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상

박훈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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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박훈상입니다.

tigermask@donga.com

취재분야

2025-11-13~2025-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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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가 웃자 사람이 운다… 딜레마에 빠진 ‘보석 골목’

    서울 용산구 회나무로13가길(이태원2동)은 사진가 장진우 씨(28)의 이름을 딴 ‘장진우 골목’으로 유명하다. 이 골목에 살던 장 씨는 2011년경 이곳에 테이블 하나짜리 레스토랑인 ‘장진우 식당’을 열었다. 이후 공연과 식사를 함께 즐기는 고성(古城)풍의 ‘그랑블루’, 제주도 요리를 파는 ‘문오리’, 조선 개화기 모던 식당을 재현한 ‘경성스테이크’와 같은 독특한 가게들이 이곳에 줄지어 들어섰다. 장 씨와 뜻을 같이하는 주인들은 골목을 ‘보석길’이라 부르며 모임을 만들었다. 이들이 운영하는 가게는 모두 19곳. 이 중 8곳은 장 씨가 직접 운영한다. 지난주 금요일인 4일 저녁 장진우 골목은 20, 30대 젊은이들로 붐볐다. 입소문을 탄 인기 식당 앞은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골목에 주차장이 없어 방문객과 주민 사이에 주차 문제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오후 11시 반경 술집 안은 여전히 손님들로 붐볐다. 회사원 강모 씨(29·여)는 “장 씨가 독특한 콘셉트로 만든 골목이 맛과 멋으로 유명해 찾았다. 작은 가게에서 술과 음식을 즐기니 여유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원래 골목은 빈 가게들이 군데군데 있었던 한적한 주택가였다. 대부분이 세입자로 주민 절반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하지만 ‘장진우 골목’이 형성된 뒤 세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골목과 인근 부동산의 매매가가 2, 3년 새 30% 이상 오르면서 전세금과 월세도 따라 올랐다. 이곳 H부동산 대표는 “외식업으로 성공한 연예인들도 가게를 얻으려고 찾아올 정도”라며 “골목가 주택은 물론이고 후미진 골목에도 상가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거나 공사를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기존 세입자들은 ‘월세 폭탄’을 맞게 됐다. 골목길에 자리한 한 가게 주인은 보증금 10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월세를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올려 달라는 집주인 때문에 근심에 빠졌다. 자녀와 함께 전세금 8000만 원짜리 집에 살던 김모 할머니(84)는 집주인이 월세 150만 원을 요구하자 이사를 가야 할 형편이다. 김 할머니는 “이사 갈 집이 예전보다 고지대인데도 보증금 6000만 원에 월세 50만 원이라 전세로 치면 1억 원이 넘는다”며 한숨을 쉬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용원 쌀집 세탁소 안경원 등 주민들이 애용하던 가게들도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10년째 이 골목에서 살고 있는 A 씨(55·여)는 “식당이 들어선 뒤 밤마다 시끄러워 잠도 자기 어렵고 단골 가게도 문을 닫아 불편해졌다”고 말했다. ‘장진우 골목’은 바람직한 도시 개발과 주민의 ‘공존’이란 화두를 던진다. 장 씨는 “건물주는 건물 가격이 몇 배 올라 좋지만 건물주보다 더 많은 주민들은 우리가 싫고 미울 것이다”라며 “이 골목은 대기업 자본이 아닌 가난한 예술가가 자기 능력을 발휘해 만든 공간이고 나 또한 월세를 내고 살아가는 주민이기 때문에 항상 공존을 고민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기존 골목과 이질적인 소비문화는 새로운 갈등도 낳았다. 지역 주민 정모 씨(38·여)는 “불법주차와 소음으로 민원을 넣으면 마치 ‘문화’를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해 불쾌했다. 겉으로는 문화를 만든다고 하면서 골목 주민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장 씨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비틀스나 마이클 잭슨이 살아 돌아와 공연을 해도 그들(민원 넣는 주민)에게는 소음이다”는 글을 올려 반감을 더 키웠다. 한필원 한남대 건축학과 교수는 “골목은 원래 작은 공동체의 통로이자 공동 거실 같은 공간”이라며 “골목을 많은 방문자가 모이는 상업용도로 개발하면 주민들의 거주 여건이 나빠져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골목 개발 과정에서 상인, 세입자, 소유자, 전문가, 행정기관이 참가하는 협의체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김민재 인턴기자 연세대 행정학과 4학년   }

    • 201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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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의 향기/이 책, 이 저자]‘옛 여인에 빠지다’ 펴낸 조혜란 교수

    “논문을 쓰다가도 이야기나 등장인물에 매료돼 감정이 움직일 때가 있어요. 그래도 논문이니까 꾹 참고 건조하게 객관적으로 ‘-다’로 문장을 끝맺어요. 그런 감정을 쌓아두는데 한 번 움직이면 ‘슬카장’ 씁니다.” 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에서 만난 ‘옛 여인에 빠지다’(마음산책)의 저자 조혜란 이화여대 국어국문학과 교수(53)는 말과 몸짓에서 흥이 넘쳐 났다. 저자가 책에도 언급한 ‘슬카장’은 우리말로 실컷, 한껏이란 뜻. 논문도 ‘훅이 걸려야’ 쓴다는 저자는 논문 쓸 때 억누른 끼를 이번 책에서 맘껏 풀어냈다. 고전소설을 전공한 저자는 19세기 한문 장편소설 ‘삼한습유’로 박사논문을 썼다. 저서로는 ‘옛 소설에 빠지다’ ‘고전소설, 몰입과 미감 사이’ ‘고전서사와 젠더’ 등이 있다. 한국고전여성문학회에서 활동하며 고전문학 속 여성을 꾸준히 연구했다. 저자는 “고전소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힘은 여성에게 있다. 읽히는 이야기엔 갈등이 있는데 여성은 고난과 수난을 당해도 호되게 당한다”고 말했다. 이번 책은 1998년 나온 ‘옛 여인들 이야기’를 새롭게 다시 썼다. 고전소설에서 ‘정채(精彩) 있게 등장하는 여성’ 15명을 ‘인간 세상을 동경하지 마’ ‘욕망, 도사리거나 배설되거나’ ‘가부장제에서 살아남는 한두 가지 방법’ ‘섹슈얼리티는 나의 무기’ ‘버림받은 자들의 귀환’이란 5개 장에서 3명씩 소개한다. 그는 “전 책이 옛 여인의 정형화된 캐릭터나 흥미성에 주목했다면 이번 책은 그들의 삶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오늘날 우리 삶으로 불러냈다”고 했다. 책에서 처음 호명한 여인은 김만중의 소설 ‘구운몽’ 속 백능파다. 백능파는 양소유의 여섯 첩 중 한 명으로 용왕의 막내딸이다. 저자는 비늘과 지느러미가 돋은 백능파를 ‘조선판 인어공주’라 부른다. 백능파는 원하는 배필을 얻으려고 비늘을 벗고 인간이 된다. 그는 “구운몽에 등장하는 여성들 중 가장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백능파에게 이상하게 마음이 갔다”고 했다. “백능파, 마모(삼한습유), 금방울(금방울전) 같은 엉뚱하고 만화적인 캐릭터가 좋아요. 에너지와 야성이 있는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죠. 인간 세상에 들어오면 힘이 사라지는데 왜 인간을 꿈꿨을까 생각하면 안타까워요.” 옛이야기 속 여인은 오늘날 영화나 드라마, 만화 속 캐릭터와 겹친다. 저자는 ‘삼한습유’ 속 향랑을 보며 하층 여성이 낸 목소리에 주목한다. 영화 ‘하녀’에서 자살로 ‘찍소리’를 낸 전도연과 TV 시트콤 ‘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의사인 주인집 청년에게 속내를 이야기하는 식모 신세경을 통해 억울한 속내를 전달하는 사회적 통로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저자는 아쉽게 이번 책에서 빠진 인물로 ‘임씨삼대록’의 목지란을 뽑았다. “논문을 쓰면서 유일하게 눈물을 흘렸던 여성이에요. 책을 쓰고 싶은 마음이 다시 차오르면 그때는 목지란에 대해 쓸 거예요.”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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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 줄 생각]웨이 파인더 外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이렇게 묻는다. “그럼, 전 세계인이 같은 언어를 쓰면 세상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이렇게 생각해보자. “그럼 하이다족이나 요루바족 혹은 이누이트족이나 산족의 언어를 세계 공통어로 삼아볼까요?”―탐험가이자 인류학자인 웨이드 데이비스의 ‘웨이 파인더’ 중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그 목표만큼이나 방법도 양심적이어야 합니다. 만약 나쁜 방법으로 이룩한 것이라면 분명한 진보도 사실은 실패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존 러벅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중}

    • 2014-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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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송광용, 대학총장때 1400만원 불법 수당

