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훈

전승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구독 89

추천

도시라는 정글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합니다. 도시를 산책하고 탐사하는 즐거움을 함께합니다.

raphy@donga.com

취재분야

2025-11-21~2025-12-21
여행54%
경제일반27%
문화 일반13%
교육3%
국제교류3%
  • [실용기타]스마트해지고 싶니? 3가지만 콕 집어 기억하라

    ‘스마트(Smart)’가 대세다. 스티브 잡스가 휴대전화에 인터넷통신, 컴퓨터 기능을 결합해 내놓은 ‘스마트폰’은 우리 삶의 혁명을 가져왔다. 가전제품도 스마트 TV, 스마트 에어컨으로 진화하고, 미국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조합한 ‘스마트 외교’를 주창한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수사의 과학화와 정확 신속성을 내세운 ‘스마트 수사’를 표방했다. 전쟁터에서마저 ‘스마트 폭탄’이 사용된다. ‘스마트’라는 말은 원래 ‘맵시 있다’ ‘똑똑하다’ ‘말쑥하다’ 등의 뜻의 형용사였다. 여기에 ‘과학기술이 융합된’ ‘창의적인, 혁신적인’이란 뜻이 더해졌다. 그런데 문제는 ‘스마트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은 점점 덜 스마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을 깜빡 집에 두고 나오면 자기 집 전화번호도 기억하지 못하고, 내비게이션 없이는 여행을 떠날 엄두도 못 낸다. 탁월한 생각, 독특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스마트 싱킹’은 지능지수(IQ)가 높은 천재만의 전유물일까. 미국 텍사스주립대 심리학과 교수인 저자는 “지난 50년간의 인지과학 발달 덕택에 이제 우리는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 많은 걸 알게 되었다”며 “누구나 스마트해지는 데 필요한 능력의 90% 이상은 자신이 제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지심리학자인 저자는 ‘3의 법칙’을 내세운다. 인간의 뇌는 아무리 많은 정보가 주어져도 한순간에 세 가지 정도만 인식하고 기억한다. 드넓은 야구경기장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관중의 기억에 남는 것은 투수와 타자, 흰 공 정도밖에 없다. 영화를 한 편 보거나, 책을 읽거나, 여행을 다녀와도 시간이 흐르면 대략 세 가지 정도밖에 기억에 남지 않는다. “사람은 ‘청각 루프’라고 불리는 종류의 기억에서 약 3초에 이르는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 지식이나 경험을 기억할 때는 3가지 정도로 요약해서 저장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한 회의나 발표에서 남을 설득할 때도 말하고자 하는 바를 3가지 요점으로 주지시켜야 한다. 장황한 설명은 효과가 없다.” 저자는 요즘 스마트해 보이는 사람들이 흔히 몰두하는 멀티태스킹을 그만두고, 새로운 고품질의 지식을 습득하는 데 힘 쓸 것을 주문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는 멀티태스킹이 가능해”라고 장담하지만, 우리 뇌의 능력은 그렇지 않다. 창조적 생각은 현재의 상황과 과거의 지식, 경험과의 연관성을 비교하고 유추하는 과정에서 탄생한다. “아르키메데스는 자신이 욕탕에 더 깊이 들어가 앉을수록 더 많은 물이 흘러넘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전설에 의하면 그는 이 발견에 너무 흥분한 나머지 욕탕에서 벌거벗은 채 ‘유레카!’라고 소리치며 길거리로 뛰어나갔다고 한다. 왜 아르키메데스는 이 관찰에 크게 흥분했던 것일까? 그것은 그가 욕탕의 상황과 자신이 해결하려고 애쓰던 문제를 비교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처럼 새로운 경험과 과거의 지식을 결합해 창조적 생각을 해낸 수많은 사례를 소개한다. 사이클론 청소기를 발명한 제임스 다이슨, 상어 피부를 모방해 패스트스킨 수영복을 개발한 피오나 페어허스트, 포스트잇을 발명한 3M 등은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교착 상태를 스마트 싱킹으로 극복한 사례다. 이 책은 기업뿐 아니라 시험을 앞둔 수험생, 회의나 발표를 앞둔 회사원에게도 유용해 보인다. 특히 정보를 기억에 저장하는 법뿐만 아니라 정보를 적절하게 꺼내 쓰기 위해 연관된 맥락을 이용하는 ‘점화효과’의 설명도 이로울 듯하다. “성공한 사람이 되려고 애쓰지 마라, 그 대신 먼저 더 스마트해지도록 노력하라”고 책은 말한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스마트 싱킹’은 깊이 있는 인생의 철학적 사고라기보다는 현실에 적용할 수 있는 한층 실용적인 기술에 가깝다. 일상의 세세한 일은 무의식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습관을 통해 ‘생각의 자동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문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우리는 무심코 반복되는 일상의 문제를 뒤집어 생각해봄으로써 새로운 통찰을 얻기도 하기 때문이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물성예찬]예술제본 전문가 조효은 씨

    《 유럽을 여행하다가 고성(古城)을 방문하면 왕가나 귀족들의 도서관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이나 영화 ‘해리포터’에서 봤음 직한 중세의 도서관에 들어갈 때마다 드는 궁금증이 있었다. 현대의 서가에 꽂혀 있는 책들은 모두 울긋불긋 모양이나 색깔이 다른데, 중세 도서관의 책들은 어떻게 수만 권이 한 곳에서 나온 것처럼 비슷한 색깔의 가죽장정과 금박문양 표지에 싸여 있을까 하는 점이었다. “옛 유럽 왕가나 귀족들은 전속 제본가를 두고 평생 책을 제본하게 했지요. 중세에는 책을 낱장으로 인쇄해 표지도 없이 최소한의 실로 묶어 팔았어요. 그래서 똑같은 내용의 책도 소장자나 제본가에 따라 독특한 문양을 가진 표지를 갖게 됐지요.” 》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부근에 있는 예술제본 전문공방 ‘렉토베르쏘’의 대표 조효은 씨(33). 전자책(e북)이 대세인 21세기에 그는 종이책을 직접 손으로 꿰매고, 가죽을 다듬고, 문양을 입혀 책의 생명력을 연장시키는 작업에 푹 빠져 있는 장인이다.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김아중이 맡은 여주인공 직업이 예술제본가였다. ‘렉토베르쏘(Recto Verso)’란 책의 앞장과 뒷장을 뜻하는 라틴어. 1999년 파리예술제본학교에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백순덕 씨가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예술제본 전문공방이다. 2008년 백 씨가 45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엔 수제자였던 조 씨가 공방을 운영하며 수강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곳에서 전문과정까지 마친 예술제본가는 국내에 15명 정도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어요. 2001년 대학 경영학과에 다니던 중에 TV를 통해 예술제본을 알게 됐죠. 처음엔 취미로 배웠는데, 석 달 후에 ‘평생 이 일을 하고 싶다’는 맘이 들더라고요. 학교로는 다시 돌아가지 않았고, 10년 넘도록 공방을 지키고 있습니다.” 예술제본은 건축과 비견된다. 책이라는 구조물을 낱장으로 일일이 떼어내는 해체작업을 거쳐 보수와 복원을 하고, 다시 조립하는 60개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공방에는 프랑스에서 직수입한 프레스, 조합기, 재단기, 책을 매달아 실로 꿰매는 수틀, 망치, 톱과 같은 크고 작은 도구들이 널려 있었다. 종이와 노끈, 실, 풀, 헤드밴드용 비단 등 재료만도 50가지가 넘는다. “3년 전 한 노신사가 독일에서 구한 괴테의 ‘파우스트’ 초판본을 제본해 달라며 왔어요. 워낙 귀한 책이라 작업하면서 꽤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그분은 서양의 제본문화를 알고 계셨어요. 굉장히 사소한 것까지 꼼꼼히 주문하셨는데, 작업자로서 귀찮다기보다 제 일의 가치를 알아봐 주시는 게 정말 고마웠습니다.” 책 한 권에 80만∼100만 원, 기간도 최소 두 달에서 1년씩 걸리는 예술제본을 맡기는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다. 문학과지성사는 ‘깊이읽기’ 시리즈의 동인 회갑연 때마다 저자 선물용으로 제본을 의뢰해 왔다. 아내의 박사학위 논문, 20년 동안 쓴 자녀의 육아일기를 세상에 한 권밖에 없는 책으로 만들어 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조 씨는 “제본가란 인류의 지적자산인 책에 새로운 생명력을 주어 시대와 시대를 이어주는 전달자”라며 “책을 사랑하는 인문학적 지식과 예술적 감각, 은근과 끈기가 필요한 직업”이라고 말했다. “의뢰인이 가져오는 새로운 책을 만날 때 가장 설렙니다. 제본을 하다 보면 책 속에서 메모지도 발견하게 되고, 네잎 클로버도 만나게 됩니다. 책이란 단지 지식만 얻고자 읽는 게 아닙니다. 그것뿐이라면 전자책으로도 충분하겠죠. 책의 무게감, 감촉, 오래된 책에서 나는 냄새, 책장을 넘기는 소리를 들으며 얻는 감성적 위로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종이 질부터 일러스트, 편집까지 정성이 깃든 책을 저는 사랑합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2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저자와 차 한잔]‘침묵의 봄’ 선진국엔 오지 않는다… 박석순 환경과학원 원장

