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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해커 조직 ‘킴수키’가 수년간 우리 외교안보 분야 공공기관뿐 아니라 미국 뉴욕에 있는 유엔본부까지 전방위로 해킹해온 사실이 18일 확인돼 미국 연방수사국(FBI)까지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간의 통화록도 뉴욕 유엔본부 측에서 작성된 뒤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과 보안업계 관계자들은 킴수키가 박 대통령과 반 사무총장 간 통화록을 12일 트위터에 공개했을 때 여러 정황을 종합해 해당 문서가 생산된 곳이 청와대 등 국내 기관이 아닌 유엔본부라고 판단했다. 통화록의 내용과 메타데이터(문서의 작성자와 작성 시기 등이 담긴 정보)를 분석한 결과 작성 시간이 뉴욕 기준(지난해 1월 1일 오후 9시 4분)이었고 반 사무총장의 이름이 박 대통령 이름 앞에 기재돼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안 전문가들은 킴수키 계열의 자료 탈취형 악성코드가 유엔본부 관계자의 컴퓨터에 잠복해 있다가 e메일로 통화록을 빼돌린 정황이 있다고 보고 있다. 2013년 6월 유엔본부 해킹 당시 △악성코드의 구조가 킴수키의 중국 창춘(長春) 조직이 사용해온 것과 90% 이상 일치했고 △감염된 컴퓨터의 자료가 전송되도록 지정된 e메일 계정이 킴수키의 것과 유사했으며 △악성코드 제작자 코드명이 2010년경부터 북한의 해킹 공격에 자주 등장한 ‘김송철’이었기 때문이다. 통화록 파일이 만들어진 시기도 유엔본부에 대해 킴수키가 해킹을 시도했던 때와 일치했다. 일각에서는 해커가 반 사무총장의 통화 내용을 도청한 뒤 직접 통화록을 작성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실제로 2011년 5월 북한의 농협 전산망 해킹 땐 서버 관리업체 직원의 좀비PC에서 도청 프로그램이 발견된 바 있다. 다만 이 수법은 킴수키가 주로 사용해온 e메일을 활용한 해킹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킴수키의 원전 협박 사건 이후 보안업계에서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대규모 해킹 공격의 초기 징후를 제때 파악하지 못한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9월 한수원에 발전소 제어망을 납품하는 한 업체가 악성코드 공격을 받았을 때 해당 서버에서는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KPTC) 인터넷주소(IP주소) ‘210.52.***.***’의 접속 흔적이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수원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3개월 후 킴수키는 한수원 임직원 3571명에게 대대적인 악성코드 e메일 공격을 감행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검찰이 지난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원자력발전소 도면 등 한국수력원자력 내부 자료를 공개하며 원전 가동 중단을 요구했던 해커의 배후가 북한이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북한이 원전 제어망 공격에 실패하자 국내 혼란과 갈등을 부추기기 위해 자료를 공개한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17일 원전 해킹이 북한의 해커 조직 ‘킴수키(kimsuky)’의 소행으로 판단된다며 해킹에 사용된 인터넷주소(IP주소)를 강력한 정황 증거로 꼽았다. 합수단 분석 결과 해커가 지난해 12월 15∼23일 5차례에 걸쳐 트위터 등에 한수원 자료 65건을 공개할 때 사용했던 중국 선양(瀋陽)의 IP주소는 과거 킴수키 조직이 사용한 것과 12자리 중 9자리까지 일치했다. 또 우회 접속에 활용된 한 국내 가상사설망(VPN) 업체의 서버에서는 북한 체신성 산하 조선체신회사(KPTC) 등 북한 측 IP주소가 접속한 흔적이 30건 발견됐다. 악성코드의 핵심 기술 ‘셸코드’도 킴수키의 고유 기술과 99.9% 일치했다. 합수단 관계자는 “도둑이 범행 현장에 남긴 발자국이 상습범(북한)의 것과 일치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해커는 지난해 7월경부터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한수원 협력업체들의 e메일을 해킹한 뒤 이들과 연락한 한수원 전현직 임직원의 e메일을 해킹하는 방식으로 첨부파일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수원 퇴직자의 아이디(ID)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임직원 커뮤니티에서 빼돌린 주소록은 지난해 12월 9일 한수원 직원 3571명에게 악성코드 공격을 감행할 때 활용됐다. 합수단은 해커가 이달 12일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통화내용에 대해 “진위와 유출 경위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보안 업계에서는 킴수키 일당 중 일부가 선양 등지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킴수키의 악성코드와 e메일 계정에 자주 등장하는 ‘리송호(RSH)’라는 인물이 중국 사이트에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프리랜서’라고 구직 정보를 올린 흔적도 발견됐다. 리송호의 e메일 계정 중 일부는 북한의 대남 선전 웹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통일부는 17일 “북한의 해킹은 우리 안보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라며 사이버테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한 SK건설의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의 고발 요청에 공정위가 반드시 응하도록 한 ‘의무 고발요청권’ 제도가 2013년 만들어진 후 검찰이 이를 행사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은 앞으로 공정위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경제도)’를 적용해 고발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도 필요하면 고발요청권을 적극 행사할 방침이어서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검찰 수사의 틀이 바뀔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 한동훈)는 2010년 4월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에 입찰하며 경쟁업체와 담합해 투찰률을 조작한 혐의(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로 SK건설에 대해 검찰총장 명의로 고발요청권을 행사했다. 2일 SK건설에 과징금 22억6400만 원과 시정명령만 부과했던 공정위는 검찰의 요청에 따라 12일 SK건설을 고발했다. 현행법상 공정거래법 위반 기업에 대한 고발권은 공정위만 갖고 있어 공정위 고발 없이는 기소할 수 없다. 