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MA 총회 탐방기] “진실 추적만으로, 언론사 지켜갈 수 있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31일 14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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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가 게임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에 4월 올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미 의회 청문회 출석 뉴스. 워싱턴포스트는 새로운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가 게임 동영상 플랫폼 ‘트위치’에 4월 올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의 미 의회 청문회 출석 뉴스. 워싱턴포스트는 새로운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젊은층을 공략하고 있다.
1877년 창간된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이른바 ‘레거시 미디어’의 대표 주자다.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을 특종 보도해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낙마시킨 밥 우드워드는 여전히 대기자로 편집국을 지키고 있다.

지난달 3~5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2018년 INMA(국제뉴스미디어협회·International News Media Association) 총회에서 밥 우드워드는 기조 연설자로 나섰다. 그는 ‘우리는 워터게이트의 교훈들을 잊었나?’라는 주제로 “시대가 변해도 언론의 중요한 가치는 ‘발로 뛰어 찾아내는 진실’에 있다”고 강조했다. 47개국 다양한 언론사에서 INMA를 찾은 450여 명의 기자들은 대가의 연설에 기립 박수를 보내면서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사람들은 예전처럼 신문을 보지 않는다. 디지털 시대에 존립이 어려운 언론사도 많아지고 있다. 진실 추적만으로 언론사를 지켜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우드워드의 답은 “여러분도 베조스를 찾아라” 였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회장이 2013년 2억 5000만 달러에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해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있음을 가리킨 것이다. 언론사들의 재정적 어려움에 대해 ‘블랙 유머’로 받아친 말이었지만, 이 대답은 베조스 인수 이후 워싱턴포스트가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다.

INMA 총회가 끝난 뒤 직접 찾아간 워싱턴포스트의 편집국은 이런 궁금증에 일말의 답을 내놓았다. 진실 탐구라는 본연의 역할을 지키며 취재와 제작을 하되, 이제는 독자가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이를 전달하는 데에도 힘을 쏟고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기존 레거시 미디어의 전달 방식을 답습하면 독자수와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한 혁신이 필수라는 지적이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 혁신에서 과감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구글, 유튜브 다음으로 이용자가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 언론사 최초로 공식 입성한데 이어 최근에는 10대가 주류인 게임 영상 플랫폼 ‘트위치(Twitch)’까지 진출했다.

편집국의 중견 기자들 사이에서는 가벼운 플랫폼에 워싱턴포스트의 기사가 실리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기는 이들도 있었다. 뉴미디어 담당자들 사이에서조차 ‘레딧의 이용자들은 브랜드에 거부감을 경향이 있어서 진출이 득보다 실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의 도전은 이런 우려를 씻어냈다. 워싱턴포스트의 소셜 미디어 담당자인 진 박(Jean Park) 오디언스 에디터는 “우리 기사를 레딧에 올릴 때는 취재 후기나 기자 개인의 의견도 올리고 이용자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답을 하는 방식을 취한다”면서 “플랫폼의 성격에 맞게 소통을 하자 우리 기사가 주요 콘텐츠로 올라가는 경우가 점점 늘었다”고 말했다.

디자이너 쥰 알칸타라(Junne Alcantara)는 “3년 전 만들어진 이머징 뉴프로덕트팀에 소속돼 새로운 플랫폼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모든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 운영체제나 사용자경험(UX)부터 화면 디자인과 헤드라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각 플랫폼에 맞게 짜고 있다”면서 “새로운 기술이나 플랫폼이 나올 때 잘되든 안되든 개의치 않고 제일 먼저 시도해서 독자가 얼마나, 어떻게 참여하는지 실험해봄으로써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워싱턴포스트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가 이런 도전을 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젊은 독자들은 더 이상 신문을 보러 오지 않는 만큼 기사가 이들을 찾아가야 한다는 것. 진 박은 “많은 미디어가 밀레니얼 세대를 끌어들이려고 하지만 뒤늦게 다가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신문과 뉴스를 보지 않는 어린 친구들이 모인 곳으로 찾아가서 어릴 때부터 워싱턴포스트를 친숙하고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전했다. 베조스가 인수할 당시 신문 사업 부문의 만성적인 적자와 구독자 감소에 시달리던 워싱턴포스트는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고 온라인 구독자는 연일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했습니다

워싱턴=김희균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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