업이나 범죄자에 대해선 엄중한 형벌을 부과해 사회에서 퇴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특별법 제정과 형법 개정 등을 통해 이를 제도화하는 것을 정부조직 개편보다 더 중요한 국가 개조의 과제로 보고 있다.○ “선(先) 배상, 후(後) 환수”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국가가 우선 피해자에게 보상을 해준 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일가에 해당 금액을 구상해 받아내는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유 전 회장 일가 재산이 대부분 차명으로 돼 있어 추적과 환수에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사고 책임 소재를 법적으로 규명할 때까지 손해배상을 미루면 피해자의 고통이 더 커진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기업주가 불법을 자행하며 거둔 이익은 차명으로 숨겨둔 재산까지 추적해 모두 환수하겠다”고 말했다. 환수가 제대로 안되면 박 대통령이 말한 대로 ‘죄 지은 사람이나 기업의 잘못을 국민의 혈세로 막아야 하는 기막힌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에는 이른바 ‘전두환 추징법’처럼 은닉재산을 추적하고 환수하기 쉽도록 국가의 입증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외국처럼 수백 년형 받도록 할 것” 박 대통령은 “수백 명을 버리고 도망친 선장과 승무원의 무책임한 행동은 사실상 살인행위”라며 “선진국 중에서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야기하는 중범죄를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수백 년의 형을 선고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형법 개정을 예고했다. 우리나라 형법은 한 사람이 유기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여럿에게 저지르면 최대 형량의 절반을 가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최대 징역 8년형에 처해지는 범죄를 한 번에 10명을 상대로 저지르면 최대 12년형(8년+4년)까지만 선고받는 반면 일부 선진국은 범죄를 한 사람당 1건으로 산정해 80년형을 내릴 수도 있다. 우리나라 형법은 여러 죄를 중복해 저질러도 유기징역 최고형을 최대 50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일부 선진국처럼 수백∼수천 년의 형을 선고할 수 없다. 세월호 참사와 유사한 이탈리아 콩코르디아호 침몰사고의 경우 검찰이 선장 프란체스코 셰티노 씨에게 징역 2697년을 구형했는데 배를 좌초시킨 죄(10년)와 과실치사(15년)에 대한 처벌은 총 25년에 불과했다. 나머지 2672년은 배에 남겨둔 승객 300명, 사망자와 실종자 34명에 대해 직무유기로 한 사람당 8년형을 구형한 것이다. 박 대통령 말대로 우리나라 재판부가 수백∼수천 년을 선고하려면 사법의 근간인 형법을 고쳐야 해 청와대에서는 “사법체계 자체가 바뀌는 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검 도입해 철저한 진상규명 박 대통령은 청해진해운의 성장 과정에서 각종 특혜와 민관 유착이 있었다고 보고 이를 규명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모든 진상을 낱낱이 밝혀내겠다고 공언했다. 또 여야와 민간이 함께 참여하는 진상조사위원회 구성 등을 위한 특별법을 만들 것도 제안했다. 사실상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면서 이 문제를 국회가 논의해 결정해 달라는 취지다. 특검 수사가 이뤄질 때는 세월호 침몰 원인이나 유병언 전 회장 일가 비리보다는 해경을 비롯한 정부의 부실한 초기 대응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조동주 djc@donga.com·신동진 기자}

지난달 16일 세월호 침몰 사고 당시 최초 구조 신고부터 선원들이 세월호를 빠져나오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51분. 그러나 선원들은 1시간 가까이 승객 구호를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자신들만 살기 위해 배를 버리고 달아났다. 검찰은 선원들이 승객에게 대피명령을 내려 갑판에 올라오게 하면 자신들이 제일 나중에 구조될까봐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준석 선장 등 4명에게 살인죄를 적용했다. ○ “움직일 수 없었다”는 건 거짓말로 드러나 수사 결과 세월호 선원들이 승객들을 살릴 수 있었던 기회는 최소 7차례나 있었다. 사고 발생 직후 조타실에는 선장 이 씨 등 선원들이 모여들었다. 오전 8시 58분. 