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이상훈 기자

동아일보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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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정책사회부장입니다.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sanghun@donga.com

취재분야

2025-11-05~2025-12-05
칼럼42%
일본23%
국제일반23%
미국/북미3%
경제일반3%
국제교류3%
인사일반3%
  • 日 10년물 국채 금리, 年 1.5% 넘어 16년 만에 최고

    일본의 대표적인 시장 지표금리인 국채 10년물 금리가 약 16년 만에 처음으로 연 1.5%를 넘어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국방비 인상 및 관세 부과 압박으로 주요국 채권 금리가 상승한 데다 일본은행(중앙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본 채권시장에서 신규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0.065%포인트 오른 연 1.5%를 기록했다. 장 중 한때 연 1.51%까지 오르며 2009년 6월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채권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은 그만큼 하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채권시장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에서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국방비 인상 압박 여파로 채권 매도세가 가속화되면서 각국의 채권 금리가 올랐다. 미국이 유럽에 국방비를 늘리라고 압박하자 독일은 국방비 증액을 위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0.35% 밑으로 재정적자를 억제하는 재정 준칙을 완화할 방침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5일 독일 장기금리가 상승했고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 국채 금리도 일제히 오르면서 일본에서도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여기에 일본은행 부총재가 전날 “경제와 물가가 예측대로 움직이면 정책금리를 계속 인상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갈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금리 인상 전망이 강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세계 채권 금리의) 이런 움직임은 지난 몇 주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 중단, 관세 관련 뉴스 등 지정학적 변동성이 금융 시장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말 연 1.09% 수준이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올 1월 연 0.5%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향후 추가 인상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채권 금리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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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50대 남성, 경차로 재일민단 건물 들이받아

    윤봉길 추모관 건립이 추진 중인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서 우익 단체로 추정되는 인사가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지방본부 사무실 벽을 들이받는 사건이 일어났다. 3일 민단 및 현지 보도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쯤 50대 일본인 남성이 운전한 경차가 민단 건물을 들이받았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주차장 시설 일부가 부서진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혐의를 인정했으며 “윤 의사 추모관 건립에 항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언급했다고 민단 측이 전했다. 민단 관계자는 “최근 윤봉길 추모관 건립 등을 둘러싸고 반대하는 우익 단체들이 민단 건물에 와 확성기를 틀면서 거세게 시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단체인 ‘윤봉길 의사 추모사업회’는 재일교포 독지가의 도움을 받아 올 4월 말 가나자와에 추모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민단은 이 추모관 사업과 관련이 없는데도 일부 우익들은 민단이 한국 관련 단체라는 이유로 각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전역의 우익 세력을 모아 가나자와 시내, 윤봉길 의사 암장지 주변 등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경찰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민단 건물 등에 경비를 강화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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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 68% “개헌 찬성”… 73% “자위대 명기해야”

    일본인 10명 중 7명가량은 자국 헌법을 개정하는 데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매년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 찬성 비중이 올라가는 추세다. 집권 자민당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군(軍)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한 평화헌법 조항을 고치겠다는 구상을 이어 가고 있다. 위헌 논란이 있는 자위대의 헌법상 지위를 명확히 해 사실상 군대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에 관한 질문에 68%는 ‘개정하는 편이 좋다’고, 28%는 ‘개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신문이 2018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높은 수치였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데 대해선 73%가 찬성하고, 23%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78%는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받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고,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각각 87%에 달했다. 다만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다. 1947년 제정한 일본 헌법에선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9조1항),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9조2항)라고 규정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그간 저서 등에서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 등 역대 일본 총리 대부분도 개헌에 찬성하며 의욕을 보였다. 다만 자민당이 지난해 총선 참패 후 국민투표가 필요한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정치적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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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인 68% “개헌 찬성”…73% “자위대 명기해”

    일본인 10명 중 7명가량은 자국 헌법을 개정하는 데 찬성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일본에서는 매년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 찬성 비중이 올라가는 추세다. 집권 자민당은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으로 군(軍)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기한 평화헌법 조항을 고치겠다는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 위헌 논란이 있는 자위대의 헌법상 지위를 명확히 해 사실상 군대로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진행된 여론조사에서 헌법 개정에 관한 질문에 68%는 ‘개정하는 편이 좋다’고, 28%는 ‘개정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신문이 2018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뒤 가장 높은 수치였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는 데 대해선 73%가 찬성하고, 23%는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 78%는 다른 나라로부터 공격받는 것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고 밝혔고, 러시아와 중국의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자는 각각 87%에 달했다.다만 제2차 세계대전 패전 뒤 일본은 전범국가로로서 군대를 보유하지 못하게 돼 있다. 1947년 제정한 일본 헌법에선 ‘국권이 발동되는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9조1항) ‘육‧해‧공군, 그 밖의 전력(戰力)을 보유하지 않는다’(9조2항)라고 규정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는 그간 저서 등에서 “헌법을 개정해 자위대 존재를 명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 등 역대 일본 총리 대부분도 개헌에 찬성하며 의욕을 보였다. 다만 자민당이 지난해 총선 참패 후 국민투표가 필요한 개헌에 적극적으로 나서기에는 정치적 동력이 부족하다는 분석이 많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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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봉길 추모관 반대”…경차로 민단 건물 들이받은 日 남성

    윤봉길 추모관 건립이 추진 중인 일본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에서 우익 단체로 추정되는 인사가 재일동포 단체인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지방본부 사무실 벽을 들이받는 사건이 일어났다.3일 민단 및 현지 보도에 따르면 2일 오전 9시쯤 50대 일본인 남성이 운전한 경차가 민단 건물에 부딪혔다. 인명 피해는 없었고 주차장 시설 일부가 부서진 것으로 알려졌다. 범인은 혐의를 인정했으며 “윤 의사 추모관 건립에 항의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언급했다고 민단 측이 전했다. 민단 관계자는 “최근 윤봉길 추모관 건립 등을 둘러싸고 반대하는 우익 단체들이 민단 건물에 와서 확성기를 틀면서 거세게 시위하고 있다”고 전했다. 국내 단체인 ‘윤봉길 의사 추모사업회’는 재일교포 독지가 도움을 받아 올 4월 말 가나자와에 추모관을 개관할 예정이다. 민단은 이 추모관 사업과 관련이 없는데도 일부 우익들은 민단이 한국 관련 단체라는 이유로 각종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일본 전역의 우익 세력을 모아 가나자와 시내, 윤봉길 의사 암장지 주변 등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지 경찰 또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민단 건물 등에 경비를 강화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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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젤렌스키, 통역 없이 회담… 발언수위 제대로 조절 못해 트럼프와 거친 충돌 이어져”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정상회담이 파국으로 끝난 것을 두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통역을 두지 않고 회담에 임하면서 원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일 “역사상 보기 드문 외교 실패에는 코미디언 출신으로 소통에 능숙했던 젤렌스키 대통령의 방심이 있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통역 없이 직접 영어를 쓰며 회담에 임했다. 그는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주요 외교 무대에서도 영어를 자주 사용했다. 2022년 8월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만났을 때는 통역사가 일부 문장 통역을 건너뛰자 답답해하면서 직접 영어로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특유의 단순하고 강경한 표현으로 밀어붙이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본인도 다소 단정적이거나 급하게 말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발언 수위 조절 등이 진행되기 어려웠고, 결과적으로는 카메라 앞이라고는 믿기 힘든 거친 충돌이 연출된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적의를 가진 상대를 대하는 상황이었다면 더욱 통역사가 필요했다”며 “국가를 대표하는 정상의 발언은 무게감이 크고 언어력 부족에 따른 오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역사가 있다면 발언한 이후 생각을 가다듬고 냉정하게 판단할 여유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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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가 만난 사람]“태극기, 일장기 함께 내건다… 애국심과 민족 내세우는 말 믿지 말아야”

