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식

박해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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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이 챔피언. 여러분의 건강한 하루를 위해 ‘피와 살’이 되는 건강 정보를 발굴해 전달하겠습니다.

pistols@donga.com

취재분야

2025-11-07~2025-12-07
건강98%
보건2%
  • 女, 더 향긋한 체취 풍겨 男 사로잡는 ‘때’ 있다…도쿄대 연구

    ‘썸’ 타는 남자에게 고백하거나 배우자에게 원하는 게 있을 때 성공 확률을 높이는 간단한 비결이 있는지도 모른다. 여성의 체취는 생리 주기에 따라 달라지며, 특히 배란기 여성의 냄새를 남자들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일본 도쿄 대학교 연구진은 여성 참가자 21명을 모집해 한 달 동안 생리 주기의 4단계에서 각각 겨드랑이 냄새를 채집했다. 전문 장비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배란기(생리 주기가 28일인 경우 14일 째)에 세 가지 향 성분이 집중적으로 증가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이 향들은 각각 꽃향기, 비누 냄새, 신선한 느낌을 주는 특징이 있다. 연구자들은 배란기에 세 가지 화합물 즉, (E)-젤라닌 아세톤((E)-geranylaceton), 테트라데칸산(Tetradecanoic acid), (Z)-9-헥사데센산((Z)-9-hexadecenoic acid)이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화합물들이 에스트라디올·프로게스테론과 같은 여성 호르몬, 혈중 아미노산, 인지질 등의 농도를 변화시켜 평소와 다른 몸 냄새를 유발 하는 것으로 여겨진다.불쾌한 겨드랑이 냄새에 이들 향을 추가해 남자들에게 맡게 하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남자들은 배란기 체취를 평소 여성의 냄새보다 더 쾌적하게 느끼고, 해당 체취와 연결된 여성의 얼굴 사진을 더욱 여성답고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스트레스 완화 효과도 있어 남자들의 침에 들어 있는 스트레스 생체 지표인 아밀레이스 수치 증가가 억제됐다.연구진은 “여성의 배란기 동안 증가하는 체취 성분 세 가지를 확인했고, 이들이 원래의 불쾌한 겨드랑이 냄새를 완화시켜 배란기의 체취가 남성에게 가장 쾌적하게 인식되도록 만들었다”며 “또한, 이 성분들은 남성의 적대감과 스트레스를 줄이고, 여성의 얼굴 사진에 대한 긍정적인 인상을 강화시켰다”라고 설명했다.도쿄 대 응용생물학과와 국제신경지능 연구센터가 공동 수행한 이번 연구는 인간에게 ‘페로몬’이 존재한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아니지만, 배란기 동안 증가하는 특정 향 성분이 남성의 기분과 인식에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연구를 이끈 도쿄 대 생리학자이자 신경과학자인 도하라 카즈시게 교수는 “배란기 동안 증가하는 화합물이 인간 페로몬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페로몬의 고전적 정의는 특정 행동 또는 생리적 반응을 유도하는 종(species) 특이적 화학 물질이다”라며 “우리가 발견한 성분들이 인간에게만 작용하는지 여부는 아직 불분명하다. 다만, 이 성분들이 사람의 행동과 생리 반응에 유사한 영향을 주는 ‘페로몬 유사 화합물’일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이와 비슷한 맥락의 연구는 전에도 있었다.배란기 여성의 목소리나 얼굴이 더 매력적으로 평가되는 경향이 있다는 다른 연구 결과가 그것이다.이번 연구는 그 연장선에서, 후각을 통한 무의식적 소통 가능성에 주목한다. 체취의 변화는 단순히 냄새를 좋게 만드는 것을 넘어, 남성과 여성 간의 무의식적인 소통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이러한 신체적 변화는 배란기에 이성을 끌기 위한 자연적 변화 메커니즘으로 해설될 수 있다”며 “얼굴 매력이 낮은 여성의 경우 체취 신호가 보다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는 배란기 체취와 신체적 변화가 결합하여 이성의 관심을 끄는 전략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썼다.그렇다고 ‘여성이 향기로 남성을 조종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 연구는 우리 몸이 얼마나 섬세하고 복잡하게 설계되어 있는지를 알게 해 준다.연구결과는 국제 학술지 ’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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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시간 이상 자면 건강에 독? 알고 보니 ‘오류’

    성인에게 권장되는 수면 시간은 하루 7~9시간이다. 잠이 부족해도 문제이지만 지나쳐도 건강에 나쁘다는 게 정설이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수면 연구자들은 너무 많이 자는 것이 심장병, 우울증, 뇌졸중, 조기 사망과 관련이 있다고 경고해 왔다. 9시간 이상 자면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그런데 이러한 결론이 근본적인 오류를 토대로 도출됐을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연구들은 대개 수면 시간을 참가자들의 자가 보고에 의존했는데, 실제 사람들은 자기 수면 시간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국제 학술지 에 발표한 새로운 연구는 건강 지표 추적기(피트니스 트래커)를 1주일 동안 착용한 성인 8만 8461명의 수면 데이터를 수집하고 약 7년 동안 이들의 건강 상태를 추적했다. 분석 결과 밤에 8시간 이상 잔다고 응답한 사람 중 약 22%가 실제로는 6시간 이하만 잤다. 이들은 침대에 머문 시간을 수면 시간으로 착각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가짜 장시간 수면자’들이 기존 연구에서 질병 발생 비율을 왜곡시켰고, 결과적으로 과도한 수면의 위험성에 대한 잘못된 경고로 이어졌다는 것이 이번 연구를 진행한 학자들의 해석이다.객관적 데이터를 통해 수명 시간이 긴 것으로 확인 된 사람들을 따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기존에 지적된 건강 위험이 대부분 사라졌다.활동 추적기로 실측 해 드러난 수면의 진실50만 명 이상의 건강 의학 정보를 담고 있는 영국 바이오 뱅크의 자료를 분석한 이번 연구는 앞서 밝혔듯 건강 지표 추적기를 통해 수면 시간뿐만 아니라, 취침 시각, 수면 리듬의 안정성, 깊은 수면의 정도, 수면의 단절성(수면 중 깨어난 횟수) 등 다양한 정보를 정밀하게 추적했다.이를 통해 172가지 질병이 다양한 수면 문제와 관련이 있음을 밝혀냈다. 이중 92가지 질병에서 발병 원인의 약 20%를 수면 문제로 설명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밝혔다.몇 시간 잤느냐보다 수면 리듬이 더 중요가장 중요한 발견은 권장 수면 시간 충족 여부 보다 수면 리듬이 더 중요한 위험 요인이라는 점이다.예를 들어 자정이 넘어 0시30분 이후로 잠드는 불규칙한 수면 습관은 간경병증 위험을 2.57배, 낮은 일간 안정성(하루하루의 활동 패턴이 얼마나 규칙적인지를 수치로 나타낸 것. 쉽게 말해 매일 같은 시각에 자고 일어나며, 비슷한 시간대에 활동을 반복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은 괴저(조직 괴사) 위험을 2.61배 높였다.또한 파킨슨병 위험의 최대 37%, 제2형 당뇨병 위험의 36%, 급성신부전 위험의 22%가 수면 리듬 교란에 기인한 것으로 계산됐다. 수면 시간과 관계없는 83가지 질환이 수면 리듬과 연관되어 있었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매우 위험한 질환인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 질환은 이전 연구에선 수면 리듬과의 연관성이 보고된 적이 전혀 없다고 연구진은 말했다.연구를 주도한 중국 인민해방군 제3군 의과대학 연구진은 “이번 연구 결과는 규칙적인 수면의 중요성을 간과해 왔음을 보여준다”며 “이제 좋은 수면을 단순히 수면 시간만으로 정의해선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스터디파인즈, 뉴로사이언스뉴스 등 참조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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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방끈’ 길면 뇌 노화 늦다? “고졸이든 박사든 차이 없어”

