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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다음 달 5∼8일 방북할 때 서해직항로를 이용할 항공기는 저비용 항공사인 이스타항공 비행기로 정해졌다. 이스타항공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전주 완산을)이 2007년 설립한 항공사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30일 “비행기편은 이같이 정해졌다”며 “이 여사는 평양산원(여성종합병원), 애육원, 아동병원, 묘향산을 방문해 이 여사가 직접 뜬 털목도리와 의료·의약품 등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숙소는 백화원초대소와 묘향산호텔이다. 이 여사는 이날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취임 인사차 방문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방북에서) 6·15공동선언 조항을 남북 양쪽이 다 지키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용기를 타고 강원 원산 갈마비행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하면서 전용기의 이름이 “참매 1호”라고 소개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다음달 5~8일 방북할 때 서해직항로를 이용할 항공기는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 비행기로 정해졌다. 이스타항공은 새정치민주연합 이상직 의원(전주완산을)이 2007년 설립한 항공사다. 김대중평화센터 관계자는 30일 “비행기편은 이 같이 정해졌다”며 “이 여사는 평양산원(여성종합병원), 애육원, 아동병원, 묘향산을 방문해 이 여사가 직접 뜬 털목도리와 의료, 의약품 등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숙소는 백화원초대소와 묘향산호텔이다. 이 여사는 이날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에서 취임 인사차 방문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 방북에서) 6·15 공동선언 조항을 남북 양쪽이 다 지키면 좋겠다는 말을 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때(2000년)는 회담이 끝난 뒤 양쪽이 왕래하고 금강산도 오갔는데 이명박 (전) 대통령이 들어선 후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도 벌어지면서 (남북관계가) 많이 벌어졌다”고 덧붙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전용기를 타고 강원 원산 갈마비행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하면서 전용기의 이름이 “참매 1호”라고 소개했다. 한편 31일 개성에서 열기로 했던 남측 민간단체와 북한 간의 광복 70주년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접촉은 무산됐다. ‘광복 70돌, 6·15 공동선언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는 “북측이 ‘지금의 상황에서 개성에서 서로 마주앉는다고 해도 좋은 결실을 보기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윤완준기자 zeitung@donga.com}

“한미동맹은 한반도 통일이 된 다음에도 지대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통일 이후 한미동맹의 비전과 핵심 역할은 통일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야 한다.” 이병구 국방대 교수는 28일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과 한미안보연구회, 통일연구원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통일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이렇게 제언했다. 콘퍼런스는 27일부터 열렸다.○ 통일 후에도 한미동맹 핵심적 역할 하려면 제1주제인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한미동맹의 역할’ 발표에서 이 교수는 “한미동맹이 통일된 한반도에서 핵심 역할을 해야 한다”며 “통일 이후 한미동맹을 어떻게 적절히 변화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비전이 없으면 한미동맹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반도 통일에 기여하기 위한 한미동맹의 3단계 진화론을 내놓았다. 1단계는 현재부터 한반도 통일 시작까지다. 이 교수는 “이때 동맹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예방자(preventer), 도발을 막기 위해 주변국의 힘을 모으는 동원자(mobilizer)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단계로 통일 과정이 진행될 때는 한반도 내부 상황을 관리하는 운영자(manager)이자 조정자(coordinator)로 진화해야 한다는 것. 그는 통일 이후인 3단계가 되면 “한미동맹이 지역 안정자(stabilizer)이자 지역 안보 체제의 지휘자(mastermind)가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레그 스칼라튜 미국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통일 이후) 한미동맹이 북한 지역의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는 데 역할을 해 통일 한반도에서 민주주의가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 정권의 불안정성, 붕괴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경제가 플러스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북한 주민들이 의존하는 시장도 북한 당국이 관리하는 과정에 있다”고 반박했다.○ 주변국의 통일 한국에 대한 우려 불식시켜야 두 번째 주제인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국제협력’에서 박민형 국방대 교수는 한반도 통일을 위한 유엔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그는 “평화 구축이 통일의 필수조건이고 평화 구축 과정에서 유엔의 경험이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강대국들의 통일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관계를 유엔이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미 테리 미국 컬럼비아대 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통일 한국이 자국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오해를 불식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 내에서는 한반도가 분단돼 있는 게 더 좋다거나, 통일 한국이 미국에 적대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 그는 “한미 정책 입안자들이 통일의 장기적인 혜택을 생각하고 있고 (통일로 인한) 리스크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통일이 한미 양국, 세계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통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방형남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 