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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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6-02-27~2026-03-29
문화 일반31%
여행27%
사회일반8%
경제일반8%
음악8%
요리/음식4%
칼럼4%
운수/교통4%
문학/출판4%
기업2%
  • [300자 다이제스트]‘수요창출’ 기업의 6가지 비결

    경영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수석 부사장인 저자는 시간 단위 렌트 개념을 도입한 집카(ZipCar), 스타벅스를 집 안으로 옮겨다준 네슬레의 네스프레소 등 폭발적인 수요를 창출해낸 기업들의 여섯 가지 비결을 밝혀낸다. 그에 따르면 불황이란 반드시 모든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만을 끼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황이라는 독특한 환경요인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를 관찰하고, 매력적인 제품과 배경 스토리를 갖춘 제품을 만들어 내면 ‘수요(demand)의 방아쇠’가 당겨진다는 설명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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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북 카페]다인종 다문화 출렁대는 도시… 꿈 좇아 왔지만 객지는 서럽네

    1000만 명이 사는 도시 런던은 단지 인구가 많을 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공존한다는 점에서도 흥미를 끄는 도시다. 평범한 시내버스 안에서도 10개 언어를 들어볼 수 있다는 도시. 대문호 찰스 디킨스는 런던을 가리켜 ‘후대에 물려줄 특별한 기자와 같다’라고 했다. 그로부터 약 200년이 지난 후 기자이자 소설가인 존 란체스터는 ‘Capital’이란 제목으로 이 특별한 도시에 대한 생생한 보고서를 써냈다. 가상의 인물들로 구성한 소설이지만, 란체스터는 논픽션에 비유될 만큼 생동감 있는 묘사로 런던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이 소설의 배경은 남런던의 한 작은 거리인 페피스 로드. 19세기 후반 이곳의 주민들은 주로 서민이었다. 그러나 소설이 시작되는 2007년 12월경 이곳 부동산 가격은 높이 뛰어 있었고, 주택 소유주들도 모두 부자가 됐다. 2008년 말 유럽을 강타한 경제위기 이전에는 런던의 집값이 매년 꾸준히 오르기만 했기 때문이다. “페피스 로드에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첨확률 100%인 카지노에 있는 것과 같았다”라는 소설 속 문장은 런던에서 10년 이상 집을 소유한 사람들은 모두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다문화 다인종의 상징인 런던을 잘 반영하듯 이 소설의 주요 등장인물은 페피스 로드의 주민들과 이곳에서 목수로 일하는 폴란드인 남자, 보모로 일하는 헝가리인 여자, 유명한 세네갈인 축구 선수, 정치 망명자인 짐바브웨 출신 여자 등이다. 소설이 진행되며 독자들은 그들이 한때 꿈꿨던 장밋빛 인생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페피스 로드에 예전부터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부자가 된 집 주인들과 매일같이 열심히 일을 하는데도 타국에서 설움을 겪어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는 묘한 대비를 이룬다. 그러던 중 2008년 11월 영국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경제위기가 닥치고, 경제위기 속에 이들의 삶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모두 뒤흔들리게 되는데…. 가디언지와 텔레그래프지가 ‘논픽션을 읽듯 생생한 묘사’라고 칭찬했듯이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실상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동유럽이 유럽연합에 속하면서 수많은 폴란드인들이 꿈과 돈을 좇아 런던으로 왔다. 본국에서 교사, 회계사, 회사원 등의 견실한 직업을 갖고 있던 이들은 런던에서는 택배 배달부, 청소부, 가정부 등의 일을 했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많은 폴란드인들이 런던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다시 본국으로 돌아간 것은 영국 언론들이 비중 있게 다룬 큰 화제였다. 작가는 다양한 인종들을 품고 있는 이 멜팅 폿(melting pot·용광로)이 2008년 11월을 기점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그려나간다. 머나먼 나라 영국 수도의 이야기지만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수도, 서울을 가진 한국인에게도 흥미롭게 다가올 이야기이지 않을까.런던=안주현 통신원}

    • 201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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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강약에 대한 편견, 약자는 언제나 도덕적 우위인가