    ‘정규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노년기 인지 저하와 뇌 노화 위험이 낮다’는 믿음에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세계적으로 치매 환자 수는 늘고 있다. 인구 증가와 고령화 때문이다. 하지만 발병률은 줄고 있다. 앞선 연구들에 따르면 현재 노인들의 인지 기능은 20년 전보다 향상됐다. 전반적으로 정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아졌고, 이것이 신경퇴행이나 뇌 노화를 직접적으로 막는 데 보호 효과가 있다는 가설이 널리 받아들여졌다.하지만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가 주도하고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교와 구트만 연구소가 참여한 새로운 연구는 이 가설의 기반을 뒤흔든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이 성인이 되었을 때 인지 기능이 더 우수한 경향이 있다. 그렇다고 나이가 들면서 인지 기능 저하가 더디게 나타나지는 않는다.“교육 수준이 높다는 것은 경주의 출발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는 것과 같다. 하지만 일단 경주가 시작되면 그것이 더 빨리 달릴 수 있게 해주거나 지름길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동일한 걸림돌을 만나게 되고 그것들이 (교육 수준에 관계없이) 똑같이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바르셀로나 대학교 의대의 신경과학자 데이비드 바트레스-파즈 교수가 설명했다.연구개요 및 의의바르셀로나 대학교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유럽, 미국, 아시아, 호주 등 주요 33개국에서 50세 이상 성인 17만 795명을 최장 28년간 추적 조사했다. 지금까지 수행한 인지 노화 관련 연구 중 최대 규모에 속한다. 기존 관련 연구는 대부분 표본이 적거나 단일 국가에 국한되어 있어 결과의 일반화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이번 연구는 다양한 국가와 코호트(동일집단)에서 42만 건 이상의 신경심리 검사 및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함으로써 높은 신뢰성과 함께 일반화가 가능하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참가자들은 기억력, 추론, 처리 속도, 언어 능력 등의 인지 테스트를 받았다. 6472명은 MRI를 통해 전체 뇌 용적과 해마·전전두엽 등 주요 기억 관련 영역의 부피도 측정했다.주요 연구결과연구 결과를 보면, 높은 교육 수준은 더 나은 기억력, 더 큰 두개골 내 용적, 그리고 기억에 민감한 뇌 영역의 부피가 약간 더 큰 것과 관련이 있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더 높은 교육 수준이 뇌 발달을 유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원래 생물학적으로 뇌 기능이 우수한 사람들이 더 높은 교육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주목할 점은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집단이 시간 경과에 따라 거의 동일한 속도로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뇌 구조가 노화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다양한 뇌 건강 위협 요인, 평생 동안 관리해야 연구진은 “젊은 시절 교육 수준이 뇌 노화 속도나 구조 변화를 늦추지는 못 한다. 모든 사람의 뇌는 중년과 노년에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변화 한다”라고 지적했다.저명 학술지 에 발표한 이 연구는 정규 교육 수준에 상관없이 평생 동안 뇌 건강 증진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른바 ‘가방끈’이 길다고 해서 뇌의 노화가 예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연구진은 “규칙적인 운동, 지속적인 인지 자극, 사회적 관계 유지, 혈관 위험 요인 예방 등 평생 동안 다양한 위험 요인을 관리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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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걱정 되면 걸어라…“가족력 있는 사람에 더 큰 효과”

    나이 들어 규칙적으로 걷는 습관이 치매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이 높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더욱 두드러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이유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유해한 플라크( 뇌 활동의 부산물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노폐물)가 축적되어 신경 세포의 소통을 방해하고 결국 세포 사멸로 이어지는 심각한 치매의 한 형태다. 전체 치매 환자의 60~70%를 차지한다.시간이 지나면서 더 많은 신경 세포가 사멸함에 따라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기억 상실, 혼란, 성격 변화, 신체적 쇠퇴가 점점 더 심해진다. 근본적인 치료법이 아직 없는 이 질환은 유전적 요인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졌다. 바로 아포지 단백 E4(이하 APOE4) 변이 유전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료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15~25%가 APOE4 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유전자 검사다.연구개요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의 국제 학술대회((AAIC))에서 29일(현지시각) 발표 예정인 이번 연구(학술지 게재 전)는 APOE4 유전형 검사를 받은 70~79세의 고령자 2985명을 10년 동안 추적 관찰하며 걷기가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했다. 참가자들에겐 1년에 한 번씩 걷는 양에 대해 설문했고, 정기적으로 표준화된 인지 능력 테스트를 시행했다.알츠하이머병 유발 원인 APOE4 전체적으로 APOE4 변이 유전자를 가진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인지 능력 저하 속도가 가팔랐다. APOE4 변이 유전자는 대표적인 알츠하이머병 유발인자다. 뇌 활동의 부산물인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노폐물(플라크)을 제거하기 어렵게 만들어 인지 저하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졌다.연구 책임자인 캐나다 캘거리 대학교 신경과학과 교수 겸 캐나다 신경과학, 뇌 건강·운동 부문 연구 책임자인 신디 바르하 박사는 “APOE4 유전자를 두 개 가진 사람은 해당 유전자가 없는 여성과 남성보다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이 각각 12배, 4배 더 높다”고 설명했다.그런데 꾸준히 걷는 사람은 이러한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춰주는 효과가 있었다. 전반적으로 여성이 걷기를 통해 더 큰 이점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걷기, 치매 유전자 가진 사람들에 특히 효과적걷는 양이 10% 증가할 때마다 여성은 ‘복잡한 사고’(complex thinking) 능력 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4.7% 향상되었다. 남성은 2.6% 향상되었다.하지만 APOE4 변이 유전자 보유자에서는 남성이 더 큰 효과를 보였다. 걷는 양이 10% 늘어날 경우, 여성은 ’전반적인 인지’(global cognition) 능력이 8.5% 증가했고, 남성은 12% 증가했다. 연구진은 APOE4 유전자 보유 여성이 걷기의 더 큰 수혜자가 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정반대였다.걷기가 뇌 건강을 지키는 원리…“걷기는 뇌에 주는 비료”바르하 박사는 걷기가 뇌세포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인 뇌유래 신경영양인자(BDNF) 수치를 증가시켜 뇌 건강을 지킨다고 설명했다. BDNF는 뇌세포를 보호하고 성장시키며 연결을 강화하는 단백질로, 특히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BDNF는 뇌에 뿌리는 비료와 같은 존재다. 특히 걷기와 같은 신체 활동을 할 때 자연스럽게 생성되며,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기억력, 학습 능력, 기분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라고 바르하 박사는 말했다.2022년 발표한 한 연구에 따르면, 속도에 관계없이 하루에 약 3800보를 걸으면 치매 발병 위험을 약 25% 낮출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연구는 참가자들의 걷는 속도나 빈도를 추적하지 않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규칙적인 걷기가 유전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강력한 예방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CNN, NBC뉴스 참조)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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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사 공포 없는 백신 접종 방법 찾았다…해답은 ‘치실’

    주사에 대한 공포 없이 백신 접종을 할 수 있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과학자들이 주사기를 대체할 방법을 찾아냈다. 바로 치실이다.미국 텍사스 공과대학교(Texas Tech University·TTU) 연구진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특수 백신 성분이 묻은 치실을 치아와 치아 사이 잇몸에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면역 반응을 유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국제 학술지 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치아와 잇몸이 만나는 부위에 위치한 ‘접합상피’(Junctional Epithelium·JE)’라는 조직을 백신 전달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했다. 이 부위는 조직이 느슨하고 투과성이 높아 백신 성분이 효과적으로 침투할 수 있다.연구진은 치실에 백신 성분(단백질, 불활성화된 바이러스 등)을 코팅해 실험용 쥐의 잇몸 사이에 2주 간격으로 4회 치실 질을 했다. 한 명이 열쇠고리의 금속 링으로 쥐의 턱을 살짝 벌리고, 다른 사람이 쥐의 이빨 사이에 치실을 넣어 문지르는 쉽지 않은 작업이었다.이렇게 백신을 접종한 지 4주 후 50마리의 실험용 쥐에게 치명적인 독감 바이러스를 투여했다. 그 결과, ‘치실 백신‘ 접종 쥐들은 모두 생존했다. 타액, 대변, 심지어 골수에서도 항체가 검출돼 전신 면역 반응이 확인되었다. 또한 폐와 비장에서 면역세포인 T세포 증가도 나타났다.반면 치실 백신을 접하지 못한 쥐들은 모두 죽었다.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예비 실험도 진행했다. 연구진은 27명의 지원자에게 식용 색소가 코팅된 치간 칫솔을 사용하도록 했고, 평균적으로 약 60%의 색소가 접합상피까지 도달했다. 이는 사람에게도 이 방식이 현재의 주사기를 대체하는 백신 접종방법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이러한 치실 기반 백신은 여러 장점이 있다.무엇보다 주사 공포가 있는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공한다. 또한 의료진 없이도 자가 접종아 가능하며 냉장 보관이 불필요해 운송·보급이 용이하다. 우편 배송이 가능해 전염병 대유행 시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연구진은 기존 주사 백신에 대해 “통증, 주사 공포, 주사 바늘로 인한 감염 위험, 점막 면역 활성 부족 등 여러 단점을 지니고 있기에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백신 전달 방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치실 백신’은 기존 백신 접종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매우 유망한 방법”이라며,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사람 대상 효능도 본격적으로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메디컬 익스프레스, 사이언스 알럿 참조)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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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0세 전후에 폭삭 늙는다…대동맥서 합성된 노화촉진 물질, 온몸 퍼져”