21세기평화연구소장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저마다 다른 주변국의 다양한 손익 조건을 다 조합하면 통일 논의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변국이 손익을 따지기 전에 남북 분단에 대한 (역사적) 책임감을 먼저 느끼고 분단이라는 비정상을 통일이라는 정상으로 돌린다는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최성용 납북자가족모임 대표(사진)가 2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사단법인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정기총회에서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최 이사장은 “그동안 연합회가 뚜렷한 활동이 없었으나 이제부터 납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납북자 가족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자발적으로 결성한 단체인 납북자가족모임 대표로 활동하면서 납북자 국군포로의 북한 탈출 시도를 지원해왔다. 연합회는 통일부가 인가한 법정단체다. 최 이사장은 “납북자 가족들은 피해자임에도 납북자가 월북자로 몰려 오랫동안 연좌제 피해로 고통받아 왔다”며 “박근혜 정부가 연좌제 피해에 대해 철저한 조사에 나서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그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최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납북자 문제 해결에 ‘프라이카우프’(‘자유를 산다’는 뜻의 독일어로 서독이 금전적 대가를 지불하고 동독 내 정치범을 송환한 방식)를 적용하는 방안은 남북 관계와 동서독 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에 대한 찬성의 뜻을 밝혔다. 최 이사장은 “프라이카우프는 현실성이 없다”며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사 확인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28일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통일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는 북한 상황과 관련한 발언들이 관심을 모았다. 이날 행사에서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사령관(2008∼2011년)은 축사에서 “북한 정권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 자유 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이를 통해 북한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추동해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계 미국인으로 중국과 북한 문제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올해 초 변인선 전 총참모부 작전국장이 중국과 관계있는 하급 지휘관의 해임에 동의하지 않아 처형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북-중 관계 갈등의 골이 군사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어 (앞으로) 큰 변동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09년 이후 북한이 발표한 공식 성명문 전체를 분석해 북한이 대남 대미 회유 공세를 펴는 시기는 약 4개월, 강압 공세를 하는 시기는 약 10개월씩 번갈아 계속됐다고 밝혔다. 현재는 16개월 동안 북한의 강압 공세가 지속되고 있어 북한이 회유 공세로 전환할 때가 다가왔다는 것. 그는 “북한은 유화 국면으로 넘어갈 때 반드시 힘을 과시했다”며 10월 북한의 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전후해 장거리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테런스 오쇼너시 주한미군 부사령관 겸 미국 제7공군사령관은 이날 “북한의 미숙한 지도자가 핵 개발 등 비대칭 전략 강화와 재래식 군사력의 결합을 이끌면서 한반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통일 대박은 북한의 붕괴를 가정한 조기 통일을 염두에 두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국의 안보는 고립화, 왜소화, 주변부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빨리 대응하지 않으면 한국의 안보 환경은 더 악화될 것이다.” 통일연구원장을 지낸 김태우 동국대 석좌교수는 27일 한국이 처한 안보 위기를 이같이 경고했다. 이날 동아일보 부설 화정평화재단(이사장 이채주)과 한미안보연구회, 통일연구원이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공동 주최한 ‘한미동맹과 한반도 평화통일 위한 국제협력방안’ 국제안보 콘퍼런스에서였다. 김 교수는 ‘한국 안보정책의 주변부화’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북한 등 주변국 간 관계가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논지를 펼쳤다. 경쟁이 심화되는 미중관계와 △중국에 대한 견제로 진행되는 미일동맹 강화 △해군 무력 증강 경쟁이 심화되는 중일관계 △2차 냉전 가능성이 나오는 미-러관계 △미일 동맹에 대한 견제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는 중-러관계 △갈등의 한일관계 △북한의 핵무장과 관련해 “한국의 안보 지형을 결정하는 변수들에 한국이 어떻게 대응할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런 안보 상황에서 북한은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미국이 한국을 군사적으로 돕거나 한국의 통일을 지원할 것으로 생각하기도 어렵다”며 “한국은 통일이 안 돼도 안보가 보장되면 살아갈 수 있지만 안보 없는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세 가지 효과 때문에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후광 효과(halo effect). 핵 보유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정치 권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평준화 효과. 핵무기가 있으면 미국과 대등하게 일대일로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그림자 효과.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는 사실 때문에 한국이 북한의 군사적 도발에 위축되는 느낌을 갖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한미동맹의 강화, 업그레이드’라고 봤다. 