이 씨 등은 배의 균형을 잡아주는 힐링펌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배가 침몰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씨는 2항사에게 “구명조끼를 입고 선내에 대기하라”는 선내 방송을 지시했으나 배가 침몰해가는 상황에 대해선 전혀 알리지 않았다. 사고 당시 조타실에 있던 기관장 박모 씨(55)는 오전 9시 6분경 기관부 선원들이 대기하고 있던 3층 복도까지 직접 내려갔다. 세월호 안에서 충분히 이동이 가능했지만 승객에게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이다. 선원들은 오전 9시 13분부터 10분 동안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와 교신하면서 주변에 유조선(둘라에이스호)이 와서 “승객들이 탈출하면 구조하겠다”고 한 것을 알았다. 하지만 선원들은 “움직일 수 없다” “선내 방송도 안 된다”고 거짓말을 하며 승객을 위한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또 9시 24분과 25분 진도VTS로부터 “라이프링이라도 착용시키고 띄워라” “선장이 판단해 인명 탈출시켜라”라는 지시를 들었으나 선원들은 “언제 해경이 도착하느냐”는 말만 되풀이했다. 또 선원들은 오전 9시 34분경 세월호의 침수한계선까지 물에 잠겨 전복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여객승무원 박지영 씨(사망) 등이 대피할지 등 추가 조치를 여러 차례 문의했는데도 아무 대답도 주지 않고 해경 구조선만 기다렸다. 오전 9시 39분. 기관부 선원 8명이 먼저 해경 구조선에 올라탔고, 7분 뒤 조타실에 있던 선장 등 7명도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구조됐다. 해경에게 ‘배 안에 승객들이 남아있으니 구조해달라’는 말조차 한마디 하지 않았다. 일부 선원은 신분을 감추기 위해 구조 당시 근무복을 갈아입기도 했다. ○ 사실상 암묵적 모의 있었다 검찰은 51분 동안 선원들이 승객들의 상황을 확인하거나, 구호 방법조차 논의하지 않고 해경 구조선만 기다리고 있었던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선원들은 여태까지 당시 상황에 대해 정확하게 진술하지 않고 “경황이 없었다”고만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검찰은 경황이 없었다는 말을 거짓으로 판단했다. 사고 발생 직후 선원들이 휴대전화를 가져와 선사인 청해진해운 관계자와 수차례 통화했고, 퇴선 무렵 상황이 촬영된 동영상 분석 결과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선원들은 해경 경비정 1척만 도착한 상황에서 승객들에게 퇴선 명령을 내려 갑판 위로 올라오게 하면 자신들이 먼저 구조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검찰은 이런 여러 정황을 바탕으로 선원들끼리 ‘승객에게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퇴선하면 승객들이 선내에 갇혀 사망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강경석 coolup@donga.com / 목포=조동주 기자}

《 “사람이 헐벗으니 산도 헐벗더라고요….”탈북자 송예숙(가명·51·여) 씨는 고향인 함경북도 무산에 살았을 당시 민둥산을 보면 ‘나라가 망해가고 있다’는 슬픔에 빠지곤 했다. 송 씨가 2004년 한국에 오기 전까지 살았던 이곳은 두만강을 따라 백리 길이 온통 산이지만 마을 20리(약 7.8km) 반경에선 나무를 보기 힘들었다고 한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때부터 산에 마구잡이로 옥수수와 콩밭을 일구고 나무를 죄다 땔감으로 가져다 쓰면서 마을 인근 산부터 황폐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 산(山)은 유일한 밥줄 송 씨는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숲이 하루가 다르게 맨살을 드러낼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슬픔은 사치였다. 배급이 끊긴 상황에서 산은 유일한 ‘밥줄’이었다. 주민들은 수풀이 무성한 곳에 불을 지르곤 옥수수와 콩을 심었다. 너도나도 나물을 캐고 나무껍데기 벗겼다. 벌목도 당연시됐다. 송 씨는 “북한에는 ‘가난이 들면 열두 가난이 든다’는 속담이 있다. 가난해지기 시작하면 부족한 게 점점 더 많아진다는 뜻이다. 당시 이웃들끼리 ‘이젠 열두 가난을 넘어 땔감 가난까지 들었다’며 한탄하곤 했다”고 전했다. 북한에도 산을 지키는 ‘산림보호원’이 있긴 하다. 송 씨는 1970년대 후반 산불을 끄다가 타죽어 당시 김일성 주석에게 영웅 칭호를 수여받았던 한 산림보호원을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 이후의 산림보호원들은 숲에 불을 지르고 화전을 일궈도 옥수수나 콩 등 작물을 뇌물로 가져다주면 웬만하면 눈감아줬다. 