    사람은 시간의 흐름에 비례해 점진적으로 늙는 것이 아니라, 50세를 전후 해 노화가 빨라진다는 새로운 연구결과가 나왔다.지난 25일(현지시각) 국제 학술지는 인체 주요 장기의 단백질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 지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노화는 매년 나이를 먹듯 계단식으로 진행되지 않고, 특정 시기에 폭풍이 몰아치듯 급격하게 이뤄진다.중국과학원 연구진은 뇌 손상으로 사망한 14세에서 68세 사이의 중국계 혈통 76명의 신체 조직 샘플을 수집했다. 샘플은 심혈관계, 면역계, 소화계를 포함해 신체 기관 8곳을 대표하는 장기에서 채취했다.연구진은 각 샘플에서 찾아낸 단백질의 목록을 정리·분석했다. 그 결과, 48가지 질병 관련 단백질 수치가 45세에서 55세 사이에 크게 변화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특히 혈관이 빠르게 늙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심장에서 온몸으로 피를 보내는 대동맥에서 단백질 변화가 가장 두드러졌다. 대동맥에서 합성하는 특정 단백질(GAS6)을 실험용 쥐에게 투여하자, 쥐의 노화가 더욱 빨라졌다. 연구진은 혈관이 노화를 촉진하는 물질을 온몸으로 운반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또한 호르몬을 만드는 부신에서는 30세부터 이미 노화의 징후가 포착되었다. 이는 호르몬과 신진대사 변화가 노화에 큰 영향을 준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앞서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진은 작년에서 44세와 60세를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는 변곡점이라고 밝혔다.연구를 주도한 스탠퍼드 의대 유전학자 마이클 스나이더 박사는 당시 “우리 몸은 자동차와 비슷하다”며 “어떤 부품은 더 빨리 마모되니까, 그 부품이 어디인지 알면 건강한 노화를 위해 조기 개입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스나이더 박사는 이번 중국 연구진의 논문에 대해 기존 데이터와 잘 들어맞는 결과라면서 “호르몬과 신진대사 조절이 매우 중요하다는 개념과 일치한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나는 곳이 바로 그곳이다”라고에 말했다.중국과학원 류광희(Guang-HuiLiu) 연구원은 연구마다 노화가 급격히 이뤄지는 때가 다른 것에 대해 “대상자, 분석 방법, 연구에 사용한 조직 종류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더 많은 데이터가 쌓이면 결국 공통된 노화경로가 드러날 것”이라고 네이처에 말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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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치매, 첫 증상 발현서 진단까지 평균 3.5년 소요

    치매 증상이 처음 나타난 후 평균 3.5년이 지나서야 진단을 받으며, 더 젊은 나이에 걸리는 조기 치매의 경우에는 이보다 더 긴 4.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퇴행성 신경 질환인 치매는 근본적인 치료제가 아직 없다. 증상을 지연시킬 수 있는 약물만 있는데, 발병 초기에 쓸수록 효과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에 최대한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현재로선 최선이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UCL) 연구자들이 주도 해 에 발표한 이번 논문은 유럽, 미국, 호주, 중국에서 이뤄진 13개의 기존 연구를 체계적으로 종합 분석한 것으로 57~93세에 치매 진단을 받은 총 3만 257명을 대상으로 했다.UCL에 따르면, 연구진은 환자와 가족 간병인과의 면담, 진료 기록 등을 바탕으로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부터 치매 진단을 받은 때까지의 평균 간격을 조사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의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 분석은 세계 최초라고 연구진은 밝혔다.교신 저자인 UCL 정신의학과 바실리키 오르게타(Vasiliki Orgeta) 박사는 “치매의 시기적절한 진단은 여전히 전 세계적인 과제로, 여러 복잡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진단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구체적인 의료 전략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른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 조차 전체 치매 사례의 50~65%만이 실제 진단을 받고 있으며, 그 밖의 많은 국가에서는 이 비율이 더 낮다”며 “시기적절한 진단은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일부 환자의 경우 증상이 악화하기 전까지 경증 치매 상태로 지내는 시간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이번에 다룬 13개의 논문 중 10개를 메타 분석한 결과, 일반적으로 증상이 처음 인지된 시점부터 치매 진단까지 평균 3.5년이 걸렸으며, 조기 발병 치매인 경우 4.1년이 소요 되었다. 일부 집단은 이보다 더 긴 진단 지연을 겪었다.연구진에 따르면, 더 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릴수록, 그리고 전측두엽 치매인 경우 진단까지 시간이 더 오래 걸리는 경향이 있었다. 전측두엽 치매는 뇌의 전두엽과 측두엽 손상으로 인한 퇴행성 치매로, 알츠하이머병과 달리 초기에 기억력보다 언어·행동·계획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공동 저자인 UCL 정신의학과 푸옹 렁(Phuong Leung) 박사는 “치매 증상을 정상적인 노화 과정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고, 두려움, 낙인, 그리고 낮은 대중 인식으로 인해 사람들이 도움을 구하는 것을 단념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공동 저자인 스페인 하엔 대학교의 라파엘 델피노 카사도(Rafael Del-Pino-Casado) 교수는 “일관되지 않은 진료 의뢰 경로, 전문의에게 진료 받을 기회가 적다는 것, 그리고 기억력 클리닉의 인력이 충분하지 않은 점 등이 진단 지연을 더욱 심화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오르게타 박사는 “치매 진단을 더 빠르게 받게 하기 위해서는 다방면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대중 인식 개선 캠페인을 통해 초기 증상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낙인을 줄여 조기 진료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의료진 또한 보다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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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초미세먼지·디젤 배기가스 치매 위험 높인다…중요 증거 발견

