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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름, 서울 신림고 3학년이던 윤성빈(23·한국체대·사진)은 잠이 덜 깬 듯 부스스한 모습으로 스켈레톤 국가대표 체력테스트가 열린 서울체고 운동장에 나타났다. “한번 시켜봐. 키도 별로 안 큰데(178cm) 농구 골대를 두 손으로 잡는다니까.” 윤성빈의 운동 재능을 눈여겨본 체육교사 김태영 당시 서울시 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이사는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에게 윤성빈을 추천하며 이렇게 말했다. 낮잠을 자다 강 교수의 전화를 받았다는 윤성빈의 테스트 결과는 10등이었다. 하지만 강 교수 역시 윤성빈의 가능성을 한눈에 알아봤다. 3개월간 집중 훈련을 시켰다. 그해 9월 열린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윤성빈은 선배들을 모조리 꺾고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듬해엔 썰매 특기생으로 한국체대에 입학했다. 우연한 계기로 썰매를 시작한 윤성빈이 ‘억대 연봉자’ 대열에 오른다. 썰매계와 강원도 등에 따르면 윤성빈은 ‘최고 대우’로 강원도청에 입단한다. 양측은 이미 세부 계약 조건에 합의했고, 발표만 남겨두고 있다. 계약 조건은 2년간 계약금 1억 원에 연봉 1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들도 억대 연봉을 받기는 쉽지 않다. 윤성빈이 실업 1년 차 선수임을 감안하면 파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강원 평창에서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꼽히는 윤성빈에 대한 기대치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03년 한국 최초로 봅슬레이 팀을 창단해 10여 년간 한국 썰매 발전에 힘을 보탰던 강원도청은 또 한 번 통 큰 지원에 나섰다. 강원도청 썰매팀은 윤성빈과 남자 봅슬레이의 간판 원윤종 등 9명의 선수를 보유하게 됐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16위에 그쳤던 윤성빈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지난 시즌부터 ‘얼음 위의 우사인 볼트’라 불리는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와 치열한 정상 싸움을 벌이고 있다. 2015∼20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에서 윤성빈은 1575점으로 두쿠르스(1785점)에 이어 랭킹 2위에 올랐다. 7차 월드컵까지 치른 올 시즌에도 두쿠르스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지만 격차는 확연히 줄었다. 윤성빈의 점수는 1413점으로 두쿠르스(1437점)와 24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17일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리는 제8차 월드컵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강 교수는 “(윤)성빈이는 스켈레톤을 위해 태어난 선수다. 아직 자신이 가진 것의 반도 보여주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뿐 아니라 앞으로 3차례는 더 올림픽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성적에 따라 그의 가치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2001년 개봉해 크게 히트한 영화 ‘친구’ 포스터에 나오는 문구다. 여고생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가장 친한 친구들이 모인 송현고 컬링팀이 쟁쟁한 성인 대표 팀들을 연달아 꺾고 컬링 여자 국가대표 1차 선발전에서 우승했다. 김민지(스킵), 김수진(리드), 양태이(세컨드), 김혜린(서드), 김명주(후보)로 구성된 송현고(경기 의정부)는 12일 경기 이천 대한장애인체육회 이천훈련원 컬링장에서 열린 2017 한국컬링선수권 국가대표 선발전 결승전에서 연장 접전 끝에 경북체육회를 9-8로 이겼다. 경북체육회는 지난달 삿포로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현 국가대표 팀이다. 내년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할 국가대표를 뽑는 이번 선발전은 3차에 걸쳐 열린다. 1차전, 2차전 우승팀이 같으면 3차전까지 치르지 않고 1, 2차전 우승팀에 태극마크를 부여한다. 1차전에서 우승한 송현고는 내달 1∼10일 열리는 2차 선발전에서 우승하면 평창 올림픽에 나가게 된다. 송현고의 돌풍은 예선에서부터 시작됐다. 7일 첫 경기에서 만난 경기도청은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출전했던 팀이다. 이날 경기도청을 6-4로 꺾은 송현고는 11일 준결승에서 다시 한 번 경기도청에 5-4로 승리했다. 송현고는 예선에서 유일하게 경북체육회에 졌고, 플레이오프에서도 다시 한 번 패했지만 마지막 결승전에서 의미 있는 승리를 거뒀다. 송현고 선수들은 ‘팀워크’를 우승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양태이를 제외한 주전 3명은 중학교(의정부 민락중) 시절부터 컬링장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온 사이다. 중학생 때부터 이들을 지도해 온 이승준 송현고 코치는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서인지 경기장 안팎에서 서로를 위하고 배려한다. 그래서 뒷심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주니어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내 온 송현고는 지난달 강원 강릉에서 열린 2017 세계 주니어 컬링선수권대회에서 4위에 오르는 등 국제무대에서도 많은 경험을 쌓았다. 2016년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이 코치는 “지난해 전지훈련지인 캐나다에서 참가한 클럽 투어 때도 24개 참가팀 중 1위를 했다. 좋은 지원을 받으면서 실력이 쑥쑥 늘었다”고 말했다. 한편 남자부에서는 강원도청이 경북체육회를 6-4로 꺾고 우승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에 김현수(29·볼티모어)와 박병호(31·미네소타)가 빠진 점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다. WBC 한국 대표팀은 6일 이스라엘전, 7일 네덜란드전 등 두 경기(19이닝) 동안 단 1득점에 그치며 연패했다. 이대호(35·롯데), 김태균(35·한화)으로 이어진 중심 타선의 부진이 특히 아쉬웠다. 김현수와 박병호 모두 불안한 팀 내 입지가 발목을 잡았다. 예비 엔트리에 포함됐던 김현수는 소속 팀의 불허로 막판에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멀리서 한국팀의 탈락 소식을 접한 김현수는 9일 현지 언론 볼티모어 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는 동료들과 꼭 함께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야구란 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지난해 시범경기 초반 23타수 무안타의 부진 속에 마이너리그로 갈 뻔한 위기를 맞기도 했던 그는 메이저리그 진출 2년째인 올해는 한결 적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현수는 이날 토론토와의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1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시범경기 두 번째 멀티히트(한 경기 안타 2개 이상)로 타율은 0.280(25타수 7안타)이 됐다. 