그는 “한미일 삼각 안보 협력 관계를 하루빨리 복구하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결정을 더는 늦추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을 두고도 “한국군이 구축하려는 ‘킬 체인(Kill Chain·북한의 핵 및 미사일 기지를 탐지 추적 타격하는 시스템)과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보다 대북 억제력이 높은 군사적 역량을 가질 수 있도록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브루스 벡톨 미국 텍사스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하루빨리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그는 ‘증대하는 북한 위협과 한반도 안보에 대한 영향’을 주제로 한 발표에서 “북한이 이미 고농축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성했고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해 미국을 겨냥해 발사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벡톨 교수는 북한의 이런 군사력 증강이 “한국의 통일(준비) 정책에 대응해 한국과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선포의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권력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데 실패한 김정은이 군의 충성심을 확보하기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다”고도 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한미동맹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핵심”이라며 “한미동맹이 군사동맹을 넘어 가치동맹으로 발전하는 만큼 인권 평화 환경 등 한반도 평화통일을 이뤄가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켜가기 위해 한미가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미안보연구회 공동회장인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은 개회사에서 “한반도 문제는 다변수 함수”라며 “북한의 리더십, 경제, 사회, 대외관계 등 가장 중요한 핵심 변수들이 최근 몇 년간 빠르게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는 이 변화를 대(大)전략 차원에서 정확하고 깊이 있게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변화 속에 한국 국가안보의 핵심 과제가 들어 있고 이런 변화 속에 한반도 통일의 문을 열 열쇠가 들어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김 전 부사령관과 함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존 틸럴리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한국에 처음 왔던 1996년에 북한 붕괴설이 많이 얘기됐다”며 “아직도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북한 붕괴설이 (대북) 전략이나 희망이 돼서는 안 된다. 우리의 희망은 평화로운 통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앞으로 북한에 쌀이나 비료를 수십만 t씩 대규모로 지원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대북 인도 지원 방식의 무게중심을 긴급 구호성 ‘단순 물품 지원’에서 빈곤 퇴치와 경제 개발이 결합된 ‘민생 개발 협력’으로 바꾼다는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향후 대북 지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대북 퍼 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26일 “과거처럼 식량과 비료 등 단일 품목을 대규모로 지원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 대신 보건의료, 농축산, 산림·환경을 함께 개발하는 중장기 민생협력 프로젝트 중심으로 대북 지원의 프레임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북한에 극심한 자연재해나 정치 위기가 없는데도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처럼 ‘쌀 40만 t, 비료 30만 t’ 식으로 지원하기는 어려워진다. 다만 정부는 민생 협력 프로젝트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쌀 등 식량과 비료를 협력 사업에 따라 적정 규모로 지원하는 것을 허용할 방침이다. 통일부는 이를 위해 대규모 쌀 비료 지원 체계를 염두에 둔 현행 남북협력기금의 예산 구조를 민생 협력 중심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인도 지원’ 분야만 있던 남북교류협력법의 대북 지원 사업 관련 규정도 ‘민생 협력 사업 제도’를 신설해 협력 사업 중심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민생 협력의 주축은 ‘복합 농촌 단지’다. 정부는 최근 북한의 마을(이·里) 단위로 예산 20억∼30억 원이 들어가는 복합 농촌 단지 시범 사업 방안을 마련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가 대북 지원 체계를 ‘구호성 지원’에서 빈곤 퇴치와 경제 개발을 함께하는 ‘민생 개발협력’ 중심으로 개편하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정 물품을 전달하는 ‘시혜성 지원’은 지원 규모를 늘릴수록 대북 퍼주기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6일 통일부에 따르면 20년간 대북 지원액은 3조2571억 원. 이 중 62%인 2조321억 원이 쌀과 비료 지원이었다. 나머지는 국내 민간단체들의 영양식과 의약품 등이었다. 복수의 정부 당국자는 “이런 지원은 실질적 성과가 크지 않은 데다 퍼주기 논란과 함께 ‘대북 지원 무용론’을 확산시켜 부정적 여론을 높였다”고 진단했다. 정부에서도 “대북 지원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외에서 대북 지원 피로감이 증대됐다”며 “대규모 쌀 비료 지원 예산을 반영해 온 남북협력기금의 예산 구조는 변화된 대북 지원 환경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이 극심한 식량난에서 벗어난 데다 대규모 식량 지원이 북한의 무너진 배급 체계를 되살려 북한의 선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정부의 인식도 작용했다. 북한도 물품 지원보다 개발협력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남북협력기금 예산 구조를 개편할 계획이다. 현재는 ‘당국 차원의 지원’ 항목 아래에 ‘대북 식량 및 비료 지원’이 있다. 이를 ‘민생협력 지원’ 항목 아래 △보건의료 협력 △농축산 협력 △산림·환경 협력 등으로 바꾼다는 것. 올해까지 관례적으로 대북 식량 및 비료 지원 항목에 편성돼 온 식량(쌀) 40만 t, 비료 30만 t분의 예산은 사라지는 셈이다. 통일부는 보건의료와 농축산, 산림·환경이 결합된 민생 개발협력 사업 중심으로 대북 지원 체계를 새로 짤 계획이다. 정부가 구상하는 민생 개발협력의 핵심은 민간단체 주도로 북한 마을(리)에 복합농촌단지를 조성하는 것. 단지당 조성비용은 20억∼30억 원으로 추정된다. 복합농촌단지는 △식량 공급을 위한 협동농장·축산시설 개선·온실사업 △에너지 공급을 위한 태양광 또는 바이오매스 발전 △식량과 에너지를 함께 공급하는 혼농임업(농작물과 임업용 나무를 같이 경작) 및 산림 조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모자(母子)보건·주거환경 개선 등 4가지 요소를 결합해 조성된다. ‘북한판 새마을운동’인 셈이다. 정부는 남북 관계 진전 여부에 따라 당국 차원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복합농촌단지 조성도 구상 중이다. 도(道) 차원으로 사업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호응 여부다. 