    초미세먼지, 자동차 배기가스 등 특정 대기오염이 치매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 세계 약 3000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 결과다.치매 환자, 2050년까지 1억 5000만 명까지 증가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치매 환자는 약 5740만 명으로 추산된다. 세계 인구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2050년에는 1억 528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독립적 생활이 불가능한 치매는 환자뿐 아니라 가족과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주는 질병이다.대기오염, 치매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주목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연구진은 대기오염과 치매의 관계를 탐구한 총 51개의 연구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보다 명확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최소 1년 동안 대기오염에 노출된 290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다뤘다.어떤 오염물질이 문제였나?국제 학술지 에 게재한 연구 결과,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오염물질이 치매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초미세먼지(PM2.5): 머리카락 굵기의 1/20도 안 되는 매우 작은 먼지로, 자동차 배기가스, 공장, 난방, 건설 현장 등에서 발생한다. 폐 깊숙이 침투할 수 있으며, 몸 전체로 퍼질 수 있다.▶ PM2.5가 1세제곱미터(m³)당 10마이크로그램(μg·마이크로는 100만분의 1) 늘어나면 치매 위험이 17% 증가했다.■이산화질소(NO₂): 주로 자동차(특히 디젤 엔진), 공장, 가스레인지 등에서 발생하는 가스로, 호흡기에 자극을 주고 폐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 NO₂가 1m³당 10μg 증가하면 치매 위험이 3% 상승했다.■그을음 또는 매연(soot): 나무를 태우거나 차량 배출가스 등에서 나오는 검은 탄소 입자로, 폐에 깊이 들어가 심장병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그을음이 1m³당 1μg 늘면 치매 위험이 13% 높아졌다.논문 교신 저자인 하닌 크라이스(Haneen Khreis) 박사는 “장기간의 대기 오염 노출이 이전까지 건강했던 성인의 치매 발병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기존 관찰연구들을 뒷받침하는 추가 증거를 제시했다”고 말했다.치매와 오염물질의 연관성, 어떻게 설명할까?연구진은 오염물질이 뇌에 염증을 유발하거나 세포에 손상을 주는 산화 스트레스를 일으켜, 치매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초미세먼지나 유해가스는 폐를 통해 혈액으로 들어가 전신으로 퍼질 수 있고, 일부는 직접 뇌에 도달하기도 한다.도시 계획과 교통 정책의 중요성대기오염은 치매의 주요 위험 요인 중 하나이지만 개인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정부의 정책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공동 저자인 클레어 로고브스키(Clare Rogowski) 박사는 “대기오염을 줄이면 치매 위험도 줄일 수 있다”며 “교통, 산업, 도시 설계 등 여러 분야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자인 크리스티안 브레델( Christiaan Bredell) 박사는 “치매 예방은 보건의료계만의 책임이 아니라 환경 정책 전반이 함께 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이번 연구에 포함된 사람 대부분은 고소득 국가의 백인 인구였다. 따라서 연구결과를 일반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연구진은 인정했다. 그러면서 대기오염 노출 위험이 더 높은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을 더 많이 포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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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딱 21주…세상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아기 ‘첫 돌’

    정확히 21주 만에 태어나 세계에서 가장 어린 조산아로 기네스북에 새롭게 등재된 아이가 첫 돌을 맞았다.미국 아이오와 주 앤케니에 사는 내시 킨(Nash Keen)은 작년 7월 5일, 예정일보다 133일 빠르게 세상에 나왔다. 출생 당시 몸무게는 고작 283그램 이었다.내시는 아이오와 대학교 부속 어린이 병원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서 6개월을 보내고 지난 1월 퇴원해 가족의 집으로 왔다. AP통신에 따르면 내시는 너무 이른 시기에 태어난 아이의 생명을 살리는 치료를 받고 생존하는 사례가 점점 늘어나는 가운데 탄생한 아이 중 한 명이다. 그가 첫 돌을 맞자 기네스 세계기록은 내시를 ‘세상에서 가장 빨리 태어난 생존 아기’로 공식 인정하는 인증서를 생일선물로 전했다. 이전 기록은 2020년 미국 앨라배마에서 21주 1일 만에 태어난 아기였는데, 내시가 하루를 단축했다.아이의 어머니 몰리는 첫 임신에서 유산을 겪은 뒤, 두 번째 임신에서도 만삭까지 아기를 품기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아이를 또 잃을 수 있다고 걱정하던 몰리는 임신 20주차 검사에서 이미 자궁경부가 2센티미터 열려 있다는 사실에 당황했다. 일반적으로 의사들은 22주 이전에 낳은 아기에게 생명유지 조치를 시도하지 않는다. 그 시기에는 대부분 생존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줄기 빛을 봤다. 자신과 태아를 돌보던 병원의 신생아 팀이 21주에 태어난 아기에게 생명유지 조치를 취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의료진의 도움으로 출산을 21주까지 늦출 수 있었다.출산 후 한 달간 의료진은 아기의 생존을 위해 긴박하게 움직였다.분만을 책임진 고위험 산부인과 전문의 말린다 셰이퍼(Malinda Schaefer) 박사는 이번 출산이 산모-태아 의학의 새로운 경계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출산 전 상담 시에는 내시의 생존 가능성과 함께 생존하더라도 겪게 될 수 있는 심각한 의료적 합병증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궁극적으로는 부모님의 결정에 따라 아기의 삶이 달라지는 만큼, 저는 항상 정직하고 열린 대화를 통해 부모님이 충분히 정보를 갖고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데 중점을 둡니다.”내시는 극단적 조산아들에게 흔한 몇 가지 합병증과 발달 지연이 있지만, 의료진은 아이가 지금까지 보여준 회복 속도는 의학적으로 매우 고무적이라고 긍정 평가했다.생후 1년이 됐지만 아이는 여전히 산소 호흡기를 사용하며, 영양분도 전적으로 튜브를 통해 공급받는다. 하지만 곧 퓨레(음식을 부드럽고 걸쭉한 상태로 갈거나 으깨거나 체에 걸러서 만든 것) 형태의 음식을 시도할 예정이다. 또한 경미한 심장 결함이 있지만 의사들은 자라면서 저절로 회복될 것으로 보고 있다.아이는 아직 기어 다니지 못하지만 뒤집기는 한다, 현재 두 발로 서는 법을 배우고 있다.“다리 힘이 아주 세요”라고 엄마가 말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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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레슬링 영웅의 명과 암…헐크 호건 죽음이 남긴 메시지

    전설적인 프로 레슬러 헐크 호건(Hulk Hogan·본명 테리 볼리아)이 2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71세.플로리다 주 클리어워터 소방과 경찰 당국은 이날 오전 9시 51분 심장마비 신고를 받고 헐크 호건의 자택에 출동했으며,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미 심 정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응급처치를 시행 후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끝내 살아나지 못 했다. 당국은 “타살이나 외부 침입 흔적은 없다”고 덧붙였다.헐크 호건은 수십 년에 걸친 격렬한 프로레슬링 활동으로 인해 여러 지병과 후유증을 겪어 왔다. 과거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수차례 수술을 받았으며, 심장 질환과 관련된 치료 이력도 있다.1980~90년대 WWE(당시 WWF)의 세계적인 인기를 이끌며 ‘헐크매니아’(Hulkamania) 열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동시에 스테로이드 복용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 했다. 실제로 호건은 WWF 경영진의 스테로이드 유통 관련 재판(1994년)에 증인으로 출석해, 1976년부터 의료적 목적으로 스테로이드를 사용한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다만 “강요에 의해 사용하지 않았으며 타인에게 제공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해 무혐의 처분됐다.당시 언론은 호건이 스테로이드와 코카인 모두를 남용했다고 보도했으며, 동시대 프로레슬러들 또한 “프로 레슬링 업계에서 성공하려면 스테로이드를 피할 수 없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스테로이드의 위험성일반적으로 ‘스테로이드’는 남성 호르몬 계열의 합성 물질로, 근육량을 빠르게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심장 질환, 부정맥, 심정지 등의 중대한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프로 레슬러 출신 중 40~50대에 심장마비로 급사한 사례는 드물지 않다.헐크 호건은 프로 레슬러로서 비교적 장수한 편이지만, 이번 사망 또한 스테로이드 복용 이력과 무관하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헐크 호건의 명암헐크 호건은 프로레슬링 역사상 대중으로부터 가장 사랑받은 인물이었으며, 그의 영향력은 1980년대 WWE의 세계화를 이끈 핵심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스테로이드 논란과 건강 악화, 심장 질환의 위험성이라는 시대적 그늘도 함께 떠안은 인물이었다.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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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치매와 비슷한 뇌 변화 유발… 눈에도 발현

