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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5일 극적으로 타결된 남북 고위급 접촉의 합의 정신을 북한이 잘 지키는지가 향후 남북 간 대화를 통한 신뢰 구축의 전제로 보고 있다. 북한이 충분히 신뢰를 준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남북이 고위급 접촉에서 공감한 여러 분야의 당국 간 대화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다.○ 당국 대화로 신뢰 생겨야 정상회담 정부 관계자는 26일 “남북이 합의한 당국 간 회담을 통해 신뢰의 여건이 조성되면 그 바탕 위에서 잘 준비해 남북 정상회담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되 가능성을 닫지는 않겠다는 것. 다른 관계자는 “남북이 어려운 과정을 거쳐 합의에 이른 만큼 북한도 말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며 “우선 남북이 합의한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실무접촉 약속부터 북한이 지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진정성 있게 남북 대화에 임해 남북 간의 깊은 불신을 해소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얘기다. 박근혜 대통령은 분단 고통 치유와 평화통일 준비를 위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뜻을 밝혀 왔다. 청와대와 통일부는 이날 고위급 접촉이 합의됐다고 해서 대북정책의 기조가 달라지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남북 당국의 안보와 대북·대남 정책을 책임지는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가 43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며 상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것이 앞으로 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홍 장관도 한 방송 인터뷰에서 “오랜 시간 대화를 해 상대방을 알 수 있는 기회였다”며 “이런 기회가 앞으로 남북 대화를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교류협력과 군사적 신뢰 구축 같이 가야 결국 정상회담이 가능하려면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1항으로 합의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회담 개최와 여러 분야의 대화 협상 진행’이 지켜져야 한다. 정부는 남북이 당국 간 회담의 정례화와 체계화에 합의한 만큼 향후 협의를 통해 이명박 정부 때 무너진 당국 간 회담 체계를 복원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남북 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이끌 정례 고위급 협의체를 만들고 여기서 합의한 현안들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분야별 분과위원회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기자들과 만나 “(하위 실무 대화 채널로) 군사, 사회문화 분야 등 (다방면의) 회담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제승 국방부 정책실장은 2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현안보고에서 “남북 군사회담이 개최될 경우에 대비해 체계적인 준비작업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실장은 “정부 차원의 교류협력 사업이 추진되면 이를 군사적으로 지원하고 보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는 남북 간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과 교류 협력의 균형이 출발점”이라며 “두 문제를 병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과 재발 방지 장치를 받아낸 데 그치지 않고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본격적인 남북 회담으로 이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교류 협력은 핵실험,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 앞에선 언제든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천안함 폭침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를 받아내는 것이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앞으로 남북 회담과 민간 교류가) 동시다발적으로 다방면에서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접촉 회담장에서 “평양에 다녀왔다”고 직접 밝힌 것으로 25일 알려졌다. 협상 중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에게 대면 보고를 하고 돌아왔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황병서는 23일 오전 4시 15분 협상 정회 뒤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와 함께 차를 타고 북한 지역으로 넘어갔다. 11시간이 넘어 같은 날 오후 3시 반 회담장으로 돌아왔다. 10시간 마라톤 회담 뒤 개성에서 휴식을 취한 것으로 생각했던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이 “개성에서 잘 쉬셨느냐”고 물었다. 이에 황병서는 “평양에 다녀왔다”고 답했다. 황병서는 이날 밤 김 실장과 비공개 1 대 1 회동에서 지뢰 도발에 대한 유감 표명 등에 대해 공감대를 이뤘다. 애초 지뢰 도발 사건 자체를 부인했던 북한이기에 김정은의 재가 없이는 합의하기 힘든 사안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대표단이 (협상) 전반부에 유감 표명 수용 용의를 밝혔다”고 말했다. 그 뒤로 황병서와 김양건이 북한 지역으로 다시 넘어간 것은 24일 오후였다. 북한 대표단은 이때 판문점 북한 시설인 통일각에 머물며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지침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김양건은 황병서가 한국 지역인 ‘평화의 집’을 처음 찾았다고 했다. 또 한국과 대화를 해 온 자신도 첫 방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총정치국장이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판문점 남측 지역에 온 것이 뭘 의미하는지 남측이 잘 이해해야 한다. 우리는 문제를 풀기 위해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북측이 협상 타결에 절실함을 드러냈다는 얘기다. 한국 측 대표인 김 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역할 분담은 ‘굿 캅, 배드 캅’에 가까웠다고 한다. 김 실장은 도발 문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강하게 압박하면서도 황병서와의 비공개 회동 등을 통해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고, 홍 장관은 북한의 억지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는 것. 한편 정부 고위 관계자는 “황병서는 김 실장과 동갑인 1949년생이 아니라 1940년생(75세)”이라고 말했다. 73세인 김양건보다 나이가 많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이 남북 합의문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도발에 대해 주어를 분명하게 밝혀 유감을 표명한 것은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이 처음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25일 공동보도문 2항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2항은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역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들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돼 있다. 북한은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태와 관련한 유감 표명 당시 북한이라는 주체를 명시했다. 