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교육의 시대 뒤편에 머무는 교육당국[광화문에서/김희균]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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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학교 안 가보니까 학교 별것 아니던데. 애가 미드 많이 보더니 영어가 늘었어.”

개학이 미뤄져 힘들지 않으냐고 묻자 워킹맘 선배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엄마의 유쾌함에 한 번 놀라고 아이의 반전에 두 번 놀랐다. 중학생 아들은 ‘강제 휴식’ 기간 동안 혼자 공부하는 법을 찾았다고 한다. 예전에는 엄마가 수행평가며 학원 스케줄을 일일이 챙겨줬는데, 이제는 스스로 괜찮은 인강이나 학습자료를 곧잘 찾아낸다고 했다. 우연히 유튜브 부동산 채널을 보더니 경제에 관심이 생겼는지 금융, 경제사 채널로 시야도 넓혀 가더란다.

교육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등교를 못 하는 것에 대한 ‘대안’으로 온라인 개학을 제시했다. 준비 기간이 촉박한 탓에 혼란은 진행형이다. 지난주 뚜껑을 열어보니 우려했던 문제들은 현실이 됐다. EBS 서버가 다운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격차도 크다. 교사들은 ‘n번방’ 사건을 거론하며 학생들의 디지털 범죄 가능성을 얘기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등교 개학이 이뤄지면 자연히 사라질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답이 없다. 온라인 개학을 등교 개학의 ‘임시방편’으로 보는 한 과거로 돌아갈 일만 남는다.

이미 온라인 학습은 오프라인 학습과 병행해야 할 교육 모델이 된 지 오래다. 여러 나라 공교육 체계에서 학생들은 온라인으로 학습 주제를 미리 익히고, 교실에서 토론이나 모둠과제로 풀어내는 플립트 러닝(flipped learning)을 적용하고 있다. 21세기 학생은 온라인으로 자기주도적 학습을 하고, 21세기 교사는 이를 보조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보는 교육학자도 많다. 디지털 네이티브인 요즘 학생들에게 학교는 유일하게 아날로그에 머물러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도 교육당국의 온라인 수업 접근법은 임시방편에 가깝다. 일례로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에 따라 올해 졸업을 앞둔 교대, 사대생에 한해 온라인 교생실습을 허용하기로 했다. 교사들의 온라인 지도 역량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시대에 이를 ‘임시로’ 허용한다니, 교육당국이 얼마나 시대의 뒤편에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디지털 격차나 디지털 범죄에 대한 중장기 대책도 없다.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지켜보며 뉴턴의 운동법칙들을 떠올린다. 관성의 법칙은 외부에서 힘이 가해지지 않는 한 모든 물체는 현 상태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개학은 유사 이래 우리 공교육에 가해진 외부의 힘 가운데 가장 강력한 존재가 될 수 있다. 비록 자발적 혁신은 아니지만, 큰 대가를 치르고 얻은 발전의 계기를 관성으로 되돌리면 안 된다.

가속도의 법칙은 운동하는 물체의 가속도는 힘이 작용하는 방향으로 일어나며, 힘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그간 공교육의 질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이번에 자녀의 온라인 수업을 어깨 너머로 보며 처음으로 실체를 직시했다. 기존의 방식이라면 ‘별것 아니다’라고 느낀 학부모도 많다. 온라인 개학을 기점으로 공교육 업그레이드에 대한 학부모의 열망은 거세질 것이다. 공교육은 덩치 큰 공룡과 같아 좀처럼 움직이지 않지만, 강력한 힘을 받으면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김희균 정책사회부 차장 foryou@donga.com
#온라인 교육#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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