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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은 젊을 때 은행에 넣어놨다가 은퇴해서 받는 내 돈이다?”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주면 청년실업률이 높아진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정치사회학자인 김윤태 교수(고려대)가 복지국가 정책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대선을 앞둔 지금 복지국가 정책 논의를 심화하겠다는 의도로 대담집을 출간했다. 두 사람은 복지국가 정책이 국민의 안정적인 삶을 방해하는 다섯 가지 불안(보육, 교육, 의료, 일자리, 주거, 노후 문제)을 해소하는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과제에 집중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프리랜서는 최고경영자(CEO)이면서 상사이고, 동시에 부하이기도 하다. 성실함과 책임감이 없으면 당장 ‘밥줄’이 끊긴다. 프리랜서에겐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다. 직장에서도 프리랜서처럼 일한다면 어디서든 성공할 수 있다. 여성동아 장편소설 당선자이자 20년간 프리랜서 기획자, 편집자 등으로 일한 저자가 총정리한 프리랜서 인생 노하우다. 그는 “프리랜서에겐 연습이 없다. 프리랜서는 거절하면 안 된다. 프리랜서는 어떤 사람과도 일할 수 있도록 원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여름휴가 때 제주 섭지코지 언덕 위에 새로 개장한 아쿠아플라넷(제주해양과학관)을 구경했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어류인 고래상어 두 마리를 그곳에서 보았다. 그레이 블루 빛깔의 등줄기 위에 뿌려진 하얀 점들, 볼 양쪽에 찢어진 5개의 아가미, 주변을 따라다니던 빨판상어들…. 그 늠름하고 우아한 아름다움에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휴가지에서 돌아온 후 나흘 만에 비극적인 소식을 들었다. 아쿠아플라넷 제주에 전시돼 있던 고래상어 중 한 마리가 폐사했다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의 최후 모습을 본 듯 한동안 마음이 허전했다. 아이들도 휴대전화로 직접 찍은 고래상어의 사진을 보며 이 소식을 믿을 수 없어 했다. ‘상냥한 거인’으로 불리는 고래상어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데다 아름다운 모습 때문에도 인기가 높다. 케냐에서는 ‘신이 고래상어의 등에 실링 동전을 뿌려 놓은 것 같다’는 의미에서 ‘파파실링기’라고 부르고, 마다가스카르에서는 ‘등에 별이 가득 찬 듯이 보인다’는 뜻에서 ‘마로킨타나’(많은 별)라는 이름이 붙었다. 기후 변화와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해 한반도에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 어류들이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아쿠아플라넷의 고래상어는 약 두 달 전에 제주 애월읍 하귀 앞바다에서 어부들이 쳐 놓은 정치망(물고기가 들어오도록 쳐 놓은 대규모 그물)에 걸려 잡혔다. 두 마리 중 ‘파랑이’가 죽은 후 아쿠아플라넷 측은 악화된 여론에 따라 남은 ‘해랑이’를 조만간 제주 앞바다에 놓아줄 것이라고 한다. 고래상어를 놓아주는 일을 놓고 일각에서는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도 있다. 고래상어가 다시 연안에서 그물에 걸려 죽을 수 있으니 수족관이 더 안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돈을 벌기 위한 인간의 욕심일 뿐이다. 애당초 계절에 따라 태평양, 인도양 등을 오가며 수천 km를 이동하고, 심해에서 1000m 깊이까지 잠수하는 고래상어를 수족관에 가둔다는 것 자체가 비극이었다. 아쿠아플라넷이 ‘동양 최대의 수족관’이라고 해도 가로 23m, 높이 8.5m의 수조는 최대 18m까지 자라는 고래상어에겐 1평도 안 되는 좁은 감방일 뿐이다. 실제로 아쿠아플라넷에서 봤던 고래상어는 불과 1, 2분이면 한바퀴 돌아와 지친 눈빛을 관람객들과 마주쳤다. 잠수부에게 한 줌의 먹이를 얻기 위해 얼마나 지루하고 답답한 시간을 견뎌야 했을까. 대양을 휘젓던 위대한 고래상어는 어쩌다 삶의 고해에서 꼼짝 못하는 샐러리맨 같은 신세가 돼 버렸을까. 수많은 문학작품에서 고래가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했던 것은 깊은 바다에서 섬처럼 떠다니는 자유로움 때문이었다. ‘동해바다’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뛰었던 것은, 그곳에 작고 예쁜 고래 한 마리가 살고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었다. 영화 ‘그랑블루’가 감동적이었던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돌고래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지던 주인공의 미소 때문이었다. 고래는 역시 바다에 있어야 고래다. 수족관에 갇힌 고래는 더는 꿈을 꾸게 하지 못한다. 이제 곧 ‘바다의 아름다운 별’로 되돌아갈 고래상어 ‘해랑이’. 부디 동해와 남해를 넘어 태평양까지 맘껏 헤엄치기를. 다시는 안락한 삶의 정치망에 걸려들지 않기를. 더는 유리창에 갇혀 거짓 연기를 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기를. 다시 신화처럼 숨을 쉬는 ‘고래상어의 꿈’을 꾸기를….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영국 돌링킨더슬리(DK)의 ‘자연사’ 대백과 사전은 지구 생명의 역사 40억 년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생물도감이다. 전 세계에서 19개 박물관과 국립동물원을 보유한 스미스소니언협회의 전문가가 촬영한 화보 5000컷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국내에서 1년간 번역과 편집을 마친 파일을 해외로 다시 보낸 뒤 3개월간 인쇄 제작 선박 운송을 거쳐 완제품 형태로 수입됐다. 