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훈

김상훈 기자

동아일보 콘텐츠기획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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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상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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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7~2024-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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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트레스 받으면 폭식? 간헐적 단식보다 소식하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일정 시간 단식하는 것을 간헐적 단식이라고 한다. 단식 기간을 넘기면 음식은 무제한으로 먹어도 된다. 반면 끼니를 거르지 않되 적은 양의 음식만 섭취하는 소식(小食), 즉 저열량 다이어트도 있다. 이 두 가지는 식사량을 얼마나, 어떻게 제한하느냐를 놓고 거론되는 대표적인 다이어트다. 어느 쪽이 더 효과가 좋을까.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공했을 경우 두 다이어트 모두 의학적 효과가 있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의 성향이나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방법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간헐적 단식, 먹을 때와 굶을 때 꼭 구분해야 간헐적 단식은 일정 시간만 공복을 유지하는 다이어트다. 하루를 기준으로 했을 때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나머지 8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 방법, 14시간 단식하고 10시간 동안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를 1주일 단위로 확장했을 때는 보통 5일 동안 식사하고 2일 동안 굶는다. 식사하는 날에도 아침이나 저녁 식사 중 한 끼는 건너뛰어 공복감을 유지한다. 간헐적 단식의 응용 버전은 또 있다. 하루에 1끼만 먹는 1일 1식은 23시간 굶고 1시간 이내에 한 끼를 먹는 방법이다. 하루는 먹고, 다음 날은 굶는 격일제 다이어트도 있다. 이 교수는 “특정 방식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취하면 된다”고 했다. 섭취 열량이 크게 떨어지면 우리 몸은 생존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고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 한다. 하지만 짧은 기간 단식에는 이런 본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쓴다. 이 때문에 건강하게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간헐적 단식이 내세우는 장점이다. 간헐적 단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먹을 때와 굶을 때를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14시간을 굶고 10시간을 먹겠다고 결심했다면 굶는 시간에는 아주 적은 간식도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오후 8시부터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다면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철저히 단식을 지켜야 한다. 반면 먹는 시간에는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이 경우 폭식해 버린다면 간헐적 다이어트는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간헐적 단식을 처음 시도했을 때 어지러움, 두통, 피로감,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근육량 감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이 지속되면 단식 시간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게 좋다. ● 섭취 열량을 제한하는 소식 소식, 즉 저열량 다이어트는 섭취 열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평상시 음식 섭취량의 70% 정도만 먹는다. 이보다 극단적인 형태도 있다. 하루 섭취 열량을 800∼1000Cal로 제한하는 것이다. 성인 기초대사량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섭취량을 줄이는 이 방법을 초(超)저열량 다이어트라고 한다. 저열량 다이어트의 성패는 영양 불균형을 얼마나 막느냐에 달렸다. 이 교수는 “저열량 다이어트는 단순히 섭취 열량을 줄이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영양소를 균형감 있게 섭취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음식 섭취량만 맹목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영양 균형을 맞춘 소식이라면 몸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만성 질환과 암 진행을 늦추며 장수(長壽)에도 도움을 준다. 이 교수는 “음식량만 줄인다면 제대로 된 저열량 다이어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특히 단백질 섭취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음식에 있는 단백질은 체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제공한다. 체중 1kg당 단백질 0.8∼1.2g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탄수화물도 적절히 먹어야 한다. 케톤증이나 심한 수분 손실을 막으려면 하루에 최소한 100g의 당질(糖質)은 먹어야 한다. 더불어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식사를 제한하다 보면 변비가 생기기 쉽다. 저열량 다이어트를 하려면 변비 방지책을 세워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식이섬유를 매일 20∼30g 정도 먹는 게 좋다. 식이섬유는 공복감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열량 다이어트를 하려면 외식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식당 음식은 한 끼니 열량이 1000Cal 내외인 게 많다. 추가로 음식 영양 성분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 이 교수는 “하루 세끼가 아니라 네 끼로 음식을 나눠 먹어도 좋다. 다만 총 섭취 열량을 계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자기 성향에 맞는 법 골라야 어떤 다이어트가 내게 맞을까. 이 교수는 “최근 해외 저널에는 소식이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 논문 내용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다이어트를 골라야 성공한다는 것. 만약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하는 성향이라면 간헐적 단식보다는 저열량 다이어트가 더 적합하다. 간헐적 단식의 경우 단식 기간에 안 먹다가도 먹는 기간이 되면 폭식할 수 있다. 이 경우 간헐적 폭식이 돼 버릴 우려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줄이며 자주 적게 먹는 게 좋다. 간헐적 단식을 피해야 하는 사람은 또 있다. 임산부, 영유아, 18세 미만 청소년, 노인, 만성질환자, 당뇨병 환자, 암 환자, 간·신장·췌장 질환자, 급성 감염병 환자에게는 간헐적 단식이 권장되지 않는다. 저열량 다이어트는 대부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노인, 만성질환자, 암 환자도 강도를 낮춘다면 할 수 있다. 다만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하기에 이 다이어트를 권하지 않는다. 저열량 다이어트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섭취하는 음식 열량을 비롯해 영양학 지식을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 또 매일 ‘식사 일기’를 쓰면서 섭취 열량을 파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견디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두 다이어트의 공통점도 있다. 이 교수는 “양쪽 모두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취침하기 네댓 시간 전부터는 안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식사할 때는 양질의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 일회성 성공보다는 지속성이 중요 이 교수는 “두 다이어트 모두 꾸준히 이행하면 의학적 효과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대로 어떤 다이어트든 극단적으로 하는 것은 피하라고 주문했다. 가령 체중을 더 감량하기 위해 단식 시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가장 먼저 수분이 빠지기 때문에 탈수 증세로 쓰러질 수도 있다. 이 교수는 “평생 지속할 수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평생 매일 음식을 400Cal만 섭취할 수 있다면 초저열량 다이어트를 해도 되지만 도중에 실패하면 요요 현상은 더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체중 감량 목표를 지나치게 높여 잡는 것에도 이 교수는 반대했다. 간헐적 단식이든 저열량 다이어트든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그는 “몸무게의 5%를 최소 3개월 이상 기간에 빼는 게 좋다. 고도 비만이라 해도 1주일에 0.5∼1kg 정도만 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상 뺐다가 요요 현상이 나타나면 더 비만이 되기 쉽고 나중에 대사질환이나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이 교수는 “다이어트에 진심이라면 술부터 끊거나 절주(節酒)야 한다. 술뿐 아니라 함께 먹는 안주들이 대부분 열량이 높다. 소식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며 늦게까지 술을 먹기 때문에 간헐적 단식도 실패하게 된다”고 말했다. 운동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매주 3∼5회 유산소 운동, 2회 근력 운동은 현재 몸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매일 1시간 정도는 운동해야 한다”고 했다. 숨이 차거나 상의가 땀에 젖을 정도로 운동하라는 얘기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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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헐적 단식 vs 소식…시도하기 전 장단점부터 따져보길” [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일정 시간 단식하는 것을 간헐적 단식이라고 한다. 단식 기간을 넘기면 음식은 무제한으로 먹어도 된다. 반면 끼니를 거르지 않되 적은 양의 음식만 섭취하는 소식(小食), 즉 저열량 다이어트도 있다.이 두 가지는 식사량을 얼마나, 어떻게 제한하느냐를 놓고 거론되는 대표적인 다이어트다. 어느 쪽이 더 효과가 좋을까. 이지원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성공했을 경우 두 다이어트 모두 의학적 효과가 있다. 어떤 방법이 좋은지를 따지기보다는 자신의 성향이나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 방법을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간헐적 단식, 유의할 점은간헐적 단식은 일정 시간만 공복을 유지하는 다이어트다. 하루를 기준으로 했을 때 16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나머지 8시간 동안 음식을 먹는 방법, 14시간 단식하고 10시간 동안 먹는 방법이 일반적이다. 이를 1주일 단위로 확장했을 때는 보통 5일 동안 식사하고 2일 동안 굶는다. 식사하는 날에도 아침이나 저녁 식사 중 한 끼는 건너뛰어 공복감을 유지한다. 간헐적 단식의 응용 버전은 또 있다. 하루에 1끼만 먹는 1일 1식은 23시간 굶고 1시간 이내에 한 끼를 먹는 방법이다. 하루는 먹고, 다음 날은 굶는 격일제 다이어트도 있다. 이 교수는 “특정 방식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맞는 것을 취하면 된다”고 했다. 섭취 열량이 크게 떨어지면 우리 몸은 생존하기 위해 기초대사량을 떨어뜨리고 지방을 더 비축하려고 한다. 하지만 짧은 기간 단식에는 이런 본능이 작동하지 않는다.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꺼내 에너지원으로 쓴다. 이 때문에 건강하게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간헐적 단식이 내세우는 장점이다.간헐적 단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먹을 때와 굶을 때를 확실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점이다. 14시간을 굶고 10시간을 먹겠다고 결심했다면 굶는 시간에는 아주 적은 간식도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오후 8시부터 음식을 섭취하지 않았다면 다음 날 오전 10시까지는 철저히 단식을 지켜야 한다. 반면 먹는 시간에는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다만 이 경우 폭식해 버린다면 간헐적 다이어트는 실패할 확률이 커진다. 간헐적 단식을 처음 시도했을 때 어지러움, 두통, 피로감,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 근육량 감소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부작용이 지속되면 단식 시간을 줄이거나 중단하는 게 좋다. ●저열량 다이어트, 소식소식, 즉 저열량 다이어트는 섭취 열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평상시 음식 섭취량의 70% 정도만 먹는다. 이보다 극단적인 형태도 있다. 하루 섭취 열량을 800~1000Cal로 제한하는 것이다. 성인 기초대사량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섭취량을 줄이는 이 방법을 초(超)저열량 다이어트라고 한다. 저열량 다이어트의 성패는 영양 불균형을 얼마나 막느냐에 달렸다. 이 교수는 “저열량 다이어트는 단순히 섭취 열량을 줄이는 걸로 끝나지 않는다. 영양소를 균형감 있게 섭취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크다”고 했다. 음식 섭취량만 맹목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영양 균형을 맞춘 소식이라면 몸의 염증 반응을 줄이고 만성 질환과 암 진행을 늦추며 장수(長壽)에도 도움을 준다. 이 교수는 “음식량만 줄인다면 제대로 된 저열량 다이어트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특히 단백질 섭취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음식에 있는 단백질은 체내 단백질 합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제공한다. 체중 1kg당 단백질 0.8~1.2g을 섭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탄수화물도 적절히 먹어야 한다. 케톤증이나 심한 수분 손실을 막으려면 하루에 최소한 100g의 당질(糖質)은 먹어야 한다. 더불어 물도 충분히 마셔야 한다.식사를 제한하다 보면 변비가 생기기 쉽다. 저열량 다이어트를 하려면 변비 방지책을 세워 둬야 한다. 이를 위해 식이섬유를 매일 20~30g 정도 먹는 게 좋다. 식이섬유는 공복감을 줄이는 데도 도움을 준다. 저열량 다이어트를 하려면 외식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식당 음식은 한 끼니 열량이 1000Cal 내외인 게 많다. 추가로 음식 영양 성분에 대해 알아둬야 한다. 이 교수는 “하루 세끼가 아니라 네 끼로 음식을 나눠 먹어도 좋다. 다만 총 섭취 열량을 계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어떤 다이어트를 시도할까어떤 다이어트가 내게 맞을까. 이 교수는 “최근 해외 저널에는 소식이 효과적이라는 논문이 실렸다.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이 논문 내용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성향에 맞는 다이어트를 골라야 성공한다는 것. 만약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하는 성향이라면 간헐적 단식보다는 저열량 다이어트가 더 적합하다. 간헐적 단식의 경우 단식 기간에 안 먹다가도 먹는 기간이 되면 폭식할 수 있다. 이 경우 간헐적 폭식이 돼 버릴 우려가 있다. 이런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줄이며 자주 적게 먹는 게 좋다.간헐적 단식을 피해야 하는 사람은 또 있다. 임산부, 영유아, 18세 미만 청소년, 노인, 만성질환자, 당뇨병 환자, 암 환자, 간‧신장‧췌장 질환자, 급성 감염병 환자에게는 간헐적 단식이 권장되지 않는다.저열량 다이어트는 대부분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노인, 만성질환자, 암 환자도 강도를 낮춘다면 할 수 있다. 다만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와 청소년은 충분한 영양을 섭취해야 하기에 이 다이어트를 권하지 않는다. 저열량 다이어트의 성공률을 높이려면 섭취하는 음식 열량을 비롯해 영양학 지식을 어느 정도는 갖춰야 한다. 또 매일 ‘식사 일기’를 쓰면서 섭취 열량을 파악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을 견디지 못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 두 다이어트의 공통점도 있다. 이 교수는 “양쪽 모두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은 피하도록 한다. 취침하기 네댓 시간 전부터는 안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식사할 때는 양질의 단백질을 먹어야 한다는 것도 비슷하다. ●다이어트 성공의 조건이 교수는 “두 다이어트 모두 꾸준히 이행하면 의학적 효과는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반대로 어떤 다이어트든 극단적으로 하는 것은 피하라고 주문했다. 