    《“우리 집 대문 앞에 매일 태극기와 일장기를 나란히 게양합니다. 양국 국기를 이렇게 내거는 곳은 전 세계에 우리 집밖에 없을 겁니다.” 조선 도공의 후예이자 세계적인 도자기 명장 15대 심수관(沈壽官·65)은 자신이 한국과 일본의 가교 역할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두 나라는 영원한 이웃이고, 우정으로 맺어져야 할 관계”라고 강조했다. 24일 오후 ‘사쓰마야키(薩摩焼) 15대 심수관전’이 열린 일본 히로시마를 찾았다. 사쓰마야키는 임진왜란 후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과 그 후예들이 남부 가고시마현에 정착해 만들고 있는 도자기다. 심수관은 정유재란이 끝난 1598년 일본에 끌려간 조선 도공 심당길의 15대 후손이다. 400년 넘게 청송 심씨 성과 도혼(陶魂)을 잊지 않으면서 12대부터는 ‘심수관’이라는 이름도 습명(襲名·선대의 이름을 계승)하고 있다. 굴곡진 한일 교류의 역사가 가문에 오롯이 새겨진 15대 심수관은 “과거에 구속되지 말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서로 고민하자”며 미래를 이야기했다.》심수관전이 열린 히로시마 소고 미술화랑 입구에는 심수관 가문이 일본에 정착하게 된 역사가 자세히 소개된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임진왜란 때 한반도에서 바다를 건너 일본에 정착해 조선 도예 기술로 사쓰마야키를 구워낸 역사는 심수관의 정체성 그 자체다. 전시회 마지막 날인 이날, 심수관은 관람객에게 도자기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풀어갔다. ―심수관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입니까. “저에게 한국은 어떤 상황에서도 좋아하는 나라입니다. 이렇게 심수관전이라는 이름으로 전시회를 하는 것만으로 일본 사람들에게 일본과 한국의 인연을 알릴 수 있죠. 엊그제 갤러리 토크를 하면서도 관객들에게 사쓰마야키 역사를 소개했습니다. 일본 것이지만, 뿌리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를 건너 한반도로 거슬러 간다는 큰 이야기를 느낄 수 있죠.” ―한일 가교라는 존재감이 부담스럽진 않으신가요.“전혀 없습니다. 예전에는 내가 일본인인가, 한국 쪽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지금은 둘 다라고 생각해요. 부모 중 한쪽이 일본인, 다른 쪽은 한국인인 사람이 적지 않은데, 그런 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너희들은 가슴에 두 나라를 품을 수 있다고, 중요한 역할을 맡아 태어났다고요.” ―한일 관계는 언제나 민감합니다. “정치적 문제는 정치인들끼리 해결하고 국민은 끌어들이지 않았으면 합니다. 양국 국민이 이렇게 친하게 지내고 서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잘 아는데, 국민을 이용해서야 되겠어요. 종종 고교생에게 강연할 기회가 있는데, ‘애국심은 불량배의 마지막 도피처’(영국 문필가 새뮤얼 존슨의 명언)라는 말을 소개합니다. 학생들에게 애국이니 민족이니 하는 말을 반복해 쓰는 어른이 있다면 절대 믿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면 학생들이 “와” 웃으며 손뼉 쳐요. 애국심, 민족이라는 단어의 뜻을 정말 알고 쓰는 건지, 국민 감정을 부추기기 위해 쓰는 게 아닌가 싶어요.” ―오랫동안 한일 관계를 지켜보시면서 많은 생각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영원한 이웃이니 기본적으로 우정으로 맺어져야 할 관계죠. 연간 1000만 명이 오고 가는 사이 아닙니까. 그런데 불매 운동을 하겠다며 제품을 발로 밟고, 국기에 불을 지르고…. 그런 수법은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을 겁니다. 또 그러냐고, 또 그거냐고 할 거예요.”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과거사를 생각하면 쉽게 넘어가긴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연구자가 여러 자료를 꼼꼼히 조사하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부분만 끄집어내고, 그것도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려는 목적으로 한다면 유감입니다. 저는 상호 이해가 아니라 상호 허용을 하자고 제안합니다. 부부도, 부모 자식도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용서하고 받아들일 수는 있죠. 과거가 지금의 우리를 구속하면 안 됩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해 서로 고민해야죠. 검지로 상대를 가리키면 나머지 손가락 3개는 자신을 향하는 법이에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데 특별한 계획이 있으신가요. “10월쯤 한국 도예가와 함께 교류전을 할 계획이에요. 심수관가 고향인 전북 남원시에서 행사를 진행할 생각입니다. 일본 대(對) 한국으로서가 아니라 함께 전시하고 차 마시면서 저녁에 가볍게 한잔하는 자리로요. 다음에 전화할 테니 맛있는 밥집 데려가 달라, 그렇게 하면 돼요. 친구가 되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일본과 한국이 사이좋게 지내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네,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일본인과 한국인이 모이면 됩니다.” ―한국에서 심수관 하면 지금도 1998년 전시회를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시 ‘400년 만의 귀향: 심수관가 도예전’은 사실 제가 아버지(14대 심수관·2019년 별세)께 먼저 제안한 겁니다. 일본에 온 지 400년을 맞았으니 저희 집안의 오래된 작품들을 한국에 보여주자고 했죠. 처음에 아버지는 반대했습니다. 도자기를 옮기다가 깨지거나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어쩌냐고요. 아버지는 오래된 것을 보관하고 지키는 당대 입장이었죠. (2019년 별세한 14대 심수관은 “선조들이 대대로 만든 도자기가 밖으로 나간 것은 일본 정착 후 그때가 처음이었다”고 생전에 밝혔다) 제가 “이건 은혜에 보답하는 일”이라고 설득해 허락을 받아냈습니다. 그 뒤로 어디서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동아일보가 흔쾌히 나서줘 일민미술관에서 할 수 있었죠. 전시회는 아주 큰 화제가 됐고 반응도 좋았습니다.” ―동아일보와 일민미술관 주최로 열린 당시 전시회를 5만 명이 넘게 관람했습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개막식에 직접 참석했습니다. 개막식 직전까진 올지 몰랐죠. 김 전 대통령은 관람 후 “한국인은 일본에 도자기 기술을 전수했고, 일본은 그 기술을 산업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우리가 일본에서 배워야 할 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했습니다. 그해 김 전 대통령이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하며 일본 국회에서 과거사 인식 문제를 매듭짓고 40여 개 항목을 양국이 약속했죠. 그것만 제대로 지키면 한일 문제는 다 해결됩니다.” ―심수관 요(도자기 가마, 수장고 등이 있는 본산)는 한국 명예총영사관이기도 합니다. “(14대 심수관은 1989년, 15대 심수관은 2021년에 한국 정부로부터 명예총영사로 임명됐다) 우리 집 대문에 태극기와 일장기를 매일 게양합니다. 양국 국기를 이렇게 내거는 곳은 전 세계에 우리 집밖에 없어요. 주일 한국대사관은 태극기만, 주한 일본대사관은 일장기만 걸잖아요.” ―일본 우익들이 협박하진 않나요. “전혀요. 오히려 한국 대통령 취임 때 ‘한일 관계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축하 전화가 오더라니까요.” 조용할 줄 알았던 화랑은 대화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처럼 왁자지껄했다. 지방 도시의 소규모 전시회임에도 심수관 도자기를 보러 온 관람객들로 전시장은 북적였다. 한반도에서 건너간 기술로 화려한 도혼의 꽃을 피운 심수관을 일본인들은 어떤 존재로 인식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전시회는 자주 개최하시나요. 근황이 궁금합니다. “일본 곳곳에서 연 3, 4회 정도 엽니다. 심수관 요가 있는 가고시마현 미야마(美山)에 3년 전 다실을 만들었어요. 저희가 만든 그릇에 한국식 약선(藥膳) 요리를 드립니다. 비빔밥, 설렁탕, 삼계탕 같은 한국 음식을 몸에 좋은 재료로 일본인 입맛에 맞게 만들어요. 한국 손님께는 “한국 비빔밥과 조금 다르지만 즐겨 달라”고 부탁하는데, 다들 맛있게 드세요. 약선 요리라 건강에도 좋고요.” ―한국인도 많이 옵니까. “꽤 오십니다. 예전 가고시마에 오는 한국인들은 주로 골프만 쳤는데, 이 지역 역사나 문화를 배우고 공부하려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조금씩 변하는 게 보입니다.” ―심수관 요를 직접 찾는 방문객들은 어떤 분들인가요.“코로나19 팬데믹 전과 후가 달라요. 팬데믹 전에는 가고시마 지역의 여러 도자기 공방을 돌아보며 즐기는 분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핀포인트로 다니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SNS에서 인기 있는 곳만 골라 온천욕 하고, 심수관 요 들르고, 쇼핑하는 식이죠.” ―SNS가 관광 스타일도 바꿨네요.“그래서 그런지 내 발로 새로운 곳을 발견하거나 나만의 특별한 장소를 찾으려는 사람들이 줄었어요. 입소문을 듣거나 남의 평가만 보고 그대로 따라가면서 줄 서는 거죠. 그래서 SNS를 잘 활용하는 곳은 잘되지만, 정말 실력이 있는데 SNS에 서투르면 사라져 버려요. 그런 경향이 아쉬워요.” ―SNS가 활발하고 인공지능(AI)이 지배하는 시대에 수작업으로 도자기를 만든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인간이 자기 손으로 만드는 것, 이것이 바로 진실입니다. 계산을 정확히 하고 긴 문장을 짧게 정리하는 일은 AI가 할 거예요. 주식 투자도 AI가 훨씬 뛰어나죠. 산업혁명으로 많은 블루칼라가 실직했듯, 이젠 화이트칼라가 실직하는 사태가 벌어질 겁니다. 그렇다면 머리 좋고 성실하고 책임감 강한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요. 그런 분들이 물건을 만드는 현장에 왔으면 좋겠어요. 시대를 쫓아가려고 하는 사람은 시대와 경쟁할 수밖에 없어요. 앞서가려는 한국인의 마음도 잘 알겠지만, ‘여러분은 먼저 가세요. 저는 여기 있겠습니다’라는 삶의 방식이 앞으로 요구될 거예요. 심수관은 이곳에 계속 서 있을 겁니다.”15대 심수관(沈壽官)1959년 14대 심수관 장남으로 출생. 와세다대 졸업 후 교토 도공 고등기술 전문학교, 이탈리아 국립 미술 도예 학교, 경기도 김일만 토기공장 등에서 도예를 익혔다. 1999년 15대 심수관을 습명(襲名·선대 이름을 계승)했다. 2006년 일본 총리관저에 그의 작품이 상설 전시된 것을 비롯해 서울,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 등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2021년 가고시마현 한국 명예총영사로 임명됐고 그해 7월 일본 최대 월간지 ‘분게 이슌주(文藝春秋)’에 ‘일본의 얼굴’로 게재됐다. 본명은 오사코 가즈테루(大迫一輝).히로시마=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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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시바 “日 방위비 예산… GDP의 2% 넘을 수도”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압박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넘는 예산 편성 검토에 나섰다. 주일미군에 안보를 의존하는 일본으로서 미국 압박에 응하는 모습이지만, 중국 견제를 이유로 군사 대국화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1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전날 국회에 출석해 “안전보장 환경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방위비가) 2%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가 국회에서 2027년 이후 자국 방위비 증액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한 것과는 다르다. 미일 양국은 7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2027년도 이후에도 근본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해 가겠다는 일본의 약속을 환영한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방위비에 대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일본이 사실상 미국과 방위비 추가 증액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2022년 개정한 ‘국가 안보 전략’ 등을 통해서도 당시 GDP 대비 1% 수준이던 방위비를 2027년도까지 2%로 늘려 43조 엔(약 409조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 일본이 방위비를 늘리면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북한 견제를 위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동맹에 대해서도 거래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미 무기 수출,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배치에 박차를 가하는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앞세워 역내 군사력 증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달 10∼18일 필리핀 동쪽 앞바다에서 미군, 프랑스군과 사상 첫 공동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 프랑스 항공모함과 함께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개조 중인 일본 호위함 ‘가가’가 참여했다. 이 지역에서 일본 자위대가 미군, 프랑스군과 함께 훈련을 한 건 처음이다. 일본 자위대는 또 최신예 호위함 ‘노시로’가 공동 훈련을 위해 17일 규슈 나가사키현 사세보 기지를 출발해 호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호주와 호위함 공동 개발도 추진 중이다. 최신형 호위함 도입을 추진 중인 호주는 지난해 일본과 독일 업체를 최종 후보로 선정한 바 있다. 일본은 자국 방산업체의 무기 수출 확대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방위산업전략’(가칭) 수립 작업에 들어가 내년 중 완료할 계획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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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시바 日총리 “방위비, 안보 고려 GDP 2% 넘을 수도”