하지만 외무성 성명이었던 탓에 유감 표명이 국제사회를 향한 것인지 남측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불분명했다. 이 당국자는 “이를 북한이 수용한 것은 지금까지 북한의 행태로 봤을 때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목함지뢰 도발의 경우 북한이 소행 자체를 완강히 부인해왔다. 이 때문에 북한이 유감 표명을 통해 도발을 사실상 인정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북한의 분명한 사과를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의중에 둔 사과도 실은 유감 표명이었다. 북한이 자신의 도발과 관련한 입장 표명 전례로 볼 때 유감이라는 표현은 사과의 뜻으로 읽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하지만 공동보도문만 보면 유감 표명의 주체는 명확하지만 지뢰 도발의 주체는 불분명한 것도 사실이다. 북한으로서는 주민들에게 “한국군에 일어난 지뢰 폭발 사고에 위로의 뜻을 건넨 것”이라고 둘러대며 자신들의 협상 성과로 선전할 여지도 충분한 것.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 25일 북한에 돌아가 “남조선당국은 근거 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 운운한 것도 표현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시인과 사과를 받아낸 것은 성과이지만 우리 측의 ‘완승’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25일 새벽 남북이 합의한 ‘공동보도문’의 큰 수확은 남북 대치 상황을 대화로 풀었다는 점이다. 국가의 의무인 국민의 안전을 지켰다는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남북 간에 긴장이 해소되고 한반도 평화 발전을 위한 전기가 마련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꽉 막힌 남북관계에 물꼬를 튼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대북 구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본궤도에 올려놓을 기회가 마련된 셈이다. 남북 당국자 회담을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 추진 △다양한 민간 교류 활성화 등 합의 이행 과정에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남북 철도 복원 사업 등에 속도를 낼 수 있다. 회담장 밖에서 벌어진 남북 간 ‘무력시위’를 통해 우리 군과 한미 연합전력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점검할 수 있었다. 북한이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에 얼마나 취약한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남북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날은 박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25일)과 겹쳤다. 원만한 협상 타결로 박 대통령은 후반기 국정 운영에 동력을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아쉬운 대목도 있다. 박 대통령은 전날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쐐기를 박았다. 협상팀에 던진 가이드라인이었다. 하지만 공동보도문에는 명시적인 재발 방지 약속문구가 보이지 않아 “잘 지켜질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당장 북측 수석대표였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북으로 돌아가서는 “남조선 당국은 일방적 사태를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 행동으로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있어서는 안 될 군사적 충돌을 일으킨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됐을 것”이라며 책임을 우리 측에 돌렸다. 보도문 3항은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모든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돼 있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재발 방지와 연계해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을 붙였는데 여러 가지로 함축성이 있는 목표 달성이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도발을 의미하는 ‘비정상적인 사태’가 다시 발생하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단서를 명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협상 과정에서도 이 문제는 뜨거운 감자였다고 한다. 북한은 협상 과정에서 확성기 방송의 ‘영구 중단’과 확성기 철거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리 대표단이 재발 방지 약속이 선행돼야 한다고 맞서자 오히려 북측이 “우리가 다시 도발하면 확성기를 다시 틀어라”라고 중재안을 제안해 최종 문구가 마련됐다고 한다.박민혁 mhpark@donga.com·윤완준 기자}

남북이 25일 고위급 접촉에서 합의한 공동보도문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유감 표명이다. 북한 대표단은 협상 과정에서 목함지뢰 도발을 시인하는 발언도 했다고 한다. 북한 대남도발의 총책 격인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외신 기자회견을 하는 등 한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를 향해 지뢰 도발 자체를 부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대표단은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한국 대표단에 ‘우리가 어느 수준으로 해주면 좋겠느냐’고 물어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런 발언을 근거로 공동보도문에 명시된 북한의 유감 표명이 지뢰 도발에 대한 분명한 시인과 사과라고 설명했다. ○ “재발방지 부분 협상이 가장 어려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과와 함께 강조한 재발방지 약속은 공동보도문에 명시되지 않았다. 그 대신 ‘남측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 8월 25일 낮 1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다’는 문안으로 정리됐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의 도발이 다시 생기면 확성기 방송이라는 응징 조치를 취하겠다는 점을 명시했기 때문에 재발방지 확약 문구보다 더 실질적이고 강력한 재발방지 효과가 있는 장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안만 놓고 보면 8월 25일 낮 12시 이후부터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의 효력이 모호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 대표단의 당초 목표는 북한의 유감 표명과 재발방지 약속을 공동보도문 문구에 명시하는 것이었다. 유감 표명에 대해서는 23일 밤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비공개 1 대 1 회동 이후 북한이 수용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북한의 재발방지 명시는 협상 마지막 순간까지 강하게 반대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유감 표명에 이어 재발방지까지 북한이 주체가 되면 북한에 백기를 들라는 것”이라며 “이는 현실적으로 관철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협상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재발방지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정부 “군사적 긴장 완화가 목표” 결국 재발방지 부분은 남북 타협의 산물인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협상에서 7 대 3으로 한국이 이긴 것”이라며 “남북 협상에서 10 대 0 승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은 책임자 처벌을 협상에서 거론했지만 처벌 약속을 명확히 요구하지는 않았다. 전체적으로는 정부가 도발의 악순환을 끊겠다는 대북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을 무릎 꿇리지 않는 협상력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된다. 