김현수는 8일 WBC 도미니카공화국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도 3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미네소타 스프링캠프에 참가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박병호도 9일 WBC 미국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6회 희생플라이로 결승 타점을 올렸다. 박병호는 올해 시범경기에서는 타율 0.400(15타수 6안타)에 2홈런 4타점을 기록 중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이 열린 2006년 미국 대표팀은 화려했다. 데릭 지터, 알렉스 로드리게스, 켄 그리피 주니어 등 레전드 선수들이 차고 넘쳤다. 그 대회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대다수 미국 사람들이 야구를 하는지도 몰랐던 동양의 작은 나라 한국이 ‘우승 후보’ 미국을 7-3으로 꺾은 것이다. 그로부터 11년 후. 이번엔 한국이 기적의 희생양이 됐다. 한국은 제4회 WBC 1라운드 첫 경기에서 마이너리그 선수들이 주축이 된 이스라엘에 1-2로 패했다. 이변의 원인은 비슷하다. 2006년 당시 미국 선수들은 느슨했다.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 이들에게 WBC는 시범경기와 비슷한 이벤트 대회였을 뿐이다. 올해 한국 대표팀이 딱 그랬다. 7일 네덜란드와의 경기에서 0-5로 완패한 데 이어 8일 대만이 네덜란드에 지면서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뒤 한 대표팀 관계자는 “2006년 WBC 대표 선수들은 죽기 살기로 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간절함이나 절실함이 없다. 시대가 변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대회 TV 중계 해설위원으로 나선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박찬호는 “이게 한국 야구 수준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확한 지적이다. 4강과 준우승을 차지했던 제1, 2회 WBC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이 기대 이상의 성적이었을 뿐이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이스라엘에는 정신력에서 졌고, 네덜란드에는 실력으로 졌다. 한국 야구의 민낯이 이번 대회를 통해 만천하에 드러났다. 11년 전과 비교해 좋아진 것은 선수들에 대한 대우밖에 없다. 이대호(롯데·150억 원), 최형우(KIA·100억 원), 차우찬(LG·95억 원·이상 4년 기준) 등은 일반인은 상상도 하기 힘든 돈을 번다. 야구 좀 한다 싶은 선수의 기본 몸값이 50억 원이다. 이들에게는 몸이 재산이다. WBC는 병역 혜택도 없고, 금전적인 보상도 크지 않다. 기나긴 시즌을 앞두고 몸 바쳐 뛸 이유가 별로 없다. 박 위원은 “선수들이 배고픔을 모르는 것 같다.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대부분의 투수는 시즌에 비해 구속이 3∼4km 이상 떨어져 있었다. 타선은 두 경기 19이닝 동안 1점밖에 못 냈을 정도로 침묵했다. 좀 더 본질적인 문제는 한국 야구에 더 이상 좋은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선수 구성 때부터 애를 먹었다. 2006년 제1회 대회부터 출전했던 김태균(한화)은 11년 뒤인 이번 대회에서도 중심 타선에 배치됐다. 1998년 방콕 아시아경기부터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임창용(KIA)은 19년이 흐른 이번 대회에서도 위기 순간에 등판해야 했다. 주전으로 뛸 만한 젊은 선수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한국은 4년 전 제3회 대회 때도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끝에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최근 들어 프로야구 선수들의 몸값 인플레이션이 극성인 것도 같은 이유다. 좋은 선수가 수급되지 않으니 기존 선수들의 몸값이 뛸 수밖에 없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한 류현진(현 LA 다저스), 2007년 김광현(SK)을 마지막으로 한국을 대표할 만한 에이스 투수는 맥이 끊겼다. 지금 구조대로라면 한국 야구에는 제2의 이승엽, 제2의 박찬호는 나오기 힘들다. 요즘 아마 야구 투수들은 한겨울부터 경기장으로 내몰려 공을 던진다. 심지어는 초등학생 투수들도 직구를 던지기보다는 변화구를 배운다. 경기에 나설 선수는 부족한데 당장 성적을 올리려다 보니 생기는 현상이다. 팔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프로에 입단하자마자 수술대에 오르는 선수가 점점 늘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육성위원을 맡고 있는 한경진 선수촌병원 재활원장은 “혹사로 인해 날개를 펴 보지도 못하고 선수 생활을 접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도적인 보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타자들은 만루 찬스에서도 방망이를 휘두르기보다는 번트를 댄다. 역시 성적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 선수 육성과 보호를 위해 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참사는 한국 야구의 미래를 위해선 차라리 잘된 일일 수도 있다. 어설프게라도 성적을 냈더라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대표팀 핵심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바꿔야 합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바꿔야 합니다. 그래야만 한국 야구가 살 수 있습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네덜란드 대표팀의 4번 타자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이 친 연습 타구는 서울 고척스카이돔의 왼쪽 외야 상단에 설치된 전광판을 연신 때려 댔다. 비거리 130m가 넘는 대형 타구들이었다. 네덜란드전 선발로 예고된 한국 대표팀의 우규민(삼성)은 더그아웃에서 넋을 잃고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 요나탄 스호프(볼티모어), 디디 흐레호리위스(뉴욕 양키스) 등이 배팅 연습에 가세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각각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린 이들은 홈런 타구로 전광판을 누가 많이 맞히나 내기까지 했다. 7일 한국과의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A조 경기를 앞둔 네덜란드 대표팀 선수들은 이처럼 여유가 넘쳤다. 경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은 이날 최강 전력을 구축한 네덜란드에 제대로 힘 한번 써 보지 못하고 0-5로 완패했다. 전날 이스라엘전 패배에 이어 2연패를 당한 한국은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라운드 진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 2013년 제3회 대회에서도 1라운드에서 탈락했던 한국은 2회 연속 1라운드에서 탈락할 위기에 처했다. 한국은 당시에도 네덜란드에 0-5로 져 2라운드행이 좌절됐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지 않았다. 한국은 1회초 공격부터 상대 선발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의 구위에 눌려 삼자 범퇴를 당했다. 