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균

김희균 센터장

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

구독 4

추천

안녕하세요. 김희균 센터장입니다.

foryou@donga.com

취재분야

2025-08-14~2025-09-13
칼럼78%
선거3%
역사3%
사설/칼럼3%
보건3%
사회일반3%
기타7%
  • 관심과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배울 수 있는 세상[광화문에서/김희균]

    10여 년 전 ‘꽃보다 남자’라는 TV 드라마가 인기였다. 주인공 중 한 명인 재벌가 남자는 요트를 타며 “하얀 천이랑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라고 외쳤다. ‘손발이 오그라든다’는 반응과 함께 지금까지도 수많은 ‘짤’과 패러디를 낳는 역대급 대사다. 오죽하면 그 드라마를 한 번도 안 본 나조차 머릿속에 그 대사가 자동 재생될 정도다. 추석 연휴 이 대사가 떠오르는 순간이 많았다. 장기간 ‘집콕’을 해보니 평소 못 한 이런저런 일들을 하게 됐다. 아이와 500조각짜리 퍼즐도 맞추고, ‘냉파(냉장고 파먹기) 요리 배틀’도 했다. 달걀로 프라이를 하느냐 스크램블을 하느냐, 식빵을 토스터에 넣느냐 프라이팬에 굽느냐를 겨루는 수준이었지만 ‘냉장고랑 프라이팬만 있으면 뭐든 먹을 수 있어’서 즐거웠다. 집콕 중 가장 심취한 일은 미국 NBC TV 프로그램인 ‘더 투나이트 쇼 스타링 지미 팰런’이 9월 29일부터 닷새간 특별 편성한 ‘BTS 위크’ 관련 영상을 찾아보는 일이었다. 방탄소년단(BTS)은 5번의 무대 중 2번을 경복궁 근정전과 경회루에서 펼쳤다. 서울에 살면서도 고궁 나들이가 힘든 요즘, 아름다운 문화재와 각국 사람들이 이에 경탄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답답함과 허전함을 달랠 수 있었다. 흰 천과 바람 대신 스마트폰과 와이파이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세상인 셈이다. 방탄소년단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면 리더 RM은 영어가 유창하다.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는 어휘와 억양을 유려하게 구사한다. 유엔 연설에서 “나는 (경기) 일산 출신”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토종 한국인’인 그가 영어를 배운 경로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 한글 자막, 영어 자막, 무자막 순으로 보고 따라 하면서 독학했다고 한다. RM이 미국 콘텐츠로 영어를 배운 지 10여 년 만에 이제는 세계인이 방탄소년단의 콘텐츠로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영상을 활용해 만든 한국어 교재 ‘런 코리안 위드 BTS’는 8월 패키지 출시 직후 미국, 일본 등지에서 금방 매진됐다. 미국, 프랑스, 이집트, 베트남의 몇몇 대학은 가을학기에 이 교재로 한국어 정규 강좌를 개설했다. 방탄소년단이 아니더라도 이미 많은 외국인들이 드라마, 영화,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K콘텐츠를 통해 한국을 익히고 있다. 정민 한양대 교수의 저서 ‘미쳐야 미친다’에 나오는 불광불급(不狂不及)의 옛 사례들이 오늘날은 시공간을 초월해 번지고 있다. 어떤 대상에 미치도록(狂) 빠져 전문가 수준에 미치는(及) 이들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2020년의 오프라인 세상은 제약투성이가 됐다.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갈 수 있는 곳, 할 수 있는 것, 배울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다. 관심과 열정만 있다면 어느 분야든 ‘미치는 데’ 도움 되는 정보가 넘쳐난다. 연휴가 지나니 어느새 10월이다. 연말로 향해 가면서 국내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 세계가 합의해 2020년을 삭제하고 내년을 다시 2020년으로 정하자’는 말이 많이 나온다. 그만큼 2020년은 힘든 해지만,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에 눈을 뜨게 한 기념비적 해이기도 하다. 남은 석 달, 나만의 미치고 싶은 대상을 하나 정해 열정을 바친다면 2020년이 아픈 기억만 남기지는 않을 거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10-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남편이 확진자 만났는데? 사람 많은 엘리베이터 타도 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부쩍 급증하면서 ‘언제 어디서 감염될지 모른다’는 공포가 독해지고 있다. 반면 한편에서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방역수칙 준수에 무뎌진 이들도 나오고 있다. 과도한 공포도, 안일한 방심도 모두 방역을 위태롭게 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28일 “코로나19를 통제할 방법은 의외로 단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 간 접촉을 줄이고,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라는 것. 코로나19를 이기기 위한 상황별, 장소별 정보를 정리한다.● 최고의 무기는 마스크―KF 마스크는 앞뒤가 쉽게 구별이 됐는데, 덴털이나 비말차단용 마스크는 앞뒤가 비슷해서 헷갈린다. 뒤집어써도 효과가 같은지 궁금하다. “바이러스 차단 효과만 따지면 안팎이나 위아래를 뒤집어쓰는 것 자체는 크게 상관이 없다. 한쪽 면만 방수처리가 돼있다 해도 안팎으로 비말을 막는 효과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마스크의 끈이 달린 방향이나 봉제선, 주름이 접힌 방향 때문에 밀착도에 영향을 줄 수 있어서 위아래, 앞뒷면을 잘 맞춰 쓰는 게 좋다.”―그렇다면 정확하게 쓰는 요령은 뭔가.“위아래 구분은 쉽다. 코 굴곡에 따라 밀착을 시키도록 철사(고정심)가 들어 있는 부분이 위로 가야 한다. 어려운 건 앞뒷면 구분이다. 봉제선이나 끈이 달린 부분으로 구분하는 경우가 있는데 주름선을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주름선이 아래를 향하고 있는 쪽이 바깥으로 가도록 써야 한다.”―광고를 보니 망사 마스크도 바이러스 차단 효과가 있다며 팔던데. “바이러스를 제대로 차단하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한 의약외품 마스크, 즉 KF나 비말차단용 마스크를 써야 한다. 요즘 망사 마스크나 밸브형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이 많은데 바이러스가 들락거릴 위험이 있다. 나노필터마스크라는 제품도 많이 쓰는데, 이 역시 의약외품 표시가 없다면 바이러스 차단 효과를 검증할 수 없다.”―마스크를 이틀 정도 쓰기도 하고, 식탁이나 책상에 올려뒀다가 쓰기도 한다. 재사용 가이드라인은 없나.“방역당국은 동일인에 한해 오염 우려가 적은 곳에서 일시적으로 사용한 경우에 한해 재사용할 수 있다는 지침을 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왕이면 하루 정도 쓴 마스크는 버리는 게 안전하다. 잠시 벗었다 다시 쓸 경우에는 마스크 바깥쪽은 만지지 말고, 마스크를 만지기 전후에 손 소독을 하는 게 좋다. 사용한 마스크는 곧장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도 중요하다.” ● 무증상 감염이 궁금한데 ―무증상인 상태에서 확진 판정을 받는 사람이 많다. 보통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얼마나 지나면 증상이 나타나는가. 또 무증상 상태에서 주변에 전파시킬 수도 있나.“지금까지 연구결과를 보면 평균 잠복기는 5.2일이다. 보통 감염되고 4일에서 7일 사이에 열이나 기침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하지만 사람마다 건강상태가 다르기 때문에 단정 지을 순 없다. 열흘 이상 지난 뒤 증상이 나타난 경우도 많다. 방역당국이 최대 잠복기를 2주(14일)로 정한 이유다. 무증상 감염자의 전파 가능성은 이미 확인됐다. 코로나19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하다. 최근 급속한 확산세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국내 의료진 임상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는 증상이 나타나기 이틀 전 전파력이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증상 시작 닷새 후까지 가장 왕성한 전파력을 보인다. 증상 발현 전후가 가장 위험하다고 보면 된다.”―금요일에 남편과 식사를 한 사람이 하루 뒤 토요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알려왔다. 토요일 하루 남편과 같이 지낸 아내와 아이들은 괜찮은 것인가.