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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넥센과의 경기가 끝난 후 이승엽(41·삼성·사진)은 응원을 와준 팬들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대기록을 달성했지만 얼굴에선 웃음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이승엽은 KBO리그 사상 최초로 4000루타의 대기록을 세웠다. 전날까지 3998루타를 기록 중이던 이승엽은 6회초 넥센 선발 김성민의 슬라이더를 밀어 쳐 좌익수 쪽에 떨어지는 2루타로 연결시켰다. 이승엽은 8회에도 2루타 하나를 추가해 통산 누타 수를 4002개로 늘렸다. 4타수 2안타로 고군분투한 이승엽은 운동장을 빠져 나가면서 “팀이 이렇게 졌는데 무슨 할 말이 있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은 넥센에 1-14로 대패했다. 11개의 안타를 쳤지만 고작 1점을 얻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투수진은 4개의 홈런을 허용하며 손쉽게 점수를 내줬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이승엽에게는 안타까운 나날이다. 선수생활을 정리하는 올해 그는 리그 최초의 통산 450홈런 돌파에 성공했고, 4000루타 고지에도 올랐다. 리그 통산 최다 타점(1467개)과 최다 득점 기록(1331개)도 연장해 가는 중이다. 하지만 팀이 하위권에 처져 있다보니 기뻐하려야 기뻐할 수가 없다. 이승엽은 30일 경기에서도 6회 좌익수 왼쪽에 떨어지는 3루타를 쳤지만 이날도 팀은 4-9로 패했다. 8위 삼성은 이날까지 5위 넥센에 11경기 차로 뒤져 있어 포스트시즌 진출도 쉽지 않다. 한편 453개의 2루타를 친 이승엽은 양준혁이 보유한 통산 최다 2루타 기록(458개)에도 5개 차로 다가서 있다. 이헌재 기자uni@donga.com}

경기가 시작하려면 아직 3시간도 넘게 남았다. 하지만 KIA의 빨간색 방문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일찌감치 서울 잠실야구장 중앙 출입구로 모여들었다. 버스에서 내려 야구장으로 들어서려는 KIA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수백 명의 팬이 운집한 것을 본 야구장 관계자는 “평소보다 5배는 많은 것 같다. 한국시리즈에서나 나올 법한 광경이 한여름에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랬다. 선두 KIA와 디펜딩 챔피언 두산이 맞붙은 28∼30일 서울 3연전은 마치 한국시리즈를 보는 듯했다. 금요일인 28일 잠실구장에는 2만3112명의 관중이 모였다. 29일에는 2만5000명이 잠실구장 관중석을 가득 메웠다. 마케팅 담당자들 사이에서 관중 모으기가 어렵다는 일요일인 30일에도 잠실구장은 만원(2만5000명)을 기록했다. 잠실구장은 정확히 반으로 나뉘었다. 방문 팀 응원석인 3루 측은 KIA의 상징색인 빨간색과 노랑 막대풍선의 물결로 넘실거렸다. 두산 팬들이 자리 잡은 1루는 하얀색으로 물들었다. 분위기에 걸맞게 경기도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28일 경기에서는 양 팀 선발 투수(KIA 팻딘-두산 유희관)의 호투 속에 연장 12회 끝에 3-3으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29일에도 최근 들어 보기 드문 투수전이 이어지며 KIA가 2-1로 이겼다. KIA 헥터와 두산 보우덴은 각각 6이닝 1실점과 6이닝 2실점을 기록했고, 구원 투수들은 모두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30일 경기 전에 만난 두산 4번 타자 김재환은 “정말 모처럼 심장이 쫄깃해지는 시리즈를 하고 있다. 강한 상대와 맞대결을 하니 긴장감이 넘치면서도 재미있었다. 지난해 NC와의 한국시리즈 이후 처음 받는 느낌”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KIA 이대진 코치 역시 “선수들이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고 있다. 호투와 호수비가 교차했던 수준 높은 경기였다”고 말했다. KIA와 두산은 올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만날 수 있다. 시즌 초부터 선두를 질주한 KIA는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가능성이 높다. 후반기 승률 1위를 달리고 있는 3위 두산도 포스트시즌 결과에 따라 한국시리즈 진출이 가능하다. 두산은 2015시즌에도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뒤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지난해에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KIA는 2009년 이후 8년 만에 ‘V11’에 도전하고 있다. 30일 경기에서 두산은 선발 투수 장원준의 7이닝 3실점 호투 속에 6-4로 승리했다. 이에 따라 두 팀의 올 시즌 상대 전적은 5승 1무 5패로 정확히 동률이 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9회말 수비 2사 2루에서 넥센 우익수 이정후의 손을 떠난 공은 레이저처럼 포수 박동원의 미트에 박혔다. 박동원은 홈으로 쇄도하던 LG 2루 주자 황목치승을 여유 있게 태그했다. 아웃이 선언됐다. ‘야구 천재’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의 수비에 팬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경기는 3-2, 넥센의 승리로 끝나는 듯했다. 하지만 LG 벤치가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황목치승이 박동원의 미트를 절묘하게 피해 홈을 먼저 터치했다는 것이다. 비디오 판독 이후 결과가 뒤바뀌었다. 동점을 만든 LG 벤치에선 환호성이 터졌고, 이긴 줄 알았던 넥센 선수들은 다시 수비 위치로 돌아가야 했다. 2사 2루에서 구원 등판했던 넥센 김상수는 평정심을 잃었다. 폭투, 볼넷, 몸에 맞는 볼로 2사 만루를 허용한 뒤 정상호에게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LG의 4-3,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불과 몇 분 새 양 팀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렸다. 한편 전날까지 3989루타를 기록했던 삼성 이승엽은 NC와의 경기에서 홈런과 안타 하나씩을 때려 전인미답의 4000루타에 6개 차로 다가섰다. 삼성이 NC에 5-1로 승리.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6-0으로 앞서던 경기가 8-10으로 뒤집어졌다. 