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유라

조유라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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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교육팀 기자입니다. 2017년 입사해 정책사회부와 국제부를 거쳐 교육으로 돌아왔습니다.

jyr0101@donga.com

취재분야

2026-03-09~2026-04-08
사회일반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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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3년 6월 친고죄 폐지前 성범죄는 처벌할 방법 없어

    “치밀하게 계산된 사과다.”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66)의 성범죄 의혹을 조사 중인 경찰 관계자가 22일 내린 판단이다. 그동안 제기된 여러 폭로 내용과 19일 열린 기자회견 때 이 전 감독의 말을 분석한 결과다. 이 전 감독은 “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형사처벌은 쉽지 않다. 너무 오래된 일인 탓이다. 피해자들이 2차 피해를 감수하며 실명까지 밝혔지만 현재로서는 이 전 감독의 처벌은 고사하고 수사조차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피해 여성들이 이 전 감독의 성폭력을 폭로한 시기는 2000∼2012년. 2013년 6월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이다. 이전에 발생한 성범죄는 친고죄 사안이다. 친고죄는 피해자가 직접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성범죄는 피해자가 범죄를 인지한 지 1년 안에 신고해야 수사가 가능하다. 이 전 감독에게 성범죄를 당했다고 폭로한 여성들은 기한 내에 신고하지 않았다. 성범죄 공소시효(10년)가 별 의미가 없는 셈이다. 현재로선 이 전 감독을 형사처벌할 방법이 막혀 있다. 2001년 여름 여배우 김보리(가명) 씨를 밀양연극촌 인근 천막에서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하용부 전 밀양연극촌장(63)도 같은 상황이다. 2002∼2003년 제자였던 황이선 연출가를 성추행한 것으로 지목된 오태석 극단 목화 대표(78) 등도 현재로선 처벌 방안이 없다. 경찰 수사도 실익이 없다. 다만 2013년 6월 이후 발생한 성범죄가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경찰도 폭로 내용을 볼 때 추가 성범죄가 있을 수 있다고 보고 피해 사례를 수집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수많은 미투 폭로 글 중에서 시기가 특정되지 않은 사건 가운데 2013년 6월 이후 사건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찰이 직접 피해자를 선제적으로 찾아 나서면 성범죄 특성상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숨겨진 피해자나 지인들의 제보를 기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성범죄는 피해자의 진술이 결정적 증거이기에 피해자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전 감독 외에 다른 문화예술인에 대한 성범죄 폭로 중에서도 형사처벌 대상을 가리고 있다. 경남지방경찰청은 22일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50)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에 의한 간음)으로 입건하고 곧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경찰은 조 대표가 2007∼2008년 당시 중학생이던 김모 씨(25) 등 미성년 여제자 2명을 성폭행·성추행했다는 피해자 진술을 확보했다. 이 전 감독 등과 달리 경찰이 조 대표를 수사할 수 있는 건 미성년자 성범죄의 경우 친고죄가 2008년 2월 폐지됐기 때문이다. 미성년 성범죄 피해자는 법적으로 성인이 되는 시점부터 공소시효(10년)가 적용돼 성인이 된 지 6년이 지난 김 씨 등의 사례는 지금도 공소시효가 유효하다고 경찰은 판단했다. 미성년자를 성폭행하면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조 대표는 2007년에도 김 씨 등에게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피해자 진술이 나왔지만 당시 범죄는 친고죄 사안이라 처벌받지 않는다. 모교인 청주대 교수로 재직하며 제자들을 수차례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탤런트 조민기 씨(53)도 경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경찰은 조 씨가 2013년 자신의 오피스텔로 여제자 2명을 불러 술을 마신 뒤 억지로 침대에 눕히고 성추행했고, 2014년 노래방에서 여제자에게 억지로 뽀뽀를 했다는 청주대 학생들의 폭로 글이 신빙성 있다고 보고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 씨의 성범죄가 친고죄 폐지(2013년 6월) 후에 벌어졌다면 피해 진술을 확보해 처벌할 수 있다”고 말했다.조동주 djc@donga.com·조유라 기자}

    • 2018-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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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방차 탱크 5분이면 바닥… “소화전 막으면 큰일나요”

