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영

김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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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사회부 복지팀 기자입니다. 몸 또는 마음이 아프거나 여러 이유로 차별받는 이들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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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26~2024-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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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특위 자문위, 맹탕 보고서… 얼마 더 내고 얼마 받을지 빠져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안 초안 대신 그동안의 논의 내용을 백화점식으로 정리한 수준의 경과보고서를 29일 국회에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국민들이 국민연금에서 ‘지금보다 돈을 얼마나 더 내야 하는지(보험료율)’ ‘지금과 비교해 얼마를 받아야 할지(소득대체율)’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 없이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만 담겼다. 16인의 연금 전문가가 넉 달 넘게 머리를 맞댔지만 결론 없이 정치권에 공을 넘긴 것. 정치권 역시 재정안정성 등 구조개혁을 강조하고 있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모수개혁’은 정부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 연금개혁에 대한 논의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 11월 출범 넉 달 만에 맹탕 보고서 이날 오후 연금특위 전체회의에서 자문위는 ‘연금개혁안 검토 현황’ 경과보고서를 제출했다. 자문위는 일단 국민연금을 ‘지금보다 더 내고, 더 오래 내고, 더 늦게 받자’는 데는 의견을 모았다. 현행 9%인 보험료율을 더 올리고, 연금을 낼 수 있는 상한 연령(현행 59세)과 연금을 받기 시작하는 연령(현행 63세)을 높여야 한다는 것. 그러나 연금개혁의 핵심인 보험료율, 소득대체율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결론을 담지 않았다. 당초 자문위는 그동안 논의에서 보험료율을 15%로 올리는 것을 전제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로 유지하는 안과 50%로 인상하는 안을 검토해 왔지만 부정적 여론이 커지자 돌연 논의를 중단했고, 이날도 구체적인 숫자를 거론하지 않은 것이다. 정치권의 공약인 기초연금 인상 여부에 대해서도 결과를 내지 못했다. 자문위는 보고서에서 “‘기초연금 점진적 인상’, ‘기초연금 수급 대상 합리화’ 등의 논의가 있었다”면서도 “다각적 의견 교환이 이뤄지는 수준에서 논의가 종결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자문위는 퇴직연금과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등의 직역연금도 논의는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공 넘겨받은 복지부, 10월 개혁안 초안 자문위가 ‘맹탕’ 보고서를 낸 것에는 정치권의 방향 설정 탓도 있다. 그동안 자문위는 ‘모수개혁’에 집중해 왔는데 지난달 초 연금특위 여야 간사가 회동 뒤 “구조개혁을 충분히 논의하고 나서 모수개혁 논의를 해도 늦지 않다”며 방향을 바꾼 것. 구조개혁은 연금 제도를 개편하는 것으로, 국민연금 납부액의 경우 현재 전체 가입자의 월 소득 평균과 개인의 소득비례를 혼합해 결정되는데 이를 소득비례로만 전환하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이제 연금개혁에 대한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왔지만 관련 논의는 더욱 난항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여야는 연금특위 연장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다. 4월 30일까지인 연금특위 활동기한에 대해 여당은 즉각 기한을 연장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남은 한 달 동안 연금특위가 최선의 역할을 다하고 난 다음에 연장 여부를 논의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라고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모수개혁과 구조개혁 중 무엇을 우선할지도 엇갈린다. 연금특위 여당 관계자는 “어떻게 안정적으로 노후소득을 보장할 것인지 구조개혁부터 한 다음 모수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 관계자는 “구조개혁과 모수개혁은 선후의 문제가 아니다. 구조개혁 우선은 여당 의견”이라며 다만 “모수개혁은 정부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 개혁은 결국 정부 몫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보건복지부가 10월경 정부 차원의 연금개혁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그동안 연금특위와 별도로 국민연금법에 따라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 수립을 준비해 왔다.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김소영 기자 ksy@donga.com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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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확진자 격리 5월부터 7일→5일… 7월부턴 격리-마스크 의무 아예 사라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의 격리 의무가 5월부터 7일에서 5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7월부터는 격리 의무가 아예 사라지고 마스크 착용 의무도 전면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최근 전 세계 코로나19 유행 감소세가 확연하고 국내 방역 상황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며 코로나19 위기단계 조정 로드맵을 발표했다. 로드맵은 총 3단계다. 1단계에서는 현재 ‘심각’ 단계인 코로나19 위기단계가 ‘경계’로 하향된다. 정부는 4월 말로 예정된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 해제 여부가 결정된 뒤 5월 초쯤 위기평가회의를 열고 단계 하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위기단계가 하향되면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는 5일로 줄어든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현재 우세종 변이인 BN.1의 전파 위험도 감소와 한국, 일본, 뉴질랜드 등을 제외한 다수의 해외 국가가 확진자 5일 의무 또는 권고로 격리 제도를 운영 중인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단, 마스크는 지금처럼 병원 등 의료기관, 일반 약국, 감염취약시설에서 계속 써야 한다. 이때부터는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 중인 임시선별검사소 18곳의 운영이 중단된다. 현재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발표하는 코로나19 확진자 통계도 주간 단위로 발표한다. 2단계에서는 코로나19의 법정 감염병 등급이 2급에서 인플루엔자(독감) 같은 4급으로 바뀐다. 방역당국은 2단계 시행 시점을 7월 정도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는 격리 의무가 ‘권고’로 바뀐다. 다만 지 청장은 “격리 의무의 권고 전환은 법적인 의무가 사라져 위반했을 때 벌칙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확진자가) 비감염자처럼 자유롭게 활동해도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마스크 착용 의무 역시 전면 해제돼 병원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노마스크’가 가능해진다. 보건소와 의료기관이 운영하는 선별진료소는 모두 운영이 종료된다. 코로나19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 그 대신 일반적인 호흡기감염병처럼 표본 감시 의료기관을 통해 집계된 코로나19 검출률 등을 주간 단위로 발표하기로 했다. 3단계는 한마디로 ‘완전한 엔데믹(풍토병화)’이다. 방역당국은 이르면 내년부터 3단계가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3단계에서는 현재 무상 공급되는 코로나19 치료제에 건강보험 체계가 적용되면서 일부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역시 지금은 누구나 무료로 받지만 이때부터 ‘건강한 성인’은 돈을 내고 맞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도 독감 백신처럼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감 백신은 생후 6개월∼13세 이하 어린이와 65세 이상 고령자, 임신부만 무료 접종 대상이고 나머지는 유료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3-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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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세까지 입원비 전액 지원” 저출산 대책 추진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주재하며 “우리 아이들을 국가가 확실히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께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직접 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건 2015년 11월 이후 7년여 만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장관 등과 저출산 대책을 논의하며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존 저출산 정책을 철저히 평가하고 실패한 정책은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혁신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고위는 ‘내 아이를 내가 키우게 해달라’는 청년들의 요구에 맞춰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 적용 연령을 현재 만 8세에서 만 12세로 높이기로 했다. 생후 24개월 미만 아동의 입원비를 전액 국가가 지원하는 등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내놓았다.2자녀도 ‘다자녀 특공’…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24→36개월로 정부 저출산 대책‘근로단축’ 자녀 나이 8→12세로0세반 운영 어린이집에 인센티브“새 대책 없이 기존안 반복” 지적 나와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28일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 저출산 정책의 5대 핵심 분야를 정하고 각 분야마다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추려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선택과 집중’을 강조한 데는 정부가 2006년부터 저출산 정책에 280조 원을 투입했으나 출산율 반전에 실패했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안상훈 대통령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기존의 200개가 넘는 백화점식 정책을 과학에 기반해 평가하고 효과적인 정책을 중심으로 전반적으로 정책 수를 줄이고 재구조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12세 자녀까지 부모 근로시간 단축 가능‘일·육아 병행’ 분야에서 대표적인 대책 중 하나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의 확대다. 지금은 근로자가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양육하기 위해서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할 수 있는데, 이 연령을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 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기간도 부모 1인당 현행 최대 24개월에서 최대 36개월로 늘어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와 육아휴직 등의 제도가 활성화되도록 4월 중 (제도 활용 관련) 집중 감독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 정규직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도 법으로 보장된 출산·육아·돌봄 휴가를 쓸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는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도 발표했다. 먼저 여성가족부의 아이돌봄 서비스를 확대한다. 지금은 자녀 수와 관계없이 소득 수준에 따라 정부 지원금이 달라지는데, 앞으로는 2자녀 이상 가구에는 정부 지원금을 더 확대한다. 또 수요에 비해 부족한 어린이집 0세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0세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인센티브를 지원할 계획이다. 미숙아와 선천성 이상아의 의료비 지원에 지금까지는 중위소득 180% 이하라는 소득기준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소득기준이 사라진다. 난임 시술비 소득기준을 완화해 그 대상을 확대하고 난임휴가를 연 3일에서 6일로 늘린다. ● 2자녀도 다자녀 특공올해 6월부터는 자녀가 2명이어도 공공분양 특별공급(특공)의 다자녀 유형에 지원할 수 있다. 현 기준으로는 자녀가 3명 이상이어야 지원할 수 있다. 기존의 공공임대 다자녀 유형 기준이 자녀 2명인 점을 고려해 지원 자격을 완화한 것이다. 신혼부부 대상의 주택자금 지원 요건 역시 완화된다. 주택구입자금대출(금리 연 2.4%) 소득 요건은 기존 7000만 원 이하에서 8500만 원 이하로, 전세자금대출(금리 1.65%) 소득 요건은 6000만 원 이하에서 7500만 원 이하로 각각 완화된다. 이를 통해 신혼부부 약 1만 가구가 추가 혜택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신혼부부 대상 주택 공급도 이어간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된 공공분양(뉴:홈) 15만5000채를 포함해 공공임대 10만 채, 민간분양 17만5000채 등 총 43만 채를 2027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 기대했던 파격 대책은 없어윤석열 대통령은 앞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을 주문했으나 이날 회의에서 파격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저출산 문제가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뿐만 아니라 문화적인 요소를 포함한 복합적 원인에서 비롯된 만큼 개별적 정책들, 단편적 조합만으로는 이를 한번에 풀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단기 일회성 대책으로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세밀한 여론조사, 집단심층면접(FGI) 등을 통해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각 부처는 이날 논의된 방향을 토대로 구체적인 정책을 발표해 나갈 예정이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박성민 기자 min@donga.com}

