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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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키예프-바실키프 집중 폭격…美-佛-獨 “우크라에 무기 지원”

    우크라이나의 거센 저항에 부딪힌 러시아군이 27일(현지 시간) 수도 키예프 등 주요 도시에 대한 총공세에 나섰다. 전날까지 국경 집결 30%의 병력이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던 러시아는 이날 진입 병력 비율을 50% 이상으로 높였다. 러시아군은 대대적인 폭격과 추가 병력 투입으로 키예프 제공권 장악과 방어군 무력화를 시도했다. 러시아군이 진입에 성공한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리코프에서도 격전이 벌어졌다. 러시아군이 천연가스관을 폭격한 뒤 시가전에 나서 하리코프 장악을 시도했다. 반면 CNN에 따르면 비탈리 클리치코 키예프 시장은 이날 “이제 키예프에 러시아군은 없다. 밤사이 크고 작은 많은 충돌이 있었지만 우리가 무력화시켰다”며 러시아군을 격퇴했다고 주장했다. 올레 시네후보우 하리코프 주지사도 “우크라이나군이 적을 쳐부수고 있다”고 했다. 서방은 우크라이나군이 예상 밖의 강력한 저항에 나서면서 군수물자 지원에 차질을 빚어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둔화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전으로 접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직접 파병에 선을 그은 미국과 독일 등 서방은 대전차 미사일과 지대공 미사일 등 우크라이나군에 대한 무기 지원에 나섰다. 특히 미국이 2018년부터 지원해 우크라이나군이 실전 배치했고 이번에도 추가로 지원하는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은 러시아 탱크·장갑차에 가장 위협적인 ‘탱크 킬러’로 불린다. ○ 러, 키예프 고사 노려 유류 저장고 폭격 러시아군은 27일 0시 직후 키예프와 키예프에서 남서쪽으로 29km 떨어진 바실키프 등을 집중 폭격했다. 바실키프는 공군 비행장과 키예프로 제공하는 대규모 유류 저장고가 위치한 곳으로 키예프 방어의 핵심 도시다. 나탈리야 발라시노비치 바실키프 시장은 “폭발이 발생한 곳은 유류 저장고”라며 “적들은 모든 것을 파괴하려 한다”고 말했다. 키예프 중심가에서는 이미 키예프에 투입된 러시아군 공작원과 우크라이나군 간 시가전이 벌어졌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우크라이나 지도부를 제거하기 위한 이른바 ‘참수 작전’이 재개된 것이다.○ 우크라 “러 전투기·탱크 파괴” 우크라이나군은 26일 수호이(SU)-30 등 러시아 전투기 5대와 11대의 러시아군 헬리콥터를 격추했으며 탱크 102대도 파괴했다고 했다. 3500명 이상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으며 200명가량은 생포했다고도 밝혔다. 러시아군의 대대적인 공격 재개에도 당초 키예프를 빠르게 장악해 친러시아 정부를 세워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하려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계획에는 일단 제동이 걸렸다고 미국은 판단했다. 영국 국방부 관계자는 CNN에 “러시아군의 진격 속도가 일시적으로 늦춰진 것은 군수 조달의 차질과 우크라이나의 강한 저항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러시아군이 벨라루스 국경에서 160km 떨어진 키예프에 공격을 집중하는 이른바 ‘헤일 메리’ 전술을 편 것이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는 것. 헤일 메리 전술은 방어군이 집중된 접경지 주요 도시를 우회해 목표 지점에 주 공격을 쏟아붓는 전술이다. 하지만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포위하면서도 제공권을 완전히 장악하지 못한 데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항복을 요구하며 줄다리기를 벌이는 사이 우크라이나군이 전열을 재정비해 군수 물자 조달과 추가 병력 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독일은 “분쟁 지역에 무기 수출을 금지한다”는 오랜 원칙을 뒤집고 대전차 무기 1000정과 군용기 격추를 위한 휴대용 적외선 유도 지대공미사일 ‘스팅어’ 500기를 우크라이나에 보내겠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등 3억5000만 달러(약 4216억 원) 규모의 무기를 추가로 지원하기로 했고 프랑스와 영국, 네덜란드도 미사일과 대전차 화기 등 무기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우크라이나군이 2018년부터 미국에서 도입한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이 러시아 탱크로부터 키예프 등 주요 도시를 방어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발사 시 포착이 어려운 재블린 미사일은 전차에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힌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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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크라 접경에 핵무기급 ‘진공폭탄’ 발사대 배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 ‘진공폭탄(vacuum bombs)’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 발사대를 배치했다고 CNN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은 “취재팀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도시인 벨고로드에서 진공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 또는 TOS-1A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진공폭탄으로 불리는 ‘열압력탄’은 재래식 폭약 대신 가연성 액체나 분말가루를 탄두에 넣어 목표물에 배출되면 분무운(噴霧雲)을 퍼뜨린 뒤 이를 점화시키는 방식의 대량살상무기다. 폭발 당시의 고열과 고압으로 사람의 호흡기를 망가뜨려 죽이는 무기다. 수백 m 반경 내 거대한 화염과 함께 높은 압력의 충격파가 오래 확산돼 콘크리트 건물이 많은 시가지에서 살상 효과가 크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폭발 이후에도 주변 산소를 모두 빨아들여 추가 인명 피해를 극대화하는 굉장히 비윤리적인 무기”라고 전했다. 진공폭탄은 ‘방사능 없는 핵폭탄’으로 불리며 대부분의 국가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인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1994년 1차 체첸전쟁 등에서도 진공폭탄을 투하해 대규모로 인명을 살상했다. ‘악마의 부대’로 불리는 체첸 민병대도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은 이날 “체첸 국가근위대 전투원들이 우크라이나로 파견됐다”고 밝혔다. 체첸 민병대는 주민 납치와 살인, 고문 등 무자비한 인권 유린을 저질러 온 것으로 악명이 높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2-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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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맨몸으로 탱크 막고 화염병 제조…우크라 시민들, 러에 강력 저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나흘째인 27일(현지 시간) 수도 키예프 함락을 위한 대규모 공습과 시가전을 재개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키예프에 무차별적인 포격을 가하며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요구했으나 우크라이나가 거부하자 국경 집결 병력의 절반을 우크라이나에 투입했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인 동북부 하리코프에도 러시아군이 진입했다. 절대적 군사 열세 속에서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화염병을 제조하고 맨몸으로 러시아군의 탱크와 군용차량들을 막아서는 육탄저지에 나섰다. 미국은 우크라이나군이 결사적으로 저항하면서 러시아의 속전속결 진격전 속도가 둔화됐다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침공을 규탄하는 반전 시위도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유럽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제재에 이어 최후의 제재 카드로 꼽히던 러시아은행에 대한 국제금융결제망 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퇴출을 결정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북부 국가인 벨라루스에 핵무기 배치 움직임을 보이면서 맞섰다. 냉전 종식 31년 만에 미-서방과 러시아가 사실상 2차 냉전에 돌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27일 오전 키예프에서 남쪽으로 29㎞ 떨어진 도시 바실키프에서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유류 저장고가 폭발했다. 바실키프는 공군기지가 있는 키예프 방어의 핵심 도시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결사적인 저항에 부딪혔고 기세가 꺾였다”며 “푸틴 대통령이 확신하는 빠른 승리를 더는 장담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러시아는 이날 친러시아 국가인 벨라루스에 외교 협상단을 파견했다고 했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협상은 기꺼이 하겠다”면서도 “침략 교두보인 벨라루스는 안 된다.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없는 최후통첩을 시도했다. 다른 곳에서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러시아는 전날 우크라이나에 항복을 요구했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무기를 내려놓지 않고 조국을 지킬 것”이라며 항복을 거부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정상은 26일 “러시아를 국제금융(체계)으로부터 고립시키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우선 선별된 러시아 금융기관들의 국제거래가 원천 차단될 뿐 아니라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액 접근도 제한된다. 