가령 체중을 더 감량하기 위해 단식 시간을 무작정 늘리는 것은 금물이다. 가장 먼저 수분이 빠지기 때문에 탈수 증세로 쓰러질 수도 있다.이 교수는 “평생 지속할 수 있는가를 자신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일회성 성공이 아니라 지속적이어야 한다는 얘기다. 평생 매일 음식을 400Cal만 섭취할 수 있다면 초저열량 다이어트를 해도 되지만 도중에 실패하면 요요 현상은 더 심해진다. 결과적으로 다이어트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체중 감량 목표를 지나치게 높여 잡는 것에도 이 교수는 반대했다. 간헐적 단식이든 저열량 다이어트든 단기간에 체중을 줄이려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 그는 “몸무게의 5%를 최소 3개월 이상 기간에 빼는 게 좋다. 고도 비만이라 해도 1주일에 0.5~1kg 정도만 빼야 한다”고 말했다. 그 이상 뺐다가 요요 현상이 나타나면 더 비만이 되기 쉽고 나중에 대사질환이나 암에 걸릴 확률도 높아진다. 이 교수는 “다이어트에 진심이라면 술부터 끊거나 절주(節酒)야 한다. 술뿐 아니라 함께 먹는 안주들이 대부분 열량이 높다. 소식 자체가 안 되는 상황이며 늦게까지 술을 먹기 때문에 간헐적 단식도 실패하게 된다”고 말했다. 운동은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매주 3~5회 유산소 운동, 2회 근력 운동은 현재 몸 상태를 유지하는 수준이다. 만약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매일 1시간 정도는 운동해야 한다”고 했다. 숨이 차거나 상의가 땀에 젖을 정도의 강도로 운동하라는 얘기다.〈간헐적 단식 vs 저열량 다이어트〉간헐적 단식저열량 다이어트정의하루 일정 시간 공복을 유지하고 정해진 시간에만 식사한다.주로 하루 16시간(혹은 14시간) 공복을 유지한 뒤 8시간(혹은 10시간) 식사.일주일 단위로는 5일 식사하고 2일 단식.1일 1식 혹은 격일제 단식도 있음.일반적으로 적게 먹는 소식과 비슷.평소 음식 섭취량의 3분의 2만 섭취하되 영양소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골고루 먹음.초저열량 다이어트는 하루 섭취 총칼로리를 800~1000Cal로 제한하기도 함.장단점음식 먹는 시간에는 식사량을 제한하지 않음. 먹을 때 마음껏 먹을 수 있어 음식 섭취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음.스트레스를 받으면 폭식하는 경우 성공 가능성 낮음. 급성 치료기 환자는 피해야 함.의학적으로 가장 많은 장점이 증명됨.열량,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에 대한 영양학 개념이 있다면 성공률 높음.스트레스 많을 때 폭식한다면 적은 양을 일정하게 먹어야 함. 균형 잡힌 영양소 섭취가 없으면 영양 불균형 생길 수 있음. 성공 가능성 높이려면 외식과 금주 필수.적합섭식장애가 없거나 공복을 잘 견디며 폭식 경향이 없는 사람. 음식 스트레스 덜 받는 사람. 만성 질환이 없는 사람. 노인, 만성질환자, 암 환자도 낮은 강도로 할 수 있음. 성장기 어린이나 청소년을 제외하고 누구나 도전할 수 있음. 부적합임산부, 영유아, 18세 미만 청소년, 만성질환자, 당뇨병 환자, 암 환자, 간‧신장질환자, 급성 감염 환자, 췌장 질환자. 적게 먹는 데 강박증 있는 사람, 성장기 어린이와 청소년, 질환 치료를 위해 충분한 열량 섭취가 필요한 사람.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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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푸드 다이어트? 반짝 효과 뒤 요요 확률 매우 높아”[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10여 년 전만 해도 비만 의학 교과서에는 ‘지방과 섭취 열량을 줄이는 게 모범적 다이어트’라고 돼 있었다. 시대가 바뀌었다. 지금은 ‘생활방식에 맞고 건강에 지장 없으며 영양학적으로 문제 없다면 좋은 다이어트’라고 규정돼 있다. 여러 다이어트의 장단점을 4회에 걸쳐 분석한다.》30대 후반 여성 A 씨 체중은 72kg이었다. 다소 비만 체형. A 씨는 2주 후 예정된 중요한 가족 행사를 대비해 체중을 줄이기로 했다. 이후 바나나 위주로 먹었다. 처음에는 하루 세 번, 끼니마다 바나나를 4개씩 먹었다. 나중에는 바나나를 두 끼로 줄이고 나머지 한 끼는 일반식으로 아주 조금만 먹었다. 목표를 이룬 것 같았다. 2주 새 7kg이 빠진 것. 하지만 부작용이 나타났다. 몸이 축축 늘어졌다. 허기를 달래기 위해 여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김없이 요요현상이 나타났다. 옷이 꽉 끼었다. 두 달 만에 체중은 80kg을 넘어섰다. A 씨는 국내 비만 의학 1세대 의사로 꼽히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실제 환자였다. 강 교수는 “단기 효과가 큰 다이어트일수록 부작용도 크다. 무턱대고 감량하겠다고 달려들기보다는 각 다이어트의 장단점을 명확히 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원푸드-디톡스 다이어트, 권장 안 해”A 씨가 시도한 다이어트는 원푸드 다이어트다. 한 가지 음식으로만 하루 섭취량의 70% 이상을 채운다. 먹는 음식에 따라 고구마 다이어트, 닭가슴살 다이어트, 바나나 다이어트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강 교수는 “아주 짧은 시간, 체중감량 효과는 있다. 하지만 100% 요요현상이 생긴다.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원푸드 다이어트를 하면 수분과 근육만 빠진다. 하지만 요요현상으로 살이 다시 찔 때는 지방부터 늘어난다. 이 때문에 종전과 같은 체중이라도 더 살쪄 보이고 체중 증가 속도는 빨라진다. 요요현상이 발생한 후에는 다이어트 효과도 떨어진다. 강 교수는 “근육량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시 다이어트를 해도 종전처럼 효과가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정 채소나 과일 주스, 건강기능식품 등만 먹으면서 체중을 빼는 디톡스(해독) 다이어트가 있다. 시중에서 디톡스 다이어트 패키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3일, 5일, 7일 단위로 주스 형태로 판매하는 패키지 상품이 많이 나와 있다. 이 다이어트는 어떨까. 강 교수는 “원푸드 다이어트에 단식을 접목한 다이어트인데, 영양 결핍이 더 빨리, 더 심해진다는 문제가 있다. 이 또한 추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20대 후반 여성 B 씨도 3일 패키지 제품을 먹어봤다. 사흘 만에 2kg이 빠졌다. 하지만 급격하게 배고픔이 밀려왔다. B 씨는 “허기를 참을 수 없어 다이어트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원푸드 다이어트나 디톡스 다이어트의 경우 B 씨처럼 아주 짧은 기간, 부득이한 상황일 때만 시도하기를 권했다. 지속적인 다이어트로서는 적절치 못하다는 뜻이다. ●“비건 다이어트, 잘만 응용하면 좋아”비건 다이어트는 채식(비건식)을 다이어트에 도입한 것이다. 채식 단계에 맞춰 먹는 음식은 다르다. 가장 엄격한 비건 다이어트는 동물성 원료가 들어간 음식 일체를 먹지 않는다. 조금 덜 엄격한 비건 다이어트의 경우엔 우유, 달걀까지는 허용한다. 이보다 더 낮은 단계에서는 해산물까지 먹어도 된다. 이 다이어트는 효과가 있을까. 강 교수는 “영양 지식이 있다면 엄격한 채식 다이어트도 가능하다. 그렇지 않다면 해산물까지 먹는 채식 다이어트를 권한다”고 말했다. 엄격한 채식을 했을 때 단백질 결핍이 생길 수 있다는 것. 물론 콩처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도 있다. 하지만 콩을 과다 섭취했을 때 살이 더 찔 수도 있다. 콩 100g의 양은 종이컵 3분의 2 정도다. 열량은 390∼450Cal다. 밥 한 공기를 넘는 열량이다. 영양성분으로 구분하면 단백질과 탄수화물이 30g 조금 넘고, 지방이 20g 내외다. 지방 함량이 가장 낮지만, 열량은 전체의 40%로 가장 높다. 양이 적은데도 밥 한 공기보다 열량이 높고, 지방 함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음식인 셈. 강 교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채식만 고집하기보다는 다른 음식을 통해 단백질을 보충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한 원료는 채소지만 밀가루로 반죽해 기름을 둘러 볶거나 튀기면 열량은 급격하게 높아진다. 채소 자체 열량이 아니라 맛을 내기 위한 당과 기름이 체중을 늘리는 셈이다. 그보다는 식초를 음식 조리에 활용할 것을 강 교수는 권했다. 식초는 열량 자체가 없는 데다 혈당이 급격하게 올라가는 걸 막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것. ● 좋지만 실천이 어려운 다이어트원시인들은 음식을 가공하지 않은 채로 먹었다. 곡물은 도정(搗精)하지 않았고, 향신료도 거의 뿌리지 않았다. 물 이외의 음료수는 사실상 없었다. 우유도 소나 양에서 짜자마자 먹었다. 이 원시인 식생활에서 따온 다이어트가 원시인 다이어트(팔레오 다이어트)다. 이 다이어트 추종자들은 인류가 수렵에서 농업으로 전환하면서 비만이 생겼다고 여긴다. 음식을 가공하고 더 넉넉히 먹기 시작한 게 비만의 근본 원인이란 것. 따라서 가공 과정이 추가될 때마다 비만 위험이 커지기 때문에 원시사회로 돌아가는 것이 비만의 해결법이라 주장한다. 도정된 곡식은 먹지 않는다. 당연히 쌀밥은 안 먹는다. 고기와 과일, 채소, 견과류를 주로 먹는다. 향신료는 아주 기초적인 것만 쓴다. 강 교수는 “다이어트 자체로만 보면 훌륭하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실천”이라고 했다. 이 다이어트를 따르려면 하루 세 끼를 직접 해 먹어야 한다. 식재료 비용도 만만찮다. 따라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느냐가 이 다이어트 성패의 관건이다. 최근에는 덴마크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도 적잖다. 주로 치즈, 닭고기, 소고기, 양고기, 계란, 토마토 등을 먹는다. 쌀과 같은 곡류는 덜 먹고, 설탕이나 소금도 잘 쓰지 않는다. 강 교수는 “덴마크가 낙농국인 점에 착안해 이런 이름이 붙은 듯하다. 일종의 저탄수화물·고단백질 다이어트로 제대로만 하면 괜찮다”고 말했다. 이 또한 실천이 어려운 다이어트란 이야기다. ●활동량은 반드시 늘려야강 교수는 그 어떤 다이어트를 시도하든 운동을 하거나 활동량을 늘리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단 부지런히 움직이거나 운동하자. 10분씩 6회로 나눠 운동하는 것과, 1시간 몰아서 운동하는 것 중 어느 쪽이 효과적일까. 강 교수는 “다이어트 목적이라면 양쪽의 효과는 같다. 다만 심폐기능을 개선하려면 운동 강도를 높이고 지속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1시간 열심히 운동하고 나머지 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것과 따로 운동하지는 않지만 하루 종일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 중 어느 쪽이 다이어트 효과가 클까. 강 교수는 “자투리 시간 활동량이 많은 쪽이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강 교수가 제시한 표를 참고해 하루 활동량을 계산해 보자. 이 표에는 활동 등급별로 체중 1kg당 1분에 소비되는 열량이 제시돼 있다. 여기에 체중과 활동시간을 곱하면 실제 소비되는 열량이 나온다. 가령 80kg 성인이 1시간 동안 ‘힘들여’ 청소(5등급)했다면 1시간 소비 열량은 336Cal(0.07×80×60)가 된다. 밥 한 공기 열량을 뚝딱 소비하는 것. 강 교수는 “눕기보다는 앉고, 앉기보다는 서 있고, 가만히 서 있기보다는 활동을 더 많이 할수록 다이어트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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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년간 편두통인 줄만 알았는데… 삼차신경통이었다[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13년 전이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민태 씨(61)는 어느 날 치과에서 치아 스케일링을 받았다. 큰 문제는 없었다. 다만 병원 문을 나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왼쪽 이마 주변에 갑자기 ‘찌릿’ 통증이 나타났다. 평소 다니던 의원에 갔더니 별거 아니라며 약을 줬다. 그 약은 솔직히 효과가 없었다. 전기처럼 흐르는 통증을 없애주지 못했다. 치과 의사가 치료를 잘못해 그런 건 아니었을까. 하지만 그건 아닌 듯했다. 치아 손상이나 출혈, 치통 등의 다른 치과적 증세는 나타나지 않았다. 당시 정 씨의 나이 40대 후반이었다. 아직 건강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을 때였다. 게다가 그 통증은 이후로도 간간이 나타나긴 했지만,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았다. 정 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무시했다. 정 씨의 표현에 따르자면 그것은 ‘편두통’이었다. 편두통은 때로는 찌릿했고, 때로는 벌레가 기어다니는 듯한 불쾌한 형태로 나타났다. 그렇게 2년 정도가 흘렀다. 그사이에 통증은 더 심해졌고, 나타나는 주기도 짧아졌다. 또 한 가지. 없던 증세가 생겼다. 턱을 움직이면 두통이 더 심해지는 것이다. 가령 무슨 말을 하려고 입을 열면 찌릿 전기가 흐르는 두통이 시작됐다. 이러다 보니 항상 두통을 달고 살아야 하는 신세가 돼 버렸다. 그 좋아하던 건조 오징어는 아예 입에 댈 수도 없게 됐다. 정 씨의 ‘삼차신경통’ 투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 죽고 싶을 정도의 두통정 씨는 심한 편두통일 거라고만 생각했단다. 그러니 의사들을 만났을 때도 편두통을 주로 호소했다. 나름대로 통증을 다스리려는 요량으로 항상 이마에 파스를 붙이고 다녔다. 그런데도 두통은 사라지지 않았다. 편두통은 말하거나 음식을 씹을 때 특히 심했다. 턱이나 광대뼈 주변이 아프지는 않았다. 그런데도 턱만 움직이면 편두통이 시작됐다. 그러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의사를 만나 증세를 설명하는 것도 고역이었다. 간신히 한마디 한마디 꺼낼 때마다 이마 통증으로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러니 제대로 일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루 종일 업무를 보는 것조차 힘들었다. 영업하려면 사람을 만나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그 때문에 오전에만 근무하고 오후에는 주말농장을 찾아 휴식을 취했다. 편두통을 고치기 위해 안 해 본 것이 없다. 한의원, 동네 의원은 원인을 알 수 없다며 약만 줬다. 물리치료도 받았지만 조금 가뿐한 느낌이 들 뿐 증세는 그대로였다. 큰 대학병원에도 가 봤다. 대학병원에서 몇 개월 동안 약물 치료를 받았지만 마찬가지였다. 그 병원 의사는 “두통을 평생 친구처럼 여기면서 살아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정 씨는 그 대학병원을 더 이상 다니지 않았다. 다시 한의원과 동네 의원으로 갔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되풀이했다.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우울감도 커졌다. 가족들 또한 초긴장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했다. 오죽하면 굿까지 벌였을까. 그러다가 지난해 10월, 두통이 극심해져 고려대 안산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일단 응급 처치를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두통은 더 심해졌다. 정 씨는 당일 신경외과 진료를 받았다. 당시 외래 진료를 맡았던 의료진은 정 씨가 너무 고통스러워하자 입원 검사를 진행했다. ● 구분 어려운 질병, 삼차신경통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삼차신경통(三叉神經痛) 진단이 떨어졌다. 정 씨는 처음 듣는 병명이었다. 정 씨는 “편두통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완전히 다른 병이었다”고 말했다. 정확한 병명조차 알지 못한 채로 13년 동안 통증을 달고 산 셈이다. 삼차신경통 환자를 많이 다루는 김명지 신경외과 교수가 이때부터 진료를 담당했다. 삼차신경은 뇌에서 나와 이마, 광대, 턱으로 나뭇가지처럼 세 갈래로 갈라진(三叉) 신경조직의 이름이다. 삼차신경통은 혈관이 이 신경을 눌렀을 때 혹은 신경조직이 손상돼 과흥분을 유발했을 때 발생한다. 때로는 뇌종양이 삼차신경통을 유발하거나 외상으로 인해 삼차신경통이 생기기도 한다. 매년 인구 10만 명당 4, 5명이 이 병에 걸린다. 병 이름은 삼차신경조직이 아픈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니 ‘1차신경통’이나 ‘2차신경통’이란 병은 따로 없다. 편두통과 달리 삼차신경통은 주로 신경이 갈라진 세 줄기를 따라 발생한다. 대체로 광대뼈와 턱 쪽에서 통증이 많이 발생한다. 환자에 따라서는 이마에 집중적으로 통증이 발생하는데, 이 경우 편두통과 혼동하기 쉽다. 정 씨가 딱 그런 사례다. 다만 통증의 패턴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둬야 한다. 정 씨처럼 턱을 움직일 때 두통이 나타났다면 편두통보다는 삼차신경통일 확률이 높다. 삼차신경통일 때 통증은 짧으면 1초, 길면 2분 정도까지 이어진다. 이때 통증은 발작적인 게 특징이다. 대체로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찌릿하거나, 예리한 것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다. 또한 양치질처럼 별로 자극이 강하지 않은 행동만으로도 과흥분이 일어나 통증이 유발되는 것도 특징이다. 병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통증의 주기가 짧아진다. 이 또한 정 씨도 겪은 일이다. 방치한 기간이 너무 길면 수술로도 고치지 못할 수도 있다. 정 씨는 13년 전 처음 머리 통증을 느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어쩌면 그때 삼차신경통이 시작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2년 후 씹거나 말할 때 이마로 통증이 뻗었다고 했는데, 그때는 삼차신경통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병을 제대로 알았다면 이후 11년 동안의 고통은 줄일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 뇌 수술 후 완치처음에는 약물치료부터 했다. 하지만 삼차신경통을 너무 오래 앓은 뒤라 증세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김 교수는 정 씨와 상의한 후 수술을 시행하기로 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은 2∼3개월 동안 약물치료를 한 뒤 수술을 결정한다. 하지만 정 씨는 곧바로 수술하기로 한 사례”라고 했다. 지난해 11월 초, 정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머리를 여는 수술이었다. 