    화재 현장에서 소방차가 한 번에 쏟아부을 물의 양은 제한돼 있다. 펌프차와 물탱크차를 모두 투입해도 길어야 5분이면 물이 떨어진다. 펌프차만 출동하면 3분도 벅차다. 소방차 운전대원이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소화전부터 찾아 뛰는 이유다. 소방차 물이 떨어지기 전에 소화전을 열고 수관을 연결해야 계속 불을 끌 수 있다. 이를 ‘소화전 점유 작업’이라고 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은 8일 오후 2∼5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 주택과 상가 건물 다섯 곳에서 소화전 점유 훈련을 했다. 소방차가 출동한 상황을 가정해 가장 가까운 소화전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측정했다. 대림역 12번 출구 앞 상가 골목. 도림로38길과 도림천로11길이 만나는 사거리 노래방에서 불이 났다는 가상 지령이 떨어졌다. 기자와 영등포소방서 소방대원 5명이 도착했다. 현장 도착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소화전 앞에 가보니 7인승 승합차가 있었다. 화재 현장에서 불과 5m 떨어진 소화전인데 사용할 수가 없었다. 70m 거리에 있는 다른 소화전을 찾아 뛰었다. 동시에 승합차 운전자에게 전화도 걸었다. 운전자는 “금방 가겠다. 근처 슈퍼에 있다”고 답변했지만 훈련이 끝날 때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70m 떨어진 두 번째 소화전 앞에는 2t이 넘는 주류 운반 트럭이 서 있었다. 110m를 더 달렸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기자는 맨몸이었지만 실제 소방관들은 5kg이 넘는 장비를 들고 뛰어야 한다. 사용 가능한 소화전을 찾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 56초. 실제였다면 펌프차에 담아온 물이 다 떨어져 진화가 중단될 위기였다. 정정의 영등포소방서 소방관은 “소화전에 도착한 뒤 소방차와 연결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4분 가까이 걸린 셈이다. 불법 주차가 심한 오후라면 더 걸렸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림역 6번 출구 인근 주택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화재 지점에 도착해 50m 떨어진 소화전을 향해 뛰었다. 승용차가 서 있었다. 연락처도 없었다. 두 번째 소화전을 점유하는 데 1분 34초가 걸렸다. 장비를 이용해 지하식 소화전을 꺼내고 수관을 연결한 뒤 펌프차로 돌아오는 시간까지 합쳐 계산하면 3분 30초가 예상됐다. 지하식 소화전 등 소화 설비 인근 5m는 주차 금지 구역이다. 원래는 주차만 금지됐었지만 최근 개정된 도로교통법에 따라 8월 10일부터 ‘주정차 금지 구역’이 됐다. 주차뿐 아니라 5분 이내 정차도 금지된다. 또 8월 10일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소방차 전용구역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이곳에 주차하거나 길을 막으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권기범 kaki@donga.com·조유라 기자}

    • 2018-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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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한 미국 대사관 향해 화염병 추정 물건 투척 30대 男 검거

    한 30대 남성이 주한 미국 대사관을 향해 화염병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던졌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11일 서울 종로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경 종로구 세종대로 미 대사관과 KT 건물 사이에서 A 씨가 인화물질이 담긴 것으로 보이는 물건을 대사관 방향으로 던졌다. 이 물건은 대사관 벽을 넘지 못하고 도로 위에 떨어졌다. 근처에 있던 경찰이 곧바로 소화기를 이용해 불을 꺼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현장에서 이 남성을 붙잡았다. 조사 결과 A 씨는 30대 중반의 한국계 캐나다인으로 파악됐다. 범행 전 근처 주유소에서 기름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를 상대로 정확한 동기와 방법을 조사 중이다. 결과에 따라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18-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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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 대목인데… 손님 발길은 뜸하고 굴착기 소음만”

