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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2월 9일 개막하는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가장 비싼 티켓은 무엇일까. 바로 남자 아이스하키 결승이다. 가장 좋은 A등급 좌석 가격은 90만 원이다. 같은 아이스하키를 싸게 즐길 수도 있다. 여자 순위결정전의 C등급 티켓은 2만 원이면 살 수 있다. 개·폐회식 입장권은 22만∼150만 원이다. 평창 올림픽 종목별 입장권이 다음 달 5일부터 온라인으로 판매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조직위원회는 “개·폐회식과 경기 입장권의 온라인 실시간 판매를 다음 달 5일 오후 2시 조직위 공식 홈페이지()에서 시작한다”고 28일 밝혔다. 한국 팬들에게 인기가 높은 쇼트트랙과 피겨스케이팅, 스피드스케이팅 입장권은 최저 15만 원이다. 하지만 스키나 썰매 종목은 10만 원 이하짜리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직위는 “많은 국민이 즐길 수 있도록 입장권의 절반 정도를 8만 원 이하로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입장권 구매자는 올림픽 경기장 간 셔틀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올림픽 관련 전시관과 올림픽 플라자, 강릉 올림픽파크에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국가유공자와 독립유공자, 장애인(1∼3급), 65세 이상 경로자, 청소년은 기본 등급 좌석 입장권을 50% 할인된 가격에 살 수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스크린골프장을 찾은 건 돈을 아끼기 위해서였다. “필드에 한 번 나갈 돈이면 스크린골프 10번을 갈 수 있었다”고 했다.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스크린골프를 평정했다. 올해 1승을 포함해 스크린골프 투어인 G투어에서만 4승을 거뒀다. 궁극적인 꿈은 필드에서 우승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챌린지투어(2부)에 참가해 상금 7위에 오르며 올 시즌 KPGA투어 출전권(시드)을 따냈다. 하지만 필드와 스크린은 달랐다. 올해 9번 KPGA투어 대회에 출전해 7번 컷 탈락했다.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익숙한 스크린골프장을 찾았다. 스크린이든, 필드든 노력하면 안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스크린골프의 제왕’ 김홍택(24·AB&I)이 마침내 ‘필드의 제왕’으로 우뚝 섰다. 김홍택은 27일 부산 기장군 해운대컨트리클럽 실크코스(파72)에서 열린 코리안투어 카이도시리즈 동아회원권 그룹 다이내믹부산오픈 4라운드에서 5언더파 67타를 쳤다.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한 그는 2위 이근호를 6타 차로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했다. 스크린골프 대회 우승자가 정규 투어에서 우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승 상금은 1억4000만 원. 5월 G투어 우승 상금(1200만 원)의 10배가 넘는다. 올해 KPGA투어에서 자신이 받은 상금(397만 원) 총액보다는 35배 이상 많다. 2라운드부터 단독 선두로 올라선 그는 장타를 앞세워 큰 위기 없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키가 그리 크지 않은(173cm) 김홍택은 1, 2라운드에서 평균 313.98야드의 드라이버 샷을 날렸다. 출전 선수를 통틀어 가장 멀리 쳤다. 이번 대회에서는 약점으로 지적되던 쇼트 게임에서도 거의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김홍택은 “스크린골프나 필드나 일관된 스윙만 한다면 모두 도움이 된다. 최대한 멀리 보내고,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공략하는 게 내 골프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캐디백을 멘 아버지 김성근 씨에 대해 “아버지는 저를 돕기 위해 피팅 자격증을 취득했고, 심리, 물리치료 등 많은 부분에서 공부를 하고 계신다. 모든 면에서 아버지는 내 스승이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갑을 벗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게 골프라고 했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의 대세로 떠오른 이정은(21·토니모리·사진)이 골프계의 이 격언을 여실히 보여줬다. 27일 강원 정선의 하이원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마지막 날. 전날 3라운드까지 선두에게 5타 뒤진 공동 7위였던 이정은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3번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주춤한 것도 잠시. 이후 15개 홀에서 7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6언더파 66타를 쳤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79타를 적어낸 이정은은 장하나(25·비씨카드)와 동타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홀(파4·423야드)에서 치러진 연장 첫 번째 홀에서도 이정은은 불리해 보였다. 우드로 친 두 번째 샷이 그린에서 좀 떨어진 러프에 박힌 반면 장하나의 세컨드 샷은 그린 주변까지 올라왔기 때문. 하지만 이정은은 침착하게 어프로치샷을 홀 4m에 붙인 뒤 파를 세이브했다. 이에 비해 장하나는 1m 조금 넘는 거리의 파 퍼팅을 놓친 뒤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날 우승으로 이정은은 시즌 3승째를 거두며 김지현과 함께 다승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또 우승 상금 1억6000만 원을 더해 시즌 상금(7억6900만 원)에서도 1위에 올랐다. 대상 포인트(422점), 평균 타수(69.55타) 등도 모두 1위다. 이정은은 “상반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한 만큼 남은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 21승을 기록 중인 이보미(29)는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로 공동 3위에 자리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미러클 두산’과 ‘진격의 거인’. 8월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두산과 롯데가 또 동반 승리를 거뒀다. 뒤지던 경기를 가볍게 뒤집은 것까지 판박이였다. 반면 선두 KIA는 한화에 역전패하며 6연패에 빠졌다.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안방경기에서 두산은 8회초까지 2-3으로 뒤졌다. 하지만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두산의 저력은 8회말 여지없이 폭발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오재일은 김상수를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 솔로포를 터뜨렸다. 