러시아는 돌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국경을 접한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벨라루스 정부는 27일 핵무기 배치를 허용하는 개헌안 국민투표를 한다고 밝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벨라루스 대통령과 통화에서 “러시아가 벨라루스에 핵무기를 배치하도록 재가하는 결정의 심각성을 강하게 비판했다”고 프랑스 대통령궁이 밝혔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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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NN “러, 우크라 접경지대에 ‘진공폭탄’ 로켓 발사대 배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핵무기에 버금가는 위력을 지닌 ‘진공폭탄(vacuum bombs)’을 발사할 수 있는 로켓 발사대를 배치했다고 CNN이 26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CNN은 “취재팀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접경도시인 벨고로드에서 진공폭탄을 발사할 수 있는 다연장 로켓 발사대 TOS-1 또는 TOS-1A를 목격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벨고로드에 배치된 병력을 우크라이나 2대 도시인 하르키프 등에 투입하고 있다. 진공폭탄으로 불리는 ‘열압력탄’은 재래식 폭약 대신 가연성 액체나 분말가루를 탄두에 넣어 목표물에 배출되면 분무운(噴霧雲)을 퍼뜨린 뒤 이를 점화시키는 방식의 대량살상무기다. 폭발 당시의 고열과 고압으로 사람의 호흡기를 망가뜨려 죽이는 무기다. 수백m 반경 내 거대한 화염과 함께 높은 압력의 충격파가 오래 확산돼 콘크리트 건물이 많은 시가지에서 살상효과가 크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폭발 이후에도 주변 산소를 모두 빨아들여 추가 인명피해를 극대화하는 굉장히 비윤리적인 무기”라고 전했다. 진공폭탄은 ‘방사능 없는 핵폭탄’으로 불리며 대부분의 국가가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옛 소련 시절인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 1994년 1차 체첸전쟁 등에서도 진공폭탄을 투하해 대규모 인명을 살상했다. CNN은 우크라이나에서 이 폭탄이 사용됐다는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악마의 부대’로 불리는 체첸 민병대도 우크라이나에 진입했다. 람잔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은 이날 “체첸 국가근위대 전투원들이 우크라이나로 파견됐다”고 밝혔다. 체첸 민병대는 주민 납치와 살인, 고문 등 무자비한 인권유린을 저질러온 것으로 악명이 높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 202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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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키예프 시가전… 푸틴 “우크라 지도부 제거하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하루 만인 25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대대적으로 공격하며 함락을 시도했다. 러시아군 탱크부대는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고 미사일 공격 또한 이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수도부터 속전속결로 점령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하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TV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에 국가지도부를 제거하라고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군인은 무기를 내려놓아라. 지도부가 국민을 인질로 삼고 있다”며 “현 정부는 약물에 중독된 신나치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공수부대를 투입해 키예프 외곽 호스토멜 비행장을 장악했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200대 이상의 헬기가 투입됐고 우크라이나 특수부대원 200명 이상이 사살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AFP는 이날 오전 키예프 시내 북부 지역인 오볼론스키에서 소총이 발사되는 소리와 폭발음이 들렸다며 교전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 CNN 등은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키예프에 대한 크루즈미사일과 탄도미사일 공격이 계속됐으며 러시아군이 민간과 군 모두를 목표물로 겨냥했다고 전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또한 “우크라이나군이 저항을 끝내고 무기를 내려놓으면 언제든 회담을 할 준비가 돼 있다”며 항복을 요구했다. 미국 등 서방은 이날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와 반도체 등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통제 등 추가 제재를 단행했다. 미 상무부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등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제재의 핵심으로 꼽히는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 은행 간 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 조치는 독일 등 유럽연합(EU) 일부 국가가 반대하면서 빠졌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 제재에 보복할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유럽에 미군 7000명 증파를 지시하며 “푸틴이 나토 국가를 침공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임보미 기자 bom@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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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솜방망이” 수세 몰린 바이든 vs ‘매드맨 전략’ 폭주하는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했다. 사태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기밀 정보, 침공 시나리오, 이동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정보전으로 전쟁을 막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지만 침공을 막지 못했다. 이미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으로 체면을 구겼고 이번 사태에서도 국제사회의 지도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거세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내 지지율 또한 하락세여서 그렇지 않아도 좁은 대외 정책의 입지가 더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옛 소련의 첩보기관 KGB의 정보 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새벽 시간에 전격 침공을 단행한 데다 곧바로 수도 키예프까지 진격하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수차례 거짓 정보를 흘리는 ‘매드맨’(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해 공포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장기 집권과 경제난에 따른 국만 불만을 무마하고 ‘유라시아 패권’을 굳히려는 목적으로 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파병 가능성 차단한 제재 한계”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대군을 결집시킨 지난해 11월부터 다양한 기밀 정보를 공개하고 침공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대비했다. 우선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구체적인 침공 예상 날짜를 적시해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침공 명분을 얻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도 예측했고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는 사태 초기부터 지상군 파병 등 미군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어 높은 확률로 적중한 기밀정보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먹고 러시아 억지에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때 조지 W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은 줄곧 예방적 타격 등 군사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고 미 함대 또한 조지아에 상륙해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전달했다. 부시처럼 실제 파병 계획이 없어도 ‘언제든 파병할 수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흘려 러시아를 교란했어야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침공이 이뤄진 24일에도 “파병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금융 분야에 집중된 일종의 ‘솜방망이’ 제재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미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중국과 달리 미-러 경제는 서로 얽혀 있는 비중이 크지 않다. 러시아 또한 푸틴 집권 후 줄곧 미 달러 중심 금융체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경제 제재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야당 공화당은 물론이고 집권 민주당 내에서도 초강력 제재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버트 메넨데스 상원 민주당 외교위원장은 “푸틴에게 최대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 “푸틴 ‘매드맨’ 전략에 속수무책”24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에게서 제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평했다. 193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데테란트를 독일에 넘겨주면 침공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체결해놓고도 이듬해 체코슬로바키아를 합병하고 폴란드까지 침공해 세계대전을 일으킨 행동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소셜미디어에는 히틀러가 푸틴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뺨을 어루만지는 만평까지 등장했다. 두 지도자가 처한 국내 상황도 대조적이다. 