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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기한 사람과 동물을 골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아니고, 고양이를 잡아먹은 오리라니 제목만 보고 고개를 갸우뚱. “불광천에는 오리가 산다. 나는 돈이 없다”라는 소설 첫 문장을 읽고 또 갸우뚱. 호기심을 자극하니 읽어준다. 그런데 황당한 제목과 대책 없는 첫 문장과 달리 곧 “말 되네”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 은평구 불광천이 배경이다. 전 재산이 4264원밖에 남지 않은 삼류 장르소설 작가와 주식투자 실패로 빈털터리가 된 여자는 일당 5만 원짜리 일감을 불광천변에 사는 노인에게 제안받는다. 노인이 끔찍이 아끼던 고양이 ‘호순이’가 불광천 오리에게 잡아먹혔고, 노인은 범인 오리를 찾아낼 수 있도록 불광천 오리들 사진을 찍어오면 하루 5만 원, 산 채로 범인 오리를 잡아 오면 100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저자는 오리를 쫓는 노인과 남녀를 소설 ‘모비딕’에서 흰고래를 잡으러 피쿼드호에 오른 에이해브 선장과 선원들에게 비유하며 오리를 쫓는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노인과 남녀는 좌충우돌하는 운명공동체다. 살아 있을지 모를 ‘진짜 호순이’를 찾아서 노인을 행복하게 해줄지, 노인의 아들 꾐에 빠져 ‘가짜 오리’를 잡아 1000만 원을 받을지 갈등하는 지점이 재밌다. 결말에선 고양이와 오리가 ‘크아아아앙’ ‘꽈아아악’거리며 ‘운명의 일 합’을 겨루는 클라이맥스(?)도 있다. 읽다 보면 요즘 유행어로 ‘츤데레’(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정이 깊은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 같은 매력이 있다. 한없이 가벼운 코미디 같지만 읽다 보면 바닥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정서가 온돌 바닥처럼 따뜻하다. 소설은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저자는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 신경계 이상으로 다리가 불편했다. 중학교 2학년 땐 학교를 관두고 독학으로 집에서 소설만 썼다. 장르소설 업계에선 1996년 PC통신 게시판에 ‘바람의 마도사’를 연재하며 이름을 날렸다. 소설 속 소설가는 작가와 많이 닮았다. “전인미답의 금맥을 꿈꾸듯 매일 텅 빈 화면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내게 주어진 일과였다. 어차피 평생에 걸쳐 피할 수 없는 나의 운명, 나의 일과.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결말을 알게 된들 어떠랴. 어쨌든 쓸 거니까. 계속 쓸 거니까.”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진기한 사람과 동물을 골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도 아니고, 고양이를 잡아먹는 오리라니 제목만 보고 고개를 갸우뚱. “불광천에는 오리가 산다. 나는 돈이 없다”란 소설 첫 문장을 읽고 또 갸우뚱. 호기심을 자극하니 읽어준다. 그런데 황당한 제목과 대책 없는 첫 문장과 달리 곧 “말 되네”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서울 은평구 불광천이 배경이다. 전 재산이 4264원 밖에 남지 않은 삼류 장르소설 작가와 주식투자 실패로 빈털터리가 된 여자는 일당 5만 원짜리 일감을 불광천변에 사는 노인에게 제안 받는다. 노인이 끔찍이 아끼던 고양이 ‘호순이’가 불광천 오리에게 잡아 먹혔고, 노인은 범인 오리를 찾아 낼 수 있도록 불광천 오리들 사진을 찍어오면 하루 5만 원, 산 채로 범인 오리를 잡아오면 1000만 원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저자는 오리를 쫓는 노인과 남녀를 소설 ‘모비 딕’에서 흰고래를 잡으러 피쿼드호에 오른 에이해브 선장과 선원들에게 비유하며 오리를 쫓는 일에 의미를 부여한다. 노인과 남녀는 좌충우돌하는 운명공동체다. 살아 있을지 모를 ‘진짜 호순이’를 찾아서 노인을 행복하게 해줄지, 노인의 아들 꾐에 빠져 ‘가짜 오리’를 잡아 1000만 원을 받을지 갈등하는 지점이 재밌다. 결말에선 고양이와 오리가 ‘크아아아앙’, ‘꽈아아악’거리며 ‘운명의 일합’을 겨루는 클라이막스(?)도 있다. 읽다보면 요즘 유행어로 ‘츤데레’(겉으로 무뚝뚝하나 속정이 깊은 사람을 뜻하는 일본식 신조어) 같은 매력이 있다. 한없이 가벼운 코미디 같지만 읽다보면 바닥엔 타인에 대한 공감과 이해의 정서가 온돌 바닥처럼 따뜻하다. 소설은 제11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다. 저자는 태어날 때부터 하반신 신경계 이상으로 다리가 불편했다. 중학교 2학년 땐 학교를 관두고 독학으로 집에서 소설만 썼다. 장르소설 업계에선 1996년 PC통신 게시판에 ‘바람의 마도사’를 연재하며 이름을 날렸다. 소설 속 소설가는 작가와 많이 닮았다. “전인미답의 금맥을 꿈꾸듯 매일 텅 빈 화면에 도전하고 있지만 그건 내가 살아가는 방식이자 내게 주어진 일과였다. 어차피 평생에 걸쳐 피할 수 없는 나의 운명, 나의 일과. 숨을 거두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결말을 알게 된들 어떠랴. 어쨌든 쓸 거니까. 계속 쓸 거니까.”박훈상기자 tigermask@donga.com}

소설가 장강명 씨(40·사진)의 소설 ‘2세대 댓글부대’가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에 당선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병택)는 5일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장 씨의 ‘2세대 댓글부대’를, 시 부문 수상작으로 최은묵 시인(48)의 ‘무명천 할머니’를 선정했다. 상금은 소설 부문 7000만 원, 시 부문 2000만 원. 장 씨의 ‘2세대 댓글부대’는 인터넷 여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치권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살다가 용도 폐기되는 낙오자들의 참혹한 조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심사위원들은 “작가의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 치밀한 취재가 바탕이 된 현장감 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장 씨는 수림문학상(2014년), 한겨레문학상(2011년)을 수상한 바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소설가 장강명 씨(40·사진)의 소설 ‘2세대 댓글부대’가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에 당선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병택)는 5일 소설 부문 수상작으로 장 씨의 ‘2세대 댓글부대’를, 시 부문 수상작으로 최은묵 시인(48)의 ‘무명천 할머니’를 선정했다. 상금은 소설 부문 7000만원, 시 부문 2000만원. 장 씨의 ‘2세대 댓글부대’는 인터넷 여론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치권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살다가 용도 폐기되는 낙오자들의 참혹한 조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심사위원들은 “작가의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 치밀한 취재가 바탕이 된 현장감 등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장 씨는 수림문학상(2014년), 한겨레문학상(2011년)을 수상한 바 있다. 최 시인의 ‘무명천 할머니’는 제주4·3사건의 상처를 안고 살았던 할머니의 신산한 삶을 제주의 가락에 담았다. 시상식은 이달 말 제주에서 열릴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영원한 청년작가’도 할아버지였다. 지난달 중순 박범신 소설가(69)는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 중인 푸르메재단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국내에 단 한 곳도 없는 어린이재활병원을 짓기 위해 1억 원 모금 프로젝트 ‘기적의 책 캠페인’을 진행 중이니 동참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박 작가는 24시간 소설 안에 갇혀 인터뷰와 강연, TV 출연 죄다 거절하고 있었다. 