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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 이소민 씨(29·여)는 스마트폰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가 유행했던 지난해 겨울을 떠올리면 몸서리가 쳐진다. 하굣길 안전지도를 나가면 초등학생 10명 중 8명이 걷는 동안에 스마트폰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 화면에 뜨는 캐릭터에게 가까이 다가가 잡겠다는 일념에 주변을 살피지 않은 채 차도로 불쑥 뛰어드는 아찔한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학교 안팎에서 학생들의 크고 작은 부상이 이어지자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스몸비(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 방지 교육’을 실시했다. 이 씨는 “요즘엔 유튜브 등 스마트폰으로 방송을 보는 게 인기를 모으면서 ‘초딩 스몸비’가 사라지지 않는 게 교육현장의 골칫거리”라고 말했다.● 스마트폰 사용 2시간 넘으면 사고위험 5.8배 14일 오후 2시경 서울 송파구 신가초등학교에서 하교하던 김모 군(11)은 정문을 나서면서 휴대전화에 눈을 고정했다. 차가 많이 다니는 왕복 4차로의 횡단보도를 건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김 군은 음악에 따라 박자를 맞추는 휴대전화 게임을 하며 걸었다. ‘차에 부딪힐지도 모르는데 무섭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학교나 학원에서는 휴대전화를 못 쓰니까 이동할 때 (게임을)한다”며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말했다. 이날 김 군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넌 초등학생 8명 가운데 3명이 통화를 하거나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걸었다. 현대해상 교통기후환경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사고는 지난해 177건으로 2015년의 약 1.5배 수준으로 늘었다. 2014년 5월 서울 5개 초등학교 어린이 341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스마트폰을 2시간 이상 쓰는 초등학생의 교통사고 위험이 그렇지 않은 초등학생보다 5.8배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어린이의 신체는 충분히 성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 스몸비보다 ‘초딩 스몸비’가 더 위험하다. 12세 미만 어린이는 뇌가 다 발달하지 않아 스마트폰에 집중할 경우 다른 외부 자극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동안 주변의 다른 보행자, 차량 등을 인지하는 게 어른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 10세 미만 어린이의 시각과 청각, 인지력은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보다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어린이는 키가 작아 볼 수 있는 범위가 어른보다 좁고, 운전자가 차량 바로 앞에 있는 어린이를 발견하기 어렵다. 또 어린이는 성인보다 쉽게 도로에 뛰어든다. 안전보건공단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 보행자 사고의 70%는 이면도로에 갑자기 뛰어들어 발생한다. 같은 사고라도 어린이에게는 더 치명적이다. 2016년 차에 부딪혀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38.5%였다. 하지만 교통사고로 숨진 12세 이하 어린이 가운데 차와 충돌해 숨진 인원의 비율은 50.7%에 이르렀다. 이듬해에는 64.8%로 늘었다. 무의식중에 도로 한복판으로 나오는 어린이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원영아 녹색어머니중앙회 회장은 “어린이들이 스마트폰을 볼 때는 이어폰을 끼지 않았는데도 부르는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할 만큼 스마트폰 게임이나 동영상에 집중한다”며 “교통 지도를 하다보면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다시피 하다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드는 아찔한 상황이 수시로 벌어진다”고 말했다.● 세계는 ‘스몸비’와 전쟁 중 미국 비영리재단 ‘세이프키드월드와이드’가 2014년 19세 이하 어린이 및 청소년의 보행 중 사망사고 원인을 조사한 결과 사망 사고의 절반 이상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집중력 분산 때문으로 밝혀졌다. 영국에서는 2011년 한 보험회사의 조사 결과 어린이 보행자 사망률이 11, 12세에서 가장 높았다. 첫 휴대전화를 갖게 되는 나이가 보통 이 때이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후 영국 정부는 신입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달 간 안전 교육을 매주 2시간씩 받도록 했다. 네덜란드는 교원 양성 과정에 교통안전 강좌를 개설해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은 교원 양성 과정에 교통안전 교육이 없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5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앱 ‘사이버안심존’에 스몸비 방지 기능을 넣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5~7걸음 걸으면 자동으로 화면이 잠긴다. 다시 사용하려면 잠금 해제 버튼을 눌러야한다. 해제한 뒤에도 걸으면 다시 화면이 잠긴다. 하지만 좋은 기능에도 불구하고 출시 넉 달이 지났는데도 앱을 내려받은 수는 10만여 건에 불과하다. 초등학교 4학년 딸을 둔 남지은 씨(가명·43)는 “사춘기에 접어들어 친구들과 하루 종일 메시지를 하는 아이에게 스몸비 방지 앱을 깔면 지워줄 때까지 싸울 것 같다”며 난감해 했다. 박수정 한국교통안전공단 선임연구원은 “어린이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난 추세에 맞는 안전교육이 필요하다”며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는 보행 중 스마트폰 이용에 따른 위험을 줄이도록 경고 표지판, 스마트폰 차단 앱 등을 보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스몸비 막는 ‘노란 발자국’ 효과 톡톡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으로 발생하는 교통안전 문제는 성인과 청소년 ‘스몸비’에게도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해외에서는 스마트폰에 정신을 집중한 채 걷다 낭떠러지에서 떨어지거나, 맨홀에 빠지는 안전사고가 빈발했다. 국내에서도 다른 행인과 부딪히면서 벌어진 사소한 말다툼이 큰 감정싸움으로 번지기도 한다. 서울시는 2016년부터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이 도심뿐 아니라 서울 곳곳에서 어른, 어린이 가릴 것 없이 확산되면서 적극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먼저 2016년 서울광장, 연세대 앞, 홍익대 앞, 강남역, 잠실역 등 시내 5개 도심지에 설치했던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 경고 안내물을 내년까지 25개 자치구, 총 400여 곳에 보급해 설치할 예정이다. 이미 설치돼 있던 스티커 형태의 안내물은 내구성이 약해 모두 떼어내고 내구성이 강화된 플라스틱 안내물을 보도블럭에 부착했다. 청소년 안전을 위한 대책도 추진 중이다. 서울시는 올해 시내 30여 개 청소년 수련시설 주변 횡단보도 앞에 교통사고를 막기 위한 ‘노란 발자국’을 새로 설치했다. 횡단보도에서 약 1m 떨어진 보도 위에 눈에 잘 띄는 노란색으로 경고 문구를 표시했다. 이는 스마트폰을 보느라 바닥을 보는 일이 많은 청소년들이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신호를 기다리도록 유도한다. 무의식중에 자신도 모르게 차가 달리는 도로로 나가는 일을 막고자 기획했다. 2016년 경기남부경찰청이 처음 시행한 노란 발자국은 당초 어린이가 안전하게 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도록 하기 위해 도입됐다. 하지만 노란 발자국을 설치한 지점의 교통사고가 53% 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효과가 확인되면서 청소년 보행 안전을 위해 서울시도 도입했다. 또 서울시의회는 올 3월 지방의회 중 최초로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알리고, 지방자치단체의 대책 마련 책임을 명시한 조례안을 통과했다. 조례안에는 ‘모든 시민은 횡단보도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 사용에 주의해야 한다’는 조항이 새로 담겼다. 서울 시민의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것이다. 조례는 시민에게 별도의 의무를 부과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보행 중 안전사고 예방에 관한 사항’을 시장의 책무로 규정해 서울시가 관련 사업을 마련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서형석 기자 skytree08@donga.com}