    “가난이 환경의 최대 적이고, 부강한 나라가 환경을 지킵니다.” 박석순 국립환경과학원 원장(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이 ‘부국환경이 우리의 미래다’(사닥다리)를 펴냈다. 많은 환경운동가가 반(反)문명, 반자본주의를 외치는 상황에서 “부국(富國)이 되는 것이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사뭇 논쟁적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인간의 부유한 생활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자연을 파괴하며, 지구를 병들게 한다는 주장을 자주 들어왔습니다. 심지어 생태근본주의자들은 인간이 자연계의 암적인 존재로, 지구를 살리기 위해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지금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이들의 주장과는 정반대입니다.” 박 원장은 “환경비관론자들은 환경에 대한 충격적 경고를 위해 ‘슬픔을 파는 장사꾼’의 역할을 해왔다”며 “그러나 레이철 카슨이 예언한 ‘침묵의 봄’도 오지 않았고, 선진 산업국가에서는 경제성장과 함께 숲의 면적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는 선진 산업사회에서 나타난 환경과 경제의 상생현상을 ‘유턴이론’으로 설명한다. 초기 산업화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오염이 가중돼 환경의 질이 저하되는 ‘잿빛성장’을 하지만 경제성장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가 높아지고 기술이 향상돼 환경이 다시 회복되는 ‘녹색성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 심각한 대기오염을 겪었던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 등 대도시의 대기는 훨씬 맑아졌다. 미국의 국립야생생물보호구역은 1964년 3만600km²에서 1994년에는 42만 km²로 급속히 늘어났다. 반면 오랜 기간 사회주의 체제하에 있던 동독과 체코, 폴란드는 유럽 최악의 환경오염 지역이 됐다. 러시아와 중국도 마찬가지며 북한도 식량과 에너지난으로 인한 산림훼손이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2005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된 환경지속성지수에서 북한은 146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박 원장은 “서방세계의 환경을 다시 살린 일등공신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며 “사회주의와 달리 자유민주주의 제도 아래에서는 시민들이 투표권을 갖고 친환경 정책을 펴는 지도자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환경을 회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부국이 된다고 무조건 환경이 좋아진다는 단순한 논리는 아니다”라며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는 정부의 바른 환경 및 경제성장 정책, 국민의 의식과 생활방식에 대한 변화가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책의 후반부에 에너지, 음식, 자원, 환경교육, 물관리 등에 대한 실천강령을 자세히 소개했다. “천성산 사패산 터널 등 그동안 국내 환경단체들이 국책사업마다 재앙이 올 듯이 반대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환경운동에 대한 피로감을 느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멀어질까 두려워요. 과학에 바탕을 둔 새로운 환경운동으로 거듭나 국민들에게 사랑받는 시민운동이 되면 좋겠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실용기타]정원은 속깊은 교감의 대상

    “작은 화분 하나여도 충분합니다. 먼저 식물들에게 가벼운 인사말을 건네 보세요. 무언가와 교감한다는 것, 특히나 고요한 식물과의 교감은 우리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 줍니다. 바로 ‘정원이 있는 삶’입니다!” 저자는 정원사다. 그는 정원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보다 어떻게 잘 사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정원 사용설명서’다. 이 책을 출판한 ‘나무도시’는 ‘고정희의 중세정원 이야기’ ‘윤상준의 영국정원 이야기’ 등 유럽정원과 공공조경 같은 정원 관련 전문서를 출판해 왔다. 정원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정원을 감상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 마음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정원은 거실에 걸려 있는 아름다운 풍경화가 아니라 완성이 없는, 늘 성장하고 변화하는 살아있는 존재이다. 또한 정원은 치유의 공간이다. 우리가 가꾸기만 하는 번거롭고 귀찮은 장소가 아니라, 어느 순간 도리어 우리가 돌봄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정원은 교감의 마당이기도 하다. 살아 움직이는 정원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말을 건네며 소통하고, 가족과 이웃과 풀벌레와 새들과의 행복한 만남을 주선한다. 텃밭의 고랑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함께 나누는 일상의 대화는 거실의 TV 앞에서는 결코 할 수 없는 속 깊은 이야기들이다. “저는 일을 마치고 목장갑을 벗고 의자에 가만히 몸을 기대는 순간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리고 빨랫줄에 가지런히 널려 있는 목장갑을 보고 있노라면, 하루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지곤 한답니다. 정원 사용을 꿈꾸고 계신 분이라면 목장갑을 넉넉히 준비해 두시면 좋겠습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용민父 “먹고살려고 ‘막말’ 한건데…”

    4·11총선에서 ‘막말 파문’으로 낙선한 민주당 김용민 후보의 아버지 김태복 목사(71·서울 성동구 홍익교회 원로목사)가 자신의 자녀교육법을 밝힌 책 ‘나꼼수·슈스케를 낳은 달란트 교육’(미래를 소유한 사람들·사진)을 14일 펴냈다. 김 후보는 김 목사의 장남이며 차남은 Mnet ‘슈퍼스타K’를 연출한 김용범 PD다.책에서 김 목사는 “이 책은 원래 올해 3월 초순에 발간할 예정이었으나, 큰아들 용민이가 갑자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바람에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이후 김 후보가 8년 전 인터넷 방송에서 했던 ‘막말 파문’이 터지는 바람에 김 목사와 출판사 측은 출간 여부를 놓고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 목사는 말미의 ‘부록’에 큰아들의 선거에 대한 소회를 담아 책을 펴냈다.‘막말’ 내용에 대해 김 목사는 “발언 내용은 19금(禁) 성인방송에서 한 것이기에 너무나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음담패설이었다”면서도 “8년 전 어느 인터넷 성인방송에서 했던 발언이다. 당시 용민이는 바른 소리를 했다는 이유로 기독교 계통의 방송국에서 밀려나 인터넷 방송국에서 박봉을 받으며 근무하던 초라한 시기였다 (…) 구차한 변명이겠지만, 먹고살기 위해 치기 어린 마음에서 그런 못된 말을 한 것”이라고 아들을 옹호했다.그는 또 “새누리당이 조중동과 노조가 빠진 주요 방송사를 앞세워 총공세를 펼치며 잔인하게 아들을 만신창이로 만드는 것을 보면서 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고 언론과 정치권에 화살을 돌렸다. 그는 “굳이 따지자면 그런 성인방송을 마구 퍼다가 일반 언론이나 방송에 공개하는 것 자체가 위법행위”라며 “용민이를 공격한 미디어들이 논문표절자 후보나 강간미수자 후보는 거의 기사화하지 않은 채 은닉했다는 사실은 너무나 불공정하고 편파적인 매스컴의 작태였다”고 언론을 비난했다.그는 “(막말 사건이 불거진 뒤) 용민이의 선거사무실은 물론이고 우리 집의 e메일과 전화기는 불이 날 지경이 되었다. ‘목사가 자식교육을 어떻게 시켰는가?’ (…) 등의 일방적인 공격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에는 예를 갖춰 응대했지만, 결국 전화기 줄을 뽑아야 했다”고 회상하며 “용민이가 나꼼수로 활동하는 동안 목사 가운을 걸치거나 찬송가를 패러디한 것은 아무리 자기 딴에는 소신이 있어 행한 것이라고 하지만 목회를 한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주 못마땅했다. 수차례 만류한 바 있다”고 전했다.한편 막말 파문 전 집필한 본문에서 김 목사는 ‘음란문화 만연과 청소년 문제’의 심각함을 지적하면서 “종교계는 방관하지만 말고 건전한 성문화를 바로 세우는 데 전력해야 한다. 그리고 방송이나 언론들, 특히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는 이들도 그동안의 상업적인 행태를 반성하고 과감히 방향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라고 주문하기도 했다.책의 집필 동기에 대해 김 목사는 ‘프롤로그’에 “두 아들의 활약상 때문에 우리 부부는 많은 분들로부터 ‘어떻게 자녀들을 교육시켰습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고 썼다. 그는 ‘달란트 교육’이란 “자녀에게 있는 ‘달란트’(각자의 타고난 자질)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그는 또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실감나는 날이다. (…) 목회 일선에서 은퇴한 지 4년이 됐는데, 근래 들어 두 아들의 위상이 하루가 다르게 격상돼 나까지 유명인사가 된 느낌이다”라고 전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자연과학]‘난방 없어도 한겨울 20도’ 집 지으려면