수술 도중 만일의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신경모니터링 센서를 얼굴에 부착하고 장비를 점검하는 등 사전 준비에만 1시간 반이 걸렸다. 모든 준비가 끝난 후 본격적으로 수술이 시작됐다. 귀 뒤쪽 피부를 4∼5cm 절개했다. 뼈가 드러나자 500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뚫었다. 이어 뇌막을 걷어내니 소뇌가 보였다. 이때부터는 극도로 예민한 작업이다. 삼차신경은 소뇌 안쪽에 있다. 따라서 소뇌를 한쪽으로 밀어내야 수술이 가능해진다. 이 과정에서 소뇌가 조금이라도 다친다면 뇌신경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미세현미경을 통해 섬세하게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맨 마지막에 삼차신경을 누르고 있는 혈관을 떼어낸다. 혈관과 신경 사이에 특수 스펀지를 삽입한다. 이 스펀지는 혈관이 가하는 충격을 흡수하고, 이를 통해 신경이 과흥분하지 않도록 한다. 수술은 2시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 “새 인생을 얻었다”수술을 받은 후 정 씨는 7일 동안 입원하며 치료를 받았다. 이때부터 그동안 먹어 왔던 항경련제와 통증약을 줄이기 시작했다. 수술 부위가 아팠지만 종전의 통증에 비하면 통증이라 부를 정도도 아니었다. 찌릿찌릿한 통증은 거의 사라졌다. 김 교수는 “어떤 환자들은 통증이 사라졌는데도 통증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약을 끊지 못한다. 다행히 정 씨는 수술 후 적응을 잘했다”고 말했다. 다만 수술 주변 부위에 감각이 덜 느껴지는 후유증이 나타났다. 한 달 동안 두 차례 외래 진료를 받았다. 마침내 지난해 12월, 김 교수는 더 이상 병원에 오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완치를 선언한 것. 물론 더 이상 약을 먹을 필요도 없었다. 그사이에 수술 부위의 감각도 많이 돌아와서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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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장용종, 암이 될지 안 될지 꼭 확인하세요”[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대장암은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50세 이후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한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40대 이하 젊은 사람들의 대장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대장 내시경 검사 권고 연령대를 45세까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45세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장한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도 45세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대장암 조기 발견을 돕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대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대장용종을 찾아내 제거함으로써 암 발생률 자체를 낮출 수도 있다. 이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장암 발생률이 소폭 감소하는 추세다. 최 교수는 “대장용종을 일찍 발견해 제거한 덕분”이라고 했다. ● 대장용종, 모두 암이 된다?대장 점막이 안쪽으로 혹처럼 튀어나온 게 대장용종이다. 왜 생기는지,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유전적 요인, 술과 담배, 환경오염, 비만, 고지방 식품 섭취 등을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용종을 그냥 둔다고 해서 모두 암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된 용종은 떼어내는 게 원칙이다. 보통 용종을 선종, 과형성 용종, 염증성 용종으로 나누는데, 대장암으로 악화하는 것은 선종뿐이다. 이 용종만 따로 대장선종이라고도 부른다. 최 교수는 “검사 결과를 반드시 챙겨 용종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시경 검사에서 선종이 발견됐다면 10년 후에 100명 중 5명꼴로 대장암이 생긴다. 선종이 크거나 개수가 많을수록, 혹은 가족력이 있을수록 대장암 발병률은 높아진다. 이 때문에 대장선종이 있다면 일반적 검사 권고안(50세 이상, 5년마다)과 다른 검사 주기를 따른다. 선종이 1, 2개만 발견됐고 크기도 1cm 미만이라면 평소와 다름없이 5년 후에 검사를 받으면 된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이라면 용종이 없는 사람과 위험도가 똑같다.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종이 3개 이상이라면 검사 주기는 3년으로 줄어든다. 선종이 10개를 넘는다면 매년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진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선종은 대체로 천천히 자란다. 1cm까지 커지는 데 보통 2∼3년이 소요된다. 이후 선종이 대장암으로 악화하기까지 2∼5년이 걸린다. 만약 선종의 크기가 3cm를 넘어섰다면 이미 암이 진행되고 있을 확률이 높아 암 치료에 돌입한다. 최 교수는 “아직 국내에는 선종의 크기에 따른 검사 주기 지침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1㎝ 이상 커졌다면 최소한 3년마다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만성염증도 대장암 유발궤양성대장염, 크론병은 대표적인 대장 만성염증 질환이다. 최근 서양식 식습관이 일반화하고 비만 인구가 늘면서 국내 20대와 30대의 젊은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다. 원인 또한 명확하지 않다. 유전적 문제, 장내 세균 문제, 면역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만성적 염증이 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사실 염증은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기 위해 우리 몸이 반응하는 정상적 시스템이다. 하지만 일회성을 넘어 만성화할 때는 다르다. 조직의 파괴와 복구가 반복되면서 유전자(DNA) 염기가 손상될 수 있다. 암 발생의 첫 단계가 바로 DNA 염기 손상이다. 결국 만성염증이 암으로 이어지는 셈. 최 교수는 “만성적 염증 질환이 난치성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좋은 약제가 많이 나와 염증 조절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이 병을 치료하면 대장암 발병률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만성 궤양성 대장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때 대장암 발생률은 평균 2배 높아진다. 물론 당장 대장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병을 진단받은 후 8년 이후부터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았다면 8년째부터는 1∼3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 대장용종-암 막는 음식 있다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이 2010년대 중반, 36종의 영양소와 9종의 식품을 기반으로 ‘식사염증지수(DII)’를 개발했다. 이 수치가 높은 식품일수록 만성적 염증을 더 유발한다. 2022년 발표된 또 다른 해외 연구에서는 식사염증지수가 높은 식품을 자주 먹을수록 대장암 외에도 전립샘암, 난소암, 폐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식사염증지수가 낮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만성적 염증뿐 아니라 대장용종 발생 빈도와 대장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좋을까. 일각에서 콩을 비롯해 특정 음식을 추천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콩이 나쁘지 않지만, 그런 특정 음식보다는 항염증 식품으로 알려진 것을 두루두루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녹색 채소, 과일, 전곡류, 올리브유, 생선 등 5가지를 대표적인 항염증 식품으로 꼽았다. 전곡류는 보리, 메밀, 통밀, 현미 등 겉을 적게 벗겨낸 곡물을 말한다. 반대로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도 있다. 식사염증지수가 높은 식품들이다. 밀가루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탄산과 가당 음료, 튀긴 음식, 적색육, 가공육 등 5종류가 대표적이다. 이런 음식들이 염증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염증성 물질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는 방식 등으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이 밖에 비만도 암 발생에 큰 영향이 있다. 과체중 및 비만, 적은 신체 활동량과 더불어 적색육 및 가공육은 많이 섭취하고 식이섬유소 및 통곡물은 적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대장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적절한 체중 조절 및 운동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장내 좋은 세균을 늘리자대장은 인체 여러 장기 중에서 미생물 종류나 수가 가장 많은 장기다. 장내 미생물은 음식의 소화, 영양 흡수, 면역 조절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 상황이 대장암은 물론이고 다른 암의 발병과도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장암일 경우 발병 초기에 장내 미생물 변화가 감지된다. 좋은 미생물은 줄어들고 DNA를 손상시키는 등 암과 직결된 미생물이 늘어난다. 따라서 식사염증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는 것 외에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대장암 발병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는 식단은 염증을 낮추고 대장 용종을 줄이는 식단과 대체로 비슷하다. 다만 식이섬유가 많이 든 식품을 추가로 많이 먹어 주는 게 좋다.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이 이를 발효시켜 단쇄지방산이란 것을 만든다. 이 물질은 대장 점막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한다. 비만 위험도 줄여 준다. 반대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 발병률은 높아진다. 물론 암을 유발하는 세균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에 좋은 미생물을 많이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양질의 균인 프리바이오틱스를 먹는 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프리바이오틱스는 채소와 과일 외에도 콩이나 통곡물류, 해조류 등에 풍부하다. 이런 음식을 자주 먹어 주면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고, 대장 점막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이런 프리바이오틱스의 변비나 설사 개선 외에 대장암 예방 효과는 동물실험 단계에서만 입증된 상태다.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제품은 아직 출시된 게 없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다행히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만 아니라면 이런 프리바이오틱스가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내외에서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미생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머잖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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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암 세 차례 전이… 모두 극복하고 ‘완치’[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한 것은 2012년경이었다. 변비는 심해졌다. 얼굴도 살짝 부었다. 항상 피곤했다. 체중은 7kg이 빠졌다. 피부미용 스파숍을 운영하는 홍은희 씨(45)의 투병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다. 주기적인 배앓이의 원인을 알 수 없었다. 2∼3주 과로하면 ‘픽’ 쓰러졌다. 결국 2013년 처음으로 응급실에 갔다. 이후로 여러 병원에 다녔다. 어느 병원에서는 맹장염인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병원에서는 게실염이라고 했다. 대장의 벽에 주머니(게실)가 생기고, 그 주머니에 변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병이 게실염이다. 게실염의 대표 증세가 변비다. 게실염 증세는 대장암 초기 증세와 비슷하지만, 대장암으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의사가 처방해 준 약을 먹었더니 증세가 일시적으로 호전됐다. 하지만 곧 증세가 도지는 바람에 응급실로 가야 했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다 민간요법을 우연히 접하게 됐다. 괜히 따라했다가 큰 부작용에 맞닥뜨렸다. 구토와 설사를 거듭하다 탈진 상태에 이르렀다. ● 대장암 3기 발견, 치료 잘 끝나곧바로 한양대병원 응급실로 갔다. 컴퓨터단층(CT) 검사 결과 이번에도 게실염 진단이 나왔다. 안병규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 의심을 안 한 건 아니지만, 나이가 젊고, 가족력도 없었다. 게다가 복막염까지 생겨 내시경 검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일단 관찰하기로 했다. 약 7개월이 지났다. 2015년 11월 홍 씨는 같은 증세로 한양대병원을 찾았다. 안 교수의 표정이 심상찮았다. 그 순간 이 씨도 암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이 맞았다. 안 교수는 대장암 판정을 내렸다. 대장은 결장, 맹장, 직장으로 크게 나뉜다. 결장은 세 부위 중에서 가장 긴데, 수분을 흡수하고 변을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결장은 크게 상행결장, 횡행결장, 하행결장, S자결장으로 돼 있다. 홍 씨는 상행결장에서 암이 발견됐다. 이를 따로 ‘상행결장암’이라고도 부른다. 암은 림프절로 전이된 3기로 판명됐다. 안 교수가 곧바로 수술에 돌입했다. 대장의 3분의 1을 잘라냈다. 홍 씨에게 복막염이 있고 염증까지 심한 터라 수술의 난도가 높아졌다. 그래도 3시간 만에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몸을 추스르고 한 달이 지났다. 항암 치료에 돌입했다. 항암 치료는 2016년 6월까지 6개월 동안 12회에 걸쳐 진행됐다. 홍 씨는 “항암 치료까지 끝났으니 이제 암에서 해방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얼마 후 안 교수에게 암이 십이지장으로 전이됐다는 말을 들었다. ● 십이지장으로 1차 전이, 대수술사실 안 교수는 암의 전이를 어느 정도는 예측했다. 안 교수는 “수술 당시 홍 씨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복막염이 심했고, 염증이 확산하면서 암세포가 대장 밖으로 퍼졌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우려가 현실이 됐다. 암은 십이지장으로 전이됐다. 다급하게 2차 암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이 분야에서 이름이 높은 이경근 간담췌외과 교수가 투입됐다. 이 교수는 먼저 십이지장을 통째로 제거했다. 쓸개(담낭)와 담도를 잘라냈다. 췌장의 머리 부분도 절제했다. 이어 소장을 췌장 및 담도와 연결했다. 무려 10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었다. 안 교수는 “홍 씨의 암 투병 전 과정에서 이때가 최대 고비였다”고 회상했다. 안 교수는 “십이지장으로 암이 전이되면 수술도 크고 합병증도 클 수 있어 포기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래도 홍 씨는 의사를 믿고 끝까지 따라와줬다”고 말했다. 수술 결과는 좋았다. 이어지는 2차 항암 치료만 잘 견디면 암에서 벗어날 거라 생각됐다. 문제가 생겼다. 항암 치료 부작용이 심해졌다. 항암 주사를 맞으면 토했다. 음식을 먹을 수도 없었다. 홍 씨는 “병원에 들어갈 때마다 숨이 멎을 것 같았다. 그래도 꾹 참고 항암주사를 맞으면 몸이 널브러졌다”고 말했다. 결국 2차 항암 치료는 4회 만에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당시 고민이 꽤 컸다. 항암 치료를 하면 재발률을 낮출 수 있는데, 부작용이 크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4회 만에 항암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는 암 환자의 5%도 되지 않을 만큼 드물다”고 말했다. ● 복벽 이어 간에까지 전이2차 항암 치료를 중단했지만, 다행히 암은 재발하거나 전이되지 않았다. 완치를 기대하며 3개월마다 추적 검사를 했다. 비로소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하지만 행복한 시간은 짧았다. 9개월 후 배에서 뭔가 잡히는 것만 같았다. 홍 씨가 이 교수를 만났다. 복벽에 암이 전이됐다고 했다. 암은 약 3cm 정도의 크기였다. 그나마 암세포가 작다는 것이 위안이 됐다. 이 교수가 수술을 집도했다. 복강경을 통해 암세포와 인접한 부위를 떼어냈다. 수술 부위는 탁구공 정도 크기에 불과했다. 수술 시간도 30여 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암 치료가 그렇듯이 수술 후에는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암세포를 제거하기 위해 항암 치료를 한다. 3차 항암 치료를 진행했다. 2차 항암 치료를 끝까지 마치지 못해 걱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먹는 항암제였던 데다 거부 반응이 적어 12회까지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치료가 끝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3차 항암 치료가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2018년 11월, 절망적인 소식이 홍 씨에게 들려왔다. 