“결론부터 말하면 남편이 다른 가족에게 전파시켰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확진자와 접촉한 사람이 하루 만에 다른 사람에게 전파시킨 사례는 보고 된 바 없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이 다른 코로나바이러스보다 강한 건 맞지만 단 하루 사이에 다른 사람을 감염시킬 정도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바이러스는 몸속에 들어온 뒤 계속 증식활동을 하면서 양을 늘린다. 어느 정도 충분한 양이 돼야 기침이나 콧물에 섞여 외부로 배출될 수 있다. 설사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직후에 전파력이 생기기 어려운 이유다. 다만 안심할 순 없다. 확진자 접촉 이틀 후 매우 경미한 증상이 나타난 환자도 있었다. 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바이러스의 증식속도와 증상 발현 시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이 가족의 경우 일단 밀접 접촉자인 남편의 진단검사 결과를 확인하면 된다.”―아래층에 근무하는 직장동료가 오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겹치는 업무가 없어 함께 일하지는 않지만 하루에 2, 3회 정도 복도에서 오가며 인사했다. 나 같은 경우는 밀접접촉자인가?“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밀접접촉자 여부를 ‘마스크 착용 여부와 체류기간, 노출상황 및 시기를 고려해 결정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반드시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다고 밀접접촉자가 되지는 않는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초기보다 최근 역학조사에서는 밀접접촉자 여부를 더욱 꼼꼼하게 살핀다. 어떤 한 가지 조건이 아니라 접촉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진술조사와 폐쇄회로(CC)TV까지 확인하며 만남의 장소와 횟수 시간을 비롯해 상대방과의 거리, 마스크 착용 여부와 상태까지 꼼꼼히 살핀다. 단순히 복도에서 오가며 인사했다면 상관이 없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되는 경우는 2m 이내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또는 턱스크(턱에 마스크를 걸치는 경우) 등 착용이 불량한 상태에서 대화했을 때 가능성이 높다. 같은 상황에서 식사자리도 마찬가지다. 가까운 거리에서 장시간 함께 일하거나 자주 만나는 사이라도 확진자의 마스크 착용이 완벽하다면 밀접접촉 가능성은 높지는 않은 편이다. 하지만 문 손잡이나 복사기 같은 사무용품 접촉에 의한 감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역학조사를 통해 밀접접촉자 또는 능동감시자가 될 수 있다. 능동감시자는 보통 자가 격리를 하면서 상태를 보지만 최근 기업들은 선제적으로 검사를 받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엘리베이터 잘 쓰는 법―최근 서울 구로구 아파트 집단감염 사례를 보니 엘리베이터를 통한 감염이라고 하던데. “아직 정확한 감염 원인이 확인되지 않아 속단하기는 어렵다. 처음에는 같은 라인에서만 확진자가 나와 환기구가 유력했지만 다른 라인에서 추가 감염자가 나오는 걸 보면 엘리베이터를 통한 감염 가능성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는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대화를 나누지 않으며, 귀가하자마자 손 소독 등을 철저히 해야 한다.”―사람이 많이 타고 있는 엘리베이터에 끼어타도 괜찮을까.“엘리베이터 안에 사람이 꽉 차지 않았고 모두 마스크를 쓴 상태라면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마스크를 썼어도 서로 밀착할 상황이라면 안 타는 게 낫다. 엘리베이터 손잡이는 잡지 말고, 버튼도 가능하면 옷감이나 손등으로 누르도록 한다.”―요즘은 엘리베이터 버튼마다 항균 필름이라는 게 붙어 있던데 효과가 있는 건가? "흔히 항균 필름이라고 붙어 있는 것들은 구리 필름이다. 구리에는 항균효과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구리 표면에서도 4시간가량 생존한다. 더구나 구리 순도가 높을수록 필름이 불투명해지는데, 요즘 다중이용시설에서 사용하는 필름 대부분은 투명한 필름이다.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100%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음식점과 카페에 가야한다면―도시락을 싸기 어려운 직장인이라 식당을 갈 수 밖에 없는데.“사회적 거리 두기를 위해서는 당분간 식당이나 카페는 안가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면 테이블 간 간격이 충분히 떨어져 있고,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아가는 게 좋다. ‘혼밥’이 안전한 것은 당연하다. 다른 사람과 함께 갈 경우 음식을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되도록 마스크를 쓰고, 거리를 두고 앉도록 한다.”―배달이나 테이크아웃도 좀 더 안전하게 이용하는 요령이 있을까.“요즘은 배달 앱 등을 이용하면 비대면 수령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미리 카드 결제를 하고, 음식물을 집 앞이나 사무실 앞에 두고가도록 하는 게 안전하다. 매장에 방문해 테이크아웃을 할 경우라면 되도록 사람이 적은 시간을 이용하고, 주문과 결제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과 1m 이상 거리를 두어야 한다. 키오스크 주문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요즘은 계산대에 손 소독제를 비치한 곳이 많으므로 계산 전후, 음식물 수령 전후에 손 소독을 하는 게 좋다.”―식당이나 카페 화장실에서 손을 씻으려고 할 때 고체 비누만 있을 경우 좀 찝찝하던데. “여럿이 쓰던 고체 비누에 손을 대려면 아무래도 좀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비누 표면에 이물질이 묻어있지 않다면 써도 된다. 30초 이상 충분히 손을 씻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재택근무가 어렵다면 ―업무 특성 상 여전히 많은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근무한다. 공기 감염이 불안한데… “일반적인 경우라면 실내라 해도 공기 감염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 전문가들도 실험실이나 의학적 치료과정과 같은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공기 감염 가능성이 낮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밀접·밀집·밀폐된 공간이라면 공기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환기를 자주하고 회의실 등 밀폐 공간에 모이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공용물건이나 개인 사무기기 소독은 어떻게 해야하나 “의자, 책상처럼 자주 쓰는 물건은 깨끗한 휴지나 수건에 손 소독제를 묻혀 닦아주는 게 좋다. 분무기를 이용해 소독액을 뿌리는 건 권하지 않는다. 흡입 위험이 있고, 분사 범위가 고르지 않아 효과가 낮을 수 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오래 운동을 못해서 체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지는 것 같다. 야외에서는 운동해도 될까. “사람이 거의 없고 탁 트인 공간이라면 얼마든지 운동해도 괜찮다. 다만 간단한 달리기나 걷기, 자전거 타기와 같이 혼자 하는 운동을 권한다. 농구나 축구처럼 여럿이 함께 하는 운동은 피해야 한다. 야외이고 사람이 별로 없더라도 불특정다수가 사용하는 기구를 이용한 운동은 감염 위험이 있어 당분간 피해야 한다.”―가을이면 독감도 유행하기 시작할 텐데 여러모로 걱정이 된다. “코로나19는 미각 및 후각 소실, 설사와 같은 특이한 증상이 나오기도 하지만 주요 증상은 열, 두통, 권태감 등이다. 독감과 비슷하기 때문에 구별하기 어렵다. 따라서 독감이 유행하기 전에 독감 백신을 맞아두어야 한다. 날이 추워지면 다른 호흡기 질환도 늘어나기 때문에 적기에 치료를 받기 어려울 수 있다.” ―흡연자가 더 위험하다던데…“흡연 시 비말과 함께 다량의 미립자가 분출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여기 묻는다면 더 멀리 퍼질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흡연이 위험한 이유는 요즘 대부분이 흡연실과 같은 밀폐·밀집된 공간에서 흡연을 하기 때문이다. 흡연자는 발병 시 병세가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서 코로나19 고위험군이기도 한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 2020-08-28
    • 좋아요
    • 코멘트
  • 높은 곳은 바담풍 하는데, 낮은 곳은 바람풍 해야하나[광화문에서/김희균]