    난방 없이도 한겨울에 영상 20도를 유지하는 ‘제로 에너지하우스’를 짓는 법에 대한 이야기. 서울대 임학과를 졸업하고 인도네시아 산림조사원으로 일했던 저자는 1997년 전원주택을 짓는 노하우를 소개한 ‘얘들아, 우리 시골 가서 살자’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이후 15년간 강원 홍천군 살둔마을에서 에너지 수요를 저감하는 주택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와 실험을 거듭해왔다. 그가 지은 에너지제로하우스는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빛은 물론이고 집 안에서 발생하는 사람들의 열기, 주방의 조리기구와 여러 가전제품에서 나오는 열에너지까지 하나도 밖으로 뺏기지 않고 모두 집안 공기를 데우는 데 사용하는 게 핵심이다.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집의 방향, 유리창 위치, 환기장치까지 사진과 함께 자세히 소개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실용기타]50개 직업 체험… 이젠 실패가 두렵지 않다

    88만 원 세대, 청춘콘서트, 아프니까 청춘이다…. 지난해 국내에서는 취업을 하지 못한 젊은이들을 위로하고, 희망을 북돋워주는 멘토들이 주목받았다. 그러나 26세 미국 청년 대니얼 세디키는 남에게 기대기보다 자기만의 색다른 도전으로 3년간의 백수생활을 청산할 수 있었다. “그동안 계속 다른 사람들의 충고를 듣고 전략을 배우고 성공을 위한 기술을 익히는 데 내 삶을 바쳐 왔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고 해도 결국 실전에 뛰어들어야 하는 사람은 나 자신이지 않은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3년간 2000통의 이력서를 내고, 40번의 면접을 봤지만 취업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다. “고용주들이 내 인생을 정해 주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었다. 내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도 지긋지긋했다.”그래서 미국 50개 주를 돌면서 50개의 직업을 체험해 보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매일 16시간 동안 전국의 고용주들에게 전화를 한 끝에 일자리 몇 군데가 정해지자 무작정 떠났다. 다음번엔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어디서 자게 될지, 무엇을 먹게 될지 알 수 없었다. 하루에 수백 km를 운전하고, 낡은 지프차에서 침낭을 덮고 3∼4시간 잠을 잤다.네브래스카 주에서는 옥수수농장, 위스콘신 주에서는 치즈공장에서 일했다. 애리조나 주에서는 불법 이민자들을 감시하는 국경 경비원이었고, 캔자스 주에서는 냉동육 포장 점원이었으며 웨스트버지니아 주에선 광원, 하와이에서는 서핑 강사, 앨라배마 주에선 미식축구팀 코치였다. 틈틈이 인터넷 블로그도 운영했다. 그의 여행은 조그만 지역신문에 실리기 시작해 CNN, ABC, 폭스뉴스 등에서 방영되는 등 화제를 모았다. 한 방송사에서는 그의 여행을 ‘리얼리티쇼’로 만들자는 제안을 했다. 하지만 거절했다. “방송국이 관여하면 고용주들도 나를 다르게 대할 것이고, 연출에 의해 통제될 가능성도 있다”는 생각에서였다.이 책은 마치 ‘체험! 삶의 현장’ 프로그램처럼 힘들지만 유쾌한 에피소드로 가득하다. 특히 미국 각 주에서 만난 끈끈한 사람 이야기가 제맛이다. 20대인 저자가 네바다 주 라스베이거스의 결혼식장에서 주례를 서고, 켄터키 주에서 말 사육사로 경주마의 출산을 돕고, 오하이오 주에서 기상캐스터로 카메라 앞에 서면서 느꼈을 긴장감이 그대로 전해진다. 그의 여행이 미국인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것은 금융위기 속에서 미국인들이 잃어버렸던 ‘기회의 땅, 아메리칸 드림’의 향수를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가 만난 미국인들 중 평생 자신이 태어난 주 밖으로는 한 발자국도 나가 보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그들은 저자가 마치 50개국 여행에 도전하는 것처럼 여기고 격려했다. 저자는 1년여간의 여행을 마친 후 어떤 직업을 갖게 됐을까? 사실 이 점이 가장 궁금했는데, 책에는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직접 저자의 페이스북을 통해 요즘 근황을 물었다.“여행을 마친 후 경제학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대학시절 운동을 했던 경험을 살려 지금은 시카고대 육상팀의 헤드코치로 일하면서 학생들이 다양한 직업에 대한 실전 경험을 통해 진로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요즘 한국의 젊은이들 중에는 유럽 배낭여행뿐 아니라 유라시아 대륙 횡단 오토바이 여행, 심지어 극지 마라톤에까지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저자처럼 국내 곳곳에서 사람들과 진하게 부딪쳐 보는 여행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포항제철에서 쇠를 녹여 보고, 거제도에서 배를 만들어 보고, 제주도에서 말을 길러 보고, 외로운 섬에서 등대지기도 해보고…. 남들과 똑같은 스펙 쌓기에 매몰돼 있는 한국의 청년들에게 세디키의 도전은 훌륭한 벤치마킹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저자는 “오랫동안 철저히 직구를 준비해 왔어도, 인생에는 변화구를 던져야 할 때도 있다”며 “나는 실패를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12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이성예찬’ 저자 마이클 린치 “인식의 공통기준 세워야 이성적 토론 가능”