    미국에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동성애자들’이란 단체가 있다. 이 단체는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반미, 반이스라엘 시위를 벌인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팔레스타인에서는 동성애자를 범법자로 간주해 잔인하게 학대하고 광장에서 처형한다. 반면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동성애자 축제 퍼레이드가 열리는 유일한 나라다. 이슬람계 레즈비언 작가 어샤드 만지는 “미국의 동성애자들은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을 위해 자신들의 정체성마저 철저히 내팽개쳤다”고 말한다. 왜 인권운동을 벌이는 사람들이 테러리스트나 독재자들을 옹호할까. 비행기를 납치해 미국 건물을 공격하거나, 동성애자의 몸을 생매장해 얼굴에 돌을 던져 죽여도, 선량한 사람을 죽이기 위해 아동을 자살폭탄 공격에 이용해도 관계없다. ‘강한 자’(미국)에게 맞서 싸우는 ‘약한 자’로서의 유대감 때문이다. 미국 보수단체 티파티 패트리어츠의 전략가인 저자는 ‘가진 자’(overdog)와 ‘못 가진 자’(underdog) 사이의 ‘힘의 축’이 어떻게 전통적인 좌파와 우파의 개념을 대체해 이 시대의 쟁점을 판단하는 기준이 됐는지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언더도그마(underdogma)’란 약자는 도덕적 우위에 있고, 강자는 경멸의 대상이 돼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뜻한다. 언더도그마는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에도 나온다. 수세기 동안 사람들은 힘없는 다윗을 영웅으로, 힘센 골리앗은 악으로 생각해 왔다. 1923년부터 2009년까지 월드시리즈에서 27회나 우승한 뉴욕 양키스는 ‘악의 제국’으로 불린다. 심지어 세계자연보호기금 전 총재인 필립 공은 “다시 태어난다면 세계의 인구밀도를 낮추기 위해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힘이 센 인간의 수를 줄여야 인간보다 힘이 약한 생명체가 번성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에 대해서도 주택 소유가 미국 시민들의 권리라는 환상을 심어준 정치적 언더도그마가 개입했다고 분석했다. 처음엔 언더도그로 인기를 얻다가, 힘센 오버도그로 변하는 순간 대중으로부터 혹독한 비판을 받기도 한다. 수많은 추종자가 따르던 애플은 2010년 5월 ‘시장자본 총액에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회사인 마이크로소프트를 추월했다’는 보도가 나온 직후 공격의 대상이 됐다. 영국 ‘브리튼스 갓 탤런트’에 출연한 수전 보일은 우승을 못했기 때문에 첫 앨범이 300만 장이나 팔릴 정도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저자는 “현대의 정치인과 기업은 대중의 눈을 속여 ‘언더도그’가 되기 위해 갖은 연극을 해댄다”고 분석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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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성호의 옛집읽기]‘사계절을 나기 위한 집’ 양진당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경북 상주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조령 밑에 큰 도회지로 산세가 웅장하고 들이 넓다. 북쪽은 조령과 가까워서 충청도 경기도와 통하고, 동쪽으로는 낙동강에 임해서 김해·동래와 통한다. 육로로 운반하는 말과 짐을 실은 배가 남쪽과 북쪽에서 물길과 육로로 모여드는데, 이것은 교역하기가 편리한 까닭이다.” 그래서 상주는 예부터 번성한 도시였다. 물류의 집합지였고 정보의 교환처였다. 그러나 살기에 그렇게 녹록한 곳은 아니다. 여름은 덥고 비도 많이 오고, 낙동강의 범람도 있다. 반면에 겨울은 눈도 많고 심하게 춥다. 뚜렷한 사계절이라는 것이 꼭 살기에 좋은 법은 아니다. 그래서 상주와 안동은 지리적으로 가까우면서도 전혀 다른 건축을 보여준다. 상주지역의 건축적 특색은 겨울을 견디기 위한 북방식 평면과 여름을 나기 위한 남방식 구조가 섞여 있다. 상주의 양진당(養眞堂)이 그 대표적인 집이다. 양진당은 검간 조정(黔澗 趙靖·1555∼1636)이 1626년 처가인 안동의 천전동에 있던 가옥을 해체해 낙동강에 뗏목을 띄워 상주 승곡리에 옮겨 지은 집이다. 남녀 차별 없이 상속이 똑같이 나누어지던 시대에 하필 집을 뜯어 왔다는 게 좀 의아하지만 어쨌든 조정은 처가의 집이 마음에 들었나 보다. 그러나 그 집이 상주에 안착할 때는 상주의 자연조건에 따라 많은 변형이 이뤄졌다. 양진당의 안채는 방들이 ‘田’자 형태의 겹집이다. 겹집이란 방-마루-방으로 이어지는 홑집과 달리 ‘밭전’ 자의 네모 칸이 모두 방으로 이어져 있는 집을 말한다. 이는 한겨울의 추위에 견디기 위한 형태로 주로 강원도 이북의 산간지방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그런데 입면구조를 보면 조선집에서는 드물게 양진당은 기단이 사람 키 이상으로 올라와 있다. 이는 분명 더위와 습기를 피하기 위한 남방식 주거의 형태다. 더구나 안채 좌측의 날개채는 이층으로 일층은 부엌과 헛간이 있고 이층에는 방과 긴 마루가 있다. 상주지역은 한겨울의 추위도 추위지만 한여름의 더위도 사람을 지치게 한다. 태양열로 뜨거워진 땅의 열기를 피해 입면구조가 고상식 주거로 정착된 것이다. 그 결과 양진당을 비롯한 상주의 고상식 겹집형 주거들은 한여름의 더위와 낙동강의 범람, 한겨울의 추위와 눈으로부터 안전한 피난처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시인·건축가}

    • 201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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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설수설/허승호]EBS 인터넷 유료강의

    수박씨닷컴 아이셀파 하이퍼센트 이투스 엠베스트 엠쥬니어 IB96…. 언뜻 봐서는 무엇을 나열한 것인지 알기 힘들다. 중고교생 자녀에게 물어보면 금방 대답할 것이다. 인터넷 강의 사이트들이다. 학생들은 줄여서 ‘인강’이라 부른다. 인강은 학원을 오가는 시간, 수업 기다리는 시간을 줄여준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 휴대용 정보기술(IT)기기를 활용할 경우 자투리 시간에 아무데서나 시청이 가능하다. 요즘은 사법시험, 공무원시험, 컴퓨터자격시험, 토익 준비생들을 위한 인강도 꽤 활성화돼 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EBS 강의와 연계돼 출제되면서 ‘EBS 수능 인강’이 특히 인기다. 무료이면서도 내용이 충실한 데다 실력 있는 인기 교사 및 강사가 대거 출연해 “EBS 수능 인강만 제대로 들으면 꼭 학원 다닐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교육과학기술부는 EBS 인강을 통해 사교육비를 억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저소득층은 물론이고 농어촌 지역이나 오지의 학생들에게 교육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기능도 적지 않다. ▷하지만 ‘자기주도적 학습’ 방식인 인강이 누구에게나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나이 어린 학생이 스스로 강의를 선택해 꾸준히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니터에서 툭하면 팝업 창이 뜰 경우 집중력이 떨어지는 문제도 있다. 컴퓨터 앞에 앉아야 인강을 들을 수 있으므로 게임의 유혹도 따른다. 수강 장소를 일정한 곳으로 정하고 자신만의 계획표를 준비해 체계적으로 수강해야 도움이 된다. 강의 중 메신저나 웹서핑은 절대 금물이다. 휴대용 IT기기를 이용하는 것은 자기통제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나 적합한 수강 방식이다. ▷EBS가 중학생을 대상으로는 유료 인강을 하고 있다. 가격도 사교육업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EBS 관계자는 “학생과 학부모의 수요가 있어 중학생 과정을 개설했다. 고교생의 수능 관련 강의는 정부 지원을 받지만 초·중학교 과정은 지원이 없어 자체 수익이 있어야 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EBS는 공영방송이다. KBS가 받는 수신료에서 일정 부분을 지원받고 있다. 중학교 인강도 공영방송답게 무료로 제공해야 옳다. EBS는 수능 교재를 팔아 상당한 수입을 올린다. 교과부도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덜어 주려면 인강 지원 예산을 늘려야 한다. 허승호 논설위원 tigera@donga.com}

    • 2012-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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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위기 그리스… 유적지 훼손 위기”