통일부 당국자는 “군사적 긴장 국면을 완화시키는 게 목표였고 이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막판 협상이 진행되던 24일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으면 확성기 방송 중단도 없다”고 밝혔다. 대북 원칙에 대한 국민의 높은 기대감과 정부 목표의 간극이 엿보였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안 논의할 고위급 접촉 열리나 남북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당국 회담(서울 또는 평양) 개최와 함께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다. 앞으로도 수시로 ‘2+2’ 고위급 접촉이 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접촉은 도발로 인한 긴장 국면 해소에 집중했다. 이 고비를 넘은 만큼 추가 접촉이 열릴 경우 우리가 원하는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경원선 남북철도 복원과 북한이 원하는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등 현안을 포괄적으로 협의할 가능성이 커졌다. 2+2 회담에서 빅딜을 이루면 그 합의 사항을 군사 사회문화 경제협력 등 각 분야의 회담으로 가지를 뻗어갈 수 있다. 정부가 남북회담의 정례화 체계화 계획을 밝힌 것은 이런 맥락이다. 남북 회담이 본격화되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정상 궤도에 올라 남북 정상회담도 바라볼 수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신뢰가 구축되면 하반기에 정상회담 개최를 합의하고 내년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의 합의 이행이 관건이다. 지난해 10월 인천 아시아경기대회를 계기로 열린 남북 고위급 약식 회담에서 합의한 2차 고위급 접촉도 북한이 대북 전단을 문제 삼아 무산시켰다.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 대화 전망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않는다”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고위급 접촉이 협상 초반 남북 양측의 현격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끌어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1, 2차 고위급 접촉은 25일 새벽까지 40시간을 훌쩍 넘기며 극적인 합의로 이어졌다. 기본적으로는 남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대북 심리전 중단을 반드시 얻어가야 하는 북한 대표단의 절박함과 군사적 긴장 완화가 필수적인 한국 측의 필요성이 서로 절실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 대표단의 태도에 대해 “(심리전 중단에) 목숨 걸고 협상에 나온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가 협상 과정에서 23일 밤 성사된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비공개 일대일 담판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양측 안보 총책임자의 담판이 이뤄지기 전까지 핵심 쟁점인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과 관련해 지루한 평행선을 달렸다. 황병서와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는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도발을 인정하려는 태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들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아킬레스건’격인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만 계속 되풀이했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내내 북한 대표단의 관심사는 오직 이것뿐이었다”고 귀띔했다. 23일 김 실장과 황병서가 공식 회담장 이외의 장소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따로 만나면서 지뢰 도발 문제를 해결할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를 거치면서 남북은 25일 새벽까지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쟁점을 해결할 공감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북한이 도발 사건에 대해 사실상 사과의 형태로 유감을 표시하고 한국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한다는 선에서 합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 24일 이와 관련한 남북 공동보도문 문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시 난항을 겪었지만 남북 양측 모두 결렬은 바라지 않았다. 마라톤회담이 이어진 배경엔 남북 대표들의 태도와 스타일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대표들이 이견에 대해 설전은 벌였어도 회담 테이블을 내려치는 등 험악한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 지대에서 발생한 지뢰 폭발로 남측 군인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였다.’ 남북이 고위급 접촉의 ‘공동보도문’ 작성에 합의해놓고 북측은 ‘사과 문구’를 두고 막판에 세세한 표현까지 문제를 삼았지만 결국 사과를 표명했다. 그동안 북한이 수많은 도발을 했음에도 사과를 표명한 것은 네 차례에 불과하다. 1968년 청와대 앞까지 침투한 1·21사태를 비롯해 1976년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1996년 동해안 잠수함 침투, 2002년 2차 연평해전 등이다. 이번 협상에서 사과 표명 여부가 민감한 쟁점이 된 이유다.○ 사과와 재발 방지 명시… ‘대북 원칙론’ 통했다 남북이 25일 새벽에 합의한 공동보도문의 핵심 내용은 △남북 당국회담의 서울 또는 평양 개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이다. 이외에 북측이 준전시상태를 즉각 해제하는 것을 비롯해 △9월 초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실무접촉 △남북 간 다양한 분야 민간교류 활성화 등도 포함됐다. 이 가운데 북한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분명히 하느냐를 놓고 3일간 회담 내내 진통을 겪었다. 북한은 ‘사과’라는 직접적인 표현 대신 ‘유감’이나 정도가 덜한 다른 단어를 고집했다. 또 사과하는 주체를 모호하게 하려 했다. 주체가 명기되지 않으면 북측은 이를 활용해 자신들의 협상 승리로 선전할 수 있다. 나중에 남북한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한 뒤 해석을 다르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으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박 대통령의 ‘대북 원칙론’은 통했다. 박 대통령은 24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이 도발하고 위협해도 결코 물러설 일이 아니다”라면서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다면 확성기 방송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이어 “매번 반복되어 왔던 이런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 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의 발언은 김정은을 향한 마지막 메시지”라면서 “우리 정부의 변하지 않는 최종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북한은 ‘사과 표명’을 선택했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대한 국내 여론도 나쁘지 않다. 일부 병사들은 전역 시기를 늦추기도 했다. 박 대통령도 “그런 (전역을 연기한) 애국심이 나라를 지킬 수 있고, 젊은이들에게도 큰 귀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긴박했던 협상 막전 막후 박 대통령의 ‘원칙’과 김정은의 ‘오기’가 부딪치는 가운데 66세 동갑내기인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43시간 동안 사활을 건 ‘끝장 협상’을 했다. 