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희

소설희 기자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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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thee@donga.com

취재분야

2025-11-18~2025-12-18
사회일반35%
사건·범죄30%
검찰-법원판결23%
사고3%
국회3%
인사일반3%
미담3%
  • ‘최순실 재산 은닉’ 주장 안민석, 파기환송심서 2000만원 배상 판결

    국정농단 사건 핵심 인물인 최서원 씨(개명 전 최순실)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파기환송심에서 법원이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전 의원에게 2000만 원의 배상을 명하는 판결을 했다.21일 서울남부지법 민사 항소 3-2부(재판장 허일승)는 최 씨가 안 전 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최 씨는 2016~2017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안 전 의원이 자신의 은닉 재산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허위 사실을 유포해 피해를 봤다며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항간에 도는 의혹이나 제삼자 발언을 인용한 것임에도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직접 조사한 것처럼 말해 원고에 대한 비난 수위가 거세지는 데 일조했다”며 “원고에 대한 수사가 모두 마무리된 지금까지도 발언 내용과 원고의 연관성이 밝혀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앞서 1심은 안 전 의원 측이 소송 절차에 대응하지 않아 변론 없이 종결하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 그러나 2심은 안 전 의원의 발언이 공익적 목적에 해당한다고 봐 원고 패소로 판단했다. 이후 대법원은 안 전 의원 발언 가운데 ‘스위스 비밀계좌 관련 의혹’과 ‘미국 방산업체 회장 접촉 및 이익 취득’ 주장 부분에 위법성이 있다고 보고 판결을 파기환송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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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승까지 쫓았다…‘신정동 연쇄살인범’ 20년만에 밝혀내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 있던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이 20년 만에 밝혀졌다. 다만 피의자는 이미 10년 전 사망한 상태여서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서울경찰청 형사기동대는 21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의 피의자를 장모 씨(범행 당시 60대)로 특정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같은 해 6월과 11월, 신정동 주택가 골목에서 20대 여성과 40대 여성이 각각 목이 졸려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들은 모두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쓴 채 몸통 전체가 쌀포대나 돗자리에 담겨 있었다.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8년간 현장 탐문과 수배 전단 배포 등 수사를 벌였지만 피의자를 특정하지 못했고, 2013년 장기 미제 사건으로 전환됐다. 이후 2016년 서울경찰청이 미제 사건 전담팀을 신설하면서 재수사가 본격화됐다.경찰은 피해자 시신에서 모래가 발견된 점에 주목해 공사 현장 관계자와 신정동 전·출입자 등 23만여 명을 수사 대상자로 선정했다. 전국을 돌며 1514명의 DNA를 확보해 대조했다. 외국인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해외 데이터베이스와도 비교했지만 일치하는 결과를 찾지 못했다. 이후 수사 대상을 사망자로까지 확대해 관련성이 있는 56명을 후보군으로 좁혔고, 범행 당시 신정동의 한 빌딩에서 관리인으로 근무했지만 2015년 사망한 장 씨를 유력 용의자로 특정했다.경찰은 경기 남부권 병의원 40곳을 탐문해 한 의료기관에 보관돼 있던 장 씨 DNA를 확보하고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범행 피해자의 옷 등에 남은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수사 결과 피해자들은 장 씨가 근무하던 빌딩을 방문했다가 붙잡혀 지하 창고로 끌려간 뒤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살인범은 저승까지 추적한다는 각오로, 범인의 생사와 관계없이 장기 미제 사건을 끝까지 규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2005~2006년 서울 서남권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성폭력 사건으로 한때 동일범 소행으로 의심됐던 일명 ‘엽기토끼 살인 사건’은 장 씨와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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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면책특권-저항권 해당 안돼” 모두 유죄… 국힘 6명 의원직은 유지

    “헌법과 법률을 누구보다 엄격히 준수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불법 수단을 동원했다.”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이 벌어진 지 6년 7개월 만에 나온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을 겨냥해 20일 이렇게 말했다. 법원이 현직 의원 6명과 전직 의원 17명, 보좌진 등 총 26명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전원 유죄로 판단하면서 야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당분간 이어지게 됐다. 1심에선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 상실형은 피했지만 항소심 이후 결과를 계속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 法 “패스트트랙 충돌, 면책특권 대상 아냐”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3명에 대해 모두 벌금형을 선고했다. 나 의원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송언석 김정재 윤한홍 이만희 이철규 의원은 특수공무집행방해에 대해 벌금 400만∼1000만 원을, 국회법 위반 혐의는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현직 의원들이 모두 벌금형에 해당하는 유죄를 선고받으며 의원직 상실형은 면했다. 특수공무집행방해는 금고 이상의 형이 내려질 경우 의원직이 박탈되지만 국회법 위반은 벌금 5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돼야 의원직을 잃게 된다. 이날 재판부는 국회 본관 7층에 있는 의안과 앞에서 몸싸움을 벌인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회의장을 점거한 국회법상 회의방해죄를 분리해 선고했다. 회의방해죄는 회의장이나 부근에서 회의를 방해해야 성립하는데, 회의장이 본관 2, 4층에 있어 검찰이 장소별 충돌 사태를 분리해서 기소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전현직 의원들이) 국회 내에서 물리력을 동원해 여야 4당 측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을 방해하고, 국회 의안과 직원 및 경위 등의 공무 수행을 방해했다”며 “국회의 정상적인 운영을 방해해 죄책이 결코 가볍지 않고 비난 가능성도 크다”고 밝혔다. 특히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대상으로 보기 어렵고, 저항권이라는 피고인 측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들이 행사한 물리력이 비교적 중하지 아니하고 대체로 상대방의 출입 등을 막아서는 등 간접적인 형태로 진행됐다”며 벌금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사건 발생 이래 여러 차례 총선과 지방선거를 거치며 피고인들에 대한 국민의 정치적 판단도 어느 정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 선고까지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이 26명이고, 검사 제출 증거 수가 2000개가 넘으며, 관련 증인이 50명이 넘는 등 방대해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檢 “판결문 검토 후 항소 여부 검토”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검찰은 9월 나 의원 등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는 등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보다 가벼운 형량이 선고됐기 때문에 항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법조계 안팎에서 나온다. 이날 판결 직후 송 원내대표는 “대장동 범죄 일당의 항소를 포기한 검찰의 이 사건 항소 여부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앞서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재판 과정에서 “패스트트랙 충돌은 국회법에서 금지하는 폭력 행위가 아니라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정치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야 4당이 불법적으로 패스트트랙 상정을 강행하려 했기 때문에 이를 막으려 저항한 것뿐이라는 취지다. 이에 대해 재판부도 이날 “피고인들은 이 사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당성을 공론화하려는 정치적 동기로 범행에 나아갔다”고 언급하긴 했지만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단했다. 선고 직후 나 의원은 “(유죄 판결은) 아쉽지만 지금 민주당의 의회독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저지선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는 “법원의 호된 꾸짖음을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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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패스트트랙 충돌’ 野의원 모두 1심 유죄

