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1월 7일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로175번길, 헤브론교회 앞 ‘맨발 걷기 아미사 힐링하우스’. 유제성 삐땅기의원성형외과 원장(73)은 섭씨 영하의 날씨인 가운데 아내인 문정희 삐땅기의원성형외과 대표와 함께 즐겁게 맨발로 걸었다. 추위를 막기 위해 설치한 비닐하우스 덕분에 영하의 날씨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5년 전 걷기에 빠진 유 원장은 3년 전 맨발로 걷는 문 대표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맨발 걷기를 접했고, 지금은 환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맨발 걷기를 권하고 있다.“제가 걷기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을 때 아내가 맨발 걷기가 좋다며 인천 중구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을 오가는 겁니다. 그래서 저도 해봤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무엇보다 암에 걸린 사람들이 맨발로 걷고 좋아지는 사례를 지켜보면서 더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2022년이었다. 경기도 하남시 한강변 둑길에서 처음 맨발로 걸었다. 그는 걷는 도중 즉각적이고 강한 장운동을 경험했다. 유 원장은 “처음에는 일시적 현상으로 넘겼지만, 이후 강원도 속초시 해변에서 다시 맨발로 걸었을 때 동일한 반응이 반복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장소도, 환경도 달랐지만, 반응은 같았다. 몸이 특정한 조건에서만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됐다”고 했다.유 원장은 맨발 걷기를 실행하며 그 효과에 대해 연구도 시작했다. 문 대표와 하나개해수욕장을 찾아 걷기도 했다. 그곳에서 다양한 환자들이 회복되는 것도 직접 지켜봤다. 문 대표는 2024년 4월부터 ‘맨발 걷기 하나개힐링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맨발로 걷고 싶은 사람들이 쉬면서 숙식까지 해결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일명 ‘아미사힐링하우스’로 불린다. 아미사는 ‘암을 이긴 사람들’의 약자다. 퇴계원 아미사힐링하우스는 496㎡(약 150평)의 비닐하우스로 겨울철 무료로 맨발로 걸을 수 있는 공간이다. 겨울철엔 전국 곳곳에 맨발로 걸을 수 있는 비닐하우스가 운영되고 있다.맨발로 걸으면 지구와 우리 몸이 닿는다는 뜻의 접지(接地·Earthing) 효과를 볼 수 있다. 우리 몸에 30~60mV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맨땅을 만나는 순간 0V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다양한 변화가 나타나게 된다. 시멘트나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고, 맨땅에서 해야 한다. 맨땅은 황톳길이 가장 좋다. 그리고 황톳길보다 더 효과가 좋은 곳이 해변 바닷물이 촉촉한 모래사장이다. 흙길보다 3배 이상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다.유 원장은 고장면 대전 국립한밭대 교수(65·화학생명공학과·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 소장)와 함께 맨발 걷기에 대해 연구해 지난해 결과를 발표했다. 유 원장은 멜라토닌에 주목했다.“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뇌를 자극해 우리 몸의 전자 구조를 정상화하게 만듭니다. 멜라토닌이 생성되는데 이 물질이 하는 역할이 큽니다. 멜라토닌은 뇌에서도 생성되고, 말초 신경에서도 생성됩니다. 멜라토닌은 우리 몸 안에 비정상인 것을 정상화하는 데 큰 힘을 발휘합니다. 망가진 DNA(염색체)를 고치고, 활성산소를 중화시킵니다. 암 같은 세포 변이도 정상화합니다. 그래서 암 환자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줍니다. 잠도 잘 자게 해주죠.”유 원장은 “멜라토닌도 에너지원이 없으면 활성화가 잘 안 되는데 걷는 것 자체로 우리 몸의 에너지원인 ATP(Adenosine Triphosphate·아데노신 삼인산)를 만들어낸다. 그래서 맨발 걷기 하나로 여러 효과를 볼 수 있다. 맨발로 많이 걸을수록 좋다”고 강조했다.사실 유 원장은 걷기를 먼저 연구했다. 그가 우연히 만난 말기 전립선암 환자에게 도움을 주면서 걷기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한 5년 전이었습니다. 사실 사람들이 건강을 위해 걸어야 한다고 많은 사람이 강조했고, 많은 사람이 걷고 있을 때였습니다. 전 ‘걷기가 뭐 그렇게 특별한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죠. 그때 말기 암 환자를 만났죠. 그를 어떡하든 도와주고 싶어서 걷기 관련 세미나를 하게 됐고, 공부하면서 걷기가 사람에게 엄청 좋은 운동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매일 함께 걸었고, 그 환자도 완쾌됐죠. 시한부 3개월 선고받은 환자였습니다. 기적이죠.”유 원장은 “신발 신고 밖으로 나가 걸으면 되는 걷기는 돈 안 드는 최고의 운동”이라며 “그 효과도 대단하다”고 강조했다.“생리학적으로 보면 걷기가 우리 몸을 회복 시켜줍니다. 걸으면 체내의 에너지 공장인 미토콘드리아가 활성화돼 에너지원인 ATP가 생성됩니다. 한의학에선 기, 신체를 하나의 전자 기기로 보면 전력인 셈이죠. 우리 몸은 ATP가 없으면 고장이 납니다. 미토콘드리아는 근육이 많은 곳에 더 많이 분포돼 있습니다. 우리 몸의 하체에 근육이 75%가 있죠. 하체를 활성화하면 미토콘드리아도 크게 활성화돼 ATP 양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걷기가 좋은 것입니다.”ATP는 세상의 모든 생명체가 생체 활동을 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원이다. 유기물 수프라고 불리는 ATP는 태고의 지구에서 최초의 세포가 탄생했을 때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유지되는 에너지 대사의 기본 단위이다. 동물과 식물, 미생물, 심지어는 바이러스까지도 동일하게 ATP를 사용한다. 유 원장에 따르면 ATP는 우리 몸 망가진 부분을 재생하는 역할도 한다.다만 유 원장은 과격한 운동보다는 적당한 중강도 운동을 강조했다.“고강도 운동은 순간적인 성취감을 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에너지 고갈과 회복력 저하를 부를 수 있습니다. 그에 비해 중강도의 지속적인 걷기는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동시에 에너지 생산을 촉진하는 구조를 만듭니다.” 유 원장은 지금까지 20시간 동안 100km를 걷는 개인 이벤트를 3회 하는 등 걷기를 생활화하고 있다. 2022년엔 (재)한국걷기연맹 총재를 맡아 다양한 걷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즈음 맨발 걷기에 빠진 문 대표를 따라나섰다가 맨발 걷기도 실행하며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 원장은 매일 걷고 있으며, 맨발 걷기도 주 3회 총 5시간 이상 하고 있다.맨발 걷기가 성형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까?“혈압이 높으면 피가 많이 나와 수술 결과에 악영향을 끼칩니다. 피가 많이 나오면 얼굴이 붇고 멍도 많이 들죠. 맨발로 걸으면 혈압이 정상화됩니다. 꼭 수술 때문 만이 아니라 혈압도 떨어뜨리고 전반적인 건강을 위해 맨발로 걸으라고 권유합니다.”유 원장은 성형외과 전문의이지만 건강에도 관심이 많았다. 동생인 소화기내과 전문의인 유제명 전 한국생명운동본부 원장(70)과 늘 함께 고민했다. 동생은 이상구 한국생명운동본부 대표와 함께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노력했던 인물이다. 유 원장이 걷기 및 맨발 걷기에 큰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는 배경이다.유 원장은 18세인 1971년 브라질로 이민갔다. 브라질리아 국립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했고, ‘성형수술의 왕’ 고 이부 삐땅기(Ivo Pitanguy) 박사 밑에서 수학했다. 1989년 한국으로 돌아와 스승의 이름을 딴 병원을 개원했다.할리우드 스타와 세계적인 재벌 등을 수술하던 삐땅기 박사는 1961년 대형 화재를 계기로 수백 명의 환자에게 무료 재건 수술을 시행하면서 성형수술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성형 수술이 단순히 외모를 가꾸는 기술이 아니라, 삶을 다시 시작하게 하는 의술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외모로 인해 위축되고 사회에서 배제된 사람들이 수술을 통해 자신감을 되찾고, 다시 세상 속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평생 가난한 환자들을 위한 무료 수술도 멈추지 않았다. 유 원장도 스승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에서 언청이 등 기형 환자들에게 무료 수술을 해오고 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정명교 경남 사천사남초교 교사(30)는 2025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에서 여자부 20·30대 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학창 시절 운동을 싫어해 체육 시간이 두려웠던 소녀가 지금은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거뜬히 완주하는 ‘철녀’로 거듭났다. 정 교사는 지난해 11월 마라톤 풀코스에서 3시간 4분 43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달리기 시작 3년여 만에 풀코스를 3시간 안에 뛰는 마스터스 마라토너의 꿈 ‘서브스리’ 달성을 눈앞에 둔 것이다. 운동 문외한에서 일약 철각으로 변신한 사연은 이렇다.“어릴 땐 달리는 것도 싫고, 순발력도 없어 체육 시간만 오면 두려워했었죠. 그런데 사회생활 하면서 살이 너무 쪄서 건강을 위해 달릴 수밖에 없었죠. 2022년 1월부터 달리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주당 3회 약 5km를 달렸어요. 시간이 가니 10km까지 달릴 수 있었죠. 1년도 안 돼 20kg이 빠졌죠. 살이 쭉쭉 빠지는 재미도 있었지만, 달리기가 주는 즐거움이 너무 컸어요. 1년 지난 뒤부터 거의 매일 달렸어요. 그때부터는 달리는 그 자체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달리면 기분이 좋고, 훈련 및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도 엄청납니다.”2023년 3월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출전이 인상 깊었다.“대회 2주 전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쓰러졌어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나친 식이요법에 따른 면역력 저하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보여요. 그 때문에 대회 당일 두려움이 찾아왔어요. 그런데 출발 총성이 울리는 순간 두려움은 경이로움으로 바뀌었습니다. TV 속에서만 보던 광화문광장, 남대문, 청계천 등 서울의 랜드마크를 내 두 발로 누비다니. 정말 꿈만 같았습니다.”당시 서울마라톤이 두 번째 풀코스 도전이었다. 2022년 가을 풀코스에 처음 출전해 4시간 22분에 달리고, 서울마라톤에서도 4시간 20분으로 기록 단축은 크지 않았지만, 그에겐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지금은 제대로 된 식이요법으로 아나필락시스는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정 교사는 주로 퇴근 후와 주말에 달린다. 2022년 경남 진주 강변에서 달리는 러닝 크루 ‘NRNF(No Run No Fun)’에 가입해 주 4회 함께 달리고 있다. 그는 “달리지 않으면 즐거움도 없다는 이름에서 보듯이 즐겁게 함께 달리는 모임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2024년부턴 진주종합운동장 트랙에서 훈련하는 ‘오아시스(Oasis)’에서도 달리고 있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싱글(3시간 10분 이내 기록)에 달리는 실력자들의 모임으로 매주 1회 모여서 고강도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오아시스에 대한 정 교사의 더 자세한 설명이다.“실력자들의 모임이지만 감독이 따로 없고, 훈련은 자율적으로 진행합니다. 팀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체계적인 훈련 계획을 설계하고, 매주 한 번 모여 혼자서는 소화하기 힘든 고강도 훈련을 함께 수행하고 있습니다. 회원들이 조를 나눠 서로 페이스메이커이자 코치가 돼 한계상황까지 밀어 붙어줍니다. 동료애와 열정이 우리 팀의 핵심 동력입니다.”정 교사는 훈련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한다. 첫째, 장거리 조깅으로 80분 이상 달리기다.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즐겁게 달린다. 80분에 보통 12~15km를 달린다. 이 훈련은 거의 매일 한다. 둘째, AR(Aerobic Running) 훈련이다. 유산소 능력을 키워주는 훈련으로 1km당 실제 마라톤 페이스보다 30초에서 45초 늦게 달리는 것이다. 정 교사는 1km당 4분 50초에서 5분 10초 페이스로 16km를 달린다. 주 2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 1km를 3분 50초에서 4분 페이스로 달리고, 200m 조깅하는 것을 10~15회 반복한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실시한다. 풀코스 35km 이후를 버티게 하는 훈련이다. 그는 지금까지 풀코스를 12회 완주했다.인터벌 트레이닝은 마라톤에서 기록을 내고 싶은 러너들에는 필수다. 특정 운동을 하면서 중간중간 불완전 휴식을 취하거나 몸의 피로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에 다시 운동을 실시해 운동의 지속능력을 키우는 훈련 방법이다. 운동하는 거리와 시간, 휴식 시간, 운동의 반복 횟수 등을 조절함으로써 스피드,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등 다양한 체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뒤 충분히 쉬지 않게 하는 것을 반복함으로써 몸의 운동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인터벌트레이닝은 무산소성 역치(피로물질인 젖산 축적 시기)를 향상한다. 젖산은 피로를 느끼게 하는 물질이다. 따라서 젖산의 축적 시간을 늦추면 더 힘차게 뛸 수 있다.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서 에밀 자토펙(체코)이 5000m, 1만m, 마라톤을 우승하며 알려진 훈련인데 이젠 거의 모든 종목에서 이용하고 있다.정 교사는 2024년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참가를 원하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리는 바람에 참가 신청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 교사는 2025년에는 ‘동아마라톤의 여인’이 됐다. 2025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에서 여자부 20·30대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그는 지난해 3월 서울마라톤에서 3시간 6분 8초(30위), 9월 공주백제마라톤에서 3시간 13분 57초(3위),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3시간 6분 6초(8위)를 기록해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다른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는데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받은 게 가장 기뻤다. 출전만으로도 영광인데 큰 상까지 받으니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정 교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마라톤의 즐거움을 널리 알리고 있다. 인스타그램 약 5000명의 팔로워를 가진 인플루언서로서, 스포츠용품 브랜드 아식스 ‘에이레이서’로서 자신의 훈련 과정과 대회 준비 상황을 콘텐츠로 만들어 공유하고 있다. 그는 “팔로워들에게 ‘나도 저 무대에 서고 싶다’는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며, 잠재적 참가자들에게 대회의 매력을 알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초교 교사로서 아이들에게도 마라톤의 가치를 전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준비하고 완주하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공유한다. 목표를 세우고 힘든 순간을 참고 이겨내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제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끈기와 성취감을 배운다”고 했다. 건강한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달리기의 즐거움도 알려주고 있다. 그는 “내가 달리면 따라 나와 달리는 아이들이 있다. 땀을 흠뻑 흘린 뒤 상쾌함을 느끼며 좋아한다”고 했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훈련한 만큼 기록이 나오는 정직한 마라톤의 세계를 통해 ‘페어플레이’와 ‘정직한 노력’의 중요성도 가르치고 있다.정 교사는 마라톤에서 목표는 도달해야 할 ‘마침표’가 아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정’ 그 자체라고 보고 있다. 그는 “단순히 기록을 단축하는 것을 넘어, 러닝이 내 삶에 스며들어 한계를 긋지 않는 평생의 레이스가 되도록 하겠다”고 했다.