암이 간으로 3차 전이됐다는 것. 그나마 다행이라면, 암의 크기가 2∼3cm 정도로 작은 편이라는 점이었다. 12월, 이 교수가 간 부분절제술을 시행했다. 간의 오른쪽 부위에서 달걀 하나 크기만큼의 간을 잘라냈다. 수술에는 2시간이 소요됐다. 이어 4차 항암 치료에 돌입했다. 다시 항암제 거부 반응이 나타났다. 이번에도 어쩔 수 없었다. 3회 시행한 끝에 항암 치료를 중단했다. 천운이라고 해야 할까. 항암 치료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지만 이후 암세포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런 상태로 5년이 지났다. 2023년 12월, 홍 씨에게 완치 판정이 내려졌다. 이제 비로소 암에서 해방됐다. ●“의사에 대한 절대적 신뢰 필요”홍 씨는 3년 사이에 세 번 암이 전이됐다. 이 교수는 “젊은 나이에 그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홍 씨가 적극적으로 투병했기에 모두 이길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재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여러 차례 전이된 터라 암에 걸리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재발률이 높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원래는 1년마다 추적 검사를 하지만 홍 씨는 이를 6개월 간격으로 줄였다. 안 교수와 이 교수 모두 “설령 재발한다 해도 조기에 발견하기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완치 비결을 물었다. 홍 씨는 주저하지 않고 ‘의사에 대한 전적인 신뢰’를 꼽았다. 두 교수를 만나기 전에 여러 병원에 다녔지만, 확신을 준 의사는 없었다고 했다. 두 교수에게는 목숨을 맡겨도 든든했다는 것. 이 때문에 암이 십이지장으로 1차 전이됐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도 담담했단다. 홍 씨는 “교수님이 고쳐주겠지, 큰 걱정 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렇게 생각했다. 수술은 당연히 잘될 거고 난 살 거라 믿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복벽으로 2차 전이됐다고 했을 때도 확신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간으로 3차 전이됐을 때는 힘들었다. 홍 씨는 “투병을 계속하는 내 처지가 한탄스러웠다. 죽고 싶었다. 그래도 교수님들을 믿고 따라갔다. 덕분에 완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홍 씨는 요즘 안 교수와 이 교수에게 새로운 ‘미션’을 받고 수행 중이다. 바로 체중을 줄이는 것. 이를 위해 식사량을 줄이고 이틀에 한 번꼴로 1시간 정도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빨리 걷다가 뛰는 식으로 운동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와 함께 식사량을 줄이고 있다. 홍 씨는 “수술 후유증으로 온몸이 아팠는데, 서서히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더 열심히 운동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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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잠 안 온다고 수면제? 잠 못 자는 원인부터 찾아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30대 후반 남성 A 씨는 뒤통수가 뻐근하고 두통이 심해 새벽에 눈을 떴다. 상당히 어지러웠다. 말도 어눌해졌다. 왼쪽 팔다리가 마비돼 잘 움직일 수 없었다. 급히 응급실로 갔다. 의료진은 급성 뇌경색 진단을 내렸다. 젊은 나이인 데다 술 담배도 안 하는지라 A 씨는 의아했다. 이향운 이대목동병원 신경과 교수(뇌전증·수면센터 센터장)는 원인을 찾기 위해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수면장애가 뇌경색의 원인으로 판명됐다. 수면장애 하면 가장 먼저 불면증을 떠올린다. 불면증의 경우 수면제(수면유도제)나 항우울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이 처방이 전혀 효과가 없을 때도 있다. 이 교수는 “불면증이 아닌, 다른 수면장애일 때는 수면제만으로 치료가 되지 않는다. 원인을 찾아, 그에 맞춰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하면 여러 수면장애를 살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중증질환 유발하는 수면무호흡증A 씨의 체중은 90kg에 육박했다. 체질량지수(BMI)는 30.1이었다. 고도비만에 가깝다. 코골이도 심하다고 했다. 의료진은 수면무호흡증이 있을 것으로 보고 수면다원검사를 진행했다. 검사 결과 A 씨는 1시간에 평균 87회 호흡을 하지 않았다. 혈중산소포화도는 59%까지 떨어졌다. 각각 35회 이상이거나 75% 미만이라면 중증 수면무호흡증으로 규정한다. 젊은 뇌경색은 바로 이 수면무호흡증에서부터 시작됐다. 이 교수는 “매일 새벽마다 산소가 부족해지니 저산소증이 생겼고, 그때마다 혈압이 불안정하게 상승했으며, 그 결과 뇌경색이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50대 후반 여성 B 씨는 폐경 이후로 코를 심하게 곯았다. 남편이 불평을 늘어놨지만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던 중 목과 가슴 부위가 답답해지면서 속이 메스꺼운 증세가 나타났다. 위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런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얼마 후 왼쪽 어깨와 팔이 뻐근하게 아파 동네 의원에 갔다. 의사는 협심증일 수 있으니 심장혈관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검사 결과 관상동맥 2곳이 심하게 좁아져 있었다. B 씨 또한 수면다원검사에서 수면무호흡증이 확인됐다. 그는 1시간에 평균 78회 무호흡이 나타났고, 혈중산소포화도는 73%까지 떨어졌다. A 씨가 그랬듯 수면무호흡증이 B 씨의 협심증을 유발한 것이다. 두 사람 모두 양압기 치료를 받았다. 양압기는 기도가 막히는 것을 방지하는 의료 기기로, 잠을 잘 때 부착한다. 이 교수는 “두 사람 모두 양압기 치료와 함께 식이요법, 체중 조절 등을 병행한 덕분에 재발하지 않고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잠자다가 배우자를 때린다?60대 초반의 남성 C 씨는 평소에 깊은 잠을 자지 못했다. 꿈을 많이 꾼다고도 했다. 잠꼬대를 심하게 하는 편이었다. 손발을 허우적댈 때도 많았다. 심지어 가끔은 함께 자는 아내를 주먹으로 때리기도 했다. 단순한 불면증은 아닌 것 같았다. 검사 후 렘수면행동장애 진단이 떨어졌다. 렘수면은 하루에 3∼5회 반복된다. 이때 안구가 급속히 움직여서 렘(REM·Rapid Eye Movement)수면이라 부른다. 렘수면일 때의 뇌파는 깨어 있을 때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꿈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렘수면일 때 꿈을 더 자주 꾸는 건 아니다. 자꾸 깨기 때문에 꿈을 더 많이 기억할 뿐이다. 대체로 새벽으로 갈수록 렘수면 횟수가 많아진다. 일반적으로 잠을 자면 대뇌는 꿈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뇌를 제어한다. 뇌가 아무런 기능을 못 하니 격렬한 꿈을 꾸더라도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렘수면에 문제가 생기면 뇌가 제어받지 않고 작동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되면 C 씨처럼 잠을 자면서 꿈꾸는 행동을 실제로 옮긴다. 이것이 렘수면행동장애다. 렘수면행동장애를 방치하면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악화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 교수는 “고령이 되면서 뇌의 퇴행성 변화가 진행된 거라고 생각하면 크게 틀리지 않다”고 말했다. C 씨도 실제로 몇 년 후 파킨슨병에 걸렸다. 간혹 10대 후반에도 렘수면행동장애가 생긴다. 뇌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이 교수가 치료한 10대 후반 환자 중에서도 이런 사례가 있었다. 렘수면행동장애의 원인을 찾다가 뇌간에서 종양을 발견한 것. 이 경우 종양을 치료해야 렘수면행동장애가 사라진다. 심한 잠꼬대도 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치료법은 환자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너무 늦지 않게 병원을 찾는 게 좋다. ● 수면 리듬 깨지면 약도 안 들어10대 여학생 D 양은 새벽이 되어서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일찍 자려고 잠을 청해도 정신만 또렷해질 뿐이었다.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는 게 어려워졌다. 학교 가는 게 큰 고역이 돼 버렸다. 이 때문에 수면제도 먹어봤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D 양의 어머니도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아침마다 딸을 깨우느라 진이 다 빠졌다. 학교에 보내는 게 전쟁통이었다. 게다가 D 양은 주말이 되면 하루 종일 잠만 잤다. 학교에서도 책상에 엎드려 잠만 자는 것 같은데 확인하기 어려워 속만 끓여야 했다. D 양이나 어머니 모두 불면증으로 여겼다. 이 교수를 만나고 난 후에야 수면일주기장애라는 사실을 알았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수면 주기가 뒤로 밀린 것이다. 이 경우 수면제로는 해결할 수 없다. 수면 주기를 정상화하는 치료를 해야 한다. 집에서는 쉽지 않기에 5일 동안 입원해 치료했다. 이 교수는 D 양의 취침과 기상 시간을 모두 당겼다. 수면이 부족해지지 않고 일찍 잠들 수 있도록 멜라토닌 약물을 취침 2∼5시간 전에 투입했다. 원래 멜라토닌 호르몬은 잠이 들면 2∼3시간 만에 최고치에 이르고, 잠이 깰 때는 최저치로 떨어진다. 이 주기에 맞춰 인위적으로 멜라토닌을 공급한 것이다. 덕분에 D 양의 수면 주기는 어느 정도 정상 수준을 회복할 수 있었다. 지금은 오전 8시에 일어나고 새벽 한두 시에 자는 수면 리듬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교수는 “특히 학생들에서 이런 사례가 많다. 이를 피하려면 주중과 주말의 기상 시간 격차를 1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 잠을 보충한다며 주말에 몰아서 자면 수면 리듬은 더 망가진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잠자리에 들기 1시간 전부터 안대나 선글라스를 착용해 빛을 차단하는 게 멜라토닌의 분비와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바람이나 물 소리 같은 자연의 소리를 약하게 틀어놓는 것도 좋다. ● 다리 떨림이 불면증 유발40대 후반 여성 E 씨도 꽤 오랫동안 밤잠을 설쳤다. E 씨 또한 불면증이라 생각하고는 수면제를 먹었다. 처음에는 효과를 봤다. 약을 먹을 때는 잠이 밀려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잠을 설치기 시작했다. 항우울제까지 처방받았다. 이번에는 효과가 없었다. 이후 E 씨는 밤잠을 자기 위해 약의 용량을 늘려나갔다. 하지만 불면증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나중에야 원인을 알게 됐다. 바로 하지불안증후군. 잠들 무렵, 다리를 심하게 떨거나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가렵거나 찌릿찌릿한 증세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거나 자주 깨는 병이다.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는 원인은 다양하다. 대체로 도파민 호르몬의 균형이 흐트러지거나 철분 결핍 등이 원인일 때가 많다. 또는 다른 병이 원인이 돼 하지불안증후군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 원인을 해결해야 하지불안증후군은 개선된다. E 씨의 경우 혈액검사에서 철분 부족과 만성 빈혈이 확인됐다. 빈혈의 원인 질환을 파악하다 보니 자궁의 막이 과도하게 증식하는 자궁내막증도 발견됐다. 이 교수는 “E 씨에게는 주사를 통해 철분을 보충했더니 하지불안증후군도 저절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하지불안증후군은 생각보다 빨리 치료할 수 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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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식 식단에 스트레칭… 지방간-목디스크 모두 잡았다”[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정상 간이라면 지방의 비율은 5%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음주나 폭식, 비만 등으로 지방이 과도하게 낄 수 있다. 지방간이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조금 더 많다. 다만 그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그 대신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술보다는 비만이 지방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또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질환이 있으면 간에서 지방이 더 만들어지거나 덜 배출돼 지방간이 되기도 한다. 지방간은 50대 이후에 발병률이 특히 높지만 30, 40대에도 증가 곡선은 꽤 가파르다. 중년 언저리에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 중 하나란 뜻이다. 이처럼 중년을 위협하는 흔한 병은 또 있다. 바로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다. 목디스크 환자도 증가 추세다. 의사라고 해서 이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다. 간경화, 간암 등 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42)도 지방간에 목디스크까지 경험했다. 그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 잦은 야식과 간식, 17kg 불어성 교수의 현재 체중은 76kg이다. 체질량지수(BMI)는 정상 수준이다. 하지만 몇 년 전에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심한 비만이었다. 그는 2016년 전공의 과정을 모두 마친 후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연구에 몰입하느라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 쌓인 스트레스는 음식으로 풀었다. 간식에 야식까지 먹기 시작했다. 살이 찌기 시작했다. 전공의 때까지 76kg을 유지했던 체중이 85kg을 웃돌았다. 짧은 기간에 무려 9kg이 불어난 것.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와 전임의 과정을 밟았다. 새 일터에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체중부터 줄이기로 했다. 쉽지 않았다. 오히려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체중은 93kg까지 불어났다. 바지의 허리둘레는 33인치에서 38인치로 늘었다. 고도 비만에 가까운 몸이 돼 버린 것이다. 돌이켜보면 살찐 이유는 분명했다. 우선, 운동을 하지 못했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심적 여유도 없었다. 당시 그는 병원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업무가 끝나면 극도로 피곤해 집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져 잤다. 잠을 늦게 잘 때는 편의점에 들러 야식거리를 사 갔다. 치킨, 순댓국과 같은 고열량 야식을 즐겨 먹었다. 낮에도 간식을 즐겼다. 오전 회진을 마치면 컵라면을 먹었다. 그러고도 입이 심심하면 빵과 같은 간식을 먹었다. 회식도 많아졌다. 술을 많이 마셨고, 안주도 그만큼 많이 먹었다.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성 교수는 간 전문가다. 간 건강이 걱정됐다. 스스로 검사해 봤다. 간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지방간이 발견됐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아니었다.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운동 부족과 잦은 야식, 회식, 비만이 원인이었다. ● 식이요법으로 지방간 탈출그 무렵 피로감도 극심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마침 은평성모병원 개원 멤버로 2019년부터 1년 동안 파견 근무를 하게 됐다. 근무 환경이 바뀌는 시점.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성 교수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지방간을 없애려면 비만부터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간식이나 야식 등 과도한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그 대신 단백질이 많은 식품과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운동도 충분히 해야 한다. 성 교수 또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식이요법에 돌입했다. 우선 식습관부터 바꿨다. 그전에는 주로 편의점 음식을 먹었다. 먹는 시간도 불규칙했다. 이를 바꿔 밥과 국, 여러 반찬을 조금씩 담은 한식을 먹기 시작했다. 가급적 하루 세 끼, 규칙적 식사를 유지했다. 식욕을 조절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참았다. 밥은 밥공기의 3분의 2만 먹었다. 반찬은 덜 먹었다. 야식은 완전히 끊었다. 회식 자리도 줄였다. 회식에 가더라도 덜 먹었다. 간식의 유혹은 컸다. 이를 없애기 위해 성 교수는 채소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간식이 생각나면 연구실 냉장고에 있는 샐러드를 꺼내 먹었다. 이때도 열량이 높은 마요네즈 드레싱 대신 열량이 낮은 오리엔털 드레싱을 뿌려 먹었다. 식단을 조절한 결과, 체중이 쑥 줄었다. 