    2019년 4월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충돌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23명이 1심에서 전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장찬)는 20일 오후 2시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국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나경원 의원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과 보좌진 등 26명에 대한 선고 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 의원에게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대해 벌금 2000만 원, 국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각각 벌금 1000만 원과 벌금 150만 원을,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황 전 총리는 벌금 1500만 원과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았다. 1심 법원은 나머지 피고인에 대해서도 검찰의 공소 사실을 전원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은 국회가 지난 과오를 반성하고 신뢰를 회복하고자 마련한 국회의 방침을 구성원인 의원들이 스스로 위반한 첫 사례”라며 “쟁점 법안의 정당함을 떠나 국회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당시 국회에서 벌어졌던 충돌 상황에 대해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며 저항권 행사로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고성과 몸싸움을 벌이는 ‘동물국회’를 막기 위해 2013년 8월부터 시행된 국회법상 회의방해죄로 현역 의원이 유죄를 선고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현직 의원 6명은 모두 의원직 상실형은 면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일반 형사사건으로 금고형 이상, 국회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는데, 전현직 의원 23명 모두 기준 이하로 선고받아 의원직과 피선거권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다수당 폭거에 면죄부를 주는 판결”,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국민의힘이 국회 안에서 더 날뛰게끔 국회 폭력을 용인한 꼴”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

    • 2025-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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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명논란’ 검사장 징계 추진에, 수원지검-광주고검장 잇단 사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선 지검장 18명 명의 입장문을 대표로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이날 송강 광주고검장(29기) 역시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최근 항소 포기를 둘러싼 검찰 내부 비판을 집단 항명으로 간주하고 징계를 추진하는 현 상황에 반발해 검찰 간부들의 ‘줄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명서 이름 올린 선임 검사장 전격 사의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박 지검장은 10일 자신의 명의로 일선 검사장 17명과 함께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린 바 있다. 박 검사장은 당시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일선 검사장 중 최선임(29기)이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른바 ‘검사 파면 법안’을 발의하고 법무부 역시 반발 성명을 낸 검사들에 대해 인사 조처 및 징계, 감찰을 검토하자 검사장들을 대표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송 고검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나 검찰 내부망에 명시적으로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지난주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의혹만 키울 것”이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일선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직급 강등 조치로 징계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해 관련 법리를 검토하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빨리 국민들을 위해서 법무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검사장 평검사 강등에 내부 반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딱히 내부 반발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날 신임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구자현 대검 차장검사(29기)와도 만나 검찰 조직 안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합리적 의문 제기, 징계 사유 아냐” 반발법무부는 검사장을 평검사로 보직 변경하는 인사 조치가 위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례가 없는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이 인사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한다. 앞서 2007년 법무부는 개인 비위가 적발됐던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을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냈다. 다만 당시엔 비위 혐의를 근거로 했던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내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에게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시끄럽게 떠드냐’며 징계하고 강등을 시키겠다고 한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썼다. 한 부장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했는데, 검찰 내부에선 부당한 결정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는 이유만으로 징계를 추진하는 상황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 경찰은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대한 수사를 다른 관련 사건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18일 예정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후 자료를 이첩한다는 방침이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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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써 2명 사의…“평검사로 강등” 與 강공에 검사장 줄사퇴 조짐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반발해 집단 성명을 냈던 박재억 수원지검장(사법연수원 29기)이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경위를 설명하라고 요구하는 일선 지검장 18명 명의 입장문을 대표로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 이날 송강 광주고검장(29기) 역시 사의를 표명하면서 정부와 여당이 최근 항소 포기를 둘러싼 검찰 내부 비판을 집단 항명으로 간주하고 징계를 추진하는 현 상황에 반발해 검찰 간부들의 ‘줄사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사 징계 가시화되자 전격 사의법조계에 따르면 박 지검장과 송 고검장은 이날 대검찰청과 법무부에 사임 의사를 전달했다. 박 지검장은 10일 자신의 명의로 일선 검사장 17명과 함께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린 바 있다. 박 검사장은 당시 입장문에 이름을 올렸던 일선 검사장 중 최선임(29기)이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이 14일 이른바 ‘검사 파면 법안’을 발의하고 법무부 역시 반발 성명을 낸 검사들에 대해 인사 조처 및 징계, 감찰을 검토하자 검사장들을 대표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송 고검장은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언론이나 검찰 내부망에 명시적으로 입장을 내놓진 않았지만 지난주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의혹만 키울 것”이란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법무부는 입장문에 이름을 올린 일선 검사장들을 평검사로 전보하는 직급 강등 조치로 징계하라는 여당의 요구에 대해 관련 법리를 검토하며 고심하는 분위기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지금 가장 중요한 건 빨리 국민들을 위해서 법무나 검찰이 안정되는 것”이라며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검사장 평검사 강등에 내부 반발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는 “딱히 내부 반발 같은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정 장관은 이날 신임 검찰총장 권한대행을 맡게 된 구자현 대검 차장검사(29기)과도 만나 검찰 조직 안정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합리적 의문 제기, 징계 사유 아냐” 반발법무부는 검사장을 평검사로 보직 변경하는 인사 조치가 위법은 아니지만 사실상 전례가 없는 조치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사자들이 인사처분 취소 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는 점도 고려 대상이라고 한다. 앞서 2007년 법무부는 개인 비위가 적발됐던 권태호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검사장)을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냈다. 이에 권 전 검사장은 “부당한 직급 강등”이라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직급이 아닌 보직 변경”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당시엔 비위 혐의를 근거로 했던 조치라는 점에서 이번 사안과 비교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검찰 내부에선 반발하는 목소리가 연일 터져나왔다.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를 지낸 공봉숙 서울고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부당해 보이는 상황에 합리적 의문을 제기하는 공무원에게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지 왜 시끄럽게 떠드냐’며 징계하고 강등을 시키겠다고 한다.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썼다. 한 부장검사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정부에서 훈장을 수여했는데, 검찰 내부에선 부당한 결정에 대한 경위 설명을 요구했다는 이유 만으로 징계를 추진하는 상황을 누가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 했다.경찰은 항소 포기 사태와 관련해 시민단체로부터 고발된 노만석 전 검찰총장 권한대행에 대한 수사를 다른 관련 사건과 함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이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경찰은 18일 예정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 후 자료를 이첩한다는 방침이다.송유근 기자 big@donga.com구민기 기자 ko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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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릎 꿇고 수어’ 커피숍 점주 영상 142만뷰… “선행 돌고 돌면 삭막한 세상 점차 좋아질 것”