지난달 초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 새 소설 ‘꽃잎보다 붉던’ 연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재단이 보낸 메일엔 바로 답장했다.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박 작가는 “메일을 받고 손녀 넷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산문집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에서 작가 무릎에 누워 잠든 첫돌 넘긴 손녀를 보며 “아이의 속눈썹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가슴이 막 뛴다. 파동이다. 생명으로부터 전이돼 오는 물보라이고 관계가 만드는 무지개다. 나의 허무주의적 세계관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아이의 숨바람이, 내 볼에 시시각각 닿고 있다. 콧날이 시큰해진다”고 쓴 바 있다. 작가는 영락없이 ‘손녀 바보’였다. “손녀가 감기만 걸려도 마음이 아프고 속상해요. 가장 죄 없는 생명인 어린이가 죽을병에 걸리고 이를 지켜봐야 하는 것은 끔찍한 비극이죠.” 박 작가는 같은 날 트위터에 변산반도 노을빛 사진을 올리고 “사람은 사멸길 노인보다 생성길 아이가 더 예쁜데 자연은 그 두 가지가 공평하다”고 썼다. 그는 집필 중인 ‘꽃잎보다…’에 대해 묻자 “치매에 걸려 죽어가는 두 노인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소설은 주변에서 작가에게 어울리는 노래라며 추천해준 가수 최백호의 ‘길 위에서’를 듣고 구상했다고 한다. 작가는 최백호 특유의 저음으로 흘러나오는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란 구절을 들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구체화했다. “어린이가 아픈 일도 슬프지만 노인이 아픈 것도 큰 고통이에요. 일흔이 되니까 그 고통을 알 것 같고, 노화와 죽음의 고통을 무엇으로 이겨낼까 쓰고 있어요. 소설에 강력한 순애보적인 사랑도 나옵니다. 사랑이 아니고는 위로가 불가능한 병이죠.” 올 10월 칠순을 맞는 박 작가는 뜻밖에 문학과 세상사 속에서의 무기력과 분노, 극복 같은 단어들을 꺼내들었다. 2013년 가을 소설 ‘소소한 풍경’을 끝내고 1년 반 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다. 그에게 긴 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무력증도 겪었다. 그는 “우울이 깊으면 깊을수록 강하게 극복해야 한다. 나한텐 슬픔, 분노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창이 문장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새 소설을 쓰면서 고민도 생겼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색동옷 딜레마’다. 그는 ‘꽃잎보다…’가 생로병사라는 존재론적 의미를 묻는 노인들의 이야기니만큼 ‘늙은 문장’으로 써보려 했다. 그런데 문장의 감수성과 묘사는 반짝반짝하고 좀처럼 나이든 문장으로 바뀌지 않았다. “소설 문장이 너무 젊다, 영화로 옮겨도 되겠다”는 게 연재를 읽은 주변의 반응이었다. “나이는 일흔인데 마음은 색동옷을 입고 있어요. 마음은 늙지 않는데 생물학적으로 노화의 세례를 받는 것이 딜레마죠. 젊은 감수성으로 노화와 죽음을 그리고 있어요. 매우 슬프죠. 허허” 인터뷰 도중 그는 “나는 영원한 청년작가”라며 웃었지만 그에게도 칠순은 특별하다. 그의 부모는 모두 칠순에 세상을 떴다. “올해까지 열심히 일하는 자식으로서 삶을 살 것 같아요. 내년엔 나 스스로가 ‘고향’이 되는 나이, 늙은이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축복으로 여기고 자유롭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삶을 살겠습니다.” 작가는 올해 가을 음력 생일을 맞아 자축의 의미로 ‘꽃잎보다…’ 단행본과 단편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기적의 책 캠페인은 푸르메재단과 교보문고, 동아일보가 함께한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박 작가는 6월경 캠페인 ‘책 읽는 미러클 맨’으로 참가해 캠페인 참여 독자를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영원한 청년작가’도 할아버지였다. 지난달 중순 박범신 소설가(69)는 어린이재활병원을 건립 중인 푸르메재단으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국내에 단 한 곳도 없는 어린이재활병원을 짓기 위해 1억 원 모금 프로젝트 ‘기적의 책 캠페인’을 진행 중이니 동참해달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박 작가는 24시간 소설 안에 갇혀 인터뷰와 강연, TV 출연 죄다 거절하고 있었다. 지난달 초 문학동네 인터넷 카페에 새 소설 ‘꽃잎보다 붉던’ 연재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재단이 보낸 메일엔 바로 답장했다. “도울 일이 있다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박 작가는 “메일을 받고 손녀 넷이 생각났다”고 했다. 그는 산문집 ‘나의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에서 작가 무릎에 누워 잠든 첫돌 넘긴 손녀를 보며 “아이의 속눈썹을 내려다보고 있으니 가슴이 막 뛴다. 파동이다. 생명으로부터 전이돼 오는 물보라이고 관계가 만드는 무지개다. 나의 허무주의적 세계관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아이의 숨바람이, 내 볼에 시시각각 닿고 있다. 콧날이 시큰해진다”고 쓴 바 있다. 작가는 영락없이 ‘손녀 바보’였다. “손녀가 감기만 걸려도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 가장 죄 없는 생명인 어린이가 죽을병에 걸리고 이를 지켜봐야 하는 것은 끔찍한 비극이죠.” 박 작가는 같은 날 트위터에 변산반도 노을빛 사진을 올리고 “사람은 사멸길 노인보다 생성길 아이가 더 예쁜데 자연은 그 두 가지가 공평하다”고 썼다. 그는 집필 중인 ‘꽃잎보다…’에 대해 묻자 “치매에 걸려 죽어가는 두 노인의 이야기”라며 소개했다. 소설은 주변에서 작가에게 어울리는 노래라며 추천해준 가수 최백호의 ‘길 위에서’를 듣고 구상했다고 한다. 작가는 최백호 특유의 저음으로 흘러나오는 “긴 꿈이었을까, 저 아득한 세월이, 거친 바람 속을 참 오래도 걸었네”란 구절을 들으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구체화했다. “어린이가 아픈 일도 슬프지만 노인이 아픈 것도 큰 고통이에요. 일흔이 되니까 그 고통을 알 것 같고, 노화와 죽음의 고통을 무엇으로 이겨낼까 쓰고 있어요. 소설에 강력한 순애보적인 사랑도 나옵니다. 사랑이 아니고는 위로가 불가능한 병이죠.” 오는 10월 칠순을 맞는 박 작가는 뜻밖에 문학과 세상사 속에서의 무기력과 분노, 극복 같은 단어들을 꺼내들었다. 2013년 가을 소설 ‘소소한 풍경’을 끝내고 1년 반 동안 소설을 쓰지 못했다. 그에게 긴 시간이었다.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무력증도 겪었다. 그는 “우울이 깊으면 깊을수록 강하게 극복해야 한다. 나한텐 슬픔, 분노를 극복해나갈 수 있는 유일한 창이 문장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고민도 있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색동옷 딜레마’다. 당초 그는 ‘꽃잎보다…’가 생로병사라는 존재론적 의미를 묻는 노인들의 이야기니만큼 ‘늙은 문장’으로 써보려 했다. 그런데 문장의 감수성과 묘사는 반짝반짝하고 좀처럼 나이든 문장으로 바뀌지 않았다. “소설 문장이 너무 젊다, 영화로 옮겨도 되겠다”는 게 연재를 읽은 주변의 반응이었다. “나이는 일흔인데 마음은 색동옷을 입고 있다. 마음은 늙지 않는데 생물학적으로 노화의 세례를 받는 것이 딜레마다. 젊은 감수성으로 노화와 죽음을 그리고 있어요. 매우 슬프죠. 허허” 인터뷰 도중 그는 “나는 영원한 청년작가”라고 웃었지만 그에게도 칠순은 특별하다. 그의 부모는 모두 칠순에 세상을 떴다. “올해까지 열심히 일하는 자식으로서 삶을 살 것 같다. 내년엔 내 스스로가 ‘고향’이 되는 나이, 늙은이로 살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축복으로 여기고 자유롭고 스스로 행복해지는 삶을 살겠다.” 