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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한’을 놓고 헌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에 묻힌 전직 대통령 5명의 묘역 총면적은 1690.5m²(약 512평), 대통령이 아닌 안장자 1명에게 허락된 면적(3.3m²·약 1평)과 비교하면 무려 512 대 1의 격차다. 반면 미국과 영국 등은 대통령과 장군, 사병을 차별하지 않는다. 오직 국가에 헌신했는지만 따진다. 한국 대통령 묘소의 전말을 해부한다.》 “산봉우리 하나, 물 한 방울도 서로 조화를 이루지 않은 곳이 없다. ‘목마른 코끼리가 물을 마시는 형상’(渴形象)의 명당 중 명당”, “산(山)은 군인들이 아침 조회를 하는 듯하고, 땅 밑의 여러 갈래 물줄기(水)는 교류해 생기가 넘친다.” 서울 동작구에 있는 국립서울현충원 홈페이지에 소개된 현충원의 풍수(風水)다. 앞으로는 한강이, 뒤로 관악산 공작봉이 병풍을 친 이 명당에 역대 대통령 4명이 잠들어 있다. 이 중 가장 높고 깊은 곳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역이 있고, 이어 이승만, 김대중(DJ), 김영삼(YS) 전 대통령 묘역이 차례로 나온다. 서울과 대전 국립현충원에 잠든 역대 대통령 5명 묘역 총면적은 1690.5m²(약 512평). 대통령이 아닌 안장자 1명에게 허락된 면적(3.3m²·약 1평)과 비교하면 512 대 1의 차이다. 이렇듯 사후에도 대통령과 일반인의 위상은 하늘과 땅 차이다. 역사적으로 엄격한 정치적 위계를 보였던 한국 국립묘지의 단면이기도 하다. 혹자는 이를 ‘제왕(帝王)적 국립묘지’라 부른다.○ 1곳 공사비 7억∼10억, 관리비 4억5000만 원 1965년 7월 미국 하와이에서 병사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묘 크기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던 당시 일반 군인 묘역보다 훨씬 큰 363m²(약 109평)로 꾸려졌다. 묘두름 돌, 상석, 향로대, 묘비, 추모비, 헌시비, 사자상 등이 갖춰졌다. 헌시비는 하와이 한인동지회가 하와이 근해에서 채취한 돌로 건립됐다. 1992년 3월 서거한 프란체스카 도너 리 여사도 가족장으로 이곳에 합장됐다. 서울현충원의 가장 높은 곳엔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묘소가 있다. 1979년 안장된 박 전 대통령의 묘소 면적은 580m²(약 175평). 역대 대통령 묘소 크기 중 압도적 1위다. 묘두름 돌, 상석, 향로대, 묘비, 추모비 등이 있다. 이, 박 전 대통령 묘역 공사비는 자료가 없어서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 동지이자 숙명의 라이벌이던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은 각각 2009년과 2015년 안장됐다. 묘역 크기는 DJ(264m²·약 79.8평)가 YS(258.5m²·약 78.1평)보다 조금 더 크지만 공사비는 YS(9억8670만 원) 쪽이 DJ(7억7000만 원)보다 더 들었다. 두 전 대통령 묘역 면적이 다소 줄어든 것은 2006년 국립묘지법이 개정돼 국가원수 묘역이 264m²(약 80평) 이내로 제한된 결과다. 묘역 관리비도 ‘억’ 소리가 난다. 서울현충원은 “전체 면적 관리비에서 국가원수 묘역 면적을 비교하면 연간 총 4억5000만 원(경비, 청소, 조경 관리)이 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대전현충원 국가원수 묘역 관리비도 3742만 원(2016년 기준)이 든다. 전직 대통령은 대전보다는 서울에서 영면하길 원했다. 최규하 전 대통령만 2006년 유일하게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서울현충원 국가원수 묘역이 가득 찼다는 이유로 유가족을 설득한 결과였다. DJ를 서울현충원에 안장하려는 장례 계획에 대한 국무회의 석상에서 이상희 전 국방부 장관은 “서울현충원 국가원수 묘지가 만장돼 최 전 대통령 서거 때 유가족을 설득해 대전으로 모셨다. DJ가 서울현충원에 안장되면 예전 결정을 뒤집는 선례를 남기고, 추후 다른 대상자들이 계속 서울에 안장해 달라고 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2015년 서거한 YS도 국가원수 묘역 인근의 터를 활용해 서울현충원에 안장됐다. 반면 대전현충원은 국가원수 묘역 4곳을 조성했지만 3곳이 아직 ‘미분양’ 상태다. 국립묘지가 아닌 다른 곳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은 윤보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를 뿌리치고 충남 아산의 해평 윤씨 묘역에 잠들었다. 생전 조상들이 잡아놓은 유명한 명당으로 불린다. 노 전 대통령은 유서에 따라 화장한 뒤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안장돼 있다. 국립묘지 밖에 안장됐다고 국가의 지원이 없는 건 아니다. 국회가 지난해 3월 국립묘지 외의 장소에 안장된 전직 대통령 묘지 관리 비용 등을 지원하는 전직대통령 예우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 국회예산정책처는 법이 통과되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11억800만 원(연평균 2억2150만 원)이 든다고 내다봤다.○ 사후에도 유지되는 군(軍) 계급 한국 국립묘지는 죽어서도 계급 차이가 난다. 계급별로 묘역도 달라 장군-장교-사병이 다른 곳에 묻히고 있다. 게다가 장군 묘역과 사병 묘역은 멀리 떨어져 있다. 장군 묘역은 1인당 26.4m²(약 8평). 시신 안장과 봉분이 허용된다. 반면 사병 묘역은 3.3m²(약 1평)에 화장한 유골만 안장하며 봉분은 없다. 무공훈장을 받았거나 교전 중 사망했더라도 영관급 이하는 화장된다. 2006년 법 개정으로 장군 묘역의 화장 안치 및 1기 면적을 3.3m²로 했다. 그러나 부칙에 ‘장군 안장 묘역이 소진될 때까지는 시신 매장 및 26.4m²(약 8평) 허용’이라는 단서조항을 뒀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도 장군들의 시신 매장과 봉분 조성이 합법화됐다. 서울현충원 내 장성 묘역은 만장된 지 오래다. 남은 것은 대전현충원의 장군 묘역 98곳. 현재 추세라면 2020년 4월경 장군 묘역이 만장될 것으로 대전현충원은 전망했다. ○ 계급, 지위 차별 않는 해외 국립묘지 한국 국립묘지의 발원은 이승만 대통령 때 제정된 ‘군 묘지령’에서 출발했다. 국립묘지가 군인 묘지라는 뿌리로 출발하면서 장군, 사병 묘역이 구분됐다. 이후 안장 대상이 확장돼 국립묘지로 승격됐지만 면적에 계급 간 차별은 유지됐다. 국립묘지에서 국민 통합과 평등의 성격보다 신분과 위계질서가 부각되는 것은 이런 태생적 배경에서 비롯된 셈이다. 반면 미국 알링턴 국립묘지에 안장된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과 부인 재클린 케네디의 묘에는 봉분과 묘비가 없다. 묘역 중앙에 케네디를 추모하는 ‘불멸의 불꽃’이 타고 있을 뿐이다. 또 미국 대통령 대부분은 사후 고향에 묻힌다. 대통령, 장군, 장교, 사병 등 안장 대상자에게 동일한 묘지 면적(4.49m²·약 1.3평)이 제공되는 게 원칙이다. 신분에 따라 별도 매장 구역이 없고 사용 순서에 따라 지정된다. 무명용사의 비석에는 “여기 오직 신만이 알고 있는 명예롭고 영광스러운 미국 용사가 잠들어 있다”고 적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 결과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의 국립묘지는 장성과 사병을 구분하지 않고 1인당 4.95m²(약 1.5평)로 일정했다. 프랑스 파리 팡테옹 국립묘지는 프랑스를 빛낸 위인들의 묘지지만, 신분에 따라 묘지 크기를 구분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 묘 크기가 예(禮)인가 국가에 대한 공헌 측면에서 국가원수는 그 자체로 역사성과 상징성이 있다. 그러나 묘역 크기가 수많은 무명의 헌신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조성돼 온 관행은 고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퇴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좋지만 왕조 국가의 왕릉처럼 크게 지을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장례 문화가 화장으로 급변하는 추세에 ‘크기’에 집중된 대통령 묘역 조성 기조를 고칠 때가 됐다는 것이다. 국회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바른미래당 김중로 의원은 미국과 동일하게 신분을 구분하지 않고 국립묘지의 1인당 묘지 면적을 정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도 그 역시 육군 장성 출신이어서 사후 국립묘지 장성묘역(8평)에 안장될 수 있다. 김 의원은 “나도 사후 병사들 묘역에 묻히겠다”고 했다. 지금까지 장군이 사병 묘역에 안장된 것은 2013년 11월 별세한 채명신 예비역 육군 중장(초대 주월남 한국군 사령관)이 유일하다. 