“마라톤에서 제 첫째 목표는 즐기면서 서브스리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모든 마라토너의 꿈인 서브스리 달성을 원하지만, 조급함에 매몰돼 달리는 본질적인 즐거움을 잃고 싶지 않습니다. 두 번째 목표는 백발의 할머니가 돼서도 주로에 서는 ‘평생 현역’입니다. 저에게 달리기는 젊은 시절 한때 불태우는 열정이 아니라 평생 함께할 동반자이자 최고의 단짝 친구입니다. 마지막 목표는 위 두 목표를 지켜냄으로써 건강을 얻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것입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러너로서 동료들에게 제가 흘리는 땀방울이 시작할 용기가 되고 포기하지 않는 힘이 되기를 소망합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학창 시절 운동을 싫어해 체육 시간이 두려웠던 소녀가 지금은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거뜬히 완주하는 ‘철녀’로 거듭났다. 정명교 경남 사천사남초교 교사(30)는 살을 빼기 위해 달리기 시작해 지난해 11월 3시간 4분 43초의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마라톤 풀코스를 3시간 안에 뛰는 마스터스 마라토너의 꿈 ‘서브스리’ 달성도 머지않았다.“2022년 1월부터 달리기 시작했어요. 살이 너무 많이 쪄서 건강을 위해 빼야 했죠. 처음엔 주당 3회 약 5km를 달렸어요. 시간이 가니 10km까지 달릴 수 있었죠. 1년도 안 돼 20kg이 빠졌죠. 살이 쭉쭉 빠지는 재미도 있었지만, 달리기가 주는 즐거움이 너무 컸어요. 1년 지난 뒤부터 거의 매일 달렸어요. 그때부터는 달리는 그 자체의 매력에 빠졌습니다. 달리면 기분이 좋고, 훈련 및 완주한 뒤 느끼는 성취감도 엄청납니다.”2023년 3월 서울마라톤 겸 제93회 동아마라톤 출전이 인상 깊었다. 정 교사는 “대회 2주 전 급성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로 쓰러져 두려움이 앞섰다. 그런데 출발 총성이 울리는 순간 두려움은 경이로움으로 바뀌었다. TV 속에서만 보던 광화문광장, 남대문, 청계천 등 서울의 랜드마크를 내 두 발로 누비다니. 정말 꿈만 같았다”고 했다. 2022년 가을 풀코스에 처음 출전해 4시간 22분에 달리고, 서울마라톤도 4시간 20분으로 기록 단축은 크지 않았지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정 교사는 주로 퇴근 후와 주말에 달린다. 2022년 경남 진주 강변에서 달리는 러닝 크루 ‘NRNF(No Run No Fun)’에 가입해 주 4회 함께 달리고 있다. 그는 “달리지 않으면 즐거움도 없다는 이름에서 보듯이 즐겁게 함께 달리는 모임이다. 다양한 연령대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의 에너지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2024년부턴 진주종합운동장 트랙에서 훈련하는 ‘오아시스(Oasis)’에서도 달리고 있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를 싱글(3시간 10분 이내 기록)에 달리는 실력자들의 모임으로 매주 1회 모여서 고강도 훈련을 하고 있다”고 했다.정 교사는 훈련을 크게 세 가지로 나눠서 한다. 첫째, 장거리 조깅으로 80분 이상 달리기다.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즐겁게 달린다. 80분에 보통 12∼15km를 달린다. 이 훈련은 거의 매일 한다. 둘째, AR(Aerobic Running) 훈련이다. 유산소 능력을 키워주는 훈련으로 1km당 실제 마라톤 페이스보다 30초에서 45초 늦게 달리는 것이다. 정 교사는 1km당 4분 50초에서 5분 10초 페이스로 16km를 달린다. 주 2회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터벌 트레이닝. 1km를 3분 50초에서 4분 페이스로 달리고, 200m 조깅하는 것을 10∼15회 반복한다. 대회 출전을 앞두고 실시한다. 풀코스 35km 이후를 버티게 하는 훈련이다. 그는 지금까지 풀코스를 12회 완주했다.정 교사는 2025년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여자부 20·30대 부문 수상자가 됐다. 그는 지난해 3월 서울마라톤에서 3시간 6분 8초(30위), 9월 공주백제마라톤에서 3시간 13분 57초(3위), 10월 경주국제마라톤에서 3시간 6분 6초(8위)를 기록해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제가 다른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는데 동아마라톤 올해의 선수상 받은 게 가장 기뻤다. 출전만으로도 영광인데 큰 상까지 받으니 너무 자랑스럽다”고 했다.초교 교사로서 아이들에게도 마라톤의 가치를 전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 준비하고 완주하는 과정을 아이들에게 공유한다. 목표를 세우고 힘든 순간을 참고 이겨내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제 모습을 보고 아이들도 끈기와 성취감을 배운다”고 했다. 건강한 신체활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달리기의 즐거움도 알려주고 있다. 그는 “제가 달리면 아이들도 따라 나와 달리고 땀을 흠뻑 흘린 뒤 상쾌함을 느끼며 좋아한다”고 했다. 요행을 바라지 않고 훈련한 만큼 기록이 나오는 정직한 마라톤의 세계를 통해 ‘페어플레이’와 ‘정직한 노력’의 중요성도 가르치고 있다.“마라톤에서 제1차 목표는 즐기면서 서브스리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백발을 휘날리면서도 달리고 싶습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키 174cm, 체중 68kg. 작은 체구는 아니었지만, 더 탄탄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강민 서울 중부소방서 119구조대 2팀 구조대장(39)은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 부사관 시절부터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웠다. 6년 3개월 군 생활을 마치고 소방관으로 13년째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근육 운동을 했다. 체중이 한때 84kg까지 나갔다. 평소엔 80kg 초반대. 그는 100kg까진 키울 생각이다.“군 시절엔 무작정 운동했어요. 덩치 크고 힘 좋은 병사들이 많아서 뒤지지 않으려면 운동을 해야 했죠. 주로 맨몸으로 하는 턱걸이, 팔굽혀펴기, 줄 오르기, 스쾃, 달리기를 했죠. 일과 끝나고 저녁 시간에 운동하는데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운동하니까 자꾸 다치더라고요. 제대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서울 중랑구 상봉동 피트니스센터의 좋은 스승님을 찾아가 운동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제대로 배우게 됐죠. 그랬더니 몸이 달라졌어요.”2012년 1월 제대하고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었다. 근육이 붙자 더 운동에 재미가 붙었다. 매일 2시간 이상 했다. 2013년 특전사 출신 자격으로 소방관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특전사에서 2년 이상(현재 기준) 근무하면 특별채용에 응시할 수 있다. 소방관은 체력이 중요했다.“출동해 구조 작업을 하려면 장비가 개인당 20~30kg은 됩니다. 고층 화재일 경우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계단으로 그 무게를 몸에 지니고 뛰어 올라가야 합니다. 큰 건물은 20층이 넘죠. 또 위험에 빠진 사람을 들어 운반해야 합니다. 체력이 없으면 힘들어요. 소방관 업무에 체력은 기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소방관이 틈틈이 운동하고 있습니다.”몸이 좋아지자 보디 프로필도 찍었다. 가족과 함께 찍었다. 그는 “내 몸의 변화와 함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기록하고 싶어 매년 사진을 찍고 있다”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 관련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며 공부도 많이 했다. 2023년부터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 코치아카데미에서 퍼스널트레이너, 스포츠재활트레이너, 스포츠영양트레이너 자격증을 땄다. 이 과정에서 운동생리학 등 다양한 스포츠과학은 물론 영양학까지 공부했다.김 대장은 학창 시절 운동선수는 아니었지만, 몸 쓰는 것을 좋아했다. 어렸을 땐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가라테에 빠져 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최배달의 인생을 그린 ‘바람의 파이터’란 영화가 나왔고, 대부분의 친구가 가라테를 배웠다”고 회상했다. 가라테 때문에 부산외국어대에 진학했다. 그는 “외국어가 좋아서가 아니라 부산외대 가라테 동호회가 유명해서 갔다”고 했다.“입대 때문에 대학 생활은 6개월밖에 못 했어요. 그런데 그 6개월 동안에 많은 것을 했죠. 가라테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서 3위까지 했습니다. 특전사에 입대해 계속 근무하면서 복학은 하지 못했죠.”소방관들은 사고가 나면 관할 지역을 벗어나 어디든 달려간다. 올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20m 싱크홀이 발생해 사람이 빠졌을 때도 달려갔다. 2022년 광주에서 아파트가 붕괴했을 때도 내려갔다. 그는 스킨스쿠버 및 로프(Rope) 자격증, 보트 운전면허증도 땄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스킨스쿠버 자격증은 취미로 하다 땄습니다. 보트 운전 면허증은 서울 마포소방서에 근무할 때 땄습니다. 한강이 인접한 소방서는 배를 끌고 출동할 일이 있어요. 그때 필요성을 느껴 획득했습니다.”김 대장은 24시간 일하고 48시간 쉬는 루틴으로 일한다. 쉬는 2일 동안은 2시간 이상씩 근육을 만들고 있다. 그는 “근무할 때도 출동이 없으면 운동하기도 한다”고 했다.“근육 운동은 구조대장 업무 수행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제 개인을 위해서도 꼭 해야 합니다. 재난 현장에 가면 사망자들도 있고, 함께 일하던 구조대원이 다치거나 죽기도 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습니다. 뭐 그런 스트레스 없다고 하는 소방관도 있는데, 자기도 모르게 와 있어요. 열심히 땀 흘리면 잡생각이 없어져요.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저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운동하고 나면 개운함과 성취감을 느끼죠. 웨이트트레이닝은 다른 사람도 구하고 저도 살려주는 보석 같은 존재입니다.”김 대장은 내년부터 보디빌딩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신임 때 소방관 몸짱 대회에 나가기도 했지만, 다른 대회엔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선임자들이 안 나가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갔는데 좋은 추억이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의미 있었다. 무대에서 다른 사람보다 좋은 몸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이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 사실 좀 더 일찍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2년 전 오른쪽 무릎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재활에 집중하느라 출전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창용찬 코치아카데미 원장(70)도 김 대장에게 보디빌딩대회 출전을 권유했다. 창 원장은 1982년 미스터코리아 남자부 80kg급에서 정상에 올랐던 보디빌더 출신이다. 다음은 창 원장의 말이다.“김 대장은 소방관 생활하면서 자기 몸 관리를 철저히 한다는 게 만만치 않은데도 잘하고 있었어요. 또 김 대장이 운동하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기에 새로운 목표를 가져보라고 권유했어요. 보디빌딩대회 출전이란 목표를 세우면 동기 부여가 돼 더 매진할 수 있죠. 전문적인 보디빌더가 되기엔 너무 늦었지만, 골격이 탄탄해 힘을 잘 쓸 수 있는 몸이라 잘 만들면 눈에 띌 수 있을 것 같습니다.”김 대장은 언젠가는 피트니스센터를 운영하겠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몸 만드는 것을 즐기고 공부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습니다. 지금은 소방관이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기회가 되면 자원봉사부터 시작해 제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김강민 서울 중부소방서 119구조대 2팀 구조대장(39)은 특전사(육군특수전사령부) 부사관 시절부터 웨이트트레이닝으로 근육을 키웠다. 키 174cm, 체중 68kg이었지만 더 탄탄한 몸을 만들어야 훈련 및 작전을 잘 소화할 것 같다는 생각이었다. 6년 3개월 군 생활을 마치고 소방관으로 13년째 활동하면서도 꾸준히 근육 운동을 했다. 체중이 한때 84kg까지 나갔다. 평소엔 80kg대 초반. 그는 100kg까진 키울 생각이다. “군 시절엔 무작정 운동했어요. 덩치 크고 힘 좋은 병사들이 많아서 뒤지지 않으려면 운동을 해야 했죠. 주로 맨몸으로 하는 턱걸이, 팔굽혀펴기, 줄 오르기, 스쾃, 달리기를 했죠. 일과 끝나고 저녁 시간에 운동하는데 제대로 된 정보 없이 운동하니까 자꾸 다치더라고요. 제대하고 여기저기 수소문해 서울 중랑구 상봉동 피트니스센터의 좋은 스승님을 찾아가 운동하면서 웨이트트레이닝을 제대로 배우게 됐죠. 그랬더니 몸이 달라졌어요.” 2012년 1월 제대하고부터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었다. 근육이 붙자 더 운동에 재미가 붙었다. 매일 2시간 이상 했다. 2013년 특전사 출신 자격으로 소방관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소방관은 체력이 중요했다. “출동해 구조 작업을 하려면 장비가 개인당 20∼30kg은 됩니다. 고층 화재일 경우는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고 계단으로 그 무게를 몸에 지니고 뛰어 올라가야 합니다. 큰 건물은 20층이 넘죠. 또 위험에 빠진 사람을 들어 운반해야 합니다. 체력이 없으면 힘들어요. 소방관 업무에 체력은 기본입니다. 저뿐만 아니라 많은 소방관이 틈틈이 운동하고 있습니다.” 몸이 좋아지자 보디 프로필도 찍었다. 가족과 함께 찍었다. 그는 “내 몸의 변화와 함께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도 기록하고 싶어 매년 사진을 찍고 있다”고 했다. 웨이트트레이닝 관련 지도자 자격증을 획득하며 공부도 많이 했다. 2023년부터 대한보디빌딩협회 산하 코치아카데미에서 퍼스널트레이너, 스포츠재활트레이너, 스포츠영양트레이너 자격증을 땄다. 이 과정에서 운동생리학 등 다양한 스포츠과학은 물론 영양학까지 공부했다. 김 대장은 학창 시절 운동선수는 아니었지만, 몸 쓰는 것을 좋아했다. 어렸을 땐 친구들과 축구를 했다. 고등학교 다닐 때는 가라테에 빠져 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최배달의 인생을 그린 ‘바람의 파이터’란 영화가 나왔고, 대부분의 친구가 가라테를 배웠다”고 회상했다. 가라테 때문에 부산외국어대에 진학했다. 그는 “외국어가 좋아서가 아니라 부산외국어대 가라테 동호회가 유명해서 갔다”고 했다. “입대 때문에 대학 생활은 6개월밖에 못 했어요. 그런데 그 6개월 동안에 많은 것을 했죠. 가라테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가서 3위까지 했습니다. 특전사에 입대해 계속 근무하면서 복학은 하지 못했죠.” 소방관들은 사고가 나면 관할 지역을 벗어나 어디든 달려간다. 올 3월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 20m 싱크홀이 발생해 사람이 빠졌을 때도 달려갔다. 2022년 광주에서 아파트가 붕괴했을 때도 내려갔다. 그는 스킨스쿠버 및 로프(Rope) 자격증, 보트 운전면허증도 땄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대장은 24시간 일하고 48시간 쉬는 루틴으로 일한다. 쉬는 2일 동안은 2시간 이상씩 근육을 만들고 있다. 그는 “근무할 때도 출동이 없으면 운동하기도 한다”고 했다. “근육 운동은 구조대장 업무 수행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저 개인을 위해서도 꼭 해야 합니다. 재난 현장에 가면 사망자들도 있고, 함께 일하던 구조대원이 다치거나 죽기도 합니다.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없을 수 없습니다. 열심히 땀 흘리면 잡생각이 없어져요. 그 순간만큼은 오로지 저에게 집중할 수 있습니다. 운동하고 나면 개운함과 성취감을 느끼죠. 웨이트트레이닝은 다른 사람도 구하고 저도 살려주는 보석 같은 존재입니다.” 김 대장은 내년부터 보디빌딩 대회에 나갈 계획이다. 신임 때 소방관 몸짱 대회에 나가기도 했지만, 다른 대회엔 출전하지 않았다. 그는 “선임자들이 안 나가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나갔는데 좋은 추억이었다.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의미 있었다. 무대에서 다른 사람보다 좋은 몸을 과시하고 싶은 욕심이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2024년 6월 18일 오전 10시 시작된 2025 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 참가 접수가 42.195km 풀코스와 10km가 각각 16분과 45분 만에 마감됐다. 코스당 참가 정원 2만 명, 초 4만 명 모집이 1시간도 안 돼 마감된 것이다. ‘동마’를 비롯해 ‘춘마(춘천마라톤)’, ‘제마(JTBC마라톤)’도 비슷한 상황이다. 