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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외신들의 높은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현지 시간) ‘한국의 민주주의는 옳은 일을 했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축출은 한국 민주주의가 젊다는 증거”라며 “극단적 위협 속에서도 법에 따라 권력 이양을 이뤄냈다”고 평가했다. WP는 “피로 얼룩진 쿠데타를 일으키지 않고도 (탄핵이란)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바통’을 넘긴 명민함은 독재와는 구별되는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준다”고 비폭력 시위 문화를 칭찬했다. 하지만 이번 탄핵을 통해 한국 정치권력과 재벌 간 유착 관계도 드러났다며 “한국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다시 쌓기 위해선 부패를 반드시 청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12일 사설에서 “민중의 압도적인 행동이 ‘절대권력’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교체를 이뤄낸 점은 한국형 민주주의가 도달한 하나의 지점으로 남을 것”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한국에서 이제 정치 논의가 활발해질 텐데 일본은 두 달 넘게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시켜 두고 있다. 대사를 빨리 한국으로 귀임시켜 새 정권이 생기기 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대화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일본 정부에 촉구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프랑스 중도 무소속 대선 후보인 에마뉘엘 마크롱(40) 전 경제장관이 극우파인 국민전선(FN) 대선 후보 마린 르펜 대표(49)를 대선 1차 투표와 결선 투표 모두에서 이길 것이라는 여론조사가 나왔다고 현지 라디오방송 ‘프랑스앵포’가 9일 보도했다. 프랑스앵포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해리스 인터랙티브(HI)’는 9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 지지율 26%를 얻어 르펜 대표(25%)를 누르고 1위에 오를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는 다음달 23일 1차 투표를 실시한다.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상위 후보 2명끼리 5월 7일 결선 투표에서 붙어 최종 당선인을 결정한다. 그간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1차 투표에서 마크롱이 르펜에 이어 2위에 오른 뒤 결선 투표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번 설문에서 마크롱은 1차 투표 승리 뒤 결선 투표에서 65%의 지지율로 르펜 대표(35%)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둘 것으로 분석됐다. 마크롱은 중도 좌파 세력을 결집하며 지지를 얻고 있다. 지난해 4월 집권당인 사회당을 나와 무소속으로 대선에 출마한 그는 이번에 처음 선출직에 도전한다. 그는 좌우 모두가 냉대하는 중산층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극우 세력으로부터 자유, 평등, 박애 등 프랑스의 가치를 지켜내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반입을 계기로 북한과 중국을 거침없이 몰아붙이고 있다. 군사는 물론이고 정치, 외교, 경제 분야를 망라한 트럼프식 북핵 압박 속도전이다.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강경 조치를 유보했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사드 배치 공개 하루 만인 7일 중국 정보통신기업 ZTE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벌금 결정을 내린 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관측이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의) 경제 제재와 수출통제법을 무시하는 나라들은 가장 혹독한 결과를 겪게 될 것”이라고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 미 정부는 지난해 3월 ZTE에 대한 벌금 결정을 내린 뒤 ZTE가 반발하자 6월 유예 결정을 내렸다. 이후 카드를 쥐고 있으면서 대중 압박 효과가 가장 클 때를 기다려 꺼내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꺼내 들 수 있는 후속 카드로는 △지난해 북한과의 불법 거래 의혹을 받은 중국 기업 ‘화웨이’에 대한 벌금형 부과 △중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의 전면 시행 △환율조작국 지정 △덤핑 등 보호무역 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 국무부가 렉스 틸러슨 장관의 한중일 방문 일정을 이날 확정해 공개한 것도 본격적인 북핵 압박 외교를 천명한 것이다. 일본, 한국을 거쳐 한미일 3각 공조를 다진 뒤 마지막으로 중국을 방문해 북핵, 사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것으로, 이번 순방 자체가 중국을 정조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 대행은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북한의 나쁜 행동에 대한 대응”이라며 “북핵을 다룰 새로운 방식,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는 “틸러슨 장관은 이번 방한 기간에 그동안 진행했던 대북 정책 재검토 결과를 갖고 올 수도 있다”고 말해 트럼프 행정부가 틸러슨 순방 직후 대북 구상을 공개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벨기에 본부가 이날 북한 은행 3곳을 국제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퇴출시킨 것도 미국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정부는 지난해부터 북한을 SWIFT에서 퇴출해 평양으로 흘러가는 돈줄을 옥죄려고 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2012년 이란에 경제제재를 하면서 이란 중앙은행을 비롯한 30개 은행을 SWIFT에서 퇴출시킨 바 있다. 석유 수출 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 이란은 미국과 대화를 시작했다. 미 의회도 사드 배치 등 북핵 대처만큼은 트럼프 행정부를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사드는 오로지 중국이 지난 몇십 년 동안 (핵과 미사일 도발을 일삼는) 북한을 방조해서 필요해진 것”이라며 “중국이 사드 배치에 대해 정말 우려한다면 북한의 도발적 행동을 멈추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화당 톰 코튼 상원의원도 성명에서 “중국이 정말로 무기 경쟁에 대해 우려한다면 그들은 오래전부터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취하고 설득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 조은아 기자}