곧바로 이어진 1회말 수비에서 우규민은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에게 안타를 허용한 데 이어 2번 타자 유릭손 프로파르(텍사스)에게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선제 2점 홈런을 허용했다. 3번 타자 보하르츠에게는 우익선상을 빠져나가는 3루타를 얻어맞았다. 후속 3타자를 연속으로 범타 처리하며 추가 실점을 하진 않았지만 경기의 흐름은 완전히 네덜란드 쪽으로 기울었다. 전날 연장 10회 동안 1득점의 빈타에 시달린 한국 타선은 이날도 150km대의 강속구를 앞세운 밴덴헐크 등 네덜란드 투수들에게 산발 6안타로 꽁꽁 묶였다. 모처럼 잘 맞은 타구들은 메이저리거들로 구성된 네덜란드 내야진을 좀처럼 빠져 나가지 못했다. 2회 무사 1루에서 손아섭(롯데)의 타구는 2루수 앞 병살타가 됐고, 3회 1사 1, 2루 찬스에서 서건창(넥센)의 잘 맞은 타구도 유격수 앞 병살타로 연결됐다. 8회 김태균(한화)의 2루수 앞 병살타까지 한국은 3개의 병살타를 치며 자멸했다. 메이저리그 최고 유격수로 꼽히는 시몬스는 이날 여러 차례 철벽 수비의 진수를 선보였다. 소속팀에서 주전 유격수로 활약하는 보하르츠는 이날 3루수, 흐레호리위스는 지명타자로 나섰을 정도로 네덜란드 선수 층은 두꺼웠다. 2패를 당한 한국이 2라운드에 진출하는 길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렵다. 우선 9일 대만전에서 무조건 승리해야 하고, 대만과 이스라엘이 A조 최강팀 네덜란드를 이겨야 한다. 이 경우 이스라엘을 뺀 세 팀이 1승 2패를 이뤄 △이닝당 최소 실점 △최소 평균자책점 △최고 타율을 따져 순위를 매기고, 이 중 상위 두 팀이 단판 순위 결정전(타이 브레이커)을 치른다. “투타 실력 차이 분명히 났다” ▽김인식 감독투타에서 실력 차이가 분명히 난다. 우리도 간간이 안타는 쳤지만 결정적으로 연결을 못한 부분이 네덜란드보다 떨어졌다. 주전 유격수 김재호와 포수 양의지의 빈자리도 있었다. 타선에서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더블플레이가 나오면서 상황이 잘 안 풀렸다. 중심 타선이 터지지 않은 건 상대 투수가 좋았기 때문이다. “조 1위 할 만한 최선의 경기” ▽헨즐리 묄런스 네덜란드 감독모든 부분이 잘됐다. 우리의 목표인 조 1위를 할 만한 최선의 경기를 펼쳤다. 타선에서도 5점을 딸 수 있을 만큼 잘했다. 2점 홈런 두 개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늘 안타가 별로 나오진 않았지만 한국은 여전히 강력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이헌재 uni@donga.com·강홍구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정이 처음 발표됐을 때만 해도 한국은 홈 어드밴티지를 등에 업은 듯했다. A조(한국, 네덜란드, 이스라엘, 대만) 주최국인 한국은 유일하게 낮 경기를 치르지 않아도 됐다. 경기 시작 시간은 모두 KBO리그 주중 경기가 열리는 오후 6시 반으로 배정받았다. 이에 비해 네덜란드와 이스라엘은 밤 경기를 치른 이튿날 낮 12시에 한 경기씩을 치러야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은 다른 세 나라의 에이스를 모두 상대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6일 이스라엘이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제이슨 마르키(전 신시내티)를 선발로 내세운 건 예상된 바였다. 모든 팀에 첫 경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도 7일 한국전에 에이스 릭 밴덴헐크(일본 소프트뱅크)를 내세웠다. 네덜란드로서는 이날 경기가 대회 첫 경기인 데다 밴덴헐크가 2013∼2014년 삼성에서 뛴 경험이 있어 한국 타자들의 습성을 잘 알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한국이 예상치 못했던 것은 대만의 ‘원투펀치’다. 한국은 9일 대만과 1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데 이날 대만의 오른손-왼손 에이스인 궈쥔린(일본 세이부)과 천관위(일본 롯데)가 나란히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두 투수는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때 한국을 괴롭혔던 투수이다. 궈쥔린은 시속 150km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앞세워 한국과의 결승전에서 4와 3분의 2이닝 2실점(1자책)으로 잘 던졌다. 천관위 역시 한국과의 예선전에서 4와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7일 이스라엘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 궈쥔린은 WBC에서는 한국과 만날 일이 없어 보였다. 대회 규정상 50개 이상을 던지면 4일을 쉬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날 이스라엘전에서 채 1회도 버티지 못하고 29개의 공만 던진 채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9일 한국전 등판이 유력해졌다. 이날 대만의 두 번째 투수로 나온 천관위 역시 43개밖에 던지지 않았다. 이스라엘전에서는 초기에 난조를 보였지만 대만 최고의 에이스인 이들이 다시 등판 기회를 잡으면서 한국전에서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팀 내분으로 정상적인 전력을 갖추지 못한 채 WBC에 출전한 대만은 A조 최약체로 평가된다. 하지만 궈쥔린과 천관위는 한국 선수들이 쉽게 공략하기 힘든 공을 던지는 투수들이다. 9일 대만을 이겨야만 하는 한국에 이들의 등판은 또 하나의 악재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첫 경기니 무조건 이겨야 한다.”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사진)은 단호했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 ‘올인(다걸기)’을 선언했다. A조(한국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 첫 경기인 이 경기는 WBC 전체를 통틀어서도 첫 번째 공식전이다. 5일 대회 전 마지막 훈련을 마친 김 감독은 “이미 예고한 대로 장원준(두산)이 선발로 나간다.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불펜에서 대기한다. 첫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세계랭킹 41위인 이스라엘은 한국(3위)의 상대가 안 된다. 한국전 선발로 나서는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제이슨 마르키(전 신시내티) 등 빅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가 몇몇 있지만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팀의 주축을 이루는 건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2013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3회 WBC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은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1라운드 첫 경기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네덜란드에 0-5로 패했다. 상대팀 왼손 선발로 나선 디호마르 마르크벌의 변칙 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후 호주와 대만을 연이어 이겼지만 득실점 차에서 뒤져 조 3위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만약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서 지면 4년 전과 비슷한 길을 밟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7일 열리는 두 번째 경기 상대는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합류해 A조 ‘최강’으로 떠오른 네덜란드다. 