김 의원은 “진정한 적폐 청산은 국민 생활에 스며든 잘못된 관행과 관습을 깨뜨리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이런 적폐를 청산해야 국민적 지지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묘지 면적과 안장 방법을 놓고 신분과 계급에 따라 차별하는 것은 사후에도 갑질을 하는 것과 같다. 또 전직 대통령에게 제공되는 과도한 예우를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현재 생존한 한국 전직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등 모두 4명이다. 이들은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있을까. 아직 확실한 건 ‘누구나 죽는다’는 사실뿐이다. 현행법상 박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 국립묘지법은 탄핵이나 징계 처분으로 파면된 사람은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했다. 박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 탄핵에 이어 1심 형사 재판에서 징역 24년이 선고됐다. 물론 어느 정당이 집권하느냐에 따라 정국이 급변하고, 사면·복권 카드가 있어서 쉽사리 상황을 점치기 어렵다는 얘기도 있다. 110억 원대 뇌물, 350억 원대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재판 결과에 따라 안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국립묘지법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 등으로 유죄가 확정되면 국립묘지 안장을 불허한다. 전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에게는 사면·복권의 성격에 대한 법적 판단이 국립묘지 안장의 최대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 전 대통령은 내란죄 및 반란죄, 수뢰죄 등으로 무기징역이 선고됐다가 1997년 12월 특별사면·복권됐다. 내란죄로 징역 17년이 선고된 노 전 대통령도 특별사면·복권됐다. 국립묘지법은 내란죄로 유죄가 확정되면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그런데 내란죄 유죄가 확정된 뒤 사면·복권된 경우에 대한 ‘명시적’ 규정이 없다. 2011년 8월 뇌물죄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전 전 대통령 경호실장 고 안현태 씨가 사면·복권 등을 이유로 국립묘지 안장 결정이 났다. 이와 관련해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당시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국무회의에서 “사면복권이 되면 국립묘지 안장 자격도 회복시켜 주는 것으로 법무부가 판단했다”고 발언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이는 법무부가 김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둘러싼 법적 쟁점을 해결해준 셈이어서 발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본보가 정보공개 청구로 확인한 당시 국무회의록에 따르면 김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은 내란 음모, 계엄령 위반은 재심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러나 국가보안법 부분은 사면복권만을 받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전의 사례를 보면 사면복권을 받았다고 해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 그런데 법무부에서 최근 이 문제를 재검토한 결과 사면복권이 선거권과 피선거권 그리고 국립묘지에 안장될 자격도 회복시켜 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법무부의 판단이 추후 다른 전직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둘러싼 논란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전 전 대통령, 노 전 대통령도 사면복권을 받았으니 국립묘지 안장 자격을 회복하는 것 아니냐는 것. 논란이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내란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범죄자는 사면·복권을 받았더라도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도록 하는 국립묘지법 개정안을 지난해 5월 발의했다. 강 의원은 “사면·복권이 이뤄졌더라도 내란죄 등 이미 저지른 범죄 사실은 없어지지 않는다. 군부 세력에 희생당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사죄가 우선”이라고 했다. 그러나 “DJ는 원칙을 변경해 가며 국립묘지에 안장했는데 노 전 대통령과 전 전 대통령은 국립묘지 안장을 원천 차단하느냐”란 일부 반발도 있어 전 전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경남지사 선거는 일찌감치 리턴매치 대진표가 확정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의 등판에 자유한국당은 군수, 지사, 국회의원 등 6번의 선거에서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는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대항마로 선택했다. 2012년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 전 지사와 맞붙어 4.2%포인트 차이로 진 김 의원으로서는 6년 만의 복수에 나서는 셈이다. 경남 고성 출신으로 진주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김 의원은 17일 창원에서 공식 출마 선언을 하고 본격 활동에 나선다. 부산경남(PK)에서 열리는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깃발을 처음 꽂고야 말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30년 가까운 (경남의) 1당 지배체제를 이제는 뒤집어야 무너져 가는 지역 경제와 민생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경남 지역 인사를 만나며 지역 여론을 수렴 중이다. 낙후된 지역 경제 상황을 부각하며 ‘과거’와 ‘미래’의 구도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김 의원 측 관계자는 “전국 성장률에 못 미치는 경남이 미래를 선택할 것이냐, 과거로 회귀할 것이냐는 구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남 거창 출신인 김 전 지사는 두 차례 경남지사를 지낸 경험이 최대 강점이다. 일각에서 ‘올드보이’란 지적이 나오자 ‘경남의 오랜 친구’임을 강조하며 정면 돌파하고 있다. 김 전 지사는 “지역 내 조선 산업이 불황이다. 주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한국당도 경남에서만큼은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김 전 지사가 ‘선거 끝날 때까지 내 찾지 마소’란 말만 남기고 경남으로 떠났다. 살아 돌아올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양 김’ 구도 속에 바른미래당은 40대 벤처기업인 김유근 KB코스메틱 대표의 출마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박훈상 tigermask@donga.com·장관석 기자}