검찰이 고발요청권을 공식 행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1996년 검찰의 고발요청권 제도가 도입됐지만 활용 사례가 극히 드물었고 2013년 7월 검찰과 감사원 등이 고발을 요청하면 공정위가 의무적으로 이에 응하도록 관련법이 개정된 뒤에도 일선 지검장이나 수사 검사 수준의 비공식적 요청만 있었을 뿐 검찰총장 명의의 공식 고발요청권 행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공정위 조사 결과 새만금 방수제 건설공사 담합에는 SK건설 외에도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 11개 업체가 가담했다. SK건설은 동진3공구(낙찰가 1038억 원)를 따냈고, 현대산업개발과 한라건설은 각각 동진5공구(1056억 원)와 만경5공구(746억 원)를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업체들에 각각 과징금 9억6000만∼34억5800만 원을 부과하고 형사 고발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검찰은 공정위의 과징금 처분 결정 이후 공정위 심의위원회의 의결서를 검토한 결과 SK건설에 대한 기소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거액의 경쟁 입찰에 ‘들러리’ 업체를 끌어들이는 등 담합을 주도했고, 공정위의 조사에 자진 협조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금강 살리기 사업(897억 원) 담합이 적발돼 지난해 11월 공정위의 고발에 따라 결국 기소된 계룡건설과 비교했을 때 SK건설을 기소하지 않는 것은 형평이 맞지 않다는 시각도 작용했다. 현대산업개발 등은 공정위 조사에 자진 협조한 점 등을 고려해 형사 책임을 면했지만, 검찰은 앞으로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리니언시의 혜택을 받은 업체일지라도 불공정 거래 행태의 심각성에 따라 고발을 요청할 방침이다. 올해 신설된 공정거래조세조사부가 공정위의 고발 면제 결정을 전반적으로 검토해 적정성을 따지겠다는 취지다. 검찰의 이런 결정에는 공소시효가 임박해 수사를 의뢰하는 등 공정위의 일부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는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새만금 방수제 담합 사건의 공소시효도 4월 25일로 기소 일정이 촉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불공정 거래 사건은 검찰이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먼저 수사를 진행한 뒤 기소 직전 공정위에 고발을 요청하는 새로운 수사 방식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지난해 12월에 이어 최근 또다시 발생한 한국수력원자력 원전 도면 유출 해킹 사건을 수사 중인 개인정보범죄 정부합동수사단(단장 이정수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은 이번 해킹이 북한 소행으로 보인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이르면 이번 주에 수사 결과를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합수단은 원전 해커가 한수원을 해킹하고 내부 자료를 유포할 때 접속한 인터넷주소(IP주소) ‘175.○○○.○○○.○○○’ 12자리 중 앞 9자리가 북한의 해킹 악성코드 중 하나인 ‘킴수키(kimsuky)’가 사용한 것과 같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이 북한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해당 IP주소 다수는 중국 선양(瀋陽)의 특정 가상사설망(VPN) 업체를 경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양은 과거 북한이 정찰총국 사이버 요원을 대거 파견해 대남 사이버 공격을 벌인 곳이다. 합수단은 중국 당국과 사법 공조를 통해 추적을 하고 있지만 현지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킹 방식도 지난해를 포함해 북한이 국내 언론사와 농협 등 금융기관을 공격할 때 쓴 것과 비슷하며 다양한 코드가 사용됐을 뿐 진전된 해킹 수법도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유출범이 트위터를 통해 밝힌 내용 중 ‘아닌 보살’ ‘통채’ ‘요록’ 등 북한식 표현이 사용된 점, 소니픽처스를 해킹한 조직이 과거 북한 해커들의 코드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고 소니픽처스 해킹 사건과 유사한 시기에 벌어진 점도 북한의 소행임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다. 한편 합수단은 최근 해킹 조직이 트위터로 공개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박근혜 대통령 간의 대화록 내용은 한수원 해킹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수상구조함인 통영함 납품 비리를 수사 중인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58·사진)에게 이번 주 중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소환 통보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통영함 사업의 핵심 의사결정권자였던 황 전 총장까지 소환 조사 방침이 결정되면서 합수단 출범의 단초를 제공한 통영함 비리 수사는 최정점에 이르렀고 ‘이명박 정부’ 당시 비리를 파헤치는 검찰의 사정 기류는 한층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합수단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검찰은 황 전 총장을 통영함 등 방위사업을 추진하면서 자신의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손실을 끼친 혐의(업무상 배임)를 두고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을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2009년 통영함 계약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던 황 전 총장이 수중음파탐지기(소나) 등 탑재 장비 획득 관련 제안요청서 검토 등을 태만하게 한 책임이 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을 한 차례 조사한 뒤 기소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2011년 ‘아덴만의 여명작전’을 진두지휘했던 황 전 총장은 통영함 비리에 연루돼 지난달 물러났다.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사업 중개 과정에서 국방비 500여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는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65)이 자신이 다니는 교회를 돈세탁 창구로 활용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이 회장이 장로를 맡고 있는 서울의 한 교회와 일광그룹 계열사의 핵심 관계자들을 체포해 본격적인 자금 추적에 나섰다. 합수단은 전날 체포한 일광그룹 계열사 솔브레인의 임원 조모 씨(49)를 상대로 EWTS 중개 과정과 중개료 수수 과정을 조사 중이다. 조 씨는 이 회장이 시무장로 겸 건축위원장으로 있는 서울의 한 교회 담임목사의 동생이다. 조 씨는 솔브레인이 터키 하벨산의 EWTS 연구개발 용역을 재하청받는 과정에서 비용을 부풀린 혐의(사기)로 체포됐지만 이 회장과 하벨산 간 중개 과정 전반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11월 이 회장이 하벨산 한국지사장인 K 씨(43·터키인)에게 로비 자금을 건넬 땐 직접 양측 간 의견 조율 창구 역할도 했다. 