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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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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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5-24~202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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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리포터’ 조앤 롤링 첫 성인소설 도전 성공할까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46)이 처음 쓰는 성인 소설 ‘캐주얼 베이컨시(The Casual Vacancy·사진)’가 27일 영미권, 28일 독일과 프랑스에서 동시 출간된다. 미국에서는 초판만 200만 부가 서점에 깔릴 예정이다. 작품은 가상의 전원도시인 영국 패그퍼드 시를 배경으로 정치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패그퍼드 교구회에서 일하는 40대 초반의 남자가 갑자기 사망한 뒤 보궐선거가 치러지는데 이후 예기치 못한 폭로와 광기가 마을을 뒤덮는다. 마이클 피치 리틀브라운 출판사 부회장은 “512쪽에 이르는 소설을 읽다 보면 휴머니티, 유머, 사회에 대한 관심, 생생한 캐릭터가 영국의 대문호 찰스 디킨스를 연상케 한다”고 소개했다. 다른 지역에서의 번역판 출간은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롤링의 저작권 대행사인 ‘블레어 파트너십’이 인터넷에서 해적판이 나돌 것을 우려해 27일 영문판이 발간된 뒤에야 번역할 수 있도록 각국 출판사에 원고를 미리 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해적판 우려국’으로 찍힌 이탈리아 핀란드 등 유럽의 출판사들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내놓기 위해 서둘러 번역 작업을 하기로 했다. 한국과 일본 등에서도 12월 초 출간될 예정이다. 한국에서는 ‘해리포터’를 발간했던 문학수첩이 출간을 맡는다. 문학수첩은 롤링 측에 새 소설의 판권료로 100만 달러(약 11억2000만 원)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철 문학수첩 대표는 “원제는 ‘빈 의자’ ‘결원’ ‘공석’ 등으로 번역되지만, 번역하지 않고 원제 그대로 가는 것도 검토 중”이라며 “일본 고단샤는 번역어 제목을 공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롤링은 전 세계에서 4억5000만 권 이상 팔린 ‘해리포터 시리즈’(7권)로 6억2000만 파운드(약 1조1000억 원)를 벌어들였다. 세계 출판계는 ‘롤링에게 책 읽는 법을 배웠다’는 해리포터 독자들이 그의 성인 소설에도 열광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롤링은 27일 영국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퀸엘리자베스홀에서 사인회를 한다. 다음 달 16일에는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개 인터뷰와 사인회를 하는 등 책 홍보를 위한 월드투어에 나선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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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금 소설 ‘그레이 시리즈’ 국내 전자책시장 구세주로

    발칙하고 자극적인 ‘19금’ 소설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시공사·사진) 시리즈가 국내 전자책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8일 출간된 이 시리즈의 1∼4권이 전자책 베스트셀러 순위 1∼4위를 휩쓸었다. 인터넷 서점 YES24에 따르면 이 시리즈의 전자책 비중은 종이책과 전자책을 합친 전체 판매량의 절반 수준이다. 최근 발간된 도서들의 전자책 평균 판매 비중이 6%인 데 비하면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다.‘그레이…’ 전자책이 잘 팔리는 이유는 뭘까. 여성 독자들이 블로그에 남긴 글에서 짐작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걸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책이다.” “내가 지하철과 버스 안에서 이 책을 읽고 있었을 때, 사람들이 어떻게 봤을지 생각하면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27세 억만장자 남성과 21세 여성의 파격적인 사랑을 그린 이 시리즈의 전자책 구매자들 중 여성의 비중은 83.1%나 된다. 여성 구매자 중에서는 30, 40대가 66.4%, 20대가 22.6%다. 김병희 YES24 디지털사업본부 선임팀장은 “평소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40대 여성들에게까지 전자책이 확산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며 “여성들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성인물을 즐기고 싶은 욕구가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원 인터파크 e북 사업팀장은 “‘그레이…’를 통해 전자책을 처음 구입한 신규 고객이 52%에 이르고, 평일이나 낮보다는 한가한 주말과 심야시간대에 전자책 다운로드가 많은 것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그레이…’는 아마존에서 전자책 최초로 100만 부를 돌파한 책이기도 하다. 출간 3개월 만에 전 세계에서 3000만 부가 팔렸으며, 그중 1000만 부가 전자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동안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자책은 김어준의 ‘닥치고 정치’로 3만 부, 박범신의 ‘은교’가 2만5000부다. ‘그레이…’는 한 달도 안돼 전자책으로만 3만 부 판매를 돌파했다. 시공사의 조근형 전자책 팀장은 “‘그레이…’ 전자책은 올해 말까지 10만 부가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10만 부 돌파는 아마존의 100만 부 돌파에 맞먹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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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한국인을 위협하는 5가지 복지 숙제

    “국민연금은 젊을 때 은행에 넣어놨다가 은퇴해서 받는 내 돈이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면 청년실업률이 높아진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정치사회학자인 김윤태 교수(고려대)가 복지국가 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대선을 앞둔 지금 복지국가 정책 논의를 심화하겠다는 의도로 대담집을 출간했다. 두 사람은 복지국가 정책이 국민의 안정적인 삶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불안(보육, 교육, 의료, 일자리, 주거, 노후 문제)을 해소하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과제에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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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불안한 직장인들, 프리랜서처럼 뛰어라