‘인천→워싱턴(1만1200km), 워싱턴→브뤼셀(6226km), 브뤼셀→로마(1174km), 로마→제네바(696km), 제네바→인천(8999km)’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이던 2015년 5월 25일부터 6월 3일까지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비용으로 간 미국과 유럽 출장 직선거리를 모두 합하면 총 2만8295km다. 지구 북반구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돈 셈이다. 김 의원과 김모 비서, KIEP 관계자 등 총 6명이 국제기구 네트워크 점검 명목으로 미국, 벨기에, 이탈리아, 스위스를 다녀왔다. 특히 김 원장 일행이 이탈리아 로마에 체류한 2박 3일 일정에 ‘외유성 관광’ 의혹이 제기된다. 2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를 방문한 김 원장은 29일(금)부터 31일(일)까지 로마에 머물렀다. 당시 이탈리아는 4일간의 황금연휴 기간이었다. 이 기간에 공식 일정은 29일 이탈리아 중앙은행 관계자와의 1시간 반가량의 면담 일정 하나뿐이었다. 출장 계획서상 30일(토)은 ‘휴일’로 기재돼 있고, 31일에도 로마∼제네바 이동 외에는 공식 일정이 없다. 로마 일정 때문에 이동 거리가 더욱 길어졌다. 전 세계 거리를 계산하는 ‘’상 브뤼셀∼제네바 거리는 535km다. 로마를 경유하면 1870km(브뤼셀∼로마 1174km, 로마∼제네바 696km)가 된다. 국회 정무위 소속 김종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로마에 3일이나 머물러야 할 명분과 이유가 분명치 않다”고 주장했다. 관광을 위해 로마를 경유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 원장은 당시 로마 일정에 대해 “유럽에서 해본 면담 중 기관 측이 가장 성의 있는 모습을 보여 준 3대 면담 중 하나”로 평가했다. 황금연휴 직전에 중앙은행 관계자가 6명이나 나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당은 김 원장이 20대 총선에 낙선하고 19대 의원 임기 만료 전인 2016년 5월 20일부터 27일까지 독일과 네덜란드, 스웨덴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온 사실도 추가 폭로했다. “국고로 반납해야 할 정치자금을 삥땅치는(가로챈) ‘땡처리’ 외유”라는 것이다. 김 원장의 임기는 그해 5월 29일 종료됐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김 원장은 김모 비서를 동행한 이 출장에서 독일 쾰른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숙박비로 각각 22만9000원, 51만 원을, 차량 렌트비로 총 109만 원을 지출했다”며 “현재까지 확인된 (김 원장의 독일 출장 당시) 공식 일정은 20일 산업은행 프랑크푸르트 사무소에서 독일의 금융정책기관인 KfW(독일재건은행) 퇴직임원과 면담한 것이 전부”라고 했다. 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4·27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을 주도했던 원로들을 직접 만나기로 했다. 한반도 비핵화의 분수령이 될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2000년, 2007년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인사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겠다는 것이다. 4일 여권과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르면 12일경 남북 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 간담회를 연다. 자문단장인 임동원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을 비롯해 박지원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1, 2차 남북 정상회담 주역들이 대부분 참석한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남북 정상회담 전략 등은 물론 돌발 상황 대처법과 디테일한 주의사항 등 경험자만 알 수 있는 작은 부분까지 챙기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의 초청 명단에는 이홍구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 등 보수 성향의 외교 전문가들도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비핵화 문제와 북한 체제 안전보장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를 포괄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남북 정상의 비핵화 선언 등을 통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특히 청와대는 이번 회담에서 2005년 6자 회담의 9·19 공동성명과 달리 평화협정 및 북-미 관계 정상화 문제를 함께 다룰 계획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이 만나서 초입부터 핵심 현안인 비핵화와 안전 보장 등 본질적인 문제를 놓고 큰 틀에서 타협을 이룬다는 점에서 9·19 공동성명과는 다르다”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평화 정착을 어떻게 할 것인지가 주된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 기자}

후보 7명이 난립했던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 현역 윤장현 시장(사진)의 불출마 선언과 3자 간 단일화가 잇따르면서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 윤 시장은 4일 광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시장으로서 부여받은 책임과 역할을 다해 민선 6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겠다”며 불출마를 선언했다. 윤 시장이 지난달 29일 출마 선언을 한 지 엿새 만이다. 그는 “광주정신의 계승과 함께 올바른 미래 비전을 실현시키기 위해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한 시기”라고도 했다. 윤 시장의 불출마는 무엇보다 취약한 당내 입지 탓이라는 평가가 많다. 친안(친안철수) 그룹으로 정계에 입문했지만 안 전 대표의 탈당 후 ‘문재인 민주당’에서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다는 것. 그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10%대의 지지율로 이용섭 전 의원에 이어 2위권에 그쳐 ‘현역 프리미엄’도 크지 않았다. 이와 함께 강기정 전 의원, 민형배 전 광주 광산구청장, 최영호 전 광주 남구청장은 이날 강 전 의원으로 3자 단일화를 선언했다. 강 전 의원은 사실상 ‘반(反)이용섭’ 연대의 단일 후보로 부상할 계기를 잡았다. ‘광주를 바꿀 더 큰 힘’을 슬로건으로 한 세 후보 측은 여론조사 결과와 시민사회 의견을 바탕으로 이런 결론을 냈다고 밝혔다. 강 전 의원은 “통 큰 결단으로 광주정치 역사의 새 장을 열어주신 민형배, 최영호 두 동지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한때 7명에 이르던 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는 이제 강 전 의원과 양향자 최고위원, 이병훈 전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장, 이용섭 전 의원(가나다순) 등 4명으로 좁혀졌다. 당 안팎에선 “현직 시장의 불출마와 3자 간 단일화로 줄곧 1위를 달리던 이용섭 전 의원이 추격당하는 모양새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지나 해스펠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 내정자(사진)가 2월 평창 겨울올림픽 기간 당시 CIA 부국장 신분으로 극비 방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CIA의 북한 전담조직인 ‘코리아임무센터(KMC)’의 앤드루 김 센터장이 평창 올림픽 기간 한국에 머물며 정보활동을 펼친 것으로 알려졌는데, 당시 유력 CIA 차기 국장으로 검토되던 미 정보기관의 2인자가 직접 나서 우리 당국과 대북 문제를 조율했다는 것이다. 3일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해스펠은 평창 올림픽 기간에 방한해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정부 고위 당국자를 연쇄 면담하고, 급격히 대화 분위기로 돌아선 북한 김정은의 의중을 파악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림픽 폐막 후 우리 대북 특사단이 평양에 이어 워싱턴을 찾아 북-미 정상회담 개최의 메신저 역할을 했는데, 이에 앞서 해스펠이 한국을 비밀리에 방문해 사전정보 수집에 나서며 관련 분위기를 탐지한 셈이다. 앤드루 김은 평창 올림픽 기간에 한국에서 서 원장을 극비리에 만났는데, 해스펠도 동석한 것으로 보인다. 서 원장은 특사단으로 방북한 뒤 워싱턴에 갔을 때도 해스펠을 만났다. 특히 해스펠이 당시 북한 응원단과 함께 내려온 맹경일 통일전선부 부부장(차관급)과 어떤 식으로든 접촉했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정보 소식통은 “CIA 부국장과 맹경일은 급이 안 맞는다. 하지만 중차대한 시점이었던 만큼 맹경일이 앤드루 김을 만난 뒤 해스펠이 관련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김정은의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CIA 등 별도의 정보 채널을 통해 북측의 제안 내용을 미리 파악하고 있었는데, 해스펠의 방한도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해스펠의 극비 방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CIA 채널을 앞세우겠다는 시그널로 보인다. 향후 릴레이 정상회담 국면에서 서훈 국정원장-해스펠 CIA 국장-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남북미 정보기관 수장들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장관석 jks@donga.com·황인찬 기자}