    코로나19(COVID-19)에 걸린 후 ‘브레인 포그(Brain fog)’라고 불리는 멍한 느낌의 기억력 저하나 집중력 장애를 경험한 사람이 많다. 이런 증상이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단백질 변화 때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변화는 뇌뿐 아니라 눈의 망막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미국 예일 대학교 연구자들은 브레인 포그가 단순한 감염 후유증이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유사한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beta)’ 단백질이 뇌에 쌓이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알츠하이머병의 특징 중 하나는 아밀로이드 베타 펩타이드(짧은 아미노산 사슬)가 뇌세포 내부와 주변에 쌓여 플라크(찌꺼기)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단백질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와 눈에서 흔히 발견된다.눈으로 알 수 있는 뇌 건강망막은 뇌와 척수로 구성된 중추신경계의 일부로, 뇌보다 검사하기 쉬운 위치에 있다. 단순히 보는 것 외에 뇌와 관련된 더 많은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기관이다.이전 연구에서도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망막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축적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 단백질이 코로나19 감염 후 망막에도 증가한 것이 확인됐다.실험 방법과 발견연구진은 사망한 코로나19 감염자의 망막 조직과 줄기세포로 만든 인공 망막(망막 오가노이드)을 사용해 실험했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침투할 때 이용하는 단백질인 NRP1(뉴로필린-1)이 망막의 신경세포와 아교세포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노출된 망막 조직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증가했다.흥미로운 점은, NRP1 억제제를 투여했을 때는 이 단백질의 축적이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즉, NRP1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후 뇌 기능 저하(브레인 포그)를 일으키는 데 관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새로운 치료 목표 설정 가능성이번 연구는 단순히 코로나 후유증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NRP1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치료법을 개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즉, NRP1을 표적으로 삼아 코로나19를 포함해 감염 후 겪게 되는 신경계 합병증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것이다.또한 연구팀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이 단순히 뇌에 해를 주는 물질이 아니라, 바이러스나 세균을 막으려는 ‘뇌의 면역 반응’일 수 있다는 기존 가설이 맞을 수 있다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 병원균 침투에 대한 면역 반응?일부 연구자들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항균 펩타이드(antimicrobial peptides)와 구조적으로 비슷하다는 점에 주목해, 이 단백질이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 곰팡이 감염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혈액뇌 장벽(blood-brain barrier·색소, 약물, 독물 등 이물질이 뇌 조직으로 들어오는 것을 방해하여 뇌를 보호하는 관문)이 약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아밀로이드 베타가 쌓이는 현상은 병원체(감염 물질)가 뇌에 침투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의 결론연구를 이끈 브라이언 해플러(Brian Hafler) 예일대 안과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신경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백질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유도한다는 점을 밝혔다. 장기적으로는 치매와 같은 뇌 질환의 위험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연구진은 현재 코로나19가 알츠하이머 위험을 장기적으로 높이는지 확인하기 위한 임상 연구를 진행 중이며, NRP1 억제제를 활용한 새로운 예방 치료법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이 연구는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에 실렸다.(사이언스 알럿, 테크놀로지 네트웍스 참조)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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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영장 ‘염소 냄새’ 강할수록 더 깨끗? “천만의 말씀”

    ‘7말8초’,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이번 여름이 남은 인생에서 가장 시원한 여름이 될 것”이라는 말을 입증하려는 듯 해가 갈수록 폭염의 강도가 올라간다. 이럴 땐 수영장에 몸을 담그는 것만큼 상쾌한 일이 없다. 그런데 파란 수영장의 물은 청량한 그 느낌처럼 깨끗할까.매년 여름이 되면 수영장발 감염 병 소식이 반복된다. 피부 감염, 호흡기 질환, 귀 질환, 위장 장애 등 다양하다. 대부분 작은 소동으로 끝나지만 일부는 심각한 상태로 발전하기도 한다.감염 병 전문가이자 면역 학자인 미국 코네티컷 주 퀴니피액 대학교 의과대학 리사 쿠차라(Lisa Cuchara) 교수가 많은 사람이 함께 사용하는 공공 수영장에 얼마나 많은 세균이 포함되어 있는 지 알려주는 글을 비영리 학술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기고했다. 염소 소독에도 살아남는 병원균들수영장 물은 염소로 소독해 안전할 거란 믿음이 있다. 하지만 질긴 생명력을 가진 녀석들도 있다. 일부 세균은 적절하게 염소 처리한 수영장에서도 짧으면 몇 분에서 길면 며칠까지 생존할 수 있다. 대표적인 병원균이 물 설사를 유발하는 세균인 크립토스포리디움(Cryptosporidium)이다. 사람을 포함한 척추동물의 소화관 등에 기생하는 단세포 생물(기생충)로,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어 염소 처리한 물에서 최장 10일 동안 살 수 있다. 설사를 하는 사람의 대변이 물에 섞여 다른 수영객의 입으로 들어가 목을 통과하면 전파될 수 있다. 아주 적은 양이라도 수십 명을 감염시킬 수 있다. 이 기생충은 우리 몸에서 최장 2주간 지속되는 복통을 일으킬 수 있다. 설사, 구토, 복통 등이 주요 증상이다. 다른 흔한 병원균은 녹농균(Pseudomonas aeruginosa)으로 온탕 모낭염으로도 부로는 온탕 피부염과 외이도염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장염의 원인인 노로 바이러스와 결막염을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도 수영장 물에 둥둥 떠다닐 수 있다.염소 냄새 강하면 안전?사람들은 수영을 하면서 땀, 피지, 각질, 소변, 심지어 대변까지 다양한 신체 물질을 물속에 남긴다. 이러한 물질, 특히 땀과 소변에 들어 있는 암모니아가 염소와 만나면 클로라민(chloramine)이라는 화학적 부산물을 생성하는데,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 수영장에서 나는 강한 냄새의 주된 원인이 바로 클로라민이다. 흔히 ‘염소 냄새’라고 하지만 ‘클로라민 냄새’가 올바른 표현이다.흥미로운 점은 깨끗한 수영장에선 이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흔히 이 냄새가 강하면 잘 소독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실제로는 오염되었다는 경고일 수 있다. 냄새가 강하다는 것은 물속에 염소와 반응하는 땀이나 소변과 같은 오염 물질이 많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공공 수영장에서 병원균을 피하는 10가지 수칙1. 수영 전 반드시 샤워.수영 전 샤워는 땀, 기름기, 화장품 등 염소 소독을 방해하는 물질을 제거해 수영장을 더 깨끗하게 유지하게 한다.2. 수영 중 물을 삼키지 말 것.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수영장 물에는 병원균이 존재할 수 있다. 특히 크립토스포리디움 같은 기생충은 염소 소독에도 살아남아 설사 등을 일으킬 수 있다.3. 설사 증상이 있을 때는 절대 수영 금지.특히 아이들의 경우, 설사가 끝난 후 최소 2주간은 수영을 금지해야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4. 물속에서 소변 금지.소변은 염소와 반응해 자극성 화학물질인 클로라민을 생성하여 눈, 피부, 호흡기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5. 기저귀를 착용한 유아는 수영용 기저귀를 착용하고 자주 교체.1시간마다 확인 및 교체가 권장된다. 아울러 기저귀 교체는 반드시 수영장 밖에서 해야 한다.6. 수영 중간에 휴식을 갖고 정기적으로 화장실 다녀오기.아이와 어른 모두 최소 1~2시간마다 화장실을 다녀와야 물속 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7. 물이 탁하거나 염소 냄새가 강하면 입장 전 관리 상태 확인.염소 냄새가 강하다고 깨끗한 게 아니라, 오히려 오염물질이 많을 수 있다.8. 몸에 상처가 있다면 가급적 수영 금지.물에 들어간다면 방수 밴드로 상처부위를 잘 감싸야 한다.9. 수영 후 귀 잘 말리기.외이도염 예방에 효과적이다.10. 수영 후 샤워로 병원균 씻어내기.수영 후 샤워는 몸에 남아 있을 수 있는 병원균이나 소독 부산물(예: 클로라민)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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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존률 단 3% ‘뇌 먹는 아메바’ 공포…온천욕 中5세 혼수상태 이어 美아동 숨져