    프리랜서는 최고경영자(CEO)이면서 상사이고, 동시에 부하이기도 하다. 성실함과 책임감이 없으면 당장 ‘밥줄’이 끊긴다. 프리랜서에겐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프리랜서처럼 일한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자이자 20년간 프리랜서 기획자, 편집자 등으로 일한 저자가 총정리한 프리랜서 인생 노하우다. 그는 “프리랜서에겐 연습이 없다. 프리랜서는 거절하면 안 된다. 프리랜서는 어떤 사람과도 일할 수 있도록 원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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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활동 어떻게 할까]찰흙으로 나만의 선녀인형을 빚어보자

    목욕탕은 아이들에게 신나는 공간이기도 하고 고행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텀벙텀벙 물장난, 뽀글뽀글 비누거품으로 신나지만, 놀다 보면 엄마가 부르시죠. 몸 구석구석을 말끔히 닦아야 하는 고행의 시간이 바야흐로 다가온 것입니다. 아휴! 이 책은 그런 목욕탕의 기억에 대한 판타지입니다. 그곳에 아이들과 아주 잘 놀아주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그런데 그 할머니는 날개옷을 잃어버린 선녀님이라네요. 아주 오래된 목욕탕 벽에 그려진 그림 속에서 슬며시 등장하는 모습이 정말 그럴듯합니다. ‘인형장난 전문가’라는 작가는 장면마다 인형들을 만들고, 어울리는 위치에 배치하고, 인형의 눈높이에 몸을 낮추어 사진을 찍었습니다. 공들인 오랜 시간의 결이 놀랍습니다. 또한 손으로 빚어 만든 인형이 이렇게 다양한 표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감탄하면서 보게 되는 책입니다.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목욕탕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주인공 ‘덕지’가 선녀님과 했던 물놀이도 찾아보고, 그 외에 아이들이 목욕탕에서 할 수 있는 놀이들을 생각하며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다 읽고 나면 선녀님 드시던 ‘요구릉’ 한 병 쪼오옥 빨면서 선녀님과 덕지 인형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 책의 작가처럼 자기가 만든 인형 세워두고 사진도 찍고요.○ 독후활동-찰흙으로 등장인물 만들기준비물은 찰흙 두 덩어리, 찰흙판, 붓, 아크릴 물감 1. 책 속 인물들의 표정을 세세히 살핀다.2. 찰흙으로 선녀님과 주인공 ‘덕지’를 만들어 본다. 찰흙 한 덩어리 정도의 분량으로 한 사람을 만든다. 몸 전체를 만들어도 좋고, 표정에 집중해서 얼굴만 만들어도 좋다.3. 찰흙으로 만든 등장인물은 그늘에서 이틀 정도 말린다. 4. 잘 마른 찰흙 인형에 아크릴 물감으로 좀 더 자세하게 표현할 수도 있다. 이렇게 만든 인형은 책 속 인형과 다른 재질이므로 목욕물 속에 넣어서는 안 된다.5. 만든 인형을 적당한 곳에 배치하고 사진을 찍는다. 김혜원 어린이책교육연구가}

    • 201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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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후진적 농업국가를 17위 무역대국으로 탈바꿈시킨 사나이

    “경제 분야에서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하티르 모하마드 전 말레이시아 총리(87)는 본보와의 인터뷰(본보 8월 25일자 A3면 참조)에서 이렇게 말했다. 6일 한국 국가신용등급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질렀다는 소식에 그는 분명 반가워했을 것이다. 이 자서전에서 마하티르 전 총리는 한국과 일본의 경제성장에서 배우자는 ‘동방정책’을 펴게 된 사연을 들려준다. “동방정책 이전에 우리 국민은 스스로 잘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억압된 말레이시아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다른 누군가가 한 일이라면, 우리도 잘 해낼 수 있음을 증명해야 했다.” ‘말레이시아의 국부(國父)’로 불리는 그는 22년의 통치 기간에 자신의 조국을 후진적 농업국가에서 전 세계 17위 무역대국으로 키워냈다. 또 미국의 신자유주의에 맞서 ‘아시아적 가치’를 내건 상징적 인물로 주목받았다. 그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의 긴축재정 대신 독자적 금리 인하와 고정 환율로 위기를 극복했다. 이 두툼한 자서전에 그는 자신의 철학과 생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장기독재와 경제성장 정책으로 ‘말레이시아판 박정희’로 불리기도 한 그는 서방세계와 제3세계 사이에서 절묘한 외교력을 발휘했으며, 뿌리 깊은 종족 간 갈등을 봉합하고 이슬람국가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했다. 대선을 앞둔 한국의 정치 리더십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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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책에서 진로를 만나다]공부 잘하면 꼭 판사-의사 돼야 하나요