후속 오재원은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어가는 역전 결승 홈런을 때렸다. 4-3으로 승리하며 4연승을 내달린 두산은 KIA에 2경기 차로 따라붙으며 선두 탈환을 가시권에 두게 됐다.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롯데가 LG에 8-2로 역전승하며 5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이달 초 7위에서 4위까지 뛰어오른 롯데는 최근 10경기에서 9승을 거두며 5위 넥센과의 승차를 2.5경기 차로 벌렸다.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박세웅은 11승째를 수확했고, 손아섭은 18호 홈런을 기록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LA 다저스 에이스는 클레이턴 커쇼(29)다. 허리 부상으로 7월 말 전력에서 이탈하기 전까지 15승 2패, 평균자책점 2.04라는 무시무시한 성적을 올렸다. 요즘 다저스에서는 류현진(30)이 눈부신 활약으로 커쇼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류현진은 25일 피츠버그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4안타 1실점 호투로 시즌 5승(6패)째를 수확했다. 전반기에 3승 6패, 평균자책점 4.21로 주춤했던 류현진은 올스타전 이후 완전히 딴사람이 됐다. 전반기의 커쇼에 필적할 만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후반기 6경기에서 류현진은 2승 무패를 기록 중이다. 타선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 투수는 두 번밖에 되지 못했지만 매 경기 호투한 덕분에 팀은 6번 모두 승리했다. 평균자책점은 1.54,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07밖에 되지 않는다. 후반기 들어 6경기 이상 등판한 선발 투수 가운데 류현진보다 평균자책점이 좋은 선수는 워싱턴 지오 곤살레스(1.29) 한 명밖에 없다. 후반기 들어 장타 허용이 현격하게 준 게 고공비행의 비결이다. 전반기 72와 3분의 2이닝을 던지는 동안 15개의 홈런을 맞았지만 후반기 6경기에서는 35이닝 동안 단 1개의 홈런만 허용했다. 이날 맞은 4개의 안타 역시 모두 단타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3.45에서 3.34로 좋아졌다. 20일 디트로이트전에 나선 뒤 4일 휴식 후 등판이었지만 류현진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2회 볼넷 1개와 안타 2개로 한 점을 내준 것을 제외하곤 별다른 위기 없이 피츠버그 타선을 요리했다. 직구(31개), 커터(21개), 커브(20개), 체인지업(17개), 슬라이더(4개) 등 자신이 갖고 있는 5개의 구종을 골고루 구사하며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특히 커터와 체인지업 등 낮게 떨어지는 공을 주무기로 모두 12개의 땅볼을 유도해 냈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0km까지 나왔다. 타석에서도 모처럼 힘을 냈다. 2회 첫 타석에서는 보내기 번트에 성공해 선취점의 발판을 놨다. 2-1로 앞선 6회에는 왼손 구원 투수 스티븐 브롤트를 상대로 깨끗한 우전 안타까지 쳐냈다. 시즌 4번째 안타. 5-2로 승리한 다저스는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가장 먼저 90승 고지에 올랐다. 126경기만의 90승으로 다저스 구단 역사상 가장 빠른 기록이다. 이날 2개의 탈삼진을 추가한 류현진은 시즌 100번째 탈삼진을 채움과 동시에 피츠버그전 4승 무패를 기록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경기 후 “류현진은 큰 경기에 강한 투수”라고 칭찬했지만 포스트시즌 선발 기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류현진도 “선발 투수로서 내가 할 일은 팀이 승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라며 “포스트시즌 보직은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전력공사가 공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평창 겨울올림픽 공식 후원사로 나섰다. 이희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조직위원회 위원장과 조환익 한국전력 사장은 23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전력 남서울본부에서 후원 협약식을 가졌다. 한국전력은 500억 원 이상을 내는 최상위 후원사(티어 1)로 평창 올림픽에 힘을 보태게 된다. 공기업 1호 후원사가 된 한국전력은 조직위로부터 지식재산권 사용과 후원사 로고 노출 등 다양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이 위원장은 “한국전력의 후원이 공기업 참여의 첫 물꼬를 텄다”며 “이제 겨우 숨을 돌린 만큼 더 많은 공기업과 공공기관들이 나서서 1988년 서울 올림픽 이후 30년 만의 올림픽 성공 개최에 힘을 보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조 사장은 “국가적인 행사인 올림픽 대회의 성공 개최에 한전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어 기쁘다”며 “전력 관련 시설이 안정적으로 설치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조직위 관계자는 “이전 여러 올림픽에서도 전력, 가스, 철도, 공항 등 공공기관이 후원에 참여했다. 평창 대회 역시 공공기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메이저리그에서 동양인 선수 최초로 3000안타 고지에 오른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44·마이애미·사진). 그도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다. 그는 올 시즌 마이애미의 백업 외야수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올해 선발 출장한 것은 17번밖에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많지 않은 기회 속에서도 그는 여전히 안타와 관련된 새로운 기록을 세워가고 있다. 이치로는 23일 열린 필라델피아와의 더블헤더 1차전에서 3-3 동점이던 7회초 무사 1, 2루에서 대타로 출전해 선발 에런 놀라를 상대로 우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팀이 12-8로 승리하면서 이 홈런은 결승 홈런이 됐다. 시즌 3번째 홈런. 이 홈런은 그의 올 시즌 21번째 대타 안타였다. 올해 기록한 37개의 안타 중 절반 이상을 대타로 출전해서 쳐냈다.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또 이 홈런으로 그는 2009년 로스 글로드가 기록한 마이애미 구단 한 시즌 최다 대타 안타 기록(21개)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시즌 최다 대타 안타 기록은 존 밴더 월(당시 콜로라도)이 1995년 기록한 28안타다. 23일 현재 마이애미는 38경기를 남겨둬 남은 시즌에 따라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있다. 돈 매팅리 감독은 이치로를 팀 내에서 가장 믿을 만한 대타 요원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까지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067안타를 기록한 이치로는 “대타로 나가 안타를 치는 게 쉽지는 않다. 