    지난달 중국에서 부모와 함께 온천에 다녀 온 5세 여아가 ‘뇌 먹는 아메바’로 불리는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fowleri)에 감염 돼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 이달 초 전해진 데 이어, 최근 미국에서는 같은 이유로 치료를 받던 어린이가 사망했다.복수의 현지 매체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프리즈마 헬스 어린이 병원 미들랜드 측은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 돼 치료를 받던 환자가 숨졌다고 22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주 보건당국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관계자들은 사망자가 7월초 이 지역 한 호수에서 파울러자유아메바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되면 뇌 조직을 파괴하는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이라는 치명적 질환으로 이어져 목숨을 잃을 위험에 매우 크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 텍사스에서도 PAM 사망 사건이 있었다.뇌 먹는 아메바 란?파울러자유아메바는 담수호, 강, 온천 등 따뜻한 민물이나 흙에 서식하는 단세포 생물로, 현미경을 사용해야 볼 수 있을 정도로 미세한 생물이다. 수영장이나 수돗물 등 소독한 물에 섞여 있을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매우 작다.호수나 강, 온천에서 수영이나 레저 활동을 할 때 드물게 파울러자유아메바가 코로 들어가 후각신경을 따라 뇌로 이동한다. 비염 치료에 많이 사용하는 코 세척기에 아메바가 섞인 물을 넣어 사용하다 감염될 수도 있다. 물을 마실 경우에는 감염이 위험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 간 전파도 안 된다.지구 온난화 탓, 점차 북상전 세계 PAM 감염 사례의 85%는 여름철과 같은 따뜻한 계절에 발생한다. 뇌 먹는 아메바는 섭씨 30~46도 사이의 따뜻한 물에서 잘 번식한다. 기후 변화와 온도 상승이 감염 증가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2023년 5월 발표한 연구는 “기후 변화로 파울러자유아메바가 북쪽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어 기존에 감염 사례가 없었던 지역에서도 PAM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캘리포니아 대학교 리버사이드 캠퍼스 환경공학 교수인 윤 쉔 (Yun Shen)은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PAM)은 전 세계적으로 떠오르는 의학적 위협”이라며 “기온이 올라갈수록 아메바가 살아남기 쉬워지고, 사람들도 더 자주 물놀이를 하게 되면서 감염 위험이 증가한다”라고 과학 전문 매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말했다.지금껏 약 40개국에서 PAM 감염 사례가 보고 됐다. 일본과 중국에서도 사망자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태국에서 감염 된 후 귀국해 숨진 사례가 유일하다.치명률 97% 이상감염 후 짧게는 2∼3일, 길게는 7∼15일의 잠복기 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는 두통, 정신 혼미, 후각 및 상기도 증상이 나타났다가 점차 심한 두통과 발열, 구토와 머리를 앞으로 굽힐 수 없는 경부 경직이 이어지고 혼수상태를 거쳐 사망에 이른다. 앨라배마 대학교 미생물학자 리아 스타흘(Leigha Stahl)은 아메바가 뇌세포를 먹거나 독성 물질을 분비해 세포를 손상시키며, 면역 반응으로 인한 뇌부종 또한 사망 원인이 된다고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설명했다.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PAM은 치명률이 97%에 달한다. 100명 중 97명이 숨지고 3명만 살아남는다는 뜻이다.미국에서는 지금까지 154명 중 단 4명만 생존했다. 이는 세균성 뇌수막염과 구분이 잘 안 돼 진단이 매우 어렵기 때문인데, 대부분 사후에 감염이 확인된다. 인도에서는 약 30%만 진단되며 나머지 70%는 병명도 모른 채 숨진다. 전 세계적으로는 2023년 기준 381명이 감염돼 8명만 생존했다.뇌 먹는 아메바 예방법뇌 먹는 아메바 예방법은 단순하다. 아메바가 섞인 물이 코를 통해 뇌로 유입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CDC는 뇌 먹는 아메바에 대한 안전 대책으로 △담수에 뛰어들거나 다이빙할 때는 코를 잡거나 코 클립을 착용하고, △온천에서는 항상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고, △아메바는 물이 얕은 곳에 서식할 가능성이 더 높으므로 바닥을 파지 말고, △코를 세척할 때는 증류수나 끓인 수돗물을 사용할 것을 권고했다.전문가들에 따르면 염소로 소독한 수영장이나 바닷물은 뇌 먹는 아메바의 위험이 없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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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악의 암’ 췌장암, 조기 발견 방법 찾았다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와 김영애, 흑인 음악의 대부 퀸시 존스, 20세 최고의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축구 선수 유상철.이들은 췌장암을 앓다 사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 누구 못지않은 부와 명성이 있었지만 모든 암을 통틀어 가장 치명적인 난치병의 허들을 넘지 못 했다. 췌장암을 더 일찍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 캠퍼스(UCSD) 연구진이 발표한 새로운 연구에 따르면, 췌장암이 생기기 전 세포에 나타나는 특정 신호를 포착함으로써 조기 진단이 가능하다.췌장암은 암 세포가 다른 기관으로 퍼지기 전에 수술로 제거하지 않으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췌장암 환자 중 진단 시 수술이 가능한 비율은 약 1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연구가 집중한 췌장관선암(PDAD)은 가장 흔한 형태(약 90%)의 췌장암으로, 5년 생존율이 10% 안팎이다. 2022년 국가 암 등록 통계를 보면 2018∼2022년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상대생존율(암환자가 일반인 대비 5년간 생존할 확률)은 국내 주요 10대 암종 중 가장 낮은 16.5%에 그쳤다.스트레스와 염증이 암 신호 생성연구진은 암 방생 이전, 췌장 세포에 ‘스트레스’나 ‘염증’이 생기면 특정 단백질(일명 ‘STAT3’)이 활성화되며, 이것이 암세포로 변화하는 과정을 시작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특히 산소가 부족한 상태에서 염증 단백질이 존재하면 STAT3가 특정 유전자(ITGB3)를 작동시키며, 이 유전자는 췌장암 세포를 암으로 바꾸고 빠르게 자라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심지어 항암 화학요법으로 인한 염증과 세포 스트레스 또한 이 경로를 자극할 수 있어, 치료가 오히려 암 세포를 강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연구진은 STAT3가 암을 촉진하고 진행을 빠르게 만드는 10개의 유전자를 활성화한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이를 묶어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 군’(STRESS signature)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러한 유전자 신호는 암이 생기기 전 세포에 나타나는 ‘경고등’과 같아서 이를 조기에 발견하면 암으로 진행하는 것을 막을 가능성이 생긴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치료 저항성과 암 전이까지 예측 가능연구진은 또한 이 신호가 단순히 암 발생 위험이 있다는 예고에 그치지 않고, 암의 악성 정도나 치료에 잘 반응하는 지 여부를 예측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트레스 반응 유전자 군이 기존 유전자 정보보다 더 정확한 것으로 확인 됐다고 연구진은 말했다. 기존 약물로 차단 가능…다른 암으로 연구 확대더욱 희망적인 점은, 이 암 신호를 만드는 단백질을 이미 다른 병에서 사용 중인 약물로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신호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하나씩 분석하고 있으며, 현재 한 가지 약물로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연구진은 췌장암뿐만 아니라 폐암, 유방암, 피부암 등 조직 표면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암종에서도 염증으로 인한 특정 유전자 활성화를 차단하는 분자 물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기술이 발전하면 암이 커지거나 다른 장기로 퍼지는 것을 막고, 항암제에 내성을 갖는 것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연구를 이끈 UCSD의 병리학자 데이비드 체레시 박사는 “이 유전자 신호는 암이 어떻게 시작되고, 치료에 어떻게 반응하며, 얼마나 퍼질지를 예측할 수 있는 지표”라며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한 조기 진단과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에 발표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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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1만보 걸어야 효과? 7000보로도 치매-암 사망 위험 크게 줄어든다

    건강해지기 위해 ‘하루 1만보’를 꼭 걸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7000보만 걸어도 치매, 우울증, 암 사망, 심장질환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하루 1만보는 걷기 운동을 하는 전 세계 많은 사람의 가장 일반적인 목표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려면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학술지 발표한 이번 연구는 1만보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16만 명 자료 분석 결과, 7,000보가 건강 분기점호주 시드니 대학교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2014~2025년 10개국 이상에서 이뤄진 57건의 연구를 통합하고 16만 명 이상의 성인 데이터를 분석해 걸음 수와 건강 상태의 상관관계를 살펴봤다. 그 결과, 하루에 7000보 정도만 걸어도 2000보를 걷는 사람에 비해 다음과 같은 질병 위험 감소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암 사망 위험: 37% 감소제2형 당뇨병: 14% 감소치매: 38% 감소우울증: 22% 감소낙상 위험: 28% 감소심혈관 질환: 25% 감소전체 사망 위험: 47% 감소연구진은 “이전에 조사하지 않았던 다양한 분야의 건강 결과를 평가한 결과, 7000 걸음을 목표로 삼는 것인 현실적인 목표”라고 밝혔다.또한 “하루에 7000 걸음을 달성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예를 들어 하루 2000 걸음에서 4000 걸음으로 늘리는 것처럼 걷는 양을 조금이라도 늘리면 상당한 건강 개선 효과가 있다”라고 강조했다.즉, 신체활동 수준이 낮은 사람은 하루에 1000보를 더 걸을 때마다 건강에 대한 ‘투자 대비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걸음 수 많을수록 좋지만, 무리할 필요는 없어”연구진은 하루 1만보 걷기는 매우 좋은 운동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7000보를 넘어서면 추가적인 건강 개선 효과가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하루 7000보가 최상의 투자대비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량이라는 것이다.논문 제1저자이자 교신저자인 시드니대학교 멜로디 딩 교수는 “1만보를 걷고 있다면 계속 유지해도 좋지만, 현재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7000보부터 목표로 삼아도 충분한 건강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걷기, 가장 쉬운 운동…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걷기는 특별한 장비나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어디서든 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운동이다.일부러 걸을 시간이 없다면 대중교통 이용하기, 점심시간 주변 걷기, 승강기 대신 계단 이용하기와 같이 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으로도 꽤 많은 걸음 수를 얻을 수 있다.전문가들은 걷는 운동이 맞지 않다면 수영, 자전거 타기, 로잉 머신과 같은 신체활동도 비슷한 건강상 이점이 있다고 조언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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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 4일 근무제 도입한 결과? “일 더 잘하고 직원 웰빙 증가”