민주평화당(14석), 정의당(6석)이 29일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4개 교섭단체 체제로 국회가 재편되면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논의를 포함한 원내 의사결정 과정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평화당 이용주 원내수석부대표와 정의당 윤소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약칭 평화와 정의)을 명칭으로 하는 공동교섭단체 합의안을 발표했다. 국회에 공동교섭단체가 구성된 것은 2008년 자유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결성한 후 10년 만이다. 교섭단체 대표는 평화당 장병완, 정의당 노회찬 의원의 공동대표 체제다. 초대 국회 등록 원내대표는 정의당 노 원내대표가 맡기로 했다. 운영 기간은 20대 국회 임기인 2020년 5월까지다. 양당은 이날 △한반도 평화 실현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 △특권 없는 국회 △검찰과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노동존중 사회와 좋은 일자리 만들기 등 8대 정책 공조과제를 발표했다. 이번 공동교섭단체 구성의 줄다리기는 정의당의 판정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당은 28일 밤까지도 서로 첫 등록 원내대표를 맡겠다고 팽팽하게 맞섰다. 평화당이 “50 대 50 확률인 제비뽑기라도 하자”고 제안했지만 정의당이 끝내 거부했고 평화당이 양보해 합의가 이뤄졌다고 한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2011년 집권 후 공식적으로 처음 북한 땅을 비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중국 방문에는 부인 리설주를 비롯한 핵심 실세들이 총출동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정은의 방중에 리설주가 동행했으며 최룡해 박광호 리수용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조용원 김성남 김병호 당 부부장 등이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단연 눈길을 끄는 인사는 리설주다. 김일성 김정일이 외국을 방문할 때 부인을 동행한 적은 없었기 때문. 앞서 리설주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사단이 방북했던 5일 김정은 주최 만찬에도 동석했다. 리설주가 해외까지 동행하자 ‘퍼스트레이디 외교’를 통해 정상국가라는 것을 강조하려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최룡해는 공식적으로는 여전히 북한의 2인자. 지난해 10월 간부 인사권과 검열권을 모두 쥔 당 조직지도부장에 임명됐다. 2013년 5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면담했고, 2015년 9월 전승절 행사 때도 참석했다. 박광호는 지난해 10월 조직지도부와 함께 노동당의 양대 부서로 불리는 선전선동부장에 임명됐다. 리수용은 김정은의 스위스 유학 때 후견인 역할을 맡았던 오랜 측근이다. 2016년 5월부터 북한 외교의 총사령탑인 노동당 국제부장을 맡고 있으며, 같은 해 6월 시 주석을 만난 적이 있다. 김영철은 군 정찰총국장을 거쳐 통일전선부장에 올랐다. 평창 겨울올림픽 폐회식 고위급대표단장을 맡았다. 리용호는 외교 분야의 핵심 실세로 핵·군축 분야 등 대미 협상을 담당했다. 2016년 5월 리수용의 후임으로 외무상에 올랐다. 조용원은 김정은의 현장 시찰을 그림자처럼 수행해왔다. 김성남은 김정일의 중국어 전담 통역사 출신이다. 이들 중 리수용, 김영철, 리용호는 김정은과 시 주석의 인민대회당 회담에도 배석했다. 세 사람이 최근 한반도 정세를 이끄는 핵심 인물임이 증명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김정은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의 이름은 수행단 명단에 오르지 않았다. 김정은이 부재 기간 여동생인 김여정에게 북한 관리를 맡긴 것으로 사실상 2인자로서 김여정의 위상과 존재감이 재확인됐다는 해석도 나온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6·13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20일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은 이 전 시장, 전해철 의원, 양기대 전 광명시장 등 3파전으로 치러진다. 이 전 시장은 27일 국회 정론관과 경기도의회에서 ‘새로운 경기―이제, 이재명’을 슬로건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를 서울의 변방이 아니라 서울과 경쟁하며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경기도가 낡은 체제와 과거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16년간 장기 집권한 구태 기득권 세력 때문”이라며 지방정부 교체론을 강조했다. 이어 생애주기별, 영역별 ‘최고의 삶의 질’이 보장되는 복지 등 여섯 가지 공약을 제시했다. 전 의원과 양 전 시장은 이 전 시장을 겨냥해 ‘미투(#MeToo)’ 검증, 공개 토론 제안으로 협공을 펼치고 있다. 또 이 전 시장이 본선 후보가 되면 자유한국당의 검증 등 네거티브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이라는 ‘본선 필패론’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지지율 1위인 이 전 시장은 ‘무대응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기자들과 만나 “성폭력은 단죄해야 할 범죄다. 당연한 것을 어떤 방식으로 검증하자는 것인지, 대답할 가치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경선은 최악의 미세먼지 사태를 기점으로 불꽃 튀는 정책대결이 벌이지고 있다. 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어 2020년까지 서울시에서 2826억 원을 투입해 시내버스 400대, 택시 7000대, 승용차 1만3000대를 수소 전기차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박 의원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미세먼지 공개 토론회를 제안했지만 아무런 답변이 없다. 6년여간 미세먼지를 해결하지 못한 박 시장의 리더십에 더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도 26일 미세먼지 수준을 2020년까지 20% 감축하는 내용의 미세먼지 대책 공약을 발표했다. 또 “한강 노들섬을 인공지능(AI), 가상현실(VR)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구현한 미래섬으로 변모시켜 세계인이 찾아오는 서울의 명소로 만들겠다”고 공약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 발의를 예고하면서 정치권은 급속히 청와대발(發) 개헌 정국으로 빨려들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개헌안을 의결한다. 문 대통령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오전 6시(현지 시간) 전후에 전자 결재를 하고, 개헌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하지만 발의 하루 전 법제처의 의견을 수렴해 일부 조항을 갑자기 고치는 등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기 위해 너무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발의 하루 전날 일부 수정하며 졸속 논란 자초 청와대는 25일 오후 갑자기 개헌안 중 선거연령 18세 하향 등 일부 조항을 수정해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18세 이상의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는 개헌안 제25조를 ‘모든 국민은 선거권을 가진다. (중략) 18세 이상 국민의 선거권을 보장한다’는 문구로 조정했다. 개정 조항이 18세 미만의 국민에 대한 선거권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시행 시기를 다룬 부칙 1조 1항도 논란 소지가 있어 수정했다. ‘이 헌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 없이 실현될 수 없는 규정은 그 법률이 시행되는 때부터 시행한다’는 단서 조항에 따라 시행일이 마냥 지체될 수도 있기 때문. 