9회말 KIA 9번 타자 김선빈(28)의 방망이가 날카롭게 돌았다. 동점 2점 홈런. KIA는 연장 10회말 SK 투수 박희수의 끝내기 실책을 틈타 11-10으로 재역전승했다. 25일 밤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는 키 165cm의 ‘작은 거인’ 김선빈의 한 방으로부터 비롯됐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하는 KIA에 그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주전 유격수로 팀 수비를 이끄는 동시에 타격에서는 26일 현재 0.385로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2007년 이맘때 열린 KBO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KIA는 화순고 김선빈을 고심 끝에 지명했다. 야구 실력은 출중했지만 키가 너무 작다는 게 걸렸기 때문이다. 연고팀이었던 KIA가 2차 6번으로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계약금은 3000만 원. 돌이켜 보면 신의 한 수였다. 입단과 동시에 주전 자리를 꿰찬 그는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올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방망이 솜씨를 선보이고 있다. 한때 힘이 모자라 밀어 치려고만 했지만 자유자재로 방망이를 돌리면서 생긴 변화다. 한 번도 정규 타석 기준으로 3할 타율을 기록해 보지 못했던 그는 생애 첫 타격왕을 정조준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호세 알투베(27·휴스턴)가 올해도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168cm로 리그 최단신 선수인 그는 이날까지 타율 0.364로 메이저리그 전체 타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7월 들어 18경기에서 타율 0.494(79타수 39안타)를 때려냈다. 이런 추세라면 4년 연속 최다 안타왕은 물론이고 생애 3번째 타격왕 타이틀도 노려볼 만하다. 최근 불방망이에 힘입어 강력한 리그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되고 있다. 휴스턴 역시 67승 33패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한때 알투베도 작은 키 때문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그는 2000년대 중반 휴스턴의 트라이아웃에 참가했으나 “키가 너무 작다”는 이유로 선수 선발에서 제외된 적도 있다. 10년 전인 2007년 휴스턴과 계약했을 때 받은 계약금은 고작 1만5000달러(약 1680만 원)였다. 올 초 스포츠전문 케이블 ESPN이 꼽은 현역 최고의 2루수로 선정되기도 한 그는 지난해 24홈런을 친 데 이어 올해도 15홈런을 기록하며 장타력까지 갖췄다. 이달 초 알투베가 키 200.6cm인 에런 저지(뉴욕 양키스)와 함께 그라운드에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게재한 한 인터넷 사이트는 이렇게 표현했다. “야구 하기에 좋은 몸이 있다고 얘기하지 마세요(Don’t tell me there is a ‘baseball’ body).”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이 4000루타 달성이라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록에 다가서고 있다. 이승엽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NC와의 안방경기에서 2회 선두 타자로 나서 장현식을 상대로 우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후반기 첫 홈런이자 개인 통산 460번째 홈런이다. 전날까지 3989루타를 기록 중이던 이승엽은 이날 홈런으로 4루타를 더해 전인미답의 4000루타 고지에 한 발 더 다가섰다. 이승엽은 4회에는 안타 하나를 더 추가하며 1루타를 더했다. 지금 추세라면 이번 주 내에 4000루타를 무난히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엽은 이미 올 시즌 사상 최초의 450홈런 달성에 성공한데 이어 통산 최다 타점과 최다 득점 기록도 연장해 가고 있다. 전날까지 타점과 득점은 각각 1466개와 1330개였다. 450 2루타를 기록 중인 이승엽은 남은 시즌 동안 9개의 2루타를 더하면 양준혁(은퇴)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최다 2루타 기록(458개)도 넘어서게 된다.이헌재 기자uni@donga.com}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 열린 2006년. 한국 야구 대표팀의 투수코치였던 선동열 감독(54)은 까마득한 야구 선배이자 일본 팬들에게 ‘살아있는 전설’로 추앙받던 오 사다하루(왕정치·77) 일본 대표팀 감독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도 선 감독은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시절 은사였던 호시노 센이치 일본 대표팀 감독(70)을 찾아 먼저 인사를 했다. 하지만 앞으로 야구 한일전이 열리면 선 감독은 인사를 기다리는 쪽이 될 것 같다. 24일 한국 야구 대표팀의 전임 감독으로 선임된 선 감독이 어느새 일본 대표팀 감독보다 연장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일본 언론 등에 따르면 일본 대표팀도 이날 이나바 아쓰노리 전 일본 대표팀 타격코치(45)를 신임 감독으로 내정했다. 그는 선 감독보다 9세 어리다. 둘은 선수 시절 투수 대 타자로 맞대결을 벌인 적도 있다. 선 감독은 25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내가 일본 주니치에 진출했을 때 이나바는 신인급 선수였다. 나이 차가 있어 친분이 많은 편은 아니지만 운동장에서 만나 인사하고 편하게 얘기하는 사이는 된다”고 말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 ‘국보 투수’로 활약했던 선 감독은 1996년 일본 주니치에 입단해 1999년까지 뛰었다. 이나바 감독은 1995년부터 야쿠르트와 니혼햄 등에서 20시즌 동안 선수 생활을 했다. 주니치와 야쿠르트는 모두 센트럴리그 소속이다. 선 감독은 “내가 마무리 투수였기 때문에 자주 상대할 기회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맞대결 결과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공을 잘 맞히는 타자였던 건 분명하다. 특히 빠른 공에 배트가 잘 따라 나왔다”고 회상했다. 선 감독의 말대로 이나바 감독은 몸쪽 공을 가장 잘 치는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시 만나면 반갑게 인사할지는 몰라도 양보 없는 대결을 펼칠 것은 분명하다. 