    송광용 신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61)이 서울교대 총장 재임 시절 학교 부설 기관으로부터 1400만 원의 불법 수당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제자가 쓴 논문을 자신의 연구 결과인 것처럼 학술지에 게재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상당액의 불법 수당 수령 사실까지 밝혀지면서 송 수석은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이 18일 박홍근 의원실(새정치민주연합)로부터 입수한 교육부 감사관실 자료에 따르면 송 수석 등 서울교대 및 평생교육원 관계자 17명은 송 수석이 서울교대 총장 재임 기간인 2007년 8월부터 4년 동안 평생교육원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4980만 원을 수당 형식으로 나눠 지급받았다. 이 가운데 송 수석이 가장 많은 1400만 원을, 당시 평생교육원장이 1320만 원을 챙겼고 A 팀장 1145만 원, B 총무과장 550만 원, C 총무과장이 170만 원을 가졌다.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다른 12명이 10만∼50만 원씩 나눠 가졌다. 이들은 평생교육원의 예산 일부를 ‘방과후자격검정시험 관리수당’ 등의 형태로 빼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평생교육원은 지역 주민과 직장인에게 자기 발전을 위한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1995년 서울교대 부설 사회교육원으로 출발한 기관이다. 원장은 서울교대 보직교수가 맡으며 총장이 임명한다. 교육부는 송 수석이 총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인 2012년 이 건과 관련해 감사를 해서 17명 전원에게 불법으로 챙긴 수당 전액에 대한 환수 명령을 내렸다. 송 수석을 포함해 액수가 많은 5명에게는 경고 조치도 함께 내렸다. 당시 교육부의 조치가 내려진 뒤 송 수석 측은 “평생교육원의 초과 수입 증대를 위해 특별히 노력한 게 있어 보상적 경비로 지급받았다”며 이의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수당 수령자들이 초과 수입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이후 송 수석 측은 교육부의 감사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행정심판까지 청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7명 가운데 송 수석을 포함한 12명이 전액을 반납했고, 나머지는 올해 안에 반납할 계획이다.   ▼ “수강료 나눠먹기… 도덕적 해이 정점” ▼수당 부정 지급 문제는 교육부의 감사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꼽히는 사안이다. 일부 대학은 입시생에게서 받은 대입 전형료를 입시 업무를 하지 않은 직원을 위한 수당으로 지급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A국립대 교수는 “예산에 없는 수당 명목을 만들어 ‘셀프 수당’을 챙기다 걸리면 교육계에선 설 자리를 잃는 게 관행”이라며 “송 수석은 교육계 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도덕적 비리의 정점을 찍은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의 B사립대 교수는 “송 수석이 자리를 유지하더라도 앞으로 불법 수당 문제 등을 지적할 자격이 되겠느냐”며 “사람들에게 인문, 예술, 건강·생활스포츠 등 평생 교육을 해주는 게 목적인 평생교육원의 설립 취지를 고려하면 이번 비리가 더욱 부적절하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한국대학평생교육원협의회 관계자는 “일반 시민이 낸 수강료로 거둔 수입을 수당 명목으로 학교 구성원 개개인에게 나눠준 것은 심각한 도덕적 해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의원은 “제자 논문 가로채기, 논문 중복 게재에 이어 불법으로 수당까지 챙긴 인물이 교육계를 이끌 자격이 있느냐”며 “지금이라도 송 수석은 국민 앞에 사죄하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말했다. 취재팀은 송 수석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화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신진우 niceshin@donga.com·박훈상 기자}

    •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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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혁 군주 정조… 이 시대 드라마가 가장 사랑한 인물

    《 정도전과 이성계. 요즘 20% 가까운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수성하고 있는 KBS1 대하드라마 ‘정도전’의 주인공 캐릭터다. 18년 전인 ‘용의 눈물’ 때만 해도 정도전은 극중 조연 캐릭터에 그쳤지만, 지금은 드라마 제목에 이름을 내걸 만큼 당당한 주연으로 부상했다. 정도전이 요즘 갑자기 뜬 ‘샛별’이라면, 이성계는 여말선초 배경 드라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골 스타’다. 》○ 뜨는 정도전, 단골스타 이성계 이성계는 ‘대풍수’에서도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고 조연이긴 하지만 ‘신돈’ ‘신의’에서도 등장했다. ‘대장금’ ‘허준’ ‘이산’ ‘조선왕조 500년’ 등을 연출한 이병훈 PD는 “‘호시절’보다는 ‘난세’, 모두가 칭찬하는 인물보다는 해석의 여지가 다양한 인물이 극화하기에 더 매력적이다”며 “여기에 현재에도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인물이 주인공이 된다”고 말했다. ○ 2000년 이후에는 정조가 대세 역사 드라마가 가장 선호한 인물은 누구일까. 동아일보 대중문화팀은 1995년부터 현재까지 20년 동안 지상파 3사 역사 드라마의 주요 등장인물을 분석했다. 10회 이상 시리즈 85편에서 주요 배역으로 가장 많이 등장한 인물은 ‘이산’을 비롯해 총 다섯 차례 등장한 정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조는 특히 2000년대 후반으로 오면서 드라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꿰찼고, 최근에는 스크린에서도 관심을 받고 있다. 4월 개봉한 ‘역린’도 정조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정조와 철인정치의 시대’를 쓴 사학자 이덕일 씨는 “왕이지만 당시 주류인 노론의 견제를 받아 독살의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탕평책을 통해 반대편까지 아우르는 지도자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요소가 많다”고 했다. 여기에 정약용 박지원 김홍도 신윤복 등 익숙한 실학자와 예술가가 대거 등장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일부에서는 정조를 부각하는 사극이 2007, 2008년 정권교체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들어 참여정부의 현실정치 상황과 연결짓기도 한다. ‘요즘 왜 이런 드라마가 뜨는 것인가’를 쓴 이영미 성공회대 초빙교수는 “당시 진보진영 실패에 대한 아쉬움이 최고 통치자이지만 늘 시험당하고 좌절했던 왕인 정조에 반영돼 있다”고 주장했다. ○ 팜파탈 장희빈, 로맨틱 가이로 변신한 광해군 조선의 팜파탈 장희빈과 그의 남자 숙종, 인조반정으로 폐위된 광해군도 20년간 각각 네 차례 드라마에서 주연급 캐릭터로 등장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함에 따라 역사적 인물에 대한 해석은 바뀌었다. 장희빈은 2010년 ‘동이’에서 숙빈 최씨(한효주)에게 타이틀 롤을 빼앗겼다. 주로 여자에게 휘둘리는 캐릭터로 묘사돼온 숙종은 최근 ‘동이’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40년 넘게 절대 권력을 유지한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남이었다. ‘…사랑에 살다’에서 김태희의 장희빈은 표독함은 사라지고 일과 사랑을 동시에 쟁취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광해군은 과거 드라마에선 주로 상궁 출신 김개시와의 관계나 부조리함에 주목했다면 2013년 ‘불의 여신 정이’에서는 로맨틱하고 인간적인 모습으로 묘사됐다. 오래전부터 여러 차례 주인공으로 등장했던 연산군이나 사도세자, 이순신을 비롯한 위인전 영웅들은 한두 차례 등장에 그쳤다. “너무 훌륭해 재미가 없다”는 세종대왕은 ‘뿌리 깊은 나무’를 통해 인간적이면서도 이상적인 군주상을 보여주며 인기 캐릭터로 부상했다. 20년간 사극의 70% 정도가 조선시대에 집중돼 있지만 2000년 이후 삼국시대와 고려시대가 배경으로 등장하는 작품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드라마가 가장 주목하는 시기는 고려 말이다. ‘정도전’과 올해 인기를 모은 ‘기황후’ 모두 이 시기가 배경이다. 이덕일 씨는 “사극은 현재 한국 사회의 문제를 투영할 때 인기를 끈다”며 “양극화와 이념 갈등 등 고려 말과 현재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구가인 comedy9@donga.com·박훈상 기자   }

    • 201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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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태국산 짝퉁 ‘엑소-T’에 엑소팬들 ‘으르렁’

    인기 아이돌 그룹 엑소의 짝퉁인 ‘엑소-T(Thailand)’가 등장하자 엑소 팬들이 뿔났다. 엑소-T는 태국에서 활동하는 ‘밀레니엄 보이’로, 태국인 11명과 한국인 1명으로 구성된 커버그룹(아이돌 안무를 따라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엑소의 춤과 노래를 따라해 인기를 모았다. 지난해 국내에서 열린 ‘2013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 참가해 엑소의 ‘으르렁’을 따라 불러 우승하기도 했다. 밀레니엄 보이는 팬클럽 회원이 9만 명을 넘자 자국에서 팬미팅과 TV 출연을 하고 인도네시아에서 행사까지 열었다. 이들은 행사 때면 엑소 팀 로고, 포스터, 앨범 디자인을 도용한다. 심지어 엑소 멤버의 헤어스타일, 옷차림, 사소한 습관, 사인까지 똑같이 흉내 낸다. 태국 팬들은 한국인 멤버가 모인 엑소-K와 중국인 멤버로 구성된 엑소-M에 빗대 밀레니엄 보이를 엑소-T라 부르며 “원조 엑소보다 낫다”는 평가로 한국 팬을 자극했다. 국내 팬들이 항의하자 밀레니엄 보이는 11일 공식 유튜브 계정에서 “팬미팅 때 받은 돈은 행사 진행에 썼다. 옷, 팔찌, 모자를 만들어 판 것은 팬들의 요청에 따른 것이지 상업적인 활동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엑소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엑소의 지적재산을 허락없이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며 상업적인 활동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대응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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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원래-김송 “꿍따리 샤바라” 결혼 13년만에 첫아이 낳아

    그룹 ‘클론’ 출신 강원래(45), 가수 김송(42) 부부가 결혼 13년 만에 첫아이를 출산했다. 차병원은 아내 김 씨가 11일 오전 8시 반경 서울 강남 차병원에서 제왕절개술로 몸무게 3.95kg의 아들을 낳았다고 밝혔다. 차병원 관계자는 “김 씨가 남편과 언니가 지켜보는 가운데 출산했다.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고 전했다. 강 씨 부부는 2001년 혼인신고를 하고 2003년 결혼식을 올렸다. 부부는 시험관 아기 시술 여덟 번째 만에 임신에 성공했다. 강 씨는 구준엽과 함께 클론으로 활동하며 ‘꿍따리 샤바라’로 인기를 얻었으나 2000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됐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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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싸이 “좋아요-싫어요 누른 모두에게 감사”

