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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28)과 김선욱(26)은 두 살 차이의 또래다. 두 사람은 각각 초등학교 5학년 때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 입학하면서 나와 처음 만났다. 어렸지만 그 연령대의 아이 같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그만큼 성숙하고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열음이는 겉으로 표현을 잘 하지 않는 내성적인 학생이었고, 선욱이는 바로바로 자신을 표현하는 적극적인 학생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열음, 선욱이와의 첫 레슨은 1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열음이는 쇼팽 에튀드(연습곡)를 치겠다고 했다. “몇 번을 치겠니”라고 물었더니 그냥 “쇼팽 에튀드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니까 몇 번을 치겠다는 거야”라고 다시 묻자 열음이는 “다요”라고 작게 말했다. 그러곤 전곡(24곡)을 악보도 보지 않고 연주했다. ‘이 나이에 전곡을 친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나는 잠시 ‘고민’했다. 선욱이도 특별했다. 잠시 손을 풀고 있으라고 하고 화장실에 다녀왔더니 아이가 악보를 보며 연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곡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무슨 곡이냐”고 물었더니 선욱이가 “말러 심포니인데, 모르세요?”라고 되물었다. 난해하기로 유명한 말러의 교향곡을 내 눈앞에서 초등학생이 치고 있다니…. 정말 두 아이 다 예상한 것 이상이었다. 선욱이는 엉뚱하기도 했다. 예비학교에 들어온 뒤 지도교수를 정할 때 선욱이는 1, 2, 3지망 항목에 모두 내 이름을 적었다. 나는 내심 ‘정말 나한테 배우고 싶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직접 물어보니 “선생님이 제일 잘생겨서요”라고 답해 웃음을 줬다. 한예종 예비학교(초중고교생을 합쳐 20여 명이 정원)에 들어오는 아이들은 영재 소리를 들을 만큼 우수하다. 열음이와 선욱이는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두 사람은 본인들이 영재라는 것을 모를 정도로 천진난만했다. 그냥 음악 좋아하는 아이, 피아노 좋아하는 아이 정도로 스스로를 생각했던 것 같다. 콩쿠르를 준비할 때도 꼭 1등을 하거나 입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다. 그냥 열심히 연습을 해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좋은 거라고 생각했고, 아니면 최선을 다한 것에 스스로 만족해했다. 둘은 예비학교 재학 초창기 때 나간 콩쿠르에서 상을 못 받았을 때도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사실 연주자에게는 재능과 기량 못지않게 인성이 중요하다. 사람 됨됨이가 은연중 음악에 배어나오기 때문이다. 열음이와 선욱이의 진짜 강점은 상대 연주자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것이었다. 둘은 서로뿐만 아니라 또래의 해외 연주자들과도 잘 어울렸다. 훌륭한 재주가 있는 사람이 일정 정도 성과를 이루고 나면 독선과 아집이 생길 수 있는데 두 사람에게선 그런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열음이가 이런 인성을 갖게 된 데에는 책읽기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 좀 과장을 하자면 열음이는 연습보다 책을 읽는 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했다. 항상 책을 끼고 살았다. 선욱이는 사람들하고 만나서 소통하는 점에서 특별했다. 고등학생 때 대학생 형들하고 같이 앉아 진지하게 음악 토론을 하고, 와인도 한잔씩 했던 모습이 기억난다. 열음이는 2011년 차이콥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2위에 오르면서, 선욱이는 2006년 리즈 국제콩쿠르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인 연주자의 길로 나섰다. 둘은 몇 년 전 한예종을 졸업한 후 내 품을 떠났다. 나는 그 후에도 아이들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곤 했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제자들이 보낸 메일에 가끔 의도적으로 답을 안 할 때가 있다. 내가 제자들을 놓아줘야 그들이 스스로 길을 찾을 수 있고,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완성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다. 하지만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연주가로 활동하고 있는 둘에게 이 글을 통해 몇 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얘들아, 대중이 선호하는 것을 연주하면 큰 호응을 받을 수 있단다. 하지만 대중의 요구에 너무 치우치게 되면 자기 본연의 음악적 근본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하렴. 일정 부분 대중과 호흡하면서도 너희가 자기 색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또 연주가로서 앞으로 10년, 20년 아니 그 이상 오래 활동하려면 더 많은 곡들을 새로 배워야만 한다. 새 곡을 연주하는 것은 힘든 과정이지. 그러나 길게 봤을 때, 레퍼토리를 늘려 나가야만 연주자로서의 수명도 늘릴 수 있단다.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19명의 사상자를 낸 지난달 19일 ‘송파 버스 사고’ 이후 서울시가 시내버스 운전사들에게 “충분한 휴식을 취했다”는 등 운행하기 전 확인사항에 서명 날인을 한 뒤 운행하도록 해 논란을 빚고 있다. 운전사 스스로 운행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서약’한 터라 졸음운전 등으로 사고가 났을 시 사고 책임이 버스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나 업체가 아닌 운전사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16일 “‘송파 버스 사고’ 이후 안전관리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어 이달 말까지 시내 66개 버스업체, 차량 7500여 대를 대상으로 전수 안전 점검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경찰, 교통안전공단, 차량 제작사(현대자동차, 대우버스)와 함께 안전 교육과 배차실 운영을 비롯해 타이어 마모를 포함한 차량 결함 등 총 29개 항목에 대한 점검에 나선다. 서울시는 앞서 9일 각 업체에 새로 ‘사업개선명령’을 내렸는데 이에 대한 이행 여부도 살필 예정이다. 하지만 서울시버스노조는 이 명령에 문제가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명령에 따르면 운전사는 운행을 시작하기 전 ‘본인은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으며 충분한 수면과 휴식을 취했고 단체협약상 규정된 근무시간을 초과한 과다 근로를 하지 않아 안전 운행에 지장이 없음을 확인하고 운행을 개시합니다’라는 항목에 자필 서명을 해야 한다. 운전사가 본인의 안전 상태를 자가 점검하자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만약 사고가 났을 때 운전사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게 문제다. 