둘은 여러 면에서 대조적이다. 선 감독은 투수 전문가이고, 이나바 감독은 타격에 일가견이 있다. 선 감독이 오른손잡이라면 이나바 감독은 왼손잡이다. 무엇보다 선 감독은 검증된 지도자다. 삼성과 KIA 등 프로팀을 이끌었고, 투수코치로 베이징 올림픽과 2015년 프리미어12 등 다양한 국제 대회를 경험했다. 선 감독이 전임 감독으로 임명된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관록’이다. 이에 비해 이나바 감독은 지도자 경력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2014년 니혼햄에서 은퇴한 뒤에는 방송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5년 프리미어12와 올해 제4회 WBC 때 고쿠보 히로키 전 감독을 도와 타격코치를 맡은 게 전부다. 하지만 일본 대표팀 강화위원회는 그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다. 두 사람의 맞대결에 일본 언론들도 벌써부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양국을 이끄는 두 신임 감독의 첫 만남은 11월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으로 예상된다. 서로 다른 색깔의 두 사람은 2020년 도쿄 올림픽 때까지 팀을 이끌면서 치열한 한일전을 벌이게 된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평창 올림픽이 다른 대회에 비해 부끄럽게 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희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이 요즘 마이크를 잡을 때마다 하는 말이다. 평창에 이어 2020년에는 도쿄 여름올림픽, 2022년에는 베이징 겨울올림픽이 열리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24일은 평창 올림픽을 200일 앞둔 날이다. 도쿄 올림픽 개막을 정확히 3년 앞둔 날이기도 하다. 여름과 겨울 올림픽, 지방과 수도에서 열리는 차이가 있더라도 두 대회의 준비 상황은 상당히 대조적이다. 평창 올림픽은 낮은 관심 속에 심각한 자금 부족을 겪고 있다. 평창 올림픽의 대회 운영 경비는 약 2조8000억 원이다. 현재의 스폰서 유치 및 경비 절감 계획에 따른 예상 수입은 2조5000억 원이다. 3000억 원이 모자란다. 경기장 시설과 도로 등 하드웨어는 준비되고 있지만, 이를 움직일 소프트웨어가 부실해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비해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은 ‘2020 도쿄 올림픽을 일본이 다시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자’며 국가 전반의 부흥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2015년 1월 후원계약을 시작한 지 석 달 만에 목표액인 1500억 엔(약 1조5074억 원)을 모았고 지난해 상반기까지 3조5000억 원 이상을 확보했다. 모두 37개 일본 기업이 최소 60억 엔 이상의 후원에 나섰다. 아베 총리는 집무실에 올림픽 후원 기업 명단을 걸어 놓았다고 한다. 2020년 관광객 4000만 명 시대를 목표로 연일 관련 규제를 풀고 있으며 도쿄 도심에서만 300여 곳에서 재개발이 진행 중이다. 무인자동차와 드론 등 4차 산업혁명, 차세대 성장 동력 사업도 2020년 실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

‘무관심 속의 고3 수험생.’ 최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의 한 모임에서 이희범 조직위원장은 ‘평창 올림픽 고3론’을 거론했다. 눈앞에 다가온 평창 올림픽을 준비하는 심정을 ‘고3’에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조직위의 다급한 심정과 달리 주변의 관심과 지원은 크지 않다. 평창 올림픽은 ‘최순실 사태’와 정권 교체기를 거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최 씨가 올림픽 이권을 챙기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들의 시선도 차가워졌다. 대기업들의 후원금도 말랐다. 올림픽 성공 개최 여부는 국가 브랜드에 대한 평가와 직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기간 “평창 겨울올림픽을 새 정부 국정 제1과제로 선정하고 성공을 위해 국가가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했다. 조직위는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남북 단일팀 등 정치적인 메시지만 나왔을 뿐이다. 현재 평창조직위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돈이다. 2011년 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을 당시 대회 운영비는 2조2000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하지만 올해 3월 제4차 대회재정계획 때 나온 대회 운영경비는 약 2조8000억 원으로 6000억 원이 늘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때 86개였던 세부종목이 평창에서는 102개로 늘어 추가 경비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조직위의 수입은 약 2조5000억 원으로 예상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4568억 원, 글로벌 스폰서 등으로부터 얻는 수입 2396억 원, 국내 스폰서 유치액 및 기부금 8512억 원, 입장권 수입 1798억 원 등이다. 이에 비해 지출은 2조8000억 원가량이다. 약 3000억 원이 부족하다. 이 위원장은 “정말 한 푼이 아쉬운 상황이다. 그동안 대회 후원에 뜻을 보이지 않았던 국내 공기업들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증량 발행 등도 ‘균형 재정’을 위한 방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평창 올림픽에 소요되는 총경비는 14조2000억 원가량 된다. 인천국제공항∼강릉 고속철도(KXT), 서울∼양양고속도로, 제2영동고속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에 약 11조4000억 원이 들었다. 전체 경비에서 시설비를 뺀 대회 운영비가 2조8000억 원이다. 러시아가 2014 소치 겨울 올림픽에 들인 비용은 510억 달러(약 57조 원)로 알려졌다. 이 위원장은 “시설을 비롯한 모든 올림픽 준비는 잘돼 가고 있다. 유일하게 남은 문제가 ‘균형 재정’이다. 