    기후변화부터 광우병, 천안함 폭침 논란에 이르기까지 중요한 사회적 논쟁마다 이성적 증거로 호소하기보다는 각자 가진 ‘신념의 벽’만 높이기 일쑤다. 정치권에서도 이성보다 감성에 대한 호소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 가히 이성(理性)의 수난시대요, 감각과 막말이 우선하는 시대다. 신간 ‘이성예찬’(진성북스)의 저자 마이클 린치 미국 코네티컷대 철학과 교수(47)를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DMC빌 콘퍼런스룸에서 만났다. 언어철학과 형이상학, 인식론 분야의 권위자이자 ‘다원주의 진리론’의 옹호자로 널리 알려진 그는 8∼12일 서울대와 연세대에서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으로서의 ‘이성과 합리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한국은 광우병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쟁 등으로 첨예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다. 합리적인 토론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은 무엇인가. “미국에서도 지구온난화, 에이즈, 창조론과 진화론, 홍역백신이 자폐증을 유발한다는 논쟁이 이성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내놓는 근거의 합리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는 인식의 공통 기준이 무너진 데 이유가 있다. ‘무엇이 이성적이고 이성적이지 않은가’에 대한 공유 기준이 없으면 결국 사람들은 자신의 견해에 반대하는 사람은 모두 멍청이나 고집불통이라고 비난하는 소모적 논쟁만 거듭하게 된다.”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이 이성적 토론에 끼친 영향은…. “현대인은 점차 폐쇄적으로 각각의 칸막이에 갇혀 편견을 강화해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인터넷은 많은 정보를 생산해내지만 역설적으로 지식의 양은 적어지고 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구글에서 말도 안 되는 생각을 검색했는데, 누군가가 그 말도 안 되는 생각에 과학적인 ‘근거’를 달아놓을 경우 많은 사람이 사실로 받아들인다. 이렇게 정보에서 거품이 생겨나고, 사람들은 스스로 만든 ‘편견의 악순환’에 갇히게 된다. 민주주의를 하려면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는 ‘편안한 공간(comfort zone)’을 깨고 나와야 한다.” ―올해는 한국에서 대선이 치러진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과 국민이 합리적인 소통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미국도 올해 대선을 치른다. 각국에서 점점 이성보다는 감정적 호소, 험담, 조작 등이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TV토론에서 유권자들은 토론내용보다 외모나 인상에 더 많은 점수를 부여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신문 등에서 다각적으로 체크한 심층 정보를 얻으면 의견을 바꾸기도 한다. 이성에 의한 소통은 훨씬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나 이성적 소통은 사람들에게 존중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매우 효과적이다.” ―정계에는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통용된다. 같은 스캔들인데도 내 편이냐 상대편이냐에 따라 가치판단의 기준이 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보나. “정치세계에서 합리주의를 추구하는 것은 무척 어렵다. 그러나 노력을 멈춰선 안 된다. 똑같은 행동에 대해 다른 잣대로 보는 것을 하나의 기준으로 맞춰가는 과정도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강요나 조작 같은 방법으로는 안 된다. 상대방의 이성을 존중하며 합리적 논리로 맞춰나가야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문학예술]어머니… 당신이 꽃이십니다

    《 5월이다. 진달래와 철쭉이 피는 봄은 내겐 슬픔이다. 10여 년 전 기자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이 생각나기 때문이다. 집에서 임종을 맞으셨는데, 뒤뜰에 흐드러지게 피어 있던 분홍색 꽃을 꺾어다 누워계신 어머니 가슴 위에 놓아드렸던 기억이 난다. 봄이 되면 늘 어머니를 그리워하던 나는, 몇 년 전인가 실제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아버지의 휴대전화를 우연히 열어보았는데 읽지 않은 음성메시지 한 개가 저장돼 있었다. “여보, 비가 오네. 옥상에 빨래 널어놨는데…. 빨래 좀 걷어줘.” 돌아가신 지 5년이 넘었는데 마치 살아계신 듯 생생하게 일상의 말을 걸어오는 어머니가 신기해 듣고 또 들었다. 아버지는 그런 음성메시지가 저장돼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다. 차가운 디지털 기기가 삶과 죽음의 세계까지도 이어주는 것 같아 고마웠다. 》 출판계에도 어머니에 대한 책이 쏟아지고 있다. 세상살이가 각박해질수록 어머니의 목소리가 듣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각각 한국의 시인과 일본의 작가가 펴낸 책 두 권을 읽다 보면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한 모성(母性)에 대한 향수를 더듬게 된다. 올해 등단 30주년을 맞는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그동안 한 인물에게서 시를 베껴 썼노라고 고백했다. 바로 그의 어머니다. 몸집이 작고 야무지다고 해서 ‘양글이 양반’으로 불렸던 어머니는 문단 안팎에서 입심 좋고, 삶과 생명에 대한 혜안을 지닌 ‘문맹의 시인’으로 입소문이 나 있었다. “꾀꼬리 울음소리를 듣고 참깨 싹이 나온단다” “꽃만 저렇게 하야다 지면 뭐헌다냐. 꽃도 사람이 있어야 꽃이다”는 어머니의 말에 신경림 시인은 “용택이가 시인이 아니고, 너그 어머니가 시인이구만” 하면서 무릎을 쳤다고 한다. 어머니는 또한 베어진 나무의 뿌리와 기둥을 새끼줄로 엮어 생명을 잇고, 뜨거운 물을 마당에 뿌려야 할 땐 흙 속의 벌레들이 눈이 멀까 봐 “눈 감아라. 눈 감아라”라고 속삭이는 분이다. 신간에서 봄처녀로 시집왔다가 어느덧 겨울의 나뭇가지로 늙어가는 노모의 인생을 김 시인은 시와 일기문에 고스란히 담았다. 젊은 시절 그가 오리농사를 망해먹고 무작정 고향을 떠나던 날, 손에 2000원을 쥐여주시며 강가에서 마른 풀잎처럼 울고 계셨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는 평생 잊지 못한다. 빈궁한 살림 속에 평생 호미로 밭을 갈고, 다슬기를 잡아 국을 끓이셨던 어머니의 젖은 다 쪼그라들었다. 할머니의 쪼그라든 젖을 놀리는 손주들에게 어머니는 “니 애비가 다 뜯어 묵고 이만큼 남았다”고 대답하신다. “손이 터서 쓰리면 우리들은 어머니에게 갔다. 어머니는 젖을 꼭 짜서 발라주었다. 젖꼭지 가까이에 손바닥을 대면 쪼르륵쪼르륵 짜주었다. 그 새하얀 젖을 손등에다 발랐다. 그러면 잠깐은 쓰렸지만 손은 금방 보드라워졌다. 어머니의 젖은 또 눈에 티가 들어갔을 때나 눈이 아플 때도 쓰였다. 우리들을 반듯이 뉘어놓고는 어머니가 젖꼭지를 눈 가까이 들이대고 젖을 한 방울 뚝 떨어뜨렸다. 그러면 우리는 얼른 눈을 끔벅끔벅해서 젖이 눈에 고루 퍼지게 했다. 그러면 눈도 역시 보드라워지곤 했다.” ‘둔황’ ‘풍도’ ‘빙벽’ 등을 쓴 일본 작가 이노우에 야스시(1907∼1991)의 ‘내 어머니의 연대기’ 삼부작은 나이가 들어 점차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을 기록했다. 통곡하는 비통함만 슬픔의 표출방식이 아니듯, 노년과 치매, 삶과 죽음의 문제를 담담하게 그려낸 이 자전적 소설에는 조용한 침묵과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낸 아픔이 담겨 있다. 팔순을 넘기고 기억이 사라지는 어머니는 처음엔 같은 말을 반복하시다가, 점차 먼저 돌아간 남편의 존재를 잊고 자신을 돌보는 아들딸마저 하인으로 여긴다. 그리고 어린 시절 양자로 들어왔던 친척 오빠에게 품었던 연정을 고장 난 레코드처럼 반복한다. 작가는 “어머니는 걸어온 긴 인생을 70대, 30대, 10대, 이렇게 걸어온 방향과는 반대로 지우고 있는 듯하다”고 말한다. 부의금 명세를 적어놓은 ‘부의금첩’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밤마다 달빛 속에 배회하는 어머니를 바라보는 가족의 안타까운 시선이 작가의 따스하고 유머러스한 필치로 묘사된다. “나는 스물셋의 젊은 어머니가 아기인 나를 찾아 헤매며 심야의 달빛이 쏟아지는 길을 걷는 그림을 눈 속에 그리고 있었다. 내 눈 속에는 또 하나의 그림이 있었다. 그것은 환갑을 넘은 내가 여든다섯 살의 늙은 어머니를 찾아 같은 길을 걷는 그림이었다. 한 장은 차가운 무언가에 젖어서 빛나고, 다른 한 장에는 무언가 황량함이 찍혀 있었다. 그러나 이 두 장의 그림은 곧 내 눈꺼풀 위에서 겹쳐 한 장이 되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5-05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글로벌 북 카페]디지털 출판의 미래