    “말해 뭐 해요. 주변이 이 모양인데 손님이 오겠어?” 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의 한 전통시장 순댓집 사장 이경임 씨(59·여)가 방진 1급 마스크를 살짝 내리며 말했다. 이 씨 가게는 지난달 12일 심야에 일어난 불로 전소된 점포 바로 옆에 있다. 이날 불로 전체 48개 점포 중 8개가 다 탔고, 10개는 일정 피해를 입었다. 불이 난 지 한 달이 다 돼가지만 이날도 굴착기로 상가 잔해를 수습하고 있었다. 이 씨 가게는 사라진 벽에 파란색 비닐천막을 쳤지만 공사 먼지를 막긴 역부족이다. 이 씨는 500만 원을 들여 타버린 지붕을 수리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진열대에는 탱글탱글한 순대와 내장이 놓여 있었지만 이날 손님은 한 시간 동안 평균 2명. 그나마 한 명은 순대를 사가지 않았다. 이 씨뿐만 아니라 시장 상인들은 “화재로 설 대목을 놓치게 생겼다”며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인근 생선가게에는 녹아버린 피복 사이로 구리선이 눈에 띄었다. 냉동고에는 그을음이 여전했다. 아주 건조하던 지난달 전국 곳곳에서 불이 났다. 특히 낡은 건물이 밀집한 전통시장과 쪽방촌에서 빈번했다. 설 연휴(15∼18일)를 6일 앞두고 화재현장을 다시 찾았지만 명절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전통시장은 추석과 함께 1년에 두 번 있는 대목인 설 매출이 급감했다. 청량리 전통시장에서 젓갈 등을 파는 서상옥 씨(84)의 지난달 매출은 지난해 2월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당시 소방대 살수에 젖은 된장세트 100개를 버렸다. 서 씨는 “구청장과 서울시장이 다녀간 뒤로 보상 이야기가 나오곤 있지만 수백만 원 손해 볼 각오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7일 불로 상가 14곳이 피해를 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영일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과일을 파는 무림상회 사장 고남숙 씨는 “엊그제 사과 860상자 주문이 들어왔는데 화재 뒤처리를 하느라 팔지를 못했다. 자식 등록금도 벌어야 하는데 어찌나 속이 상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날도 일부 상인은 불로 망가진 집기를 치웠다. 전기와 수도가 복구되지 않은 곳도 많다. 한 상인은 “수입 과일을 넣어둔 대형 냉장고가 불에 녹아버려 죄다 내버려야 할 판”이라고 했다. 쪽방촌 화재 현장은 제대로 수습되지도 않았다. 지난달 20일 방화로 5명이 숨진 서울 종로구 ‘쪽방 여관’은 겹겹이 쳐진 폴리스라인과 현장을 가리기 위해 임시로 덧댄 합판 등이 얽혀 을씨년스러웠다. 주민들은 “현장을 정리하는 사람들이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여관 바로 옆 설렁탕 가게는 한 달째 설렁탕을 한 그릇도 팔지 못하고 보험금이 나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사장인 60대 지모 씨는 “일수 대출을 하며 운영하는데 수입원이 없어졌다. 아내는 다른 식당에 그릇 닦는 일을 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60대 남성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 화재 현장은 파란 천막만 씌워진 채 방치돼 있었다. 천막에는 ‘여기다 쓰레기 버리지 마세요. 양심이 있어야지’라고 쓴 종이 한 장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다. 한 주민은 “불이 나고 일주일은 구청에서 뻔질나게 드나들더니 불난 곳을 정리도 안 해줬다”고 성토했다. 쪽방촌 복지시설 ‘돈의동 사랑의 쉼터’ 관계자는 “당시 건물에 살던 5명은 뿔뿔이 흩어졌다. 사람이 죽어도 사는 게 급하다 보니 추모도 제대로 못 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조유라·김정훈 기자}

    • 2018-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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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화전 밸브 연뒤 호스 분사구 돌리세요

    “방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에 든 소방호스가 팽팽히 당겨졌다. 호스 끝 노즐(분사구)을 왼쪽으로 돌리자 물줄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손이 덜덜 떨렸다.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소방서 옥상. 한 층 아래 소화전에서 30m짜리 소방호스를 꺼내 들고 뛰어올랐다. 이어 소화전 앞에 있던 본보 사회부 조유라 기자가 빨간색 밸브를 돌렸다. 납작했던 소방호스가 부풀더니 금세 단단해졌다. 물의 힘은 생각보다 거셌다. 키 172cm, 몸무게 66kg 기자의 팔과 상체가 흔들렸다. “왼쪽 다리를 뒤로 빼고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 몸을 낮추세요!” 기자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지켜보던 이용두 관악소방서 소방관(54·소방위)이 외쳤다. 그의 말대로 자세를 바꾸자 훨씬 안정적이었다. 노즐을 왼쪽으로 돌리자 물줄기 범위가 넓어졌다. 다시 오른쪽으로 되돌리자 범위가 좁아지면서 강도가 훨씬 세졌다. 가정용 수도호스와 비교가 안 됐다. 평소 관심 없었던 소화전의 재발견이었다. 소화전은 소화기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은 물론이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 사무용 빌딩 등에 빼놓지 않고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라 이런 건물에는 반드시 소화전을 갖춰야 한다. 스프링클러, 소화기와 함께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는 소화 설비 ‘3종 세트’다. 보통 옥내 소화전에는 직경 40mm짜리 소방호스(길이 15m) 2개가 있다. 소방차 호스(직경 65mm)보다는 작다. 2개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건물 내부 구조를 감안하면 대략 25m 거리까지 호스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소화기와 달리 소화전을 사용하는 건 낯설다. 주변에서 소화기는 몰라도 소화전을 사용했다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소방관이 아닌 일반인은 소화전 사용이 금지된 걸로 아는 사람도 많다. 관심이 없는데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지난달 28일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은평구 아파트 화재 때 소화전 물 공급이 중단돼 진화가 늦어졌다.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 중에서는 동파를 걱정해 소화전을 잠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파트 복도에 있는 소화전이 ‘부재중 택배 보관함’으로 사용된 지도 오래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점검과 정비 때를 제외하고 잠금장치나 차단 등 소방시설 기능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 소화전은 소화기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효과는 소화기보다 월등하다. 정확한 사용법을 알면 화재 초기 때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가능하면 2명이 함께 쓰는 게 좋다. 한 사람은 노즐을 잡고 불이 난 지점으로 뛰어가고, 다른 사람은 소방호스가 꼬이지 않도록 풀어 주고 밸브를 열어야 한다. 급할 때 소방호스를 빨리 풀려면 ‘갈지(之)자’ 형태로 엇갈려 접어 놓아야 한다. 물론 소화전 사용보다 먼저 할 일은 119 신고다. 이 소방관은 “신고를 미루고 소화전을 먼저 사용하다가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조유라 기자}