작가는 올해 가을 음력 생일을 맞아 자축의 의미로 ‘꽃잎보다…’ 단행본과 단편전집을 출간할 예정이다. 기적의 책 캠페인은 푸르메재단과 교보문고, 동아일보가 함께 한다. 매달 선정한 ‘기적의 책’ 20종을 교보문고 오프라인 14개 점포에서 구매할 때마다 권당 1000원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고 있는 어린이재활병원에 자동으로 기부된다. 박 작가는 6월경 캠페인 ‘책 읽는 미러클 맨’으로 참가해 캠페인 참가 독자를 대상으로 강연할 예정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11년 11월 젊은이들로 붐비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 놀이터. 한껏 부풀린 파마머리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양복 입은 20대 사내가 여행 가방 위에 자비 출판으로 만든 소설집 ‘엄청멍충한’을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그는 교정기를 단 치아를 자랑하듯 연신 웃으며 행인들에게 소설을 팔았다. 출판사 열린책들 강무성 주간도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갔다. 젊은 친구가 안쓰러워 책도 한 권 샀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혼자 읽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래서 신춘문예나 문학지 등의 등단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미등단 소설가’임에도 정식 출간을 결정했다. 미등단 소설가의 ‘길거리 캐스팅’인 셈이다. 최근 미등단 작가의 첫 소설이 잇달아 출간돼 우리 문학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30대 건축가, 20대 대학생, 10대 고교생까지 저마다 개성 강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소설집 ‘엄청멍충한’은 2014년 김해 건축상을 받은 건축가 한승재 씨(32)가 썼다. 그는 버스에서 실수로 교통카드 대신 열쇠를 단말기에 찍고 내렸더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검은 산), 척추가 여름날 ‘쭈쭈바’처럼 녹아 아무 데나 드러눕는 증상을 겪는 인류가 등장하는(직립 보행자 협회) 등 8편의 기묘한 이야기를 썼다. 그는 “내가 눕고 싶은 곳에 누울 수 없고,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잘 수 없는 것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해야 옳은 것이다”(직립 보행자 협회)라며 사회에 대한 통찰도 담아낸다. 강 주간은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은 작가만의 독특한 색깔이 장점”이라고 했다. 한 씨는 단편소설집 ‘걔가 걔고 걔가 걔다’도 출간할 예정이다. 출판사 푸른숲은 연세대 국제학과에 재학 중인 김율 씨(21)의 장편소설 ‘스무 살을 적절히 부적절하게 보내는 방법’을 최근 출간했다. 대학 신입생들이 빨간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기숙사를 배회한다는 ‘빨간아이’ 괴담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처음엔 우리가 만든 것이되 나중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마침내 우리를 지배하고 소외시키는 물신적 존재의 힘에 대한 서늘한 알레고리가 들어 있다”고 평했다. 출판사 박하는 제주국제학교 학생 안현서 양(17)이 쓴 장편소설 ‘A씨에 관하여’를 최근 출간했다. 박철화 문학평론가는 “작가의 젊다 못해 어린 나이를 고려하면 사물과 현상을 보는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에 더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그 시선의 성숙함이 놀랍다”고 평했다. 정해종 박하 대표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바늘구멍 같은 등단 절차를 통과한 작가의 활약도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연령, 개성의 작가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한국 문학에도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2011년 11월 젊은이들로 붐비는 서울 마포구 홍익대 정문 앞 놀이터. 한껏 부풀린 파마머리에 검은색 선글라스를 낀 양복 입은 20대 사내가 여행 가방 위에 자비 출판으로 만든 소설집 ‘엄청멍충한’을 쌓아 놓고 팔고 있었다. 그는 교정기를 단 치아를 자랑하듯 연신 웃으며 행인들에게 소설을 팔았다. 마침 그때 출판사 열린책들 강무성 주간이 우연히 그 앞을 지나갔다. 강 주간은 젊은 친구가 안쓰러워 책도 한 권 샀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혼자 읽기 아까울 정도로 재미있었다. 그래서 신춘문예나 문학지 등의 등단 시스템을 거치지 않은 ‘미등단 소설가’임에도 정식 출간을 결정했다. 미등단 소설가의 ‘길거리 캐스팅’인 셈이다. 최근 미등단 작가의 첫 소설이 잇달아 출간돼 우리 문학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30대 건축가, 20대 대학생, 10대 고교생까지 저마다 개성 강한 이야기를 선보인다. 소설집 ‘엄청멍충한’은 2014년 김해 건축상을 받은 건축가 한승재 씨(32)가 썼다. 그는 버스에서 실수로 교통카드 대신 열쇠를 단말기에 찍고 내렸더니 새로운 세계가 펼쳐지고(검은 산), 척추가 여름날 ‘쭈쭈바’처럼 녹아 아무 데나 드러눕는 증상을 겪는 인류가 등장하는(직립 보행자 협회) 등 8편의 기묘한 이야기를 썼다. 그는 “내가 눕고 싶은 곳에 누울 수 없고, 내가 자고 싶은 시간에 잘 수 없는 것을 행복하지 않다고 말해야 옳은 것이다”(직립 보행자 협회)라며 사회에 대한 통찰도 담아낸다. 그는 “정식 등단은 절차도 잘 모르고 경쟁 같아서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를 처음엔 그림으로 그렸다가 글을 덧붙이고 그러면서 책까지 쓰게 됐다”고 했다. 강 주간은 “누구의 영향도 받지 않은 작가만의 독특한 색깔이 장점”이라고 했다. 한 씨는 단편소설집 ‘걔가 걔고 걔가 걔다’도 출간할 예정이다. 출판사 푸른숲은 연세대 국제학과에 재학 중인 김율 씨(21)의 장편소설 ‘스무 살을 적절히 부적절하게 보내는 방법’을 최근 출간했다. 대학 신입생들이 빨간 옷을 입은 여자아이가 기숙사를 배회한다는 ‘빨간아이’ 괴담의 실체를 추적하는 이야기다. 김명인 문학평론가는 “처음엔 우리가 만든 것이되 나중엔 우리의 통제를 벗어나 마침내 우리를 지배하고 소외시키는 물신적 존재의 힘에 대한 서늘한 알레고리가 들어 있다”고 평했다. 소설에는 ‘연애고자’ ‘발암물질’ 같은 요즘 20대의 언어가 그대로 등장한다. 편집자 윤진아 씨는 “등단이란 프레임을 통과한 작가의 소설보다 김 씨의 소설이 20대 독자가 읽기에 동시대성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출판사 박하는 제주국제학교 학생 안현서 양(17)이 쓴 장편소설 ‘A씨에 관하여’를 최근 출간했다. 박철화 문학평론가는 “작가의 젊다 못해 어린 나이를 고려하면, 사물과 현상을 보는 섬세한 관찰력과 표현력에 더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그 시선의 성숙함이 놀랍다”고 평했다. 정해종 박하 대표는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바늘구멍 같은 등단 절차를 통과한 작가의 활약도 중요하겠지만, 다양한 연령, 개성의 작가에게 문호를 개방하면 한국 문학에도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웰컴 투 미야베 월드!’ ‘미미 여사’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일본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55)의 소설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형사의 아이’(박하)는 1987년 데뷔한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일본에선 1990년 첫 출간 후 세 차례 제목이 바뀌며 발표됐지만 국내에선 처음 소개됐다. 소설은 일본 도쿄의 서민 동네 시타마치를 배경으로 형사 아버지를 둔 중학교 1학년 소년이 토막살인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박하출판사는 “작가의 초기작을 읽으면 훗날 미미 여사의 전설을 만든 인기작 ‘솔로몬의 위증’ ‘모방범’ 등의 원형을 찾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맏물 이야기’(북스피어)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맏물은 한 해 맨 처음 나는 과일, 해산물 등을 뜻한다. 