    가수 싸이의 신곡 ‘행오버(Hangover)’를 모두가 좋아하는 건 아니다. 11일 오후 행오버 뮤직비디오의 유튜브 조회수가 3000만 건을 돌파했다. ‘좋아요’는 34만 건이고, ‘싫어요’도 11만 건이나 된다. 싸이의 전작인 ‘강남스타일’(좋아요 839만, 싫어요 104만)이나 ‘젠틀맨’(좋아요 298만, 싫어요 58만)에 비해 싫다는 평가가 늘었다. 행오버가 싫은 사람들이 유튜브에 올린 감상평은 이렇다. “뮤직비디오를 딱 한 번 봤다. 더이상 보지 않겠다.” “강남스타일과 젠틀맨 이후 크게 실망했다. 이 노래를 좋아하긴 어렵다.” “스눕독이 아닌 싸이의 노래를 듣고 싶었다.” 싸이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행오버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좋아요’와 ‘싫어요’가 만든 결과다. 모두에게 감사한다(Good thing and Bad thing make Everything!! THX to all ya!!)”라고 썼다. 9일 공개된 행오버 뮤직비디오는 한국의 음주문화를 과장해서 표현했다. ‘숙취’란 제목에 걸맞게 싸이와 미국의 래퍼 스눕독이 중년 여성들과 노래방에서 어울리고 폭탄주를 만들어 마시는 모습이 담겨 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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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너무했어 너무했어” “예능의 쓴맛 몰랐나봐”

    선거 유세 논란을 일으킨 배우 김정태와 아들 지후(애칭 야꿍이)가 KBS ‘해피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10일 하차했다. 김정태는 이날 소속사를 통해 “공인으로서 신중한 행동을 하지 못해 죄송스럽다. (함께 출연하는) 가족들에게 더이상 심려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진 하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6·4지방선거를 앞두고 나동연 경남 양산시장 당선자 선거 유세 현장에 아들과 나타나 논란이 됐다. 나 당선자는 당시 선거 블로그에 ‘야꿍이와 야꿍이 아빠와 함께하는 나동연의 행복한 동행’이란 제목으로 야꿍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올렸다. 시청자들은 “예능으로 이름을 알린 어린이를 어른들이 정치에 이용했다”며 방송 하차를 요구했다. 김정태 측은 “원래 친분이 있어 유세장에 구경 갔다가 사진이 찍혔다”고 해명했지만 길거리 유세 사진까지 공개되면서 거짓 해명임이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누리꾼들은 “야꿍이가 늘 하는 말 ‘너무했어, 너무했어’처럼 잘못된 행동과 대처였다” “예능의 단맛만 알았지 쓴맛을 몰랐던 것 같다”고 촌평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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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동병상련’ 최지우-권상우, 11년만의 해후

    동병상련(同病相憐)을 나눈 남녀 배우가 11년 만에 다시 만난다. SBS는 월화드라마 ‘닥터 이방인’의 후속작으로 7월부터 방영될 ‘유혹’(가제)에 배우 최지우, 권상우의 출연이 확정됐다고 9일 밝혔다. 일과 성공밖에 모르는 재벌가 상속녀 최지우(유세영 역)가 홍콩 출장에서 우연히 만난 권상우(차석훈 역) 부부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하면서 벌어지는 멜로드라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쓴 한지훈 작가와 ‘내 딸 꽃님이’를 연출한 박영수 PD가 손잡는다. 최지우와 권상우는 2003년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의 주연을 맡아 4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지우의 ‘실땅님’(실장님), 권상우의 ‘사랑은 드러운 거야’(사랑은 돌아오는 거야)와 같은 부정확한 발음으로 연기력 논란에 휩싸였고 지금까지 그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누리꾼들은 “한국어 자막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다”라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지만 “두 사람의 감정 연기만큼은 일품이다. 11년 전 감동을 재현할 것”이란 우호적 의견도 적지 않았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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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요판 커버스토리]오∼ 웹툰 코리아