    일본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위비 증액 압박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넘는 예산 편성 검토에 나섰다. 주일미군에 안보를 의존하는 일본으로서 미국 압박에 응하는 모습이지만, 중국 견제를 이유로 군사 대국화를 노리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18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는 전날 국회에 출석해 “안전보장 환경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방위비가) 2%를 넘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가 국회에서 2027년 이후 자국 방위비 증액에 대해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았다”고 답한 것과는 다르다.미일 양국은 7일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미국은 2027년도 이후에도 근본적으로 방위력을 강화해 가겠다는 일본의 약속을 환영한다”고 적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 방위비에 대해 “더 늘어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다. 일본이 사실상 미국과 방위비 추가 증액을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2022년 개정한 ‘국가 안보 전략’ 등을 통해서도 당시 GDP 대비 1% 수준이던 방위비를 2027년도까지 2%로 늘려 43조 엔(약 409조 원)을 확보하기로 했다.일본이 방위비를 늘리면 미국으로서는 동북아시아에서 중국과 북한 견제를 위해 짊어져야 하는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동맹에 대해서도 거래를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일본의 방위비 증액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이미 무기 수출, 장거리 미사일 개발 및 배치에 박차를 가하는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을 앞세워 역내 군사력 증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일본 해상자위대는 이달 10~18일 필리핀 동쪽 앞바다에서 미국, 프랑스군과 사상 첫 공동 훈련을 실시했다. 미국, 프랑스 항공모함과 함께 사실상 항공모함으로 개조 중인 일본 호위함 ‘가가’가 참여했다. 이 지역에서 일본 자위대가 미군, 프랑스군과 함께 훈련을 한 건 처음이다.일본 자위대는 또 최신예 호위함 ‘노시로’가 공동 훈련을 위해 17일 규슈 나가사키현 사세보 기지를 출발해 호주로 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호주와 호위함 공동 개발도 추진 중이다. 최신형 호위함 도입을 추진 중인 호주는 지난해 일본과 독일 업체를 최종 후보로 선정한 바 있다. 일본은 자국 방산업체의 무기 수출 확대를 위해 올해 상반기 중 ‘방위산업전략’ (가칭) 수립 작업에 들어가 내년 중 완료할 계획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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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순국 80년’ 윤동주, 日모교서 명예박사 학위 받아