송 씨는 “굶어죽는데 훈장이 무슨 소용인가. (훈장을) 시장에서 팔기도 하는데 아무도 안 사간다”며 “이젠 산불이 나도 끌려고 나서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무용지물인 ‘식수절’ 북한에는 우리나라 ‘식목일(4월 5일)’처럼 나무를 심는 ‘식수절(3월 2일)’이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올해 식수절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나무 심는 사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은 이날 각 도마다 설치된 양묘장에서 묘목을 가져와 곳곳에 나무를 심었다. 이에 대해 탈북자들은 “의미 없는 행사”라고 입을 모았다. 평안남도 평성 출신 유윤혜(가명·42·여) 씨는 “묘목을 심을 때 땅을 적절히 파서 깊이를 맞추고 물도 잘 줘야 하는데 사람들이 강제로 동원돼 대충 심어 금방 죽는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북한의 숲이 황폐해지면서 환경도 점점 악화되고 있다고 증언한다. 유 씨는 “2000년대 초 황해도에 갔는데 나무가 워낙 없어 목이 칼칼할 정도로 공기가 탁했다”며 “함경북도 나진 일대 마을에선 나무뿌리까지 죄다 캐먹어 더이상 동네에 나무가 자라지 않았다”고 했다. 북한에도 종종 조경용 가로수가 있지만 ‘1호 행사’(최고지도자가 등장하는 행사)에 방해가 된다며 그나마도 잘라내곤 했다고 한다. 탈북자 정나련(가명·43·여) 씨의 고향 함경북도 청진은 온천이 유명해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부자를 위한 전용별장이 있는데 ‘1980년대 1호 행사 호위에 방해가 된다’며 길가의 가로수를 모두 잘라냈다. ○ ‘나무 심기’는 옷을 다시 입히는 과정 1020세대 탈북청소년 20여 명은 올해 식목일에 경기 하남시 천현동 야산에 벚꽃나무와 감나무 각 20그루 등을 심었다. 서울 강남경찰서 보안과가 탈북 청소년에게 ‘대한민국에 뿌리를 굳게 내려 통일시대의 주역이 돼 달라’는 의미로 마련한 행사였다. 탈북청소년들은 동아일보 취재팀에 “통일시대에 대비해 북한에 많은 나무를 심어 달라”고 당부했다. 남준민(가명·25) 씨는 “고향인 함경북도 은성에선 ‘산과 도시는 나라의 얼굴’이라는 말이 있었는데 고향 산이 너무 벌거벗어 부끄러웠다”며 “북한에 나무가 많아지면 고향 사람들도 벗겨진 옷을 다시 입은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천지상(가명·21) 씨는 “한국에 오기 전에 만났던 중국 사람들이 ‘북한에 산은 많은데 나무가 하나도 없다’고 말할 때마다 너무 속상했다”며 “통일이 되면 북한도 남한처럼 자동차와 공장이 많아질 텐데 환경오염에 대비해 북녘 산하를 푸르게 가꿔달라”고 부탁했다.○ ‘나무 한 그루, 푸른 한반도’ 캠페인에 참여하려면?ARS 060-707-1700으로 전화(통화당 3000원 기부)하거나 계좌 이체(우리은행 1005-202-451214·예금주 기후변화센터 아시아녹화기구)를 하면 된다. 문의 아시아녹화기구 홈페이지(아시아녹화기구.org)조동주 djc@donga.com·임현석·홍정수 기자}
세월호 침몰 당시 기관실 선원들이 부상당한 조리원 2명을 보고도 내버려둔 채 가장 먼저 해양경찰청 구조선에 올라탄 사실이 새로 드러났다. 이들 조리원 2명은 아직까지 실종 상태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기관실 선원 7명 중 4명이 탈출 당시 부상당한 조리원의 도움 요청을 외면하고 구조선을 타고 빠져나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13일 밝혔다. 합수부에 따르면 당시 기관실 선원 7명은 배가 기울자 기관장의 무전연락을 받고 선원 전용통로를 통해 3층 통로에 모여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기관실 선원들은 조리원 2명이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다친 채 3층 통로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기관실 선원들은 해경 구조선의 고무보트가 도착하자 이들의 탈출을 돕지 않고 갑판으로 빠져나왔다. 이들은 구조된 뒤에도 해경에 부상당한 조리원이 3층 통로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도 않았다. 합수부는 기관실 선원 7명 중 최소 4명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합수부는 기관실 선원들의 이 같은 행동이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뒷받침하는 중요 정황 증거가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해경에 조리원 2명의 부상 사실을 알리기만 했더라도 구조됐을 가능성이 있었는데도 일부러 알리지 않은 만큼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합수부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정밀하게 조사 중”이라며 “살인죄를 적용해 기소할지는 추가로 조사한 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목포=조동주 djc@donga.com / 강경석 기자}