    매년 4월 영국에서 열리는 런던 도서전은 출판계의 미래를 미리 점쳐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출판인들의 관심을 모으는 행사다. 올해 41회를 맞이한 런던 도서전의 화두는 ‘디지털 출판(Digital publishing)’이었다. 지난 몇 년간 각종 도서전을 장식한 ‘디지털’이라는 단어는 이제 출판계에 친근한 용어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올해의 런던 도서전은 출판사들이 ‘디지털 출판이 앞으로 출판계를 이끌어갈 주축이 될 것’이라고 확언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큰 차이를 보였다. 인터넷 서점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대형 오프라인 서점인 반스앤드노블도 전자책 단말기 ‘누크’를 발표했다. 전자책 시장은 아직까지 출판사 전체 수익의 10% 정도만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도서전을 기점으로 세계 각국의 대형 출판사들은 전자책이 향후 10년을 책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글로벌 출판사인 랜덤하우스의 이언 허드슨 부사장은 랜덤하우스그룹이 영국 내에서만 약 1만 종, 세계적으로는 약 4만 종의 전자책을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전자책 판매 수익이 랜덤하우스그룹 전체 수익의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거대 출판사들뿐이 아니다. 중소 출판사들 또한 앞다퉈 전자책과 애플리케이션을 이미 판매하고 있거나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디지털 출판이 발전함에 따라 저자가 스스로 책을 출간해 판매하는 ‘자가 출판(self-publishing)’도 활성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서전을 방문한 24세의 작가 벤 갤리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에이전트와 편집자를 통해 책을 출간하는 전통적 출판 방식에서 벗어나 전자책 버전으로 직접 아마존에서 책을 판매했다고 소개했다. 그가 들인 비용은 약 50만 원. 그는 아마존을 통해 한 권에 99펜스(약 900원)인 그의 전자책을 5만 권 팔았다. 이 중 35%를 인세로 받는다. 수차례 출판사로부터 원고를 거절당한 스릴러 작가 레이철 애벗도 자신의 첫 작품을 아마존에 1.99파운드(약 3600원)에 내놓았고,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쳐 10만 부를 판매했다. 다양한 전자책 수익 모델은 몇 년째 부진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한국 출판계에도 한 가닥 동아줄을 드리워주는 희망이 아닐까. 특히 영미권의 출판사들은 아시아, 그중에서도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초고속 인터넷 망을 갖춘 한국에서 과연 전자책과 애플리케이션이 어떤 활약을 할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이 한국 출판계의 향후 10년을 책임질 것이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 2012-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문사회]새롭고 낯선 창의적 지식들을 ‘오류’ 취급하는 인터넷

    《 지식의 전성시대다. 막대한 이익을 창출해내는 지식은 인터넷에서 지하자원처럼 채굴된다. 거대한 ‘지식기계’인 구글은 전 세계의 도서관, 박물관을 집어삼키고 있다. 네이버의 ‘지식IN’에는 건강상식부터 버스노선까지 잡다한 지식이 쌓여간다. 현대의 지식세계는 기가(109), 테라(1012), 엑사(1018) 바이트 단위로 생산되고 전달된다. 그런데 현대의 지식은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의 본질은 정보의 신뢰도와 안정성이다. 인터넷에는 잘못된 상식이 판을 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미확인 루머가 사실처럼 떠돌아다닌다. 포털사이트 메인 화면은 연예인 가십이나 ‘××녀’와 같은 자극적인 뉴스들이 장식한다. 정보와 지식시장에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그레셤의 법칙이 재현된다. 》이 책에서는 독일의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전문가 16인이 이 시대의 진정한 지식과 교양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묻는다. 저널리스트들의 취재와 분석을 바탕으로 한 글인 만큼 지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깊이와 대중성을 함께 담아냈다. 지식세계를 이끌어 온 학자와 각국의 도서관과 박물관에 대한 꼼꼼한 각주도 읽는 재미를 더한다. 움베르토 에코는 “인터넷 시대에는 ‘적은 지식’으로 감동시키는 일이 더욱 쉬워졌다”고 지적한다. 예전에는 인류 모두에게 통용되는 보편적 지식과 교양을 추구했다면, 현재의 지식은 자기만족을 위한 개별지식으로 대체되는 형국이다. 지식이 극단적으로 세분함에 따라, 지식은 열정을 더는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독일의 뉴스 시청자 10명 중 9명이 뉴스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구글은 사람들이 정보를 소화하는 방법까지 크게 변화시켰다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구글은 검색 결과의 상위에 ‘다른 페이지로 연결된 링크가 많은 정보’를 보여줌으로써 원하는 문서를 이용자가 찾아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그 결과 구글은 가장 많은 사람이 검색한 대중적인 답을 추천한다. 중요하지만 새로운 것, 낯선 것, 정도에서 벗어난 것은 ‘오류’로 간주한다. 이 때문에 클릭 수가 적은 창의적 지식들은 빛도 못보고 ‘디지털 세계의 묘지’로 사라질 위험이 커졌다. 클라우스 디터 레만 독일도서관장은 “역사적인 배경이 없는 인식은 가치를 상실하기 때문에 매일매일 업데이트되는 정보와 지식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고 말한다. 정보와 사실을 복사(Copy)하고, 붙이기(Paste)하며 수집하는 것은 지식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자기 자신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정보의 자기화, 내면화, 체계화 과정을 거치고 삶에 반영될 수 있어야 진정한 지식이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인터넷이 ‘지식의 민주화’를 가져왔다는 공로에 대해서도 “허위 개념일 뿐”이라고 일침을 날린다. “오늘날 지식의 생산자는 다른 사람의 참여를 허락하지 않는다. 지식은 이익을 창출하는 자본이며, 자본은 보편성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단지 인터넷 지식과의 전쟁선포에 그치지 않는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두뇌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감성지능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후반부에서는 정치, 역사, 자연과학, 경제, 문화, 상식 분야에서 미래를 극복하는 데 어떤 기초적인 지식이 필요한지 각계 전문가들이 소개한다. 트위터 등 SNS를 통해 확산되는 정보와 지식의 메커니즘에 대한 분석을 포함시키지 않은 점은 아쉽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300자 다이제스트]유대인들이 종교보다 더 따르는 생활윤리

    유대인들은 죽은 뒤 하늘나라 법정에서 처음 받게 될 질문이 “너는 사업적인 거래를 정직하게 했느냐?”라는 것이라고 배운다. 종교의식보다 일상생활의 윤리와 신뢰를 더 강조하는 가치체계를 가졌음을 알 수 있다. 유대교 랍비인 저자가 성경과 탈무드, 유대인 문헌에 나타난 유대인들의 삶과 교육의 철학을 종합했다. 만족은 어디서 오는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어떻게 실천하는가, 선행은 어떤 위력을 지니는가, 유혹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 등 다섯 가지 주제를 365일의 일상 형식으로 전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140자로 보는 어린이 책]뼈 外

    뼈(스티브 젱킨스 글·그림·논장)=사람의 팔과 거미원숭이, 두더지, 박쥐의 앞다리는 어떻게 다를까. 코끼리와 황새의 넓적다리는 어떻게 다를까. 우리 몸의 뼈는 어떤 일을 할까. 동물 책 전문작가가 피부 밑에 자리 잡은 동물들의 뼈를 설명해준다. 4세 이상. 1만3000원. 행복 찾은 허수아비(수다시투어 바수 글·그림·알라딘 북스)=옥수수밭을 지키는 허수아비가 자유로워지고 싶어 세상을 향해 떠난다. 다시 돌아왔을 때 옥수수밭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세상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 4세 이상. 8500원. 노야네 목장은 맨날 바빠(조혜란 글·그림·사계절)=우유와 요구르트, 치즈, 버터 같은 유제품이 만들어지기까지 애쓰는 젖소와 목장 사람들의 일과 생활을 보여준다. 부모님의 직업을 소개하는 ‘일과 사람’ 시리즈. 초등 전 학년. 1만1000원. 나의 아름다운 바다(클레어 니볼라 글·그림·봄나무)=바다의 비밀을 밝힌 여성 해양학자 실비아 얼 이야기. 2주 동안 바닷속에서만 산 적도 있고 7000시간 이상을 잠수했던 해양학자가 들려주는 아름다운 바닷속 풍경. 초등 저학년. 1만1000원. 명탐정, 인류무형유산을 찾아라(날개달린연필 글·홍선주 그림·창비)=유네스코가 선정한 인류무형유산을 소개한 어린이 교양서. 명탐정 나지혜가 ‘할아버지 부채의 비밀을 찾아라’는 미션을 해결하기 위해 활약하는 추리소설 형식의 정보책. 초등 고학년. 1만 원.}