    • 2018-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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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안전] 일반인은 사용 금지? 소화전, 기자가 직접 사용해보니…

    “방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에 든 소방호스가 팽팽히 당겨졌다. 호스 끝 노즐(분사구)을 왼쪽으로 돌리자 물줄기가 세차게 뿜어져 나왔다. 손이 덜덜 떨렸다. 7일 오전 서울 관악구 관악소방서 옥상. 한 층 아래 소화전에서 30m짜리 소방호스를 꺼내들고 뛰어올랐다. 이어 소화전 앞에 있던 본보 사회부 조유라 기자가 빨간색 밸브를 돌렸다. 납작했던 소방호스가 부풀더니 금세 단단해졌다. 물의 힘은 생각보다 거셌다. 키 172㎝, 몸무게 66㎏ 기자의 팔과 상체가 흔들렸다. “왼쪽 다리를 뒤로 빼고 오른쪽 다리를 구부려 몸을 낮추세요!” 기자의 엉거주춤한 자세를 지켜보던 이용두 관악소방서 소방관이 외쳤다. 그의 말대로 자세를 바꾸자 훨씬 안정적이었다. 노즐을 왼쪽으로 돌리자 물줄기 범위가 넓어졌다. 다시 오른쪽으로 되돌리자 범위가 좁아지면서 강도가 훨씬 세졌다. 가정용 수도호스와 비교가 안됐다. 평소 관심 없었던 소화전의 재발견이었다. 소화전은 소화기만큼이나 쉽게 볼 수 있다.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다중이용시설은 물론 아파트같은 공동주택, 사무용 빌딩 등에 빼놓지 않고 있다.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ㆍ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소방시설법)’에 따라 이런 건물에는 반드시 소화전을 갖춰야 한다. 스프링클러, 소화기와 함께 초기에 불을 끌 수 있는 소화설비 ‘3종 세트’다. 보통 옥내소화전에는 직경 40㎜짜리 소방호스(길이 15m) 2개가 있다. 소방차 호스(직경 65㎜)보다는 작다. 2개를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건물 내부 구조를 감안하면 대략 25m 거리까지 호스를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소화기와 달리 소화전을 사용하는 건 낯설다. 주변에서 소화기는 몰라도 소화전 사용했다는 사람을 찾기 힘들다. 소방관이 아닌 일반인은 소화전 사용이 금지된 걸로 아는 사람도 많다. 관심이 없는데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다. 지난달 28일 일가족 3명이 숨진 서울 은평구 아파트 화재 때 소화전 물 공급이 중단돼 진화가 늦어졌다.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 중에서는 동파를 걱정해 소화전을 잠그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파트 복도에 있는 소화전이 ‘부재중 택배 보관함’으로 사용된 지도 오래다.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점검과 정비 때를 제외하고 잠금장치나 차단 등 소방시설 기능에 영향을 주면 안된다. 소화전은 소화기처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효과는 소화기보다 월등하다. 정확한 사용법을 알면 화재 초기 때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가능하면 2명이 함께 쓰는 게 좋다. 한 사람은 노즐을 잡고 불이 난 지점으로 뛰어가고, 다른 사람은 소방호스가 꼬이지 않도록 풀어주고 밸브를 열어야 한다. 급할 때 소방호스를 빨리 풀려면 ‘갈 지(之)’자 형태로 엇갈려 접어놓아야 한다. 이 소방관은 “가끔 뱀이 똬리를 틀 듯 둥글게 말아 보관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호스를 풀다가 꼬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재 현장에 도착한 사람이 “방수!”를 외치면 소화전 앞에 있던 사람이 밸브를 열어 물을 공급한다. 노즐을 왼쪽으로 돌려 분사를 시작하면 불의 크기에 따라 노즐을 왼쪽, 오른쪽으로 돌려가며 범위를 조정한다. 한 명만 있을 때도 사용할 수 있다. 먼저 밸브를 연 뒤 소방호스를 들고 이동해야 한다. 물이 가득 차 팽팽한 소방호스를 들고 뛰는 것이다. 물론 소화전 사용보다 먼저 할 일은 119 신고다. 이 소방관은 “신고를 미루고 소화전을 먼저 사용하다가 자칫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서형석기자 skytree08@donga.com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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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흘이나 굶었더니…” 어느 쪽방촌의 ‘비극’