    청각장애인 2명이 커피숍에 앉아 수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성 직원이 커피를 가져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 채 수어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전한다. 장애인 손님들은 놀란 듯 “수어를 잘하신다.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엄지를 들어 올려 보인다. 이 모습이 담긴 11초 분량의 동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달궜다. 조회 수는 142만 회를 넘어섰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등 댓글이 잇따랐다.“카페를 찾는 손님이 누구든 잠깐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영상 속 주인공인 경기 안산시의 한 커피숍 점주 이모 씨(31)는 1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별것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크게 화제가 돼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인이 알려지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며 이름 공개도 사양했다. 이 씨는 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지난해 9월경 가게를 인수했다. 가게엔 청각장애인이 자주 왔는데, 이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통해 ‘주문 도와드릴까요’ 등 간단한 수어를 익혔다고 한다. 지난해 겨울 청각장애인 손님들이 커피숍을 찾았을 때도 평소처럼 응대했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이 담긴 영상을 최근 큰 뜻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가 화제를 모은 것이다. 이 씨는 통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삭막한데 선행이 돌고 돌다 보면 세상도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요.”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김다인 인턴기자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 2025-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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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릎 꿇고 ‘수어 인사’ 건넨 카페 점주 “선행 돌고 돌면 삭막한 세상도 좋아질 것”

    청각장애인 2명이 커피숍에 앉아 수어로 대화를 나눈다. 여성 직원이 커피를 가져오더니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맞춘 채 수어로 “맛있게 드세요”라고 전한다. 장애인 손님들은 놀란 듯 “수어를 잘하신다. 감사하다”고 화답하며 엄지를 들어 올려 보인다. 이 모습이 담긴 11초 분량의 동영상이 최근 온라인을 달궜다. 조회수는 142만 회를 넘어섰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아직 살 만한 세상이다” 등 댓글이 잇따랐다.“카페를 찾는 손님이 누구든 잠깐이라도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영상 속 주인공인 경기 안산시의 한 커피숍 점주 이모 씨(31)는 13일 동아일보와 통화에서 “별것 아닌 일이라 생각했는데 크게 화제가 돼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개인이 알려지길 바라고 한 일이 아니라며 이름 공개도 사양했다.이 씨는 이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생으로 일하다 지난해 9월경 가게를 인수했다. 가게엔 청각장애인이 자주 왔는데, 이들이 존중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유튜브를 통해 ‘주문 도와드릴까요’ 등 간단한 수어를 익혔다고 한다. 지난해 겨울 청각장애인 손님들이 커피숍을 찾았을 때도 평소처럼 응대했고, 당시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모습을 최근 큰 뜻 없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영상을 올렸다가 화제를 모은 것이다.이 씨는 여성 이주 노동자가 커피숍에서 업무를 보고 쉴 수 있도록 커피 쿠폰을 제공하는 ‘일과 쉼 사이’ 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SNS에는 ‘배달 기사님께 무료 음료 제공’ ‘퇴근할 땐 (직원끼리) 서로 안아주기’ 등 훈훈한 일상도 함께 올리고 있다. 이 씨는 통화 끝에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삭막한데 선행이 돌고 돌다 보면 세상도 점차 좋아지지 않을까요.”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정동진 인턴기자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김다인 인턴기자 성균관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 2025-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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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세관 도움 없었다”…합수단, 마약 운반책 자필 편지 확보

    이른바 ‘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 합동수사단(합수단)이 마약 반입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이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할 마약 운반책의 자필 편지를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편지의 수신인은 함께 마약을 밀수한 또 다른 운반책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합수단은 편지의 진위 여부를 조사 중이다.● 합수단 “세관 도움 없었다”는 취지의 편지 확보6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합수단은 지난 7월, 백해룡 경정이 2023년 9월 5일 검거한 말레이시아인 여성 운반책 A 씨가 수감된 교정시설을 압수수색했다. 이 과정에서 A 씨가 작성한 편지를 확보했는데, 그 안에는 마약 밀수 당시 세관 직원들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A 씨는 백 경정이 검거한 말레이시아인 마약 운반책으로, 과거에는 “인천공항 세관 공무원들이 마약 밀수에 협조했다”고 진술했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이다. 특히 해당 편지의 수신인은 당시 함께 검거된 B 씨로 확인됐다.백 경정은 그동안 마약 운반책 3명(A 씨, B 씨, C 씨)의 초기 진술을 토대로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을 제기해왔다. 그는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던 2023년 9월, 필로폰을 국내로 들여온 말레이시아 국적 운반책 2명을 검거해 “세관 직원이 범행에 개입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운반책들은 경찰 조사에서 “올해 1월 인천공항을 통해 밀반입할 당시 현지 총책으로부터 ‘한국 세관이 너희를 알아보고 빼낼 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경찰은 이 진술과 현장검증 등을 근거로 세관 연루 가능성을 수사했지만, 백 경정은 이후 “검찰과 경찰 고위 간부들로부터 외압을 받고 지구대장으로 좌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백 경정이 합수단에 파견된 뒤 임은정 동부지검장은 기존 합동수사팀과 별도로 소규모 전담팀을 구성해 백 경정에게 세관 마약 사건을 맡긴 상태다. 다만 공정성 논란 등을 이유로, 백 경정이 속한 수사팀은 ‘외압 의혹’ 부분은 담당하지 않고 있다. 합수단이 확보한 편지는 백 경정이 파견되기 전 이미 입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운반책 “거짓말할 이유 없다” 진술한 인물A 씨는 2023년 인천공항 현장검증 당시 “허위 진술을 하면 엉뚱한 사람이 피해를 본다”는 경찰의 말에 “누구를 해치고 싶은 마음이 없다. 우리는 거짓말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한 인물이다.또 다른 운반책 C 씨는 같은 현장검증에서 “정신분열증이 도졌는지 귀에서 소리가 들리고 마음이 복잡하다”며 불안 증세를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당초 A 씨와 C 씨는 마약을 인천공항으로 들여올 당시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4번과 5번 검색대를 통과했다고 진술했다. B 씨는 “허벅지 압박으로 피가 흘러 뒤처졌지만 세관 직원의 도움으로 빠져나왔다”고 말했다.하지만 최근 확보된 편지에는 이 같은 초기 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지면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선 “운반책들이 진술을 번복하고 정신적 불안 증세를 보인 만큼, 초기 진술의 신뢰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합수단은 편지의 작성 경위와 내용의 사실관계를 검증 중이다. 백 경정은 이재명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지난달부터 합수단에 파견돼 세관 마약 사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 2025-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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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 기숙사 인근 들개 잇단 출몰에 학생 불안