한미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반입에 이어 미국이 대북 제재를 위반한 중국 기업에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하면서 대중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중국은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직접 나서 사드 배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공개 반박하는 등 북한 문제를 둘러싼 주요 2개국(G2) 간 갈등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7일(현지 시간) 중국 최대 통신장비 기업인 ZTE가 미국의 대(對)북한 및 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며 외국 기업에 대한 벌금으로는 미 역사상 최대 규모인 11억9200만 달러(약 1조3702억 원)를 부과했다. ZTE는 퀄컴,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미국 기업에서 라우터, 마이크로프로세서 등을 사들인 뒤 이를 북한과 이란에 수출한 사실이 드러나 지난해 미 상무부에 단속됐다. 이런 가운데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5일 일본을 시작으로 한국(17일)과 중국(19일)을 잇달아 방문한다. 북한 미사일 발사 대응 및 사드 배치 추진 등과 관련해 한미일 3각 공조를 다진 뒤 한국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이고 있는 중국을 압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은 “중국의 우려를 분명히 이해하지만 이는 한국과 일본에는 국가 안보 문제”라며 중국의 반발을 일축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8일 베이징(北京) 미디어센터에서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한미가 고집스럽게 사드를 배치하려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며 한국은 더 위험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ZTE에 대한 미 정부의 벌금 부과 결정에 대해선 “중국 기업이 해외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계속됐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7일 대북 규탄 언론성명을 내고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들에 대한 명백한 위반으로 개탄한다. 더 중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추가 제재를 시사했다. 안보리는 8일 오전 긴급회의를 개최하기 전 이례적으로 이사국 간 사전협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성명을 채택했다. 벨기에에 본부를 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는 유엔의 제재를 받고도 몰래 금융거래를 해온 조선대성은행과 조선광선은행, 동방은행 등 북한 은행 3곳을 국제 금융거래망에서 퇴출시켰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 보도했다. SWIFT는 미국과 유럽 은행들이 국가 간 자금 거래를 위해 1977년 설립한 기구다. 현재 세계 200여 개국 1만800여 개 금융기관이 SWIFT 금융망을 이용한다. 북한의 추가 도발 움직임도 포착됐다. 미국 CBS 뉴스는 이날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북한이 미사일 사출 실험 등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인 ‘북극성-2형’ 추가 발사를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보도했다. 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용으로 추정되는 엔진 시험을 진행하는 모습이 포착됐다고 전했다.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 /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 조은아 기자}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와 미국 대선을 강타한 포퓰리즘 바람의 영향으로 유럽 등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는 가운데 여성 정치인들이 주목받고 있다. 극우 정당은 그동안 성 평등이나 육아 이슈에 소극적이어서 여성 정치인의 활약이 드물었지만 이젠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표적인 인물은 4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 우선주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 상위 1, 2위 득표자가 겨루는 결선투표 진출이 확실시되자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까지 나서 “르펜이 승리할 위험이 있다. 프랑스는 극우에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음을 낼 정도로 대선판을 흔들고 있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당수는 세련된 외모와 성공한 워킹맘 이미지로 유권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네 아이의 엄마로 화학자, 기업인, 정치인 등 화려한 경력을 쌓은 그는 2015년 남편과의 이혼을 밝히면서 동시에 같은 당 정치인과의 연애 사실을 당당히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 시사교양지 뉴요커는 “유권자들이 페트리의 카리스마에 매료된 듯 보였다. 유세장이 연예인 투어 같았다”고 전했다. 여성 정치인들은 극우 어젠다를 거칠게 표현하는 남성들과 달리 감성적으로 전달하는 편이다. 호주 극우 정당 ‘원네이션’의 당수 폴린 핸슨은 이민자 테러로 인한 불안을 강조해 범죄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엄마들의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원네이션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은 전체의 10%였다. 1.3%였던 지난해 7월에 비해 8배 이상으로 급등한 것이다. 일각에선 극우 여성 정치인이 성 평등 문제에 둔감하고 자신의 여성성을 지나치게 활용한다는 비판도 나온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 마크 큐번 억만장자 투자가, 방송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 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패한 미국 민주당의 2020년 유력 대선후보군이라며 4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개한 인물들이다. 대부분 거부에다 엘리트여서 민주당 표밭인 노동자 계층을 껴안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대선 출마설을 극구 부인하는 이들도 있지만 하마평은 끊이지 않고 있다. FT에 따르면 이들이 대선 주자로 주목받는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변으로 대선후보 선출 공식이 뒤바뀌었기 때문이다. 정치 경험 없는 아웃사이더도 스타성이 있으면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싱크탱크 ‘제3의 길’의 공동 창업자 맷 베닛은 FT에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정계 경험은 더 이상 대선을 위한 필수 코스가 아니다. 대선후보가 나올 분야가 방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일(현지 시간) 취임 후 처음 발표한 무역정책 어젠다는 ‘세계 무역은 미국을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교역을 계속하려면 ‘미국법’을 따라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앞으로 미국이 한국에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청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징벌적인 관세를 매길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은 무역 분쟁을 조정하는 세계무역기구(WTO)마저 무시하고 있어 분쟁 해법이 더욱 복잡해지게 됐다. 》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발표한 무역정책 어젠다 보고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접근법을 촉구했고 행정부는 그 약속을 지킬 것”이라며 새로운 무역정책 집행 의지를 내비쳤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부정한 데 이어 무역정책 방향을 바꾸겠다고 선언한 것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무역정책을 지우겠다는 뜻이다. 보고서에 명시된 무역정책 우선순위는 △국가 주권 수호 △미국 무역법의 엄격한 집행 △외국이 시장을 개방하도록 모든 영향력 동원 △새롭고 더 나은 무역협정 협상 등이다. USTR는 “미국 국민은 WTO의 판정이 아닌 미국법의 지배를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정책과 관련해 미국 주권을 적극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WTO의 분쟁 해결 절차 등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으면 불복하겠다”는 의사도 밝혀 무역분쟁을 양자 협상으로 풀어 나갈 것임을 시사했다. 자유무역 수호자임을 자처하며 WTO 산파 역할을 했던 미국이 WTO 체제를 부정하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기조는 오바마 행정부 때의 USTR와 대비된다.