    #1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테살로니키의 국립극장은 5일부터 관람객들에게 티켓 대신 밀가루, 국수, 쌀 한 포대씩으로도 공연을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 재정위기 이후 천문학적으로 늘어난 실업자도 문화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극장 측은 티켓 대신 받은 식료품을 고아, 싱글맘 등을 돕는 자선단체에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2 올해 1월 초 아테네 피나코테크 미술관은 파블로 피카소의 ‘여인의 머리’(약 550만 유로·약 80억 원)를 비롯해 몬드리안의 작품, 17세기 이탈리아 그림 등 작품 3점을 도난당했다. 2월에는 고대 올림픽 경기의 발상지인 올림피아 박물관에 총을 든 두 명의 강도가 침입해 청동조각상 63점과 항아리 등 전시유물을 훔쳐갔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의 문화가 위험 상황에 처해 있다. 지난 2년간 긴축정책으로 문화예산을 대폭 줄인 데다 길거리 민심도 흉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고학자인 지시스 파라스 씨는 “길가에 아이들을 버려야 하는 상황이라면 깨진 항아리 조각에 관심을 쏟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리스는 2009년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문화 분야 예산을 35%나 줄였고, 2000명이 넘는 공무원을 해고했다. 올해 문화유적 보호예산은 2010년 대비 50%나 줄었다. 다음 달에는 인력 40%를 추가로 감축할 예정이다. 문화예산이 줄어든 데 따라 정부 예술단체 소속 예술가들은 대폭 삭감된 임금조차도 8개월∼1년짜리 어음으로 받고 있다. 그리스 극장연합회 측은 “일부 극장에서 현물로 표를 받는다는데, 앞으로 배우들도 유로로 월급을 받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리스 북부지역 파블로스 크리스토무 유적지에선 정부 발굴이 중단된 이후 도굴꾼들이 파낸 것으로 추정되는 구멍이 10개나 발견됐다. 이 때문에 발굴이 중단된 유적을 다시 덮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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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직자 중 현금보유액 2등” 그가 정부에 공개한 재산 얼마기에…

    유홍준 명지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창비)가 12일 총 300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인문서로는 국내 초유의 기록이다. 1993년 출간된 제1권 ‘남도답사 일번지’를 시작으로, 북한 문화유산을 다룬 4∼5권, 지난해 발간된 제6권까지 20년 세월에도 이 시리즈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15일 서울 경복궁 옆 전통레스토랑 ‘두가헌’에서 그를 만나 소감을 물었다. 그는 “인문서의 대중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첫 권이 출간됐을 때 교보문고 도서 분류에 ‘인문’ 파트가 없었어요. 그냥 도서관처럼 소설, 비소설, 역사, 종교, 문학 등으로 돼 있었죠. 어떤 교수는 서평에서 ‘유홍준 답사기의 가장 큰 의의는 베스트셀러의 수준을 높인 것’이라고 하더군요. 베스트셀러 하면 싸구려 문화의 상징처럼 돼 있었는데, 좋은 책도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것이죠.”―인세 수입도 상당하지요.“지금은 창비에 신경숙, 공지영이라는 베스트셀러 작가가 있지만 당시 제 책과 동의보감이 밀리언셀러로 처음이었어요. 창비는 두 책으로 30년 적자를 면하고 건물도 샀죠. 인세 수입은 집사람이 부동산도 펀드 투자도 안 하고 모두 정기예금에 넣어놨어요. 저는 문화재청장으로 재산 공개할 때 정확한 액수를 알게 됐어요. 모두 17억 원이었는데, 덕분에 공직자 중 현금보유액 순위 2등을 했습니다.”유 교수는 언스트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아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를 자신의 인생을 바꾼 책으로 꼽았다.“대학 때 읽었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는 제 전공을 미학에서 미술사로 바꾸게 한 결정적인 책입니다. ‘서양미술사’는 대중적인 눈으로 미를 보는 방법을 깊이 있게 가르쳐 주었지요. 우리나라에도 곰브리치가 쓴 것처럼 제대로 된 ‘한국미술사’가 있으면 국민들의 의식 수준이 크게 달라질 겁니다.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은 우리말이 갖고 있는 조선인의 정서가 뭔지를 가장 잘 알려주는 책입니다.”―기행문학도 많이 읽으셨나요.“답사기를 쓰기 전에 읽어본 적은 없어요. 육당 최남선이 1925년 남도를 답사하고 쓴 ‘심춘순례(尋春巡禮)’도 제 답사기가 나온 후에 읽어봤어요. 그 책을 읽었더라면 ‘남도답사 일번지’를 못 썼을 겁니다. 육당이 이야기한 이미지에 씌어서 내 글을 못 썼을 거예요. 19세기 스위스 미술사가 야코프 부르크하르트가 쓴 ‘치체로네’라는 책은 부제가 ‘로마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예요. 저도 언젠가 ‘경주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답사기 1∼3권에는 경주가 다 들어갔어요. 경주가 갖고 있는 콘텐츠와 스토리텔링이 그렇게 강하니까요.”―책에 나오는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너무도 유명해졌는데요. 과도한 사전지식은 고정관념을 낳지는 않을까요.“고(故) 박완서 선생이 추천사에서 ‘나는 한때 유홍준의 신도였다. 유홍준이 보라는 대로 보고, 유홍준이 아름답다는 대로 아름다움을 느끼려 했다. 그러나 나는 지금은 유홍준의 신도가 아니다. 이제는 내 시각대로 본다. 그러나 그것은 유홍준이 시키는 대로 해봤기 때문에 내 시각을 갖게 된 것이다’라고 쓰신 적이 있어요. 그게 핵심 아닐까요. 교육과 훈련은 처음엔 모방에서 나오는 겁니다. 사전지식이 더 깊이 보게 하고, 보고 난 후에는 나만의 시각과 새로운 호기심이 생겨나게 합니다.”창비는 27일 서울 조계사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300만 권 기념 북콘서트를 연다. 유 교수는 6월경 제주도 편을 다룬 ‘답사기’ 7권을 출간할 계획이다. “앞으로 중국 만주에 있는 고구려 문화, 일본 교토 나라 오사카에 있는 한국 문화를 다룬 책도 펴내고 싶어요. 올해 예순세 살인데 답사기를 졸업하려면 칠순이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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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인상파 화가 모네의 식단은 어땠을까

    인상파 화가의 거장 클로드 모네는 대단한 미식가였다. 한 끼의 식사를 마련할 때에도 재료의 품종부터 신선함과 맛까지 세밀하게 따졌다. 지베르니로 이사 갔을 때 모네 일가가 가장 먼저 한 일도 정원을 가꾸고 채소밭을 가꾸는 것이었다. ‘수련’ 연작으로 유명한 정원은 사실 모네 가족의 밥상을 책임지는 채소밭이요, 닭과 오리를 키우는 마당이기도 했다. 미술사가인 저자가 ‘그림같은’ 식탁 이야기를 통해 모네의 삶을 들여다본다. 책 후반에는 모네의 ‘요리수첩’도 실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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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 북 카페]열광하라… 청춘이니까…