사진집이나 그림책은 이처럼 한국어판도 해외에서 인쇄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인쇄의 질이 각국 번역판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하고 △각국 출판사의 공동 제작으로 저작권 및 인쇄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편집장은 “국내 인쇄의 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지만, 나라에 따라 명도와 채도의 세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영국 본사가 총괄해 이탈리아 독일 홍콩 등지에서 인쇄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인쇄하는 경우는 세계 수십 개국 출판사가 저작권을 공동 구입해 비용을 줄이는 형태로 진행한다. 이 때문에 출판사 측이 초판부터 5000∼1만 부씩 대량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재고량이 떨어질 경우 재주문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1년치를 미리 주문하는 것이다. ‘고릴라’ 그림으로 유명한 영국의 동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도 전량 해외에서 인쇄한다. 특히 입체 그림책인 팝업북은 제작 설계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해외에서 제작까지 전부 해오는 경우가 많다. 정가 3만 원인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 ‘용과 괴물들이 펼치는 전설의 세계’(비룡소)도 해외에서 제작됐으며 초판을 1만 부 이상 주문했다. 이 밖에 ‘1900년 이후의 미술사’(세미콜론) ‘아트 앤드 아이디어’(한길사)처럼 도판이 중요한 미술책도 해외에서 인쇄해 수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해외 유명 출판사가 일부 국가에서 일어나는 번역판 판매부수 조작을 막기 위해 직접 인쇄 및 제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혜영 웅진주니어 에디터는 “예전엔 팝업북처럼 제작이 어려운 동화책만 직접 인쇄했는데, 요즘에는 일반적인 그림책까지도 해외 출판사가 직접 인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유명 출판사들이 저작권 인세를 확실히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가을장마에 태풍까지 연일 비소식이다. 비는 아이들의 오감을 자극한다. 비 내리는 날의 축축함, 한여름 소낙비의 거센 느낌, 빗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 등이 어른들의 것이라면 아이들은 또 다른 즐거움을 맛본다. 장화 신고 물 고인 웅덩이를 첨벙거려 보기, 얼굴을 하늘에 대고 비 맞아보기, 우산 들고 비 오는 소리 들어보기, 비가 떨어지는 모습 살펴보기, 비 오는 날 나무 색깔 살펴보기, 비가 오면 먹고 싶은 것 말해보기, 비 오는 날 어떤 색깔의 우산을 쓰고 싶은지 말해보기…. 이걸 다 해볼 수 없다면 비에 관한 그림책을 열어보자. 아이들은 비 오는 날 우산 펼치기를 좋아한다. ‘노란우산’(류재수 글·그림)은 글자 하나 없이 발랄한 색깔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회색빛깔 골목길에 노란 우산을 중심으로 우산들이 하나씩 나타나면서 색색의 우산으로 채워지는 모습은 아이들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온전히 전달한다. 톡톡톡 비 오는 소리가 곧 들릴 것처럼 생생한 느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림책에 동봉된 CD에 담긴 경쾌한 피아노 소리와 다채로운 색깔의 조화가 곁에 두고두고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우리나라 그림책의 고전이다. 투투둑, 촤라락, 톡토톡, 후드득 후드득 하는 빗소리의 즐거움은 어느 음악소리 못지않게 귀를 즐겁게 한다. 비 오는 소리를 말로 표현해 보는 놀이를 해보고 싶을 때는 ‘야 비온다’(이상교 글·이성표 그림)를 펼쳐보자. 파란색과 초록색을 섞어놓은 듯한 표지에 흰 글씨로 쓰인 ‘야 비온다’라는 제목은 이 책 내용을 한마디로 표현한다. 책을 열어 빗소리를 나타내는 여러 의성어를 따라해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난다. 이 그림책을 볼 만한 또래 아이가 우산을 선물로 받고 비를 기다리는 모습부터 비를 맞는 아이들의 신나는 몸짓, 비 오는 날의 풍경들까지 물빛을 배경으로 청량한 색감으로 표현했다. 이혜리의 ‘비가 오는 날에’는 잿빛 하늘에서 굵은 소낙비가 쏟아지는 장면들을 강렬하게 담았다. 비 오는 날 모두 무얼 할까. 사자는 입을 크게 벌려 실컷 빗물을 마신다. 나비는 날개가 젖을까 봐 살살 걸어 집으로 간다. 티라노사우루스는 첨벙첨벙 물장난을 치고 호랑이는 동굴 속에서 비가 그치길 기다린다. 용은 비를 뿌리고…. 그런데 아빠는 비가 오는 날 무얼 하실까. 동물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 책은 검은색만으로도 비 오는 날의 풍경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요즘처럼 날씨가 변덕스러울 때는 ‘즐거운 비’(김향수 글·서세옥 그림)도 추천할 만하다. 비가 내리는 현상을 경쾌하게 표현한 그림책이다. 글자를 그림처럼 배치하고 그림은 춤을 추듯 폭염에 이어 비 오는 날의 기분을 흥겹게 표현한다. ‘비가 와도 폴짝폴짝, 흥에 겨워 덩실덩실, 아이도 어른도 비춤을 추네’라는 내용이 그림으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조월례 어린이도서평론가}

정말 학교에 가기 싫어하는 아이가 느릿느릿 학교에 가다가 사자를 만나 같이 학교에 갑니다. 학교에 가면 ‘잭 톨’이라는 친구가 늘 아이를 괴롭힙니다. 아이 옆에서 얌전히 수업을 듣던 사자가 잭 톨 때문에 화가 났습니다. ‘카르릉!’ 울부짖더니 잭 톨을 쫓아갑니다. 잭 톨은 별거 아닌 친구가 되어버렸습니다. 잭 톨이 아이에게 조심스레 다가와 사자가 내일도 오냐고 묻는 군요. 아이가 당당하게 말합니다. “언젠가 틀림없이 올 거야. 조심해 너, 잭 톨!” 학교들이 개학을 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이 여러 경험을 하는 공간입니다. 재미있기도 하지만 나름대로 고민이 생기는 곳이지요. 고민이란 것이 원래, 남이 보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자기에게는 우주 전체만큼의 무게를 가집니다. 그럴 때 누군가가 자신을 든든하게 지원해주는 것을 느끼면 맞설 힘이 생기게 됩니다. 이 책에 나오는 사자처럼 말이죠. 사자 등에 타서 그 갈기를 잡고 신나게 달리던 책 속 주인공은 그 순간 얼마나 신이 났을까요? 그 주인공이 여러분이라면 어떻습니까? 그 마음을 담아 ‘사자를 탄 마음카드’를 만들어 봅니다.○ 독후활동-사자를 탄 마음카드 만들기 준비물은 A4 용지 크기의 마분지, 연필, 색연필, 사인펜 등 그림 도구, 자, 칼. 1. 직사각형 종이 긴 쪽 절반 위치를 연필로 보일 듯 말 듯 표시한다. 2. 사자를 타고 가는 아이 모습을 그리는데 아이 부분이 절반 표시 위쪽으로, 아이를 태우고 가는 사자를 아래쪽에 오게 그려서 색칠한다. 3. 위쪽에 그린 ‘사자를 타고 가는 아이의 모습’을 선을 따라, 절반 표시한 부분까지만 칼로 오린다. 종이를 절반 표시 기준으로 산 모양으로 접는다(그림 참조). 4. 카드 안쪽에는 든든한 누군가가 곁에 있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적고, 잘 보이는 곳에 세워둔다.김혜진 어린이책교육 연구가}

