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새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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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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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책과 시장에 대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부알못’과 ‘부잘알’ 사이, 보통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부동산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iamsam@donga.com

취재분야

2025-11-22~2025-12-22
산업31%
부동산20%
기업13%
칼럼13%
건설10%
경제일반7%
교통3%
운수/교통3%
  • 50% 육박하는 백화점 수수료 내린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에 입점한 회사들이 매출액의 40%가 넘는 판매 수수료를 떼이는 일이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 내 매장을 이전할 때 최소 2년간 입점을 보장받게 된다. 롯데 신세계 현대 갤러리아 AK 등 5개 백화점 최고경영자(CEO)들은 30일 공정거래위원회가 서울 서초구 더팔래스호텔에서 주최한 간담회에 참석해 “입점 회사에서 받던 40% 이상의 고액 판매 수수료를 회사 사정에 맞게 자율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공정위가 이날 내놓은 ‘백화점과 중소 입점업체 간 거래관행 개선방안’에 주요 백화점들이 동참할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 방안에는 △백화점 판매 수수료 인하 유도 △백화점 내 매장 이전 및 인테리어 비용 부담 완화 △판촉행사 관행 개선 △불공정거래 점검 강화 및 자율적 상생 유도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간담회는 백화점에 입점한 중소 회사들이 “백화점 측이 매출의 40% 이상을 판매 수수료로 떼어 가고 매장을 자주 옮기게 해 인테리어 비용 부담이 크다”는 민원을 제기해 마련됐다. 실제로 지난해 백화점의 평균 판매 수수료율은 27.9%로 조사됐지만, 전체 26개 상품군 중 여성정장, 잡화, 레저용품 등 12개 상품군의 수수료율은 40∼49%대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이에 따라 백화점 간 판매수수료 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올해 말부터 입점 회사가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수수료율을 공개하기로 했다. 새로 공개되는 수수료율은 매출 비중에 따라 가중치를 반영하게 된다. 백화점 측이 매출이 적은 품목의 수수료율을 일부러 낮게 책정해 평균 수수료율을 낮게 만드는 ‘꼼수’를 부리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또 상품군별 수수료율 차도 공개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회사가 입점 후 2년 내에 백화점의 요구로 매장을 이전하면서 인테리어 비용을 부담할 경우 최소한의 입점 기간을 보장하도록 공정거래협약서를 개정하기로 했다. 입점 회사가 매장을 이전한 뒤에 최소한의 인테리어 비용 등을 회수할 수 있도록 최소 2년 이상 입점을 보장받도록 한 것이다. 또 입점 회사가 매장 이전이나 퇴점 가능성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게 표준계약서에 관련 정보를 제공하도록 했다. 백화점 입점 회사들은 이번 대책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공정위 조치에 강제성이 없어 실제로 판매 수수료 부담이 얼마나 줄어들 것인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다. 김재신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국장은 “공정위가 백화점 판매수수료율 책정에 직접 개입할 수는 없다”며 “다만, 백화점 측이 상품군별 수수료율을 40% 미만으로 낮추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설명했다. 백화점업계 일각에는 이번 방안이 백화점의 마케팅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반발하는 분위기도 있다. 백화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블랙프라이데이처럼 세일 폭이 클 때 유통업체만 이익을 많이 남기는 상황을 우려해 공정위가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백화점 관계자는 “판매수수료의 상당 부분이 각종 상품권 증정, 쿠폰 발행 등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된다”며 “판매수수료율 인하가 마케팅 활동 위축과 매출 하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세종=박민우 기자 minwoo@donga.com / 이새샘 기자}

    •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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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직원 상당수 재배치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이 30일 공식적으로 문을 닫으면서 직원 1300여 명의 고용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에 따르면 직영 사원 150여 명 중 30여 명은 본부와 다른 영업점으로 배치된다. 나머지 120여 명은 순환 휴업, 휴직을 하며 수당을 받을 예정이다. 판촉 사원 1000여 명 중 90%는 롯데면세점의 다른 영업점 혹은 다른 업체 면세점 재배치가 확정됐다. 용역 직원 150여 명은 희망에 따라 다른 영업점으로 배치되거나 월드타워점에서 시설 유지 등의 업무를 맡는다. 월드타워점 공간은 4일부터 7층 중앙 빈 공간에 인터넷 면세점을 이용할 수 있는 키오스크 10대와 휴게 공간을 설치해 고객 편의시설로 활용한다. 또 월드타워점 단독 브랜드 가운데 13개는 소공동 본점과 삼성동 코엑스점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이전한다.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은 지난해 롯데그룹 형제의 난 등의 여파로 그해 11월 면세 사업자 심사에서 탈락했다. 관세청이 올해 12월 서울 시내 면세점 4곳을 추가 선정하기로 했지만 월드타워점의 재선정 여부는 불투명하다. 면허를 재취득하더라도 그때까지 6개월간 고용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인력 운용 계획을 세웠다”며 “매장을 고객 편의시설로 활용하는 것은 하반기 신규 특허 취득 의지를 표명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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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여름 세일 ‘억’ 소리 나는 경품

    30일 일제히 시작하는 백화점 여름 정기세일에서 업체들이 억대 경품을 내걸었다. 여름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란 평가가 제기된다. 롯데백화점은 다음 달 24일까지 진행하는 ‘러블리 명작(名作) 세일’에서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총 3억 원 상당의 금을 증정하는 경품 행사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1등 당첨자 1명에게 1억 원, 2등 20명에게 1000만 원어치의 금을 준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17일까지 진행하는 여름 정기세일 기간에 쇼핑객 1명을 뽑아 쇼핑지원금 1억 원을 주는 ‘1억 경품 대축제’를 진행한다. 당첨자는 8월 5일 발표한다. 당첨자는 이후 전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백화점에서 1억 원 한도로 쇼핑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다음 달 17일까지 ‘여름 정기세일’을 열고 이 기간에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캐리비안베이 이용권, 오션월드 워터파크 입장권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증정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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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 비수기 극복하라” 백화점 정기세일 돌입…억대 경품 증정

    30일 일제히 시작하는 백화점 여름 정기 세일에서 업체들이 억대 경품을 내걸었다. 여름 비수기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란 평가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24일까지 진행하는 ‘러블리 명작(名作) 세일’에서 방문 고객을 대상으로 총 3억 원 상당의 금을 증정하는 경품 행사를 연다고 29일 밝혔다. 1등 당첨자 1명에게 1억 원, 2등 20명에게 1000만 원 어치 금을 준다. 이완신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은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최근 브렉시트까지 겹쳐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한 점을 반영해 금을 경품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17일까지 진행하는 여름 정기세일 기간 중 쇼핑객 1명을 뽑아 쇼핑지원금 1억 원을 주는 ‘1억 경품 대축제’를 진행한다. 당첨자는 8월 5일 발표한다. 당첨자는 이후 전담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백화점에서 1억 원 한도로 쇼핑할 수 있다. 현대백화점 측은 “억대 경품을 증정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소비경기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도 다음달 17일까지 ‘여름 정기 세일’을 열고 이 기간 중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캐리비안베이 이용권, 오션월드 워터파크 입장권 등이 포함된 패키지를 증정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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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화점 30일 일제히 여름 정기세일 시작…얼마나 할인?