평창 올림픽은 평창이나 강원도의 올림픽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의 올림픽”이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야구 국가대표팀이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선수들로 구성된 미국 대표팀과 맞붙는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 남자 아이스하키에서 비슷한 광경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최고의 아이스하키리그인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평창 보이콧을 결정한 가운데 NHL의 하부리그인 아메리칸하키리그(AHL)는 선수들을 평창 올림픽에 보내기로 했다. 야구로 비유하자면 메이저리그 선수들은 올림픽에 못 나오지만 산하 마이너리그 트리플A 선수들의 출전은 허용했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다. 순수하게 AHL 계약을 한 선수에 한해 올림픽에 보내겠다는 것이다. 다시 야구에 비유하자면 메이저리그 계약을 한 선수는 올림픽에 갈 수 없다. 스플릿 계약(메이저리그냐 마이너리그냐에 따라 연봉이 달라지는 계약)을 한 선수 역시 출전이 불가능하다. 이들은 언제든지 빅리그에 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평창에 올 수 있는 AHL 선수들은 순수한 ‘마이너리거’들이다. 나이 또는 실력 등의 이유로 빅리그 승격 가능성이 거의 없는 선수들이 오게 되는 것이다. 한국 국가대표로 평창 올림픽에 출전하는 마이크 테스트위드, 브라이언 영(이상 하이원) 등도 AHL을 거쳐 아시아리그에서 뛰기 시작했다. 이번 결정으로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되는 나라는 세계랭킹 1위 캐나다와 5위 미국이다. 두 나라는 최고의 선수들(NHL)뿐 아니라 차선의 선수들(NHL에 올라갈 수 있는 유망주)까지 뺀 채 선수단을 구성해야 한다. 스위스(7위), 스웨덴(3위), 핀란드(4위) 등도 타격을 피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2017∼2018 NHL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뉴저지 데블스에 입단한 니코 히시어(스위스)는 NHL 계약을 했기 때문에 평창 올림픽에서 스위스 국기를 달고 뛸 수 없다. 이와는 반대로 자국 리그 출신으로 선수단을 구성하는 독일이나 슬로베니아 등은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올해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 진출의 기적을 일군 한국도 마찬가지다. A조에 속한 한국은 캐나다, 체코(6위), 스위스(7위) 등과 조별리그를 치른다. 백지선 한국 대표팀 감독(사진)은 최근 미디어데이 행사 때 “평창 올림픽 목표는 당연히 금메달이다. 어떤 경기도 진다는 생각을 안 해 봤다”고 말했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강국들의 전력이 크게 약화되면서 평창 올림픽에서는 이변의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매 경기가 팽팽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6이닝 8안타 6실점(5자책). 에이스의 투구라 하기엔 부족해 보이는 경기 내용이었다. 하지만 두산 외국인 투수 니퍼트(36·사진)는 경기가 끝난 후 활짝 웃었다. 팀이 이겼기 때문이다. 자신보다는 팀 성적을 우선시하는 니퍼트가 시즌 10승과 함께 KBO리그 역대 외국인 투수 통산 최다승 타이기록(90승)을 세웠다. 이날 니퍼트는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4회부터 오른손 중지 통증을 호소했다. 하지만 홈런을 3방이나 허용하면서도 6회까지 버텨냈다. 5-6으로 뒤지던 두산 타선은 6회말 3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하며 니퍼트에게 소중한 승리를 안겼다. 6시즌째 한결같이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는 니퍼트는 역시 두산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다니엘 리오스가 갖고 있던 외국인 투수 최다승(90승)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니퍼트는 경기 후 “90승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좋은 팀과 동료들을 만난 덕분에 이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최근 4연패의 늪에 빠졌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냉정하다 못해 냉혹하기까지 하다. 어렵게 잡은 기회를 이어 가던 뉴욕 양키스 내야수 최지만(26·사진)이 대형 트레이드의 희생양이 됐다. 양키스는 20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경기에 앞서 최지만을 ‘지명양도(DFA·Designated For Assignment)’ 했다고 발표했다. 지명양도란 메이저리그 계약을 할 수 있는 40인 로스터 명단에서 제외하는 행정절차다. 최지만과 함께 한국계 내야수인 롭 레프스나이더도 지명양도 조치됐다. 최지만으로서는 하루 전인 19일 두 팀 사이에 있었던 3 대 4 트레이드의 유탄을 맞은 모양새가 됐다. 양키스는 지난해 40홈런을 친 거포 토드 프레이저와 불펜 투수 데이비드 로버트슨, 토미 케인리를 데려왔다. 이들을 위한 자리를 만드느라 최지만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한 것이다. 올 초 양키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한 최지만은 6일 빅리그의 부름을 받은 뒤 데뷔전부터 2경기 연속 홈런을 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 6경기 성적은 타율 0.267에 2홈런, 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67이었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를 달리고 있는 양키스는 후반기 순위 싸움을 위해 더 강한 타자를 원했다. 프레이저는 올해도 16홈런을 치고 있다. 양키스는 최근 밀워키 트리플A 1루수 개릿 쿠퍼도 데려왔다. 앞으로 열흘 안에 최지만을 원하는 팀이 나타나지 않으면 양키스는 그를 마이너리그로 이관할 수 있다. 최지만은 “일단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LA 다저스 선발투수 류현진(30)은 25일 미네소타와의 안방경기에서 후반기 첫 선발 등판한다. 