    한 해의 시작은 봄에 있고, 인생의 봄은 청춘이다. 봄의 문턱에서 중국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청춘에 관한 책들을 모아 봤다. ‘살아가는 것 자체가 축복이다(活着已値得慶祝)’는 양팔이 없는 피아니스트의 감동적인 자서전이다. 저자 류웨이(劉偉·25)는 10세 때 고압 전류에 감전돼 두 팔을 잃었다. 하지만 중국 장애인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2개와 은메달 1개를 땄으며, 발가락 타자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네스북 기록 보유자다. 19세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1년 만에 리처드 클레이더먼의 ‘꿈속의 웨딩’을 발가락으로 연주했다. 2010년 8월 중국판 ‘코리아 갓 탤런트’ 프로그램인 둥팡(東方)위성TV ‘중국다런슈(中國達人秀)’에서 이 곡을 연주해 일약 스타가 됐다. 류웨이는 이 책에 중증장애인인 자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화로도 제작돼 올해 개봉될 예정이다. “이 책을 읽은 뒤 생활은 영원히 희망과 역량으로 충만하다는 것을, 살아있는 게 가장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라는 서평이 나왔다. 중국의 20, 30대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신세대 작가 한한(韓寒·30)이다. 그는 지난해 10월 출간한 수필집 ‘청춘(靑春)’에서 냉소적인 화법으로 성장을 이야기한다. “‘이상’이라는 것은 꾸며진 가상일 뿐 우리의 현실에서 꿈꿀 수 있는 공간이란 없다”, “어렸을 때 해보지 못하면 평생 갈증을 느낀다. 아이가 물건 부수기를 좋아하면 부수게 놔두라. 크면 다시는 부수지 않을 테니….”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5개월 연속 관련 분야 1∼3위를 오르내리고 있다. ‘지독한 세상이니 마음이 강해야 한다(世界如此險惡니要內心强大)’는 책 이름부터 심상찮다. 지난해 7월 출시돼 자기계발서 분야에서 독보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매달 판매량 1위를 독차지하다시피 해왔으며 올해 들어서도 한한의 ‘청춘’과 1, 2위를 다툰다. 저자 스융(石勇·37)은 삶의 태도에 따라 인간형을 ‘콤플렉스형’ ‘독점형’ ‘공격형’ ‘자화자찬형’ ‘적극적 표현형’ 등으로 분류한 뒤 이들이 살아가는 심리 상태를 해부하듯 조목조목 분석했다. 무엇이 우리를 비겁하고 소심하게 만드는지, 어떻게 자신감을 찾아야 하는지 등등을 자가 진단한 뒤 처방을 찾아볼 수 있다. 저자는 “나이가 든 사람이라고 모두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나이만 먹었을 뿐 인격이나 심리 상태는 아직도 유년 시절에서 멈춘 사람도 많다”고 말한다. 그는 책 영화 음악 리뷰 사이트인 ‘더우반닷컴(豆瓣·www.douban.com)’을 통해 베스트셀러 작가로 떠올랐다. 다양한 사회 현상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많이 쓰고 있다.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 201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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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조선의 선비들, 방에 누워 세상을 유람하다

    설중매(雪中梅). 추운 겨울 흰 눈 속에서 피어난 탐스러운 매화를 조선 선비들은 그토록 보고 싶어 했다. 사나운 바람도, 거센 눈보라도 그 뜻을 꺾을 수 없는 절개와 고매한 풍격을 상징하는 군자의 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중국의 남방에서도 음력 2월이 돼야 매화꽃이 피는데, 조선에서는 일부 해안지역을 제외하고 한겨울에 피는 조매(早梅)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 그래서 선비들은 집 안에 매합(梅閤) 매각(梅閣) 매옥(梅屋)이라 부르는 매화 화분용 공간까지 만들어 한겨울에 매화꽃을 피워 구경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꽃봉오리가 가지에 붙으면 따뜻한 방에 들여놓고 더운물을 가지와 뿌리에 뿜어준다. 화로에 숯을 달구어 그 곁에 두어 한기를 쐬지 않도록 한다. 그러면 동지 전에 활짝 꽃이 피어 맑은 향이 방에 가득해진다. 화분의 매화는 꽃이 진 후에는 한기를 쐬지 않도록 다시 움집 안으로 들여놓아야 한다.” 조선 초 문신이자 서화가였던 강희안(1418∼1465)이 지은 ‘양화소록(養花小錄)’에는 이처럼 화분에 심은 꽃과 나무를 보며 마음을 수양했던 선비들의 원예문화가 담겨 있다.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펴낸 ‘규장각 새로 읽는 고전총서’ 시리즈의 첫 권이다. ‘양화소록’ 원전뿐 아니라 고려 조선 중국의 문헌을 두루 살피면서 한국 분재 문화의 변천사를 풍부하게 풀어냈다. 현대인들이 도심 아파트에서 꽃을 기르고, 주말농장에서 텃밭을 가꾸듯 조선의 선비들은 벼슬에 매여 도성 안에 살 때도 뜰에 못을 파 연꽃을 길렀다. 몇 그루 운치 있는 나무를 심은 후 기암괴석을 갖다 놓고 즐기기도 했다. 선비들이 화분에 꽃을 키우는 뜻은 누워서도 아름다운 산수 자연을 상상으로 즐길 수 있는 ‘와유(臥遊)’에 있었다. 책에는 노송, 만년송, 오반죽, 국화, 매화, 난초, 서향화, 연꽃, 석류꽃, 치자꽃, 자미화, 귤나무, 석창포 등 16종의 식물에 괴석을 붙여 총 17종의 정원을 꾸미는 내용이 나온다. 옆으로 구불구불하게 자라는 노송을 분재로 키우는 법, 괴석에 이끼가 끼게 하는 법 등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음력 5월 13일은 대나무를 옮겨심기에 가장 알맞은 날이다. 대나무는 절조가 강해서 무척 까다롭지만 이날만은 술에 취한 듯 정신이 몽롱해지며 나른해지기 때문에 옮겨 심어도 잘 살아난다고 한다. 그래서 5월 13일을 대나무가 술에 취한 날 죽취일(竹醉日) 혹은 대나무가 정신이 흐릿해지는 날 죽미일(竹迷日)이라고 한다.” 조선 선비들에게 꽃을 키우는 일은 마음을 닦고 덕을 기르는 방편이었다. 선비들은 난초, 국화, 대나무, 석류 등을 기르며 세상을 경계하는 시문을 남겼다. 조선 중기의 학자 홍유손은 “국화가 온갖 화훼 위에 홀로 우뚝 선 것은 빠르게 피어나지 않고, 된서리와 찬바람을 이기고 늦가을에 피기 때문”이라며 너무 이른 성취를 경계하는 마음을 깃들였다. 화분의 꽃을 선비들은 눈으로, 코로 즐겼다. 가장 운치 있는 방법은 촛불을 이용해 꽃과 잎의 그림자를 완상하는 것이다. 강희안은 난초 꽃이 피면 촛불에 비춰보며 “마치 한 폭의 묵란(墨蘭)이 벽에 그려진 듯하다”고 탄복했다. 다산 정약용은 ‘여유당전서’에 ‘국화 그림자놀이’를 하는 시주(詩酒) 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국화의 위치를 바로잡은 뒤 벽에서 약간 거리를 두게 하고 적당한 곳에 촛불을 두어 밝히게 했다. 그제야 기이한 문양과 특이한 형태가 갑자기 벽에 가득했다. 제일 가까이 있는 것은 꽃과 잎이 서로 교차하고 가지가 빽빽하고 정연해 마치 수묵화를 펼쳐놓은 것과 같았다. 그 다음 가까운 것은 너울너울 춤을 추듯이 하늘거려서 마치 달이 동쪽 고개에서 떠오를 때 뜰의 나뭇가지가 서쪽 담장에 걸리는 것과 같았다. 모두들 박수치고 소리를 다 지르고 나자 술을 내오게 하여 시를 짓고 즐겼다.” 책 곳곳에 옛 화가들이 그린 아름다운 꽃과 나무, 괴석이 있는 분재 그림이 시각적 효과를 더한다. 그러나 대부분 중국의 그림이고 조선 화가들의 그림은 적어 아쉽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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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성예찬] 수제 오디오 마니아 김경해 - 오경택 씨