    백화점이 30일 일제히 여름 정기세일을 시작한다. 롯데백화점은 다음달 24일까지 가장 긴 기간 동안 여름 세일을 한다. 휴가철에 많이 구매하는 수영복과 선글라스 등을 최대 70%까지 할인 판매하고, 일부 점포에서는 코트, 패딩, 모피 등 역시즌 상품도 최대 80% 할인 판매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소비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경품 증정 등 다양한 행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백화점은 다음달 17일까지 열리는 여름 세일에서 고객 한 명을 추첨으로 뽑아 쇼핑 지원금 1억 원을 주는 행사를 연다. 현대백화점 측은 “1억 원 대 경품은 처음 증정하는 것으로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며 “세일 기간은 지난해와 비슷하지만 세일에 들어가는 품목을 전년 대비 30% 정도 늘렸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다음달 17일까지 진행하는 여름 세일에서 최대 70%까지 할인된 제품을 판매한다. 정기 세일 외에도 14~24일 ‘웨딩위크’라는 새로운 테마로 행사를 진행해 가을 혼수 준비 고객까지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메르스 사태가 있었던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올해 상반기 매출이 크게 늘지 않았다”며 “여름 정기 세일에서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길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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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웨이저우 “전공은 연기이지만 오랜 꿈은 가수”

    평범한 대학생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만 240만 명에 달하는 스타가 되기까지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올해 1월 인터넷에 공개된 중국 웹드라마 ‘상은’으로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른 쉬웨이저우(許魏洲·22) 얘기다. 이 드라마는 10대 동성애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다뤘고, 공개 하루 만에 조회 수 1000만 건을 넘으며 인기를 끌었다. 그가 25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단독 콘서트 ‘퍼스트 라이트 아시아 투어 2016 인 서울’을 열었다. 티켓 3000장은 이달 초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콘서트 전날인 24일 오후 그를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호텔 로비에는 그를 잠깐이라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여성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 혼자서 서울 가로수길을 걷고 있는데 한국분이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러더니 한 명이 곧 10명이 되고, 10명이 곧 100명이 돼서…. 당황했지만 기분은 좋았죠.” 쉬웨이저우는 3월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개인 스케줄이었지만 당시 인천국제공항은 그를 보러 나온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는 “그때도 정말 깜짝 놀랐지만 이번에는 팬분들이 따로 플래카드까지 준비해 주셔서 더 놀랐다. 한국 팬들은 예의도 바르고 열정적이다. 정말 감동했다”고 말했다. 드라마로 데뷔했지만 그는 최근 자작곡이 포함된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하는 등 가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연기는 전공을 했기 때문에 내가 배워온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전에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가수는 오랜 꿈 중 하나였다. 가수 활동은 더 직관적이고, 팬들과 직접 만나서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한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팝부터 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준비했다. 한국어 인사도 준비했다는 그는 ‘사랑해요’ ‘안녕하세요’ 등 몇 가지 인사를 꽤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한국 문화 중에 좋아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런닝맨’ ‘강호동의 천생연분’ 등 예능 프로그램을 줄줄이 대며 웃던 그는 “한국 배우 중에는 하정우 씨를 좋아한다. 영화 ‘추격자’ ‘황해’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저는 원래 꿈만 많은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갑자기 이렇게 인기를 얻고 나서 인생은 정말 예측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외출할 때 좀 불편하긴 하지만, 주변에 절 돕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앞으로 연기와 노래, 가리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려 합니다. 그러다 보면 중국의 문화를 한국에 좀 더 많이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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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드라마는 현실의 窓이다

    햇수로는 5년 반, 횟수로는 58회를 연재했다. 2011년 2월 22일 ‘고양이 끼고 드라마’ 코너가 처음 나간 뒤 6개월간 딱 10회를 연재하고 사회부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잠정 중단됐다. 타 부서에 있으면서 외부 필진 신분으로 2013년 6월부터 다시 연재를 시작했다. 문화부에 온 뒤로도 이어서 2주에 한 번씩, 가끔은 지면 사정에 따라 한 달에 한 번씩 꼬박 이 코너를 썼다. 짧지 않은 연재 기간에 직간접으로 많은 질문을 들었다. 기왕 마무리하는 김에 질문에 대한 답을 공식적으로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은 대략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필자는 정말로 고양이를 키우는가?’이다. 정답은 ‘그렇다’. 표제에 캐리커처로 등장하는 샴 고양이 한 마리와 표제에는 등장하지 않는 러시안블루 한 마리, 두 마리를 키운다. 다만 표제에는 다소 어폐가 있다. 고양이를 필자가 끼고 드라마를 보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 두 마리 사이에 필자가 끼여서 본다. 드라마는 가장 편안한 곳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봐야 하는 법. 그런데 고양이란 집 안에서 가장 안락한 자리를 귀신같이 알아내는 동물이다. 충돌은 불가피하다. 둘째는 바로 ‘진짜로 그 드라마들을 다 봤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런 예리한 사람들…. 고백하자면, 모든 드라마의 전 시즌, 전 에피소드를 다 보는 건 인간적으로 정말 힘든 일이다. 정말 다 봤다면 지금쯤 안구건조증 등 후유증에 시달릴지도 모른다. 소중한 시력을 위해 개인적으로는 IPTV의 1.4배속 기능과 동영상 플레이어의 ‘10초 앞으로’ 기능을 애용한다. 끝나는 마당에 말 못할 게 뭐 있겠는가. 한 시즌만 본 뒤 그 뒤로는 몇 개 에피소드만 골라 본다거나 하는 ‘꼼수’도 썼다. 셋째로 많이 듣는 질문은 ‘왜 드라마로 이런 칼럼을 쓰는가?’. 가장 있어 보이는 질문이긴 한데, 답하는 사람에게는 왠지 부담이 된다. 드라마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드라마를 통해 비치는 세상이 더 흥미로웠다. 드라마는 어떤 문화 콘텐츠보다 그 사회를 즉각적으로 반영한다. 영화와 비교해 예술 대접을 못 받는 데는 그런 드라마 특유의 동시대성이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보며 그 드라마의 시대적·사회적 맥락을 (멋대로) 역추적하는 재미가 쏠쏠했고, 필자가 느낀 재미를 지면에 담고 싶었다. 공교롭게도 연재를 59회로 끝맺게 됐다. 60회로 마무리하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지만, 수많은 드라마들이 말하듯 사람 일이란 게 그렇게 그림처럼 똑 떨어지지 않는 법이다. 이제 연재 부담을 덜고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좀 신나기도 한다. 고양이 둘 사이에 끼여서, 앞으로도 쭉! ─끝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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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쉬웨이저우, 서울서 단독콘서트…평범한 대학생 아시아 스타 되다