류현진은 지난달 29일 LA 에인절스전에서 안드렐톤 시몬스의 타구에 왼발을 맞아 일찍 전반기를 마감했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2014년 중반 ‘심판 합의판정 제도’가 도입된 후 프로야구에서 오심은 크게 줄었다. 올해부터는 이를 업그레이드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됐다. 하지만 비디오 판독도 완벽한 제도는 아닌가 보다. 롯데 손아섭(사진)이 비디오 판독 오심으로 홈런을 빼앗기고 말았다. 20일 울산 문수야구장에서 열린 삼성-롯데의 경기. 1-4로 뒤진 3회말 손아섭은 삼성 선발 윤성환을 상대로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큰 타구를 쳤다. 공은 펜스 끝의 노란색 선을 맞고 담장을 넘어간 뒤 관중 보호용으로 설치된 철망을 맞고 다시 그라운드로 들어왔다. 심판진이 홈런을 선언하자 삼성 벤치는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중계 화면으로 봐도 명백히 홈런이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비디오 판독 센터에서는 이를 2루타로 판정했고, 후속타 불발로 롯데는 득점에 실패했다. 롯데는 이후 한 점씩 추격해 7회말에 4-4 동점을 만든 후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결국 비겼다. 오심이 없었다면 정규 이닝에서 롯데의 승리로 끝날 수도있는 경기였다. KBO는 오심을 인정하고 관계자를 징계하기로 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98년 나가노 대회부터 2014년 소치 대회까지 5대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했던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스타 선수들이 내년 2월 평창 겨울올림픽엔 오지 않는다. 게리 배트맨 NHL 커미셔너는 올 초부터 “단 한 명의 NHL 선수도 평창에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공언해 왔다. 지난달 NHL 사무국은 평창 올림픽 기간(2018년 2월 9∼25일)이 포함된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일정까지 발표했다. 평창올림픽조직위는 “NHL의 결정은 노사 협상의 과정으로 보인다. NHL의 불참을 단정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으나 아이스하키계에서는 NHL의 평창행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보고 있다. 평창으로서는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다. 남자 아이스하키가 ‘겨울올림픽의 꽃’이라고 평가받는 배경에는 NHL 스타플레이어들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2010년 캐나다 밴쿠버 올림픽 때 전체 입장 수입의 41% 정도가 아이스하키에서 나왔다. 소치 올림픽에서도 입장 수입의 30%를 차지했다. 평창조직위는 남녀 아이스하키 입장권 판매 수익을 전체 수입(약 1746억 원)의 19.5%인 341억5000만 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아이스하키 관계자는 “흥행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아이스하키에 열광하는 북미나 유럽 관광객들이 최고가 아닌 경기를 보러 평창까지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조직위는 국내 기업체 판매 등으로 티켓 판매 목표액을 채우겠다는 입장이지만 대회 권위의 추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NHL은 2022년 중국 베이징 올림픽에는 선수들을 파견하기로 이미 결정했다. 올해 9월 LA 킹스와 밴쿠버 캐넉스의 시범경기를 중국에서 연다. 내년에는 정규시즌 경기를 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결국은 돈 문제다. 거대 시장이 될 수 있는 중국과 달리 한국은 NHL에 크게 매력적인 국가가 아닌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세계랭킹 21위인 한국이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NHL 선수들이 모두 출전한다면 한국이 같은 A조에 속한 캐나다(1위), 체코(6위), 스위스(7위) 등에 승리를 거둘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평가다. 그렇지만 NHL 선수들이 빠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대표팀은 4월 2017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세계선수권 디비전1 그룹A(2부 리그)에서 카자흐스탄을 5-2로 꺾었다. 12번 맞붙어 12번 모두 패했던 카자흐스탄을 넘어서면서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 진출까지 성공했다. 톱 디비전의 단골손님인 카자흐스탄은 지난해 세계선수권에서 스위스에 승리한 적이 있다. 한국도 얼마든지 스위스나 체코와 승부를 겨뤄볼 만하다는 얘기다. 국가대표 대표 공격수 조민호(안양 한라)는 “꿈에서 그리던 NHL 선수들과 같이 빙판에 서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목표는 상향 조정됐다. 이제는 1승이 문제가 아니다. 8강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코리안 특급’ 박찬호(44)는 2010시즌을 마지막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떠났다. 이후 일본 오릭스와 KBO리그 한화에서 뛴 뒤 2012년 말 은퇴했다. 그런데 박찬호와 동갑으로 한때 선발 맞대결을 벌이기도 했던 바르톨로 콜론(44·사진)은 여전히 현역이다. 메이저리그 최고령 선수인 콜론은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고 19일 뉴욕 양키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1997년 클리블랜드에서 데뷔한 콜론은 메이저리그에서 21시즌째 뛰고 있다. 미네소타는 그의 10번째 팀이다. 양키스는 2011년 그가 잠시 몸담았던 팀이다. 강산이 두 번 바뀔 세월 동안 그가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특유의 유연성 덕분이다. 키 180cm에 몸무게 129kg으로 우람한 체구인 그는 유연성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팀 동료인 요한 산타나는 “콜론의 스트레칭을 보고 깜짝 놀랐다. 다리를 편 채 허리를 굽히는 동작을 했는데 손바닥이 아니라 머리가 땅에 닿더라. 곧이들리지 않겠지만 내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말했다. 