    “갑자기 검은 물체가 튀어나와 기절할 뻔했어요. 자세히 보니 주인 없는 개였습니다.” 서울대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이 일대에선 최근 들개 출몰이 잦아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관악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 인근에서 들개 6마리가 포착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대는 관악구에 지원을 요청했고, 출동한 전문가 등이 마취총을 이용해 6마리를 포획했다. 서울대를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인근에선 예전에도 들개가 종종 목격됐다. 이에 서울대는 들개가 자주 출몰하는 기숙사와 교수회관 등 8곳에 포획틀을 운영해 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반려견들이 산속에서 들개가 됐다”며 “유기견들이 산에서 새끼를 낳아 2세대 들개가 늘어났고, 날이 추워지면서 먹이를 찾아 민가 쪽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근에 들개 약 3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자연번식 개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서울대 인근에서 포착된 들개 떼 영상과 들개와 마주쳤을 때 “비명을 지르지 말고 관심을 주지 말 것” “손에 든 음식은 버리고 뒤돌지 말 것” 등 행동 요령이 공유되고 있다. 관악구는 2022년부터 전문가와 수의사 등 5명으로 구성된 들개 안전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관악구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관악구에서 포획된 들개는 63마리로, 2023년 46마리, 지난해 56마리보다 증가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들개가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지만 반려견은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려견과 산책할 때 조심하고, 들개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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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韓, 노벨상 받으려면 자율성-실패 허용해야”

    “천 개의 아이디어 중 단 하나만 흥미로워도 행복한 거죠.”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만난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 에바 올손 스웨덴 샬메르스공대 교수는 알프레드 노벨의 명언을 인용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젊은 연구자의 도전 정신과 실패를 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 환경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를 포함해 최근 노벨상 발표에서 일본은 잇따라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이 부문 수상자가 없다. 이날 올손 교수가 김주한 서울대 연구부총장과 함께 ‘차기 노벨상급 연구자를 키우기 위한 한국 과학의 과제’를 주제로 대담한 이유다. 나노·생물물리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그는 현미경 분석 연구의 권위자이기도 하다. 올손 교수는 무엇보다도 자율성과 실패를 허용하는 연구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자가) 큰 도약을 하려면 용기와 실험정신이 필요한데, 3년 단위 과제에서 매번 성과를 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겠냐”고 되물었다. 한국의 연구비 제도는 대부분 2, 3년 주기로 성과를 평가하게 돼 있다. 김 부총장도 “현재 연구평가 체계는 논문과 특허의 수, 즉 양적 성과에 매몰돼 있다”며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처럼 젊은 연구자가 장기 주제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올손 교수는 새로운 발견을 위해선 활발한 국제적 네트워킹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다른 연구자의 연구와 아이디어에 마음을 여는 건 또 다른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며 “국제 학회에서 토론할 기회를 얻을 때 새로운 발견이 싹튼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응용과학에서는 두각을 나타내지만, 물리·화학 등 순수과학이 약하다는 평가에 대해 그는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은 대립이 아니라 상호작용하는 두 축”이라며 “우연한 발견(세렌디피티)은 준비된 기초연구에서 비롯된다”고 말했다. 김 부총장은 “한국의 젊은 과학자들은 이미 세계 수준의 연구를 하고 있지만, 세대를 잇는 학문적 전통이 부족하다”며 “노벨상은 한 세대의 성과가 아니라 축적된 문화의 결과”라고 강조했다.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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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대에 들개 자꾸 출몰…“버려진 반려견이 새끼 낳아 들개로”

    “갑자기 검은 물체가 튀어나와 기절할 뻔했어요. 자세히 보니 주인 없는 개였습니다.” 서울대 주변에 거주하는 학생들의 이야기다. 이 일대에선 최근 들개 출몰이 잦아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관악구 등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오후 2시경 서울대 기숙사인 관악학생생활관 인근에서 들개 6마리가 포착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대는 관악구에 지원을 요청했고, 출동한 전문가 등이 마취총을 이용해 6마리를 포획했다. 서울대를 둘러싸고 있는 관악산 인근에선 예전에도 들개가 종종 목격됐다. 이에 서울대는 들개가 자주 출몰하는 기숙사와 교수회관 등 8곳에 포획틀을 운영해왔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재개발 과정에서 버려진 반려견들이 산속에서 들개가 됐다”며 “유기견들이 산에서 새끼를 낳아 2세대 들개가 늘어났고, 날이 추워지면서 먹이를 찾아 민가 쪽으로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는 인근에 들개 약 30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부분 자연번식 개체다.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서울대 인근에서 포착된 들개 떼 영상과 들개와 마주쳤을 때 “비명을 지르지 말고 관심을 주지 말 것”, “손에 든 음식은 버리고 뒤돌지 말 것” 등 행동 요령이 공유되고 있다. 관악구는 2022년부터 전문가와 수의사 등 5명으로 구성된 들개 안전포획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대응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서울대 재학생은 “요즘 (서울대에) 들개가 너무 많은데 누구 한 명이 다쳐야 (해결)되는 거냐”고 우려하기도 했다.관악구에 따르면 올해 1~10월 관악구에서 포획된 들개는 63마리로, 2023년 46마리, 지난해 56마리보다 증가했다. 관악구 관계자는 “들개가 사람은 잘 공격하지 않지만, 반려견은 공격하는 경우가 있다”며 “반려견과 산책할 때 조심하고, 들개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도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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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檢 “김범수 무죄 선고 재판부 법리 오해” 항소

    검찰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59·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시세조종 공모 혐의를 1심이 무죄로 판단한 것에 불복해 항소했다. 28일 서울남부지검은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 창업자 등에 대해 사실 오인 및 법리 오해 등의 이유로 항소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선고일로부터 7일 이내에 항소할 수 있는데, 21일 1심 선고가 나온 뒤 일주일 만에 항소한 것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이 무죄를 선고하며 핵심 증인이 별건 수사로 압박을 받으며 김 센터장의 시세조종 혐의를 뒷받침하는 허위 진술을 했다고 판단한 데 대해 검찰은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면서도 별건 수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문제가 된 별개의 사건은 카카오 관계자 휴대전화에서 우연히 핵심 증인의 다른 범죄에 관한 통화 녹음을 발견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영장을 발부받아 수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카카오 관계자들이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저지하자”며 시세조종을 상의하는 내용의 메시지와 통화 녹음을 공개했다. 이를 토대로 수사가 시작된 뒤 검사들의 질의에 대비해 대응 논리를 짜며 입을 맞추는 내용 등이 재판부의 판단에서 누락됐다고 주장했다. 해당 통화에는 “그날 왜 많이 (주식을) 매집했느냐가 가장 쟁점인데, 이를 검사들이 질의할 때를 대비해 (미리 짜놓은) 로직(논리)을 외워야 한다”는 대화가 담겨 있다.카카오 측은 “항소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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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강남역 계단 밀집도, ‘마비상태’의 2배… “매일 압사위험 느껴”