    임금 감소 없는 주 4일 근무제 실험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근로자들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향상되고 번아웃이 줄었다고 보고했다.국제학술지 에 발표한 이번 근로시간 단축 실험 연구는, 주 4일 근무제가 직원들을 더 행복하고 생산적이며 헌신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연구 공동 책임자인 미국 보스턴 칼리지의 경제학자이자 사회학자인 줄리엣 쇼어 교수는 “전반적인 결과를 보면 가장 큰 개선은 번아웃과 직무 만족도 같은 업무 관련 지표에서 나타났고, 그다음이 정신 건강, 마지막으로 신체 건강 순이었다”라고 전했다.이 연구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영국, 아일랜드의 141개 기업 직원 2896명을 대상으로 6개월간 수행했다. 비교 군으로 주 5일 근무를 유지한 미국 12개 기업의 직원 285명도 참여했다.연구 시작 전, 모든 참여 기업은 2개월간의 교육과 업무 흐름 개선 훈련을 통해 효율성과 협업 능력을 높이는 과정을 거쳤다.주 4일제를 시행한 기업 직원들은 평균적으로 주당 근무 시간이 5시간 줄었다. 8시간 이상 감소한 비율이 30.8%, 5~7시간 감소가 24.6%, 1~4시간 감소가 20.3%이며 변화가 없는 경우는 24.3%였다.근무시간 감소폭에 따라 업무 만족도와 건강 개선 효과에서 차이를 보였다. 8시간 이상 근무 시간이 줄어든 경우 번아웃 감소, 직무 만족도 및 정신 건강 개선 효과가 가장 컸다. 이보다 근무시간이 적게 줄어든 직원들도 유의미한 수준의 긍정적 효과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연구진 “개인의 근무 시간이 더 많이 줄어들수록 주관적 웰빙이 더 높아지는 ‘용량-반응 관계(dose-response relationship)’가 명확히 나타났다”고 밝혔다.주 4일제 근무가 긍정적인 영향을 준 주된 이유는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 향상, △수면 문제 감소, △피로 감소 세 가지다.연구진은 “직원들이 ‘나는 일을 잘 하고 있다’고 느끼는 ‘업무 수행 능력(perceived work ability)’이 개인과 조직 차원 모두에서 높아졌다”며, “조직 전체의 근무 시간 단축이 집단적으로 업무 흐름을 조정하고 최적화하도록 유도해, 전반적인 업무 수행 능력과 웰빙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그러나 이번 연구는 몇 가지 한계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참여 기업들은 애초에 주 4일제 근무제 도입에 관심이 높고, 직원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아 일반화에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직원들이 스스로 웰빙 상태를 보고했기 때문에 주 4일제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는 의도에서 자신의 웰빙 상태를 과장해서 보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마지막으로 이번 연구는 영어권 고소득 국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기 때문에 다른 문화나 산업 구조를 가진 국가들에서도 주 4일제가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유로뉴스, 메디컬익스프레스 등 참조)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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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당 14보 더 걷기의 놀라운 효과…“노인 신체 기능 10% 향상”

    분당 걸음 수를 평소보다 14보 더 늘리면 ‘허약’하거나 ‘허약 직전’ 상태인 노인의 신체 기능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에 따르면 허약 상태란 △원하지 않는 체중 감소, △근력 저하, △쉽게 피로함, △낮은 신체활동 수준, △느린 보행 속도 중 세 가지 이상이 해당하는 경우다. 허약 상태가 되면 일상생활을 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허약 직전 상태는 신체 기능 저하, 인지 기능 감퇴, 영양 부족, 사회·경제적 어려움 등의 위험이 커지는 시기로, 본격적인 허약 상태로 들어가기 전 단계다. 65세 이상 미국 인구의 약 7~12%가 허약 상태로 분류된다.연구개요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발표한 이번 연구는 시카고 지역 14개 요양시설에 거주하는 71~87세 노인 102명을 대상으로 4개월 동안 수행했다.이 기간 동안 참가자들은 체계적인 걷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56명은 평소 속도로 걷도록 했고, 나머지 46명에게는 안전한 범위에서 가능한 한 빠르게 걷도록 권장했다.개입이 끝날 무렵 개개인의 6분 동안 걷는 속도를 측정했다.걷기 프로그램에 참가한 모든 노인이 거강 개선 효과를 봤다. 특히 분당 100보를 걸은 사람들이 연구 시작 시점과 비교해 허약함이 가장 크게 향상되었다. 평소보다 분당 14걸음을 더 걸으면, 허약하거나 허약 직전 상태인 노인의 기능적 능력이 10%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번 논문의 교신 저자인 미국 시카고 대학교 의과대학의 다니엘 루빈 교수(마취·중환자 치료학)는 “보행 속도가 평소보다 분당 14걸음 빨라진 노인들은 이동성, 지구력, 기능 측면 등에서 향상이 뚜렷했다”라고 CNN에 설명했다.그는 또한 “빠르게 걷는 것은 사망률을 낮추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과학적으로도 입증됐다”며 “빠르게 걷는 노인이 더 오래 산다”라고 BBC 사이언스 포커스와 인터뷰에서 말했다.건강한 노화와 걷기의 관계허약 여부와 관계없이 노년기 걷기 습관은 건강한 노화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걷기는 간단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노인들의 근력을 키우고 허약함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2020년 한 연구에 따르면, 정기적으로 걷는 노인은 장애 위험이 28% 낮고, 일상생활을 스스로 수행할 확률도 높았다. 또한 걷기는 건강한 체중 유지, 고혈압 감소, 제2형 당뇨병 위험 완화, 근골격계 강화에도 효과적이다.분당 걸음 수 늘리는 방법루빈 박사에 따르면 걷는 속도를 높이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마트폰에 메트로놈 앱을 설치해 박자에 맞춰 걷는 것이다.처음에는 평소 속도로 30분 걷고, 메트로놈을 활용해 점차 1분에 5~10보씩 늘려가는 방식이 좋다. 견딜 수 있다면 분당 15보 더 빨리 걷는 것을 목표로 삼는게 최선이다. 피트니스 전문가인 다나 산타스는 “코로 숨을 들이마시고 입으로 내쉬는 호흡 방법을 병행하면 혈압을 낮추고 심박 수 변동성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고 CNN을 통해 조언했다.올바른 자세도 중요하다. 허리를 곧게 펴고, 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며 걷는 것이 허리 통증 예방과 균형 유지에 좋다.산타스는 “걷기는 전신 운동이다. 단순히 다리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팔 흔들기와 발의 움직임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신경 써야 한다”라고 설명했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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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기간 ‘뇌 노화’ 가속화 …비감염자 뇌도 5.5개월 더 늙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이 사람들의 뇌를 평균 5.5개월 더 빨리 노화시켰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흥미로운 점은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조차 뇌 위축과 같은 노화 징후를 보였다는 것이다.영국 노팅엄 대학교 연구팀은 코로나 19 팬데믹 전후의 건강한 성인 996명의 뇌 MRI 영상을 비교 분석해 이러한 결과를 도출했으며, 이를 과학저널 에 발표했다.논문 제1 저자인 알리-레자 모하마디-네자드 박사(뇌신경 영상 연구원)은 “가장 놀라운 점은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조차 뇌 노화 속도가 팬데믹 기간에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고립과 불확실성 등 팬데믹 경험 자체가 뇌 건강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잘 보여준다”고 연구 관련 성명에서 말했다.뇌 노화는 특히 고령자, 남성,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실업자, 저소득층, 기저 질환자 등)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남녀 간 뇌 노화 차이는 약 2.5개월로 크지 않았다. 남성의 뇌 노화가 더 빨랐는데, 이는 남성이 특정 유형의 스트레스나 건강 문제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연구진은 영국의 대규모 바이오의학 데이터베이스인 영국 바이오뱅크에서 1만 5000여 명의 뇌 영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뇌 나이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한 뒤, 팬데믹 전과 후 두 번의 뇌 검사를 받은 사람들(432명)과 팬데믹 이전 한 번만 검사한 사람들( 564명)의 뇌노화 속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팬데믹을 겪은 사람들의 뇌는 실제 나이보다 평균 5.5개월 더 노화된 징후가 있었고, 이 변화는 건강 지표를 보정한 후에도 유의미했다.주목할 점은, 코로나19에 실제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뇌 노화가 나타났다는 사실이다. “심리적 스트레스 증가, 사회적 고립, 일상생활의 혼란, 활동량 감소 등 팬데믹의 누적된 경험이 뇌 노화 징후를 유발했을 수 있다. 팬데믹 기간 자체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았더라도 우리 뇌에 흔적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모하마디-네자드 박사가 미국 NBC 방송에 설명했다.다만, SARS-CoV-2(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만 인지 기능 저하(정신 유연성, 정보 처리 속도 저하 등)를 보였으며, 비감염자는 뇌 노화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인지 저하는 나타나지 않았다.연구진은 뇌 노화를 되돌릴 가능성이 있지만 이번 연구에선 확인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뇌 노화를 늦추고 인지 기능 저하 위험을 줄이는 방법이 있다. 뇌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운동, 건강한 식습관,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 등 건강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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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병원 화장실 이용자 절반, 볼일 본 후 손 안 씻어…믿기 힘든 연구 결과

