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제2연평해전(2002년 6월 29일)과 천안함 폭침(2010년 3월 26일), 연평도 포격 도발(2010년 11월 23일)로 희생된 장병 55명을 기리는 제2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이 24일 국립대전현충원 현충광장에서 거행됐다. 하지만 대선 주자를 포함한 주요 정치인 대부분이 불참해 안보 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영웅들의 희생을 외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가보훈처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비롯해 전사자 유족과 참전 장병, 유공자, 시민 등 70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대선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은 경선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자유한국당 대선 주자들도 TV 토론 준비로 빠졌다. 대선 주자 중에서는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당 심상정 대표만 참석했다. 정당 지도부 중에서는 한국당만 참석했고 민주당과 국민의당 지도부는 불참했다. 황 권한대행은 기념사에서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친 용사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북한이 지금 우리의 상황을 오판해 또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만큼 확고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제2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윤영하 소령의 부친 윤두호 씨가 아들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편지를 낭독했다. 기념공연으로 마련된 국민대합창은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이승기 상병(가수 겸 탤런트)과 가수 은가은이 함께했다. 정부는 ‘3대 서해 도발’의 희생자를 기리고, 북한의 만행을 상기하자는 취지에서 지난해부터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서해 수호의 날로 정해 기념식을 열고 있다.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유근형 기자}

“청년들에게 미안하다. 그리고 ‘정부만 믿고 열심히 살면 된다’는 답을 못 드리는 현실 때문에 괴롭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23일 방송된 채널A-동아일보 특집 ‘청년, 대선주자에게 길을 묻다’에 출연해 청년 문제에 대해 솔직하게 심경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고 강조하기보다는 청년 세대의 아픔에 공감하기 위해 노력했다. 안 지사는 “높은 학비로 빚쟁이가 돼서 사회에 진출해도 나만의 노력만 가지고 좋은 일자리를 얻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라며 “급기야 어느 정치인은 눈높이를 낮추라고 하고, 해외로 나가라고 하는데, 희망의 종류가 이것밖에 안 돼 (정치인으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공공 일자리 창출, 청년 고용 할당제, 중소기업 인턴 고용 보조금제 등 수많은 청년 정책이 쏟아졌지만 ‘곧 좋아지겠지’라는 공감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이제 근본적 해법이 필요한 때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월 1만 엔(약 10만 원)밖에 안 나는데, 우리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100 대 60 정도로 벌어져 있다”며 “이런 일자리 양극화와 불공정성을 극복하지 않고는 청년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고 했다.○ “표지갈이식 청년 일자리 공약 안 한다” 구조적 모순 해결이라는 큰 목표를 제시한 안 지사의 해법은 의외로 간명했다. 김대중 정부의 국가 개혁 100대 과제, 노무현 정부의 비전 2030, 이명박 정부의 비전 2040,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3개년 계획 등에 포함된 역대 청년 정책을 모두 계승 발전하겠다는 것이다. 안 지사는 “역대 정부의 청년 정책은 세부적으로 90%가 같고, 자습서를 자주 바꾼다고 성적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라며 “내용은 똑같은데 표지만 바꾸는 ‘표지갈이’ 청년 일자리 공약은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똑같은 식재료지만 저한테 그 부엌을 맡겨 주시면 호텔급 요리로 만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청년 문제 해결을 위해선 기존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는 협치가 필요하다는 게 안 지사의 생각이다. 그는 “대통령이 되면 임금님이 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의회를 통한 개혁 입법 없이는 어떤 것도 앞으로 갈 수가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가결시켰던 것처럼 강력한 다수파를 형성해 국가 개혁과 적폐 청산의 길로 가겠다”고 주장했다. 대연정 제안이 선거공학적 전략이 아니란 점도 강조했다. 그는 “보수 진영에서는 ‘잘라 놓으면 빨간 수박’이라고 얘기하고, 진보 진영에선 너무 많이 나갔다고 핀잔을 듣고 있다”며 “하지만 대연정은 안희정식 새로운 길이고, 1990년대 유럽의 제3의 길, 1992년 미국 빌 클린턴 정부의 뉴민주당 플랜과 같은 새로운 진보의 혁신 운동”이라고 했다. 안 지사는 충남에서 협치를 통해 도정을 이끈 경험을 들며 대연정의 실효성을 부각했다. 그는 “2010년 처음 도지사가 됐을 때 충남도의회 44명의 도의원 중 민주당 소속은 단 2명뿐이었다”며 “극단적 ‘여소야대’ 속에서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무상급식, 공공의료 등 진보적 정책을 이끌어 냈다”고 설명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전 국민 안식제,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등 안희정표 공약에 대한 검증이 이뤄졌다. 안 지사는 ‘10년 일하면 1년 쉬는 게 듣기엔 좋은데, 마치 특정인만을 위한 정책 같다’는 한 대학생의 질문에 대해 “노무현 정부 시절 주 5일 근무제를 시행할 때도 그런 의문이 나왔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정착이 됐다”며 “독일에 비해 연 3개월을 더 일하는 과로 사회에서 쉼표가 있는 사회로 나갈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지방 국공립대 KAIST급 지원” 지방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공약에 대해서는 ‘시혜성 공약’이 아닌 ‘자치분권’ 철학이 담긴 정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 인재들이 다 ‘인 서울’ 하면 지역 발전 동력은 사라진다”며 “KAIST나 육군사관학교처럼 국가가 책임지는 국공립대가 늘면, 실질적으로 대학이 지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안 지사는 유능한 정부를 만들기 위해 공무원들이 독서량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충남도에서 독서대학을 운영하며 독서를 인사평가 제도에 반영했다. 특히 전공 서적처럼 직무와 관련된 독서는 인정하지 않았다”며 “독서가 재충전의 기회가 되고 업무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공약의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안 지사는 “대통령 선거는 지휘자를 뽑는 것인데, 피아노도 쳐 봐라, 바이올린도 켜 봐라 하면 대통령의 자질 검증이 부족해질 수 있다”며 “주변 전문가들의 조언을 가지고 ‘이게 답이다’라고 얘기하기보다는 대통령의 리더십이 선거의 핵심 주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지사는 자신이 가장 확실한 정권 교체 카드라고 주장하며 토론을 마무리했다. “다자구도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10%포인트 차로 이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저는 20%포인트 이상 차로 이긴다. 이것이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이 아닐까.”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3일 더불어민주당에는 전날 벌어진 경선 첫 현장 투표 결과 유출 파문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쳤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리고 수습에 나선 가운데 각 주자 캠프는 강하게 반발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네거티브 공방’에 투표 결과 유출이라는 대형 사고까지 더해지면서 민주당 경선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조사 결과 따라 ‘2차 후폭풍’ 우려도 당 선관위는 이날 오전 긴급 회의를 열고 진상조사위를 꾸려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양승조 당 선관위 부위원장은 “떠도는 개표 결과는 전혀 신뢰할 수 없는 자료”라면서도 “자동응답시스템(ARS)이나 순회 투표에서는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조사위는 6명의 지역위원장이 카카오톡 대화방에 개표 결과 일부를 올린 사실을 파악하고 이들을 불러 대면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들 6명은 경기, 호남, 대구경북 지역위원장으로 전해졌다. 