    “신선하고 창의적이다.” 4월 한국이 주빈국으로 참가한 ‘영국 런던 도서전’에서 외국인들이 자주 꺼낸 말이다. 누구의, 어떤 작품을 보고 이런 말을 했을까. 도서전에는 황석영 이문열 신경숙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참석했다. 찬사의 대상은 이들의 한국 문학 작품이 아닌 ‘웹툰’이었다. ‘웹(web)’과 ‘카툰(cartoon·만화)’을 합성한 말로 인터넷에서 연재하는 만화를 뜻한다. 도서전에 설치된 웹툰 전시를 보면서 ‘21세기 디지털 문화가 낳은 획기적인 장르다’ ‘이런 만화가 있었냐’는 반응이 많았다. 도서전에 참석한 웹툰 ‘미생’의 윤태호 작가(45)의 팬 미팅에는 수백 명이 몰렸다. 윤 작가는 “한국 웹툰은 올해를 해외 진출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한 인기를 넘어 ‘한국 드라마’ ‘케이팝(한국 대중가요)’에 이은 ‘한류(韓流) 3번 타자’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일본에서 웹툰 팬이 증가하면서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도 가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하반기부터 미국, 영국, 호주, 중국에 영어, 중국어로 번역된 웹툰을 서비스한다. 웹툰 유통업체 타파스미디어는 2012년부터 북미에 최초로 웹툰 포털사이트 ‘타파스틱’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 다음은 지난달부터 타파스틱을 통해 웹툰 5편을 연재하기 시작했다. 웹툰 유통업체 레진코믹스는 일본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정부도 지난달 28일 “케이팝에 이어 만화 한류를 키우겠다”며 ‘만화산업 육성 중장기 계획(2014∼2018)’을 발표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계 만화 시장 매출 규모는 9조 원. 이 중 웹툰의 비중은 2017년 22.8%(3조 원)로 예측된다. 문체부 강수상 대중문화산업과장은 “웹툰은 한국이 개발한 창의적인 콘텐츠이기 때문에 전 세계 대중문화를 주도할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웹툰 한류’, 가능한 꿈일까. 김윤종 zozo@donga.com·박훈상 기자  ▼ 1만여종 만화 모인 사이트, 맨 윗자리에 한국 웹툰 ▼1# 프랑스 파리의 풍경 3일 오후 8시 프랑스 파리. 일과를 마친 크리스토퍼 레이몽 씨(38)는 저녁 식사 후 머리를 식힐 겸 TV 대신 노트북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 뉴스를 몇 개 챙겨본 후 세계 각국의 만화가 모여 있는 만화 공유 사이트를 클릭했다. 그는 이 사이트에서 인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웹툰 ‘노블레스’를 즐겨 본다. 레이몽 씨는 한국 웹툰에 대해 “소재가 독창적이고 그림 터치도 달라 일본 망가(漫畵·まんが), 미국 그래픽노블과는 무언가 다른 콘텐츠라고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2#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온 편지 웹툰 ‘닥터 프로스트’의 이종범 작가는 요즘 그림 한 컷 한 컷에 더 공을 들인다. 3월에 받은 한 통의 편지 때문이다. 당시 e메일을 체크하던 이 작가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 심리학과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이 보낸 편지를 발견했다. 메일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 작가님의 웹툰을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독일어 번역 버전은 아직 50여 편밖에 되지 않아 아쉬워요. 이 작품을 심리학 수업 발표에 인용하고 싶은데 허락해주세요.” ‘한국 웹툰’을 즐기는 외국인들 프랑스와 독일뿐만이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한국 ‘웹툰’이 읽히고 있다. 웹툰은 주로 인터넷 커뮤니티나 콘텐츠 공유 사이트를 통해 확산된다. 특히 ‘망가폭스(mangafox)’를 비롯한 만화공유 사이트가 한국 웹툰을 세계로 확산시킨 주요 루트다. 이 사이트에서는 세계 각국의 만화 1만여 종이 영어로 번역돼 올려진다. 저작권이 지켜지지 않는 불법 사이트지만 세계 만화의 추세와 인기를 알 수 있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3일 현재 망가폭스 인기만화 순위를 보면 웹툰 ‘노블레스’가 1위다. 이어 ‘브레이커2’(13위), ‘소녀더와일즈’(16위), ‘더 게이머’(20위), ‘갓 오브 하이스쿨’(21위), ‘신의 탑’(24위) 등 25위권에 한국 웹툰이 6개(24%)나 된다. 그간 망가폭스 인기순위는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 같은 망가가 휩쓸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신의 탑’ ‘노블레스’ ‘갓 오브 하이스쿨’ 등 한국 웹툰이 순위권에 들기 시작해 1∼10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늘었다. 또 다른 만화공유 사이트인 ‘바토토(batoto)’에는 한국 웹툰이 영어뿐 아니라 필리핀어, 터키어, 스페인어, 포르투갈어, 이탈리아어, 독일어, 루마니아어, 폴란드어로 번역돼 게재된다. 중국에서도 한국 웹툰 100여 편이 블로그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 중이다. 국내 누리꾼이 해외 드라마를 번역해 자막을 달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듯 외국인들도 신작 웹툰이 나오면 바로 번역해 커뮤니티에 띄운다. 네이버 김준구 웹툰&웹소설 부장은 “모두 불법으로 번역돼 저작권을 인정받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어쨌든 웹툰이 세계무대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이 사이트들을 통해 ‘국가별 인기 웹툰’을 분석한 결과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노블레스’ ‘브레이커2’ ‘신의 탑’ ‘갓 오브 하이스쿨’ 등 판타지풍 웹툰이 인기였다. ‘마음의 소리’ ‘다이어터’와 같이 일상 속 소소한 에피소드를 다룬 생활형 웹툰은 중국에서 호응이 컸다. 일본에서는 한국 전통 신화를 다룬 ‘신과 함께’가 인기다. 이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일본 작가마저 나왔을 정도. 국내 웹툰 작가들은 세계적인 인기가 ‘믿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웹툰 ‘신의 탑’의 SIU 작가,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박용제 작가, ‘노블레스’의 손제호(글) 이광수(그림) 작가는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에서 겪은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웃음이 나온다. 당시 웹툰 작가 사인회가 열릴 예정이었지만 이들은 해외 팬이 오지 않을까 봐 걱정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사인회 당일 ‘한국 웹툰 팬’을 자처하며 유럽인 수백 명이 몰렸다. 안전사고가 우려돼 경비요원까지 출동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왔다는 한 여성은 손수 한국어로 써온 팬레터를 작가들에게 전달했다. 독일 교사 마리아 씨(38)는 “학생들에게 스트레스 풀고 기운 낼 때 한국 웹툰을 권한다”고 말했다. 웹툰 업체들은 전 세계의 웹툰 잠재 독자가 1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왜 웹툰에 빠졌나… 일본 ‘망가’, 미국 ‘그래픽노블’과의 차별점 때문 웹툰은 2000년대 초반 국내 포털사이트를 통해 첫선을 보였다. 2005, 2006년을 기점으로 강도하 등 실험적인 웹툰 작가가 늘면서 웹툰 특유의 연출기법이 개발됐다. 장르도 다양해졌다. 2010년 이후에는 인터넷 기반이 PC에서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웹툰이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는 ‘모바일 시대의 킬러 콘텐츠’라는 찬사까지 받게 됐다. 이 같은 호응이 국내를 넘어 세계로까지 확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팀이 만난 해외 웹툰 팬 중 상당수는 “웹툰의 매력은 일본 망가나, 마블코믹스로 대변되는 미국의 그래픽노블과 무언가 다르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자국에는 없는 ‘새롭고 창의적인 콘텐츠’라는 이미지를 준다는 것이다. 웹툰의 가장 큰 차별점은 ‘세로 스크롤’, 즉, 책장을 넘기는 대신에 마우스 스크롤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내리면서 읽는 행위에서 나온다. 이 때문에 양면(兩面) 연출을 기본으로 하는 망가, 그래픽노블에선 표현할 수 없는 창의적 그림 연출이 가능해진다. 기존 만화는 왼쪽에서 오른쪽 혹은 그 반대로 읽어야 하며 각각의 장면은 ‘칸’이라는 물리적 한계 속에 갇혀 있다. 반면에 웹툰은 두루마리 펼치듯 올렸다 내렸다 하며 읽을 수 있기 때문에 한 호흡으로 내용을 길게 연결해 읽는 느낌을 준다. 책장을 넘길 때 나타나는 영상의 끊김이 덜해 긴장감, 몰입감이 높아진다. 스크롤을 통해 줌 인·아웃, 페이드 인·아웃, 반전연출 같은 영화적 기법도 적용할 수 있다. 100% 컬러 그림에 배경음악(BGM), 플래시 효과를 넣어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듯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반면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망가, 그래픽노블은 기존 출판만화를 스캔해 그대로 옮긴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웹툰만의 독특한 기법은 다수의 작가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만든, 집단지성의 결과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이도형 만화스토리산업팀장은 “웹툰 초기에 작가들이 기존 만화처럼 먹선으로 그림을 그려보기도 하고 칸을 나눠보는 등 다양한 실험과 실패를 반복했다. 그 결실이 숙성해 인터넷에 최적화된 포맷이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 “아래로 쭉 읽기 편해… 日 망가엔 없는 매력” ▼웹툰은 한국 특유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인터넷 문화가 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도 있다. 우선 웹툰을 읽으려면 인터넷 속도가 빨라야 한다. ‘웹툰’이란 장르가 일본,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먼저 생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웹툰을 보기 위해 특정 프로그램을 깔 필요도 없다. 링크만 걸어두면 클릭 한 번으로 볼 수 있다. 웹툰은 작가가 연재를 시작하면 누리꾼은 댓글로 리뷰와 비평을 쓴다. 작가가 댓글에 답하는 피드백도 빠르다. 독자의 반응이 스토리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한국 인터넷 문화의 전형성이 웹툰에 스며들어 있다.농부, 경찰, 교사 등 다양한 작가군… 영상 콘텐츠의 원천 되기도 외국 웹툰 팬들은 “형식뿐 아니라 내용물, 즉 스토리 측면에서도 웹툰은 독특하다”고 평가한다. 이는 작가의 창의력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제작 시스템 덕분이다. 과거 만화 작가가 되려면 유명 만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가 도제식 수업을 거친 후 데뷔해야 했다. 하지만 웹툰은 포털사이트 내 웹툰 작가 데뷔 코너나 개인 블로그를 통해 곧바로 작품을 낼 수 있다. 그래서 다양한 경험을 가진 신진 작가들이 매일같이 등장한다. 그러다 보니 소재도 천차만별이다. 실제 인기 웹툰 ‘뽈스토리’(‘폴리스 스토리’의 줄임말)를 그린 작가는 현직 경찰이다. 서울지방경찰청 홍보담당관실 강현주 경사(33·여)는 2007년 4월부터 일선 지구대 경찰관의 에피소드와 애환을 그린 이 웹툰을 인터넷에 연재했다. 이 작품은 연재 1년 만에 누적 조회수 100만 회를 돌파했고 2010년 단행본으로도 출판됐다. 강 경사는 “자신의 직업이나 전문성, 일상 경험을 웹툰으로 옮겨 데뷔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웹툰 ‘매지컬 고삼즈’를 그리는 seri(본명 이가영)와 비완(본명 최윤경) 작가는 현직 교사다. 두 작가는 학교 교육현장의 문제점을 판타지 형식의 웹툰에 녹였다. ‘들어는 보았나. 질풍기획’을 그리는 이현민 작가는 9년 차 광고회사 직원 출신. 그는 광고제작사에서 생활했던 경험을 웹툰으로 풀어냈다. ‘달이 내린 산기슭’을 연재 중인 손장원 작가는 지질학 박사 출신 경력을 살려 우리 땅에 얽힌 이야기를 오래된 지층과 산속에 사는 신비한 정령과 결합했다. ‘오!솔로’를 연재한 정이리이리 작가는 현직 농부다. 일각에서는 다양한 작가군 때문에 웹툰의 그림, 스토리의 전문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다양한 작가군에서 다채로운 소재와 기획이 나온다”고 반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웹툰은 소재의 다양함 때문에 영화나 드라마의 원천 소스로도 각광받고 있다. ‘배트맨’ ‘아이언맨’ 등 미국의 그래픽노블이 드라마, 영화로 확대, 재생산되는 것과 유사한 셈이다. 지난해 690만 명을 모은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원작도 웹툰이다. 2010년 윤태호 작가의 웹툰 ‘이끼’가 영화화되면서 340만 관객을, 2012년 강풀 작품을 영화화한 ‘이웃사람’, ‘26년’이 각각 240만 명, 290만 명을 모았다. 영화계에선 “한국 영화의 독자적인 시나리오 빈곤을 웹툰이 메우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도 웹툰 ‘패션왕’ ‘내부자들’ 등이 영화화된다. 박인하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 교수는 “스크롤 방식으로 보는 웹툰은 전개 속도가 빨라 영상으로 제작하기 편하다”며 “시장도 성장세라 더 독특하고 새롭고 다양한 웹툰이 나오고 대중문화 이야기의 원천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웹툰 한류’를 위하여… 세계 만화산업계는 웹툰을 불황에 빠진 만화산업을 부흥시킬 수 있는 ‘희망’으로도 본다. 만화산업은 1994년을 기점으로 불황에 빠진 상태다. PC와 게임의 등장으로 인쇄만화의 인기가 감소한 데다 불법 복제와 온라인 확산이 쉬워져 만화산업 자체가 위축됐다. 각국 만화가, 출판사들이 새로운 만화 퍼블리싱(publishing) 모델을 고민하던 차에 웹툰이 등장한 것. 웹툰은 만화 콘텐츠 온라인 상용화의 첫 성공 사례다. ‘위키피디아’에도 “웹툰은 한국에서 상용화한 ‘만화 퍼블리싱 모델’”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웹툰 한류’를 활짝 꽃피우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웹툰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은 데다 저작권도 보호되지 않아 창작 의욕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경고한다. 웹툰은 대부분 네이버, 다음 등에서 무료로 연재된다. 포털사이트들이 작가에게 원고료를 지급하지만 감상 자체가 무료인 탓에 인기 작가를 제외하고는 수입 수준이 높지 않다. 원고료를 제대로 주려면 웹툰을 유료화해야 하지만 각종 웹하드, 온라인 커뮤니티 불법 공유로 유료화하기도 쉽지 않다. ‘만화는 공짜’라는 인식도 문제다. 이인화 이화여대 디지털미디어학부 교수는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은 우연이자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웹툰의 저작권을 보호하는 법안 등을 통해 양질의 작가가 계속 나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웹툰 한류’를 위해선 번역 지원이 절실하다. 만화 대사는 간결한 구어체 위주로 돼 있어 만화 전문 번역가가 필요하다. 해외에는 웹툰을 불법 게재한 후 독자를 모아 광고 수익을 올리는 불법 공유 사이트도 많다. 해외 사이트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작가나 웹툰 업체가 대처하기 어렵다. 웹툰 유통업체 타파스미디어 김창원 대표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해외 불법 사이트 모니터링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개별 작품보다는 한국 웹툰의 그림, 연출 스타일, 나아가 플랫폼과 수익모델을 정교하게 구축해 이를 패키지로 수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웹툰 플랫폼을 수출하고 그 플랫폼을 채울 콘텐츠는 미국, 유럽, 중국인 작가들로 우선 채우자는 전략이다. 박석환 한국영상대 만화콘텐츠과 교수는 “한국 작가의 작품 위주로만 해외에 진출하면 언어적, 정서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해외 작가로 하여금 한국 웹툰 스타일로 작품을 만들게 하고 국내 업체가 만든 웹툰 플랫폼에 이를 연재하는 등 플랫폼 자체를 보급해야 ‘웹툰 한류’가 완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 “러시아서 온 팬레터, 외계어인가 싶어 당황했죠 하하” ▼한국 웹툰 바람 이끄는 ‘노블레스’ 손제호-이광수 작가웹툰 작가들은 구글 번역기를 돌린다. 팬레터를 읽기 위해서다. 웹툰 ‘노블레스’의 손제호(37·글), 이광수(33·그림) 작가는 세계 각지 팬들이 보낸 e메일을 일주일에 10∼20통씩 받는다.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중국어, 타갈로그어(필리핀), 태국어까지 언어도 다양하다. 영어 e메일은 ‘amazing’(놀라운) 같은 익숙한 단어가 읽히지만 러시아어 e메일을 받고선 외계어인 양 당황했단다. 번역기로 돌린 메일에는 “화려한 색채의 그림을 스크롤로 내려 보니 신기하다”, “웹툰이든 책이든 하루빨리 정식으로 번역된 작품을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일부 팬들은 자국어로 쓴 메일을 구글 번역기를 이용해 한국어로 바꾼 다음 보내기도 한다.어둠의 만화 시장에서 1위 ‘노블레스’로 웹툰 한류를 이끄는 손제호, 이광수 작가를 경기 시흥시 이 작가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작업실 책장에는 일본 망가(만화)를 대표하는 일명 ‘원나블’(만화 ‘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의 앞 글자를 딴 말) 만화책이 가득 꽂혀 있었다. 전 세계 만화 1만여 종이 불법 번역돼 올라오는 영어권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망가폭스’에서 ‘노블레스’는 원나블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홈페이지 메인에는 ‘노블레스’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다. 하지만 두 작가는 1위 소식에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출판만화인 ‘원나블’과 매체가 다르니 단순 비교가 어렵습니다. 외국에서 많이 본다고 하지만 불법 번역판이니 마냥 좋아할 수도 없어요.”(이) “해외에도 웹툰 시장이 열리면 좋겠습니다. 한국 웹툰이 전 세계에서 읽히고 그 큰 시장에서 제대로 경쟁하고 싶습니다.”(손) ‘노블레스’는 세계인에게 익숙한 소재인 뱀파이어 전설에서 착안해 만들었다. 절대강자인 주인공 ‘카디스 에트라마 디 라이제르’(줄여서 ‘라이’라고 부른다·오른쪽 그림)가 820년 만에 오랜 잠에서 깨어나 인간을 위해 뱀파이어, 변종인간 같은 악의 세력과 맞서는 내용을 그렸다. 라이가 고등학교 학생으로 생활하며 현대 문명에 어색해하는 유머코드도 담겨 있다. 전 세계에서 웹툰 한류를 이끌어낸 데는 주인공 라이의 힘이 컸다. 주인공의 매력으로 승부하는 슈퍼히어로 그래픽노블의 성공과 닮아 있다. 라이는 정신지배 능력을 갖고 있지만 힘을 사용할 때마다 수명이 줄어든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팬들도 인터넷에서 라이가 죽어도 노블레스를 계속 볼지를 투표에 부치고 토론까지 벌인다. 남성 팬들은 ‘멋있다’고 환호하고 여성 팬들은 ‘반했다’며 지지를 보낸다. 손 작가는 “라이가 이야기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기에 진짜 살아있는 존재처럼 차를 마시는 자세, 타인을 바라보는 눈빛까지 매력과 분위기를 디테일하게 묘사한다. 누구나 매력을 느끼고 감탄할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라이의 폭발력은 굉장했다. 2009년 3월 76화에서 라이는 친구를 위험에 빠뜨린 적을 무릎 꿇게 하고 “꿇어라. 이것이 너와 나의 눈높이다”라고 내뱉는다. 이 한마디 대사로 노블레스는 네이버 웹툰 순위 1위로 치솟았다. 곧 “This is the difference between your and my eye-level”로 번역돼 세계로 퍼졌다. 이 작가는 “제호 형이 건네준 원고를 보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시나리오를 그림으로 그리고선 카타르시스까지 느낄 정도였다”고 했다. 손 작가도 “스토리를 넘기고 웹툰을 업로드하는 마지막까지 그 대사를 매만졌다. 흔한 문장인데 캐릭터의 느낌을 어떻게 살릴까 며칠 고민했다”고 했다.“내게 없는 재주에 끌렸다” 두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상대의 재주에 이끌려 만났다. 2007년 전북 익산에 살던 이 작가는 경기 고양시에 사는 친한 형을 만나러 왔다가 같은 오피스텔에 사는 손 작가를 우연히 만났다. 당시 손 작가는 2004년 장르소설 ‘비커즈’로 이름을 알린 프로 작가였고, 이 작가는 만화가 데뷔를 꿈꾸는 아마추어였다. 이 작가는 친한 형 집에서 손 작가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소설 속 이야기에 푹 빠져 앉은 자리에서 시리즈를 모두 읽었다. 그는 “만화에서 그림이 전부라고 믿었고 만화를 보면 그림체만 봤다. 형의 소설을 읽고서야 이야기의 매력에 눈을 떴다”고 했다. “머릿속엔 ‘비커즈’를 만화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가진 돈 탈탈 털어 맥주를 사서 형의 방문을 두드렸어요.” 손 작가는 단박에 부탁을 거절했다. 데뷔도 안 한 지망생이 뛰어난 그림 솜씨가 필요한 판타지를 그려낼 수 있을지, 설사 시작한다고 해도 완결할 수 있을지 못 미더웠다. 소설로 나온 이야기를 만화로 옮기면 독자가 궁금해할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이 작가는 고향으로 돌아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비커즈’ 등장인물을 올 컬러로 그려 손 작가에게 보냈다. 같은 인물도 여러 모습으로 석 달 동안 꾸준히 그렸다. 손 작가는 “광수의 그림을 보는데 실력이 정말 뛰어났다. 이 친구라면 내가 머릿속으로 펼치는 상상을 그림으로 옮기겠구나란 확신이 들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출판만화 대신 웹툰을 선택했다. 지면의 한계에 묶이지 않고 웹툰에서 마음껏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다. 2007년 12월 ‘노블레스’를 네이버, 다음에 도전만화로 올렸다. 6개월 만에 네이버에서 정식 연재 요청을 받았다. “우리 앞에 놓인 길은 안개가 가려 뿌연 길이었습니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으니 인생을 건 모험이었죠. 그래도 그때도 일본에 가자, 세계로 가자고 서로 북돋우며 꿈은 크게 가졌습니다.”(손, 이)누적 조회수 13억 올해 두 사람은 건강 문제로 두 달 이상 연재를 쉬었다. 손 작가는 1월 견갑골 종양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양성 종양이라 제거 수술만 받았지만 첫 진단에서 악성 종양 가능성이 크다고 나와 마음고생을 했다. 손 작가는 “아내와 어린 딸도 걱정됐지만 노블레스를 끝낼 수 있을지 두려웠다”고 말했다. 3월에는 이 작가가 긴장성 기흉으로 수술을 받았다. 웹툰만 그리느라 건강 관리를 못했다는 그의 가죽 의자 팔걸이는 닳아서 망가져 있었다. 노블레스는 2007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24회가 연재되는 동안 누적 조회수가 13억 건을 넘었고 단행본도 약 12만 부가 팔렸다. 이제 느긋해질 만도 한데 반대였다. “육신은 여기 있지만 정신은 노블레스 세계 속에 살고 있어요. 이제 더 많은 웹툰 작가와 작품으로 경쟁해야 하니 더 치열하게 삽니다.”(손) “단순한 순위 경쟁은 신경 안 쓸 때가 많아요. 오히려 그림을 그릴 때 자신과의 싸움이 중요합니다. 거기서 이기면 성취감이 더 큽니다.”(이)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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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S 이사회 “보도통제 부분은 논란있어 해임사유에서 빼”