소련 향수가 짙은 러시아 국민은 국제법을 무시한 푸틴의 행동에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러시아 국민은 2014년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했을 때도 열광적으로 환호했다. 합병 전 60%대였던 푸틴의 지지율은 합병 직후 90%까지 치솟았다. 반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하자니 여력이 부족하고, 폭주하는 푸틴 대통령을 그대로 두자니 자유세계의 지도자 위상이 훼손돼 고민이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러시아학)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반러 정서가 강한 미국민에게 러시아와 타협했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난처할 것”으로 진단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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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예프 진격한 푸틴, 우크라 정부 전복 → 친러정권 수립 노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을 위한) 참수(decapitating·斬首) 및 친(親)러시아 정권 세우기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24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과 동시에 속전속결로 수도 키예프 포위 작전을 펼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러시아계 대상 제노사이드(인종 학살)를 침공 명분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키예프에 화력을 집중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한 뒤 전역을 장악하고 친러 꼭두각시 정권을 수립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방송 연설에서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한 러시아 파괴·공작 요원들이 키예프에 진입했다”고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이 이날 “우크라이나인을 억압에서 해방시키겠다. 무기를 내려놓으면 회담하겠다”며 항복을 요구한 것도 정권 전복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러軍, 키예프 집중 공격24일 오전 5시경 침공을 개시한 러시아군은 탱크부대를 동원해 전격적으로 키예프 함락을 집중적으로 시도했다. 침공 개시 9시간 만에 공수부대와 특수부대를 키예프 북부에 진입시켰고 25일 기갑부대까지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트위터에 “적들이 (키예프시 북서부 지역인) 오볼론스키 지역에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집을 떠나지 말라”고 촉구했다. 러시아군이 키예프에 진입했음을 확인한 것. AFP는 이후 “키예프 시내에서 교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사일 공격도 키예프에 집중됐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은 남부 크림반도, 북부 중앙과 북서부, 북동부에서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세 축으로 나뉘어 키예프 포위 작전을 펼쳤다는 의미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거리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160발을 내륙과 해상에서 동시다발로 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전통 군사전술로 꼽히는 무차별 미사일 공격과 공습도 이틀째 이어졌다. 특히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군이 오전 4시부터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민간시설도 폭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 사용 금지된 집속탄 사용”뉴욕타임스(NYT)는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폭격 잔해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이 집속탄(cluster munition)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폭발하면 폭탄 안의 소형 폭탄들이 쏟아져 내려 일대를 초토화시킨다.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러시아는 25일까지 우크라이나 20여 곳에 미사일로 공습하거나 지상군을 투입했다. 교전은 확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공 첫날 최소한 우크라이나군 137명이 숨지고 31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드미트로 쿨레바 외교장관은 “키예프에 대한 끔찍한 로켓 공격은 1941년 나치 독일의 공격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밤 국가 인프라를 전시(戰時)체제로 전환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렸다. 90일간 16∼60세 남성 징집 대상자와 예비군 전체가 소집된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키예프 점령 이후 러시아군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대규모 침공 초기 단계를 보고 있다”고 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부를 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뒤 나토 동부전선을 위협하면서 동유럽 나토군 철군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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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키예프서 ‘참수작전’ 나선 러…“금지 무기까지 사용한 듯”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정부 (전복을 위한) 참수(decapitating·斬首) 및 친(親)러시아 정권 세우기 작전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미 CNN방송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24일(현지 시간)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과 동시에 속전속결로 수도 키예프 포위 작전을 펼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고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러시아계 대상 제노사이드(인종 학살)를 침공 명분으로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키예프에 화력을 집중해 볼로드미르 젤렌스키 정부를 전복한 뒤 전역을 장악하고 친러 꼭두각시 정권을 수립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방송 연설에서 “체제 전복을 목적으로 한 러시아 파괴·공작 요원들이 키예프에 진입했다”고 했다.● 러軍, 키예프 집중 공격24일 오전 5시경 침공을 개시한 러시아군은 탱크부대를 동원한 전격적으로 키예프 함락을 집중적으로 시도했다. 침공 개시 9시간 만에 공수부대와 특수부대를 키예프 북부에 진입시켰고 25일 기갑부대까지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트위터에 “적들이 (키예프시 북서부 지역인) 오볼론스키 지역에 있다”며 지역 주민들에게 “집을 떠나지 말라”고 촉구했다. 러시아군이 키예프에 진입했음을 확인한 것. AFP는 이후 “키예프 시내에서 교전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사일 공격도 키예프에 집중됐다. 미 국방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은 남부 크림반도, 북부 중앙과 북서부, 북동부에서 키예프를 향해 진격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이 세 축으로 나눠 키예프 포위 작전을 펼쳤다는 의미다.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24일 “러시아가 단거리 탄도미사일, 중거리미사일, 순항미사일 등 160발을 내륙과 해상에서 동시다발로 쐈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전통 군사전술로 꼽히는 무차별 미사일 공격과 공습도 이틀째 이어졌다. 특히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5일 “러시아군이 오전 4시부터 미사일 공격을 재개했다. 민간시설도 폭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 사용 금지된 집속탄 사용”뉴욕타임스(NYT)는 군사전문가를 인용해 “폭격 잔해를 분석한 결과 러시아군이 집속탄(cluster munition)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집속탄은 공중에서 폭발하면 폭탄 안의 소형 폭탄들이 쏟아져 내려 일대를 초토화시킨다.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대부분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러시아는 25일까지 우크라이나 20여 곳에 미사일로 공습하거나 지상군을 투입했다. 교전은 확산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침공 첫날 최소한 우크라이나군 137명이 숨지고 316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쿨레바 외교부 장관은 “키예프에 대한 끔찍한 로켓 공격은 1941년 나치 독일 공격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앞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4일 밤 국가 인프라를 전시(戰時)체제로 전환하고 인적·물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국가총동원령을 내렸다. 90일간 16~60세 남성 징집 대상자와 예비군 전체가 소집된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25일 “러시아군 사상자는 800여 명이고, 러시아군 탱크 30대를 격파하고 항공기 7대, 헬리콥터 6기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바이든 행정부는 키예프 점령 이후 러시아군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대규모 침공 초기 단계를 보고 있다”며 “앞으로 다양한 단계가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친러 정부를 세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금지라는 1차 목표를 달성한 뒤 나토 동부전선을 위협하면서 동유럽 나토군 철군 등을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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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드맨’ 푸틴에 속수무책 당해”…리더십 위기 봉착한 바이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리더십이 위기에 봉착했다. 