    “윤동주는 한일 우호 관계의 상징입니다. 당신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 서서 적대감의 벽을 허물고 화해의 길로 인도했습니다.” 윤동주 시인(1917∼1945)의 서거 80주기를 맞이한 16일, 그의 모교인 일본 교토 도시샤(同志社)대에서 명예 문화박사 학위를 증정하는 수여식이 열렸다. 올해로 창립 150년을 맞이하는 도시샤대에서 고인에게 명예박사를 수여한 건 처음이다. 명예박사 수여식에는 대학 관계자와 한국 정부 관계자 및 국회의원, 양국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했다. 1938년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를 졸업한 윤 시인은 1942년 도쿄 릿쿄대 영문과에 입학한 뒤 그해 10월 도시샤대 문화학과 영문학 전공으로 편입했다. 그는 1943년 7월 한글로 시를 썼다는 이유로 항일 독립운동 사상범으로 체포됐고 1945년 2월 16일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순국했다. 와다 요시히코(和田喜彦) 도시샤대 기독교문화센터 소장은 “우리 대학은 당시 시대 추세에 저항하지 못하고 윤동주라는 한 학생의 소중한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이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말했다. 이타가키 류타(板垣龍太) 사회학부 교수도 “재학 중 체포돼 숨진 윤 시인을 대학 측이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한 미안함이 담긴 특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학위 수여를 주도한 고하라 가쓰히로(小原克博) 도시샤대 총장은 “윤동주의 작품은 일본 통치 아래, 전쟁 중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쓰였다”면서도 “그의 시가 만들어 낸 보편적 힘은 국가와 시대의 차이를 뛰어넘어 독자들에게 널리 공감을 불러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일본 사회가 전후 80년을 되돌아보며 그 역사 속에 윤동주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역사의 교훈을 마음에 새기면서 새로운 시대를 바라보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수여식에서는 윤 시인 장조카인 윤인석 성균관대 건축학과 명예교수가 유족 대표로 학위를 받았다. 윤 교수는 “명예 학위를 수여한다는 소식에 큰아버지가 하늘에서 가장 기뻐할 것”이라며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보며 부끄러움 없는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큰아버지의 염원에 따른 길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윤 교수는 기념 촬영을 하면서 ‘서시’의 대목처럼 하늘을 올려다보며 학위기를 들어 보였다. 수여식이 끝난 뒤에는 1995년 도시샤대 캠퍼스 안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 앞에서 추모식이 열렸다. 양국 참석자들은 윤동주의 대표 시 ‘서시’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낭독하며 윤 시인을 기렸다.교토=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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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파원 칼럼/이상훈]日 극우 닮아가는 한국의 외국인 혐오증