    《 공연장의 생생한 소리를 자기 방 안에 재현하는 것. 오디오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궁극의 로망’이다. 많은 사람이 끊임없이 스피커와 앰프, 턴테이블, 심지어 연결 케이블까지 바꿔가며 이상의 음향을 찾아간다. 그래서 이들은 ‘오디오를 듣는다’는 말 대신 ‘오디오를 한다’고 말한다. 수천만 원의 돈을 들인다면 빠른 길이겠지만 직접 만든 ‘자작(自作) 오디오’를 통해 자신만의 손맛이 깃든 소리를 찾아가는 사람도 있다. 》○ 오디오 생활 30년 “LP의 음향은 턴테이블을 구성하는 아크릴, 알루미늄, 실, 나무 등 다양한 재료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죠. 소재를 바꾸었을 때마다 달라지는 소리의 질감은 오디오 하는 사람들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입니다.” 경기 시화공단에서 중소기업체를 운영하는 김경해 씨(58)의 집 안에는 투명한 아크릴과 알루미늄으로 직접 깎아 만든 턴테이블이 놓여 있었다. 높이 24cm, 무게 30kg에 이르는 투박한 모양새와 달리 LP판을 올려놓자 따뜻하고 명료한 사운드가 흘러나왔다. 그는 “턴테이블 음질의 생명은 진동을 없애고, 정확한 회전수를 얻는 것”이라며 “비싼 턴테이블도 원하는 소리가 나오지 않아 직접 도전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2004년 봄부터 6개월간 회사에 있는 선반 기계로 아크릴과 알루미늄 판을 깎고, 초정밀 베어링과 세라믹 볼을 만들어내고, 독일제 일본제 등 다양한 모터를 연결해보며 밤을 지새웠다. 특히 모터와 플래터를 연결하는 실을 찾기 위해 낚싯줄, 명주실, 치실, 카세트테이프줄까지 이용해보는 실험을 거듭했다. 그의 집에 있는 턴테이블은 3호기. 1호기 모델은 경기 고양 아람누리극장 내 클라라하우스에 비치돼 있다. 그는 “오디오 생활 30년 동안 수없이 스피커와 앰프를 바꾸느라 집사람하고도 많이 싸웠지요. 그런데 2004년 턴테이블을 직접 만들어 내가 원하는 소리를 찾은 후에는 오디오 생활은 물론이고 가정에도 평화가 왔어요”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전남 벌교의 스피커 공방 봄비가 촉촉이 내린 5일 오후. 섬진강변의 매화나무 가지마다 영롱한 물방울이 맺혔다. 전남 벌교의 명물인 꼬막정식 식당이 즐비한 길가의 한 귀퉁이에 있는 허름한 컨테이너 작업장에 들어서자 홀로 나무를 깎고 있던 오경택 씨(39)가 반갑게 손님을 맞는다. 그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수제(手製) 스피커 장인이다. 목공도구가 어지러이 널려 있는 작업장을 건너 리스닝룸에 들어서자 그가 요즘 만들고 있는 높이 2m, 무게 350kg짜리 스피커가 보였다. 미세한 가로무늬가 아름다운 이 자작나무통 스피커는 그가 두께 12mm짜리 자작나무판을 매일 한 장 한 장 1년 6개월 동안 겹쳐 붙여서 만든 것이다. 설계부터 음향튜닝까지 합치면 3년이 걸렸다. “매일 오전 8시에 나와 다음 날 오전 2, 3시까지 작업합니다. 10년 만에 만난 선배 형님이 ‘너 혼자 도 많이 닦고 있구나’라고 하시더군요.” 토목설계회사에 다녔던 그는 1999년 결혼 후 처음으로 홈시어터용 스피커를 제작했다. 당시 장흥댐 건설 현장소장을 맡고 있었는데 퇴근 후 취미삼아 만들어본 스피커가 동호회원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자 용기를 얻었다. 이후 2002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공방을 차렸다. 아버지가 벌교에서 꼬막과 바지락을 선별하던 작업장은 이제 스피커 공방으로 재탄생했다. 그의 ‘벌교 아도르 사운드’ 공방은 국내 오디오 마니아들이 꼭 한번 가보고 싶어하는 순례지로 떠올랐다. 그는 “사람마다 원하는 모양과 소리가 다른데, 세상에서 유일한 나만의 스피커를 만들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벌교=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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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혁백 고려대 교수 ‘대권주자 리더십’ 분석