합수단은 이번 EWTS 관련 비리에서도 표면적으로는 방위사업청과 하벨산이 직접 계약을 맺었지만 이 회장 측이 중간에서 거액의 중개료를 챙기는 과정에서 교회를 자금 세탁 창구로 활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은 11일 이 교회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장부와 무기 거래 관련 서류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이 회장이 다니는 교회를 포함해 이 회장의 자금 흐름을 추적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회장은 2004∼2006년 제2차 불곰사업(러시아에 준 차관을 무기로 돌려받는 사업) 중개료 73억5200만 원을 세탁할 때도 이 교회를 활용한 바 있다. 이 사건으로 이 회장은 구속 기소됐고, 당시 법원은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다”며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합수단은 이날 이 회장을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초점을 맞춰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 회장 측은 “계약금은 방사청 등 군 관계자들이 주도적으로 정했고,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연구개발이 실제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조건희 becom@donga.com·신나리 기자}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전면 수사에 나선 일광공영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중개 비리는 2009년 국방부 검찰단이 내사를 벌이다가 뚜렷한 진전 없이 종결했던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현재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감사단도 EWTS 사업을 비롯한 일광공영과 방위사업청의 사업 진행 전반을 감사 중이라 결과에 따라 합수단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2일 검찰과 방산업계에 따르면 국방부 검찰단은 2009년 무렵 EWTS 등 일광공영의 중개사업과 관련한 군사기밀 유출 의혹 등을 중심으로 내사를 벌였다. 당시 군 고등검찰부장 A 씨의 주도로 내사가 일부 진행됐다. 이에 EWTS 전산시스템 사업자로 선정됐던 SK C&C 측이 “문제의 핵심은 우리가 아니다”라며 사업 개요와 이익 구조 등에 대한 일부 소명 자료까지 제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범죄 혐의가 포착될 개연성이 농후했지만 군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지 않고 내사종결로 사건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A 씨는 고등검찰부장이던 2009년 1∼3월 당시 수사했던 다른 사건에서 “잘 봐주겠다”는 명목으로 군 법무관 출신 변호사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2011년 3월 유죄를 선고받았다. 방산업계는 군 검찰의 내사종결 과정에 일광공영에 포진한 군 출신 고위 임원들의 입김이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합수단의 3개월여에 걸친 수사로 수백억 원대 비리가 드러나면서 이런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당시 면밀한 확인 없이 깔끔하게 내사가 끝난 것을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라며 “수사가 계속 진행됐다면 일광공영도 만만치 않은 ‘진용’을 갖추고 있어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EWTS 사업을 중개하면서 방위사업청을 상대로 500억 원대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12일 오후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66)의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 회장은 5100만 달러 규모 사업비를 9600만 달러로 부풀려 연구개발비 명목으로 4600만 달러(510억 원 상당)를 가로챈 혐의다. 방위사업청은 표면적으로는 사기 혐의 피해자로 돼 있으나 일광공영의 석연찮은 사업 추진을 눈감아준 대가로 뒷돈을 받거나 문서를 위조한 혐의가 포착될 때에는 줄줄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또 합수단은 이 회장과 공모해 대금을 부풀린 혐의로 일광그룹 계열사 솔브레인의 임원 조모 씨(49)를 체포했다. 솔브레인은 이 회장의 아들이 운영하는 업체다. 합수단은 터키 하벨산에서 하청을 받은 SK C&C로부터 연구개발 명목의 재하청을 받은 일진하이테크나 솔브레인 등 일광 계열사들이 사업비만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합수단은 11일 김영한 전 기무사령관이 대표이사로 있는 일광그룹의 연예기획사 일광폴라리스도 압수수색하는 등 이 회장의 두 아들과 군 고위 인사 출신 임원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합수단은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보강 사업 군사기밀을 유출하고, 100억 원대의 EWTS 장비 납품 지연 보상금을 군이 떠안는 데 도움을 준 군 인사를 찾아내는 쪽으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해군 통영함 납품 청탁에 연루됐던 군 출신 로비스트가 300억 원대 해상 초계기 관련 군사 기밀도 빼돌린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국내 방산 업체 부사장인 김모 전 대령(64)과 박모 전 중령(54)을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고 12일 밝혔다. 김 전 대령은 2013년 5월 현역이었던 박 전 중령으로부터 합동참모본부가 도입을 추진 중이던 해상 초계기(S-3급)의 작전운용성능(ROC)과 관련된 군사3급 비밀 문건 1건을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상 초계기는 이지스 구축함 등이 움직일 때 적의 잠수함을 탐지하고 어뢰 공격을 방어하기 위한 핵심 전력으로, 구입 및 개량비용이 1대당 300억 원에 이른다. 박 중령이 넘긴 문건에는 해상 초계기에 탑재될 무기와 생존 장비 등 주요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었다. 합수단은 전역을 앞두고 있었던 박 전 중령이 향후 취업에 도움을 받을 목적으로 김 전 대령에게 기밀 문건을 넘겼다고 보고 있다. 김 전 대령은 2009~2013년 O사에 통영함 및 소해함의 고정음파탐지기(HMS) 납품을 알선하는 대가로 4억3200만 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로 지난해 11월 구속기소됐다.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 및 납품을 중개한 혐의로 지난달 구속기소된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2)과는 해군사관학교 29기 동기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11일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도입 비리와 관련해 무기 중개업체 일광공영 이규태 회장(체포·사진)을 정조준하면서 방산업계와 군 주변에서 끊이지 않던 이 회사 관련 의혹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합수단은 이날 이 회장의 체포영장에 연구개발비를 부풀려 방위사업청에서 약 5000만 달러(약 560억 원)를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를 적시했다. 