특히 황병서와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김정은이 모니터를 통해 회담 장면을 지켜보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죽기 살기 식’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한다. 공동보도문은 남과 북이 번갈아 가면서 상대가 제시한 문구를 수정하는 작업을 반복해 만들어진다. 공동보도문 문구 수정에 북한이 시간이 걸린 것도 김정은의 재가가 일일이 필요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는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 북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두고 줄곧 신경전을 벌였다. 등 뒤에 칼을 쥐고 손을 내민 남북 협상은 평행선과 접점 찾기, 난항으로 이어지는 롤러코스터였다. 사과 대 심리전 방송 중지라는 쟁점을 두고 1시간여 동안 기조발언을 주고받은 이후부터 남북은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간 협상을 벌이다가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정회하기를 반복했다. 훈령 대기시간은 10여 분으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24일 오전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 사과 등 핵심 쟁점에 우리 정부가 내놓은 문안에 대해 황병서가 김정은의 훈령을 받기 위해 3시간 이상 연락이 안 되는 경우도 있었다. 김양건은 지뢰 도발 책임 유무를 떠나 우리 측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면 박 대통령이 관심 큰 대표적 남북 협력 현안에 협조할 뜻이 있다는 중재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요 현안은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 경원선 남북철도 연결 등이었다. 하지만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우선해야 한다며 맞섰다.박민혁 mhpark@donga.com·우경임·윤완준 기자}
남북 고위급 접촉은 밤샘 협상의 진기록을 세우고 있다. 남북은 협상 첫날인 22일부터 10시간 동안의 마라톤 회의 끝에 23일 새벽에 헤어졌다. 2차 협상은 같은 날 오후 3시 반에 시작해 24일 오후 11시까지 약 32시간 동안 이어졌다. 남북 회담에서 밤샘 협상을 벌인 사례는 많았지만 이번처럼 이틀 연속 자정을 넘기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1949년생(66세) 동갑인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은 물론이고 73세 고령인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에게는 힘든 강행군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상대적으로 젊은 51세다. 이들은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 집’ 2층 회의장에서 협상을 벌였다. 협상이 장기전으로 가면서 남북 대표단은 각각 1층 귀빈실이나 회담장 옆에 따로 마련된 공간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곳에는 테이블과 의자는 있지만 침대는 없다. 식사도 이곳에서 각자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오후에는 4시간여 동안 북한 대표단이 평화의 집을 떠나 북측 지역에 머물렀다. 한국 대표단은 그동안 휴식을 취했다. 평화의 집에서 회담이 열리면 한국이,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열리면 북한이 식사 준비를 책임진다. 조리시설은 평화의 집에만 있다. 이번에는 회담 관련 인력이 몰려 인근 파주 지역에서 도시락을 준비했다. 북측 대표단에 담배와 음료수를 제공하는 것도 남북대화의 관례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남북은 22일 오후 6시 반 고위급 접촉을 시작해 다음 날인 23일 오전 4시 15분 정회할 때까지 10시간 가까운 마라톤협상을 벌이고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남북은 이날 오후 3시 반부터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속개한 2차 접촉에서 본격적인 협상 국면에 들어갔지만 줄다리기는 여전히 이어졌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전 “이번 접촉에서 남북은 최근 조성된 사태의 해결 방안과 앞으로의 남북 관계 발전 방안에 대해 폭넓게 협의했다”고 밝혔다. 즉 협상 쟁점은 크게 두 가지라는 뜻이다. 북한의 지뢰 및 포격 도발과 우리 군의 대북 심리전 방송, 나머지는 남북 관계를 둘러싼 다른 현안이다.○ “지뢰 도발 사과하라” vs “대북 심리전 중단하라” 북한은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핵심 목표로 끄집어냈다. 북한 측 대표인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는 “확성기를 통한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라”며 “그러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이 불가피하다”는 기존 태도를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측 대표인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은 “대북 심리전 방송은 4일 북한이 저지른 목함지뢰 도발에 대한 정당한 조치”라며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있어야 중단할 수 있다”고 맞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실장은 지뢰 도발에 대한 북한의 시인, 사과,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확약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군사분계선에서의 도발을 막을 남북 간 군사적 신뢰 조치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황병서와 김양건은 북측이 지뢰 및 포격 도발을 벌이지 않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의 책임을 남쪽에 돌리고 남북 양측이 노력해야 한다는 모호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8월 말까지 진행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의 중단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 남북 모두 합의점 찾으려는 뜻은 강해 북한은 지뢰 도발 책임을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도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 목표를 어떻게든 얻어가려 애를 썼다. 김양건은 접촉 도중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하면 남북 관계 개선의 출로를 찾을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심리전을 중지하면 그 반대급부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대화에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홍용표 장관은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정부의 남북 대화 의지를 설명하면서 비무장지대(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조성,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남북 간 이산가족 명단 교환, 남북 철도 연결 등 남북 대화와 협력의 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사태 수습을 원한다면 지뢰 및 포격 도발에 대해 먼저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하라고 밝혔다. 평행선을 달렸지만 한국 측도 접점을 찾으려는 의지는 강했다.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는 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박근혜-김정은 간접 회담 이번 협상은 한국의 외교안보 정책 컨트롤타워인 김관진 실장과 대북정책 책임자인 홍용표 장관, 북한 군부 1인자인 황병서와 대남·외교정책의 실력자인 김양건 간 2+2 남북 고위급 접촉 형식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 이외에 이들에게 지시를 내릴 사람이 없다. 