    일본에서 잊을 만하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도는 게시물이 있다. 일본 땅에서 사는 재일 힌국인들이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권리만 누린다는 것이다. “차별 피해자라고 하지만 알고 보면 특권 계급”이라며 비난을 퍼붓는다. ‘재일 한국인은 일하지 않고도 연간 600만 엔(약 5400만 원)을 받는다’ ‘범죄를 저질러도 언론에 이름이 나오지 않는다’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다’ ‘의료, 수도 등이 무료로 제공된다’…. 재일 교포의 현실을 알면 헛웃음도 안 나올 내용이지만, X에서 ‘재일특권(在日特權)’이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게시물이 나온다.있지도 않은 ‘특권’ 누린다며 비난 일제강점기부터 100여 년 이어져 온 재일 한국인에 대한 차별은 세계적인 외국인 인권 침해 사례로 다뤄야 할 만큼 차별로 굴곡진 역사 그 자체다. 과거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넘어간 재일교포 1세들은 강제징용 등으로 끌려갔거나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현해탄을 건넌 이들이 대다수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후 국적 박탈 같은 굵직한 법적 차별은 물론 취업 및 사회보장 배제, 혐한 시위 등 헤아리기도 힘든 수많은 일상적 차별에 눈물을 흘리며 살아야 했다. 지독한 차별을 견디다 못해 한국식 본명 대신 일본식 통명(通名)을 쓰거나 귀화 후 한국 출신임을 감추는 재일교포도 많다. SNS에 떠도는 이런 글이 대체로 그렇듯, ‘재일특권’은 애초 일본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일본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빈곤 고령 외국인 영주자에게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월 1만 엔(약 9만 원) 안팎 보조금을 주는데, 이를 마치 떼돈처럼 왜곡한다. 외국인 세금 면제는커녕 사업이 어려워져 본의 아니게 일시 체납을 해도 영주권이 박탈될 수 있는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 정부가 과거 자행했던 법적 차별은 많이 완화됐다. 하지만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한 차별 분위기 조성은 더욱 교묘하고 노골적이다. ‘재일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같은 극우 단체가 대표적이다. ‘구키(공기·空氣)를 읽는다’는 특유의 문화가 지배하는 일본에서 이런 소수 단체가 목소리를 높이면 대다수는 침묵하며 동조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혐한을 노골적으로 내세우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도지사 같은 극우 정치인은 이런 토양에서 성장한다. 극단화돼 가는 한국 사회에서 최근 많이 나타나고 있는 외국인 혐오증은 일본 극우 단체가 사회 곳곳에서 퍼뜨린 외국인 차별 혐오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한다며 이웃 국가에 대한 교묘한 간섭과 위협을 키우는 중국에 대한 불만으로 국내 체류 중국인과 조선족에 대한 차별과 부정적 인식이 커지고 있는 게 단적인 예다.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동남·서남아시아 출신에 대한 노골적 차별, 나아가 혐오감 역시 부끄럽지만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골적으로 추진 중인 강력한 이민자 추방 정책이 한국에서 점점 커지고 있는 외국인 차별에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잘못된 제노포비아, 우리 경쟁력 떨어뜨려 재특회로 대표되는 일본의 외국인 혐오증은 장기 경제 불황, 자국 턱밑까지 따라온 한국의 경제 성장, 한류 열풍 등에 열등감을 느낀 극우 세력들이 만들어 낸 사회 병증이다. 부정 선거에 중국인 간첩이 개입했다거나 특정 정치인 뒤에 화교가 있다는 식의 근거 없는 허위 정보가 난무하는 지금의 한국은 20년 전 일본의 모습과 닮아 있다. 장기 저성장 초입에 들어서며 ‘오늘보다 못한 내일’이 시작된 한국에 퍼지고 있는 ‘제노포비아’는 우리의 미래 경쟁력을 떨어뜨릴 독버섯이다. 외국인 혐오를 일삼으며 결과적으로 자국 국익에 해를 끼친 일본 극우 세력의 민낯은 우리에게 반면교사가 돼야 한다. 이상훈 도쿄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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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요 초대석]“남편은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화제 찾으며 꽃을 안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것을 두고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 부인 아베 아키에(安倍昭惠·62) 여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측과 접촉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지난해 12월, 아베 여사는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날아가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전격 만찬을 가졌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아베 여사는 일본 정부 지원 없이 마러라고로 향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만날 의사를 밝혔고, 일본은 이스라엘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을 가진 나라가 됐다.》트럼프 대통령은 지금도 일본에 대해 언급할 때 아베 전 총리를 자주 언급한다. 아베 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미 대통령에 당선된 2016년 11월 해외 정상 중 처음 뉴욕 트럼프타워를 직접 찾아 회담했다. 이후 두 정상 임기가 겹친 3년 8개월간 14차례 대면 회담과 5번의 골프 라운딩, 36회 전화 회담을 가지며 미일 정상 간 돈독한 관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동아일보는 6일 오후 아베 여사와 만났다. 인터뷰는 그가 회장을 맡고 있는 일본 사회공헌 지원재단 사무실에서 1시간가량 진행했다. 아베 여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뒤 공식 인터뷰에 나선 건 일본 언론을 포함해 본보가 처음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자신이 직접 외교 문제를 언급하진 않았다면서도 “(동석한) 다른 사람이 조금 정치적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았지만, 이날 만찬 이후 미일 정상회담의 물꼬가 트였다는 건 부인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만찬 막전 막후부터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는 감회, 세상을 떠난 아베 전 총리에 대한 생각까지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최근 웬만한 정치인 이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정치인 아내, 총리 부인으로 여러 곳을 다니며 쌓은 인맥이 있으니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일본과 세계 평화를 위해 뭔가 도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이다. 내가 직접 일을 한다기보다 재단 일이나 불러주시는 곳에 가는 정도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후 일본인으로 처음 지난해 말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남편을 애도하는 따뜻한 메시지를 받았다. 감사를 표하면서 대통령 취임 축하 메시지를 멜라니아 여사에게 전하고 싶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초대했나. “멜라니아 여사를 만나고 싶다는 뜻을, 지인을 통해 전했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마러라고 만찬에 초대해 줬다. 대통령 당선 후 취임식까지 여러 가지 결정할 것도 많고 굉장히 바쁜 와중에 면담이나 차 한잔, 점심 식사도 아니고 2시간 이상 저녁 식사 시간을 내준 것을 보면 나보다는 남편에 대한 마음이 컸을 거라고 생각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얘기를 나눴나. “내가 정치적 언급을 하진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편이 세상을 떠난 게 정말 유감스러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유세 중) 저격당했을 때 힘들었다고 이야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나에게 ‘정치할 생각이 없냐’고 묻길래 전혀 없다고 했다. (만찬에 나 말고 참석한) 다른 사람과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얘기를 조금 나눈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전 총리 사이가 좋았던 이유는 무엇인가. “서로 스포츠에 관심이 있었다. 골프도 함께 즐겼고,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취임 전 아베 전 총리가 트럼프타워를 직접 찾았다. 모두가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깜짝 놀라던 때다. 대부분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후보(전 국무장관)가 이길 거라고 생각했던 때다. 서로 마음이 맞았고, 서로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했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꽃을 안기면서(공을 돌린다는 뜻의 일본식 표현) 일본 국익을 해치지 않도록 좋은 모습으로 계속 대화를 진행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남편은 잡담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좋아할 화제를 많이 찾았다. 관찰력이라고 할까. 트럼프 대통령 부부와 식사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남편에게 이런저런 질문을 굉장히 솔직하게 했다. 미국 대통령이 일본 총리에게 정치적 질문을 하는 건 흔치 않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신뢰 관계가 두터웠다고 생각한다.” ―아베 여사 덕에 미일 정상회담이 실현됐다는 평가가 많다. “전혀 아니다. 만찬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시바 총리를 만나 달라고 말을 꺼내지 않았다. 외무성과 이시바 총리 주변 분들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멜라니아 여사 카운터파트는 (이시바 총리의 부인인) 이시바 요시코 여사이지만, 지금까지 멜라니아 여사와 가장 친한 일본인은 나였을지도 모른다.” ―일본 정부에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언했나. “남편이 살아 있었다면 이시바 총리에게 조언했을지 모르지만, 내가 말한 건 전혀 없다. 다만 남편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씨(다카오 스나오 외무성 일미지위협정실장)가 통역으로 따라갔으니 이시바 총리가 다카오 실장에게 여러 가지를 물어봤을 것 같다. 다카오 실장의 얘기를 들어달라고 내가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그가 동행했다는 건 안심이 된다.” 한일 관계로 화제를 돌렸다. 아베 전 총리 시절 한일 관계가 최악이던 시절에도 아베 여사가 한국에 관심이 많다는 건 익히 알려졌다. 그는 한국 드라마를 자주 보고 김치 담그기 행사에 참여할 정도로 한류를 즐겼다. 인터뷰를 시작하면서는 묻기도 전에 “요즘 한국 상황이 걱정”이라며 비상계엄과 탄핵 사태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인 올해 감회가 남다를 텐데…. “재작년과 작년에도 한국에 갔다. 한국에서는 반일 감정이,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차별감이 있다지만 이웃 나라끼리는 어디나 그런 게 있지 않을까. 그래도 60년 전과 비교하면 일한 관계는 압도적으로 좋아졌다고 생각한다. 나라와 나라 관계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니, 사람 간의 관계가 좋아지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한국 정치 상황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다.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뭔가 확실히 주장하는 것 같다. 흑과 백이 확실한 면이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일본인이 한국 드라마를 보면 속이 후련해지는지도 모른다. 지금 한국 상황을 정확히는 모르지만, 완전히 나라가 양분된 느낌이다. 한국의 정치가 일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는 만큼 좋은 형태로 해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베 전 총리 재임 시절 한일 관계가 좋지 않았다. “맞다. 한국에 못 갔고, 국제회의장에서 주로 만났다. 대통령 부인들과는 사이좋게 지냈지만 힘들었다.” ―당시에 아베 전 총리와 한국에 대해 서로 얘기한 적이 있나. “한국에 대해서라기보다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남편의 생각이 달랐던 것 같다. (어떤 점이 달랐나.) 역사 문제가 아닐까 싶다. 남편과 정치 얘기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로서는 다들 사이좋게 지내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만, 정상 간에는 국익을 걸고 싸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었다. (남편은) 일본을 위해 밀고 나가야 하는 게 있었고 한국은 한국 입장에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부딪치면서 전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런 면에서 솔직히 부인 외교가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일본 젊은 세대에 한류 열풍이 대단하다. 한국에서도 일본 음악 인기가 높다. “일본 드라마나 아이돌 그룹도 힘냈으면 좋겠다(웃음). 과거 한국에서는 일본 음악이 금지되지 않았나. 그렇게 한국에서도 일본을 받아들이는 건 큰 발전이다. 일본 음식집도 많아지고 일본 술도 즐기고…. 남편 선거구인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는 재일 교포가 많고 관부 페리(부관 페리)가 있어서 부산 페스티벌도 매년 한다. 서로 좋은 부분을 보고 공유하면서 더 좋은 문화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 호감을 표현하는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비판은 늘 있는 일이다. 전혀 내가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2022년 7월 유세 중 총격에 숨진 아베 전 총리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인터뷰 내내 밝은 표정이었지만 이내 눈이 붉어졌다. ―올해가 아베 전 총리 3주기다. 당시를 기억한다면…. “금요일이었다. 집에서 청소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정말로 깜짝 놀랐고 이미 여러 분이 집에 오셨다. 밤샘 장례식, 국장, 야마구치 현민장 등이 진행됐다. 이후 여러 서류 절차가 있었고 많은 분들이 집에 와서 회의도 했다.” ―언제 아베 전 총리가 가장 생각나는지. “역시 해외에 갔을 때다. 강연할 때도 그렇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때도 생각나지 않았나. “물론이다.” ―요즘 하시는 일을 소개한다면…. “사회공헌을 하는 분들과 함께 재단 일을 한다. 범죄 피해를 당한 유족을 지원하고, 범죄 감소를 위한 사업들도 한다. 감옥이나 소년원에 가고, 약물에 의존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나. 그중에는 가정환경에 문제가 있거나 부모의 애정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학대를 받는 사람들이 있다. 범죄라는 게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문제 해결 방법도 여러 가지가 있는 것 같다.” ―요즘 일과는 어떤가. “어제는 이사를 했다. 혼자 사니 좀 더 아담한 곳으로 옮겼다(아베 전 총리와 아베 여사 사이에는 자식이 없다). 오후에는 재단 일을 했고, 저녁에는 친구들과 식사했다. 느슨하다. 아직 주소지인 야마구치현을 왔다 갔다 하고, 지방에서 종종 강연한다. 잘하지도 않고 파워포인트 자료를 쓸 줄 아는 것도 아니지만 수다 떠는 느낌으로 하면서 많은 성원을 받는다.” ―앞으로 미일 관계, 한일 관계에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지. “그런 건 정치인들에게 물어봐 달라(웃음). 친한 사람들과 사이좋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기본이다. 남편이 쌓아줬다고 해야 할지, 그 자리에 동석했다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분들을 만나면서 인간관계를 계속해 나가고 싶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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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타워에 태극조명 밝혔다…한일수교 60주년 기념 점등식