합수단은 이미 일광공영 측이 연구개발 용역을 주기로 했던 SK C&C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상당한 증거를 확보했으며, 일광공영이 자금을 받아낸 뒤 제대로 된 연구개발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공군에 납품된 EWTS가 군 작전 요구 성능(ROC)에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의혹은 이미 2009년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제기됐다. 새누리당 김영우 위원은 당시 “탈세와 비자금 조성 혐의로 일광공영이 수사를 받고 있는데 어떻게 올해 초 1000억 원대가 넘는 수의계약을 중개하고 추가로 3건을 입찰 중에 있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당시 일광공영은 ‘불곰사업’(옛 소련에 제공한 경협 차관 일부를 러시아제 무기로 상환받은 사업)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다. 당시 변무근 방위사업청장은 “무기중개상과 전력화는 별개”라고 답했고, 송모 방위사업청 계약관리본부장은 “터키 하벨산과 일광공영이 독점적 계약관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자 김 위원은 “2001년 국정감사에서도 군납 실적이 3억 원에 불과하던 일광공영이 3000억 원의 대형 무기사업 판매권자로 나선 것을 놓고 ‘정부와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합수단은 이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정관계 로비 의혹도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안팎에선 전 기무사령관 A 씨가 퇴임 후 일광공영 계열사 대표를 지냈고, 방사청 사업부장을 지낸 예비역 준장 권모 씨가 일광공영 자회사 고문을 맡고 있는 점 때문에 군 고위층과의 유착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또 과거 정권의 청와대 안보책임자 이름도 거론된다. 다만 일광공영이 압수수색에 치밀히 대비해 온 것으로 알려져 정관계 로비 의혹 수사는 여의치 않을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합수단은 군단급 정찰용 무인기(UAV) 능력 보강 사업의 중개를 맡았던 일광공영이 관련 군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검찰이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실패 논란과 관련된 고발사건들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 임관혁)에 재배당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당초 자원외교 사건들은 일반 형사·재산범죄를 수사하는 형사6부와 조사1부 등에 흩어져 있었지만 권력형 비리와 대기업 범죄를 수사하는 특수부로 모은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자원외교를 추진하는 과정에 뒷돈이 오간 리베이트 정황이 있거나 정관계 로비 첩보가 있어서 특수부로 사건을 넘긴 건 아니다”라며 “정치적 논란이 있는 사건은 특수부에서 집약해 신속히 처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또 4월 7일까지 국회에서 진행되는 자원외교 국정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수사 의뢰나 고발사건이 들어오면 모두 특수1부로 배당한다는 방침도 정했다. 재배당된 사건은 캐나다 하비스트사 인수 과정에서 회사에 1조3300여억 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업무상 배임)로 한국석유공사 강영원 전 사장을 감사원이 고발한 사건과 정의당이 자메이카 전력공사에 지분투자를 결정한 이길구 전 한국동서발전 사장을 800억 원대 배임 혐의로 고발한 사건 등이다.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석유공사의 전·현직 사장 6명뿐 아니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당시 지식경제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당시 지경부 자원개발정책관) 등 정책 책임자들을 고발한 사건도 있다. 검찰은 “정관계 로비 정황이나 첩보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특수부가 자원외교 관련 수사에 투입된 것은 전(前)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해석이 많다.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방위사업 비리로 구속된 현역 군인은 80%가 풀려났지만 민간인이 풀려난 비율은 0%다. 현역 군인을 사법 처리하는 군 당국이 과도하게 ‘제 식구 감싸기’에 나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9일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구속된 군인 5명 중 4명이 군사법원에서 보석이나 구속적부심을 통해 풀려났다. 반면 예비역 군인을 포함한 민간인 17명은 합수단에 구속된 이후 풀려난 사례가 없다. 2011, 2012년 해군 통영함 소해함과 관련해 납품업체에서 수천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지난해 12월 구속 기소된 황모 대령(54)과 최모 중령(48)은 올해 1, 2월 각각 보석으로 석방됐다. 하지만 이들에게 뒷돈을 건넨 업체 이사 김모 씨(39)의 보석 청구는 민간 법원에서 기각됐다. 군 야전상의 납품 물량을 고교 후배 업체에 몰아준 혐의로 1월 19일 구속 기소된 육군 김모 대령(49)도 지난달 6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불량 방탄복 납품 비리에 연루된 박모 중령은 구속 열흘 만에 풀려났다. 군사법원이 보석을 불허한 현역 군인은 박 중령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모 대령뿐이다. 합수단 안팎에서는 “방위사업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선 현역 군인 수사가 필수적인데 ‘공범을 밝힐 수 있는 증거를 인멸하라’며 봐주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방부는 9일 “피고인들이 범죄 사실을 모두 자백해 적법하게 석방했으며 비리를 발본색원한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해명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통영함엔 성능 미달 음파탐지기, 전투기엔 중고부품, 방탄복은 북한군 소총에 뚫려….’ 지난해 11월 공식 출범한 방위사업 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100여 일에 걸친 수사로 확인한 국군의 맨얼굴이다. 합수단은 출범 107일을 맞은 8일까지 6건의 방산 비리 수사에서 총 23명을 기소하고 36명을 추가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비리는 군함 건조부터 전투기 정비, 방산물자 납품까지 육해공을 가리지 않았다. ○ 해군, 1700억 원대 사업 비리 “쑥대밭” 방위사업 비리 수사의 단초를 제공한 해군은 직격탄을 맞았다. 합수단 수사로 드러난 사업 비리 규모 1981억 원 중 해군이 1707억 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금까지 예비역 장성 6명이 구속되거나 기소됐는데, 5명이 해군 장성 출신이다. 