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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휴 기간 비 소식이 오락가락해 나들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날씨 정보를 미리 확인하고 우산을 챙기는 게 좋겠다.기상청에 따르면 3일 전국적으로 비가 내릴 전망이다. 예상 강수량은 △서울·인천·경기·강원 내륙 및 산지 5mm 내외 △대전·세종·충남북 5~10mm △광주·전남북·부산·울산·경남 5~20mm 등이다. 이날 아침 최저기온은 7~13도, 낮 최고 기온은 13~20도로 예보됐다. 이날 남해안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바람이 순간풍속 시속 55km(산지는 시속 70km 내외로 강하게 부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은 “특히 제주도에는 3일 바람이 매우 강하게 불면서 강풍 특보가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며 “항공기 운항에 차질이 있을 수 있으니 공항 이용객들은 사전에 운항 정보를 확인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4일에는 강수 없이 맑은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어린이날인 5일에는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오후 6시부터 자정 사이에 전국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4일과 5일 낮 최고 기온은 모두 18~23도로 3일보다 따뜻하겠다. 임시공휴일인 6일에도 전국이 대체로 흐린 가운데 대부분 지역에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전국 곳곳에 강풍·건조 특보가 내린 지난 주말 동안 강원과 경북·경남 지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랐다. 26일 오후 1시 11분경 강원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림 73㏊(잠정 집계)를 태운 뒤 약 20시간 만에 진화됐다. 산림과 소방 당국은 이날 일몰과 함께 헬기를 철수한 뒤 인력만으로 밤샘 진화를 벌였고, 27일 오전 헬기 35대와 인력 700여 명을 투입해 오전 9시경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산불로 한때 인제·양양 주민 37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26일 오후 2시 50분부터 서울양양고속도로 일부 구간이 양방향 통제됐다. 소방 국가동원령이 발령되며 타 시도에서 펌프차와 물탱크차 등 36대가 양양 남대천 둔치에 집결하기도 했다. 주불이 잡히면서 고속도로 통행은 27일 오전 8시 25분을 기해 재개됐다. 이날 오전 9시 15분 국가동원령이 해제됐고 주민들도 모두 귀가했다. 인명 및 민가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산림과 소방 당국은 입산자 실화로 불이 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산불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앞서 26일 오전 11시 28분경 강원 양구군 방산면 건솔리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산불도 7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같은 날 경북 봉화, 영주, 경주, 포항과 경남 김해에서도 산불이 발생했으나 모두 초기에 진화됐다. 27일 오전 9시 57분경 경북 청송군 부남면 양숙리 야산에서 난 산불은 1시간 45분 만에 꺼졌다. 낮 12시 7분경 강원 홍천군 두촌면 장남리 산불도 약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경북 성주와 울산 울주 야산에서도 불이 났으나 20∼30분 만에 꺼졌다. 기상청은 “28, 29일에도 순간풍속 시속 35∼55km의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산불 예방과 시설물 관리, 안전사고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인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전국 곳곳에 강풍·건조 특보가 내린 주말 동안 강원과 경북·경남 지역에서 크고작은 산불이 잇따랐다. 26일 오후 1시 11분경 강원 인제군 상남면 하남리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산림 73㏊(잠정 집계)를 태운 뒤 약 20시간 만에 진화됐다. 산림과 소방 당국은 이날 일몰과 함께 헬기를 철수한 뒤 인력만으로 밤샘 진화를 벌였고, 27일 오전 헬기 35대와 인력 700여 명을 투입해 오전 9시경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산불로 한때 인제·양양 주민 370여 명이 긴급 대피했고, 26일 오후 2시 50분부터 서울양양고속도로 일부 구간은 양방향 통제됐다. 산불 확산에 대비해 발령됐던 소방 국가동원령에 따라 타 시·도에서 펌프차와 물탱크차 등 36대가 양양 남대천 둔치에 집결하기도 했다. 고속도로 통행은 27일 오전 8시 25분을 기해 재개됐다. 27일 오전 9시 15분 국가동원령이 해제됐고 주민들도 모두 귀가했다. 인명 및 민가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 산림과 소방 당국은 산불 원인과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앞서 26일 오전 11시 28분경 강원 양구군 방산면 건솔리 비무장지대(DMZ)에서 발생한 산불도 7시간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같은 날 경북 봉화, 영주, 경주, 포항과 경남 김해에서도 산불이 발생했으나 모두 초기에 진화됐다. 27일 오전 9시 57분경 경북 청송군 부남면 양숙리 야산에서 난 산불은 1시간 45분 만에 꺼졌고, 낮 12시 7분경 강원 홍천군 두촌면 장남리 산불도 약 1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기상청은 “28, 29일에도 순간풍속 시속 35~55km의 강한 바람이 부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산불 예방과 시설물 관리, 안전사고에 유의해 줄 것을 당부했다.인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이번 주 전국이 대체로 맑은 가운데 기온도 따뜻해 나들이 떠나기 좋은 날씨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근로자의 날인 1일에는 서울 등 일부 지역에 비 소식이 있다.기상청에 따르면 28~30일 전국적으로 비 소식 없이 완연한 봄 날씨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아침 최저 기온은 6~14도, 낮 최고 기온은 17~24도로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높은 수준으로 예보됐다. 서울 기준으로 이날 아침 최저와 낮 최고 기온은 각각 10도, 20도로 예상된다.29일도 낮 최고 기온이 17~24도로 전날인 28일과 비슷하겠다. 30일에는 기온이 더 올라 낮 최고 기온이 19~27도로 예보됐다.근로자의 날인 다음 달 1일 오후에는 수도권과 강원 영서, 충청권에 비 소식이 있다. 이후 2~4일에는 전국에 비 소식이 없다. 기온도 평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뜻할 전망이다. 한편 27일 기준 건조특보가 발효된 일부 수도권과 강원도, 충청권 내륙, 호남권 동부, 경상권, 제주도는 대기가 매우 건조한 상태다. 기상청은 “바람도 강하게 불고 있어 작은 불씨가 큰불로 번질 수 있어 산불 및 각종 화재 예방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트라우마 경험은 감기처럼 흔합니다.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다만 잘 이해해 적절한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태일 뿐입니다.” 일본 트라우마 치료 권위자인 김 요시하루(金吉晴) 일본 국립 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명예 센터장(사진)은 17일 동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그는 1996년 주페루 일본대사관 인질 사건 당시 일본 정부가 현장에 파견한 정신건강 대응팀 중 한 명이었다. 이때 피해자들을 만난 경험을 계기로 트라우마 치료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진, 쓰나미 등 대형 재난이 잦은 일본은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이 많다. 김 명예 센터장은 “집단 정체성이 강한 일본 사회에서 재난 피해자는 ‘우리가 함께 이겨내고 있다’는 태도를 유지하려 한다. 