    한일 국교 수립 60주년을 맞아 15일 일본 도쿄타워에 태극무늬 조명이 들어왔다. 한일 외교당국은 이날 저녁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양국이 걸어온 우정과 협력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자는 의미를 담아 서울타워와 도쿄타워에서 각각 점등식을 개최했다.한일 양국은 한일 기본조약에 합의한 1965년 2월 15일을 기념해 60주년인 이날 점등 행사를 가졌다. 양국은 이 조약을 조인한 6월 22일을 국교가 수립된 날로 삼고 있다. 이날 오후 6시 도쿄 중심부 랜드마크인 도쿄타워에는 태극무늬 색깔인 파란색과 빨간색 조명이 불을 밝혔다. 일본 국기에 있는 색깔인 흰색과 빨간색 조명도 켜졌다. 도쿄타워 전망대 전광판에는 한일 양국 영어 국명인 저팬 코리아(JAPAN KOREA) 글씨도 새겨졌다. 도쿄타워 점등식에서 박철희 주일 한국대사는 “올해는 지난 60년 역사를 돌아보면서 흔들리거나 후퇴하지 않는 한일관계를 구축하고, 양국 미래 세대에 희망찬 청사진을 제시하는 해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일본과 한국 간에는 많은 분의 노력으로 폭넓은 교류, 협력이 이뤄져 왔다”며 양국 국민이 서로 조금씩 사회와 문화를 알고 관계를 소중히 한 것이 한일관계를 지탱해 왔다고 말했다.서울 남산 N서울타워에도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상단부에는 한일 양국의 국기를 형상화한 색상인 빨간색과 파란색 등이 교차로 켜졌다. 하단부에는 60주년 공식 로고 이미지가 투사됐다.김홍균 외교부 1차관은 “60주년을 상징하는 빛이 서울 중심을 환히 비추는 모습을 보며 두 손을 맞잡고 한일 양국의 더 나은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60년 전 큰 발걸음을 내디딘 양국 관계는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깊은 발전을 이뤄냈다”며 “앞으로도 한일 간 우호와 신뢰의 등불을 계속 밝혀나가고자 한다”고 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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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이 내달 방일, 이시바 5월 방중 추진… 접촉 늘리는 中-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외교 불확실성이 현실화하면서 중국과 일본의 관계 강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중국으로선 트럼프 대통령에 맞서 협상력을 높이려면 일본 등 주요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하다. 일본 역시 미국의 안보 공약 후퇴 가능성 등에 대비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과 일본이 발빠르게 외교 공간을 확대하는 사이, 한국은 탄핵 여파로 정상급 외교에 나서지 못하는 등 ‘외교 전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日, 중국과 경제 대화 추진일본 정부는 다음 달 22일 도쿄에서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에 들어갔다고 아사히신문이 13일 보도했다. 올해 한중일 정상회의 의장국인 일본은 3국 정상회의 개최를 위한 작업으로 외교장관 회의를 서두르고 있다. 조태열 한국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21∼23일 일본을 방문해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일본 외상과 인적 교류 촉진, 저출산 고령화 대응 협력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중국 외교부장의 일본 방문은 2020년 11월 이후 4년여 만으로, 중일은 양국 경제 분야 장관도 참석하는 ‘중일 고위급 경제 대화’를 개최한다. 일본 정부에서는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5월 초 황금연휴에 맞춰 중국을 방문하는 안이 부상하고 있다고 지지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다. 이시바 총리는 앞서 지난해 11월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12월에는 이와야 외상이 중국을 전격 방문하면서 대중 외교의 물꼬를 텄다. 일본은 ‘중국에 할 말은 하면서 협력은 강화하겠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에는 협력 강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과거에는 한중일 정상회의를 통해 중국과 접근하던 일본이 한국의 정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중국과 직접 양자 간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고위급 외교 행보 강화하는 中 이런 가운데 왕 부장은 12∼21일 유럽과 북미, 아프리카 지역 5개국을 방문한다. 이 중 13일 영국에서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을 만났다. 왕 부장이 영국을 방문한 건 2018년 이후 7년 만이다. 왕 부장과 래미 장관은 ‘중국―영국 전략대화’의 공동 의장을 맡아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앞서 영국 보수당 정권은 중국에 의한 국가 안보 위협 우려와 홍콩에서 민주주의 탄압 문제를 집중 거론해 중국 당국과 갈등을 빚었다. 하지만 영국은 지난해 7월 키어 스타머 노동당 정부가 들어선 후 중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영국의 래미 외교장관에 이어 지난달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이 방중했고, 이번엔 왕 부장이 답방 형식으로 영국을 방문한 것이다. 중국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맞서 유럽과의 협력을 통한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왕 부장은 영국에 이어 아일랜드를 방문한 뒤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 안보회의, 18일 미국 뉴욕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고위급 회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 회의에도 잇따라 참석한다. 뮌헨 안보회의엔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참석하기로 해 첫 미중 외교장관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의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왕 부장이 고위급 교류를 강조하고, 다자주의를 강조하는 외교 활동을 시작했다”고 전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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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혼다 -닛산 합병 무산… ‘세계 3위 등극’ 없던 일로