특히 정옥근 전 해군참모총장(62)은 재임 중이던 2008년 차기 호위함 등의 수주 및 납품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STX조선해양과 STX엔진 등에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고 아들 회사로 7억7000만 원을 건네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예편 후 STX그룹 고문 등으로 활동하던 윤연 전 해군작전사령관(예비역 중장)은 정 전 총장과 STX 사이에서 ‘메신저’ 역할을 했다. 방위사업 비리 수사를 촉발한 해군 통영함 소해함 사건으로는 현재까지 7명이 기소되고 추가로 2명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통영함 소해함 사건은 납품업체의 입찰 단계부터 사실상 최종 선정 단계인 시험평가까지 전 과정이 뇌물로 얼룩졌다. 방산업체 H사 대표로부터 뒷돈을 받은 예비역 장교들이 방사청 소속 군인들에게 줄을 대고, 방사청 간부들은 H사가 입찰에 유리하도록 공문서를 조작했다. H사 대표에게 뇌물을 받은 해군 대령이 장비 시험평가 결과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기도 했다. 이후 진행될 통영함 수사의 최정점은 방사청 함정사업부장으로 통영함 사업을 총괄했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의 사법처리 여부다. 합수단은 황 전 총장의 연루 여부를 전방위로 수사하고 있으며, 혐의가 드러나면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후배가 조종할 전투기에 중고부품 끼워넣어 합수단은 전투기 정비업체 블루니어 비리 사건을 전면 재수사하면서 2년 6개월가량 도주 행각을 이어오던 이 업체 대표 박모 씨(53·공군 부사관 출신)를 체포하고 243억 원대 비리 전모를 밝혀냈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자 공군참모차장을 지낸 천기광 씨는 회장 직함을 갖고 활동하면서 F-4 전투기와 KF-16 전투기 부품 정비 비리에 가담했다. 검찰 관계자는 “공군 조종사 후배들이 탈 전투기에 중고부품이 들어가는 일을 도운 셈”이라고 말했다. 합수단은 특전사에 ‘북한군 소총에 뚫리는’ 방탄복이 지급된 경위도 수사했다. 납품업체인 S사의 ‘다기능 방탄조끼 부대시험결과’가 허위 작성된 혐의를 포착해 현역 육군대령 전모 씨를 구속 기소했다. 합수단의 다음 수사는 방위사업 비리가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과 정관계 로비 의혹 쪽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군 내부에서의 평가 과정도 중점 수사 대상이다. 다만 군의 뿌리 깊은 비밀주의 탓에 방산 비리의 핵심인 로비 의혹까지 규명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장관석 jks@donga.com·조건희 기자}
군법무관 시절 군 내 의문사 사건 진상 규명에 관여했던 변호사가 전역 후 관련 소송을 부당 수임한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출신 변호사들에서 시작된 과거사 관련 소송 부당 수임 사건 수사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등 다른 관련 위원회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4부(부장 배종혁)는 2007∼2008년 군 의문사위 파견 시절 취급했던 의문사 진상 규명 사건과 관련해 2012년부터 최근까지 국가 상대 민사·행정소송을 수임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A 변호사를 수사 중이다. 검찰은 A 변호사가 군 의문사위 재직 당시 피해자들을 구제한 뒤 전역 후 변호사로 개업해 이들 중 일부의 손해배상 청구 및 국가유공자 등록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대리하고 수백만 원을 받은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선임병들의 욕설과 구타에 시달리다 1988년 2월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모 일병(당시 22세) 유가족의 억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들여다보고 있다. 당초 군은 김 일병의 사망 원인을 ‘저학력과 빈곤을 비관한 자살’로 분류했지만 군 의문사위는 2008년 3월 재조사에 착수해 이듬해 10월 ‘가혹 행위에 따른 적응장애’로 결론 냈다. 이에 따라 유가족은 2012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가액 1억9000만 원)을 냈고, A 변호사는 이 사건을 직접 맡아 1, 2심에서 40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지난달 5일 상고심에서 패했다. 검찰은 A 변호사가 해당 사건의 재조사를 결정하는 데 관여했다면 변호사법상 수임 제한 조항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A 변호사가 국가유공자 관련법을 개정하는 과정에 자문보고서를 제출하고 세미나를 여는 등 적극 참여한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김 일병처럼 군 복무 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장병도 국가유공자로 인정할 수 있도록 2011년 9월 관련법이 개정된 뒤 A 변호사는 이와 관련된 소송을 여러 건 수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검찰은 A 변호사가 관련 소송으로 받은 수임료가 과거사위·의문사위 사건을 부당 수임한 의혹으로 수사 중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 6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르면 다음 주 중 민변 소속 김준곤 변호사(60) 등을 소환해 과거사 관련 사건 부당 수임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이동통신사가 수사기관 등의 요청에 따라 가입자 개인 식별정보(통신자료)를 제공하던 관행이 잇따라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면서 법 개정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법원의 영장을 발부받아 자료를 제공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국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수사기관이 법원의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제공받고 있거나 이통사가 제공하지 않을 경우 처벌까지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은 2013년 5월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인정보 보호권을 침해한다”며 개인정보도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아 제공받도록 하는 내용의 관련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후 같은 당 정청래 의원 등도 비슷한 취지의 개정안을 발의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하지만 당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가 내놓은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통화 기록(통신사실 확인 자료)이 아닌 단순 가입자 정보인 통신자료에 ‘영장주의’를 채택한 국가는 찾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과 독일 등은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은 가입자의 신원 정보뿐 아니라 접속 시간과 이용료를 결제한 신용카드 및 계좌의 번호 등까지도 영장 없이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통신사실 확인 자료까지 수사기관 내부 결재만으로도 제공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이통사의 자료 제출 협조를 의무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이통사가 자료 제공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면 3개월 이하의 징역이나 3만 유로(약 3700만 원) 이하의 벌금 처벌 조항까지 두고 있다. 