지난달 16일 오전 세월호 침몰 당시 김문홍 목포해양경찰서장이 구조선으로 처음 사고 해역에 도착한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에 ‘승객을 퇴선시켜 구조하라’고 4차례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목포해경은 12일 김 서장이 세월호 사고 소식을 접한 직후인 지난달 16일 오전 9시 51분부터 10시 6분까지 15분 사이에 123정에 주파수 공용통신 무전기(TRS)로 4차례 퇴선 구조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김 서장의 지시는 ‘승객들이 바다로 뛰어내리도록 독려하라’ ‘123정장은 방송을 이용해 탈출을 유도하라’는 내용이었다. 당시 김 서장은 불법조업 중국 어선 단속을 위해 해경 3009함을 타고 전남 신안군 홍도 남서쪽 해상에 있었다. 목포해경이 뒤늦게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일부 언론 보도를 통해 ‘123정이 당시 적극적으로 퇴선 구조 지시를 이행했다면 인명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었다. 이와 관련해 목포해경은 123정이 16일 오전 9시 반부터 5분간 사고 해역에 도착해 세월호를 향해 퇴선 방송을 했고, 오전 9시 47분 123정 직원들이 줄을 연결해 선체 진입을 시도했지만 수차례 미끄러져 실패했다고 설명했다. 김 서장이 퇴선 지시를 할 때는 선체 진입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얘기다. 해경 내부에선 123정이 김 서장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이냐, 아니면 김 서장의 지시가 오히려 실기(失機)한 것이었느냐를 놓고 자중지란이 벌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한편 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은 12일 진도군청에서 연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이 검찰에서 해경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죄 적용을 검토한다고 보도하는 등 수사 방향을 유도해 국민적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청장은 그러면서도 “해경은 초동 조치 논란에 대해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 등 모든 조사에 적극 응할 것이다. 해경이 수색작업에 끝까지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달라”고 밝혔다.목포=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세월호 침몰 원인을 수사하는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선장 이준석 씨(69·구속)에게 살인죄를 적용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합수부는 이 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를 우선 적용하고, 살인죄가 무죄가 날 것에 대비해 예비적으로 유기치사죄를 적용해 기소하기로 했다. 합수부는 또 1등 항해사 강모 씨(42·구속), 2등 항해사 김모 씨(47·구속), 기관장 박모 씨(54·구속) 등 비상시 구조 지휘 책임이 부여돼 있는 주요 선원 3, 4명에게도 살인죄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합수부 관계자는 “법리적 검토와 사실관계 확인을 계속해 15일 기소하기 전까지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부는 선원들의 직위, 근무 기간, 탈출 당시 상황을 고려해 살인죄 또는 유기치사죄 적용 대상을 선별할 예정이다. 대검찰청 지휘부도 외부 의견을 수렴하는 등 직접 법리 검토작업을 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승객 구조 의무가 주어져 있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은 ‘부작위(不作爲)’는 명백하지만, 살인행위의 피해자를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합수부는 선장 이 씨 등이 “승객들을 선실에 대기하게 하라”고 지시한 이후 숨진 여승무원 박지영 씨(22)가 무전기로 브리지(선교)에 모여 있던 선박직 승무원들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느냐”고 10여 차례 물었지만 응답하지 않은 부분을 주목하고 있다. 사망자 전원을 살인 피해자로 특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대피 지시를 직접 듣지 못했던 박 씨 등을 피해자로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세월호 실제 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73)의 장남 대균 씨(44)가 12일 검찰 소환에 불응하고 사실상 행방을 감췄다. 