만취 상태에서 귀성객 20명을 태우고 4시간 동안 고속도로를 달린 버스 기사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 기사는 심지어 음주운전 3회 적발로 면허가 취소돼 무면허 상태였다. 부산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는 음주와 무면허 운전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김모 씨(59)를 22일 입건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날 서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오전 1시 25분 출발해 부산 노포시외버스터미널로 향하는 고속버스를 운전하던 중 5시 30분경 경부고속도로 부산방면 23.8km 지점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버스가 차선을 난폭하게 바꾸고 비틀거리면서 운전한다”는 고속도로 운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음주 측정 결과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 0.165%로 면허 취소에 해당했다. 김 씨는 심지어 음주운전 3회 적발로 지난해 2월 이미 면허가 취소된 상태였다. 김 씨는 “전날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서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반 병 정도 마셨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성객 20여 명은 해당 운수 업체의 다른 기사가 운전한 버스를 타고 양산을 거쳐 부산에 도착했다. 경찰은 김 씨가 무면허 상태인 것을 해당 운수업체가 알고 있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추석 연휴기간에 발생하는 중대법규 위반 교통사고 3건 중 1건은 음주운전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졸음운전도 공휴일 대비 10% 이상 증가해 연휴기간 운전자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3~2017년) 추석연휴기간 중대 법규위반으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1174건으로 음주운전이 36.3%(426건)를 차지했다. 연령대 별로는 30대 운전자가 낸 사고율이 31.9%로 가장 높았다. 졸음운전 사고는 전체 주말 대비 13.4%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부상자는 공휴일 대비 75.6%나 증가했다. 가족 단위 이동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사고 발생 시간은 오후 2~4시 사이에 집중됐다.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실태도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소가 9일 서울 주요지역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통과하는 승용차 4741대를 조사한 결과 운전석(96.2%)과 조수석(92.0%)의 안전띠 착용률은 높았지만 뒷좌석은 36.4%에 불과했다. 삼성화재의 교통사고 통계분석에 따르면 안전띠 미착용 시 치사율은 평균 12배 높았다. 28일부터는 새 도로교통법에 따라 일반도로에서도 전좌석 안전띠 착용이 의무화 된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추석 연휴기간에는 가족단위 운행으로 사고 시 피해가 심각하기 때문에 안전띠는 꼭 뒷좌석까지 착용하고 운전피로로 인한 졸음운전을 주의해야 한다”며 “친지 모임이나 음복 등 음주 기회가 많지만 음주운전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은 추석 연휴기간 동안 음주운전 상습구간과 공원묘지 등을 집중 단속 할 예정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지난해 국내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 가운데 77%는 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도로에서 사고를 당했다. 전체 도로(총길이 기준) 가운데 83%를 차지하는 지자체 관리도로에서의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이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내년부터 지자체 관리도로에 대한 안전개선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인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566억 원을 투입해 전국 지자체 관리도로 중 교통사고가 빈번하거나 발생 우려가 큰 858곳의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올해에는 230억 원을 들여 331곳을 개선하고 있다. 예산과 사업 대상 지점 모두 2배 이상 늘었다. 이 지점들에는 회전교차로 설치, 교통안전 시설물 개선 사업 등이 실시된다. 정부가 고속도로, 국도 등 국가도로가 아닌 지자체 도로에 전년보다 2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처음이다.○ 고령자·보행자 보호 사업 확대 먼저 보행자 안전을 위한 사업이 중점적으로 이뤄진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351곳에 방호울타리, 과속방지턱을 마련하면서 보행자 보호 사업을 지속한다. 특히 노인 보호구역과 보행자 우선도로 조성 사업은 이번에 처음으로 정부 예산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했던 것을 정부정책에 포함한 것이다. 행안부는 만 65세 이상 고령 보행자의 통행이 잦은 곳을 노인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이 가운데 40곳에 무단횡단 방지를 위한 중앙분리대를 설치하고, 일방통행구역으로 지정하는 등 시설과 도로 운영을 보완하기로 했다. 보도와 차도가 분리돼 있지 않아 보행자가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았던 도로들도 개선된다. 지난해 이런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인원은 3596명으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85.9%나 됐다. 행안부는 보행이 잦은 27곳을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해 미끄럼 등을 방지하는 보행 친화적 노면 포장, 안전표지판 설치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행 시속 60km인 차량의 제한최고속도는 시속 30km 이하로 낮춘다. 주택가와 시장처럼 보행자가 많이 드나드는 지역 18곳은 ‘보행환경 개선지구’로 지정해 구역 단위의 종합적인 정비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간 교통사고가 5건(특별·광역시), 3건(시도) 이상 발생한 교통사고 다발지점은 중점 관리된다. 행안부는 이 가운데 351곳에 중앙분리대 등 교통안전시설을 설치·정비하거나 노면표시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고속도로, 자동차 전용도로 등에서 볼 수 있었던 방향별 주행 유도선이 지자체 관할의 일반도로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신호등이 없어 교통사고 우려가 높은 교차로 71곳은 회전교차로로 시설을 바꿀 방침이다.○ 지자체 성공 사례 적극 공유 행안부는 각 지자체가 벌여온 교통안전 개선사업의 성공사례를 중앙정부와 다른 지자체에 적극 확산시킬 방침이다. 이를 위해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와 지자체, 손해보험협회 등 관계 기관의 교통안전 사업 담당자들이 모여 각 지역에서 벌이고 있는 교통안전 개선 사업의 성공 사례를 공유했다. 중앙정부, 다른 지자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내용을 나누면서 교통사고 사망자 감축을 전국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서울시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17년 343명에서 2021년 180명으로 줄이기 위해 도시 교통체계의 중심을 차량에서 보행자로 옮기고 있다. 우선 올 6월 종로의 제한최고속도를 시속 50km로 낮추면서 시작한 ‘안전속도 5030’ 사업을 4분기(10∼12월)에 4대문 안 도심 전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차량의 속도가 줄어든 도로에는 보행자를 위한 시설을 확대한다. 그동안 보행자의 무단횡단을 유발한다는 지적을 받았던 곳에는 횡단보도를 늘렸다. 지난해에만 39개 지점에 횡단보도를 추가로 설치했다. 광주는 지난해 상반기 교통사고로 65명이 숨져 부산을 제외한 광역시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냈지만 올해는 오명을 씻었다. 올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37명으로 43%나 줄여 6대 광역시 중 가장 적었기 때문이다. 