대회 전날인 5일까지도 베스트 라인업을 짜지 못한 게 한국의 고민이다. 김 감독은 “좌익수와 3루수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대표팀의 주전 좌익수는 최형우(KIA), 3루수는 박석민(NC)이 확정적인 것으로 보였다. 최형우는 타격에서, 박석민은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최형우는 4일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서 5타수 2안타를 쳤지만 이전까지 19타수 무안타의 빈타에 시달렸다. 박석민은 오른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 타격감도 무너져 있다. 최형우 대신으로는 민병헌이나 박건우(이상 두산)가, 박석민을 대신해서는 허경민(두산)이 대기 선수로 준비하고 있다. 최형우와 함께 공식 인터뷰에 나선 김 감독은 “옆에 앉은 최형우가 그래도 잘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정말 고마운 게 선후배들이 장난도 많이 치고 격려도 많이 해 줬다. 큰 힘이 됐다.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 하나를 보여 줘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김재호(두산)는 “선수들끼리는 (준결승과 결승이 열리는) 미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왕 출전했는데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한번 뛰어봐야 되지 않을까요”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이스라엘 팀 더그아웃에는 사람 크기의 대형 인형이 벤치에 앉아 있었다. 이 인형은 제리 와인스타인 이스라엘 감독의 공식 인터뷰 때도 자리를 지켰다. 유대인들의 전통 복장을 입은 이 인형의 이름은 멘치(Mensch)다. 이스라엘 대표팀의 내야수 코디 데커는 “멘치는 우리 팀의 마스코트이자 팀의 일원이다.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했다. 멘치는 지난해 미국 뉴욕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예선 때부터 팀과 동행하고 있다. 그리고 이스라엘은 사상 처음으로 WBC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이스라엘 팀 선수들에게 이번 WBC는 단순한 국제 대회가 아니다. 선수들은 “우리의 뿌리를 찾는 여행”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스라엘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28명의 선수 가운데 슐로모 리페츠만 이스라엘에서 태어났다. 나머지 27명은 미국에서 태어났지만 부모 중 최소 한 명이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이스라엘을 대표하고 있다. WBC는 많은 국가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대표 선수 자격을 폭넓게 적용하고 있다. 특정 국가의 국적(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요건만 갖추면 그 국가의 대표선수로 뛸 수 있다. 또 선수의 부모나 조부모 중 한 명이 특정 국가의 시민권을 얻은 적이 있어도 그 국가의 대표로 뛸 수 있다. 이들 중 몇몇은 지난해 이스라엘 현지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예루살렘 등 여러 곳의 성지를 방문했고, 현지 유소년 야구 선수들에게 야구를 가르쳤다. 이스라엘 국민들과 미국 내 유대인들은 이 대표팀에 전에 없던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 대표팀의 이야기는 현재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만들어지고 있다. WBC가 끝난 뒤 ‘헤딩 홈(Heading Home·집을 향해)’이라는 제목으로 개봉될 예정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첫 경기니 무조건 이겨야 한다.” 김인식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한국 대표팀 감독은 단호했다. 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리는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 ‘올인(다걸기)’을 선언했다. A조(한국, 이스라엘, 네덜란드, 대만) 첫 경기인 이 경기는 WBC 전체를 통틀어서도 첫 번째 공식전이다. 5일 대회 전 마지막 훈련을 마친 김 감독은 “이미 예고한 대로 장원준(두산)이 선발로 나간다. 나머지 투수들은 모두 불펜에서 대기한다. 첫 경기는 무조건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볼 때 세계랭킹 41위인 이스라엘은 한국(3위)의 상대가 안 된다. 한국전 선발로 나서는 메이저리그 124승 투수 제이슨 마르키스(전 신시내티) 등 빅리그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 몇몇 있지만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다. 팀의 주축을 이루는 건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젊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한국은 2013년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3회 WBC에서 값비싼 교훈을 얻은 적이 있다. 당시 한국은 1라운드 첫 경기에서 약체로 평가받던 네덜란드에 0-5로 패했다. 상대팀 왼손 선발로 나선 디호마르 마르크벌의 변칙 투구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이후 호주와 대만을 연이어 이겼지만 득실점 차에서 뒤져 조3위로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만약 이스라엘과의 첫 경기에서 지면 4년 전과 비슷한 길을 밟을 공산이 크다. 더구나 7일 열리는 두 번째 상대는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대거 합류해 A조 ‘최강’으로 떠오른 네덜란드다. 대회 전날인 5일까지도 베스트 라인업을 짜지 못한 게 한국의 고민이다. 김 감독은 “좌익수와 3루수가 바뀔 수 있다”고 했다. 대표팀의 주전 좌익수는 최형우(KIA), 3루수는 박석민(NC)이 확정적인 것으로 보였다. 최형우는 타격에서, 박석민은 수비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최형우는 4일 경찰청과의 연습경기에서 5타수 2안타를 쳤지만 이전까지 19타수 무안타의 빈타에 시달렸다. 박석민은 오른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다. 타격감도 무너져 있다. 최형우 대신에는 민병헌이나 박건우(이상 두산), 박석민을 대신해서는 허경민(두산)이 대기 선수로 준비하고 있다. 최형우와 함께 공식 인터뷰에 나선 김 감독은 “옆에 앉은 최형우가 그래도 잘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형우는 “정말 고마운 게 선후배들이 장난도 많이 치고 격려도 많이 해 줬다. 큰 힘이 됐다.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 하나를 보여 줘야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팀 주장을 맡고 있는 김재호(두산)는 “선수들끼리는 (준결승과 결승이 열리는) 미국에 가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다. 이왕 출전했는데 메이저리그 구장에서 한 번 뛰어봐야 되지 않을까요”라며 자신감을 표시했다.이헌재 기자uni@donga.com}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미래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내야수 강정호(30·사진)가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정호는 지난해 말 혈중 알코올 농도 0.084% 상태로 운전하다가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 과정에서 이전에도 두 차례나 음주운전을 한 사실이 드러나 ‘삼진아웃’으로 면허도 취소됐다. 