사태 초기부터 러시아군의 기밀 정보, 침공 시나리오, 이동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정보전으로 전쟁을 막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지만 침공을 막지 못했다. 이미 지난해 8월 아프가니스탄 철군 과정에서의 혼란으로 체면을 구겼고 이번 사태에서도 국제사회의 지도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거세다. 인플레이션 등으로 국내 지지율 또한 하락세여서 그렇지 않아도 좁은 대외 정책의 입지가 더 줄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과 대조적으로 옛 소련의 첩보기관 KGB의 정보 요원 출신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예상을 깨고 새벽 시간에 전격 침공을 단행한 데다 곧바로 수도 키예프까지 진격하는 대담함을 선보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계획이 없다’고 수차례 거짓 정보를 흘리는 ‘매드맨’(미치광이) 전략을 구사해 공포와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 ‘유라시아 패자’를 노리는 푸틴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장기집권 이어가기 위한 권력 공고화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파병 가능성 차단한 제재 한계”바이든 행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 10만 대군을 결집시킨 지난해 11월부터 다양한 기밀 정보를 공개하고 침공 시나리오를 가정하며 대비했다. 우선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구체적인 침공 예상 날짜를 적시해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이 침공 명분을 얻기 위한 ‘가짜 깃발’ 작전을 벌일 것이라고도 예측했고 사실로 드러났다. 문제는 사태 초기부터 지상군 파병 등 미군의 개입 가능성에 선을 그어 높은 확률로 적중한 기밀정보의 가치를 스스로 깎아먹고 러시아 억지에도 실패했다는 것이다.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때 조지 부시 당시 미 대통령은 줄곧 예방적 타격 등 군사 개입 가능성을 거론했고 미 함대 또한 조지아에 상륙해 인도적 지원 물품을 전달했다. 부시처럼 실제 파병 계획이 없어도 ‘언제든 파병할 수 있다’는 점을 끊임없이 흘려 러시아를 교란했어야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침공이 이뤄진 24일에도 “미군 파병은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미국의 러시아 제재가 금융 분야에 집중된 일종의 ‘솜방망이’ 제제라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미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중국과 달리 미-러 경제는 서로 얽혀 있는 비중이 크지 않다. 러시아 또한 푸틴 집권 후 줄곧 미 달러 중심 금융체제에서 벗어나려고 시도해 경제 제재의 실효성이 낮다는 것이다. 이에 야당 공화당은 물론 집권 민주당 내에서도 초강력 제재를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로버트 메넨데즈 상원 민주당 외교위원장은 “푸틴에 최대 비용을 부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특히 산유국인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국제유가 상승을 야기해 오히려 러시아 경제를 도와주는 격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또한 유가 오름세는 이미 인플레이션 대처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 ● “푸틴 ‘매드맨’ 전략에 속수무책”24일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푸틴에게서 2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나치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의 모습이 연상된다고 평했다. 1938년 체코슬로바키아의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넘겨주면 침공하지 않겠다는 협정을 체결해놓고도 이듬해 체코를 합병하고 폴란드까지 침공해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소셜미디어에는 히틀러가 푸틴을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뺨을 어루만지는 만평까지 등장했다. 두 지도자가 처한 국내 상황도 대조적이다. 소련 향수가 짙은 러시아 국민은 국제법을 무시한 푸틴의 행동에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다.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로 전선을 확대할 여력이 없고, 폭주하는 푸틴 대통령을 그대로 두자니 자유세계의 지도자 위상이 타격을 받는다. 엄구호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러시아학)는 “올해 11월 중간 선거를 앞둔 바이든 대통령은 반러 정서가 강한 미국민에게 러시아와 타협했다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 난처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카이로=황성호 특파원 hsh0330@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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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우크라 수도 함락 눈앞…새벽 미사일 융단폭격 재개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틀 만에 기갑부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32㎞ 앞까지 접근했다. 미국 정부는 “수시간 안에 키예프 함락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수도를 속전속결로 점령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전복시키려는 의도를 노골화한 것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서방은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금융제재와 반도체 수출통제 등 추가 제재를 단행하며 맞섰다. 특히 미국은 우크라이나를 넘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공격에 나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CNN 등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25일(현지시간) 새벽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대한 대규모 폭격을 재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군이 오전 3시경부터 다시 키예프에 대한 폭격을 시작했다”며 “키에프에 대한 크루즈 미사일과 탄도 미사일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은 키예프의 함락이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럽 정보당국 관계자는 AFP통신에 “러시아군이 몇 시간 안에 키예프에 압도적인 병력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전격적인 침공에 들어간 지 9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접근한 러시아군이 키예프를 포위하고 함락 작전에 들어간 것. 조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화상회의를 갖고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제재를 통해 미국은 러시아 대형 민간은행인 스베르뱅크·VTB를 비롯해 4개 주요 은행과 자회사의 미국 및 서방 금융기관과 거래를 금지하고 미국 내 자산을 동결했다.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통제 제재도 발표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보안 장비, 레이저, 센서 등이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다만 유럽 일부 국가들의 반대로 러시아 금융기관의 국제결제망(SWIFT) 퇴출 조치는 이번 제재에서 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침략자 푸틴은 국제무대에서 왕따(pariah)가 될 것”며 “이제 푸틴과 러시아는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푸틴 대통령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나머지 국제사회로부터 스스로를 고립시켰다”며 “오늘 우리가 들은 것은 미사일 폭격 소리도, 전투기의 굉음도 아닌 새로운 ‘철의 장막’이 내려져 러시아를 문명세계로부터 차단시키는 소리”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에 미군 7000명 파병을 지시하면서 “푸틴이 나토 국가로 침공할 경우 미국이 개입할 것”이라며 “내가 확신하는 단 한 가지”라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장관은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넘어 (나토를 침공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이 전날 “러시아는 가장 강력한 핵보유국”이라며 핵 공격을 위협한데 대해 “우리는 푸틴 대통령의 공격에 똑같은 방식으로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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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침공 9시간만에 우크라 수도 진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새벽(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 침공을 기습적으로 감행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것을 포함해 동남북 3개 면의 주요 도시와 국경지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했다. 북부와 남부에서 탱크 등 지상군이 밀려들었다. 흑해 연안 남부에서는 상륙작전이 시작됐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규정했다. 러시아군은 침공 개시 9시간 만인 이날 오후 키예프 북부에 진입해 그라트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협이 불거진 뒤 동유럽에 미군을 증파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예고하는 등 수차례 경고해 왔지만 러시아군이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은 채 수도에 무혈 입성하는 것을 무기력하게 지켜봤다. 