    일본 2위 자동차 업체 혼다와 3위 닛산자동차가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통합 논의를 중단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로 추진되던 두 회사의 통합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회사는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서 부각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그간 텃밭이나 다름없던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었고, 전격적으로 통합에 나섰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현대차그룹을 넘어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주목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통합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혼다 측은 지난해 12월 합병 개시 기자회견 당시 닛산 측에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절대 조건”이라며 사실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닛산은 전 세계에서 9000명을 감축하고 생산 능력도 20%가량 줄일 방침을 밝혔으나 혼다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다. 혼다 측이 닛산을 자신들의 자회사로 만드는 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파국을 맞았다. 애초에 양사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밑에 혼다와 닛산이 대등한 조건으로 지주사 자회사로 들어가는 형식의 1 대 1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판매량 급감으로 실적이 나빠진 닛산이 혼다와 대등한 관계의 통합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닛산은 혼다가 제안한 자회사 안을 거부했고, 통합 논의는 사실상 끝났다. 닛산으로서는 혼다보다 역사도 더 길고 ‘기술의 닛산’으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에 자부심이 있다 보니 혼다 밑으로 들어간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본에선 양사 통합 결렬로 향후 자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등에 밀려 이미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개발력 향상,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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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혼다 자회사’는 못하겠다는 닛산…통합 논의 없던 일로

    일본 2위 자동차 업체 혼다와 3위 닛산자동차가 13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통합 논의를 중단하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에 따라 현대자동차그룹을 제치고 세계 3위에 올라선다는 목표로 추진되던 두 회사의 통합 논의는 없던 일이 됐다. 혼다와 닛산은 지난해 12월 전격적으로 통합 논의를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세계 자동차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두 회사는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이 자동차 산업에서 부각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대응이 늦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 인해 그간 텃밭이나 다름없던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도 어려움을 겪었고, 전격적으로 통합에 나섰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현대차그룹을 넘어 세계 3위로 올라선다는 점에서 국내 자동차 업계도 주목했다. 하지만 두 회사의 통합은 시작부터 삐걱댔다. 혼다 측은 지난해 12월 합병 개시 기자회견 당시 닛산 측에 “턴어라운드(실적 개선)가 절대 조건”이라며 사실상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닛산은 전 세계에서 9000명을 감축하고 생산 능력도 20%가량 줄일 방침을 밝혔으나 혼다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봤다. 혼다 측이 닛산을 자신들의 자회사로 만드는 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파국을 맞았다. 애초 양사는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그 밑에 혼다와 닛산이 대등한 조건으로 지주사 자회사로 들어가는 형식의 1대1 통합을 추진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판매량 급감으로 실적이 나빠진 닛산이 혼다와 대등한 관계의 통합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닛산은 혼다가 제안한 자회사 안을 거부했고, 통합 논의는 사실상 끝났다. 닛산으로서는 혼다보다 역사도 더 길고 ‘기술의 닛산’으로 불릴 정도로 기술력에 자부심이 있다 보니 혼다 밑으로 들어간다는 걸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일본에선 양사 통합 결렬로 향후 자국 자동차 산업 경쟁력이 저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 전기차 등에 밀려 이미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는 상황에서 ‘규모의 경제’를 통한 개발력 향상, 비용 절감 등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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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럼프 철강 관세에 美 車업계도 “엄청난 혼란” “큰 실수” 비판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엄청난 비용과 혼란뿐이다.” GM, 스텔란티스와 더불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세 무기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포드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이날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겨냥해 “협상을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그런 식의 수사(修辭)를 동원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뉴욕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 ‘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언론 등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결국 미국 산업계에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美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팔리 CEO는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씩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기업의 가격을 높여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회사 중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GM(71만2000대)과 포드(35만8000대)였다. 팔리 CEO는 “이런 조치(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에 자유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GM, 포드에 비해 한국, 일본,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량이 적은 만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그는 7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선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를 언급하며 “수백만 대의 자동차가 관세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리핀 CEO는 11일 미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외국 기업 CEO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국이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로 인한 피해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단기적으로는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 자본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미국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것.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산업계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낸 박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홍보전’에 나섰다. 필립 벨 미 철강제조업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물리쳤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fact sheet)를 통해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 정책 덕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이 미국 내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EU·日, 美 정부와 ‘관세 면제’ 협상 한편 주요국들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반발하면서도 면제 조치를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심히 유감이다.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 회동 뒤 X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또 만나자”고 썼다. 영국 총리실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미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며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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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산업계 “관세폭탄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포드 CEO 등 공개 비판