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을 비롯한 교역국과 종종 무역분쟁을 벌였지만 WTO의 권위를 존중해 정해진 틀 내에서 분쟁 해결을 모색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정책을 이렇게 뜯어고치는 이유는 미국의 무역적자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3170억 달러(약 358조2100억 원)였던 미국 제조업 무역적자는 지난해 6480억 달러로 약 100% 증가했다. USTR는 한국과의 무역에서 생긴 적자를 지적하며 한미 FTA 재협상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USTR는 “한미 FTA 발효 직전 해인 2011년부터 지난해(2016년)까지 미국 제품의 한국 수출은 12억 달러(약 1조3560억 원) 감소한 반면 한국 제품의 미국 수입은 130억 달러(약 14조6900억 원) 이상 증가했다”며 “이런 결과는 두 말 할 것 없이 미국 국민이 이 협정에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하더라도 협정이 당장 수정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FTA 불균형 조항 때문에 미국이 적자를 본다는 점이 규명돼야만 협정문을 고치는 재협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논의 결과 미국에 불평등한 조항이 발견되면 미국 측은 농산물, 쇠고기뿐만 아니라 환경, 노동, 지식재산권 등의 재협상을 포함해 자국 이익에 맞는 시장 개방을 요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 전에 돌연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뉴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의회와 형식적인 협의만 거친 뒤 특정국에 관세 인상을 선포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양한 법적 수단을 총동원해 (한국 등) 상대국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FTA 재협상 압박 수단으로 ‘슈퍼 301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슈퍼 301조는 ‘람보 301조’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미국이 자국 이익을 위해 공격 수단으로 삼는 미국 무역법 조항이다. 상대국이 불공정한 무역으로 미국에 피해를 주면 미국이 광범위한 영역에서 보복하도록 허용한다. 최근 수출 실적이 좋아진 한국에서 미국에 대한 흑자가 점차 늘어나면 미국 기업이 직접 한국 기업에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박 교수는 “미국이 한국 정부의 보조금이 과하다거나 ‘덤핑’이라고 자의적으로 해석하면 반덤핑 과세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이참에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FTA를 같이 묶어 한번에 처리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두 사안을 연결해 방위비 분담금은 올려주고 FTA에선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조은아 achim@donga.com / 세종=천호성 기자 / 뉴욕=부형권 특파원}
“라이언의 유산은 영원할 것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워싱턴 의사당에서 열린 첫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이렇게 말하자 CNN 등 언론들은 일제히 청중석에 앉은 한 여성을 클로즈업했다. 주인공은 캐린 오언스. 불과 한 달 전인 1월 29일 예멘 대테러 작전에서 순직한 해군특수부대 네이비실 라이언 오언스 중사의 부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언스 중사를 “나라를 위해 싸운 영웅이며 전투사”라고 치켜세우며 일곱 번이나 호명하자 장내에는 2분간 우렁찬 박수가 울려 퍼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맏딸 이방카 옆에 앉아 있던 캐린은 끝내 굵은 눈물을 흘렸다. 두 손을 맞잡고 하늘을 바라보며 무언가 중얼거리기도 했다. 참석자들도 그녀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셨다. 캐린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라이언 이야기를 꺼낼 때만 해도 굳은 표정이었다. 남편을 죽음으로 내몬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원망이 섞인 듯했다. 예멘 대테러 작전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첫 해외 군사작전이었지만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무리하게 단행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녀를 초대한 것은 강력한 군대와 국방비 증액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고사령관으로서 (실패한 작전을 부각시킨 것은) 충격적”이라고 평가했지만 “감동적인 장면이었다”는 호평도 나왔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중국 저장(浙江) 성에 본사를 둔 섬유기업 키어그룹의 자회사 키어아메리카는 앞으로 5년간 2억1800만 달러(약 2463억 원)를 투자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랭커스터 카운티의 방적 공장을 2배로 키울 예정이다. 2015년 중반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대부분이 미국인인 정규직 208명을 고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300명을 현지에서 추가로 뽑을 계획도 세웠다. 주산칭 키어그룹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생산할 때보다 전기료를 40% 아낄 수 있어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기존 생산 시설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고 WSJ가 27일 보도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약 실천에 경쟁국인 중국의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대다수 중국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관세 폭탄’을 던지겠다는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틸로 하네만 로디엄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높은 관세와 시장 규제 정책을 펴면 현지에 생산설비를 짓는 중국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값싼 인건비와 급성장하는 내수시장 덕에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모여드는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한 중국이 이제는 노동자 임금은 물론 땅값, 전기료가 올라 기업들에 매력을 잃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2016년 중국 제조업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3.6달러(약 4080원)로 2005년(1.2달러)과 비교해 3배로 치솟았다고 27일 보도했다. 중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이미 브라질과 멕시코를 앞질렀고 그리스 포르투갈에 근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하는 ‘그린필드’ 투자는 이미 최근 5년 동안 급증하는 추세였다. 중국 정부가 최근 위안화 약세를 우려해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규제하고 나섰지만 기업들의 미국행을 막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그린필드 투자에 2000∼2016년 86억 달러(약 9조7180억 원)를 썼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미국행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중국 상하이의 섬유 무역회사 MKT의 마이클 크로티 회장은 “미국에서 충분한 유통망을 갖추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중국산 제품에 미국이 정말로 45% 관세를 붙이면 베트남 파키스탄 인도 등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트루 라이즈’와 ‘타이타닉’에 출연했던 할리우드 영화배우 겸 감독 빌 팩스턴(사진)이 25일(현지 시간) 별세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62세. 