북한은 정부 차원의 남북협력에 노골적인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김수암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개발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려면 북한 주민과의 접촉과 북한 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북한 당국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한기재 인턴기자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졸업}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의 8·15 광복절 경축사 또는 경축사를 전후에 북한이 추석(9월)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홍 장관은 26일 오전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이산가족 상봉을 제의하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하면서도 “이번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들이 명절을 앞두고 서로 만나 회포를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과 이를 위한 회담을 제의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홍 장관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함께 논의하는 회담을 제의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고위급 접촉이든 실무회담이든 남북이 민나 여러 현안을 해결해야 하며 그런 현안에는 이산가족, 금강산 문제를 포함해 여러 현안이 있고 그 현안에 대해 만나서 대화하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한국이 원하는 이산가족 상봉 및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 해결과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를 함께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홍 장관은 이어 “금강산 관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 국민들이 안전하게 관광할 수 있도록 제도적 실질적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신변 안전 문제”라며 “북한 당국이 한국 당국에 신변안전 문제를 직접 확인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장관은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남북 간 실질적 관계발전 평화 통일을 위해 도움이 되면 어떤 대화든 할 수 있다. 그 안에 정상회담 포함돼 있다”며 “(정상회담이) 어느 날 갑자기 이뤄질 수 있는 것 아니기 때문에 그를 위한 사전 준비와 그만큼의 신뢰와 협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라도 대화를 시작하자는 게 정부의 기본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달 5일 평양을 방문하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에 대해서는 “개인 차원의 방북을 특사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홍 장관은 “(남북교류를 중단한) 5·24 조치를 유지하면서도 북한이 정치적 의지만 있으면 충분히 서로 대화하고 협력하고 의미 있는 교류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라며 “남북관계를 막고 있는 것은 524 조치가 아니라 남북관계를 풀겠다는 (북한의) 정치적 의지가 부족한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공포통치에 대해 “북한이 권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봤을 때 장기적으로 불안정 요인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우세하고 나도 그런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다음 달 5∼8일 평양을 방문할 때 서해 직항로로 한국 항공기를 타고 간다. 이 여사 측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이사는 24일 “국내 항공기를 전세기 형태로 이용하기로 했다”며 “이런 뜻을 다음 주 북한에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6일 개성공단에서 열린 실무접촉에서 “고려항공을 내줄 수도 있다”고 했지만 정부 당국은 한국 항공기 이용이 바람직하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단 규모는 20명 이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서해 직항로는 서울∼평양을 연결하는 ‘ㄷ자형’ 항로를 말한다. 정부는 남북협력기금으로 이 여사의 전세기 대여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여사 측은 항공기 비용을 자체 부담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비용 지원에 정치적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북이 순수한 민간 차원의 방문 성격을 띠게 됐다. 이 여사 측은 “대북 메시지와 관련해 (아직) 정부와 협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초청으로 이 여사가 평양을 방문하는 만큼 김정은과의 전격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정부가 8·15 광복절을 앞두고 남북 당국 간 대화 제의를 위한 검토에 들어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북 제안에 대해) 여러 가지 검토를 하고 있다”며 “적절한 계기와 좋은 시점에 대화 제의 등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 모두 남북이 만나서 얘기해야 할 문제”라며 “어떤 식으로 (대화를) 제안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이 원하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과 북한이 원하는 금강산 관광 재개와 관련한 당국 간 대화도 검토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당국자는 “(개성공단 임금 문제 해결을 위한 고위급 회담 개최) 필요성이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내부적으로 남북 대화를 제의한다는 전제 아래 시기와 방식, 의제 등과 관련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방식으로 남북 고위급 접촉, 8·15 및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회담, 광복 70주년 남북 공동행사를 위한 당국 간 회담,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회담 등이 거론된다. 정부는 최근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에서 북한이 요구한 북한 근로자 최저임금의 5.18% 인상 수용을 시사하면서 대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변수는 북한이다. 손뼉도 마주 쳐야 소리가 나듯이 북한이 대화에 나올 조짐을 보이지 않는 점이 고민이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굉장히 경직되게 대화를 거부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어떻게 접근해야 실질적으로 대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는 “묵살당하거나 퇴짜 맞을 제의라면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다음 달 5∼8일 평양 방문이 당국 간 대화 재개의 시금석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위 당국자는 “이 여사가 북한에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정부의 대북) 메시지”라고 말했다. 