    평범한 대학생에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팔로워만 240만 명에 달하는 스타가 되기까지 6개월도 채 걸리지 않았다. 올해 1월 인터넷에 공개된 중국 웹드라마 ‘상은’으로 지금 중국을 비롯해 아시아 전역에서 가장 ‘핫’한 스타로 떠오른 쉬웨이저우(許魏洲·22) 얘기다. 그가 25일 서울 KBS아레나에서 단독 콘서트 ‘퍼스트 라이트 아시아 투어 2016 인 서울’을 열었다. 티켓 3000장은 이달 초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다. 콘서트 전날인 24일 오후 그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호텔 로비에는 그를 잠깐이라도 만나기 위해 기다리는 여성 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지난번에 왔을 때 혼자서 서울 가로수길을 걷고 있는데 한 한국 분이 저를 알아보시더라고요. 그러더니 한 명이 곧 10명이 되고 10명이 곧 100명이 돼서…. 당황했지만 기분은 좋았죠.” 쉬웨이저우는 3월에도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공식적으로 알리지 않은 개인 스케줄이었지만 당시 인천국제공항은 그를 보러 나온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그는 “그때도 정말 깜짝 놀랐지만 이번에는 팬 분들이 따로 플랜카드까지 준비해 주셔서 더 놀랐다. 한국 팬들은 예의도 바르고 열정적이다. 정말 감동했다”고 말했다. 그의 데뷔작인 ‘상은’은 10대 소년들의 동성애를 직접적으로 묘사한 파격적인 장면들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날 인터뷰에서 쉬웨이저우 측은 “‘상은’에 관한 질문은 받지 않겠다. 아티스트로서의 모습에 집중해달라”며 데뷔작의 흔적을 애써 지우려는 모습이었다. ‘상은’이 저예산으로 제작된 웹드라마이고 현지 동영상 사이트에서 갑작스레 삭제될 정도로 논란을 빚었다는 점을 의식하는 듯 했다. 실제로도 그는 최근 자작곡이 포함된 데뷔 앨범을 발표하고 아시아 투어 콘서트를 하는 등 가수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쉬웨이저우는 “연기는 전공을 했기 때문에 내가 배워온 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예전에 밴드를 결성해 공연을 해본 경험이 있을 정도로 가수는 오랜 꿈 중 하나였다”며 “가수 활동은 더 직관적이고, 팬들과 직접 만나서 호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번 콘서트에서는 팝부터 록까지 다양한 장르를 준비했다. 한국어 인사도 준비했다”는 그는 ‘사랑해요’ ‘안녕하세요’ 등 몇 가지 인사를 꽤 정확한 발음으로 말했다. “한국 문화 중에 좋아하는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런닝맨’ ‘강호동의 러브레터’ 등 예능 프로그램을 줄줄이 대며 개구지게 웃던 그는 “한국 배우 중에는 하정우 씨를 좋아한다. ‘추격자’와 ‘황해’를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저는 원래 꿈만 많은 평범한 학생이었어요. 갑자기 이렇게 인기를 얻고 나서 인생은 정말 예측할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외출할 때 좀 불편하긴 하지만, 주변에 절 돕는 분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앞으로 연기와 가수, 가리지 않고 열심히 활동하려 합니다. 그러다보면 중국의 문화를 한국에 좀더 많이 알릴 수 있지 않을까요?”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6-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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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 여배우 없다는데… 그녀만의 영화를 만든다