바이든 대통령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모두 우크라이나 파병을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억지하지 못한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직전인 이날 오전 5시경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한 뒤 연설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하면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은 “현대판 히틀러인 푸틴이 유럽에 다시 세계대전 위험성을 가져왔다”며 3차 세계대전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물론이고 수도 키예프, 북동부에 있는 제2도시 하리코프, 흑해 연안 남부 최대 항구 도시 오데사, 남동부 베르i스크·마리우폴, 서부 도시 리비프 등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주요 거점도시 15곳 이상에서 미사일 공격 등이 동시에 발생했다.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에 배치됐던 러시아 지상군과 벨라루스군도 우크라이나 경비부대를 무너뜨리며 키예프 방면으로 진격했다. 키예프에는 이날 새벽 대통령궁 인근에 중거리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다. 북부 국경은 수도 키예프에서 90km 거리다. 남부 흑해와 크림반도 국경 방면에서도 포격과 함께 러시아 지상군의 침공이 이뤄졌다. 계엄령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침공 1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군 40명 이상, 민간인 10명 이상 희생됐다고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투기 6대와 헬기 1대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긴급 성명에서 “국제사회가 가혹한 제재를 부과해 죽음과 파괴의 책임을 러시아에 물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논의한 뒤 나왔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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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나토, ‘전쟁 준비’했지만… 우크라 직접 투입 가능성은 낮아

    미군은 그동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국경에 접한 발트3국과 폴란드 루마니아에 미군 병력 및 F-35 전투기와 AH-64 아파치 공격 헬기를 추가 배치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이번 (우크라이나) 공격이 가져올 죽음과 파괴는 러시아만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의 경고에도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직접적인 군사 개입에 나서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우크라이나에서 군사 작전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자회견에서 “그건(지상군 파병) 테이블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달 11일 방송 인터뷰에서도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미국이나 동맹국에 대한 군사적 공격을 제외한 분쟁에 미군을 파병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 총을 쏘기 시작하면 세계대전이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내 여론이 파병을 반기지 않을 뿐 아니라 두 핵보유국이 직접 충돌할 경우 극도로 위험해 군사적 대응에는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많다. 하지만 이 때문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충분히 억지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나토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를 군사적으로 보호할 의무는 없다. 다만 러시아 지상군이 우크라이나 전역 점령을 시도할 경우 미군의 우크라이나 투입을 결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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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軍 별 저항 안받고 키예프 진격…푸틴 “국제조약 무의미”

    “1980년대 소련은 약해졌고 붕괴됐다. 잠시 자신감을 잃었을 때 세상 힘의 균형이 깨졌다. 이전 조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소련 붕괴로 잃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권 22년 내내 소련 부활을 강조해 온 그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이후 탈냉전으로 굳어진 세계 질서에 정면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이를 반영한 듯 푸틴 대통령의 침공 선언은 뉴욕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가 열리던 중에 나왔다. 러시아 지상군이 침공 개시 9시간 만에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무혈 입성한 것은 세계 질서를 뒤엎으려는 ‘스트롱맨’ 푸틴에 대해 미국과 서방의 무기력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고강도 제재 압박은 푸틴 대통령의 야욕을 억지하지 못했다. 강대국에 운명을 맡긴 우크라이나의 저항은 미약했고 전쟁터로 변해버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비서실장인 미하일로 포돌랴크는 이날 “서방은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유럽에서 대규모 전면전이 시작됐다”고 호소했다. 주제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금은 2차대전 종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라며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각국이 70여 년간 만들어 온 체제와 정반대되는, 완전히 반(反)자유주의적 질서를 추구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러군, 별다른 저항 없이 키예프 진입”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실시하기로 했다”며 러시아군 직접 개입을 명령했다. 직후 러시아군은 돈바스는 물론 북부와 동부, 남부 등 3면에서 우크라이나를 포위하듯 수도 키예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를 전면적으로 침공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이날 “오전 5시경 포병, 중화기 등으로 무장한 러시아군이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 우크라이나 국경부대와 순찰대, 검문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오전 7시경 이곳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러시아 지상군 차량과 전차들이 목격됐다.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국경수비대 머리 위로 포격이 우박처럼 내렸고 군과 국경수비대가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은 약 7시간 뒤 이곳에서 90km 떨어진 수도 키예프 북부에 진입해 그라트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14명이 탄 우크라이나 군용기가 키예프 인근에서 추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반면 우크라이나 내무부는 키예프 인근에서 러시아 헬기 3대를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15곳 이상이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시설과 방공체계, 군사공항 등을 타격해 항공기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주요 도심도 공격받았다. 수도 키예프 대통령궁 인근과 보리스필 국제공항도 미사일 공격을 받았다. 키예프 등 주요 도시 상공에선 러시아 전투기도 목격됐다. 남부 크림반도 국경에서도 전차 등 중화기가 국경을 넘었다. 남부 흑해 최대 항구 오데사에 러시아군 수륙양용함이 상륙했다고 밝혔다. 올렉시 아레스토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현지 언론에 “우크라이나 군인 40명, 민간인 10명 넘게 숨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푸틴 “국제 규범은 서방만을 위한 것”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의 영향력 회복을 위한 패권 추구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서방에서 나왔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은 러시아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로 돌아가게 한다”며 “서방은 해마다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련이 붕괴된 뒤 세계 재분배가 시작됐다”며 “2차대전 이후 채택된 국제법 규범은 그들(서방)만을 위한 유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군사작전’이 사실상 서방과의 정면 대결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경우 미군 및 나토군과의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확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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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지상군, 9시간 만에 수도 키예프 진입”…유럽 정상들 “푸틴은 현대판 히틀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새벽(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침공을 기습적으로 감행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한 것을 포함해 동남북 3개 면의 주요도시들와 국경지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했다. 북부와 남부에서 탱크 등 지상군이 밀려들었다. 흑해 연안 남부에서는 상륙작전이 시작됐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푸틴 대통령은 침공 직전인 이날 새벽 5시경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한 뒤 연설에서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하면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럽 정상들은 “현대판 히틀러인 푸틴이 유럽에 다시 세계대전 위험성을 가져왔다”고 경고했다. 