약한 사람으로 비칠까 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를 쉽게 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재난 상황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고통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생존자 중에 ‘그래도 나는 살았으니…’라고 생각하며 몇 년 동안 어려움을 숨기다 한참이 지난 뒤에야 치료받으러 오는 이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그는 트라우마가 약점이 되지 않게끔 사회의 시선이 바뀌어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는 ‘트라우마 이해 기반 케어(Trauma Informed Care·TIC)’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일본, 미국 등에서는 널리 알려졌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개념이다. TIC는 ‘누구나 트라우마를 겪을 수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는 일종의 사회적 원칙이다. 학교, 직장, 공공기관 등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에게 안전한 환경과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원 모두가 교육받자는 것이다. 그는 “회사에서 누군가 업무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게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특정 트라우마 때문일 수도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아동기에 경험한 트라우마는 성인까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초등학교 교사처럼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보는 이들이 TIC 개념을 익히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 센터장은 ‘사회적 지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과거 정신질환 병력도, 경제 수준도 아니라 ‘사회적 지지 부족’이라는 연구가 있다”며 “집이나 일자리를 잃고 가족 관계에도 어려움이 생긴 피해자를 사회 전체가 지지해야 PTSD 진단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한국 사회에 이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PTSD 진단을 받으면 ‘나는 실패했고 내 인생은 끝났다’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트라우마를 경험한 뒤 생긴 문제들은 의학적·심리적·사회적 노력으로 충분히 치유할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의 수많은 트라우마 환자가 겪고 있는 아픔들도 치유와 회복이 가능하다는 걸 잊지 마세요.”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제가 탄 차가 갑자기 휩쓸렸어요. ‘쿵’ 소리가 나더니 무릎이 아팠고 몸이 눌리는 것 같더니…. 그다음은 기억이 안 나요. 정신을 차려 보니 병원이었어요.” 눈을 감은 채 얼굴을 찡그리며 말을 잇던 여성. 맞은편에 앉은 다른 여성이 차분하게 질문을 던졌다. “무슨 생각이 드나요?” “어…. 뭐지? 이게 뭐지?” “냄새는 없나요?” “잘 모르겠어요.” “쿵 소리가 났을 때로 다시 돌아가 볼게요.” 16일 서울 광진구 국립정신건강센터. 교통사고 생존자의 상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트라우마 치료자의 실습 장면이었다. 지난달 영남권을 휩쓴 대규모 산불과 지난해 말 무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사건·사고가 이어지면서 한국 사회 곳곳에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이 많아졌다. 트라우마 치료자는 충격적인 경험을 한 이들 곁에서 함께 견디며 회복을 돕는다. 언젠가 닥쳐올지 모르는 누군가의 그날을 대비한 트라우마 치료자의 훈련 현장을 다녀왔다.● 가장 끔찍한 기억 피하지 않아야 치료 국립정신건강센터는 트라우마 치유 주간을 맞아 이달 14∼16일 치료 워크숍을 열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와 정신건강전문요원(간호사 사회복지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등 트라우마 치료자 4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워크숍 주제는 트라우마를 겪고 PTSD 진단을 받은 환자를 치료하는 기법의 하나인 ‘지속 노출 치료(Prolonged Exposure Therapy)’였다. 트라우마 기억을 회피하지 않고 반복적으로 마주하면서 점차 불안을 줄여 나가는 치료 방법이다. 국제적으로 가장 효과가 높은 것으로 검증된 PTSD 치료법 3가지 중 하나다. 예컨대 검은 모자를 썼던 사람에게 성폭행당한 피해자가 사건 이후 검은색 물건만 봐도 소스라치게 놀라거나, 모자를 쓴 사람을 만났을 때 공포를 느낀다면 지속 노출 치료를 통해서 ‘검은색과 모자는 안전하다’는 것을 천천히 학습하는 것이다. 치료는 눈을 감고 당시 상황을 상상하거나 관련된 장소에 직접 가보는 방식이다. 이날 실습은 환자 트라우마 경험 중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을 뜻하는 ‘핫스폿(Hot spot)’을 다루는 방법이었다. 환자가 사건 당시 풍경, 냄새, 감각 등을 여러 번 반복적으로 묘사해 당시 상황을 직면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었다.● “강요 말고 환자 스스로 감정 드러내게 해야” 워크숍은 일본 트라우마 치료 권위자로 꼽히는 김 요시하루(金吉晴) 일본 국립정신·신경의료연구센터 명예 센터장이 직접 자신의 치료 경험을 이야기하며 진행됐다. 김 명예 센터장은 “환자는 트라우마를 겪고 회피했을 가능성이 높다. 상처를 보기 싫다고 덮어두면 감염이 생기듯 오히려 상처를 드러내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걸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계별 치료법을 설명하며 치료자들이 하기 쉬운 실수에 대해 조언했다. “환자에게 ‘기억을 떠올리라’고 강요하면 환자는 더 움츠러듭니다. 나그네의 옷을 벗기는 건 비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라는 이야기 다들 아시죠? ‘내가 계속 여기서 당신을 돕고 있다’는 느낌을 반복해서 주면 환자는 스스로 안에 있는 감정을 잘 드러낼 수 있게 됩니다.” 워크숍에 참여한 주은하 정신건강간호사는 “평소 트라우마 환자를 만나 상담할 때 기폭제가 될 만한 이야기를 할 때면 조심스럽고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며 “괜히 그 기억에 대해서 에둘러 말하곤 했는데 가장 힘든 기억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니 앞으로 상담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난도 치료, 수가 낮아 시도 어려워 트라우마 치료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특히 지속 노출 치료처럼 고난도 치료는 높은 전문성을 갖춘 훈련된 전문가만이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 치료자는 오히려 환자의 상처를 덧나게 한다. 백명재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에 준비되지 않은 전문가가 현장에 투입돼 피해자에게 오히려 상처를 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기 안산시 단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트라우마 치료를 하겠다며 현장을 찾은 이가 아직 정서적으로 충분히 안정되지 않은 학생들에게 갑작스럽게 ‘바다를 그리라’고 해서 오히려 더 괴롭게 만든 일도 있었다. 당시 경험을 계기로 트라우마 치료자들이 뼈아픈 반성을 했고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를 만드는 등 전문성을 갖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 일단 고난도 치료에 대한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하는 진료비)가 너무 낮아 실제로 현장에서 시행하기 쉽지 않다. 백 교수는 “지속 노출 치료와 인지 처리 치료 등은 치료에 걸리는 시간도 회당 60∼90분으로 길고 난도도 매우 높은데 일반 상담보다도 수가가 낮다”며 “이런 구조에선 적극적으로 치료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지역센터 이직률 높아 환자 치료에 어려움 지역 사회 트라우마 대응 최전선에 있는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 현실도 녹록지 않다. 