하지만 쫓아야 할 기록이 있다는 건 큰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배상문이 함께했으면 좋겠다. 그런 열정적인 선수가 있으면 팀에 도움이 된다.” 16일 전역한 배상문(31·사진)이 미국과 인터내셔널팀의 골프 대항전인 프레지던츠컵에 추천 선수로 나올 가능성이 제기됐다. 그의 출전을 누구보다 바라는 사람은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짐바브웨)이다. 2015년 인천에서 열렸던 대회에 이어 올해도 인터내셔널팀 단장을 맡은 프라이스는 23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시우가 인터내셔널팀에 선발되면 배상문의 추천에도 긍정적 요소가 된다. 배상문의 추천에 대해 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눠 볼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프레지던츠컵은 배상문이 군 입대를 앞두고 출전한 마지막 대회였다. 배상문은 당시 활약했지만 빌 하스와 맞붙은 마지막 날 싱글 매치플레이 18번홀에서 뒤땅을 치는 실수를 했다. 대회에서도 인터내셔널팀이 14.5-15.5로 지면서 아쉬움은 더욱 컸다. 당시 배상문은 “내 실수도 화가 나지만 팀이 진 게 억울하다. 2년 후가 될지, 4년 후가 될지 모르겠지만 다음번엔 미국을 꼭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2년 가까이 육군 소총수로 복무한 배상문은 현재 자력으로는 대회에 나설 수 없다. 하지만 단장 추천을 받으면 대회에 나올 수 있다. 프레지던츠컵은 팀당 출전 선수 12명 중 세계랭킹을 기준으로 10명을 선발하고 나머지 2명은 단장 추천으로 뽑는다. 올해 프레지던츠컵은 9월 28일부터 미국 뉴저지 리버티 내셔널 골프장에서 열린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9회말 나온 실책 하나가 모든 걸 바꿔 놓았다. NC 장현식의 완봉승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경기는 두산의 끝내기 승리로 탈바꿈했다. 2위였던 NC는 3위로 내려앉았고, 3위 두산은 2위가 됐다.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전에 선발 등판한 NC 장현식은 이날 생애 최고의 호투를 선보였다. 최고 시속 151km의 빠른 공을 주무기로 8회가 끝날 때까지 단 3개의 안타만 허용한 채 한 점도 내주지 않았다. NC는 8회초 공격에서 이종욱의 허를 찌르는 스퀴즈 번트로 소중한 한 점을 얻었다. 1-0으로 앞선 9회말 장현식은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 타자 류지혁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후속 박건우를 투수 앞 땅볼로 유도했다. 병살타가 될 타구였다. 하지만 2루수 박민우의 송구 실책을 틈타 류지혁이 3루까지 밟으면서 분위기가 단숨에 바뀌었다. 장현식은 4번 타자 김재환에게 동점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악몽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2사 만루에서 두산 오재원은 NC 3번째 투수 이민호를 상대로 유격수 앞 땅볼을 치고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1루를 터치했다. 1루심은 아웃을 선언했다. 하지만 7분여에 걸친 비디오 판독 끝에 세이프로 판정이 바뀌었다. 1-2 끝내기 패배였다. 완봉승도, 팀 승리도, 2위도 모두 날려버린 장현식은 경기 후 아쉬움의 눈물을 쏟았다. 하지만 그게 바로 야구였다. 주말 두 경기를 모두 이긴 두산은 4월 5일 이후 130일 만에 2위에 복귀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돌이켜 보면 2014시즌 후 두산이 왼손 선발 투수 장원준(32)을 데려온 건 ‘신의 한 수’였다. 두산은 롯데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그를 데려오기 위해 84억 원(4년 기준)의 거액을 썼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장원준은 2년 연속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키며 2015년과 2016년에 각각 12승과 15승을 올렸다. 장원진의 합류로 안정된 선발진을 구축한 두산은 두 해 연속 한국시리즈를 제패했다.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이 장원준이었던 셈이다. 장원준은 올해도 9승 7패에 평균자책점 3.26으로 잘 던지고 있다. 두산과 함께 서울 잠실구장을 공동 홈으로 쓰는 LG는 지난 오프시즌 3장의 카드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다. FA로 풀린 대형 왼손 선발 투수 김광현(29·SK), 양현종(29·KIA), 차우찬(30·당시 삼성) 가운데 누구를 잡을지가 문제였다. 결론은 셋 가운데 통산 성적과 이름값에서 가장 뒤지던 차우찬이었다. 4년간 95억 원의 대형 계약을 한 뒤엔 비난의 목소리도 높았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4점대(4.44)인 투수에게 과한 금액이라는 거였다. 하지만 당시 LG 관계자는 “우리 팀에는 꾸준하고 건강하게 던질 수 있는 투수가 필요하다. 지난해까지의 차우찬을 에이스라 부를 순 없지만 건강하게 긴 이닝을 던져주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웃집의 성공을 지켜본 LG는 화려함 대신 꾸준히 제 몫을 할 수 있는 투수를 택한 것이다. 종반을 향해 가고 있는 현재 LG의 선택은 옳았다고 할 수 있다. 차우찬은 체력 보충을 위해 올스타 휴식기 동안 한 차례 엔트리에서 말소된 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선발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았다. 13일 현재 20경기에 선발 출전해 8승 5패를 기록 중이다. 20경기 중 15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버텨냈다. 이전까지는 기복이 심한 투수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LG에 와서는 제구력과 변화구에 안정감이 더해졌다. 올 시즌 차우찬은 KIA의 왼손 에이스 양현종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날 현재 양현종은 16승(3패)으로 다승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차우찬이 앞서는 면도 적지 않다. 차우찬의 평균자책점은 3.19로 양현종(3.49)보다 뛰어나다. 탈삼진도 120개로 양현종(115개)보다 많다.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에서도 1.13으로 1.32의 양현종을 앞선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김광현은 올해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다. 건강함과 꾸준함이라는 면에서 보면 차우찬은 장원준과 정말 많이 닮았다. 공교롭게도 이날까지 두 투수는 똑같이 129와 3분의 2이닝씩을 던졌고, 똑같이 124개씩의 안타를 맞았다. 실점은 차우찬이 53점, 장원준이 54점이다. 무엇보다 둘이 없었다면 두산과 LG가 올해 상위권에 머물기 어려웠을 것이다. 