사태 전개에 따라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충돌하는 3차 세계대전으로 확전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한 것.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이 21일 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물론 수도 키예프, 북동부에 있는 제2도시 하리코프, 흑해 연안 남부 최대항구 도시 오데사, 남동부 베르단스크·마리우풀, 서부도시 리비프 등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주요 거점도시 10곳 이상에서 미사일 공격 등이 동시에 발생했다. 러시아 지상군도 동남북 방향의 국경 일대 우크라이나 경비부대를 무너뜨리며 우크라이나 영토로 진입했다. 수도 키예프에는 이날 새벽 대통령궁 인근에 중거리미사일 폭격이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북부 벨라루스에 배치됐던 러시아와 벨라루스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키예프 방면으로 진격에 나섰다. 북부 국경은 수도 키예프에서 불과 90km 거리다. 남부 흑해와 크림반도 국경 방면에서도 포격과 함께 러시아 지상군의 침공이 이뤄졌다. 계엄령을 선포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침공 1시간 이내에 우크라군 40명 이상, 민간인 10명 이상 희생됐다고 말표했다.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군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투기 6대와 헬기 1대를 격추했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긴급 성명에서 “국제사회가 가혹한 제재를 부과해 죽음과 파괴의 책임을 러시아에게 물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를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논의 뒤 나왔다. 유럽연합(EU) 수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푸틴이 다시 유럽에 전쟁을 가지고 왔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4일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무력 침공을 억제하고 사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제 제재를 포함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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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5시 ‘플랜Z’ 시작…우크라 “침공 1시간 만에 군인·민간인 50여 명 희생”

    “1980년대 소련은 약해졌고 붕괴됐다. 잠시 자신감을 잃었을 때 세상 힘의 균형이 깨졌다. 이전 조약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오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하는 연설에서 이같이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 붕괴로 잃은 러시아의 영향력을 복원하기 위함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집권 22년간 내내 옛 소련 부활을 강조한 그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이후 탈냉전으로 굳어진 세계 질서에 정면도전을 선언한 것이다. 러시아군이 친(親)러시아 반군이 일부 장악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넘어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역을 침공하면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과 러시아가 무력 충돌할 확률도 커졌다. 외교정책 총괄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럽에서 가장 암울한 시기”라며 3차 세계대전 가능성을 우려했다.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은 현대판 히틀러”라고 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와 중국은 세계 각국이 70여 년간 만들어온 체제와 정반대되는, 완전히 반(反)자유주의적 질서를 추구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주요 도시 10여 곳 동시다발 공격푸틴 대통령은 이날 “돈바스 지역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독립 승인과 ‘평화유지군’ 파병을 지시한 데 이어 러시아군 직접 개입을 명령한 것이다. 그 직후 러시아군은 돈바스는 물론 북부와 동부, 남부 등 3면에서 우크라이나를 에워싸듯 수도 키에프를 비롯해 주요 도시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개시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이날 “오전 5시경 러시아군이 포병, 중화기, 소형무기 등으로 북쪽 벨라루스 접경 지역의 우크라이나 국경부대와 순찰대, 검문소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미국 CNN방송도 이날 오전 7시경 벨라루스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로 진입하는 러시아 지상군 군용 차량과 전차들을 목격했다고 보도했다. 이곳에서 수도 키예프까지 최단 거리는 약 90km로 차로 2시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외신은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10여 곳에서 러시아군 미사일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시설과 방공체계, 군사공항 등을 타격해 우크라이나 항공기 등을 파괴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주요 도심도 공격받았다. 수도 키예프 대통령궁 인근에 중거리미사일이 떨어져 굉음과 함께 큰 화염이 일었다. 인근 보리스필 국제공항도 포격 당했다. 키예프 등 주요 도시 상공에선 러시아군 전투기도 목격됐다. 남부 크림반도 국경에서도 포격이 벌어지고 전차 등 중화기가 국경을 넘었다고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밝혔다. 또 남부 흑해 최대항구 오데사에 러시아군 수륙양용함이 상륙했다고 밝혔다. 올렉시이 아레스토포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현지 언론에 “러시아 침공 1시간 이내에 우크라이나 군인 40명, 민간인 10명 넘게 숨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전투기 6대와 헬리콥터 1대를 격추했다”(뉴욕타임스)는 보도도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은 또 벨라루스 접경 도시 체르니이브 및 러시아와의 동부 국경선 맨위쪽에 자리한 카리키브를 노리고 들어오는 러시아 장갑차량의 선두부대를 일단 격퇴했다고 했다. 이미 교전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앞서 DPR, LNR은 “노보로시야(신러시아연방) 탈환을 위한 ‘플랜Z’가 시작된다”며 러시아군사작전을 예고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에는 부대 휘장 없이 하얀색 페인트로 ‘Z’ 마크를 표시한 러시아군 탱크와 군용 차량이 다수 발견되기도 했다. 미 정부도 키예프와 하르키프, 오데사 등이 공격 표적이라는 첩보를 공개했다.● 푸틴 “국제 규범은 서방만을 위한 것”러시아군이 돈바스 지역을 넘어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한 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옛 소련 영향력 회복을 위한 패권 추구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서방에서 나온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돈바스에서의 비극적인 사건들은 러시아 안전을 보장하는 문제로 돌아가게 한다”며 “서방은 해마다 러시아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련이 붕괴된 뒤 세계 재분배가 시작됐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채택된 국제법 규범은 그들(서방)만을 위한 유리한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군사작전’이 사실상 서방과의 정면 대결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을 장악할 경우 미군 및 나토군과의 군사적 충돌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움직임에 외국이 간섭할 경우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위협한 것도 확전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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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최소 7개 도시 미사일 공격…지상군도 키예프 향해 진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새벽(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침공을 감행했다.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포함해 북부 동부 남부 3면의 주요 도시들에 동시다발적으로 미사일 공격을 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세계가 러시아에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전면 제재를 예고했다. 사태 전개에 따라 미국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과 러시아군이 직접 충돌하는 3차 대전으로 확전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이날 푸틴 대통령이 21일 독립을 승인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물론 수도 키예프, 북동부에 있는 제2도시 하리코프, 남부 최대항구 오데사, 남동부 베르단스크 등 우크라이나 동남북부 주요 거점도시 7곳 이상에서 미사일 공격 등이 동시에 발생했다. 수도 키예프에는 이날 새벽 대통령궁 인근에 중거리미사일 폭격이 이뤄진 직후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접경지에 배치됐던 러시아와 벨라루스 지상군이 국경을 넘어 키예프 방면으로 진격에 나섰다. 북부 국경은 수도 키예프에서 불과 90km 거리다. 남부 흑해 방면에서도 포격과 함께 상륙함을 통한 러시아 지상군의 침공이 이뤄졌다. 전방위 공격 직전인 이날 새벽 5시 경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특별 군사작전을 승인했다. 푸틴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위협을 용인할 수 없다”며 친러시아 세력의 거점인 돈바스 지역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 국방부는 “고정밀 무기로 우크라이나의 방공체계, 군공항 등 군사 기반시설을 공격해 파괴 중”이라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기만적이고 냉소적인 침략을 시작했다”며 계엄령을 선포하며 대국민 연설을 통해 결사항전을 촉구했다. 