동마는 2026년 참가 접수부터 수준별로 나눠진 그룹별 접수를 시행하면서 ‘10분대 마감’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래도 도로 사정상 참가 인원이 풀코스와 10km가 각 2만 명으로 제한되다 보니 뛰고 싶은 모든 사람을 수용하기는 쉽지 않다.바야흐로 국내에 ‘제2 마라톤 붐’이 불고 있다. 1990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절 실직한 가장들이 재기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달리기 시작해 폭발적으로 늘었던 달리기 인구가 사이클, 등산 등에 밀려 주춤하다 최근 다시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2030 젊은 층의 증가가 눈에 띈다. 마라톤대회 때마다 ‘접수 전쟁’이 벌어진다. 전반적으로 참가 인원 중 30·40세대가 가장 높다고 한다.통계에서도 최근 달리기 인구 증가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표한 ‘2024 국민생활체육조사’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참여 경험이 있는 체육활동(복수응답 기준) 중 ‘달리기’가 0.5%에서 6.8%까지 늘었다. 상위 8개 운동 중 가장 가파른 증가세다. 걷기(43%→41.2%), 등산(17.4%→15%), 수영(7.2%→5.6%) 같은 운동은 모두 감소했다.신한카드 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러닝 관련 소비 금액 증가율은 30대가 232%, 40대가 225%로 20대(177%)보다 높았다. 20대가 주도했던 러닝 열풍이 이제 30대 직장인과 40대 중년 세대까지 확산된 모습이다. 아주 긍정적인 일이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달리기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회 출전하지 않고 건강을 위해 달리는 사람까지 폭넓게 보면 달리기 인구가 1000만 명이 넘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달리고 있는 셈이다.하지만 이렇게 폭발적인 달리기 인구 증가의 그늘도 나타나고 있다. 잘못된 훈련 방법으로 훈련하거나, 너무 무리하게 달리다 다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각 대회에서 크고 작은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이렇게 가다가는 2~3년 뒤 2030 관절염 환자가 지금보다 2배로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달리기는 운동화에 운동복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쉽게 접근할 수 있지만 쉬운 만큼 기본을 소홀히 하면 큰 화를 당할 수도 있다. 장시간 오래 똑같은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발과 무릎 등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관절염은 물론 족저근막염, 인대 손상 등 다양한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 근육 경련, 파열도 자주 일어난다. 특히 젊고 건강한 사람일수록 기본을 중시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우리 몸은 잘 짜인 유기체다. 뼈와 관절, 근육으로 이뤄진 근골격계와 온몸에 피를 공급하는 심혈관계, 그리고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그에 반응해 움직이기 위해 몸 각 부위에 전기 신호를 보내는 신경계…. 운동할 때 몸이란 유기체가 효율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선 예열이 필요하다.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준비운동, 워밍업을 예기한다. 워밍업(Warming Up)은 말 그대로 체온을 올린다는 얘기다.인간은 항온 동물로 항상 일정한 체온을 유지해야 한다. 몸에 이상이 있으면 열이 오른다. 하지만 운동 때는 얘기가 다르다. 열이 올라야 몸이 제대로 움직일 수 있다. 우리 몸은 평상시엔 굳어있다고 보면 된다. 딱딱한 고체 상태는 아니지만 갑자기 움직이면 가동이 잘 안된다. 평상시 위험에 노출돼 갑자기 10~20m를 빠르게 달려본 기억이 있는가. 숨은 가쁘고 온 근육에선 피로가 느껴진다. 몸이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힘들지 않게 하려면 몸의 각 부위가 속칭 말랑말랑해야 한다. 심장도 적당하게 심박수가 올라 강도 높은 훈련에 들어가도 숨이 가쁘지 않게 준비돼야 한다. 그게 워밍업이다.딱딱하게 굳은 상태에서 운동하면 인대, 건, 관절, 근육 등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심장 이상도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운동을 편하게 하고 스포츠 상해를 방지하기 위해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워밍업의 생리학적 효과는 여러 가지다. 첫째, 체내 효소를 활성화시켜 준다. 운동할 때 우리 몸에서 에너지를 쓰는 과정을 효율적으로 도와주는 게 효소다. 효소는 에너지시스템의 대사 작용을 보다 쉽게 한다. 둘째, 혈액 흐름을 빠르게 해줘 결과적으로 산소 이용률을 높여준다. 셋째, 근수축 시간과 반응 시간을 단축해 준다.워밍업은 먼저 맨손체조와 스트레칭체조를 하고 천천히 달리는 조깅을 많이 활용한다. 맨손체조는 학창 시절 배운 국민체조가 대표적이다. 발, 다리, 허리, 어깨, 목 등의 순서로 돌릴 수 있는 부위를 잘 돌려주면 된다. 보통 심장에서 먼 발부터 먼저하고 다리 허리 팔 목 등 순서로 돌려주면 된다.스트레칭은 각 부위를 길게 늘여 주는 체조다. 스트레칭은 몸의 유연성(Flexibility)을 높여준다. 유연성은 간단하게 근육과 관절의 가동 범위를 나타낸다. 유연성이 좋은 사람은 어떤 동작이라도 인체에 무리 없게 잘할 수 있다. 스트레칭은 또 근섬유와 결합조직(Connective Tissue)의 찢어짐을 방지한다. 결과적으로 근육의 경직과 통증을 막아준다. 스트레칭은 마지막으로 허리와 어깨, 목 등의 근육에 긴장감을 줘 역시 부상을 예방한다.일반적으로 팔이나 다리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신체 골격 구조의 중심이며 신경계의 중심인 척추를 첫 순서로 스트레칭을 하는 게 중요하다. 만약 척추 스트레칭을 하기 전에 팔이나 다리가 단단하고 척추가 뻣뻣하다면 등과 허리 또는 목이 다칠 염려가 있다. 또 스트레칭은 하고자 하는 운동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체 부위를 많이 해주는 게 좋다.스트레칭 방법은 (1) 한 동작에 적어도 10초가 적당하나 근육이 발달한 우수한 선수의 경우 효과를 올리기 위해 20~30초 정도 유지하는 게 좋다. 정확하게 10~15초 동안 스트레칭 후 근육이 늘어났다는 것을 느낄 것이다. 부위별 스트레칭 시간은 평균 20~30초 사이가 최적의 시간이다. (2)각 부위에 2~3회 정도 실시하는 게 좋다.스트레칭체조까지 마친 뒤엔 예비 운동(Formal Activity)을 해줘야 한다. 본 운동(마라톤)을 하기 전에 심박수를 높이는 운동을 해야 한다. 최대 심박수(220-나이)의 75%까지 올려야 한다. 이는 최대로 달릴 수 있는 75%로 달려줘야 한다는 의미다. 한마디로 본 운동에서 하는 동작을 가볍게 하는 것이다. 마라톤하기 전에는 최대 속도의 75%로 10~20분 달려주면 된다. 애피타이저를 먹어야 본식이 맛있듯 워밍업과 예비 운동을 잘하면 마라톤이란 본 운동을 즐겁게 할 수 있다. 운동하기 전 꼭 준비운동과 예비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다.달리다가 몸에 이상이 오면 멈추는 결단력도 필요하다. 우리 몸은 이상이 있으면 통증이나, 구토, 어지러움 등으로 신호를 보낸다. 마라톤을 마친 뒤에도 가볍게 달린 뒤 스트레칭체조와 맨손체조를 해주는 워밍다운(Warming Down, Cooling Down·정리 운동)을 하면 피로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정리운동은 우리 몸에 쌓인 피로물질인 젖산(Lactic Acid)을 제거해 준다. 팔다리 근육에 통증이 심할 경우엔 마사지로 근육을 풀어주면 좋다. 운동을 심하게 하면 근육이 미세하게 찢어져 피가 맺혀 통증이 오는데 마사지로 피를 풀어주면 통증이 준다. 스트레칭은 운동이나 훈련, 경기 전후 실시하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틈나는 대로 시간을 내서 스트레칭을 하면 몸 유연성 향상은 물론 근력을 키우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신발 제조 기업 창신INC 정환일 회장(75)은 63세 때인 2013년부터 근육 운동을 시작했다. 33년 달리며 마라톤에 빠져 있을 때 청천벽력 같은 병원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의사가 “뇌동맥류이니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은 하지 말라”고 했다. 당시까지 42.195km 풀코스를 2회 완주했고, 매년 하프코스 2회를 달리던 그에게는 그야말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의사가 혈액이 너무 빨리 돌면 뇌혈관이 터질 수 있으니까 달리지 말라고 했죠. 난감했지만 운동을 멈출 수는 없었죠. 등산을 시작했고, 매일 집(부산 해운대) 근처 동백섬 꼭대기까지 7번을 오르내렸죠. 그리고 그때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척추 협착증이 있다고 해서, 수술 대신 등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시작했죠.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가 다른 운동도 좋지만, 턱걸이가 허리 협착증에 좋다고 해서 턱걸이에 집중하게 됐죠.”턱걸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는 68~71kg을 유지하던 체중이 한 때 76kg까지 늘기도 했다. 그는 “갑자기 달리다 안 달리니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했다”고 했다. 그래서 피트니스센터로 향했고, 가급적 그곳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정 회장은 2017년 턱걸이를 한때 한 번에 최고 33개까지 했고, 지금은 매일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를 각 60회씩 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정 회장은 새벽에 동백섬을 1시간 걷고, 오전에 사무실에 갖춰 놓은 피트니스장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1시간 이상 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근육운동은 2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상체운동은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하체운동은 스쾃과 런지를 주로 한다. 전신운동으로 플랭크와 실내 조정 및 자전거 타기를 하고 있다. 상하체를 번갈아 주 3일씩 한다. 정 회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운동이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다. 각 15회씩 4회를 한다. 그는 “턱걸이하면 어깨 및 팔 근육은 물론 척주기립근이 좋아진다. 자세가 반듯해졌고, 허리 통증도 없어졌다”고 했다.정 회장이 턱걸이에 매진할 때 회사에서 ‘도전! 70대를 이겨라’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턱걸이로 정 회장을 넘은 사원에게 상금을 주는 이벤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년 이후에는 이벤트를 열지 못했다. 2020년 1월 마지막 이벤트에서 한 여사원이 6개를 해 정 회장을 넘었다. 여사원은 1개 하면 5개로 쳐줘 30개가 됐고, 당시 정 회장은 27개를 했다. 정 회장은 “사원들이 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목적이었는데 많이 참가해 성공한 이벤트였다”고 했다. 정 회장이 운동에 관심이 많다 보니 회사엔 피트니스센터와 농구장 등 스포츠시설을 갖추고 있다.정 회장은 기억을 되돌렸다.“2017년쯤일 겁니다. 신입사원들이 입사해서 함께 금정산성에 올라갔다 내려와 회식할 때였죠. 제가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을 때였는데 우연히 신입사원들과 힘겨루기하게 된 겁니다. 그것을 발전 시킨 게 턱걸이 이벤트입니다.”1978년 나이키의 한국법인 ‘한국인 1호 사원’으로 입사한 정 회장은 선수 출신들이 많은 미국인 사원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했다. 1980년부터 달렸다. 그는 “나를 뽑은 미국인 사장이 1마일(1.6km)을 4분에 달리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삶 속에는 운동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즐기던 술과 담배도 줄기게 됐다.매일 달렸다. 정 회장이 달리며 10km 등 단축마라톤에 출전하자 주위에서 “이왕 하는 김에 풀코스를 완주하라”고 했다. 그는 “내게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에 나가라며 풀코스에 참가 신청한 뒤 연습하면서 주위에 소문을 많이 내라고 조언했다. 그래야 완주할 수 있다며”라고 회상했다. 주당 40~50km를 달렸고, 1994년 12월 3시간 51분에 호놀룰루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너무 달리다 보니 1998년 오른쪽 무릎 연골을 다쳤어요. 집 뒤에 있는 장산(해발 634m)을 뛰어올랐다 내려오는 훈련도 했는데 그게 무릎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전 가슴 터지게 달렸을 때 희열을 느꼈거든요. 걸어서 1시간 넘게 걸리는 코스를 35분에 뛰어오를 때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 어쨌든 회사 지인들이 본사가 있는 미국 오리건주 무릎 전문 병원으로 가서 수술받으라고 했죠. 국내 병원에서는 이제 마라톤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미국에서 수술받고 8개월 만에 풀코스를 다시 완주했어요.”1999년 3월 열린 제70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다시 3시간 51분으로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 뒤 풀코스 참가는 멈추고 매일 달리며 하프코스에만 출전했다. 경주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만 16년 연속 출전했다. 그리고 뇌동맥류 판정을 받고 달리기를 멈추게 된 것이다. 하프코스 최고기록은 1시간 43분.정 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에는 아내와 함께 해외 트레킹도 다니고 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다녀왔고, 탄자니아 킬리만자(해발 5895m)로도 올랐다.“이제 또 다른 산을 찾고 있습니다. 남미 파타고니아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 알아보고 있는데 아내가 아직 이렇다 할 사인을 보내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뇌동맥류란 진단을 받은 뒤에는 해외에 나가려면 아내 도장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아내도 늘 저와 동행합니다. 아내랑 해외 좋은 곳을 늘 함께 갈 겁니다.”정 회장 체중은 70~71kg. 대학 시절 72kg과 비슷하다. 그만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제 삶의 일정한 루틴이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지켜주고 있습니다. 오후 8시 30분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걷기와 근육 운동으로 하루를 보내죠. 이렇게 건강을 지키는 것 그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이제 이런 운동 루틴이 습관화를 넘어서 몸의 일부가 됐습니다. 불가피하게 운동을 못하는 날은 하루 종일 찜찜합니다.”부산=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한창 달리기에 빠져 있을 때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의사가 “뇌동맥류이니 마라톤 같은 힘든 운동은 하지 말라”고 했다. 당시까지 42.195km 풀코스를 2회 완주했고 매년 하프코스를 2번씩 달리던 그에게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다. 세계적인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신발 제조 기업 창신INC 정환일 회장(75)은 63세 때인 2013년부터 마라톤을 그만두고 근육운동을 시작했다. 2017년 턱걸이를 33개까지 했고 지금은 매일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를 60회씩 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의사가 혈액이 너무 빨리 돌면 뇌혈관이 터질 수 있으니까 달리지 말라고 했죠. 난감했지만 운동을 멈출 수는 없었어요. 등산을 시작했고, 매일 집(부산 해운대) 근처 동백섬 꼭대기까지 7번을 오르내렸습니다. 그리고 그때쯤 허리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척추협착증이 있다고 해서 수술 대신 등 근육을 키우는 운동을 시작했죠.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가 다른 운동도 좋지만 턱걸이가 허리 협착증에 좋다고 해서 턱걸이에 집중하게 됐습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정 회장은 매일 새벽 동백섬을 1시간 걷고, 오전에는 사무실에 갖춰 놓은 피트니스 시설에서 웨이트트레이닝을 1시간 이상 하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 근육운동은 2시간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상체운동은 턱걸이와 팔굽혀펴기, 하체운동은 스쾃과 런지를 주로 한다. 전신운동으로 플랭크와 실내 조정 및 자전거 타기를 하고 있다. 