사고 원인이 졸음이나 과다 근로로 나왔을 경우 운전사가 “비정상적인 운행이 아니다”라는 점에 이미 서명했기 때문에 사고의 책임이 운전사에게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서상범 변호사는 “운전사 입장에서 실제 과다 근로 상태이더라도 서명을 하지 않으면 운행을 할 수 없어 반드시 서명을 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업체의 부당 근무 명령으로 해석될 소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와 노조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태주 서울시버스노조 정책국장은 “사실상 사고가 났을 경우 귀책사유를 운전사에게 돌릴 수 있는 규정이다. 결국 업체나 시의 관리 책임을 피하기 위한 면피용 조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종우 서울시 버스정책과장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운전사가 직접 자신의 안전 운행 상태를 점검하자는 취지로 시행됐고 운전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번 시내버스 점검을 이례적으로 차량 제작사와 함께 펼치는 점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송파 버스 사고의 경우 졸음운전으로 인한 1차 사고가 발생한 뒤 추가 추돌 과정에서 차량 결함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신 과장은 “차량 점검을 좀 더 면밀히 하자는 취지에서 버스 제작사와 함께 점검에 나서는 것이지 ‘송파 버스 사고’의 차량 결함 의혹과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 노원구 동일로에 있는 옛 북부지원 건물(6967m²)이 서울시 최초의 ‘생활사 전문박물관’으로 탈바꿈해 2016년 말 개관할 예정이다. 이 건물은 북부지원이 2010년 3월 도봉구 창동으로 이전하면서 3년간 방치돼 있었다. 서울시는 14일 “옛 북부지원의 본관, 별관 및 북부지청의 구치감을 서울 사람들의 의식주와 여가, 일 등 생활사 전반에 관련된 자료들을 전시하는 ‘시민의 박물관’(가칭)으로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자료를 중심으로 근현대 자료도 아우를 예정이다. 전시실 외에 다목적 강의실과 정보자료관, 휴게 공간도 마련된다. 시는 시민들로부터 기증과 기탁, 대여 형식으로 소장품을 모을 계획이다. 유상 기증의 경우 시가 인정한 평가금액의 최대 20%를 사례비로 받을 수 있다. 문의 02-2133-2619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출퇴근시간에 1100m를 가는 데 차로 40분이나 걸리던 ‘짜증 도로(서울 서초구 태봉로∼양재천길)’ 문제가 3년 만에 해결점을 찾았다. 그동안 SH공사는 기존 도로를 확장하는 안을, 서초구와 주민들은 ‘양재 시민의 숲’을 통과하는 신규 도로 건설을 주장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지만 서울시가 최근 주민들의 손을 들어 중재안을 통과시켰다. 서울시는 10일 “‘서초구 품질보관소∼시민의 숲∼영동1교 남단’을 잇는 ‘양재천 우안도로’ 건설 계획을 확정했고 8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사인을 했다”며 “이르면 내년 하반기 공사에 들어가 2017년경 완공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초구 우면지구엔 지난해부터 임대주택 3300여 가구와 보금자리주택 3200여 가구가 입주했지만 신규 도로 건설이 지연돼 태봉로∼양재천길을 이용해 도심으로 향하던 입주민들이 교통체증에 시달렸다. 우면지구를 개발한 SH공사는 뒤늦게 2011년 571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올 상반기까지 태봉로∼양재천길을 2개 차로 더 확장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양재천 녹지가 훼손되고 주변 환경이 나빠진다”며 반대해 서초구는 시민의 숲을 일부 구간 지하로 통과하는 길이 1.2km, 왕복 4차로(폭 20m)인 ‘양재천 우안도로’(예산 725억원)를 대체안으로 내놨다. 하지만 기존 예산보다 150억 원 넘게 늘어난 공사비에 SH공사는 난색을 표해 사업이 답보 상태였다. 이번에 확정된 안은 서초구안과 노선과 길이는 거의 같지만 경부고속도로를 통과하는 지하 구간을 당초 420m에서 345m로 줄여 공사비를 630억 원으로 낮췄다. 서울시 관계자는 “양재천과 시민의 숲 수목 훼손을 최소화하고 공사비를 합리적으로 낮추는 노선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630억 원의 공사비는 SH공사가 모두 부담한다. 최홍규 양재1동 주민자치위원장(54)은 “다소 늦었지만 서울시의 결정을 환영한다. 교통 불편이 하루빨리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 잠실역 사거리의 금연구역이 10일부터 확대된다. 서울 송파구는 9일 “잠실역 사거리의 금연구역이 동서 축으로 송파구청 앞 지하보도와 갤러리아 팰리스A동 앞 지하보도 입구 사이의 양쪽 인도, 남북 축으로는 롯데호텔 앞 너구리 동상과 잠실5단지 527동 앞 횡단보도 사이의 양쪽 인도로 확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금연구역 확대 실시로 잠실역 사거리의 금연구역 길이는 1504m에서 2879m로 늘어나며, 면적은 2만6077m²에서 2만9155m²로 확대된다. 연장된 구역은 6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7월 1일부터 위반 시 과태료 10만 원을 부과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타요 버스(사진)’를 선거 홍보에 이용해도 되나요?” 최근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국내 애니메이션 ‘꼬마버스 타요’의 제작사인 아이코닉스에 이런 문의 전화가 자주 걸려온다. 6월 4일 제6회 지방선거를 앞둔 일부 선거캠프에서 ‘타요 버스’로 선거 홍보용 차량을 만들 수 있느냐는 것. 지난달 26일 서울에서 첫선을 보인 타요 버스는 기존 4대에서 5월 5일 어린이날까지 100대로 운행을 늘릴 정도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종세 아이코닉스 상무는 “지방의 선거캠프 2곳에서 타요 버스 캐릭터 사용을 문의해왔지만 거절했다. 아이들의 동심이 담긴 캐릭터가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공익적 목적의 타요 버스는 더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김 상무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홍보 대행업체에서 투표 독려용 647번 타요 버스 제작을 문의해왔고, 실종 아동 찾기 운동을 펼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서도 사용 요청이 들어왔는데 모두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투표 독려용 타요 버스 번호인 ‘647’은 ‘6월 4일 7번 투표(광역지자체장, 교육감 등 7명을 뽑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후보자의 ‘연설대담용 차량(차종 제한 없음)’에는 후보자의 홍보에 필요한 사항을 표시할 수 있으며, (타요 버스 등) 캐릭터도 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청소년 5명 가운데 1명은 상담이나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와 강북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센터는 8일 “초중고교생 4998명을 대상으로 스마트폰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집중 치료가 필요한 ‘고위험군’은 2.9%, 상담이 필요한 ‘잠재적 위험군’은 16.1%로 나와 전체의 19%가 스마트폰에 중독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남학생(15.9%)보다는 여학생(22.8%)의 중독 비율이 높았고 ‘초등학생(7.7%)→중학생(24.5%)→고교생(26%)’ 순으로 학년이 높아질수록 중독이 심했다. 