    • 2023-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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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대수명 17년 늘었는데… ‘65세 노인’ 43년째 그대로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받으면 기분이 썩 좋진 않습니다.” 경기 과천에 사는 A 씨(66)는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노약자석에 앉지 않고 경로당 출입은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다. 산악 자전거를 즐길 정도로 건강하다. 한국의 노인 기준 연령은 1981년 이후 65세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 발달 등으로 A 씨처럼 ‘젊은 노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한 배경이다. 고령인구 증가로 노인 관련 복지 예산 지출도 커지면서 전문가들은 노인 연령 상향이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동아일보가 노화, 복지 등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을 취재한 결과 현 시대에 맞는 노인 연령 상향 방안은 두 가지로 귀결됐다. 서울연구원의 윤민석 연구위원은 ‘건강수명’(기대수명에서 유병기간을 뺀 연령)을 노인 연령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제안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66.3세다. 기대여명(현재 나이에서 더 살 수 있는 예상 기간)이 15년이 되는 시점부터 노인으로 보자는 제안도 있다. 미국 경제학자 워런 샌더슨 등이 제안한 방식으로, 앞으로 살 날(15년)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기준으로 삼자는 얘기다. 2021년 기준 한국인의 평균 기대여명이 15년이 되는 시점은 73세다. 73세가 노인 기준이 되는 것.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주요 노인복지 사업 총 47개 중 24개(51%)가 65세 이상 연령 기준을 적용했다. KDI 이태석 선임연구위원은 “(노인 연령을) 10년에 1세 정도로 천천히 올리고, 취약층 피해를 완화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65세 노인연령, 점진적 올리고… 복지는 소득-자산따라 차등을” 〈3〉 미룰 수 없는 ‘노인 연령 상향’“65세 되면 받는 복지혜택 24개기준연령 높여야 청년 부담 줄어10년에 1세씩 서서히 올려가되취약층 피해 완화할 대책 병행을” “지금의 한국 사회는 과거의 노인 모습과 사회가 계속 유지된다는 가정을 하고 각종 복지 제도를 운영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노인 전문가인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20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42년간 ‘노인=65세’라는 기준에 묶여 사회적, 정책적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제도상으로는 노인에 속하지만 학력, 건강 상태, 주변 여건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사회의 중추적인 노동력 및 성장 동력으로 역할을 할 수 있는 고령층을 이제는 ‘노인’이라는 카테고리에서 벗어나도록 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요지부동 노인 기준, 사회는 급변 법적으로 정확하게 노인을 정의하는 특정한 나이 기준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1981년에 제정된 노인복지법에서 경로우대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정해졌다. 기초연금과 노인장기요양보험 등 각종 복지 제도가 이 기준을 따르면서 노인의 기준이 65세 이상으로 굳어졌다. 노인 연령 기준은 수십 년째 요지부동이지만, 노인의 특성은 급변하고 있다. 일단 과거보다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면서 수명이 계속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남성의 경우 1981년 62.4년에서 2021년 80.6년으로, 여성은 같은 기간 70.9년에서 86.6년으로 늘었다. 남녀 평균 16.9년 증가한 셈이다. 고학력에 의욕이 넘치고 건강한(Highly educated, Highly motivated, Healthy), 이른바 ‘3H’로 무장한 ‘파워 시니어(power seniors)’가 2040년에는 33%, 2051년에는 50%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2월 발표한 ‘2022년 노인실태조사’에서도 65세 이상 서울시민 3010명이 생각하는 노인 연령은 평균 72.6세였다. 노인의 몸과 마음만 변한 것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초저출산 현상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는 노인을 부양할 인구가 부족하다. 42년 전 정해진 노인 연령 기준으로 각종 복지 제도를 운영하면 세금과 보험료 등을 내야 하는 청년세대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복지 사각지대-연금 공백’ 대안 필요문제는 한국에 가난한 노인이 많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2021년 기준 37.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3.5%(2019년 기준)의 약 3배다. 노인 연령 기준은 중앙 정부 및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하는 각종 복지 제도와 밀접하게 연결된다. 노인 기준 연령이 올라가면 기존에 복지 혜택을 받던 이들 중 일부가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건 불가피하다. 경기복지재단 연구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65세인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조정하면 경기도 지역에서만 4353억 원 예산이 절감되지만, 제외되는 연령대(65∼69세)의 노인빈곤율은 33.1%에서 38%로 4.9%포인트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에 대한 논의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재정 고갈 문제 때문에 수급 개시 연령을 늦춰서 ‘더 늦게 받는’ 방안이 거론되지만 이 역시 노인 빈곤 문제와 충돌한다. 1969년생 이후 출생자들은 65세부터 국민연금을 받는다. 그런데 현재 정년은 60세이기 때문에 퇴직 후부터 연금을 타기 시작할 때까지 5년 동안 소득이 줄어드는 일종의 공백기, ‘소득 크레바스(절벽)’가 생길 수 있다. 정년 연장 없이 노인 연령을 상향할 경우 이 크레바스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선 노인 연령을 점진적으로 천천히 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혜택 기준 ‘연령→소득-자산’ 바꿔야”일각에서는 복지 제도를 운영할 때 연령 기준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과거 여러 복지 제도가 연령을 기준으로 시행된 건 행정적으로 개인 소득이나 자산 파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나이를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시행하기보다는 소득, 자산 등을 정확히 파악해 개인의 필요에 따라서 제도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지하철 노인 무임승차 논란이 불거졌을 때 나온 제안 중 소득을 기준으로 무임승차 혜택을 다르게 적용하자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전기노인(65∼69세), 노인(70∼79세), 후기노인(80세 이후) 식으로 연령대를 세분화해 복지 지원을 차별화하자는 주장도 있다. 노인 연령 기준을 바꾸려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연령 기준을 두고 있는 복지 제도 등의 관련 법령을 개정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노인복지법상 ‘65세 이상’ 경로우대 조항에 대한 법제처 유권해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노인 연령 상향의 폭과 시기 등 방법에 대해서는 전문가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이들은 한목소리로 한국 사회가 노인 연령 상향 논의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노인 연령 상향은 언젠가 한 번은 먹어야 할 쓴 약”이라며 “이 논의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한국 사회의 제도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미래는 점점 더 암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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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출퇴근길 대중교통선 마스크 ‘적극 권고’