올해 애틀랜타에서 2승 8패, 평균자책점 8.14의 부진을 보인 뒤 방출됐지만 여러 팀에서 입단 제의를 받았다. 특히 2014년부터 3시즌 동안 44승을 거둔 뉴욕 메츠가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좀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이유로 미네소타를 선택했다. 통산 235승(170패)을 거둔 그는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최다승을 노리고 있다. 후안 마리찰이 세운 243승을 넘어서기까지는 9승이 남았다. 내년까지 선수 생명을 이어간다면 충분히 기록 경신이 가능하다. 박찬호는 마지막 팀이었던 피츠버그에서 아시아 투수 최다승(124승) 기록을 세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골프광’으로 유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71)이 프랑스 방문을 마친 뒤 향한 곳은 집무실이 있는 워싱턴 백악관이 아니었다. 자신이 소유한 18개의 골프장 중 하나이자 제72회 US여자오픈이 열린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라운드가 열린 15일부터 17일 최종 라운드까지 지켜본 뒤에야 백악관으로 돌아갔다. 그는 15번홀 주변에 마련된 전용 관전 시설에서 대선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구호가 적힌 빨간 모자를 쓰고 경기를 지켜봤다. 미국 선수의 우승을 바랐을 테지만 그가 기립박수를 보낸 상대는 ‘슈퍼 루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을 비롯한 한국 선수들이었다. 박성현이 자신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장식했다. 박성현은 17일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6762야드)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첫날 58위였던 그는 최종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적어내 2위 최혜진(18)을 2타 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우승상금은 90만 달러(약 10억1500만 원)다. 한국 선수들의 대회 통산 9번째 우승. 1998년 박세리, 2005년 김주연, 2008년과 2013년 박인비, 2009년 지은희, 2011년 유소연, 2012년 최나연, 2015년 전인지의 뒤를 이었다. 14번홀까지 최혜진, 펑산산(중국)과 공동 선두였던 박성현이 15번홀에서 7m 정도 거리의 긴 버디 퍼팅을 집어넣어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가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이날 가장 어렵게 세팅된 17번홀에서 두 번째 샷을 1.5m에 붙여 버디를 낚은 데 이어 18번홀(파5)에서도 파를 세이브해 승리를 결정지었다. 박성현이 스코어카드를 제출하기 위해 이동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박성현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함께 경기를 지켜본 트럼프 대통령의 큰딸 이방카도 경기 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당신의 재능과 끈기에 감명 받았다”는 글을 남겼다. 우승 직후 그린에서 어머니 이금자 씨와 포옹하며 눈물을 흘린 박성현은 기자회견에서는 “전혀 실감이 안 난다. 구름 위를 떠가는 기분이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지난해의 경험 덕분에 오늘의 우승이 나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성현은 지난해 같은 대회 마지막 날에도 우승 경쟁을 벌였으나 18번홀에서 친 세컨드샷이 워터 해저드에 빠지면서 아쉽게 연장전에 들어가지 못했다. 박성현은 또 새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의 호흡도 우승 원동력으로 꼽았다. 박성현은 “18번홀에서 3번째 샷을 그린 뒤로 넘겼을 때 존스가 ‘항상 연습했던 거니까 믿고 편하게 쳐라’고 말해준 게 도움이 됐다. 연습했던 대로 샷이 나와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최나연의 캐디를 맡았던 존스는 지난해 9월 전인지의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에도 힘을 보탰다. 이날 리더보드는 태극기의 물결로 가득했다. 우승 박성현, 준우승 최혜진을 필두로 세계 랭킹 1위 유소연과 허미정이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에 자리했다. 이정은이 공동 5위에 올랐고, 김세영 이미림 양희영 등 3명은 공동 8위에 자리했다. 상위 10명 중 8명이 한국 선수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946년부터 시작된 US여자오픈은 ‘오픈(Open)’ 대회인 만큼 아마추어 선수들도 출전할 수 있다. 역대 이 대회에서 아마추어가 우승한 적은 단 한 번 있었다. 1967년 카트린 라코스트(프랑스)였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새 역사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아마추어 최혜진(18·학산여고)이 그 주인공이다. 최혜진은 16일 미국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US여자오픈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1개로 2언더파 70타를 쳤다. 3라운드까지 8언더파 208타를 기록한 최혜진은 선두 펑산산(중국)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랐다. 최혜진은 마지막 날 최종 4라운드에서 펑산산과 챔피언 조에서 경기를 치른다. US여자오픈 국내 예선전을 1위로 통과한 최혜진은 이번 대회 3라운드까지 프로 선수들 뺨치는 기량을 선보였다. 드라이버 비거리는 243야드로 13위에 올랐다. 페어웨이 안착률(81.0%)과 그린 적중률(74.1%) 역시 각각 16위와 5위다. 퍼팅 역시 라운드당 28개로 5위에 랭크됐다. 이날 1번홀(파5)을 보기로 불안하게 출발했으나 결국 3개의 버디로 2타를 줄이는 위기관리 능력도 선보였다. 최혜진은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단체전 은메달, 2015년 세계주니어선수권 개인과 단체전 2관왕, 지난해 세계아마추어선수권 개인 및 단체전 2관왕 등 아마추어로서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올해는 프로 대회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 왔다. 