청와대는 이를 ‘법률의 제정 또는 개정 없이 실현될 수 없는 규정은 그 법률이 시행되는 때부터 시행하되, 늦어도 2020년 5월 30일에는 시행한다’로 변경했다. 또 개정안 제35조 제2항의 ‘모든 국민은 장애·질병·노령·실업·빈곤 등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조항은 ‘모든 국민은 장애·질병·노령·실업·빈곤 등으로 초래되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적정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보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으로 고쳤다. 청와대는 이날 오후 3시경 법제처의 심사 결과를 받아 해당 조항을 수정했다. ○ 우원식 “문 닫아걸고 논의” vs 야당 “관제 개헌” 문 대통령이 26일 개헌안을 발의해 국회에 접수, 공고되면 헌법상 국회는 60일 이내에 의결해야 한다. 찬성이든 반대든 5월 24일까지는 의결해야 한다. 대통령 개헌안이란 카드를 받은 정치권은 자체 개헌안을 만들어 대통령 개헌안을 철회시킨 뒤 발의하거나, 합의에 실패하면 대통령 개헌안을 표결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25일 본보와 통화에서 “국회가 역할을 못 해 대통령이 개헌안을 낸 것 아니냐”며 “지금이라도 여야가 문을 닫아걸고 머리를 맞대 개헌 합의를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대통령의 일방적 발의로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자유당, 유신헌법, 5공 등 독재정권 시절 개헌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도 이날 “개헌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국회에 전가하고 이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지를 점하겠다는 의도 말고는 설명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좋은 개헌안이지만 모든 야당이 반대하는 발의는 거두시길 바란다”고 했다.장관석 jks@donga.com·홍정수 기자}
6·13지방선거의 여권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점화되고 있다. 박영선 우상호 의원 등 후발 주자들이 25일 일제히 박원순 서울시장을 겨냥한 ‘1등 때리기’에 나서면서다. ‘박원순은 미세먼지’ 등 여야 간 주고받을 법한 거친 말도 오갔다. 박 의원은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박 시장의 서울은 오늘의 미세먼지처럼 시계(視界)가 뿌옇다. 박 시장은 낡은 미세먼지 대책에 대한 사과 없이 중앙정부 탓을 했다”며 미세먼지 대책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우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높은 시장 교체 여론 △대선을 위한 3선 시장 도전 반대 △7년 시정평가 저조 등 ‘박원순 3대 불가론’을 꺼내들었다. 우 의원은 “서울시장 교체 의견이 57.5%라는 조사가 있는데, 본선 경쟁력이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일단 도전자들의 공세에 대한 반박을 자제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30%대로 여전히 앞서가는 만큼 불필요한 쟁점을 만들지 않으면 후보직을 가져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시장은 24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았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의 읍소에도 불구하고 24일 1차 마감한 광역자치단체장 후보에 양승조(충남도지사), 이상민(대전시장), 오제세(충북도지사) 등 현역 의원들이 대거 도전장을 내면서 비상이 걸렸다. 121석인 민주당은 현역들이 대거 출마를 강행하고,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패할 경우 원내 1당 지위를 자유한국당(116석)에 뺏길 수도 있다. 경남도지사 출마 의사를 타진 중인 친문 핵심 김경수 의원은 이달 말까지 최종 출마 여부를 밝힐 예정이다. 이렇다 보니 바른미래당 참여를 거부한 국민의당 출신 손금주 이용호 등 무소속 의원 2명에 대한 민주당의 관심이 더 커지고 있다. 손 의원은 24일 민주당 소속 영등포구청장 출마 후보자인 채현일 전 청와대 행정관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민주당 인사들과 만났다. 이 의원은 23일 ‘민주평화당-정의당’이 구성할 원내교섭단체 참여 입장을 철회했다. 이 의원이 민주당에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말도 나온다. 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 기자}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에서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버지니아주의 랭글리(Langley). 주택이 즐비한 4차로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연갈색 간판 위에 조그만 글씨가 보인다. ‘조지 부시 정보 청사 CIA’. CIA 국장을 지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해 1999년 이름을 이렇게 바꿨다. 한적한 숲속으로 둘러싸인 CIA 본부에는 사각형의 메인 빌딩이 있다. 여기엔 북한의 도발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특별한 조직이 생겼다. 코리아미션센터(Korea Mission Center)다. 지난해 10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한국 정치인으로선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했을 때 홍 대표 일행에게 90분간 브리핑을 진행한 사람은 한국계 미국인인 KMC 센터장 앤드루 김이다. “북한 관련 정보·공작 업무를 총괄 지휘하는 핵심 인물”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관을 형성하는 데 가장 영향력이 큰 인물”이라는 일반적인 평가는 있지만 앤드루 김의 신상과 행적은 베일에 가려 있다. 그와 다소 친분이 있거나 만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내 인사들도 “북한 정보를 총괄하는 센터의 수장인데, 사실 뭘 알아도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다물었다. ○ “트럼프의 대북 핵심 조직 KMC” 미국 대통령은 통상적으로 정보기관의 PDB(President’s Daily Brief)로 불리는 모닝브리핑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워싱턴의 아침은 PDB로 시작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 정보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아침 맨 처음 읽는 보고서가 CIA 보고서이며, 그중에 대북 관련 보고서가 첫머리에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 했다. KMC는 직제상으로는 센터장이 부국장급인 CIA의 신생 부서에 불과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점과 북핵 이슈의 비중을 감안할 때 “KMC는 사실상 백악관 직속 조직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아시아태평양 임무센터’나 ‘무기 및 비확산 임무센터’ 등 CIA는 2015년부터 부서 간 칸막이를 허무는 임무센터 10곳을 운영해 왔다. 그러나 KMC처럼 특정 국가를 전담하는 임무센터를 만든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 때만 해도 대북 정보는 각 정보기관의 조각난 정보를 국가정보국(DNI)이 퍼즐 맞추듯 관리해 왔었다. 국무장관에 내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전 CIA 국장은 KMC 출범 당시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북한발 위기에 대응하는 데 있어서 CIA가 더 강력하게 지휘하고 노력을 통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앤드루 김, 북한 보고서 작성 매일같이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 위로 올라가는 북한 보고서의 작성자가 바로 앤드루 김이다. 앤드루 김-지나 해스펠(CIA 국장 내정자)-폼페이오로 이어지는 대북 라인이 형성돼 있는 셈이다. 미국 정치에 정통한 한 국내 정치권 인사는 “미국 정부 내 정보기관에서 북핵과 관련해선 앤드루 김이 가장 설득력 있는 판단과 분석을 한다. 