특히 교통사고로 숨진 어린이는 한 명도 없었다. 광주시는 자치구, 광주시교육청, 광주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교통사고 줄이기 협업팀’을 구성해 올 1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회의를 벌였다. 스쿨존 과속방지시설, 미끄럼 방지 포장 등이 마련됐고, 스쿨존 내 교통법규 위반에 대한 단속도 이뤄졌다. 송권춘 광주시 교통정책과장은 “올해 단속인력과 장비를 늘렸고, 교육과 홍보를 확대했다”며 “이를 위해 교통안전 분야 예산도 늘려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행안부는 앞으로도 지역교통안전개선사업을 적극 추진해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022년 2000명대로 감축하겠다는 정부 국정과제 달성을 뒷받침할 방침이다. 류희인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 정책 추진을 위해서는 지자체 관리도로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앙부처, 지자체 등과 지역교통안전개선사업을 지속적이고 적극적으로 확대하도록 협조하겠다”라고 강조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최지선 기자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로 받습니다.}
서울 도심의 실탄사격장에서 30대 남성이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고가 발생했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16일 오후 8시 10분경 중구의 한 실탄사격장에서 영화 촬영 관계자인 홍모 씨(36)가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16일 혼자 실탄사격장에 방문했다. 홍 씨가 “권총 사격을 하겠다”고 말하자 직원은 인적사항을 확인한 후 총기를 휴대하고 함께 사로(射路)로 향했다. 직원이 체인과 잠금장치를 이용해 총기를 과녁 방향으로 고정한 뒤 사격 시범을 보이는 순간 홍 씨가 미리 준비한 전기충격기로 직원을 가격했다. 놀란 직원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사격장 밖으로 뛰어나간 사이 홍 씨는 총이 걸려 있는 사대(射臺)로 올라가 총구 앞에 몸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홍 씨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유가족은 “(홍 씨가 평소에) 살 의욕이 없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탄을 취급하는 사격장은 ‘사격 및 사격장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사격장안전법)에 따라 엄격하게 운영된다. 담당 파출소·지구대에서 주 1회, 경찰서에서 월 1회 방문 관리 감독하도록 돼 있다. 관리 규정이 까다로워 실탄사격장은 전국에 14곳뿐이다. 사고가 일어난 사격장은 사격 국가대표 금메달리스트의 코치를 맡았던 사격 관계자가 운영하는 곳이다. 경찰은 해당 사격장이 안전 규정을 준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 규정에 따라 직원이 홍 씨와 동행했고, 사고 발생 당시 사격장 사장을 포함해 4명이 근무 중이었다. 또 권총이 과녁 쪽만 향하도록 종업원이 총을 고정했고, 잠금장치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할 명동파출소에서 4일, 남대문경찰서에서는 지난달 관리 감독을 실시했다. 다만, 현행법상 총기와 사격자 사이의 방탄 벽 등 안전장치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번 사고도 총기는 고정돼 있었지만 홍 씨가 총구 쪽으로 몸을 빼면서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은 향후 이와 비슷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국민 세금 도둑질하는 가짜 난민 추방하라!” “이슬람 혐오 반대한다. 예멘 난민 인정하라!” 정부가 제주도에 머물고 있는 예멘 난민 23명의 인도적 체류를 허용한 것에 대한 찬반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16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 근처에서 열린 ‘난민과 함께하는 행동의 날’ 집회에 3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였다. 부슬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난민들은 ‘난민을 지원하자’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히잡을 두른 이슬람 여성과 아이들도 눈에 띄었다. 집회에 참석한 한국인들은 ‘문제는 난민이 아니라 난민 혐오’ ‘난민을 환영한다!’고 적힌 손팻말로 지지 의사를 표현했다. 나이지리아 내전 난민인 비아프라공동체 레미지스 대표(47)는 무대에 올라 “한국행은 우리의 유일한 생존 기회였다. 한국이 우리를 받아들여 주기만을 바란다”고 호소했다. 집회에 참석한 이집트인 A 씨는 “한국인들이 우리를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박해를 피해서 도망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봉혜영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부위원장은 “정부가 난민 혐오 확대를 막지 않고 비겁한 태도를 취해 왔다”면서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올바른 태도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같은 시각 40m가량 떨어진 종로타워 앞에서는 난민 수용을 반대하는 맞불집회가 열렸다. 난민대책국민행동 소속 100여 명은 ‘가짜 난민 OUT’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국민 세금 도둑질하는 가짜 난민 추방하라”고 외쳤다. 청년 구직자라고 밝힌 한 발언자는 “우리 청년들은 차라리 가짜 난민이고 싶다. 어떠한 의무도 다하지 않는 난민에게 국민의 피 같은 세금으로 40만 원씩 지원해 준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나라냐”라고 불만을 표시했다. 집회에 참여한 김모 씨(67·여)는 “여성 대상 성범죄가 많다는 이슬람국가 사람들을 받아준다고 하니 딸과 손녀가 걱정돼서 나왔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이슬람 무장단체의 동영상을 틀어주며 ‘국가 안보와 재정, 국민 안전을 위협하는 난민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날 6개 중대 병력을 배치했지만 별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배우 정유미 씨(35·사진)가 페미니스트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정 씨가 조남주 작가의 장편소설 ‘82년생 김지영’ 영화판 주인공에 캐스팅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성(性)대결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여성들이 겪는 일상적 차별을 세밀하게 그려냈다는 평가 속에 9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다. 여성에게 불평등한 사회 구조 속에서 정신이상 증세를 겪는 30대 여성이 주인공이다. 12일 정 씨의 영화 출연 소식이 알려지자 정 씨의 SNS 최신 게시물에 즉각 비난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고, 하루 만에 댓글 3000여 개가 달렸다. 일부 남성들은 정 씨가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영화에 출연하는 것을 비판하며 “정유미가 나오는 모든 프로그램을 보이콧하겠다” “믿고 보는 배우에서 믿고 거르는 배우가 됐다” “커리어에 확실한 오점을 찍었다” 등 실망감을 표출했다. “(팬들이 사라질 테니) 이제 스폰서나 구해라” 등 원색적인 욕설과 비난까지 등장했다. 반면 일부 여성들은 “돈도 없는 사람들이 보이콧해 주니 고맙다” “악플러들 고소를 돕겠다” 등 정 씨를 옹호하는 댓글을 달았다. 영화는 제작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수난을 겪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의 네이버 개봉 전 예상 평점은 13일 오후 8시 기준 10점 만점에 4.93점이다. 예고편도 나오지 않은 영화에 대해 이례적으로 낮은 점수다. 영화 제작을 반대하는 이들이 몰려들어 최하점인 1점 세례를 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제작에 찬성하는 이들은 평점 10점을 주면서 팽팽한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소설을 영화화해서는 안 된다는 글이 올라왔다. 청원자는 ‘특정한 성별이 갖고 있는 사회에 대한 왜곡된 가치관이 영화화돼서는 안 된다’며 영화 제작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예인들이 페미니스트 논란에 휩싸인 것은 처음이 아니다. 