    “지금까지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건 엄청난 비용과 혼란뿐이다.”GM, 스텔란티스와 더불어 미국 자동차 업계 빅3로 꼽히는 포드의 짐 팔리 최고경영자(CEO)는 11일(현지 시간) 뉴욕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 ‘관세 무기화’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 포드 본사와 주요 공장이 있는 미시간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세가 강한 러스트벨트(미국의 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이날 유명 헤지펀드인 시타델의 켄 그리핀 CEO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를 겨냥해 “협상을 끌어내려는 목적으로 그런 식의 수사(修辭)를 동원하는 건 큰 실수”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뉴욕 월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적은 거의 없었다.‘트럼프발(發) 통상 전쟁’이 확대되면서 미국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전에는 언론 등에서 관세 부과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을 걱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트럼프발 관세 폭탄’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얽힌 글로벌 통상 환경에서 결국 미국 산업계에도 부메랑처럼 돌아와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美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팔리 CEO는 이날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씩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 자동차 산업에 전례 없는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이 오히려 미국 자동차 기업의 가격을 높여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인 회사 중 지난해 미국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기업은 GM(71만2000대)과 포드(35만8000대)였다.필리 CEO는 “이런 조치(트럼프의 관세 부과)는 한국, 일본, 유럽의 자동차 업체들에 자유로운 시장을 열어줄 것”이라고도 말했다. GM, 포드에 비해 한국, 일본, 유럽 자동차 기업들의 멕시코 생산량이 적은 만큼,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매체인 CNBC에 따르면 그는 7일 진행된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선 도요타와 현대자동차를 언급하며 “수백만대의 자동차가 관세 없이 들어오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리핀 CEO는 11일 미 플로리다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외국 기업 CEO나 정책 입안자들에게 “미국이 신뢰할 만한 무역 파트너가 아니라는 인식을 심어 준다”고 밝혔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수사로 인한 피해가 “이미 시작됐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단기적으로는 상대국의 양보를 이끌어낼 수 있지만 장기적 자본 투자를 어렵게 만들어 미국에 손실을 줄 수 있다는 것.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백악관은 이날 홈페이지에 ‘산업계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에 보낸 박수’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홍보전’에 나섰다. 필립 벨 미 철강제조업협회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철강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해 우리 일자리에 대한 직접적 위협을 물리쳤다”고 주장했다.백악관은 보도 참고자료(fact sheet)를 통해 트럼프 1기 때 부과한 관세 정책 덕에 100억 달러 이상의 투자 유치가 이뤄졌다며 “현대제철이 미국 내 철강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도 밝혔다.● EU·日, 美 정부와 ‘관세 면제’ 협상한편 주요국들은 트럼프발 관세 폭탄에 반발하면서도 면제 조치를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의 협상에 나서고 있다.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철강 및 알루미늄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결정에 대해 성명을 내고 “심히 유감이다. EU에 대한 부당한 관세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J D 밴스 미 부통령과 회동 뒤 X에 “트럼프 대통령과 당신(밴스 부통령)과의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뮌헨 안보회의에서 또 만나자”고 썼다. 영국 총리실도 “미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최근 미일 정상회담을 가진 일본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를 미국에 요청하기로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관방장관은 12일 “일본을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청했다”며 “관세 조치의 내용과 영향을 충분히 조사하고 필요한 대응을 확실히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워싱턴=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파리=조은아 특파원 achim@donga.com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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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투자-관광-수출‘트리플 호조’… 日,경상수지 사상 최대 흑자

    일본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9.5% 늘어났다.일본 재무성이 10일 발표한 지난해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29조2615억 엔(약 280조 원)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뒀다.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1926억 달러다. 비교 가능 통계가 있는 1985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6838억 달러)을 하면서 일본 추월을 눈앞에 뒀다고 했지만, 국가 경제 전체의 대차대조표라 할 수 있는 경상수지는 여전히 일본이 한국보다 2배 이상으로 앞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990억4000만 달러였다.일본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에 달한 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많아서다. 일본의 해외 투자에 따른 배당 이자 등 1차 소득수지(40조4305억 엔)는 전년보다 4조 엔가량 증가했다. 과거 일본은 제조업 강국으로 한국처럼 수출로 돈을 버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무역수지는 소폭 적자가 나더라도 막대한 해외 투자 이익이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 수준인 것이다.일본은 과거 거품경제 시절부터 꾸준히 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사들여 왔다. 여기에 엔저 현상 장기화로 엔화로 표시되는 해외 자산 평가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 결과 대외순자산 잔액(2023년 기준 471조 엔·약 4093조 원)으로 꾸준히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일본 경상수지 흑자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일본 여행수지 흑자액(5조8973억 엔)은 전년보다 무려 62.4% 증가하며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3686만 명) 중 1위가 한국(882만 명)이었다. 한국인들이 지난해 일본에서 쓴 돈도 9632억 엔으로 우리 돈으로 약 9조 원에 달한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료 등이 포함된 이른바 ‘디지털 수지’ 적자로 서비스 수지는 소폭 적자였다.엔저에 힘입은 수출 호조세도 경상수지 흑자에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일본 무역수지는 3조8990억 엔 적자였지만, 수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수입은 40.0% 줄었다. 엔저 현상으로 자동차, 반도체 소재 부품 등의 수출이 증가하는 동안, 원유 수입액은 소폭 낮아졌다.일각에선, 일본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해소 압력의 선제 조치로 1조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약속하는 등 미국의 통상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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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작년 경상수지 역대 최대 흑자…美 통상압력 표적 될수도

    일본이 지난해 역대 최대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9.5% 늘어났다. 일본 재무성이 10일 발표한 지난해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해 29조2615억 엔(약 280조 원)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거뒀다. 미 달러화로 환산하면 1926억 달러다. 비교 가능 통계가 있는 1985년 이래 사상 최대 규모다. 한국이 지난해 사상 최대 수출(6838억 달러)을 하면서 일본 추월을 눈앞에 뒀다고 했지만, 국가 경제 전체의 대차대조표라 할 수 있는 경상수지는 여전히 일본이 한국보다 2배 이상으로 앞선 것이다. 지난해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액은 990억4000만 달러였다. 일본 경상수지 흑자가 사상 최대에 달한 건 해외 투자로 벌어들인 돈이 많아서다. 일본의 해외 투자에 따른 배당 이자 등 1차 소득수지(40조4305억엔)는 전년보다 4조 엔가량 증가했다. 과거 일본은 제조업 강국으로 한국처럼 수출로 돈을 버는 나라였지만, 이제는 무역수지는 소폭 적자가 나더라도 막대한 해외 투자 이익이 이를 만회하고도 남는 수준인 것이다. 일본은 과거 거품경제 시절부터 꾸준히 해외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사들여 왔다. 여기에 엔저 현상 장기화로 엔화로 표시되는 해외 자산 평가액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 결과 대외순자산 잔액(2023년 기준 471조 엔·약 4093조 원)으로 꾸준히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일본 경상수지 흑자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일본 여행수지 흑자액(5조8973억 엔)은 전년보다 무려 62.4% 증가하며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일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3686만 명) 중 1위가 한국(882만 명)이었다. 한국인들이 지난해 일본에서 쓴 돈도 9632억 엔으로 우리 돈으로 약 9조 원에 달한다. 다만 클라우드 서비스 이용료 등이 포함된 이른바 ‘디지털 수지’ 적자로 서비스 수지는 소폭 적자였다. 엔저에 힘입은 수출 호조세도 경상수지 흑자에 날개를 달았다. 지난해 일본 무역수지는 3조8990억 엔 적자였지만, 수출은 전년 대비 4.5% 증가했지만, 수입은 40.0% 줄었다. 엔저 현상으로 자동차, 반도체 소재 부품 등의 수출이 증가하는 동안, 수입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유는 가격이 소폭 낮아졌다. 일각에선, 일본의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가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일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해소 압력의 선제 조치로 1조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약속하는 등 미국의 통상 압박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 2025-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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