두산과 LG는 각각 2위와 4위에 올라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KBO리그가 메이저리그로 역수출한 에릭 테임즈(31·밀워키)는 복귀 첫해부터 한국에서 키운 야구 실력을 유감없이 과시하고 있다. 10일까지 타율 0.244에 25홈런, 47타점을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고 있다. 3년간 1600만 달러(약 183억 원)에 계약한 그는 이미 몸값을 다했다는 평가까지 받는다. 여전히 한국을 너무 좋아한다는 그는 10일 게재된 스포팅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만날 수 있는 4명의 KBO리그 선수를 꼽았다. NC 시절 동료였던 나성범(외야수), SK 최정(내야수)과 김광현(투수), 롯데 손아섭(외야수) 등이 주인공이다. 나성범에 대해서는 “이미 3, 4년 전부터 준비된 선수라고 느꼈다”며 “팔 힘이 좋고, 배트 스피드와 발이 빠르다”고 평가했다. 9일 현재 타율 0.374에 18홈런, 69타점, 14도루를 기록 중인 나성범은 2019시즌 후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해외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스포팅뉴스는 나성범을 가장 잠재력이 높은 선수로 평가했다. 테임즈는 최정을 “홈런 가이(Guy)”라고 표현했다. 그는 “엄청난 재능을 갖고 있다. 당장 와서 뛰어도 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KBO리그에서 40홈런으로 테임즈와 공동 홈런왕에 올랐던 최정은 올해도 벌써 38홈런을 치고 있다. 그는 내년 시즌 후 2번째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테임즈의 추천을 가장 고마워하는 선수는 아마 손아섭일 듯하다. 2년 전 포스팅 시스템으로 빅리그 진출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손아섭은 올 시즌이 끝나면 FA가 된다. 테임즈는 “배트 스피드가 빠르고 열정이 강해 이곳에 와서도 충분히 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아섭은 타율 0.340에 13홈런, 53타점을 기록 중이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중인 왼손 투수 김광현에 대해서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투수는 언제나 특별하다”라고 말했지만 스포팅뉴스는 “부상 경력과 나이를 고려하면 메이저리그 진출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요즘 두산은 야구를 참 쉽게 하는 것 같다. 투수들은 잘 던지고, 타자들은 잘 친다. 딱히 작전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다. 후반기의 두산은 뜨거운 한여름 햇살보다 더 뜨거운 팀이 됐다. 9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6-12로 패하면서 연승 행진이 ‘8’에서 끝났지만 올스타전 이후 이날까지 20경기에서 16승 1무 3패로 승률 0.842의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2위 NC에 1.5경기 차로 따라붙었고, 선두 KIA와의 승차도 7경기로 좁혔다. 올스타전 전까지 두산은 42승 1무 39패(승률 0.519)로 5위에 머물렀다.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위용은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차지했던 지난해 두산은 1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확실한 ‘선발 야구’를 했다. ‘판타스틱4’라 불린 니퍼트-보우덴-장원준-유희관 등 4명의 선발 투수가 모두 15승 이상을 거뒀다. 하지만 올해 초반에는 보우덴이 어깨 부상으로 2개월 이상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해 18승을 거둔 보우덴의 공백은 생각보다 메우기 힘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했던 야수들이 극심한 컨디션 난조를 겪었다. 두산 홍보팀 박진환 과장은 “뭔가 리듬이 맞지 않았다.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못 치고, 타자들이 잘 치는 날엔 투수가 무너지는 엇박자가 나곤 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와 같은 좋은 리듬이 타기 시작한 건 전반기 막판부터다. 제2선발 보우덴이 부상에서 회복해 로테이션에 합류한 7월 초순이 터닝 포인트였다. 보우덴은 2승(3패)에 그치고 있지만 복귀한 후 거의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버텨주고 있다. 후반기에 들어서는 ‘영건’ 함덕주(22)의 잠재력이 폭발했다. 왼손 투수 함덕주는 후반기 등판한 4경기에서 3승을 거두며 제5선발 자리를 꿰찼다. ‘판타스틱5’로 진화한 선발진이 마운드를 든든히 지키자 타자들의 방망이도 함께 불타오르고 있다. 외야수 박건우는 “전반기엔 같이 잘 치거나 같이 못 치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엔 누군가가 부진해도 다른 선수가 해결사로 나선다. 투수들이 잘 막아주니 뒤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다. 언제든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했다. 전반기에 0.293이었던 팀 타율은 후반기 0.319로 급상승했다. 10개 팀 중 1위다. 팀 홈런(29개)과 팀 타점(152개) 역시 1위다. 두산은 12∼13일 잠실구장에서 NC와 2연전을 갖는다.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 있다. 하지만 김태형 두산 감독은 ‘하던 대로’를 강조했다. 그는 “NC전이라고 해서 딱히 달라질 건 없다. 선발 로테이션이든 타선이든 해온 대로 할 것이다. 다른 팀을 의식하기보다 선수들의 부상 방지와 컨디션 유지 등 우리 내부의 것을 챙기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야구에는 기록과 관련된 불문율이 하나 있다. 대기록을 앞둔 선수 앞에서 해당 기록에 대한 언급을 삼가는 것이다. 8일 한화-두산전이 열린 서울 잠실구장. 두산 4번 타자 김재환(29·사진)을 만났을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김재환은 전날까지 역대 KBO리그 최다 연속 경기 타점 타이인 11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 전 마주 앉은 김재환은 “타점 기록요? 전혀 상관없으니 말하셔도 돼요”라며 “솔직히 기록에는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4번 타자로서 기회를 살리려 할 뿐”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 사라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0-1로 뒤진 1회말 2사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재환은 한화 선발 안영명의 6구째 높은 슬라이더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겨 버렸다. 시즌 29호 홈런으로 2타점을 올린 김재환은 리그 최다 연속 경기 타점 신기록을 세웠다. 지난달 26일 kt전을 시작으로 12경기 연속 해결사 노릇을 해낸 것. 이전까지는 1991년 장종훈(빙그레), 1999년 이승엽, 2015년 야마이코 나바로(이상 삼성), 올해 최형우(KIA)가 11경기 연속 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메이저리그 최다 연속 경기 타점 기록은 레이 그라임스(시카고 컵스)가 1922년 세운 17경기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랜디 배스(한신)가 1986년 기록한 13경기가 최다다. 앞으로 한 경기만 더하면 일본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김재환은 한국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에서 한 시즌에 홈런을 가장 많이 친 한국인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올해 18번째 홈런을 치면서 1999년 심정수와 지난해 자신이 갖고 있던 국내 선수 최다 홈런 기록을 넘겼다. 역대 한 시즌 잠실구장 최다 홈런은 1998년 타이론 우즈(전 두산)가 친 24개다. 두산은 한화를 8-1로 꺾고 8연승을 질주했다. 최근 3경기 연속 결승 홈런을 때린 김재환은 올해 12개의 결승타로 이 부문에서도 나성범(NC)과 함께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이헌재 uni@donga.com·유재영 기자}