걸그룹 레드벨벳 멤버 아이린은 3월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고 발언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5월에는 걸그룹 AOA 멤버 설현이 SNS를 ‘언팔(친구 끊기)’한 사람 가운데 여성 혐오 논란이 있던 연예인이 여러 명 포함돼 ‘페미니스트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배우 겸 가수 수지는 ‘비공개 촬영회에서 성추행 피해를 당했다’고 밝힌 유튜버 양예원 씨를 옹호했다가 ‘너도 페미니스트냐’는 공격을 받았다. 거세지는 논란 속에 정 씨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소속사인 매니지먼트 숲 관계자는 “논란을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지금은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했다. 정 씨도 아무 의견을 밝히지 않았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정 작품에 출연했다고 과도하게 비난하는 것은 대중의 관심에 생업이 좌우되는 연예인들의 직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일”이라며 “연예인의 이런 약점을 악용해 폭력적인 댓글을 다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세계 1등을 돈이랑 비교할 수 있겠어요?” ‘격투기 우승 상금과 세계최강소방관 챔피언 벨트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뭘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충북소방본부 신동국 소방장(37)의 답변이다. 소방관들의 올림픽인 제13회 ‘세계소방관경기대회’가 10일부터 일주일간 충북 충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63개국 6600명의 소방관이 축구·야구·수중인명구조 등 75개 종목에서 겨룬다. 전 세계 소방관들이 우정을 나누고, 인명을 구한다는 자부심으로 하나 되는 자리다. 1990년 4월 뉴질랜드에서 처음 개최됐다. 신 소방장은 15일 열리는 이 대회의 꽃 ‘최강소방관경기’에 출전한다. 유력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경기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소방관을 가리는 종목으로 ‘극한의 4코스’를 가장 빨리 완수한 소방관에게 챔피언 벨트가 주어진다. 1코스 ‘소방호스 끌기’는 길이 15m, 무게 9kg의 소방호스 8개를 소방차에 연결하고 호스를 펼쳤다 접어야 한다. 2코스 ‘장애물 코스’에서는 25kg짜리 물통 2개를 들고 터널을 통과한 뒤 70kg의 마네킹을 어깨에 메고 달린다. 40kg이 넘는 사다리를 직접 설치한 뒤 타워를 오르는 3코스, 아파트 10층 높이 계단을 걸어서 오르는 4코스를 마치면 완주다. 신 소방장은 “총 5분 안에 끝내야 우승권이다. 소방관들의 철인경기”라고 설명했다. 신 소방장은 사실 ‘소방관 파이터’로 유명하다. 지난해 4월부터 프로격투기 ‘로드FC’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격투기를 시작한 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으면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끔찍한 외상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나 시신을 보다 보니 특전사로 이라크 파병까지 갔다 온 신 소방장도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려웠다. 극심한 불면증으로 술에 의존하는 날이 많아졌다. 신 소방장은 “이렇게 살다가는 국민 안전은커녕 내 몸도 못 지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에 격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대회 성적이 좋아 프로로 전향해 소방관 생활과 병행하고 있다. 최강소방관경기는 ‘파이터’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격투기를 제쳐두고 한 달 반 전부터 틈틈이 주 5일, 5시간씩 최강소방관경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아내 오주원 씨(35)가 코치를 자처했다. 신 소방장은 “아내가 닭백숙, 염소탕 등 보양식을 싸서 매일 연습에 동행한다. 각 코스 세팅은 물론 기록 단축 방법을 상의하는 등 코치 역할을 든든히 해주고 있다”며 웃었다. 신 소방장의 목표는 이번 경기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 소방관 요아힘 포잔츠 씨(43)를 꺾는 것.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소방관이 우리 한국 소방이라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세계 1등을 돈이랑 비교할 수 있겠어요?” ‘격투기 우승 상금과 세계최강소방관 챔피언 벨트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한다면 뭘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충북 소방본부 신동국 소방장(37)의 답변이다. 소방관들의 올림픽인 제13회 ‘세계소방관경기대회’가 10일부터 일주일간 충북 충주에서 진행되고 있다. 63개국 6600명의 소방관이 축구·야구·수중인명구조 등 75개 종목에서 겨룬다. 전 세계 소방관들이 우정을 나누고, 인명을 구한다는 자부심으로 하나 되는 자리다. 1990년 4월 뉴질랜드에서 처음 개최됐다. 신 소방장은 15일 열리는 이 대회의 꽃 ‘최강소방관경기’에 출전한다. 유력 우승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경기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소방관을 가리는 종목으로 ‘극한의 4코스’를 가장 빨리 완수한 소방관에게 챔피언 벨트가 주어진다. 1코스 ‘소방호스 끌기’는 길이 15m, 무게 9kg의 소방호스 8개를 소방차에 연결하고 호스를 펼쳤다 접어야 한다. 2코스 ‘장애물 코스’에서는 25kg 물통 2개를 들고 터널을 통과한 뒤 70kg의 마네킹을 어깨에 메고 달린다. 40kg가 넘는 사다리를 직접 설치한 뒤 타워를 오르는 3코스, 아파트 10층 높이 계단을 걸어서 오르는 4코스를 마치면 완주다. 신 소방장은 “총 5분 안에 끝내야 우승권이다. 소방관들의 철인경기”라고 설명했다. 신 소방장은 사실 ‘소방관 파이터’로 유명하다. 지난해 4월부터 프로 격투기 ‘로드FC’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격투기를 시작한 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으면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끔찍한 외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나 시신을 보다보니 특전사로 이라크 파병까지 갔다 온 신 소방장도 정신적으로 버티기 어려웠다. 극심한 불면증으로 술에 의존하는 날이 많아졌다. 신 소방장은 “이렇게 살다가는 국민 안전은커녕 내 몸도 못 지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겠다는 생각에 격투기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대회 성적이 좋아 프로로 전향해 소방관 생활과 병행하고 있다. 최강소방관경기는 ‘파이터’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그는 격투기를 제쳐두고 한 달 반 전부터 틈틈이 주 5일, 5시간씩 최강소방관경기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아내 오주원 씨(35)가 코치를 자처했다. 신 소방장은 “아내가 닭백숙, 염소탕 등 보양식을 싸서 매일 연습에 동행한다. 각 코스 세팅은 물론 기록 단축 방법을 상의하는 등 코치 역할을 든든히 해주고 있다”며 웃었다. 신 소방장의 목표는 이번 경기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 소방관 요아힘 포산즈(43)를 꺾는 것.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소방관이 우리 한국 소방이라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전의를 불태웠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고령 보행자를 보호하는 ‘옐로카펫’이 국내 최초로 만들어졌다. 도로교통공단 서울지부는 7일 서울 관악구 관악노인종합복지관 앞 횡단보도 2곳과 관악구민체육센터 앞 횡단보도 1곳에 옐로카펫을 설치했다. 고령자를 위한 옐로카펫은 전국 최초다. 옐로카펫은 횡단보도 보행자 신호 대기 공간 바닥과 뒤쪽 벽면을 노란색으로 칠하는 교통안전시설이다. 당초 운전자가 어린이 보행자를 식별하기 어려워 사고가 많이 벌어진다는 데에서 착안했다. 어린이에게도 ‘이곳에 있으면 안전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사고예방 효과가 알려지면서 어린이 보호구역에 설치가 늘었다. 공단은 늘어나는 고령 보행자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이번 옐로카펫을 마련했다. 지난해 서울지역 교통사고 보행 사망자 193명 중 61.1%(118명)가 60대 이상 고령자였다.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336명 중 보행자는 57.4%를 차지한다. 옐로카펫 설치 후에는 고령 보행자 안전을 위한 지역 내 교통안전 교육을 강화할 계획이다. 김재완 공단 서울지부 본부장은 “고령 보행자를 위한 횡단안전시설이 전무한 실정이다. 