미국의 제2대 대통령 존 애덤스는 “다른 모든 학문이 진보하는 동안 정치 기술은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으며, 4000년 전보다 나아진 것이 없다”고 한탄한 바 있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를 둘러싸고 군국주의 시절로 돌아간 듯한 망언을 쏟아내고 있는 일본이나, 올해 대선을 앞두고 부정선거, 공천 뒷돈 같은 구시대적 정치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한국을 보면 지금도 이 말은 유효한 것 같다. “사람이 호모 사피엔스(지혜로운 인간)라고? 이 말은 ‘탭댄스를 추는 지렁이’나 ‘초식사자’라는 말처럼 정말 웃기는 얘기다!” 독일의 철학자인 저자는 인간에 대한 적절한 호칭이 ‘호모 데멘스(Homo Demens)’, 즉 ‘광기의 인간’이라고 단언한다. 이 책에서 그는 현실을 꼬집는 날카로우면서도 유쾌한 문장으로 정치, 종교, 경제, 교육, 문화 전반에 만연한 인간의 어리석은 광기를 풀어나간다. 프리드리히 니체는 “광기는 개인에게는 드문 일이다. 그러나 집단, 당파, 민족, 시대에서는 일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개별 인간은 현명한 ‘호모 사피엔스’였다가도, 집단을 이루는 인간은 ‘호모 데멘스’로 돌변하기 십상이다. ○ 인간이여, 뇌벌레에 감염되었나? 저자는 ‘뇌벌레’라는 은유를 통해 인간의 어리석음을 풍자한다. 간디스토마의 유충은 개미의 신경중추에 침투해 개미의 행동을 조종한다. 개미의 머리 속에 침투한 이 ‘뇌벌레’는 개미를 풀잎 끝에 매달리게 해 염소나 양, 소, 토끼 등에게 잡아먹히도록 한다. 간디스토마가 최종 숙주인 동물의 간에 도달하기 위해 개미를 이용한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이데올로기 뇌벌레에 감염된 인간에게도 이와 유사한 행동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드는 예 중 하나가 종교다. “가상의 친구(신·神)를 옆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려고 출정하는 정신 나간 침팬지는 없다”는 단언이다. 수많은 기업은 일회용품 소비를 부추긴다. “누구도 혼자라면 자원을 이렇듯 단시간 내에 쓰레기 더미로 만들어 놓지 않겠지만, 무리를 이룬 인간은 이런 행동을 과감하게 할 정도로 어리석어진다.” 국제금융시장도 마찬가지다. 독일 연금기금은 ‘유로화의 하락’에 베팅한 헤지펀드에 자금을 투자했다. 독일 국민은 연금을 보장받기 위해 유로화의 제살 깎아먹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웃긴’ 상황인 것이다. 저자는 “‘나보다 좀 더 멍청한 다음 사람’에게 떠넘기는 ‘행운의 편지’식 국제금융시장은 붕괴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예견한다. ○ 어리석음의 총합은 ‘어리석은 정치권력’ 그런데 이런 모든 어리석음의 총합이 바로 ‘어리석은 정치권력’이다. 현대의 정치인들에게선 소신 있는 노선을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 ‘여론조사’ 보고서가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인 신탁으로 등장한다. “정치인들이 유권자들의 눈치를 더 많이 보는데도, 유권자들은 선거 때 어느 정당에 표를 던질지 결정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저자는 여러 매체의 인터뷰어이자 기고가로 활동했다. 수년간 각계각층의 많은 사람과 인터뷰하면서 이들 중 상당수가 자신이 몸담고 있는 시스템의 합리성을 믿지 않는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그는 털어놓는다. “무수히 많은 사람이 ‘벌거숭이 임금님’에 나오는 왕의 신하들처럼 임금님이 벌거벗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옷자락을 받는 시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저자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금기를 깨뜨리는 개인의 이성적 행동”이라고 말한다. 안데르센의 동화에서도 ‘어른들의 어리석은 속임수’에 아랑곳하지 않는 단 한 명의 꼬마가 궁정 전체의 광기를 무너뜨렸다. 그는 “대중의 지배적인 어리석음은 지배자의 어리석음으로 이어진다”며 바보 권력에 대한 저항을 촉구했다. 저자가 주장하듯 몇몇 개인의 이성적 각성으로 수천 년에 걸쳐 쌓인 인간의 비이성적 문화가 깨질지는 의문이다.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이 책의 카타르시스는 각 페이지에 가득한, 명백히 정신 나간 종인 인간에게 쏟아 붓는 언어적 모욕을 대할 때 더없이 완벽해진다”고 평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올해는 시인 백석(1912∼1995)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시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으로 불리는 백석이 분단 이전에 발표했던 시들을 수록한 시화집이다. 황주리, 전영근, 서용선 등 화가 10명이 백석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그린 작품을 시와 함께 실었다. 안도현, 장석남, 문태준 시인 등은 자신의 시가 백석의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평안북도 방언으로 토속적인 풍속을 그려내 현대 시문학사에 큰 자취를 남긴 백석의 시 세계에 대한 해설도 담겼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 후보의 배우자 김정숙 씨가 펴낸 책의 제목이 눈길을 끌고 있다. 김 씨는 27일 각계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어쩌면 퍼스트레이디, 정숙 씨, 세상과 바람나다’(미래를소유한사람들)를 펴냈다. 