통신에 따르면 팩스턴 가족은 성명을 통해 “고인이 세상을 떠났다”고 간단히 밝혔다. 팩스턴은 미국의 B급 장르영화의 거장으로 평가받는 로저 코먼을 돕다가 1975년 영화 ‘크레이지 마마’로 데뷔해 41년간 90여 편의 영화와 방송에 출연했다. 초기에는 무명 생활을 벗어나지 못하다가 ‘터미네이터’ ‘아폴로 13호’ ‘트루 라이즈’ ‘타이타닉’ 등에서 연기하며 이름을 알렸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지난해 테리사 메이 여성 총리를 뽑은 영국이 188년 만의 첫 여성 런던 경찰청 수장을 배출했다. 특히 3년 전 은퇴한 여성 경찰이 쟁쟁한 현직 후배들을 물리치고 최고위직에 올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22일 크레시다 딕 씨(56·사진)가 버나드 호건하우 런던경찰청장 후임으로 지명됐다고 보도했다. 2012년 런던경찰청 부청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딕 씨는 2014년 은퇴할 때까지 31년간 경찰로 일했다. 딕 씨가 전직인 데다 여성이 청장에 임명된 전례가 없어 이번 발탁은 ‘깜짝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엄격한 심리 검사와 2번에 걸친 압박 면접을 통과했다. 호건하우 청장의 측근인 마크 롤리 치안감을 비롯한 현직 경찰 고위 간부 3명을 제쳤다. 딕 씨가 어려움을 뚫고 첫 여성 청장이 된 것은 새로운 유형의 테러와 범죄에 대응해 경찰 조직을 개혁할 적임자로 꼽혔기 때문이다. 경찰청장 선발에 참여한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의 한 측근은 “딕이 후보자들 가운데 경찰 변화 필요성을 가장 잘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로써 영국 경찰의 최고위직 세 자리가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 현재 국가범죄수사국(NCA)과 전국경찰서장협의회(NPCC) 수장이 모두 여성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10여 년 뒤 태어나는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이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넘기 힘든 벽’으로 알려졌던 90세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영국 임피리얼칼리지런던과 세계보건기구(WHO)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기대수명을 분석한 논문을 21일(현지 시간) 영국 의학저널 랜싯에 발표했다. 기대수명은 사람이 몇 년을 더 살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추산치다. 논문에 따르면 2030년 여성 출생자를 기준으로 기대수명이 90세를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은 90.82세로 예상됐으며, 프랑스(88.55세) 일본(88.41세) 스페인(88.07세) 스위스(87.70세) 등이 뒤를 이었다. 2030년 출생하는 남성의 기대수명도 한국이 84.07세로 세계 최고였다. 이어 호주(84.00세), 스위스(83.95세), 캐나다(83.89세), 네덜란드(83.69세) 순이었다. 한국인 남녀 모두 기대수명 증가 속도가 빠르다. 2010년 출생한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여성과 남성이 각각 84.23세, 77.11세였다. 20년간 기대수명 증가폭은 여성이 6.59세로 조사 대상국 중 가장 컸다. 남성도 기대수명이 같은 기간 6.96세 늘어 헝가리(7.53세)에 이어 두 번째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연구를 맡은 마지드 에자티 임피리얼칼리지런던 교수는 90.82세로 나온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에 대해 “과학계는 한때 인간 평균수명이 90세를 돌파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장벽이 깨지고 있다. 한국인의 장수 비결은 보편적 의료 보장은 물론 유년기 양질의 영양 섭취와 새로운 의학지식에 대한 관심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전문가들도 한국인 기대수명의 증가세에 놀라워하고 있다. 학계에서는 한국인의 평균수명이 장수 국가인 일본을 따라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인의 기대수명 증가는 ‘건강한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과 관련이 있다. 이삼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장은 “‘어차피 앞으로 오래 살 것 같으니 이왕 사는 거 건강하게 살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며 “고령사회에 대비해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고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려는 사람이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선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더욱 두드러졌다. 하지만 여성의 기대수명이 한국 남성보다 6.75세 높은 건 과거 통상적인 연구 결과와 비슷했다. 이 단장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6, 7세 더 살 수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유일하게 90세를 넘는 원인을 뚜렷하게 말하기 힘들다는 전문가들도 있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인만 유독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장수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진국에 비해 짧은 시간 내에 경제가 발전하고 의료환경이 빠르게 개선돼 기대수명이 늘어난 지금까지의 추세가 미래에도 반영된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일각에선 한국 여성이 오래 사는 비결에 대해 건강에 대한 관심을 꼽기도 한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여성들이 선진국에 비해 심각한 성차별을 겪고 양성평등지수가 낮은 환경에서도 장수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건강에 많은 관심을 갖고 병이 나기 전에 꾸준히 건강을 관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윤종 기자}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21일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증거나 독침에 찔린 상처가 없다고 밝혔다.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자연사했다”는 북한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지만 15일 부검을 시작한 지 7일째가 되도록 명확한 사인이 규명되지 않은 것이어서 김정남의 사인이 미스터리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누르 히샴 압둘라 말레이시아 보건부 보건총괄국장은 이날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쿠알라룸푸르병원에서 부검 관련 첫 기자회견을 열어 “사망자 시신에는 심장마비의 증거나 (뾰족한 것에 찔려 난) 구멍 자국이 없다”고 말했다. 북한이 주장한 심장마비로 인한 자연사나 국내외 언론이 보도한 독침 사용 가능성을 부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압둘라 국장은 “사망자의 신원과 사인을 확인하기 위해 지문 및 치과 샘플 등을 확보해 공인된 연구소에 보냈다. 우리는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며 김정남이 어떤 독물로 살해됐는지 여전히 판명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북한 측의 부검 조작론에 대응해 부검이 객관적이고 전문적으로 진행됐음을 강조했다. 압둘라 국장은 “경찰이 전 부검 과정을 지켜보는 가운데 경험 있는 법의·병리학 전문가와 법의학 방사선 전문의, 법의학 치의학자가 부검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신 컴퓨터단층촬영, 내·외부의 부검, 법의학 치과검사를 거쳤으며 모든 과정은 국제 기준에 따라 전문적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는 17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말레이시아가 적대 세력(한국)과 공모해 (부검에서) 뭔가를 숨기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김정남의 아들 한솔이 쿠알라룸푸르병원에 왔다는 내외신 보도도 확인하지 않았다. 압둘라 국장은 “현재 사망자의 친족이라고 주장하는 이가 없다. 우리는 아직도 친족이 방문하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망자의 신원을 김정남으로 특정하지 않고 “파악 중”이라며 북한의 주장대로 여권에 적힌 이름 ‘김철’을 사용했다. 압둘라 국장은 신원을 확인해 줄 유족이 나타나지 않으면 “치아 구조와 의료 기록, 수술 흔적, 반점 등을 살펴 신원을 파악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망자 의료 기록에 대한 접근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고 말해 유족이 협조하지 않으면 사망자가 김정남임을 밝힐 수 없다는 점을 시사했다. 부검 결과는 이르면 22일 나올 것으로 현지 언론이 관측했다.조은아 achim@donga.com·김수연 기자}