이 여사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를 만나 정부의 대화 의지를 전한다면 당국 간 대화로 이어지는 돌파구가 될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이 여사가 방북 때 이용할 항공기 비용을 남북협력기금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 민간단체와 북한 사이에 진행되는 8·15 남북공동행사 개최를 위한 접촉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한국 민간단체들이 구성한 ‘광복 70돌, 6·15공동선언 15돌 민족공동행사 준비위원회’는 23일 개성에서 북한 관계자를 만나 서울에서 개최되는 8·15 남북공동행사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 반면에 북한은 평양과 백두산 등에서 열리는 북한의 8·15 행사에 참여할 것을 요구했다. 양측은 31일 개성에서 만나 공동행사 문제를 다시 논의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400m만 더 가면 남과 북을 가른 ‘군사분계선’. 날씨가 맑을 땐 금강산 비로봉이 보이는 곳, 강원 양구군 을지전망대. 6·25전쟁 때 남북이 피의 전투를 벌인 펀치볼에 사단법인 물망초합창단 30명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모두 탈북민 여성이었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꿈에도 소원은 통일/이 나라 살리는 통일/통일이여 오라.” 하얀 블라우스와 검은색 바지를 맞춰 입은 합창단 앞에서 카키색 조끼와 남색 모자를 단복으로 삼은 ‘대학생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통일 발걸음’ 행사 참가자 80여 명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전 국회의원)와 6·25공원건립국민운동본부(이사장 한상대 전 검찰총장)가 공동 주최하고 동아일보가 후원한 이 행사에서는 탈북 대학생, 남한 대학생, 해외 유학생, 한국 체류 외국인이 하나가 됐다. 이들은 21일 동부전선 최북단을 따라 함께 걷는 100km 여정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고향의 봄’ 합창 때 탈북민 이하연(25·가명·서강대 4학년) 씨는 북한에 계시는 아버지가 한없이 그리워졌다. 하지만 이내 ‘이번에 남북 대학생이 어우러져 우정을 나누는 기회를 만들자’고 마음먹었다. 탈북민 조윤선(가명·22·서강대 2학년) 씨는 “남북 사람들이 이번처럼 함께 걸으며 밥 먹고 즐거움을 나누는 것, 이것이 작은 통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 대학생 조건휘 씨(21·백석대 2학년)와 함께 펀치볼 지구 전투 전적비의 낡은 태극기를 새 태극기로 교체했다. ‘남남북녀’ 대학생이 힘을 합쳐 태극기를 게양한 것. 참가자들은 이날 해안면 펀치볼로를 따라 걸으며 주민들에게 태극기를 나눠 줬다. 지난해 ‘서부전선 걷기’에 이어 올해도 참가한 장세민 씨(23·런던대 3학년)는 “남북이 함께하며 보이지 않는 마음의 격차를 줄이는 게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참가자들은 “함께 걸으며 이야기하니 누가 남한 출신인지, 북한 출신인지 구분이 안 간다. 다들 친구”라고 입을 모았다. 탈북민 최초로 출가한 도현 스님(32)도 함께 걸었다. 남북 대학생들은 이날 행사를 계기로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이들은 정전협정 기념일인 27일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에서 대장정을 마친다. 양구=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한기재 인턴기자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졸업}
국가정보원은 19일 오후 8시 반경 ‘국정원 직원 일동’ 명의로 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동료 직원을 보내며’라는 제목으로 A4용지 3장(2350자)에 이르는 장문의 글이었다. 자료는 의혹 제기를 “정치적 공세”로 규정했다. 국정원이 이런 형태로 의혹 제기를 적극 반박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보도자료는 이병호 국정원장의 사전 결재를 받은 것으로 이 원장의 뜻이 실렸다고 한다.○ 이병호 원장 직접 지시에 따른 적극 대응 국정원 측은 “(이 원장은)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의혹 제기에 대응하는 게 옳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적극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20일에도 이 원장 주재로 해킹 의혹 대응 관련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원장이 해킹 의혹에 대한 대응을 직접 챙기고 있는 것이다. 올해 3월 취임 때부터 “국내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고 공언해 온 이 원장에게 ‘민간 사찰 의혹’은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공작과 같은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가 무력화돼서는 안 된다’는 이 원장의 신념이 반영된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하지만 국정원이 명확히 해명해야 할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자료에서처럼 의혹 제기 자체를 “백해무익한 논란”으로 규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정원은 최근 내부 감찰을 벌여 국정원 과장 임모 씨가 상부에 보고하지 않고 자신의 컴퓨터에 있는 해킹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실을 확인했고 이것이 불법 행위라고 본 것으로 알려졌다. 추궁을 당한 임 씨가 심리적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 가족에게 “휼륭하게 잘 자라라” 유서 빈소가 마련된 경기 용인시의 한 장례식장에는 20일 이른 아침부터 동료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유족과 국정원 직원들은 임 씨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면서도 취재진의 질문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임 씨는 부인과 두 딸에게 남긴 유서에서 “극단적인 아빠의 선택이 해서는 안 되는 일인데 요즘 짊어져야 할 일들이 너무 힘이 든다. 훌륭하게 잘 자라 줘라. 사랑해” 등의 내용을 남겼다. 한편 경찰의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임 씨는 18일 오전 4시 52분경 용인시 자택을 나와 곧바로 자살 현장으로 향했다. 그는 슈퍼마켓에 들러 소주 1병과 담배, 빈 알루미늄 포일 도시락 2개를 샀다. 40여 분 뒤에는 또 다른 슈퍼마켓에서 번개탄 5개를 구입했다. 사건 당일 임 씨 부인은 소방서에 “부부싸움을 하고 나갔다”고 신고했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수색에 빨리 착수하도록 자살이 의심되는 정황을 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인이 임 씨의 자살을 사전에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윤완준 zeitung@donga.com / 용인=남경현·김호경 기자}