당초 검찰은 강정호에 대해 벌금 15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지만,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다고 보고 사건을 정식 재판에 넘겼다. 강정호는 하루라도 빨리 미국으로 건너가고 싶어 한다. 하지만 비자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취업 비자가 있어야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 지역 신문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이날 강정호의 재판 결과를 속보로 전하면서 “법원의 결정이 비자 발급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거라는 확실한 신분을 갖고 있다. 그렇지만 요즘 미국은 반(反)이민 정서가 강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시대다. 예전처럼 비자 발급 진행이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 더구나 강정호는 이미 한 차례 취업 비자를 신청했다가 음주운전 사건이 정식 재판에 회부되면서 비자 발급이 취소된 바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북한의 참가 여부다. 지난주 끝난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때 장웅 북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은 평창 올림픽에 대해 “참가하지 않을 이유도, 참가할 수 없는 이유도 없다.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만약 북한이 평창에 온다면 어떤 선수들이 참가할 수 있을까. ‘0순위’는 피겨스케이팅 페어의 렴대옥-김주식 조다.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쿼터를 확보해야 한다. 쿼터를 따려면 국제 대회에 출전해야 하는데 북한은 겨울 종목에는 거의 선수를 내보내지 않는다. 삿포로 대회에도 피겨와 쇼트트랙에 7명의 미니 선수단을 파견했을 뿐이다. 렴대옥(18)-김주식(25) 조는 이번 겨울아시아경기에서 177.40점의 점수를 받아 깜짝 동메달을 획득했다. 이들이 딴 동메달 1개 덕분에 북한은 종합 순위 5위로 대회를 마감할 수 있었다. 최근 미국 NBC스포츠는 정치적인 고려에 의한 출전이 아니라 자력으로 북한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으로 피겨 페어를 꼽았다. 렴대옥-김주식 조라면 충분히 올림픽 쿼터를 딸 수 있다는 것이다. 평창 올림픽 피겨 페어에는 모두 20개 팀이 출전한다. 이달 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16개 팀이 결정된다. 국가당 최다 3팀까지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다. 렴대옥-김주식 조는 세계선수권에서 16위 안에 들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마지막 기회는 있다. 9월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호른 트로피가 그 무대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B급 대회’지만 올림픽 쿼터 4장이 걸려 있다.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쿼터를 따지 못한 국가들에만 해당 사항이 있다. 피겨 강국들이 이미 세계선수권에서 쿼터를 딴다고 가정하면 렴대옥-김주식 조는 무난히 쿼터를 딸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2014년 러시아 소치 대회 때도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았다. 정확히 표현하면 안 한 게 아니라 못 한 거였다. 2013년 가을 열린 네벨호른 트로피 피겨 페어에 출전한 박소향-남이송 조는 123.54점을 받았는데 올림픽 쿼터에 0.99점이 모자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세계 랭킹 11위, 통산 상금 액수 0원. 2일 현재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홈페이지 선수 소개란에 떠 있는 박성현(24)의 프로필 일부다. 상금 액수가 0원인 까닭은 지난해까지 박성현이 LPGA투어 정회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초청선수로 일곱 번 출전해 받은 70만 달러는 공식 상금에 집계되지 않는다. 하지만 LPGA 정식 데뷔 첫날부터 세계 톱클래스의 실력만큼은 유감없이 발휘했다. 박성현은 2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챔피언스 1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3개를 묶어 4언더파 68타를 쳤다. 투어 정회원 데뷔전부터 남다른 샷 감을 보인 그는 선두 미셸 위(미국·6언더파 66타)에게 2타 뒤진 공동 7위에 자리했다. 전반 9개 홀에서만 5개의 버디를 낚으며 공동 선두로 나섰지만 후반에 다소 주춤했다. 경기 후 박성현은 “오랜만의 실전이라 1번홀부터 긴장을 굉장히 많이 했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좋은 스코어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박성현의 공식 대회 출전은 지난해 11월 초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팬텀클래식 이후 4개월 만이다. 한편 지난해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박인비(29)는 선두와 1타 차 공동 2위로 마치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는 말이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은 바로 그 고기 맛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WBC는 메이저리그 사무국(MLB)이 주관한다. 이 때문에 WBC 조직위원회는 대회 공식 일정이 시작되는 28일부터 대회 출전 선수들을 ‘메이저리거’로 대접하기 시작했다. 28명의 한국 대표팀 선수들도 ‘신분’이 달라지게 됐다. 먼저 호텔 수준이 높아졌다. 전날까지 서울 금천구의 한 호텔에 묵던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부터 서울 강남에 있는 오성급 호텔로 옮겼다. 2라운드가 열리는 일본 도쿄에 가서도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최고급 호텔에 머문다. 한 대회 관계자는 “원래는 대회 장소인 도쿄돔과 붙어 있는 도쿄돔 호텔을 사용할 예정이었다. 도쿄돔 호텔도 충분히 괜찮은 호텔이다. 그런데 MLB 측에서 더 높은 수준의 호텔로 옮길 것을 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대표팀 선수들은 이날부터 하루 100달러 정도씩의 ‘밀 머니(Meal money·식대)’도 지급받는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방문경기 시 선수들에게 지급하는 액수와 동일한 금액이다. 비행기로 이동할 때도 무조건 비즈니스석 이상을 이용한다. 10일 2라운드가 열리는 일본에 갈 때부터 조직위가 제공한 전세기를 탄다. 2라운드를 통과한 뒤에는 미국 피닉스에서 3일간 훈련하고 준결승과 결승이 열리는 로스앤젤레스로 이동할 때도 전세기를 이용한다. 이 같은 특급 대우를 받으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메이저리그라는 더 큰 무대를 꿈꾸기 마련이다. WBC를 발판 삼아 메이저리거가 된 대표적인 선수로는 류현진(30·LA 다저스)을 들 수 있다. 류현진은 과거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전까지 메이저리그는 막연한 꿈일 뿐이었다. 