고위험군 가운데 ‘성적이 평균 50점 이하’라고 답한 비율은 25.2%로, 잠재적 위험군(18.1%), 일반사용자군(12.0%)보다 높았다. 자가진단은 강북 인터넷 중독 예방상담센터(gbiwill.or.kr).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1∼3월)에도 지속적으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도로공사는 8일 “올 1분기 고속도로 사망자가 55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의 64명에 비해 14%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속도로 사망자(264명)가 전년(343명)에 비해 23% 감소한 데 이어 올해에도 사망 사고가 줄고 있는 것이다. 도로공사는 “2011년부터 졸음쉼터를 설치해 졸음운전 사고를 예방한 점과 지난해부터 차량이 몰리는 명절과 휴가철에 무인비행선을 띄워 ‘반칙 운전’을 집중 단속한 것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도로공사는 봄 행락철을 맞아 이달 21일부터 6월 15일까지 수도권의 경부, 중부고속도로에서 무인비행선을 띄워 지정차로제, 버스전용차로제 위반 등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현재 133곳에 설치된 졸음쉼터는 올해 말까지 21곳을 추가 설치하고, 2017년까지 총 22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서울시는 출퇴근 시간대에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는 서초구 우면지구에 버스를 늘려 배차 시간을 줄이고 막차 시간을 연장한다고 7일 밝혔다. 시는 우면2지구를 통과하는 542번 버스를 5대, 서초보금자리를 지나는 3030번을 2대 늘린다고 전했다. 이렇게 되면 542번은 현재 25∼35분인 배차 간격이 10분가량, 3030번은 10∼25분에서 3분가량 각각 준다. 또 11-7번 버스는 우면2지구를 새로 통과하도록 노선이 조정된다. 서초 마을버스 18-1번도 2대 늘어나며 서초 18번도 올 하반기 증차할 계획이다. 서초 18번은 이달 중순부터 막차 시간이 오후 11시 반에서 밤 12시로 연장된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작년 한 해 동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어린이 6명이 목숨을 잃었다. 스쿨존 내 불법 주차는 운전자와 아이들의 시야를 가려 사고를 유발하는 위험요소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초등학교 인근에 주차가 끊이질 않고 있다.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는 2009년 7명, 2010년 9명, 2011년 10명, 2012년 6명, 2013년 6명으로 지속적으로 발생했다. 정부는 2011년 스쿨존 내 불법 주차 과태료를 2배(승용차의 경우 4만 원→8만 원)로 올렸지만 불법 주차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취재팀은 ‘동아교통안전지수’에서 스쿨존 내 불법 주차가 가장 적은 곳(스쿨존 내 차량 점유율 0.00%)으로 나온 경기 여주시를 찾았다. 반면 가장 불법 주차가 많았던 경북 영덕군(48.88%)에는 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장상호 교수와 동행해 현장을 점검했다. 》 ▼ 학교앞 불법주차 최다, 영덕 ▼CCTV-경계석 없는 학교 많고… ‘주차 금지구역’ 팻말 없는 곳도아이들, 車미로속 지그재그 하교10일 영덕군 영덕읍 남석리 영덕야성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4학년 문건우 군(12)은 학교 앞에 차들이 주차하는 것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매일 반복되다 보니 당연한 것이 돼버린 것이다. 문 군은 “제 키보다 높은 차가 서 있으면 고개를 앞으로 쭉 내밀고 차가 오는지 지켜보고 걸어요. 특히 학교 바로 왼쪽에 작은 오거리가 있는데요. 차가 어디서 오는지 보이지 않으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돼요”라고 말했다. 영덕야성초 앞에는 폭 8m가 채 안 되는 좁은 일방통행도로가 있다. 학교 바로 앞에 시장이 있어서 차량들이 수시로 지나다녔다. 기자가 이날 오후 2시경 찾아갔을 당시 승용차 13대가 도로변에 줄지어 주차돼 있었다. 학교 정문 앞에는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 차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등·하굣길 학생들의 통학 안전을 돕는 지킴이가 학교 앞에서 아이들을 인도로 유도했지만 주차하는 차량까지 막지는 않았다. 심지어 영덕야성초에는 ‘불법 주차 금지구역’ 팻말도 없었으며 경계석, 주정차 단속 무인카메라도 보이지 않았다. 학교 측은 ‘사고 위험’을 이유로 학부모 차들이 학교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았다. 후문에는 상태가 더 심각했다. 주로 학원차량들이 정차해 아이들을 태워가는 후문에는 지킴이도 없었으며 23대의 승용차가 주차돼 있었다. 주차된 차량과 아이들을 태우러 온 학부모 차량이 줄지어 있던 것이다. 덕곡천 옆에 있는 이 도로에는 근처 공사장으로 향하는 25t 트럭이 수시로 지나다녔다. 차량들 때문에 아이들이 차도로 나와서 위태롭게 걷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통안전공단 대구경북지역본부 장상호 교수는 “지금 상태로는 사고 위험성이 너무 높다. 학교를 개방하거나 승하차 장소를 따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초등학교에도 불법 주차 문제는 심각했다. 같은 날 오후 4시경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에 있는 강구초등학교 앞에도 18대의 차량이 주차돼 있었다. 강구초는 상가 밀집지역에 자리 잡고 있어서 정문이 어딘지조차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곳에도 불법 주차 금지구역 팻말과 경계석, 주차 단속 무인카메라는 보이지 않았다. 영덕군은 자가용이 많지 않았던 1960년대 도시가 계획돼서 대부분의 길이 좁고 주차공간도 부족하다. 영덕군의 단속 의지가 약한 것도 문제다. 영덕군은 군 전체 주차 단속 건수가 한 해 40건도 되지 않았다. 영덕=김성모 기자 mo@donga.com ▼ 학교앞 불법주차 최소, 여주 ▼하교시간 교내 주차장 개방… 市, 도로 횡단않고 갈수있게교내서 학교밖까지 육교 설치도7일 오후 여주시 여흥초등학교 정문 앞 스쿨존에는 불법 주차한 차량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학교가 하굣길에 마중 나온 학부모와 학원 차량을 위해 교내 주차장을 무료로 개방했기 때문이다. 학교는 교내 찻길과 인도 사이에 펜스를 설치해 안전을 강화했다. 한 음악학원 원장(45)은 “교내를 개방해 불법 주차를 하지 않고도 아이들을 태울 수 있어서 편하다. 교내로 들어올 때는 특히 주의해서 서행을 한다”고 말했다. 후문으로 가니 여주시가 설치한 특이한 시설물도 눈에 띄었다. 교내에서 시작해 학교 밖으로 연결되는 육교가 설치돼 있어 아이들이 차량이 다니는 이면도로를 횡단하지 않고도 안전하게 집으로 향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여흥초에 육교가 있다면 세종초등학교에는 차량통행 금지구역이 있었다. 세종초의 정문과 후문을 연결하는 길이 70m가량의 이면도로 양끝에 볼라드(차량 통행을 막는 말뚝)를 세워 차량 통행을 아예 막은 놓은 것이다. 여흥초 1학년 자제가 있는 한 학부모는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길에 차량 통행을 금지시켜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여주는 동아교통안전지수 가운데 ‘스쿨존 불법주차 자동차 점유율’ 항목에서 전남 강진군, 경남 합천군, 경북 봉화군과 함께 1위를 차지했다. 기자가 이날 오후 여주시의 초등학교 4곳(여주, 세종, 여흥, 점봉초교)의 스쿨존을 살펴본 결과 여흥초를 빼고는 불법 주차된 차량이 몇 대 눈에 띄긴 했으나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이었다. 이날 하굣길에 학교 정문에서 직접 교통지도에 나선 주일규 여주초 교장(60)은 “학부모와 학원 운전자들에게 정문 앞에 주차를 하지 말아 달라고 꾸준히 계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주시는 육교와 차량통행 금지구역 등 안전시설 설치 못지않게 교통안전지도에서 힘쓰고 있다. 2006년부터 초등학교 앞에서 어르신들이 교통지도를 하는 ‘교통안전도우미’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26명이 활동하며 총 4680만 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여주=황인찬 기자 hic@donga.com}