    초췌한 얼굴로 찾아온 어머니는 수심이 가득했다.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걱정거리를 털어놓는데 큰아들 얘기다. 키가 훤칠하고, 얼굴도 잘생기고, 초등학교 때부터 공부를 두드러지게 잘하는, 한마디로 엄친아다. 고등학생이 되기까지 부모님의 이야기에 토를 다는 법도 없고 정해주는 교육내용을 거부하는 경우는 더더욱 없던 그 애가 요즘 반란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유치원 때부터 판사가 꿈이라던 아이가 갑자기 운동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했단다.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은 축구였고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성적이 떨어지지 않아야 엄마가 축구하는 시간을 허락해주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엄마가 야단을 하면서 어릴 적부터 판사 된다고 공부하지 않았느냐, 지금 운동하기는 늦었다며 설득해도 아무 소용이 없고 도리어 소리까지 지르더라는 것이다. “제발, 내가 되고 싶은 것 되면 안 돼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은 자신의 진로를 확정짓는 것보다 이렇게 저렇게 고민해보고, 자신의 진정한 꿈이 무엇인지를 자꾸 생각해보는 게 필요한 시기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요즘 아이나 부모들은 지나치게 빨리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려 한다. 일찌감치 한 우물을 제대로 파야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또 ‘저 하나 잘살면 바랄 게 없다’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의 꿈을 개인 한 사람의 행복에 묶어버리는 경우도 많다. 어린이철학교육연구소가 펴낸 ‘꿈을 꼭 가져야 하나요’(한림출판사)는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꿈과 관련해 고민해 보았을 질문에 동화 형식으로 답을 해준다. ‘꿈을 꼭 가져야 하는지’ ‘꿈을 바꾸어도 되는지’ ‘꼭 남들이 부러워하는 꿈을 가져야 하는지’ ‘꿈을 이루는 방법은 모두 같은지’에 대해 쉽고 재미있게 생각해보는 동안 아이들은 자기 안에 있던 소중한 꿈의 씨앗들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꿈이 자기만 행복하게 하고 자신만을 잘살게 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무엇이 되는 것’만을 중시하며 달려가다가 그것을 이룬 후 자기 혼자 잘산다면 그게 과연 가치 있는 삶이라고 할 수 있을까. 김수환 추기경이 청소년에게 주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는 ‘무엇이 될까보다 어떻게 살까를 꿈꿔라’(명진출판)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달리기를 시작하는 청소년들에게 아름다운 꿈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무엇이 될까만을 생각하지 말고 그것이 되어서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자꾸 묻는다. 무엇이 되는 것을 넘어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는 것, ‘꿈 그 너머의 꿈’을 갖는 것이 청소년기의 과제임을 깨우쳐주고 있다.오길주 경민대 독서문화콘텐츠과 교수}

    • 201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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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광해군 재임기간은 조선의 잃어버린 15년?

    13일 개봉하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폭군이었던 광해군(1575∼1641)이 졸지에 개혁군주가 된 사연을 드라마틱하게 그린다. 갑자기 쓰러진 광해군을 대신해 보름간 ‘가짜 왕’이 된 만담꾼 하선이 백성의 피폐한 삶을 구하고, 실리외교를 하는 개혁정책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1623년 인조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은 조선시대 내내 대표적인 ‘혼군’(昏君·판단이 흐린 임금)으로 불렸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광해군은 실용주의 외교와 대동법을 추진해 민생을 개혁한 택민(澤民) 군주로 재평가됐다. 광해군을 실용주의 중립외교의 개혁군주로 재해석하는 것은 보수-진보, 남북한의 역사학자들에게서 공통적이다. 심지어 광해군을 ‘민족 화해와 통일의 거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해결할 지혜를 줄 수 있는 인물’로 평가하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오항녕 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광해군에 대한 재평가는 일본 식민사학자 이나바 이와키치에서 시작됐다”고 지적한다. 1933년 조선사편수회 간사였던 그는 광해군을 ‘실용주의 외교로 백성들에게 은택을 입힌 군주’라고 평가했다. 저자는 “유럽 계몽주의자들에게 중세가 암흑기였듯이, 근대주의적 역사관에서 인조반정 이후 조선 후기는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일 뿐 빨리 끝났어야 할 해체기로 바라본다”며 “이런 관점에서 광해군이 재평가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대동법이 양반 지주들의 반대로 실패했다’는 통념과 달리 저자는 광해군과 핵심 집권세력이 대동법에 반대하고 있었다고 설명한다. 후금에 대한 실리외교도 기조나 원칙, 상황을 제어할 능력도 없이 펼쳐진 정책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숱한 옥사와 대동법 실패, 궁궐 공사에 국력을 낭비하다 보니 당시 국방에 쓸 자원과 군비가 허술해졌다”고 지적했다. “광해군 재임 기간은 조선에게는 ‘잃어버린 15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동아시아 판도는 달라졌을 것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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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룸/전승훈]바다의 별, 고래상어의 꿈