상하체를 번갈아 주 3일씩 한다. 정 회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운동은 턱걸이와 팔굽혀펴기다. 각 15회씩 4회 한다. 그는 “턱걸이를 하면 어깨 및 팔 근육은 물론이고 척주기립근이 좋아진다. 자세가 반듯해졌고 허리 통증도 없어졌다”고 했다. 정 회장이 턱걸이에 매진할 때 회사에서 ‘70대를 넘어라’라는 이벤트를 열기도 했다. 턱걸이를 정 회장보다 많이 하는 사원에게 상금을 주는 이벤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2020년 이후에는 이벤트를 열지 못했다. 2020년 1월 마지막 이벤트에서 한 여사원이 6개를 해 정 회장을 넘었다. 여사원은 1개 하면 5개로 쳐 줘 30개가 됐고 당시 정 회장은 27개를 했다. 정 회장은 “사원들이 운동에 관심을 갖게 하려는 목적이었는데 많이들 참가해 성공한 이벤트였다”고 했다. 정 회장이 운동에 관심이 많다 보니 회사엔 피트니스센터와 농구장 같은 스포츠 시설을 갖추고 있다. 1978년 나이키 한국 법인 ‘한국인 1호 사원’으로 입사한 정 회장은 선수 출신이 많은 미국인 사원들 속에서 자연스럽게 운동을 접했다. 1980년부터 달렸다. 그는 “나를 뽑은 미국인 사장이 1마일(약 1.6km)을 4분에 달리는 사람이었다. 그들의 삶 속에는 운동이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고 했다. 즐기던 술과 담배도 줄이게 됐다. 매일 달렸다. 정 회장이 달리며 10km 등 단축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자 주위에서 “이왕 하는 김에 풀코스를 완주하라”고 했다. 그는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마라톤에 나가라며 풀코스에 참가 신청을 해 놓고 연습하면서 주위에 소문을 많이 내라고 내게 조언했다. 그래야 완주할 수 있다는 거였다”라고 회상했다. 주당 40∼50km를 달렸다. 1994년 12월, 3시간 51분에 호놀룰루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너무 달리다 보니 1998년 오른쪽 무릎 연골을 다쳤어요. 회사 지인들이 본사가 있는 미국 오리건주 무릎 전문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받으라고 했죠. 국내 병원에서는 이제 마라톤은 절대 안 된다고 했는데 미국에서 수술받고 8개월 만에 풀코스를 다시 완주했어요.” 1999년 3월 열린 제70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다시 3시간 51분에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 뒤 풀코스 참가는 멈추고 매일 달리며 하프코스에만 출전했다. 그러다가 뇌동맥류 판정을 받고 달리기를 멈추게 된 것이다. 정 회장 체중은 70∼71kg. 대학 시절 72kg과 비슷하다. 그만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제 삶의 일정한 루틴이 신체 및 정신 건강을 지켜 주고 있습니다. 오후 8시 30분에 잠자리에 들고 오전 3시 30분에 일어납니다. 그리고 걷기와 근육 운동으로 하루를 보내죠. 이렇게 건강을 지키는 것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낍니다. 불가피하게 운동을 못 하는 날은 하루 종일 찜찜합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11월 19일 저녁 서울 송파구 송내유수지축구장 풋살장. 권진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홍보실 대리(28)는 남성들과 5대5로 펼친 풋살 경기에서 쏜살같이 상대 문전을 파고들며 골을 터뜨렸다. 빠른 스피드와 재치 있는 드리블, 감각적인 슈팅을 날리며 즐겁게 공을 찼다.권 대리는 어렸을 때부터 주말 조기축구에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축구를 접했다. 운동을 좋아했다. 검도를 5년 하며 공인 2단증도 땄다. 엘리트 선수는 아니었지만, 초교에서 고교 때까지 학교 대표로 육상대회 100m와 400m 계주에 출전했다. 축구부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바람에 축구선수가 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여자축구팀 창단 멤버로 활약했고, 사회생활 하면서도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공을 차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드넓은 잔디 구장에서 공을 차며 놀아주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축구는 즐거운 놀이 그 자체였습니다. 축구를 잘해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운동장에 골대가 없어 저에겐 충격이었죠. 어린 시절 운동을 즐기던 기억 때문에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운명처럼 제가 학교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가 된 것입니다. 꿈만 같았죠.”2016년 창단된 서울시립대 여자축구팀의 명칭은 WFC-BETA로 동아리팀이다. 코치가 스포츠과학과 남자 선후배들이었지만, 볼 컨트롤부터 패스, 킥, 슈팅, 세트피스 연습 등 축구를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 주 2회 정기 훈련, 방학 때 지방 전지훈련, 그리고 개인 훈련까지 “이를 악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여자축구동아리계에서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그런데 꼴찌가 기회로 다가오기도 했다.“2017년 한 포털에서 우리 팀을 주제로 ‘꽃길싸커20’이라는 프로그램을 찍었죠. 여자 생활체육 인식 제고와 여자 프로축구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웹예능이었어요. 2000년 프로축구 K리그 신인왕 출신 양현정 감독이 꼴찌팀을 맡아 조금씩 성장하는 스토리였어요. 당시 누적 조회수가 15만을 넘겼죠. 그 프로그램 때문에 우리 팀이 알려져 응원받게 됐죠. 계속되는 패배와 부상 등 좌절 속에서도 공에 집중하며 축구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이었습니다.”당시 WFC-BETA를 돕기 위해 많은 사람이 나셨다. 양현정 감독을 비롯해 대한축구협회 전임지도자 서동명 골키퍼 코치, 화천KSPO여자축구단 강유미, 황보람, 정보람, 올림픽대표팀 출신 김태민 코치, 그리고 홍콩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김봉진(킷치SC)과 지경훈(HK 레인저스 FC) 등 쟁쟁한 객원 코치들이 참여했다.이런 손길에 힘입어 WFC-BETA도 크게 성장했다. 촬영 기간 중 참가한 아마추어 여자축구동아리 서울권 대회에서 승부차기 끝에 조별리그 2경기를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2017년 11월 4∼5일 열린 인천대총장배 아마추어축구 클럽대회에서는 3위에 오르기도 했다.권 대리는 유아 체육에 관심이 있어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주는 축구 유소년스포츠지도사 자격증도 획득했다. 스페셜올림픽코리아에서 일하다 KADA에 둥지를 튼 그는 “현재 스포츠 행정을 하고 있지만 기회가 있으면 어린아이들에게 축구를 지도하고 싶다”고 했다.권 대리는 KADA에 입사한 뒤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클럽팀 활동을 접었다. 대신 평일 야간에는 KADA에서, 주말에는 동네에서 남성들과 함께 풋살을 하고 있다. 그는 “여성 회원이 적다 보니 남성들과 함께 즐기고 있다. 열심히 공을 쫓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했다.권 대리의 주 포지션이 최전방 공격수다. “수비수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골을 터뜨릴 때의 짜릿함은 그 어떤 기쁨보다 크다”고 했다. 축구하며 많이 다치기도 했다. 2018년 서울권 대학 축구 클럽대회 준결승전에서 상대 수비의 거센 몸싸움에 밀려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됐다. 2022년 남자들과 함께 뛴 풋살 경기 땐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벌써 수술대에 2번이나 올랐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정강이뼈가 부러졌을 때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 열기를 이어받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응원전이 펼쳐졌죠. 전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경기를 휠체어 타고 나가 응원했어요. 1-2로 졌지만 뜨겁게 ‘한국 승리’를 외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클럽 활동은 잠시 멈췄지만 때때로 그의 축구 본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선수와 구장을 연결해 주는 ‘플랩풋볼’을 통해 틈날 때마다 참여 쿼터가 남아있는 곳을 찾아 경기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에도 플랩풋볼로 연결돼 경기에 나갔다. 그날 내 플레이가 좋았는지 같이 뛴 플레이어들이 본인들 팀에서 함께 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도핑방지위원회(WADA) 총회(12월 1~5일)를 준비하느라 잠시 참여를 미뤄놓았다.축구할 기회는 줄었지만, 언제든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는 만들고 있다. 전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위해 필라테스를 한다. 5km 이상 달리며 지구력도 키운다. 달리기할 땐 불가리안 스쾃, 스쾃 점프, 한 발 뛰기, 런지, 피칭 등 보강 운동도 하고 있다.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골 때리는 그녀들(골때녀)’이 여자축구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자들이 축구하는 문화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골때녀가 그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엔 축구한다고 하면 ‘여자가 무슨 축구?’로 보던 시선이 이젠 사라졌어요. 골때녀 때문에 많은 여성들이 축구를 즐기고 있습니다.”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대구 FC의 브라질 특급 세징야를 꼽았다. “손흥민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국내파 선수들도 좋아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선수 중에서는 대구 FC의 세징야를 가장 뛰어난 선수로 보고 있습니다.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 중거리 슛, 크로스 등 전천후 능력을 과시하며 펼치는 날카로운 공격력이 예술입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관리로 이국땅에서 10년 가까이 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점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일과 축구에서 꾸준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권진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 홍보실 대리(28)는 어렸을 때 주말 조기축구에 나가는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공을 찼다. 운동을 좋아했다. 검도를 5년 하며 2단증을 땄다. 엘리트 선수는 아니었지만 초교에서 고교 때까지 학교 대표로 육상대회 100m와 400m 계주에 출전했다. 축구부가 없는 학교에 다니는 바람에 축구선수가 될 기회는 없었다. 하지만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여자축구팀 창단 멤버로 활약했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평일 야간이나 주말에 공을 차며 건강을 다지고 있다.“드넓은 잔디 구장에서 공을 차며 놀아주던 아버지의 영향인지 축구는 즐거운 놀이 그 자체였습니다. 축구를 잘 해보고 싶은 마음도 굴뚝같았죠.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운동장에 골대가 없어 저에겐 충격이었죠. 어린 시절 운동을 즐기던 기억 때문에 서울시립대 스포츠과학과에 입학했어요. 그런데 운명처럼 제가 학교 여자축구부 창단 멤버가 된 것입니다. 꿈만 같았죠.” 서울시립대 여자축구팀은 명칭은 WFC-BETA로 동아리팀이다. 코치가 스포츠과학과 남자 선후배들이었지만 볼 컨트롤부터 패스, 킥, 슈팅, 세트피스 연습 등 축구를 처음으로 제대로 배웠다. 주 2회 정기 훈련, 방학 때 지방 전지훈련, 그리고 개인 훈련까지 “이를 악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대학 여자축구 동아리계에서는 최하위를 면치 못했다. 그런데 꼴찌가 기회로 다가오기도 했다.“2017년 한 포털에서 우리 팀을 주제로 ‘꽃길싸커20’이란 프로그램을 찍었어요. 여자 생활체육 인식 제고와 여자 프로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한 웹예능이었어요. 2000년 프로축구 K리그 신인왕 출신 양현정 감독이 꼴찌 팀을 맡아 조금씩 성장하는 스토리였어요. 그 프로그램 덕분에 우리 팀이 알려져 응원을 받게 됐죠. 계속되는 패배와 부상 등 좌절 속에서도 공에 집중하며 축구 열정을 불태웠던 시간이었습니다.” KADA에 입사한 뒤엔 일에 집중하기 위해 잠시 클럽팀 활동을 접었다. 그 대신 평일 야간에는 KADA에서, 주말에는 동네에서 남성들과 함께 풋살을 하고 있다. 그는 “여성 회원이 적다 보니 남성들과 함께 즐기고 있다. 열심히 공을 쫓다 보면 온갖 스트레스가 다 날아간다”고 했다. 권 대리의 주 포지션은 최전방 공격수. “수비수들의 압박을 이겨내고 골을 터뜨릴 때의 짜릿함은 그 어떤 기쁨보다 크다”고 했다. 축구하며 많이 다치기도 했다. 2018년 서울권 대학 축구 클럽대회 준결승전에서 상대 수비의 거센 몸싸움에 밀려 오른쪽 정강이뼈가 골절됐다. 2022년 남자들과 함께 뛴 풋살 경기 땐 오른쪽 무릎 전방십자인대가 파열됐다. 벌써 수술대에 2번이나 올랐다. 그래도 축구에 대한 열정은 식지 않았다.“정강이뼈가 부러졌을 때 2018 러시아 월드컵이 열렸어요. 2002년 한일 월드컵 ‘붉은 악마’의 길거리 응원 열기를 이어받아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응원전이 펼쳐졌죠. 전 한국과 멕시코의 조별리그 경기를 휠체어 타고 나가 응원했어요. 1-2로 졌지만 뜨겁게 ‘한국 승리’를 외쳤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클럽 활동은 잠시 멈췄지만 때때로 그의 축구 본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선수와 구장을 연결해 주는 ‘플랩풋볼’을 통해 틈날 때마다 참여 쿼터가 남아 있는 곳을 찾아 경기하고 있다. 그는 “얼마 전에도 플랩풋볼로 연결돼 경기에 나갔다. 그날 내 플레이가 좋았는지 같이 뛴 선수들이 그들 팀에서 함께하기를 원했다”고 했다. 하지만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도핑방지위원회(WADA) 총회(12월 1∼5일)를 준비하느라 잠시 참여를 미뤄 놓았다. 축구할 기회는 줄었지만 언제든 경기에 뛸 수 있는 몸 상태는 만들고 있다. 전신의 조화로운 발달을 위해 필라테스를 한다. 5km 이상을 달리며 지구력도 키운다. 달리기를 할 땐 불가리안 스쾃, 스쾃 점프, 한 발 뛰기, 런지, 피칭 등 보강 운동도 하고 있다.“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대구 FC의 브라질 특급 세징야입니다. 빠른 스피드에 드리블, 중거리 슛, 크로스 등 전천후 능력을 과시하며 펼치는 날카로운 공격력이 예술입니다. 무엇보다 철저한 자기 관리로 이국땅에서 10년 가까이 한팀의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는 점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저도 일과 축구에서 꾸준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2005년 3월 13일 열린 2005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76회 동아마라톤대회에서 당시 대한축구협회 이사였던 ‘녹색 그라운드의 야생마’ 김주성 씨(60)가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1980, 90년대 한국 축구를 풍미했던 그가 ‘105리의 가시밭길’을 완주한 이유는 2006 독일 월드컵을 앞두고 한국의 월드컵 본선 6회 연속 진출을 기원하기 위해서다.김 씨는 부산 대우를 최강으로 이끌고 독일 분데스리가로 진출해 보쿰에서 뛴 축구스타 출신. 1986 멕시코, 1990 이탈리아, 1994 미국 월드컵에 출전했고 A매치(국가대표팀 간 경기) 72경기 출전, 10골을 기록했다. 1988년부터 3년 연속 아시아축구기자연맹 선정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던 그는 1999년 은퇴한 뒤 축구행정가로 나섰다.김 씨는 최고의 축구 선수였지만 당시 5년간 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해 1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 대회에 대비해 아프리카 팀을 분석하러 출장을 갔을 때도 운동화를 준비해 가 뛰었을 정도로 열심히 몸을 만들었다. 몸 만들기보다 더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김 씨는 풀코스를 완주하기 전 서울아산병원 스포츠건강의학센터를 찾아 몸 상태를 정밀 체크해 풀코스를 뛸 수 있는지를 알아봤다. 운동부하검사(심장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를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와 운동체력, 건강체력검사를 받은 결과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그리고 완주했다.