국내 관련 법에는 “이통사가 수사기관의 요구에 협조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돼 있어 이통사의 자료 제출 중단 논란이 불거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캐나다도 영장 없이 통신자료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지난해 6월 대법원이 한 형사재판에서 ‘영장 없이 제공받은 피고인의 통신자료는 위헌 소지가 있다’며 해당 증거를 인정하지 않는 판결을 내려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이통사들이 수사기관에 가입자의 개인 식별 정보를 더는 제공하지 않을 움직임을 보이자 발단이 된 모호한 관련 법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보기술(IT)의 발달에 따라 범행 수법이 다양해지고 수사 환경도 급변하고 있지만 관련 법은 이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도마에 오른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를 고쳐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국회도 동의하고 있다. 현실에선 강제 수사나 다름없으면서도 이 법에 “수사기관이 통신 자료를 요구하면 사업자가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해 마치 이통사에 재량권을 준 것처럼 돼 있어 이통사와 수사기관 양측 모두를 곤란하게 만든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옛 정보통신부 차관 출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변재일 의원 등은 통신 자료도 영장을 통해 수사기관이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영장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은 테러와 납치 등 신속한 수사를 필요로 하는 범죄나 간첩을 잡는 대공 수사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 때문에 “수사기관의 요구에 통신사가 따르도록 의무화하자”는 대안도 나오고 있지만 아직 논의에 진전이 없다. 이번 기회에 지난해 ‘카카오톡 통신 제한 조치(감청) 영장 거부 논란’을 촉발시켰던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까지 한꺼번에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비법에 따르면 통신사업자는 수사기관의 감청영장 집행에 협조할 의무가 있지만 어떻게 협조해야 하는지, 협조하지 않으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에 대한 조항이 없다. 이 때문에 다음카카오 측은 이를 근거로 지난해 10월 7일부터 감청영장 집행에 불응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서상기 의원은 “통신사업자가 반드시 감청 설비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이를 따르지 않는 사업자에게 연 20억 원까지 이행강제금을 물려야 한다”는 내용의 통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부분의 범죄가 휴대전화를 매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독일은 각각 1994년, 1996년에 사업자의 감청 설비 설치를 의무화한 법을 시행하고 있는 반면 한국은 무방비 상태이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검찰과 경찰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검거에 실패한 것도 휴대전화 감청이 불가능한 현실 때문이라는 것이다. 국회 미래위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에선 관련 법안들을 놓고 “국가에 의한 개인 사생활 침해가 우려된다”라는 야당 측 주장과 “수사기관에 대한 다양한 통제 장치를 두면 된다”는 여당 측 반박으로 수년째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그동안 수사기관 요청에 임의로 응해 왔던 ‘통신자료’ 제출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한 것으로 2일 알려졌다. 통신자료란 휴대전화 번호나 가입자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정보로 법원이 발부한 영장 없이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등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이통사가 관련법에 따라 임의로 제공해 왔다. 2013년 제공 건수는 휴대전화만 760만 건, 유선전화 인터넷 사이트까지 합치면 950만 건에 이른다. 검찰 핵심 관계자는 “최근 이통사 내부에서 법원 판결에 따른 엄청난 배상액을 떠안으면서 계속해서 수사기관에 통신자료를 제출하기는 어렵지 않으냐는 기류가 있다”면서 “통신자료는 수사 기초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통사들이 협조를 전면 중단하면 ‘수사 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통 3사는 최근 법무담당자 모임을 갖고 “막대한 배상을 감수하면서까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제출 요청에 응하기는 어렵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사들의 통신자료 제공 중단 움직임은 최근의 법원 판결 때문이다. 서모 씨 등 3명이 “수사기관이 내 정보를 받아갔는지 이통사가 알려주지 않는다”며 이통 3사를 상대로 낸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서 서울고법은 1월 19일 “이통사들은 수사기관의 정보 열람 여부를 알려주고 위자료 20만∼3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 판결 직후 이통사들은 수사기관에 자료 제출을 일부 중단하는 한편 가입자가 문의하면 개인정보의 수사기관 제공 여부를 알려주고 있다. 특히 2012년엔 네이버(옛 NHN)가 네이버 카페에 동영상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된 사람의 개인정보를 경찰에 제공한 사건에서, 서울고법은 네이버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며 5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에서 이 판결이 확정되면 이통 3사는 최대 4조 원(760만 건×50만 원)에 가까운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서 씨 등과 함께 소송을 이끈 참여연대는 이통사들을 상대로 소송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을 놓고 국회에는 통신자료도 법원의 영장에 의해 제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그러나 수사기관들은 “유괴, 살인 등 긴급한 범죄나 공안, 특별수사 등 수사 전반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법과 현실 사이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라며 “현실에 맞는 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최우열 dnsp@donga.com·조건희 기자}