    5일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다룬 KBS 이사회가 열린 KBS 본관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파업 중인 노조원들은 이사회장 앞에서 길 사장 해임을 요청하는 시위를 벌였다. 11명의 이사들은 찬성 7표, 반대 4표로 해임제청안을 통과시킨 뒤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이길영 이사장은 최양수 이사에게 인터뷰 답변을 일임했다. 여당 측 최 이사와 야당 측 김주언 이사와의 문답을 정리했다.▽여당 측 최양수 운영이사 ―여대야소 이사회에서 해임제청안 통과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앞서 사장 해임제청안을 상정하고 처리하기로 이사들이 합의한 만큼, 그에 따라 표결을 진행한 것일 뿐이다.” ―애초 야당 측 이사들이 해임제청안을 상정할 당시 가장 첫 번째 해임 사유였던 보도통제에 따른 공신력 훼손에 대한 부분은 이번에 빠졌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이 안 됐기 때문이다. (보도에 대한) 협의냐, 간섭이냐, 개입이냐, 압력이냐에 대한 것도 확인이 어렵다. 법적인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안자(야당 측 이사)들이 받아들여 수정해 다시 제출했다.” ―앞으로 이사회 일정은 어떻게 되나.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신임 사장 선임 절차에 전념할 것이다.”▽야당 측 김주언 운영이사 ―이사회 분위기는 어땠나. “이사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의견을 개진했다. 토론 분위기는 아니었다.” ―왜 해임제청안을 수정했나. “보도통제에 대한 부분은 논란이 있었다. 이를 해임 사유로 올리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정안을 제출했다. 대신 일련의 간부들 보직 사퇴로 (길 사장의) 지휘 통솔력이 무너진 부분을 넣었다.” ―이사회 결정의 핵심은 무엇인가. “길 사장이 더이상 경영권을 유지할 수 없다는 데 이사들의 의견이 모인 것이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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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직간부 줄사퇴에 與측 이사들도 “吉사장으론 안되겠다”