“여름에 흘린 땀의 양에 따라 메달 색깔이 바뀝니다.” 평창 겨울올림픽은 한겨울인 내년 2월 9일 개막한다. 하지만 대회 결과는 여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여름이야말로 승부처에서 마지막 남은 한 가닥의 힘까지 쏟아부을 체력을 만드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모든 선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도 여름이다. 선수들은 여름철 체력 훈련을 ‘지옥’에 비유한다. 4월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월드챔피언십(톱 디비전) 진출의 기적을 일군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5월 15일부터 11주 동안 실시된 ‘엑소스(EXOS)’ 훈련 프로그램을 소화했다. 이 프로그램은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선수들이 근력과 순발력을 기르기 위해 사용하는 프로그램이다. 11주의 지옥문을 나선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은 배에 새겨진 선명한 ‘왕(王)’자를 훈장으로 받았다. 김상욱(29·안양 한라)은 “3년째 같은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우리보다 체격이 큰 서양 선수들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괴롭힐 힘이 생겼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부터 빙상 훈련에 돌입한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8월에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체코 프라하로 옮겨 다니며 강팀들을 상대로 7차례의 연습경기를 펼치고 있다. 12월에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2017∼2018 유로아이스하키투어 채널원컵에 출전해 평창 올림픽 본선에 나서는 캐나다(1위), 러시아(2위), 스웨덴(3위), 핀란드(4위), 체코(6위) 등을 상대로 최종 리허설을 치른다. 무더운 여름을 뜨겁게 보내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역시 미국과 유럽을 오가며 실전 모드에 돌입한다. 12일 프랑스 알베르빌로 떠나는 여자 대표팀은 스위스, 프랑스와 평가전을 치른 뒤 미국 미네소타로 이동해 3주간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미국에서도 NCAA 디비전1 최강으로 꼽히는 미네소타대, 위스콘신대 등과 7차례 평가전을 치른다. 전통적인 메달밭 쇼트트랙 대표팀도 한 명의 낙오자 없이 ‘죽음의 지상(地上)훈련’을 모두 통과했다. 쇼트트랙 선수들은 하루를 가장 먼저 시작한다. 대개 오전 5시 20분부터 스케이트를 타고 지상 훈련은 오후에 한다. 조재범 코치는 “매일 200바퀴 이상의 빙상 훈련으로 스케이팅 감각을 익히며 최대한 체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트랙,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 체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쇼트트랙 대표팀은 지난달 말부터 캐나다 캘거리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해발고도가 1000m가 넘는 캘거리 현지 훈련에서 스피드를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강원 화천에서 사이클 훈련과 육상 트랙 훈련으로 무수한 땀을 흘렸다. 특히 25km를 타는 사이클 훈련은 지옥의 레이스로 악명 높았다. 땀의 양만큼 선수들의 다리에는 힘이 붙었다. 스피드 대표팀 역시 9월 1일부터 캘거리에서 10월 7일까지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1년 내내 눈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스키 대표팀 선수들은 5∼7월에는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눈 위를 누빌 몸 만들기에 집중했다. 정들었던 스노보드와 스키는 놓아두고 웨이트 트레이닝장과 육상 트랙에서 훈련에 집중했다.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 주장 김상겸(28·전남스키협회)은 “인터벌 훈련 때만큼은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근육들이 다 겨울에 힘으로 나온다. 보드 탈 생각에 힘을 낸다”고 했다. 스키 선수들은 8월에는 겨울이 한창인 남반구로 떠난다. 그중에서도 좋은 기후와 기반시설을 잘 갖추고 있는 뉴질랜드는 가장 인기 있는 나라다. 스키 알파인 대표팀(회전, 대회전)은 뉴질랜드에서 눈을 누비다가 대륙컵 대회에 출전한다. 스노보드 알파인 대표팀과 프리스타일 스키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대표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슬로프스타일 대표팀, 크로스컨트리 대표팀도 뉴질랜드에서 9월까지 전지훈련을 실시한다. 알파인 스키 활강 대표팀은 칠레 산티아고로 떠난다. 프리스타일 스키 모굴 대표팀의 전지훈련 장소는 호주 페리셔다. 각각의 종목에서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을 선택했다. 이에 비해 썰매 종목 선수들은 일찌감치 해외 전지훈련을 마치고 8월부터 국내로 들어와 체력 훈련을 하고 있다. 지난달 캘거리로 떠났던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은 6일부터 평창 알펜시아와 진천선수촌을 오가며 체력을 단련한 뒤 시즌을 앞둔 10월에 다시 해외로 떠난다. 루지 선수들 역시 독일 전지훈련을 일찌감치 마친 뒤 7월부터 11월까지 국내에 머물며 훈련을 하고 있다. 루지 관계자는 “7월부터 국내에서 체력 훈련에 집중한 뒤 11월 말부터 월드컵에 나가는 게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일정을 그에 맞춰서 짰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상대팀에서) 팬들에게 인사할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영광스러울 것 같다. 경기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선에서 10초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간의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다.” 