그러더니 2020년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80kg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76kg까지 줄었다. ● 효과 유지하려면 운동 필수성 교수는 “음식 섭취를 줄인 덕분에 체중이 줄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초기에 체중을 줄였어도 지속적인 운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체중이 다시 증가한다는 것. 성 교수는 체중을 줄인 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주 2, 3회 퇴근 후 아파트 주변을 30분씩 달렸다. 병원에서 작은 산을 넘으면 그의 집이 나온다. 그는 매일 등산하는 마음으로 이 산을 넘어 출퇴근했다. 하루 30분씩 등산하는 효과를 본 것. 그는 아파트 7층에 산다. 집에 갈 때는 계단을 이용한다. 병원에서도 외래 진료실까지 항상 계단으로 오른다. 성 교수는 “계단 오르기는 유산소 운동이면서, 동시에 하체 근육을 강화해 주는 근력 운동”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성 교수는 2년째 이 운동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1년 전부터 체력이 달리는 걸 느꼈다. 체력 보강을 위해 성 교수는 추가로 집 근처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 운동량을 늘렸다. 가급적 주 4회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일단 헬스클럽에 가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20분씩 배분해 한다. 성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에 신경 쓸 것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다이어트를 할 때 근육도 같이 빠진다. 만약 근육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근육까지 같이 빠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성 교수는 지방간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물론 혈압이나 혈당 모두 지극히 정상이다. ● 지방간 사라지니 목디스크 와약 4개월 전, 왼쪽 팔이 찌릿찌릿해졌다. 엄지손가락에서 시작해 팔 전체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성 교수는 그 순간 목디스크임을 짐작했다. 사실 선배 의사에게서 거북목을 한 채로 진료를 본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었다. 게다가 진료실에서 환자는 늘 왼편에 있었다. 정면의 모니터를 응시하다 환자와 이야기할 때는 항상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아직 젊으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 증세는 더 심해졌다. 더 찌릿찌릿해졌다. 살을 에는 것처럼 통증의 강도도 커졌다. 성 교수는 “너무 아파서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성 교수는 외래 환자를 보던 중에 짬을 내 검사를 받았다. 예상했던 대로 목디스크였다. 다행스럽게도, 수술하지 않아도 자세 교정만 하면 증세가 좋아질 것이란 소견이 나왔다. 성 교수는 목디스크 치료를 위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시간만 나면 스트레칭을 했다. 요즘도 하루에 5회 이상, 10∼15분씩은 스트레칭을 한다. 4개월 동안 스트레칭을 했더니 통증과 찌릿찌릿함이 거의 사라졌다. 성 교수는 “지금은 일상 생활을 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다. 아주 가끔 약하게 증세가 나타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완치되지는 않았다. 성 교수는 “스트레칭을 하면 그 다음 날에는 확실히 증세가 약해진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거나 회식에서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증세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꾸준히 운동해야 목디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성 교수는 자주 하는 스트레칭 동작 3개를 추천했다. 틈날 때마다 자주 해 줄 것을 강조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4-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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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부 지옥’ 26년 만에 싹!… “이제야 사는 것 같아요”[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2016년 8월, 초등학교 체육 교사 손정원 씨(40)가 김정은 한양대병원 피부과 교수를 찾았다. 손 씨의 병명은 ‘중증 건선’. 10년 이상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치료는 쉽지 않았다. 오히려 점점 악화했다. 건선은 각질이 은백색 비늘 혹은 붉은색 발진 형태로 전신을 덮는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전체 인구의 1∼2% 정도에서 나타난다. 구체적 원인은 밝히지 못하고 있다. 면역세포인 T세포의 활동성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각질세포에 염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건선은 단순히 피부 질환으로만 그치지 않을 수 있다. 고혈압과 같은 대사 질환이나 류머티즘을 동반할 수도 있다. 외모로 인해 대인 관계에도 큰 지장을 초래해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건선=건성 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김 교수는 “요즘도 환자의 90%는 건성 피부가 심하면 건선이 되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다. 대체로 피부병이 빨갛고 각질이 돋아나기 때문에 구분하기 어려워 그러는 것 같다. 하지만 엄밀히 다른 질병”이라고 했다. ● 삶의 질 크게 떨어뜨리는 건선26년 전, 손 씨가 중학교 2학년 때였다. 손 씨는 풍진에 걸렸다. 얼굴과 몸에 발진이 나타났다. 치료를 받자, 발진은 곧 사라졌다. 하지만 얼마 후 좁쌀처럼 작은 발진들이 다시 올록볼록 튀어나왔다. 동네 의원에 갔더니 태열(胎熱)이라고 했다. 태열은 아토피피부염으로, 생후 6개월 미만의 영아들에게 주로 쓰는 병명이다. 의사는 약을 처방해 줬다. 별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 얼굴에서 시작한 발진은 팔과 몸통 쪽으로 번져 나갔다. 그제야 이상하다 싶어서 다른 피부과를 찾았다. 의사가 건선이라고 했다. 어린 손 씨는 물론 손 씨의 부모도 그때 건선이란 병을 처음 알았다. 사춘기 시절, 건선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손 씨의 경우 각질이 두꺼웠고, 각질이 하얀 딱지처럼 몸 여기저기를 덮었다. 친구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곁눈질로 쳐다봤다. 앞에서는 대놓고 뭐라 하지 않았지만, 뒤에서는 이렇게 수군댔다. “같이 있기 찜찜하다” “옮을 수 있으니 조심해라”. 그들의 대화 내용이 손 씨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픈 마음은 운동으로 달랬다. 다행히 운동하는 선배들은 손 씨의 피부를 놓고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어른이 된 후에도 늘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야 했다. 막 체육 교사가 됐을 무렵이었다. 피부에 좋다는 한 온천에 갔다. 정말로 그 온천이 건선 치료 효과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며칠은 해 봐야지’ 하는 생각에 며칠 후 다시 온천에 갔다. 업소 사장이 손 씨를 기억해 냈다. 그는 다른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낀다며 문 닫기 30분 전에 오면 따로 받아주겠다고 했다. 정중한 말투였지만 씁쓸하게 느껴졌다. 손 씨는 그날 이후로 온천에 가지 않았다.● 여러 병원 다녔지만 개선 안 돼처음 건선 진단을 받았을 때 손 씨는 연고를 받았다. 그 연고를 바르고 나니 각질이 사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건선 부위가 더 커졌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보인다. 이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비타민D를 섞어 쓰는데, 당시에는 스테로이드제만 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에는 두 성분을 하나로 합친 연고를 주로 쓴다. 손 씨는 서울의 큰 병원에서 치료받기로 했다. 하지만 수월하지 않았다. 새벽 기차를 타고 상경한 뒤 치료를 받고 지방으로 내려갔다. ‘광선치료’를 받아야 하지만 시간과 비용 문제로 받을 수 없었다. 광선치료는 자외선 중에서 특수 파장만 쏘아 건선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제대로 치료하지 못하다 보니 3년 동안 서울의 큰 대학병원에 다녔으면서도,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결국 손 씨는 대학병원 치료를 중단했다. 이어 알로에나 목초액을 바르는 식의 민간요법에 의존했다.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알로에는 보습에는 도움이 되지만 병의 악화를 막을 순 없다. 목초액은 오히려 병을 악화시킬 수 있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후 손 씨의 피부 상태는 더 나빠졌다. 손 씨는 다시 고향에 있는 개인 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광선치료도 받았다. 연고도 발랐고, 처방해준 약도 먹었다. 하지만 건선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서울로 근무지를 옮겼다. 서울에 있는 동네 의원을 다니다가 한양대병원으로 옮겼다. 이때 김 교수를 만났다. 이 무렵 건선은 얼굴은 물론 전신에 퍼져 있었다. 측정해 보니 체표면적의 35%를 건선이 덮고 있었다. 김 교수는 “중증도를 측정하는 평가에서 10점 이상이면 중증으로 보는데, 손 씨는 24점이 나왔다. 중증 중에서도 중증이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신약 사용 후 증세 급격하게 호전김 교수는 먹는 약, 바르는 약, 광선치료를 병행했다. 치료 후에는 증세가 호전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약효가 이어지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약효가 떨어졌고, 건선 부위는 다시 넓어졌다. 객관적 수치도 썩 좋지는 않았다. 일단 중증도 점수가 40점을 넘어섰다. 건선은 체표면적의 45%까지 넓어져 있었다.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인 셈. 이제 기존의 약물로는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하지만 대체할 약이 없는 건 아니었다. 중증 건선 환자에게 잘 듣는 신약이 있기는 했다. 생물학적 제제인데, 주사제 형태의 약물이었다. 문제는 비용이었다. 1회 주사를 맞는 데 200만 원이 넘게 들었다. 그러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 2017년 7월, 중증 건선 환자에게도 ‘산정특례제도’가 적용된 것이다. 산정특례제도는 암, 중증질환, 희귀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고가의 진료비를 줄여주는 제도다. 보통은 본인부담금의 10%만 낸다. 손 씨도 대상자로 선정됐다. 덕분에 20만 원으로 주사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눈에 띄게 건선 부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약도 얼마 후 효과가 좀 지체됐다. 2019년 4월, 생물학적 제제를 다른 걸로 바꿔 치료를 이어갔다. 2020년 12월에도 다시 약물을 바꿨다. 이런 식으로 신약 치료를 이어갔다.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건선이 다시 악화하지 않은 것이다. 꾸준히 증세가 개선됐고, 피부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 결과 중증도는 0.8점으로 줄었다. 건선이 체표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로 줄었다. 기적에 가까운 호전이었다. 김 교수는 “3개월마다 주사를 맞고, 바르는 약을 쓰고는 있지만 사실상 완치에 가깝다”고 말했다. ● “환자 성실함이 완치 비결”건선에서 해방된 요즘, 손 씨는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이 편하다. 일단, 버스나 전철과 같은 대중교통 수단을 눈치 보지 않고 탈 수 있다는 점이 너무 좋단다. 건선이 심할 때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이다. 아무리 더워도 소매가 짧은 옷은 입지 못했다. 팔을 모두 가리려면 땀에 찌들지언정 긴소매 옷만 입어야 했다. 이불도 깨끗해졌다. 손 씨는 “예전에는 잘 때 가려워서 나도 모르게 긁다 보니까 이불에 피가 묻곤 했는데, 그런 게 모두 사라졌다”고 말했다. 20년 넘게 고통을 겪다가 완치에 이른 비결이 무엇일까. 김 교수는 “환자인 손 씨가 성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토록 긴 시간을 꾸준히 치료한다는 게 쉽지 않다는 것. 게다가 산정특례 제도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을 갖춰야 한다. 특히 2주 이상 치료를 중단하면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치료를 한 번이라도 거르면 안 된다. 손 씨는 주변의 악조건을 이겨내고 이 조건을 충족시켰다. 손 씨는 가장 성공적이면서도 모범이 될 만한 치료 사례로 꼽힌다. 김 교수는 다른 환자를 진료할 때 손 씨를 참석시켜 경험담을 들려주도록 했다. 대한건선학회 수기 공모전에서 그의 투병 수기는 대상으로 선정됐다. 학회는 그의 치료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 홍보용으로 보급했다. 손 씨는 “조금이라도 나와 같은 환자들의 치료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손정원 씨 건선 투병일지1997년 건선 발병 사실 확인1997∼2001년 지방 의원에서 스테로이드 약 처방(초기 반짝 효과, 이후 악화하는 경향 반복)2001∼2003년 서울 A대학병원에서 건선 치료(큰 효과 보지 못하고 치료 중단) 2004∼2016년 지방 병원과 의원에서 간헐적 치료민간요법 치료도 시도했지만 효과 못 거둠2016년 8월 한양대병원 피부과 첫 치료건선 중증도 20점, 체표면의 35% 차지(먹는 약, 바르는 약, 광선치료 시작)2017년 1∼12월 기존 치료 반복, 효과 정체 보임(건선 중증도 40점 이상 체표면적 45% 이상)2017년 12월 생물학적 제제 신약 주사 치료 시작2019년 4월 생물학적 제제 1차 교체2020년 12월 생물학적 제제 2차 교체 2023년 12월(현재) 사실상 완치, 3개월마다 주사, 바르는 약 사용(건선 중증도 0.8점, 체표면적 1.0%로 급감)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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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황장애 미룰수록 치료 어려워져… “두려워 말고 맞서라”[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50대 여성 A 씨는 5층에 산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오른다. 언젠가부터 4층까지 오르면 심장이 두근거렸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점차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심장마비에 대한 두려움도 생겼다. ‘이러다가 죽는 거 아냐?’라는 생각도 했다. 꼬리에 꼬리를 물던 생각은 ‘아무도 내 시신을 찾지 못해 백골이 되어서야 발견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이어졌다. 이후 A 씨는 웬만하면 외출을 삼갔다. 50대 남성 B 씨는 얼마 전에 극심한 어지럼증을 느꼈다. 바닥이 천장으로 솟구쳤다. 사물의 경계가 뭉개졌다. 멀미와 구역질이 느껴졌다. 말도 어눌해진 것 같았다. B 씨는 뇌졸중(뇌중풍)이나 심장질환을 의심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검사 결과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후 증세가 천천히 사라지면서 B 씨는 예전의 몸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 A 씨와 B 씨가 보인 증세는 비슷하지만 병명은 다르다. 최수희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A 씨는 공황장애다. B 씨는 불안증일 수도 있고, 자율신경계 문제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모든 발작이 공황장애로 이어지진 않아 갑자기 심장이 빨리 뛰거나 어지럼증이 나타나며, 두통이 생기거나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는 것은 모두 ‘발작’ 증세다. 엄밀히 말하면 이런 반응 자체가 병은 아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게 되면 우리 몸이 취하는 정상적인 ‘전투태세’이기도 하다. 다만 그 정도가 심하면 잘 관찰해야 한다. 모든 발작이 공황장애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자. 13개의 발작 증세 가운데 4개 이상이 나타나고, 10분 이내에 최고조에 이르며, 30분 이내에 사라지면 공황과 관련된 ‘공황발작’이다. 공황발작은 증세가 지속되는 시간이 짧아 응급실에 도착하면 사라질 때가 종종 있다. ‘공황발작 자가진단표’를 참고하면 된다. 다른 병이 원인이 되어 공황발작과 유사한 형태의 발작이 나타날 수 있다. 최 교수는 “천식, 갑상샘(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 교감신경계가 지나치게 활성화해서 가슴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의 발작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에 따르면 우울증도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생겼을 때도 공황발작과 유사한 발작이 일어난다. 다만 이 경우에는 감염, 눈물이나 땀 마름, 기립성 저혈압 등이 동반한다. 따라서 공황발작인지, 다른 질병에 의한 발작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 ● 공황장애 핵심은 ‘가짜에 대한 두려움’공황발작이 나타났다고 해서 곧바로 공황장애 진단을 받는 건 아니다. 공황발작이 한 달 이상 반복적으로 나타나면 공황장애로 진단한다. 