    여름휴가 때 제주 섭지코지 언덕 위에 새로 개장한 아쿠아플라넷(제주해양과학관)을 구경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류인 고래상어 두 마리를 그곳에서 보았다. 그레이 블루 빛깔의 등줄기 위에 뿌려진 하얀 점들, 볼 양쪽에 찢어진 5개의 아가미, 주변을 따라다니던 빨판상어들…. 그 늠름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휴가지에서 돌아온 후 나흘 만에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돼 있던 고래상어 중 한 마리가 폐사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의 최후 모습을 본 듯 한동안 마음이 허전했다. 아이들도 휴대전화로 직접 찍은 고래상어의 사진을 보며 이 소식을 믿을 수 없어 했다. ‘상냥한 거인’으로 불리는 고래상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데다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도 인기가 높다. 케냐에서는 ‘신이 고래상어의 등에 실링 동전을 뿌려 놓은 것 같다’는 의미에서 ‘파파실링기’라고 부르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등에 별이 가득 찬 듯이 보인다’는 뜻에서 ‘마로킨타나’(많은 별)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후 변화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한반도에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어류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아쿠아플라넷의 고래상어는 약 두 달 전에 제주 애월읍 하귀 앞바다에서 어부들이 쳐 놓은 정치망(물고기가 들어오도록 쳐 놓은 대규모 그물)에 걸려 잡혔다. 두 마리 중 ‘파랑이’가 죽은 후 아쿠아플라넷 측은 악화된 여론에 따라 남은 ‘해랑이’를 조만간 제주 앞바다에 놓아줄 것이라고 한다. 고래상어를 놓아주는 일을 놓고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다. 고래상어가 다시 연안에서 그물에 걸려 죽을 수 있으니 수족관이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돈을 벌기 위한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애당초 계절에 따라 태평양, 인도양 등을 오가며 수천 km를 이동하고, 심해에서 1000m 깊이까지 잠수하는 고래상어를 수족관에 가둔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었다. 아쿠아플라넷이 ‘동양 최대의 수족관’이라고 해도 가로 23m, 높이 8.5m의 수조는 최대 18m까지 자라는 고래상어에겐 1평도 안 되는 좁은 감방일 뿐이다. 실제로 아쿠아플라넷에서 봤던 고래상어는 불과 1, 2분이면 한바퀴 돌아와 지친 눈빛을 관람객들과 마주쳤다. 잠수부에게 한 줌의 먹이를 얻기 위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견뎌야 했을까. 대양을 휘젓던 위대한 고래상어는 어쩌다 삶의 고해에서 꼼짝 못하는 샐러리맨 같은 신세가 돼 버렸을까.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고래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것은 깊은 바다에서 섬처럼 떠다니는 자유로움 때문이었다. ‘동해바다’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던 것은, 그곳에 작고 예쁜 고래 한 마리가 살고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었다. 영화 ‘그랑블루’가 감동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돌고래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지던 주인공의 미소 때문이었다. 고래는 역시 바다에 있어야 고래다. 수족관에 갇힌 고래는 더는 꿈을 꾸게 하지 못한다. 이제 곧 ‘바다의 아름다운 별’로 되돌아갈 고래상어 ‘해랑이’. 부디 동해와 남해를 넘어 태평양까지 맘껏 헤엄치기를. 다시는 안락한 삶의 정치망에 걸려들지 않기를. 더는 유리창에 갇혀 거짓 연기를 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기를. 다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상어의 꿈’을 꾸기를….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 2012-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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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국 사진집-그림책 번역본 해외서 인쇄해 오는 이유는