그래서 이번 접촉은 사실상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간접 대화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남북 간에 극도로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획기적 정치적 결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한국으로서는 회담 결과에 따른 여론의 역풍을 박 대통령이 직접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북한은 이번 고위급 접촉을 제의하면서 한국의 협상 대상자로 김관진 실장을 콕 집었다. 통일부 대신 청와대를 겨냥한 것.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이라는 당장의 목표를 달성하고 이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청와대와의 직접 대화가 절박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대북 심리전 방송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어떻게든 심리전 방송을 중단시키려는 북한이 다급하게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에 매달렸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전직 고위 당국자는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포격 도발 이후 이틀간 집중된 북한군의 전쟁 위협은 실제 전쟁을 일으키려는 목적보다는 전쟁 공포를 조성해 남북 고위급 접촉으로 심리전 중단을 관철하려는 압박”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자신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거나 비판하는 이른바 ‘최고존엄 모독’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김일성-김정일에 비해 상대적으로 권력 기반이 취약한 만큼 3대 세습권력 안착이 절실한 탓으로 보인다. 이런 김정은에게 한국군의 전격적인 심리전 재개는 체제 불안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인식됐을 법하다. 우리 정부는 김정일이 살아 있을 당시였던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 확성기를 다시 설치했지만 북한의 조준타격 위협으로 실제 방송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북한 도발에 대해 최악의 경우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단호한 대응에 북한이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김정은을 향해 충성 경쟁을 해온 북한 당·정·군 핵심 엘리트들은 심리전 중단을 위해 다급하게 움직였다. 북한이 내놓은 각종 성명에 “제도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도 북한의 내부 사정을 보여준다. 북한은 전쟁 위협을 고조시키면서 물밑에선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했다. 21일 김정은이 지시한 준전시상태에 돌입하기 직전 북한은 청와대에 남북 고위급 접촉을 제안한 것이다. 22일부터 이어진 고위급 접촉을 통해서도 어떻게든 심리전 중단을 얻어내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말 전쟁을 준비했다면 이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급작스럽게 준전시상태를 선포하는 등 ‘전쟁 드라마’를 과장해 연출했다”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최고존엄 모독을 빌미로 한 ‘도발 뒤 협상’ 행태를 보였다. 대선 직전인 2012년 10월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임진각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한 뒤 한국군이 “원점 타격으로 대응하겠다”고 맞서자 비밀 군사 당국자 간 남북 접촉을 제안해 협상이 성사됐다. 한국 정부는 북한의 지뢰 도발 이후 원칙을 강조하며 강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좋은 말만 한다고 대화에 나오는 게 아니라 심리전과 같은 실효성 있는 압박이 북한을 대화로 끌어낼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라고 말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은 19일 국가정보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 논란과 관련해 국정원이 국내 PC에 대해 해킹을 시도한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 안철수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5차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원이 국내 KT사의 인터넷 망을 사용하는 PC를 대상으로 2013년 7, 8월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했거나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해당 PC의 인터넷주소(IP주소) 3개를 공개했다. 이는 위원회가 국정원에 해킹 프로그램을 판매한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에서 유출된 400GB(기가바이트) 용량의 자료를 1차로 분석한 결과다. 안 위원장은 “이 IP주소 3개는 국정원이 국내 KT 인터넷 사용자를 대상으로 PC에 해킹을 시도한 명백하고 객관적인 증거”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이 해킹팀에서 구입한 (해킹 프로그램) RCS(리모트 컨트롤 시스템)를 사용해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사적인 (해킹) 시도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국내를 대상으로 한 해킹은 없었다”며 “야당의 주장을 확인하기 위해 (이탈리아 업체 해킹팀 자료를) 분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이장우 대변인도 “(새정치연합이) 이번 발표에서도 국정원의 민간 사찰을 입증할 증거는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며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는 의혹만 난무한 ‘요란한 빈 수레’ 위원회”라고 혹평했다. 새정치연합은 위원회 차원의 진상 규명 시도는 한계가 명확해지고 국민적 관심도 줄어드는 분위기에서 ‘출구전략’을 고심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국정원이 자료 공개를 거부하는 상황에서 당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며 “국정감사 때 정보위 등 해당 상임위에서 파고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윤완준 기자}
남북은 광복 70주년인 올해 광복절을 ‘강 대 강’의 대결로 보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이어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가 없다면 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대립하고 중국과 냉각기를 보내는 북한이 올해 당 창건 70주년 행사(10월 10일)를 김정은 체제 결속 과시에 활용하기 위해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표준시를 30분 늦춘 북한이 18일엔 남북 간 통신의 연결 고리인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 운영마저 자기들 시간에 맞춰 업무를 시작하고 끝낼 것을 주장했다. 남북 연락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남북은 전날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5% 인상하고 사회보험료에 시간외수당 격인 가급금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8∼10%(개성공단기업협회 추산) 임금 인상 효과가 있는 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돈’과 관련된 이 합의가 다른 분야의 남북 당국 간 대화로 확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도 대화 노력은 계속한다는 구상을 재차 강조하지만 대화의 동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 정공법이 어렵다면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전방위 외교를 통해 북한을 주변에서 조여 들어가는 외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의 우려에도 다음 달 3일 중국에서 열리는 항일 전승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과 무관치 않다.