11일 오전 경북 영덕군 영덕읍 영덕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병목 영덕군수(62·사진)는 인터뷰 내내 표정이 어두웠다. 동아교통안전지수 ‘스쿨존 불법 주차 항목’에서 영덕군이 48.88%로 최하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굉장히 안타까워했다. 기자가 영덕군에 있는 초등학교를 둘러본 뒤 스쿨존 불법 주차 실태를 이야기하자 김 군수는 “성적이 안 좋은 것보다 아이들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그는 “영덕군이 교육발전기금 100억 원을 모았을 정도로 아이들 문제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데 스쿨존 주차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며 “앞으로 스쿨존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고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영덕에서 가장 많은 초등학생(573명)이 다니는 영덕야성초교는 9월이면 현재 공사 중인 덕곡리 건물로 이전한다. 김 군수는 “아이들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영덕야성초는 인근에 시장이 있어서 차량 소통이 많다”며 “아이들 안전 문제를 고려해 군민들을 설득한 끝에 학교를 새로운 곳으로 이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영덕=김성모 기자 mo@donga.com}

《 자동차 안전띠는 ‘생명 벨트’로 불린다. 그만큼 불의의 교통사고가 발생했을 때 운전자의 안전과 생명을 보호해 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이 생명 벨트를 소홀히 여기는 경향이 있다. 국제도로교통사고센터(IRTAD)가 집계한 국가별 안전띠 착용률 실태(2011년 기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안전띠 착용률은 68.7%에 그쳤다. 프랑스(97.8%) 스웨덴(96%) 일본(92%) 등 교통안전 선진국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동아일보가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개발해 발표한 ‘동아교통안전지수’ 가운데 안전띠 착용률(앞좌석 기준) 전국 평균은 69.96%였다. 10명 중 3명이 안전띠를 매지 않고 위험한 운행을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별로도 편차가 컸다. 지난해 교통안전공단이 225개 기초지자체의 안전띠 착용률을 조사한 결과 전국 1위를 차지한 전남 완도는 착용률이 97.55%에 달했던 반면, 최하위를 기록한 경남 합천군은 3.25%에 그쳤다. 》 ■ 안전띠 착용률 1위 완도단속 강화 이후 의식 많이 바뀌어… 도심보다 외곽지역 준수율 높아경찰 “습관화될 때까지 계속 단속”완도군은 최근 적극적인 단속으로 주민 참여를 이끌어 낸 대표적인 사례다. 완도경찰서는 2012년 안전띠 미착용 단속을 16건밖에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무려 1039건이나 했다. 완도군의 차량 등록대수가 2만135대인 것을 감안하면 지난해 등록 차량 가운데 5.16%가 단속에 걸린 것이다. 완도경찰서 교통관리계 김회중 계장은 “경찰 단속을 주민들이 꺼리기는 하지만 주민들의 안전을 지킨다는 생각에 지난해 집중 단속과 계도 활동을 벌였다. 안전띠 착용이 습관화될 때까지 집중적으로 단속하겠다”고 말했다. 기자는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14일 낮 12시 반경 완도군 완도읍 죽청리 엄목교차로를 찾았다. 이곳은 완도 읍내로 가는 주 진입로로 이 지역에서 차량 통행이 가장 많은 곳이다. 1시간 동안 해남 방향으로 나가는 총 163대의 차량 가운데 118대(72.39%)의 운전자가 안전띠를 착용했다. 전국 평균 착용률(69.96%)을 상회한 수치다. 군내리에 거주하는 김연숙 씨(37·여)는 “최근 경찰 단속이 강화돼 안전띠를 잘 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읍내에 있는 완도초등학교 앞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1시간 동안 이곳을 통과하는 차량 190대를 살펴본 결과 운전자가 안전띠를 맨 차량은 106대(55.78%)에 그쳤다. 특히 다수의 택배 등 화물차 운전사들이 안전띠를 매지 않고 운전했다. 완도에 사는 40년 경력 택시운전사 김영일 씨(70)는 “안전벨트에 대해 우리 사회가 너무 무관심하다. 단속을 해도 그때뿐이지 느슨해지면 금방 또 안 맨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정관목 교수는 “안전띠를 매지 않으면 시속 10km만 넘어가도 운전자가 스스로 몸을 통제할 수 없고 사고 시 차 내부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일시적인 단속을 통해 안전띠 착용률을 높여도 단속을 하지 않으면 금세 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인 단속 및 계도 활동과 함께 운전자 스스로 안전띠가 자신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다는 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완도=김성모 기자 mo@donga.com ■ 안전띠 착용률 꼴찌 합천“목적지 코앞인데 매기 귀찮아”… 요금소에서도 10대중 4대꼴 안매징수원 “그나마 많이 나아진 것”지난달 12일 합천 해인사 요금소. 기자는 고속도로를 진출입하는 차들을 1시간 동안 살펴보며 안전띠 착용 여부를 살펴봤다. 안전띠 착용 여부를 알기 힘든 하이패스 2개 차선을 제외하고 진출입 시 통행권을 이용한 차선 2개를 살펴본 결과 모두 90명 가운데 36명(40%)이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고속 주행을 앞두거나 막 마친 상황이지만 10명 중 4명꼴로 안전에 무감각한 것이다. 해인사 요금소에서 7년째 통행료 징수원으로 일하고 있는 방경숙 씨(44)는 “7년 전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사람들이 안전띠를 거의 매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합천읍의 상황은 더 좋지 않았다. 같은 날 읍내 합천시장 앞에서 1시간 동안 상인과 손님들의 차량을 살펴본 결과 186명 가운데 54명(29.03%)만이 안전띠를 착용했다. 자리를 옮겨 군청 앞길에서 1시간 동안 살펴보니 96명 가운데 안전띠를 맨 사람은 42명(43.75%)이었다. 이날 합천군 내 총 3곳에서 안전띠 착용률 실태를 살펴보니 372명 가운데 150명만 안전띠를 매 착용률은 40.32%에 그쳤다. 전국 평균보다 29.64%포인트가량 낮은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합천군의 인구는 5만290명, 차량 등록대수는 2만487대이다. 합천시장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운전하다 내리는 운전자들과 접촉해 봤지만 대부분 인터뷰를 회피했다. 