    영국 돌링킨더슬리(DK)의 ‘자연사’ 대백과 사전은 지구 생명의 역사 40억 년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생물도감이다. 전 세계에서 19개 박물관과 국립동물원을 보유한 스미스소니언협회의 전문가가 촬영한 화보 5000컷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국내에서 1년간 번역과 편집을 마친 파일을 해외로 다시 보낸 뒤 3개월간 인쇄 제작 선박 운송을 거쳐 완제품 형태로 수입됐다. 사진집이나 그림책은 이처럼 한국어판도 해외에서 인쇄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인쇄의 질이 각국 번역판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하고 △각국 출판사의 공동 제작으로 저작권 및 인쇄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편집장은 “국내 인쇄의 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지만, 나라에 따라 명도와 채도의 세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영국 본사가 총괄해 이탈리아 독일 홍콩 등지에서 인쇄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인쇄하는 경우는 세계 수십 개국 출판사가 저작권을 공동 구입해 비용을 줄이는 형태로 진행한다. 이 때문에 출판사 측이 초판부터 5000∼1만 부씩 대량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재고량이 떨어질 경우 재주문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1년치를 미리 주문하는 것이다. ‘고릴라’ 그림으로 유명한 영국의 동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도 전량 해외에서 인쇄한다. 특히 입체 그림책인 팝업북은 제작 설계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해외에서 제작까지 전부 해오는 경우가 많다. 정가 3만 원인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 ‘용과 괴물들이 펼치는 전설의 세계’(비룡소)도 해외에서 제작됐으며 초판을 1만 부 이상 주문했다. 이 밖에 ‘1900년 이후의 미술사’(세미콜론) ‘아트 앤드 아이디어’(한길사)처럼 도판이 중요한 미술책도 해외에서 인쇄해 수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해외 유명 출판사가 일부 국가에서 일어나는 번역판 판매부수 조작을 막기 위해 직접 인쇄 및 제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혜영 웅진주니어 에디터는 “예전엔 팝업북처럼 제작이 어려운 동화책만 직접 인쇄했는데, 요즘에는 일반적인 그림책까지도 해외 출판사가 직접 인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유명 출판사들이 저작권 인세를 확실히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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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 책]후드득… 촤라락… 투투득… 비는 또 하나의 장난감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연일 비소식이다. 비는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비 내리는 날의 축축함, 한여름 소낙비의 거센 느낌, 빗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등이 어른들의 것이라면 아이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본다. 장화 신고 물 고인 웅덩이를 첨벙거려 보기, 얼굴을 하늘에 대고 비 맞아보기, 우산 들고 비 오는 소리 들어보기, 비가 떨어지는 모습 살펴보기, 비 오는 날 나무 색깔 살펴보기, 비가 오면 먹고 싶은 것 말해보기, 비 오는 날 어떤 색깔의 우산을 쓰고 싶은지 말해보기…. 이걸 다 해볼 수 없다면 비에 관한 그림책을 열어보자. 아이들은 비 오는 날 우산 펼치기를 좋아한다. ‘노란우산’(류재수 글·그림)은 글자 하나 없이 발랄한 색깔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회색빛깔 골목길에 노란 우산을 중심으로 우산들이 하나씩 나타나면서 색색의 우산으로 채워지는 모습은 아이들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온전히 전달한다. 톡톡톡 비 오는 소리가 곧 들릴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림책에 동봉된 CD에 담긴 경쾌한 피아노 소리와 다채로운 색깔의 조화가 곁에 두고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우리나라 그림책의 고전이다. 투투둑, 촤라락, 톡토톡, 후드득 후드득 하는 빗소리의 즐거움은 어느 음악소리 못지않게 귀를 즐겁게 한다. 비 오는 소리를 말로 표현해 보는 놀이를 해보고 싶을 때는 ‘야 비온다’(이상교 글·이성표 그림)를 펼쳐보자. 파란색과 초록색을 섞어놓은 듯한 표지에 흰 글씨로 쓰인 ‘야 비온다’라는 제목은 이 책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책을 열어 빗소리를 나타내는 여러 의성어를 따라해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이 그림책을 볼 만한 또래 아이가 우산을 선물로 받고 비를 기다리는 모습부터 비를 맞는 아이들의 신나는 몸짓, 비 오는 날의 풍경들까지 물빛을 배경으로 청량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이혜리의 ‘비가 오는 날에’는 잿빛 하늘에서 굵은 소낙비가 쏟아지는 장면들을 강렬하게 담았다. 비 오는 날 모두 무얼 할까. 사자는 입을 크게 벌려 실컷 빗물을 마신다. 나비는 날개가 젖을까 봐 살살 걸어 집으로 간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첨벙첨벙 물장난을 치고 호랑이는 동굴 속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용은 비를 뿌리고…. 그런데 아빠는 비가 오는 날 무얼 하실까. 동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책은 검은색만으로도 비 오는 날의 풍경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스러울 때는 ‘즐거운 비’(김향수 글·서세옥 그림)도 추천할 만하다. 비가 내리는 현상을 경쾌하게 표현한 그림책이다. 글자를 그림처럼 배치하고 그림은 춤을 추듯 폭염에 이어 비 오는 날의 기분을 흥겹게 표현한다. ‘비가 와도 폴짝폴짝, 흥에 겨워 덩실덩실, 아이도 어른도 비춤을 추네’라는 내용이 그림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월례 어린이도서평론가}

    • 20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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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후활동 어떻게 할까]책 속 주인공처럼… ‘사자 카드’ 만들자

    정말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느릿느릿 학교에 가다가 사자를 만나 같이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 가면 ‘잭 톨’이라는 친구가 늘 아이를 괴롭힙니다. 아이 옆에서 얌전히 수업을 듣던 사자가 잭 톨 때문에 화가 났습니다. ‘카르릉!’ 울부짖더니 잭 톨을 쫓아갑니다. 잭 톨은 별거 아닌 친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잭 톨이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와 사자가 내일도 오냐고 묻는 군요. 아이가 당당하게 말합니다. “언젠가 틀림없이 올 거야. 조심해 너, 잭 톨!” 학교들이 개학을 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여러 경험을 하는 공간입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고민이 생기는 곳이지요. 고민이란 것이 원래, 남이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자기에게는 우주 전체만큼의 무게를 가집니다. 그럴 때 누군가가 자신을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것을 느끼면 맞설 힘이 생기게 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자처럼 말이죠. 사자 등에 타서 그 갈기를 잡고 신나게 달리던 책 속 주인공은 그 순간 얼마나 신이 났을까요? 그 주인공이 여러분이라면 어떻습니까? 그 마음을 담아 ‘사자를 탄 마음카드’를 만들어 봅니다.○ 독후활동-사자를 탄 마음카드 만들기 준비물은 A4 용지 크기의 마분지, 연필, 색연필, 사인펜 등 그림 도구, 자, 칼. 1. 직사각형 종이 긴 쪽 절반 위치를 연필로 보일 듯 말 듯 표시한다. 2. 사자를 타고 가는 아이 모습을 그리는데 아이 부분이 절반 표시 위쪽으로, 아이를 태우고 가는 사자를 아래쪽에 오게 그려서 색칠한다. 3. 위쪽에 그린 ‘사자를 타고 가는 아이의 모습’을 선을 따라, 절반 표시한 부분까지만 칼로 오린다. 종이를 절반 표시 기준으로 산 모양으로 접는다(그림 참조). 4. 카드 안쪽에는 든든한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적고,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둔다.김혜진 어린이책교육 연구가}