이번에 유출된 자료는 한 건이 아니다. 지역위원장 6명이 올린 개표 결과도 유출된 자료의 일부분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유출된 자료는 부산, 인천 등 지역별 현황부터 특정 캠프에서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후보별 득표율 종합 표까지 다양하다. 한 캠프 관계자는 “6명의 지역위원장 외에도 유출한 인사들이 더 있는 것은 확실하다. 조사 결과 또 한 번의 큰 후폭풍이 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출이 예고된 개표 시스템 민주당 경선은 현장 투표와 ARS 투표로 실시된다. 22일 전국 250곳의 투표소에서 진행된 사전 현장 투표는 현장 투표를 신청한 일반 선거인단 약 11만 명과 자동으로 투표권이 주어지는 권리당원 등 29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투표에는 5만2000여 명이 참여했다. 문제는 개표 과정에서 불거졌다. 당초 경선 규칙을 정하면서 “유출 우려가 있으니 순회 경선일에 개표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당 선관위는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투표소별로 즉시 개표를 결정했다. 개표는 당에서 파견한 참관인과 각 캠프의 참관인이 지켜보도록 했다. 참관인들에게 보안서약서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후 6시 개표가 시작되자 각 캠프에는 참관인들이 보고한 개표 결과가 속속 집계됐다. 오후 6시 30분 무렵에는 “1위 후보가 크게 앞섰다” “2위와 3위 순위가 여론조사와 다르다”는 말이 나왔다. 진위를 알 수 없는 일부 지역의 개표 결과가 SNS를 타고 급속도로 퍼져 나갔다. 오후 8시 30분경 안규백 사무총장 명의로 “투표 결과 유포는 큰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니 절대 유통하지 않도록 해 달라”는 공지가 나왔지만 확산은 더 빨라졌다. 밤사이에는 아예 전국 권역별 투표율과 후보별 득표율이 담긴 취합본까지 유출됐다.○ 세 캠프 모두 “우리는 아니다” 각 주자 캠프는 일제히 “우리가 유출한 것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유출을 하려면 그에 따른 반사이익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예상했던 수준의 득표를 한 것으로 짐작해 굳이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는 “참관인들이 있어 결과가 조금씩은 유출이 되지 않을 수 없다”며 “개표를 먼저 한다면 결과를 발표해 보여주는 게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반면 안 지사 측과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유출 사실에 강하게 반발하며 문 전 대표 측을 의심했다. 안 지사 캠프 관계자는 “결과를 유출해 순회 경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격분했다. 안 지사 측은 자료 작성자와 유포자 확인을 위한 수사 의뢰를 당 선관위에 요청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도 “22일 저녁 일부 원외 지역위원장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일부 친문(친문재인) 성향 인사들이 개표 결과 일부를 올렸다”고 전했다. 안 지사 측과 이 시장 측은 추미애 민주당 대표의 사과도 요구했다. 한 초선 의원은 “심각한 사고에 추 대표가 말 한마디 없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경선 관리 부실의 위험이 아직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 준비를 이유로 ARS 및 순회 투표 관리를 맡지 않기로 해 당 주관으로 경선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경선 투표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정당이 어떻게 국가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박성진 기자}

안희정 충남도지사(사진)는 23일 방송된 채널A-동아일보 특집 ‘청년, 대선 주자에게 길을 묻다’에서 “청년 일자리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 단기적 처방보다 ‘일자리 양극화’라는 구조적 모순부터 깨야 한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일자리 시장의 아랫목은 따뜻하고 윗목은 얼어 죽을 판인데, 누가 윗목에 가서 자겠느냐”며 “취업의 시작부터 금수저와 흙수저로 나뉜 구조에서 우리는 머리 박고 스펙 쌓기에 매진할 수밖에 없는데, 이 기울어진 일자리 불공정성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 지사는 이를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과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해결하기 위한 노사 간 대타협, 중소기업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대기업 횡포 바로잡기, 중소기업 혁신에 연 19조 원의 연구개발(R&D) 예산 투입 등의 경제민주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안 지사는 “촛불 민심을 등에 업고도 재벌개혁을 위한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현 의회 구조에서는 모든 청년정책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대연정을 재차 강조했다. 고교 시절 두 차례 학교를 자퇴한 적이 있는 안 지사는 “나이 먹고는 자빠져도 일어날 수가 없지만 청년 때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이 청년의 특권”이라며 도전정신을 강조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22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첫날 진행된 현장 투표소 투표에서 일부 개표 결과로 추정되는 파일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유포돼 각 민주당 대선 주자 캠프가 발칵 뒤집혔다. 현장 투표소 투표 결과는 각 권역별 경선 결과가 발표되기 전에는 절대 공개돼선 안 되는 보안사항이다. 이 파일에는 문재인 전 대표가 절반을 훌쩍 넘어섰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2위,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3위를 기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네거티브’를 두고 전면전을 펼치는 상황에서 문 전 대표가 우위라는 개표 결과까지 유포되면서 각 주자 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은 당 지도부의 경선 관리 실패를 지적하며 즉각 반발했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이번 파문은 대선 부재자투표 결과가 사전에 유출된 것과 같은 엄중한 상황이다”며 “투표자 수(약 5만2000명)는 전체 선거인단의 약 2∼3%인데, 특정 후보 진영이 꼬리를 가지고 몸통을 흔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시장 측 김병욱 대변인은 “당 지도부는 즉각 진상을 조사하고 당 선관위원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 측은 “심히 유감이다”며 “당 선관위가 철저하게 조사해서 즉각 진상을 파악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같은 친노(친노무현) 출신인 안 지사와 문 전 대표는 ‘네거티브’ 캠페인을 두고 거칠게 맞붙었다. 안 지사는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문 전 대표와 캠프의 태도는 타인을 얼마나 질겁하고, 정떨어지게 하는지 아는가”라며 “그런 태도로는 정권 교체도, 성공적 국정 운영도 불가능하다”고 직격탄을 쐈다. 문 전 대표가 전날 6차 합동 토론회에서 “네거티브를 하지 말자”며 안 지사를 겨냥한 데 이어 페이스북을 통해 “네거티브는 상대를 더럽히기 전에 자기를 더럽힌다”고 재차 강조하자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안 지사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미워하면서 결국 그 미움 속에서 자신도 닮아버린 것 아닐까”라고 일갈했다. 급기야 안 지사는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문 전 대표의 아들 채용 관련 문제 제기는 네거티브 전략인가’라는 질문에 “국민과 언론의 의문이 다 네거티브는 아니고, 어떤 문제 제기에도 후보는 답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이 시장도 “어떠한 지적도 용납하지 않는 권위적 가부장의 모습이 보인다. 