옐로카펫 설치로 고령 보행자 교통사고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6일 밤 발생한 서울 동작구 상도동 상도유치원 붕괴 사고가 일어나기 5개월 전에 이미 ‘붕괴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왔으나 사실상 묵살된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을 감지한 유치원 관계자와 인근 주민들의 신고도 5개월 전부터 이어졌지만 시공·감리업체와 관할 동작구, 교육청은 별도의 조치 없이 안일하게 대응했다. 상도유치원의 요청으로 3월 말 공사현장 지질조사를 벌인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7일 현장을 찾아 “조사 결과 취약한 지질 상태인 편마암 단층으로 관찰됐다”며 “붕괴 가능성이 높으니 좀 더 철저한 추가 조사와 신중한 시공이 필요하다는 자문의견서를 냈지만 전혀 보강이 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7일 “4월 초에 이 교수의 의견서를 유치원에서 제출받아 시공사에 전달하면서 보완을 지시했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공사업체는 당초 계획대로 4월 착공했다. 유치원과 주민들의 연이은 호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특히 유치원은 붕괴 징후가 나타난 지난달 22일 이후 시공업체에 위험을 알리기 위해 협의를 요청했지만 업체는 회피했다. 유치원 관계자는 “이달 4일 기둥에 금이 3cm가량 벌어져 5일 관계기관 대책회의에서 감리업체에 알렸더니 ‘7cm 이하는 문제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동작구는 이 대책회의에도 불참했다. 유치원은 4월 서울시교육청 산하 동작관악교육지원청에 이 교수의 경고 보고서를 보내면서 안전진단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특정 기관만 지원한 전례가 없다”며 거부했다. 6일 오후 11시 21분경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장의 옹벽이 무너지면서 바로 옆 상도유치원도 10도가량 기울고 건물의 상당 부분이 붕괴됐다. 당시 유치원에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가 없었지만 아이들이 있을 때 사고가 났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유치원에는 만 3∼5세 유아 122명이 다니고 있으며, 붕괴 사고 4시간 전인 오후 7시 10분경까지 원아들이 유치원에 머물렀다. 국토교통부는 상도동 다세대주택 공사에 대해 전면중지를 명령하고 전국의 공사현장 점검에 착수했다. 경찰은 시공업체의 공법 변경 등을 통한 부실공사 여부, 동작구의 안전관리 소홀 등에 대해 내사를 시작했다. 홍석호 will@donga.com·최지선·주애진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도요타 캠리 차량 운전자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여서 화가 난다’며 주차장 진입로에 ‘보복성 주차’를 한 데 이어 3일 서울 노원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건물주에게 불만을 품은 세입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주차장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애꿎은 상인들이 차량을 이용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악성 무단주차’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견인 등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즉시 조치를 하기 어려워 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한 4층 상가 건물의 주차장 입구는 3일 오전 6시경 한 세입자가 주차해놓은 1t 냉동탑차로 완전히 막혀버렸다. 차 주인은 ‘건물주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됐다’는 내용의 글과 건물주의 휴대전화 번호를 쪽지에 적어 차량 유리창 안쪽에 놓았다. 자신의 연락처는 남기지 않았다. 상인들은 경찰과 구에 “견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유지라서 견인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4일 오후 2시경까지 약 32시간 동안 이 건물 상인들은 배달 등 차량을 이용한 업무를 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떡집을 운영하는 신동순 씨(61)는 떡을 손수레에 싣고 40분가량 걸어서 배달을 했다고 한다. 횟집 주인 김한수 씨(59)는 “배달업체에 10만 원을 주고 횟감을 배달받았다”며 “엉뚱한 다툼에 상인과 주민이 볼모가 됐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사례들은 고의적으로 무단주차를 해 제3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였지만 현행법상 강제 견인을 하기 어렵다. 우선 아파트나 상가 건물 주차장은 사유지로 분류돼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공용 도로나 노상 주차장에 불법 주차한 경우 이 법에 따라 견인이 가능하지만 사유지에서는 ‘불법 주차’라는 개념이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노원구는 민원이 쇄도하자 해당 차량의 끝부분이 공용 도로에 걸쳐 있던 점을 문제 삼아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견인했지만 완전히 사유지 안에 들어가 있었다면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 공용 도로에 무단주차가 돼 있더라도 교통 흐름을 방해하거나 안전을 저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강제 견인이 가능하다. 실제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에는 올해 초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수개월째 골목 한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이 성북구에 견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는 “차주와 연락이 되고 있고 사유재산이라 당장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출동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 사유지에서도 차량을 견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 송도나 서울 노원구 사건처럼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다. 설령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견인하려고 하더라도 견인업체가 잘 나서지 않는다. 차주 동의 없이 견인할 경우 나중에 민사상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제도적 허점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자동차 열쇠구멍에 본드를 발라둬라’ ‘바퀴에 구멍을 내라’ 등 악성 무단주차 차량 대처법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사유지에 무단주차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4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최지선 aurinko@donga.com·서형석 기자}
지난달 27일 인천 송도에서 도요타 캠리 차량 운전자가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이 주차위반 스티커를 붙여서 화가 난다’며 주차장 진입로에 ‘보복성 주차’를 한 데 이어 3일 서울 노원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건물주에게 불만을 품은 세입자가 자신의 차량으로 주차장을 막아버린 것이다. 이 때문에 애꿎은 상인들이 차량을 이용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이런 ‘악성 무단 주차’는 무고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견인 등 강제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즉시 조치를 하기 어려워 법의 사각지대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있는 한 5층 상가건물의 주차장 입구는 3일 오전 6시 경 한 세입자가 주차해놓은 1t 냉동탑차로 완전히 막혀버렸다. 차 주인은 ‘건물주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됐다’는 내용의 글과 건물주의 휴대전화 번호를 쪽지에 적어 차량 유리창 안쪽에 놓았다. 자신의 연락처는 남기지 않았다. 상인들은 경찰과 구청에 “견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사유지라서 견인이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4일 오후 2시경까지 약 32시간 이 건물 상인들은 배달 등 차량을 이용한 업무를 하지 못해 큰 불편을 겪었다. 떡집을 운영하는 신동순 씨(61)는 떡을 손수레에 실고 40분가량 걸어서 배달을 했다고 한다. 