    한쪽은 “여배우 기근”이라고 하고, 다른 쪽은 “맡을 배역이 없다”고 한다. 여배우를 둘러싼 한국 영화계의 역설이다. 김혜수(46)는 이런 상황에서도 ‘김혜수만이 맡을 수 있는 배역’을 만들어 내며 새로운 영역을 구축해 나가고 있는 배우다. 29일 개봉하는 ‘굿바이 싱글’(15세 이상) 역시 연출을 맡은 김태곤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김혜수가 하지 않는다고 하면 불가능했을 영화”다. 영화의 주인공 주연은 10대 시절부터 톱스타였던, 이제는 전성기가 살짝 지났지만 여전히 화려한 삶을 살고 있는 여배우다. 영화는 연하남과 사귀다 차인 주연이 갑자기 진짜 내 편, 내 아이를 갖겠다고 선언하며 벌어지는 일을 코믹하게 그렸다. 김혜수는 인터뷰에서 “김혜수처럼 보이는 모습은 배제하려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제멋대로 철없는 소녀 같다가 쓸쓸하고 지친 맨얼굴을 보이고, 다시 또 훌쩍 성장해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당당히 나서는 영화 속 주연은 그가 지난 30년 동안 맡아온 배역들의 종합판처럼 보인다. 1986년 ‘깜보’를 통해 밤무대에서 노래하는 불량소녀로 데뷔한 그는 ‘닥터 봉’ ‘짝’ 등 로맨틱 코미디에서 당당하고 발랄한 싱글 여성의 대명사로 20대를 보냈다. 2006년 ‘타짜’에서 “이대 나온 여자예요”라고 말하는 섹시한 마담으로 변신해 연기력과 흥행 모두 인정받으며 30대 여배우 중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다. 그는 ‘차이나타운’(2015년)에서는 자신의 ‘무기’였던 섹시한 몸매와 미모 대신 넉넉한 뱃살과 망가진 외모를 앞세워 ‘여성 누아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냈다. ‘굿바이 싱글’은 여기에다 김혜수, 나아가 여배우에 대한 선입견을 풍자하며 웃음을 끌어내고, 김혜수는 그런 순간을 여유 있게 연기해낸다. 영화 속, 주연을 클럽에서 마주친 젊은 여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화석이니? 근데 몸매는 ‘쩔더라(좋더라)’. 가슴 봤어?” 김 감독은 “이 장면 촬영 전에 김혜수 씨가 혹시라도 기분 나빠 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너무나 시원하게 ‘그런 말 자주 들어!’라며 재미있어 했다”고 전했다. 영화 속 주연이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40대 여성이면서 한참 어린 연하남과 열정적인 키스를 하는 모습이 공존할 수 있는 것도 김혜수라는 배우의 힘에 기댄 바가 크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갓 데뷔한 10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김혜수는 나이와 관계없이 여전히 매력적인 싱글 여성의 면모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며 “엄마 역을 맡아도, 조직폭력배 두목 역을 맡아도 여전히 여성으로서의 매력, 특히 남자에게 기대지 않는 당당한 매력이 있다”고 평했다. ‘타짜’에서 그에게 정 마담 역할을 맡겼던 최동훈 감독의 말이다. “‘타짜’ 때는 정 마담이 분량은 많지 않아도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그런 연기가 가능한 배우는 그때도 김혜수 씨밖에 없었다. 가장 놀라운 건 그 아우라를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과 배역에 늘 헌신적이다. 보는 사람이 집중하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특히 요즘은 30년 동안의 연기 내공이 느껴진다.” 김혜수의 앞으로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이유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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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약자 차별-비하 표현 ‘인터넷→방송→대중’ 확대 재생산

    “무는 얼굴을 다 갈아버린 고야.” 지상파 개그 프로에서 ‘인기 없는 여자(무)’의 해법은 성형뿐이라고 외치고(KBS2 ‘개그콘서트’ 중 ‘요리하는 고야’ 코너), 케이블TV 오디션 프로에서는 “늙은이 미친 객기” 같은 가사가 여과 없이 방송된다(엠넷 ‘쇼미더머니’). 명품만 선호하며 사치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인 ‘된장녀’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지 10년이 지났다. 2006년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이 단어는 ‘루저녀’(남자를 무시하는 여성) ‘김치녀’(몰상식하고 이기적인 한국 여성) 등 젊은 한국 여성 일반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확대, 재생산됐다. ○ ‘된장녀’ 10년, 퇴행하는 대중문화 이 같은 차별·비하 표현은 사람들 사이에도 깊이 파고든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업체인 엠브레인과 동아일보가 20∼40대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된장녀, 김치녀 등 인터넷에서 만들어진 차별·혐오 표현을 실제 사용해 봤다는 사람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 51.4%였다. 이 중 된장녀를 사용해본 사람이 208명으로 가장 많았고 김치녀가 110명으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된장녀나 김치녀를 실제 만나 봤다는 사람은 각각 160명과 81명으로 해당 단어를 사용해 본 사람보다 수가 적었다. “왜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느냐”는 질문에도 “하는 행동이 그냥 그렇게 보인다” “이상한 사람” “무개념” 등 모호하거나 실제 정의와 다른 답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만나본 적이 없는 불특정한 인물을 비난하기 위해 해당 단어를 추상적으로만 사용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된장녀라는 표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라는 질문에는 ‘나와 생각이 다른 상대방을 무시하는 분위기 확산’(30.4%) ‘저급한 인터넷 문화 확산’(21.8%)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 형성’(14.8%) 순으로 답했다. 인터넷상에서 차별·혐오 표현은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인터넷 혐오·차별 표현 시정요구 건수는 2013년 622건에서 2015년 891건으로 20% 이상 증가했다. 대상 역시 “국제 ×녀” “발정난 ×××” 등 특정 성(性)이나 “×××는 미개한 바퀴벌레 종족”처럼 외국인은 물론이고 장애인, 일본군 위안부, 독립운동가, 특정 지역까지 광범위하다.○ ‘뉴 노멀’ 시대, 도덕 기준도 하향 평준화 문제는 인터넷의 이런 차별·비하 표현이 파급력이 큰 TV 프로그램에 곧바로 반영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KBS ‘개그콘서트-사둥이는 아빠 딸’ 코너에서는 딸이 “나는 김치녀가 될 거야”라고 말하는 장면을 그대로 내보냈다가 논란을 빚었다. 최근 인기 드라마의 여자 주인공은 막무가내이면서 남자에게 무작정 의존하는 김치녀의 특성을 그대로 갖고 있다.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는 ‘호랑이띠로 태어난 남자와 잠자리를 하면 운명이 바뀐다’는 점괘를 맹신하는 보늬(황정음)가 주인공이다. tvN ‘또, 오해영!’에서는 주인공 해영(서현진)이 수시로 술을 마시고 직장동료나 상사를 가리지 않고 난동을 피운다. 한 방송사 PD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비슷한 콘텐츠가 많다 보니 ‘(시청률을 위해) 논란이 될 만한 것도 해볼까’ 하는 유혹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중문화를 연구해 온 김수아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는 “인터넷 문화는 일종의 하위문화로 국민 전체의 여론을 반영한다고 보기 힘든데도 방송 관계자들이 ‘유행을 반영한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문화를 여과 없이 TV에 반영하면서 방송에 특정한 편파성이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임옥희 경희대 객원교수는 심각해지는 차별과 혐오 현상에 대해 “경제 불황기 사회 구조에 저항할 여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끼리 끊임없이 갑을 관계를 재정립하며 자신의 우월함을 확인하는 것”이라며 “‘뉴 노멀’ 시대(저성장이 일상화된 시대)에 도덕 기준까지 하향 평준화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새샘 iamsam@donga.com·김배중·김윤종 기자}

    • 201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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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중합작 ‘쿵푸로봇’…윤제균 감독이 메가폰