    근래 나의 정체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나는 노예인가? 나의 인식 수준은 과거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가? 나는 내 집 마련이 삶의 안정성을 높인다고 생각한다. 나는 한국의 주택시장을 볼 때 세입자 입장에서 전세가 월세보다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것이어야 한다는 명제에도 동의한다. 이런 판단에 있어 내가 임대인인가 임차인인가는 변수가 아니다. 그냥 상식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높으신 분’들의 상식은 다른 모양이다. 저런 생각을 품은 나는 여전히 집의 노예이자, 아직 ‘쌍팔년도’에조차 이르지 못한 못난 자일 뿐이다. 그러나 당정의 엄명(?)에도 불구하고 다주택을 사수하는 모습, 집을 팔라고 했더니 시세보다 몇억씩 높여 내놓는 모습, ‘직’보다는 ‘집’을 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쉽게 인정하기 어렵다. 지도자 스스로 노예의 길을 택하는데 나 같은 장삼이사가 선구자의 길을 걷긴 어렵지 않겠는가. 그칠 줄 모르는 장맛비 속에서도 서울시교육청 앞에 서 있는 국제중 학부모들은 어떨까. 그들은 스스로 대학의 노예라 생각할까? 시대가 바뀌었는데 아직도 공부에나 매달리는 개발시대 인식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할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6월 국제중 폐지 취지를 설명하면서 “기본적으로 일류 대학이 서열화한 상황에서 초등학교부터 치열한 선행을 하는 과정”이라고 국제중을 규정했다. 그는 사립초 입학 경쟁이 예전보다 덜하다며 국제중 인기도 “몇 년이 지나면 과거 일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진단도 전망도 잘못됐다. 39개 사립초 중 인기 학교의 경쟁률은 여전히 높고, 전체 경쟁률의 소폭 하락 추세는 학령인구 감소 영향이 크다. 조 교육감은 국제중을 비판하며 분리와 차별을 강조했다. “비용이 충분하게 있는 분들은 고품질의 경쟁을 희망할 것이고,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차별 의식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틀렸다. 돈이 많건 적건 고품질의 경쟁을 희망하는 마음은 같다. 내가 돈이 없다고 내 자식이 저품질의 환경에 놓이기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 우리는 모두 ‘오늘’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 자고 나면 집값이 오르는 현실에서 시간이 흐르면 월세가 시대정신이 될 거라는 이야기, 일류 대학이 여전히 존재하는 현실에서 시간이 지나면 국제중이 추억이 될 거라는 이야기, 어느 하나 오늘의 우리에게 답이 되지 않는다. 더욱이 시세차익을 실컷 누리고, 자신의 자녀들은 특수목적고와 일류 대학을 거쳐 로스쿨이나 의학전문대학원에 보낸 이들이 저리 말하는 건 정의가 아니다. 저들이 국민 눈높이에서 집 걱정, 자녀 걱정 없도록 얼마나 고민했는지 묻고 싶다. 학부모들이 ‘차별 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일반중에서 고품질의 교육을 제공했는가? 집을 투기 수단으로 여기지 않는 선량한 국민들이 ‘이사 난민’이 되지 않도록 살 곳을 조성했는가? 이 정부 들어서만 부동산 정책이 수십 번 쏟아지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학교가 죽었다 살았다 하는 꼴을 감내하는 건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다. 이런 국민들마저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비용이 있는 분과 어려운 분으로 편 가르기 하는 건 무슨 위정인가.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8-10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온라인 학습의 정점은 평가… 장기 관점에서 발전시킬 때[광화문에서/김희균]

    한 초등 영어학원은 주기적으로 레벨 테스트를 치러 반을 바꾼다. 테스트 날짜가 다가오면 배앓이를 하거나 진정제를 먹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분위기가 예민해진다. 그런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레벨 테스트를 온라인 재택 시험으로 바꾸자 갑자기 성적이 치솟은 아이들이 나왔다. 화가 난 학부모들이 ‘자체 수사’에 나선 결과 일부 아이들이 번역 앱을 쓰거나 부모와 함께 문제를 푼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로 각종 시험이 온라인으로 치러지면서 부정행위로 인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의대에서는 특정 과목 수강생의 80%가 조를 짜 정답을 공유하며 시험을 보다가 이에 가담하지 않은 학생의 신고로 들통이 났다. 한 공대에서는 중간고사 문제가 실시간으로 유료 문제풀이 사이트에 올라왔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학점 경쟁도 치열하기에 선량한 학생들은 분노하고 있다. 기말고사가 한창인 대학가에서는 대면 시험을 강행하라는 요구도 나온다. 하지만 이런 부정행위들이 전적으로 온라인 방식 때문일까 되짚어보면 그렇지만은 않다. 부정행위의 역사는 시험의 역사만큼 유구하다. 조선시대 과거시험에 대한 기록에도 ‘커닝 페이퍼’가 등장한다. 한 공간에 모여 종이에 고개를 파묻고 보는 시험에서도 부정행위 유형은 무궁무진하다. 200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시 휴대전화로 답을 ‘집단 중계’한 사건, 어학시험이나 편입시험에서 잊을 만하면 등장하는 ‘무전기 커닝’, 2010년 각국의 시차를 악용해 시험 문제와 정답을 사전 유출한 미국 대학수학능력시험(SAT) 부정 등만 봐도 그렇다. 시험지 빼돌리기나 대리 시험도 낯선 일이 아니다. 물론 감독자가 없는 온라인 시험의 특성상 부정행위 유혹은 더 강할 수밖에 없다. 다만 부정행위의 원초적 범인이 온라인 방식은 아니라는 얘기다. 시험 유형과 디지털 기술 수준에 따라 부정행위도 맞춤형으로 달라질 뿐이다. 교육학자 중 상당수는 온라인 학습의 최대 장점으로 ‘평가’를 꼽는다. 일단 시공간은 물론 형식이나 도구에 대한 제약 없이 다양한 평가를 할 수 있다. 성적 분석이나 수험생을 위한 피드백도 빠르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 나아가 시험 자체의 수준과 적정성에 대한 종합적 리뷰까지 가능하다. 온라인 수업이 그러하듯, 온라인 평가 역시 코로나19라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한 일회성 대책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온라인 평가를 활성화하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당근과 채찍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삼성이 신입사원 공채를 온라인으로 시행하면서 자체 보안 솔루션을 가동하는 동시에 부정행위 적발자는 5년간 응시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 하나의 예다. 응시자들에게 미리 스마트폰 거치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신분증 가리개 등 ‘온라인 시험용 키트’를 발송할 만큼 세심하게 준비한 결과 사상 첫 온라인 공채가 별 탈 없이 끝났다. 마침 공교육에서도 실험이 시작된다.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에서 휴업 학교 학생, 자가 격리 학생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 기반 시험(IBT) 방식이 처음 적용된다. 교육당국이 이를 임시방편으로 여기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온라인 평가를 진화시킬 시점이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6-1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선택권 주어진 등교, 부모도 심리방역 무장해야[광화문에서/김희균]