참 답답한 후보다”라며 가세했다. 안 지사의 비판을 접한 문 전 대표는 정면 대응을 피하면서 원론적 입장을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우리 내부적으로 균열이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상대해야 할 세력은 적폐세력”이라고 말했다. 문 전 대표 캠프는 “이제 안 지사와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며 들끓는 분위기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한 의원은 “안 지사가 광주 경선 판세가 불리하니 자극적인 언사를 쏟아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네거티브 논란은 야권 전체로 확산됐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문 전 대표는) 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은 쳐내고, 마음에 드는 사람만 가지고 당을 이끌려고 하는데 과연 통합이 될까”라며 “(네거티브 공방을 지켜보니) 통합에 대한 큰 시각은 문 전 대표보다 안 지사가 더 갖추고 있더라”라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문 전 대표의 구설은) 대형 사고가 나기 전 전조 증상인 ‘하인리히 법칙’일 수 있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당선 전 술도 끊고 웃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하인리히 법칙은 미국 보험사에 근무하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가 1931년 낸 자신의 저서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는 이와 관련된 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며 내세운 이론이다.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박성진 기자}
대선 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대선 주자들의 경호에도 비상이 걸렸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월 중순부터 특전사 출신 지지자 5명으로 구성된 민간 경호팀을 꾸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면서 주목받고 있어 다양한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왔기 때문이다. 경호팀은 보수를 받지 않고 자원봉사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특전사 출신인 문 전 대표를 후배들이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조직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1월 말부터 민간 경호업체와 자원봉사자들이 근접 경호를 맡고 있다. 이 시장 측 관계자는 “민간 경호업체 대표가 지지자라 거의 자원봉사 개념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업체에는 숙박, 식비, 이동 비용 등 기본 비용만 지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민주당 경선 기간에는 경호 없이 일정을 수행하기로 했다. 근접 경호원 배치가 시민들과의 적극적 스킨십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 지사 측 관계자는 “안 지사는 수행비서가 코피를 흘리자 직접 운전대를 잡을 정도로 소탈한 사람”이라며 “캠프에선 경호 강화를 주장했지만 안 지사가 소통 행보를 위해 이를 만류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경선 과정에서는 경호원 배치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안 전 대표는 안티가 거의 없고, 위협적인 상황이 없어 경호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범보수 진영 후보들도 당의 공식 후보가 되기 전까지는 사설 경호업체의 경호를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주자들이 경선을 거쳐 당 공식 후보가 되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따라 경찰의 직접 경호를 받게 된다. 당 공식 후보가 아닌 예비후보도 경찰의 판단에 따라 인력이 지원될 수 있다. 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 기자}

더불어민주당 순회 경선의 최대 승부처인 광주 경선(27일)을 일주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표 측이 ‘전두환 표창장’과 ‘부산 대통령’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계속된 당 안팎의 공세에 대해 문 전 대표는 “모욕적으로 느껴진다”며 정면 대응에 나섰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논란이 광주 경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 전 대표가 19일 당 경선 5차 합동토론회에서 한 발언의 여파는 20일에도 이어졌다. 그는 전날 토론회에서 특전사 복무 당시 사진을 ‘내 인생의 사진’으로 꼽아 군 생활을 소개하다 “전두환 장군으로부터 표창을 받았다”고 말해 논란이 시작됐다. 20일 오전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을 찾은 문 전 대표는 5·18민주화운동 유가족들에게 혼쭐이 났다. 유가족들은 “우리는 전두환을 살인마라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뭐 하러 그 사람 이야기를 꺼내느냐” “굳이 토론회에서 그 말을 한 이유가 뭐냐”고 성토했다. 문 전 대표는 “저는 5·18 때 전두환 신군부에 구속됐던 사람이다. 그런데 또 아이러니하게 군 복무 때 그 사람에게 상을 받았다,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수습했다. 이어 “그 말에 대해선 노여움을 거둬 달라. 그런 취지가 아니다”라며 연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주자들의 계속된 공세에는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전두환 장군이 반란군 우두머리라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렸다”며 “경선 때문에 경쟁하는 시기라 하더라도 그 발언을 악의적인 공격거리로 삼는 것은 심하다”고 말했다. 또 “평생을 민주화운동, 인권변호사로 광주와 함께 살아온 저에게 좀 모욕적으로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진을 고른 이유에 대해서는 “(캠프) TV토론본부의 아이디어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측 부산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인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전날 문 전 대표의 부산 일정에서 “다시 한 번 부산 사람이 주체가 돼 부산 대통령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한 것이 또 다른 논란의 불을 지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측 정성호 의원은 “과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등이 부산에서 ‘우리가 남이가’라고 했던 ‘초원복집 사건’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전 대표 측은 “본인의 발언도 아니고, 문 전 대표는 현장에서 ‘국민 대통합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이런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듯 문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광주 5·18민주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호남을 위한 맞춤형 공약 보따리를 풀어 놓으며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호남이 없으면 국가가 없다는 절박함으로 광주에 다시 왔다”며 “두 번 실망시키지 않겠다. 호남의 마음이 돼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은 호남 홀대 9년이었다”며 대통령이 직접 임명하는 고위공직자 인사에서 호남 차별을 없애고, 5·18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기록할 것 등을 제시했다. 또 광주를 미래자동차산업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는 비전도 밝혔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이날 ‘전 국민 안식제’ 공약 실현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정치 위기는 대연정, 경제 위기는 사회적 대타협으로 돌파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야권의 텃밭인 광주 경선을 앞두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측의 신경전도 가열되고 있다. ‘전두환 표창장’ 문제를 제기한 안 지사 측 인사들에게 문 전 대표 지지자들이 ‘문자 폭탄’을 보내면서 감정의 골이 더 깊어졌다. 