합천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김모 씨(48)는 “운전 경력 30년이 됐는데 습관이 안 돼 지금도 (안전띠를) 거의 안 맨다”며 “도시와 다르게 이곳은 (읍내에서) 이동거리가 짧고 속도도 내지 않기 때문에 안전띠를 매지 않아도 크게 위험하지 않다고 다들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합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경남 합천군은 동아일보가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개발해 발표한 ‘동아교통안전지수’에서 항목별로 극과 극의 성적표를 받았다.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에서는 225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위(준수율 99.43%)를 했지만, ‘안전띠 착용률’에서는 최하위(착용률 3.25%)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달 12일 합천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하창환 합천군수(65·사진)는 “지난번 ‘정지선 준수율’ 1위 내용이 보도된 동아일보 기사(1월 23일자 A8면)를 들고 읍면에 다니며 ‘군민들이 자랑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 안전띠 착용률이 낮게 나온 것을 보니 다시 만날 때는 ‘더 안전에 신경을 쓰자’고 얘기해야 할 것 같다”며 머쓱해했다. 합천군은 올 1월 합천의 관문격인 국도 33호선 합천나들목∼정양로터리 구간을 재정비하며 교통안전시설을 대폭 설치했다. 중앙분리대도 세우고, 야간 보행자 안전을 위한 조명도 새로 설치했다. 또한 교차로에서 대형 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는 회전교차로를 지난해 3곳 설치했고, 올해 2곳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하 군수는 “군민이 교통안전에 위협을 느낀다면 그것은 경찰에 미룰 일이 아니라 군(郡)이 나서서 직접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안전시설 개선뿐만 아니라 고령 보행자들을 위한 ‘형광 안전조끼’ 보급과 농기계 반사지 부착 등 군이 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합천=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보행자) 신호등에 파란불이 켜지면 횡단보도를 건넌다.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무단횡단하면 안 된다.” 보행자 안전의 기본 규칙이다. 하지만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는 무단횡단 사고(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횡단보도가 아닌 곳에서 도로를 건너는 것)로 해마다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다. 1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1년 553명, 2012년 559명, 2013년 519명이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나 숨졌다. 2013년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5090명인 것을 감안하면 교통사고 사망자 열 명에 한 명은 무단횡단을 하다 숨진 셈이다. ○ ‘무단횡단 0’ vs ‘10명 중 8명 무단횡단’ 동아일보가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개발해 발표한 ‘동아교통안전지수’ 가운데 보행자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 전국 평균은 88.47%였다. 10명 중 9명 가까이가 신호를 잘 지키는 셈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살펴보면 편차가 크다. 신호등이 없는 5군데를 뺀 225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전국 최하위에 그친 경북 봉화군의 준수율은 26.67%에 그쳤다. 반면에 경남 남해군, 전남 해남군과 강진군의 준수율은 100%에 달해 전국 1위를 차지했다. 교통 여건이 상대적으로 협소한 같은 농어촌 지역이지만 보행자의 교통문화 의식에 따라 차이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지난달 23일 봉화군청 앞 삼거리의 신호등이 설치된 횡단보도 앞은 인적이 드물었다. 1시간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은 단 3명이었고, 주행 차량이 뜸한 탓에 이들은 신호가 빨간불일 때 재빨리 길을 건넜다. 더 많은 보행자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봉화시장 앞으로 향했다. 이곳은 봉화농협∼봉화시장∼봉화공용버스터미널 앞으로 이어진 약 800m 거리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가 2개 설치돼 있었다.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이곳에서 보행자의 안전 의식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길을 건넌 138명 가운데 108명(78.26%)이 횡단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도로를 직선이나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건넜다. 왕복 4차로지만 양 길가에 줄지어 불법 주정차한 차량 때문에 사실상 2차로로 좁아져 무단횡단을 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차된 차량 때문에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가 제한돼 위험해 보였다. 안타까운 상황도 연출됐다. 양손에 짐을 든 할머니가 횡단보도 앞에 서서 건너려고 했지만 속도를 줄이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차량 때문에 한참 동안이나 한두 발을 뗐다가 뒤로 물러서기를 반복한 것이다. 결국 할머니는 30여 대의 차량이 지나간 다음에야 조심스레 길을 건넜다.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 전국 1위의 남해군은 상황이 달랐다. 기자의 현장 점검에서도 무단횡단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지난달 27일 남해읍 남변리 사거리에서 1시간 동안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들을 살펴본 결과 횡단보도를 건넌 9명 전부가 신호를 지켰다. 남해병원 앞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1시간 동안 10명이 모두 무단횡단을 하지 않고 횡단보도로 건넜다. 준수율 100%였다. 이곳의 횡단보도를 자주 건넌다는 정다연 양(14)은 “신호를 지키는 데 이유가 있나. 조금 늦게 건너더라도 안전하게 가는 게 최고다”라며 웃었다. ○ ‘지역민이 교통캠페인 주도’ vs ‘단속 태만’ 무단횡단은 엄연한 위법 행위다. 적발되면 육교 아래나 지하도 위 횡단의 경우 3만 원, 그 외 도로에서는 2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무단횡단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봉화에서는 아예 단속을 손놓고 있다. 봉화경찰서 관계자는 “무단횡단을 단속하지 않고 있다. 대부분 나이 드신 어르신이라서 교통인지 능력이 떨어지는데 단속까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자가 살펴본 결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보행자의 통행을 제한하는 불법 주정차에 대해서도 봉화군은 “단속을 하지 않고 계도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군민인 양모 씨(43)는 “읍내에 주차 위반이 많고 보행자들도 무단횡단을 수시로 한다. 경찰이나 군에서는 단속도 안 한다. 의경 한 명만 세워놔도 사고 예방이 될 텐데 그마저 하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반면 남해군은 주민들이 스스로 나서서 교통문화를 끌어올렸다. 3년 전부터 녹색어머니회가 두 달에 한 번꼴로 경찰이 진행하는 ‘안전띠 매기’ ‘정지선 지키기’ ‘횡단보도 신호 준수’ 등 교통 캠페인에 동참했다. 녹색어머니회는 학부모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캠페인 동참과 함께 교통안전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다른 지역민들도 동참하기 시작했다. 모범운전자회, 초등학교 인근 현대자동차 영업사원들도 참여해 초등학생들의 등굣길 안전을 살피고 있다. 박은경 경남지부 남해군 녹색어머니회 회장(43)은 “지역민에게 교통안전에 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꾸준한 캠페인과 홍보가 필요한 것 같다. 점차 지역 교통문화가 좋아지는 것이 반갑고 앞으로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삼성교통연구소 장택영 박사는 “지역민들이 캠페인 등 지속적인 활동을 할수록 교통문화 의식수준이 높아진다”며 “지자체에서도 이에 맞는 교통 인프라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봉화=황인찬 hic@donga.com / 남해=김성모 기자}