이 책은 김 씨가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영화감독 임순례 씨, 가수 이은미 씨, 방송인 김제동 씨 등 10명의 인사와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다. 정치, 사회, 문화 등 폭넓은 주제로 주고받은 대화를 생생하게 담아내는 동시에 질문자로서 김 씨가 느낀 소회를 담담한 필체로 풀어냈다. 제목에 나오는 ‘어쩌면 퍼스트레이디’는 출판사 측에서 독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유머러스한 콘셉트로 제안한 것. 출판사 관계자는 “문 후보 캠프에서 인쇄 직전에 전화를 걸어와 ‘제목에서 그 부분을 좀 빼달라’고 요청해왔다. 유권자들에게 ‘여성이 너무 나선다’는 이미지를 줄 수도 있고, 역풍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그는 “후보 부인이 너무 엄숙한 것보다는 젊은이들과 소통하기에 좋은 제목이라 저자의 동의를 얻어 그대로 출간했다”고 덧붙였다. 김 씨도 이 책의 서문에서 “책 제목의 ‘어쩌면 퍼스트레이디’가 아주 민망해 죽겠다. 하지만 여러 사람의 ‘강권’으로 못내 그냥 두기로 했다. 이 책엔 나뿐만 아니라 10명의 인터뷰이, 그리고 출판기획자까지 수많은 사람의 수고가 함께 들어 있어 내 고집만 세우는 것이 미안한 까닭”이라고 밝혔다. 간혹 대통령의 부인이 회고록을 펴내는 사례는 있지만, 대선 경선 후보의 부인이 선거 과정에서 책을 펴낸 것은 드문 일이다. 김 씨는 서문에서 “이 책은 남편을 도우려고 시작했다”며 “하지만 나는 남편 뒤에서 꽃만 들고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남편을 도울 생각”이라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책상 위에 수북이 쌓여 있는 서류철, 컴퓨터 바탕화면을 가득 채운 아이콘, 홈쇼핑에서 산 수많은 옷가지와 물건 박스, 냉동실을 꽉 채운 음식들…. 언젠가 날을 잡아 싹 정리하고 싶지만 엄두가 안 나 그대로 둔 것들이다. ‘정리’가 자기계발서의 핫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내 주변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물건을 치우는 것에서 시작해 낭비되는 시간이나 쓸데없는 인맥까지 정리하는 기술이다. 집 안에 가득한 물건들을 깔끔하게 보관하는 ‘수납법’ 책은 예전에도 많았다. 그러나 최근의 정리법은 ‘버리기’에 초점을 둔다. 스마트 환경 시대에 쏟아지는 새로운 정보, 해야 할 일, 만나는 사람들을 모두 ‘관리’하기란 이미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내 1호 정리컨설턴트인 윤선현 씨가 쓴 ‘하루 15분 정리의 힘’(위즈덤하우스)은 10만 부 이상 팔렸고 현재도 ‘예스24’의 ‘비즈니스와 경제’ 분야 3위에 랭크돼 있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더난) ‘정리정돈의 습관’(RHK) ‘정리의 달인’(영진닷컴) ‘정리의 기술’(파라북스) 등이 주로 20, 30대 직장인들을 겨냥한 책이라면, 최근에는 중년 이후 인생 리모델링을 위한 정리법과 ‘어린이를 위한 생각정리의 기술’(위즈덤하우스) 등 연령대별로 다양한 정리 관련 책이 등장하고 있다. 윤 씨는 “새로운 정보가 끊임없이 인풋(input)되는데 불필요한 잡동사니를 계속 쌓아놓게 된다면 창의적인 아웃풋(output)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며 “정리란 단순히 청소나 수납이 아니라, 내 공간과 인생을 통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카오카 요코의 ‘마흔 살의 정리법’(이아소)은 40대 이후 제2의 인생을 찾기 위한 정리법을 소개한다. 그는 이를 ‘노후(老後)’에 대비되는 개념인 ‘노전(老前)’ 정리법으로 표현했다. 언제 죽어도 좋을 만큼 심플하게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고, 쓸데없는 인맥을 정리하고, 자신의 인생과 마주하는 시간이 ‘노전 정리’다. 저자는 “‘이건 아직 쓸 수가 있는데…’가 아니라, 정말로 내가 쓸 것이냐 아니냐를 생각해서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독일의 철학 카운슬러인 이나 슈미트는 ‘철학은 어떻게 정리정돈을 돕는가’(어크로스)를 통해 정리되지 않는 인생을 위한 철학적 조언을 내놓는다. 그는 “변화에 필요한 용기는 잡동사니 한가운데서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정리컨설턴트협회(NAPO)에 4200명이 등록돼 정리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일본에서도 2008년 협회가 설립됐다. 국내에서도 정리컨설턴트로 3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정리 수납을 가르쳐주는 카페도 인기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고교 교사와 학생, 기업인 등 45명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허구성을 지적한 책을 11개 언어로 번역해 최근 출간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양영디지털고 정윤성 교장(62)은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나오는 ‘다케시마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포인트’의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책 ‘독도의 진실’(어문학사)을 쓰면서 번역가들을 모집했다. 일본 외무성이 홈페이지를 통해 독도 영유권 문제를 10개 언어로 홍보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사람과 e메일을 주고받으며 취지를 설명한 끝에 영어 일본어 중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일본 외무성이 독도 안내 자료에서 제공하는 10개 언어에 더해 베트남어까지 11개 언어로 번역할 사람들을 모을 수 있었다. 이들은 번역료를 받지 않고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다. 번역팀 중에는 일본인인 아오모리 쓰요시(靑森剛) 가톨릭대 초빙교수(일본어)와 미국인 영어 원어민 교사인 데릭 스트리트 씨 등 외국인도 있다. 이 밖에 양영디지털고 교사, 용인외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동아리 학생 및 교사, 강민규 킹사우디대 학생(아랍어), 김주만 EPN 사장(러시아어), 김동배 VNP&TEL 베트남법인장 등이 번역에 참여했다. 