센터는 지역 사회에서 재난이나 대규모 사고가 발생했을 때 바로 현장으로 투입돼 피해자를 지원한다. 하지만 심민영 국가트라우마센터장은 지역 사회 트라우마 대응 현실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심 센터장은 “센터에 있는 정신건강 전문 인력은 대부분 트라우마 환자를 대하는 기본 교육을 받고 있지만, 이직률이 너무 높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업무 강도와 난도에 비해 보수가 너무 낮아 평균 근속연수가 3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극도로 예민해져 있다. 이들을 지원하려면 고도의 전문성과 꾸준한 신뢰 관계 형성이 필수다. 하지만 지금은 한자리에 오래 머물면서 환자와 함께할 사람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열악한 센터 환경은 수년 전부터 지역 사회 정신건강 인프라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혀 왔지만,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회복의 산, 혼자 오르지 않도록 해야 워크숍에 참여한 정유선 정신건강사회복지사는 “트라우마 치료자는 등산 안내자 같다. 회복이라는 산을 오르는 건 환자고 속도와 보폭도 환자가 정한다”며 “치료자는 다만 안전한 경로를 제시하면서 환자와 함께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트라우마 회복은 쉽지 않다. 그 길을 미리 배워 환자 곁에 서주는 사람의 존재는 그 자체로 희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안내자가 충분히 훈련되지 않았거나 금세 자리를 떠난다면 회복을 위한 여정은 더 고단해질 수밖에 없다. “훌륭한 트라우마 치료자가 곧 우리 사회 전체의 회복 인프라입니다. 우리 사회가 트라우마 치료 역량을 키우려면 반짝하는 일회성이 아니라, 그들이 치료 현장에 오래 머물 수 있는 구조와 지속적인 사회적 투자가 필요합니다.”(심 센터장)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는 재난, 전쟁, 교통사고, 성폭력 등 큰 충격을 준 경험을 뜻한다. 흔히 혼용되지만 트라우마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다른 개념이다. PTSD는 트라우마를 겪은 뒤 극도의 스트레스 반응이 한 달 이상 지속될 때 진단 가능한 질환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휠체어 위에서 아들이 던진 파란 공이 흰색 표적구를 향해 굴러간다. 옆에 쪼그려 앉아 지켜보던 엄마는 바로 몸을 숙여 공을 주워 온다. 하루에도 수백 번 반복되는 이 동작으로 엄마의 무릎과 발목은 망가졌지만 두 사람은 오늘도 멈추지 않는다.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종목 ‘보치아’ 국가대표 선수 서민규 씨(20)와 어머니 김은희 씨(44)는 이렇게 매일 훈련장에서 함께 구슬땀을 흘린다. 보치아는 중증 장애인 스포츠로 컬링과 비슷해 ‘땅 위의 컬링’으로 불린다. 한국은 역대 패럴림픽 보치아에서 금메달 11개를 획득한 세계 최강국이다. 한국에 ‘패럴림픽의 양궁’ 격인 보치아에서 서 씨는 2023년 최연소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이달 초 열린 전남도지사배 전국보치아선수권 대회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김 씨는 보조코치로 매일 훈련장에 선다. 수백 번씩 공을 주워 오다 지난해에는 왼쪽 무릎 연골이 파열돼 수술을 받아야 했다. 홀로 3남매를 키우며 빠듯한 살림에 수술비가 없어 통증을 참았고 복지관과 이랜드복지재단의 도움을 받아 수술할 수 있었다. 꿈이 있어 힘을 낸다. 2028년 로스앤젤레스(LA) 패럴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꿈이다. 김 씨는 “운동이 없었다면 아마 치료실과 집만 오가는 삶이었을 것”이라며 “‘장애가 있는데 어떻게 저걸 하지?’라는 시선이 아니라 ‘장애인도 이렇게 도전하는구나’ 하고 열린 마음으로 봐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자는 오늘도 꿈을 던지러 간다.이천=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지난해 보수가 오른 직장인 1030만명은 이번달 평균 20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국민건강보험공단은 “건보 직장가입자의 4월분 보험료와 함께 2024년 보수 변동내역을 반영한 정산보험료가 고지될 예정”이라고 22일 밝혔다. 건보공단은 매년 4월 전년도 보수를 기준으로 미리 부과했던 보험료와 실제 납부했어야 할 보험료 간 차액을 정산해 고지한다. 올해는 2024년에 냈어야 할 보험료와 실제 납부한 금액 간 차액이 정산 대상이다.정산 결과 직장가입자 1656만 명 중 보수가 증가한 1030만 명은 평균 20만 원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보수가 줄어든 353명은 평균 12만 원을 환급받게 된다. 예컨대 직장인 A 씨가 2023년 연봉이 3600만 원이었다가 2024년 4000만 원으로 증가했다면 보험료를 더 내야한다. A 씨가 더 내야 하는 보험료는 2024년에 납부했어야 하는 보험료(141만7920원)에서 2024년에 실제 납부한 보험료(127만6000원)를 뺀 14만1720원이다.반대로 직장인 B 씨가 2023년에 연봉이 5300만 원이었다가 2024년에 4600만 원으로 줄었다면 보험료를 환급받는다. B 씨가 환급받는 보험료는 2024년에 납부했어야 하는 보험료(163만680원)에서 2024년에 실제 납부한 보험료(187만8840원)을 뺀 24만8160원이다.추가납부 해야 하는 금액이 해당 직장가입자에게 부과되는 월 보험료 이상일 경우에는 5월 12일까지 사업장을 통해 공단에 분할납부(12회 이내)를 신청할 수 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짧은 영상인 ‘숏폼’ 콘텐츠로 허위·과대 광고한 식품과 화장품이 적발됐다.식품의약품안전처는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숏폼 콘텐츠로 광고한 식품 225건과 화장품 100건을 점검한 결과, 허위·과대광고를 한 식품 147건 및 화장품 73건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다이어트’ ‘탈모’ ‘면역력’ 등 소비자의 관심 키워드를 검색해 실제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광고를 점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식품 허위·과대 광고의 주요 위반 내용으로는 ‘일반식품을 건강기능식품처럼 혼동시키는 광고’가 69건(46.9%)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식품이 질병의 예방·치료에 대한 효능·효과가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 58건(39.5%) △거짓·과장 광고 11건(7.5%) 등 순이었다.화장품 허위·과대 광고의 주요 위반 내용으로는 ‘화장품이 의약품의 효능·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광고’가 44건(60.3%)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는 △사실과 다르게 소비자가 잘못 인식하거나 오인할 우려가 있는 광고 26건(35.6%) △일반화장품을 기능성화장품처럼 광고하거나 기능성화장품 심사 내용과 다른 광고 3건(4%) 등 순이었다.식약처 관계자는 “숏폼 콘텐츠 등 부당 광고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해달라”며 “제품의 허가 정보를 식품안전나라 또는 의약품안전나라에서 확인 후 구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정부가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19년째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5058명으로 발표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 조건으로 ‘증원 0명’을 제안했다. 17일 기준 의대생 수업 참여율이 25.9% 수준임에도 원칙을 깨며 올해 증원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을 열고 “증원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의료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닌지 우려를 끼치게 돼 송구하다”면서도 “이번 발표로 의대생이 반드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복지부는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 반대해왔다.