    • 2012-04-2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문사회]찬란한 ‘지혜의 寶庫’…‘헉’ 숨소리도 멎는다

    18세기 초,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황제 카를 6세는 세계열강으로 성장해가는 나라의 위상에 걸맞게 유럽 최초의 대형 공공 도서관인 호프비블리오테크(국립도서관)를 설립했다. 그는 도서관에 보관된 합스부르크 왕가의 장서들을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이용하는 사람은 어떤 것도 지불해서는 안 되며, 풍요를 얻고 돌아가야 하며, 자주 들러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청교도들이 세운 나라 미국도 19세기 초부터 신흥 강국의 부와 힘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워싱턴, 보스턴, 뉴욕에 잇따라 세계 최대규모의 도서관과 박물관들을 건립했다. 저자는 오랜 역사와 훌륭한 건축미를 지닌 아름다운 도서관 23곳을 찾아간다. 바로크의 찬란함이 압도하는 비블링겐 수도원 도서관, 르네상스의 보고 피렌체 리카르디 도서관, 괴테의 손길이 남아 있는 바이마르의 안나 아말리아 공작부인 도서관, 스페인 엘에스코리알의 장엄한 왕립 도서관, 보자르 양식의 걸작 뉴욕 공공 도서관…. 만인에게 공개된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수도회에 몸담고 있던 수사들만 들어갈 수 있거나, 황제와 귀족 등 소수 계층에만 개방되던 도서관들도 공개한다. 사진작가 기욤 드 로비에의 컬러사진 200여 컷은 책으로 둘러싸인 도서관이 내뿜는 빛과 향기에 빠져들게 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4-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제경영]흔들리는 슈퍼파워… 혼돈의 글로벌시장… ‘세계정부’가 해답

    2001년 9·11테러,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출현,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2010년 아랍의 민주화 시위, 2011년 일본의 대지진…. 프랑스의 세계적인 석학 자크 아탈리가 꼽은 21세기 세계를 뒤흔든 ‘5대 충격’이다. 그에 의하면 이들 5대 충격이 잇따르면서 세계 유일의 슈퍼파워로서 미국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 확실해졌다. 시장은 글로벌화하고, 기업은 국제화되고, 온라인 네트워크가 인류를 하나로 묶고 있지만 세상은 더 이상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심각한 경제위기는 통제 불능 상태이며, 유럽연합 주요 20개국(G20)과 같은 국제기구들도 무기력함을 보인다.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누가 이 혼란을 극복하고 세계의 중심에 설 것인가. 미래학자인 저자는 이런 초국가적인 위기상황을 ‘체계적 위험’으로 규정하고 금융, 인구, 원자재 부족, 환경 문제 등 체계적 위험의 본질을 규명한다. 그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미국이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하겠지만 쇠퇴는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을 대체할 슈퍼파워로는 중국이 유력한데, 중국은 세계를 지배할 능력도 의사도 없는 것으로 보았다. 중국은 역사상 한 번도 보편적 사명을 가진 적이 없으며, 국내 문제 해결에도 힘이 부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 대신 2030년 헤게모니 지형도는 ‘다중심적인 혼돈’이 될 것이며, 글로벌 거버넌스는 ‘시장의 세계정부’에 자리를 내줄 것으로 저자는 예견했다. 통제력을 갖춘 ‘국가의 세계화’가 없는 ‘시장의 세계화’는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개인의 부채를 점차 늘리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금융거품과 대량실업이 더 자주 발생하고, 인플레이션과 환경 파괴, 원자재 부족, 범죄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시장의 세계화로 인해 기업이 복지국가를 대체하며, 특히 보험회사들이 국민을 보호하는 국가의 역할을 대신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책의 후반부는 ‘세계정부’라는 거대담론으로 발전한다. 국가의 경계를 허물고 지구 전체의 이익을 돌볼 ‘세계적 차원의 정부’ 수립을 제시하는 것. 저자에 따르면 세계정부는 전쟁이 끝난 뒤, 혹은 인류에게 닥칠 심각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구성될 가능성이 크다. 저자는 각각의 국가가 독립적으로 민주적 연방정부를 구성하며, 세계 삼부회와 예산, 경찰, 군대까지 갖추는 방안을 제시한다. 또 “세계정부 구성에 있어 민주주의만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생존을 담보해줄 수 있으며, 법치주의가 없다면 효율적이고 정당한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세계 정부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주체들을 저자는 ‘하이퍼 유목민’이라고 규정했다. 하이퍼 유목민이란 시민운동가, 기자, 철학자, 역사가, 국제공무원, 외교관, 국제주의 운동가, 메세나, SNS의 주체 등 모든 종류의 정보 크리에이터들로 인류의 미래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이퍼 유목민들이 “시장보다 훨씬 큰 초국경적 역동성을 만들어낼 것이고, 세계 공공재를 구현할 것”이라고 저자는 전망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4-2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사회주의자였던 내가, 공자의 ‘無知也’에 빠져 책까지 쓸 줄이야

    《 “저는 젊은 시절 사회주의자였습니다. 예순 살이 넘어 공자의 ‘논어’를 강의하고, 책을 쓰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죠.”16일 전북 장수군 번암면의 깊은 산골마을. 벚꽃, 살구꽃, 개나리, 목련, 진달래가 순서도 없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논어, 사람을 사랑하는 기술’(휴)을 펴낸 이남곡 씨(67)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8년 전이다. 그의 집 뒤쪽 마당에는 장류사업을 하기 위해 그가 담가놓은 된장, 고추장 항아리가 따사로운 햇살을 받고 있었다. 》      “저 앞에 보이는 게 대성산(大聖山)입니다. 큰 성인, 즉 공자를 말하는 것이지요. 이웃 ‘논곡(論谷) 마을’에서는 예전부터 사람들이 주경야독하면서 공자를 읽었다고 합니다. 제가 여기에 정착해서 논어를 강독하게 된 것도 인연인가 봅니다.” 이 씨는 전남 함평에서 태어나 상경해 경기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교사운동을 하다 1979년 남민전(남조선민족해방전선준비위원회) 사건에 연루돼 4년간 복역했다. 1980년대 정토회 법륜 스님의 요청으로 불교사회연구소장을 지내고, 무소유를 표방한 경기 화성 ‘야마기시(山岸) 실현지’ 공동체에서 8년을 살았다. 2004년 아내와 함께 전북 장수에 정착한 뒤론 이웃 주민들과 ‘논어’를 강독하고, 논실마을학교 이사장으로 시골사람들에게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다. ―왜 논어를 읽기 시작했나요. “농촌 사람들과 소통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장수, 전주, 익산 등지에서 귀농자들, 마을 주민들과 2년 동안 함께 읽으며 공부했죠. 처음엔 공자가 봉건제와 군주제, 가부장제의 옹호자라는 생각에서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논어를 다시 읽으면서 왜 그동안 공자 사상의 탁월함, 특히 인간 지성에 대한 태도를 알아보지 못하고 그렇게 비판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는 논어에서 가장 핵심적인 말로 ‘무적무막(無適無莫·군자에겐 옳다고 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하는 것도 따로 없다)’과 ‘무지야(無知也·나는 모른다)’라는 구절을 꼽았다. “배우기를 즐기는 모습, 이것이 공자가 가진 최대의 매력입니다. 그런데 공자의 ‘호학(好學)’은 ‘나는 모른다’에서 출발해 ‘무엇이 진리인가’를 끊임없이 물어가는 과정입니다. 옳고 그름을 쉽게 단정하지 않죠.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진리다’ ‘내 생각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소통과 배움은 불가능합니다. 무지를 인정한다는 것은 먼저 자신의 마음을 열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여 무엇이 진리인가를 자유롭게 찾아갈 수 있는 첫 단계인 셈이죠.” ―공자와 다른 사상을 진보성 면에서 비교한다면…. “2500년이 지난 지금도 사람들이 공자에게 배우려는 것은 아집을 넘어 끝까지 진리를 탐구하려는 정신입니다. 반면 ‘완고한 이념체계’인 마르크스주의는 스스로 과학을 표방했지만 계급성과 당파성에 치우쳐 과학에서 멀어졌습니다. 이른바 ‘당의 무오류성’이란 말은 가장 완고한 종교임을 나타내죠. 북한에서는 개인숭배로 왜곡돼 마침내 3대 세습이라는 시대착오적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 시대 가장 필요한 운동을 꼽는다면 무엇일까요. “공자가 내세운 ‘정명(正名)’을 현대적 용어로 표현한다면 ‘시대정신의 구현을 위한 종합철학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과거의 좌우, 진보-보수 개념의 고정된 시각으로는 지금의 시대적 요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힘듭니다. 이를 위해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인문(人文) 운동’입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꾸준히 지속되는 인문운동의 힘을 믿고 있습니다.”▼이남곡 씨의 인생 역정▼경기고 - 서울대 법학과 나와 남민전 사건으로 4년 복역불교사회연구소장 지내다 무소유 공동체서 8년 생활아내와 전북 장수에 정착해 장류사업하며 인문학 강좌장수=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4-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김용, 세계은행 총재로 공식 선출