그는 대통령과 2주에 한 번 정도 독대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평생을 CIA에 근무하며 북한 전문가의 길을 걸어왔던 그는 CIA 한국지부장과 아태지역 책임자를 거쳐 지난해 초 퇴직했다. 그러다 KMC 창설과 함께 현업에 전격 복귀했다. 그는 한국에서 고교(서울고) 1학년까지 다니다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한국 이름은 김성현이며 한국어에 능통하고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사람들은 사석에선 편하게 ‘앤디’라고 부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는 고교 동문일 뿐 아니라 오촌 외종숙(어머니의 사촌형제)과 조카 관계다. 정 실장과 이병기 전 국정원장이 이종사촌 관계이기 때문에, 이 전 원장과도 혈연 고리가 있다. 공교롭게 서훈 국정원장도 서울고 출신이다.○ ‘매파’ 성향인 듯 앤드루 김은 CIA의 북한 관련 실무자 중에 가장 높은 직책을 갖고 있지만 언론이나 대중에는 거의 노출되지 않고 한국과 미국, 제3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창 겨울올림픽 때도 상당 기간 한국에 체류하며 북한과 한국의 채널들을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특사로 방북(5일)하기 직전 앤드루 김과 극비 회동을 가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정통 CIA맨답게 그는 냉정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로 철저하게 미국식 사고를 하며 미국의 국가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북 성향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트럼프가 그동안 보여온 강경한 대북 메시지와 용인술 등에 비춰볼 때 그가 ‘매파’에 가까운 대북관을 갖고 있을 것으로 국내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다. 한 미국 전문가는 “앤드루 김에게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해서 그가 미국 아닌 한국 편에 선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얘기”라고 했다. 다른 정보 소식통은 “미국은 3단계의 대북 매뉴얼이 있다. 첫째가 외교, 둘째가 CIA의 공작, 셋째가 전쟁이다. 현재는 공작 단계다”고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5월 정상회담 성공 여부가 향후 한반도 안보 지형에 결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변곡점이란 얘기다. 최우열 dnsp@donga.com·장관석 기자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6·13지방선거 출마 공직자 사퇴 시한(선거일 전 90일)인 15일 청와대 참모진과 내각 인사에 이어 광역단체장 선거에 도전하는 기초단체장 등이 여당 경선에 뛰어들기 위해 대거 사퇴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들이 지방선거에 나서면서 경쟁 후보 간 네거티브 공세도 본격화할 조짐이다. ○ ‘문재인 프리미엄’ 靑 참모 대거 사퇴 청와대에서는 비서관급 5명, 행정관 11명 등 총 16명이 사퇴했다.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조국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비서관 등 ‘청와대 거물급 참모 차출론’은 현실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정훈 전 농어업비서관과 문대림 전 제도개선비서관은 각각 전남도지사와 제주도지사에 도전한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충남도지사 예비후보로 등록했다가 전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오중기 전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은 경북도지사에, 은수미 전 여성가족비서관은 경기 성남시장에 각각 도전장을 냈다. 장관급으로는 김영록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전남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재임 8개월 만인 14일 물러났다. 이용섭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도 광주시장 선거 도전을 위해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일찌감치 자리를 비웠다. 이들은 문 대통령의 1기 청와대·내각 출신이라는 프리미엄이 인지도 조사 등 당내 경선에서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잇따른 여권 인사의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여파에도 대통령 지지율이 70%에 육박하는 만큼 ‘문재인 프리미엄’은 이들에겐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다.○ 선두권 겨냥 공조…광주 이어 전남도 과열 양상 더불어민주당 소속 기초단체장은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 양기대 광명시장, 복기왕 충남 아산시장 등이 대표적이다. 인천 부평구(홍미영), 광주 광산구(민형배), 대전 유성구(허태정) 등에서도 사퇴가 이어지면서 행정 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권에 비해 여권은 일찌감치 후보군이 드러나면서 여론조사 선두 주자를 공격하거나 경쟁 후보와 합종연횡하는 경우도 활발해지고 있다.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양기대 전 광명시장과 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최근의 미투 국면에서 공조전선을 형성한 점이 대표 사례다. 양 전 시장은 13일 “당내 경선에서 ‘미투’ 검증을 하자”고 제안했고, 전 의원은 “양 시장의 제안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정책, 자질, 도덕성 등을 경선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전통적인 여당 강세 지역인 전남도지사 경선전은 벌써부터 과열 조짐이다. 민주당에선 신정훈 전 비서관, 장만채 전남도교육감, 김영록 전 장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4파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정 지역 도의원들이 안철수 전 대표를 특강에 초청했다는 이유로 장 교육감에 대해 ‘입당 불가’를 주장하는 일도 있었다. 광주에선 이용섭 전 부위원장에 대해 강기정 전 의원 등 민주당 광주시장 경선 주자들이 “6·13지방선거 적폐 1호”라며 몰아세우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수현 전 대변인도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받았다가 가정사 관련 의혹이 계속되자 당 지도부가 결정을 뒤집었다. 네거티브가 결국 효과를 본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에 청와대는 침묵을 지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말하지 않겠다는 게 메시지였다. 더불어민주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 반면 자유한국당은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이 전 대통령 검찰 소환에 대한 질문에 “공식 입장을 낼 것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그동안 이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이 전 대통령이 1월 17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 보복이라고 주장한 데 대해 다음 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한 것은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는 입장문을 낸 것이 마지막이다. 하지만 청와대 내에선 이번 소환 조사는 사실상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반응이 많다. 이 전 대통령 측근들의 진술로 새로운 의혹들이 불거진 만큼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는 것. 