경북 봉화군은 지난해 군청과 봉화시장 앞 등 11곳에 ‘야간 횡단보도 보행자 안전등’을 설치했다. 가로등이 없거나 불빛이 약한 구간의 횡단보도에 별도로 조명을 달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운전자가 잘 인식하게 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23일 봉화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노욱 봉화군수(54·사진)는 “안전등을 설치한 뒤 횡단보도를 건너는 데 한층 안심이 된다는 주민이 많아 올해 11곳에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봉화시장 앞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많다’고 기자가 지적하자 박 군수는 “알고 있다. 그 때문에 지난해 여름 무단횡단을 막기 위해 인도에 안전펜스를 설치하려고 했지만 승하차가 불편해진다는 택시업계 반발이 있어 제대로 설치하지 못했다. 그 대신 경찰과 함께 교통안전 캠페인을 강화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른 농촌지역처럼 농기계 교통사고도 봉화군에는 걱정거리다. 봉화군에선 2012년과 지난해 각각 4건의 농기계 교통사고가 났다. 박 군수는 “(강원 영월과 봉화를 잇는) 국지도 88호선 확장 공사를 검토 중인데, 기존 왕복 2차로를 4차로로 늘리면 소통은 빨라지겠지만 그만큼 사고 위험은 크다고 본다. 기존 2차로에 가변차로를 하나만 붙여 환경 피해를 최소화하고 일부 구간의 가변차로를 ‘농기계 전용차로’로 운영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봉화=황인찬 기자 hic@donga.com}
2층 구조의 교량인 부산 광안대교 위층에서 사고를 낸 운전자가 삼각대 없이 2차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수신호를 하던 중 차에 치여 20m 아래 하판으로 떨어진 뒤 또 다른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났다. 경찰은 사망자를 친 차의 운전자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으로 겨울올림픽 중계방송을 보면서 한눈을 판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10일 오후 11시 20분경 해운대구 우동에서 남구 용호동 쪽으로 달리던 K5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광안대교 1차로 왼쪽 안전 난간을 들이받고 멈춰 섰다. 운전자 배모 씨(29)는 사고 후 차 뒤쪽으로 가 수신호로 후속 차량에 사고가 난 것을 알렸다. 삼각대는 설치하지 않았다. 뒤따르던 김모 씨(45)의 택시가 멈춰 서자 배 씨는 택시 뒤로 가 수신호를 계속했다. 하지만 달려오던 오모 씨(48)의 카니발 차량이 배 씨를 친 뒤 택시와 추돌하고 멈춰 섰다. 오 씨는 충돌 직전 당황해 “어∼”라는 소리를 질렀다. 이 시간은 소치 겨울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경기에 출전한 한국 선수의 경기상황을 중계하는 때였다. 경찰은 경기상황을 중계하는 음성이 담긴 블랙박스를 확보해 오 씨가 DMB를 보다가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고 충격으로 배 씨는 20m 아래 광안대교 아래층으로 떨어졌고, 용모 씨(28·여)가 운전하던 스타렉스에 치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은 사고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택시와 카니발 차량의 블랙박스를 통해 사고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김행섭 교통안전공단 교통안전처 차장은 “사고가 날 경우 차량이 움직일 수 있으면 갓길 쪽으로 신속히 차를 이동시켜야 2차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운전자는 삼각대를 주간에는 후방 100m, 야간에는 200m 뒤에 설치한 뒤 갓길 밖으로, 사고 지점보다 전방으로 피신해야 안전하다”고 말했다. 삼각대가 없을 때는 차량 뒤에서 수신호를 하되 난간 쪽에 바짝 붙어서 밝은 색의 옷을 흔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 황인찬 기자}

[점등률 1위]세종시 교차로에선…세종시의 제반 교통 환경은 좋지 않은 편이다. 충남 연기군에서 2012년 7월 새롭게 세종시로 출범한 이후 인구 및 차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출범 당시 10만746명이던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2만2153명으로 1년 반 사이 21.29%(2만1407명) 증가했다. 자동차 등록 대수도 출범 당시 3만7002대에서 지난해 말 기준 5만2889대로 42.94%(1만5887대) 급증했다. 게다가 정부세종청사 주변 도로는 아직 공사 중인 곳이 많다. 점멸등으로 운행되는 교차로도 많고 대형 공사 차량이 수시로 다녀 혼잡스럽다. 하지만 지난해 세종시는 교통안전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 2012년 624명이었던 교통사고 부상자가 지난해 426명으로 31.73%(198명) 줄었다. 사망자도 22명에서 20명으로 감소했다. 세종시에서 교통사고 사상자가 감소한 배경은 높은 교통안전 문화에서 살펴볼 수도 있다. 세종시는 본보가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개발해 발표한 ‘동아교통안전지수’에서 77.02점(100점 만점 기준)을 받아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인천(77.24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세부 항목에서는 방향지시등 점등률에서 전국 225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1위(점등률 99.76%)를 차지했다. 기자는 세종시의 방향지시등 점등 실태를 살펴보기 위해 10일 정부세종청사 앞 사거리를 찾았다. 이곳은 왕복 8차로 한누리대로와 왕복 6차로 가름로가 교차하는 교통요충지다. 1시간 동안 방향지시등 점등률을 살펴본 결과 전체 384대 가운데 296대(77.08%)가 ‘깜빡이’를 켜고 교차로를 통과했다. 세종시 내 신흥사거리에서는 1시간 동안 492대 가운데 388대(78.86%)가 방향지시등을 제대로 켜고 교차로를 통과했다. 두 곳에서 모두 876대 가운데 684대(78.08%)가 깜빡이를 제대로 켰다. 전국 평균(65.88%)을 12.20%포인트 상회하는 수치다.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은 도로 위의 에티켓이자 사고를 막는 ‘안전 수신호’다. 세종시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이 높은 것에 대해 택시 운전사인 지진구 씨(52)는 “외지인들이 많이 오는데 이들은 길을 잘 몰라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조심 운전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교육 수준이 높은 외지인 유입이 늘면서 교통문화가 올라갔다는 분석도 있다. 