    내일이면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 1, 2학년 아이들이 고사리손으로 가방을 메고 집을 나선다. 중3과 고2까지 237만 명이 등교 대열에 합류한다. 지난주 가장 먼저 등교한 고3은 등교 여부를 선택할 수 없었다. 입시가 지상 과제인 이 땅에서 앞뒤 잴 겨를 없이 방역 시험대에 올려졌다. 반면 앞으로 이어질 학년별 순차 등교는 좀 다르다. 학부모들의 등교 연기 요구에 교육 당국이 ‘사실상 등교 선택’이라는 희한한 해법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체험학습 사유에 가정학습을 추가해 집에 있어도 출석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서울 등 일부 시도 초등학교는 1학기 내내 학교에 안 갈 수도 있다. 공을 넘겨받은 학부모 입장은 난감하다.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미 학부모 커뮤니티나 학급별 대화방에서는 자녀를 학교에 보낼 것인지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등교 선택권이 주어진 상황에서 만에 하나 자녀가 학교에서 병을 옮기거나 옮은 경우 ‘그러게 왜 굳이 학교를 보내가지고…’라는 비난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불안과 비난이 번지는 시점에 필요한 것은 부모들의 심리방역이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학부모의 주관과 자신감, 그리고 유능감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먼저 등교와 가정학습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선악이나 정의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재난트라우마 이사인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등교 여부는 부모의 양육 철학에 따라 선택할 일이며, 다른 사람이 평가할 대상도 아니다”라며 “각자 학교에서의 발달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보면 등교를, 감염병 위험을 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가정학습을 택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선택 다음에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등교를 선택했는데 아이가 “○○이는 안 간다는데 나는 왜 가야 돼?”라고 묻거나 “병 걸릴까 봐 무서워”라고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부모가 “아우, 그러게. 왜 학교를 벌써 열어가지고 이 난리야”라고 불평하면 최악이다. “지금은 무서울 수도 있지만 선생님과 어른들이 많이 노력하고 있어. 몇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다 같이 노력해서 이겨냈어”라고 다독일 수 있어야 한다. 유능감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부모로서 잘해 나가고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마음이다. 김 이사는 이런 예를 들었다. 공부를 할까, 모처럼 놀까 고민하던 수험생이 어떤 행동을 하는 게 가장 나쁠까? 놀기로 마음을 정했다면 잘 놀아야지, 괜히 노는 내내 ‘공부할 걸 그랬나’라고 후회하는 게 최악이라고 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냈다면 ‘마스크는 잘 쓰고 있을까’ 전전긍긍하거나 ‘괜히 보낸다고 했나’라며 후회하지 말고 아이가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학교를 믿어야 한다.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면 ‘우리 애만 친구가 없으면 어쩌나’라고 걱정하는 대신 집에서도 학교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학부모의 등교방역은 이제 시작이다.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5-2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성인지 감수성 중요한 시대… 교육계는 준비돼 있나[광화문에서/김희균]

    “우리 ○○이가 성폭행했음 감사해야지 고소를 하고 난리야.” “여자 배달 안 되나?” “여자가 꽃뱀인가? 처음 보는 남자 차를 탔으면 각오는 해야지.” 온라인 개학 후 서울 한 초등학교 원격수업 자료에 담긴 내용이다. 한 중앙부처가 성인을 대상으로 만든 온라인 성범죄 교육안이다. 학교가 아무 여과 없이 ‘19금 자료’를 초등생에게 가르친 건 또 다른 온라인 성범죄나 다름없다. 유치원을 갓 졸업한 아이들에게 팬티를 빨아 인증샷을 올리게 한 울산의 초등 1학년 담임교사는 어떤가. 아이들이 천진난만한 얼굴로 화장실에서 속옷을 들고 찍은 사진을 본 순간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처음 학교에 간 아이의 ‘효행숙제’를 도와주면서 이런 사진을 찍게 된 학부모 중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한 이가 없었을까? ‘섹시팬티’, ‘분홍 속옷, 부끄부끄’ 따위의 댓글을 보고도 혹여 아이에게 해가 갈까 봐 아무 말 못 했을 엄마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저린다. 앞서 학기 초 이 교사는 학급 온라인 대화방에 올린 아이들의 사진에 ‘섹시한’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한 학부모가 용기를 내 문제를 제기했지만 울산강북교육청의 주의 조치가 전부였다. 전체 공개였던 그의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블로그를 보면 눈을 의심케 할 사진과 단어가 난무한다. 그는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자칭 ‘변태 교사’라고 밝히며 “변태는 좋은 뜻”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변태스러운 행동은 교육당국의 방치 속에 계속됐다. 수년간 이를 반복되게 만든 교육청과 해당 학교 역시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일반인의 눈높이와 한참 먼 일들이 교육 현장에서 왜 계속될까. 앞서 교육부가 6억 원을 들여 2015년 만든 ‘학교 성교육 표준안’을 돌이켜 보면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여자는 무드에 약하고 남자는 누드에 약하다”, “Q. 데이트 성폭력은 여자가 비용을 안 내서 생기나. ―A. 데이트 비용을 많이 쓰는 남성 입장에서는 여성에게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원하기 마련”이라고 가르치라고 한 것이 교육당국의 수준이다. ‘학생들이 교사의 온라인 수업 모습을 찍어 악용할 수 있다’며 아이들을 잠재적 범죄자 취급했던 일부 교원단체가 울산 교사 사태에 아무 말 없는 것도 그러려니 싶다. 교육부의 표준 아닌 표준안, 교육청의 무책임, 교사의 일탈에 자성 없는 일부 교원단체가 있는 한 이런 일은 되풀이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만 피해자가 아니다. 성교육 관련 연수를 열심히 받고, 외모나 성별에 대해 PC(Political Correctness·편견 섞인 언어적 표현을 쓰지 않음)를 지키려 노력하는 수많은 교사가 피해자다. 성인지 감수성과 젠더 뉴트럴이 시대정신의 주요 키워드가 된 지 오래다. 본인의 행동이 어디부터 얼마나 잘못됐는지 모른 채 “학부모의 소통의 문제”라거나, “인터넷 실명제에 앞장서겠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울산 교사를 보면 화가 치민다. 그는 SNS에 이런 글을 남긴 바 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사육되는 줄 몰라야 한다. 그냥 놀고 있는데 사육되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을 사육할 짐승들의 주인이다.” 과연 누가 짐승이고 사람인지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대다수가 알리라 믿는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5-0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온라인 교육의 시대 뒤편에 머무는 교육당국[광화문에서/김희균]

    “학교 안 가보니까 학교 별것 아니던데. 애가 미드 많이 보더니 영어가 늘었어.” 개학이 미뤄져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워킹맘 선배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엄마의 유쾌함에 한 번 놀라고 아이의 반전에 두 번 놀랐다. 중학생 아들은 ‘강제 휴식’ 기간 동안 혼자 공부하는 법을 찾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엄마가 수행평가며 학원 스케줄을 일일이 챙겨줬는데, 이제는 스스로 괜찮은 인강이나 학습자료를 곧잘 찾아낸다고 했다. 우연히 유튜브 부동산 채널을 보더니 경제에 관심이 생겼는지 금융, 경제사 채널로 시야도 넓혀 가더란다. 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를 못 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개학을 제시했다. 준비 기간이 촉박한 탓에 혼란은 진행형이다. 지난주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했던 문제들은 현실이 됐다. EBS 서버가 다운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격차도 크다. 교사들은 ‘n번방’ 사건을 거론하며 학생들의 디지털 범죄 가능성을 얘기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등교 개학이 이뤄지면 자연히 사라질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답이 없다. 온라인 개학을 등교 개학의 ‘임시방편’으로 보는 한 과거로 돌아갈 일만 남는다. 이미 온라인 학습은 오프라인 학습과 병행해야 할 교육 모델이 된 지 오래다. 여러 나라 공교육 체계에서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학습 주제를 미리 익히고, 교실에서 토론이나 모둠과제로 풀어내는 플립트 러닝(flipped learning)을 적용하고 있다. 21세기 학생은 온라인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고, 21세기 교사는 이를 보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는 교육학자도 많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요즘 학생들에게 학교는 유일하게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의 온라인 수업 접근법은 임시방편에 가깝다. 일례로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에 따라 올해 졸업을 앞둔 교대, 사대생에 한해 온라인 교생실습을 허용하기로 했다. 교사들의 온라인 지도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이를 ‘임시로’ 허용한다니, 교육당국이 얼마나 시대의 뒤편에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격차나 디지털 범죄에 대한 중장기 대책도 없다.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지켜보며 뉴턴의 운동법칙들을 떠올린다. 관성의 법칙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은 유사 이래 우리 공교육에 가해진 외부의 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비록 자발적 혁신은 아니지만,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발전의 계기를 관성으로 되돌리면 안 된다. 가속도의 법칙은 운동하는 물체의 가속도는 힘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며,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그간 공교육의 질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번에 자녀의 온라인 수업을 어깨 너머로 보며 처음으로 실체를 직시했다. 기존의 방식이라면 ‘별것 아니다’라고 느낀 학부모도 많다. 온라인 개학을 기점으로 공교육 업그레이드에 대한 학부모의 열망은 거세질 것이다. 공교육은 덩치 큰 공룡과 같아 좀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받으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4-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따로 사는 피부양 부모는?…긴급재난지원금 누가 받나 Q&A