하지만 WBC에 출전해 메이저리그 구장을 직접 밟고, 좋은 대우를 받으면서 ‘아, 이런 멋진 곳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붙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왼손 투수 양현종(KIA)과 장원준(두산), 외야수 손아섭(롯데) 등도 WBC를 메이저리그로 가는 발판으로 삼을 만하다. 오프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평가받던 양현종은 원 소속팀 KIA와 1년 계약을 했다. 왼손 투수 장원준도 내년 시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는다. 이미 2015시즌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했던 손아섭은 FA가 되는 올 시즌 후 다시 한 번 메이저리그행을 노릴 수 있다. 메이저리그 각 구단 스카우트의 눈이 집중된다는 점도 이들에게는 호재다. 당장 6일부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작되는 1라운드만 해도 네덜란드 대표팀에는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 안드렐톤 시몬스(LA 에인절스), 요나탄 스호프(볼티모어) 등 현역 메이저리거가 즐비하다. 한국 선수들로선 메이저리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방망이를 휘둘렀다 하면 안타였다. KBO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 기록(201개)을 세웠던 2014년의 모습을 다시 보는 듯했다. ‘안타 제조기’ 서건창(28·넥센·사진)이 5안타를 몰아치는 쾌조의 타격감을 선보였다. 서건창은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호주와의 평가전에서 5타수 5안타 2타점의 맹타를 휘둘렀다. 한국 대표팀은 장단 15개의 안타를 터뜨린 활발한 타선을 발판 삼아 호주를 8-3으로 꺾고 3차례의 평가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한국은 지난달 25일과 26일 열린 쿠바와의 경기에서는 각각 6-1, 7-6으로 이겼다. 20대 후반의 나이에 처음 태극마크를 단 서건창은 이전 경기까지는 눈에 띄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쿠바와의 2차례 평가전에 모두 톱타자로 중용됐지만 5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김인식 대표팀 감독은 이날 이용규를 1번 타자로, 서건창을 2번 타자 2루수로 배치하면서 “어떻게 테이블 세터를 구성할지도 고민”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의 고민은 곧바로 해결됐다. 이용규는 안타를 치진 못했지만 끈질기게 상대 투수를 물고 늘어졌다. 볼넷과 희생플라이도 하나씩 기록했다. 서건창은 펄펄 날았다. 왼손타자인 서건창은 1회 유격수 앞 내야 안타에 이어 3회에는 좌중간을 꿰뚫는 적시 2루타를 쳤다. 4회와 6회, 9회에는 모두 타구를 밀어 쳐 좌익수 앞으로 굴러가는 깨끗한 안타를 기록했다. 서건창은 “이제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 같다. 본 경기 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선발투수 우규민(삼성)은 4이닝 동안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 숙제도 남겼다. 4번 타자 최형우는 이날도 3타수 무안타에 그치며 3차례의 평가전에서 8타수 무안타의 부진에 빠졌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에서 열린 두 차례의 연습경기까지 포함하면 14타수 무안타다. 8회 구원 등판한 오른손 투수 이대은(경찰청)도 1이닝 동안 홈런 1개 포함 2실점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지난해 이맘때 초청선수 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시애틀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이대호(35)는 20대의 어린 선수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메이저리그 개막전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메이저리거’란 평생의 꿈을 이룬 그는 올해 미련 없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KBO리그 팀들의 구애를 뿌리치고 샌프란스시코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황재균(30·사진)도 이대호의 뒤를 따를 수 있을까.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웠다. 황재균은 27일 미국 애리조나 주 굿이어에서 열린 신시내티와의 시범경기에 8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황재균은 5-4로 앞선 3회 2사 1, 3루에서 왼쪽 선상에 떨어지는 깨끗한 적시타를 쳐냈다. 전날 미국 진출 후 첫 안타를 3점 홈런으로 장식한 데 이어 2경기 연속 안타와 2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했다. 황재균은 시범경기 첫날이었던 25일 신시내티전에서는 2번 타석에 들어서 2번 모두 삼진으로 물러났다. 2번 모두 3구 삼진이었다. 긴장한 탓인지 수비에서도 실책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틀 연속 브루스 보치 감독의 눈도장을 받기에 충분한 기량을 펼쳤다. 메이저리그 개막전 25인 로스터는 다음 달 하순경 결정된다. 지난해 이대호의 시범경기 성적은 타율 0.264(53타수 14안타)에 1홈런, 7타점, 12득점이었다. 이날 현재 황재균은 6타수 3안타 4타점을 기록 중이다. 볼티모어 김현수는 같은 날 피츠버그와의 경기에 톱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장해 3타수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

폭우도, 강한 바람도, 천둥 번개도 우승을 향한 그의 집념을 막진 못했다. 양희영(28·PNS창호)이 ‘약속의 땅’ 태국에서 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양희영은 26일 태국 촌부리 시암골프장 올드코스(파72)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최종 합계 22언더파 266타의 대회 신기록(종전 21언더파 267타·2007년 수잔 페테르센, 2010년 미야자토 아이)으로 우승했다. 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열린 이 대회가 마지막 우승이었던 양희영은 이후 45번째 대회 만에 다시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개인 통산 3승째로 상금은 25만 달러(약 2억8000만 원)다.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2위 유소연(27·메디힐)에게 5타나 앞선 우승이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양희영이 정상적으로 하루에 18홀 라운드를 치른 건 23일 열린 1라운드밖에 없었다. 24일로 예정됐던 2라운드는 폭우와 강풍 때문에 아예 출발도 하지 못했다. 25일에는 오전 7시(현지 시간)에 티오프를 해야 했다. 2라운드를 중간 합계 11언더파로 마친 뒤엔 30분가량 쉰 뒤 다시 3라운드에 나섰다. 하지만 대회 중 번개로 인해 또다시 경기가 미뤄지면서 13번홀까지밖에 마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대회 최종일인 26일에도 오전 7시부터 경기를 시작해야 했다. 들쭉날쭉한 일정 탓에 흔들릴 만도 했지만 양희영의 샷은 시종일관 견고했다. 3라운드 잔여 라운드에서 1타를 더 줄이면서 유소연에게 5타 앞선 선두로 4라운드에 돌입한 양희영은 보기 없이 버디만 4개 더 잡아내며 길었던 레이스에 마침표를 찍었다. 양희영은 “(악천후 때문에) 이틀 연속 오전 4시에 일어나 경기를 준비해야 했다”며 “하지만 인내 끝에 우승해 더 기쁘다. 