특히 용인외고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동아리 학생들은 6, 7월이 기말고사 기간임에도 야간자율학습 시간을 쪼개 번역을 했다. 3학년 손동신 양(18·프랑스어과)은 “평소 유튜브와 르몽드, 르피가로에서 한국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보도를 접할 때마다 실상을 제대로 알려주는 댓글을 달아왔다”며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에 ‘독도는 일본 땅’이란 말뚝이 박혔을 때 무척 속상했는데 이번 번역에 참여하게 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3학년 최성웅 군(18·스페인어 동아리 회장)은 “독도와 관련된 외교문서를 번역하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실수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확한 번역을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번역하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독도는 우리 땅’이란 근거를 확실히 알게 됐다”고 밝혔다. 독일어 번역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김남경 씨(서강대 2학년)는 “독도 문제와 관련된 정확한 자료를 세계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것이 독도 문제의 해결책이란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 교장은 “이 책에 쓰인 11개 언어는 현재 172개국 45억 인구가 사용하는 말”이라며 “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독도의 역사적 진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묻지마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은 왜 무고한 타인을 희생양으로 삼을까. 왕따를 당하는 학생은 왜 자기보다 더 약한 학생을 괴롭힐까. 생물학적 관점에서 화풀이 행동은 ‘너무 많이 잃거나 뒤처지지 않기 위한 패자의 몸부림’으로 해석된다. 패자는 자신보다 더 약한 개체에게 고통을 전가함으로써 ‘내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라는 신호를 보내 사회적 평판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특정 인종에 대한 증오범죄, 집단 테러는 물론이고 사법적 정의에도 희생양을 만들어 고통을 전가하려는 진화생물학적 본능이 숨어 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요즘 출판계에서는 쌤앤파커스의 이사가 화제다. 김난도 서울대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와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로 대박을 낸 쌤앤파커스는 지난달 경기 파주시 교하읍 문발리 파주출판도시로 사무실을 옮겼다. 문제는 쌤앤파커스가 임차해 새로 둥지를 튼 곳이 ‘귀신이 나온다’고 소문난 건물이라는 것. 출판단지에서는 이 건물 근무자 중 ‘야근하다 귀신을 본 사람이 있다’는 괴소문이 돌았다. 신원에이전시가 2007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으로 사무실을 옮길 때도 ‘귀신이 무서워 이사하는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쌤앤파커스가 이 같은 괴담에도 불구하고 사무실 이전을 전격 결정한 이유는 세금 때문이다. 2014년까지 파주출판도시로 본사를 이전하는 출판사는 6년간 법인세를 100% 면제받을 수 있게 됐다. 지난해 말 수도권 과밀억제권역 밖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조세특례제한법 적용 기간이 연장된 덕분이다. ‘아프니까…’를 180만 부, ‘멈추면…’을 100만 부 가까이 판매한 쌤앤파커스의 경우 법인세 혜택이 상당한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귀신보다 무서운 게 세금인 셈이다. 쌤앤파커스 말고도 법인세 혜택과 비용 절감으로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 본사를 파주출판단지로 이전하는 출판사가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직원 수가 500명이 넘는 교보문고는 설립 32년 만인 6월 초 본사를 광화문에서 출판단지로 이전했다. 광화문 사옥은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임대했다. 다산북스도 서울 홍익대 앞 사옥을 임대하고 파주에 입성했다. 그렇다면 귀신 얘기는 어떻게 된 걸까. 결론적으로 귀신을 직접 봤다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출판단지 관계자는 “인근에 있는 심학산이 6·25전쟁 당시 격전지였고 파주출판도시가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없는 국가산업단지여서 밤만 되면 도시가 텅 비어 괴소문이 도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정아 신원에이전시 상무도 “저작권 전문 에이전시여서 교통이 편리한 곳이 좋고, 책을 펴내지 않아 법인세 혜택이 없어 서울로 옮긴 것”이라며 “4년 동안 근무하면서 야근을 수없이 했어도 귀신을 봤다는 직원은 없었다. 신문에 꼭 좀 써 달라”며 웃었다. 이환구 파주출판단지 협동조합 상무는 “파주출판도시가 아직 빈 공간이 많아 이런 소문이 난 것 같다. 최근 롯데쇼핑 파주아울렛이 개장하고 2015년까지 영상단지를 포함한 2차 입주가 마무리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엄격함이 때로는 진정한 자비다’ ‘선한 의지를 갖되 악을 이해하고 활용하라’.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나오는 사상을 말 그대로 이해하고 공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마키아벨리즘’이라는 말은 ‘목적 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하고 무자비한 권모술수’라는 비난의 뜻으로 수백 년간 쓰여 왔다. 그러나 한편으로 ‘군주론’은 인간의 본성, 조직의 성격, 리더십, 통치기술 등에 걸쳐 핵심을 꿰뚫고 있는 고전으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다. 