서방은 즉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긴급 성명을 통해 “푸틴이 치명적 인명 손실과 고통을 초래할 전쟁을 선택했다”며 “국제사회가 죽음과 파괴의 책임을 러시아에게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주요 7개국(G7) 정상들과 사안을 논의하고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 제재를 시행하기로 했다. 추가 제재에는 반도체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와 러시아 주요 은행에 대한 추가 금융제재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도 각각 성명을 통해 “정당한 이유가 없는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즉각 멈추라”며 강력 대응을 약속했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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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EU-日-호주 등 동맹국과 러 제재”… 韓, 당장 동참 계획 없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우리 정부도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러시아 제재 동참 여부 등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 등을 제재하고, 유럽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은 잇따라 러시아에 대한 독자 제재를 발표했지만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당장 동참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고강도 대러 수출 통제 제재안을 이미 한국에 공유한 데다 제재 동참까지 요청한 상황에서 정부가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지금처럼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할 경우 동맹 전열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美, 동맹국 협의해 러 제재… 韓 포함 안 돼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22일(현지 시간) 전화 브리핑에서 대러 제재와 관련해 “우리는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논의해 하루도 안 돼 첫 번째 제재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제재 준비 과정에서 동맹국과 협의를 거쳤다는 것. 하지만 한국은 백악관이 밝힌 제재 동참 국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러 제재와 관련해 일본 싱가포르 대만 등 아시아 3개국의 지지를 얻었다고 보도했다. 역시 한국은 거론되지 않았다. 23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은 최근 대러 수출 통제 제재안을 한국과 공유했다. 이 제재안에는 러시아의 경제와 안보에 직접적 타격을 줄 수 있는 금융, 첨단산업, 항공우주 등은 물론이고 여행, 소비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수출 통제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한 항목들이 몇 페이지에 걸쳐 나열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한국에 여러 차례 대러 제재 동참을 설득해 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도 23일 “우리나라도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미국 등 관련국들과 긴밀히 소통해 오고 있다”며 미국의 제재 동참 요청이 있었음을 시사했다.○ 美 제재 동참 요청… 정부, 당장 계획 없어바이든 행정부의 거듭된 제재 동참 요청에도 우리 정부는 당장은 수출 통제 등 구체적인 제재 패키지 동참은 물론이고 제재 대열에 함께하겠다는 원론적 선언도 일단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적 지원이나 파병에 대해선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우리가 검토하는 방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이는 이미 제재 조치를 선언한 미국의 주요 동맹국들과도 대조되는 행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는 23일 “러시아 국채 등의 일본 내 발행과 유통을 금지한다”고 밝혔다. 우리 정부가 제재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배경은 우선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적 부담 때문으로 풀이된다. 강도 높은 제재가 이어지면 에너지 수급 및 공급망 확보 등에서 결정적인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것. 정부는 천연가스와 원유 값이 올라 수급이 불안정해지면 원유 비축물량(106일분)을 반출하고, 천연가스를 대체할 다른 연료를 더 많이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시장에선 환율이 급변동하는 상황 등을 우려해 유동성을 적기에 공급하는 등 시장 안정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출시장, 금융 거시 부문, 원자재 조달 등에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정부는 제재 동참에 적극 나설 경우 북핵 문제 등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단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면 그동안 러시아와 쌓았던 신뢰관계를 되돌리기가 어려워진다”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이 잇따라 공개적으로 제재 동참을 선언한 상황에서 한국만 머뭇거리는 모양새가 향후 바이든 행정부와의 관계에 상당한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정부의 다른 관계자는 “미국이 간접적으로 현재 우리의 스탠스(자세)에 이미 불편한 기색을 드러낸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국민의힘 조태용 의원은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 사실이 명확한 상황에서 정부가 제재 동참을 망설이는 자체가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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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든, 푸틴 돈줄부터 묶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군을 파병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군부의 돈줄을 죄는 경제 제재를 22일(현지 시간) 단행했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해 러시아를 직접 겨냥한 첫 제재다. 전날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 투입을 발표한 직후 ‘침공’ 규정에 미온적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은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정부는 “미 제재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며 “제재는 미국 금융, 에너지 시장에 피해를 줘 평범한 미국인들이 물가 상승이라는 후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은 무력으로 더 많은 영토를 차지하려 한다”며 “도대체 누가 푸틴 대통령에게 다른 나라 영토에 이른바 국가를 승인할 권리를 줬나. 이것은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러시아에 대가를 부과하기 위해 첫 번째 제재를 발표한다”며 “러시아가 긴장을 고조시키면 제재도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표 직후 러시아의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군사은행인 PSB 및 이들의 자회사 42곳을 제재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재로 두 은행은 미국 금융 시스템에서 퇴출돼 국제 금융거래가 사실상 봉쇄된다.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들은 크렘린의 돼지 저금통”이라고 말했다. 재무부는 또 국영은행 VTB의 데니스 보르트니코프 이사회 의장 등 푸틴 대통령의 측근 5명도 제재 명단에 올렸다. 바이든 행정부는 원칙적으로 수용한다고 밝혔던 미-러 정상회담은 물론이고 24일로 예정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간 회담도 전격 취소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제재를 발표하면서 “푸틴은 지난 100년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틀어 다시 쓰려 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도 “러시아 제국을 복원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푸틴 대통령의 시도를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의 국제질서 전체를 뒤흔드는 시도라고 본 것이다. 특히 백악관 고위 당국자는 이 제재에 대해 “우리는 유럽연합(EU) 영국 캐나다 일본 호주 등 동맹국 및 파트너와 함께 논의한 지 하루도 안 돼 첫 제재를 발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제재를 위해 동맹 전체를 규합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이 거론한 제재 협력 대상에 한국이 포함되지 않은 배경이 주목된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3일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고강도 수출 통제, 금융 제재 등 계획을 계속 밝혀 왔다”면서 “우리도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고만 밝혔다. 