교육부, ‘전원 복귀 조건’ 원칙 깨고 의대 정원 동결… “국민에 송구”[내년 의대증원 0명]조건부 휴학 승인 등 오락가락 정책의대생 수업 거부, 참여율 26% 그쳐… 정부는 “이젠 돌아올 것” 낙관만내년 3개 학년 동시 수업 가능성… 증원에 맞춰 투자한 대학들 난감17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가 있는 대학 총장과 학장 의사를 존중해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2024학년도 정원(3058명)과 동일하게 변경하겠다”고 밝혔다.형식적으로는 전날(16일) 전국 40개 의대 총장 모임인 ‘의과대학 선진화를 위한 총장협의회’(의총협)가 정부에 한 건의를 받아들인 것이지만, 사실상 의대생 및 의료계의 실력 행사에 정부가 백기를 든 것이다.● 원칙 깨고 모집인원 동결지난달 7일 이 부총리와 의총협,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의대생의 군 입대나 임신, 질병 등으로 인한 휴학을 제외한 ‘전원 복귀’를 조건으로 정상적인 수업이 이뤄질 경우 내년도 의대 모집정원을 증원 이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17일 기준 지난해 진급하지 못한 6개 학년에 올해 입학한 25학번까지 총 7개 학년의 평균 수업 참여율은 25.9%다. 본과생은 29%, 예과는 22.2%이며 학교별로 수업 참여율이 한 자릿수인 곳부터 67%에 이르는 곳까지 편차가 크다. 증원되지 않은 서울 지역 대학의 의대생 복귀율은 40%이고 증원이 많이 된 지방대는 평균 22%다.결국 교육부는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깨며 대학 입시 정책의 안정성 등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정부를 믿고 복귀한 학생에 대한 신뢰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라며 “강경파는 20∼30%고 40%는 눈치를 보고 있다. 이번 발표가 명분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교육부는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의대 학사 운영과 관련해 입장을 바꿨다. 지난해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생들이 휴학계를 내자 교육부는 동맹 휴학을 승인하지 말라고 대학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의대생이 계속 수업을 거부하자 학칙을 개정해 F 학점을 받아도 유급되지 않게 했다. 의대생들이 휴학 승인을 요구하며 복귀하지 않자 지난해 10월에는 2025학년도 복귀를 약속하면 휴학을 승인해 주겠다는 ‘조건부 휴학 승인’ 방침을 밝혔다가 반발이 이어지자 의대생 휴학계 승인 여부를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이처럼 정부의 오락가락 행보가 의대생들의 수업 거부 행태를 더욱 강화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학 “1년 만에 증원 백지화” 우려정부의 내년도 의대 증원 철회 확정에도 의대생의 집단 수업 거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의대생 사이에선 “새 정부가 들어설 때까지 버텨 보자”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이달 말까지 의대 32곳에서 본과 4학년의 유급이 결정되는 것을 시작으로 1학기 말까지 출석일수가 모자란 전체 학년의 유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내년도 예과 1학년은 3개 학년(24·25·26학번)이 동시에 수업을 듣는 ‘트리플링’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각 대학의 걱정도 크다. 이 부총리가 17일 “2027학년도 이후 정원은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에서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지만 내년도 모집인원이 조정된 마당에 2027학년도 이후에 다시 확대된 정원만큼 뽑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 대학 관계자는 “국민 대다수가 증원에 호의적이라 하더라도 새 정부가 정치적 부담을 갖고 의정 갈등을 돌파하려고 하겠느냐”고 말했다.증원을 가정해 새로운 의대 건물을 짓고 임상실습 공간 마련 및 교수 충원을 위해 투자를 시작한 대학들은 모두 백지화될까 봐 두려워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미 설계가 들어간 국립대가 많은데 최대한 예산을 확보하겠지만 매년 (기존보다) 2000명 증원된다는 전제하에 세웠던 계획대로 투자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받는 국립대도 사정이 이런데 대출로 기반 시설 등을 투자한 사립대는 더욱 걱정이 깊다. 이러한 우려를 인식한 듯 의총협은 교육부에 “선진화된 의학 교육을 위해 국립대, 사립대를 막론하고 정부의 지속적인 행정·재정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건의했다.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국내 양성평등 수준을 나타내는 ‘국가성평등지수’가 집계 이후 처음으로 전년 대비 하락했다. 여성가족부는 1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 측정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라 2010년부터 매년 국가성평등지수를 발표한다. 남녀 격차를 측정해 완전 평등한 상태는 100점, 완전 불평등한 상태는 0점으로 나타낸다. 2023년 국가성평등지수는 65.4점으로 2022년(66.2점)보다 0.8점 하락했다. 조사 첫해인 2010년 66.1점을 시작으로 지수가 매년 상승해 2021년에는 75.4점까지 올랐다. 이후 지수 산출 방식이 개편되면서 다시 산출한 지표는 2022년엔 66.2점이었다. 2023년 지수(65.4점)가 사실상 집계 이후 처음으로 하락한 것이다. 영역별로 양성평등 수준을 보면 의사결정, 고용, 소득, 교육 등의 영역에서는 점수가 상승했지만 양성평등 의식과 돌봄 영역에선 각각 6.8점과 0.1점씩 줄었다. 특히 양성평등 의식 영역에서 ‘가족 내 성별 역할 고정관념’이라는 세부 영역의 점수가 60.1점에서 43.7점으로 가장 크게 감소했다. 이동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성주류화연구본부장은 17일 브리핑에서 “가족 내 성역할 고정관념은 정량적인 지표가 아니라 개인의 주관적인 인식을 반영하는 것이라 명확한 하락 원인을 분석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돌봄 영역의 점수가 감소한 원인은 남성의 육아 휴직자 감소 폭이 여성 육아휴직자 감소 폭보다 더 컸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정부가 17일 2026학년도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 수준인 3058명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 19년째 묶여 있던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려 5058명으로 발표한 지 1년 2개월 만이다. 교육부는 지난달 ‘의대생 전원 복귀’를 전제 조건으로 ‘증원 0명’을 제안했다. 17일 기준 의대생 수업 참여율이 25.9% 수준임에도 원칙을 깨며 올해 증원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 조정 방향’ 브리핑을 열고 “증원을 기대했던 국민에게 의료개혁이 후퇴하는 것 아닌지 우려를 끼치게 돼 송구하다”면서도 “이번 발표로 의대생이 반드시 돌아올 것으로 믿는다”라고 밝혔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이날 “의대 모집인원 결정 원칙을 바꾸게 된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유감의 뜻을 밝혔다. 복지부는 의대 모집인원을 증원 이전으로 되돌리는 방안에 대해 반대해왔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