    ‘박근혜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나 사후문제 대응형이고, 문재인은 특전사 출신 인권변호사로 매력적이나 노무현의 아바타이다.’ 임혁백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올해 12월 대선을 앞두고 대권 주자 5명의 리더십을 비교분석한 ‘어떤 리더십이 선택될 것인가?’(인뗄리겐찌야·사진)를 펴냈다. 그는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이상적인 리더십을 ‘SMART+C’로 설명했다. ‘작고 부드러움, 유목과 동기부여, 성과주의와 매력, 속도와 재창조, 변혁과 초월, 소통과 애통의 리더십’을 뜻한다. SMART+C를 기준으로 평가한 결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천막당사로 이전하는 유목형 슬림 정치와 온라인 지지율 1위의 모바일 정치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빠른 이슈 선점을 못하고 ‘박정희 향수’에 안주하는 비(非)변혁적 리더십은 극복해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봉사와 섬김을 특징으로 하는 청지기 리더십의 소유자로 분석됐다. 반면 정치 지도자로서 브랜드 상품이 부족하고 문재인표 국가비전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신유목형 리더, 나눔을 실천하는 ‘착한 성공’의 리더로서 강점을 보였다. 하지만 국민의 요청에 제때 응답하지 못하는 ‘지연된 리더십’, ‘소통의 달인’이 보여주는 대중과의 불통 등은 약점으로 지적됐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재창조 리더십이 높은 평가를 받은 반면 추종자들과 열정을 공유하지 못하는 햄릿형 리더십 등이 부족한 점으로 꼽혔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비전을 제시하고 서민과 소통하는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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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대지진 공포 시달리는 日 가족 품속으로 파고들다

    “34세 회사원 이토 슈지로 씨는 대지진 후의 바뀐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외국계투자기업, 부동산컨설팅회사 등에서 일하던 그는 2011년 10월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인재파견회사로 직장을 옮겼다. 가장 큰 고려 요소는 급료가 아니었다. 이토 씨는 회사에서 집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재해로 교통시설이 마비되더라도 걸어서 집으로 가 가족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과 뒤이은 쓰나미, 방사능 누출로 일본은 크게 휘청거렸다. 2만 명 가까이 목숨을 잃거나 행방불명됐고 ‘나도 갑자기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단시간에 확산됐다. 동일본 대지진은 일본의 지각만 흔들어놓은 게 아니다. 사회, 문화, 종교, 산업 등에서 일본인들의 가치관을 크게 바꾸어놓았다. 동아일보 기자인 저자는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일본 현장에 보름 동안 파견됐고, 같은 해 7월 일본 외무성 초청으로 복구 상황을 열흘간 살펴봤다. 이후 게이오대에서 1년간 객원연구원으로 지내며 대지진 후 일본사회의 변화를 심층적으로 연구했다. 저자가 후쿠시마 공항에 도착했을 때 만난 센다이 출신 여성은 “가슴이 떨리고 무섭다. 가족이 너무나 보고 싶다”고 외쳤다. 위기 때 자신을 받아줄 사람은 가족밖에 없었다. ‘고독사(孤獨死)’가 사회문제가 될 정도로 가족 관계가 단절됐던 일본 사회는 대지진을 계기로 가족과 이웃, 지역사회의 중요성을 느끼기 시작했다. 정신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종교에 귀의하는 사람도 늘어났다. 당시까지 일본인들의 주택구매 기준은 실용, 도심, 학군이었다. 그러나 대지진 후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한 요소로 떠올랐다. 2011년 4월 도쿄의 20층 이상 고층 아파트 값은 전년 대비 82.8% 급락했다. 반면 천재지변으로 전력 공급이 되지 않아도 걱정 없는 가정용 태양열 발전시스템, 내진 설계, 비축 창고를 갖춘 집이 인기다.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닷새 후 아키히토 일왕도 TV를 통해 5분 56초짜리 비디오 담화를 내보내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피해 현장을 다니며 주민들을 위로하는 그의 모습에 “종전 직후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하는 일본인도 많았다. 저자는 동일본 대지진을 겪고도 일본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은 ‘정치 행태’라고 꼬집는다. 그는 “재난현장에서 수많은 자원봉사자를 만났지만 공무원은 거의 볼 수 없었다”며 “대지진은 정치 리더십에 대한 일본인들의 뿌리 깊은 불신을 확인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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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직원이 만족해야 ‘고객 만족’ 얻는다

    “정부 부처 공무원부터 각종 협회, 민간기업에 이르기까지 딱딱한 일상과 엄숙한 상사, 지루한 회의 등 숙연한 분위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재미없는 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올 리 없고 즐거움이 없는 지겨운 혁신이 성공할 리 없다.” 창의성과 자발성을 획기적으로 끌어낼 ‘경영 한류’는 무엇인가. ‘고객만족(CS)’이란 ‘직원만족’이 선행돼야 얻을 수 있는 법. 저자는 창조란 ‘인간존중’의 밭에서만 수확할 수 있는 열매이며, 창조경영의 최고전략은 ‘즐거움(樂)’이라고 강조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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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원폭 투하… 中방문… 美역대 대통령의 위기 돌파법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독립전쟁 직후 왕관을 제의받고도 이를 거절했던 결정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앞날에 중대하고도 심오한 영향을 미쳤다. 그 덕분에 역사상 최초나 다름없는 대통령제가 아메리카의 대지에 깊이 뿌리내릴 수 있었다. 대선이 있는 해여서인지 미국의 대통령 리더십을 다룬 책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 책은 토머스 제퍼슨부터 버락 오바마까지 미국의 역대 대통령 13명이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결단을 내렸는지 살펴본다. 트루먼 대통령의 원폭 투하, 리처드 닉슨의 중국 방문, 토머스 제퍼슨의 루이지애나 매입, 존 F 케네디의 아폴로 계획 등 역사의 흐름을 바꾼 중요한 결정을 다뤘다. 이 책의 진정한 장점은 대통령들이 자신의 결정을 관철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하는 모습을 처절하게 그렸다는 점이다. 왕이나 독재자가 아닌 대통령들은 거센 반대여론과 의회의 반발을 잠재울 방법을 고심하고, 반대파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득하며, 지치지 않는 끈기와 뚝심으로 기다리면서 뜻을 펼칠 때를 기다렸다. 때로는 저돌적으로 몰아붙이고, 교묘하게 적을 이용하고, 우회적인 방법을 쓰기도 했다. 성공만 한 것은 아니었다. 윌슨 대통령은 국제연맹 가입을 의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미국 전역을 돌며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고립주의 정치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고군분투했지만, 결국 뇌졸중으로 쓰러져 정치생활을 마감해야 했다. 노력을 거듭한 정치적 결단이 꼭 좋은 결과만 가져온 것은 아니었다. 재선에 실패하고, 목숨까지 잃은 대통령도 많았다.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대통령이 주인공인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그러나 오늘날 슈퍼파워 미국을 있게 한 대통령들의 결정에 주목해서일까. 외국인의 처지에서는 트루먼의 맥아더 장군 해임이나 포드의 닉슨 사면, 레이건의 ‘악의 제국’ 발언 등이 정말 역사적으로 추앙받을 만한 것이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수도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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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성호의 옛집 읽기] ‘전통의 새 모색’ 농암종택