    “가능성을 미리 포기해 버리는 냉소주의는 겁쟁이의 마지막 피난처다. 세계에 닥친 어떤 문제 앞에서도 비겁해지지 않고, 겸손함과 진정성을 갖고 낙관적인 정신으로 전진하는 것. 이것은 도덕적 선택이다.”(김용 신임 세계은행 총재·신간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 중) 김용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52)이 제12대 세계은행(WB) 총재로 공식 선출됐다. 세계은행은 16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서 로버트 졸릭 총재의 후임으로 김 총장을 선출하기로 결의했다. 세계은행은 구체적인 득표 결과를 밝히지 않았지만 25인으로 구성된 이사회 투표에서 김 총장은 18표를 얻었고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은 7표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들은 보도했다. 김 총장은 68년 세계은행 역사상 처음으로 공개경쟁을 통해 총재에 올랐으며 첫 비(非)백인 총재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김 신임 총재는 7월 1일부터 5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김 총재는 25일 발간 예정인 ‘무엇이 되기 위해 살지 마라’(알마)에서 자신이 평생 간직해온 ‘마음습관’과 21세기가 원하는 인재상에 대한 생각을 털어놓았다. 저자인 백지연 앵커는 다트머스에서 수차례 김 총재와 만나 진행했던 인터뷰를 정리했다. 김 총재는 이 책에서 “월가의 탐욕으로 상징되는 세계경제의 병폐를 해결하고 인류의 불균형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3M 패러다임’을 오늘의 ‘3E 패러다임’으로 시프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시장(Market)에서 오직 나(Me)의 이익과 돈(Money)만을 좇는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회적 약속(Engagement)과 윤리(Ethics) 감수성을 갖추고 자신의 탁월한 능력(Excellence)을 발휘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성공이란 ‘누군가가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며 “내가 세상을 위해 일을 하기보다는 나의 지위를 지키려고 노력할 때 스스로 이 일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트머스대 학생들에게 늘 “세계의 문제는 곧 나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세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라”고 주문해왔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

    • 2012-04-1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실용기타]팽팽한 경쟁속에 행복이 있다… 달리고 또 달려라

    《 전 세계적인 선거의 해, 정치든 경제든 ‘행복’이 화두다. 그러나 행복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어떻게 하면 행복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각자 답이 다르다. 이번 주에는 경제학자, 심리학자, 종교인 등이 저술한 ‘행복론’에 관한 책이 쏟아졌다. 》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현대적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식인들은 “온 세상이 거대한 하비트레일(햄스터를 키우는 둥근 플라스틱 우리)이 되기 전에 ‘쾌락의 러닝머신’에서 내려오라”고 촉구한다. 경쟁을 그만두고 자연으로 돌아가 ‘느림과 휴식’을 통해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행복의 조건으로 제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저자의 주장은 도발적이다. 그는 “날이 선 채 팽팽한 긴장감 속의 ‘경쟁’이야말로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고 논박한다. 하버드대 교수와 백악관 경제정책 보좌관을 지낸 저자는 베스트셀러 ‘죽은 경제학자들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를 쓴 경제학자다. 책은 우선 ‘능력 있는 고소득자나 자기 사업을 하는 사람들이 왜 더 많이 일을 할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주당 44시간 이상 일하는 사람들 중에는 일반인보다 자영업자의 비율이 29% 더 많다. 비영리단체 근무자보다는 63%나 많다. 저자는 “돈보다는 도전과 경쟁의 스트레스가 도파민(만족감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게 하고, 스스로 삶을 통제할 때 느끼는 성취감이 행복감의 원천”이라고 설명한다. 연금제도가 잘돼 있는 프랑스에서는 60대 남자가 50대 남자보다 80∼90% 일을 덜 한다. 이에 비해 미국에서는 3분의 1가량만 일을 덜 한다. 두 나라 60대 남자의 인지 능력을 비교한 결과 미국인에 비해 프랑스인이 두 배 이상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자는 불황과 우울이란 단어가 영어로 모두 ‘Depression’인 것에 주목한다. 일자리가 줄고, 경기불황이 길어지면 우울, 정신질환, 나치즘과 같은 사회병리 현상이 발생하기 좋은 토양이 마련된다. 실업률이 높아 여가시간이 생기면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사람은 오히려 줄어든다. 저자는 “경쟁 없이 정부 보조금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틴 셀리그먼의 실험에서 나타나는 ‘학습된 무기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경쟁을 혐오하는 21세기형 행복전도사들에 대해선 ‘에덴주의자’라고 비판한다. 저자는 “20세기를 거치면서 자본주의는 새로운 원죄로 자리 잡았다”며 “원죄로 인해 인간이 에덴에서 쫓겨났듯, 자본주의로 인해 인간은 에덴으로 돌아갈 길이 막힌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찾아갔던 월든 호숫가에 가서 휴대전화를 버릴 생각을 진지하게 하기보다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는 경우가 더 많다.” 경쟁과 성취욕이 주는 행복을 버리고 낙원에서 살기엔 인간이 너무 진화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행복전도사들은 개인에게만 쉬어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 전체가 쉬어가라고 처방한다”고 비판한다. “역사상 어느 시점에서 사람들이 ‘그만! 이 정도 발전했으면 됐어’라고 외쳤을까? 기원전 1년이 멈추기 좋은 때였을까? 아니면 1776년 7월 3일? 1964년 시민권 법안 투표 전날? 테디 루스벨트가 우리를 1904년의 생활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게 한 것은 잘한 일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 수도, 소아마비 백신을 개발할 수도, 쉰 살 이상의 수명도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주류 경제학자이면서도 베스트셀러 작가답게 행동경제학, 진화생물학, 뇌과학 이론부터 르네상스 미술, 제너럴 모터스까지 수많은 이론과 일화를 들이대며 논박하는 저자의 입심은 대단하다. 그러나 주제에서 떨어진 과도한 예화 때문에 읽어내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 무엇보다 경쟁이 무조건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저자도 “1994년 올림픽을 앞두고 토냐 하딩이 경쟁자인 낸시 캐리건을 습격하고, 1997년 마이크 타이슨이 에반더 홀리필드의 귀를 물어뜯은 건 올바른 경쟁이 아니다”라며 “경쟁은 규칙이 잘 지켜질 때 신뢰와 협력을 강화시킨다”고 강조한다. ●함께 읽을만한 ‘행복론’비운의 천재가 설파한 행복학◇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W 베란 울프 지음·박광순 옮김524쪽·1만7000원·매일경제신문사“행복해질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하라. 용감하게 싸우면 훌륭하고 멋진 인생이 손이 닿는 곳에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 보라. 싸움을 포기하지 않으면 누구도 지지 않는다.” 20세기 초 알프레트 아들러와 함께 ‘아들러 심리학’을 정립한 저자가 일상에서 행복을 앗아가는 고독, 성, 억압, 사랑, 결혼, 질투심, 허영심, 현실도피 등 온갖 문제를 진단했다. 1900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미국에서 활동했던 저자는 35세의 젊은 나이에 사고로 삶을 마감한 ‘비운의 천재’로 불린다. 그는 전 세계가 대공황을 겪던 1931년 용기를 갖고 걸어가려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책을 펴냈다. 영미권이나 일본 등에서 지금도 꾸준히 팔리는 ‘행복학’의 고전이다. 당신 혼자서 행복할 수 있을까◇당신은 행복한가/달라이 라마, 하워드 커틀러 지음·류시화 옮김456쪽·1만5000원·문학의 숲600만 티베트인의 영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미국의 정신과 의사 하워드 커틀러가 10년 만에 다시 나눈 행복에 대한 토론. 1998년 이들이 처음 만나 나눴던 대화를 담아 ‘행복에 대한 교과서’로 사랑받아 온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의 후속작이다. 달라이 라마는 ‘혼자 행복해도 되는가, 혼자서 행복할 수 있는가’ 하는 새로운 물음을 던진다. 내가 행복을 추구할 때 다른 사람의 행복은 어떻게 되는가. 개인의 행복과 사회 전체의 행복은 어떤 관계인가. 그는 “다른 것에 의존하지 않는 존재는 없다. 나의 행복은 타인에게 달려 있다”고 말한다. 커틀러도 “만일 당신이 행복하다면 당신은 옆집 사람이 행복해질 가능성을 34%까지 높인다”며 “행복은 한 사람의 인간관계 망에서 ‘세 다리까지 건너’ 퍼져나간다”고 설명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4-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인문사회]당신은 정보의 바다서 진주를 건져냈나요