교통안전공단 중부지역본부 임성규 과장은 “부처 이전으로 공무원들의 유입이 늘면서 교통안전 의식이 높은 인구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세종=황인찬 기자 hic@donga.com [점등률 꼴찌]충북 괴산군 교차로에선…7일 낮 12시 반경 충북 괴산군 괴산읍 동부리 시계탑 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지자 멀리서 오던 경찰차 한 대가 걸음을 멈추며 왼쪽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녹색 구형 아반떼 차량이 경찰차 뒤편에 슬며시 정차했다. 그 뒤로 승용차와 트럭들이 좌회전하기 위해 줄을 섰다. 경찰차를 제외한 차량 6대는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신호가 바뀌자 좌회전을 했다. 기자는 시계탑 교차로에서 좌회전하는 차량들이 ‘깜빡이’(방향지시등)를 잘 켜는지 1시간 동안 지켜봤다. 총 197대 가운데 137대(69.54%)가 방향지시등을 켜지 않고 좌회전을 했다. 8일 오후 2시경 괴산읍 서부리 괴산동인초교 앞 작은 교차로. 이번엔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서 1시간 동안 좌회전·우회전하는 차량들의 방향지시등 점등 여부를 점검했다. 이곳은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로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에선 유일한 의사소통 수단인 방향지시등 점등이 더욱 중요하지만 이곳에서도 깜빡이를 켜지 않는 차량이 많았다. 총 75대의 차량이 좌회전 혹은 우회전을 했는데 그중 43대(57.33%)의 차량이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 해당 교차로에서 한참을 두리번거리다 길을 건넌 동인초교 1학년 권순형 군은 “자전거 타고 가다 차가 쌩하고 지나가서 멈춘 적이 있어요. 항상 조심하는데 여기 차가 많이 다녀서 엄마가 나갈 때마다 ‘차조심해라’라고 말해요”라고 했다. 1만8700가구(인구 3만8000여 명·2013년 12월 말 기준)가 살고 있는 괴산군에는 1만8000여 대의 자동차가 등록돼 있다. 가구당 1대꼴이다. 괴산군은 동아일보가 집계한 교통안전지수 ‘방향지시등 점등률’ 항목에서는 16.52%로 225개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꼴찌를 차지했다. 실제 괴산군에서 교차로 세 곳의 방향지시등 점등률을 점검한 결과 총 390대 가운데 224대(57.43%)가 깜빡이를 켜지 않았다. 관할 경찰은 방향지시등 단속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괴산경찰서는 방향지시등 단속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괴산서에서 2013년 방향지시등 미등화로 단속한 것은 총 14건에 불과했다. 괴산군에 사는 함모 씨(49·여)는 “그게 규제 대상인지 몰랐다. 안 켤 때가 많다”고 말했다. 교통안전공단 충북지사 송봉근 교수는 “괴산 같은 경우는 교통시설이 낙후된 지역이라 교차로가 많지 않다”며 “그러다 보니 도심에서 운행하는 것보다 운전자들의 인식이 부족할 수 있다. 안 켜고 운행하다 보니 습관이 되는 측면도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괴산=김성모 기자 mo@donga.com}

전남 해남군은 동아일보가 집계한 ‘동아교통안전지수’에서 225개 기초지자체 가운데 223위(53.23점·100점 만점 기준)에 그쳤다. 특히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28.79%)과 ‘이륜차 탑승자 안전모 착용률’(12.5%)에서 전국 최하위였다. 지난해 12월 27일 해남군청 집무실에서 만난 박철환 해남군수(55·사진)는 기자가 이날 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지켜본 정지선 준수율 실태를 알려주자 크게 염려했다. 박 군수는 “보행자는 신호를 지키는데 운전자가 신호를 잘 지키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스쿨존(어린이보호구역)에서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것은 특히 걱정스럽다. 앞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계도 활동을 펼치겠다”고 약속했다. 읍내 주요 도로가 왕복 2차로로 좁은 해남은 불법 주정차 차량이 많아 운전자와 보행자의 시야가 가리는 위험성이 늘 있다. 이에 대해 박 군수는 “현재 23개인 공영주차장을 늘려 불법 주정차를 줄이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운전자 스스로 무사고·무위반을 약속하는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에 가입한 박 군수는 “교통시설 개선도 중요하지만 운전자들의 마음가짐이 더욱 중요하다. 택시나 버스 등 상업운전자 교육을 통해서 안전한 운전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해남=황인찬 기자 hic@donga.com}

《 동아일보-채널A 교통안전 캠페인 ‘시동 꺼! 반칙운전 시즌2’가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 실태를 현장 점검하는 ‘우리 동네 교통안전, 우리가 지킨다’ 시리즈를 보도한다. 교통안전공단과 함께 ‘동아교통안전지수’를 개발해 발표(2014년 1월 13일자 A1, 4, 5면 보도)한 본보 특별취재팀은 앞으로 기초자치단체의 교통안전 실태를 차례로 살펴볼 계획이다.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방향지시등 점등률 △횡단보도 신호 준수율(보행자) 등 각 조사 항목에서 전국 1위와 최하위를 차지한 기초자치단체를 찾아가 교통문화를 비교 점검한다. 해당 단체장을 직접 만나 교통 환경 및 제도 개선 방안도 들어본다. 》 ▼ 정지선 준수율 99%… 경남 합천군 가보니 ▼1시간새 43대중 36대가 알아서 멈춰… 지자체-경찰, 월 1회 교통캠페인지난해 12월 30일 오전 7시 반경 경남 합천군 합천읍 남정교 삼거리. 합천군청 방향 편도 2차로에 설치된 횡단보도에 초록색 보행자 신호가 켜졌다. 나란히 달리던 승용차 두 대가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정지선에 맞춰 멈췄다. 이 삼거리는 합천읍내로 향하는 주요 관문으로 각각 왕복 4차로인 대야로와 문화로가 만나는 지점이다. 평소 출퇴근 차량이 많이 다닌다. 기자가 현장을 찾았을 때 바쁜 출근시간이었지만 대부분의 차량이 정지선을 잘 지키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조사한 합천군의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은 99.43%. 신호등을 운영하지 않는 5개 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전국 225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준수율 1위다. 2만4038가구(총인구 5만279명·2012년 기준)가 살고 있는 합천군에 등록된 차량은 총 1만9762대(2012년 기준)로 가구당 차량 0.8대를 보유하고 있다. 관내 차량이 많지 않다 보니 교통 흐름이 원활한 편이다. 기자는 이날 1시간 동안 남정교 삼거리에서 군청 방향으로 달리는 차량들의 정지선 준수 실태를 살펴봤다. 횡단보도 앞에 멈춘 차량 43대 중 83.7%(36대)가 정지선을 지켰다. 정지선에 바퀴가 닿은 차량도 더러 있었지만 대부분이 30∼50cm 여유를 두고 정지선을 지키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른 시간이라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가 거의 없었지만 횡단보도를 침범한 차량은 단 한 대도 없었다. 1시간 동안 경적 소리가 들린 것도 딱 두 번. 