17일 오전 1시. 전날 오전 10시부터 15시간 마라톤 회의 끝에 결렬된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 6차 회의장을 떠나는 남북 대표단은 서로 눈도 맞추지 않았다. 북측 위원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총국) 부총국장은 회의가 열린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밖으로 나와 한국 취재진에게 목소리를 높였다. “안 한 것보다 못했다. 앞으로 이런 회담 할 필요 없다. 공동위 정말 불필요한 기구라는 걸 오늘 느꼈다!” 그는 차를 타고 떠나는 공동위 남측 위원장 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과는 형식적으로 악수만 한 뒤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건물로 들어갔다. 남북 간 불신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회의 결렬의 가장 큰 이유는 개성공단 근로자들의 임금 문제였다. 한국은 북한이 2월에 주장한 5.18% 최저임금 인상도 수용한다는 자세로 최저임금 인상률 상한선(5%)을 올려줄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북한은 요지부동이었다. “임금 문제는 주권 사안이어서 한국과 협의해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은 한국이 공단 정상화를 위해 요구한 통행 통신 통관(3통) 문제 해결에 대해선 “(천안함 침몰에 따른 대북제재인) 5·24조치 때문에 3통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남북은 2013∼2014년 공동위에선 3통 문제 해결에 공감했었다. 결국 북한은 임금 문제에 대해 한국과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음에도 당국 간 협의체인 공동위에 나온 것이다.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임금 인상을 남북 합의가 아니라 자기들(북한) 마음대로 하겠다면서 개성공단 운영의 주도권을 노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개성공단 사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북한은 남북 합의 정신에 따른 개성공단 공동위의 무력화를 노려 왔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한기재 인턴기자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졸업}
국가정보원이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해 이탈리아 보안업체 ‘해킹팀’에 우회 서버 이용을 요구하거나 은행 서류에서 ‘군(Army)’이라는 표현을 지워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국정원 관계자의 계정으로 알려진 ‘데빌엔젤(devilangel1004)’이 해킹팀에 e메일을 보낸 것은 지난해 3월 14일. “한국을 포함해 21개국이 해킹팀과 거래했다”는 캐나다 토론토대 연구팀 ‘시티즌랩’의 발표 내용이 외신에 소개된 뒤였다. 데빌엔젤은 “보안이 생명인데 (시티즌랩의) 폭로 탓에 문제가 생겼다. 해킹 프로그램을 (어느 곳에서 공격했는지 드러나지 않는) 가상사설서버(VPS)로 옮기자”고 해킹팀에 제안했다. VPS는 프로그램이 설치된 장소와 해킹 공격지점이 바로 드러나지 않게 할 수 있어, 해커들이 추적을 피하기 위해 주로 사용한다. 데빌엔젤은 “다른 나라는 몰라도 한국에서 (해킹 프로그램 사용) 증거가 나와선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국정원 측은 대금 지불 과정에서도 높은 수준의 보안을 요구했다. 국정원에 해킹 프로그램 구입을 중개한 나나테크는 해킹팀에 올해 2월 유럽 중개은행에 보낼 서류에서 지불자의 분류를 ‘군’에서 ‘기타’로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2012년엔 거래 품목을 ‘군 장비’가 아닌 ‘소프트웨어’라고 바꿔서 기재해 달라고 했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입 사실을 숨기기 위한 의도였을 가능성이 있다. 해킹팀은 시티즌랩의 발표 이후엔 국내 온라인 매체에 게재된 시티즌랩 연구원의 인터뷰 기사까지 번역해 서로 e메일로 공유할 정도였다. 해킹팀 관계자들의 내부 e메일에선 “SKA(국정원의 위장 명칭)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고객”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국정원은 16일 각종 의혹에 대해 “우리가 회선을 연결해 해킹하는 게 아니라 대상자를 이탈리아 본사에 통보해 주면 그들이 해킹한다. 20명분을 구입했으면 그만큼만 가능하다”며 “이 프로그램은 카카오톡 수집 기능이 없고 대공 혐의점이 있는 사람에게만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또 일부 언론이 제기한 ‘국내 변호사를 해킹 타깃으로 삼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몽골경찰(MOACA)이 몽골 변호사를 타깃으로 한 것인데, 위키리크스가 한국 것으로 잘못 분류해 놓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국가기관이 도청을 한다든지 감청을 하는 부분이 있어선 안 된다”라며 “해킹 프로그램 구입 자체가 불법이라 생각되진 않지만 그것을 불법으로 이용하는 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건희 becom@donga.com·곽도영·윤완준 기자}

남북 당국이 16일 개성공단 공동위원회를 열고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임금 인상 문제를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한국은 차기 회의 일정 합의를 요구했으나 이마저도 불발됐다. 개성공단 공동위원회 남측 위원장인 이상민 통일부 남북협력지구발전기획단장과 북측 위원장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 등 남북 대표단은 이날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회의실에서 만나 공동위 6차 회의를 열었다. 올해 첫 남북 당국 간 회담이었다. 오전 10시 전체회의를 시작할 때의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이 단장이 “메마른 남북 관계에 오늘 회의가 단비가 됐으면 좋겠다. 머리를 맞대고 개성공단을 제 궤도에 올려놓을 기회가 되기 바란다”고 하자 박 부총국장이 “좋은 이야기다. 이야기가 서로 잘 이어지는 걸 보니 오늘 회의가 비교적 전망 있지 않겠는가. 기대한다”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꽉 막혔던 남북관계를 하루 만에 풀기는 어려웠다. 남북은 북한 근로자 임금 인상, 통행·통신·통관(3통) 정상화, 근로조건 개선에 대한 양측 생각을 내놓은 전체회의 이후 이날 밤 12시까지 5차례 접촉과 정회, 속개를 이어가며 평행선을 달렸다. 남북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쟁점은 북한 근로자 인금인상률 상한선(5%) 조정이었다. 북한은 2월 상한선보다 높은 5.18% 인상을 통보해 갈등을 불러왔다. 한국은 상한선을 높여줄 수 있다는 생각이었지만 북한이 지난해 11월 공단 노동규정을 일방적으로 개정하면서 임금 인상 상한선을 폐지하는 조항을 넣어 상황이 복잡해졌다. 북한은 또 휴대전화 신문 잡지 등 공단 반입금지 물품이 적발되면 기업활동을 제한하고 남측 인원을 추방하겠다고 주장했다. 한국은 공단 국제화를 위해 인터넷 사용 등을 허용해야 한다는 등의 3통 정상화를 강조했다.