마을 치안을 담당하는 모시치가 잔혹한 살인사건부터 일상의 수수께끼까지 아홉 가지 사건을 날카로운 추리로 해결한다. 소설에선 요리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초봄 뱅어와 초여름 가다랑어, 가을 감 같은 요리에다 기이한 사건들을 석석 버무려 먹음직스러운 느낌을 준다. 작가는 초판 후기에 “책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음식에 ‘꽤 맛있어 보이네’ 하고 느끼셨다면 더욱 좋겠다. 사족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요리는 모두 실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다”라고 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웰컴 투 미야베 월드!’ 애칭 ‘미미 여사’로 불리는 일본 추리소설가 미야베 미유키(55)의 소설 두 권이 나란히 출간됐다. ‘형사의 아이’(박하)는 1987년 데뷔한 작가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일본에선 1990년 첫 출간 후 세 차례 제목이 바뀌며 발표됐지만 국내에선 처음 소개 됐다. 소설은 일본 도쿄의 서민 동네 시타마치를 배경으로 형사 아버지를 둔 중학교 1학년 소년이 토막살인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는 내용이다. 박하 출판사는 “작가의 초기작을 읽으면 훗날 미미 여사의 전설을 만든 인기작 ‘솔로몬의 위증’ ‘모방범’ 등의 원형을 찾는 재미가 있다”고 했다. ‘맏물 이야기’(북스피어)는 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맏물은 한 해 맨 처음 나는 과일, 해산물 등을 뜻한다. 마을 치안을 담당하는 모시치가 잔혹한 살인사건부터 일상의 수수께끼까지 아홉 가지 사건을 날카로운 추리로 해결한다. 소설에선 요리가 중요한 소재로 등장한다. 초봄 뱅어와 초여름 가다랑어, 가을 감 같은 요리에다 기이한 사건들을 석석 버무려 먹음직스러운 느낌을 준다. 작가는 초판 후기에 “책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음식에 ‘꽤 맛있어 보이네’하고 느끼셨다면 더욱 좋겠다. 사족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요리는 모두 실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다”고 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올 1월 세계 각지에선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해방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성대하게 열렸다. 1945년 1월 소련군이 아우슈비츠를 점령하며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수용소에 갇힌 포로 130만 명 가운데 110만 명이 희생됐다. 세계는 수용소 해방의 날을 ‘홀로코스트 메모리얼데이(대학살 추모일)’로 정하고 잊지 않으려 애쓴다. 그럼에도 70년이 지난 오늘도 인류애를 망각한 테러, 대량학살의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70주년을 맞아 국내에도 나치 수용소를 소재로 한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영국의 기록문학 작가 캐롤라인 무어헤드가 아우슈비츠에서 생존한 프랑스 여성의 구술과 관련 기록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르포르타주 ‘아우슈비츠의 여자들’과 프랑스의 행동하는 지식인 로베르 앙텔므(1917∼1990)가 자신의 수용소 생활을 풀어낸 증언문학 ‘인류’다. 각각 현지에서 2011년, 1947년 출간돼 크게 주목받았다. ‘아우슈비츠의…’는 1943년 1월 프랑스 각지에서 체포돼 가축 수송열차 ‘31000번’에 실려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여성 230명의 이야기다. 저자가 만난 생존자 중 세실 차루아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세실은 나치 독일에 맞서 끝까지 저항했던 프랑스 레지스탕스의 중요 조직원으로 일했다. 그는 남편과 이혼하고 여덟 살 딸까지 어머니에게 맡기고 활동에 투신했다. 딸 생각을 하라는 어머니의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아이가 있기 때문에 제가 이런 일을 하는 거예요. 제 아이를 이런 세상에서 키우고 싶지 않으니까요.” 아우슈비츠로 끌려간 세실은 ‘걸어 다니는 시체’가 된 산 자와 벌거벗긴 채 쌓인 죽은 자가 있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을 마주한다. 그는 시신 운송 작업에 투입됐을 때 목숨이 붙어 있는 여자를 발견한다. 산 자는 그의 발목을 잡으며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데, 이를 본 독일군은 그의 눈앞에서 곤봉으로 여자의 머리를 으깬다. 그는 시체를 태우는 굴뚝 연기를 보며 살았다는 안도감과 죄책감을 동시에 느껴야 했다. 생지옥 같은 29개월의 수용소 생활이 끝나고 230명 중 49명이 프랑스로 살아 돌아왔다. 마구잡이로 죽어나가는 수용소에서 비교적 많은 여성이 목숨을 건졌다. 가학적인 학대 속에서도 여성 간의 우정과 연대는 꽃을 피웠다. 세실은 “우리는 누구를 좋아하고 또 누구를 좋아하지 않는지 스스로에게 물어가며 행동하지는 않았다”며 “그것은 우정이라기보다는 연대감이었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홀로 있게 두지 않았다”고 말한다. 훗날 ‘31000번’ 생존자들은 수용소 생활을 증언할 때 꼭 주어를 ‘나’ 대신 ‘우리’라고 말했다. 앙텔므의 ‘인류’에선 수용소 생존자만이 깨칠 수 있는 인류, 인류애에 대한 깊은 통찰을 들려준다. 그도 1943년 레지스탕스에 가담했다가 수용소에 수감됐다. 그는 “우리는 인류는 단 하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왜냐하면 최악의 희생자로서 우리가, 박해자의 힘이 가장 악질적으로 행사되는 상황 속에서도, 그 힘은 인간의 힘들 중 하나인 살해의 힘일 뿐임을 확인하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박해자는 인간을 죽일 수는 있지만, 인간을 다른 것으로 바꾸지는 못한다.” 인류의 사전적 의미는 ‘세계의 모든 사람’을 뜻한다. 단, ‘인류는 하나다’란 전제조건이 성립될 때 사전적 의미도 빛을 볼 것이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둥근 안경 안으로 보이는 긴 눈꼬리와 꾹 다문 입, 주름 깊은 뺨…. 백범 김구의 얼굴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으로 독립운동을 이끌었던 선생의 굳고 결연한 의지가 배어있다. 찰나의 순간을 포착한 사진과 달리 초상화의 얼굴에는 독립운동가의 삶 전체를 있는 그대로 담아내려는 ‘핍진성(逼眞性)’이 살아 있다. 독립기념관은 광복 70주년, 3·1절 96주년을 맞아 ‘전통초상화법으로 보는 독립운동가’ 특별기획전을 다음 달 29일까지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특별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 전시에서는 김구를 비롯해 김좌진 김창숙 남자현 박은식 손병희 안중근 안창호 이승훈 전수용 한용운 등 독립운동가 11인을 만날 수 있다. 전통초상화란 조선시대 초상화 양식으로 인물의 고유한 특징인 검버섯, 사마귀, 흉터까지 충실히 담아낸 것이다. 윤주경 독립기념관장은 “전통화법으로 복원된 독립운동가의 얼굴 모습을 통해 이들의 독립운동 정신과 나라사랑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기획전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초상화 제작을 맡은 한국얼굴연구소는 초상화에 쓸 물감과 비단을 구하느라 애를 먹었다. 국내에 유통되는 동양화 물감은 일본산이 대부분이라 이를 사용할 수 없었다. 연구소는 국내산 천연안료로 물감을 제작하기 위해 전국을 수소문했다. 녹색은 경북 포항 뇌성산 뇌록산지, 노랑과 회색은 충북 보은, 붉은색은 전남 강진, 흰색은 전남 신안 자연산 조개에서 채취했다. 이후 국내 물감회사에서 천연안료로 물감을 만들었다. 비단도 국내에서 생산했다. 조용진 연구소장은 “독립운동가의 초상화를 일본산 비단에 일본산 물감으로는 도저히 그릴 수 없었다. 게다가 일본 물감으로 그리면 초상화에서 일본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다. 