횟집 주인 김한수 씨(59)는 “배달업체에 10만 원을 주고 횟감을 배달했다”며 “엉뚱한 다툼에 상인과 주민이 볼모가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들 사례는 고의적으로 무단 주차를 해 제3자의 통행을 방해하는 행위였지만 현행법상 강제견인을 하기 어렵다. 우선 아파트나 상가 건물 주차장은 사유지로 분류돼 도로교통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공용 도로나 노상주차장에 불법 주차한 경우 이 법에 따라 견인이 가능하지만 사유지에서는 ‘불법 주차’라는 개념이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다. 노원구는 민원이 쇄도하자 해당 차량의 끝부분이 공용 도로에 걸쳐 있던 점을 문제 삼아 도로교통법을 적용해 견인했지만 완전히 사유지 안에 들어가 있었다면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 공용 도로에 무단 주차가 돼 있더라도 교통 흐름을 방해하거나 안전을 저해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강제 견인이 가능하다. 실제 서울 성북구의 한 주택가에는 올해 초부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수개월째 골목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어 주민들이 성북구청에 견인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구청 측은 “차주와 연락이 되고 있고 사유재산이라 당장 조치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또 소방차나 구급차 등 긴급출동차량의 통행을 방해하는 경우 사유지에서도 차량을 견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천 송도나 서울 노원구 사건처럼 일상적인 상황에서는 소용이 없다. 설령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견인하려고 하더라도 견인업체가 잘 나서지 않는다. 차주 동의 없이 견인할 경우 나중에 민사상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제도적 허점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은 ‘자동차 열쇠구멍에 본드를 발라둬라’ ‘바퀴에 구멍을 내라’ 등 악성 무단주차 차량 대처법을 공유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의원이 ‘사유지에 무단주차 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4월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31일 오전 4시 38분경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앞 도로에 대형 싱크홀이 생기면서 주민 200여 명이 긴급 대피했다. 주민들은 “열흘 전에 이미 지반 침하가 우려된다는 민원을 냈는데도 금천구에서 아무 조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소방당국과 금천구에 따르면 이 아파트와 건너편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 사이의 도로에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사각형 싱크홀이 발생했다. 이 사고로 아파트 앞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 4대의 앞바퀴가 싱크홀 쪽으로 빠져 견인됐다. 아파트 화단은 싱크홀 쪽으로 무너졌고 가로수와 가로등은 넘어졌다. 소방당국은 이날 오전 5시 44분경부터 싱크홀과 가장 가까운 아파트 동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싱크홀은 76가구(176명)가 거주하는 이 동에서 불과 10m가량 떨어져 있다. 10층에 거주하는 김금례 씨(74)는 “도로를 내려다보면서 내 눈을 의심했다. 대피 방송에 깜짝 놀라 손가방 하나만 달랑 들고 내려왔다”고 말했다. 주민 김풍자 씨(76)는 “‘쾅’ 하고 도로가 무너지는 소리가 계속 귓전에 들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 아파트에서 20m가량 떨어진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는 지면에서 15m 아래까지 터파기 작업이 진행된 상태다. 조사단 확인 결과 공사장 외벽을 받치던 철제빔이 싱크홀 쪽으로 기울었고, 토사가 일부 유실됐다. 현장 안전 진단을 실시한 이수권 동양미래대 건축학과 교수는 “오피스텔 지하 터파기 공사를 위한 흙막이가 무너지면서 주변 도로가 침하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는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오피스텔 공사중지를 명령했다. 앞서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8월 21일 금천구에 ‘공사장 쪽 주차장에 지반 갈라짐 현상이 발견됐다’며 민원을 제출했지만 금천구는 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금천구는 “민원이 8월 30일 퇴근시간쯤 담당 부서에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서울시와 금천구는 아파트 건물 변형이 생기는지를 살펴본 뒤 재입주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아파트가 5도가량 기울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이수권 교수는 “5도가 기울면 아파트 꼭대기는 4m가량 기울어야 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직장인 조유진 씨(27·여)는 28일 오후 떨리는 마음으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뮤지컬 ‘라이온킹’을 예매하기 위해서다. 미국 브로드웨이 공연진의 첫 내한이라 조 씨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는 오후 2시가 되자마자 조 씨는 재빠르게 마우스를 클릭했다. 하지만 17만 원인 R석, 14만 원인 S석이 모두 매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새로고침’ 버튼을 눌렀지만 소용이 없었다. ‘오랫동안 기다린 공연인 만큼 꼭 좋은 자리에서 보겠다’는 희망은 물거품이 됐다. 조 씨를 더 황당하게 만든 건 ‘온라인 암표상’들의 글이었다. 예매 시작 30분도 채 안 돼 인터넷에 “R석을 1장에 30만 원에 판다. 여러 장을 사면 붙은 좌석으로 주겠다”는 글이 줄줄이 올라왔다. 잠시 후에는 R석의 가격이 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조 씨는 “돈벌이를 하려는 사람들 때문에 표를 정가보다 몇십만 원 비싸게 사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라이온킹’뿐 아니라 인기가 있는 주요 공연을 예매할 때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공연 애호가들은 이들을 ‘플미충(프리미엄+벌레 충)’이라 부른다. 자동 클릭 프로그램인 ‘매크로’ 등을 이용해 예매 시작과 동시에 표를 여러 장 구해놓은 뒤 웃돈을 얹어서 파는 이들을 비하한 표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재주는 공연단이 넘고 돈은 플미충이 번다” “얼마나 돈 벌 능력이 없으면 그렇게 사냐” 등 비난이 쏟아진다. 온라인 암표상들이 극성을 부리자 예매를 도와주는 ‘용병’을 고용하는 사람들까지 생겼다. 대학생 권모 씨(23·여)는 4월 좋아하는 아이돌 공연 예매를 위해 ‘클릭 용병’을 구했다. 정상적 방법으로 하면 예매를 못 해서 몇십만 원 웃돈을 주고 암표를 사야 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권 씨는 손이 빠른 티케팅 고수 덕에 표를 손에 넣을 수 있었고, 사례금으로 1만8000원짜리 치킨 기프티콘을 보냈다. 권 씨는 “얄미운 플미충에게 표를 비싸게 살 바에야 용병을 동원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하지만 온라인 암표상들은 눈도 깜짝하지 않는다. 최근까지 온라인 암표상이었던 양모 씨(23·여)는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했는데 돈이 잘 벌리다 보니 계속하게 됐다”고 했다. 명당자리는 정가에 수십만 원을 얹어 팔았고, 공짜 표를 15만 원에 판 적도 있다고 했다. 양 씨는 “클릭 몇 번에 해외여행 경비가 벌리니 잘못된 행동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온라인 암표상을 처벌해 달라”는 청원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현장에서 암표를 파는 것은 경범죄로 처벌할 수 있지만 온라인 암표상을 처벌할 법 조항은 없는 실정이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의원이 올해 1월 온라인 암표 매매 행위에 과태료를 최대 1000만 원 부과하는 공연법과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26일부터 나흘 동안 한반도 곳곳에 ‘물폭탄’을 쏟아부은 비구름대가 29일에는 경기 북부와 강원 영서 지역을 강타했다. 29일 기상청에 따르면 28일부터 이날 오후 9시까지 누적 강수량은 경기 연천군 중면 446.5mm, 포천시 관인면 432.0mm 등 400mm를 훌쩍 넘었다. 