프로이센의 프리드리히 대왕,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러시아 혁명가 레닌, 이탈리아 혁명가 그람시, 쿠바의 카스트로는 모두 ‘군주론’을 탐독했다. 저자는 “30대 초반까지는 마키아벨리를 이해하기 어렵다. 현실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마키아벨리는 거부감만 불러일으키기 십상이다”라고 말한다. 40대 이후 조직 내부에서 리더의 역할을 경험하고, 젊은 시절 품었던 이상과 사회생활에서 실제로 맞닥뜨린 냉엄한 현실의 간극을 실감해 봐야 마키아벨리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수많은 동서고금의 사례를 통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최고경영자(CEO)론으로, 리더십 이론으로, 개인의 삶에서 되새겨 봐야 할 ‘가능성의 기술’로 재해석한다. 마키아벨리의 저작이 시대를 뛰어넘는 고전이 된 이유는 ‘현실의 정치’를 ‘추상적 윤리’와 분리시켰기 때문이다. 그는 도덕과 윤리라는 추상적 가치에 매몰돼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리더야말로 공동체를 파멸로 이끄는 무능한 사람으로 규정했다. 현실 속에서도 ‘착한 사람’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리더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랑을 받는 것보다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말했다. 저자는 “마키아벨리는 조직원에 대한 평면적 자애심이 아닌 ‘현명한 엄격함’이 조직 전체를 살리는 진정한 자비가 될 수 있다는 리더의 역설을 꿰뚫고 있다”며 “리더는 조직을 지키기 위해서는 ‘선과 악’,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대칭적 요소를 적절히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은 두껍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마키아벨리를 비판해온 사람들 중 원전을 제대로 읽은 사람이 몇이나 될까. 국가 간 외교에도, 기업 조직에서도, 개인의 삶조차도 선악의 이분법으로 재단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자신의 절대적 선함을 강조하는 지식인, 종교인, 정치인들의 위선은 오늘도 계속된다. 저자와 함께 마키아벨리를 읽다 보면 그가 복잡다단한 가치가 혼재돼 있는 현대사회에 얼마나 큰 통찰력을 주는 인물인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한이라는 아이의 발걸음을 따라 동네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책이다. 집을 출발해 시장, 학교, 놀이터로 가는데 세탁소, 문방구, 병원의 간판들을 살피다 보면 그곳이 한이가 사는 서울 한강변 어느 동네가 아니라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우리 동네 같다. 이 책은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는 그림을 천천히 보는 것이 좋다. 창문 하나하나를 들여다보고, 사람들 하나하나의 표정을 살피면서 읽어야 재미있다. 혼자 읽기보다는, 어느 한 면을 펼쳐놓고 누군가와 이마를 맞대고 자기가 찾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깔깔깔 웃으면서 볼 수 있어 즐거운 책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에게 독후 활동으로 한이네 동네 말고 ‘우리 동네 이야기’를 꾸며 보도록 하는 건 어떨까. 매일 다니던 길이지만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으로는 ‘어슬렁 어슬렁 동네 관찰기’(웅진주니어), ‘한이네 동네 시장 이야기’(진선아이)가 있다. ○ 독후 활동-우리 동네 지도 만들기 준비물은 큰 종이, 크레파스, 색연필, 디지털카메라나 휴대전화, 프린터, 가위, 풀, 양면테이프. 작업 시간 2, 3일. 대상은 초등학교 2학년 이상.1. ‘집에서 학교까지’처럼 ‘어디에서 어디까지’를 정하고 그 길을 꼼꼼히 살펴본다. 살피면서 가게 이름, 길 이름 등을 메모하고 카메라로 건물 하나하나를 찍어 놓는다.2. 큰 종이에 크레파스로 큰 길을 먼저, 작은 길을 사이사이 그려 넣어 전체 윤곽을 정한다(포털 사이트 지도검색의 도움을 받으면 좋다).3. 그려 놓은 길 위에 첫날 취재한 것을 바탕으로 건물들의 위치를 연필로 표시한다.4. 지도를 만든다.(2∼3학년은 큰 종이에 크레파스로 건물과 간판 등을 그려서 만들고, 3∼4학년은 카메라로 찍은 건물 사진을 출력해 위치에 맞게 오려 붙인다. 5∼6학년은 사진을 출력해 길 위에 입체적 형태의 건물을 붙여 입체 지도를 만든다.)5. 다 만든 지도에 자신과 친구들의 모습을 그리거나 사진을 출력해 원하는 장소에 세워놓는다. 김혜원 어린이책교육연구가}

현대사회에는 3만 개가 넘는 직업이 있다. 그리고 이들 중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변화하고, 또 새로 생긴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 행복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10대는 인생의 밑그림을 그리는 시기다. 이때를 놓치면 20대에 진로를 정하지 못해 방황하고, 30대에도 끊임없이 자신의 진로와 직업을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10대 학생들에게 알고 있는 직업을 써보라고 하면 대부분 50개 이상을 쓰지 못한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직업 외에는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알 길이 별로 없고,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하지만 그 해결 방법은 찾아내지 못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진로와 직업을 찾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책만 한 것이 없다. 자신의 꿈을 사랑하고 그 꿈을 이루려고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의 이야기, 좌절을 딛고 일어나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갔던 사람들의 경험, 남들이 갖지 않은 자기만의 색깔로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이들을 책 속에서 만나게 해주는 것이다. 