2014~2024년 수목류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가 2007~2017년 평균보다 3일 가량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알레르기 증상이 예년보다 이르게 나타날 수 있어 등산이나 야외활동을 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기상청은 15일 ‘2025년 알레르기 유발 꽃가루 달력’ 최신판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서울 등 8개 도시를 대상으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 식물 13종의 꽃가루 농도를 단계별로 정리한 달력이다. 이번 달력은 2014~2024년 관측 자료를 기반으로 제작됐다. 2007~2017년 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만든 2019년판을 갱신한 것이다.기상청 분석에 따르면 봄철 수목류(오리나무, 측백나무, 참나무 등)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는 평균적으로 3일 빨라졌다. 지역별로는 △제주 7일 △서울·대전·강릉 5일 △대구·부산·광주·전주 1일씩 앞당겨졌다. 기상청은 “산기슭이나 공원, 아파트 조경수로 흔히 보이는 수목류의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증상이 과거보다 더 빨리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가을철 잡초류 꽃가루가 날리는 기간은 전국 평균 5일 늘어났다. 반면 알레르기 유발 정도가 매우 강한 잔디 꽃가루의 날림 기간은 중부지방에서 10일, 남부지방에서 3일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꽃가루 달력은 국립기상과학원 홈페이지(www.nims.go.kr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현재 시간을 알고 싶다면 제가 손가락을 대고 있는 버튼을 한번 눌러보시겠어요?” 11일 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시청각장애인 조현상 씨(33)가 같은 장애가 있는 김모 씨에게 보조기기 사용법을 설명했다. 김 씨가 버튼을 몇 번 누르자 “오후 2시 46분 15초입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잘하셨어요.” 조 씨가 박수를 쳤고 김 씨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조 씨는 이곳에서 특별한 직원이다. 시각과 청각 장애가 모두 있는 시청각장애인이면서 같은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강사다. 20일 제45회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국내 1만 명가량인 시청각장애인 중 한 명인 조 씨를 만났다. 정부는 이틀 앞선 18일 장애인의 날 기념식을 개최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연다. 시청각장애는 장애 정도에 따라 저시력 난청, 전맹(全盲) 난청, 저시력 전농(全聾), 전맹 전농으로 구분된다. 조 씨는 앞을 전혀 볼 수 없고 조용한 공간에서 큰 소리만 들을 수 있어 ‘전맹 난청’에 해당한다. 그는 고2 때 망막질환 진단을 받은 뒤 시력을 잃었다. 20대 후반부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난청이 진행됐다. 시각과 청력을 모두 잃고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립감을 느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대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몸은 함께 있어도 마음은 혼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센터 강사를 하면서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사용법을 알려줬고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타인과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기쁨이자 보람이었다. 조 씨는 “이 일을 하면서 나 역시 사회 구성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고 했다. 이창진 센터 팀장은 “일본 등 해외에서는 30∼40년 전부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는 이제 5년 정도 됐다”며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씨는 최근 가족 곁을 떠나 독립했다.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혼자 살아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식사 준비나 설거지도 혼자 거뜬히 해낸다. 조 씨는 다른 시청각장애인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잡는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저도 잘 알아요. ‘도움을 받았는데도 내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저도 많이 했거든요.”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을 떠올려 보세요. 위에서 보면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도 배움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자신을 믿고 조금씩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현재 시간을 알고 싶다면 제가 손가락을 대고 있는 버튼을 한 번 눌러보시겠어요?”11일 서울 종로구 실로암 시청각장애인 학습지원센터. 시청각장애인 조현상 씨(33)가 같은 장애가 있는 김모 씨에게 보조기기 ‘한소네’ 사용법을 설명했다.김 씨가 버튼을 몇 번 누르자 “오후 2시 46분 15초입니다”라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잘하셨어요.” 조 씨가 박수를 쳤고 김 씨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조 씨는 이곳에서 특별한 직원이다. 시각과 청각 장애가 있는 시청각장애인이면서 같은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사용법 등을 알려주는 강사다. 시청각 장애는 장애 정도에 따라 저시력 난청, 전맹(全盲) 난청, 저시력 전농(全聾), 전맹 전농으로 구분된다. 조 씨는 앞을 전혀 볼 수 없고 조용한 공간에서 큰 소리만 들을 수 있어 ‘전맹 난청’에 해당한다.● “강사 일 하며 나도 사회의 구성원임을 느껴”조 씨는 고2 때 망막질환 진단을 받은 뒤 시력을 잃었다. 20대 후반부터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난청이 진행됐다. 시각과 청력을 모두 잃고 그는 세상과 단절된 듯한 고립감을 느꼈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대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았어요. 몸은 함께 있어도 마음은 혼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하지만 2021년부터 센터 강사를 하면서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장애인에게 보조기기 사용법을 알려줬고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고 타인과 어울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변화된 모습을 보는 건 조 씨의 기쁨이자 보람이다. 조 씨는 “이 일을 하면서 사회 속에서 ‘내 역할’이 뚜렷해진다고 느낀다”며 “나 역시 사회 구성원이라는 걸 실감하게 됐다”고 말했다.최근에는 가족 곁을 떠나 독립했다.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혼자 살아보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걸 알게 됐다. 식사 준비나 설거지도 혼자 거뜬히 해낸다. 새로운 취미활동이나 운동에도 도전해 볼 생각이다. ●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 해외보다 30년 뒤처져조 씨 같은 시청각장애인은 국내 약 1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창진 센터 팀장은 “시청각장애인은 의사소통 방법을 익힐 때 일대일 교육이 필수인데, 대부분 장애인 복지관은 일대다 방식으로 운영돼 교육받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실제로 시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 방식은 시각 또는 청각 중 하나의 장애만 있는 경우와는 다르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촉수어’다. 촉수어는 촉각으로 느끼는 수어다. 상대가 손으로 수화를 하면, 시청각장애인은 그 손 모양을 손으로 만져가면서 내용을 이해한다.또 다른 의사소통 방식으로는 ‘손가락 점자’도 있다. 손에 점자 모양을 찍어 촉각으로 느끼는 점자다.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를 점자의 점 위치에 따라 누르는 방식으로 단어를 전달하는 것이다.