    ‘해운대’ ‘국제시장’ 등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47)이 차기작으로 한중합작영화 ‘쿵푸로봇’을 연출한다. 12일 오후(현지 시간) 중국 상하이국제영화제 상하이 중화예술궁에서 열린 ‘CJ E&M 한중합작영화 라인업 발표회’에서 ‘쿵푸로봇’의 밑그림이 공개됐다. ‘쿵푸로봇’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청소로봇이 우연히 쿵푸를 배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은 공상과학(SF) 코미디다. 현재 시나리오 작업 중으로 올해 말 촬영을 시작해 2017년 겨울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완다그룹 산하 완다픽처스와 한국의 덱스터스튜디오, CJ E&M이 제작에 참여한다. 윤 감독은 “‘쿵푸로봇’이 중국과 한국, 전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영화 ‘베테랑’과 ‘장수상회’의 중국판 제작 계획, 2017년 개봉 예정인 류승완 감독의 차기작 ‘군함도’의 한중 동시개봉 계획도 소개됐다. 중국판 ‘베테랑’은 중국의 국민배우로 불리는 쑨훙레이(孫紅雷)가 황정민이 연기한 서도철 형사 역을 맡는다. 중국판 ‘장수상회’는 ‘첨밀밀’과 ‘무간도’에 출연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청즈웨이(曾志偉)가 제작 겸 감독을 맡는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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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부르면 안 오고, 안 부르면 굳이 오는 넌… 고양이

    국가 전체가 고양이 ‘덕질’(‘오타쿠’를 말하는 ‘오덕후’와 ‘질’의 합성어로 좋아하는 것을 깊이 파고드는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나라로 일본과 영국이 있다. 영국 BBC에서 내놓는 고양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명목은 고양이 생태 연구지만 실은 그저 고양이를 고화질로 감상하고 싶은 것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고양이를 카메라로 ‘핥는’ 장면들이 가득하다. 일본은 유독 고양이를 앞세운 드라마와 영화가 많다. ‘구구는 고양이다’나 ‘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께하기 좋은 날’처럼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잔잔히 그려낸 이른바 ‘고양이 힐링물’이 대표적이다. 여기서 더해 고양이가 추리를 하고(‘삼색 고양이 홈스의 추리’), 점을 치고(‘검은 고양이, 때때로 카페’), 택시기사가 되는가 하면(‘고양이택시’), 심지어는 사무라이의 동료가 되기도 한다(‘고양이 사무라이’). 올해 1월 BS저팬에서 방송한 ‘고양이와 고와모테’는 고양이 감상을 넘어 ‘고양이 덕질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드라마다. ‘고와모테’는 외모나 분위기가 험상궂어 사람들이 알아서 잘 대해주는 사람을 말하는 일본어. 주인공 겐조(다나카 고지)는 사람들이 길에서 슬슬 피하는 고와모테 그 자체지만 속은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캉말캉한 중년 남자이자 고양이 ‘덕후’다. 그는 홀로 고양이마을부터 고양이학교까지 도쿄 곳곳의 고양이 명소를 방문한다. 그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황홀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올드팝 명곡이 울려 퍼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가 대체 뭐기에?’라는 생각이 들기 마련이다. 9일 개봉한 일본 영화 ‘고양이는 불러도 오지 않는다’(전체 관람가)는 이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영화다. ‘개파’였던 복싱선수 미쓰오(가자마 슌스케)가 새끼고양이 두 마리를 ‘냥줍(고양이+줍다)’한 뒤 변해 가는 일상을 그렸다. 제목 그대로 고양이는 부르면 안 오고, 안 부를 때는 굳이 오는 동물이다. 무릎에 철썩 붙어 애교도 피우고 퇴근하면 마중도 나오지만 충성이나 복종이 아니라 대등한 높이에서 관계를 맺는다. 그렇기에 고양이와 인간이 서로 마음을 열고 일상을 허락하는 과정은 마치 인간 사이의 연애처럼 섬세해야 하고, 때론 좌절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그만큼 소중하다. 여름이면 땀처럼 털을 뿜을지라도, 주인이 아니라 집사 취급을 할지라도, 고양이 끼고 드라마를 볼 수 있음에 그저 감지덕지한 이유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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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 참정권을 향한 ‘인류 절반’의 투쟁사

    영국 런던의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모드(케리 멀리건)는 평범한 주부이자 노동자다. 남자보다 더 위험한 일을 하며 훨씬 적은 임금을 받고, 공장장의 일상적인 성추행을 견뎌야 하지만, 그래도 아이와 남편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모드는 거리에서 백화점 쇼윈도를 깨며 여성에게 투표권을 줄 것을 외치는 무리와 마주친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서프러제트’(12세 이상)는 평범한 주부 모드가 서서히 바뀌어가는 과정을 통해 20세기 초 영국에서 여성 참정권 운동을 펼친 여성들, 서프러제트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서프러제트(suffragette)는 참정권을 뜻하는 단어 ‘suffrage’에서 나온 단어로 1860년대에 등장했다. 1900년대 초까지도 운동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결국 서프러제트들은 우편함 폭탄 설치 같은 과격한 수단까지 동원한다. 여성에 대한 억압은 일상적이고, 그래서 더 고달프다. 모드와 다른 서프러제트들은 시위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남편의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아이를 남편에게 빼앗긴 채 일방적으로 집에서 쫓겨나기도 한다. 시위에 참여하는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며 욕하는 다른 여자들의 질시도 견뎌야 한다. 시종일관 차분하면서도 눈을 뗄 수 없고, 결말은 관객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이처럼 극적이고 감동적인 실화, 심지어 영화 속 모드의 대사처럼 “인류 절반”의 투쟁 역사가 왜 이제야 영화화됐는지 의아할 정도다. 6월 7일은 150년 전 최초의 서프러제트들이 영국 의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여성 참정권 운동이 시작된 바로 그날이라고 한다. 150주년을 기념하는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기사 제목은 다음과 같다. ‘서프러제트가 150년 전 전투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정치계엔 남자가 더 많습니다: 이제 바꿉시다.’ ★★★★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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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술한듯 인간적인 숙희역에 푹 빠졌어요”