    《888일만에 버스-지하철-택시서도 ‘노 마스크’… 오늘부터 해제2020년 10월 13일 이후 888일 만에 대중교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됐다. 그동안 버스, 지하철, 택시를 타기 전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마스크를 꺼내 서둘러 착용했던 시민들은 20일부터 마스크 없이도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 승객들과 마스크 착용을 놓고 종종 언쟁을 벌였던 운전사들의 시름도 덜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승객이 많이 몰리는 출퇴근 등 혼잡 시간대에는 마스크를 써야 감염을 예방할 수 있다고 방역당국은 당부했다.》20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마스크를 쓰지 않고도 버스, 지하철, 택시 등 대중교통과 대형마트 및 기차역 안에 있는 개방형 약국을 이용할 수 있다.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는 건 2020년 10월 13일 이후 888일 만이다. 대중교통 ‘노 마스크’와 관련해 궁금한 점을 Q&A로 정리했다. ―붐비는 출퇴근길 ‘지옥철(지옥+지하철)’에서 마스크를 벗어도 되나. “원칙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혼잡한 대중교통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쉽게 전파되는 ‘3밀(밀접, 밀집, 밀폐)’ 환경에 해당한다. 그래서 방역당국은 출퇴근 시간대에는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을 ‘적극 권고’한다. 발열과 기침 등 코로나19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에도 가급적 대중교통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 ―개방형 약국에서 노 마스크를 허용한 이유가 무엇인가. “개방형 약국이란 대형마트나 기차역 등에 있고 출입문이 없으며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형태의 약국을 뜻한다. 방역당국은 개방형 약국이 일반적인 형태의 약국보다 코로나19 전파의 위험이 더 낮다고 봤다. 출입문 등으로 공간을 분리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환기가 더 잘된다. 또 처방 및 조제보다 일반의약품 판매 중심이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자나 의심자가 덜 방문한다. 개방형 약국을 찾는 손님뿐만 아니라 약사와 직원 모두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된다. 다만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많이 방문하기 때문에 약사와 직원들은 ‘가급적’ 마스크를 쓸 것을 방역당국은 권고한다.” ―대중교통 노 마스크 시행 이후 코로나19가 재유행할 우려는 없나. “정부와 전문가들은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1월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1차 해제한 뒤에도 주요 코로나19 방역지표는 안정적인 추세를 보였다. 2월 둘째 주(2월 5∼11일) 하루 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만3550명이었는데 3월 첫째 주(2월 26일∼3월 4일) 9361명, 셋째 주(3월 12∼18일) 9300명으로 줄었다. 방역당국은 대중교통 노 마스크 시행 이후 유행 규모가 일시적으로 다시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이전처럼 큰 규모의 재유행은 오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마스크 착용 의무가 남아있는 곳은 어디인가. “△일반 약국 △병의원 등 의료기관 △감염취약시설(요양병원, 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복지시설)이다. 이들 시설은 기저질환자와 고령층 등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모인 공간이라 아직 위험하다.” ―일반 약국과 의료기관 등에서는 언제쯤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까. “4월 말, 5월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해제한 뒤에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점 이후에는 현재 결핵, 장티푸스 등과 함께 2급인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인플루엔자(독감)와 같은 4급으로 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확진자의 격리 의무(7일)도 사라지고 일일 확진자 수 집계도 중단된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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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어린이집 42% ‘0세반’ 없어… “육아휴직뒤 복직 어떡하나”