정부는 미국의 제재 동참 요청을 받았으나 북핵 문제에서 러시아의 협력을 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원론적으로라도 제재에 동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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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크렘린 돼지저금통” 은행 제재… 러 “유럽 가스값 3배 오를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예속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는 러시아 제국 복원이자 패권 추구다.” 22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군 우크라이나 파병 승인에 대해 “러시아의 위선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신속하고 혹독한 제재의 첫 조각”이라며 러시아 국책은행 2곳과 푸틴 대통령 측근 등에 대한 제재를 발동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차 제재”라고 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제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오늘 제재는 우리가 러시아에 가할 고통의 날카로운 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이 지난 100년의 역사를 왜곡하고 비틀어 다시 쓰려 한다”고도 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전쟁’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미국이 주도해 온 세계 질서를 변경하려는 시도를 막겠다고 나선 것이어서 미-러 간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푸틴의 ‘돼지저금통’부터 막은 美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제재가 푸틴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를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단시켜 정부 돈줄부터 틀어막겠다는 것. 미 재무부가 제재 리스트에 올린 러시아 대외경제은행(VEB)과 프롬스뱌지은행(PSB)은 에너지 수출과 국방자금 조달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VEB는 500억 달러(약 60조 원) 규모 자산을 보유한 크렘린궁의 영광스러운 돼지저금통(piggy bank)”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크렘린과 부패의 이익을 나눠 가진 이들은 고통도 함께 나누게 될 것”이라며 표트르 프랏코프 PSB 최고경영자(CEO), 블라디미르 키리옌코 VK그룹 CEO 등 푸틴 대통령 측근 5명도 제재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도우면서 주요 정책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연합(EU)도 23일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인터넷 여론 조작을 주도하는 인터넷조사에이전시(IRA)를 제재할 것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러시아 국채 관련 거래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는 새로운 베를린 장벽”미국의 대응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 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두던 전날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침공’ 정의를 바꾼 데 대해 “복합적인 이유”라며 “이는 미국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러 충돌을 민주주의와 권위주의의 대결로 정의한 것. 미중 갈등에 이어 러시아까지 미국에 도전할 경우 세계 질서 격변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새로운 (동서 냉전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됐다”고 평가했다.○ 러 “유럽, 가스 3배 비싸게 살 것” 조롱다만 첫 제재의 효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그동안 경고해 오던 푸틴 대통령 등에 대한 제재나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출 통제, 주요 대형 은행의 국제 금융시장 전면 퇴출 등에 비하면 효과가 약하다는 것. 이날 크렘린궁은 바이든 대통령이 제재 연설을 하는 동안 푸틴 대통령은 다른 회의 중이어서 연설 중계를 보지 않았다고 밝힐 만큼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취했다.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 사업 중단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유럽은 곧 가스 1000m³를 2000유로(약 270만 원)에 사야 하는 ‘멋진 신세계’에 진입할 것”이라고 조롱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으면 유럽 에너지 가격이 지금보다 3배로 뛸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비해 2015년 3683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을 최근 6350억 달러까지 늘리는 등 내수 위주의 ‘경제 요새화’ 전략을 취해 왔다.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 2022-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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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러 돈줄부터 막았다…제재 비웃은 푸틴 “‘멋진 신세계’ 진입할 것”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예속 (의도를) 분명히 했다. 이는 러시아 제국의 복원이자, 패권 추구다.” 22일(현지 시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드미트리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과 회담한 후 기자회견에서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파병 승인에 대해 “러시아의 위선(hypocrisy)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러시아에 대한 신속하고 혹독한 제재의 첫 조각”이라며 러시아 국책은행 2곳과 푸틴 대통령 측근 등에 대한 제재를 발동했다. 러시아의 추가 군사행동에 따라 수출 통제를 비롯한 추가 제재도 예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차 제재”라고 했고 백악관 관계자는 “제재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에 대한 ‘경제전쟁’ 의지를 밝히는 동시에 제2차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며 굳어진 세계질서에 대한 변경 시도를 막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푸틴의 ‘돼지저금통’부터 막은 美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러시아에 대한 첫 제재를 단행하면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를 국제 금융시장에서 차단시켜 정부 돈줄부터 틀어막겠다는 것. 미 재무부가 제재리스트에 올린 러시아 대외경제은행(VEB)과 PSB는 에너지 수출과 국방자금 조달의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는 “VEB는 500억 달러(약 60조 원) 규모 자산을 보유한 크렘린궁의 영광스러운 돼지저금통(piggy bank)”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크렘린과 부패의 이익을 나눠가진 이들은 고통도 함께 나누게 될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 측근 5명도 제재했다. 러시아 국영은행 VTB 은행 이사회 의장 데니스 보르트니코프를 비롯해 미하일 프라드코프 전 러시아 총리의 아들 페트르 프라드코프 PSB 최고경영자(CEO), 세르게이 키리옌코 러시아 대통령 행정실 제1부실장 아들인 블라디미르 키리옌코 VK그룹 CEO 등이다. 전문가들은 이 측근들이 푸틴 대통령의 장기 집권을 도우면서 주요 정책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만큼 러시아 내부 동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을 제재하는 것이 필수라고 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또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러시아 국채 관련 거래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위한 신규 자금 조달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우크라는 새로운 베를린장벽” 미국의 대응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 제재에 신중한 태도를 취하며 외교적 해결에 무게를 두던 전날에서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백악관은 러시아의 ‘침공’ 정의를 바꾼 데 대해 “복합적인 이유”라며 “이는 미국의 가치(value)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의 전날 연설을 냉전 이후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에 대한 명백한 도전으로 보고 강경대응으로 선회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링컨 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의 위선” “역사와 국제법 무시” 같은 표현으로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비판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계획은 우크라이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또 푸틴 대통령의 결정은 핵을 포기하는 대신 우크라이나 안전을 보장하는 부다페스트 양해각서는 물론 헬싱키 최종의정서, 파리헌장, 재래식무기감축협상, 비엔나문서 등 각종 국제 합의를 일일이 거론하며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우크라이나가 (동서 냉전의 상징인) 새로운 베를린 장벽이 됐다”고 평가했다.● ‘경제 요새화’ 준비한 러, 제재 조롱 다만 이번 첫 제재 효과에 대해선 평가가 엇갈렸다. 그동안 경고해오던 푸틴 대통령 등에 대한 제재나 수출통제, 주요 대형은행에 대한 국제금융시장 전면 퇴출 등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라는 것. 러시아는 자국이 독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기 위한 노르드스트림2 가스관 사업 중단을 독일이 선언한 데 대해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이제 유럽은 곧 가스 1000㎥를 2000유로(약 270만 원)에 사야 하는 ‘멋진 신세계’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조롱했다.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끊으면 유럽 에너지 가격이 지금보다 3배로 뛰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러시아는 그동안 서방 제재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등 내수 위주의 ‘경제 요새화’ 전략을 취해왔다. 백악관은 “오늘 제재는 우리가 러시아에 가할 고통의 날카로운 가장자리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202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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