거구의 김정남에게 암살 공격을 가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2.33초였다. 20일 일본 후지TV가 공개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의 폐쇄회로(CC)TV 영상 속 김정남 최후의 순간은 충격적이다. 두 명의 여성 암살조는 기존에 알려진 5초보다 훨씬 짧은 2.33초 만에 ‘공격’을 마무리했다. 3층 출국장에서 공격당한 김정남은 5층 공항 진료소까지 한쪽 다리를 절면서도 다른 사람의 부축 없이 걸어간 뒤 진료소에서 갑자기 쓰러졌다. 암살에 사용된 독극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보여 주는 대목이다. 영상은 밝은색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김정남이 공항 출국장으로 혼자 걸어 들어가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검은 배낭을 오른쪽 어깨에 걸친 김정남은 출국장 한가운데에 서서 별 경계심 없이 전광판을 잠시 바라보다가 무인발권기 앞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가 발권기 앞에 서자 용의자로 체포된 도안티흐엉(29)과 시티 아이샤(25)로 추정되는 두 여성이 각각 김정남 앞과 뒤로 빠르게 접근했다. 둘 중 흰 티셔츠를 입고 머리를 어깨까지 기른 여성이 김정남 뒤로 재빨리 걸어가 그의 어깨 위로 두 팔을 뻗어 얼굴을 무언가로 감쌌다. 나머지 한 여성이 어떻게 공격했는지는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두 여성은 김정남에게 접근한 지 2.33초 만에 일을 마무리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유유히 걸어 각각 다른 방향으로 흩어졌다. 주변에는 수많은 공항 이용객이 있었지만 아무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공격을 받은 김정남은 공항 정보센터로 홀로 걸어가 자신의 두 눈을 비비는 듯한 행동을 하며 직원들에게 무언가를 설명했다. 직원의 안내로 경찰을 만나서도 비슷한 손짓으로 자초지종을 말했다. 그 후 경찰과 함께 두 층 위에 있는 공항 진료소로 걸어갔다. 진료소 입구에서는 멀쩡했던 김정남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고꾸라지듯 쓰러졌다. 영상을 본 전문가들은 북한이 김정남의 사인을 심장마비로 몰기 위해 의도적으로 전략을 짰다고 분석했다. 두 여성이 경찰에서 진술한 것처럼 김정남에게 방송 프로그램 촬영을 위해 장난을 쳤고, 이와 상관없이 평소 심장이 안 좋은 김정남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북한이 주장할 것이란 얘기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부검 결과가 발표되지 않는 걸 보면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이 김정남 사인을 심장마비로 몰기 쉽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북한 암살단 총책에 속아 장난인 줄 알고 범행에 참여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계 신문 중국보(中國報)는 20일 “북한 특수요원 4명이 남의 손을 빌려 암살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에 따르면 살해에 이용한 독약 성분이 위험한 데다 북한 사람은 (동남아시아인보다) 눈에 띄기 때문에 북한 용의자들이 미인계를 범행에 활용했다”고 전했다. 북한은 여성들을 훈련시키는 데 특별히 공을 들인 것으로 보인다. 한국테러학회장인 이만종 호원대 교수는 “여성들이 동작을 충분히 반복해 여러 번 훈련한 것 같다. 범행 후 잠시 김정남을 살핀 점도 작전 실패 시 차선책을 시행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이 최근 부각된 탈북 세력에 겁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대담하게 범행을 꾀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교수는 “북한이 배후임을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잘못하면 이렇게 죽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조은아 achim@donga.com·윤완준 기자}
“말레이시아 정부가 적대 세력과 공모해 뭔가 숨기려 하고 있다.” 17일 오후 11시 반경(현지 시간)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종합병원 앞. 강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굳은 표정으로 관용차에서 내리자마자 길가에 서서 서툰 영어로 더듬더듬 말하는 그는 무척 다급해 보였다. 그는 ‘적대 세력’ ‘정치 스캔들’이란 비외교적인 표현을 섞어 가며 말레이시아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 정부가 배후에서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식의 억지 주장도 폈다. 그는 13일 김정남 사망 이후 줄곧 언론을 피해 온 터라 이날 기자회견의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18일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더스타에 따르면 강 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통해 “말레이시아 정부의 부검 결과를 총체적으로 부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사망자는 북한 외교여권을 소지한 북한 국민인데 말레이시아 정부가 북한의 허락과 참관 없이 부검을 강행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강 대사는 이 성명에서 북한의 반대에도 말레이시아가 김정남 부검을 강행한 배경으로 한국을 지목했다. 그는 “남한 국민들은 보수 세력이 이번 사건(김정남 사망)을 활용해 박근혜 정권을 구하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밀어붙이려 한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말레이시아와 짜고 김정남 암살 배후가 북한이라고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 대한 외교적 선전포고도 나왔다. 강 대사는 “이번 조치는 기초적인 국제법과 영사법을 묵살하며 우리 국민의 인권을 극도로 침해했다. 우린 적대 세력의 움직임에 강하게 대응해 국제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북한에 우호적이던 말레이시아 정부는 북한의 잇따른 주장이 주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아맛 자힛 하미디 말레이시아 부총리는 16일만 해도 “북한의 시신 인도 요청은 수사 절차에 따라 가능하게 될 것”이라며 북한의 시신 인도 요청에 호응하듯 말했다. 하지만 강 대사가 17일 밤 말레이시아의 부검 조작 의혹을 제기하자 수브라마니암 사타시밤 보건장관은 18일 “북한이 말레이시아법을 따라야 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누르 라싯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부경찰청장도 19일 기자회견에서 단호한 어조로 “(김정남) 시신은 아내와 딸, 아들 등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인도된다. 과학적 증거로 가족임이 증명돼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북한이 긴급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는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번 살해사건의 배후로 북한을 지목할 경우 국교가 단절될 수 있다는 긴박감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1973년 6월 30일 북한과 수교한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핵심 해외 기지 역할을 해 왔다. 