    “1500 대 1이라는 숫자(영화 ‘아가씨’의 하녀 숙희 역 공개 오디션 경쟁률)가 저를 너무 대단한 사람으로 만드는 거 같아요. 실은 저 그냥 ‘운발’ 인생이거든요.” 순제작비 120억 원짜리 영화, 그것도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작품으로 데뷔하고 칸국제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은 신인 배우의 과한 겸손인가 싶었다. 하지만 배우 김태리(26)의 ‘운발’론은 꽤 근거가 탄탄했다. “어른들이 말리는데도 실업계 고교로 진학했고, 고교 때 전공(그래픽디자인)이 적성에 안 맞는 것 같아 대학(경희대 신문방송학과)에 가놓고는 불쑥 연극이 좋다며 배우가 되겠다고 했죠. 이기적이라 할 만큼 제 생각대로 저지르는 편인데 늘 운이 좋았어요.” 대학 연극동아리에서 키우기 시작한 배우의 꿈은 2011년 극단 이루 입단으로 이어졌다. “대학 때 연극이 너무 좋다 보니 주변의 모든 사물이 연극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더라고요. 평생 재미있게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처음 극단 스태프로 일할 땐 한 달 교통비를 겨우 벌며 다녔는데 원래 돈은 없으면 생기겠지, 하는 편이라….” 어찌 보면 태평하고, 어찌 보면 담이 큰 성격은 ‘아가씨’ 오디션과 촬영 현장에서도 도움이 됐다. “태리는 시키는 대로 하는 성격이 아니다”라는 박 감독의 평가를 전하자 그는 씩 웃었다. “‘왜요?’라고 묻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물었을 때 얻는 답이 제게 도움이 되잖아요. 현장에서 감독님은 제게 어려운 분이 아니셨어요. 이것저것 만들어 나가는 재미가 있었어요.” “처음엔 제가 할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숙희 역은 그렇게 ‘김태리화’했다. 그는 “아가씨 히데코는 어린 시절의 기억에 갇혀 있고, 히데코의 숙부나 사기꾼 백작은 쾌락과 돈을 위해 움직인다. 숙희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간적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허술한 아이라서 좋았다”고 했다. 영화 속 숙희가 등장하는 장면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눈을 빛내는 그는 아직 숙희 역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영화 촬영 전 워크숍에서 일본 영화 ‘방랑기’를 봤는데, 주인공 캐릭터가 정말 흥미로웠어요. 애환이 있으면서도 익살맞고…. 어젯밤에 또 ‘나는 언제쯤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며 그 영화 생각이 나더라고요. 다채로운 인간을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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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 흥행코드… ‘브로맨스’ 지고 ‘백합’이 대세

    이제는 ‘브로맨스’ 대신 ‘백합’이다? 최근 영화, 드라마, 웹툰 같은 대중문화에서 여성 간의 사랑을 다룬 콘텐츠인 이른바 백합물이 인기다. 백합물이 남자와 남자 간의 애틋한 감정을 다룬 ‘브로맨스’(‘brother’와 ‘romance’의 합성어)에 이어 새로운 흥행코드로 떠오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는 개봉 6일 만인 6일 200만 관객을 모았다. 이 영화는 귀족 아가씨 히데코(김민희)와 그를 속여야 하면서도 그에게 사랑을 느끼는 하녀 숙희(김태리) 사이의 갈등과 사랑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12월 공개된 웹드라마 ‘대세는 백합’은 현재까지 네이버 TV캐스트에서 조회수 260만 건(총 8회)을 넘겼다. 아이돌 연습생 경주(김혜준)와 전직 걸그룹 멤버 세랑(정연주)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 코미디다. 2월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캐롤’은 1950년대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캐롤(케이트 블란쳇)과 테레즈(루니 메라)의 사랑을 다룬 영화다. 해외 멜로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국내에서 30만 명이 넘게 보며 흥행에 성공했다. 백합물의 강세는 안방극장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4월 종영한 SBS 드라마 ‘돌아와요 아저씨’는 극중 조직폭력배 한기탁(김수로)이 청순한 외모의 홍난(오연서)으로 되살아나 기탁의 옛 사랑 여배우 이연(이하늬)을 돕는다는 백합 코드를 첨가했다. 홍난과 이연은 드라마 팬들에게 ‘홍연 커플’로 불리며, 팬들의 각종 패러디물(팬아트, 팬픽, 팬무비)을 양산하기도 했다. 백합물의 인기는 지난해 ‘걸 크러시(girl crush·여성이 여성에게 반해 팬덤을 형성하는 현상)’의 연장선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지난해 MBC ‘진짜 사나이―여군특집’, 엠넷 ‘언프리티 랩스타’ 등이 인기를 끌며 걸 크러시가 대중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로 부각됐다. ‘대세는 백합’을 공동 연출한 윤성호 감독은 “걸그룹만 해도 여성 팬이 충성도가 가장 높다. 이 같은 ‘걸 크러시’가 떠오르면서 레즈비언 서사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거부감이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백합물이 주는 전복적 재미도 인기 요인으로 꼽힌다. ‘돌아와요 아저씨’의 제작사 신영E&C의 손재성 이사는 “극중 기탁이 다시 남자로 환생해서는 재미가 없다고 봤다. 아저씨가 여성으로 환생해 옛 사랑을 만났을 때 극적인 재미가 더 살아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설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로맨스가 더 이상 새롭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도 백합물이 주목받는 이유다. 하지만 백합물이 여성과 성소수자를 대상화할 위험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베드신이나 키스신 등 자극적인 장면을 중심으로 흥미 위주로 소비된다는 것이다. 강유정 영화평론가는 “‘아가씨’의 흥행 요인 중 하나는 ‘김민희 같은 유명 여배우가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였다’는 점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 것”이라며 “최근 백합물의 인기는 이처럼 이성애자 중심 시각에서 재미 위주로 동성애를 그리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백합물 ::여성 간의 동성애를 소재로 한 문화 콘텐츠를 이르는 말. 일본에서 남성 동성애를 장미, 여성 동성애를 백합에 비유한 것에서 유래했다. 1990년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 ‘세일러문’ ‘소녀혁명 우테나’ 등을 여성 동성애 코드로 재해석한 팬들의 창작물이 등장하며 사용되기 시작했다. 걸스러브(Girls‘ Love)의 약자인 GL물과 같은 뜻이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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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자아이들의 세계, 아이 눈높이에서 보듬고 관찰