    1㎡ 면적에 최대 4.8명. 출퇴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승강장 계단에 몰린 인파다. 현행 지침에 따르면 계단은 경사가 있어 1㎡당 2.5명만 넘어도 이른바 ‘마비 상태’에 이르러 사고 위험이 커진다. 작은 충격에도 수많은 사람이 한쪽으로 쉽게 밀려 크게 다칠 수 있어서다.이태원 참사 3주기를 앞두고 동아일보는 김세훈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권순조 국립금오공대 기계공학부 부교수와 재난 대피 설계 전문 기업을 운영하는 김현철 대표에게 자문을 해 올 1∼9월 서울 내 역별 승하차 인원수 상위 5곳의 인파 밀집도를 분석했다. 5곳은 잠실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서울역, 구로디지털단지역이다.그 결과 시민들이 위험 수위 직전 수준의 ‘압사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과밀한 역은 2호선 강남역이었다. 승강장 계단의 밀집도는 1㎡당 최대 4.8명, 승강장은 최대 4명이었다. 지하철역 5곳의 계단 평균 밀집도는 1㎡당 3명으로 조사됐다. 현행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지침’은 2.5명만 넘어도 떠밀리는 상태로 본다. 서울 주요 승강장 계단은 이미 위험 수위를 넘은 것이다.시민들이 출퇴근길 ‘압사 공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지만 일부 역은 인파 밀집 시간대에 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며 “승강장 내 통행 흐름이 일정할 수 있도록 구분선 등을 마련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이태원 참사 3년, 과밀 일상 여전… 좁은 계단서 인파에 떠밀려 휘청“질서유지 안전요원 더 배치하고, 보행 동선 만드는 안전바 설치를”25일 오후 6시 반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퇴근길 승객 수천 명이 승강장에 다닥다닥 붙어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교대역으로 가는 열차가 도착한 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쏟아져 내리자 승객들이 파도에 휩쓸리듯 순식간에 우르르 한 방향으로 쏠렸다. 직장인 김주영 씨(30)는 “한 번은 인파에 떠밀려 넘어질 뻔했다”며 “매일 ‘압사 위험’ 속에 사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022년 10월 29일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 시민들은 여전히 좁은 공간에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과밀(過密) 일상’ 속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부 지하철역 승강장과 계단은 압사 사고 위험 수위에 근접할 정도로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 지하철 계단 밀집도 ‘마비 상태’ 넘어서동아일보 취재팀이 2025년 1∼9월 서울 내 역별 승하차 인원수 상위 5곳의 인파 밀집도(면적당 인원수)를 분석했다. 23, 24, 27일 3일간 잠실역, 강남역, 홍대입구역, 서울역, 구로디지털단지역의 출퇴근길 승강장·계단에 머무는 인원수를 토대로 전문가 3명과 함께 밀집도를 산출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으로부터 승강장 면적 등을 제공받아 출퇴근길(오전 7∼9시, 오후 5∼7시) 승강장과 계단에 몰리는 인원을 15분 간격으로 집계했다 그 결과 승강장 계단에서의 인파 사고 위험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강남역 승강장 계단은 1㎡당 최대 4.8명이 몰렸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은 최대 4.3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홍대입구역 2.2명, 잠실역 2명, 서울역 1.9명 순이었다. 현행 ‘도시철도 정거장 및 환승·편의시설 설계지침’에 따르면 계단 면적에 1㎡당 2.5명이 넘게 모여 있으면 ‘교통 마비 상태’ ‘떠밀리는 상태’로 분류된다. 계단에서 한꺼번에 뒤로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위태로운 상황은 출퇴근길 곳곳에서 포착됐다. 24일 오전 8시경 서울 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 도착한 열차에선 승객 130여 명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이들이 한꺼번에 계단으로 내려가다 보니 인파에 밀려 계단을 헛디딘 사람도 있었다. 직장인 이승준 씨(55)는 “발 한 번 잘못 디디면 큰일 날 것 같아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기도 한다”며 “인파 사고가 염려되는데 대응이 부족한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오후 6시경 퇴근길 1호선 서울역에서도 좁은 통로와 계단을 따라 이동하다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안전 요원 늘리고 통행 방향 관리해야” 승강장은 계단에 비해 상대적으로 밀집도가 낮아 강남역이 1㎡당 4명으로 집계됐다. 이어 홍대입구역 3.9명, 서울역 3.5명, 구로디지털단지역 3명, 잠실역 2명 순이었다. 2022년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의 경우 16명이었다. 구로디지털단지역 등은 인파가 몰리는 시간대에 안전 요원조차 없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정부는 인파 사고가 우려되면 사전 경보를 발령하고, 지하철역 밀집시간대 관리 요원 배치 등을 통해 사고 예방을 하도록 지방자치단체를 독려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회사원 강혜지 씨(28)는 “사람이 몰릴 때면 이태원 참사가 떠올라 열차를 타지 않거나 탔다가도 무서워져서 내린다”며 구석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질서 유지를 돕는 안전 요원을 추가 배치하는 등 물리적 대책과 함께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승객들의 보행 흐름이 일정하게 흘러갈 수 있는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며 “질서 유지 인력을 배치할 뿐만 아니라 계단 등에서 동선을 만들 수 있는 안전바 등이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송규 한국안전전문가협회 회장은 “인파가 갑자기 몰렸을 때 급하게 행동하지 않는 등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조승연 기자 cho@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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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 몰래 ‘위고비’ 불법 해외직구하는 아이들