무비자 정책인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북한 주민이 비자 없이 드나들 수 있는 나라는 말레이시아가 거의 유일하다. 이 때문에 북한은 말레이시아를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공작의 중요한 거점으로 활용해 왔다. 말레이시아는 외교 거점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마약과 위폐 거래의 상당수를 떠맡았던 과거 노동당 작전부의 활동 지역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한의 비공개 금융거래에 있어서도 중요한 지역인 것으로 알려졌다.조은아 achim@donga.com·주성하 기자}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되기 전 북한으로 귀국시키라는 지시를 국가보위성(한국의 국가정보원)에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이행하기 위해 북한 요원들이 지난해 말부터 이달 초까지 최소 세 차례 김정남을 접촉해 설득했다는 것으로 김정남의 피살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16일 북한의 간부급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은 소란 피우지 말고 본인 스스로 귀국하도록 설득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RFA에 따르면 국가보위성은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 20일경 김정남의 거처가 있는 마카오에서 김정남과 만나 김정은의 지시를 전했다. 하지만 김정남은 즉답을 피한 채 “생각해볼 기회를 달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소식통은 RFA에 “(북한으로 돌아가겠다는 확답을 주지 않은) 김정남이 신변에 위험을 느껴 한국이나 미국으로 망명할 가능성을 우려해 암살을 지시했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RFA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은이 지난해 말과 올해 초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들에게 두 차례 김정남을 만나도록 했다”며 “라오스의 북한 외교관이 직접 김정남을 만나 김정은의 서신을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정은이 서신을 통해 김정남에게 귀국을 회유했을 것이라고 RFA에 말했다. 이 소식통 역시 RFA에 “생명의 위협을 느낀 김정남이 확답하지 않자 김정은이 암살을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김정남은 자신의 신변이 노출돼 언젠가는 암살 공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평소 보안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고 지인들이 전했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 있는 김정남의 단골 식당 주인 앨릭스 황 씨는 “김정남은 폐쇄회로(CC)TV 촬영을 방해하는 장치도 갖고 있어 김정남이 식당을 떠나고 나면 항상 CCTV에 남는 게 없었다”고 밝혔다고 말레이시아 언론 더스타가 16일 보도했다. 더스타에 따르면 김정남은 쿠알라룸푸르를 찾을 때마다 5성급 호텔에만 머물렀다. 도심에 식당이 많았지만 보안 요원이 있는 스타힐 갤러리만 찾았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마카오를 오갔는데 마카오에 사는 부인이나 싱가포르인 여자 친구와 함께 말레이시아를 찾기도 했다. 보통 말레이시아에 오면 10∼15일간 머물다 갔다. 더스타는 또 다른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북한에서 숙청된 고모부 장성택의 조카 장영철이 말레이시아 주재 북한대사로 있던 2010∼2013년 정기적으로 말레이시아에 왔다고 전했다. 2013년 장영철이 북한으로 소환돼 처형된 후엔 1년가량 발길을 끊었다가 2015년과 2016년 다시 말레이시아를 찾았다고 한다. 황 씨는 “김정남은 이번에 재정적으로 도와줄 사업가나 동료를 만나려 했을 것”이라며 재정 지원을 받는 것이 방문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김정남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기업에 제공하는 정보기술(IT) 사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 당국은 그동안 김정남을 각별히 경호했지만 최근에는 이를 느슨히 해 이번 사건이 일어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11년에는 마카오에서 김정남을 암살하려는 국가안전보위부(현 국가보위성) 요원들과 김정남의 경호원들 사이에 유혈 총격전까지 벌어졌다. 일본 언론은 김정남이 피살된 것은 중국이 그동안 해온 경호를 포기했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김정남을 버렸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중국이 김정남을 보호할 의미가 줄어들면서 경비도 허술해진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이 김정남 암살 정보를 알면서도 북한과의 관계 복원을 위해 버렸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본 아사히신문도 “중국이 정말 김정남을 보호하려 했다면 이런 일이 발생할 리 없다”고 보도했다. 김정남은 2000년부터 중국의 비호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베이징(北京), 마카오, 동남아시아 국가 등 3곳에 각각 김정남의 내연녀와 자녀가 살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영향력을 미치는 기업이 김정남 생활비의 일부를 보태 왔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과거 김정남이 중국 외에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에 갈 때 중국은 반드시 경호팀을 보내 살해 위협에 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정남이 피살되기 직전 그의 5촌 이내의 친척인 김모 씨가 최근 탈북했다고 KBS가 보도했다. 50대로 알려진 이 인물은 중국을 오가며 김정남과 그의 가족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아내 및 아들, 딸과 함께 10일 평양을 떠나 베이징에 도착한 뒤 감시하는 국가보위성 요원들을 따돌리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정보 당국은 “아는 바 없다”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조은아 기자}

‘1970년 6월 10일 평양 출생 김철(Kim Chol).’ 말레이시아 경찰은 14일 전날 숨진 김정남의 여권 신상 정보를 이같이 확인했다. 김정남은 원래 1971년 5월 10일생으로 알려져 있어 신변 안전을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을 위조한 가짜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정남은 2001년 5월 일본에 나리타(成田)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다 적발됐을 때에도 도미니카공화국 국적의 ‘팡 시옹(PANG XIONG·중국에서 뚱뚱한 남성을 의미)’이란 가명을 사용했다. 여권에 적힌 출생지는 한국이었고 생년월일은 1971년 5월 10일로 실제와 같았다. 당시 일본 당국은 위조된 여권에 적힌 이름을 가진 사람이 전해에도 두 번 일본에 입국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김정남이 이번에 사용한 ‘김철’이란 이름은 북한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는 가명으로 북한 위조여권에 흔히 활용된다. 2011년 김정남의 사진이 다수 올라온 페이스북 계정이 발견됐을 때도 계정 소유자 이름이 김철이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 더스타는 “김정남이 사용한 ‘김철’이란 이름은 우연하게도 2012년 김정은이 처형한 김철 전 인민무력부 부부장의 이름”이라며 김철 전 부부장의 이름을 빌려 썼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김 전 부부장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장례 기간 중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총살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당시 김정남이 위조여권에 부착한 사진의 얼굴 모습은 실제와 거의 같았다. 