이곳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 김모 씨(48)는 “차가 막히는 것도 아니고 뭐 크게 바쁘다고 정지선까지 어기면서 다니겠느냐”며 “어차피 신호 바뀌면 못 가는데 안전하게 다니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선 준수율은 보행자 사망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합천군의 2012년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5.97명으로 84개 군 지역 가운데 적은 편에 속한다. 전연후 교통안전공단 부산경남지역본부 연구교수는 “합천은 고령화지역(만 65세 이상 노인인구비율 32.47%)이라 운전자도 고령자가 많다.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보다 조심운전, 주의운전이 습관화돼 있어 기초적인 정지선이나 신호 준수율이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합천군의 신호 준수율 역시 100%로 225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충북 보은군, 경남 의령군과 함께 1위다. 경찰, 지자체, 시민단체의 노력도 컸다. 권석찬 합천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은 “시민단체, 군청과 공동으로 월 1회 이상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교통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이 덕분에 인원이 충분해 진행이 수월하고 주민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전 연구교수는 “전체 교통문화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행자 안전교육 등 꾸준한 교육·홍보 활동을 통해 전반적인 교통안전의식 수준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합천=주애진 기자 jaj@donga.com ▼ 정지선 준수율 29%… 전남 해남군 가보니 ▼30분간 18대중 15대가 모른척 통과… 도로 가장자리엔 불법주차 빼곡지난해 12월 27일 낮 12시 전남 해남군의 해남동초등학교 앞.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를 건너려고 하굣길 초등학생들이 옹기종기 횡단보도 앞에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행신호에 초록불이 켜지고 아이들이 건너려는 찰나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다. 1t 트럭이 멈추지 않고 횡단보도를 빠른 속도로 질주하며 지나갔다. 횡단보도 안으로 한두 걸음 들어갔던 아이들은 멈칫하다 트럭이 지나간 뒤에야 건넜다. 기자는 같은 장소에서 30분간 차량의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 상황을 살펴봤다. 18대 가운데 15대(83.3%)가 보행자 신호등이 이미 켜진 상태에서 횡단보도를 그대로 통과했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초록불이 들어와도 바로 건너지 않고, 차가 멈춘 것을 확인한 뒤에야 조심스레 길을 건너야 했다. 이 초등학교 2학년 선승우 군(9)은 “초록불이 들어와도 차가 안 서요. 얼마 전에는 한 아저씨가 (횡단보도로) 갑자기 들어온 차를 손으로 쳐서 두 아저씨(보행자와 운전자)가 싸우는 것도 봤어요”라고 말했다. 3만5488가구(인구 7만8150명·2012년 기준)가 살고 있는 해남군의 차량 등록대수는 3만1999대로 가구당 1대꼴로 차를 갖고 있다. 읍내 도로는 상당히 복잡한 편이다. 주로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가 이어지는데 양쪽 가장자리에는 불법주차 차량까지 줄지어 서 있다. 보행자의 안전을 위해서는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가 가장 중요하지만 해남군은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조사해 발표한 정지선 준수율이 28.79%에 그쳐, 기초자치단체 225곳 가운데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구 10만 명당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자는 10.24명으로 206위였다. 기자는 해남읍 내 번화가인 광주은행 사거리로 이동해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 실태를 살펴봤다. 왕복 2차로 도로가 겹쳐지는 작은 교차로인 이곳에서 1시간 동안 모두 117대가 횡단보도 앞에 정지했고, 이 가운데 정지선을 지킨 비율은 33대(28.21%)에 그쳤다. 좀더 큰 교차로에서는 정지선 준수율 비율이 높았다. 군 외곽에서 읍내로 들어오는 관문인 왕복 4차로의 중앙교차로에선 차량 105대 가운데 69대가 정지선을 지켜 준수율이 65.71%였다. 해남동초교 앞, 광주은행 사거리, 중앙교차로 등 3곳에서 실시한 조사의 전체 준수율은 43.75%였다. 교통안전공단이 실시한 횡단보도 정지선 전국 평균 준수율(69.62%)보다 25.87%포인트나 떨어져 현격한 차이를 드러냈다. 교통안전공단 김주영 박사는 “보통 차로가 넓고 보행자가 많을수록 정지선 준수율이 높은 편이다. 단속 카메라도 많고 보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해남군과 같이 도로가 좁고 보행자도 적은 곳에서는 운전자가 더욱 정지선을 준수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해남=황인찬 기자 hic@donga.com}

동아일보가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 문화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새롭게 ‘동아교통안전지수’를 개발해 산출한 결과 올해 아시아경기대회를 여는 인천시가 100점 만점에 77.24점으로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전남도는 66.83점으로 최하위로 나타났다. 2012년 인구 10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전남이 23.93명으로 인천(7.31명)의 3배가 넘는다. 동아일보-채널A 교통안전 캠페인 ‘시동 꺼! 반칙운전’ 취재팀은 국토교통부와 교통안전공단이 집계하는 2013년 교통문화지수에 경찰청의 도움으로 지역별 ‘착한 운전 마일리지’ 가입자 비율을 더해 지자체별 동아교통안전지수를 만들었다. 이 지수는 횡단보도 정지선 준수율, 방향지시등 점등률을 비롯한 교통문화 수준 및 각종 교통사고 통계에 운전자의 자발적 교통 준법 의식 수준을 더한 교통안전 관련 종합지표다. 인천시에 이어 광역지자체 가운데 세종시가 2위(77.02점), 대구시가 3위(74.83점)를 차지했다. 상대적으로 교통 기반 여건이 좋은 광역시가 대체로 상위권을 차지한 반면에 하위권은 도 지역에 쏠렸다. 전남도가 최하위(17위)를 기록한 데 이어 전북도가 16위(67.26점), 충남도가 15위(68.04점)였다. 12일 경찰청 교통사고 가집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사상자가 2012년에 비해 크게 줄어들었다. 2012년 5392명이던 교통사고 사망자는 지난해 5085명으로 5.69%(307명), 부상자는 지난해 32만8510명으로 2012년(34만4565명)에 비해 4.66%(1만6055명) 각각 줄었다. 지난해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1만6486건으로 2012년(22만3656건)보다 3.21%(7170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꾸준히 상승 추세를 보이던 교통사고 발생 건수가 22만 건 밑으로 떨어진 건 2008년(21만5822건) 이후 5년 만이다. 취재팀은 6월 4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올 상반기 지자체별 교통안전 실태를 현장 르포로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지자체의 대민(對民) 서비스 가운데 핵심적인 부분이 안전이고, 이 가운데 교통안전은 실생활에서 가장 밀접한 부문이기 때문이다.황인찬 기자 h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