    정부는 3일 건강보험료(건보료) 본인부담금을 기준으로 소득 하위 70%를 산정해 40만 원(1인 가구)~100만 원(4인 가구 이상)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다만 고액 자산가 제외 기준이 나오지 않아 “나도 받을 수 있나?”라는 궁금증에 정확한 답을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이날 발표된 기준을 바탕으로 누가, 언제,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Q&A로 풀어봤다. ―건보료 본인부담금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직장가입자는 월급명세서를, 지역가입자는 건강보험료 납입고지서를 보면 나와 있다. 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nhis.or.kr)에 접속하거나 콜센터(1577-1000)에 확인하는 방법도 있다.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려면 본인 이름의 공인인증서가 필요하다. 건강보험 미가입 가구인 의료급여 수급가구는 기본적으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가구 규모에 따라 기준액과 지원액이 다른데, 가족 수는 어떻게 세나.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세대별 주민등록표(등본)에 함께 등재된 가족 수를 따진다. 이때 가족이란 민법상 개념, 즉 배우자, 조부모·부모·자녀와 같은 직계혈족, 형제자매 등을 말한다. 민법상 가족이 아닌 사촌이나 사실혼 관계의 동거인과 살고 있다면 각각 개별 가구로 계산한다. 또 같은 주소지에 사는 가족이라도 세대를 분리해 등록했다면 각각 개별 가구로 본다.” ―직장인 남성이다. 주부인 아내와 아들이 서울에 살고, 나는 직장 문제로 지방에 전입신고를 하고 혼자 산다. 이 경우 가족 수가 어떻게 계산되나. “가족이라도 등본 상 따로 등록돼 있다면 개별가구로 보는 게 원칙이다. 단,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된 배우자와 자녀는 예외로 인정한다. 따로 살아도 동일 가구로 본다는 얘기다. 따라서 3인 가구에 해당한다. 건보료가 3인 가구 직장가입자 선정 기준인 19만5200원 이하라면 긴급재난지원금 8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ㅡ외벌이로 직장을 다니는 가장이다. 지방에 홀로 사는 어머니를 피부양자로 등록했는데 같은 가구에 포함되나. “아니다. 피부양자라 하더라도 등본 상 주소지가 다르면 배우자와 자녀를 제외한 가족은 별도 가구로 계산된다. 어머니의 경우 피부양자 건보료가 0원이기 때문에 1인 가구 지원액인 4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지방에서 혼자 자영업을 하고 부인은 전업주부다. 아직 직장이 없는 자녀가 서울에서 혼자 사는데 3인 가구에 해당하나? “지역가입자라면 전입신고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1인 자영업자는 지역가입자이기 때문에 직장가입자와 달리 자녀를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 없다. 자녀가 하숙을 하거나 해서 따로 전입신고를 하지 않았다면 3인 가구로 묶인다. 반면 자녀가 전입신고를 했다면 부부와 자녀의 가구가 분리된다.” ―자녀가 두 명인 엄마다. 이혼 후 전 남편이 주소지를 옮겨 혼자 사는 경우엔 가구 수가 어떻게 되나. “이혼 후라면 민법상 가족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동거 여부와 관계없이 다른 가구가 된다. 따라서 혼자 사는 전 남편은 1인 가구, 엄마와 두 자녀는 3인 가구가 된다.” ―부부와 두 자녀가 함께 사는 4인 가구다.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은? “외벌이라면 한 사람의 건보료 본인부담금이 4인 가구 지급 기준 이하인지만 따져보면 된다. 맞벌이라면 부부의 건보료 본인부담금을 더해야 한다. 부부가 직장가입자인지 지역가입자인지에 따라 기준이 다르다. 둘 다 직장가입자면 23만7652원, 둘 다 지역가입자라면 25만4909원, 각각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라면 24만2715원 이하일 경우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기준을 따져보니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 해당된다. 언제쯤 돈을 받을 수 있을까. “재원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돼 본회의를 통과해야 한다. 관련 부처들은 가급적 이달 안에 예산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초 5월 중 지급을 지시한 만큼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에는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송혜미 기자 1am@donga.com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 2020-04-03
    • 좋아요
    • 코멘트
  • 위기 국면에 생각해보는 교육의 더 나은 미래[광화문에서/김희균]

    2014년 12월, 정부는 입학과 새 학기 시작을 기존 3월에서 9월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국제 교류를 활성화하고 인구 감소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교육계의 일대 전환이 필요한 가을학기제가 논의된 자리는 국민경제자문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발표문 제목도 ‘2015년 경제정책방향’이었다. 자연히 반박 논리 역시 경제 측면에서 전개됐다. “돈이 10조 원씩 든다는데 굳이?”, “숭고한 교육 문제를 경제 활성화 수단으로 보다니”, “국제 교류로 얻는 이익보다 시스템 개편에 드는 비용이 더 많다”는 반발이 이어지면서 가을학기제 시도는 무산됐다. 5년 뒤인 2019년 12월, 이웃 나라에서 감염병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하더니 순식간에 전 세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권에 들었다. 우리도 세 차례에 걸쳐 개학이 5주나 연기됐다. 코로나19 진행 상황에 따라 개학은 더 미뤄질 수도 있다. 학부모들은 가뜩이나 감염 우려로 불안한데, 개학이 기약 없이 한두 주씩 미뤄지니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감까지 호소한다. 자연스럽게 곳곳에서 가을학기제 얘기가 나온다. 이번에는 경제 논리가 아닌, 현실에 발을 디딘 위기감에서 나왔다는 게 5년 전과 다른 점이다. 교육계에서 위기감을 느끼는 이는 학부모만이 아니다. 등록금을 10년 이상 동결하면서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재정 의존도가 높아진 대학들의 위기감은 생사를 가르는 수준이다. 서울의 한 대학 총장은 “중국인 유학생이 오지 않는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무섭다. 미국, 유럽에서 오는 교환학생과 중동, 아시아에서 오는 국비 장학생들이 막히기 시작하면 조만간 교직원 월급 못 주는 대학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주간의 개강 연기 끝에 16일부터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교수와 학생들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이름이 무색한 강의 인프라와 수준에 좌절한다. 강의를 잘한다고 대학본부에서 상을 수차례 받은 한 교수는 2시간짜리 강의를 이틀에 걸쳐 찍고 나더니 “나는 초딩 유튜버보다 경쟁력이 없고, 대학은 중고교 방송반보다 수준이 떨어진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위기감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유학생이 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대학은 재정구조를 바꿀 방안을 고심하거나, 유학생을 확 끌어올 당근을 찾아낼 것이다. 초등학생보다 뒤진다고 느낀 교수는 뉴미디어를 공부하면서 강의를 업그레이드할 방법에 골몰할 것이다. 가을학기제를 ‘돈 드는 일’이라고 반대했던 이들도 이 시점에서 가을학기제를 적용했을 때의 득실을 다각도로 따져볼 수 있을 것이다. 오랜 세월 스티브 잡스의 혁신 비결에 천착한 작가 카민 갤로는 “위기가 닥치면 사람들은 좋은 시절에는 느끼지 못했던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호시절에는 누군가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던지면 “한가한 소리 하고 앉아 있네”라고 콧방귀를 뀌기 십상이다. 그만큼 발전도, 혁신도 더디다. 위급한 시기에는 파괴적인 발상과 시도를 해도 한가하게 혀를 찰 사람이 없다. 그래서 위기는 발전의 자양분이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3-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세명대 “재학생 전원에 코로나19 극복 장학금”

    충북 세명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자는 취지로 재학생들에게 ‘코로나19 극복 장학금’을 10만 원씩 지급한다고 18일 밝혔다. 2020학년도 1학기 학부 및 대학원 재학생 8100여 명 모두에게 3월 중 현금 계좌 이체 방식으로 지원한다. 세명대 측은 “코로나19로 아르바이트도 중단되는 등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이 있다”면서 “마스크 등 방역용품을 사거나 온라인강의 수강에 필요한 장비를 사는 데 적은 금액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2020-03-19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국민독서문화진흥회, 국군수도병원에 책 1050권 기증