개성=공동취재단·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한국 정부는 수동적 외교에서 벗어나라. 대북 제재 강도를 열 배 높이든 거대한 당근을 주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올 방법을 미국에 제시하라.”(김성한 고려대 교수) “경제 제재가 이란 태도를 바꿨다. 중국에 ‘이란처럼 북한을 움직이려면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중국이 제재에 안 나서면 북핵 해결도 실패한다’고 얘기하라.”(이정민 연세대 교수) 이란 핵협상이 타결되자 북핵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기 위한 한국 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제언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대북·통일 정책도 북핵 문제의 해결 없이는 헛일이기 때문이다. “북한 핵개발의 진척 속도로 볼 때 박근혜 정부 임기인 2, 3년 안에 해결 동력이 생기지 않으면 그 뒤엔 정말 어렵다.” 정부 고위 당국자의 말이다.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마지막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가 북핵 해결을 위해 지금보다 더 높은 주인의식을 보여야 하는 이유다. 이란 핵협상 타결의 교훈은 분명하다. 하나는 강력한 경제 제재가 이란을 협상장에 앉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제재와 협상 과정에서 좀처럼 협력하기 어려울 것 같던 미국 중국 러시아가 단합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힘을 제대로 못 쓰는 대북 제재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15일 “실효 있는 강한 제재 없이는 북한을 협상장으로 불러낼 유인책이 없다”고 말했다. 핵무기를 개발하고 포기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는 북한을 협상장에 불러내려면 “도저히 못 살겠다”고 할 만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란과 달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는 한계에 봉착했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미국마저 현재의 대북 제재는 핵을 포기시키기 위한 비핵화 제재가 아니라 북한 핵을 바깥으로 못 나가게 하는 비확산 제재라고 말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고립된 북한도 아프게 느낄 급소가 있음을 정부는 알고 있다. 이를 겨냥해 새로운 제재를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 김정은이 비자금을 숨겨 놓은 은행, 북한 대신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배하는 물자를 수입해 주는 중국 기업, 북한의 금융거래 창구 등 ‘알면서도 중국 때문에 제재하지 못한 구멍’이 많다. 문제는 한국 미국 일본만으로 제재를 강화하면 대북 제재가 마치 중국 제재처럼 될 수 있다는 것. 이는 북핵 해결에 중요한 고리인 중국과의 공조를 망친다. ○ 중국 스스로 대북 제재 필요성 깨달아야 정부 당국자는 “중국 스스로 대북 제재에 나서게 해야 한다. 이를 설득할 수 있는 건 한국뿐이다. 깊이 있는 한중 간 전략적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변화가 주목된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북핵 불용을 천명한 이후 북한이 얘기를 듣지 않고 북-중 관계가 악화된 것에 매우 놀라고 있다는 게 외교 소식통의 전언이다. 그사이 중국의 대북 제재는 1, 2년 전보다 수위가 높아졌다. 중국은 북한 문제를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럴 때 한국이 “북핵 해결이 중국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는 것이다. ○ 남북 관계 개선하면 미중 협력 가능 중국에 제재로 해결하자고만 해서야 말을 들을 리 없다. 한국 정부는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제재의 목표가 북한 정권 붕괴가 아님을 중국에 보여줘야 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남북 경색 국면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엔의 대북 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선까지 대북 인도적 지원과 대북 교류협력의 수준을 최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이 남북 관계를 개선하면서 중국에 대북 제재를 설득하면 미국이 북핵 협상에 나설 여건도 만들어진다. 이란 핵 협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 남중국해 문제로 갈등을 겪던 미국 중국 러시아가 손을 잡았듯이 북핵 문제에서도 협력하게 되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이란 핵협상의 또 다른 교훈은 다자회담으로 해결했다는 것”이라며 “미중이 움직이도록 한국이 촉매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송민순 북한대학원대 총장은 “축구를 하면 필드에 나가야 하고 야구장에 가면 배트 들고 글러브 끼고 나가야 한다”고 비유했다. 북핵 문제를 지켜보는 관중이 되는 대신 직접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였다.윤완준 zeitung@dogga.com·우경임 기자한기재 인턴기자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졸업}
14일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되자 국제사회의 시선은 북한 핵 문제로 쏠리고 있다. 그동안 국제 무대에서 북핵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한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이기에 이란 핵 문제 해결이라는 새로운 상황을 북핵 문제 해결의 동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란과 북한은 다르지만…” 정부 당국자는 “이란과 북한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이란은 핵무기를 만들려고 시도한 적이 없다”며 “핵을 평화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신뢰를 국제사회에 주지 못해 핵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실험을 세 차례나 했고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스스로 주장한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경제-핵 병진 노선’을 내세우며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음을 공공연히 내비친다. 천 전 수석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겠다는 의사를 보이자 미국이 이란 핵 협상에 나섰다”며 “북핵 문제엔 이처럼 협상이 진전될 요소가 없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북핵에 눈 돌릴 여유는 생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가까운 동시에 적대국이던 미얀마 쿠바와 잇따라 국교를 정상화했다. 급기야 북한과 미사일 핵 등 군사 협력 의혹을 받던 이란과도 외교적 타협을 이뤄 냈다.