이 팀장은 “일본 등 해외에서는 30~40년 전부터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복지 서비스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는 불과 5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며 “더 많은 관심과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인터뷰 말미에 조 씨는 다른 시청각장애인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누군가 내게 손을 내밀었을 때 그 손을 잡는다는 게 얼마나 두려운 일인지 저도 잘 알아요. ‘도움을 받았는데도 내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 저도 많이 했거든요.”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는 사람을 떠올려보세요. 위에서 보면 제자리를 맴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 걸음씩 올라가고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도 배움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지만 자신을 믿고 조금씩 용기를 냈으면 좋겠습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의료급여 수급자가 퇴원 후에도 집에서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돌봄과 식사 등을 지원하는 ‘재가 의료급여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8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한국리서치는 지난해 11월 19일부터 12월 13일까지 보건복지부 의뢰로 지난해 재가 의료급여 서비스 이용자 5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다. 11일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82%가 서비스에 대해 “만족한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는 14.4%, “만족하지 않는다”는 3.6%였다.재가 의료급여 서비스는 병원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한 달 이상 입원 중인 의료급여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다. 특히 1종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입원비가 전액 지원되다 보니 거동이 불편하거나 돌봐줄 가족이 없는 경우 퇴원을 꺼리는 문제가 지적돼 왔다. 이 서비스를 통해 수급자가 퇴원 후 지역사회로 복귀하면 복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2019년 시범사업으로 시작돼 지난해 7월 전국 229개 시군구로 확대됐다. 서비스 유형별로 만족도를 보면 ‘필수 가전가구 및 생활용품 지원’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주거 연계 △돌봄 서비스 △식사 서비스 등 순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밥솥, 냉장고 등 기본적인 생활을 위한 가전 지원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설명했다.퇴원 후 집에서의 생활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은 69.3%였다. 반면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은 그 이유로 ‘건강 관리나 병원 이용이 어렵다’. ‘식사나 청소 등 일상생활이 어렵다’를 주로 꼽았다.건강 상태에 대한 질문에는 현재 “건강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41.3%였다. “비슷하다”는 34.3%, “건강하지 않다”는 24.4%였다. 특히 통증과 거동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10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최근 6년 새 26배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중 10대의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성 가치관이 채 확립되지 않은 10대를 디지털 성범죄에서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여성가족부가 10일 내놓은 ‘2024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10대 피해자(19세 이하)는 2018년 111명에서 지난해 2874명으로 25.9배로 늘었다. 전 연령대 가운데 증가 폭이 가장 크다. 같은 기간 20대와 30대 피해자는 각각 20.9배, 12.2배로 증가했다.여가부 산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상담, 피해물 삭제 등을 지원한 피해자를 기준으로 집계한 통계라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수사기관에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따로 집계하고 있지 않아 이 통계가 피해자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통계로 평가된다.지난해 전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수는 1만305명으로, 전년(8983명) 대비 14.7% 증가했다. 이 중 여성이 72.1%였다.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수가 1만 명을 넘은 건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후 처음이다. 연령대별로는 20대(50.9%)가 가장 많았고 이어 10대(27.9%), 30대(12.9%) 등의 순이었다.김미순 한국여성인권진흥원 센터장은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용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서 피해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딥페이크 등 성적 불쾌감을 유발하는 합성 이미지나 영상과 관련된 피해가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앞으로 디지털 성범죄 피해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부모에 혼날까봐 신고 못해”… 10대 ‘딥페이크 피해’ 순식간 확산전체 피해자 92%가 1020세대“알리고 싶지 않아요”… 수사 지연“일종의 놀이 취급, 삽시간에 퍼져”10대 성 관념 정립 안돼 후유증 심각… “적극적 피해 지원 대책 필요” 지적“최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이용해 친구나 교사 사진을 합성하는 게 10대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10대가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제작 업체에 의뢰해 이미지를 만들고 유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요.” 박성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삭제지원팀장은 10대 피해자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합성·편집 피해 확산을 꼽았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물이 불특정 다수에게 순식간에 퍼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빨리 보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10대 피해자는 정서적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10대 피해자는 신고를 꺼리는 성향이 있다. 보다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0대 파고든 딥페이크 피해 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은 불법 촬영, 합성·편집, 유포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 가운데 합성·편집 피해가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합성·편집 피해는 딥페이크 등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하거나 편집하는 행위를 뜻한다.지난해 합성·편집 유형 피해는 1384건으로 전년(423건) 대비 3.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불법 촬영 피해는 1.4배로 늘어 그 뒤를 이었다. 합성·편집 유형 피해는 10대 46.3%, 20대 46.4%였다. 