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세 피하자”… 中기업 ‘美 공장건설’ 잰걸음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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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 폭탄’ 현실화 우려… 인건비 상승-내수 위축도 영향

중국 저장(浙江) 성에 본사를 둔 섬유기업 키어그룹의 자회사 키어아메리카는 앞으로 5년간 2억1800만 달러(약 2463억 원)를 투자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랭커스터 카운티의 방적 공장을 2배로 키울 예정이다. 2015년 중반 미국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 회사는 대부분이 미국인인 정규직 208명을 고용하고 있다. 앞으로는 300명을 현지에서 추가로 뽑을 계획도 세웠다. 주산칭 키어그룹 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에서 생산할 때보다 전기료를 40% 아낄 수 있어 미국에서 생산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기존 생산 시설을 대폭 확장하고 있다고 WSJ가 27일 보도했다. ‘미국 우선주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공약 실천에 경쟁국인 중국의 기업들이 발 벗고 나서는 모양새다.

우선 대다수 중국 기업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45%의 관세를 물리겠다”며 ‘관세 폭탄’을 던지겠다는 공약이 실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틸로 하네만 로디엄그룹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정부가 높은 관세와 시장 규제 정책을 펴면 현지에 생산설비를 짓는 중국 기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값싼 인건비와 급성장하는 내수시장 덕에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모여드는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한 중국이 이제는 노동자 임금은 물론 땅값, 전기료가 올라 기업들에 매력을 잃고 있다는 점도 요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을 인용해 2016년 중국 제조업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3.6달러(약 4080원)로 2005년(1.2달러)과 비교해 3배로 치솟았다고 27일 보도했다. 중국의 시간당 평균 임금은 이미 브라질과 멕시코를 앞질렀고 그리스 포르투갈에 근접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기업이 미국에서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하는 ‘그린필드’ 투자는 이미 최근 5년 동안 급증하는 추세였다. 중국 정부가 최근 위안화 약세를 우려해 기업들의 해외투자를 규제하고 나섰지만 기업들의 미국행을 막지는 못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디엄그룹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그린필드 투자에 2000∼2016년 86억 달러(약 9조7180억 원)를 썼다.

하지만 중국 기업의 미국행을 회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중국 상하이의 섬유 무역회사 MKT의 마이클 크로티 회장은 “미국에서 충분한 유통망을 갖추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중국산 제품에 미국이 정말로 45% 관세를 붙이면 베트남 파키스탄 인도 등의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트럼프#국경세#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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