대균 씨는 이날 오전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연락도 되지 않자 정순신 인천지검 특수부장이 이날 오후 직접 검사들과 함께 경기 안성시 금수원을 찾아 “소환 일정을 조율하자”고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검찰은 이날 대균 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해 신병 확보에 나섰다.목포=이형주 peneye09@donga.com·강경석인천=장관석 기자}
청해진해운 해무담당 이사 안모 씨(59·체포)가 세월호 침몰 이후 전남 목포시의 한 모텔에서 합숙해오던 선원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포착됐다. 회사 임원인 안 씨가 당시 참고인 신분으로 해경 조사를 받던 선원들에게 수사 방향과 내용을 일일이 보고받고 책임을 피하려는 쪽으로 대책을 세웠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기관장 박기호 씨(58·구속)가 묵던 모텔 객실 쓰레기통에서 ‘이사님’이라는 이름과 안 씨의 전화번호가 적힌 쪽지를 발견했다. 안 씨와 더불어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던 ‘조 부장’과 ‘문 주임’도 청해진해운 직원으로 확인됐다. 박 씨는 모텔에서 체포되는 과정에서 이 쪽지를 급하게 구겨 쓰레기통에 버린 것으로 보인다. 객실 쓰레기통에서는 안 씨 이름이 적힌 약봉지도 발견돼 사고 이후 두 사람이 직접 만났을 가능성도 있다. 박 씨 등 선원 7명은 사고 당일인 지난달 16일부터 목포해양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당시엔 참고인 신분이어서 운신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모텔 투숙이 가능했다. 해경은 수사 초기 선장 이준석 씨(69·구속)와 3등항해사 박한결 씨(26·여·구속)는 인근 해경 직원의 집으로 데려가 재우는 식으로 신병을 확보했지만 나머지 선원들은 참고인 신분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방치했다. 해경 관계자는 “인권침해 논란이 일 수 있어 참고인인 선원들의 신병을 강제로 확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달 21∼23일에야 잇따라 피의자로 체포돼 신병 확보가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선원들이 각각 조사를 받고 모텔로 돌아온 뒤 다음 조사에 대비해 진술을 맞추려 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안 씨 등 청해진해운 측으로부터 ‘조언’을 들었을 가능성이 높다. 안 씨는 4월 30일 체포된 상태다. 병원에 입원해 있던 선원 중 일부도 청해진해운 측과 빈번히 접촉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조기장 전영준 씨(56·구속)는 구속 전 전남 목포한국병원에 입원해 있던 당시 “나는 회사와 긴밀히 연락해야 하는 사람이니 다른 선원들과 따로 있게 1인실을 달라”고 병원 측에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병원에 있던 선원 5명은 한 병실에 입원해 함께 치료를 받았다.목포=조동주 djc@donga.com·여인선 기자}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신도들의 헌금으로 형성된 교회 재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아들 쪽 계좌와 유 전 회장의 차명 재산으로 의심되는 영농조합으로 흘러들어간 뒤 빠져나간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 전 회장 일가가 계열사들의 회삿돈 수백억 원을 허위 컨설팅 비용 명목 등으로 챙긴 것은 물론이고 신도들의 헌금도 일가의 쌈짓돈처럼 쓴 것으로 보고 법률 검토를 하고 있다. 주택건설·분양업을 하는 트라이곤코리아는 2010년 기독교복음침례회에서 280억 원 넘게 빌렸는데, 검찰은 자금 추적을 통해 이 중 50억 원 안팎이 유 전 회장의 장남 대균 씨(44) 쪽으로 흘러들어간 것을 파악했다. 또 검찰은 기독교복음침례회로부터 100억 원이 넘는 돈이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청초밭영농조합법인에 넘어갔으며, 상당액이 법인의 자기 빚을 갚는 데 쓰인 것을 발견했다. 검찰은 이날 유 전 회장 일가의 계열사 중 하나인 ㈜다판다의 송국빈 대표, ㈜아해의 전 대표인 이강세 씨와 현 대표 이재영 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한편 검경합동수사본부는 30일 청해진해운 물류팀장 김모 씨와 해무담당 이사 안모 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이들은 세월호에 최대 적재량을 초과하는 화물을 싣고 고박까지 부실하게 관리해 침몰사고를 초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합수부는 1등 항해사 강원식 씨(42·구속)가 사고 전날인 4월 15일 출항을 준비하면서 김 씨 등에게 “화물을 너무 많이 실어 배가 가라앉는다. 그만 실으라”고 항의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최우열 dnsp@donga.com / 목포=조동주 기자}