    5일 KBS 이사회의 길환영 사장(사진) 해임제청안은 이날 밤늦게 결정될 수 있다는 예측과 달리 2시간 반 만에 통과됐다. KBS 이사회는 2012년 말 길 사장을 선임했으며 여당 추천 이사 7명, 야당 추천 이사 4명 등 11명으로 구성됐다. 이사회는 무기명으로 진행된 투표에서 찬성 7표, 반대 4표로 해임제청안을 통과시켰다. 야당 측 이사뿐 아니라 여당 측 이사 중 3명이 길 사장의 해임에 동의한 것이다. KBS 공채 PD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BS 사장에 올라 주목받은 길 사장은 지난달 9일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보도 개입설 주장 이후 27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길 사장의 임기는 2015년 11월까지로 3년 임기의 절반 정도를 남겨둔 상태다.○ 길환영 사장, 해임안 통과의 배경 이날 오후 4시에 시작된 이사회는 먼저 이사들이 자신들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때 야당 측 이사들은 수정된 해임제청안을 바탕으로 해임의 불가피성을 주장했고 대다수 이사는 양대 노조가 동시 총파업을 벌이는 등 길 사장의 직무 수행이 사실상 어렵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서면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출한 길 사장은 이날 표결을 앞두고 이사회에 모습을 나타냈다. 길 사장은 이 자리에서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보장할 확고한 장치를 마련하겠다”면서 “노조의 불법 파업은 엄정 대처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길 사장이 의견 진술을 하는 동안 이사들은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묵묵히 듣기만 것으로 알려졌다. 길 사장이 퇴장한 뒤 이사들은 투표를 실시해 해임제청안을 가결시켰다. 이 과정에서 여당 추천의 양성수 이사는 투표에 참여한 뒤 이사직을 사퇴했다. 양 이사는 “보도통제 여부에 대해 사실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직무 수행 능력을 문제 삼아 해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불법적인 파업에 대한 부담으로 이사회가 사장을 해임하는 것은 KBS 이사회가 법치에서 벗어나 힘에 논리에 휘둘리는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해임의결안 통과에는 KBS 양대 노조의 동시 파업 및 보도본부 간부들의 줄 이은 보직 사퇴와 기자들의 제작 거부에 따른 부실한 6·4지방선거 개표 방송, 월드컵의 파행 방송에 대한 부담 등이 여당 측 이사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KBS 사장들은 노조의 압박을 받아왔으나 길 사장처럼 ‘고립무원’이 된 사례는 흔치 않다. KBS의 한 간부는 “김인규 사장은 새노조와는 불편한 관계였지만 1노조와는 비교적 소통이 잘되는 편이었다”며 “길 사장과는 여러모로 삐걱거리는 게 많았다. 이번 파업이 확산된 데는 1노조가 등을 돌린 영향도 컸다”고 전했다. 여기에 길 사장이 이명박 정부 말기에 임명된 PD 출신 사장이라는 점도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보도본부 간부 출신 한 인사는 “사장이 뉴스 큐시트를 받아보거나 보도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과거 사장 때도 있었다. 그런데 (길 사장은) 아무래도 PD 출신이라 그런지 보도에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나치게 위의 눈치를 본다’ ‘무리수를 둔다’는 평이 많았다”고 전했다.○ KBS 내부 반응과 향후 전망 길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지난달 29일부터 공동 파업을 벌여온 KBS 양대 노조는 이날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업무에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길 사장이 사실상 퇴진함에 따라 파업을 멈추고 우리들의 일터인 방송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는 절차에 따라 수일 내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에게 길 사장에 대한 해임을 제청하게 되며, 대통령이 받아들이면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간다. KBS 이사회는 면접을 거쳐 사장 후보자 최종 1인을 뽑은 후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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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려견 127만 마리… “엄마 외출할 동안 잘 놀고 있어야돼”

    개와 TV를 봤다. 기자는 최근 서울 여의도 반려견 전용 인터넷방송 채널해피독 사무실에서 쿠키, 마이 프레셔스와 TV 앞에 앉았다. 쿠키는 여섯 살짜리 래브라도 레트리버, 마이 프레셔스는 생후 7개월인 시베리안 허스키다. TV 화면에서 개가 개껌을 뜯자 쿠키가 화면 앞으로 돌진하더니 코를 킁킁거렸다. 이어진 당구대 장면에선 알록달록한 당구공이 경쾌한 파열음을 내며 빠르게 굴러다녔다. 마이 프레셔스의 고개도 정신없이 따라 움직였다. 기자의 눈엔 지루한 폐쇄회로(CC)TV 같은데 개들에겐 배꼽 잡는 예능이었다. 반려견 127만 마리(농림축산식품부 추산) 시대를 맞아 개 전용 방송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CJ헬로비전은 올 2월 미국에서 제작한 ‘도그TV’ 판권을 구입해 이스라엘,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방송을 시작했다. 채널해피독도 지난달부터 프로그램을 자체 제작해 인터넷으로 방송하고 있다. 주요 시청층은 혼자 집 지키는 개들이다. 주인은 외출할 때 반려견을 위해 TV를 켜놓고 나간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시청견’도 늘어나는 추세다. 채널해피독 자문을 맡은 박철 전북대 수의학과 교수는 “홀로 집에 남겨진 반려견은 울부짖거나 문을 긁으며 낑낑대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분리불안증을 앓는 개들은 다른 강아지가 노는 모습을 TV로 보며 안정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들은 코미디를 선호한다. 개 전용 프로그램에선 주기적으로 ‘헥헥헥’ 하며 헐떡이는 소리가 났는데, 이 소리만 나면 한눈팔던 개들도 화면을 보고 꼬리를 흔들었다. 곽상기 채널해피독 대표는 “개들이 노는 장면을 촬영한 뒤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개가 기분 좋을 때 내는 소리만 따로 편집해 담는다”고 밝혔다. 도시 생활을 하는 개들을 위해 자연 풍경과 함께 물 바람 새 소리도 들려준다. 여기엔 건국대 수의학과 박희명 교수팀이 연구한 반려견 안정을 위한 고주파 소리도 포함돼 있다. 개만 들을 수 있는 소리여서 기자는 아무리 귀를 기울여도 들을 수 없었다. 한참 TV를 보고 있으니 개가 돼 거리를 활보하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개의 눈높이에 맞춘 카메라 앵글 때문에 화면 속 길가는 사람들의 정강이만 보이고 맞은편에서 다가오는 개와 눈도 마주쳤다. 개를 캐스팅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출연료도 없다. 자기 개가 TV 화면에 나오길 바라는 주인이 많기 때문이다. 캐스팅 기준은 외모보다는 잘 노는 ‘예능감’이 중요하다. 정석현 채널해피독 PD는 "개들은 자기와 같은 종이 TV에 나오면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거의 모든 종의 개가 출연한다"고 말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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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신료인상’은 목청… 광고폐지 요구엔 딴청

    요즘 인터넷에서는 ‘TV 수신료 안 내는 법’이란 게시글이 퍼지고 있다. KBS가 세월호 참사 보도와 관련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자 시청자들이 KBS의 수신료 인상 추진에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누리꾼들은 ‘한국전력공사 고객센터로 전화해 0번을 누른다’로 시작해 KBS 직원의 확인 방문을 피해가는 법까지 자세한 매뉴얼을 공유하고 있다. KBS 수신료 인상을 위한 ‘텔레비전방송수신료 인상 승인안’은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에 계류 중이다. 국회 승인을 얻으면 현재 월 2500원인 수신료가 4000원으로 오른다. KBS는 수신료를 올리는 대신 연간 6200억 원대인 광고 수입(2012년 기준)을 2018년까지 4100억 원대로 줄이기로 했다. 그러면 KBS 수입에서 수신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37%에서 53%로 늘고, 광고 수입 비중은 40%에서 22%로 줄게 된다. 하지만 수신료 인상안 통과는 불투명하다. 우선 야당이 편파 보도 등을 이유로 수신료 인상에 반대하고 있다. 8일 국회 미방위 소속 여당 의원들은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했다가 야당 의원들의 항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수신료 인상의 전제 조건인 ‘광고 없는 공영방송’에 대한 KBS의 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KBS는 인상안에서 광고 축소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광고 폐지 시간대도 시청자가 가장 많은 황금시간대를 피해 어린이 청소년 가족 시간대로 정했다. 수신료 인상안을 검토한 미방위 이인용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수신료 인상 사유가 과거 국민적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한 요인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했다”며 “KBS가 정당성의 위기, 정체성의 위기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 방안을 제시하기보다 경영의 위기에만 호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일상 건국대 명예교수는 “광고 수입 비중을 얼마나 줄일 것인지 확약하고 방만한 경영부터 정리해야 수신료 인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19일부터 지속돼온 방송 파행으로 수신료 인상에 대한 시청자들의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점도 새로운 변수다.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공영방송이길 포기했으니 우리도 돈을 낼 필요가 없다” “수신료 거부 운동이나 KBS 문닫기 운동을 해야겠다”며 KBS를 성토하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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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륜-막말 판치는 ‘空營방송’… 심의제재 건수 상업방송 능가