최 교수는 “발작도 문제지만, 발작이 생길까 봐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다가 결국에는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질병”이라고 정의했다. 최 교수는 곰을 만난 상황을 예로 들었다. 이 경우 심장이 뛰는 건 당연하다. 그것은 전투태세를 갖추라는 뇌의 정상적인 경고음이다. 하지만 곰을 만나지 않았고, 만날 가능성이 없는데도, 곰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심장 박동이 치솟는다면? 그것이 바로 공황발작이다. 일어나지도 않은 ‘가짜’ 현실에 대해 경고음이 울린 것. 최 교수는 “이처럼 경고음 장치가 고장 나 두려움을 느끼는 게 공황장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 두려움과 공포는 행동을 위축시키고 변화시킨다. 그 결과 일상생활을 어렵게 한다. 이를테면 지하철에서 질식할 것 같은 공황발작을 여러 번 했다면 지하철 탑승을 꺼리게 되고, 나중에는 ‘지하철을 타면 죽어’라고 생각하며 공포에 빠진다. A 씨가 외출을 삼가고 자신을 방 안에 스스로 가둔 것도 같은 이유다. 반면 B 씨는 점차 증세가 개선됐고, 발작이 반복되지 않았기에 공포나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따라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지 않은 것이다. 최 교수는 “공황장애 환자의 상당수가 광장공포증에 빠진다”고 말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곳에 섣불리 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발작이 일어나는 상황이 창피해서 그럴 수도 있고, 쓰러진 자신을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해 죽을지 모른다고 생각해서일 수도 있다. 이들은 영화관이나 콘서트장에 가도 언제든 빠져나올 수 있는 맨 바깥 자리에만 앉는다. 이런 상태인지라 직장생활이나 사회생활이 무척 어려워진다. ● 공황장애를 유발하는 요소들한때 연예인들이 이 병에 많이 걸렸기에 ‘연예인 병’이라 여겨졌다. 전혀 그렇지 않다. 일반적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병에 걸릴 수 있다. 다만 20대와 30대의 젊은층, 40대의 중년 초반에 많이 발병하는 편이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다. 왜 공황장애에 걸리는지, 공황발작은 어떤 상황에서 발생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 다만 공황발작이 일어나기 전에 극심한 스트레스와 만성피로를 경험한 비율이 70%를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 만큼 스트레스와 피로에 대한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술은 공황장애 위험을 높인다. 알코올이 뇌 기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술 먹으면 목소리가 커지니까 뇌가 활발히 활동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경고음 장치가 고장 나기 쉬운 환경이 된다”고 말했다. 그런 환경에서 잠을 못 자거나 초조한 순간, 스트레스가 커지는 상황에 맞닥뜨리면 공황발작이 일어난다. 1회 발생하면 반복될 가능성은 커져서 공황장애로 악화할 확률이 높다. 다이어트약을 먹을 때도 신중해야 한다. 이런 약물이 교감신경계를 지나치게 활성화하면서 발작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약물을 끊었을 때 발작 증세가 사라진다면 불안증에 더 가깝다. 그래도 증세가 계속된다면 이미 공황장애로 악화했다고 볼 수 있다. 신경안정제를 먹다가 끊을 때도 금단 증세와 함께 비슷한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이럴 경우 의사와 상의하는 게 좋다. 카페인 함량이 높은 음료를 자주, 많이 마실 때도 똑같은 이유로 공황발작이 생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집중력을 높이거나 살을 빼겠다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치료제를 남용할 때도 뇌에 영향을 미쳐 공황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최 교수는 “불필요한 음식이나 약물은 무조건 피해야 공황장애의 발생 위험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치료는 어떻게 하나약물 치료가 일반적이다. 대체로 한두 달 이내에 효과가 나타난다. 다만 이후로도 6개월 정도는 용량을 낮춰서 약을 먹어야 한다. 최 교수는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주는 약을 계속 먹지 않으면 재발할 수 있다. 증세가 심했다면 약 복용 기간은 1년 내외로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약물치료 외에 인지행동치료도 함께 한다. ‘가짜’에 대한 두려움이 병의 원인이란 점을 환자 스스로 인식하게 하고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방법이다. A 씨에게도 이 치료가 꽤 도움이 됐다. A 씨는 계단 오를 때 발작이 일어나자, 그 후로 ‘계단 오르기=심장마비’라는 식으로 왜곡되게 인지했다. 급기야 외출을 포기했다. 최 교수는 A 씨에게 △평소에도 활동하면 심장 박동수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 △계단 오를 때 심장마비로 사망할 확률이 지극히 낮다는 점을 일깨워 줬다. 또 의료진이 함께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오르면서 A 씨가 불필요한 걱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치도록 했다. 이런 훈련을 통해 A 씨는 두려움과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공황장애 탈출의 계기가 만들어진 것. 최 교수는 “공황장애 환자의 30%가 치료 후에 확실히 좋아진다. 나빠지는 확률은 10%가 안 된다”고 말했다. 공황장애의 경우 경증이냐 중증이냐를 구분하는 것도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방치한 기간이 길면 치료 기간도 그만큼 길어진다는 점이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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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뇌혈관 기형 수술 후 제2인생… 모든 일이 ‘술술’[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2021년 2월, 이태현 씨(51)는 A병원 응급실에서 눈을 떴다. 몸은 병상에 묶여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도통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기억을 되짚으려 애썼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가족에게 물었다. 방 여러 곳에 구토한 뒤 화장실에서 기절했다고 한다. 가족이 119에 전화를 걸었고, 병원에 실려 왔다. 이 씨는 병원에서도 난동을 부리고 고함을 질러댔다. 이 때문에 묶어 놓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사흘째 이런 상태로 지냈다. 정신이 든 후에는 일반 병실로 옮겼다. A병원 의사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머리에 달걀노른자 크기의 ‘혹’이 있다고 했다. 핏덩어리처럼 보이는데, 크게 문제 되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일단 시간을 두고 관찰하자고 했다. 일단 의사는 한 달 치 약을 처방해 줬다.●“전혀 다른 사람이 돼 버렸다”약을 먹으니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의사 진단이 맞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약이 동난 후부터 이 씨의 성격이 변하기 시작했다. 주변 사람들로부터 “옛날 같지 않게 화를 많이 낸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나중에 이 씨의 뇌 수술을 집도한 이원재 삼성서울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의사가 뇌를 안정시키는 약물을 처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 경우 증세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 자신도 화를 자주 내고 괴팍해졌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인지했다. 술을 마실 때 더 심했다. 다른 사람들과의 술자리에서 툭하면 화를 냈다. 욕설을 퍼붓고 시비를 걸었다. 결국 싸움으로 이어졌다. 이런 일이 반복되자 사람들과 멀어졌다. 몇몇 고교 동창생과는 의절하기까지 했다. 주변 사람들과 싸우는 일이 잦아지자, 이 씨의 형이 술자리에 늘 동석했다. 싸움이 생기면 형이 말렸다. 이 씨는 반도체 장비를 개발하는 회사에서 근무했었다. 경력을 살려 2022년 7월에는 한 기업 연구부장으로 재취업했다. 업무 스트레스는 컸다. 입사할 때의 계약 조건은 지켜지지 않았다. 근무 환경은 열악했다. 매일 소주 두 병을 마셨다. 술을 마시면 사장에게 문자로 욕설을 퍼부었다. 다음 날 ‘왜 그랬지?’라며 후회했지만, 다시 술이 들어가면 본심을 숨길 수 없어 욕설 문자를 보냈다. 점차 사회생활이 어려워지는 지경에 이르고 있었다. ●“혈관종, 진단 어려운 병”이 씨가 여러 병원에 다니다 삼성서울병원에 왔을 때는 이미 정서적으로 심각한 상태였다. 이 교수는 “충동 조절이 안 되고 있었다. 과장된 말투에다, 말하는 속도가 무척 빨랐으며, 묻기 전에 대답부터 했고, 잘 흥분했었다”고 말했다. 나중에야 알았다. 뇌의 혈관 기형인 ‘해면상 혈관종’이 원인이란 사실을 말이다. 해면상 혈관종은 기형적으로 자라던 뇌의 모세혈관이 터져서 생긴 덩어리다. 구멍이 숭숭 뚫린 벌집 모양(해면)과 같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줄여서 혈관종이라고도 부른다. 뇌 동맥과 정맥 사이에 비정상 혈관이 자라나는 ‘뇌동정맥 기형’과 비슷하지만 다른 병이다. 언뜻 보기에는 혹과 같아서 뇌종양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과거에는 혈관종을 뇌종양의 한 종류로 구분하기도 했다. 혈관종이 생기는 이유는 아직 확실히 규명되지 않았다. 대체로 30대와 40대에서 많이 발생한다. 이 씨 또한 49세에 처음 혈관이 터져 출혈이 발생했다. 발작 증세도 동반됐다. 다만 혈관 기형이 있다고 해서 모두 혈관종으로 악화하지는 않는다. 이 교수는 “기형 혈관이 있는 10명 중 1명꼴로 혈관이 파열하며 9명 정도는 무증상으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에는 2∼3년마다 혈관 상태를 확인한다. 사실 발작 증세가 나타나도 혈관종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 씨가 그런 사례다. 이미 혈관이 터진 상태였지만 A병원 의사는 심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듬해인 2022년 11월, 2차 출혈이 일어났다. 당시 B병원은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다. 그 사이에 혹이 더 커져 있었다. 의료진은 뇌종양 혹은 기생충 감염으로 판단했다. 이번에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셈이다. B병원 의료진은 수술하자고 했지만, 이 씨는 의료진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그 후로 증세는 더욱 악화했다. 구토하고 온몸에 힘이 빠질 때가 많아졌다. 앉아 있을 힘도 없어 드러눕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이 구급차를 불렀다. 응급실을 수시로 드나들게 됐다. ● 수술 성공 후 옛 인상-성격 회복올해 1월 찾아간 C병원 의사도 뇌종양 같다며 수술하자고 했다. B병원 의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판단한 이 씨는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삼성서울병원으로 갔다. 그때 이 교수를 만났다. 이 씨는 “이 교수가 진료 기록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30여 분 동안 충분히 설명했다. 뇌종양인지, 혈관종인지는 명확하지 않아 수술해 봐야 알 수 있다고 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신뢰가 가더라”고 말했다. 2월 수술대에 올랐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을 시작했다. 흉터가 보이지 않도록 머리 윗부분을 절개했다. 이마뼈와 뇌를 둘러싼 뇌막을 절개했다. 반복적으로 출혈이 일어나는 혈관종을 제거했다. 혈관종 때문에 뇌부종도 생긴 상태였다. 부어오른 주변 조직까지 들어냈다. 4시간이 걸리는 수술이었다. 3일 정도가 흘렀다. 날카롭고 뚝뚝 끊어지던 이 씨의 말투가 부드럽게 변했다. 성난 것처럼 잔뜩 찌푸렸던 인상도 온화해졌다. 이 교수는 “사실 더 악화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완벽하게 예전 상태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이 씨의 성격이 난폭하게 변한 것은 혈관종이 인접한 전두엽(이마엽)을 손상시켰기 때문이다. 대뇌 앞쪽에 있는 전두엽은 기억, 사고, 감정, 운동 등의 능력을 관장한다. 구토, 실신, 무기력 등의 발작 증세가 나타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만약 혈관종이 뇌 신경세포가 척수로 가는 통로인 뇌간에 발생했다면 두통, 마비, 저림, 복시 등의 증세가 많이 나타난다. 이 씨의 경우 혈관종이 상당히 컸던 게 증세를 더욱 악화시켰다. 보통 1mm 정도면 관찰만 한다. 이 씨의 경우 혈관종은 점점 커져 3cm를 넘었고, 삼성서울병원 진료를 받을 무렵에는 5cm까지 커져 있었다. 당장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던 것. 이 교수는 “만약 그 상태에서 출혈이 다시 발생했다면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 새로 얻은 인생, 다시 바빠진 일상요즘 이 씨는 그 어느 때보다 바쁘다. 일단 이미 벌여 놓았던 사업들을 추스르고 있다. 혈관종이 생기기 전에 골프, 스키, 스킨스쿠버를 가르치는 레저 사업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점휴업 상태가 돼 버렸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차분했던 과거로 돌아갔다. 이 씨는 “나 자신도 믿기지 않을 정도다”라고 했다. 이 씨는 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주말에 외국인에게 스키를 가르친다. 점차 사업이 궤도에 오르는 것을 느낀다. 평일에는 보험회사에서 기업들을 상대로 자산관리 상담을 하고 있다. 새롭게 연기에도 도전했다. 최근까지 연기 수업을 받았고, 지금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고 있다.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방송 프로그램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며 웃었다. 이 씨가 여러 병원 중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선택해 수술받은 이유가 궁금해졌다. 이 씨는 ‘신뢰’를 강조했다. 이 씨는 “다른 병원에서는 자세한 설명 없이 수술 날짜만 정하자고 했다. 환자는 돈벌이 대상이 아닌데, 자꾸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교수가 환자 편에서 꼼꼼히 봐 줬기에 신뢰가 간 것”이라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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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일 새벽 1시간 이상 달리는 의사…“체력-건강 모두 OK∼”[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김향경 이대목동병원 혈관이식외과 교수(46)는 매일 오전 5시 반 이전에 집을 나선다. 병원에 출근하면 대략 6시 정도.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병원 앞으로 흐르는 안양천 산책길로 간다. 스트레칭부터 하고 나서, 달리기 시작한다. 10∼13㎞의 거리를 약 1시간∼1시간 반에 걸쳐 달린다. 김 교수가 이대목동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긴 지 약 1년이 됐다. 이 기간에 달리기를 거른 날은 단 며칠에 불과하다. 가랑비쯤이야 아랑곳하지 않는다. 겨울에도 폭설로 달리기 불가능한 날만 빼고는 웬만하면 달린다. 이처럼 달리기는 그에게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이 돼 버렸다. 사실 김 교수는 원래부터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활동적이지도 않았다. 주로 앉아서 음악을 듣는 식이었다. 그랬던 그가 어쩌다 달리기의 매력에 푹 빠진 걸까. ●‘의사 체력’ 키우려고 달리기 시작의대 본과 4학년 때였다. 의사 국시를 앞두고 있던 시점에 달리기를 시작했다.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던 그가 처음 자발적으로 운동에 입문한 것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김 교수는 “외과 분야에서 일할 계획이었다. 외과 의사가 되려면 무엇보다 체력이 중요했다. 그러니까 내 미래를 위해 운동을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헬스클럽에서 매일 운동했다. 트레드밀(러닝머신) 위에서 10㎞는 꼭 달렸다. 근력 운동도 했다. 스스로 조금 벅차다는 생각이 들 정도까지 운동 강도를 높였다. 인턴이 되자 운동을 할 시간적·정신적 여유가 싹 사라졌다. 다행히 앞선 1년 동안 고강도로 운동했던 게 체력적으로 조금은 도움이 됐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체력이 바닥을 드러냈다. 여전히 운동을 할 여유는 없었다. 운동은 전공의 3년째로 접어들 무렵 다시 할 수 있었다. 시간 날 때 해 두자는 심정으로 2년 동안 다시 고강도 운동을 했다. 덕분에 나중에 전임의 과정 때 운동을 전혀 하지 못했지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김 교수는 “전임의 때는 1년에 365일 당직을 선다고 말할 정도로 바빴다. 체력이 약했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최소한 1년 이상 꾸준히, 높은 강도로 운동하면 그 효과가 1∼3년 정도는 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2010년 전임의 과정을 끝냈다. 비로소 살짝 여유가 생겼다. 김 교수는 다시 운동부터 시작했다. 이처럼 언제부턴가 김 교수는 운동 없이 살 수 없는 사람으로 바뀌어 있었다. ● 재미 느낄 수 있는 운동에 도전김 교수는 그전까지 헬스클럽에서 운동했다. 장비를 사용해 근력 운동을 했고, 트레드밀 위에서만 달렸다. 체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운동이라지만 사실 지루했다. 