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대화 의지가 없는 미국과 대북 정책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남북과 러시아의 3각 대화로 우회해 북한과의 협력 지점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한 고위 당국자가 참석할 경우 다음 달 3∼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1회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북 양자 대화에서는 대화도 압박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화로 가려면 경직된 원칙론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북한이 대화에 나올 당근을 확실히 던지거나 압박할 것이라면 북한을 실제로 아프게 해야 한다는 것. 대화 의지가 없는 북한에 거부당할 걸 예상하면서 대화를 제의하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의 30대. 북한 인구의 14%(약 330만 명) 정도다. 1990년대 극심한 식량난으로 대규모 기아 사망자가 발생한 ‘고난의 행군’ 시기에 청소년기를 보낸 장마당 세대다. 이 북한인들의 속마음을 드러내는 결과가 처음으로 18일 공개됐다. 북한대학원대 ‘SSK 남북한 마음통합 연구단’(단장 이우영 교수)은 올해 3∼6월 해외에 나온 북한 주민 1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국명 공개를 꺼린 제3국 학계의 도움을 받아 최초로 탈북민이 아닌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 조사는 북한 체제에 의존하지 않고 시장경제 활동을 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물질주의 개인주의 성향을 알아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북한 30대, 자본주의적 성향 두드러져 동아일보가 단독 입수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연령대별로는 이들 30대가 가장 물질적이고 개인주의적인 성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함경도 출신인 탈북민들과 달리 이번 조사 대상자의 거주지는 평양을 비롯한 주요 지역이 많은 게 특징이다. ‘오늘의 북한 중심부’ 주민의 마음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응답자 중에는 해외 파견 근로자가 대부분이고 노동당 간부, 당원도 포함됐다. 물질주의와 관련해 ‘가진 게 많을수록 성공이자 행복이라고 생각하는지’, ‘많이 가질수록 만족감을 느끼고 타인의 성공과 행복에 질투를 느끼는지’에 대한 성향을 나타낼 수 있는 질문을 던졌다. 5점 척도 기준으로 사실상 자본주의적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였다. 조사 결과는 흥미로웠다. 이런 질문에 북한의 30대가 다른 연령대에 비해 가장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가 그 다음이었고 40대가 이런 성향이 가장 낮았다. ‘많이 가질수록 만족감을 느끼고 타인의 성공과 행복에 질투를 느끼는 성향’은 30대(3.76점)와 40대(2.92점) 간의 격차가 컸다. 시장경제 활동 경험이 있는 북한 주민이 시장경제 활동 경험이 없는 주민보다 질투심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에선 자율성을 중시하는 개인주의 성향도 강했다. 반면 ‘서로 비슷하다고 여기면서 공동체 목표를 강조하는 집단주의 성향’은 가장 약했다. 북한의 30대가 상대적으로 ‘물질을 통해 성공과 행복을 추구하는 자율적 개인’의 특징을 보인다는 뜻이다.○ 북한 30대와 하위층, 북 체제 가치관에 배치 자신을 경제적 하위층이라고 여기는 북한 주민들이 중간층, 상위층에 비해 ‘많이 가질수록 만족감을 느끼고 타인의 성공과 행복에 질투를 느끼는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 것도 눈에 띈다. 30대와 경제적 하위층에서 드러난 이런 성향은 북한 주민 응답자 전체 결과와 비교하면 더 크게 두드러진다. 응답자 전체로는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이 반영된 듯 집단주의 성향이 개인주의보다 강했고, 다른 사람의 성공과 행복에 대한 질투심도 그렇게 높지 않았다. 많이 가질수록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지수도 3점(보통) 이하로 그리 높지 않았다. 북한의 30대와 경제적 하층민이 북한 체제를 지탱하는 가치관과 맞지 않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셈이다. 두 집단은 북한의 경제난과 배급체계 붕괴로 국가의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북한 사회주의 체제의 이완과 시장화가 유독 이들의 심리와 태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30대 장마당 세대가 북한 사회의 주축 될 것”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국가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돈을 벌어 생계를 해결할 수밖에 없는 세대나 계층일수록 물질주의와 개인주의가 강해지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탈북한 박영미(가명·35) 씨의 회상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는 “고난의 행군 뒤 국가의 도움 하나 못 받은 채 굶주리다가 장사에 나서 돈을 많이 버니 그것이 성공이고 행복이라는 느낌이 절로 들더라”라며 “국가가 강요하는 대로 살아도 인생에 아무런 변화가 없는 걸 알고 나니 집단주의에 거부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조사를 이끈 이우영 교수는 “북한의 새로운 세대인 장마당 세대가 장기적으로 북한 사회의 주축이 될 것이고 남북 관계와 통일 과정에서도 중심 세력이 될 것”이라며 “이들의 변화에 주목해 (통일)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조사 결과는 19일 북한대학원대 주최로 열리는 ‘북한의 마음, 마음의 북한’ 학술회의에서 양문수 교수가 발표한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2월 말 이후 6개월 간 계속돼온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 임금 인상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봉합됐다. 개성공단 근로자 임금을 논의하는 협의체인 한국의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북한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은 17일 올해 북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예년처럼 5% 인상하기로 했다. 또 북한이 원천 징수하는 사회보험료를 산정할 때 시간외수당 격인 가급금을 포함하기로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사회보험료 산정 방식 변경으로 인한 임금 인상 효과가 3~5%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번 합의로 북한은 8~10% 임금 인상이라는 실리를 챙긴 것. 대신 북한이 주권 사항이라며 일방적으로 제시한 5.18% 인상 요구는 뒤로 미뤘다. 나중에 개성공단 제도 문제를 협의하는 당국 간 협의체인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한 것. 북한은 2월 말 5.18% 주장을 처음 내놓은 이후 지난달 열린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에서도 “0.18%도 못 올려주느냐”며 기존 태도를 고수했다. 최저임금 인상은 5% 이내에서 하기로 남북이 합의했다. 한국은 이를 바꾸려면 남북이 새로 합의해야지 북한이 일방적으로 정할 일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던 북한이 예년처럼 5% 인상으로 일단 물러선 것. 최저임금 인상 상한선과 사회보험료 산정 방식 변경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남북이 개성공단 공동위에서 개성공단 노동규정 개정에 합의해야 가능하다던 한국은 사회보험료 산정 방식에서 북한에 양보했다. “개성공단 임금과 노동규정 문제는 남북 간 합의로 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지키면서 임금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했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말이다. 북한은 돈이라는 실리를, 한국은 남북 합의 정신이라는 명분을 챙긴 셈이다. 