    가족마저 돈의 잣대로만 평가하는 어머니, 성실한 남편이 사업에 실패하자 바로 옛 애인과 불륜에 빠지는 아내, 바람난 남편을 잡으려고 납치 자작극까지 벌이는 여자…. 조간신문 사회면에 나오는 엽기적인 사건 기사가 아니다. KBS가 온 가족이 시청하는 주말 저녁 시간대에 편성한 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의 내용이다. 이 드라마는 올 2월 막을 내릴 때까지 시종일관 막장 드라마라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길환영 KBS 사장은 드라마 종방연에 참석해 “할머니, 아버지, 자식 삼대를 아우르는 훈훈한 이야기로 수신료의 가치를 전하는 대표적 KBS 드라마”라고 칭찬했다. 한국 공영방송의 초라한 의식 수준을 보여주는 씁쓸한 에피소드다.○ KBS 올해 심의 제재 건수 1위 KBS는 보도 기능만 상실한 것이 아니다. 상업 채널과 구분이 안 되는 막장 오락물은 더 큰 문제다. 시청자들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해 교양 수준을 높이는 공영방송의 책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올 4월 KBS(KBS1, KBS2)가 문제 있는 방송을 내보내 받은 제재 건수는 59건으로 MBC(56건)나 SBS(57건)보다 많다. 올해 통계만 봐도 KBS가 받은 제재 건수는 20건으로 지상파 중 1위다. 지상파 방송의 연예 오락 분야 제재건수만 따지면 전체 24건 가운데 11건이 KBS가 받은 제재다. KBS 드라마는 ‘무법지대’다. 지난해 10월 방영된 월화드라마 ‘미래의 선택’에서 해고된 여주인공이 방송작가가 될 기회를 얻자 남자 직원들은 “근데 어떻게 꼬신 거야. 혹시 뭐 김신(간판 아나운서)이랑 잤어?”라고 성희롱했다. 같은 해 6월 일일드라마 ‘지성이면 감천’에선 타인의 동의 없이 유전자 시료를 채취해 검사를 의뢰하는 불법행위가 등장했다. 예능도 다른 상업 방송과 차이가 없다. 올 3월 방영된 ‘맘마미아’에선 20세 남자 아이돌 가수가 어머니를 ‘○○이’, ‘○○아’라고 이름으로 부르며 반말하는 장면이 나왔다. 남자 출연자가 뚱뚱한 여성 진행자에게 “개 사료 드세요”라고 묻거나(토크쇼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2월 24일 방영분), 남자 배우가 개인기를 보여준다며 성행위할 때 여성이 내는 신음소리를 비트박스로 흉내 내는 모습(‘우리동네 예체능’ 지난해 4월 23일)이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했다. KBS는 최근 편성표를 무시하고 일요 예능 시작시간을 오후 4시 50분대에서 4시 20분대로 기습적으로 바꿔 일요예능 시간 앞당기기 경쟁도 주도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빨리 예능 프로를 내보내 시청자를 잡겠다는 꼼수다. SBS 관계자는 “MBC와 SBS에서 방송 시간 가이드라인을 정하자고 했지만 KBS가 거부했다”고 주장했다. KBS는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예능과 드라마 제작 철학이 없다 KBS의 막장 드라마, 끝장 예능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9년 4월 방영된 드라마 ‘장화홍련’에서는 며느리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감금하는 장면이 나와 사회적 논란이 됐다. 같은 해 ‘미녀들의 수다’는 “키가 작은 남성은 루저라고 생각한다”는 여성 출연자의 발언을 그대로 내보내 물의를 빚었다. KBS는 ‘루저 발언’ 사태 후 ‘방송의 소재 및 표현에 관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에 따르면 반사회적 가치를 조장하는 표현이나 특정 집단과 개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방송할 수 없다. 특정 신체 부위를 세밀히 묘사해도, 미신 소문 비과학적인 사실과 욕설이나 과도한 사적 이야기를 내보내서도 안 된다. 하지만 가이드라인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S 관계자는 “시청률만 높게 나오면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는 따지지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회사원 박재석 씨(39)는 “선정성, 막장 논란이 터지면 매번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 공영방송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하지만 변하는 것은 없다”고 비판했다. 다음 달 방송되는 일일드라마 ‘뻐꾸기 둥지’는 방영 전부터 “또 막장 드라마인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KBS는 ‘오빠를 죽음으로 내몬 여자의 대리모가 돼 복수를 꿈꾸는 여인과 아이를 지키려고 분투하는 여자의 갈등을 그린 처절한 복수극’으로 홍보하고 있다. 드라마 포스터에는 아기를 안은 배우 장서희와 그의 목을 섬뜩한 표정으로 만지는 이채영의 사진까지 실렸다.  ▼ NHK-BBC에선 막장 드라마 꿈도 못꿔 ▼외국의 공영방송은드라마-오락프로도 품격 지향… 상업방송과 철저히 차별화KBS, 제작비용 절감 노력 없이… “수신료 비중 낮다” 타령만다른 나라의 공영방송은 어떨까. 선진국의 공영방송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KBS와 같은 막장 드라마나 선정적인 예능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외국의 경우 공영방송은 보도와 시사뿐만 아니라 오락 프로그램도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방송사 조직원들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 NHK의 경우 드라마도 ‘착하게’ 만든다. 현재 방영 중인 일일드라마 ‘하나코와 앤’은 캐나다 작가 루시 몽고메리가 쓴 소설 ‘빨간 머리 앤’을 처음 일본어로 번역해 소개한 여류 번역가 무라오카 하나코(村岡花子)의 일대기를 다뤘다. 9월 방송되는 일일드라마도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로 불리는 다케쓰루 마사타카(竹鶴政孝)의 일생을 그린 작품이다. ‘공영방송’ KBS의 일일드라마는 어떨까. 현재 방영 중인 ‘천상 여자’는 ‘수녀의 복수극’이라는 엽기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다. 재벌가 사위가 되기 위해 자신의 아이를 가진 여자를 버린 남자, 살해당한 언니의 복수를 하려는 수녀 동생, 망나니 재벌 3세의 집안 갈등 등 막장 요소들이 버무려진다. 안창현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원은 “NHK는 예능도 정보와 오락이 결합된 인포테인먼트 형식이나 ‘가요무대’ 같은 음악 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며 “상업방송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전했다. 영국 BBC도 마찬가지다. 현재 방영 중인 일일드라마 ‘이스트엔더스(EastEnders)’는 런던 시민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작품으로 1985년 시작된 영국의 ‘국민 드라마’다. 시간여행을 다룬 ‘닥터 후’, 귀족사회를 그린 ‘다운턴 애비’, 셜록 홈스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셜록’처럼 BBC 드라마는 세계 시장에서도 수작으로 꼽힌다. ‘셜록’ 시리즈는 180개 국가에 판매돼 세계적인 신드롬을 일으켰다. 오락도 사회적 의미를 중시한다. BBC가 지난해 만든 리얼리티 프로그램 ‘익스트림 OCD캠프(Extreme OCD Camp)’는 강박증 환자가 치유되는 모습을, ‘SAS’는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견뎌내는 과정을 다뤘다. BBC는 올 2월 퀴즈쇼 ‘모크 더 위크(Mock the Week)’가 여성 출연자를 홀대한다는 비판을 받자 남자만 나오는 오락 프로의 방영을 금지하기도 했다. KBS는 선정적이라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재원 구조 탓을 한다. 재원의 70% 이상을 수신료로 충당하는 BBC NHK와, 수신료 비중이 38%에 그쳐 광고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KBS를 단순 비교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금의 KBS 재원 구조로도 공영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정준희 강의전담 교수는 “NHK는 자사 출연 연예인의 출연료를 민영 방송사의 5분의 1만 주는 방법으로 예산을 아낀다”며 “KBS도 스타 위주의 캐스팅을 줄이고 창의적인 오락 프로 포맷을 개발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김윤종 기자}

    • 2014-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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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장 임명에 정치적 입김… 임기 내내 공정성 시비 휘말려

    《 “침몰하는 KBS 저널리즘을 이대로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습니다.” KBS 기자들이 이런 ‘양심 고백’을 하고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간 지 28일로 10일째가 된다. 이사회는 방송법상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 위반을 이유로 길환영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상정했다. 28일 열리는 정기 이사회에서 길 사장에 대한 해임 제청안이 통과되면 길 사장은 방송의 자유를 지켜내지 못해 쫓겨나는 첫 번째 사장이 된다. 역대 사장 가운데 서영훈(1990년) 정연주 사장(2008년)이 해임된 적은 있지만 각각 ‘예산 변칙 지출’과 ‘방만 경영’이 이유였다. 길 사장이 해임되지 않으면 KBS 양대 노조는 파업에 돌입할 예정이어서 교양과 예능 프로그램의 파행 방송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언론노조 KBS 본부(새노조)가 23일 파업 결의를 한 데 이어 27일 KBS노조(1노조)도 재적조합원의 94.28%가 참여한 파업 찬반투표에서 83.14% 찬성률로 총파업을 가결했다. 국가적 재난이 돼 버린 KBS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뭡니까. 국민들이 내는 수신료로 9시 뉴스를 20분만 방영하네요.” “공영방송이 개인방송입니까. 걸핏하면 제작 거부니 파업이니 하고.” 기자들의 제작 거부로 뉴스 프로그램이 축소 방송되거나 결방되는 일이 이어지자 KBS 시청자 게시판에는 ‘시청자의 권리’를 주장하는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수습 대책이 쏟아지고 6·4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와 언론의 검증 기능이 절실한 때에 공영방송이 보도 역할을 포기했다며 성토하는 내용들이다.○ 보도 참사 부른 ‘KBS 공식’ ‘재난 주관 방송사’인 KBS는 26일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 사고를 직접 취재하지 않고 시민 제보자가 보내온 영상과 이현주 아나운서의 멘트로 때웠다. 27일 경기 시화공단 폐기물 업체 화재 사고는 25초짜리 단신 뉴스로 전했다. 세월호 사태로 불거진 KBS의 ‘보도 참사’는 사장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오랫동안 되풀이돼온 탓이 크다. KBS에는 정권마다 반복되는 ‘KBS 공식’이 있다. 지난 정권에서 임명된 사장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내외부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다. 사장은 임기 내내 편파 방송 의혹을 받으며 야당과 노조의 반대에 부닥친다. 정권 교체기에는 노조의 대대적인 파업이 일어난다. 노조 관계자는 “사장이 바뀔 때마다 투쟁이 반복되다 보니 몇 년 전 만든 ‘낙하산 사장 반대’ ‘KBS는 반성합니다’ 같은 시위용 피켓을 재활용한다”고 귀띔했다. 보도의 친여 편향성 시비도 정권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KBS 기자는 “정권이 바뀌면 사장이 바뀌고, 간부가 싹 갈리고, 당연히 방송의 논조도 바뀐다.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은 KBS 공식 중 하나다. 정연주 사장 시절에는 강동순 당시 KBS 감사가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방송을 반대 위주로 냈다”고 비판했다. 김인규 사장 때는 “군사정권의 화석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기자들의 성명서가 나왔다. 최근 세월호 보도에 대해 젊은 기자들은 “편파 보도를 지휘하는 보도본부장, 보도국장에게 화가 났다”며 들고 일어났다. 지난해 KBS 기자협회 조사에서 KBS 기자의 75.8%는 “KBS 뉴스는 정치적 로비나 외압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낙하산 인사 관행에 보도국도 줄서기 민주화 이후 역대 KBS 사장 중 임기를 다 채운 이는 드물다. 김대중 정부 시절 임명된 박권상 사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자 노조의 퇴진 압력을 받으며 임기 70여 일을 앞두고 사퇴했다. 노무현 정부 때 임명된 정연주 사장은 연임 당시 KBS 노조의 반대에 부닥쳤으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해임됐다.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김인규 사장은 이례적으로 임기를 채웠으나 2012년 초 KBS 새노조는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90일 넘게 파업을 벌였다. KBS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한 기자는 “낙하산 사장 인사 관행이 보도의 정치적 독립을 어렵게 했다. 더 큰 문제는 회사 내에 줄서기 문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임원들이 교체되면 보도국 내의 실세 라인도 바뀌고, 여기서 소외된 세력은 야당 역할을 하며 실세들의 흠집 내기에 열을 올린다. 전문가들은 KBS 조직의 정치화가 결국 저널리즘의 질을 하락시켰다고 지적한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른 방송학자 232명은 25일 KBS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KBS 구성원들에게 “정치권에 줄을 대는 구성원들이 경원시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라”고 촉구했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기자는 뉴스 가치나 저널리즘 윤리를 따라야 하는 존재다. 하지만 현재 KBS 보도국은 정치판이 돼 보도의 질이 떨어지고 지금과 같은 사태에 이른 것”이라고 비판했다. 위기의 공영방송 저널리즘 공영방송의 막장드라마, 끝장 예능 경영도 낙제점, 방만 경영부터 수술하라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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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리가 대세 된다면 좀 망가진들 어떠으리!”