올 11월 15일 열린 2025 통영 월드 트라이애슬론컵 대회에서 40대 동호인이 수영 테스트 도중 사망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이날 사고 이후 홈페이지에 대회 취소를 알리는 글을 올리고 “초보자 수영 테스트 중에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로 한 분의 소중한 생명을 잃게 된 사실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께 진심 어린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최근 마라톤대회를 비롯해, 철인3종(트라이애슬론), 트레일러닝 등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동아마라톤을 비롯한 메이저 마라톤대회는 3만 명 모집 참가 신청이 10분 만에 끝날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하지만 자기 몸 상태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달리면 불상사를 당할 수 있다. 2018년 8월부터 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쓰면서 강조해 왔는데 다시 한번 내 몸 상태를 제대로 아는 방법을 전한다.겉으로 건강하다고 속이 건강한 것은 아니다. 한때 건강했다고 해서 계속 건강하다는 보장도 없다.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는 게 자연의 섭리다. 최근 많은 사람들이 젊었을 때를 생각하고 무작정 스포츠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게 스포츠 상해나 사망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자신의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고 운동을 시작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큰 외부 자극 없이 운동하다가 갑자기 사망한다면 대부분 심장이 원인이다. 뇌 출혈 등도 원인이지만 사망하는데 심장병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린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인간은 20대 초에 체력을 최고점을 찍고 이후 서서히 약화된다. 순발력 지구력 등 체력은 물론 근육도 빠져 나간다. 의학적으로 30대 중반 이후에는 새로 생기는 세포보다 죽는 세포가 더 많다.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체력 저하는 30대, 40대, 50대, 60대…. 10년 단위로 떨어지는 폭이 더 크다. 그리고 운동에 가장 중요한 심장도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그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 사실 기본적인 걷기부터 시작해 장기적으로 점점 운동의 강도를 높여가는, 건강 유지를 위한 운동을 위해선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 없다. 자세만 바르다면 몸에 크게 스트레스(부담)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걷기가 좋은 운동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신체에 아주 가벼운 스트레스를 가하기 때문에 체내의 반응도 그렇게 크지 않다.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를 비롯해 사이클(로드 및 MTB), 축구, 농구 등 과격한 스포츠를 즐기려고 할 땐 전문가의 진단이 필요하다. 물론 전문가의 진단 없이도 스포츠를 맘껏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만에 하나 ‘내가 불행의 주인공’이 된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따라서 반드시 격한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포츠과학에 따라 자기 몸 상태를 정확하게 체크해 주는 운동부하검사를 받아 신체가 특정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스포츠과학에 운동부하검사와 운동처방이라는 것이 있다. 신체가 운동 강도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체크하는 게 운동부하검사고, 이 결과에 따라 적당한 운동을 제시해주는 게 운동처방이다.운동처방의 과정은 다음과 같다.1. 병력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본적인 신체 검진(신체구성, 심박수, 혈압)을 한다.2. 운동부하검사(신체 특히 심장이 어느 정도의 운동 강도를 버틸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것)를 실시한다.심전도(ECG)를 체크할 수 있는 장비를 갖춘 뒤 트레드밀(러닝머신)이나 에르고미터(고정식 자전거)에서 운동의 강도를 높이며 심장의 상태를 점검한다. 운동 강도(심박수로 측정, 보통 분당 180회가 최대 운동 강도)에 따라 심장의 반응을 알아본다. 이때 가슴통증이나 호흡곤란, 허혈, 부정맥, 혈압이상 등이 나타나면 정밀검사를 받아야 한다. 버틸 수 있는 최대 운동 강도가 분당 심박수 120이 안될 경우엔 사망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3. 기초체력 테스트를 한다. 운동하기 위해선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체력이 있는데 심폐지구력, 유연성, 근력, 근지구력 등 건강 체력과 민첩성, 순발력, 평형성 등 운동 체력으로 나뉜다.4. 신체의 구성 및 의학적 검사를 실시한다. 지방 분포와 근육의 양, 골격의 상태 등을 알아보고 혈액 검사를 통해 적혈구 백혈구의 수치,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의 수치 등을 알아본다. 질병의 유무도 확인한다.5. 이밖에 남녀노소, 체중, 신장 등의 차이에 따른 자세한 운동 능력을 테스트한다.이 과정을 모두 마치면 몸 상태에 대한 종합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운동처방사는 이를 토대로 피검자에게 적당한 운동방법과 양을 처방하게 된다. 검사과정은 꼭 초보자만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다. 건강한 사람도 받아보면 몸 상태를 정확하게 알 수 있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다.특히 중년 이후 운동에 문외한이던 사람이 운동을 시작할 때는 꼭 운동부하검사를 받는 게 좋다. 전문가들은 “초보자보다 베테랑들이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초보자는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만두거나 병원을 찾는데 베테랑은 ‘이러다 말겠지’ 하며 무시하다 불상사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몸이 아무리 튼튼해도 무리하면 이상이 오는 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 말은 운동의 베테랑이라 해도 절대 몸 상태를 과신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하나. 운동하다 가슴이 답답해지나, 어지러움 등 이상 현상이 나타나면 바로 멈춰야 한다. ‘뭐 이러다 말겠지’라고 달리면 불상사로 이어진다. 너무 덥거나, 추울 땐 운동을 하지 않는 게 좋다.요즘 각 종합병원엔 스포츠재활 혹은 스포츠건강클리닉이란 과가 따로 있고, 대부분 운동부하검사 및 처방을 해주고 있다. 사설 스포츠건강클리닉에서도 운동처방을 해준다. 국민체육진흥공단 국민체력100 프로그램에서도 해준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소성희 한국자살예방협회 자살예방교육 전문 강사(60)는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 42.195km를 5시간 조금 넘어 완주했다. 한국에서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 ‘스포츠 천국’ 뉴질랜드에서 공부하고 직장 잡아 사는 동안에도 운동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그로선 한마디로 천지개벽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제가 살면서 풀코스까지 완주할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어요. 2020년 초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서울 여의도고교 동문 선배를 만난 게 절 달리게 만들었죠. 아버지가 위독하시다고 해 이민 생활을 접고 2018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아이들이 있는 뉴질랜드를 오갈 때였죠. 여의도고 6년 선배님이 사모님과 함께 온 거에요. 딸을 뉴질랜드로 시집보내고 약 한 달 머물게 됐죠. 제가 두 분이 심심하실까 봐 근처 산으로 트레킹을 함께 다녔어요. 그게 인연이 돼 평생 해보지 않은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어요.”소 강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함께 달리자고 한 것이다. 그 선배는 ‘너마클(여의도고 동문 마라톤클럽)’에서 회장도 하며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었다. 너마클은 여의도의 한글 이름이 너섬인 것에서 따온 것이다. 너섬마라톤클럽의 줄인 말이다. 너마클은 일요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전국의 대회를 정해서 출전하는 모임이다. 그는 “여름엔 오전 6시 30분, 겨울엔 오전 7시에 모여 달린다고 했다. 그럼 준비해 모임 장소까지 가려면 늦어도 오전 5시나,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하는데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었다”고 했다.2020년 여름 마음을 다잡고 너마클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너마클 전체 모임을 하지 못하고 3~4명 소그룹 훈련을 했다. 당시는 실내 기준으로 4명 이상 모이지 못할 때였다. 야외는 그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도 됐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소그룹으로 달렸다. 경기 성남 분당 사는 선배들과 탄천을 달렸다.“전 열심히 뛰는 스타일이 아니었죠. 다른 회원들은 날씬했는데 전 살이 잘 빠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2021년 여름 매일 빠른 속도로 10km씩 3개월 걸었죠. 그때 체중이 많이 빠졌고, 이후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해 11월 언택트로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선배의 페이스메이커 속에 하프코스를 2시간 30분에 완주했죠. 그제야 마라톤의 맛을 좀 알게 됐습니다.”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어깨와 발, 허벅지 등이 아파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다.“제가 늘 어깨 상태가 좋지 않아요. 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어깨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염증이 심하다고 해 주사를 맞았어요. 당시 달리기를 그만둘까도 고민했었는데 너마클 선배님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정모에서 뛰는 것만으로 운동이 된다고 해서 계속할 수 있었죠. 너마클 선후배님들이 서로 배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도 저를 계속 달리 게 만들었죠.”스포츠 심리학적으로 마라톤 등 힘든 스포츠를 할 땐 동호회 활동이 큰 도움이 된다. 혼자 하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고 기분에 따라 운동을 안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동호회에 나가면 서로 격려하며 할 수 있고, 아니면 다소 강압적으로라도 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 소 강사도 고교 동문들로 이뤄진 너마클 덕분에 더 잘 달릴 수 있었던 셈이다.몸 이곳저곳이 아프면서 몸 상태를 더 좋게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래서 휄든크라이스를 시작했고, 지금은 필라테스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고 있다”고 했다. 휄든크라이스는 움직임을 통해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자기계발법이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재활에 초점을 맞췄다. 전반적으로 근육을 키우면서도 약한 부위를 더 강화했다. 그는 “경기도 과천 힐앤필 PT&필라테스에서 운동하고 있다”고 했다. 힐앤필 PT&필라테스는 재활PT를 전문으로 하는 박태윤 트레이너가 ‘1대1 PT’로 운영하고 있다.소 강사는 코로나19가 완화된 2023년부터 너마클 전체 모임에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던 대회들도 열렸다. 하프코스를 주로 달리다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지난해 초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연세가 89세인지라 수술도 하고 재활에 5개월 정도 걸렸죠. 그때 어머니 간호하려 병원을 오가다 보니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죠. 당시 메이저대회 참가 접수가 쉽지 않던 때였는데 운 좋게 춘천마라톤 풀코스 참가 접수도 된 상태였죠. 8월쯤부터 제대로 훈련할 수 있었는데 10km도 버거운 몸 상태가 된 겁니다. 그래서 열심히 훈련할 수밖에 없었죠.”소 강사는 선배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주중엔 하루 10km 달리고 하루 쉬고를 반복했다. 그는 “선배님이 주중에 10km를 달리면 하루 쉬어야 잘 달릴 수 있다”고 했다. 주말엔 길어야 16km 달렸는데 하프, 28km까지 달렸다. 풀코스를 달리려면 대회 전 30km 이상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 최소 2회 이상 해야 한다. 오르막이 많은 춘천마라톤 코스를 감안해 언덕 훈련도 했다.“제가 풀코스를 완주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죠. 선배님들과 얘기하며 편안하게 달렸어요. 30km 넘어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스프레이 파스 뿌려가며 달렸죠. 사람들이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뒤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요. 달릴수록 힘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달릴수록 힘이 생겨요. 그래서 삶이 더 활기차졌어요.”소 강사는 뉴질랜드에서 중독 상담사로 구세군(The Salvation Army)과 술과 마약 치료소에서 근무했었고, 한국에 와서는 자살예방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소 강사는 2일씩 워크숍 개념으로 군부대 간부, 정신건강센터 사회복지사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적 자살예방 훈련(ASIST·Applied Suicide Intervention Skills Training program) 교육을 하고 있다. 그는 “그냥 자살예방에 대한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고 교육생들에게 직접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만났을 때 어떻게 해야 한다는 실질적인 방법을 훈련한다”고 했다.소 강사는 올해부터 너마클 회장을 맡고 있다.“너마클은 달리면서 마일리지를 모아 기부도 하는 모임입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어요. 회원은 40명이 좀 넘고,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회원이 25명 정도 됩니다. 서로 화합하고 배려하고 너무 좋습니다. 올 5월에 학교 총동문회 행사에서 ‘너마클은 사랑입니다’를 주제로 발표했는데 회원들이 20명 넘게 참석해 환호해 줬죠.”소 강사는 11월 16일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두 번째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하프 코스만 2시간 25분에 달렸다. 그는 “얼마 전 딸 결혼시키느라 훈련하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독감도 걸렸다. 역시 마라톤은 정직하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아야 오래 달릴 수 있다”며 웃었다. 그는 “훈련 열심히 해 내년 2월 오사카 마라톤에선 다시 풀코스를 완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소성희 한국자살예방협회 자살예방교육 전문 강사(60)는 지난해 마라톤 42.195km 풀코스를 완주했다. 2020년 초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서 만난 서울 여의도고 동문 선배 덕분이다. 한국에서 보낸 어린 시절부터 대학까지는 물론이고, ‘스포츠 천국’ 뉴질랜드에서 공부하고 직장 잡아 사는 동안에도 운동이라는 것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그였다. 한마디로 천지개벽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부터는 여의도고교 동문 마라톤클럽 ‘너마클’의 회장까지 맡고 있다.“뉴질랜드에 있을 때 한번은 여의도고 6년 선배님이 사모님과 함께 온 거예요. 딸을 뉴질랜드로 시집보내고 약 한 달 머물게 됐죠. 제가 두 분이 심심하실까 봐 근처 산으로 트레킹을 함께 다녔어요. 그게 인연이 돼 평생 해보지 않은 마라톤에 입문하게 됐어요.”소 강사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자 그 선배가 함께 달리자고 한 것이다. 그 선배는 너마클에서 오랫동안 활동하고 있었다. 