    “우리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의 부모들이 ‘동생 보내게 0세반 좀 만들어 달라’고 하소연하지만 만들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충북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A 원장은 0세반 개설에 대한 문의가 올 때마다 난감하다. 0세반은 전년도 1월 1일 이후에 태어난 아이가 다니는 반이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2022년 1월 1일 이후 출생아가 0세반에 배정돼 2년간 다닐 수 있다.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의 간절한 마음은 알지만 자칫 적자가 나기 쉬운 0세반을 운영하기가 녹록지 않아서다. A 원장의 어린이집처럼 전국 어린이집 10곳 중 4곳에서 0세반을 운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0세반에 다니는 아이 수는 되레 늘고 있어 맞벌이 부부 등이 애를 태우고 있다. ● 어린이집 10곳 중 4곳에 0세반 없어19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전국 어린이집 3만943곳 중 0세반이 없는 어린이집은 1만3060곳(42%)에 달했다. 이 비율은 최근 3년 동안 42∼44%를 유지하고 있다. 0세반이 사라지는 동안 0세반 아이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전국 기준 0세반에 다니는 아동 수는 2021년 12월 기준 8만3815명에서 2022년 12월 9만4620명으로, 올해 2월 기준 9만5798명으로 증가했다. 초저출산 현상으로 0세반에 다니는 아이가 줄었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부모들이 자녀를 0세반에 보내려는 수요가 되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보육현장에서는 주로 육아휴직을 마치자마자 복직하려는 맞벌이 부부가 많은 점을 그 이유로 꼽는다. 일반적으로 출산휴가 3개월과 육아휴직 1년을 쓴 뒤 바로 복직할 때 아이를 맡아줄 가족 등이 없으면 어린이집을 보내야 하는데 이때 아이가 가는 곳이 0세반이다. 육아휴직을 1년 이하로 쓰게 되거나, 아예 못 쓰고 바로 직장에 복귀하는 경우 어린이집을 보내면 이때도 아이는 0세반에 배정된다. 복지부가 ‘2022년 어린이집 이용자 만족도 조사’를 통해 어린이집 이용 자녀를 둔 어머니 1000명을 조사한 결과 취업 중인 경우가 52.4%로 절반 이상이었다. 가정 내에서 아이를 온종일 양육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부모가 많아지는 추세도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서울 성동구 김상규 꿈터어린이집 원장은 “과거보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고 싶어 하는 부모들이 많아졌다”며 “아이를 맡기고 부모도 공부를 하거나 여가를 즐기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아동이 어린이집을 처음 이용하기 시작하는 연령이 점점 더 어려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0세반 운영이 두려운 어린이집수요는 느는데 0세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많지 않다 보니 부모들은 아이 맡길 곳이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달 초 한 맘카페에는 “아이가 생후 80일이 됐을 때 복직했고 현재 육아휴직 중인 남편은 9월에 복직할 예정”이라며 “어린이집 대기가 너무 길어 남편이 복직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대체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는 것이냐”고 묻는 생후 6개월 아이를 둔 엄마의 글이 올라왔다. 현행법상 0세반은 아동 3명당 보육교사 1명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0세반 아동의 경우 그 특성상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에 1세반(5명) 2세반(7명) 3세반(15명)보다 보육교사 1명이 돌봐야 할 적정 정원이 적다. 0세반 운영에 인건비는 2∼5배 더 든단 뜻이다. 이렇다 보니 일선 어린이집에서는 적자를 보지 않고 0세반을 운영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정부의 인건비 지원 대상이 아닌 민간, 가정어린이집의 상황은 더욱 그렇다. 올해 기준 0세 아동 1명당 월 111만3000원의 보육료를 정부로부터 지원받는다. 만약 한 어린이집에서 0세반을 운영하면서 아동을 정원보다 1명 부족한 2명만 받는다고 가정하면 정부 지원 보육료(222만6000원)가 보육교사에게 지급하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201만580원)을 겨우 넘긴다. 어린이집으로선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김 원장은 “정원이 15명인 3세반에서는 아이 한두 명이 어린이집을 그만두더라도 운영에 큰 타격이 없지만 0세반의 경우 한 명이라도 빠지는 순간 적자가 된다”고 말했다. 충남 천안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B 원장은 “1년 내내 부모들에게 ‘0세반 자리가 있느냐’는 문의가 오는데 ‘0세반은 더 만들기가 어렵다’고 답하고 있다”고 전했다. ● “정부, 지자체가 지원해야”맞벌이 부부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0세반 운영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지방자치단체도 생겨나고 있다. 서울시는 다음 달부터 교사 대 아동(생후 12개월 미만) 비율을 1 대 2로 하는 ‘서울형 0세 전담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70곳에 운영비와 보육교사 수당을 지원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나 지자체가 0세반을 운영하는 어린이집에 보육교사 인건비 등을 지원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서울시 등 지자체가 개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의 효과가 좋으면 국비 사업으로 진행하거나 해당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식으로 장려하는 방안을 고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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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부인과 없는 지방… 원정출산용 숙소-전용 구급차까지 등장

    # 충북에는 올해 1월부터 ‘임신부 전용 구급차’가 6대 생겼다. 충북소방본부가 보은 옥천 괴산 증평 음성 단양 소방서에 있는 예비 구급차를 임신부 전용으로 바꿔 운영하는 것이다. 출산을 앞둔 임신부는 이 구급차를 타고 검진이나 진찰을 받으러 병원에 다닐 수 있다. 구급차에는 이동 중에 아이를 낳게 될 상황에 대비한 탯줄가위와 시트 등이 담긴 분만키트도 있다. 임신부 전용 구급차가 등장한 건 이 6개 지역에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충북소방본부 관계자는 “1시간 넘게 걸리는 지역에 있는 산부인과까지 힘겹게 오고 가는 임신부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말했다. # 강원도에는 화천 인제 양구 등 5개 지역의 임신부들이 출산 3주 전부터 잠시 머물 수 있는 아파트가 1채 있다. 이들 지역 역시 차로 1시간 이내에 분만 산부인과로 접근하기 어려워 정부가 ‘분만 취약지’로 지정한 곳들이다. 언제 양수가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임신부들이 최대한 빨리 강원대병원에 갈 수 있도록 강원도 예산으로 병원 옆에 마련한 집이다. 이 두 지역처럼 지방자치단체마다 임신부들을 위해 다양한 자구책을 찾고 있는 건 현재 분만 인프라 붕괴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분만실은 2014년 1468개에서 2018년 1328개, 2022년 1176개로 급감했다. 특히 출산율이 낮고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지방의 분만 인프라 붕괴를 막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분만 인프라 부족에 “둘째는 상상도 못 해” 분만 인프라가 무너지면서 임신부들은 분만이 가능한 산부인과를 찾아 떠돌고 있다. 경기 안성에 사는 이모 씨(29)는 올해 1월 첫째 아이를 낳을 때 안성 지역에 분만 산부인과가 없어 아예 친정어머니가 있는 광주광역시에 가 아이를 낳았다. 이 씨는 “임신 초기에는 2주마다 안성과 광주를 오갔고 마지막 달에는 아예 광주에서 머물렀다”며 “이런 상황에서 둘째를 낳는 건 상상조차 못 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불편한 차원이 아니라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 및 생명에 대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서울대 의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분만취약 지역의 평균 유산율은 4.55%로 비(非)분만취약 지역(3.56%)보다 높다. 게다가 최근엔 노산 등 고위험 산모가 늘면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합계출산율 0.78명이라는 유례없는 초저출산 상황에서 산모를 제대로 돌볼 곳이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분만 인프라가 붕괴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단 저출산으로 ‘수요’ 자체가 줄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4만9000명으로 역대 최저였다. 2031년 인구 5000만 명 선이 붕괴될 것으로 예측됐다. 이 때문에 수도권 큰 병원으로 쏠리는 현상도 심화된다. 서울의 한 산부인과 병원장은 “아이 한 명 한 명이 귀하다 보니 중소병원보다는 상급종합병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가 기피 과목이 되면서 분만 의사도 점점 부족해지고 있다. 분만의 특성상 의료진이 24시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일이 잦고 의료소송 위험성이 큰 탓이다. 설현주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서울이 그나마 지방보다 분만 인프라 부족 문제를 덜 겪는 건 기존 의사들이 한계까지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며 “기존 의사들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신규 인력은 투입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의사뿐 아니라 분만실 간호사 구인난도 겪고 있다. 홍정아 순천향대 구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분만실 간호사들이 수도권으로 떠나거나 병원 내 다른 파트로 옮기면서 분만실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며 “2021년 5월부터 병원에서 자연분만은 불가능하고 제왕절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왕절개는 시기를 정할 수 있어서 자연분만보다 더 적은 수의 의료진으로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접근성 높이고 분만 취약지 지원 늘려야” 전문가들은 먼저 분만 취약 지역에서 산부인과로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자체는 고위험 산모의 건강을 출산 전에 미리 관리하고, 문제가 생기면 소방 등과 연계해서 ‘최대한 빨리’ 병원에 갈 수 있도록 가용한 자원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분만 취약지에 대한 재정 지원도 지금보다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황종윤 강원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분만 취약지에 있는 분만 산부인과에 대한 정부 지원금이 10여 년 동안 그대로”라며 “현실적으로 분만 산부인과를 신설하기 어렵다면 기존에 있는 병원이라도 사라지지 않도록 정부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분만 과정에서 아이나 산모가 사망하면 병원 과실이 없어도 피해보상금을 국가와 병원이 7 대 3으로 보상한다. 이 같은 ‘무과실 보상’ 체계도 전액 국가가 보상하도록 법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이런 내용의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오상윤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총무이사는 “(무과실 보상) 관련 제도가 마련될 때 이 제도로 인해 신규 산과 의사 지원율이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는데 강행됐다”며 “산과 의사들이 과실이 없는데도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 2023-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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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르면 20일부터 버스-지하철서도 ‘노 마스크’