강원 역시 철원군 동송읍 431.5mm, 인제군 서화면 357.0mm 등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이날 오전 한때 시간당 113.5mm의 폭우가 쏟아진 철원에서는 오전 10시 37분경 계곡 인근 산악도로의 물이 불어 차량에 갇혀 있던 박모 씨(57) 등 2명이 119대원들에 의해 구조됐다. 서울에서는 29일 노원구 중랑천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오후 6시경부터 동부간선도로가 전면 통제됐다. 반포대로, 김포대로, 성산로, 성중길 일부 구간도 통제됐다. 전날 밤에는 폭우로 월릉교 밑 동부간선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 4대가 침수됐고,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김모 씨(49)가 숨졌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28일 전국 120건이었던 주택과 상가 침수 피해는 29일 오후 6시 현재 서울 139건, 경기 344건, 인천 101건 등 전국 831건으로 크게 늘었다. 이재민 137명이 발생했고, 635.7ha의 농지가 침수됐다. 이번 비는 정체전선이 한반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4일 넘게 폭우를 뿌리고 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약해지는 8월 말 차가운 고기압이 남쪽으로 내려와 정체전선을 형성해 비를 내리는 ‘가을장마’와 비슷하다. 비구름대가 경로를 갑작스레 바꾼 점도 수도권의 피해를 키웠다. 기상청은 비구름대가 28일 오후 서울을 지난 뒤 경기 북부나 더 북쪽으로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7시 30분 북상하던 비구름대가 갑자기 경로를 바꿔 다시 서울 쪽으로 내려왔다. 기상청은 서둘러 서울에 호우경보를 내렸고, 시간당 최대 70mm가 넘는 폭우가 서울을 덮쳤다. 반기성 케이웨더 예보센터장은 “정체전선은 방향을 바꾸기 전에 속도가 느려지거나 정체하기 마련인데, 이번 비는 마치 공이 벽에 부딪쳐 튀어나오듯 경로를 순식간에 바꾸며 강한 비를 쏟아내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북부에 머물던 비구름대는 29일 오후 늦게 다시 서울로 남하했다. 기상청은 이날 오후 6시 40분 서울에 다시 호우경보를 내렸고 서울에는 전날 밤과 같은 폭우가 쏟아졌다. 기상청은 30일까지 서울, 경기 북부, 강원 영서 북부에 최대 250mm 이상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김철중 tnf@donga.com / 춘천=이인모 / 최지선 기자}

“아쉬움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가 있겠어요….” 빳빳하게 다린 하얀 셔츠에 푸른색 넥타이를 맨 ‘함지박’ 지배인 이승만 씨(53)는 목이 멘 채로 말했다. 열아홉 살 막내 종업원으로 시작한 그는 어느새 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됐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중식당 ‘함지박’이 21일 점심 식사를 끝으로 40년간의 영업을 마쳤다. 이날 함지박은 ‘마지막 식사’를 하려는 손님들로 북새통이었다. 손님들은 음식을 기다리며 가게와 얽힌 추억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3대째 단골이라는 성경순 씨는 “자식이 자식을 낳아서 또 다 같이 오는 곳이었다”면서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김순영 씨는 “문 닫을 줄 알았으면 자주 올 걸 그랬다”면서 휴대전화로 가게 사진을 여러 장 찍고 돌아갔다. 저녁에 가족들과 먹겠다며 양장피, 게살볶음밥 등 음식을 포장하는 손님들도 줄을 이었다. 1978년 문을 연 함지박은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이 찾으면서 이 동네의 명물이 됐다. 인근에 법원·검찰청이 있어 법조계 인사들이 자주 방문했고, 학계 인사들의 사랑방이기도 했다. 이 가게의 이름을 따 근처 거리의 이름을 ‘함지박 사거리’라고 붙였을 정도다. 그렇다고 이곳이 이른바 ‘높으신 분’들의 전유물은 결코 아니었다. 이 지배인은 “대통령이 오신다고 특별한 음식을 내놓지 않았다. 어르신이 오면 내 부모같이, 아기가 오면 내 자식같이 대했다”고 자부했다. 순 우리말인 함지박에 한자인 ‘머금을 함(含)’ ‘연못 지(池)’ ‘넓을 박(博)’이라는 한자를 붙여서 간판을 단 이유다. 너른 연못처럼 모두에게 푸짐한 음식을 내놓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30여 년 동안 사랑을 받던 이 가게가 기울기 시작한 것은 3, 4년 전부터다. 이 지배인은 “외환위기 때에도 장사가 잘됐는데 최근 몇 년 새 매출이 계속 줄었다”고 말했다. 가게에서 25년 동안 일한 장진기 씨는 “처음에 일할 때는 종업원이 40명이 넘었는데 점점 줄어 이제는 절반밖에 안 남았다”고 했다. 이 음식점의 다른 관계자는 “주변에 대기업 프랜차이즈 중식당이 들어오면서 체감될 정도로 손님이 적어졌다”며 “재료비와 인건비는 계속 오르는데 손님이 없으니 유지가 어려웠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16년 청탁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공직자의 식사비 한도가 3만 원으로 제한됐고, 근래에 회식 자리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매출 감소의 요인이라고 음식점 관계자들은 진단했다. 결국 적자가 점점 커져 지난달 폐업을 결정했다. 요리사와 종업원 25명은 다른 식당에 일자리를 구했다. 함지박 건물은 다음 달 허물어진다. 지난달 가게 부지가 매각됐고 새 건물을 짓는 공사가 시작된다. 이 지배인은 “추억이 담긴 공간을 지키지 못해 단골손님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10일 오전 11시경. 비포장도로를 10분가량 차로 달려서 산골짜기 방면으로 들어서자 개 수십 마리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경기 하남시의 한 건설 공사 현장에 위치한 이곳은 개 임시 보호소. 이른바 ‘개장수’들에게 사육되며 학대를 받다가 긴급 격리 조치된 개들이 모여 있다. 폭염 속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자원봉사자 2명이 보호소 입구로 뛰어나와 기자의 신원을 물었다. 개장수들이 빼앗긴 개를 몰래 훔쳐가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감시의 눈길을 뗄 수 없다는 것이다. 봉사자 A 씨(37·여)는 “개장수들이 신분을 속이고 찾아와 개를 훔쳐가기 때문에 차가 지나가면 매번 신원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24시간 개를 지키는 사람들 16일 말복을 앞두고 임시 보호소에서는 개를 노리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 사이에 숨 막히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격리 조치됐던 개 200여 마리 가운데 도난당하거나 입양시킨 개를 제외한 80여 마리가 보호소 안팎을 돌아다녔다. 보호소 안은 개들의 사체와 분뇨, 악취가 뒤섞여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10여 명의 봉사자가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6일 새벽 40여 마리의 개를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동물보호단체들은 6월 말 피부병에 걸린 채 굶어 죽어가는 개들을 발견했고, 지난달 초 하남시가 개장수로부터 개들을 긴급 격리 조치했다. 개장수들은 개의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이 때문에 개를 훔쳐가고 있는 것이다. 개장수들이 일주일에 두세 차례 ‘침투’를 시도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봉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오전 11시 반경 2명의 남성이 탄 1t 트럭이 보호소 앞을 지나갔다. 이야기를 나누던 봉사자들이 차량을 응시하더니 부리나케 달려갔다. 다행히 폐지 처리업체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주 씨(60·여)는 “일주일에 서너 차례 오전에만 봉사활동을 하는데 한 달 동안 개장수와 4번 마주쳤다”고 말했다. ‘철통 검문’이 지속되자 개장수들의 수법도 다양해졌다. 낮에 오토바이를 타고 보호소에 사람이 있는지 파악한 뒤 밤에 다시 트럭을 타고 와서 개를 훔쳐가기도 한다. 봉사자 김지영 씨(32·여)는 “자원봉사자라고 속이고 임시 보호소를 염탐한 개장수를 쫓아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법 사각지대에서 학대받는 개들 개장수들이 개들을 사육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당국은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사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축과 유통을 규정한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빠져 있다. 이렇다 보니 소나 돼지 등 다른 가축과 달리 정부에서 위생을 점검하기 어렵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식용 개를 유통하면 불법이지만 암묵적으로 허용이 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보니 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고기 식용 금지’ 청와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고, 청와대는 10일 “가축에서 개가 빠지도록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한육견협회는 16일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집회를 하기로 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 회원 500여 명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복날은 가라’ 집회를 열 계획이다.구특교 kootg@donga.com·최지선 기자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