    쪽방 여관에서 생활하던 50대 일용직 근로자가 자신이 살던 객실에 불을 지르고 다른 투숙객을 칼로 찌른 뒤 자수했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너무 오래 굶어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6일 서울 종암경찰서과 성북소방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3시 30분경 성북구 장위동의 한 여관에서 김모 씨(50)가 자신이 살던 약 6㎡ 크기의 방에서 이불에 불을 붙였다. 이어 여관 내 공동주방으로 향해 가스레인지에 연결된 가스 배관에도 불을 붙이려 했다. 건물 전체에 불을 내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여관은 전체 66㎡ 크기의 1층 건물이다. 전형적인 ‘쪽방 여관’이다. 방마다 금세 연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다른 객실에 묶던 원모 씨(62)가 복도로 뛰쳐나왔다. 불이 났다고 생각해 가스 밸브를 잠그러 부엌으로 갔다. 누군가 연기 속에서 흉기를 휘둘렀다. 김 씨였다. 원 씨는 오른쪽 옆구리와 목 뒤를 다쳤다. 다행히 불은 크게 번지지 않았고 출동한 소방대원에 의해 4분 만에 꺼졌다. 김 씨는 곧바로 인근 지구대에 자수했다. 원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고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경찰은 김 씨를 현조건조물방화와 살인미수 혐의로 조사 중이다.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다. 경찰과 여관 투숙객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이곳에서 ‘달방(월세)’를 얻어 생활하며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다. 그러나 비수기인 겨울이 되면서 일을 거르는 날이 많아졌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요즘 같은 세상에 열흘이나 굶으면서 집에 있다보니 나도 모르게 화가 나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관 투숙객들은 김 씨에 대해 “평소 얼굴을 거의 볼 수 없을 정도로 조용한 사람”이라고 했다. 원 씨도 이날 김 씨를 처음 봤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은 술 마시고 가끔 행패를 부릴 때도 있지만 김 씨는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같은 여관에서 생활하던 A 씨(60)는 “빨래할 때 인사를 나누는 정도였다. 김 씨 때문에 큰소리가 난 게 오늘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피해자인 원 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입원 치료를 권유받았지만 그냥 퇴원했다. 상처 부위에 거즈만 붙인 채 쪽방 여관으로 돌아왔다. 치료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다. 원 씨도 김 씨처럼 일용직 근로자다. 비수기인 탓에 김 씨와 마찬가지로 최근 거의 일을 하지 못했다. 1월에는 거의 대부분을 쉬어야 했다. 사흘 전 운 좋게 공사장 일을 하나 얻은 게 전부였다. 한 달 만에 일을 나간 것이다. 원 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김 씨를 안쓰럽게 생각했다. 원 씨는 “경찰서에서 조사 받으러 들어오는 김 씨를 봤는데 기력이 없는지 비틀거리더라. 얼굴이라도 알고 지냈으면 일감이 있을 때 같이 가서 밥이라도 먹었을 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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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근길 이웃]“어휴 냉동실이네”…최강 한파 속 쪽방촌에서의 하루