안 지사 캠프의 박영선 의원멘토단장은 “토끼와 거북이 싸움이 분명한데, 시간이 얼마만큼 받쳐 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문 전 대표 캠프의 김태년 특보단장은 안 지사를 향해 “내부를 향해 던지는 분열의 네거티브가 어색하다. 정치 음해, 지역감정 조장 같은 구태와는 과감히 결별하고 분열을 조장하는 분이 있다면 멀리하자”고 말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캠프의 매머드 조직 인사들에게 신세를 지며 경선을 하면 나중에 다 한 자리씩 달라고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극복하려면 과거와 다른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 19일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5차 토론회에서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문 전 대표를 향해 “제왕적 대통령의 길을 똑같이 따라가려 하느냐”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문 전 대표는 “인사추천 실명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고 응수했다. 1차전인 광주 경선을 일주일 앞둔 이날 두 사람은 적폐청산과 대연정을 가지고 상대를 거칠게 몰아붙이며 날카롭게 맞붙었다. 문 전 대표는 안 지사를 향해 “다른 정치세력(적폐세력)과의 연정이 통합이 아니다.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것이 통합”이라고 비판했다. 안 지사는 “국가 개혁과제와 적폐청산에 합의하는 세력과 대연정을 하겠다는 것인데 자꾸 자유한국당과 연정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인다. 정치공세이며 구태정치”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이어 안 지사는 “문 전 대표는 캠프에 적폐세력을 다 받아들이고 있다. ‘내가 하면 다 개혁’이라는 것인가”라고 역공에 나섰다. 문 전 대표는 다소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국회 과반을 위해) 굳이 대연정까지 갈 것도 없다. 원래 국민의당과 정권교체 방법 차이로 갈라진 것이고, (정권교체 후) 자연스럽게 통합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거듭 안 지사의 대연정론을 비판했다. 그러자 국민의당이 즉각 반발했다. 박지원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실현 불가능한 말로 남의 당 흔들지 말고 자기 당의 비문(비문재인)계 의원 관리나 잘하는 게 좋다. 일장춘몽에서 깨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한편 민주당 경선 선거인단은 이날까지 196만여 명이 신청해 200만 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2012년 대선 당시 선거인단(108만여 명)의 약 두 배에 이르는 규모다. 선거인단 신청 마감은 21일 오후 6시다. 민주당 경선 투표는 22일 11만여 명의 선거인단이 신청한 현장 투표소 투표를 시작으로 막이 오른다. 첫 순회 경선 무대인 호남 경선 ARS(자동응답시스템) 투표는 25일부터 이틀 동안 실시된다. 대의원 투표는 지역별 순회 경선 당일 현장에서 이뤄진다. 문 전 대표 등 야권 대선 주자들이 공무원의 정당 가입 등 공무원 노조의 요구사항을 대부분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일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공무원의 정치활동 금지를 담은 국가공무원법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등은 18일 경기 고양시에서 열린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출범식에 참석했다. 문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숙제 검사부터 받아야겠죠”라며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등 공노총의 11대 추진 과제를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안 지사도 “11대 과제에 대해 저도 함께하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공공 부문 성과연봉제 폐지에 대해서는 주자별로 의견이 갈렸다. 문 전 대표는 ‘즉시 폐지’를 주장했다. 반면 안 지사와 안 전 대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안 지사는 “평가제도를 혁신하든 연봉제를 폐지하든 둘 중 하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전 대표도 “합리적 인사평가제도와 담당 직무에 대한 적정 보상제도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 기자}

“적폐 청산과 사회 대개혁은 국민들의 힘으로 이뤄진다고 생각한다.”(1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3차 합동토론회) “적폐 청산과 개혁은 국민과 함께하는 것이지 자유한국당과 함께하는 게 아니다.”(17일 4차 토론회)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대연정’을 주제로 토론하다 한 발언이다. 3일 간격으로 진행된 합동토론회에서 비슷한 논리와 표현이 반복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다른 주자들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자유한국당과의 대연정에 대해 14일에는 “범죄자들과 함께 살 수 없다. 도둑 떼를 이웃으로 두고 어떻게 통합을 하느냐”라고 비판했다. 17일에는 “도둑과 손잡고 도적질 없애보겠다? 청산세력과 손잡는 건 대연정이 아닌 대배신”이라며 도둑론을 재차 꺼내들었다. 다른 주자들의 쏟아지는 비판에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대개혁과 적폐 청산을 위해서라도 대연정이 필요하다”는 반박 논리를 되풀이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리더십,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재벌 개혁 등의 다른 주제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이어졌다. 4차 토론회가 끝나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3차 토론회의 재방송을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시장은 이날 “문 전 대표 주변에 기득권 인사가 몰리고, 친재벌 성향이 보인다”고 또다시 몰아붙였다. 문 전 대표가 이 시장의 법인세 인상 공약과 재벌 해체 발언에 문제가 있다며 공격한 것도 이전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최성 경기 고양시장이 안 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당시 판결문 공개를 재차 요구하거나, 이 시장의 음주운전 전력과 논문 표절 의혹을 재론한 것도 재탕이었다. ‘통합 리더십’ 대목에선 그나마 새로운 논거들이 일부 나왔다.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당 대표 시절 혁신안이 노무현 정부 시절 열린우리당의 개혁안보다 개혁 강도가 약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문 전 대표는 김종인 전 대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탈당 인사들을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민주당 후보에서 끌어내리려고 했던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 세력의 흔들기’와 비교하며 “민주당에서 일부는 나갔지만 10만 당원이 들어오고 더 크고 건강한 정당이 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 보면 비슷한 내용의 공방이 반복됐다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남은 6차례 합동토론회가 현재의 틀과 방식으로는 맹탕 재탕 토론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날 4차 토론회는 후보 간 상호 토론 시간이 3차 토론에 비해 후보별로 단 1분밖에 늘지 않은 10분에 불과해 심도 있는 검증이 불가능했다. OX 답변 방식, 나만의 강점 말하기 등 재미를 더한 새 코너를 도입했지만 양념 수준에 그치는 한계를 보였다. 이번 대선은 국내외적인 위기 상황 속에서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 중단 위기를 겪고 나서 실시되는 중요한 선거다. 그런 만큼 대선주자들이 나라를 이끌 비전과 국정 수행 능력을 갖고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선 이제라도 토론 방식을 대폭 수술해야 한다. 남은 6차례의 토론이라도 매회 특정 주제에 한정해 집중 토론을 하거나, 공통 질문이나 기조발언 시간을 없애고 후보 간 상호 토론을 늘리는 것이 상식과 국민의 요구에 부합한다. 특히 각 당의 후보가 확정되면 형식적인 균형과 시간배분만 따질 게 아니라 실질적인 집중 토론을 벌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모든 대선주자가 ‘나부터 먼저 발가벗겨지겠다’는 각오로 토론에 임하는 것이 실력과 자격을 갖춘 새로운 지도자가 되는 길이고, 철저한 검증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도리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6일 국회에서 첫 정책설명회를 열고 ‘전 국민 안식제’ 등 13개 핵심 정책을 발표했다. 