    정부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르면 20일부터 해제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2020년 10월 13일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지 약 2년 반 만에 마스크를 벗고 버스 지하철 등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9일 “1월 30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1단계가 시행된 이후 한 달 정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상황을 살펴보고 전문가와 대중교통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검토했다”며 “다음 주(15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논의를 거쳐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7일 열린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회 회의에서 대다수 전문가가 대중교통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데에 찬성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교통 내부와 병원 등 감염 취약 시설을 제외하고,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권고로 바뀐 1월 30일 이후에도 마스크를 자율적으로 착용하는 비율이 높고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만 명 선에서 관리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대중교통에서 먼저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려고 하는 건 다른 시설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아 시민들이 불편하고, 코로나19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데 따른 것이다. 방대본 관계자는 “같은 ‘3밀’(밀폐, 밀집, 밀접) 환경인 다른 시설에선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닌 권고인데 대중교통에만 의무를 적용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본 결정 이후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행정적으로 준비할 시간을 감안하면 이르면 20일부터 시행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상황도 안정세다. 방역당국이 확진자, 중환자, 사망자, 의료대응역량 등의 지표로 매주 평가하는 코로나19 위험도는 3월 1주 차(2월 26일∼3월 4일)에 7주 연속 ‘낮음’ 을 기록했다. 다만 의료기관, 약국, 감염취약시설(요양병원, 장기요양기관, 정신건강증진시설, 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시설은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모인 공간이라 아직 위험하다는 판단에서다. 자문위원 사이에서도 이들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는 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정기석 자문위원장은 “개학이 코로나19 유행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한 한 달 정도는 관찰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전면적으로 해제하기는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착용 해제는 엔데믹(Endemic·풍토병화) 전환으로 한 발짝 더 다가선 것이다. ‘심각’ 단계인 코로나19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는 4월 말이나 5월 초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가 해제되면 위기경보 단계와 감염병 등급을 조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WHO가 4월 말에서 5월 초 코로나19 긴급위원회를 연 이후 국내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조정하는 위기평가회의를 개최해 결정하게 된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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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선민 심평원장, 임기 한달 남기고 10일 퇴임

    김선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 임기를 한 달 가량 남기고 10일 퇴임한다. 9일 심평원에 따르면 김 원장은 10일 오전 10시 반 강원도 원주 심평원 본원에서 이임식을 갖고 물러난다. 서울대 의대 출신으로 심평원 기획상임이사를 지낸 김 원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4월 심평원 첫 여성 원장으로 취임했다.  김 원장의 임기는 다음달 20일까지였다. 전 정부에서 임명됐던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전 이사장도 6일 임기를 1년 10개월 남기고 물러난 바 있다. 후임으로는 강중구 전 일산차병원장이 유력하다. 강 전 원장은 연세대 의대 출신으로 2020년 4월부터 최근까지 일산차병원장을 맡았다.김소영기자 ksy@donga.com}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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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프면 한국行?… 외국인 건보 혜택 ‘무임승차’ 막는다

    60대 외국 국적 A 씨는 2021년 10월 한국에 입국한 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동생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이후 A 씨는 같은 해 11월부터 이비인후과 질환인 외이도염 치료 등으로 총 11번의 병원 진료를 받았다. 진료를 받으면서 A 씨가 받은 건강보험 혜택은 총 1200만 원에 달한다. 치료를 마친 A 씨는 다음 해인 2022년 1월 다시 해외로 출국했다. 재외동포인 70대 여성 B 씨 역시 같은 방식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렸다. B 씨는 2020년 2월 한국에 들어와서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사위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같은 해 3월부터 위암 등으로 병원 진료를 17번 받았고 총 7000만 원의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 2022년 5월 치료가 끝나서 B 씨는 한국을 떠났다. ● 건보 혜택만 받고 돌아가는 ‘얌체’ 외국인A 씨와 B 씨는 모두 외국인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건강보험 혜택을 누린 이들이다. 지금까지 외국인과 외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 한국 국적을 가졌으나 해외 장기체류 중인 재외국민은 국내에 들어오는 즉시 피부양자(부양자인 직장 가입자 아래 등록돼 건보 적용을 받는 사람)가 될 수 있었다. 앞으로는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건보 적용을 받도록 기준이 강화된다. 재외동포, 즉 한국인이지만 해외에 장기체류 중인 영주권자도 앞으로는 입국 후 6개월이 지나야 건보 가입이 가능하다. 그동안 해외에 살다가 아프면 잠깐 한국에 들어와 건강보험 혜택만 받고 다시 출국하는 재외국민과 재외동포, 외국인들에 대한 ‘무임승차’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부가 피부양자 가입 자격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앞으로는 이들이 기존처럼 건강보험 혜택을 받기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외국인은 내국인과 동일하게 △직장가입자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지역가입자 등 3가지로 나뉜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전체 외국인은 총 131만5474명이었다. 지역가입자와 직장가입자는 각각 60만6901명(46.1%), 51만8626명(39.4%)이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18만9947명(14.5%)이었다. 피부양자 가입 기준은 내외국인에게 모두 동일하다. 직장인의 배우자 자녀 부모 등이면서 연소득 2000만 원 이하 등의 소득 및 재산요건을 충족하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관계 없이 피부양자가 될 수 있다. 문제가 되는 건 현행 제도상 외국인 피부양자는 해외에 살다가 한국에 들어와서 바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에 머물다가 아플 때만 잠시 국내에 들어와서 피부양자로 등록한 뒤 건보 혜택을 받고 다시 출국하는 외국인과 재외동포, 재외국민이 적지 않았다. 이러한 외국인 피부양자 제도는 외국인 지역가입자와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인 지역가입자의 경우 2018년 12월부터 국내에 최소한 6개월을 살아야만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즉, 같은 외국인이더라도 지역가입자에게는 최소 체류 기간이라는 제한이 있는데 외국인 피부양자에게는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 최소 6개월 이상 국내 거주해야 혜택 받도록현재 국회에는 외국인 피부양자의 가입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외국인 피부양자로 가입할 때 지역가입자와 마찬가지로 ‘국내 거주 6개월 이상’이라는 조건을 두자는 것이 골자다. 국민의힘 송언석, 주호영 의원이 2021년 1월과 12월에 각각 발의했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 역시 외국인 피부양자의 가입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외국인 피부양자 중 배우자와 19세 미만 자녀에 대해서는 최소 체류 기간을 적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국에 온 주재원, 외교관의 배우자나 미성년자 자녀가 입국한 뒤 바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고 6개월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이들의 경우 현재처럼 입국 즉시 피부양자로 가입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외국인 피부양자 가입 기준이 강화되면 연간 9880명의 외국인 피부양자가 건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입국한 지 6개월 이내에 피부양자로 가입한 외국인이 연간 2만4842명(2019∼2021년 연평균)인데, 이 중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와 19세 미만 자녀(1만4962명)를 제외한 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외국인 피부양자 자격 강화는) 일부 외국인의 진료 목적 입국을 막기 위한 것으로 대다수 외국인에게는 영향이 없다”며 “건강보험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를 막고 외국인 지역가입자와의 형평성을 높여서 건강보험 제도의 공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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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방의료원 69% 의사 부족… 정년 넘긴 70대도 채용