    사단법인 국민독서문화진흥회(회장 김을호)가 18일 국군수도병원을 방문해 책 1050권을 전달했다. 개학이 연기돼 자녀들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에 앞장서는 국군수도병원 의료진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이번 책 기증에는 전국의 진흥회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진흥회는 평소 책 나눔 운동인 ‘십시일Book’ 활동을 하고 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2020-03-18
    • 좋아요
    • 코멘트
  • “열·기침 없어도…증상 호전후 바이러스 3~4주 지속되기도”[코로나19 Q&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다소 줄어드는 추세지만 보건당국은 “안심할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단 감염이 이어지고 유럽발 해외 유입 사례까지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와 위생수칙 준수가 더욱 중요한 이유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방역 전문가들이 임상결과를 바탕으로 규명한 코로나19의 특징을 Q&A로 정리했다.―열이나 기침이 없어도 코로나19에 감염됐을 수 있나.“그렇다. 호흡기 증상 없이 설사, 복통 같은 장염 증상으로 발현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발열과 기침이 가장 주된 증상인 건 맞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12일 ‘우리보다 사례가 많은 중국을 봐도 발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는 환자들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콧물이 나오면 코로나19가 아니라던데. “아니다. 콧물, 코막힘도 초기 증상 중 하나다. 다만 마른기침이 코로나19의 특징이라서 가래가 나온다면 부비동염이나 기관지염일 가능성이 높다.”―일반인 입장에서 코로나19에 걸렸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나.“사실 증상만으로는 전문가들도 알기 어렵다. 호흡기 증상, 장염 등은 모두 2, 3일 간 증상 조절약을 먹으면 호전된다. 2, 3일 정도 자가 격리를 하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는 것을 추천한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체외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남는가.“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의 종합판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에어로졸(공기 중에 떠 있는 미립자) 형태로 3시간 이상, 구리 표면에서 4시간, 마분지에서 24시간, 플라스틱이나 스테인레스 표면에서 2, 3일 간 전염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주변 사물 표면에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으니 손을 자주 씻고, 눈을 비비거나 코를 만지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완치 후 재발하는 경우도 있나.“그렇다. 증상이 호전된 뒤에도 무증상으로 바이러스가 3, 4주 지속되는 경우도 있고 드물게는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치료가 종료됐다고 해도 최소 2주가량은 자가 격리를 하는 게 좋다.”―아직 치료제가 없나.“없다. 다른 병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치료제를 위주로 테스트를 하고 있다. 항바이러스제, 항생제, 고용량 비타민C도 거론되지만 임상적 근거는 없다.”―열 날 때 이부프로펜 계열 해열제를 먹으면 오히려 악화되나.“올리비에 베랑 프랑스 복지부 장관의 주장이다. 염증 치료 없이 열만 떨어뜨리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국내 전문가들은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보건용 마스크를 매일 바꿔 끼기 어려운데 어떻게 해야 하나. “보건용 마스크를 재사용하거나 면마스크를 착용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안 쓰는 상황보다 낫기 때문이다. 다만 둘 다 권장할 만한 의학적 근거는 없다.”―언제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까.“정확한 소강 시점은 알 수 없다. 최소 올 상반기까지는 코로나19와 함께할 가능성이 크다. 수도권과 대구·경북 등 집단 감염이 발생하는 지역 외에서는 환자가 드물게 발생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회 같은 큰 집단 감염 없이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차츰 확진자가 줄어들 희망이 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사지원 기자4g1@donga.com}

    • 2020-03-16
    • 좋아요
    • 코멘트
  • 대책 없는 개학 연기, 답 없는 교육 격차[광화문에서/김희균]

    같은 대한민국 하늘 아래 올해 중학생이 되는 두 아이가 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겠지만 사상 초유의 개학 연기로 둘은 전혀 다른 3주를 보내게 됐다. A의 학교에서 온 연락은 문자메시지 단 두 건. 하나는 ‘외출 시 마스크를 끼고, PC방에 가지 말라’는 것. 다른 하나는 ‘권장도서를 읽고, 분수 사칙연산을 공부하라’는 것. 권장도서를 빌리려 해도 인근 도서관이 모두 문을 닫았다. 분수는 아무래도 ‘초딩용’을 잘못 내준 것 같아 의아할 뿐이다. 담임교사가 누군지 몰라 물어볼 수도 없다. 학원도 다 쉬어서 친구들과 온라인 게임에서 채팅을 하며 하루를 보낸다. B는 학교 홈페이지에 공지된 시간표에 따라 온라인 방송으로 공부하고 있다. 이 학교는 그냥 ‘온라인으로 공부하라’고만 하면 안 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과목별 과제도 준비했다. 2일부터 담임교사가 전화로 상담도 한다. 둘 다 공립중인데, 어느 학교에 배정받느냐에 따라 첫걸음이 이리 다르다. 물론 개학 연기 전례가 없으니 일선 학교도 막막할 법하다. 아무리 그래도 중학생에게 분수 숙제는 이해가 안 돼 해당 학교에 취지를 물어봤다. 전화를 받은 두 명 모두 “교육부나 교육청에서 어떻게 하라고 알려준 게 없다” “과제는 나도 모른다”고 했다. 이번엔 고교생 이야기다. 서울에 사는 C는 이번 주 학원 3곳이 수업을 재개했다.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가 미뤄지자 한 학원은 자체적으로 모의평가를 치르기로 했다. 다른 학원은 입구에 발열감지기와 간호조무사를 배치하고 홍삼액을 나눠 준다. 개학 연기로 2일과 3일 전국 학교 홈페이지와 학교알리미 서비스는 거의 접속 불가였다. C가 다니는 특수목적고는 발 빠르게 유튜브 채널로 교육 과정을 안내했다. 1학기에 수행평가 시간이 부족할까봐 미리 과제를 내주고 담임교사가 온라인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지방 소도시에 사는 D는 올해 고3이지만 입시 일정을 종잡을 수 없다. 1학기 중간고사는 어떻게 되는지, 수시모집 날짜는 그대로인지 궁금하지만 학교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온라인 사교육 업체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맞춰 한동안 인강을 무료로 제공하는 것뿐. 교육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개학을 연기한 건 방역 측면에선 적절하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개학 연기를 공지해놓고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건 부적절하다. 교육부는 각 대학에 중국인 유학생도 일일이 관리하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질 때까지 온라인 강의도 활성화하라고 지시했다. 정작 교육부는 초중고교에 학사 관리 매뉴얼이나 학습 결손 대책도 제시하지 못했다. 온라인 콘텐츠를 제공한다더니 이미 교과서를 다 나눠준 마당에 디지털 교과서 사이트를 안내하거나, EBS 강의를 소개하면서 ‘겨울방학생활’ 교재를 안내하는 식이다. 입으로 일하는 건 쉽다. “마스크 공급에 만전을 기하라” “학습 지원 방안을 마련했다”처럼 말이다. 진심으로 일하지 않으면 현장은 달라지지 않는다.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도 마스크 한 장 구할 수 없는 것처럼, 어느 학교 어느 동네냐에 따라 공교육마저 격차를 겪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3-06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광화문에서/김희균]