올해 초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승엽(41·삼성·사진)이 했던 말이다. 마침내 이별의 시간이 다가왔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현역에서 물러나는 ‘국민타자’ 이승엽의 ‘은퇴 투어’가 시작된다. 출발은 11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리는 한화와의 방문경기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은퇴 투어’가 유행하고 있지만 KBO리그에서 은퇴 투어는 이승엽이 처음이다. 이승엽은 실력과 인성을 고루 갖춘 스타플레이어로 오랜 기간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전반기 막판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이승엽의 고별 투어를 준비하자”고 각 구단에 제안했고, 모든 팀이 선뜻 이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삼성의 방문경기를 주최하는 팀들은 마지막 경기 때 이승엽에게 특별한 선물을 수여하는 행사를 연다. 한화 관계자는 “선물은 정말 특별한 의미를 담고자 했다. 많은 고민 끝에 준비한 선물이니만큼 이승엽 선수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화에 이어 kt(18일), 넥센(23일), SK(9월 1일), 두산(9월 3일), 롯데(9월 8일), KIA(9월 10일), NC(9월 15일)가 바통을 잇는다. LG는 우천 취소된 한 경기가 추후에 편성돼 아직 일정을 잡지 못했다. 소속팀 삼성 역시 성대한 은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각 팀이 이승엽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 이승엽은 상대팀 팬들에게 어떤 인사를 전할지도 관심을 모은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5년전 ‘30cm 퍼팅악몽’ 씻고 메이저퀸▼김인경, 브리티시女오픈 우승… 시즌 3승“슬픔은 어제(Yesterday)의 이야기가 됐다.” 김인경(29·한화)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브리티시 여자 오픈 우승 소식을 전하며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영국의 세계적인 록밴드 비틀스의 노래를 거론했다. 김인경은 7일 영국 스코틀랜드 파이프의 킹스반스골프링크스(파72)에서 열린 이 대회에서 최종 합계 18언더파 270타로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정상에 올랐다. 우승 상금 50만4821달러(약 5억7000만 원)를 거머쥐었다. 김인경은 어려서부터 비틀스의 열성 팬이었다.○ “부러진 날개로 나는 법을 배워라(Take these broken wings and learn to fly·비틀스의 ‘블랙버드’ 중)” 2007년 투어 데뷔 후 김인경은 세리 키즈의 대표 주자로 부상했다. 2009년 스테이트 팜 클래식에서는 박세리를 한 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영광 뒤엔 시련이 찾아왔다. 2012년 메이저 대회인 나비스코 챔피언십(현 ANA 인스피레이션) 마지막 날 마지막 홀에서 30cm 거리의 파 퍼트를 실패하며 눈앞에서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이 장면은 두고두고 화제가 됐고 오랫동안 그를 괴롭혔다. 김인경의 아버지 김철진 씨(63)는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지만 어딜 가나 ‘비운의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다 보니 인경이가 힘들어했다. 때로는 골프 하기 싫다는 이야기도 했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설명했다. 그러나 “아픔이 나를 겸손하게 만들었다”는 자신의 말처럼 김인경은 스스로 헤쳐 나갈 줄 아는 선수였다. 평소 취미였던 그림 그리기 외에도 명상, 요가, 피아노, 기타 연주 등에 몰입하며 아쉬움의 벽을 허물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블랙버드’를 비롯한 비틀스의 노래는 그에게 큰 위안이 됐다. 최근에는 비틀스의 로고가 새겨진 볼 마커를 모자에 꽂고 다니기도 했다.○ “그러면 좀 더 나아지기 시작할 거야(Then you‘ll begin to make it better·비틀스의 ‘헤이 주드’ 중) 3라운드까지 6타 차 선두였던 김인경은 무너지지 않고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켰다. 아버지 김 씨는 “차라리 선두보다 중간 순위에서 마지막 날 경기를 하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스스로 부담을 이겨내는 모습을 보니 대견하다”고 했다. 마지막 순간의 실수가 가져온 트라우마를 비로소 이겨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인경은 “과거 실수에만 머무르기보단 (실수가)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현재의 순간은 더욱 특별해질 것”이라고 우승 소감을 전했다. 김인경은 이달 말 한국여자프로골프(KLGPA)투어 한화클래식 참석을 위해 귀국할 예정이다. 올 시즌 들어 앞서 열린 LPGA투어 숍라이트 클래식, 마라톤 클래식에서 우승을 한 김인경은 메이저 타이틀까지 추가하며 시즌 세 번째 우승을 맛봤다. 올 시즌 투어 다승 선두로 나서며 제2의 전성기를 활짝 열었다. ▼수술 후유증 이겨내고 시즌 4승 쾌투▼류현진, 뉴욕메츠戰 7이닝 1피안타… ML데뷔 후 최고 피칭초구로 던진 컷 패스트볼(커터)은 날카롭게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파고들었다. 2구와 3구째도 연속으로 커터를 던졌다. 3번째 결정구는 평소처럼 몸쪽이 아니라 바깥쪽으로 돌아 들어가도록 던졌다. 삼구 삼진. 7일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미국 프로야구 LA 다저스와 뉴욕 메츠전 4회말. 커터 3개에 얼어붙은 뉴욕 메츠의 아스드루발 카브레라는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부상 후유증과 팀 내 선발 경쟁에서 힘겨운 시간을 보내던 LA 다저스 류현진(30)이 ‘역발상 투구’와 커터를 앞세워 시즌 4승(6패)째를 따냈다. 류현진은 이날 메츠와의 방문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단 1안타만을 허용하고 무실점으로 막아 팀의 8-0 승리를 이끌었다. 4사구는 하나도 없었고 삼진은 8개나 빼앗는 등 퍼펙트에 가까운 투구였다. 메츠 타자 중 누구도 2루를 밟지 못했다. 고질적인 1회 불안증을 털어냈다. 전날까지 류현진의 1회 통산 평균자책점은 4.88이나 됐다. 하지만 이날은 1회 세 타자를 모두 삼진 처리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역발상’으로 불릴 만큼 평소의 투구 패턴을 버리고 상대 타자들의 허를 찌른 볼 배합이 원동력이었다. 류현진은 그동안 오른손 타자를 상대할 때 바깥쪽으로 살짝 떨어지는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써 왔다. 하지만 이날 1번 타자로 나선 왼손 마이클 콘포토를 상대로 몸쪽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던졌다. 2볼 2스트라이크에서 그의 방망이는 허공을 갈랐다. 류현진은 이날 96개의 공 가운데 직구(33개)에 이어 커터(22개)를 많이 던졌다. 커브(17개)와 체인지업(20개), 슬라이더(4개) 등 모든 구질이 위력을 발휘했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8km. 류현진은 7월 31일 샌프란시스코전 7이닝 무실점에 이어 2경기 연속 7이닝 무실점 투구를 했다. 평균자책점은 3.83에서 3.53으로 좋아졌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유증으로 지난 2년간 재활에만 매진했던 류현진은 3년 만에 제자리를 찾아가는 중이다. 그는 “지금처럼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 그리고 아프지 않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텍사스 에이스였던 다루빗슈 유의 다저스 이적으로 팀 내 입지가 좁아질 뻔했던 류현진이 시즌 최고의 호투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이날만큼은 우리가 알던 ‘괴물’의 모습 그대로였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이헌재 기자 uni@donga.com}