올초 LPGA투어 ISPS 한다 호주오픈에서는 공동 7위에 올랐다. 이달 초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초정탄산수 용평리조트오픈에서는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KLPGA투어에서 아마추어 선수의 우승은 2012년 4월 김효주(22·롯데)의 롯데마트 여자오픈 이후 5년 2개월여 만의 일이었다. 최혜진은 “마지막 날 공격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이전까지 아마추어 선수들의 우승을 막은 건 주로 한국 선수들이었다. 1988년 박세리는 연장 접전 끝에 미국 듀크대에 다니던 태국계 선수 제니 추아시리폰을 꺾었다. 2005년에는 김주연이 마지막 홀 벙커샷 버디로 아마추어이던 모건 프레슬과 브리트니 랭(이상 미국)을 이겼다. 한편 3라운드까지 상위 5위에 오른 7명 가운데 펑산산을 제외한 6명이 한국 선수다. 톱10으로 범위를 넓히면 13명 가운데 한국 선수가 9명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상금 랭킹 2위를 달리고 있는 김해림(28·롯데)은 이번 주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세계 랭킹 34위인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 출전 자격을 갖고 있었지만 미련 없이 이를 포기했다. 김해림이 대신 향한 곳은 일본이었다. 김해림이 처음 출전한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김해림은 16일 일본 이바라키현 이글포인트 골프장(파72)에서 끝난 JLPGA투어 사만사타바사 레이디스 토너먼트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5개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05타를 적어낸 그는 2위 그룹을 4타 차로 따돌리고 여유 있게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은 1080만 엔(약 1억900만 원). 김해림은 우승 상금과는 별개로 벤츠 승용차를 부상으로 받았다. 김해림은 이른바 늦게 핀 꽃이다. 27세이던 지난해에야 KLPGA투어 첫 승을 따냈다. 지난해 2승을 올린 그는 올해도 2승을 올리며 한국 여자 투어의 대표 얼굴로 떠올랐다. 그의 다음 목표는 해외 진출이었다. LPGA투어보다 일본 투어를 목표로 삼았던 그는 스폰서 초청으로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우승함으로써 퀄리파잉스쿨을 통과하지 않고 곧바로 시드(출전권)를 따냈다. 김해림은 “일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선수들의 만족도가 높더라. 일본에서 뛰어 보고 싶은 마음에 지난주 한 대회를 쉬면서 철저히 준비했다. 마음먹은 대로 곧바로 출전권을 따내 기쁘다”고 말했다. 매 경기 상금의 10% 정도를 기부해 ‘기부 천사’로도 잘 알려진 김해림은 일본에서도 선행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편 윤채영(30·한화)은 7언더파 209타로 이와하시 리에(일본)와 함께 2위에 올랐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12-1로 앞서던 경기가 12-13으로 뒤집어지리라는 걸 그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5일 인천에서 열린 KIA-SK의 경기. 4회까지 1-12로 뒤지던 KIA는 5회초 11타자가 연이어 안타를 때렸다. 역대 최다 연속 안타 신기록이었다. 그 가운데 홈런은 무려 4개나 됐다. KIA가 일찌감치 연속 두 자릿수 득점 경기 수를 8경기로 늘리는 순간이었다. 장장 34분에 걸친 5회초 수비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돌아온 SK 선수들의 얼굴은 흑빛이었다.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패배의 기운이 감돌았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그날 SK는 18-17로 기적 같은 재역전승을 거뒀다. 한국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이 경기에는 대체 어떤 사연이 있었던 것일까. 올 시즌 전반기를 뜨겁게 달군 명장면과 그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 SK를 살린 박정권의 한마디 당시 5회 공수 교대 시간. SK 주장 박정권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거의 패닉에 빠진 선수들을 한 명 한 명 쳐다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 경기를 지면 올 시즌 우리 팀은 이대로 망한다. 다른 경기는 다 져도 좋다. 하지만 오늘만은 죽어도 이겨야 한다.” 12-15로 뒤진 운명의 8회말. 마침내 기회가 왔다. 이재원의 2타점 2루타로 2점을 따라붙은 후 맞은 2사 만루 찬스에서 나주환의 역전 싹쓸이 3루타가 터졌다. 나주환은 경기 후 “선수들이 오늘만큼은 꼭 이기자고 마음을 모은 게 승리의 이유”라고 했다. SK는 결국 3위라는 좋은 성적으로 전반기를 마감할 수 있었다. ○ ‘무패 신화’ 헥터를 구한 최형우 선두로 전반기를 끝낸 KIA는 헥터라는 독보적인 에이스를 보유한 덕을 톡톡히 봤다. 헥터는 삼성과의 개막전 승리를 시작으로 11일 NC전까지 14승 무패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개막 14연승이자 지난 시즌을 포함하면 외국인 선수 최다인 15연승이다. 하지만 헥터의 무패 신화는 일찌감치 깨질 수도 있었다. 5월 13일 SK전에서 헥터는 1회부터 로맥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하면서 1-3으로 뒤진 8회에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를 패전 위기에서 구한 것은 100억 원의 사나이 최형우였다. 최형우는 9회초 동점 2점 홈런을 때린 데 이어 연장 11회에는 역전 결승 2점 홈런까지 쳐 승리를 이끌었다. 헥터는 며칠 후 자신을 패전에서 구해낸 최형우에게 500달러 상당의 고가 스피커를 선물하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헥터는 6월 21일 두산과의 경기에서도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는데, 그날 KIA 타선은 장단 20안타로 20득점을 하며 헥터에게 승리를 선물했다. 헥터는 “야구를 하면서 이렇게 화끈한 타선은 처음 본다”며 웃었다.○ 사이클링 히트 속성 완성 정진호 KBO리그 역사에서 사이클링 히트(타자가 한 경기에서 단타, 2루타, 3루타, 홈런을 모두 치는 것)는 모두 23번 있었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한 두산 정진호의 기록은 좀처럼 깨지기 힘들 것 같다. 