    초등학교 4학년은 복잡한 나이다. 남자아이보다 좀 더 빨리 사춘기가 시작되는 여자아이에게 특히 그렇다. 어른들의 세계에 물들기 시작한 아이들은 성적이나 외모, 집안 형편으로 서로 편을 가르기 시작한다. 16일 개봉하는 ‘우리들’은 딱 그맘때, 조금씩 철이 들기 시작한 여자아이들의 세계를 아이의 눈높이에서 관찰하고 보듬는 영화다. 학교에서 늘 외톨이인 선이(최수인)는 여름방학이 시작하는 날 전학생 지아(설혜인)를 만난다.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지 않지만 가족끼린 친밀한 선이와, 용돈은 많이 받지만 부모님이 이혼한 뒤 할머니의 돌봄을 받으며 사는 지아는 금세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친해진다. 하지만 인기도, 성적도 1등이지만 선이를 유독 미워하던 보라(이서연)가 영어학원에서 지아를 만나 친해지면서 지아와 선이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한다. 카메라는 아이들의 키에 맞춰져 있어 어른들은 허리쯤까지만 비추곤 한다. 영화는 두 소녀가 서로 좋아하고, 질투하고, 미워하며 상처받는 과정을 담담히 보여주지만 어른의 관점에서 섣불리 개입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이 보는 어른들의 뒷모습을 통해 아이들의 다툼이 결코 어른의 그것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점을 전하며 용기와 화해의 메시지를 확장해낸다. 이번이 장편 데뷔작인 윤가은 감독은 되도록 연기 경험이 적은 아역으로 캐스팅을 했다. 날것의 감정을 끌어내기 위해 장면 대부분을 대본을 보여주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하며 즉흥연기를 유도했다. 덕분에 화면에는 인공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는 아이들의 진짜 표정과 감정이 가득 담겼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촬영 방식, 맑고 부드러운 화면 등 언뜻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아이들의 세계를 철저히 존중한다는 점에서 ‘우리들’은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보다 더 솔직하다. 올해 제6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아동·청소년 영화 섹션인 제너레이션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 5개 만점) 이새샘기자 iamsam@donga.com}

    • 2016-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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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언노운 걸’, 자신과 주변을 변화시키는 죄책감과 책무에 관한 영화”

    “오늘은 통역사가 혼자 말할 거예요. 사실 우리가 말하는 프랑스어는 언어가 아니라 짖는 소리일 뿐이거든요.”(뤼크 다르덴) 최근 프랑스 칸에서 만난 장피에르(65), 뤼크 다르덴(62) 형제는 유쾌했다. 기자의 질문에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띤 채 답하는 형제는 냉철한 시선을 유지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신뢰를 담고 있는 본인들의 영화와 닮아 있었다. “우리는 실은 한 몸인데 사람들이 믿어주지 않는다”라는 우스갯소리가 믿길 정도로 두 사람의 답변은 마치 한 사람처럼 때론 이어지고, 때론 서로를 보충했다. 형제 감독이 연출한 열 번째 장편 극영화 ‘언노운 걸’이 올해 제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언노운 걸’은 벨기에 리에주 지역의 한 동네 의사 제니(아델 에넬)가 진료시간이 지나 찾아왔다는 이유로 무심코 지나쳤던 한 소녀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소녀의 정체를 추적하기 시작하며 벌어지는 일을 담았다. ―‘언노운 걸’은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실제 의사로 일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친구가 아는 의사 중에 중학교에서 벌어지는 마약 거래 실태를 밝혀낸 사건이 있었는데, 방문 진료를 하는 일반 개업의여서 그런 일을 할 수 있었다는 거다. 죽음을 지연시켜야 할 의무를 지닌 의사가 자기가 그냥 지나친 탓에 환자가 죽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출발해 죄책감과 책무(accountability)의 문제를 탐구하려 했다.” ―영화 속에서 제니는 범인을 찾는 대신 소녀의 정체를 추적한다. “수사물을 만들려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사다운 이유에서 행동하도록 설정했다. 소녀의 이름을 찾는다는 것은 소녀를 원래의 인생, 그가 속해 있던 공동체로 회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제니는 죄책감으로 자기연민에 빠지는 대신 실제 행동에 나서고, 그를 통해 주변을 모두 변화시킨다.” ―그동안 인간의 죄책감을 주제로 많이 다뤄 왔다. “다루면 안 되는가?(웃음) 죄책감은 다른 동물과 인간을 구분하는 특징이다. 인간은 다른 사람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타인에 대해 뭔가를 빚졌다고 느끼기도 하지 않나. 현대사회의 질병 중 하나는 무관심이다. 오로지 자기 자신의 흥미만 내세우는 것 말이다. 우리가 타인에게 빚졌다는 사실, 새장을 깨고 나와 진정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타인이 돕는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열 번째 장편 극영화고, 30년 이상 작품 활동을 해 왔다. 그동안 세계관이나 인간관이 바뀌었다고 느끼지는 않는가. “와, 큰 질문이다. 답하기 어렵지만…. 세상이 멸망할 거라는 얘기는 싫어한다. 너무 속도가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세상은 진보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적으로 어린이들이 과거보다 더 많이 교육받고 있지 않나.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칸=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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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새샘 기자의 고양이끼고 드라마]고통이 클수록 돋보이는 ‘영웅다움’