한국은 개성공단 임금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공단 입주 기업들이 불안에 떠는 상황이 부담이 됐다. 북한으로서는 우선 돈 문제부터 해결하자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최저임금의 5.18% 인상 문제와 한국 요구하는 개성공단 발전을 위한 통행·통신·통관 정상화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다. 북한이 임금 문제를 합의의 대상이 아니라 주권 사항으로 주장하는 태도도 바뀌지 않았다. 갈등은 봉합됐지만 개성공단 임금 문제가 최종 타결된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환영 논평을 내고 “그동안 개성공단 입주기업은 북측의 임금인상 통보 분 미반영으로 인한 근로자들의 생산성 저하 및 근로의욕 상실, 남북간 관계 경색으로 인한 경영 불안 등 유·무형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사업을 운영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오늘 임금협상 타결로 그동안의 불안정한 상황을 벗어나 안정적으로 사업을 경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남북 당국은 개성공단 문제가 남북 경제협력 모델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상호간에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이샘물 기자evey@donga.com}
정부가 다음 달 초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남북 고위 당국자 간 회동을 추진하고 있다. 17일 복수의 정부 당국자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의 초청을 받은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9월 3∼5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1회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는 북한에는 부총리급 인사를 수석대표로 하는 대표단을 초청했다. 북-러 경제협력을 담당한 노두철 내각 부총리, 이용남 대외경제상 등이 거론된다. 북한은 아직 참석 여부를 확답하지 않았다. 정부는 북한이 참석하면 홍 장관이 참석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는 이 포럼에서 남-북-러 3각 협력사업만 특별히 논의할 수 있는 세션을 만들었다. 남북 고위급 당국자가 나진-하산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철도, 전력망, 가스관 연결 등 다양한 남-북-러 협력 프로젝트를 논의할 수 있는 것. 포럼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한-러 협력을 위해 참석할 예정이다. 하지만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즉각 거부하는 등 ‘강 대 강’ 대결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도 17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에서 “북한이 우리 측의 진정성 있는 담화를 왜곡 비난하고 대통령에 대해서도 여전히 입에 담지 못할 비방 중상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경축사에서 제안한 대로 대화와 협력을 통해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이루고 해결하며 평화통일의 길을 함께 열어나갈 것을 북한에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북한은 광복절 경축사(15일) 다음 날인 16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담화를 통해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이산가족 문제 등 대북 제안을 모두 거부했다. 정부는 5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면서 광복 70주년을 계기로 남북 대화의 기운을 살려보겠다는 구상을 했다.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려 남북한이 원하는 현안을 일괄 타결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고위급 회담 자체가 열리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이 박 대통령이 제안한 이산가족 명단만 따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남북관계의 앞길은 첩첩산중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북한 내부 상황도 유화책보다는 강경 기류로 흐르고 있다. 북한이 올해 최대 행사로 준비하는 당 창건 70주년 행사(10월 10일) 때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윤완준 zeitung@donga.com·홍수영 기자}
15일부터 표준시를 30분 늦춘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과 남북 군 통신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안을 새로운 표준시에 맞춰 처리하겠다고 통보했다. 이 내용은 15일 오전 서해 군 통신선을 통해 알려 왔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이뤄져 온 개성공단 남북 통행 시간이 당장 17일부터 30분씩 늦춰져 한국 시간 오전 9시∼오후 5시 반으로 바뀐다. 정부는 14일 한국 시간 기준에 맞춘 개성공단 통행 계획을 북한에 전달했으나 북한이 거부한 것이다. 통일부는 16일 “개성공단 근로자의 출퇴근 등 근무 시간, 생산 활동이 현지 기준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시간을 조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중앙보고대회(14일)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금수산태양궁전 참배(15일) 행사에 군부의 최고위급 인사인 이영길 총참모장과 김영철 정찰총국장이 나란히 불참해 배경이 주목된다. 두 행사에는 황병서 총정치국장, 박영식 인민무력부장 등 북한군 최고위 인사가 총출동했다. 북한군 서열 3위로 작전권을 갖고 있는 총참모장이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참배에 빠지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김영철은 대남 공작 총책이다. 정부 당국자는 “신변에 이상이 생겼다는 정보를 듣지 못했다”며 “1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 연합 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연습 대응을 위해 불참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북한은 한국군이 대북 심리전 방송을 확대한 데 대해 15일 북한군 전선사령부 명의로 “방송을 중지하지 않는다면 물리적인 군사행동이 개시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윤완준 zeitung@donga.com·정성택 기자}
‘남북 대화에 문이 열려 있는 대북 정책은 변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에 보낸 메시지를 압축한 내용이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에도 불구하고 대화는 계속한다는 것. 박 대통령은 구체적인 남북 협력으로 인도적 현안인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제시했다. 하지만 북한은 하루 만인 16일 박 대통령의 대북 메시지를 거칠게 비난한 뒤 “값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정부의 제안을 대놓고 거절한 것이다. 당분간 남북 대화를 재개할 동력을 만들기 어려운 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남한 이산가족 6만여 명 명단을 북한에 일괄 전달할 것”이라며 “남북 이산가족 명단 교환을 연내에 실현할 수 있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산가족의 전면적 생사 확인과 금강산면회소를 이용한 상봉 상시화·정례화를 공식 제안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매듭짓는 문제 등의 포괄적 해결이 가능하다면 남북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16일 방송 인터뷰에서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는 17일 이산가족통합정보시스템에 등록된 6만6292명을 대상으로 북한에 보낼 명단 분류 작업에 들어간다. 