하지만 이번에 말레이시아 경찰이 발표한 것은 여권 정보 보도자료로 사진의 얼굴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김정남은 일본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으면서 ‘자신은 한국인’이라고 주장했으나 결국 본인이 김정남임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도미니카공화국에서 2000달러를 주고 위조여권을 만들었고 도쿄에는 디즈니랜드에 가기 위해 왔다”고 말해 화제를 불렀다. 당시 일본 공안 당국은 북한 인사들이 수교가 없는 일본을 드나들 때 흔히 남미 여권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남미 여권의 경우 일본 입국 비자가 별도로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이민 정책 등에서 대립하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 나이만으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의 아들뻘인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46)는 첫 정상회담을 치밀하게 준비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색한 만남”이 될 것이라는 언론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트뤼도 총리 부친인 피에르 트뤼도 전 총리와 찍은 사진을 선물로 가져왔다. 그는 “경제성장을 위해 여성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은 양국의 공통 현안”이라며 여성 인력 양성 태스크포스를 제안하고 정상회담 후 열린 관련 회의에 트럼프의 큰딸 이방카를 참여시키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뤼도 총리에게 먼저 악수를 청하는 등 화답했다. 13일 미국 백악관에서 만난 두 정상은 생각이 다른 쟁점에 양보하지 않으면서도 공통점을 강조하느라 애썼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2일 ‘미국 우선주의’ 첫 조치로 발표한 NAFTA 재협상에 대해 상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애썼다. 양국 언론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AP통신은 “트뤼도가 노리던 바를 상당 부분 얻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 일간 글로브앤드메일은 “성공적인 첫 데이트”라고 논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캐나다는 뛰어난(outstanding) 무역 관계를 맺고 있다. 양국 발전을 위해 (NAFTA를) 약간 수정(tweaking)하기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와의 무역은) 남쪽 국경에 있는 나라(멕시코)보다 훨씬 덜 심각하다”고 덧붙여 화살을 멕시코로 돌렸다. 트뤼도 총리는 “미국은 캐나다에 꼭 필요한 파트너다. 양국은 상호 무역을 통해 하루 평균 20억 달러(약 2조3000억 원)의 이익을 본다”며 NAFT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나와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국민이 일자리를 찾고 경제활동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를 논의했다”고 덧붙였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의 한 빨래방에서 일하는 여성 불법 체류자는 손님이 없을 때마다 빨래방 구석에 웅크리고 숨어 있다. 얼마 전 이 지역 길가에서 이민자가 체포되는 모습을 언론에서 보고나서부터다. 뉴욕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한 불법 체류자는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 17세인 맏아들이 주소록을 쥐고 있는지 꼭 확인한다. 자신이 이민 당국에 체포될 때 아이들을 돌봐 줄 만한 사람들의 연락처를 담은 것이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이 6∼10일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시카고 뉴욕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에서 불법 체류자를 대거 체포하면서 불법 이민자들의 공포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대선 유세 때 ‘불법 체류자 300만 명 추방’을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뒤 첫 일제 단속이다. 취임 직후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내고 사법부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 추방 전쟁’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ICE 로스앤젤레스 지부는 관할 지역에서 지난주 16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관계자는 CNN에 “로스앤젤레스를 비롯한 캘리포니아 주에서 체포된 불법 체류자 중 37명은 이미 멕시코로 추방됐다”라고 밝혔다. 일리노이 인디애나 위스콘신 켄터키 캔자스 미주리 등에서도 200명이 체포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국토안보부는 “통상적 단속”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현지 이민자와 시민단체들은 단속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지적했다. ICE 요원들이 범죄자가 아닌 불법 이민자도 체포하고 대상자의 집과 일터를 일일이 급습해 단속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한 불법 이민자는 교통 범칙금을 내려고 법원에 갔다가 예고 없이 체포됐다”라고 전했다. 미국 앰네스티인터내셔널은 11일 성명을 내고 이번 단속이 “인권에 대한 중대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주변 국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자 단속을 우려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멕시코 외교부는 9일 성명을 내고 “모든 멕시코인들은 조심해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한인타운이 있는 로스앤젤레스를 중심으로 한인 교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11년 기준으로 미국에 거주하는 한인 불법 체류자는 약 23만 명이지만 집계되지 않은 인원까지 합하면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시민단체들은 홈페이지와 트위터에 영어와 스페인어뿐 아니라 한국어로도 ‘ICE 요원이 들이닥칠 때 대응하는 방법’을 올려 홍보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반이민 행정명령에 제동을 건 사법부를 피해 새로운 이민 규제 행정명령을 다시 발동할 것임을 시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플로리다 주로 이동하는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우리는 새로운 행정명령을 포함해 다른 많은 옵션이 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이를 서둘러야 한다”라고 말해 13일이나 14일 새 행정명령을 발동할 것임을 예고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골드만삭스가 워싱턴을 접수했다.” 7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월가의 금융회사 골드만삭스 본사 앞. 시민 수천 명이 이같이 외치며 늦은 밤까지 행진을 멈추지 않았다. 일부 시위대는 ‘골드만삭스 정부(Government Sachs)’라고 적힌 피켓을 위아래로 흔들어 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골드만삭스 관련 인사를 6명이나 중용하자 “세계 금융위기를 일으킨 골드만삭스 사람들을 어떻게 정부 요직에 앉힐 수 있느냐”며 항의 시위에 나선 것이다. 트럼프의 오른팔로 통하는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비롯해 트럼프가 지명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앤서니 스카라무치 백악관 대외연락담당, 제이 클레이턴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디나 파월 백악관 경제자문위원 등이 트럼프 행정부의 골드만삭스 인맥으로 분류된다. 클레이턴 위원장은 골드만삭스를 대리한 로펌의 파트너 변호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쏟아지는 비난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월가를 개혁하겠다”는 대선 공약을 뒤집고 골드만삭스와 손을 잡은 트럼프 대통령은 3일 금융회사 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완화하는 행정명령에 전격 서명했다.