“변호사 업계는 지금 유례없는 초(超)경쟁 환경에 놓여있지만 축적된 역량을 입법지원 등 전문분야에 집중한다면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법무법인 ‘바른’의 경영 대표 변호사로 취임한 이원일 대표(56·사법연수원 14기)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포부를 밝혔다. 이 대표는 2009년 서울고법 부장판사에서 퇴직한 뒤 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과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등으로 활동해 왔다. 이 대표는 급증하는 신규 변호사들과 내년으로 닥친 법률시장 완전 개방을 앞두고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은 업계의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위기 극복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입법지원팀이 ‘판’을 바꾼다 바른의 전통적인 강점은 송무(訟務)다. 최근 4년간 바른이 수임한 대법원 상고심 725건 중 파기 사건은 94건(13%)이다. 대법원 전체 사건 중 파기 비율이 평균 5%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수치다. 이 대표는 “오랜 기간 실무를 경험한 판사 검사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포진한 덕”이라고 자평했다. 여기에 이 대표가 올해 새로 내세우는 분야가 입법지원이다. 이 대표는 그간 바른 내에서 개별적으로 수행해온 관련 업무를 모아 올해 ‘입법지원팀’을 출범시켰다. 입법지원은 의뢰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정부의 유권해석을 받아 내고, 더 나아가 불합리한 법령의 개정과 폐지를 유도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에는 로펌들이 민사 형사 사건을 자문하거나 수임하는 수동적인 역할에 그쳤다면 관련 법령의 개정을 이끌어 ‘판’ 자체를 바꾸는 입법지원은 보다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새로운 분야다. 입법 과정에서 위헌 시비를 차단하고 잠재적 분쟁 요소를 걸러내는 것은 법률 전문가 집단인 로펌이 가장 잘하는 분야라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바른의 입법지원팀에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 20여 명이 전면 배치됐다.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끝으로 바른에서 활동해온 박철 변호사(57·14기)가 팀장을 맡았고, 대검찰청 차장 출신인 문성우(58·11기), 서울동부지검장을 지낸 한명관(55·15기),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정인진(61·7기) 김치중(59·10기) 변호사 등이 입법지원팀에 포진해 있다. 당장 입법 업무에 투입돼도 손색이 없는 진용이다. 이 대표는 정부의 정책을 면밀히 읽은 덕에 이렇게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법제처는 2011년부터 정부의 입법안과 관련해 외국 입법례 등을 로펌에 자문해 위헌 소지를 줄이고 법안의 완성도를 높이는 ‘사전 법적 지원제도’를 시행해왔다. 이 대표는 “입법지원팀은 정책 흐름에 발맞춰 관련 법안 개정 지원뿐 아니라 의뢰인이 법률 분쟁에 휘말리지 않게 사전 예방하는 데까지 폭넓게 활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세-공정거래 맨 파워 보강 이 대표는 조세와 공정거래 분야도 국내 최고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뜻을 밝혔다. 바른은 지난해부터 사정당국의 엄격한 조세 수사에 대응해 국내 로펌 중 유일하게 조세와 형사사건을 통합한 조세수사팀을 운영하고 있다. 사정당국 안팎에서는 검찰이 지난해 모뉴엘과 코린도그룹 등의 역외탈세를 수사한 데 이어 올해에도 지하경제 양성화라는 목표하에 관련 수사에 집중할 거란 예측이 많다. ‘선박왕’ 권혁 시도상선 회장의 소득세 취소와 삼성엔지니어링의 관세 부과 처분 등 굵직한 조세 관련 사건을 수임하거나 자문해온 이 대표도 조세수사팀의 일원이다. 여기에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인 김상철(55·14기), 서울행정법원 출신인 최주영(47·22기) 정기돈(55·19기) 변호사 등 관련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변호사들이 포진해 있다. 주로 대형 과징금 소송을 담당하는 공정거래팀도 바른의 핵심 역량 중 하나다.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소송에서 패소해 기업들에 되돌려주게 된 과징금이 5000억 원대로 알려지면서 전문성 높은 구성원을 전진 배치한 상태다. 각각 공정위 상임위원과 심판관리관을 지낸 장용석(52·16기) 김은미(54·23기) 변호사 등이 그 예다. 이 대표는 경력 변호사뿐 아니라 가능성 있는 신입 변호사도 적극적으로 선발하고 육성해 주력 분야에 인력을 더욱 보강할 계획이다. 바른은 신입 변호사를 채용할 때 면접뿐 아니라 필기시험과 토론을 평가에 반영한다. 면접의 비중이 높은 타 로펌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 대표는 “학벌과 인맥이 아닌 진짜 실력을 평가하기 위한 보완책”이라고 자평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올해에도 신입 변호사 20여 명을 충원했다.“유능한 구성원들 사회에 다시 환원” 이 대표는 법조 일원화 제도의 정착을 돕기 위해 소속 변호사들을 다시 판사 검사 교수 등으로 환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소속 변호사들이 바른에서 실력을 키우고 인성을 쌓은 뒤 법조계 각 분야로 재진출하는 것을 장려하겠다는 의미다. 법조 일원화는 전면 시행 시기와 방식을 두고 아직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국민적인 합의하에 도입된 만큼 로펌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지론이다. 이 대표는 “업계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지만 새로 개척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다지고 ‘법조삼륜의 한 축을 대표한다’는 로펌의 본분을 지켜나가며 의뢰인의 눈높이에 맞추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원일 바른 대표는▼-경북 칠곡 출생 -경북고, 서울대 법대 졸업-사법시험 24회 합격-서울고법 부장판사-국민권익위원회 비상임위원-경찰청 집회시위자문위원장-KBO 야구발전위원-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정윤회 동향’ 등 청와대 문건을 허위로 작성했던 박관천 경정(49·수감 중)이 과거 룸살롱 업주로부터 금괴 등 억대 뇌물을 받고 동료 경찰의 추문도 꾸며내 보고했다.” 검찰이 박 경정을 유흥업소 업주에게서 사건 청탁과 함께 금괴와 현금 등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추가 기소하자 법조계 안팎에서는 “문건 사건과 관련 없는 혐의를 어떻게 밝혀냈느냐”는 궁금증이 터져 나왔다. 