    • 20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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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무엇이 호모 사피언스를 호모 데멘스로 만드는가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다른 모든 학문이 진보하는 동안 정치 기술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으며, 4000년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한탄한 바 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군국주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일본이나, 올해 대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공천 뒷돈 같은 구시대적 정치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한국을 보면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한 것 같다. “사람이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라고? 이 말은 ‘탭댄스를 추는 지렁이’나 ‘초식사자’라는 말처럼 정말 웃기는 얘기다!” 독일의 철학자인 저자는 인간에 대한 적절한 호칭이 ‘호모 데멘스(Homo Demens)’, 즉 ‘광기의 인간’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 그는 현실을 꼬집는 날카로우면서도 유쾌한 문장으로 정치, 종교, 경제, 교육, 문화 전반에 만연한 인간의 어리석은 광기를 풀어나간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광기는 개인에게는 드문 일이다. 그러나 집단, 당파, 민족, 시대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개별 인간은 현명한 ‘호모 사피엔스’였다가도, 집단을 이루는 인간은 ‘호모 데멘스’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 인간이여, 뇌벌레에 감염되었나? 저자는 ‘뇌벌레’라는 은유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다. 간디스토마의 유충은 개미의 신경중추에 침투해 개미의 행동을 조종한다. 개미의 머리 속에 침투한 이 ‘뇌벌레’는 개미를 풀잎 끝에 매달리게 해 염소나 양, 소, 토끼 등에게 잡아먹히도록 한다. 간디스토마가 최종 숙주인 동물의 간에 도달하기 위해 개미를 이용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데올로기 뇌벌레에 감염된 인간에게도 이와 유사한 행동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드는 예 중 하나가 종교다. “가상의 친구(신·神)를 옆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출정하는 정신 나간 침팬지는 없다”는 단언이다. 수많은 기업은 일회용품 소비를 부추긴다. “누구도 혼자라면 자원을 이렇듯 단시간 내에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 놓지 않겠지만, 무리를 이룬 인간은 이런 행동을 과감하게 할 정도로 어리석어진다.” 국제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독일 연금기금은 ‘유로화의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에 자금을 투자했다. 독일 국민은 연금을 보장받기 위해 유로화의 제살 깎아먹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웃긴’ 상황인 것이다. 저자는 “‘나보다 좀 더 멍청한 다음 사람’에게 떠넘기는 ‘행운의 편지’식 국제금융시장은 붕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예견한다. ○ 어리석음의 총합은 ‘어리석은 정치권력’ 그런데 이런 모든 어리석음의 총합이 바로 ‘어리석은 정치권력’이다. 현대의 정치인들에게선 소신 있는 노선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여론조사’ 보고서가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인 신탁으로 등장한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눈치를 더 많이 보는데도, 유권자들은 선거 때 어느 정당에 표를 던질지 결정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저자는 여러 매체의 인터뷰어이자 기고가로 활동했다. 수년간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과 인터뷰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스템의 합리성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벌거숭이 임금님’에 나오는 왕의 신하들처럼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옷자락을 받는 시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금기를 깨뜨리는 개인의 이성적 행동”이라고 말한다. 안데르센의 동화에서도 ‘어른들의 어리석은 속임수’에 아랑곳하지 않는 단 한 명의 꼬마가 궁정 전체의 광기를 무너뜨렸다. 그는 “대중의 지배적인 어리석음은 지배자의 어리석음으로 이어진다”며 바보 권력에 대한 저항을 촉구했다. 저자가 주장하듯 몇몇 개인의 이성적 각성으로 수천 년에 걸쳐 쌓인 인간의 비이성적 문화가 깨질지는 의문이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이 책의 카타르시스는 각 페이지에 가득한, 명백히 정신 나간 종인 인간에게 쏟아 붓는 언어적 모욕을 대할 때 더없이 완벽해진다”고 평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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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백석의 토속詩에 그림을 입히다