김구 남자현 전수용의 초상화를 그릴 땐 의상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당시와 똑같이 손바느질로 한복을 제작했다. 초상화 고증에 완벽을 기하다보니 이봉창 의사의 초상화가 빠지기도 했다. 원래 이 의사까지 12명의 초상화를 그릴 예정이었다. 연구소는 이 의사의 정면 얼굴이 담긴 사진 한 장을 가지고 해부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흉상을 제작해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일본에서 이 의사의 옆얼굴 사진이 발굴되면서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해 내년까지 다시 그리기로 했다. 이번에 제작된 초상화는 교과서나 위인전에 쓸 수 있도록 무상으로 배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연구소 계획이다. 한편 3·1절을 맞아 독립의 얼이 서린 탑골공원,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서도 뜻깊은 행사가 열린다. 3·1운동기념관건립위원회는 1일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기념식을 갖고 탑골공원 성역화선언을 낭독한다. 건립위원장인 이재룡 베델선생기념사업회장은 “3·1운동은 일제의 대한제국 침탈, 강점, 잔학상을 전 세계에 폭로하는 자발적이며 자주적인 비폭력 평화운동이다. 탑골공원을 국가의 성역이며 민족의 혼이 살아있는 거룩한 성지로 가꾸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선 같은 날 오전 11시부터 ‘서대문, 1919 그날의 함성’ 행사가 열린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사람들은 말합니다. ‘리더’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이 부담스럽다고. 중장년층은 말합니다. 요즘 청년들은 어깨에 부담을 짊어지기 싫어한다고. 여기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리더입니다. 리더라는 게 매출이 어마어마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처럼 거창한 타이틀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부담까지 즐기려는 열정이 있습니다. 과감한 개척자 정신도 있습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내가 청년 리더’를 통해 꿈을 향해 전진하는 청년들을 소개합니다. 》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취업, 주거 문제 같은 무거운 고민도 많지만 패션 고민은 청춘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매일 아침 눈 뜨면 무슨 옷을 입고 나갈지 고민이 앞선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이사(27)는 그런 청춘의 고민을 덜어주는 ‘패션 리더’다. 윤 대표가 2011년 6월 창업한 스타일쉐어는 10∼30대를 대상으로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 ‘스타일쉐어’를 만들었다. 일반인이 자신의 옷과 패션 소품 사진을 올리고 제품 가격과 구입처를 공유한다. 길 가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 어디서 샀는지 묻지 못했던 답답함을 스타일쉐어가 해소해준다. 현재 누적 회원 수 130만 명으로 20대 여성 가입자만 따지면 한국 20대 여성 5명 중 1명이 스타일쉐어를 사용한다. 하루 17만 명이 방문해 매일 5000건의 패션 콘텐츠가 올라온다.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비싸지 않은 옷으로 모델처럼 멋을 낸 윤 대표를 만났다. ‘패션 리더’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결정적인 세 가지 말로 정리했다.○ “물어볼 수도 없고 답답하네” 2007년 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한 윤 대표. 당시엔 그도 캠퍼스에서 세련된 옷차림을 한 또래를 보면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궁금한 평범한 새내기였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패션 고민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대학생 대상 무가지나 패션 잡지를 사서 봤지만 그곳에도 답이 없었다. 그는 “패션 잡지는 우리가 살 수 없는 500만 원짜리 드레스나, 소화하기 힘든 연예인의 방송용 옷을 추천하고 있었다”고 했다. 오히려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패션 정보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많았다. 사람들은 패션 게시글에 댓글을 달며 의견을 나눴다. 윤 대표는 “에디터가 만드는 패션 잡지는 독자보다 산업 위주로 돌아가고, 카페나 블로그는 끼리끼리 친목 문화가 강했다. 둘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그때부터 고민했다”고 했다.○ “네가 직접 만들어” 윤 대표는 친구만 만나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2010년 가을 그의 친구는 “지난해에도 그 이야기 했잖아. 그냥 네가 직접 만들어”라고 충고했다. 친구의 말에 자존심이 팍 상했다. 매일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한 자신이 조금 한심하기도 했다. 2009년 윤 대표는 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 운영자를 만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함께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이 운영자의 이야기에 오히려 자신감만 줄어들고 말았다. 윤 대표는 친구의 말 한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스타일쉐어 아이디어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잇달아 수상했다. 대학에 창업 강의를 하러 온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이니시스를 만든 스타트업 1세대 권 대표도 스타일쉐어 성공 가능성을 보고 함께 하자고 했다.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은 스타일쉐어는 개발자, 디자이너 등을 꾸렸다. 윤 대표는 “네가 직접 만들어”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열정적으로 뛰면서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2011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주관하는 ‘MIT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 2011’에서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 아이디어로 결승에 올랐다. 또 MIT의 창업경진대회인 ‘매스 챌린지 액셀러레이터’ 100위 안에 아시아팀으로 유일하게 포함돼 창업 지원을 받았다.○ “이건 패션의 바이블(성경)이야” 패션 정보를 나누는 놀이터가 열리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용 후기엔 “스타일쉐어로 패션을 배웠다”, “일반인 체형도 입을 수 있는 옷 정보가 많다” 등 만족스럽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제는 일반인뿐 아니라 유명 모델, 블로거, 디자이너도 패션 정보를 올린다. 온라인몰, 패션브랜드도 입점했다. 스타일쉐어가 지난해 봄 신촌과 강남에서 연 플리마켓 행사에는 각각 1만, 2만 명이 찾기도 했다. K패션에 관심을 갖는 일본, 중국, 대만 젊은이들의 가입이 늘면서 해당 국가 버전도 출시했다. 사업 5년차, 스타일쉐어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옷과 패션 소품, 옷장 속 헌옷으로 연출하는 패션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어요. 