너마클은 일요일 새벽 서울 반포한강공원에서 함께 운동하고, 전국 대회를 정해서 출전하는 모임이다. 소 강사는 “여름엔 오전 6시 30분, 겨울엔 오전 7시에 모여 달린다. 모임 장소까지 가려면 늦어도 오전 5시나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고민이 됐다”고 했다.2020년 여름 마음을 다잡고 너마클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해 초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너마클 전체 모임을 하지 못하고 3, 4명 소그룹 훈련을 했다. 당시는 실내 기준으로 4명 이상 모이지 못할 때였다. 야외는 그보다 많은 인원이 모여도 됐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치 때문에 소그룹으로 달렸다. 경기 성남시 분당에 사는 선배들과 탄천을 달렸다.“전 열심히 뛰는 스타일이 아니었죠. 다른 회원들은 날씬했는데 전 살이 잘 빠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2021년 여름 매일 빠른 속도로 10km씩 3개월 걸었죠. 그때 체중이 많이 빠졌고, 이후 운동도 제대로 할 수 있었죠. 그리고 그해 11월 언택트로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선배의 페이스메이커 속에 하프코스를 2시간 30분에 완주했죠. 그제야 마라톤의 맛을 좀 알게 됐습니다.”하프코스를 완주한 뒤 어깨와 발, 허벅지 등이 아파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다. 하지만 “너마클 선후배들의 응원 덕분에 열심히 참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모이는 인원수 제한이 완화된 2023년부터 너마클 전체 모임에서 본격적으로 달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열리지 않던 대회들도 열렸다. 하프코스를 주로 달리다 지난해 10월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지난해 초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연세가 89세인지라 재활에 5개월 정도 걸렸죠. 그때 어머니 간호하러 병원을 오가다 보니 규칙적으로 달릴 수 없었죠. 당시 메이저 대회 참가 접수가 쉽지 않던 때였는데 운 좋게 춘천마라톤 풀코스에는 참가할 수 있었죠. 8월쯤부터 제대로 훈련할 수 있었는데 10km도 버거운 몸 상태가 돼 있더군요. 더 열심히 훈련할 수밖에 없었습니다.”소 강사는 선배들과 함께 체계적으로 훈련했다. 주중 2, 3회 10km씩 달렸다. 그는 “선배님 조언에 따라 하루 10km를 달리면 다음 날 쉬었다”고 했다. 주말엔 하프, 28km까지 달렸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대회 전에 30km 이상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을 최소 2회 이상 해야 한다. 오르막이 많은 춘천마라톤 코스를 감안해 언덕 훈련도 했다. 소 강사는 5시간 조금 넘어 완주했다.“제가 풀코스를 완주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죠. 선배님들과 얘기하며 편안하게 달렸어요. 30km 넘어 발목이 좋지 않았지만 스프레이 파스 뿌려가며 달렸죠. 사람들이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뒤 에너지가 넘친다고 해요. 달릴수록 힘이 빠질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달릴수록 힘이 생겨요. 그래서 삶이 더 활기차졌어요.”소 강사는 16일 열린 손기정평화마라톤에서 두 번째 풀코스 완주에 도전하려고 했지만 하프코스만 2시간 25분에 달렸다. 그는 “얼마 전 딸 결혼시키느라 훈련을 하지 않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독감까지 왔다. 역시 마라톤은 정직하다. 하지만 무리하지 않아야 오래 달릴 수 있다”며 웃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올해 71세인 강준환 수원한마음병원 원장은 2022년 10월 8일 미국 하와이 코나에서 열린 아이언맨(Ironman·철인) 세계선수권대회 완주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출전 자격 획득부터 대회 완주까지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코나 세계선수권은 1978년부터 열리는 세계 최고의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 대회다. “코나 대회는 세계 최고라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죠. 아무나 출전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다른 대회 연령대별 1위를 해야 가능했죠. 2022년 8월 14일 ‘아이언맨 카자흐스탄’에 출전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요. ‘빈집 털이’라고 아세요?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65~69세 그룹에 12명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8명이 불참했죠. 4명이 출전해 2명이 완주했는데 제가 15시간54분58초로 2분 빨리 들어왔죠. 기가 막히지 않나요.”그해 10월 8일 코나에서도 16시간58분14초로 완주했다. 철인코스는 17시간 넘어 들어오면 철인 칭호를 받을 수 없다. 1분 46초 차이로 세계 최고 대회에서 ‘철인’이 된 것이다.학창 시절 유도와 태권도 같은 스포츠를 즐긴 강 원장은 “운동 DNA를 타고났는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수영은 1986년 입문했다. 그는 “경기도립 수원병원(현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일할 때 수원에 실내수영장이 처음 생겼다. 바로 등록했다”고 했다.“수영은 호흡 트는 게 중요합니다. 1km 이상 장거리 수영할 때 호흡 부담 없이 갈 수 있는 것을 말합니다. 전 빠르진 않지만, 천천히 오래가는 능력을 일찌감치 키웠습니다. 나중에 이 능력이 철인3종 할 때 큰 장점이 됐습니다. 사이클과 마라톤을 잘하면서도 수영 때문에 철인3종 완주 못 하는 사람들 많거든요.”달리기는 1990년대 후반 집을 서울로 옮기면서 시작했다. 서울사대부고(서울대사범대부설고) 동창들이 양재천을 달리고 있어 합류했다. 그는 “처음 달릴 때 1.5km 지점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돌아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10km를 달리며 기량을 키웠다. 마라톤 최고 기록은 2013년 가을 기록한 4시간 46초.“2002년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겁니다.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사이클을 장만했죠. 그해 처음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는데 제한 시간(3시간 30분)을 넘겨서 실격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그해 다시 올림픽코스에 도전해 제시간에 들어왔다. 2005년 북한 금강산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북한에서 열린 대회였다. 올림픽코스와 하프코스(수영 2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 주로 출전하던 그는 2013년 철인코스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첫 출전 땐 제한 시간 17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2014년 7월 제주 대회 때 개인 최고 기록인 15시간45분에 골인했다. 지금까지 철인코스와 하프코스를 10회씩 완주했다.“제 나이에 기록, 순위는 의미 없어요. 완주가 목표입니다. 다만 철인코스를 선호합니다. 제한 시간이 17시간이라 하프코스(8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넉넉한 만큼 천천히 쉽게 완주할 수 있어요. 올림픽코스는 좀 여유 부리다 보면 제한 시간을 넘겨요. 철인코스는 17시간 안쪽으로 완주할 수 있어요.”철인3종 제한 시간은 올림픽코스의 경우 국제 규정은 4시간 30분인데 국내에선 대부분 3시간 30분으로 운영하고 있다. 코스 난이도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하기도 한다. 강 원장은 철인3종에서 욕심은 금물이라고 했다. “코나에 갔을 때 저보다 훨씬 잘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중도에 포기했어요. 다들 제가 힘들어서 중도 포기할 것이라고 했죠. 그런데 전 완주했고 그 친구가 포기했죠. 철인코스 같은 장거리 경주에선 실력보다 꾸준함이 중요합니다. 전 천천히 즐깁니다. 즐기다 보면 결승선이 나와요. 무리하면 여지없이 제한 시간을 넘겨요.”격한 운동이다 보니 많이 다치기도 했다. 그는 “사이클 타다 넘어져 쇄골이 골절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부위를 다쳤다. 하지만 철인3종계에선 훈장 정도로 생각한다”고 했다.강 원장은 아직도 체력이 탄탄하다. 올 8월 24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튀르키예 보스포루스해협 횡단 수영 대회에 참가해 6.5km를 완영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 참가자 2800여 명 가운데 70대 이상 58명 중 18위를 차지했다. 기록도 제한 시간인 2시간보다 훨씬 빠른 1시간34분30초였다. 한국인 참가자 12명 중 가장 연장자였지만 꼴찌도 면했다. 강 원장은 “평생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 나이에 꼴찌를 하지 않아 그냥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빨리 흐르는 물살을 잘 타면 빨리 가고 그렇지 못하면 늦을 수 있었죠. 코스도 직선 코스가 아니고 세 굽이 정도 도는데 그때 물살을 잘 타지 못하면 힘들 수 있었어요. 전 물살을 잘 탔습니다.”강 원장은 요즘 사이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 3회 훈련한다. 전문 강사의 지시를 받으며 스마트 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하고 시뮬레이션 앱 ‘즈위프트’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훈련 효과 증대, 부상 방지 등을 위해 실내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수영과 마라톤은 주말에 하거나 대회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한다. 사이클 훈련 마친 뒤 트레드밀에서 3km 정도를 가볍게 뛰기도 한다. 사이클도 대회를 앞두고도 야외 적응 차원에서 실외에서 달린다. 솔직히 이젠 철인코스 완주가 다소 버겁기도 하다. 지난해 철인코스를 완주할 때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올림픽코스도 가끔 제한 시간 안이 들어오지 못한다. 아내를 포함해 지인들도 철인코스 출전을 말린다. 하지만 그는 “코나에서 90세인 일본 사람을 봤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청춘이다.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제 나이대의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도 많아요. 상대적으로 젊은데도 허리가 굽은 환자들도 있죠.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 생생해요. 완주의 성취감도 있지만 헤엄치고 사이클 타고 달릴 때 무아지경에 빠진 듯 황홀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멈출 수 있겠습니까.”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강준환 수원한마음병원 원장(71)은 올 8월 24일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튀르키예 보스포루스해협 횡단 수영 대회에 참가해 6.5km를 완영했다. 전 세계 70여 개국 참가자 2800여 명 가운데 70대 이상 58명 중 18위를 차지했다. 기록도 제한 시간인 2시간보다 훨씬 빠른 1시간34분30초였다. 한국인 참가자 12명 중 가장 연장자였지만 꼴찌도 면했다. 강 원장은 “평생 기록을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 나이에 꼴찌를 하지 않아 그냥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출발지부터 도착지까지 빨리 흐르는 물살을 잘 타면 빨리 가고 그러지 못하면 늦을 수 있었죠. 코스도 직선 코스가 아니고 세 굽이 정도 도는데 그때 물살을 잘 타지 못하면 힘들 수 있었어요. 전 물살을 잘 탔습니다.” 학창 시절 유도와 태권도 같은 스포츠를 즐긴 강 원장은 “운동 DNA를 타고났는지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했다”고 했다. 수영은 1986년 입문했다. 그는 “경기도립 수원병원(현 경기의료원 수원병원)에서 일할 때 수원에 실내수영장이 처음 생겼다. 바로 등록했다”고 했다. 달리기는 1990년대 후반 집을 서울로 옮기면서 시작했다. 서울대사범대부설고 동창들이 양재천을 달리고 있어 합류했다. 그는 “처음 달릴 때 1.5km 지점에서 다리를 절뚝거리며 돌아올 정도로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10km를 달리며 기량을 키웠다. “2002년 어느 날 신문을 보는데 철인3종(트라이애슬론)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는 겁니다. ‘참 멋있다’고 생각했고 바로 사이클을 장만했죠. 그해 처음 철인3종 올림픽코스(수영 1.5km, 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출전했는데 제한 시간(3시간 30분)을 넘겨서 실격했어요.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해 다시 올림픽코스에 도전해 제시간에 들어왔다. 2005년 북한 금강산 철인3종 대회에도 출전했다. 올림픽코스와 하프코스(수영 2km, 사이클 90km, 마라톤 21.0975km)에 주로 출전하던 그는 2013년 철인코스(수영 3.9km, 사이클 180km, 마라톤 42.195km)에 본격적으로 도전했다. 첫 출전 땐 제한 시간 17시간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 2014년 7월 제주 대회 때 개인 최고 기록인 15시간45분에 골인했다. 철인코스를 지금까지 10회 완주했는데 2022년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코나 세계선수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계 최고 대회라 출전 기회를 잡기 힘들었죠. 아무나 출전하는 대회가 아닙니다. 다른 대회 연령대별 1위를 해야 가능했죠. 2022년 8월 14일 ‘아이언맨 카자흐스탄’에 출전했는데 정말 운이 좋았어요. ‘빈집 털이’라고 아세요? 뒤늦게 안 사실이지만 65∼69세 그룹에 12명이 참가 신청을 했는데 8명이 불참했죠. 4명이 출전해 2명이 완주했는데 제가 15시간54분58초로 2분 빨리 들어왔죠. 기가 막히지 않나요.” 그해 10월 8일 코나에서도 16시간58분14초로 완주했다. 철인코스는 17시간 넘어 들어오면 철인 칭호를 받을 수 없다. 1분 46초 차이로 세계 최고 대회에서 철인이 된 것이다. “제 나이에 기록, 순위는 의미 없어요. 완주가 목표입니다. 철인코스를 선호합니다. 제한 시간이 17시간이라 하프코스(8시간)보다 상대적으로 시간이 넉넉한 만큼 천천히 쉽게 완주할 수 있어요.” 강 원장은 요즘 사이클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집에서 온라인으로 주 3회 훈련한다. 전문 강사의 지시를 받으며 스마트 롤러에 사이클을 연결하고 시뮬레이션 앱 ‘즈위프트’로 다른 사람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키우고 있다. 수영과 마라톤은 주말에 하거나 대회를 앞두고 집중적으로 한다. 솔직히 이젠 철인코스 완주가 다소 버겁다. 아내를 포함해 지인들도 철인코스 출전을 말린다. 하지만 그는 “코나에서 90세인 일본 사람을 봤다. 그에 비하면 나는 청춘이다. 힘이 남아 있을 때까지 도전하겠다”고 했다. “제 나이대의 경우 제대로 걷지 못하는 분도 많아요. 상대적으로 젊은데도 허리가 굽은 환자들도 있죠. 그런데 운동을 열심히 한 사람들은 다 생생해요. 완주의 성취감도 있지만 헤엄치고 사이클 타고 달릴 때 무아지경에 빠진 듯 황홀합니다. 그러니 어떻게 멈출 수 있겠습니까.”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2023년 3월 5일 오전 운동하는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맨발로 흙길을 걷고 있었다. ‘맨발로 걸으면 좋나요?’ ‘따라와 봐요. 알려줄게’. 따라나섰더니 ‘가장 좋은 게 잠을 잘 잔다’고 했다. 당시 수면 장애가 다시 시작된 경기 연천경찰서 백학파출소 박경운 경감(56)은 다시 “정말 잠을 잘 자나요?”라고 물었다. ‘해보면 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날 밤 근무를 위해 낮에 오수(午睡)를 청하는데 정말 기적같이 1시간 꿀잠을 잤다. 정신도 맑아졌다. 박 경감은 그때부터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970일 넘게 맨발 걷기를 하고 있다.32년 차 경찰공무원인 박 경감은 2016년부터 경찰청 경찰 생명지킴이(자살 예방) 동료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20년 전 자살 직전까지 갔던 경험을 되살려 경찰들의 자살을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닉네임은 ‘긍정폴’이다. 경찰은 전체 공무원의 두 배가 넘는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 강원 영월 출신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산을 뛰어다니며 놀았고, 초등학교 시절 축구선수로 활약했다. 사회생활 하면서도 축구와 탁구, 테니스, 족구 등을 즐겼지만 정신적 스트레스에 육체 건강은 큰 의미가 없었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그를 ‘자살할까?’라는 상태로까지 몰고 갔기 때문이다.“경찰공무원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났을 무렵 아주 깊은 정신적 절망을 경험했습니다. 