“레드삭스 팬인가요, 양키스 팬인가요?” 푸른 눈의 ‘태극 댄서’ 알렉산더 개믈린(24)은 한참을 생각했다. 그의 고향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이다. 그런데 어릴 때 이사해 자란 곳은 뉴욕이다. 보스턴을 연고로 하는 메이저리그 팀 레드삭스와 뉴욕이 홈그라운드인 양키스는 ‘100년 라이벌’이다. 고민 끝에 그는 “아무래도 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양키스를 택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전 야구는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야구팀을 선택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한국 국적을 얻을지에 대해서는 일말의 고민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달 초 만난 그는 “한국은 제게 특별한 나라예요. 음식, 풍경, 문화, 사람들 등 모든 게 좋아요. 올림픽이란 큰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라고 했다. 개믈린은 지난달 말 법무부의 특별귀화 심사를 통과해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민유라(22)와 짝을 이룬 그는 피겨 아이스댄스 국가대표로 내년 2월 열리는 평창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알렉산더 개믈린(Alexander Gamelin)이지만 한국 여권과 주민등록증에 표기되는 한국 이름은 ‘겜린 알렉산더’다. 성의 앞 글자인 ‘Game’을 한국 젊은이들이 ‘겜’으로 줄여 부르는 걸 알고 겜린이라고 정했다. 겜린이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된 것은 우연이자 필연이었다. 어릴 적부터 그는 쌍둥이 여동생 대니얼과 짝을 이뤄 아이스댄스 선수로 활동해 왔다. 하지만 2015년 대니얼이 은퇴하면서 그는 갑자기 짝을 잃었다. 그즈음에 민유라 역시 이전 파트너와 헤어져 혼자 남게 됐다. 미국 미시간주 오클랜드 노바이의 같은 링크를 쓰던 둘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의기투합했다. 팀을 결성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민유라-겜린 조는 기대 이상의 실력을 보이고 있다.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올해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32개 참가팀 가운데 20위를 차지했다. 출전권 커트라인인 18위에 약간 모자랐지만 내달 독일에서 열리는 네벨혼 트로피에서 충분히 출전권 획득이 가능하다. 이 대회에는 5장의 출전권이 걸려 있는데 이미 출전권을 딴 나라를 제외한 국가에만 출전권을 주기 때문이다. 겜린은 한국어도 꽤 잘한다.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한글과 영어를 병기해 소식을 전한다. 겜린-민유라 조는 지난달 열린 KB금융 피겨스케이팅 챌린지에서 한복을 모티브로 한 의상을 입고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연기를 펼쳤다. 겜린은 “평창 올림픽은 대한민국에서 열리는 첫 번째 겨울올림픽이다. ‘아리랑’이 울려 퍼진다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생각해 그 음악을 골랐다”고 말했다. 그는 4일 한국 여권을 갖고 훈련지가 있는 미국으로 출국했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가장 많이 이기고 있는 팀에서 ‘와 달라’고 한 것에 대해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마감 시한 직전(현지 시간 7월 31일 오후 4시) 텍사스에서 LA 다저스로 트레이드된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30)는 섭섭함보다 기대감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이유는 하나다. 메이저리그 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에 가장 근접한 팀이 다저스이기 때문이다. 다저스는 2일 애틀랜타와의 경기에서 선발 투수 마에다 겐타의 7이닝 무실점 호투에 힘입어 3-2로 승리했다. 최근 9연승 행진으로 시즌 성적은 75승 31패(승률 0.708)가 됐다. 메이저리그 30개 팀 중 승률 1위로 막강 전력을 과시 중인 다저스는 올해 월드시리즈 우승 ‘0순위’로 꼽힌다. 이에 비해 전 소속팀 텍사스는 50승 56패(승률 0.472)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4위에 머물고 있다.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든 성적이다. 다루빗슈가 트레이드 성사 후 미소 짓고 있는 동안 휴스턴에서 뛰었던 또 다른 일본인 선수 아오키 노리치카(35)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휴스턴이 선발진 강화를 위해 투수 프란시스코 리리아노를 데려오면서 그를 토론토로 트레이드한 것이다.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선두 팀 휴스턴에서 같은 리그 동부지구 최하위 토론토로 옮기게 된 아오키는 “내가 트레이드되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우승을 향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는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아오키는 캔자스시티 소속이던 2014년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으나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샌프란시스코에 패해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가 샌프란시스코로 팀을 옮긴 2015년에는 전년도 소속팀 캔자스시티가 우승했다. 올해는 휴스턴의 백업 외야수로 7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2에 2홈런을 기록 중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17시즌을 뛰며 동양인 최다승(124승)을 올린 박찬호(43·전 다저스)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는 껴 보지 못했다. 한국인 선수 출신으로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갖고 있는 건 김병현(38·전 애리조나)이 유일하다.이헌재 기자 uni@donga.com}