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한 규제를 무력화하려는 시도에 민주당 등이 강하게 반발했지만 향후 수혜가 예상되는 골드만삭스 주가는 4% 넘게 뛰었다. 금융규제 완화 행정명령을 이끌어낸 주역이 골드만삭스 출신인 콘 NEC 위원장이라는 보도(파이낸셜타임스)도 나왔다. 월가 금융회사 중 하나인 골드만삭스가 워싱턴을 향한 등용문이 된 것은 워싱턴 정계 생리를 닮은 특유의 기업 문화가 그 비결이라고 조직을 안팎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말한다.골드만삭스 인재와 보고서가 워싱턴 점령 1869년 미국에 이민 온 유대계 독일 가문이 채권 중개회사로 뉴욕 맨해튼에서 문을 연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자산 8800억 달러(약 1012조 원)의 세계 1위 투자은행으로 성장했다. 본사가 있는 뉴욕은 물론 런던, 파리, 아시아의 베이징, 도쿄, 한국 등 세계 곳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사업 분야는 투자은행업, 증권업, 컨설팅 등으로 얼핏 보기엔 정치권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골드만삭스와 정치권의 공생 관계는 뿌리가 깊다. 월가의 대표주자 골드만삭스는 미국 대선 때마다 대선 후보들에게 후원금을 쾌척하며 행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골드만삭스에 모여 있는 뛰어난 경제 엘리트들은 경제 관료나 자문역으로 발탁되기가 쉬웠다. 골드만삭스 창립 가문인 골드만 가문의 헨리 골드만은 1913년 연방준비제도 설립을 도왔고,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시드니 웨인버그 골드만삭스 최고경영자(CEO)를 전쟁물자생산위원회 담당 차관에 임명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의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행크 폴슨 재무장관도 모두 골드만삭스가 배출한 인재이다. 트럼프 시대 골드만삭스는 여느 때보다 막강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핵심 요직에 6명이 포진한 데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빗대 최근 워싱턴 정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싱크탱크는 골드만삭스’라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예측하려면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꼼꼼히 챙겨야 한다는 뜻이다. 트럼프 같은 뉴욕의 사업가들은 보수 성향의 정통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나 미국기업연구소(AEI)보다 골드만삭스의 리포트에 친숙하다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 인사들을 두루 만난 조현동 외교부 공공외교대사는 “골드만삭스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숫자로 명확히 제시해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에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우린 ‘나’라는 말 안 쓴다” 골드만삭스에는 스타 뱅커가 넘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 회사 외환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한 리사 엔들리치는 저서 ‘골드만삭스’에서 1977년 신입 여직원이던 재닛 티부 핸슨의 일화를 통해 독특한 조직 문화를 소개했다. 핸슨이 만기 3개월짜리 국채 2만 달러(약 2300만 원)어치를 판매한 뒤 들뜬 마음으로 상사에게 “제가 이 거래를 해냈습니다”라고 보고했다. 그러자 상사는 “골드만삭스에선 ‘우리(We)’라고 하지 ‘나(I)’란 말을 절대 쓰지 않는다”고 차갑게 답했다. 엔들리치는 “골드만삭스는 개인적 영광을 찾는 사람에겐 ‘번지수가 틀렸으니 다른 회사를 알아보라’고 권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에선 월가의 엘리트이면서 팀워크가 뛰어난 골드만삭스 리더를 호시탐탐 노렸을 것이다. 골드만삭스가 자신의 임직원들을 공공 분야에 적극 소개하는 전통도 행정부 진출의 연결 고리가 됐다. 폴리티코는 “골드만삭스는 148년 역사 내내 직원들에게 은퇴 후 꼭 공익에 기여하는 활동을 할 것을 독려한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유독 골드만삭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엘리트 집단’이란 상징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시민단체 ‘미국금융개혁’의 알렉시스 골드스타인 수석연구원은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내가 최강이고 최고’란 이미지를 강조한다. 골드만삭스가 다른 대형 금융사를 능가하는 엘리트 집단이라는 평판이 트럼프 마음에 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 뻗쳐 있는 골드만삭스 인맥은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마리오 드라기 총재, 영국 중앙은행(BOE) 마크 카니 총재도 모두 골드만삭스가 배출한 인물이다. 골드만삭스의 전직 디렉터이자 ‘대통령의 모든 뱅커들’의 저자인 노미 프린스는 가디언에 “골드만삭스에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다음 세대 인사들과도 인맥을 맺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전했다.월가의 ‘파쇼’, 변신에 성공할까 하지만 최근 골드만삭스만의 문화가 퇴색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결속력이 강한 골드만삭스 내부에서 잡음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고객을 중시하는 가치가 깨지고 있다. 1979년 골드만삭스 공동 회장이던 존 화이트헤드는 “우리 고객의 이익이 우선이다. 우린 경험을 통해 고객을 잘 섬길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안다”며 고객 우선의 원칙을 세웠고 이는 전사적인 가이드라인이 됐다. 하지만 촉망받던 이 회사의 젊은 직원 그레그 스미스는 2012년 뉴욕타임스(NYT)에 쓴 ‘내가 골드만삭스를 떠나는 이유’라는 기고에서 “이 회사는 고객을 하잘것없이 취급하고 고객 이익은 항상 뒷전이다. 고객을 도울 수 있을지에 대해 단 1분도 논의한 적이 없다. 회사에서 일하고 싶게 만들던 문화는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폭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받은 골드만삭스는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채 수익만 불려 조직 안팎에서 더욱 불만을 샀다. 2005∼2007년 주택담보대출을 낀 파생금융상품을 팔며 고객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지만 10년이 지난 지난해 4월에야 벌금 50억6000만 달러(약 5조8190억 원)를 내기로 법무부와 합의했다. 고객과 주주에게 정보를 충분히 알리지 않는 폐쇄성도 비판받는다. 기자가 골드만삭스코리아를 통해 본사에 직원 수와 인재 채용 특징 등을 물었으나 “답할 수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이 회사는 1999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지 20년이 다 돼 가지만 주주총회가 열릴 때마다 “정보를 공개하라”는 주주와 시민단체의 요구가 빗발친다. 골드만삭스의 폐쇄성은 130년간 이어온 소수 파트너(지분을 보유한 고위 임원)들만의 경영 문화에서 나왔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파트너들은 자금 흐름과 사업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걸 오랜 기간 당연하게 생각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파쇼(fascio·이탈리아어로 묶음 또는 결속)’라고 불리기도 한다. 골드만삭스가 체질 변신을 위한 과도기를 거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 회사는 폐쇄성을 버려야만 살 수 있는 정보기술(IT)업을 키우고 있다. 로이드 블랭크파인 회장은 2015년 “골드만삭스는 IT 회사”라고 공언한 뒤 실리콘밸리 창업가 출신인 마틴 차베스를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승진시켰다. 블룸버그는 “골드만삭스 직원의 70%가 30세 안팎인 밀레니얼 세대이고 IT 인력은 9000여 명에 달한다. 페이스북의 총원 수와 맞먹는 수준”이라고 전했다.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