박 대통령은 △DMZ 세계생태평화공원 설치 △한반도 자연재해와 안전 문제 협력 △남북 간 보건·의료 협력 체계 구축 △민간 문화 체육 교류를 통한 동질성 회복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북한이 DMZ 지뢰 도발로 광복 70주년을 기리는 겨레의 염원을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는 ‘통치에 대한 정면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북한이 변화와 협력과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숙청을 강행하고 있고 주민들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다”고 지적한 것. 17∼28일 북한이 반발하는 한미 연합 군사연습인 을지프리덤가디언까지 앞둔 상황이어서 북측이 광복절 메시지에 호응할 가능성은 애초부터 크지 않았다. 북한은 16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대변인 담화로 박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강하게 비난하며 이산가족 문제 등 대북 제안을 모두 거부했다. 조평통 대변인은 특히 ‘숙청’ ‘도발’ 등을 언급한 박 대통령에 대해 “하늘이 무서운 줄 모르고 우리(북)의 존엄과 체제를 중상 모독하는 무엄한 험담질을 거리낌 없이 해댄 것은 우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정치적 도발이며 대결선언, 전쟁선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파렴치한 궤변’ ‘역겨운 행태’ ‘대결정신병자의 비명’ 등 과격한 표현과 함께 욕설까지 동원했다. 대변인은 이어 “북남관계를 극단적인 지경에로 몰아가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를 지금 비무장지대 ‘평화공원’ 조성이니, 철도와 도로 연결이니, ‘이산가족 상봉’이니 하는 것을 들고 나온 것은 뻔뻔스럽기 그지없는 기만의 극치”라고 주장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강원과 경기 지역 중학교 축구선수들이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축구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16일 북한으로 간다. 강원도는 21∼24일 ‘제2회 평양 국제 유소년(15세 이하) 축구대회’에 강원도와 경기도 선수단 2개 팀이 출전한다고 14일 밝혔다.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로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이뤄지는 민간 교류여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대회는 사단법인 남북체육교류협회와 평양국제축구학교가 주최 및 주관하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와 강원도 경기도 등이 후원한다. 북한에서는 4·25팀과 평양국제축구대회팀 등 2개 팀이 참가하고 중국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크로아티아 등 총 6개국 8개 팀이 실력을 겨룬다. 13일에는 강원도내 5개 중학교에서 선발된 선수 20명과 임원 3명으로 구성된 강원도 선수단의 출정식이 열렸다. 이들은 경기도 선수단과 함께 16일 평양에 도착해 훈련에 돌입한다. 대회는 평양 5·1경기장에서 치러지며 21, 22일 예선전을 거쳐 23일 각 조 상위 2개 팀이 준결승전, 24일 결승전을 갖는다. 강원도는 10월 제3회 국제 유소년 축구대회를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공동 개최하고 북한 선수단을 초청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김용철 강원도 대변인은 “남북 관계가 극도로 악화된 상황에서 접경 지역인 강원과 경기 유소년 선수들이 평양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남북관계 개선에 작은 불씨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회를 주최한 남북체육교류협회 김경성 이사장은 “협회 후원자 자격으로 영화 ‘명량’의 김한민 감독, 송광석 경인일보 사장 등도 방북한다”고 말했다.춘천=이인모 imlee@donga.com·윤완준 기자}
15일부터 표준시를 30분 늦추겠다고 공언한 북한이 정작 표준시 변경으로 당장 혼란이 예상되는 개성공단 남북 통행에 대해서는 “상부로부터 받은 지침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주말 이후 17일부터 재개되는 개성공단 통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이 7일 표준시 변경을 발표하자 개성공단 관리위원회는 12일부터 개성공단을 관리하는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에 표준시 변경에 따른 통행 시간 조정 여부를 협의하자는 뜻을 계속 전달했다. 하지만 북한 관계자들은 북한이 발표한 표준시 변경 시점인 15일 하루 전인 14일까지도 “상부의 지시를 기다리고 있다”는 답을 되풀이했다. 표준시 변경에 따른 공식 지침을 받지 못했다는 얘기다. 표준시 변경에 북한의 후속 조치가 순조롭지 않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15, 16일은 휴일이어서 개성공단 통행이 없지만 17일 통행 계획을 14일 북한에 미리 통보해 북한이 승인해야 한다. 통일부는 “기존 시간대별로 작성된 출입 통행 계획을 14일 오전에 북한에 전했다”고 밝혔다. 개성공단 통행은 오전 8시 반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단위로 이뤄진다. 기존 시간대별로 했다는 것은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통행 시간을 통보했다는 뜻. 변경된 북한 시간으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반까지에 해당하는 통행 계획을 전했다는 얘기다. 17일 북한이 자신들 기준대로 할 것을 주장하며 통행 계획서상의 시간이 북한 시간이라며 30분 늦춰 통행 업무를 시작하겠다고 나오거나 북한 시간을 기준으로 통행 계획을 고치라고 주장하면 통행 과정에서 남북 간 마찰이 발생할 수도 있다.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북한의 거부와 한국의 준비 부족.’ 정치, 외교안보 분야 리더 20명이 2045년 통일한국 비전의 걸림돌로 본 문제점이다. 동아일보 설문에 응답한 14명 중 각각 6명이 이 두 가지를 꼽았다. 중국의 반대, 미국 등 국제사회의 비협조가 걸림돌이라고 답한 리더는 2명에 불과했다. 정치, 외교안보 리더들은 남북이 모두 잘못하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북한은 현재 한국뿐 아니라 미국 중국 등 주변국과 대화의 문을 굳게 닫고 있다고 봤다. 미국과 중국 모두 겉으로는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하면서도 그 속내는 자국에 도움이 될지 계산이 복잡하다고 분석했다. 대북 통일정책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교 난국을 헤쳐 나가기 위해 북한의 제의나 도발에 반응하는 수동적 리액티브(reactive)에서 벗어나 상황을 선제적으로 주도하는 프로액티브(proactive)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은 “국가 지도자는 기다리는 통일정책보다 만들어가는 통일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은 “통일 뒤의 비전이 확실하지 않다”며 “대통령직속 통일준비위원회의 준비도 크게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장을 지낸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로가 우위라고 흡수통일만 생각하면 통일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 설문조사에 참여해 주신 분들분야별 가나다순.<정치> 김광웅 전 중앙인사위원장·명지전문대 총장, 김병준 국민대 교수·전 대통령정책실장, 김상민 국회의원, 김황식 전 국무총리, 남궁영 한국국제정치학회장, 박관용 전 국회의장,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명예이사장, 박영선 국회의원, 박찬욱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전 국가인권위원장,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언주 국회의원, 최진우 한양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외교안보> 김성한 고려대 교수·전 외교부 차관, 류길재 전 통일부 장관,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 윤덕민 국립외교원장,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 천영우 전 대통령외교안보수석·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