7월 31일 오후 3시 45분(현지 시간)까지 일본인 투수 다루빗슈 유(31)는 추신수(35·텍사스)의 팀 동료였다. 메이저리그 논 웨이버 트레이드(구단들이 웨이버 공시 없이 개별 진행하는 트레이드) 마감시한인 이날 오후 4시를 15분가량 남겨두고 대반전이 일어났다. 1988년 월드시리즈 우승 후 29년 만에 우승 반지에 도전하는 LA 다저스가 전격적으로 그를 데려온 것이다. 15분 사이에 그는 류현진(30·다저스)의 팀메이트가 됐다. 미국 현지의 평가는 놀라움 그 자체다. 달리는 말에 날개를 달았다는 것이다. 이날까지 다저스는 74승 31패(승률 0.705)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을 통틀어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었다. 이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할 전력을 갖췄지만 그나마 있는 빈틈을 완벽하게 메웠다는 분석이다. 다저스는 이날 왼손 불펜 투수들인 토니 왓슨과 토니 싱그라니도 각각 피츠버그와 신시내티에서 데려왔다. 2013년 텍사스와 6년 계약을 한 다루빗슈는 올 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다저스로서는 몇 개월 후 그를 떠나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남은 정규 시즌과 포스트시즌에서 다루빗슈의 힘을 빌리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다. 에이스 클레이턴 커쇼가 허리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가운데 다저스는 요즘 앨릭스 우드, 리치 힐, 류현진, 마에다 겐타, 브록 스튜어트 등 5명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구성하고 있다. 다루빗슈가 선발로 들어오면 스튜어트가 로테이션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포스트시즌이다. 다저스는 커쇼와 우드 등 2명의 왼손 투수로 ‘원투펀치’를 구성할 계획이다. 여기에 오른손 투수 다루빗슈를 더하면 오른손-왼손 투수를 번갈아 가며 기용할 수 있다. 2015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다루빗슈는 올 시즌 6승 9패, 평균자책점 4.01에 머물고 있으나 구위 자체는 여전히 위력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루빗슈의 합류로 류현진이 벌이는 선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31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를 선보이며 점점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지만 다저스에는 여전히 선발 자원이 차고 넘친다. 오른손 물집 부상 중인 브랜던 매카시가 조만간 돌아올 것이고, 커쇼 역시 빠른 복귀를 위해 재활에 열중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4명의 선발 투수로 운용되는 포스트시즌에서 남은 선발 자리는 하나밖에 없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 후 올해 복귀한 류현진은 3승 6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 중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커쇼가 돌아오기 전까지 지난번 샌프란시스코전과 같이 완벽한 피칭을 이어가는 게 중요하다. 꾸준함을 보여줘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안타를 치고 1루로 나간다. 2루와 3루를 연달아 훔친다. 후속 타자의 땅볼 타구 때 홈으로 파고들어 득점을 올린다. 전성기 시절 이종범(47·MBC스포츠 해설위원)은 그런 선수였다. 호리호리한 체격이었지만 홈런도 곧잘 쳤다. 심판의 “플레이볼” 콜이 떨어지기 무섭게 홈런을 치곤 했다. 1998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 진출해 현란한 플레이를 선보였을 때 한 일본 신문은 이렇게 썼다. “‘바람의 아들’이 잠든 용(드래건스)을 깨웠다.” 한신 투수 가와지리 데쓰오가 던진 공에 맞아 오른쪽 팔꿈치가 부러지지만 않았어도 일본에서 좋은 활약을 이어갔을 것이다. 요즘 KBO리그는 이종범의 아들, 즉 ‘바람의 손자’ 이정후(19·넥센) 열풍으로 뜨겁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올해 프로에 입단한 그는 7월 말 현재 팀이 치른 98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34(362타수 121안타), 2홈런, 34타점을 기록 중이다. 빠른 발을 이용해 17개의 2루타와 7개의 3루타를 쳤다. 후보로 시즌을 맞을 게 유력했지만 어느덧 넥센의 톱타자 자리를 꿰찼다. 아버지처럼 강한 어깨도 갖췄다. 지금 추세라면 이종범도 해보지 못한 신인왕을 수상할 게 유력하다. 이런 아들을 둔 아버지는 얼마나 자랑스러울까. 하지만 이종범은 아들 얘기만 나오면 손사래부터 친다. “제발 조용히 지켜만 봐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야구 천재’였던 이종범은 타격과 수비, 주루 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 최고의 전문가다. 하지만 아들에게는 일절 야구 얘기를 하지 않는다. 그는 “팀에는 감독이 있고, 코치가 있다. 선배들도 좋은 말을 해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무슨 말을 하겠나”라고 했다. 다만 강조하는 것은 선수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갖춰야 할 자세와 태도다. “야구 좀 한다고 우쭐대면 안 된다” “항상 겸손하고, 행동 조심해야 한다” “선배들에게 예의를 갖춰야 한다” 등등. 어찌 보면 뻔한 말들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한다. 이정후는 좋은 교육을 받은 것 같다. 그에게서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이승엽은 최고의 스타이면서도 가장 겸손한 선수로 꼽힌다. 신인 때부터 지금까지 야구가 잘될 때나 그렇지 않을 때나 항상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자세를 보였다. 둘은 자칫 불편할 수 있는 언론 인터뷰에도 성심성의껏 임하는 모습도 닮았다. 김용희 전 SK 감독은 “야구만 잘하는 선수는 그냥 스타다. 실력에 인성까지 갖춰야만 ‘슈퍼스타’의 자격이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런 점에서 7월 15일 대구에서 열린 올스타전은 ‘슈퍼스타’의 이·취임식 같은 느낌이었다.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하는 이승엽과, 신인 이정후가 한 무대에 선 것이다. 이승엽은 “야구 2세들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좋은 본보기가 된 것 같다. 아버지보다 더 잘하는 선수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정후는 이승엽처럼 슈퍼스타가 될 자질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오늘도 야구장으로 가는 이정후를 향해 아버지는 이렇게 소리친다. “감독님, 코치님 말씀 잘 들어라. 선배들한테 인사 잘하고∼.”이헌재 스포츠부 기자 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