안 지사는 먼저 ‘통합의 시대’로 가기 위한 초당적 국가안보최고회의를 제안했다. 대통령, 국회의장, 국회 교섭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이 회의는 야당도 소집 권한을 갖는다는 게 핵심이다. 변재일 정책단장은 “초당적 안보회의가 구성되면 개성공단 철수처럼 급격한 정책 변화로 엄청난 부담을 겪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지사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함께하는 ‘제2국무회의’를 신설해 중앙-지방 간 격차를 해소하겠다는 약속도 내놓았다. ‘과로 시대에서 쉼표 있는 시대로’라는 슬로건을 앞세운 ‘전 국민 안식제’도 이목을 끌었다.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10년을 일하면 1년의 유급휴가를 보장하자는 것. 안 지사 측 관계자는 “공공부문 노동자의 임금을 2, 3년간 동결해 재원을 마련하겠다”며 “임금 동결에 따른 재정 감축분으로 신규 채용을 하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공정노동위원회를 신설해 일터에서의 차별을 시정하겠다고 말했다. 노동사건 전담법원을 설치해 사실상 5심제인 노동쟁의 사건을 3심제로 줄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지방 국공립대 무상등록금, 청와대 국회 대법원 대검찰청을 세종시로 이전하는 등의 자치분권 시대를 위한 로드맵도 포함됐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5일 문재인 전 대표에 대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안 지사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 집안으로 치면 ‘맏이’를 뽑는 대통령 선거에서 문 전 대표는 ‘맏이’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날 첫 TV 토론회에서 “당도 통합을 못 하는데, 나라를 어떻게 통합할 거냐”며 직격탄을 날린 데 이어 이틀째 문 전 대표의 리더십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안 지사는 “대세론이라 하면 후보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높을 때를 말하지만 아직 그런 후보는 없다”며 문재인 대세론을 부정했다. 이날 안희정 의원멘토단 소속 의원들도 힘을 보탰다. 멘토단 순회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한 박영선 멘토단장은 문 전 대표의 김광두 교수 영입에 대해 “대연정은 비판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교사를 모셔온 건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공격했다. 변재일 정책단장은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4·13총선 당시 김종인 전 대표의 ‘셀프 공천’ 파동에 대해 “비례대표 2번 제안은 문 전 대표가 한 것이다”며 “(당시 문 전 대표가) ‘제가 제안했다’고 말 한마디만 했어도 셀프 공천 파문으로 비화돼 당이 어렵게 안 됐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금까지 중장년층 외연 확대에 주력했던 안 지사는 문 전 대표의 주요 지지층인 청년층을 타깃으로 캠페인을 집중적으로 펼치기로 했다. 안 지사는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글로벌공헌단을 깜짝 방문해 사회복지학과 학생과 간담회를 열었다. 안 지사는 “표를 얻으려고 우클릭을 한다는 비난도 받지만, 보수진영에선 ‘까면 빨갛다’며 저를 수박이라고 한다”며 “진영 싸움에서 벗어나 (낡은 진보 보수의) 저 틀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안 지사 측 김종민 의원은 “이번 주 여론조사에서 20%에 복귀하고 다음 주(3월 26일)까지 25%를 찍는다면 역전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14일 개최한 대선 후보 경선 첫 TV 토론회에서 4명의 후보들은 이전 1, 2차 토론보다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제한된 답변시간 등 무제한 검증이 이뤄지기 어려운 진행 방식의 제약 때문에 심층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 문재인-안희정 정면충돌 이날 토론에서는 친노(친노무현) 진영 출신인 문재인 후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후보(충남도지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문 후보는 안 후보에게 “공약에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고, 안 후보는 “철학과 소신을 먼저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응수했다. 안 후보도 문 후보를 향해 “제가 주장한 대연정이 아닌 소연정을 말했는데, (소연정 대상인) 국민의당은 문 후보와 손잡지 않겠다고 한다. 어떤 대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문 후보는 “국민의 지지를 받아 (적폐 청산을) 함께 해 나간다면 야당도 그에 대해 저항하거나 반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 후보는 “문 후보의 정치 입문 이후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등이 모두 당을 떠났다”고 재차 공격했다. 문 후보는 주변 인사들의 잇따른 설화에 대한 비판에 “다 완전할 수는 없고 이런저런 약점이 있다”며 “장점을 살려간다면 그것이 정권교체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이재명 후보(경기 성남시장)는 안 후보를 견제하며 ‘도둑론’을 들고 나왔다. 자유한국당을 도둑에 비교하며 어떻게 도둑과 같이 살 수 있느냐는 게 이 후보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도둑들도 품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는 “도둑떼를 이웃으로 두고 어떻게 통합을 하나. 지금은 도둑떼의 두목 한 명이 잡힌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통합의 이름으로 수없이 많은 범죄자를 용인해왔다”며 “청산이 곧 통합”이라고 말했다.○ 임계점 향해 치닫는 신경전 최성 후보(경기 고양시장)는 안 후보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정조준해 비판했다. 최 후보는 “안 지사는 개인적인 이용은 없었다고 하지만,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안 지사가 불법 정치자금으로 받은 52억 원으로 개인 아파트 구입과 총선 출마 여론조사 비용으로 썼다고 한다”면서 불법 정치자금의 사용처를 물었다. 이에 안 후보는 “같은 당 동지에게 그런 식의 질문을 받을 줄은 몰랐다”면서 “일부의 자금에 있어서 유용 사실은 사과를 드렸고 책임을 졌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 후보는 “판결문에 따르면 안 지사는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박연차 씨로부터 4억 원을 받았다고 나온다”며 “대통령 탄핵 이후에 민주당의 개혁적 후보로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보느냐”고 재차 따졌다. 안 후보는 “2010년, 2014년 도지사 선거를 통해 이런 사실을 전제하고 이미 도지사로 선택받았다”며 “그런 과정이 국민 여러분들께 정치적으로 사면 복권 받은 거라 생각한다”고 맞섰다. 최 후보는 지난해 성남시가 음주운전을 5대 비위 행위로 정해 승진에 제한을 둔 것을 지적하며 “(이 후보가) 자신에겐 관대하고, 상대에겐 가혹하다. 자기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후보는 “제 잘못이고 이 자리를 빌려 사과한다”고 답했다. 거듭된 최 후보의 음주운전 지적에 이 후보는 “한 번 (사과) 말씀드렸으니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대응했다. ○ 토론회, 계속되는 부실 검증 논란 이날 토론에선 자유토론 격인 ‘주도권 토론’은 후보당 9분에 불과했다. 다른 질의 응답시간에는 후보당 답변시간도 40초, 1분 정도에 그쳤다. 이 후보가 “앞으로 후보들끼리 합의해 무제한으로 자유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자, 문 후보는 “토론을 피할 생각은 없지만, 스케줄을 일방적으로 강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토론 방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한규섭 교수는 “공평성에 중점을 두다 보니 TV 토론의 형식이 획일화돼 있다”며 “‘타운홀 미팅’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유권자들의 선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이날 공통 질문은 모범 답안을 이야기하는 데 그쳤다”며 “후보들에 대한 심층적 질문과, 사회자가 유권자를 대신해 추가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한상준 alwaysj@donga.com·유근형·장관석 기자}