    “미성년자도 위고비 살 수 있습니다. 처방전, 신분증 필요 없습니다.” 23일 기자가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판매한다는 텔레그램 대화방에 접속해 “미성년자도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판매자는 1분도 안 돼 “가능하다”며 절차를 안내했다. “처음 복용하는 17세 학생은 5mg을 추천한다”는 답변까지 돌아왔다. 고도비만 치료제이자 비대면 처방이 금지된 전문의약품을 미성년자에게 아무런 검증 없이 권장한 것이다. 이날 취재팀이 해외 직구 사이트와 텔레그램 채널을 살펴본 결과 위고비를 비롯한 비만 치료제가 처방전 없이 버젓이 판매되고 있었다. 이메일과 주소만 입력하면 택배로 받아볼 수 있고, 결제는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대신 할 수 있었다. 구매자 신분 확인 절차는 어디에도 없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에 대해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성인에 비해 담석증, 담낭염 등의 발생률이 높았다”고 고시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이 오남용하면 요요 현상으로 고도비만이나 골다공증까지 겪을 수 있다”며 “불법 판매 단속과 함께 청소년 외모 강박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처방없이 자기 배에 비만주사제 찌르는 아이들… “부작용 위험”‘위고비’ 불법 해외직구“처방전-신분증 필요없다” 유혹… 코인 결제 ‘심부름 대행’ 우후죽순불법 판매 광고, 1년새 5배로 급증… “은밀히 거래돼 약물 오남용 우려”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위고비 직구’ 등을 검색하자 해외 직구 사이트와 구매를 대행해 주겠다는 텔레그램 판매 채널이 줄줄이 검색됐다. 그중 한 명을 접촉하자 “처음이면 5mg부터 시작하라”는 조언과 함께 ‘주사 맞는 법’을 친절하게 설명하는 사진이 여러 장 도착했다. “아직 성인이 아닌데 괜찮냐”고 묻자 상대는 태연하게 말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병원이 아니니까요.”● “부모 동의 필요 없다” 직구 거래 유혹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위고비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이거나, 27 이상이면서 고혈압·고지혈증 등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권장되는 비만치료 주사제다. 특히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초기 증상부터 담낭염, 급성 신부전,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는데,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더 위험하다. 미성년자 처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부터 성인의 비대면 처방도 제한했다.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이런 규제가 무력했다. 한 판매자는 “미성년자나 병원에 못 가는 사정이 있으신 분들이 많이 찾는다”며 구매자를 안심시켰다. 인도의 한 해외 직구 사이트 관리자는 “한국인이라도 신분증이나 처방전은 필요 없다(not required)”며 구체적인 주사 용량까지 추천했다. 또 다른 해외 직구 사이트 관리자 역시 “부모 동의나 처방전은 필요하지 않다”며 “집으로 바로 택배 발송해 준다”고 거래를 유도했다. “근육량이 줄어들 수 있다”며 부작용까지 설명하는 판매자도 있었다.국내에서도 미성년자에게 위고비를 대신 사준다는 텔레그램 ‘심부름 대행’ 채널이 성행하고 있었다. 대다수가 복잡한 절차 없이 e메일과 주소 등만 적으면 입금 후 약을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복용자의 상태 등 정확한 기준 없이도 약을 처방받아 오남용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지점이다.이들은 거래 명세를 숨길 방법까지 안내했다. 한 채널 운영자는 “아시다시피 이게 불법적인 거래잖아요? 계좌 거래를 하면 서로 위험하니 보통은 (결제를)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진행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불법 판매 1년 만에 5배 급증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위고비 관련 이상 사례는 총 270건에 달했다. 앞서 정은경 복지부 장관도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고비 오남용을 우려하며 의료기관의 처방 행태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식약처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 병의원에서 미성년자에게 위고비를 처방한 횟수는 2604건이었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은밀히 거래되는 물량을 고려하면 실제 오남용 실태는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2021년 39건, 2022년 106건, 2023년 103건, 지난해 522건으로 1년 새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1∼8월에도 이미 218건이 적발됐다.온라인에서 미성년자가 쉽게 위고비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와 더불어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줄일 수 있도록 비만을 외모의 기준이 아닌 건강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외모 압박을 받는 청소년들이 자존감이 낮아지고, 우울감으로 약물에 손대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심리적 지원과 교육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최효정 기자 hyoehyoe22@donga.com}

    • 2025-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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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방전-신분증 필요없다” 미성년자에 위고비 불법 판매 기승

    “미성년자도 ‘위고비’ 많이 찾습니다. 처방전, 신분증 필요 없습니다.” 23일 기자가 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미성년자도 위고비를 구매할 수 있느냐”고 묻자, 판매자는 1분도 안 돼 구매 절차를 안내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를 구매할 수 있는 해외 직구 사이트와 구매를 대행해 주겠다는 텔레그램 채널이 줄줄이 검색됐다. 이들은 “부모님 동의는 필요 없다”며 구체적인 용량과 부작용 등을 마치 의료기관처럼 설명했다.● “17세 학생은 5mg 추천”… 처방전 없이 주사제 직구이처럼 미성년자가 처방전이나 부모 동의 없이 비만 치료제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12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 비만 치료제 처방을 제한했지만, 해외 직구나 심부름 대행 서비스를 통한 편법 거래가 여전히 활발했다.위고비는 주 1회 복부에 직접 주사하는 자가투여형 전문의약품으로, 식욕 억제 및 혈당 조절 호르몬 작용을 모방해 체중 감량 효과를 낸다. 체질량지수(BMI) 30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거나, 27이 넘으면서 고혈압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처방받을 수 있는 전문의약품이다.특히 메스꺼움이나 구토 같은 초기 증상부터 담낭염, 급성신부전, 급성 췌장염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부작용에 취약한 미성년자의 경우 더욱 위험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 약을 투여받은 12세 이상 청소년 환자는 성인 환자에 비해 담석증, 담낭염, 저혈압, 발진 및 두드러기의 발생률이 높았다”고 고시했다. 하지만 해외 판매자들은 이런 기준을 무시한 채 미성년자에게까지 ‘용량 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인도의 한 해외 직구 사이트 관리자는 “한국인이라도 신분증이나 처방전은 필요 없다(not required)”며, “처음 복용하는 17세 학생은 5mg을 추천한다”고 답했다. 또 다른 판매자는 “부모 동의나 처방전이 필요 없다. 집으로 바로 발송해 준다”며 거래를 유도했다. 대다수가 복잡한 절차 없이 e메일과 주소 등만 적으면 입금 후 약을 받아볼 수 있는 방식이었다. 국내에서도 미성년자에게 위고비를 대신 사준다는 텔레그램 ‘심부름 대행’ 채널이 성행하고 있었다. 기자가 한 채널에 문의하자 “미성년자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불법이라 계좌 거래 대신 코인이나 상품권으로 결제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오전 9시 전 결제 시 대도시는 당일 배송 가능하다” “근육량 감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며 부작용 설명까지 덧붙였다.● 비만치료제 불법 판매 적발 1년 새 5배로 급증식약처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위고비 관련 이상 사례는 총 270건에 달했다. 앞서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위고비 오남용을 우려하며 의료기관의 처방 행태를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만 치료제 온라인 불법 판매 알선·광고 적발 건수는 2021년 39건, 2022년 106건, 2023년 103건, 지난해 522건으로 지난 1년 동안에만 5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올해 1~8월에도 이미 218건이 적발됐다. 여전히 온라인에서는 미성년자가 쉽게 위고비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와 더불어 청소년들의 외모 압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경원 이대목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인보다 부작용에 취약한 청소년들이 비만 치료제에 의존하게 되면 요요 현상으로 인해 고도비만이 되거나 골다공증까지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의 다이어트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온다.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을 줄일 수 있도록 비만을 외모의 기준이 아닌 건강의 문제로 인식시키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성년자의 위고비 편법 구매에 대해 “청소년들이 또래 집단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외모에 대한 압박 심해져 자존감이 떨어지면서 찾아오는 우울증이 발현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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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檢, 별건수사로 압박해 진실왜곡”… 김범수 1심 무죄선고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59·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인을 별건 수사로 압박해 허위 진술을 이끌어 냈다고 판단하며 “그런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약 석 달간 구속 수감까지 됐던 김 센터장이 무죄를 받으면서 3년여간 카카오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당분간 해소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法 “검찰의 별건 수사, 진실 왜곡”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법인인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하이브가 에스엠 공개매수를 추진하던 시기,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높게 끌어올려 인수를 방해한 혐의로 지난해 7월 구속된 뒤 8월 재판에 넘겨졌다.재판부는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가 대규모 장내 매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 조작으로 볼 수 없다”며 “주문 시점과 간격, 물량 등을 보면 인위적으로 주가를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카카오 측의 ‘지분 확보 목적’ 주장이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법원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 전 부문장이 별건으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검찰의 의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별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이 전 부문장의 부인 윤정희 씨가 소유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이 전 부문장에 대해 수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회사 및 관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부문장은 김 센터장의 ‘주가 조작 공모’를 진술했으나, 법원은 이를 배척한 것이다.● 檢 “항소 검토” 카카오 “AI 전략 속도” 검찰과 금융당국은 이 사건을 강도 높게 수사해 왔다.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금융감독원은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인 처벌까지 검토 중”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사건을 넘겨받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김 센터장을 구속 기소했고, 그는 지난해 10월 보석되기 전까지 약 3개월간 수감되기도 했다. 검찰은 2270건의 증거를 제출하며 김 센터장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진술 압박 등 판결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항소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는 펀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법상 횡령)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김 센터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 조작과 시세 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카카오는 금고형 이상 판결 시 처하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상실과 스테이블코인 사업 차질 우려도 벗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 내에선 김 센터장이 추진해 온 인공지능(AI)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 등 미래 성장 어젠다에 힘이 실릴 거란 기대가 높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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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카오 김범수 1심 무죄…법원 “檢이 핵심증인 별건 수사로 압박”