    “어휴 냉동실이네, 냉동실.”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누비옷을 위아래로 입은 한 여성이 검은색 비닐봉지를 들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높이가 1m 남짓 되는 건물 1층 문을 열면서 중얼거렸다. 그러나 철제 대문을 지나 쪽방에서도 온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오전 서울의 최저기온은 영하 12도까지 떨어졌다. 입춘(立春)이 하루 지났지만 한파의 기세는 더욱 강해졌다. 동아일보는 지난달 25, 26일 1박 2일 동안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을 찾았다. 최저기온이 영하 17도까지 떨어진 날이었다.● 전기장판 온도 ‘최고’…잠 못 드는 쪽방촌 옆방에서 나는 기침 소리, 가래 끓는 소리, 화장실 가는 소리…. 26일 오전 2시경 기자가 6.6㎡ 크기의 방에 눕자마자 다양한 소리가 들려왔다. 방 안을 가득 채운 찌든 담배냄새는 참을 만 했다. 공용 화장실 쪽에서 물이 졸졸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수도관 동파를 막기 위해 수도꼭지를 조금 열어 놓은 것이다. 화장실로 가봤다. 순간 온수기가 있어 따뜻한 물이 나왔다. 세수를 하자 찬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따뜻한 물이 금 세 식은 것이다. 겨우 잠이 들었다. 세 시간을 채 자지 못했다. 오전 4시 50분 찬 기운이 느껴져 잠을 깼다. 건조하고 찬 공기에 코가 아팠고 입술도 하얗게 말라붙어 있었다. 무릎과 허벅지가 차게 굳어 있었다. 무릎이 얼어붙은 것처럼 시려 1, 2분 동안은 잘 움직이지도 못했다. 패딩 점퍼를 입은 상체는 그나마 괜찮았다. 얇은 벽과 나무 문은 새벽 칼바람을 막지 못했다. 바닥은 얼음을 만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전기장판 레버를 가장 높은 온도에 맞춰놨지만 열기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따뜻하다’보다 ‘선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쪽방촌은 겨울에 특히 열악하다. 그럼에도 빈방은 드물다. 싼 값에 ‘달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지만 쪽방 월세 가격은 20만~35만 원 정도. 비싼 방은 보일러가 가동되는 방이다. 주인들은 “사람들이 보일러가 없는 싼 방부터 찾기 때문에 비싼 방이 마지막까지 남는다”고 했다. 돈을 더 쓰는 것보다 추위를 참는 게 낫다는 것이다. 어떤 방에는 전기 장판마저 없어 입주자가 구해서 가져가야 하는 곳도 있다.● 최강 한파 녹여주는 따뜻한 마음 쪽방촌 주민들의 하루는 새벽 일찍 시작됐다. 오전 5시 반쯤 밖으로 나가봤지만 옆방과 맞은편 방은 모두 비어 있었다. 주인은 “오전 4시 반쯤 나가야 건설 현장 같은 일용직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30분 쯤 지나자 일을 나가지 않는 주민들이 한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곳에서 25년을 생활했다는 주민 이모 씨(73)는 찢어진 틈으로 솜이 비집고 나온 패딩 점퍼를 입고 서 있었다. 200원짜리 자판기 커피를 손난로 삼고 있었다. 그는 이 동네 고장난 보일러를 고쳐주는 기술자다. 그래서인지 이 씨의 집은 월세 21만 원인데도 따뜻했다. 그러나 싼 만큼 열악했다. 화장실이 없기 때문. 그는 “집 연탄을 갈아야 한다”며 서둘러 길을 떠났다. 인근 슈퍼를 찾았다. 슈퍼 옆 커피 자판기는 동네 사랑방 같은 곳이다. 슈퍼는 적은 양을 사가는 사람이 많아 쪼개서 먹을 것을 판다. 삶은 계란은 500원, 홍시는 1000원 하는 식이다. 아침부터 술을 사가는 사람도 보였다. 기자가 잤던 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심모 씨가 슈퍼에 모습을 드러냈다. 심 씨는 “새벽같이 나와 고철을 주으러 인근 동네를 세 바퀴 정도 돌았다”고 했다. 심 씨는 몸을 녹이며 슈퍼 주인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순간 아침에 방에서 나올 때 복도에 가지런히 놓인 기자의 신발이 떠올랐다. 어제 방으로 들어갈 때 아무렇게나 벗어두었었는데 누군가 정리해놓은 것이었다. 심 씨는 “다 사람 사는 곳 아니냐”며 웃었다.● SNS, 반려견…쪽방촌 주민들의 취미생활 한겨울 추위에 주민들은 그나마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방으로 꽁꽁 숨어든다. 25일 오후에도 오후 6, 7시부터 일찌감치 끼니 준비를 해서 방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면서도 방 안에서 나름대로 소소한 즐거움을 찾고 있었다. 한 건물 2층 쪽방에 8년간 살았다는 차모 씨(70)는 20년 전쯤 영등포 쪽방촌에 자리잡았다. 기초생활수급자인 차 씨는 국민연금 등을 합쳐 월 70만 원으로 방세와 생활비를 충당한다. 차 씨가 최근 빠져 있는 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뿐만 아니라 젊은 층이 애용하는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도 모두 갖고 있다. 트위터 팔로어는 5000명이나 된다. 모 정당 지지자인 차 씨는 주로 정치적인 이야기를 올리거나 공유한다. 주변 사람들과의 추억도 종종 남긴다. 몸이 불편해 주로 집에 있는 그에게 몇 안되는 재미다. 쪽방 관리인이자 주민인 서모 씨(72·여)는 ‘방울이’라는 작은 강아지를 한 마리 키운다. 방울이를 위해 반려견 전용 사료까지 구입해 정성으로 기르고 있다. 서 씨는 추위를 견디느라 패딩 조끼를 입고 매일 밤 잠들면서도 추위에 떠는 강아지 걱정뿐이었다. 그는 “방울이가 추워서 걱정이다. 가장 친한 친구인데…”라며 웃었다. 숙소 옆 집 쪽방에서 생활하던 한 70대 노인은 무표정으로 기자를 맞았다. 그의 방에는 전기장판, 옷걸이 2개, 겉옷 1개가 전부였다. 일회용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벌건 수제비를 바닥에 놓고 먹고 있었다. 방을 둘러보는 취재진이 썩 달갑지 않은 말투로 “왜, 이런 거 보려고 온 거 아니었냐”고 되물었다. 길에서 만난 또 다른 60대 노인은 “요즘 구청이다, 시청이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찾아와서 귀찮아 죽겠다. 그래봐야 실제로 바뀌는 것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잇달은 화재로 주변의 관심이 쏠려 부담스럽다는 사람도 있었다. 현장에서는 당장의 화재 예방과 방한 대책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으로 쪽방촌 개선 사업을 벌여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노숙인시설협회 산하의 한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시설 개선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스스로 생활을 개선해보겠다는 의욕을 가질 수 있게 교육 훈련이나 일자리 알선 등 정책이 강화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김정훈 기자 hun@donga.com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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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동 유명 음식점 하동관 화재…“인명피해 없어”