    수도권의 한 시립병원은 소속 전문의 약 40명 중 6명이 정년(60세)을 훌쩍 넘긴 60대 후반에서 70대다. 의사 면허에는 정년이 없지만, 시립병원 같은 공공의료기관은 소속 의사들의 정년을 두고 있다. 이 병원은 의사를 구하기가 어렵다 보니 정년을 마친 고령의 의사들을 채용한 것이다. 병원 관계자는 “나이가 많다 보니 당직 서기도 어렵고 진료 활동에도 체력적 한계가 있지만 의사를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의사 구인 대란’이 심각한 가운데 특히 공공의료기관의 상황이 더 나쁜 것으로 분석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 35곳 중 24곳(69%·1월 기준)이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균 결원율은 약 18%다. 의료원마다 정상적인 병원 운영을 위해 필요한 의사 5명 중 1명이 없는 셈이다. 성남시의료원 결원율은 무려 34.3%에 달한다. 공공의료기관들이 의료 공백을 막기 위해 정년을 넘긴 고령 의사를 채용하는 자구책까지 쓰고 있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의사가 없어 병원을 찾은 환자를 돌려보내고 수술도 못 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는 고령 의사의 경륜이나 경험에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보다는 젊은 의사 부족으로 인한 진료 역량 약화가 더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일용 경기도의료원장은 “병원 입장에서는 연봉 1000만∼2000만 원을 더 주더라도 젊은 의사를 뽑고 싶지만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의사 못구해 투석환자 80명 돌려보내고, 수술실 두달 문닫기도 지방의료원 69% 의사부족 적은 보수-지방 기피에 구인난 심각1인당 업무량 증가로 구인난 가중“응급센터 확충 등도 근본대책 못돼의사 공급 늘려야 그 다음 단계 구상” 공공의료기관의 의사 부족 현상은 진료 차질과 환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지난해 신장내과 의사가 그만둔 뒤 새로 의사를 구하지 못해 현재까지 인공신장실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중단 전 일주일에 2, 3번씩 이 병원에서 투석을 받던 환자는 약 80명이었다. 병원은 이들에게 “다른 병원으로 가서 투석을 받아 달라”며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 현재 심장질환 등을 담당하는 순환기내과 의사도 없어서 인근 가천대 길병원에서 순환기내과 의사 한 명을 일주일에 한 번씩 파견받아 진료를 이어 나가고 있다.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도 상황이 비슷하다.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를 구하지 못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 동안 수술실을 닫았다. 응급실을 찾은 급성 충수돌기염(맹장염) 환자도 인근 병원으로 보냈다. 임승관 안성병원장은 “의사 한 명이 그만뒀을 때 후임자가 바로 구해진 건 최근 3, 4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과다 업무에 처우 열악, 코로나19 영향까지지방 공공의료기관들이 서울의 대형 민간의료기관보다 심각한 구인난에 처한 이유는 보수가 더 적기 때문이다. 자녀 교육 등을 이유로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경우도 많다. 이렇다 보니 지방 공공의료기관에서는 의사 한 명이 과도한 양의 업무를 맡아야만 하고, 이는 또 구인난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공공의료기관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이후 의사가 대거 이탈했다. 비(非)코로나19 환자가 대폭 줄거나 아예 없어지면서 이 환자들을 진료하던 의사들은 ‘커리어 공백’이 생겼다고 느껴 병원을 떠난 것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의사 부족을 겪고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경쟁적으로 인력 확보를 시도하면서 의사의 ‘몸값’은 더 오르고 있다. 조승연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인천의료원장)은 “인력난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데 연봉 인상 요구는 커진다”며 “이런 식으로 사람을 구하면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유행이 수그러들면서 공공의료기관은 순차적으로 전담병원 지정에서 해제되고 있지만 일반 환자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다. 시립병원인 서울 서남병원의 노창석 진료부장(호흡기내과 전문의)은 “환자 입장에서는 병원을 바꾸려면 진료 내역이나 서류 등을 새로 준비해야 하다 보니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며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도통 회복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교수 승진 가산점-전공의 공급 등 고려해야의료 현장에서는 의사 구인난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노 부장은 “의사 수는 정해져 있는데 은퇴하는 의사는 계속 나온다”며 “특히 의사들이 기피하는 과에서는 구인난이 더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이상 개별 의료기관이 알아서 의료진을 확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인 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정부가 내놓는 정책들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의료 현장에서는 의사가 없어서 진료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응급의료센터 확충, 중증 어린이 환자 진료 인프라 확대 등의 대책들은 ‘더 많은 의사가 있어야만’ 실행할 수 있다. 임 원장은 “의대 정원 확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지금처럼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사 공급을 늘려야 그 다음 단계를 구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공의료기관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의사들이 연봉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형 민간병원이 아닌 공공의료기관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백주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고 싶은 의사들도 분명 있는데 지금은 ‘일할 여건’이 조성돼 있지 않다”며 “국립대병원 교수 승진을 심사할 때 논문 및 연구 점수를 평가하듯 지방의료원 근무 경험이 있는 이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법이 있다”고 제안했다. 만성적 인력난에 시달리는 지방의료원에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공급을 늘리자는 제안도 나온다. 지방의료원에는 전공의가 없는 병원이 많은데, 이는 전문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지방의료원 35곳 중 전공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된 곳은 20곳뿐이다. 정 원장은 “대학병원과 연계해서 인턴 일부를 지방의료원에서 수련받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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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이르면 내달말 ‘7일 격리-마스크 전면 해제’ 검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정도가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정부가 현재 ‘심각’ 단계인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이르면 4월 말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단계 조정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확진자 7일 의무 격리와 대중교통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3일 브리핑에서 “4월 말에서 5월 초에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제15차 긴급위원회 이후에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조정하는 위기평가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코로나19는 감염병 위기 단계 ‘관심-주의-경계-심각’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다. 방역당국은 위기 단계가 ‘경계’로 내려간 이후에 검사, 격리 의무, 치료제 지원, 확진자 재정지원 등 현재 남아 있는 방역조치들을 단계적으로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 말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한다. 한편,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하늘길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다시 열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주 62회인 한중 항공편은 이달 중 주 200회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우선 3월 중에 현재 주 2.25회(왕복 기준) 운항 중인 인천∼베이징 노선을 주 90회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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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소득 590만원 이상, 7월부터 국민연금 月 3만3300원 더 낸다