올해 상반기(1∼6월) 교통사고 사망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2% 줄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가 3000명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교통사고 사망자는 1766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 1902명보다 7.2% 줄었다. 이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지난해 4185명보다 7%가량 감소한 3800명대를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가 2016년부터 목표로 설정했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 3000명대 진입이 가시권에 들어온 것이다. 특히 교통약자로 꼽히는 어린이와 보행자의 사망 감소가 두드러졌다. 어린이는 18명으로 35.7%, 보행자는 684명으로 8.3% 줄었다. 노인 사망자는 754명으로 4.6% 감소했다.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사람은 228명에서 141명으로 38.2%나 줄었다. 정부는 올해 초 ‘2022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대 감축’을 국정과제로 제시하면서 관련 사업을 적극적으로 진행했다. 행정안전부는 전국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가운데 보행자와 차량이 같은 길을 걷는 800여 곳에 재난안전특별교부세 500여억 원을 투입해 보도를 설치하고 있다. 2022년까지 2433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스쿨존 내 차량 과속을 막기 위한 폐쇄회로(CC)TV를 5777곳(올해 1155곳 포함)에 설치할 예정이다. 고령자 사고를 막기 위한 교통안전 교육, 횡단시설 설치, 심야시간 단속 강화도 효과를 봤다. 보행자 사망 감소는 속도하향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도심 일반도로의 제한최고속도를 기존 시속 60km에서 50km로 낮추고, 이면도로는 30km로 제한하는 ‘안전속도 5030’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 종로를 비롯한 주요 간선도로의 제한최고속도가 시속 50km로 낮아졌다. 과속을 억제하면 보행자와 부딪히더라도 사망 가능성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노력도 빛을 발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광주시는 올 1월 시와 자치구, 경찰, 광주시교육청, 한국교통안전공단 등과 함께 ‘교통사고 줄이기 관계기관 협업팀’을 구성했다. 스쿨존을 정비하고, 불법 주정차와 같은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집중 단속했다. 송권춘 광주시 교통안전과장은 “올해에는 단속인력과 장비를 늘리는 한편, 이를 위해 예산 투입과 홍보를 뒷받침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지난해 상반기 65명이었던 광주 교통사고 사망자는 올 상반기 36명으로 44.6%나 줄었다. 전국에서 감소율이 가장 컸다. 지난해에는 6대 광역시 중에서 교통사고 사망자가 부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지만 올해는 가장 적었다. 하지만 과제도 여전하다. 평창 겨울올림픽을 계기로 새 고속도로 개통이 늘면서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는 18.9% 증가한 126명을 기록했다. 전체 사망자는 줄었지만 교통사고 발생 건수와 부상자는 각각 1.7%, 0.2% 늘었다. 버스, 화물차 등 사업용 차량도 중점 관리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고속도로 2차사고 방지대책 홍보, 9월 전 좌석 안전띠 의무화 등을 계기로 하반기에도 교통사고 사망자 감축 추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서형석 skytree08@donga.com·최지선 기자 공동기획 :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경찰청 한국교통안전공단 손해보험협회 한국교통연구원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tbs교통방송교통문화 개선을 위한 독자 여러분의 제보와 의견을 e메일(lifedriving@donga.com)로 받습니다.}

10일 오전 11시 경. 경기 하남시의 비포장도로를 10분가량 차로 달려서 산골짜기 방면으로 들어서자 개 수십 마리가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른바 ‘개장수’들에게 사육당하며 학대를 받다가 긴급 격리 조치된 개들이 모인 임시 보호소가 있었다. 폭염 속에서 ‘보초’를 서고 있던 자원봉사자 2명이 보호소 입구로 뛰어나와 기자의 신원을 물었다. 개장수들이 빼앗긴 개를 몰래 훔쳐가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감시의 눈길을 뗄 수 없다는 것이다. 봉사자 A 씨(37·여)는 “개장수들이 신분을 속이고 찾아와 개를 훔쳐가기 때문에 차가 지나가면 매번 신원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 24시간 개를 지키는 사람들 16일 말복을 앞두고 임시 보호소에서는 개를 노리는 사람과 지키려는 사람 사이에 숨 막히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격리 조치됐던 개 200여 마리 가운데 도난당하거나 입양시킨 개를 제외한 80여 마리가 보호소 안팎을 돌아다녔다. 보호소 안은 개들의 사체와 분뇨, 악취가 뒤섞여 있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10여 명의 봉사자들이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6일 새벽 40여 마리의 개들이 도난당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부터다. 동물보호단체들은 6월 말 피부병에 걸린 채 굶어 죽어가는 개들을 발견했고, 지난달 초 하남시가 개장수로부터 개들을 긴급 격리 조치했다. 개장수들은 개의 소유권을 주장할 경우 동물학대 등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때문에 개를 훔쳐가고 있는 것이다. 개장수들이 일주일에 두세 차례 ‘침투’를 시도하기 때문에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봉사자들은 입을 모았다. 오전 11시 반 경 2명의 남성이 탄 1t 트럭이 보호소 앞을 지나갔다. 이야기를 나누던 봉사자들이 차량을 응시하더니 부리나케 달려갔다. 다행히 폐지 처리업체 차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최정주 씨(60·여)는 “1주일에 서너 차례 오전에만 봉사활동을 하는데 한 달 동안 개장수와 4번 마주쳤다”고 말했다. ‘철통 검문’이 지속되자 개장수들의 수법도 다양해졌다. 낮에 오토바이를 타고 보호소에 사람이 있는지 파악한 뒤 밤에 다시 트럭을 타고 와서 개를 훔쳐가기도 한다. 봉사자 김지영 씨(32·여)는 “자원봉사자라고 속이고 임시보호소를 염탐한 개장수를 쫓아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법 사각지대에서 학대받는 개들 개장수들의 개들을 사육하면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정부 당국은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다. 개는 ‘가축’으로 분류돼 사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도축과 유통을 규정한 축산물위생관리법에는 빠져 있다. 이렇다 보니 소나 돼지 등 다른 가축과 달리 정부에서 위생을 점검하기 어렵다. 하상도 중앙대 식품공학부 교수는 “식용 개를 유통하면 불법이지만 암묵적으로 허용이 되는 어정쩡한 상황이다 보니 당국의 체계적인 관리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개고지 식용 금지’ 국민 청원이 20만 명을 넘어섰고, 청와대는 10일 “가축에서 개가 빠지도록 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대한육견협회는 16일 청와대 인근에서 항의집회를 하기로 했다. 반면 동물보호단체 500여 명은 이날 광화문에서 ‘복날은 가라’ 집회를 열 계획이다.구특교기자 kootg@donga.com최지선 기자aurinko@donga.com김민찬 인턴기자 서울대 미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