    2015년 여름의 문턱. 국내에서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자가 나오더니 열흘 뒤 사망자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열흘 뒤 확진자가 100명을 넘어섰다. 사람들은 이름부터 생소한 감염병이 주는 불안과 공포에 식은땀을 흘렸다. 두려움은 무지(無知)를 먹고 자란다. 메르스는 병원 내 감염이 주를 이뤘지만, 정부는 감염자가 머문 병원을 공개하지 않아 공포를 키웠다. 난무하는 ‘카더라’ 속에 메르스 발병지인 중동에서도 사례가 드문 10대 환자가 발생했다. 아무 정보가 없는 일선 초중고교는 패닉에 빠졌다. 당장 어느 학교 학생인지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다. 보건복지부는 개인 정보를 유출할 수 없다며 비공개로 일관했다. 교육부가 나서서 정보 공유를 요청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해당 학생이 이미 입원해서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며 거부했다. 각 시도교육청은 혹시 자기 관내 학생인지 여부라도 확인해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교육부는 “우리에게 인적 정보를 알려주지 않아 대응이 늦을 수밖에 없다”고 복지부에 화살을 돌렸다. 나흘 뒤 교사 확진자가 발생했다. 같은 레퍼토리가 되풀이됐다. 불안감에 자체 휴업하는 학교가 늘어나자 교육부는 “보건당국이 위기경보를 ‘주의’ 단계로 알려왔지만 우리는 ‘경계’ 단계에 준하는 조치를 취하겠다”며 예방적 차원의 적극적 휴업을 권장했다. 서울 경기 등지에 일괄 휴업령이 내려지면서 3000곳에 육박하는 학교와 유치원이 문을 닫았다. 서울시교육청은 시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며 홈페이지에 매일 휴업 학교 명단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교육 당국이 불필요한 혼란을 키운다고 비판했다. 서로 삐걱대면서 ‘학생 및 교사 격리자 규모’에 대해 교육부는 32명, 복지부는 300명이라고 밝히는 촌극도 벌어졌다. 이를 계기로 이듬해 학교보건법이 개정됐다. 신설된 제14조의 3(감염병 예방 대책의 마련 등) 4항은 ‘교육부 장관과 보건복지부 장관은 학교에서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감염병 발생 현황에 관한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법 때문인지, 학생 환자가 없어서인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 사태에서 두 부처 간 불화설은 들리지 않는다. 다행이지만, 어쩌면 다른 까닭 때문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싸하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때나 지금이나 교육감이 같건만 이번에는 휴업 학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송파구에 확진자가 나왔다는 소문에 일대 학교가 부랴부랴 휴업한 6일 아침, 서울시교육청에 ‘어느 학교가 휴업했느냐’고 묻자 “우리가 시킨 거 아니다. 어느 학교가 휴업했는지 모른다”는 답이 돌아왔다. 전국 교육청에서 매일 휴업 학교 명단을 보고받는 교육부 역시 전체 숫자만 공개하고 있다. 메르스는 국민의 알 권리가 중요하고 신종 코로나는 보안이 중요한 병이라고 판단한 걸까? 메르스는 적극적 휴업이 필요하고 신종 코로나는 소극적 대응이 필요한 병이라고 보는 걸까? ‘메르스 당시 복지부의 입장’이 그때는 틀렸지만 지금은 맞다고 생각하는 걸까? 국민의 알 권리보다, 두 부처가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정보 공유 조항을 신설한 것이라면 지금이 맞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2-1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의협 “中서 오는 항공편 제한-중단 검토해야”

    의료계에서 중국 항공편 운항 제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30일 ‘대국민 호소 담화문’을 통해 “효과적인 검역 관리를 위해서는 중국발 국내 입국 항공편의 단계적 제한이나 중단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항공사들도 지역별 비행편수의 제한 혹은 중단 조치를 검토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미 다수의 외국 국적 항공사들이 중국과 자국 간 운항을 중단하거나 비행편수를 줄이고 있다는 것. 중국 우한(武漢)에서 단체 입국하는 교민들과 관련해 의협은 “격리시설 인근 일부 지역주민의 걱정은 너무나도 당연하다”면서도 “바이러스가 외부로 전파 확산할 실질적인 위협은 없다”고 밝혔다. 격리시설 밖으로 대기 중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 이유로 의협은 폐렴 바이러스가 비말 형태로 전파된다는 점을 들었다. 의협은 “실내 공간이 아닌 일반 대기 환경에서 바이러스가 함유된 비말 입자는 물리적으로 공기 중에 존재할 수 없으며 바이러스 자체가 생존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2020-01-31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부엉이와 양치기의 시간… 공부가 슬픈 이유[광화문에서/김희균]

    ‘부엉이, 러셀, 247.’ 이 암호를 단번에 풀었다면 이 글을 그만 읽는 게 좋겠다. 본인이나 자녀가 대학 입시 준비에 한창일 가능성이 높다. 즐거워야 할 명절을 앞두고 괜히 심란해질 우려가 있다. 세 단어를 이리저리 뜯어봐도 연관성을 모르겠다면 좀 편안한 마음으로 더 읽어도 좋다. 저 단어들은 서울 강남, 목동 등지에 있는 관리형 자습실 혹은 자습실 제공 학원의 이름이다. 이곳 학생들은 강의실과 자습실만 오가고, 자습실 좌석에서 급식까지 받아먹으니 돌아다닐 일이 없다. 휴대전화는 반입 금지요, 공부에 지쳐 잠시 쪽잠이라도 잘라치면 관리자가 바로 깨운다. 직원이 돌아다니면서 학습 태도를 감독하는 곳도 있어서 부모들이좋아한다. 대학을 꿈꾸는 아이들은 그저 부엉이처럼 눈에 불을 켜고, 하루 24시간 1주일에 7일 내내 강의 듣고 급식 먹고 자습하면 된다. 학생들의 주된 관심사는 과목별 1타 강사가 누구인가, 누가 문제풀이 요령을 잘 가르치는가, 누가 예상 문제를 기가 막히게 뽑아내는가로 수렴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사전적 정의는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건만, 현실적 정의는 문제풀이 기술이 중요한 시험이 된 지 오래다. 최근 만난 유명 수능 국어 강사는 “요즘 수능 국어는 솔직히 나도 못 풀겠다. 이건 풀라고 내는 게 아니라 틀리라고 내는 것”이라며 “특히 수능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뀐 뒤부터 다른 과목에서는 점수 차를 두려고 교과 지식이 아니라 문제 푸는 요령을 요구하는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자, 이렇게 밤을 새워 대학에 가면 조류(부엉이) 신세를 면하는가? 이제는 인간으로 거듭나는가? 물론 그렇다. 다만 인간이긴 하나 양치기가 될 뿐이다. 양치기라는 단어에 동화책에 나오는 양치기 소년부터 떠올렸다면 옛날 사람이다. 요즘 양치기란 시험 문제를 엄청 많이 풀어서 성적을 높이는 것, 그야말로 양으로 승부를 보는 수험 방식을 말한다. 대학에 가자마자 취업 준비 레이스를 밟아야 하는데, 그 방법이 토익 양치기, 인·적성시험 양치기인 것이다. 그렇게 양을 치고 또 쳐서 취업에 성공하면 다시 승진 시험 양치기가 기다리기 마련이다. 성장 과정에서 매사에 노력을 하고 점수를 올리는 것은 필요하고 가치 있다. 다만 이것이 무엇을 위한 노력인가를 생각하면 슬퍼진다. 공부에도 육하원칙이 있다면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공부하는지가 중요할 것이다. 공교육 현장에서,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능력을, 탐구하고 체험하면서, 더 행복한 삶을 만들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이상적일 거다. 하지만 현실은 사교육 현장에서, 문제풀이 스킬을 얻기 위해, 양치기를 반복하면서, 다음 양치기 단계로의 진입에 성공하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 설 연휴에도 수많은 청춘이 부엉이와 양치기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이미 짜인 교육과 일자리의 공고한 판형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청춘들에게 그저 “잘될 거야”라는 말밖에 건넬 수 없어서 미안하다. 이들의 노력이 언젠가는 미네르바의 부엉이(Eule der Minerva) 같은 지혜와 양을 모는 목자(牧者) 같은 평온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 2020-01-2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INMA 총회 탐방기] “진실 추적만으로, 언론사 지켜갈 수 있을까?”