태국에서는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세영(24·미래에셋)이 15언더파 273타로 3위에 오르면서 이번 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1∼3위를 휩쓸었다. 지난해 8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약 6개월 만에 투어에 복귀한 박인비(29·KB금융그룹)는 5언더파 283타로 공동 25위에 자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맞으면 홈런이었다. 하지만 공이 좀처럼 방망이에 잘 맞지 않는 게 문제였다. 결국 타율 0.191, 12홈런, 24타점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진출 첫해 부진했던 ‘한국산 거포’ 박병호(31·미네소타)가 확연히 달라졌다. 2차례의 시범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 ‘뜨거운(hot) 선수’라고 표현될 정도다. 박병호는 26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시범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장쾌한 홈런을 쏘아 올렸다. 0-2로 뒤진 2회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왼손 선발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낮은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2-2로 팽팽하던 3회초 1사 만루에서는 우완 타일러 손버그를 상대로 1타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시범경기 첫날인 25일 보스턴전에서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던 박병호는 이틀간 4타수 3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박병호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과도 같다. 지난해 부진 탓에 박병호는 이달 초 팀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마이너리그행을 받아들인 박병호는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맞을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박병호는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이 가진 실력만 아낌없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도 “기술적으로는 지난해와 같아 보인다. 마음가짐에서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빠른 공에 대한 대처다. 지난해 시속 150km 이상의 빠른 공에 고전했지만 올해 2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친 3안타는 모두 빠른 공을 공략해서 나왔다. 26일 3번째 타석에서 우완 조 켈리를 상대로 3루 땅볼로 물러난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황재균(30)은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미국 진출 후 첫 홈런을 터뜨렸다. 6회초 대수비로 출전한 황재균은 4-3으로 앞선 6회말 공격 무사 1, 3루에서 짐 헨더슨의 직구를 밀어 쳐 3점 홈런을 터뜨린 뒤 7회 다시 교체됐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오승환은 마이애미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말 두 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 동안 홈런 2개 등 3안타를 맞고 2실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맞으면 홈런이었다. 하지만 공이 좀처럼 방망이에 잘 맞지 않는 게 문제였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미네소타에 입단한 박병호(31)는 4월에만 6개의 홈런을 치며 강한 파워를 과시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빠른 공에 약점을 노출하기 시작했고, 결국 마이너리그로 떨어지고 말았다. 8월에는 오른손 중지 부상으로 수술을 받고 시즌을 조기 마감했다. 지난해 성적은 타율 0.191에 12홈런, 24타점에 불과했다. 올해는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불과 2차례의 시범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미네소타에서 가장 ‘뜨거운(hot)’ 선수는 박병호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인정했을 정도다. 박병호는 26일 미국 플로리다 주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시범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장쾌한 홈런을 쏘아 올렸다. 0-2로 뒤진 2회 초 선두타자로 타석에 들어선 박병호는 볼카운트 2볼 2스트라이크에서 상대 왼손 선발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낮은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대형 홈런을 터뜨렸다. 2-2로 팽팽하던 3회초 1사 만루에서는 우완 타일러 손더버그를 상대로 1타점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쳤다. 시범경기 첫 날인 25일 보스턴전에서 2타수 2안타를 기록했던 박병호는 이틀 간 4타수 3안타(1홈런) 1타점 1득점의 쾌조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다. 박병호에게 이번 스프링캠프는 생존 경쟁이 펼쳐지는 정글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부진 탓에 박병호는 이달 초 팀의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마이너리그 행을 받아들인 박병호는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고 있다.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할 공산이 크다. 그렇지만 박병호는 스스로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무조건 잘해야겠다는 마음을 내려놓고 자신이 가진 실력만 아낌없이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폴 몰리터 미네소타 감독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술적으로는 지난해와 같아 보인다. 마음가짐에서 큰 변화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가장 고무적인 것은 빠른 공에 대한 대처다. 2차례의 시범경기에서 친 3안타는 모두 빠른 공을 공략해서 나왔다. 26일 3번째 타석에서 우완 조 켈리를 상대로 3루 땅볼로 물러난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비록 아웃되긴 했지만 볼카운트가 노볼 2스트라이크로 몰린 상황에서 몸쪽 빠른 직구에 방망이가 따라 나왔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지난해 같으면 헛스윙을 할 만한 공에 방망이가 여유 있게 나오고 있다. 이날 세 타석 모두 불리한 카운트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한 황재균(30)은 미국 애리조나 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안방경기에서 미국 진출 후 첫 홈런을 터뜨렸다. 6회 초 대수비로 출전한 황재균은 4-3으로 앞선 6회 말 공격 무사 1, 3루에서 짐 헨더슨의 직구를 밀어 쳐 3점 홈런을 터뜨렸다. 세인트루이스 마무리 투수 오승환(35)은 마이애미와의 시범경기에서 3회말 두 번째 투수로 나와 1이닝 3피안타 2피홈런 3실점을 기록했다. 