    SM엔터테인먼트(에스엠) 주가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59·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가 21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이 핵심 증인을 별건 수사로 압박해 허위 진술을 이끌어냈다고 판단하며 “그런 수사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고 이례적으로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센터장의 무죄로 3년여간 카카오그룹의 발목을 잡아온 사법 리스크는 일단락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法 “검찰의 별건수사, 진실 왜곡”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5부(부장판사 양환승)는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법인인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재판부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중 카카오가 대규모 장내 매수를 했다는 사실만으로 주가 조작으로 볼 수 없다”며 “주문 시점과 간격, 물량 등을 보면 인위적으로 주가를 고정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당시 시장에서는 하이브 공개매수 종료 후에도 주가 상승 전망이 있었고, 피고인들의 ‘지분 확보 목적’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법원은 특히 검찰이 핵심 증거로 제시한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은 별건으로 조사받으면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심리적 압박을 받았다”며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의도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기존 진술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하고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혜택을 받은 만큼, 허위 진술의 동기와 이유가 충분하다”고 밝혔다.법원은 선고 직후에도 이례적으로 검찰의 수사 방식을 직접 거론했다. “본건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별건을 강도 높게 수사하면서 다른 사건을 수사하는 방식은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며 “수사 주체가 어디든 이제 그런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고 했다. 또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없었다면 피고인들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않았을 것이고, 일부는 구속도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이 ‘별건’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2020년 이 전 부문장의 부인 윤정희 씨가 소유한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고가에 인수했다는 의혹이었다. 검찰은 김성수 전 카카오엔터테인먼 대표와 이 전 부문장에 대해 수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회사 및 관련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부문장은 김 센터장의 ‘주가 조작 공모’를 진술했으나, 법원은 이 진술이 별건 압박 속에서 나온 것으로 판단해 배척한 것이다.● 檢 “항소 검토”… 카카오 “AI·글로벌 전략에 속도”이번 사건은 2023년 2월 하이브가 에스엠 공개매수를 추진하던 시기, 카카오가 2400억 원을 투입해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12만 원)보다 높게 끌어올려 경영권 인수를 방해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금융감독원이 직접 조사에 착수했고, 이복현 금감원장은 “법인에 대한 처벌까지 검토 중”이라고 공개 발언했다. 이후 사건은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으로 넘어가 김 센터장 등이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2270건의 증거를 제출하며 김 센터장에 대해 징역 15년에 벌금 5억 원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함께 기소된 사모펀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지창배 대표는 펀드 자금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항소 여부를 검토 중이다. 김 센터장은 선고 후 기자들과 만나 “재판부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카카오에 드리워진 주가조작과 시세조종이라는 그늘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심경을 밝혔다.김 센터장이 무죄를 선고받으며 금고형 이상 판결로 인한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 상실과 스테이블코인 사업 차질 우려도 사라졌다. 카카오 내부에선 김 센터장이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으로서 추진해온 인공지능(AI) 신사업과 글로벌 전략 등 미래 성장 아젠다에 힘이 실릴 것이란 기대가 높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장은지 기자 jej@donga.com천종현 기자 punch@donga.com}

    • 202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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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보디아 구금’ 한국인 64명 오늘 국내 송환

    캄보디아 당국의 범죄 단속에 적발돼 현지 유치장에 구금돼 있는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8시경(한국 시간) 전세기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캄보디아 정부는 현지 ‘웬치(범죄단지)’를 수색해 한국인을 구조하겠다고 밝혔다. 17일(현지 시간) 박성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캄보디아에 구금된 한국인 64명이 18일 0시 반경(현지 시간) 프놈펜에서 전세기에 탑승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의자 49명이 한 번에 돌아온 이래 가장 큰 규모의 송환 작전이다. 송환 대상자는 모두 피의자 신분이며 이들은 우리 영토인 전세기에 오르자마자 우리 경찰 호송조 194명에게 체포된 뒤 국내에 도착하면 관할 경찰서로 이송된다. 박 본부장은 또 8월 캄보디아에서 감금·고문 끝에 숨진 대학생 박모 씨(22)를 꼬드긴 대포통장 유인책 공범 2명을 추가로 검거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박 씨의 시신은 20일 캄보디아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이 참가한 가운데 부검한다. 사르 소카 캄보디아 부총리 겸 내무부 장관은 이날 전국 관서를 통해 한국인 등을 대상으로 한 웬치를 대대적으로 수색하고 한국인을 발견하면 즉각 구조할 것을 지시했다고 우리 정부는 전했다. 사르 부총리는 범죄 연루자 재입국 방지를 위해 한국인 추방 대상자 명단, 즉 ‘블랙리스트’를 우리 측에 제공하기로 했다. 한편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에 연루된 50대 한국인 남성이 올해 6월 현지에서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프놈펜=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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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귀신 나올 것 같다”… 치적에 쏟은 수십억, 유령시설로 전락