앞으로도 평범한 보통 사람의 패션 고민을 나누고 해결하는 스타일쉐어가 될 거예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스님께선 어느 책에서나 죽음이 무섭지 않다고 하셨는데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최인호) “죽음은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거늘, 육신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 소유물이 소멸된다는 생각 때문에 편안히 눈을 못 감는 것이지요. 육신은 내가 잠시 걸친 옷일 뿐인걸요.”(법정 스님) 다음 달 11일 법정 스님(1932∼2010)의 입적 5주기를 앞두고 고(故) 최인호 작가(1945∼2013)와의 산방 대담을 담은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여백·사진)가 24일 출간됐다.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4시간 동안 나눈 대담이다. 책에는 2004년 출간된 ‘대화’(샘터)에 수록된 대담과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에 실렸던 법정 스님 관련 글이 수록됐다. 최 작가는 생전 암 투병 중에도 법정 스님의 입적 3주기에 맞춰 2013년 이 책을 출간하려 했지만 소설 작업과 병세 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그해 9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출판사에 스님이 입적한 날(3월 11일)을 전후해 책을 내 달라고 유지를 남겼다. 책 제목과 구성도 작가가 직접 정했다. 두 사람은 행복, 사랑, 고독, 죽음, 진리, 시대정신 등 11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남은 생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눈길이 간다. “저는 정면 승부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 이 생에서도 끝까지 창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고요.”(최인호) “내게도 꿈이 있지요.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남은 삶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고 싶군요. 그리고 추하지 않게 그 삶을 마감하고 싶습니다.”(법정 스님) 두 사람 모두 말을 행동으로 옮겼기에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서로의 인연도 소개한다. 1980년대 초반 잡지 ‘샘터’에 각자 ‘산방한담(山房閑談)’과 연작소설 ‘가족’을 연재하던 두 사람은 우연히 잡지사에서 마주쳤다. 이런저런 대화가 오가다 법정 스님이 “앞으로 무슨 소설을 쓰겠느냐”고 묻자, 최인호는 “불교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답했다. 최인호는 “쓰고 싶어 하면 언젠가는 쓰게 되겠지요. 말과 행동이 업이 되어서 결과를 이루게 됩니다”란 스님의 격려를 화두로 가지고 불교소설 ‘길 없는 길’을 완성했다. 이들은 첫 만남 이후 30년 가까이 열 번 남짓 만나면서 서로 격려하고 응원했다. 최인호는 “법정 스님과의 인연은 전생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숙세(宿世)의 것임을 깨달았다. 법정 스님과 나는 둘이 아니다.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사람들은 말합니다. ‘리더’라는 단어가 가진 무게감이 부담스럽다고. 중장년층은 말합니다. 요즘 청년들은 어깨에 부담을 짊어지기 싫어한다고. 여기 청년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리더입니다. 리더라는 게 매출이 어마어마한 기업의 CEO처럼 거창한 타이들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들에겐 부담까지 즐기려는 열정이 있습니다. 과감한 개척자 정신도 있습니다. 동아일보 청년드림센터는 ‘내가 청년 리더’를 통해 꿈을 향해 전진하는 청년들을 소개합니다. 》 “오늘은 무슨 옷을 입을까.” 취업, 주거 문제 같은 무거운 고민도 많지만 패션 고민은 청춘과 떼려야 뗄 수 없다. 평범한 대학생이라면 매일 아침 눈 뜨면 무슨 옷을 입고 나갈지 고민이 앞선다. 스타일쉐어 윤자영 대표이사(27)는 그런 청춘의 고민을 덜어주는 ‘패션 리더’다. 윤 대표가 2011년 6월 창업한 스타일쉐어는 10~30대를 대상으로 패션 정보를 공유하는 애플리케이션 ‘스타일쉐어’를 만들었다. 일반인이 자신의 옷과 패션 소품 사진을 올리고 제품 가격과 구입처를 공유한다. 길가다 마음에 드는 옷을 입은 사람을 발견했을 때 어디서 샀는지 묻지 못했던 답답함을 스타일쉐어가 해소해준다. 현재 누적회원수 130만 명으로 20대 여성 가입자만 따지면 한국 20대 여성 5명 중 1명이 스타일웨어를 사용한다. 하루 17만 명이 방문해 매일 5000건의 패션 콘텐츠가 올라온다. 17일 서울 광화문에서 비싸지 않은 옷으로 모델처럼 멋을 낸 윤 대표를 만났다. ‘패션 리더’가 되기까지 과정을 결정적인 세 가지 말로 정리했다.● “물어볼 수도 없고 답답하네.” 2007년 외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입학한 윤 대표. 당시엔 그도 캠퍼스에서 세련된 옷차림을 한 또래를 보면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궁금한 평범한 새내기였다.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패션 고민이 빠지지 않았다. 그는 대학생 대상 무가지나 패션 잡지를 사서 봤지만 그곳에도 답이 없었다. 그는 “패션잡지는 우리가 살 수 없는 500만 원짜리 드레스나, 소화하기 힘든 연예인의 방송용 옷을 추천하고 있었다”고 했다. 오히려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패션 정보는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 많았다. 사람들은 패션 게시글에 댓글을 달며 의견을 나눴다. 윤 대표는 “에디터가 만드는 패션 잡지는 독자보다 산업 위주로 돌아가고, 카페나 블로그는 끼리끼리 친목 문화가 강했다. 둘을 결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나지 않을까 그때부터 고민했다”고 했다.● “그냥 네가 만들어.” 윤 대표는 친구만 만나면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2010년 가을 그의 친구는 “지난해도 그 이야기했잖아. 그냥 네가 직접 만들어”라고 충고했다. 친구의 말에 자존심이 팍 상했다. 매일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한 자신이 조금 한심하기도 했다. 2009년 윤 대표는 세계적인 스트리트 패션 블로그 운영자를 만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글로벌 패션 브랜드와 함께 사업을 구상 중이라는 이 운영자의 이야기에 오히려 자신감만 줄어들고 말았다. 윤 대표는 친구의 말 한 마디에 정신을 차리고 행동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스타일쉐어 아이디어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에서 잇달아 수상했다. 대학에 창업 강의를 하러 온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에게도 도움을 청했다. 이니시스를 만든 스타트업 1세대 권 대표도 스타일쉐어 성공 가능성을 보고 함께 하자고 했다. 프라이머의 투자를 받은 스타일쉐어는 개발자, 디자이너 등을 꾸렸다. 윤 대표는 “네가 직접 만들어”란 말을 가슴에 새기고 열정적으로 뛰면서 해외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2011년 3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주관하는 ‘MIT 글로벌 스타트업 워크숍 2011’에서 ‘온라인 패션 커뮤니티’ 아이디어로 결승에 올랐다. 또 MIT의 창업경진대회인 ‘매스 챌린지 엑셀러레이터’ 100위 안에 아시아팀으로 유일하게 포함돼 창업 지원을 받았다.● “이건 패션의 바이블(성경)이야.” 패션 정보를 나누는 놀이터가 열리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용 후기엔 “스타일쉐어로 패션을 배웠다”, “일반인 체형도 입을 수 있는 옷 정보가 많다” 등 만족스럽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제는 일반인 뿐 아니라 유명 모델, 블로거, 디자이너도 패션 정보를 올린다. 온라인몰, 패션브랜드도 입점했다. 스타일쉐어가 지난해 봄 신촌과 강남에서 연 플리마켓 행사에는 각각 1만, 2만 명이 찾기도 했다. K-패션에 관심을 갖는 일본, 중국, 대만 젊은이들의 가입이 늘면서 해당 국가 버전도 출시했다. 