    병원은 그 어느 곳보다 위생적이어 하지만, 정작 병원 화장실을 이용한 사람 중 거의 절반이 손을 씻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감염에 취약한 환경에서 위생 소홀로 인해 직접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낸다. 이 연구는 영국 서리대학교가 덴마크 비스페비에르 병원(Bispebjerg Hospital)과 협력하여 19주 동안 수행했다. 연구자들은 화장실 변기와 세면대 배수관에 감지기(센서)를 설치해 비접촉 방식으로 손 씻기 행동을 관찰했다.그 결과 전체 2636건의 변기 사용 중 43.7%(1153건)에서 손 씻기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손 씻기 생략 비율이 61.8%까지 올라간 주도 있었다.서리대학교에 따르면, 연구진은 고성능 센서를 사용해 배관의 온도 변화를 측정하고 변기와 세면대에서 물이 흐르는지를 감지했다. 변기 물 내리기 2분 또는 물 내린 후 4분 이내에 세면대 수도꼭지를 틀지 않은 경우 손 씻기를 하지 않은 것으로 간주했다.이번 연구 결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손 씻기가 ‘습관처럼 굳어졌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기대와는 정반대다.이 연구의 주 저자인 서리대학교 인간 통찰 연구소(Human Insight Lab)의 파블로 페레이라 도엘(Pablo Pereira-Doel) 박사는 “많은 사람이 손 씻기가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현실은 전혀 다르다”며 “특히 병원처럼 감염 예방이 중요한 환경에선 손 씻기 소홀함 하나만으로도 환자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그는 이어 “지금 필요한 것은 손 씻기를 적절한 시점에 유도할 수 있는 캠페인과 행동 전략”이라고 덧붙였다.손을 씻지 않는 비위생적인 행동은 특히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 그리고 식시시간대에 많이 발생했다.서리 대학교 의과대학 임상기술 책임자인 캐리 뉴랜즈(Carrie Newlands) 교수는 “연구 결과는 우려스럽지만 놀랍지는 않다”며 “병원 환경에서 손 씻기와 같은 단순한 행동조차 꾸준하게 강화하지 않는다면 쉽게 무너질 수 있다. 이는 환자와 전체 의료 시스템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뉴랜즈 교수는 “이제는 포스터나 손 세정제 비치를 넘어서는, 더 효과적인 행동 유도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연구결과는 pdf 형식으로 누구나 접근할 수 있게 공개 했다.자세한 연구 결과가 궁금하다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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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 뇌질환 빌리 조엘 “균형감각 엉망…배 위에 있는 듯”

    희귀 뇌 질환으로 활동을 중단한 ‘피아노 맨’ 빌리 조엘(76)이 자신의 건강 상태에 대해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니 걱정 않으셔도 된다”며 팬들을 안심시켰다.세계적인 팝스타 조엘은 지난 5월 정상뇌압수두증(Normal pressure hydrocephalus·NPH) 진단을 받았으며 치료에 집중하기 위해 예정된 모든 공연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정상뇌압수두증은 사고력, 집중력, 기억력, 움직임 등 뇌 관련 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조엘은 최근 코미디언 빌 마허(Bill Maher)의 팟캐스트 ‘클럽 랜덤(Club Random)’에 출연해 현재 건강 상태가 “괜찮다”라고 말했다.그는 “사람들이 내가 앓고 있는 증상을 자꾸 ‘뇌 질환’이라고 부르니까, 실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들린다”며 “(몸 상태는) 괜찮다. 다만 균형 감각이 엉망이다. 마치 배 위에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조엘은 지난 5월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최근 공연으로 인해 증상이 악화해 청각, 시력, 균형 문제를 일으켰다”며 의료진의 권고에 따라 남은 공연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재활 치료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가디언에 따르면, 조엘은 마허와 인터뷰에서 “아직 완전히 치료된 것은 아니고 계속 치료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왜 정상수두압증에 걸리게 됐는지 모르겠다. 술 때문일까 생각했는데, 지금은 술을 끊었다. 예전에는 진짜 물마시듯 마셨다”고 말했다.조엘은 주간지 피플과 인터뷰에서도 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그는 “많은 분이 내 건강을 걱정하고 계신 걸 안다. 하지만 난 괜찮다”며 “내가 앓고 있는 이 병은 나를 포함해 대부분 잘 알지 못하는 질환이다. 아무리 조사해도 이해하기 어렵다. 최선을 다해 극복하려고 노력 중이다”라고 말했다.올해 76세인 조엘은 “무서운 경험이었지만 지금은 괜찮다”며 “내가 죽을병에 걸린 건 아니니 걱정 않으셔도 된다”고 덧붙였다.정상뇌압수두증은 뇌실에 뇌척수 액이 과다하게 축적되며 발생하는 질환으로, 주로 6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 나타난다. 균형과 보행 장애, 인지 기능 저하, 방광 조절 문제 등을 일으킬 수 있다. 치료하지 않으면 증상이 점점 나빠진다. 이 병에 걸린 사람들은 초기 증상이 비슷한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발병 원인이 다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와 회복이 가능하다.가장 흔한 치료법은 뇌와 복부를 튜브로 연결해 뇌척수 액 과잉 생성 분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뇌실 복강 간 단락술이다. 제3뇌실 문합술이란 수술법도 있다. 제3뇌실의 바닥에 구멍을 뚫어 뇌척수액이 흐르도록 하는 방법이다. 조엘의 최근 언론 인터뷰는 그의 50년 음악사를 정리한 다큐멘터리 ‘Billy Joel: And So It Goes’가 이번 주 HBO에서 공개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총 5시간 분량의 이 다큐멘터리는 그래미상 수상자인 조엘의 음악 경력과 ‘Piano Man’, ‘Uptown Girl’, ‘We Didn’t Start the Fire’, ‘New York State of Mind’ 등 그의 수많은 히트곡을 조명한다.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 202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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