‘말이 추상적이다. 어렵다. 장황하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받는 평가 중 하나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언론 인터뷰에서 고려대 철학과 제자인 안 지사를 향해 “자네 말은 이해가 잘 안 간다”고 말했을 정도였다. 논란이 된 선한 의지 발언도 다소 장황한 화법이 촉발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런 안 지사가 최근에 많이 달라졌다. 1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토론회에서 보인 어법과 화법이 그런 평가를 받았다. 말은 짧아졌고, 표현도 간결해졌다. 그동안 강조했던 ‘민주주의자 안희정’, ‘30년 정당정치인’ 등과 같은 어구도 사라졌다.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한 공격 본능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같은 친노(친노무현) 출신으로 문 전 대표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안 지사가 아니었다. 마치 다른 당 후보와 싸우듯 날선 공방이 오갔다. 아래는 토론의 하이라이트 부분. 안희정(이하 안) “김종인 전 대표를 모셔와 4·13 총선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탈당하실 때 만류나 설득은 잘 안 하시더라” 문재인(이하 문) “경제민주화 함께 하려고 모셔왔는데, 그렇게 못돼 안타깝다. 하지만 무조건 나를 따르라는 식의 (김종인 전 대표) 방식엔 동의할 수 없다” 안 “문재인 리더십이 불안하다고 한다. 정치 입문 후에 당 대표까지 지내면서 손학규 김한길 박지원 안철수 이르기까지 모두 당 떠났다” 문 “아시다시피 민주당 혁신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고 혁신 반대한 분들 당 떠난 것이다” 안 “김종인 대표까지 모셔왔으면서 저의 대연정 주장을 야박하게 말씀하신 거 보면 이해가 안 간다. 당내 통합도 효과적 리더십 발휘 못했는데, 대한민국 분열 갈등 어떻게 이끌겠나” 이런 변화는 안 지사가 캠프와 무한 소통하면서 나온 결과물이다. 특히 안 지사를 돕는 현역의원 모임인 ‘의원멘토단’의 역할이 컸다. 지난주 주말 안 지사는 ‘의원멘토단’ 소속 현역의원 약 10명과 둘러앉았다. 본격적인 TV 토론을 앞두고 메시지 기조를 가다듬기 위해서다. 안 지사는 “한분 한분씩 편하게 말씀해주세요”라며 끝장토론을 유도했다. 고성이 오갈 정도의 격론이 2시간가량 펼쳐졌다. A의원은 “기존의 안희정으로는 안 된다. 벙벙하지 않게 각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B의원은 “14일 토론회가 마지막 반전 기회다. 문 전 대표를 공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지사는 때론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의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를 받아 적었다. 격론이 끝나고 안 지사는 “오늘 나온 이야기들을 종합해 조금 더 품격 있게 정리하겠다”며 회의를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과 토론에서 나온 결과물을 100% 가까이 수용한 것이다. ‘대개혁, 대연정, 대통합’과 같은 슬로건과 이날 토론회 기조와 논리가 이 자리에서 틀이 잡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 회의에 처음 참석한 손학규계 정춘숙 의원은 이런 광경에 다소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이날 안 지사를 향해 돌직구 질문을 날린 뒤, 이에 차분히 대응하는 안 지사의 소통능력을 보며 지지 의사를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지사의 정치적 멘토는 미국 오바마 전 대통령이다. 바로 소통능력 때문이다. 그는 ‘안바마(안희정+오바마)라는 별명을 가장 아낀다고 알려졌다. 참모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자기 변화에 나선 안 지사가 반전의 동력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근형기자 noel@donga.com}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3일 “대연정만이 대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는 해법이며 사분오열된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사흘간 공개 발언을 자제했던 안 지사는 이날 더불어민주당 경선후보 등록을 마친 뒤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개혁, 대연정, 대통합’을 슬로건으로 제시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체성 논란을 촉발했던 ‘대연정’ 카드를 오히려 전면에 내세워 문재인 전 대표 등 타 후보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안 지사는 “다음 대통령은 취임과 동시에 여소야대 상황을 만나게 되는데, 뜻이 있어도 실천할 방법이 없다”며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입법조차 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연정이란 방법론 없이는 문 전 대표,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강조하는 적폐 청산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다만 안 지사는 친박(친박근혜)계 등 헌재 판결 불복 세력은 대연정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안 지사는 “대연정은 정당의 연합이지 개인의 연합이 아니다”며 “연합정부 구성의 문제는 정당 대표들 간 논의의 문제지 일부 (헌재 판결에) 불복하는 세력들 같은 경우엔 연정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견해가 다르더라도 열린 마음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며 “우리가 먼저 품 넓은 진보의 모습을 보여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외연을 확장하자”고 말했다. 안 지사는 대연정을 실행할 실무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제가 당의 후보로 확정된다면 그 즉시 연정협의체를 구성하고, 개혁 과제를 선별해 다른 당과 연정 협상에 착수해 달라”며 “가칭 국정준비위원회를 당내에 설치해 (인수위가 없는 상황에서도) 원활한 정권 인수가 가능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지사는 이날부터 16일간의 연가를 내고 민주당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충남의 대표를 국가대표로’라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한 것이다. 한편 안 지사는 이날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국회 협치와 통합 리더십’에 대해 공감을 나눴다. 안 지사는 “정 의장이 민주당 대표 시절인 2008년부터 최고위원으로 함께하며 정당정치와 통합의 리더십이 뭔지 배웠다”고 인사했다. 이에 정 의장은 “당시 민주당이 최초로 충남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했는데, 재선에도 성공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안 지사를 치켜세웠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 헌법재판소가 10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파면 결정을 내린 이후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은 ‘3색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적극적인 적폐 청산을 강조했다. 자유한국당은 보수층 재결집에 나섰다.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 등은 중도 보수층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헌재 결정 이후 공개 일정을 최소화하고 있다. 》 더불어민주당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는 12일 공개 일정 없이 ‘정중동(靜中動)’의 모습을 보였다.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 통합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대통령 파면에 상처를 입은 보수층을 달래려는 의도도 있다. 안 지사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이후 이날까지 사흘째 공개 일정을 모두 취소한 채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캠프도 캠페인을 중단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헌재 결정 이후 정치인이 광폭 행보에 나서는 것이 자칫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재인 전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이 목소리 높이기에 나선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안 지사 측 박수현 캠프 대변인은 “2등 주자가 하루도 아니고 3일이나 공개 발언을 중지하는 건 쉽지 않은 결단”이라며 “말로만 ‘통합’을 외치는 주자들과 달리 몸소 ‘통합’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투영돼 있다”고 말했다. 