청와대는 구속 수사 여부에 대해선 “전적으로 검찰의 판단”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다만 구속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이 전 대통령까지 구속되면 후폭풍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여당인 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최고위원회에서 “이 전 대통령의 20개에 달하는 권력형 비리와 범죄는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다. 법과 원칙에 따라 한 점 의혹 없는 철저한 수사를 해 달라”고 말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검찰은 좌고우면 말고 구속수사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반면 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페이스북에 “복수의 일념으로 전전 대통령의 오래된 개인 비리 혐의를 집요하게 들춰내 꼭 포토라인에 세워야만 했을까. MB처럼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 ‘친이(이명박)’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권성동 김영우 주호영 의원과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 등은 검찰 출석 전 이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았다. 김영우 의원은 “문재인 정권은 이 전 대통령을 검찰 포토라인에 세우기 위해 쉼 없이 달려왔다. 오늘 치졸한 꿈을 이뤘다”고 비판했다. 다만 한국당은 이 전 대통령이 탈당으로 당적을 정리했다는 점을 들어 공식 논평 등 중앙당 차원의 대응은 자제했다.장관석 jks@donga.com·문병기 기자}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사진)이 14일 충남도지사 예비후보에서 사퇴했다. 박 전 대변인은 최근 불거진 불륜 및 특혜 공천 의혹을 부인하며 출마 강행 의지를 밝혀 왔지만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자진 사퇴 권유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박 전 대변인은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개인의 가정사도 정치로 포장해 악용하는 저질 정치는 이제 끝내야 한다. 저 같은 희생자가 다시 없기를 바란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2시간 동안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박 전 대변인의 소명을 직접 들었다. 박 전 대변인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행 폭로 후인) 6일 이미 예비후보직을 사퇴하려 했지만, 갑자기 저에게 제기된 악의적 의혹을 덮어쓴 채 사퇴할 수 없었다”면서도 “당이 제 소명을 수용해 제 당내 명예는 지켜졌다. (고소 고발한 사건에 대해) 이제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했다. 하지만 당 지도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엄밀히 말해 박 전 대변인의 의혹은 미투(#MeToo·나도 당했다)와 관련이 없고, 당도 5일 자체 심사에서 예비후보 적격 판정을 내린 바 있는데, 안 전 지사 성폭행 폭로 이후 미투 운동에 떠밀리듯 원칙 없이 그 결정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유근형 noel@donga.com·장관석 기자}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마련한 헌법 개정안에는 현행 헌법보다 진전된 기본권 강화 방안이 다수 담겨 있다. 우선 건강하고 쾌적한 삶을 누리고 각종 위험에서 보호받는 안전권을 신설했다. 세월호 침몰 사건, 메르스 사태, 잇따른 화재 참사 등 각종 재난과 대형 사고에 위협받는 현실을 감안해 국민의 안전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명시하자는 취지다. 현행 헌법 34조(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보다 진전된 표현이다. 정보화 사회가 급진전된 것을 감안해 개인별·지역별 정보 격차를 해소하고, 정보 독점 예방을 국가적 의무로 규정하는 등 새로운 기본권도 신설했다. 또 소상공인을 보호·육성하고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조항도 담기로 했다. 경제 민주화 등 사회 정의 요청이 확산됨에 따라 소비자의 권리를 규정할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조치다. 기본권의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탄력적으로 확대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현행 헌법상 ‘국민’ 중 천부인권과 관련된 것은 ‘사람’으로 변경하고, 참정권 등 ‘국민’의 개념이 필요한 때는 용어를 유지한다는 것. 자문특위는 공무원의 근로 3권을 기존보다 강화하고, 현행 헌법상 표현인 ‘근로’를 ‘노동’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담았다. 역사적, 사회 현실적 측면에서 ‘근로’보다 ‘노동’이 헌법상 표현으로 적합하다는 의견이 반영됐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원내 비교섭단체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의당은 12일 상무위원회를 열어 공동교섭단체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 의원총회 결정을 수용했다. 평화당의 러브콜에 적극 화답하면서 이질적 정치 세력 간의 연대가 가시화된 것.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촛불 혁명이 제기한 ‘이게 나라냐’라는 물음, 그리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에 대한 정의당의 고뇌 어린 답변”이라고 설명했다. 정의당은 17일 전국위원회에서 공동교섭단체 추진을 승인받을 예정이다. 두 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마치면 법안과 예산 등 원내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교섭단체 구성에 따른 정당 국고보조금과 국회 상임위원장 1석을 배분받고, 국회 헌법 개정 및 정치개혁 특위에도 참석한다. 양당의 최대 주력 과제인 선거구제 개편에 대한 원내 협상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도 있다. 평화당(14석)과 정의당(6석)의 결합은 의석수로만 따지면 가까스로 교섭단체 구성 요건(20석)을 충족한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3명(이상돈, 박주현, 장정숙 의원), 무소속 이용호 의원을 포함하면 총 24표를 동원한다. 범여권 성향의 손금주 의원(무소속)도 현안별 공조가 가능하다. 공동교섭단체 구성의 걸림돌은 두 당의 정체성 문제였다. 정의당 지도부는 “호남 지역구 의원 중심의 평화당과는 정체성이 다르다”는 당원들의 반대를 우려했다. 그러나 “선거구제 개편 등 협상에서 철저히 제외되는 비교섭단체의 설움이 더 크다. 관철시키지 못했던 여러 현안을 주도할 기회”라는 목소리가 더 힘을 얻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어디까지나 각자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연대가 이뤄진다. 개헌이나 선거구제 개편에 힘쓰기 위한 ‘원 포인트성 결합’ 성격이 짙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공동교섭단체가 하반기 원 구성 협상과 주요 법안 통과에서 정치적 우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평화당과 정의당이 남북문제 등 주요 현안에서 민주당과 비슷한 목소리를 냈기 때문. 범여권 의석수도 재적 293석 중 148석으로 과반(147석)을 점하고 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여파가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삼킬 태세다. 여권 유력 인사들이 잇따라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민주당이 절대 유리할 것이라던 6·13지방선거 구도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다. 보수색채가 강한 TK(대구경북)를 제외하곤 다 차지할 수도 있겠다던 기대감은 이제 “또 다른 미투가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로 바뀌고 있다. ○ 현역 지사에 이어 이번엔 3선 중진 ‘미투’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성폭행’ 혐의로 검찰에 자진 출석한 지 24시간도 지나지 않은 10일 오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레이스를 한창 진행하던 3선의 민병두 의원을 상대로 한 성추행 의혹이 터졌다. 