    1877년 창간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의 대표 주자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낙마시킨 밥 우드워드는 여전히 대기자로 편집국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3~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018년 INMA(국제뉴스미디어협회·International News Media Association) 총회에서 밥 우드워드는 기조 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우리는 워터게이트의 교훈들을 잊었나?’라는 주제로 “시대가 변해도 언론의 중요한 가치는 ‘발로 뛰어 찾아내는 진실’에 있다”고 강조했다. 47개국 다양한 언론사에서 INMA를 찾은 450여 명의 기자들은 대가의 연설에 기립 박수를 보내면서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신문을 보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존립이 어려운 언론사도 많아지고 있다. 진실 추적만으로 언론사를 지켜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우드워드의 답은 “여러분도 베조스를 찾아라” 였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이 2013년 2억 5000만 달러에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해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가리킨 것이다. 언론사들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블랙 유머’로 받아친 말이었지만, 이 대답은 베조스 인수 이후 워싱턴포스트가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INMA 총회가 끝난 뒤 직접 찾아간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은 이런 궁금증에 일말의 답을 내놓았다. 진실 탐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지키며 취재와 제작을 하되, 이제는 독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이를 전달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전달 방식을 답습하면 독자수와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이 필수라는 지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 혁신에서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구글, 유튜브 다음으로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언론사 최초로 공식 입성한데 이어 최근에는 10대가 주류인 게임 영상 플랫폼 ‘트위치(Twitch)’까지 진출했다. 편집국의 중견 기자들 사이에서는 가벼운 플랫폼에 워싱턴포스트의 기사가 실리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뉴미디어 담당자들 사이에서조차 ‘레딧의 이용자들은 브랜드에 거부감을 경향이 있어서 진출이 득보다 실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도전은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워싱턴포스트의 소셜 미디어 담당자인 진 박(Jean Park) 오디언스 에디터는 “우리 기사를 레딧에 올릴 때는 취재 후기나 기자 개인의 의견도 올리고 이용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면서 “플랫폼의 성격에 맞게 소통을 하자 우리 기사가 주요 콘텐츠로 올라가는 경우가 점점 늘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쥰 알칸타라(Junne Alcantara)는 “3년 전 만들어진 이머징 뉴프로덕트팀에 소속돼 새로운 플랫폼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운영체제나 사용자경험(UX)부터 화면 디자인과 헤드라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각 플랫폼에 맞게 짜고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이나 플랫폼이 나올 때 잘되든 안되든 개의치 않고 제일 먼저 시도해서 독자가 얼마나, 어떻게 참여하는지 실험해봄으로써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워싱턴포스트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런 도전을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젊은 독자들은 더 이상 신문을 보러 오지 않는 만큼 기사가 이들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 진 박은 “많은 미디어가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뒤늦게 다가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신문과 뉴스를 보지 않는 어린 친구들이 모인 곳으로 찾아가서 어릴 때부터 워싱턴포스트를 친숙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베조스가 인수할 당시 신문 사업 부문의 만성적인 적자와 구독자 감소에 시달리던 워싱턴포스트는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온라인 구독자는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했습니다워싱턴=김희균기자 foryou@donga.com}

    • 2018-07-31
    • 좋아요
    • 코멘트
  • 멘토링·교사 연수… 시도교육청, 자유학기제 컨설팅 나서

    올해부터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자유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가운데 교육당국이 1학기 운영 성과를 점검하고 2학기 운영 준비를 위해 적극적인 현장 소통 행보에 나서고 있다. 교육부와 17개 시도교육청은 일선 중학교를 찾아다니며 자유학기제 운영 현황을 살피고,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자유학기제의 취지를 잘 알리기 위한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별 역량 강화 프로그램 보강 각 학교는 한 학기를 자율적으로 정해 자유학기제를 시행한다. 올 1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처음 시행해 본 중학교들은 긍정적인 변화가 있다고 반기면서도 아직 프로그램을 짜거나 수업 방식을 바꾸는 데 어려움이 뒤따른다고 호소했다. 이에 따라 각 시도교육청은 교사의 자유학기제 지도 역량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각 중학교에서 교사 한 명 이상 참여하는 자유학기제 교원 연수를 진행했다. 수업을 풍요롭게 하는 전략, 프로젝트 학습법 등 실제 수업 개선으로 직결되는 노하우를 알려주는 연수다. 강원도교육청은 주말에 교사를 모아 ‘함성(함께 성장) 연수’, ‘수평선(수업 평가 개선) 프로젝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운영 경험 없이 올해 처음 자유학기제를 운영하는 학교를 위한 컨설팅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울산시교육청은 전문가들이 자유학기제 신규 운영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일대일 원스톱 집중 컨설팅’을 실시했다. 충북도교육청은 자유학기제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학교와 신규 운영 학교의 교사들을 멘토링 제도로 연결해주고 있다. 충남도교육청은 ‘찾아가는 자유학기제 운영 컨설팅’과 학부모 정책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 학부모 인식 개선 콘서트 마련 자유학기제 우수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자유학기제 실천사례 연구대회를 통해 뛰어난 교육 사례 66건을 선정했다. 교실수업 개선, 자유학기 활동, 학교 교육과정 운영 등 분야별로 선정된 우수 사례들은 8월 3∼5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리는 ‘자유학기제 수업 콘서트’와 10월 20∼22일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리는 ‘행복교육 박람회’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자유학기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교의 프로그램만큼이나 학부모의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교육부는 다양한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교육계 전문가들이 꾸려가는 ‘자유학기제 맘에쏙 학부모 토크콘서트’가 대표적이다. 2월 서울에서 처음 열린 학부모 토크콘서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전국에서 16차례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특별 패널로 참여한 명사들은 자유학기제의 의의를 알기 쉽게 설명해 학부모들의 호응을 얻었다. 조벽 동국대 석좌교수는 “주입된 꿈은 악몽에 불과하다”면서 “자녀의 행복을 진정으로 위한다면 자유학기제를 통해 꿈에 대해 고민하고 도전해 보는 경험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2016-07-14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
  • “日 우토로의 눈물 영원히 기억할 것”

    1941년 일본의 비행장 건설 공사에 강제 동원됐던 한인과 그 후손들이 살아가던 일본 교토 우토로 마을은 지난달 23일부터 강제 철거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곧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우토로의 모습은 최신 기술을 통해 영원히 남게 됐다. 10여 년간 CF와 뮤직비디오 등 영상물 PD로 활동해 온 곽동철 더슛미디어 대표(41)가 우토로의 모습을 ‘360도 비디오’ 기법의 가상현실(VR) 영상으로 남긴 덕이다. 곽 PD는 “지난해 MBC ‘무한도전’을 통해 우토로 마을을 처음 알게 되면서 예능이 이렇게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 자극을 받았다. 나도 부족한 능력이나마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어졌다”고 콘텐츠 제작 계기를 밝혔다. 곽 PD는 우토로의 모습을 VR 영상으로 만들어 디지털 유산으로 보존하는 ‘우토로 프로젝트’를 기획해 지난해 말 용인시 디지털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게 됐다. 제작비는 1억 원 정도로 추산됐다. 하지만 모인 돈은 용인시에서 받은 500만 원,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은 300만 원, 그리고 곽 PD가 내놓은 900만 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간 네트워크를 쌓아 온 촬영감독, 음악감독, 편집 전문가, 녹음실 관계자 등이 재능 기부를 해주면서 확 줄어든 비용으로 3·1절부터 꼬박 사흘간 우토로 마을에서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곽 PD는 “사진이나 2D 매체는 촬영자의 의사가 개입되는 반면 공간을 입체적으로 담아 내는 360도 비디오 기법은 객관적인 시각으로 모든 곳을 담아 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촬영물은 10분 길이의 ‘51번지, 우토로 가족’이라는 VR 영상(한국어판, 영어판 두 가지)으로 완성됐다. 8월 18∼2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리는 ‘K웹페스트’ 영화제에서 상영된다. 9월부터는 유튜브에서 누구나 볼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연말부터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체험 관람을 진행하는 방안도 협의 중이다. 곽 PD는 “사라질 역사를 기록하거나, 이미 사라진 역사를 VR로 복원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작업”이라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역사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교육용 영상물 콘텐츠를 만들어 가겠다”라고 말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 2016-07-08
    • 좋아요
    • 코멘트
    PDF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