해양경찰청의 현직 고위간부가 과거 세모그룹에서 근무했던 경력이 확인돼 논란이 일고 있다. 30일 해경 등에 따르면 이용욱 해경 정보수사국장(53)은 1997년 해경에 특별채용되기 전까지 약 7년간 세모 조선사업부에서 근무했다. 이 국장은 대리로 일하면서 부산대 조선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학위 논문에 실린 ‘도와주신 분들’ 명단에는 유병언 전 회장을 비롯해 당시 세모그룹 임원들이 여러 명 포함됐다. 세모 조선사업부는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전신이다. 이 국장은 1997년 11월 해경 특채에 합격해 경정으로 임용됐다. 해경 정보수사국은 정보 수집과 수사 기능을 합친 핵심 부서다. 이 국장은 세월호 침몰 사고 직후 검경합동수사본부가 구성되자 수사 지휘에서 손을 떼고 진도 팽목항에 머물며 실종자 가족과 소통하는 역할을 전담해 왔다. 이 국장은 “해경에 들어온 뒤 세모그룹이나 청해진해운과 어떤 연관을 가진 적이 없다”며 “젊은 시절 구원파에서 신앙생활을 시작했으나, 종교적 신념이 다르다고 판단해 해경 투신 이후엔 구원파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경기도의 한 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밝혔다. 해경은 이 국장의 과거 경력이 논란을 빚자 진상 파악에 나섰으며, 오해를 피하기 위해 필요할 경우 이 국장에 대해 보직 이동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목포=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침몰한 세월호의 선박직 승무원 15명 가운데 8명이 입사 6개월 미만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인건비 절감을 위한 저임금의 계약직 채용 때문에 이들은 세월호에 대한 소속감이 부족했고, 결국 승객 구조를 외면하고 먼저 탈출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29일 검경합동수사본부에 따르면 기관원과 조기수를 관리 감독하는 조기장 전영준 씨(56)는 입사한 당일인 15일 처음으로 세월호를 탔다. 15일은 사고 하루 전날로 세월호가 제주를 향해 인천에서 출발한 날이다. 전 씨는 구속되기 전 본보 기자와 만나 “입사하자마자 계약서도 쓰지 않고 탔다. 제주에 도착해서 계약서를 쓸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또 1등 항해사 신정훈 씨(34)는 이달에 입사해 사고 당시 세월호 운항을 처음 한 것으로 알려졌다. 2등 항해사 김영호 씨(47)는 1월부터 세월호에 탑승했다. 선원 15명 중 선장 이준석 씨(69)를 포함해 기관장 박기호 씨(48), 조기장 전 씨 등 4명은 대리근무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선장 이 씨 등은 사고 직후인 16일 오전 9시 1분부터 37분 사이에 일곱 차례에 걸쳐 선사인 청해진해운과 통화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승객안내 담당 승무원 강모 씨(33)가 오전 9시 1분 가장 먼저 청해진해운과 통화를 했지만 30초 만에 끊어졌다. 강 씨는 세월호 침몰 당시 승객들을 구조하다 마지막으로 탈출해 저체온증으로 생명을 잃을 뻔했다. 이어 선장 이 씨와 1등 항해사 강원식 씨(42)가 배를 빠져나오기 전인 오전 9시 3분부터 37분까지 여섯 차례에 걸쳐 청해진해운과 통화했다. 이 씨는 청해진해운이 걸어온 전화를 35초간 통화했다. 강 씨는 3분간 통화했다. 두 사람의 정확한 통화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합수부는 이 씨와 강 씨가 매뉴얼대로 사고 사실을 알리는 통화였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승무원들이 청해진해운의 지시로 배를 버리고 탈출을 감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세월호 방송시설은 3층 안내데스크와 5층 함교 등 2곳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3층 안내데스크 방송시설은 침수로 작동이 되지 않았고 5층 함교 시설은 작동됐으나 선원들이 도주해 대피명령이 내려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목포=이형주 peneye09@donga.com·정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