검찰이 ‘박 경정 뇌물 사건’의 첩보를 처음 입수한 것은 2012년 말. 당시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43·수감 중)와 경찰 간 유착 관계를 수사하던 검찰은 이 씨 측에서 “유흥업계의 경쟁자인 오모 씨(48)가 자신의 업소를 수사한 경찰에게 복수하기 위해 박 경정에게 뇌물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당시 뇌물공여 혐의 공소시효(7년)가 남아 있어 오 씨는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고 한다. 묻힐 뻔했던 사건은 지난해 말 검찰이 박 경정에게 청와대 문건 작성과 유출을 지시한 윗선을 추궁하기 위한 ‘카드’를 찾는 과정에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때마침 오 씨의 공소시효도 5개월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2년 전과 달리 검찰 조사에 순순히 응한 오 씨 측은 금품을 건넨 사실을 모두 시인했다. 박 경정은 국무총리실 파견 근무 중이던 2007년 오 씨에게서 1kg짜리 금괴(개당 2000만 원 상당) 6개와 현금 5000만 원을 받은 뒤 “(오 씨 업소를 수사한) 오모 경위에 대한 비리 첩보를 생산해 경찰 수사가 이뤄지도록 하겠다. 유흥업소에 대한 세무조사도 막아주겠다”고 장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내사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은 오 경위는 “박 경정이 오 씨와 공모해 소설 같은 황당한 얘기를 첩보 형식으로 내려보내 표적 수사가 시작됐다”며 억울한 심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 경정의 대여금고에서 1kg짜리 금괴 11개를 압수했다. 그중 5개는 오 씨가 진술한 것과 모양이 일치했다. 결정적 증거였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심재철)는 박 경정의 대여금고에서 추가로 발견된 나머지 금괴 6개의 출처도 조사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법무부가 설 연휴 직전 검찰 인사를 마무리한 뒤 ‘TK(대구·경북) 독식 인사’ ‘우병우(대통령민정수석) 라인 전진배치’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청와대와 법무부, 검찰 지휘부는 왜곡 과장된 지적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 TK가 요직 독식? ‘TK 요직 독식’ 비판은 먼저 김수남 대검찰청 차장과 박성재 서울중앙지검장이 TK 출신이라는 점에서 비롯됐다. 검찰 지휘부의 핵심 요직에 TK 출신을 앉힌 데는 청와대의 ‘검찰 장악 의도’가 배어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박 지검장 기용과 그에 따라 김 차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서 대검 차장으로 이동한 것은 PK(부산·경남) 출신인 김진태 검찰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와 청와대의 기류와 달리, 김 총장이 과거 두 차례 박 지검장과 함께 근무한 인연 등을 바탕으로 박 지검장 기용을 선택했다는 후문이다. TK 독식론은 박근혜 정부 2년간 재직한 민정수석 4명 중 3명이 모두 TK 출신이라는 점과, 직전 민정수석실 소속 비서관 4명이 모두 TK로 채워진 데서도 더욱 증폭됐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 인사에선 비서관 2명은 TK, 2명은 비(非)TK 출신으로 바뀌었다. 이번 검찰 인사 때 검사장 승진자 9명 중에서도 TK 출신은 노승권 대구고검 차장 1명뿐이다. 반면 서울과 호남 출신이 각 3명이고, 강원 경남 출신이 각 1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검사장 승진 후보군의 지역 분포가 호남 30%, TK 15% 정도여서 원천적으로 TK 독식 인사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또 동기 중 선두그룹들이 진출하는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27명 중 TK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반면 수도권 출신이 8명, PK 출신이 6명, 호남 출신이 5명이다. ○ ‘우병우 라인’은 희비 엇갈려 ‘우병우 민정수석 라인’이 약진했다는 비판은 최윤수 대검 반부패부 선임연구관이 주요 특별수사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상준 대검 수사지휘 과장(옛 중수부 과장)이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2부장으로 이동한 것을 두고 나오는 얘기다. 최 차장과 우 수석이 서울대 법대 84학번 동기, 우 수석이 대구지검 특수부장 때 조 부장이 소속 검사였다는 게 주요 근거다. 그러나 특별수사통 검사들은 이 인사를 두고 수긍하는 분위기가 더 많다. 서울중앙지검 3차장 자리를 놓고 최 차장과 막판까지 경합했던 권익환 성남지청장은 과거 대구지검 특수부에서 우 수석과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등 우 수석과의 관계가 최 차장 못지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도 낙점을 받지 못했다. 게다가 과거 검찰의 대형 특별수사를 지휘하던 대검 중앙수사부 수사기획관이나 중수부 과장이 특별수사부를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나 특수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공식처럼 정해진 인사였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장이던 이창수 검사가 법무부로 발령 난 것을 두고 청와대 파견 검사의 원대 복귀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서도 법무부 관계자는 “외부인사가 참여한 검찰 인사위원회에서 청와대 파견 검사를 곧바로 일선 지검으로 발령 내는 것보다 일정 기간 법무부 근무 뒤 일선으로 배치하는 게 좋겠다고 권고한 데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기자}
‘정윤회 동향’ 등 청와대 문건을 유출해 구속기소 된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이 과거 룸살롱 업주로부터 금괴 등을 받고 동료 경찰의 추문을 꾸며내 보고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가 드러나 24일 추가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강해운)에 따르면 박 경정은 국무총리실 조사심의관실에서 재직하던 2007년 룸살롱 업주 오모 씨에게서 자신이 운영하는 성매매업소를 적발한 A 경위를 좌천시켜달라는 청탁과 함께 1㎏ 금괴(2000만 원 상당) 6개와 현금 5000만 원 등 1억7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챙겼다. 이에 따라 박 경정은 “A 경위가 ‘룸살롱 황제’ 이경백 씨(43·수감 중)와 가깝게 지낸다”는 내용의 첩보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해 보고했고, 경찰청은 A 경위를 7개월가량 내사한 뒤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이달 초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 경정이 오 씨가 건넨 금괴 외에도 금괴 6개를 추가로 자신의 시중은행 금고에 보관 중인 사실을 파악하고 출처를 조사 중이다.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