    7월부터 국민연금 보험료의 최고 납부액이 월 53만1000원으로 3만3300원 오른다. 보건복지부는 3일 ‘2023년 제2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기준소득월액의 상한액을 현재 월 553만 원에서 월 590만 원으로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하한액은 월 35만 원에서 37만 원으로 인상한다. 올해 인상 폭은 2010년 이후 가장 큰 것으로 약 265만 명의 보험료가 오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번 기준은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적용된다. 국민연금 보험료 산정을 위한 기준소득월액은 매년 전체 가입자 평균 소득의 3년 변동률을 적용해 상한과 하한 범위를 조정한 금액이다. 이보다 소득이 많거나 적어도 상·하한액에 맞춰 보험료율(9%)을 적용해 보험료를 산출한다. 즉, 기준소득월액 상한액이 590만 원이라면 590만 원보다 많이 벌더라도 590만 원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낸다. 반대로 하한액이 37만 원이라면 37만 원보다 덜 버는 사람도 37만 원에 해당하는 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 상·하한액 인상에 따라 국민연금 보험료도 오르게 된다. 예를 들어 월 소득이 600만 원인 A 씨는 현재까지는 상한액이 월 553만 원이었기 때문에 보험료 49만7700원을 내지만, 7월부터는 월 590만 원에 해당하는 보험료 53만1000원을 납부해야 한다. 연간 39만9600원을 더 내게 된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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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국, 4월말 ‘코로나19 위기단계’ 하향 조정할 듯… 한·중 항공편도 확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정도가 안정세를 보임에 따라 정부가 현재 ‘심각’ 단계인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를 이르면 4월 말 ‘경계’ 단계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단계 조정 이후에는 순차적으로 확진자 7일 의무 격리와 대중교통 등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될 것으로 보인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3일 브리핑에서 “4월 말에서 5월 초에 열리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코로나19 제15차 긴급위원회 이후에 코로나19 위기 단계를 조정하는 위기평가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팬데믹 종식 선언을 검토 중인 WHO와 보조를 맞추겠다는 것이다. 현재 코로나19는 감염병 위기 단계 ‘관심-주의-경계-심각’ 중 가장 높은 ‘심각’ 단계다. 방역당국은 위기 단계가 ‘경계’로 내려간 이후에 검사, 격리 의무, 치료제 지원, 확진자 재정지원 등 현재 남아 있는 방역조치들을 단계적으로 해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달말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해 발표한다. 한편,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하늘길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다시 열린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주 62회인 한중 항공편은 이달 중 주 200회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우선 3월 중에 현재 주 2.25회(왕복 기준) 운항중인 인천~베이징 노선을 주 90회까지 늘릴 수 있게 된다. 인천~상하이 노선의 현재 운항 횟수는 주 5회지만 최대 주 112회까지 운항할 수 있게 된다. 김소영기자 ksy@donga.com이축복기자 bless@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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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금특위 자문위, 개혁 초안 마련 실패… ‘맹탕’ 보고서 제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연금특위) 산하 민간자문위원회(자문위)가 연금 개혁안 초안을 마련하는 데 사실상 실패하고 현재까지의 논의 내용을 정리한 수준의 경과보고서를 연금특위에 제출하기로 했다. 자문위는 2일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연금특위에 제출할 경과보고서 검토를 마쳤다고 밝혔다. 이 경과보고서는 그동안의 활동을 정리한 것으로 개혁의 방향성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연금개혁의 핵심이자 가장 큰 관심사인 국민연금 보험료율(내는 돈)과 소득대체율(받는 돈) 조정 방안은 빠졌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직역연금 개혁의 필요성과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에 대한 자문위원 16명의 제안을 병렬적으로 종합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1월 출범한 자문위는 당초 1월 말까지 개혁안 초안을 만들기로 했으나 1박 2일 끝장토론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결국 ‘맹탕’ 보고서를 냈다. 비판을 의식한 듯 김연명 자문위 공동위원장은 “다음에 연금특위에서 (추가로) 정리를 해달라고 하면 2차, 3차 보고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안 마련에 실패하면서 자문위를 비롯한 국회 연금특위가 시간만 끌며 개혁을 미루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연금특위는 이번 달 중으로 자문위로부터 경과보고서를 제출받은 후, 직역연금이나 연금수급 연령을 포함해 노후소득 보장체계 전반에 대한 구조개혁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다음 달 연금특위 활동이 종료되기까지 구체적인 개혁 로드맵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합의를 통해 연금특위 활동 기한을 연장할 가능성도 나온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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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해열제 찾기도 힘들어”…의약품에 표기된 점자 절반이 ‘엉터리’

    시각장애인 이모 씨(34)는 얼마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재택치료를 하던 중 해열진통제를 복용하려고 했다가 크게 당황했다. 의약품 박스에 점자로 제품명이 표기돼 있었지만 점자의 높이가 너무 낮아서 제대로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 씨는 “급하게 약이 필요한 상황에서 곤란할 때가 많다”고 말했다.국내 유통 중인 의약품에 표기된 점자가 절반 가까이 시각장애인들이 읽을 수 없는 ‘엉터리 점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년 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를 앞두고 점자의 가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있으나 마나’한 점자들의약품에 점자 표기를 의무화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하면서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점자 표기 의무화만큼 중요한 건 점자의 가독성이다. 점자는 점의 높이와 간격이 표준 규격에 맞아야 실제로 시각장애인들이 읽을 수 있다. 점자의 높이가 너무 낮거나, 간격이 제멋대로면 시각장애인이 읽을 수 없는 ‘있으나 마나’인 점자인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연구용역 보고서 ‘22년 의약품 안전정보 장애인 접근성 개선 사업’에 따르면 국내 유통 중인 76개 의약품 중 절반 가까이는 가독성이 낮은 엉터리 점자였다. 연구팀은 점역교정사 자격증(일반 문자를 점자로 번역하교 교정하는 사람)을 소지한 시각장애인 5명을 통해 76종 의약품 점자의 가독성을 상, 중, 하로 평가했다. 그 결과 ‘하’를 받아 무슨 점자인지 전혀 읽을 수 없는 제품이 33개로 43%에 달했다. 34개(45%)의 가독성은 ‘중’으로 애매한 점자였다. 시각장애인 손의 민감도에 따라 누군가는 읽을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읽지 못하는 점자라는 의미다. 가독상 ‘상’을 받은 의약품은 76개 중 9개(12%) 뿐이었다.● 단순 불편 넘어 시각장애인 약물 오남용 우려로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자는 시각장애인의 불편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약물 오남용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시각장애인 최모 씨(42)는 “의약품은 냄새도 나지 않고 (포장지) 모양도 대부분 비슷해 구분하기가 어렵다”며 “의약품을 구매하고 나면 개인적으로 점자 스티커를 따로 붙여놓는다”고 말했다. 40대 시각장애인 노모 씨도 “갑자기 화상을 입거나 상처가 생겼을 때 연고를 찾아서 바르려고 해도 점자가 너무 미약하게 새겨져 있어서 곤란하다”고 전했다.내년 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를 앞두고 점자 가독성에 대한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 의원은 “가독성이 떨어지는 점자로 인해 시각 장애인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라며 “시각장애인들이 불편함 없이 약품을 선택하고 구매하는 권리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가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관계자는 “제대로 된 점자 표기는 장애인의 ‘자립’으로 이어진다”며 “장애인이 독립적 인격체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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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년내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개발… 尹 “바이오헬스, 제2 반도체로”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세계 시장 규모가 2600조 원에 달하는 바이오헬스 산업이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산업이라고 보고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 “바이오헬스는 성장 잠재력이 크고 국민건강을 지키는 동시에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바이오헬스를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윤 대통령은 벤처기업과 청년들이 바이오헬스 분야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한국판 ‘보스턴 클러스터’ 조성을 적극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미 보스턴은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및 연구소 등과 하버드대 의대, 매사추세츠공대(MIT) 등이 모여 있는 바이오 분야의 대표 클러스터다. 보건복지부가 이날 윤 대통령에게 보고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5년 내에 연 매출을 1조 원 이상 올리는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를 개발할 계획이다. 정은영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그동안 범부처 신약개발 사업 등을 통해서 많은 신약개발 프로젝트가 외국에서 허가를 획득했다”며 “이제 한국도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가질 수 있는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1년 기준 86억 달러(약 11조 원) 정도인 국내 의료기기 수출 규모는 2027년 세계 5위 수준인 160억 달러(약 21조 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이달 제1차 의료기기 산업 육성 및 지원 5개년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치매, 정신질환, 만성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과 가상현실(VR) 등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디지털 치료기기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지원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보유한 보건의료 빅데이터를 결합해 연구자에게 제공하는 플랫폼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외국인 환자에 대한 비대면 진료를 제도화해 한국 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료해외진출법 개정안 마련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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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끌-빚투에… 청년 5명중 1명 ‘소득 3배이상 빚더미’