    올해는 시인 백석(1912∼1995)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불리는 백석이 분단 이전에 발표했던 시들을 수록한 시화집이다. 황주리, 전영근, 서용선 등 화가 10명이 백석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을 시와 함께 실었다. 안도현, 장석남, 문태준 시인 등은 자신의 시가 백석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평안북도 방언으로 토속적인 풍속을 그려내 현대 시문학사에 큰 자취를 남긴 백석의 시 세계에 대한 해설도 담겼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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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쩌면 퍼스트레이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배우자 김정숙 씨가 펴낸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씨는 27일 각계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어쩌면 퍼스트레이디, 정숙 씨, 세상과 바람나다’(미래를소유한사람들)를 펴냈다. 이 책은 김 씨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영화감독 임순례 씨, 가수 이은미 씨, 방송인 김제동 씨 등 10명의 인사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정치, 사회, 문화 등 폭넓은 주제로 주고받은 대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질문자로서 김 씨가 느낀 소회를 담담한 필체로 풀어냈다. 제목에 나오는 ‘어쩌면 퍼스트레이디’는 출판사 측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유머러스한 콘셉트로 제안한 것. 출판사 관계자는 “문 후보 캠프에서 인쇄 직전에 전화를 걸어와 ‘제목에서 그 부분을 좀 빼달라’고 요청해왔다. 유권자들에게 ‘여성이 너무 나선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역풍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 부인이 너무 엄숙한 것보다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기에 좋은 제목이라 저자의 동의를 얻어 그대로 출간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도 이 책의 서문에서 “책 제목의 ‘어쩌면 퍼스트레이디’가 아주 민망해 죽겠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강권’으로 못내 그냥 두기로 했다. 이 책엔 나뿐만 아니라 10명의 인터뷰이, 그리고 출판기획자까지 수많은 사람의 수고가 함께 들어 있어 내 고집만 세우는 것이 미안한 까닭”이라고 밝혔다. 간혹 대통령의 부인이 회고록을 펴내는 사례는 있지만, 대선 경선 후보의 부인이 선거 과정에서 책을 펴낸 것은 드문 일이다. 김 씨는 서문에서 “이 책은 남편을 도우려고 시작했다”며 “하지만 나는 남편 뒤에서 꽃만 들고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편을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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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정리하는 것은 잘 버리는 것”… 책시장에 불어닥친 ‘정리’ 바람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서류철, 컴퓨터 바탕화면을 가득 채운 아이콘, 홈쇼핑에서 산 수많은 옷가지와 물건 박스, 냉동실을 꽉 채운 음식들…. 언젠가 날을 잡아 싹 정리하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 그대로 둔 것들이다. ‘정리’가 자기계발서의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내 주변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치우는 것에서 시작해 낭비되는 시간이나 쓸데없는 인맥까지 정리하는 기술이다. 집 안에 가득한 물건들을 깔끔하게 보관하는 ‘수납법’ 책은 예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정리법은 ‘버리기’에 초점을 둔다. 스마트 환경 시대에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 해야 할 일,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관리’하기란 이미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1호 정리컨설턴트인 윤선현 씨가 쓴 ‘하루 15분 정리의 힘’(위즈덤하우스)은 10만 부 이상 팔렸고 현재도 ‘예스24’의 ‘비즈니스와 경제’ 분야 3위에 랭크돼 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더난) ‘정리정돈의 습관’(RHK) ‘정리의 달인’(영진닷컴) ‘정리의 기술’(파라북스) 등이 주로 20, 30대 직장인들을 겨냥한 책이라면, 최근에는 중년 이후 인생 리모델링을 위한 정리법과 ‘어린이를 위한 생각정리의 기술’(위즈덤하우스) 등 연령대별로 다양한 정리 관련 책이 등장하고 있다. 윤 씨는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인풋(input)되는데 불필요한 잡동사니를 계속 쌓아놓게 된다면 창의적인 아웃풋(output)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며 “정리란 단순히 청소나 수납이 아니라, 내 공간과 인생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카오카 요코의 ‘마흔 살의 정리법’(이아소)은 40대 이후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한 정리법을 소개한다. 그는 이를 ‘노후(老後)’에 대비되는 개념인 ‘노전(老前)’ 정리법으로 표현했다. 언제 죽어도 좋을 만큼 심플하게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쓸데없는 인맥을 정리하고,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는 시간이 ‘노전 정리’다. 저자는 “‘이건 아직 쓸 수가 있는데…’가 아니라, 정말로 내가 쓸 것이냐 아니냐를 생각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철학 카운슬러인 이나 슈미트는 ‘철학은 어떻게 정리정돈을 돕는가’(어크로스)를 통해 정리되지 않는 인생을 위한 철학적 조언을 내놓는다. 그는 “변화에 필요한 용기는 잡동사니 한가운데서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정리컨설턴트협회(NAPO)에 4200명이 등록돼 정리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일본에서도 2008년 협회가 설립됐다. 국내에서도 정리컨설턴트로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리 수납을 가르쳐주는 카페도 인기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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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교교사-학생-기업인 45명 ‘日독도 영유권’ 반박 책 번역

    고교 교사와 학생, 기업인 등 45명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한 책을 11개 언어로 번역해 최근 출간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양영디지털고 정윤성 교장(62)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나오는 ‘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포인트’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책 ‘독도의 진실’(어문학사)을 쓰면서 번역가들을 모집했다.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를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를 10개 언어로 홍보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사람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취지를 설명한 끝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일본 외무성이 독도 안내 자료에서 제공하는 10개 언어에 더해 베트남어까지 11개 언어로 번역할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이들은 번역료를 받지 않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번역팀 중에는 일본인인 아오모리 쓰요시(靑森剛) 가톨릭대 초빙교수(일본어)와 미국인 영어 원어민 교사인 데릭 스트리트 씨 등 외국인도 있다. 이 밖에 양영디지털고 교사, 용인외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동아리 학생 및 교사, 강민규 킹사우디대 학생(아랍어), 김주만 EPN 사장(러시아어), 김동배 VNP&TEL 베트남법인장 등이 번역에 참여했다. 특히 용인외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동아리 학생들은 6, 7월이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쪼개 번역을 했다. 3학년 손동신 양(18·프랑스어과)은 “평소 유튜브와 르몽드, 르피가로에서 한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는 댓글을 달아왔다”며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독도는 일본 땅’이란 말뚝이 박혔을 때 무척 속상했는데 이번 번역에 참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3학년 최성웅 군(18·스페인어 동아리 회장)은 “독도와 관련된 외교문서를 번역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확한 번역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번역하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독도는 우리 땅’이란 근거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밝혔다. 독일어 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김남경 씨(서강대 2학년)는 “독도 문제와 관련된 정확한 자료를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독도 문제의 해결책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이 책에 쓰인 11개 언어는 현재 172개국 45억 인구가 사용하는 말”이라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독도의 역사적 진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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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0자 다이제스트]약자만 괴롭히는 패자의 몸부림