그들의 고민에 공감하고, 그들이 전해주는 정보를 알아가는 동안 자기에게 맞는 직업에 대해서도 차근차근 알게 된다. 진로를 고민하는 청소년기의 학생들이 읽어볼 만한 책 몇 권이 있다. 김재헌의 ‘16살, 네 꿈이 평생을 결정한다’(팝콘북스)는 청소년기의 아들에게 쓴 아버지의 편지다. 우리 역사상 위대했던 일을 한 35명의 선택과 결정은 어떤 과정 속에서 이뤄졌고, 그들은 자신의 실패를 통해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따뜻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이영남의 ‘너의 꿈에는 한계가 없다’(민음인)는 청소년들이 가장 되고 싶고 궁금해하는 16가지 직업을 소개한다. 자신의 열정과 의지로 1%의 희망을 99%의 가능성으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인생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 불행한 일은 ‘그 무엇’을 너무 늦게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를 통해 청소년들은 자기 진로 선택에 중요한 기준들을 만나게 된다. 이와 함께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자신의 내부 깊숙이 던지면서 ‘생각하기’의 변화부터 공부 방법, 공부 대상, 관심과 취미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를 마련해주는 책으로 ‘나는 무슨 일 하며 살아야 할까?’(이철수 외 지음·철수와영희)를 권한다. 자신의 내면을 가꾸고 자기 삶에 진정한 주인공이 되는 게 행복한 직업임을 이야기한다. 이 책들은 직업을 정하기 전에 가져야 할 직업 가치관을 제대로 갖도록 도와준다. 이런 책을 읽을 때는 작가가 들려주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잘 따져보고, 자기가 가진 꿈에 적용시켜 보면 도움이 된다. 자신이 갖고 있던, 직업에 대한 고정관념을 벗어버리고, 새로운 시각으로 책을 대할 것도 권한다.오길주 경민대 독서문화콘텐츠과 교수}

1988년 맨 부커상과 1999년 서머싯 몸상을 수상하고 2000년에는 대영제국 커맨더 훈장까지 받은, 영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이언 매큐언. 그가 2년 만에 신작 ‘달콤한 이빨’로 돌아온다. 23일 영국과 캐나다에서 정식 출간될 이 작품은 영국 첩보 기관 MI-5를 무대로 벌어지는 스릴러다. 성공회 주교의 딸이자 명문 케임브리지대 졸업반인 미모의 젊은 여성 서리나 프롬은 연상의 유부남과 불륜에 빠진다. 그를 통해 MI-5에 연결된 서리나는 소속 요원으로 스파이 훈련을 받게 된다. 이 소설의 배경인 1972년 영국은 경제 불황에 파업 사태가 겹치고 북아일랜드 독립을 바라는 테러가 난무하는 등 비상시국 선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정치적으로 냉전 상태는 소멸되는 형국이었지만 보이지 않는 싸움은 문화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계속되고 있었다. 서리나는 문화 분야의 프로젝트 중 ‘달콤한 이빨’이라고 이름 붙여진 비밀 임무에 투입되고, 이 임무를 통해 전도유망한 젊은 소설가인 톰 헤일리를 만난다. 소설을 좋아하는 서리나는 톰의 작품에 빠져 그와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과연 그녀는 스파이로서 비밀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소설가 톰 헤일리의 정체가 궁금한 서리나는 스파이의 첫 번째 규칙 ‘아무도 믿지 말라’를 어기게 되는데…. 이 작품은 11월 미국에서의 출간을 앞두고 그 일부가 뉴요커지에 실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문학 전문 평론 사이트 ‘픽션 애드버킷’은 “매큐언의 주요 작품 중 하나로 이름을 올리게 될 것이다. 물론 많은 독자들은 2년 만의 매큐언 신작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이 작품을 기다리겠지만, 첩보물과 유혹이라는 주제는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매큐언은 흠잡을 데 없는 작가이다. 하지만 스파이로서의 그의 능력은 형편없다”며 이 책을 쓰기 위해 실제로 매큐언이 MI-5의 요원 선발 공모에 참여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물론 그는 떨어졌다) 영화로도 만들어진 대표작 ‘속죄(Atone-ment)’ 이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체실 비치에서’로 또 한 번 국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매큐언은 지구 온난화 문제를 풍자적으로 다룬 ‘솔라(Solar)’(2010년)로는 국내 독자들을 만나지 못했다. 사랑에 대해 언제나 심도 있는 주제의식을 보여주는 매큐언이 로맨틱 첩보물에서는 과연 어떠한 사랑의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런던=안주현 통신원}

12일 열린 런던 올림픽 폐막식은 현대 미술계의 악동 데이미언 허스트가 만든 거대한 유니언잭 모양의 무대에서 시작했다. 런던의 러시아워를 묘사한 장면에서 사람들의 옷은 물론 블랙캡 택시와 2층 버스도 모두 신문지로 싸여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신문지에는 셰익스피어, 찰스 디킨스, 존 밀턴, 윌리엄 워즈워스 같은 영국 대문호들의 작품이 인쇄돼 있었다. 오늘의 영국을 만들어낸 힘이 활자와 인문학에 있음을 표현한 것이다. 활자로 시작한 폐막식은 조지 마이클, 스파이스 걸스, 더후, 뮤즈 등 팝음악 스타들과 패션계의 거장 알렉산더 매퀸, 타악 퍼포먼스 ‘스톰프’ 등 전 세계에 영향을 끼친 영국 대중문화의 창조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개막식에서 폴 매카트니가 ‘헤이 주드’를, 폐막식에서 퀸이 ‘위 윌 록 유’를 수만 명의 관객들과 함께 ‘떼 창’한 것은 정말 짜릿한 순간이었다. 개막식에서도 영국은 산업혁명, 여성참정권 운동, 국민의료서비스(NHS), 해리포터, 피터팬, 뮤지컬, 코미디까지 두루 자랑했다.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중국은 인류 4대 발명품(나침반, 화약, 인쇄술, 종이)과 세계로 뻗는 중국의 힘을 과시했다. 