    현대의 신화라 할 수 있는 히어로물을 인간의 영역으로 끌어내려 반전의 묘미를 주는 마블의 실험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친구를 위해, 혹은 복수를 위해 서로 피터지게 싸우고(‘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히어로들의 권리 찾기 투쟁에 나선다(‘엑스맨’ 시리즈). 능력에 걸맞지 않은 인간적인 고뇌와 상처는 요즘 히어로물의 필수 요소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제시카 존스’와 ‘데어데블’은 여기서 한 발짝 더 나간다. 아예 흔히 트라우마라고 부르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그 자체가 드라마의 핵심이다. 앞서 언급한 히어로물과 비교하면 능력은 한참 부족한데, 고뇌의 깊이는 결코 부족하지 않다. 제시카 존스의 제시카(크리스틴 리터)는 뉴욕 헬스키친 지역의 사립탐정이다. 알코올의존증에 가까운 술고래에 타인을 밀어내는 외로운 영혼, 하드보일드 소설 속 탐정 모습 그대로다. 어릴 적 사고 이후 엄청난 근력과 점프력 등 초능력을 지니게 됐지만 마음을 조종하는 초능력자 킬그레이브에게 이용당해 자신의 능력으로 사람들을 해친 과거가 있다. 그의 상태는 성폭행 피해자와 닮아 있다. 신체의 통제권을 완전히 잃은 채 조종당했기에 무력하고 나약했던 자신에 대한 수치심으로 스스로를 학대하고 자기 안으로 숨어드는 것이다. ‘데어데블’의 매슈, 혹은 데어데블(찰리 콕스)은 낮에는 헬스키친의 신참 변호사, 밤에는 히어로로 활약한다. 시각장애인이라는, 히어로로서는 꽤 큰 신체적 약점을 갖고 있지만 대신 청각이나 후각, 촉각 등 시각 외의 모든 감각이 압도적으로 발달해 있다. 하지만 그뿐, 딱히 주먹이 강하거나 힘이 센 것은 아니다. 그는 무력하게 아버지를 잃었던 어린 시절을 곱씹으며 끊임없이 훈련하고 스스로를 단련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는 건 두 히어로뿐만이 아니라 도시 전체다. 두 드라마의 배경은 또 다른 마블의 작품 ‘어벤져스’ 1편 이후, 어벤져스와 외계 종족의 싸움으로 뉴욕에 핵무기가 떨어질 뻔했던 이른바 ‘뉴욕 사건’ 직후다. 마치 9·11테러 직후처럼 도시는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평범한 시민들은 고통받고, 악당들은 혼란을 틈타 활개 친다. 그렇기에 두 드라마는 주인공이 사건을 파헤치며 스스로의, 나아가 도시의 트라우마를 치유해 나가는 심리극으로도 읽힌다. 제시카 존스는 제시카가 킬그레이브의 또 다른 피해자를 도우면서, 데어데블은 황폐화된 도시가 재개발되는 틈을 타 벌어지는 건설회사 비리 사건을 파헤치며 시작한다. 둘의 영웅다움은 고통이 클수록 부각된다. 인간을 영웅으로 만드는 요건―고난 앞에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마블은 알고 있는 듯하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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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확 망가졌다고요? 코미디는 내 고향”

    미국의 한 라디오 방송국에서 에콰도르 내전 취재를 위해 특파원 프랭크와 기술직원 이안을 파견한다. 허술한 이안이 무심결에 여권과 비행기 표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통에 출국하지 못한 둘은 방송국 건너 레스토랑에 숨어 가짜 뉴스를 꾸며내기 시작한다. 위기를 모면하려 시작한 거짓말은 점점 더 커져 두 사람을 옭아맨다. 국내 영화 팬에게 1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새 코미디 영화 ‘특파원’은 낯설게 느껴질 가능성이 높다. 바람둥이에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프랭크 역을 맡은 배우가 바로 에릭 바나(48)이기 때문이다. ‘뮌헨’ ‘블랙호크다운’ 등에서 근육질 몸매와 진지한 연기로 인기를 끈 그가 왜 코미디를 선택했는지 이해하려면 그의 고향 호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호주 멜버른에 머물고 있는 그는 최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원래 호주에서 코미디언으로 데뷔했다. 돌아가야 할 곳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했다. ―다시 코미디 영화를 택한 이유는…. “코미디 연기를 다시 하고 싶던 차에 ‘특파원’의 대본을 받았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다양한 코미디가 가능한 설정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프랭크는 자신만만한 인물인데 이런 사람일수록 망가지면서 웃길 여지가 많은 법이다.” ―한 번도 웃지 않으면서 웃긴 상황을 연기한다. “맞다. 촬영 내내 웃느라 수없이 NG를 냈다. 오랜 시간 코미디 연기를 안 해서 말 한마디만으로도 이렇게 열 번, 스무 번 웃을 수 있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를 잊고 있었다. 좋은 코미디가 갖는 가치를 다시 깨달았다.” ―전쟁에 대한 언론의 선정적 보도를 지적하는 등 시사적인 주제도 담고 있다. “물론 영화와 똑같은 수준의 일이 벌어지지는 않겠지만,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지 않을까. 영화의 과장된 이야기를 통해 경계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특파원’은 넷플릭스를 통해 처음 공개되고 상영된다. 새로운 방식이다. “‘특파원’은 저예산 독립영화다. 이런 영화들은 아예 배급이 되지 못하거나, 아주 적은 수의 극장에만 걸리는 경우가 많다.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는 건 많은 관객에게 다가갈 기회를 얻는다는 의미다. 이런 방식이 창작자에게 개성을 담은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줄 거라고 생각한다.” ―한국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을 인상 깊게 봤던 기억이 있다. 다른 나라에 팬들이 있다는 말을 듣는 건 언제나 즐겁다. 한국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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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세상 만물은 신의 뜻? “살기 위해 진화했을 뿐”

    영화 ‘곡성’에는 해골 모양으로 시드는 금어화가 나온다. 악마나 귀신의 짓인가 하며 섬뜩해하는 사람들에게 리처드 도킨스라면 이렇게 말할 가능성이 높다. “착각하지 마. 그냥 우연히 그런 모양이 된 것일 뿐이라고!”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는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진화학자인 그가 영국왕립연구소에서 진행한 대중 과학강연 내용을 정리하고 보강한 책이다. 자연선택과 돌연변이, 복제 등 진화론과 관련된 개념을 거미줄부터 동물의 날개, 눈까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대중강연을 바탕으로 한 덕에 이해하기 쉬운 데다 꽤 냉소적인 농담까지 양념처럼 더해져 잘 읽힌다. 책의 의도는 어찌 보면 단순하다. 생물체나 자연현상을 보고 ‘신의 뜻 혹은 위대한 자연의 설계가 작용했다’고 생각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을 ‘그건 당신의 착각’이라고 일깨우는 것이다. 경제적 효율성이 뛰어난 벌레잡이풀의 생김새부터 진화론의 아버지 다윈조차도 경이롭게 느꼈던 정교한 눈의 구조까지 모두 생존을 위해 가장 효율적인 길을 찾아 조금씩 전진한 진화의 결과물일 뿐이다. 진화의 꼭대기에 있기에 결과물만 보면 경이롭지만 실은 수만, 수억 년의 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책 말미에 저자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무리 까다롭고, 올라야 할 (진화의) 절벽이 아무리 가파르더라도 천천히 한 걸음씩 내딛다 보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신 혹은 설계자의 존재를 부정하는 진화론이야말로 어찌 보면 자연과 인간에 대한 가장 강력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 이론이라는 점을 상기하게 한다.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 2016-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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