    “저기는 으스스해서 낮에도 귀신 나올 것 같아요. 근처엔 산책도 안 가요.” 13일 경남 양산시에서 만난 주민 이모 씨(64)는 장기간 휴장 중인 복합 리조트 ‘통도환타지아’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양산에서 40년 가까이 거주한 이 씨는 “예전에 자녀들 손을 잡고 즐겁게 놀러 갔던 기억이 있는데, 저렇게 흉물처럼 방치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씁쓸하다”며 “미관 문제도 있지만 주민 안전을 위해서라도 부지가 하루빨리 개발돼야 한다”고 했다. 한때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불렸던 놀이공원과 공공조형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채 흉물로 방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업적을 위해 급조하지 말고, 주민과 논의해 스토리 있는 랜드마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평일 대낮 텅 빈 놀이공원… “청소년 불장난도”통도환타지아는 1993년에 개장해 첫해 140만 명이 찾을 정도로 성황을 누린 경남의 대표 관광지였다. 놀이동산과 물놀이장, 콘도가 함께 있는 복합 리조트로 이름을 날렸지만 이후 시설 노후화 등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며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져 적자가 누적됐다. 결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한 2020년 이후 장기 휴장에 들어갔다. 5년 넘게 방치된 부지는 나뭇가지와 잡풀 등이 무성했다. 놀이기구는 녹슬거나 부서져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보도블록엔 이끼가 잔뜩 낀 모습이었다. 안내 부스와 콘도 유리창도 여기저기 깨져 날카로운 파편이 사방에 튀어 있었다.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위험한 모습이었다. 출입 관리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콘도로 이어지는 입구엔 ‘외부인 출입 금지’라고 쓴 바리케이드와 ‘폐쇄회로(CC)TV 촬영 중’이란 경고문이 붙었지만, 다른 보안 장치는 없어 외부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구조였다. 놀이동산 내 영화관과 게임장, 콘도 등 건물 입구에도 “외부인 출입을 금지한다”는 팻말이 붙었지만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실제로 8월 한 유튜버는 ‘폐건물을 탐험해 보겠다’며 통도환타지아 내부에 직접 들어가 영상을 찍어 올렸다. 영상엔 황폐화한 객실과 식당, 물놀이장 등이 등장했고 “괜찮은 시설인데 안타깝다” “가출 청소년의 아지트가 될 수도 있겠다” “귀신만 안 나올 뿐 공포게임 실사판 같다”는 댓글이 달렸다. 양산 출신 서종철 씨(61)는 “청소년 탈선이나 범죄 현장이 될까 봐 걱정”이라며 “비가 많이 오면 놀이동산 저수지에서 악취가 올라오는 등 환경오염 문제도 심각하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은 “하루빨리 재개발돼야 상권이 살아난다”고 했다. 운영업체는 골프장 등 부대시설로 연명하고 있다. 업체에 따르면 실제로 이곳엔 4월경 청소년이 들어가 불을 지르는 사건도 있었다. 술판이 벌어진 사례도 있다고 한다. 업체 관계자는 “부지가 저렇게 방치된 걸 보는 것도 괴롭다”며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직원이 상주하고 CCTV를 설치했지만 넓은 부지를 다 감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업체 측은 재개발을 위해 양산시·주민과 대책위를 구성해 논의 중이다.● 급증한 공공시설, 곳곳에서 흉물로 방치 이런 사례는 통도환타지아뿐만이 아니다. 충북 보은군 ‘보은 펀파크’도 5년째 운영하지 못하고 시설물이 방치되고 있다. 펀파크는 2012년 4월 군이 보은읍 길상리에 조성한 테마파크 형태의 어린이 놀이·체험시설로, 펭귄 모양 전망대와 정크아트 박물관, 전시관, 체험관, 바이크 경기장, 모형자동차 경기장 등이 설치돼 있다. 이후 보은군은 한 업체에 시설 운영을 위탁했지만 해당 업체는 코로나19 유행기를 견디지 못하고 2020년 운영을 중단했다.민간 자본 74억 원 외에 국비·군비 129억 원이 투입된 만큼 ‘혈세 낭비’ 논란이 거세다. 보은군은 운영 위탁업체가 장기간 문을 닫고 임대료를 체납한 것에 대해 소송을 벌이고 있다.울산 울주군 ‘신불산 국립자연휴양림 모노레일’은 산림청 국립자연휴양림관리소가 2018년 휴양림 이용객과 짐을 수송하기 위해 20억 원을 들여 설치했다. 그런데 개통 첫날 전원이 끊기며 운행을 멈췄다. 이후 모노레일을 다시 가동하려 안전 점검을 벌였지만 레일과 차량 등에서 여러 결함이 발견돼 운행 자체가 아예 중단됐다. 이 모노레일은 5년간 운영되지 못한 채 방치되다 2023년 12월 4억 원을 추가로 들여 다시 철거 작업을 진행했다.지자체에서 수억 원을 들여 공공조형물을 설치했지만 ‘흉물스럽다’는 민원에 방치되다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도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의 영화 ‘괴물’ 조형물은 2014년 1억8000만 원을 들여 설치했지만 “조형물이 너무 무섭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 등 민원이 잇따르며 10년간 흉물 논란에 휩싸였다가 지난해 6월 결국 철거됐다.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경주공항 인근의 꽁치 꼬리 조형물도 마찬가지다. 포항이 과메기 특구라는 점을 알리려 2009년 3억 원을 들여 만들었지만 비행기가 추락하는 듯한 모습이라는 민원이 잇따르자 2019년 철거됐다.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으로 만든 조형물이 논란에 휩싸인 경우도 있다. 경남 창원시의 초대형 인공 나무 ‘빅트리’는 민간사업자인 현대건설이 대상공원 부지의 12.7%에 아파트를 짓는 대신 기부채납을 한 시설이다. 창원의 새 랜드마크로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올해 개방한 후 ‘조감도와 너무 다르다’ ‘나무가 아니라 굵은 쓰레기통 같다’ ‘흉물이 따로 없다’ 등 혹평이 쏟아졌다.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각지의 공공조형물은 1959년 이전 20점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엔 288점, 2000년대엔 1813점으로 점점 늘다가 2019년 6월엔 6287점으로 대폭 증가했다. 각 지자체가 공공조형물 건립과 설치에 예산을 수억 원씩 들이고는 있지만 정작 관리는 부실하게 이루어져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들도 상당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에 권익위는 2014년 9월 전국 지자체에 ‘공공조형물 건립 전 설문조사’ 등 주민 동의 절차를 마련하고 심사위원회에 주민 대표 등의 참여를 보장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2019년 재점검해 보니 전국 시군구 중 절반 이상인 146곳(60.1%)이 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치적보다 납득할 스토리 필요” 전문가들은 지역의 흉물로 남는 랜드마크가 많아진 것에 대해 지자체장 등 지역 정치인이 자신의 업적을 위해 주먹구구식으로 시설을 만드는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박민정 원광대 행정언론학부 교수는 “공공이 나서 랜드마크를 만들면 지자체장 치적을 위해 졸속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지자체장이 바뀌면 해당 시설은 금세 쓸모가 없어져 흉물로 전락한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방치된 조형물을 보수하거나 유지 관리하는 데도 상당한 돈이 들어가 지역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점이다. 최호택 배재대 행정학과 교수는 “상징성이나 스토리가 부족한 조형물은 오히려 예산 낭비와 지역민의 자긍심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지역 주민의 참여와 협력을 통해 조형물의 주제를 미리 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투자해야 제대로 된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

    • 2025-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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