전체 피해자 10명 중 9명 이상이 10, 20대였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합성·편집 피해도 늘고 있다. 5, 6년 전에는 사진에 음란한 내용의 자막을 입히는 단순한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성적인 사진을 제작해 유포하는 방식이 등장했다.디지털 성범죄는 강간, 강제추행 등 물리적 성범죄와 달리 피해자가 유포 등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메신저 등에서 언제 어떻게 퍼지는지 피해자가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원치 않는 모습이 퍼지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공포와 수치심, 불안을 유발한다. 특히 10대는 성 관념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아 정신적 피해가 크고 후유증이 오래 남는다.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19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비율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15∼19세는 피해 후유증으로 ‘심리적 불안과 모멸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대와 30대는 각각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을 가장 많은 후유증으로 들었다.● “부모한테 혼날까 봐 신고 망설여” 10대 피해자에게 빠른 수사와 신속한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 기관에 따르면 10대 피해자 대부분은 “부모에게 혼날까 봐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하겠다”며 신고 자체를 꺼린다. 현행 경찰 수사 규칙에 따르면 미성년자 피해자의 경우 수사가 시작되면 보호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게 돼 있다. 부모가 아는 걸 수치스러워해 망설이다가 더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 상담소의 한 상담사는 “10대 피해자가 상담사에게 ‘부모님이 알면 큰일 나니 선생님이 제 보호자라고 거짓말하면 안 되겠냐’고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일 때 피해자를 설득하거나 마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피해자가 부모에게 수사 상황이 통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기관 등 제3자에게 통지하고 적절한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범죄 수사 규칙 개정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친권자의 알 권리와 10대 피해자의 신고 활성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경찰청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성폭력 디지털성범죄 가정폭력 교제폭력 스토킹 등으로 전문가 도움이 필요하면 여성긴급전화 1366에 전화하세요. 365일 24시간 상담 및 긴급보호를 받을 수 있습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온열질환자 속출과 위생 불량 논란이 빚어진 2023년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조기 파행에는 운영 주체였던 조직위원회와 주무 부처였던 여성가족부, 대회를 유치한 전북도의 부실한 대처 등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위는 폭염이 예상되는 8월에 나무가 거의 없는 야영장에서 행사를 하면서도 생수나 얼음을 부족하게 준비했고, 대회 직전까지 화장실 등을 설치하지 못했는데도 부처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여가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도 국무회의에 ‘시설 설치 완료’라며 허위 보고를 했다. 전북도는 잼버리 야영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부지를 충분한 검토 없이 선정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 “야영장 부지 선정부터 소홀”10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북도의 개최지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잼버리 야영장이었던 새만금 갯벌은 지반 높이가 낮고 새만금호와 접해 있어 침수 위험이 컸다. 그런데도 전북도의 담당자는 2015년 7월 현장을 육안으로만 둘러보고 이곳을 잼버리 후보지로 정했다. 전북도는 또 새만금개발청이 9518억 원을 들여 부지를 개발하고, 포플러나무 10만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서를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에 냈지만 감사원은 계획서 내용이 허위라고 봤다. 새만금청이 잼버리 부지를 개발하기로 한 적도 없고, 전북도가 염해성 토양인 잼버리 부지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전북도는 부지를 매립해야 잼버리를 개최할 수 있다고 판단해 2017년 9월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에 농지관리기금으로 부지를 매립해달라고 요청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지를 조성하는 데만 쓸 수 있는 기금으로 부지를 매립하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재검토 요청 이후 1845억 원을 투입해 부지를 매립해줬다. 감사원은 잼버리 부지에 대해 “제대로 된 야영장으로 만들려면 6년 4개월 공사 기간이 필요한 부지였다”고 밝혔다.● 사무총장, 총리에게 “화장실 청소, 뭐가 대수냐” 잼버리 개최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조직위는 화장실 청소 등 현장 용역을 맡기로 한 업체가 10억 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자 오히려 “청소를 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비위생적인 화장실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대회 사흘 만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장 점검에서 직접 화장실 변기를 닦기도 했다.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은 감사원에서 “다음 날 한 총리가 ‘화장실 청소가 안 된 곳이 있다’고 했는데 최창행 (당시) 조직위 사무총장이 ‘화장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된 게 뭐가 그렇게 대수입니까’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대회 현장에선 ‘화상벌레’에 물린 피해자가 속출했는데, 조직위는 애초에 방역 전문가가 한 명도 없고 방제 용역을 수행한 적도 없는 회사에 방제 용역을 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 전 총장은 “폭염 물자로 실효성이 없다”며 얼음 구매를 중단시켰고,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며 참가자들에게 생수를 하루에 1인당 1병만 지급했다. 잼버리 정식 행사 사흘 전 미리 입소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온열 질환자가 여럿 발생했지만 조직위는 탈진을 막기 위한 염분 알약을 주지 않았다. 감사원은 허위 보고 등에 관여한 공무원 등 6명은 수사기관으로 넘겼고, 공무원 5명에 대해선 징계 통보했다. 퇴직한 김 전 장관과 최 전 총장 등 7명에 대해서는 비위 행위를 인사 기록으로 남겨두라고 했다. 전북도와 여가부는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온열질환자 속출과 위생 불량 논란이 빚어진 2023년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의 조기 파행에는 운영 주체였던 조직위원회와 주무 부처였던 여성가족부, 대회를 유치한 전북도의 부실한 대처 등 ‘총체적 부실’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직위는 폭염이 예상되는 8월에 나무가 거의 없는 야영장에서 행사를 하면서도 생수나 얼음을 부족하게 준비했고, 대회 직전까지 화장실 등을 설치하지 못했는데도 부처에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 여가부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도 국무회의에 ‘시설 설치 완료’라며 허위 보고 했다. 