    “콘텐츠가 왕인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큐레이션의 시대다.” 인터넷 시대에 정보는 홍수처럼 흐른다. 블로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카페 등 정보가 공유되는 권역도 점점 세분된다. 정보의 질 자체는 분명 예전보다 높아졌다. 그러나 어디서 정보를 찾을지 깜깜하다. 내가 원하는 정보가 유통되는 경로를 정확히 겨냥해 찾을 수만 있다면, 개인이든 기업이든 엄청난 기회를 쥐는 새로운 세계가 열릴 텐데 말이다. 일본의 정보기술(IT)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전자책의 충격’ ‘신문, 텔레비전의 소멸’ 등을 통해 미디어가 격변하는 사회상을 날카롭게 비평해왔다. 이 책은 지식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시대에, 가치 있고 정제된 정보를 찾는 등대와 같은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는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장소’를 비오톱(biotop)이라고 부른다. 그리스어로 생명을 의미하는 비오스(bios)와 장소를 뜻하는 토포스(topos)를 합친 말로 ‘유기적으로 결합되고 다양한 종의 생물로 구성된 생식(生息·살아 숨쉬는)공간’이란 뜻이다. 매스미디어 시대에 비오톱은 하나의 커다란 공간이었으나 인터넷이 출현하면서 산산조각이 나고 디지털 공간 안과 밖으로 무한대로 뻗어나가게 됐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영화와 음악계는 엄청난 콘텐츠 버블과 쇠퇴를 경험했다. 비디오테이프, CD플레이어, DVD플레이어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의 탄생으로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콘텐츠 유통구조가 생겨났던 것이다. 그러나 세분된 정보유통 구조를 가진 인터넷이 등장하자 음악, 영화산업의 대량소비 모델은 급격히 거품이 꺼졌다. 저자는 “문제는 불법 다운로드가 아니다. 콘텐츠업계는 핀포인트로 특정 분야에 관심이 있을 사람들의 비오톱을 찾아내 그곳에 정보를 전달하는 정밀한 전략을 구사했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대량소비가 사라진 상황에서, 이제 정보는 ‘사람과 사람의 연결’을 통해 전달된다”고 말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인터넷 세계에서는 ‘가치관이나 흥미’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연결된다. 개인도 기업도 하나의 인격체일 뿐이다. 트위터는 ‘자기만의 언어로 말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시되는 세계다. 기업이 공식계정을 통해 무미건조한 공식 코멘트 같은 트윗만 올린다면 손님이 몰리지 않는다. 140자 안에 따뜻한 인간적 존재가 느껴지는 계정에는 수많은 팔로어가 따른다. 그래서 인터넷에서는 ‘정보의 신뢰도’보다 전달하는 ‘사람의 신뢰도’를 찾는 게 빠른 길이다. 큐레이터는 본래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학예사’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 영미권의 웹에서는 인터넷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단편적인 정보에 새로운 맥락과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 있는 정보로 만들어내는 사람도 큐레이터라고 부른다. 트위터에서 다른 사람을 팔로한다는 것은 다른 큐레이터의 ‘관점’을 얻는 것이다. 미술에서의 큐레이션과 다르게 소셜미디어에서의 큐레이션은 무수한 큐레이터와 무수한 맥락에 의해 재구성되기 때문에 신선함을 유지한다. 저자는 “‘내가 찾는 정보’와 ‘다른 사람의 관점’에 의해 주어진 정보가 부딪치면서 ‘세렌디피티(serendipity)’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에서 ‘세렌디피티’란 ‘자신이 찾으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우연히 발견한 행복’이라는 뜻이다. 책 곳곳에는 컴퓨터뿐 아니라 음악 미술 철학에까지 뻗은 저자의 깊은 지식이 드러난다. ‘클라우드(cloud)’와 ‘공유(share)’를 동양의 ‘청빈사상(淸貧思想)’에 비유하고, ‘주객일체(主客一體)’ ‘일기일회(一期一會)’란 말로 인터넷의 댓글 놀이와 상호커뮤니케이션을 설명하는 부분은 감탄할 만하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4-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경제경영]식량위기 뒤에 숨은 거대 자본의 탐욕

    현재 세계는 최악의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 아시아에서만 10억의 인구가 식량 부족으로 기아 상태에 있다. 미래 식량전쟁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나. ‘푸드쇼크’의 저자는 캐나다 토론토의 요크대 교수이자 식량위기를 신선한 시각으로 풀어내는 경제학자다. 그는 지구 한쪽에서는 ‘비만’과 ‘다이어트’가 절실한 화두이고, 반대편에서는 5세 미만 어린이 다섯 명 중 한 명이 5초마다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익’을 최우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자본주의는 인간이 먹을 옥수수를 자동차 연료용 에탄올로 전용하고, 그 대신 대량생산된 정크푸드를 만들어낸다. 이 때문에 건강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고 환경은 무차별적으로 파괴된다. 화학비료 사용과 관개시설의 확대로 인간은 자연을 정복한 듯했으나, 그 결과 토양과 지하수는 오염됐다. 저자는 “현재의 푸드쇼크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존 자본주의’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식량전쟁’은 30년간 고려대 식품공학과 교수를 지낸 뒤 한국식량안보연구재단을 설립한 저자가 식량위기의 미래를 소설 형식으로 그려낸다. 미국의 한 학자가 유전자 재조합기술을 이용해 저온에서 견디는 내냉성 밀종자 개발에 성공한다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캐나다 북부의 한랭초지에서 밀 재배가 가능하게 되면 식량난 해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결국 이 기술을 사장하기로 결정한다. 밀 최대 수출국인 자국의 입김이 약화될 것을 우려한 정치적 결정이었다. 선진국들은 우루과이라운드 같은 국제협약을 통해 후진국들의 식량자급률을 떨어뜨리고 자국에 종속시키는 정책을 쓰고 있다. 종자전쟁도 치열해진다. 저자는 공룡 농업기업이 거대자본을 이용해 각국의 종자를 싹쓸이함으로써 신종 농노제도를 만들고 있다고 경고한다. 2008년 세계곡물파동으로 시작된 식량위기는 결국 중동에 민주화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2012-04-07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