그 당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 극심한 불면증에 시달렸어요. 하루하루가 생지옥 같은 나날이었습니다. 표정은 일그러지고,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당시 저에겐 엄청난 고통의 연속이었고, 삶을 놓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박 경감은 임용 초기에 지역 경찰로 교대근무 6~7년, 수사형사 부서에서 3~4년 일했다. 야근할 때 그냥 평범한 야근이 아니고, 살인과 강도, 폭력, 변사, 자살, 정신질환자 대응 등 상처 가득한 각종 사건을 늘 마주해야 했다. 범인 검거를 위해 밤새 잠복하기도 했다. 그 긴장감과 초조함이 그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트라우마까지 생길 정도였다.“경찰 교대근무는 지역 경찰, 상황실 등 국민과 접점에서 8시간, 12시간, 24시간 교대근무로 끊임없이 돌아가는 시스템입니다. 이런 시스템은 국민 누구나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각종 범죄나 사건, 사고 등 위급한 상황이 항상 발생할 수 있으므로 경찰공무원처럼 교대근무를 하는 직군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교대근무는 사람의 생체시간,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근무 구조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교대근무는 발암물질 2등급으로 지정했을 정도로 건강에 치명적이죠.”최근 10년간 경찰공무원 자살률은 일반 공무원보다 2배에서 2.5배 이상 높게 나타나고 있다. 경찰공무원의 돌연사율(심근경색 등)은 일반 공무원보다 1.8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암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일반 국민보다 2배 이상 높다.“어느 순간 불면증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습니다. 입면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수면의 질도 떨어지는 것을 경험했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있었고,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각종 사건, 사고 처리 과정에서 오는 긴장감과 열악한 교대근무에서 오는 스트레스에 정신이 무너졌습니다. 자살을 고민하고 있을 때 한 경찰 선배님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을 받으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박 경감은 “제가 그동안 연구한 결과 자살하는 이유는 딱 세 가지로 압축된다. 힘들고, 어렵고, 억울하면 자살한다. 그래서 힘든 동료가 있으면 다가가서 도와줘야 한다”고 했다. 경찰 선배가 그에게 했던 것처럼. 그 경찰 선배가 힘내라며 건넨 ‘긍정의 힘(조엘 오스틴)’이란 책도 도움이 됐다.“처음엔 너무 뻔한 말이라 생각했는데 그 책을 여러 차례 반복해 보면서 긍정적인 마음을 내면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고, 긍정적 삶을 살아가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많이 편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하지만 2023년 다시 불면증이 찾아왔는데, 그때 우연히 맨발 걷기를 만난 게 그에게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50대 초반 나이라 컨디션도 떨어지고, 체중은 늘었죠. 전반적으로 건강이 안 좋아지던 때 다시 수면 장애가 찾아온 것입니다. 과거를 떠올리며 수면제 등 약에 의존하지 않으려 노력했어요.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불면증은 사라지지 않았죠. 그때 맨발로 걷는 어르신들을 만나게 됐습니다.”당시 1시간 정도 함께 걸었다. 따라가면서 ‘사실상 만병통치약’처럼 얘기하는 맨발 걷기 효과를 믿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그날 정말로 잠을 잘 잔 것이다. 박 경감은 “야근 근무가 잡힌 날은 오후에 억지로 잠을 자는데 정말 꿀잠을 잤다”고 했다. 맨발 걷기에 관한 자료를 찾아봤다. 박동창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회장(73)이 쓴 맨발 걷기 관련 책을 다 읽었다. 그리고 실천했다. 그날 이후 하루도 안 거르고 맨발로 걷고 있다. 평균 하루 3시간 이상 걸었다. 맨땅이 드러난 곳이면 운동장, 공원, 가로수 아래, 바닷가, 갯벌, 계곡, 맨발 산행도 실천하고 있다.맨발 걷기의 효과를 직접 체험하고 관련 책을 다수 출간한 박동창 회장은 “맨발로 걸으면 지압 효과와 접지(接地·Earthing) 효과로 면역력이 좋아진다”고 설명한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발바닥 자극은 오장육부 등 모든 신체 기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고대 중국과 이집트에서부터 이어졌다.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황톳길이 가장 좋다. 우리 몸에 30~60 ㎷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맨발로 땅을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되는데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원래 활성산소는 몸의 곪거나 상처 난 곳을 치유하라고 몸 자체에서 보내는 방위군이다. 치유하고 나면 활성산소는 몸 밖으로 배출돼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고 몸속을 돌아다니면서 멀쩡한 세포를 공격해 악성 세포로 바뀌게 한다. 암 등 각종 질병이 활성산소의 역기능 탓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접지가 활성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다. 맨발 걷기 접지의 항산화 효과”라고 말했다.박 경감은 수면 장애를 완전히 극복했다. 환절기마다 그를 괴롭혔던 고질병 비염도 사라졌다. 잇몸도 건강해졌다. 전립선 비대증 약도 끊었다. 자살 예방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홍보하고 있다.“맨발 걷기는 경찰 자살 예방의 ‘로또’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자살 충동을 유발하는 우울증 증상에는 그림자처럼 불면증이 따라옵니다. 우울증이나 불면증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심해지면 심신을 아주 힘들게 하고, 피폐하게 만들거든요. 당연히 자살 충동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직접 경험했고, 분명하게 체험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맨발 걷기 전문가들은 맨발 걷기를 ‘천연신경안정제’라고 설파하기도 합니다. 또한 임상 연구에서 맨발 걷기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를 안정화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보고도 있어요. 한 시간 맨발 걷기를 처음 시작한 날 대자연 맨땅에서 꿀잠이라는 인생 최고의 선물을 받았고, 그날 이후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맨발 걷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고장면 대전 국립 한밭대 교수(64·화학생명공학과·맨발걷기생명과학연구소 소장)는 “맨발 걷기가 자살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맨발 걷기는 우리 몸에 각종 호르몬이 풍성하게 나오게 하는데 멜라토닌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통상 멜라토닌이 뇌의 중과선에서 나오면서 동시에 도파민도 같이 나옵니다. 도파민은 신경을 안정시키는 핵심 호르몬이죠. 그래서 마음이 평안한 정신 상태가 되어 우울증이 사라집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도 안정화합니다. 한마디로 맨발 걷기는 멜라토닌 도파민 등의 생성을 촉진하여 긍정적인 정신을 강화하고, 코르티솔을 안정화해 우울증을 치료해 결국 자살을 방지하게 됩니다.”박 경감은 경찰청 생명 지킴이 동료 강사를 하며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에서 자살 예방 전문 강사로 위촉받아 활동하고 있다. 그는 자살 예방 기본 강의 교안을 나누면서 덧붙여 수면 회복에 큰 도움이 되는 맨발 걷기를 실천할 수 있게 자료도 공유하고 있다. 그는 “맨발 걷기를 실천한 경찰들 모두 다 효과를 봤다고 한다”고 했다.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경기 파주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박 경감은 맨발 걷기의 실천을 강조했다.“자존심이나 선입견, 편견으로 인해 맨발 걷기를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적지 않은 동료 경찰들을 바라볼 땐 아주 안타깝습니다. 세상에는 아무리 좋은 것이라고 해도 실천하는 사람과 실천하지 않는 사람으로 나뉩니다. 실천할 때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긴가민가했지만, 해보니 효과를 봤습니다. 맨발 걷기의 핵심 효과 중 하나가 만병의 근원이자 끊임없이 신체 내에서 만들어지는 활성산소를 중화시켜 10만 km가 넘는 신체 내 혈관의 혈행을 최적화시켜 건강을 회복하는 데 크게 도움을 줍니다. 실천해보세요. 정말 좋아집니다.”박 경감은 ‘우린, 자판 필사하고 책 쓰기 도전합니다’란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어싱이나 필사나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는 부제로 9꼭지를 썼다. 그는 “인세가 얼마 되지는 않겠지만, 저에게 귀속되는 수익금은 경찰 자살 예방 사업에 전액 기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파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창휴 가천대 길병원 교수(56·심장혈관흉부외과)는 10월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트렌스제주 100마일(160km)에 출전해 36시간 만에 완주했다.다. 그는 지난해부터 트레일러닝에서 함께 뛰며 다치거나 위험에 빠진 러너들을 돕는 ‘레이스 메딕(Race Medic)’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살면서 가장 싫은 게 운동이었고, 축구와 야구 등 스포츠도 보지 않았던 그에게 무슨 일이 생겼던 것인가?.“약 15년 전 잠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캐나다로 가족들과 함께 연수 갔는데 돌아올 시점에 아이들이 남겠다고 했죠. 쉬는 날 할 일이 없다 보니 너무 지루해서 집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서 삶이 바뀌었죠.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길을 잘 만들어 놓아 전국 어디든 자전거 타고 갈 수 있었죠. 서울~부산 종주는 물론 4대강 등 전국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죠.”최 교수가 자전거를 열심히 타자 자연스럽게 소문이 났고, 대학 자전거동아리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해달라고 했다.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라이딩하다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듀애슬론(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나가게 됐다. 그는 “자전거와 달리기는 완전히 달랐다. 500m나 1km는 달리겠는데 5km 넘으면 힘들었다. 그래서 그때부터 마라톤을 공부하며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2년이었다.시간 날 때마다 병원 주변을 달렸다. 3개월 훈련하고 10km에 출전했다. 하프코스도 뛰었고, 1년 뒤 가을 4시간 50분에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그때부터 동아마라톤 등 메이저대회 마라톤을 섭렵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 50분.“로드 마라톤에 흥미가 떨어질 때쯤 지인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이 있다는 겁니다. ‘도로 달리기도 싫은데 무슨 산을 달리냐?’고 했죠. 그 친구가 산 달리기가 더 재밌다고 강조했죠. 그래서 모든 러너들의 성지 서울 남산으로 가서 달려봤죠.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죠. 올라갈수록 풍광이 좋았어요. 산에선 달리는 주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어요. 바짝 긴장해야 합니다. 다칠 수 있기 때문이죠. 그 긴장감이 좋습니다. 오르막을 오를 땐 천천히 걸으면서 나무와 꽃, 개울, 바위 등 자연을 감상할 수도 있습니다.”2016년부터 산을 달렸다. 산을 달리는 게 더 좋았지만, 병원 일 때문에 근처 로드에서 운동해야 할 때도 많았다. 2019년 말부터 트레일러닝 대회에도 출전했다. 2023년 10월 트렌스제주에서 100km를 19시간 44분에 완주했다. 코리아 50K, 장수트레일레이스 70K는 물론 일본과 중국, 홍콩 등 국내외 대회 중장거리를 꾸준히 뛰었다. 지금까지 100km만 5회 완주했다. 기록은 20시간 안팎. 이젠 ‘달리는 철각 의사’로 불린다. 매일 새벽 5~10km를 달리고 주말에는 대회 출전이나 장거리 훈련을 하고 있다.최 교수는 장거리를 선호한다.“산 장거리 100km 이상을 달릴 땐 상승고도와 거리를 감안해 체력 안배도 잘해야 합니다. 전 체력을 60~70%만 쓰려고 노력합니다. 주말 이후에는 또 환자를 봐야 하기 때문에 너무 피곤한 상태가 되면 곤란합니다. 저에게 기록은 의미 없습니다. 그냥 즐겁게 달립니다. 제가 100km 이상에 자주 나가는데 생각해 보면 제 일도 비슷합니다. 수술 한번 들어가면 최소 6시간입니다. 많게는 10시간 넘게 걸리죠. 수술하기 전 환자 상태를 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위험 요소를 제거합니다. 트레일러닝도 마찬가지입니다. 달리기 전 코스를 유심히 분석해 어떤 위험이 있는지 살펴봅니다. 위험한 구간은 대회 전 직접 가서 달려보기도 합니다.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에서 출전합니다. 그 재미가 쏠쏠합니다.”그래도 20시간 가까이 달리면 힘들지 않을까?“제 개인적인 성향에도 맞습니다. 저는 짧은 시간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는 것보다는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트레일러닝을 20시간 정도 달리면 육체적으로도 건강해지지만 정신도 맑아집니다. 산에서 바짝 긴장하며 20시간 동안 달려보세요. 그럼, 직업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도 확 날아가죠.”달리다 보니 다치는 사람들이 많았다. 레이스 메딕으로 나선 이유다.“산에서 러너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지켜봤죠. 가벼운 찰과상과 골절 등 외상성 손상부터 탈진, 심혈관 이상 등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상황에까지 이를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 대회에선 30대가 심정지로 사망했습니다. 레이스 중간 각 CP(Check Point)에 응급요원들이 있지만 산길에선 바로 투입이 쉽지 않아 참가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제가 달리는 대회에서는 대회 주최 측과 협의해 레이스 메딕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혼자선 안 되겠다 싶어 올해부터는 달리는 의사들을 모아 함께 하고 있습니다.”최 교수는 운동 및 스포츠 현장에서 왜 의사가 있어야 하는지를 직접 체감했다.“외상성 손상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체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상 현상은 참가자들이 모를 수가 있어요. 과도하게 땀을 너무 많이 흘려 탈진 상태가 된다든가, 열이 너무 올라간다든가, 너무 물을 많이 마셔서 저 나트륨 혈중 상태가 온다든가. 평상시에는 괜찮지만, 본인이 가지고 있는 의학적 컨디션에 따라 호흡곤란이나 쇼크가 와 쓰러질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의사가 필요합니다. 세계 대회에 나가면 의사들이 트레일러닝대회를 기획 단계부터 개입해 안전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모든 대회에 그런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레이스 메딕은 대회 스태프가 아니고 참가자이면서 응급 상황엔 러너들을 돕는 순수 자원봉사자다. 레이스 메딕으로 봉사키 위해선 중급 이상의 트레일런 완주 경험이 있어야 한다. 최 교수는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레이스 메딕 자원봉사자들을 모았다. 현재 약 20명이 활동한다. 대회 땐 10명에서 15명의 의료진(의사 한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산악구조대 소방공무원 등)이 간단한 기본 의료 장비를 메고 달리며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무전을 받으면 최근 거리에 있는 레이스 메딕이 뛰어가 돕는다. 올해는 경기 동두천 코리아 50K 등 4개 대회에서 시범 운영하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참가자가 위험 상황에 철저하게 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산에선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먼저 위험 구간 등 코스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조심하게 됩니다. 