    ‘의리’ 또는 ‘으리’다. 요즘 대중문화계를 들썩이게 하는 유행어다. 유래는 이렇다. 배우 김보성(48)이 지난해 3월 주연한 영화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 시사회에서 무릎을 꿇고 “흥행하든 안 하든 평생 의리로 모시겠다”고 말했고, 개그우먼 이국주가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보성댁’으로 나와 ‘으리 으리’를 외쳤다. 이후 인터넷에서 ‘의리 시리즈’가 번져 나갔다. 이달 초 김보성이 비락식혜 CF에서 “우리 몸에 대한 으리”를 외치며 “항아으리(항아리)” “신토부으리(신토불이)”를 외치자 의리는 대세 유행어가 됐다. 6·4지방선거도 ‘의리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선거 포스터에 김보성 캐리커처와 함께 ‘약속을 지키으리’라고 썼다. 다른 지방선거 후보들도 ‘지역과의 의리’를 약속하고 나섰다. 23일 김보성을 만났을 때 길 가던 유치원생들이 그를 보자 “으리 으리”를 외쳤다. ―유치원생까지 의리를 말한다. “‘김보성 대세’보다는 의리의 대세가 됐으면 좋겠다. 인기를 누릴 때가 아니라 겸허하게 의리 진정성을 계몽할 때다.” ―비락식혜 광고는 대놓고 웃기려고 찍은 건가. “전혀 아니다. 고속촬영기법(슬로모션)으로 촬영하기에 ‘오, 멋있는 건가’ 하면서 진지하게 주먹을 날리고 남자답게 식혜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런데 광고를 보니 블랙코미디였다. 나를 희화화하고 망가뜨려도 의리가 부각된다면 고무적이다.” ―당신의 얼굴과 의리를 도용하는 곳이 많다. “(박원순) 포스터에 나온 줄 몰랐고 허락한 적도 없다. 광고는 뜨기 전에 찍어서 큰돈을 번 것도 아니다. 물밀듯이 광고 제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의리의 상업화를 경계하기에 사나이의 기상을 담은 광고만 찍을 거다. 의리에게 누를 끼칠 수 없다.” ―왜 의리 열풍일까. “시대가 의리를 불러낸 것 같다. 약육강식,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상처받고 지쳐가다가 의리를 외치면서 조금 위로 받는 것 아닐까.” ―의리가 결국 ‘내 편 챙기기’란 비판도 있다. “의리의 1단계는 친구와의 의리, 2단계는 공익과의 의리, 3단계는 나눔의 의리다. 내가 외치는 의리는 공익과 나눔이다. 아! 의리의 시대가 온다고 생각하면 벅차서 눈물이 난다.” 김보성은 지난달 22일 세월호 희생자 유족에게 써달라며 은행에서 대출받은 1000만 원을 기부했다. “의리의 사나이인데 빚이 많아 능력이 이것밖에 안 돼 원망스럽다”고 했다. ―정말 빚을 냈나. “나도 아들 둘을 키우는 아버지인데 그분들 생각하면 몸이 아프고 가슴이 답답해서 미칠 것 같았다. 잠수부 자격증이 없는 것이 원망스럽고 영화처럼 배를 뚫고 들어가고 싶은데 그것도 안 되고. 그래서 적은 금액을 마련했다.” ―가족들은 동의했나. “결혼 전에 아내에게 의리가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래서인지 아내도 남을 돕는 데는 뜻이 통한다. 인생 성공의 기준은 물질과 명예가 아니다. 주변에서 외제차로 바꾸라고 해도 국산 자동차를 6년째 타고 있다. 휴대전화도 오래된 피처폰을 쓰고 번호도 여전히 011로 시작한다.” ―배우도 의리 때문에 한 건가. “김홍신 작가의 ‘인간시장’을 감명 깊게 읽었다. 정의와 의리를 위해 죽고 사는 주인공 장총찬에게 매료됐다. 내가 선글라스를 끼는 이유는 고교 때 친구들 괴롭히던 ‘야생마’란 조직과 맞서 싸우다 부상을 입어서 왼쪽 눈이 뿌옇게 보이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후에도 남자 3명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남녀를 구해준 적이 있는데 경찰서에 가니 쌍방폭력이 되더라. 영화 속에서 정의와 의리를 실현해보려고 연기자가 됐다.” ―데뷔작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1989년) 때는 ‘제임스 딘’으로 불릴 만큼 잘생겼고 ‘투캅스2’(1996년)에선 탄탄한 근육질을 자랑했는데, 지금은 몸이 많이 무거워 보인다. “왜 한국에선 술과 의리를 결부시키는지 모르겠다. 이제 몸을 만들어서 본업인 액션배우로 활약해야지.” 인터뷰 도중 김보성은 걸려온 전화를 급히 받더니 “의리로 힘내시고, 빨리 확인해보시라”며 끊었다. 아는 형님이 정말 급하다고 해서 200만 원을 보냈다고 한다. ‘관우의 의리론’을 재밌게 읽었다는 그지만 의리의 길은 험난해 보였다.          ▼ 불신-혼돈에 빠진 세상, ‘의리’ 일성에 열광 ▼음료광고도 대박… 매출 50% 쑥“‘의리’로 꼭 사먹을게요.” 김보성은 요즘 이런 인사를 많이 받는다. 그가 광고 모델로 출연한 후 비락식혜 매출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제조사인 팔도 관계자는 “편의점을 중심으로 판매액이 많게는 50% 가까이 올랐다”며 “식혜가 전통 음료임을 감안해 젊은 소비자를 잡으려고 인터넷 유행어를 활용했는데 그 전략이 통했다”고 전했다. 왜 의리일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세월호 참사로 믿었던 가치들이 무너지면서 불신과 혼돈에 빠진 사람들이 광고에서라도 배신하지 않는 의리를 찾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보성이 오랜 시간 쌓아온 캐릭터의 힘도 컸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배를 버리고 떠난 선장,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는 국가보다는 10년 이상 의리만 외친 김 씨에게 더 믿음이 간다”고 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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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다운이 ‘가수 꿈’ 이뤄줘야죠”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숨진 경기 안산 단원고 이다운 학생의 자작곡을 그룹 포맨의 신용재(25·사진)가 부른다. 포맨 소속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는 23일 “가수를 꿈꿨던 이다운 군(17)의 미완성 음원을 유족으로부터 받아 편곡 후 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보컬 녹음은 이 군이 생전 좋아했던 신용재가 부른다. 소속사 관계자는 “이 군의 마지막 꿈을 이뤄 달라고 유족이 부탁해왔다”며 “신용재도 이 군의 못다 이룬 꿈을 이루고 유족에게 위로가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흔쾌히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 곡은 이달 말 공개될 예정으로 현재 편곡 작업을 하고 있다. 음원 수익금은 단원고에 기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군이 남긴 미완성 자작곡은 2분 정도 길이로 휴대전화에 녹음됐다. 이 군이 직접 기타를 치며 불렀다. 이 군은 “사랑하는 그대 오늘 하루도 참 고생했어요. 많이 힘든 그대 힘이 든 그댈 안아주고 싶어요”라고 노래한다. 제목 없는 이 자작곡은 위로를 건네는 내용이다. “내가 만든 이 노래/그댈 위해 불러 봐요/힘이 든 그대를 생각하면서/내가 만든 내 노래 들어봐요” 이 군은 독학으로 기타를 익히고 밴드 동아리를 하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 방송사의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에 도전하기도 했던 이 군은 이번에 수학여행 가기 전에도 장기자랑에서 부를 노래를 연습했다고 한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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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글]크리스 빠진 ‘엑소’… 남은 멤버로 23일 콘서트 시작

    12명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 엑소가 멤버 크리스 없이 데뷔 후 첫 단독 공연을 열기로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21일 엑소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23일부터 사흘간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나머지 멤버 11명만 무대에 오른다고 밝혔다. 앞서 크리스는 “소속사가 자신을 부속품이나 통제의 대상으로 취급했다”며 SM을 상대로 전속 계약 무효 소송을 냈다. 멤버 11명은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서 “우리는 하나다”라며 “팬들 사랑에 보답하려고 열심히 준비했다”고 인사했다. SM 관계자는 “크리스와 연락이 닿지 않았다. 12명으로 준비한 무대를 11명으로 바꾸다 보니 안무와 동선부터 새롭게 짜야 해 멤버와 스태프의 고생이 많다”고 전했다. 사랑했던 만큼 상처와 미움도 큰 것일까. 엑소 팬 게시판에는 큰 키와 잘생긴 외모로 인기를 모은 크리스를 비난하는 글이 줄지어 올라왔다. 팬들은 ‘팀에서 날랐다’(탈퇴)는 뜻에서 그를 ‘크리스’와 ‘비둘기’의 합성어 ‘크둘기’라 부른다. 초능력자 콘셉트를 내세운 엑소에서 크리스의 초능력은 ‘비행’(飛行)이다. “월드컵 시즌이니 11명이 더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 2014-0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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