크리스티안 옐리치와 저스틴 바우어에게 각각 2점 홈런과 솔로 홈런을 맞았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23일 삿포로 겨울아시아경기 여자 아이스하키 한국-중국전이 끝난 뒤 쓰키사무 체육관에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슛 아웃(승부치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승리한 한국 여자 대표팀 선수들은 조용히 승리를 자축했다. 하지만 라커룸으로 들어간 뒤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껴안으며 기쁨의 눈물을 쏟았다. 아이스하키 국제 대회에서는 경기 후 승리 팀 국가를 연주한다. 한국 선수들은 18일 태국과의 1차전에서 20-0으로 승리한 뒤 처음 애국가를 들었지만 중국의 벽을 넘은 뒤 듣는 애국가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이전까지 중국과 7번 만나 7번 모두 졌다. 2007년 창춘 아시아경기에선 0-20,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선 0-10으로 크게 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골문을 든든히 지킨 골리 신소정(27)에겐 그래서 더욱 각별한 승리였다. 이전 두 번의 대회에서 단 한 골도 넣지 못하고 30골을 먹을 당시의 골리가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몰라보게 성장한 신소정은 경기 내내 선방 쇼를 펼쳤다. 슛 아웃에서도 중국의 10번째 슈팅까지 막아내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신소정은 “큰 대회마다 중국에 매번 크게 졌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이겨 너무나 기쁘다”고 말했다. 양 팀은 3피리어드까지 2-2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각 팀 3명씩으로 3분간 맞서는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내지 못했다. 경기는 축구의 승부차기에 해당하는 슛 아웃으로 이어졌다. 처음 3명의 선수가 나선 슛 아웃에서도 1 대 1로 비겼다. 이후 서든데스로 치러진 4번째부터 9번째 슛 아웃까지는 양 팀 골리들의 선방 속에 누구도 골을 넣지 못했다. 승부는 10번째 슈터에서 갈렸다. 중국의 10번째 슈터의 슈팅을 신소정이 막아낸 뒤 박종아가 승부를 결정짓는 골을 성공시켰다. 일본과 카자흐스탄에 패했던 한국은 이날 현재 1승 1연장승 2패(승점 5점)로 남은 경기와 관계없이 메달 획득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한수진, 쇼트트랙 선수 출신 고혜인,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대학원생 박은정(캐럴라인 박), 캐나다로 아이스하키 유학을 간 박종아 등 ‘외인 군단’으로 팀을 꾸리고도 몇 년 새 급성장한 모습을 보이며 내년으로 다가온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대케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년 전 KIA 김기태 감독은 본의 아니게 해외 진출(?)을 했다. ‘김기태 시프트’라 부를 수 있는 기상천외한 수비 작전 때문이었다. 그해 5월 13일 kt와의 경기 9회 2사 2, 3루에서 김 감독은 3루수 이범호를 포수 뒤로 보냈다. 투수 심동섭이 고의사구를 던지다 폭투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야구 규칙에는 ‘인플레이 상황에서 포수를 제외한 모든 야수는 페어 지역에 있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일은 이튿날 ‘해외 토픽’으로 야구 본고장 미국 언론에 크게 소개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이렇게 ‘창의적인’ 작전은 생각도 할 수 없게 됐다. 올해부터 메이저리그에서는 고의사구 사인을 냈을 경우 투수가 실제로 공을 던지지 않아도 타자가 자동 출루하는 규정이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그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쏠쏠했던 고의사구를 없앤 이유는 빠른 경기 진행을 위해서다. 고의사구 시 자동 출루가 경기 시간 단축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이다. 하지만 단 1초라도 경기 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게 롭 맨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의 의지다. “스피드 업에 사활을 걸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실현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9이닝인 야구 경기를 7이닝으로 줄이자는 극단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우리 기준으로는 메이저리그 상황이 그리 심각해 보이진 않는다. 지난해 메이저리그의 경기당 평균 소요 시간은 3시간 4분이었다.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가장 경기 시간이 짧았던 SK(3시간 16분)보다 짧다. 2015년의 3시간에 비해 고작 4분 늘었을 뿐이다. 이에 비해 KBO리그의 경기당 평균 시간은 3시간 25분으로 역대 두 번째로 길었다(최고는 2014년의 3시간 27분). 하지만 메이저리그는 현 상황을 심각한 위기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구장을 찾은 관중은 모두 7311만9044명(경기당 3만169명)이나 된다. 흥행 면으로 보면 성공이라 할 수 있지만 야구를 지루한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젊은 층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고의사구 사인 때 자동 출루는 스피드 업의 맛보기에 불과하다. 이르면 내년부터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선수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20초 투구 시계 도입, 스트라이크 존 넓히기, 챌린지(합의 판정) 시간 축소 등을 차례차례 도입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20초 투구 시계는 KBO리그에 꼭 들여왔으면 하는 제도다. 그만큼 효과가 확실하다. 투수는 포수로부터 공을 받은 뒤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한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대형 시계에서 초를 잰다. 마치 농구 경기에서 골대 위에 설치된 시계가 공격 제한 시간(24초)을 보여주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를 어기면 볼이 선언된다. 마이너리그는 2년 전부터 투구 시계를 도입했는데 경기당 평균 시간이 12분이나 줄었다. 지난해 찾은 트리플A 경기장에서 체감한 ‘20초 투구 시계’는 경기 보는 맛을 배가시켰다. 투수들은 포수와 사인을 교환한 뒤 곧바로 공을 던졌다. 배터리가 빨리 움직이니 타자도 빨리 타석에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우려하는 것처럼 야구의 정통성이 훼손된다는 느낌은 크게 들지 않았다. 맨프레드 커미셔너는 스피드 업에 대해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빠른 페이스를 유지하고, 액션을 늘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쓸데없는 시간은 줄이고, 빠른 플레이를 통해 긴장감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100% 공감한다. 4시간, 5시간이면 어떠랴. 공 하나하나에 재미와 긴장을 느낄 수 있다면야. 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