운동을 더 오래하기 위해서라도 흥미를 느낄 수 있는 종목을 찾아야 했다. 당시에 근무하던 병원 앞에 검도 체육관이 있었다. 운동 효과를 충분히 보면서도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검도를 배우기 시작했다. 훈련은 매주 2회. 출근하기 전에 검도 체육관으로 향했다. 이후 2∼3년 동안 김 교수는 검도를 충분히 즐겼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수영도 시작했다. 수영은 주로 퇴근한 후에 했다.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자 스쿠버다이빙도 배웠다. 하지만 얼마 후 수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수영장 물에 들어 있는 소독약에 피부 알레르기 반응이 생기면서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기 때문이다. 수영을 관두고 나서는 헬스클럽을 다시 다녔다. 실내 자전거를 빠른 속도로 타는 ‘스피닝’에 입문했다. 실내 자전거를 타다 보니 ‘진짜’ 자전거에 끌렸다. 자전거를 장만했다. 주말에는 야외에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붙고 나서는 서울 근교로 자주 라이딩을 떠났다. 강원 춘천까지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도 했다. 자전거를 타고 여러 지역을 다니다 보니 산에도 눈이 갔다. 주말 등산을 시작했다. 이후 수도권에 있는 여러 산에 올랐다. 여러 레저를 즐기느라 주말은 거의 야외에서 지냈다. 김 교수는 “솔직히 처음에는 싫었다. 운동마니아인 남편에게 끌려가다시피 해서 시작했다”라고 했다. 김 교수 자신은 평일 근무가 고돼서 주말에는 밀린 잠을 자고 싶었다는 것. 김 교수는 “그래도 남편 덕분에 운동 습관을 들이게 됐으니, 결과적으로는 고마운 일”이라며 웃었다. ● 코로나19 이후 야외 달리기 시작주중 헬스클럽, 주말 야외 레저를 즐기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2021년 2월, 다니던 헬스클럽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 평일 달리기를 할 수 없게 됐다. 그토록 오랫동안 했던 달리기를 할 수 없으니, 몸이 근질거렸다. 겨울이라 춥긴 했지만, 밖에서라도 달려 보기로 했다. 따로 시간을 낼 수는 없어 출퇴근 시간을 이용하기로 했다. 집에서 당시 근무하던 병원까지의 거리는 약 8㎞였다. 김 교수는 오전 5시경에 일어나서 달리기 시작했다. 출근길이 그에게는 첫 야외 달리기였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내내 달릴 수 없었다. 달리다가 걷기를 반복했다. 간신히 병원에 도착하면 숨을 헐떡거렸다. 김 교수는 자신이 ‘저질 체력’이라고 생각했다. 첫날 출근 달리기는 약 1시간 10분이 걸렸다. 이후로 체력이 좋아지면서 시간이 단축됐다. 폭우나 폭설이 내리지 않는 한 출퇴근 달리기를 고수했다. 주말을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매일 왕복 16㎞를 달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야외 달리기가 새로운 운동 습관으로 정착한 셈이다. 막상 밖에서 달려보니 실내 달리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이 느껴졌다. 김 교수는 “헬스클럽에서 달릴 때는 왠지 쳇바퀴를 도는 다람쥐처럼 느껴졌는데, 야외에서는 생동감이 확 와닿았다”고 말했다.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고, 맞바람과 산들바람이 있었다. 태양이 한강 위로 솟아오르는 광경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한 해에만 3700㎞ 정도를 달렸다. 올해 초 새 일터가 된 이대목동병원은 집에서 너무 멀어 출퇴근 달리기가 불가능했다. 그 대신 새벽에 출근해 병원 앞 안양천 산책로를 달린 것이다. 올해는 현재까지 3500㎞에 가까운 거리를 달렸다. ● 달리기 효과 좋아… 평생 계속할 것달리기 시작하고 2년 동안은 힘이 들었다고 한다. 매일 달리는데도 체력이 좋아지지 않았다. 맥박 수는 높았고, 숨이 찼다. 야외 달리기가 재미있었기에 포기하지 않았을 뿐,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올해 건강검진에서 그 이유를 알게 됐다. 빈혈이 있었던 것. 이후 6개월 동안 철분제를 먹었더니 빈혈은 사라졌다. 달리기 덕분에 병을 찾아 고치게 된 셈이다. 약 3년 동안 달리다 보니 몸 여기저기에서 삐걱대는 소리도 들렸다. 한때 족저근막염으로 고생했다. 넘어지지도 않았는데 엉덩관절(고관절) 부위가 아팠다. 뛰기만 하면 무릎 주변이 아프기도 했다. 관절 걱정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근육통이었다. 그제야 김 교수는 스트레칭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 평소 시간 날 때마다 10여 분씩 하체를 풀어준다. 달리기 전에도 최소한 5분 정도는 충분히 몸을 풀어준다. 덕분에 요즘에는 부상 없이 달리기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김 교수는 지난해에만 10㎞ 혹은 하프 코스 마라톤대회에 20회 이상 참가했다. 처음으로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해 완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내년 서울국제마라톤대회 풀코스에도 도전한다. 달리기의 이점이 뭘까. 김 교수는 “확실한 점은, 건강해졌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회진을 돌 때나 계단을 오를 때 다른 사람들은 헉헉대는데, 자신은 멀쩡하단다. 게다가 예전에는 예민해서 장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고, 불면증이 있었는데, 그런 증세가 모두 사라졌다. 김 교수는 “복잡한 생각을 비우고 몸의 감각에 집중하면서 달리다 보면 저절로 모든 게 정리된다”며 웃었다. 김 교수는 또 “달리기는 혈관 건강에도 좋다. 어르신들에게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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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동작 8개만 따라하면 무릎 통증 “싹∼”[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축구, 농구처럼 격한 운동을 하던 중 무릎에서 ‘뚝’ 하는 느낌이 들면서 통증이 생기면 십자인대 파열일 확률이 높다. 무릎 관절이 꺾이거나 뒤틀릴 때, 상대방과 충돌했을 때, 혹은 높이 뛰었다가 착지를 잘못할 때 발생한다. 인대가 약간만 손상됐다면 냉찜질하면서 충분히 쉬면 괜찮아진다. 하지만 심하게 파열됐다면 수술이 필요하다. 이 정도의 부상이라면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기 때문에 바로 병원에 간다. 반면 걷기나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산과 같은 운동을 할 때는 무릎이 아파도 그냥 넘겨버리는 사람들이 많다. 장기모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스포츠의학센터 센터장)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면 근육통과 염증이 만성화해 큰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 평소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릎 통증 부위 따라 질병 달라튀어나온 무릎 부위 자체가 아프면 단순한 근육통은 아니다. 일단 운동을 중단하고 상태를 지켜봐야 한다. 3∼4일 후에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관절 이상을 의심해야 한다. 무릎 위 뼈와 아래 뼈가 만나는 지점, 그러니까 손으로 만졌을 때 살짝 오목하게 들어간 부위가 아프다면 연골판 손상일 가능성이 있다. 연골판은 관절을 보호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계단을 내려가거나 하산할 때 통증이 더 심해진다. 이런 경우 정확한 검사를 받는 게 좋다. 장 교수는 “40대 이후를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해 보면 20∼30%에서 연골판 파열이 발견된다”며 “심각하지 않다면 수술보다는 재활 치료가 원칙”이라고 했다.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도록 연골판을 보존하면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는 것. 증세를 완화하고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먹으면서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치료를 병행한다. 운동을 오래 했을 때 반복적으로 무릎 바깥쪽이 아플 때가 있다. 이런 증세는 허벅지 옆을 따라 내려온 인대(장경인대)가 무릎뼈와 마찰해 염증을 일으키면서 발생한다. 이를 장경인대 증후군이라고 한다. 운동을 끝낸 후 냉찜질을 해 주고 소염제를 먹도록 한다. 무릎이 접히는 곳 안쪽이 아플 때는 쭈그려 앉아 보면 질병을 구별할 수 있다. 이때 통증이 있다면 연골판 손상일 확률이 높다. 통증이 없다면 힘줄 부위 염증이 원인일 수 있다. 힘줄 염증의 경우 쉬면서 소염제를 복용한다. 이런 염증은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방치하면 만성화할 수 있다. 따라서 증세가 3일 이상 지속된다면 이 또한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무릎보다는 무릎 주변, 그러니까 허벅지나 종아리 쪽이 아프다면 근육통일 확률이 높다.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없다가 움직이면 해당 부위가 자극받아 통증이 나타난다. 스트레칭을 할 때도 통증이 나타나는데, 대부분 1∼2일 쉬면 사라진다. ● 관절염에 좋은 근력 운동만성 관절염 환자, 혹은 연골이 다 닳은 고령자의 경우 운동을 해서는 안 되는 것일까. 장 교수는 “아니다. 무릎을 안 쓰면 오히려 더 굳어 버린다. 그 경우 일상생활 자체가 불가능해진다”고 말했다. 계단을 오르려면 무릎을 90도, 욕조에 들어가려면 120도를 구부려야 하는데, 관절을 쓰지 않다 보면 이게 어려워진다는 것. 장 교수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관절염 환자일수록 무릎 주변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릎이 약하니 주변 근육을 강화해서 그 기능을 보강해 줘야 한다는 것. 장 교수는 만성 관절염 환자들에게 좋은 무릎 운동 네 가지를 추천했다. 대체로 무릎에 하중이 가해지지 않도록 누워서 하는 동작이 많다. 이 운동은 관절 환자가 아닌 사람이 해도 근력 강화에 도움을 준다. 발목에 고무 밴드를 차고 하면 운동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다음 동작들은 가능하다면 매일 5회 이상 해 주는 게 좋다. ①천장을 보고 누운 상태에서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린 채로 10초 정도 버틴다. 이때 무릎을 구부리면 안 된다. 동작이 제대로 됐다면 앞쪽 허벅지에 힘이 들어간다. 3세트를 마친 후 반대쪽 다리로 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②옆으로 누워서 발을 들어 올린다. 운동하는 방법은 ①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발을 높이 들어 올리기보다 오래 버티는 게 중요하다. 보통 30∼45도 정도만 들어 올리면 된다. 허벅지 옆쪽 근육이 강화된다. ③엎드려서 같은 방식으로 운동한다. 특히 발을 들어 올릴 때 무릎을 구부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허벅지 뒤쪽 근육(햄스트링)이 강해진다. ④벽에 등을 댄 채로 스쾃 자세를 취한다. 관절 환자들은 무릎을 90도까지 구부려선 안 된다. 50도를 넘어서지 않도록, 약간은 엉거주춤한 정도까지만 무릎을 구부린다. 2, 3초 그 상태로 있다가 무릎을 편다. 10∼15회씩 3세트를 반복한다. ● 운동 끝나면 꼭 해야 할 스트레칭무릎 부상을 방지하려면 평소에 운동을 끝낸 후 10∼15분 동안 냉찜질을 해 주는 게 좋다. 염증을 완화하고 흥분된 근육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다만 너무 오래 하면 혈관이 수축하고 조직 회복력이 떨어진다. 온찜질은 평소에 하거나 운동 전에 10분 정도 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하면 뻣뻣한 관절이 유연해진다. 장 교수는 특히 스트레칭을 강조했다. 운동 후 스트레칭 요령만 제대로 알고 따라 해도 만성 무릎 병을 관리할 수 있다는 것. 장 교수는 “날씨가 추울수록 스트레칭 시간과 양을 늘려주는 게 무릎 관절 보호에 좋다. 다만 이 스트레칭은 관절염 환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⑤벽을 향해 옆으로 눕는다. 위쪽 발을 손으로 잡은 뒤 당기면서 누른다. 그 상태로 10∼15초 멈춘다. 3세트를 반복한다. 이어 좌우를 바꿔 같은 요령으로 반복한다. 앞쪽 허벅지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⑥발을 쭉 펴고 앉는다. 오른손으로 오른 엄지발가락을 잡고 상체를 앞으로 숙인다. 이때 무릎이 굽혀지지 않도록 왼손으로 오른 무릎을 꾹 누른다. 10∼15초 유지한다. 3세트 반복. 다음에는 좌우를 바꿔 반복한다. 뒤쪽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⑦천장을 보고 눕는다. 왼발을 천장 쪽으로 들어 올린 후, 다리를 양손으로 붙잡는다. 그 상태에서 왼발을 지면과 평행하게 구부린다. 가급적 천천히 동작을 반복한다. 10∼15 회씩 3세트를 반복한 뒤 발을 바꿔 시행한다. 앞쪽 허벅지 근육을 키우면서 동시에 스트레칭 효과를 얻는 동작이다. 무릎에 통증이 있을 때 효과가 좋다. ⑧어깨보다 조금 넓은 폭으로 벽을 짚고 선다. 이어 오른발을 왼발 뒤쪽으로 꼰다. 오른쪽 엉덩이가 삐죽 튀어나오는 느낌으로 골반 부위만 밀어준다. 그 상태로 10∼15초 유지한 뒤 3세트를 반복한다. 이어 좌우를 바꿔 시행한다. 튀어나온 부위인 골반에서부터 허벅지, 무릎, 종아리의 옆쪽이 이완된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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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술 2회-항암 치료 24회 견디고 대장암-간 전이 모두 완치[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최희원 씨(47)가 30대 후반이던 10년 전. 어느 날 만난 지인이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인다”고 했다. 당시 최 씨는 다이어트 중이었다. 실제로 체중이 짧은 시간에 5kg이 빠졌다. 최 씨는 다이어트가 효과를 본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무렵부터 배가 자주 아팠다. 동네 의원에 갔다. 장염 같다며 약을 처방해 줬다. 약효는 없었다. 시간이 좀 흐르면 저절로 증세가 사라졌을 뿐이다. 그러니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드문드문 의원에 갔고, 그때마다 장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얼마 후에는 화장실에 들어가도 제대로 용변을 보지 못했다. 결혼하기 전부터 있었던 변비 증세가 심해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변비 증세는 갈수록 심해졌다. 갑자기 체중이 빠진 것이나 변비가 심해진 것은 모두 대장암으로 인해 나타난 증세였다. 하지만 동네 의원 의사도, 최 씨도 대장암일 수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 ● 대장암 수술 후 항암 치료 돌입어느 날 변에 피가 섞여 나왔다. 그 무렵부터 복통의 강도도 심해졌다. 배가 끊어지는 느낌이었다. 제대로 숨도 쉬지 못할 정도였다. 그제야 최 씨는 서늘한 기분이 들었다. 최 씨의 대장암 수술을 집도한 이윤석 서울성모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당시 인천성모병원 교수)는 “심한 변비, 혈변, 통증이 나타난다면 암이 이미 상당히 진행된 것이다. 최 씨의 경우 이런 증세가 나타나기 1, 2년 전에 이미 대장암에 걸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 씨는 “암은 나이 들어서야 생기는 걸로만 알았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대장암에 걸렸다고 생각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이 교수 또한 “맞는 이야기다. 최근 들어 젊은 환자가 증가했지만 10년 전까지만 해도 대장암은 60대 이후에 주로 걸렸다”고 설명했다. 최 씨는 집에서 가까운 인천성모병원으로 갔다. 최 씨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림프샘으로 전이된 대장암 3기 진단이 떨어졌다. 서둘러 수술해야 하는 상황. 이 교수가 수술을 집도하기로 했다(이 교수는 나중에 서울성모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2013년 8월, 최 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이 교수는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은 3시간 정도 소요됐다. 암은 대장의 중간 부위인 결장에 있었다. 이 부위를 제거하고 대장의 위와 아래쪽을 연결하는 수술이었다. 대장과 연결된 림프샘도 절제했다. 수술은 잘 끝났다. 암은 완벽하게 제거된 것 같았다. 혹시 남아있을지 모르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한 항암 치료에 돌입했다. 항암 치료는 2주마다 한 번씩, 꼬박 6개월 동안 12회에 걸쳐 진행됐다. ● 대장암 이겨내니 간에 전이이제 모든 치료가 끝났나 싶었다. 안심하려던 찰나, 최 씨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다. 항암 치료를 끝내고 4개월 후였다. 몸 상태를 살피기 위해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를 했는데, 간에서 암이 발견됐다. 대장암이 간으로 전이된 것이다. 암이 원격 전이됐기에 병기는 대장암 3기에서 대장암 4기로 조정됐다. 이 교수는 “3기 대장암의 경우 수술을 끝낸 후 1, 2년 이내에 전이가 생기는 확률은 30∼40% 정도”라고 했다. 60∼70%는 재발하지 않고 완치한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최 씨는 행운보다는 불운에 더 가까운 사례인 셈이다. 최 씨는 “젊은 나이에 암이 생겨서 전이가 생긴 게 아닐까, 그래서 내가 죽는 게 아닐까,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간으로 전이된 암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에 돌입했다. 수술에 앞서 선행 항암 치료를 3회 진행했다. 이어 암이 있는 간의 오른쪽 부위를 제거하는 간 절제 수술을 시행했다. 4, 5시간이 소요된 큰 수술이었다. 이번에도 수술은 잘 끝났다. 다시 항암 치료가 이어졌다. 추가로 9회의 항암 치료를 마쳤다. 그 후로 5년이 지났다. 2019년 9월, 대장과 간에서 암세포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비로소 최 씨는 완치 판정을 받았다. 