또 응급 처치 키트, 서바이벌 블랭킷 등 대회 조직위가 꼭 지참하라고 하는 것은 준비해야 합니다. 날씨 변화에 따라 극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혹시 다치면 배번에 적혀 있는 레이스 메딕으로 전화 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최 교수는 “레이스 메딕이 참가자들에게 ‘주변에 의사들이 달리고 있구나’라는 심리적인 안정감을 줄 수도 있다. 향후 더 많은 의료진을 모아 함께 달리며 러너들의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활짝 웃었다.인천=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최창휴 가천대 길병원 교수(56·심장혈관흉부외과)는 가장 싫은 게 운동이었다. 축구와 야구 같은 스포츠 경기도 보지 않았다. 그런 그가 지금은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하며 다치거나 위험에 빠진 러너들을 돕는 레이스 메딕(race medic)으로 활약하고 있다. 대변신이다. “약 15년 전 잠시 기러기 아빠 생활을 한 적이 있어요. 캐나다로 가족들과 연수를 갔는데 돌아올 시점에 아이들이 남겠다고 한 거죠. 쉬는 날 할 일이 없으니 지루해서 집에 있던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서 삶이 바뀌었죠. 이명박 정부가 4대강에 길을 잘 만들어 놔서 전국 어디든 자전거로 갈 수 있었어요. 서울∼부산 종주는 물론이고 가 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습니다.” 최 교수가 자전거를 열심히 탄다는 소문이 나자 이 대학 자전거동아리 학생들이 지도교수를 해 달라고 했다.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라이딩을 하다 인천 송도에서 열린 듀애슬론(사이클 40km, 마라톤 10km)에 나갔다. 그는 “자전거와 달리기는 완전히 달랐다. 500m나 1km는 달리겠는데 5km 넘으면 힘들었다. 그때부터 달리기 시작했다”고 했다. 2012년이었다. 시간 날 때마다 병원 주변을 달렸다. 3개월 훈련하고 10km 경주에 출전했고 이어 하프코스도 뛰었다. 1년 뒤 가을 4시간 50분에 42.195km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그때부터 동아마라톤 같은 메이저 대회를 섭렵했다. 풀코스 최고 기록은 3시간 50분. “로드 마라톤에 흥미가 떨어질 때쯤 지인이 산을 달리는 트레일러닝을 알려 주는 겁니다. 처음에는 ‘도로 달리기도 싫은데 무슨 산을 달리냐’고 했죠. 그래도 그 친구는 산 달리기가 더 재밌다는 거예요. 그래서 모든 러너의 성지라는 서울 남산을 달려 봤습니다. 색다른 느낌이었어요. 올라갈수록 풍광이 좋았고, 산길이라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지루하지 않았죠.” 2016년부터 산을 달렸다. 도로보다 산이 더 좋아졌지만 병원 일 때문에 근처 도로나 공원에서 운동해야 할 때도 많았다. 2019년 말부터 트레일러닝 대회에 출전했다. 2023년 10월 트랜스제주 대회에서 100km를 19시간 44분에 완주했다. 코리아 50K, 장수트레일레이스 70K는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홍콩 등 국내외 대회 중장거리를 꾸준히 뛰었다. 지금까지 100km만 5회 완주했다. 기록은 20시간 안팎. 이달 17일부터 19일까지 제주도에서 열린 트랜스제주 100마일(160km)도 달렸다. 이제는 ‘달리는 철각 의사’로 불린다. 매일 새벽 5∼10km를 달리고 주말에는 대회에 출전하거나 장거리 훈련을 한다. “달리면서 트레일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크고 작은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봤습니다. 가벼운 찰과상과 골절 같은 외상성 손상부터 탈진, 심혈관 이상처럼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최근 한 대회에선 30대 러너가 심정지로 숨졌습니다. 레이스 중간중간 체크포인트(CP)에 응급요원이 있지만 산길에선 바로 투입되기 쉽지 않아 참가자가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부터 제가 달리는 대회에서는 주최 측과 협의해 레이스 메딕 역할을 합니다. 혼자선 안 되겠다 싶어 올해부터는 의사들을 모아 함께 달리고 있습니다.” 레이스 메딕은 대회 스태프가 아니고 참가자이면서 응급 상황에 러너들을 돕는 자원봉사자다. 레이스 메딕이 되려면 중급 코스 이상의 트레일러닝 완주 경험이 있어야 한다. 10명에서 15명의 의료진(의사 한의사 간호사 응급구조사 산악구조대원 소방공무원 등)이 기본 의료 장비를 메고 달린다.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는 무전을 받으면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레이스 메딕이 뛰어가 돕는다. 올해는 경기 동두천 코리아 50K를 비롯한 4개 대회에서 시범 운영하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참가자 스스로 위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위험 구간을 비롯한 코스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조심하게 됩니다. 또 응급처치 키트, 서바이벌블랭킷 같이 대회 조직위원회가 지참하라고 한 것은 꼭 준비해야 합니다. 날씨 변화에 따라 극한 상황에 몰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혹시 다치면 배번에 적혀 있는 레이스 메딕 휴대전화로 전화 주세요. 바로 달려가겠습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

환경·에너지 장비 기업 지앤비에스 에코 박상순 회장(65)은 (사)한국SS스포츠진흥협회를 만들어 테니스 유망주를 키울 기대에 부풀어 있다. 그는 “난 테니스로 다시 태어났다. 건강도 되찾았고, 그 덕분에 사업도 많이 성장했다. 테니스에 큰 신세를 진 것이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다시 테니스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사연은 이렇다. 박 회장은 2011년 합작했던 프랑스 본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국내 법인도 그 영향권에 들었고, 결국 지분 다 팔고 나오는 과정에서 배신을 당하는 등 심신이 피폐해졌다. 2013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그는 그즈음 20년 가까이 등한시했던 테니스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심신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한 3년 넘게 시달리다 보니 그때 저를 만난 사람들이 다 ‘얼굴이 왜 그렇게 망가졌냐?’고 걱정했었죠. 제가 봐도 얼굴이 엉망이었어요. 만병의 근원이 스트레스였습니다. 건강 관련 TV 프로그램을 봐도 그랬습니다. 당시 제가 1980년대 후반 서울 송파에 신혼살림을 차릴 때 테니스를 시작했던 기억이 떠올랐죠. 2015년쯤 그 시절 함께 했던 형님을 찾아가 다시 라켓을 잡아야겠다고 했고, 함께 테니스 치면서 저를 다시 찾게 됐어요.”테니스는 게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잡생각을 할 수 없었다. 공을 쫓아 뛰어다니다 보면 땀을 흠뻑 흘렸고, 그렇게 2~3시간 코트를 누비면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샤워할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무엇보다 온전히 테니스만 생각하다 보면 회사의 복잡한 일들을 잠시 잊을 수 있고, 머리가 맑아지니 해결책도 잘 떠오른다”고 했다.박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 등 뛰어노는 것을 즐겼다. 사회생활 하면서 잠시 잊었지만, 결혼한 뒤 테니스 치는 처남들을 보며 라켓을 잡았다. 송파에 있는 테니스동호회에 가입해 개인 지도까지 받으며 쳤다. 회사에 다니다 보니 주중보다는 주말에 몰아서 쳤다. 1990년 말부터는 사업상 골프 칠 일이 많아 한동안 테니스를 사실상 잊고 살았다.“당시는 주말마다 골프장으로 갔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골프도 열심히 쳤죠. 최고 스코어가 2언더입니다. 당시 동반자들은 레귤러 티에서 칠 때 전 백 티에서 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골프는 스트레스를 완전히 날려주진 않더라고요. 한때 허리 디스크 통증으로 고생했고, 골반이 틀어지기도 했죠. 결국 극심한 스트레스에 살고 싶어서 다시 테니스로 돌아온 것입니다.”테니스를 다시 시작한 뒤에는 골프는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치지 않고 공휴일과 주말에는 테니스코트로 달려간다. 집이 경기 성남시 판교인데 그 일대는 테니스코트가 없어 서울 송파로 이동해 치고 있다. 사업상 해외 출장이 많은데 공휴일과 주말 전날이나 당일 새벽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잡고, 귀국한 뒤 코트로 향한다.“처음 테니스를 칠 땐 승리욕이 앞섰습니다. 복식을 많이 치지만 가끔 단식도 쳤는데 저를 무시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든 잡으려고 했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참 부질없는 일이었습니다. 즐겁게 재밌게 치는 게 좋았는데…. 이젠 승부보다는 테니스를 즐기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박 회장은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 2가지 원칙을 세웠다. 매일 1시간 이상 걷고, 목요일 이후 주말까지는 절대 음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반사 신경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비즈니스상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곤 술도 자제하고 있다”라고 했다. 그리고 틈나는 대로 회사에 마련된 피트니스센터에서 가볍게 상·하체 근육운동도 하고 있다.박 회장은 테니스를 통한 사회공헌 활동도 시작했다. 2022년 고교 2학년이던 테니스 유망주 명세인(20)을 2년간 2억 원을 후원했다. 명세인은 세계 투어를 뛰며 세계 주니어순위를 끌어 올려 미국 대학의 손짓을 받았고,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스탠퍼드대에 진학했다. 명세인은 박 회장 지인의 딸로 어릴 때부터 지켜보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해 성장하면 후원해 주겠다’고 했고, 회사가 2021년 코스닥에 상장된 뒤 약속을 지킨 것이다. 박 회장은 투자한 결과가 좋게 나타나 너무 기뻤다. 박 회장이 한국SS스포츠진흥협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테니스 유망주를 키울 계획에 나선 이유다. 개인 후원을 하면 양도 세금도 많이 내야 하고 세제 혜택도 없었다.“유망주를 후원하며 주니어테니스의 현실을 봤더니 형편없더라고요.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테니스 등 스포츠의 현실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테니스의 경우 선수 전용 코트가 부족하고, 지도자들의 수입도 불안했어요. 후원자도 거의 없었죠. 테니스 선수가 해외 투어 뛰려면 1년에 1억 원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조금이나마 테니스 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습니다.”박 회장은 이 단체를 통해 테니스 유망주들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일대 보육원에서 테니스 교육 사업도 병행한다. 경기 의왕시 안성시 등 보육원 후원도 하고 있는데 지켜보면서 새롭게 얻은 아이디어다.“보육원의 아이들은 만 19세가 되면 정착 지원금 1000만 원을 받고 퇴원해야 하는데 대부분 자립해 사회에 적응하기 쉽지 않아요. 그래서 테니스 유망주를 발굴해 선수로 육성하며 지도자 교육을 하려고 합니다. 레슨 코치가 되면 그래도 안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어 독립에 도움이 될 겁니다.”박 회장은 함께 테니스 치는 선후배들을 위해서 대회도 만들었다. 2022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제1회 박상순배 전국투어 테니스대회’를 만들었다. 처음엔 친목을 위해 만들었는데 아시아투어를 뛰는 유망주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 이름을 ‘박상순배 아시아투어 테니스대회’로 바꿨다. 일본 가고시마, 중국 상하이 등을 다녀왔다. 그는 “아시아 투어를 뛰는 유망주들을 응원하러 가서 우리들끼리도 자체 대회를 한다. 상금도 걸렸다. 즐겁게 재밌게 테니스 치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이제 유망주들을 위해 더 테니스에 관심을 가지며 사업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박 회장의 얼굴에선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남양주=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환경·에너지 장비 기업 지앤비에스 에코 박상순 회장(65)은 2011년 합작하던 프랑스 본사가 다른 회사에 합병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국내 법인도 그 영향권에 들어서, 결국 자신이 갖고 있던 지분을 다 팔고 나왔다. 그 과정에서 배신을 당하는 등 심신이 피폐해졌다. 2013년 새롭게 사업을 시작한 그는 그즈음 20년 가까이 등한시하던 테니스를 다시 치기 시작하면서 심신 건강을 되찾았다. “3년 넘게 시달리다 보니 그때 저를 만난 사람들마다 ‘얼굴이 왜 그렇게 망가졌냐’며 걱정했죠. 제가 봐도 제 얼굴이 엉망이었으니까요. 그때, 1980년대 후반 서울 송파구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테니스를 시작한 기억이 떠올랐죠. 2015년, 그 시절 함께했던 형님을 찾아가 다시 라켓을 잡아야겠다고 말하고 함께 테니스를 치면서 저를 되찾게 됐어요.” 테니스는 게임에만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잡생각을 할 수 없었다. 공을 쫓아 뛰어다니다 보면 땀을 흠뻑 흘렸다. 그렇게 2∼3시간 코트를 누비면 완전히 달라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샤워할 때 기분이 너무 좋다. 무엇보다 온전히 테니스만 생각하다 보면 회사의 복잡한 일들을 잠시 잊을 수 있고 머리가 맑아지니 해결책도 잘 떠오른다”고 했다. 박 회장은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비롯해 뛰어노는 것을 즐겼다. 사회생활 하면서 잠시 잊었지만, 결혼한 뒤 테니스를 하는 처남들을 보며 라켓을 잡았다. 송파구에 있는 테니스동호회에 가입해 개인 레슨까지 받으며 주말에 몰아서 쳤다. 그러다 1990년 말부터는 사업상 골프 칠 일이 많아 한동안 테니스를 사실상 잊고 살았다. “당시는 주말마다 골프장으로 갔습니다.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 골프도 열심히 쳤죠. 베스트 스코어가 2언더입니다. 그런데 골프가 스트레스를 완전히 날려 주진 않더라고요. 허리를 다치기도 했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살고 싶어서 테니스로 돌아온 겁니다.” 테니스를 다시 시작한 뒤,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골프는 치지 않고 주말엔 테니스 코트로 달려간다. 집이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 일대에는 테니스 코트가 없어 송파구로 이동해 치고 있다. 해외 출장이 있을 때는 주말 전날 저녁이나 당일 새벽 귀국하는 날로 일정을 잡아 코트로 향한다. 박 회장은 테니스를 잘 치기 위해 2가지 원칙을 세웠다. 매일 1시간 이상 걷고, 목요일 이후 주말까지는 절대 음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반사신경이 떨어지는 것을 느낀다. 비즈니스상 어쩔 수 없는 경우를 빼곤 술도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틈나는 대로 회사에 마련된 피트니스센터에서 가볍게 상하체 근육운동도 하고 있다. 박 회장은 테니스를 통한 사회 공헌 활동도 시작했다. 2022년 고교 2학년이던 테니스 유망주 명세인(20)을 2년간 2억 원 후원했다. 명세인은 세계 투어를 뛰며 세계 주니어 랭킹을 끌어올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를 거쳐 스탠퍼드대에 진학했다. 박 회장은 “테니스로 다시 태어났다. 건강도 되찾았다. 그 덕분에 사업도 많이 성장했다. 테니스에 신세를 진 것이다. 그래서 그 고마움을 다시 테니스에 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박 회장은 사단법인 한국SS스포츠진흥협회를 만들어 본격적으로 테니스 유망주를 키울 계획이다. “유망주를 후원하며 주니어 테니스 현실을 봤더니 형편없더라고요. 대한민국이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지만 테니스 같은 스포츠의 현실은 너무 열악했습니다. 테니스 선수 전용 코트가 부족하고 지도자들 수입도 불안정했어요. 후원자도 거의 없었죠. 조금이나마 테니스 발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단체를 만들었습니다.” 박 회장은 이 단체를 통해 테니스 유망주들을 지원하면서 동시에 수도권 일대 보육원에서 테니스 교육 사업도 병행한다. 그는 “보육원 아이들은 만 19세가 되면 정착 지원금 1000만 원만 받고 퇴원해야 하는데, 자립해서 사회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테니스 유망주를 발굴해 선수로 육성하며 지도자 교육을 시키려고 한다. 레슨 코치가 되면 안정적인 자립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유망주들을 위해 테니스에 더욱 관심을 갖고, 사업도 열심히 해야겠다”며 활짝 웃었다.양종구 콘텐츠기획본부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