전북도는 잼버리 야영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부지를 충분한 검토 없이 선정했다는 게 감사원의 지적이다.● 감사원, “야영장 부지 선정부터 소홀”10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원은 전북도의 개최지 선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잼버리 야영장이었던 새만금 갯벌은 지반 높이가 낮고 새만금호와 접해 있어 침수 위험이 컸다. 그런데도 전북도의 담당자는 2015년 7월 현장을 육안으로만 둘러보고 이곳을 잼버리 후보지로 정했다. 전북도는 또 새만금개발청이 9518억 원을 들여 부지를 개발하고, 포플러나무 10만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서를 한국스카우트연맹 측에 냈지만 감사원은 계획서 내용이 허위라고 봤다. 새만금청이 잼버리 부지를 개발하기로 한 적도 없고, 전북도가 염해성 토양인 잼버리 부지에 나무가 자랄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후 전북도는 부지를 매립해야 잼버리를 개최할 수 있다고 판단해 2017년 9월 당정청 회의에서 정부에 농지관리기금으로 부지를 매립해달라고 요청했다. 농림부는 농지를 조성하는 데만 쓸 수 있는 기금으로 부지를 매립하면 위법 소지가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재검토 요청 이후 1845억 원을 투입해 부지를 매립해줬다. 감사원은 잼버리 부지에 대해 “제대로 된 야영장으로 만드려면 6년 4개월 공사 기간이 필요한 부지였다”고 밝혔다.● 사무총장, 총리에게 “화장실 청소, 뭐가 대수냐”잼버리 개최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조직위는 화장실 청소 등 현장 용역을 맡기로 한 업체가 10억 원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자 오히려 “청소를 하지 말라”고 했다. 이는 비위생적인 화장실 논란으로 이어지면서 대회 사흘 만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현장 점검에서 직접 화장실 변기를 닦기도 했다. 김현숙 전 여가부 장관은 감사원에서 “다음날 한 총리가 ‘화장실 청소가 안 된 곳이 있다’고 했는데 최창행 (당시) 조직위 사무총장이 ‘화장실 청소가 제대로 안 된 게 뭐가 그렇게 대수입니까’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대회 현장에선 ‘화상벌레’에 물린 피해자가 속출했는데, 조직위는 애초에 방역 전문가가 한 명도 없고 방제 용역을 수행한 적도 없는 회사에 방제 용역을 줬던 것으로 나타났다.최 전 총장은 “폭염 물자로 실효성이 없다”며 얼음 구매를 중단시켰고, “수돗물을 마시면 된다”며 참가자들에게 생수를 하루에 1인당 1병만 지급했다. 잼버리 정식 행사 사흘 전 미리 입소한 참가자들 사이에서 온열 질환자가 여럿 발생했지만 조직위는 탈진을 막기 위한 염분 알약을 주지 않았다. 여가부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됐지만 국무회의에서 보고하지 않았고 오히려 언론에 시설 설치가 완료됐다고 알렸다.감사원은 허위 보고 등에 관여한 공무원 등 6명은 수사기관으로 넘겼고, 공무원 5명에 대해선 징계 통보했다. 퇴직한 김 전 장관과 최 전 총장 등 7명에 대해서는 비위 행위를 인사 기록으로 남겨두라고 했다. 전북도와 여가부는 “감사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도예 기자 yea@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최근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이용해 친구나 교사 사진을 합성하는 게 10대 사이에서 일종의 ‘놀이 문화’처럼 여겨지고 있습니다. 10대가 딥페이크(허위 영상물) 제작 업체에 의뢰해 이미지를 만들고 유포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요.”박성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삭제지원팀장은 10대 피해자가 급증한 원인 중 하나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합성·편집 피해 확산을 꼽았다.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물이 불특정 다수에게 순식간에 퍼질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를 빨리 보호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10대 피해자는 정서적 후유증이 심각할 수 있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하지만 10대 피해자는 신고를 꺼리는 성향이 있다. 보다 적극적인 피해자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0대 파고든 딥페이크 피해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은 불법 촬영, 합성·편집, 유포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센터에 접수된 디지털 성범죄 피해 유형 가운데 합성·편집 피해가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합성·편집 피해는 딥페이크 등 성적 불쾌감을 일으킬 수 있는 사진이나 영상을 합성하거나 편집하는 행위를 뜻한다.지난해 합성· 편집 유형 피해는 1384건으로 전년(423건) 대비 3.3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불법 촬영 피해는 1.4배로 늘어 그 뒤를 이었다. 합성·편집 유형 피해는 10대 46.3%, 20대 46.4%였다. 전체 피해자 10명 중 9명 이상이 10, 20대였다.디지털 기술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합성·편집 피해도 늘고 있다. 5, 6년 전에는 사진에 음란한 내용의 자막을 입히는 단순한 수준이었다면,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성적인 사진을 제작해 유포하는 방식이 등장했다.디지털 성범죄는 강간, 강제추행 등 물리적 성범죄와 달리 피해자가 유포 등 피해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메신저 등에서 언제 어떻게 퍼지는지 피해자가 파악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온라인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원치 않는 모습이 퍼지는 것은 그 자체로 큰 공포와 수치심, 불안을 유발한다. 특히 10대는 성 관념이 충분히 확립되지 않아 정신적 피해가 크고 후유증이 오래 남는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2019년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비율이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15~19세는 피해 후유증으로 ‘심리적 불안과 모멸감’을 가장 많이 꼽았다. 20대와 30대는 각각 ‘가해자에 대한 분노’와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불안’을 가장 많은 후유증으로 들었다.● “부모한테 혼날까 봐 신고 망설여”10대 피해자에게 빠른 수사와 신속한 보호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피해자 지원 기관에 따르면 10대 피해자 대부분은 “부모에게 혼날까 봐 무서워서 신고하지 못하겠다”며 신고 자체를 꺼린다. 현행 경찰 수사 규칙에 따르면 미성년자 피해자의 경우 수사가 시작되면 보호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하게 돼 있다. 부모가 아는 걸 수치스러워해 망설이다가 더 큰 피해를 당하는 것이다. 여성가족부 디지털 성범죄 지역 특화 상담소의 한 상담사는 “10대 피해자가 상담사에게 ‘부모님이 알면 큰일 나니 선생님이 제 보호자라고 거짓말하면 안되겠냐’고 부탁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피해자가 신고를 망설일 때 피해자를 설득하거나 마음이 바뀔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피해자가 부모에게 수사 상황이 통지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기관 등 제3자에게 통지하고 적절한 법률적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여가부 관계자는 “범죄 수사 규칙 개정 필요성에 공감한다”며 “친권자의 알 권리와 10대 피해자의 신고 활성화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경찰청과 함께 고민하겠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