    서울 중구 명동의 유명한 곰탕 전문 식당 ‘하동관’에 불이 났다.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불을 끈 뒤 4시간 만에 옆 건물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30일 서울 중부소방서에 따르면 29일 오후 10시 반경 명동 하동관 건물 2층 지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식당에는 영업을 마친 직원 2명이 있었다. 다행히 불이 난 것을 알고 식당에서 뛰쳐나와 다치지는 않았다. 출동한 소방대는 함석지붕을 깨고 불길을 잡느라 애를 먹었다. 지붕 아래에 있던 불이 잘 붙는 샌드위치패널도 화재 진압을 어렵게 했다. 30일 오전 1시가 돼서야 완전히 불을 껐다. 소방관들은 오전 4시 40분 잔불 정리까지 마치고 철수했다. 그러나 철수 20분이 채 되지 않아 옆 건물에서 불길이 솟았다. 소방관들은 오전 5시경 다시 출동해 오전 7시 10분 완전히 불길을 잡았다. 소방 관계자는 “하동관 건물 2층 지붕에 남은 불씨가 옆 건물로 튀거나 벽을 타고 올라가 불이 붙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소방 및 경찰 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이날 불로 하동관과 옆 건물 가게들은 이날 하루 영업을 중단했다. 하동관은 1939년 서울 중구 수하동에 문을 열었다. 2007년 재개발에 따라 지금의 명동으로 자리를 옮겼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화성=조유라기자 jyr0101@donga.com}

    • 2018-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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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사 뒤에도 방화문 열린채 방치

    28일 서울 도심의 한 병원. 본관 1층에 들어서자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보였다. 대형 여닫이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바닥에는 소화기 한 대가 놓여 있었다. 문이 닫히지 않도록 일부러 소화기를 받쳐 놓은 것이다. 복도를 오가던 의료진 중 누구도 소화기를 치우려 하지 않았다. 현장을 둘러본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이 문은 불이 났을 때 유독가스 확산을 막는 방화문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닫아 놓지 않으면 밀양 같은 참사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낡은 방화문은 닫아 놓아도 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 이 병원 방화문은 곳곳에 크고 작은 틈이 있었다. 큰 것은 폭이 2cm가량 됐다. 방화문에 전기 등 각종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면서 생긴 구멍도 많았다. 유독가스는 이런 작은 틈이나 구멍을 비집고 들어간다. 박 교수는 “방화문 틈이나 구멍도 소방점검 때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긴급 점검한 수도권 중소 규모 병원 3곳의 상황은 참사가 난 경남 밀양의 세종병원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병원들도 모두 스프링클러가 없었다. 일반병원의 경우 4층 이상, 각 층의 바닥 면적이 1000m² 이상일 때 스프링클러를 설치해야 한다. 해당 병원들은 면적 기준에 미달한 곳이다. 의무가 아니다 보니 사고를 겪어도 방화설비 보완에 소극적이다. 2014년 화재가 발생해 환자들이 급히 대피하는 소동을 겪은 서울의 한 병원은 여전히 스프링클러를 설치하지 않았다. 병동 복도에는 제조일자가 ‘2003년 4월’로 표시된 소화기가 있었다. 소방점검 날짜도 적혀 있지 않았다. 입원 중인 이 병원 환자는 “병원 관계자가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다는 걸 알려준 뒤 솔직히 무서운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중소병원의 건물 구조도 문제다. 보통 화재 때 가장 위험한 건 중환자다. 대피에 시간이 걸려서다. 이를 감안하면 가급적 낮은 층에 있는 게 낫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3층 이상에 중환자실을 운영했다. 경기도 내 군(郡) 지역에 있는 한 병원도 4층 건물 중 3층에 중환자실이 있었다. 이곳은 1980년대 초반 지어진 150병상 안팎의 병원이다. 환자 대부분은 노인이다. 입원 중인 60대 김모 씨는 “불이 나면 중환자나 노인은 다 죽을 수밖에 없다”며 답답해했다. 한국보다 고령화가 빠른 일본은 비슷한 사고를 겪은 뒤 대책을 강화했다. 2013년 후쿠오카(福岡)의 한 병원에서 일어난 화재가 대표적이다. 당시 10명이 숨졌는데 모두 거동이 불편한 70대 이상 환자였다. 유독가스를 막아 줄 방화문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후 일본 정부는 소방법령 개정에 나서 2016년부터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연면적 3000∼6000m² 이상에서 모든 병원으로 확대됐다. 병상이 4개 이상이고 ‘피난할 때 도움이 필요한 환자가 입원하는 모든 병원’은 면적에 상관없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토록 했다. 또 건축법령을 고쳐 연 1회 의무적으로 방화셔터나 방화문을 점검하게 했다. 황성호 hsh0330@donga.com·조유라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 2018-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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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용 비닐 등 가연성 물질 수두룩… 병원, 불나면 대참사