사업 5년차, 스타일쉐어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윤 대표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 “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옷과 패션 소품, 옷장 속 헌옷으로 연출하는 패션 정보를 나누는 공간이 있으면 하는 바람에서 시작했어요. 앞으로도 평범한 보통 사람의 패션 고민을 나누고 해결하는 스타일쉐어가 될 거에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스님께선 어느 책에서나 죽음이 무섭지 않다고 하셨는데 정말 무섭지 않습니까.”(최인호) “죽음은 나무가 자라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이거늘, 육신을 자신의 소유물로 여겨 소유물이 소멸된다는 생각 때문에 편안히 눈을 못 감는 것이지요. 육신은 내가 잠시 걸친 옷일 뿐인 걸요.”(법정 스님) 다음달 11일 법정 스님(1932~2010)의 입적 5주기를 앞두고 소설가 최인호(1945~2013)와의 산방 대담을 담은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여백)가 24일 출간됐다.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4시간 동안 나눈 대담이다. 책에는 2004년 출간된 ‘대화’(샘터)에 수록된 대담과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에 실렸던 법정 스님 관련 글이 수록됐다. 작가는 생전 암 투병 중에도 법정 스님의 입적 3주기에 맞춰 이 책을 출간하려 했지만 소설 작업과 병세 악화로 뜻을 이루지 못하고 2013년 9월 세상을 떠났다. 그는 출판사에 스님의 입적을 전후해 책을 내달라고 유지를 남겼다. 책 제목과 구성도 작가가 직접 정했다. 두 사람은 행복, 사랑, 고독, 죽음, 진리, 시대정신 등 11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남은 생의 꿈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눈길이 간다. “저는 정면 승부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다시 태어나도, 지금 이 생에서도 끝까지 창작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고요.”(최인호) “내게도 꿈이 있지요. 얼마가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남은 삶을 보다 단순하고 간소하게 살고 싶군요. 그리고 추하지 않게 그 삶을 마감하고 싶습니다.”(법정 스님) 두 사람 모두 말을 행동으로 옮겼기에 지금도 깊은 울림을 준다. 작가는 서로의 인연도 소개한다. 1980년대 초반 잡지 ‘샘터’에 각자 ‘산방한담’(山房閑談)과 연작소설 ‘가족’을 연재하던 두 사람은 우연히 잡지사에서 마주쳤다. 이런 저런 대화가 오가다 법정 스님이 “앞으로 무슨 소설을 쓰겠느냐”고 묻자, 최인호는 “불교에 관한 소설을 쓰고 싶다”고 답했다. 최인호는 “쓰고 싶어 하면 언젠가는 쓰게 되겠지요. 말과 행동이 업이 되어서 결과를 이루게 됩니다”란 스님의 격려를 화두로 가지고 불교소설 ‘길 없는 길’을 완성했다. 이들은 첫 만남 이후 30년 가까이 열 번 남짓 만났지만 서로 격려하고 응원했다. 최인호는 “법정 스님과의 인연은 전생으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숙세(宿世)의 것임을 깨달았다. 법정 스님과 나는 둘이 아니다.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니다. 우리는 하나다”라고 썼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라가치상을 수상한 두 작품 모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다음 그림책으로 만들었어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면서 이야기를 셀 수 없이 수정하고 편집했는데, 그림책으로 각색하면서 또 한 번 반복했어요.” 정유미 작가(34)는 ‘그림책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볼로냐 라가치상을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2년 연속 수상하게 됐다. 정 작가의 그림책 ‘나의 작은 인형 상자’가 픽션 부문 우수상에 선정된 것. 지난해 정 작가는 ‘먼지아이’로 뉴 호라이즌 부문(유럽·북미 제외 국가) 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50주년을 맞은 라가치상은 이탈리아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주관하는 상으로 세계 어린이 책을 대상으로 픽션, 논픽션, 뉴 호라이즌, 오페라 프리마(신인상) 등 4개 부문에서 대상과 우수상을 선정한다. 시상식은 도서전 개막일인 다음 달 30일 볼로냐에서 열린다. 정 작가는 2년 연속 수상이란 쾌거를 이뤘지만 새 그림책 마무리 작업으로 서울 서대문구 작업실에만 머무르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는 2년 연속 라가치상 수상자로 선정돼 애니메이션계에 이어 그림책 분야의 ‘떠오른 별’이 됐지만 조심스러웠다. 자신이 연속으로 선택된 이유를 묻자 주저하다 “2년 동안 끝없이 수정하는 과정에서 작품 밀도가 쌓인 게 수상 비결인 것 같다”고 했다. ‘나의 작은…’은 소녀 유진이 직접 만든 인형 상자 안을 여행하면서 상자 안에만 머물려는 인형들을 만나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유진은 상자 안을 빠져나오면서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좁은 공간을 벗어나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다. 국내에선 다음 달 초 출간된다. 정 작가는 “직접 만든 인형 상자를 동네 친구가 보여 달라고 했는데 그 순간 많이 부끄러웠던 기억이 오래 남았다. 유진이 또래가 내면의 두려움이나 갈등을 스스로 토닥이며 위로하는 힘을 그림책을 통해 길렀으면 한다”고 했다. 정 작가는 국민대 회화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애니메이션 연출을 전공했다. 그는 지난해 세계 4대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로 꼽히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 국제애니메이션 영화제 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영화제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그림책과 애니메이션 모두 연필 드로잉 방식으로 작업한다. 한창 작업할 때 그의 오른손 새끼손가락 쪽은 작품의 연필 자국에 스쳐 시커멓다. 그는 “연필은 수정이 어렵지 않아 이야기를 뚝딱 만들 수 있다. 세밀한 표현력도 연필의 장점”이라고 했다. 어려서부터 그림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그는 그림책을 부모들에게 ‘강추’했다. “그림책을 보는 아기들은 구석구석 세부적으로 관찰해요. 그림책을 읽으면 이야기를 좀 더 감각적으로 체험하고 상상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올해 한국은 지경애의 ‘담’(픽션 우수상), 김장성 오현경의 ‘민들레는 민들레’(논픽션 〃), 박연철의 ‘떼루떼루’(뉴 호라이즌 〃), 정진호의 ‘위를 봐요’(오페라 프리마 〃)로 처음으로 라가치상 전 부문에서 수상작을 배출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정년이라는 게 미리 경험할 수 없는 거잖아. 인생의 반을 훌쩍 넘긴 시점에 다들 처음으로 정년이라는 것을 맞이하는 셈이지. 그것도 말이야, 이런 무기력한 시절은 일찍이 없었다고. 옛날에는 분명 가난했고 돈이나 물건도 없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했지 쇠퇴해 가지는 않았으니까.”(180쪽) 소설 ‘캠핑카’에 등장하는 은퇴한 세일즈맨의 대사에 단편집의 주제가 함축돼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 색소폰 소리 들으며’ 낭만을 운운하던 중장년의 좋았던 사춘기 시절은 일본도 한국도 끝난 지 오래다. 저자는 예민한 더듬이로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 중장년 5명의 삶을 포착해 5편의 중편소설로 풀었다. ‘캠핑카’에선 중견 가구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자 조기 퇴직을 택한 남자 도미히로가 등장한다. 그는 캠핑카를 사서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날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아내는 은행 잔액과 자녀의 결혼 자금을 이유로 남편의 계획에 반대한다. 