    ‘묻지마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왜 무고한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을까. 왕따를 당하는 학생은 왜 자기보다 더 약한 학생을 괴롭힐까. 생물학적 관점에서 화풀이 행동은 ‘너무 많이 잃거나 뒤처지지 않기 위한 패자의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패자는 자신보다 더 약한 개체에게 고통을 전가함으로써 ‘내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내 사회적 평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특정 인종에 대한 증오범죄, 집단 테러는 물론이고 사법적 정의에도 희생양을 만들어 고통을 전가하려는 진화생물학적 본능이 숨어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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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주로 간 쌤앤파커스 “귀신보다 세금이 더 무서워”

    요즘 출판계에서는 쌤앤파커스의 이사가 화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대박을 낸 쌤앤파커스는 지난달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파주출판도시로 사무실을 옮겼다. 문제는 쌤앤파커스가 임차해 새로 둥지를 튼 곳이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난 건물이라는 것. 출판단지에서는 이 건물 근무자 중 ‘야근하다 귀신을 본 사람이 있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신원에이전시가 2007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으로 사무실을 옮길 때도 ‘귀신이 무서워 이사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쌤앤파커스가 이 같은 괴담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이전을 전격 결정한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2014년까지 파주출판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는 출판사는 6년간 법인세를 100%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적용 기간이 연장된 덕분이다. ‘아프니까…’를 180만 부, ‘멈추면…’을 100만 부 가까이 판매한 쌤앤파커스의 경우 법인세 혜택이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세금인 셈이다. 쌤앤파커스 말고도 법인세 혜택과 비용 절감으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본사를 파주출판단지로 이전하는 출판사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직원 수가 500명이 넘는 교보문고는 설립 32년 만인 6월 초 본사를 광화문에서 출판단지로 이전했다. 광화문 사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임대했다. 다산북스도 서울 홍익대 앞 사옥을 임대하고 파주에 입성했다. 그렇다면 귀신 얘기는 어떻게 된 걸까. 결론적으로 귀신을 직접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출판단지 관계자는 “인근에 있는 심학산이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고 파주출판도시가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국가산업단지여서 밤만 되면 도시가 텅 비어 괴소문이 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정아 신원에이전시 상무도 “저작권 전문 에이전시여서 교통이 편리한 곳이 좋고, 책을 펴내지 않아 법인세 혜택이 없어 서울로 옮긴 것”이라며 “4년 동안 근무하면서 야근을 수없이 했어도 귀신을 봤다는 직원은 없었다. 신문에 꼭 좀 써 달라”며 웃었다. 이환구 파주출판단지 협동조합 상무는 “파주출판도시가 아직 빈 공간이 많아 이런 소문이 난 것 같다. 최근 롯데쇼핑 파주아울렛이 개장하고 2015년까지 영상단지를 포함한 2차 입주가 마무리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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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문사회]진정한 리더는 ‘현명한 엄격함’을 갖춘 사람

    ‘엄격함이 때로는 진정한 자비다’ ‘선한 의지를 갖되 악을 이해하고 활용하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사상을 말 그대로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하고 무자비한 권모술수’라는 비난의 뜻으로 수백 년간 쓰여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군주론’은 인간의 본성, 조직의 성격, 리더십, 통치기술 등에 걸쳐 핵심을 꿰뚫고 있는 고전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러시아 혁명가 레닌, 이탈리아 혁명가 그람시, 쿠바의 카스트로는 모두 ‘군주론’을 탐독했다. 저자는 “30대 초반까지는 마키아벨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키아벨리는 거부감만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라고 말한다. 40대 이후 조직 내부에서 리더의 역할을 경험하고, 젊은 시절 품었던 이상과 사회생활에서 실제로 맞닥뜨린 냉엄한 현실의 간극을 실감해 봐야 마키아벨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동서고금의 사례를 통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최고경영자(CEO)론으로, 리더십 이론으로, 개인의 삶에서 되새겨 봐야 할 ‘가능성의 기술’로 재해석한다. 마키아벨리의 저작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 된 이유는 ‘현실의 정치’를 ‘추상적 윤리’와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도덕과 윤리라는 추상적 가치에 매몰돼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리더야말로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현실 속에서도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리더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저자는 “마키아벨리는 조직원에 대한 평면적 자애심이 아닌 ‘현명한 엄격함’이 조직 전체를 살리는 진정한 자비가 될 수 있다는 리더의 역설을 꿰뚫고 있다”며 “리더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과 악’,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대칭적 요소를 적절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두껍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를 비판해온 사람들 중 원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가 간 외교에도, 기업 조직에서도, 개인의 삶조차도 선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절대적 선함을 강조하는 지식인, 종교인, 정치인들의 위선은 오늘도 계속된다. 저자와 함께 마키아벨리를 읽다 보면 그가 복잡다단한 가치가 혼재돼 있는 현대사회에 얼마나 큰 통찰력을 주는 인물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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