안 지사는 사흘간의 ‘침묵 전략’을 마무리하고 13일 통합을 위한 구체적 메시지를 발표할 예정이다. 안철수 전 대표도 12일 캠프 회의와 면담 등을 이어가며 비공개 일정을 소화했다. 안 전 대표는 13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예방 등 이번 주에 5대 종교 지도자와의 만남을 이어갈 계획이다. 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다른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국민 통합과 치유의 메시지에 집중하려는 것”이라며 “19일경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본격적인 대선 모드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지원 대표는 1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격동의 시기 대한민국, 특히 정치인은 ‘3금(禁) 3필(必)’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노의 정치, 과거로의 회귀, 오만과 패권 등을 금지하고 반드시 통합의 정치 추구, 미래로 전진, 새로운 도전과 혁신 등을 반드시 하자고 밝혔다. 특히 박 대표는 민주당 문 전 대표를 겨냥해 “대세에 안주해 대의를 회피하고 세몰이에 전념하면서 재벌 스타일의 정치, 정권을 다 잡은 양 국무위원 추천권을 당이 갖겠다며 잔치판을 벌이는 정치는 모두 국민 염원을 배신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유근형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은 1963년부터 16년, 그리고 2013년부터 4년 등 두 차례에 걸쳐 총 20년간 청와대 생활을 했다. 처음에는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을 흉탄으로 잃은 뒤, 이번에는 파면 선고를 받고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청와대를 떠나게 됐다. 그런데도 1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저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예상 밖으로 밝은 표정을 지으며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 박 전 대통령, 지지층 결집 호소? 12일 오후 7시 40분경 삼성동 사저 앞에 도착한 박 전 대통령은 웃는 얼굴로 차량에서 내렸다. 박 전 대통령이 외부에 얼굴을 보인 것은 1월 25일 한 인터넷방송과의 인터뷰 이후 46일 만이다. 국회의 탄핵 의결 직후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고 했던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지지자들에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에 승복하겠다는 직접적인 언급 없이 다시 한 번 결백을 주장한 것을 놓고 대선 국면을 앞두고 적극 지지층을 향해 결집 메시지를 보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끝까지 기각을 확신했다”면서 “‘일절 사익 추구가 없었다’며 억울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날 사저 안에서 박 전 대통령을 만난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헌재 결정에 승복한다는 발언이 있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런 말씀은 없었다”고 답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기 싸움 차원에서 웃는 얼굴을 보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앞으로 검찰과 법원에서 결백을 주장하며 치열한 법리 다툼을 벌일 것을 예고한 것이기도 하다. 박 전 대통령은 정책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임기 중간에 물러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이날 오후 박 전 대통령은 한광옥 대통령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 및 수석비서관들과 관저에서 만난 자리에서 “경제나 외교안보, 복지 등의 분야에서 좋은 정책을 추진했는데 잘 마무리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맡은 일들을 잘 마무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참모들은 “우리 정부에서 한 일이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날이 올 테니 용기를 내시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는 개혁 반대 세력 등이 ‘탄핵 정국’을 추동했다는 박 전 대통령의 인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인터넷방송 인터뷰에서 ‘(이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해) 국회 언론 노조 검찰 세력이 대통령을 포위해서 침몰시키고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동안 추진해 온 개혁에 대해 반대하는 세력들도 분명히 있고 그 체제에 반대하는 세력들도 합류한 게 아닌가 그렇게 본다”고 답했다. ○ 야권 “헌재 결정 불복은 국기 문란” 야권 대선주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사실상 헌재 결정에 불복한 것으로 보고 비판을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 박광온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헌재의 탄핵 결정에 불복한다면 국기 문란 사태다”라며 “국정 농단과 헌법 유린으로 훼손된 국격과 상처받은 국민을 생각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박수현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불행해진 게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아직도 그런 것 같아 안타깝다”고 논평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 측 김병욱 대변인도 “박 전 대통령이 끝까지 분열과 갈등 대립으로 대한민국을 몰아가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이 (말한) 진실을 밝히는 길은 검찰에 출석해 성실히 수사를 받는 것임을 명심하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국민의당도 비판에 가세했다. 안철수 전 대표 측 이용주 대변인은 “박 전 대통령이 오늘 또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검찰이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른정당 조영희 대변인은 “대리인의 입을 통해 분열과 갈등의 여지를 남긴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엄숙하게 받아들이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우경임 woohaha@donga.com·유근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파면을 당해 46년 만에 ‘봄철 대선’을 치르게 됐다. 1987년 12월 16일 치러진 13대 대선부터 6차례 대선은 줄곧 겨울철인 12월에 치러졌다. 봄에 대선을 치른 건 1971년 4월 27일 직선으로 치러진 제7대 대선이 마지막이었다. 당시 현직 대통령이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40대 기수론’을 앞세운 김대중 신민당 후보를 꺾고 3선에 올랐다. 이후 간선으로 치러진 제9대 대선(1978년 7월 6일·박정희 전 대통령)과 제11대 대선(1980년 8월 27일·전두환 전 대통령)이 여름에 실시됐다. 일각에선 이번 조기 대선을 ‘벚꽃 대선’이라 명명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장미가 만개하는 5월에 치러지는 만큼 ‘장미 대선’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46년 만의 이번 ‘장미 대선’은 겨울 대선과는 다른 선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대선은 부처님오신날(3일), 어린이날(5일), 어버이날(8일) 등 공휴일과 기념일이 포진한 ‘가정의 달’에 치러지게 돼 투표율이 겨울 대선 때보다 저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20, 30대가 주요 지지층인 야권에는 나들이가 많은 5월 초순 대선이 불리한 일정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9일을 대선일로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도 투표율이 낮은 징검다리 휴일 기간이 끝난 후로 대선일을 잡기 위해서다. 5월에는 행락객들이 크게 늘어 각 대선 캠프가 후보의 유세 일정을 짜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나들이객이 전국 각지에 몰리면서 교통 정체가 빚어질 수 있어서다. 반면에 선거 비용은 겨울 대선보다 대폭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상적인 겨울 대선은 당 경선과 본선까지 6, 7개월이 소요되지만 이번 대선은 약 60일 안에 후보로서의 활동이 끝난다. 