자녀는 한술 더 떠 재취업을 권한다. 재취업 시장에 나온 그에게 닥친 현실은 더 가혹하다. 컴퓨터와 외국어를 할 줄 아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특기로 신뢰와 노력밖에 답할 수 없는 그에게 자리는 없다. 그는 초조, 불안 증세에 시달린다. 책에는 TV만 보는 남편과 이혼하고 사랑을 찾아 나선 여자(‘결혼상담소’), 노숙자로 전락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는 남자(‘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남편 대신 반려견에게 의지하는 여자(‘펫로스’), 악조건 속에서도 일에 긍지를 가지려는 트럭운전사(‘여행 도우미’)까지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서도 재출발하려고 애쓰는 중장년이 등장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그룹섹스, 연쇄살인, 영아유기, 폭력 등 자극적인 소재로 현대 사회를 그려냈다. 63세인 저자도 나이 때문인지 이번엔 착한 소설을 썼다. 작가의 말에선 “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공감을 느꼈다”는 고백까지 했다. 5편의 소설은 저마다 희망의 빛을 비추며 끝나는데,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 같아 애틋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55세부터 헬로라이프/무라카미 류 지음·윤성원 옮김/376쪽·1만2800원·북로드 “정년이라는 게 미리 경험할 수 없는 거잖아. 인생의 반을 훌쩍 넘긴 시점에 다들 처음으로 정년이라는 것을 맞이하는 셈이지. 그것도 말이야, 이런 무기력한 시절은 일찍이 없었다고. 옛날에는 분명 가난했고 돈이나 물건도 없기는 했지만, 지속적으로 발전했지 쇠퇴해가지는 않았으니까.”(180쪽) 소설 ‘캠핑카’에 등장하는 은퇴한 세일즈맨의 대사에 단편집의 주제가 함축돼 있다. 유행가 가사처럼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 색소폰 소리 들으며’ 낭만을 운운하던 중장년의 좋았던 사춘기 시절은 일본도 한국도 끝난 지 오래다. 저자는 예민한 더듬이로 장기 침체에 빠진 일본의 중장년 5명의 삶을 포착해 5편의 중편소설로 풀었다. ‘캠핑카’에선 중견 가구 회사에서 한직으로 밀려나자 조기 퇴직을 택한 남자 토미히로가 등장한다. 그는 캠핑카를 사서 아내와 함께 여행을 떠날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아내는 은행 잔고와 자녀의 결혼 자금을 이유로 남편의 계획에 반대한다. 자녀는 한술 더 떠 재취업을 권한다. 재취업 시장에 나온 그에게 닥친 현실은 더 가혹하다. 컴퓨터와 외국어를 할 줄 아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특기로 신뢰와 노력밖에 답할 수 없는 그에게 자리는 없다. 그는 초조, 불안 증세에 시달린다. 책에는 TV만 보는 남편과 이혼하고 사랑을 찾아 나선 여자(‘결혼상담소’), 노숙자로 전락할 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리는 남자(‘하늘을 나는 꿈을 다시 한 번’), 남편 대신 반려견에 의지하는 여자(‘펫로스’), 악조건 속에도 일에 긍지를 가지려는 트럭운전사(‘여행 도우미’)까지 인생의 전환점을 지나서도 재출발하려고 애쓰는 중장년이 등장한다. 저자는 지금까지 그룹섹스, 연쇄살인, 영아유기, 폭력 등을 자극적인 소재로 현대 사회를 그려냈다. 63세인 저자도 나이 탓인지 이번엔 착한 소설을 썼다. 작가의 말에선 “전에는 느껴본 적 없는 공감을 느꼈다”는 고백까지 했다. 5편의 소설은 저마다 희망의 빛을 비추며 끝나는데, 저자가 스스로를 위로하고 박수를 보내는 것 같아 애틋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가족과 피붙이란 무엇인가. 서로에게 향긋한 냄새를 풍겨 주는 것만이 아닌, 시큰한 냄새가 나는 김칫국물 자국을 서로에게 남겨 주는 존재가 아닌가. 나는 형의 가슴에, 형은 내 가슴에 엎질러진 김칫국물이 아닌가. 어머니는 내게, 나는 어머니에게, 아버지는 내게, 나는 아버지에게, 누나는…… 그래 시큰한 김칫국물들이 모여들어 딴세상으로 떠난 김칫국물들을 그리워하는 명절이다.” (함민복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에서) 》설밑 함민복 시인(53)을 만나러 16일 인천 강화군 강화읍 갑곳리 강화고려인삼센터에 갔다. 각박한 세상에도 시대의 욕망에서 한 걸음 물러서 살고 있는 그라면 지친 보통 사람들과 소외된 존재까지 품어주는 덕담을 해주리라는 믿음 때문이다. 시인은 2011년 봄 식을 올린 동갑내기 아내 박영숙 씨와 ‘길상이네’를 꾸리고 있다. 인삼가게는 보통 자녀의 이름을 따서 ‘O O 네’라고 이름 붙인다. 자녀가 없는 시인은 키우는 개 이름을 빌려 가게 이름을 붙였다. 인삼 장사를 시작하고선 명절에 고향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장사는 항상 바빠요. 손님이 오면 당연히 물건 파느라 바쁘고요. 항상 손님 찾아오길 기다리는 마음이 참 바빠요.” ―인삼 파는 일이 익숙해졌나요. “아직 약간 쑥스러워서 ‘보고 가세요’란 말이 잘 안 나옵니다. 한번은 ‘보고 가세요’ 하고선 어찌나 목소리가 작던지 스스로 ‘나한테도 잘 안 들리네’라고 했어요. 우리만 장사가 안 될 땐 다른 집과 비교돼 마음의 갈등이 올 때도 있어요. 그땐 우리가 먹고살 만큼만 팔 수 있으면 된다며 마음을 편하게 먹으려고 해요.” ―강화도 생활 20년인데 이곳 명절 풍경은 어떤가요. “북을 볼 수 있는 강화평화전망대에 갔는데 건물 후미진 곳에 노인 두 분이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나눠 마시고 있어요. 강화도엔 황해도 연백평야에서 온 실향민이 많이 살고 있어요. 추석이면 모처럼 고향 바다를 찾은 사람들이 개펄에 나가서 새까맣게 사람들이 많아요. 강화도 명절 하면 고향을 그리워하는 실향민과 고향 바다를 찾는 사람들이 떠오르네요.” ―어릴 적 설날은 어땠나요. “쌀이 없어 싸라기 반말로 가래떡을 뽑아 떡국을 먹었죠. 거무튀튀하고 풀기가 없어 맛이 없어도 다들 그렇게 먹었어요. 설빔을 입고 집 밖에 나가서 친구들끼리 옷에 주머니가 몇 개 달렸는지 서로 자랑하던 기억이 나요. 넉넉하지 않아도 행복했어요.” 함 시인은 가난한 가족사를 시로 풀었다. 가족에 대한 소박하고 진솔한 시는 큰 울림을 준다.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어머님 배 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성선설’ 전문) ―시인에게 가족이란 무엇인가요. “가족이란 부끄러움, 슬픔을 함께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 내 몸처럼 부끄러움도 슬픔도 나눌 수 있죠. 사람이 만나면 어느 정도 경계가 있기 마련인데 경계 없이 서로 받아주는 존재가 가족입니다.” ―어머니에 대한 글을 많이 썼는데,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 많이 나겠어요. “아흔네 살 장모님이 어머니랑 동갑인데, 기력이 약해진 장모님을 뵈러 가면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납니다. 아내 형제들은 장모님께 잘해 드리는데, 저는 어머니께 못해 드린 게 계속 생각나죠. 쓸쓸하게 사셨겠구나 하고요.” ―요즘 시는 언제 쓰나요. “새벽 3시면 일어나 시를 쓰고, 오전 9시 인삼가게 문을 열죠. 장사 안 되면 도서관 가서 책 보고.” ―준비 중인 시집은 뭡니까. “‘까?’요.” ―예? “물어볼 때 쓰는 ‘까’요. 가을에 낼 생각인데, 어린이 시선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동시집입니다.” ―세월호 배지를 옷에 달고 계신데, 지난해 우리 사회에 아픈 일이 참 많았어요. “앞으로 가기 위해선 ‘백미러’를 봐야 합니다. 우리들 각자 마음속에 배 한 척이 들어와 있는데, 이 배들을 어떻게 편안하게 보낼 것인가 생각을 해야겠지요. 그러기 위해선 우리가 서로 다르지 않음을 알고 평등, 평화, 존중을 생각해야죠. 그런 믿음을 주는 사람, 이정표가 되는 사람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의 인삼가게에는 아내가 옮겨 적은 시인의 시 구절이 붙어 있다. “이 우주에 헌법이 있다면, 그건 아마 사랑일 겁니다.”:: 함민복 시인은 ::1982년 수도전기공고를 졸업하고 월성원자력발전소에서 일했다. 글 쓰기 위해 퇴사 후 서울예대 문예창작과에 들어가 1988년 등단했다. 시집 ‘우울氏의 一日’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산문집 ‘눈물은 왜 짠가’ ‘미안한 마음’ 등 10여 권의 책을 냈다.강화도=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