    19∼39세 청년 5명 중 1명꼴로 소득의 3배 이상의 빚을 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시기에 부동산이 폭등하고 주식이 과열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로 인해 2030세대의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펴낸 ‘청년 미래의 삶을 위한 자산 실태 및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9∼39세가 가구주인 가구 중에서 총부채상환비율(DTI)이 300% 이상인 가구는 21.75%였다. DTI란 가처분소득 대비 금융부채 잔액의 비율이다. DTI가 300% 이상인 청년 가구의 비율은 2012년 8.37%였는데 9년 만에 2.6배로 증가했다. 19∼39세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부채는 8455만 원(2021년 기준)이었다. 이는 부채가 없는 가구까지 모두 포함해 계산한 수치다. 부채가 있는 가구만을 대상으로 보면 같은 해 기준 평균 부채액은 1억1511만 원이었다. 보사연은 보고서에서 “소위 영끌과 빚투로 부동산과 금융자산을 구매한 이들은 현재 금리 상승으로 인한 대출 부담뿐만 아니라 부동산 가격 하락과 증시 및 코인의 폭락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경제적 침체가 장기화되면 자립 기반이 약한 청년들은 사회적 약자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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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출산 위기 극복하려면… 청년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부터 만들자”

    “지금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선택의 문제입니다. 청년들이 이 두 가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취업 등 경제적 자립이 선행돼야 합니다.” 22일 보건복지부 주최로 열린 ‘제1차 미래와 인구전략 포럼: 저출산 대응 정책 평가와 과제’에서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을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시기, 즉 자립하는 시기가 늦어진 점을 꼽았다. 그러면서 “유례없는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결혼과 출산을 강요하는 정책이 아니라 자립을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성인 이행기 점점 늦어져유 연구위원은 한국 사회에서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는 원인을 설명하면서 ‘성인 이행기’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유 연구위원은 이는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전환되는 기간을 뜻하는데, 한국 사회에서는 개개인의 성인 이행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나이로는 성인이 됐지만 아직 취업 등을 통해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해 성인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대학 졸업을 유예하고 졸업 후 취업 준비를 하면서 사회에 진입하는 연령이 늦어지고 있다”며 “이는 곧 결혼과 출산을 고려하지 않는 흐름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유 연구위원은 또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21년 18∼34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결혼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6.6%에 불과했다. 반면 “결혼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응답과 “결혼은 해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54.3%, 39.1%에 달했다. 따라서 결혼과 출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충족시켜 줘서 스스로 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의 정책이 현 상황에서는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포럼에는 2030 청년들도 참석해 청년들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저출산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복지부 2030청년자문단으로 토론에 참여한 최지원 씨는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미래에 대해서 막연히 장밋빛 꿈을 꿀 수 없다”며 “저출산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도 청년들의 오늘이 행복할 수 있는 방향이 고려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 “결혼과 출산이 ‘합리적 선택’ 돼야”이날 발제를 맡은 최슬기 KDI국제정책대학원대 교수 역시 “청년에게 자녀를 갖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KDI국제정책대학원대가 25∼49세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결혼 여부에 관계없이 절반 이상이 이상적인 자녀 수는 2명이라고 응답했다. 실제 1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재의 합계출산율과 비교하면, 현실적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출산을 하지 못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최 교수는 “이상적인 자녀 수와 실제 출산하는 자녀 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 등의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은 “당사자인 청년들의 이야기를 보다 많이 듣겠다”며 “청년들이 희망하는 시기에 결혼을 하고 희망하는 수의 자녀를 낳아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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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아과 전공의 모집 90% 서울-경기로 몰려… 비수도권 ‘전멸’

    정부는 22일 소아의료체계 개선 대책을 내놓으면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의 수련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서둘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길러내지 않으면 수년 내 소아 환자들의 건강과 생명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소아청소년과 의사 수는 특히 중증 어린이 환자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국내 소아청소년과 의사 1명당 소아 중환자 수는 6.5명으로 일본(1.7명)의 3.8배에 달한다. 전국에 소아암 전문의는 67명뿐인데 그마저도 이 중 41명이 수도권에서 근무하고 있다. 문제는 소아청소년과 의사 부족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란 점이다. 소아청소년과를 전공으로 선택하는 젊은 의사가 급감하면서 남은 의사의 진료 부담이 커지고, 이런 현실 속에서 소아청소년과를 더 기피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수련병원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율은 25.5%다. 3년 전인 2020년 68.2%의 3분의 1 수준이다. 정부는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과도하게 긴 시간 근무하는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것이 충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보고 있다. 임인택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들이 진료하도록 진료체계를 바꾸고 전공의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특별법에 따르면 전공의의 근무 시간은 주당 80시간으로 제한돼 있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실태조사 결과, 지난해 전공의 2명 중 1명(52%)은 주당 근무 시간이 80시간을 초과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비수도권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 올해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충원 현황을 지역별로 보면 전체 충원 인원 53명 가운데 48명(90%)이 서울·경기 지역 병원에 몰렸다. 안 그래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적은데, 비수도권 병원에선 거의 전멸 수준이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은 “전공의 입장에서는 일을 나눌 동료와 배울 수 있는 전문의가 많은, 규모가 큰 병원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지역별 전공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려면) 소아청소년과에 대한 보상을 더욱 강화해 전공의 수 자체를 늘리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김소영 기자 ksy@donga.com}

    • 2023-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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