    어느 날 피아노잡이 임동창은 임하댐 수몰지구를 지나다 건기에 물이 줄어들자 수면으로 얌전히 솟아나온 고가를 본다. 뭔가 먹먹해진 그는 트럭을 몰고 와 짐칸에 천막을 치고 한바탕 공연을 펼쳤다. 집을 위한 위령제였을까? 시절이 수상하면 많은 사람이 다친다. 이 와중에 집이라고 온전하겠는가. 농암종택은 영천 이씨 농암 이현보(聾巖 李賢輔·1467∼1555)가 태어나고 자란 집이다. 지금 이 집은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송리 올미재에 있지만 원래는 더 하류 쪽인 도산서원 근처 부내라는 곳에 있었다. 과거의 사진을 보면 굉장히 짜임새가 있는 종택이었고, 별당인 긍구당(肯構堂)은 마치 독락당의 계정처럼 담 밖으로 튀어나와 있어 너른 문전옥답을 지나쳐 낙동강이 바라다 보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 집의 첫 번째 시련은 나라를 일제에 빼앗기고 난 다음에 왔다. 마을에 신작로가 생기면서 농암의 정자인 애일당을 영지산 위쪽으로 옮긴 것이 시작이다. 그리고 안동댐이 생기면서 부내 일대가 물에 잠기게 되자 농암종택의 집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여기저기로 흩어진다. 이 와중에 농암의 17대손은 흩어진 집들을 모으고 종가를 복원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다 마침내 지금의 자리를 찾았다. 신기하게도 부내의 지형과 흡사했던 것이다. 그래서 먼저 이 일대의 터를 사들이는 것에서부터, 다시 흩어진 집들을 해체하고 모아서 복원한 것이 지금의 농암종택이다. 집뿐만이 아니라 바위에 새겨진 각자도 바위를 캐기가 불가능하자 일일이 떼어다 놓았다. 집을 보존하기 위한 농암종가의 노력은 피눈물 나는 것이었으리라. 긍구당이란 당호 자체가 ‘조상의 유업을 길이 잇는다’는 뜻이니, 후손들은 농암의 말을 그대로 실현하며 살았던 셈이다. 당대의 명필 신잠이 쓴 긍구당의 현판은 오만하고, 당당하고, 유려하다. 농암도 그랬을까. 그는 스스로 농부를 자처하며 유유자적 말년을 보냈다. 당시 부내를 소요하던 그의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유선이라 불렀다. 지금 복원된 종택의 배치도 휑하리만큼 널찍하다. 그리고 거기에 종손들은 새로운 프로그램을 넣었다. 종택을 ‘고가옥 활용 프로그램’에 따라 게스트하우스로 개방했다. 내가 들렀을 때는 마침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상처 입은 전통을 추슬러 새로운 종가의 활용 방식을 찾은 것이다. 농암종택은 그렇게 조상의 유업을 이어가고 있다. 함성호 시인·건축가}

    • 2012-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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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iz Books]협상할 땐 나란히 앉아라

    차 안에 FBI 요원과 탈주자가 타고 있다. 탈주범은 흥분된 상태에서 범행에 대한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고 자신의 인생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다. 요원이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다 보니 그가 ‘꼴사납다’ ‘당혹스럽다’ ‘걱정된다’ ‘선량한 기독교인이다’라는 표현을 쓰는 점이 두드러진다. 요원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지금 얼마나 ‘당혹스러울지’ 안다. 이렇게 체포되는 것이 ‘꼴사나운’ 일이라는 것도, ‘선량한 기독교인’이니만큼 어머니가 어떻게 생각하실지 ‘걱정하는’ 것도 이해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탈주범은 혐의 사실들을 토해내기 시작한다. 이때 FBI 요원이 쓴 기법은 심리학자 칼 로저스가 개발한 ‘말 따라하기’ 기법이다. 단순히 말을 따라하는 것만으로 상대방은 깊이 이해받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며 호응에 나선다. 기업에서도 상대방과 책상을 두고 마주 보고 앉으면 합의에 이를 가능성이 낮다. 두 사람 사이에 장벽과 거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편안한 기분에서 상대방을 설득하려면 나란히 혹은 직각으로 앉아야 한다. FBI에서 ‘인간 거짓말 탐지기’라고 불렸던 저자는 30여 년간 미국 최고의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활동해 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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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최고의 맛 ‘엘불리’ 들여다보기

    연간 예약자 50만 명, 14년간 미슐랭 최고 등급, 영국의 음식전문 매거진 ‘레스토랑’이 뽑은 ‘세계 최고 레스토랑’ 타이틀을 5번이나 획득한 곳. 바로 스페인 북부 로사스에 있는 소박한 레스토랑 ‘엘불리’다. 셰프 페란 아드리아의 결정으로 1년에 단 6개월만 영업하고 6개월은 ‘창조적인 요리’ 연구를 위해 문을 닫는다. 주방 실습생은 30명 정원에 3000명이 넘는 지원자가 쇄도한다. 6개월간 무보수, 14시간의 중노동에도 불구하고 왜 전 세계의 요리사들이 몰려드는가. 기자 출신의 저자가 엘불리의 주방에서 실습생들과 함께 겪은 6개월의 기록을 담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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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용기타]반기문의 ‘또박 영어’를 배워라