특히 겨울용 파카, 휴대용 난로 등 선거운동 용품에 쓰는 비용이 줄어든다. 앞으로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차차기 대선은 ‘꽃샘 대선’(2월 말, 3월 초)이 될 수 있다. 대통령 취임(5월) 70일 전에 선거가 열려야 하기 때문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차차기 대선이 열리는 2022년 전에 개헌이 안 되면 대선을 12월에 치른다는 선거법을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더불어민주당이 9일 대선 후보 경선 1차 선거인단 모집을 163만595명으로 마감했지만 2차 모집 기간을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측은 탄핵 인용 시 시작되는 2차 모집 기간을 최대 13일(12일 시작∼25일 마감)까지 늘려 되도록 많은 국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당 지도부는 선거인단 관리를 이유로 ‘7일 이상’은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안 지사와 이 시장 측은 당 지도부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안 지사 측 정재호 의원은 “당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캠프 후보 대리인이 2차 선거인단 모집을 지방순회 경선 직전까지 최대 13일간 하기로 합의했다”며 “선관위와 후보 캠프가 합의한 내용을 당 지도부가 막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시장 캠프의 한 관계자는 “추미애 대표 등 당 지도부가 문재인 전 대표를 의식해 선거인단 규모가 커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당 안팎에서는 선거인단 규모가 커질수록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한 많은 유권자가 참여해야 2위권 후보들이 당내 조직력에서 앞서는 문 전 대표를 꺾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2차 모집 기간이 13일까지 늘어나면 선거인단 수가 300만 명에 육박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반면 당 지도부는 선거인단 확정 및 관리의 어려움을 이유로 2차 모집 기간을 7일 이상으로 하기는 어렵다는 태도다. 당 고위 관계자는 “당헌·당규에 따라 7일로 하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의 이런 태도에 문 전 대표 측도 불편한 기색이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경선 룰은 백지위임을 했기 때문에 다른 주자들의 주장에 따를 방침”이라며 “그런데 왜 추 대표가 고집을 부려 우리까지 괜한 오해를 받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갈등이 커지면서 이해찬 전 총리, 홍재형 선관위원장도 추 대표에게 ‘후보 간 합의를 존중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추 대표가 요지부동”이라며 “추 대표가 ‘공정성’과 ‘중립’을 표방했는데 과연 이를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당 선관위 회의에서 일부 위원들은 추 대표의 개입에 불만을 표출하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 인용되면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르면 다음 달 3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경선의 1차 승부처인 호남 경선 결과는 27일 발표되고, 충청(29일), 영남(31일)을 거쳐 4월 3일 수도권을 포함한 누적 결과가 서울에서 발표된다. 만약 3일 과반을 득표한 주자가 나오면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그렇지 않으면 결선투표(4월 4∼7일)를 거쳐 8일 최종 승자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유근형 noel@donga.com·한상준·박성진 기자}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1987년 ‘부천 성고문 사건’의 피해자였던 권인숙 명지대 교수(53)를 8일 영입했다. 문 전 대표는 ‘세계 여성의 날’인 이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가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부족한 점이 많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채워주는 여성정책의 든든한 동지가 될 것”이라며 권 교수를 직접 소개했다. 부천 성고문 사건은 1987년 조영래 변호사 등 166명의 대규모 변호인단이 권 교수를 변호하면서 대표적인 시국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이후 권 교수는 미 클라크대에서 여성학 박사 학위를 받고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교수로 일하다 2003년부터 국내에서 강의하고 있다. 2014년 성폭력연구소 ‘울림’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권 교수는 “문 전 대표가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그 의지대로 진정성이 넘치는 여성들의 대통령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전 대표가 연일 외부인사 영입에 박차를 가하면서 ‘주요 인사를 싹쓸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매머드급 캠프를 넘어 항공모함을 꿈꾸는 것 같다. 이렇게 사람을 끌어모으면 민주당의 정권 교체가 아닌 문재인 측근에 의한 집권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부 영입엔 공을 들이면서 정작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을 막는 데는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해 “하나라도 더 모아서 키워야 하는데, 조금씩 입장이 다르면 또 나가는 건 뺄셈정치다”라며 “전적으로 우리 당 주도 세력이 더 배려하고 만류해야 한다”고 비판했다.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4선 의원인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7일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의원멘토단 단장직을 공식 수락했다. 박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안 지사에게는 민주당에 필요한 확장성, 유연성이 있고, 인간적 면모에 울림이 있다”며 “탄핵 이후 국민들을 품을 수 있는 따뜻한 포용의 리더십이 필요한데, 안 지사가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2일 단장직을 제안받은 상황을 설명하면서 “(선의 발언 후) 문재인 전 대표가 ‘그 말에 분노가 빠졌다’고 지적했을 때 안 지사가 ‘너무 가슴 아팠다’고 했다”며 “분노를 분노로 갚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느꼈고, 제 마음도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1차 목표는 지지율 20%를 회복하는 것이고, 선거인단 수가 200만 명을 넘으면 조직의 힘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넓은 바다가 형성된다”며 문 전 대표의 벽을 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의원은 8일부터 1박 2일간 안 지사의 호남 방문 일정을 수행하며 역할을 시작한다. 특히 박 의원은 ‘문 전 대표와 각 세우기’ 등 안 지사가 직접 나서기 힘든 영역에서 적극 목소리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박 의원은 이날 문 전 대표가 김종인 전 대표의 경제민주화 정신을 지키겠다고 한 것에 대해 “(이미 탈당한 뒤에) 어떻게 같이하나. 워딩에 모순이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비판했다. 현재 10∼15명인 의원멘토단에는 향후 의원 5∼10명이 추가 합류할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문 전 대표는 이날 박원순 서울시장의 ‘복심’으로 불리는 하승창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영입했다. 지난해 말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던 임종석 전 의원에 이어 하 전 부시장까지 ‘박원순맨’들이 연이어 문 전 대표 캠프(더문캠)에 포진하게 됐다. 박원순계인 기동민 의원이 안 지사 지지를 선언한 데다 안 지사 캠프로 일부 현역 의원들의 이동이 감지되자 맞불을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실련 정책실장을 지낸 하 전 부시장은 시민운동 경험을 살려 더문캠의 ‘사회혁신위원회’(가칭)에서 활동할 예정이다. 한편 안 지사는 9개 지방 거점 국공립대학부터 학비 전액 면제를 실시하겠다며 ‘지방 국공립대 학비 ZERO’ 공약을 제시했다. 시혜성 공약을 자제해온 안 지사가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청년층을 향해 구체적인 공약 제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