민 의원은 의혹 제기 1시간여 만에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현역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한 첫 미투 폭로였다. 사업가로 알려진 한 여성은 이날 한 매체를 통해 2008년 5월경 민 의원과 함께 노래주점에 갔다가 민 의원이 갑자기 키스를 했다고 폭로했다. 민 의원은 “그분에 따르면 그 이후에 내가 노래방에 가자는 제안을 했고,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다고 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문제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았다고 기억한다”면서도 “제가 모르는 자그마한 잘못이라도 있다면 항상 의원직을 내려놓을 생각을 갖고 있었다”며 의원직 사퇴를 선언했다. 민주당은 다시 한번 발칵 뒤집혔다. 전현희 의원의 불출마, 정봉주 전 의원의 성추문으로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 열기는 급속히 가라앉았다. 현재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정 전 의원은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성추행 의혹을 반박할 사진을 공개하고, 성추문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민주당 관계자는 “미투 파장에 따라 정 전 의원의 민주당 복당이 어려울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이 지방선거 국면에서 원내 1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현재 121석인 민주당은 2당인 한국당(116석)과 불과 5석 차이다. 민 의원이 사퇴하면 4석 차이로 줄어든다.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10일 민 의원을 만나 “사실관계를 밝히는 게 우선”이라며 사퇴를 만류했다. 민주당 서울시도당위원장인 안규백 최고위원도 의원직 사퇴 철회를 공식 요청했다. 앞서 민주당은 전남지사 출마가 유력하던 이개호 의원에게 출마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선당후사하겠다. 12일 공식 입장을 내겠다”고 했다. 부산시장 출마를 조율했던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도 불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 장관은 11일 페이스북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작은 차질도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으로 출마를 접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이 출마하면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했던 만큼 민주당은 한숨 돌렸다는 분위기다.○ 민주당, 지방선거 압승 기대 급랭 그동안 민주당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도와 남북, 북-미 정상회담 등 초대형 호재로 이번 지방선거에서 보수세력을 ‘궤멸’시킬 수도 있다는 자신감이 묻어나오곤 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 이해찬 의원 등 지도부에서 ‘20년 이상 연속 집권’ 발언이 나온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았다. 그러나 잇따라 미투 폭로가 터져 나오면서, 서울시장 결선투표 등 흥행 이벤트를 주로 구상했던 선거 전략도 상당 부분 수정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10년, 11년 전 일이 말과 주장으로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솔직히 배후에 누가 있는 것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 이후 위축됐던 보수 진영을 결집시킬 수 있다는 점도 민주당으로선 불안하다. 일단 민주당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부터 마무리하며 향후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고위관계자는 “12일 고위전략회의 등에서 대응방향과 기조를 논의할 계획이다. 미투 운동이 일방적 폭로에 따른 인민재판으로 흘러가면 누구도 살아남을 수 없다”고 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성폭행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측근들도 안 전 지사에게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때 안 전 지사와 함께 일했던 일부 사람들은 캠프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됐으며,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까지 있었다고 폭로했다. 8일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운영한 트위터 계정 ‘팀 스틸버드’에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경선 안희정 캠프’ 구성원 일부 멤버들의 메시지를 대신 전한다”는 글과 함께 ‘김지은과 함께했던, 함께하는 사람들’ 명의의 성명서가 게시됐다. 성명서에는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캠프 내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경선 당시)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거니 하며 넘어갔다.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다. ‘너희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안희정에 대한 맹목적 순종을 낳았다. 비판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민주적 소통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 전 지사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폭력적인 분위기가 만연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성폭행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져야 하지만, 당시 캠프 전체에 성폭력이 만연했던 것처럼 왜곡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의 성폭행 의혹이 추가로 불거지면서 측근들도 안 전 지사에게 하나둘씩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 대선 더불어민주당 경선 때 안 전 지사와 함께 일했던 일부 사람들은 캠프가 비민주적으로 운영됐으며,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까지 있었다고 폭로했다. 8일 안 전 지사의 지지자들이 운영한 트위터 계정 ‘팀 스틸버드’에는 “‘2017년 더불어민주당 경선 안희정 캠프’ 구성원 일부 멤버들의 메시지를 대신 전한다”는 글과 함께 ‘김지은과 함께했던, 함께하는 사람들’ 명의의 성명서가 게시됐다. 성명서에는 “이번 사건으로 안희정에 대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캠프 내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경선 당시)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배에게 머리를 맞거나 뺨을 맞고도 술에 취해 그랬거니 하며 넘어갔다. 만연한 성폭력과 물리적 폭력은 ‘어쩌다 나에게 일어난 사소한 일’이 아니라 ‘구조적 환경’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캠프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에 문제제기를 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캠프는 민주적이지 않았다. ‘너희 지금 대통령 만들러 온 거야’라는 말은 안희정에 대한 맹목적 순종을 낳았다. 비판 의견을 제기하면 묵살당하는 분위기에서 민주적 소통은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 전 지사 캠프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폭력적인 분위기가 만연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성폭행 사건의 진상이 명확히 밝혀져야 하지만, 당시 캠프 전체에 성폭력이 만연했던 것처럼 왜곡돼선 안 된다”고 반박했다.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