    한국인은 영어의 문법과 발음에 지나치게 얽매이기 일쑤다. 오죽하면 강남의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의 영어발음 교정을 위해 혀 밑을 자르는 ‘설소대’ 수술까지 유행했을까. 이 책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지난 5년간 전 세계 모든 나라의 공식석상에서 사용한 품격 있는 연설 표현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한 학습서다. 지금까지 글로벌 리더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스티브 잡스의 연설문이 인기였다. 한국 출신 세계적 지도자의 연설문으로 영어를 배운다는 사실이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낸다. ‘EBS 다큐프라임’의 실험에 따르면 반 총장의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그의 연설을 들은 한국인과 외국인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렸다. 반 총장의 연설을 들은 한국인들은 ‘촌스럽다’ ‘발음이 뚝뚝 끊긴다’ 등의 이유를 들어 50점대의 점수를 준 반면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들은 ‘아주 높은 수준의 단어를 사용하고’ ‘문장구조가 좋고 의사도 잘 전달했으며 내용이 분명하다’라고 평하며 90점대 후반의 점수를 줬다는 것. 유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총회 등 국제회의는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 각국에서 온 대표들의 ‘토종 발음’ 경연장이다. 미국식 ‘버터 발음’은 오히려 소수다. 손지애 아리랑국제방송 사장은 “CNN 서울지국장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대변인으로 활동하던 시절, 가장 필요했던 역량은 글로벌 이슈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토킹 포인트’였다”며 “명확한 의사전달력과 설득력을 갖춘 반 총장의 연설문은 좋은 교과서”라고 평가했다. 1월에 반 총장은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유례없이 15개 상임·비상임이사국과 5개 지역그룹 의장의 추천을 받아 192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확정된 연임이었다. 1기 재임 동안 한때 ‘지나치게 조용한 리더십’이라는 가혹한 비판도 있었으나 특유의 동양적 리더십은 조화롭고 가교적(Bridge building)인 리더십으로 평가받으며 많은 실적을 거두었다. 특히 유엔 개혁, 남수단 독립, ‘아랍의 봄’을 불러온 이집트 무바라크 정권과 리비아 카다피 정권의 몰락 과정에서 그의 조용하면서도 효율적인 리더십은 빛을 발했다. 저자는 “반 총장 연설문의 특징은 전 세계 핫이슈를 명료하게 분석하고 갈등 해결 방안을 제시한 뒤 인류애와 보편가치를 강조하며 청중의 감동을 이끌어낸다는 데 있다”고 말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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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팔 “내전의 땅에 부처님 평화 불씨 지핀 한국불교에 보은”

    《 네팔 수도인 카트만두에서 출발한 버스는 10시간이 넘도록 왕복 2차로의 험준한 계곡 길을 곡예운전했다. 천길 낭떠러지 밑에 흐르는 빙하천 주변에 사고로 굴러 떨어진 트럭의 잔해들이 오싹한 기운을 전했다. 버스가 드디어 인도 국경 인근의 룸비니에 도착하자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험준한 산맥은 간 곳이 없었다. 드넓은 평원에는 노란 유채꽃이 한창이고, 원시림은 몬순기후 특유의 습한 안개로 휩싸여 있었다. 아, 부처님이 최초로 제자들을 모아놓고 설법을 하셨다는 녹야원(鹿野苑)이 바로 이런 풍경이었으리라. 》 13일 대한불교 조계종의 ‘108산사 순례기도회’(회주 선묵혜자 스님)가 카트만두 트리부반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부터 네팔 정부의 환영행사는 대단했다. 기알왕 드룩파 린포체(티베트 불교의 영적 지도자)가 영접을 나왔고, 대통령과 총리, 제헌국회 의장이 모두 한국에서 온 스님들을 초청해 면담을 가졌다. 한국 불교계 인사들이 거국적인 환영을 받은 이유는 네팔에서 최상의 보물로 대접받는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왔기 때문이다. 이 사리는 부처님의 열반지인 인도 쿠시나가르에 있는 마하파리니르바나 스투파에서 1910년 출토됐던 것으로, 대열반사의 기아네슈와르 주지가 한국의 108산사 순례기도회에 봉양한 8과 중 일부다. 4년 전 선묵혜자 스님이 부처의 진신사리를 들고 처음 네팔을 찾았을 때 현지 언론은 “평화의 부처님이 돌아오셨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당시 네팔은 왕정 철폐를 내건 마오이스트 반군과 정부군이 10년간 내전을 벌이고 있었다. 특히 룸비니는 반군이 남부 테라이 지방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며 저항하던 곳으로 순례가 불가능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300명의 108산사 순례기도회원이 룸비니를 찾아온다는 소식에 네팔 정부와 반군 측은 순례길을 터주는 협상을 시작했다. 당시 룸비니에서 열린 사리이운 법회에는 네팔 총리와 여야 정치인이 모두 참석했다. 이를 계기로 평화협상은 계속됐으며 네팔은 내전을 끝내고 제헌의회를 구성했다. 15일 룸비니 사원구역 입구에 조성된 한-네팔 평화공원에서 열린 탄생불 제막식에는 네팔 정부요인이 대거 참석했다. 바부람 바타라이 총리는 “네팔은 내전의 상처를 딛고 결연한 전진을 하려는 시기”라며 “룸비니에서 벌어지는 국제적인 협력은 세상만물에 평화와 자비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룸비니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 최초의 설법지 녹야원, 입적지 쿠시나가르와 함께 불교의 4대 영지(靈地)에 속한다. 룸비니가 본격 개발된 것은 1967년 우 탄트 유엔 사무총장이 룸비니를 방문한 이후 유엔 산하 ‘룸비니 개발을 위한 국제위원회’를 설치하면서부터다. 룸비니 사원구역 내에는 한국 일본 중국 베트남 인도 미얀마 캄보디아 독일 프랑스 등이 각국의 사찰을 짓고 있다. 룸비니 개발프로젝트는 네팔정부와 경제협력을 하려는 각국의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는 현장이기도 하다. 특히 108산사 순례기도회가 탄생불을 세운 장소는 유네스코가 개발하는 룸비니 사원구역의 출입구로 순례객들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장소다. 원래는 네팔 왕가의 기념비 건립 예정지였으나 왕정 붕괴 후 중국 일본 태국 등 각국이 경제 지원을 약속하며 자국의 기념물을 세우려고 로비전을 펼쳤다. 그러나 기리자 코이랄라 전임 네팔 총리는 “내전으로 아무도 찾지 않던 때에 한국의 108산사 순례기도회가 진신사리를 모셔와 네팔 평화의 불씨를 마련한 것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며 이곳에 한-네팔 평화의공원을 조성하고 진신사리 탄생불을 모셔줄 것을 요청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에서 보내온 축하 메시지에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룸비니 동산의 성역화를 위해 한국의 108산사 순례기도회가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진신사리 탄생불을 봉안한 것은 무척 기쁜 일”이라고 평가했다. 룸비니=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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