    26일 오전 8시경 경남 밀양시 화재가 난 세종병원 앞은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과 구조하러 온 사람들로 뒤엉켰다. 대부분 구조되는 사람은 이불을 덮은 채 다른 사람에게 업히거나 부축을 받고 나왔다. 소방대원, 구조대원, 병원 직원 등이 대부분 장·노년층 환자를 이렇게 구조했다. 환자가 탄 휠체어를 그대로 들어서 옮기는 구급대원도 있었다. 이날 오후 10시 현재 사망자 37명을 낸 세종병원 참사는 병원에 도사린 화재 취약성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다. 스스로 몸을 피하기 어려운 이른바 ‘피난약자’가 많아 구조가 어렵고, 가연성 물질이 많아 유독가스 발생이 더 심해진다는 것이다. 이들 피난약자는 유독가스가 발생했을 때 수건을 적셔 입을 막는 동작도 하기 쉽지 않다. 세종병원은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대피 체계나 인력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병원은 바로 옆에 요양병원이 있었지만 입원 환자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거동이 불편했다. 지방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날도 상당수 환자를 소방대원 등이 업어서 대피시켰다. 100명에 이르는 환자를 이같이 대피시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생존자 박태옥 씨(83·여)는 “‘불이야’ 소리에 병실 문 쪽으로 갔더니 젊은 남자가 나를 업고 병원 밖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난약자를 위해 수평 피난 개념이 적용돼야 한다고 말한다. 건물 각 층의 일정 공간을 방화구역으로 지정해 불이나 연기가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환자는 산소를 공급받도록 조치하는 것이 수평 피난이다.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로 이동하기 어려운 환자들을 위해서다.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수평 피난 개념이 현실에 도입되면 피난약자들은 구조대원이 도착하는 데 걸리는 5∼10분은 충분히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병실 침대보나 시트, 비닐로 된 의료용품같이 가연성 물질이 병원 내부에 가득한 것도 피해 규모를 키운다. 이런 물질이 타면서 더 많은 유독가스가 나온다. 이번 참사 희생자들도 거의 모두 질식사했다. 21명이 숨진 2014년 전남 장성군 요양병원 참사 때도 마찬가지였다. 호흡기 질환 환자가 연기를 들이마시면 치명적이다. 추운 날씨도 사상자를 더 빚어낸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밀양 기온은 영하 11.2도였다. 하지만 병원 내부는 섭씨 25도 정도였다. 얇은 환자복을 입은 고령의 환자들이 구조돼 밖으로 나왔을 때 쇼크를 받을 확률이 높다. 최돈묵 가천대 설비소방공학과 교수는 “이송이나 구조 과정에서 상태가 악화된 사람이 많았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사상자를 줄이기 위해서는 소방대원이 도착하기 전 의료진이 구조작업을 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진화 관련 시설을 점검하는 사람이 소규모 병원일지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청웅 세종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초기 진화는 물론이고 구조작업 전반에 대한 실제 훈련을 포함시키는 교육을 더 많이 해야 한다”고 말했다.황성호 hsh0330@donga.com·조유라 기자}

    • 2018-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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