그러나 런던 올림픽이 베이징 올림픽과 달리 쇼비니즘(배타적 애국주의) 논란에서 벗어나 세계인들의 찬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곳곳에 숨겨진 ‘유머’의 힘 때문이었다. ‘영국식 유머’(British Humour)는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등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 영화로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프랑스 유머가 남의 약점이나 순진함을 조롱하는 말장난이 많다면, 영국식 유머는 자기 자신까지도 농담의 대상으로 삼는 블랙유머가 많다. 이는 먼저 자기를 낮춤으로써 남의 공격을 예방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런던 올림픽은 진지하고 엄숙한 개막식에서 국가의 최고 존엄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86)을 웃음거리로 삼았다. 올해 즉위 60주년을 맞은 여왕이 제임스 본드와 함께 치마를 휘날리며 스카이다이빙을 하고(대역이었음), 런던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미스터 빈’ 로언 앳킨슨이 무대 위에서 조는 장면에서 전 세계인들은 ‘빵’ 터졌다. 지난 한 달 동안 유튜브에서 최고의 조회수를 기록했던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세계의 공통언어인 유머의 힘을 보여준 사례다. 기름진 머리를 한 남자가 육중한 몸매로 말춤을 추는 장면을 본 외국인들은 컴퓨터 앞에서 파안대소하고, 패러디 동영상을 띄우면서 싸이의 유머에 동참했다. ‘런던스타일’이나 ‘강남스타일’도 모두 자신이 ‘가장 잘 나가는 핫(hot)한 존재’임을 강조했지만, 스스로 망가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유머로 세계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간 것이다. 런던 올림픽 개·폐막식을 본 탈북자들은 “자유로움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한의 아리랑축전이나 88 서울 올림픽,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등은 꽉 짜인 군대 열병식 같은 분위기였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관람했던 리틀엔젤스 공연이나 SM타운의 K팝 콘서트의 ‘집단 안무’도 경이롭지만 획일적인 느낌을 피할 수 없었다. 2014년 인천 아시아경기 개·폐막식은 한국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총감독을 맡는다고 한다. 한국의 ‘정(情)과 한(恨)’을 탁월하게 그려냈던 임 감독에게 세계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한국식 유머도 함께 기대해본다.전승훈 문화부 차장 raphy@donga.com}

스웨덴 스톡홀름에는 프랑스 퐁피두센터를 모방한 ‘문화의 집’이 있다. 그러나 이런 관제 문화센터보다 스웨덴인들의 사회문화적 소통에 더 큰 역할을 하는 곳은 주민들이 전국 곳곳에 지은 ‘민중의 집’이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민중의 집(Maison du Peuple)’ 전통은 19세기 말∼20세기 초 유럽 전역에 퍼졌다. 생활과 정치가 만나는 곳이자 문맹퇴치 교육, 직업훈련, 문화공연, 생활 스포츠의 공간이기도 하다. 2008년 서울 마포에 국내 최초 ‘민중의 집’을 열었던 저자가 45일간 이탈리아 스웨덴 스페인을 돌며 탐방한 민중의 집을 소개했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역겨운 멸시의 대상, 일본 근대사의 치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총리 겸 육군대신으로 전쟁을 이끌었던 도조 히데키(1884∼1948)다. 패전 후 A급 전범으로 처형됐던 그의 이름은 일본인들에게 전후 50년간 금기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일본에서는 도조를 재평가한다는 미명 아래 그의 범죄 행위를 정당화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1998년 도조 히데키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프라이드; 운명의 시간’은 일본에서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불러 왔고, 히데키의 손녀 도조 유코가 전쟁을 정당화한 소설 ‘일체를 말하지 말라’도 14만 부나 팔렸다. 도조 히데키의 삶은 근대 일본의 전개 과정과 일치한다. 19세기 후반 메이지유신 이후 아시아를 넘어 세계의 열강으로 일본을 이끈 동력은 청일전쟁, 러일전쟁, 제1차 세계대전,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으로 이어지는 전쟁 시리즈였다. 도조 히데키는 대일본제국의 공영을 만천하에 떨칠 영웅으로 추앙받았지만 패전 후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몰락했다. 저자는 “도조를 불편하고 역겨운 대상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문제 삼는 것은 근대 일본의 역사를 직시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한다. 논픽션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6년간 도조 히데키와 관련된 퇴역군인, 관료, 왕족, 친인척과 후손 등을 취재한 후 1979년 초판을 냈고, 2005년까지 꾸준히 재·개정판을 펴냈다. “도조 히데키는 정치와 군사의 관계에 무지했고 국제법규에도 거의 관심을 갖지 않았다. 군인이야말로 ‘선택받은 백성’이라고 생각한 그는 국가를 병영으로 바꾸고 국민을 군인화하는 것을 자신의 신념으로 여겼다. 그런 그는 적어도 20세기 전반의 각국 지도자들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보잘것없는 인물이었다.” 저자는 “왜 이러한 지도자가 시대와 역사를 움직였던 것일까. 그것이 바로 이 나라가 가장 심각하게 반성해야 할 문제다”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총력전 시대를 이끈 전쟁 지도자에 대한 철저한 고증이 담겨 있다. 그러나 전쟁을 기획하고 수행한 과정에서 일왕의 역할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고, 전쟁을 부추긴 재벌과 군부의 결탁에 관한 진술을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점은 한계로 지적할 만하다.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