평생 한 번 할까 말까 한 사이클링 히트를 5회 안에 끝냈기 때문이다. 정진호는 6월 7일 삼성전에서 부상을 당한 주전 우익수 박건우를 대신해 선발 출장 기회를 얻었다. 1회 2루타를 치면서 기분 좋게 출발한 그는 2회 3루타, 4회 1루타에 이어 5회에는 홈런을 때리며 역대 최소 이닝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다. 정진호는 “경기 후 하이라이트를 보니 2회 3루타는 중견수 박해민의 글러브를 스쳤더라. 그게 잡혔다면 기록도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정진호는 이튿날 선수단에 기분 좋게 피자 30판을 돌렸다. 지난해 선발 출장이 3경기에 불과했던 정진호는 행운의 사이클링 히트 경기 이후 부쩍 출전 기회가 늘어 12일까지 25차례 선발 출전했다. ○ 이승엽은 대구 사나이? 포항 사나이?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삼성 이승엽은 4∼6일 포항에서 치른 마지막 3연전 첫 경기에서 홈런 두 개를 날리며 포항과 뜨겁게 이별했다. 대구를 안방으로 누볐던 이승엽이지만 ‘제2의 홈구장’인 포항에서는 방망이에 더욱 불이 붙었다. 이승엽의 통산 포항구장 성적은 39경기 출전에 타율 0.362(141타수 51안타), 15홈런, 45타점이었다. OPS(출루율+장타력)는 무려 1.163이다. 12일 현재 통산 타율(0.303)과 OPS(0.963)를 훌쩍 넘어선다. 이승엽은 2013년 포항에서 열린 올스타전 홈런레이스에서 우승했고, 2015년 6월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는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다. 그는 “예전엔 타격감이 안 좋을 때마다 포항에서 경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마지막 포항구장에서 그의 홈런 볼을 받은 2명은 560만 원 상당의 명품시계를 선물받았다. 이 밖에 한화 김태균의 86경기 연속 출루, 넥센 신인 이정후의 최연소 올스타 선정(15일 기준 18세 10개월 7일) 등도 KBO리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기에 충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이헌재 기자}

KBO리그에서 팀의 성패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무엇일까. 현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은 외국인 선수 농사다. 특히 마운드에서 외국인 선수의 존재는 절대적이다. 강한 외국인 투수 2명으로 ‘원투펀치’를 구성하면 토종 선발이 2명만 있어도 ‘선발 로테이션’이 굴러간다. 선발 야구가 되면 야구가 쉬워진다. 지난해 두산이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판타스틱4’라고 불린 선발 투수 4명(니퍼트, 보우덴, 장원준, 유희관)이었다. 올해 외국인 농사로 가장 재미를 보고 있는 팀은 선두 KIA다. 5승에 그치고 있는 팻딘을 제2선발로 보기는 어렵지만 개막 후 14연승을 달리고 있는 강력한 ‘원 톱’ 헥터의 존재가 이를 상쇄한다. 토종 투수 양현종과 임기영까지 가세해 막강 선발진을 구축했다. 최근 KIA의 강력한 타선이 주목받고 있지만 투수진의 힘이 바탕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여기에 공수주 3박자를 고루 갖춘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까지 펄펄 날고 있다. 이에 비해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팀들은 거의 예외 없이 외국인 선수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 점에서 넥센은 무척 특별한 팀이다. 토종 파워를 앞세워 상위권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외국인 선수를 모두 빼고 우열을 가린다면 최강 팀은 넥센의 차지가 될 게 유력하다. ‘화수분 야구’로 유명한 두산은 뛰어난 야수를 많이 배출했다. 넥센은 한술 더 떠 야수뿐만 아니라 투수들까지도 잘 키우고 있다. 넥센의 두 외국인 투수 밴헤켄과 브리검은 12일 현재 9승을 합작해 KIA 헥터나 SK 켈리(11승) 등 한 명 승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토종 선발 자원만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넥센에는 선발로 나설 수 있는 ‘영건’이 차고 넘친다. 최근에는 최원태(20)와 금민철(31), 김성민(23) 등이 선발로 뛰고 있다. 시즌 초반 불펜 요원이었다가 6월 중순부터 선발 투수로 나서고 있는 금민철은 선발 4경기에서 3승을 따냈다. 5월 SK에서 넥센으로 트레이드된 김성민은 2일 kt와 치른 선발 데뷔전에서 5이닝 1실점으로 완투승(강우 콜드승)을 따냈다. 현재 휴식차 엔트리에서 빠져 있는 한현희(24)와 조상우(23·이상 5승)는 후반기에 불펜으로 뛸 게 유력하지만 언제든 선발 등판이 가능하다. 7월부터 불펜으로 돌아선 지난해 신인왕 신재영(28) 역시 선발 자원이다. 타선에서도 외국인 타자 대니 돈이 타율 0.140, 1홈런으로 부진하지만 넥센 팀 타율은 0.300에 이른다. 넥센이 더 좋은 외국인 선수를 데려온다면 지금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다. 11일 현재 넥센은 45승 1무 38패로 3위 SK에 두 경기 뒤진 4위를 달리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사진)이 해결사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내며 개인 통산 2100안타 고지에 올라섰다. 전날까지 2099안타를 기록 중이던 이승엽은 12일 수원에서 열린 kt와의 방문경기에서 2회초 고영표를 상대로 우중간 안타를 치면서 2100안타를 돌파했다. 프로야구 역대 4번째 대기록. 이승엽은 0-1로 뒤지던 4회에는 동점 적시 2루타를 쳐내며 통산 안타 수를 2101개로 늘렸다. 이 안타로 장성호(은퇴·2100안타)를 제치고 통산 안타 순위에서도 3위로 올라섰다. 이승엽은 5회 2사 만루에서는 누상의 주자 3명을 모두 불러들이는 싹쓸이 우중간 2루타를 쳐내는 등 5타수 3안타 4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의 11-3 대승을 이끌었다. 이승엽보다 많은 안타를 친 선수는 양준혁(은퇴·2318개)과 LG 박용택(11일 현재 2142개) 등 2명밖에 없다. 최하위 kt는 시즌 최다인 8연패. 선두 KIA는 연장 10회 말 터진 최형우의 끝내기 홈런으로 2위 NC에 7-6으로 역전승했다. 두산도 9회 말 김재환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넥센을 4-3으로 꺾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