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는 이 점에 주목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 성과인 과감한 외교적 접근의 마지막 과제로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한 ‘빅딜’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 북핵 해결 의지가 갑자기 생길 리 없지만 골머리를 싸맨 이란 핵 협상 타결로 그동안 방치한 북핵 문제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생길 수 있다.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도 4월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북핵 문제도 이란처럼 외교로 풀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북한이 변하지 않는 이상 협상은 안 된다”는 미국 의회의 강경론을 넘어야 한다.○ “한국이 주도해 북핵 해결 큰 물결로 가야”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성공을 위해 북핵 문제 해결이 간절한 박근혜 정부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명제는 이제 ‘이란 핵 협상 타결이 북핵 해결에 어떤 영향을 줄까’에서 ‘미국과 중국을 어떻게 움직여 북핵 문제를 풀까’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중국의 변화가 중요하다. 외교통상부 제2차관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하루빨리 한국식 해결 방안을 제시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상징적 합의가 아니라 해결의 대원칙과 액션플랜(행동계획)을 합의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북핵 해결의 큰 물결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핵 관련 중요한 합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가올 한미 정상회담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대한 고비가 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한기재 인턴기자 미국 컬럼비아대 정치학과 졸업}
“북한이 김정은 집권 4년 차를 맞아 ‘통치 성과’ 창출이 절실한 상황에서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어 겉으로는 체제가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김정은과 간부, 주민 간 상호 불신이 심화되는 등 불안정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14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이같이 보고했다. 국정원은 증가하는 체제 이완 현상의 하나로 ‘장마당 세대’의 등장을 꼽았다. 이들은 1990년대 극심한 식량난으로 대규모 기아 사망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30대들로 북한 인구의 14%(330만여 명)다. 이 원장은 “이들은 이념보다 돈벌이에 관심이 많고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부모 세대에 비해 체제 충성도가 낮다”며 “이들의 성장은 외부 사조 수용과 시장 확산 등 북한 체제 변화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탈북 등 체제 이탈도 불사하고 휴대전화 등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해 북한 사회 안에서 한류와 외래문화 전파의 허브 역할을 한다. 국정원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리더십을 ‘독단성과 조급성’으로 규정했다. “권력 유지의 불안감 속에서 사소한 잘못에도 간부들을 숙청하고 극단적인 감정 표출로 예측하기 힘든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대부분을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성과에 집착해 만족스럽지 못할 때는 간부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것. 국정원은 “이런 특징은 김정은의 성향과 현실 인식 부족, 급작스럽게 권력을 세습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분석에는 탈북한 노동당·외화벌이·해외 공작 간부들의 증언, ‘휴민트(인적정보망)’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대규모 군사퍼레이드 등 노동당 창건 70주년(10월 10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도 보고됐다. 국정원 관계자는 “대동강에 수천 명의 출연자가 공연할 수 있는 초대형 수상 무대를 설치했고, 분수 레이저 쇼 등 축하공연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 설비 도입과 외국 전문가 초청을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과학기술전당 중앙동물원 등 12곳의 대형 건설공사를 10월 10일까지 끝내도록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국정원은 “김정은 집권 이후 당과 정권 기관에 대한 인사는 20∼30%로 최소화한 반면 군은 40% 이상 대폭 교체한 것은 김정일 시기에 군부세력이 커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국가정보원을 비공개로 방문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박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12일 여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오후 비공개 일정으로 국정원을 방문해 이병호 국정원장에게서 업무보고를 받은 뒤 “북한 정보를 잘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현영철 전 인민무력부장의 처형 등 권력 엘리트의 숙청과 간부들의 탈북 등 김정은의 공포통치로 인한 북한 내부의 동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라고 주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초 미국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단시간에는 효과를 발휘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정권 불안정성의 씨앗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부분 임기 초 국정원을 공식 방문했다. 반면 박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국정원을 찾은 것은 그동안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취임 첫해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이어 지난해 간첩 증거 조작 사건으로 국정원이 구설에 휘말렸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초 지난달 10일 국정원 창설일에 맞춰 방문하려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방문 일정이 연기됐다”고 전했다. 3월 19일 공식 취임한 이 국정원장은 조만간 국정원 고위급을 포함한 인사를 통해 조직 쇄신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이 국정원을 방문했을 때 인사 논의가 오갔는지도 주목된다.이재명 egija@donga.com·윤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