이 교수는 “수술 후 5년이 지나면 암이 재발할 확률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굳이 비교하자면 암에 걸린 적이 없는 사람과 똑같은 조건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재발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대장암의 경우 일단 완치하면 다른 암에 비해 재발 확률이 낮다. 만약 전이됐다고 하더라도 환자의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다시 완치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최 씨는 매년 병원을 찾아 몸 전체를 살피는 CT 검사와 종양표지자 검사를 받는다. 3년 혹은 4년 간격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도 한다. 이렇게 하면 설령 암이 재발 혹은 전이되더라도 조기에 발견할 수 있어 신속한 대응이 가능해진다. ● 운동하며 24회의 항암 치료 버텨항암 치료를 받으면 속이 좋지 않아 음식 섭취가 힘들어진다.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을 권하지만 식사를 제대로 하는 환자들이 오히려 드물다. 최 씨도 마찬가지였다. 속이 너무 좋지 않았다. 그래도 무엇이든 먹으려고 했다. 과일을 자주 먹었다. 팥이 든 도넛이 그나마 괜찮아 1주일 내내 도넛만 먹은 적도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기왕이면 영양이 더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좋았겠지만, 어떻게든 음식을 먹었기에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운동도 암 환자들의 완치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다. 최 씨도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운동을 시작했다. 매일 2시간씩 집 주변을 걸어 다녔다. 이런 노력 덕분에 전반부 12회의 항암 치료를 수월하게 견딜 수 있었다. 간으로 전이된 후 다시 항암 치료를 받아야 했다. 수술 전에 3회, 수술 후에 9회를 받았다. 다시 항암 치료를 받는 환자들이 의외로 많은데, 이 경우 스트레스가 더 커진다. 최 씨도 그랬다. 게다가 항암제는 더 강했다. 손으로 머리를 빗으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왔다. 이를 견딜 수 없어 머리카락을 짧게 잘라 버렸다. 메슥거림도 더 심해졌다. 이번에도 먹는 게 고역이었다. 암에 걸리기 전에 그토록 좋아하던 고기는 아예 먹을 수 없었다. 밥 냄새도 맡지 못했다. 그래도 최 씨는 참고 먹었다. 이때는 주로 사과와 바나나, 고구마를 먹었다. 양배추도 데친 후 갈아서 먹었다. 항암 치료를 끝내고 4, 5년이 지난 후까지 음식 냄새에 민감했다. 완치 판정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정상을 되찾았다. ●“긍정적 태도가 치료에 도움”완치 비결을 묻자, 이 교수는 “환자인 최 씨가 아주 밝고 긍정적이다. 그런 면이 치료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최 씨는 처음 암 판정을 받았을 때 아직 초등학생인 두 아이의 얼굴이 떠올랐단다. 눈물이 쏟아졌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자신이 울면 아이들이 속상해할 테니까. 이후 최 씨는 아이들 앞에서 단 한 번도 찡그리거나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이들은 엄마가 암 환자란 사실조차 몰랐다. 최 씨는 또 고치면 나을 거라고 확신했다고 했다. 최 씨는 “수술하고 치료하면 될 것이고, 내가 죽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다만, 간 전이 판정을 받았을 때는 죽음을 떠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다잡았다. 간 수술을 집도할 의사를 처음 만났을 때도 환하게 웃었다. 최 씨가 너무도 의연해서 당시 의사가 “혹시 환자 당사자 맞냐”고 물었을 정도였다. 이처럼 밝은 성격의 최 씨이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 암이 완치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암이 다시 생기지 않도록 평생 경계한다는 뜻이다. 최 씨는 “완치됐다고는 하나 무서움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 때문에 매일 3시간씩 집 주변에 있는 산을 오르며 건강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 유발 요소인 비만을 막기 위해서다. 젊은 나이에 대장암에 걸렸을 때 자녀가 같은 암에 걸릴 확률은 2∼3배 높아진다. 최 씨는 이 점이 신경이 쓰인다. 그 때문에 큰아들이 대학에 들어갔을 때 입학 선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켰다. 이 교수는 “대장암 환자였다면 최 씨처럼 자식들을 20대 때부터 관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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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내시경 검사 정상인데 배 아파… 담석일 수도[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50대 중반의 여성 A 씨는 추석 명절 때 과식했다. 특히 기름기가 많은 전을 많이 먹었다. 갑자기 체한 것처럼 배가 아프고 답답해졌다. 소화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다. 나중엔 온몸에서 열이 났다. 증세가 나타나고 4∼5시간 만에 병원에 갔다. 급성 담낭염이었다. 의료진은 우선 담낭 안의 고름을 빼내고 항생제를 투여했다. 염증이 가라앉은 후에는 복강경을 이용해 담낭을 들어냈다.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가 집도했다. 담낭을 제거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 담석, 여성과 노인에 많아담낭은 간에 인접해 있다. 다른 말로는 쓸개라고 한다. 간은 매일 500∼1000mL의 담즙(쓸개즙)을 만들어 낸다. 이 담즙은 콜레스테롤이나 빌리루빈(수명이 다한 헤모글로빈) 같은 노폐물을 처리하고 십이지장에서 지방의 소화와 흡수를 돕는다. 담낭은 담즙을 일시 보관하는 창고 역할을 한다. 담즙에 들어있는 담즙산은 지방질인 콜레스테롤을 물에 녹도록 변화시킨다. 간에서 담즙산이 덜 분비되면 콜레스테롤은 굳는다. 담낭 기능이 떨어지면 제대로 수축하지 않아 담낭 안에 담즙이 고여 굳는다. 이렇게 굳은 결정체들에 점액이나 칼슘 등이 엉겨 붙어 담석이 된다. 담석 성분에 따라 크게 콜레스테롤 담석과 색소성 담석으로 나눈다. 콜레스테롤 담석은 말 그대로 콜레스테롤이 너무 많아 굳은 결정이다. 색소성 담석은 빌리루빈이 늘어나면서 굳은 결정으로, 갈색이나 흑색을 띤다. 세균이나 기생충 감염으로 인해서도 색소성 담석이 생긴다. 송 교수는 “과거에는 담석 환자의 60% 이상이 색소성이었지만, 서양식 식습관, 비만 등으로 인해 최근에는 콜레스테롤 담석이 75∼80%로 더 많다”고 말했다.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가 많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담석 위험도를 높이기 때문이다. 출산을 여러 번 했거나 피임약을 복용한 경우 에스트로겐 호르몬 약물을 복용한다면 담석이 있는지 살피는 게 좋다. 젊은 사람들보다는 노인들에게서 담석이 더 많이 발견된다. 담낭의 기능이 떨어진 게 원인이다. 송 교수는 “70대 이후에 급격히 증가하며 이때부터는 남녀 환자 비율이 거의 같다”고 말했다. ● 무증상 담도 담석, 합병증 위험 커생기는 위치에 따라 담낭 담석과 담도 담석으로도 나눈다. 담낭 담석은 성인 10명 중 1명꼴로 발견된다. 대부분은 증세가 나타나지 않는다. 증세가 없다면 ‘일단 관찰’이 기본 원칙이다. 송 교수는 “담낭 담석 환자의 30% 정도에서 증세가 나타난다. 또 매년 100명 중 2명 정도는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급성 증세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담낭 담석을 제거할 때는 보통은 A 씨처럼 담낭을 절제한다. 담낭 기능이 떨어진 상태라서 그냥 두면 50∼70%는 재발하는 데다 합병증 발생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송 교수는 “담낭을 제거한 직후에는 지방이 있는 음식을 먹으면 설사하지만 몇 달이 지나면 담도가 늘어나 괜찮아진다”고 말했다. 담즙이 흐르는 통로인 담도에 담석이 생기면 대처법은 달라진다. 담도 담석이 췌장 입구를 막을 경우 급성 췌장염을 일으키기 때문에 6시간 이상 지나면 위험해질 수 있다. 아무리 늦어도 24시간 이내에 담석을 제거해야 한다. 담즙이 혈액으로 흘러 들어가면 복통, 고열, 황달 등의 증세도 나타난다. 송 교수는 “대체로 담도 담석 환자의 20% 정도는 합병증이 생기므로 가급적 빨리 담석을 제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담도 담석은 담도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담도 담석이 오랫동안 방치되면 10% 정도는 암이 된다. 또 담도 담석 환자는 담도암이 발생할 위험성이 10배 정도 높아진다. 송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담도 담석은 무증상이라도 제거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간경화 진단을 받은 70대 초반의 여성 B 씨가 무증상 담도 담석을 그냥 뒀다가 악화한 사례다. 송 교수는 “담도 담석이 간경화의 출발점이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다. B 씨는 강가 근처에서 살아왔다. 예전부터 민물고기를 날로 많이 먹었다. 기생충이 간에 달라붙어 담석이 생겼고, 이 담석이 지속적인 염증을 유발해 간경화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강가에 사는 고령자 중에 이런 사례가 적지 않다. 증상이 없다고 하더라도 담석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복통의 양상, 면밀히 살펴야담석은 담즙의 흐름을 막는다. 이때 담낭과 담도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면서 복통이 발생한다. 하지만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도 문제를 찾지 못한다. 송 교수는 “담석증의 복통에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첫째, 담석증이라면 복통이 주로 식후 30분 무렵부터 나타난다. 담즙은 섭취한 음식이 십이지장까지 내려왔을 때 다량 분비된다. 이때가 식후 30분 무렵인 것. 둘째, 복통이 나타나는 부위도 제한적이다. 담낭과 담도가 있는 복부의 오른쪽 윗부분에서 주로 통증이 발생한다. 심하면 복통이 주변 부위로 확산한다. 이 경우 오른쪽 어깨까지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콕콕 찌르는 식의 복통은 별로 생기지 않는다. 급체한 것처럼 꽉 막힌 느낌의 복통일 때가 많다. 평소 체한 증세와 소화불량이 자주 나타나는데 소화기 검사에서 문제가 없다면 담석증을 의심할 필요가 있다. 넷째, 담석증에 의한 복통은 최소한 30분에서 길게는 3∼4시간까지 계속된다. 담석으로 막힌 부위가 풀리면 복통도 사라진다. 만약 막힌 부위가 개선되지 않으면 복통은 그 후로도 계속될 수 있다. 이 경우 세균 감염이 일어나면서 담즙이 고름으로 변한다. 그러면 급성 담낭염이나 담관염으로 악화할 수 있다. 송 교수는 “담석증의 가장 흔한 합병증이 급성 담낭염이다. 그러니 증세가 악화하기 전에 빨리 병원에 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섯째, 만약 담석증이 심해지고 합병증까지 발생했다면 호흡 곤란과 발열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도 있다. 송 교수는 특히 담석이 담도를 막은 경우가 최악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경우 온몸으로 세균 감염이 퍼져 패혈증까지 나올 수 있다”며 신속한 치료를 당부했다.● 지나친 다이어트-금식은 피해야담석이 생기지 않도록 일상생활에서부터 조심하는 게 좋다. 우선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이나 과당이 많은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고지방·고열량 식품은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만들기 때문에 아무래도 담석이 생길 가능성도 커진다. 식사는 규칙적으로 하는 게 좋다. 그렇게 해야 담낭이 주기적으로 수축하면서 담즙을 잘 배출한다.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면 담석이 생길 위험도 떨어진다. 비만은 담석이 생기기 좋은 환경이다. 살이 찌면 담즙으로 콜레스테롤 분비가 늘어나고, 담낭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담즙의 흐름이 느려지고, 담낭에서 점액질과 같은 물질도 더 많이 분비된다. 담즙이 더 잘 굳는 환경이 되는 것. 따라서 운동이 필수다. 운동을 자주 하면 담즙이 원활하게 배출되고, 콜레스테롤도 줄어든다. 하지만 과도하고 급격한 다이어트는 금물이다. 단시간에 몸무게를 빼거나 금식을 오래 하면 담석이 더 잘 생길 수 있다. 다이어트를 급격하게 하면 간에서 담즙을 분비할 때 콜레스테롤과 점액질이 더 많이 분비되고 담낭 기능이 떨어지는 것. 이런 다이어트를 하는 4명 중 1명꼴로 콜레스테롤 담석이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게다가 금식하는 동안에는 담낭이 수축하지 않기 때문에 담석이 생길 위험이 더 커진다. 이 밖에도 고지혈증과 당뇨병도 담석이 생기는 원인 중 하나다. 평소에 과음하면 색소성 담석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는 경우 담석 발생 확률은 2배 높아진다. 따라서 수시로 담석 검사를 하는 게 좋다. 복부 초음파 검사를 하면 담낭 담석의 90%는 발견할 수 있다. 담도 담석도 초음파 검사로 발견할 수 있지만, 관찰이 어려운 부위는 자기공명영상(MRI) 검사를 해야 한다.담석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1. 고지방, 고열량 음식을 덜 먹는다.2.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습관을 들인다.3. 비만이 되지 않도록 관리한다. 4. 적절한 운동을 일상적으로 한다.5. 과도한 다이어트나 금식은 피한다. 6. 고지혈증과 당뇨병을 예방한다. 7. 과음은 금물이다. 최대한 절주한다. 8. 여성호르몬 제제 사용 시 의사와 상의한다. 자료: 송태준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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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41일 만에 100대 명산 완등 “이젠 남 부럽지 않은 건강인”[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최중섭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55)는 40대 때까지만 해도 운동과는 담을 쌓고 지냈다. 본업인 의사 업무에만 전념했다. 수술이 끝나면 피곤한 몸을 달래기 위해 ‘폭탄주’를 마시고 바로 쓰러져 잤다. 업무 스트레스도 적지 않았다. 이러니 건강이 좋을 리 없었다. 지방간이 무척 심했다. 간 건강의 척도가 되는 간 수치(AST, ALT)가 300U/L(L당 유닛)을 넘어섰다. 간 수치의 정상 범위는 최대 40U/L 정도다. 고혈압약을 먹은 후의 수축기 혈압이 140㎜Hg였다. 체중은 115㎏에 이르렀다. 초고도 비만이었다. 서 있으면 튀어나온 배에 가려 발끝을 볼 수 없었다. 숨쉬기가 힘들 정도였다. 최 교수는 “이대로 간다면 50대 중반을 넘기지 못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랬던 최 교수의 운명이 6년 전 바뀌었다. 지금은 전국의 명산을 모두 오른 ‘전문 산꾼’이 됐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산, 힘들지만 또 가고 싶어져”2017년 5월, 고교 동창회가 열렸다. 학창 시절 막역지우(莫逆之友)를 30여 년 만에 만났다. 인연은 다시 이어졌다. 그러던 중 그 친구가 침샘암에 걸렸다. 최 교수는 동료 교수를 추천했고, 친구는 무사히 치료를 끝냈다. 친구가 고마워서 충고 하나 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너, 그러다가 큰일 나.” 친구는 20년 넘게 전국의 산을 다닌, ‘전문 산꾼’이었다. 그는 최 교수를 북한산으로 데리고 갔다. 또 다른 친구와 함께 세 명이 해발 400여 m의 영봉을 올랐다. 초보자도 2시간 이내에 오를 수 있다는데,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최 교수는 “숨이 목까지 찼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도중에 몇 번이나 주저앉으며 포기하려 했다. 친구들이 간신히 말린 덕분에 정상을 밟을 수 있었다. 최 교수의 첫 산행은 그렇게 끝났다. 그날 저녁 최 교수는 끙끙 앓아누웠다. 최 교수는 다시는 산에 오르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뜻밖에도 이 결심은 이틀 만에 무너졌다. 산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정상에서 드러누웠을 때 얼굴을 스쳤던 바람이며, 머릿속이 상쾌해지는 풀의 향기까지 고스란히 느껴졌다. 친구가 다시 주말 산행을 제의했다. 최 교수는 자신도 모르게 “그러자”고 했다. 불암산으로 두 번째 산행을 떠났다. 이번에도 힘들었다. 최 교수는 “내가 미쳤지. 다시는 산에 오지 않는다”라고 말하며 산에 올랐다. ● 2년 만에 100대 명산 오르다며칠이 지나면 산이 궁금해지고, 막상 산에 오르면 후회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토요일에 산에 가면 일요일에는 온종일 끙끙대며 누워있어야 했다. 그러면서도 점차 산에 가는 횟수가 늘었다. 주로 수도권에 있는 낮은 산을 다녔다. 그렇게 6개월이 흘렀다. ‘정말로’ 산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최 교수는 “이때부터는 산에 오를 때 후회한 적이 한 번도 없다”고 말했다. 퇴근하다가 방향을 바꿔 산으로 가기도 했다. 혼자 산행할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서너 명의 고교 동창생과 함께 다녔다. 이 무렵부터는 지방에 있는 산을 찾아다녔다. 보통은 토요일 새벽에 모여 승용차 한 대로 지방으로 향했다. 4시간 남짓 이동한 뒤 첫 번째 산에 올랐다. 해가 질 무렵 하산하고 근처 숙소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상경하다가 두 번째 산을 올랐다. 최 교수는 “토요일 새벽에 출발해 일요일 늦은 밤에 집에 도착하는 게 거의 일상이 됐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아웃도어 업체의 등산 애플리케이션을 알게 됐다. 전국의 명산 100개를 등산할 때마다 스탬프로 인증하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최 교수도 도전해 보기로 했다. 2021년 3월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미 다녔던 산이지만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올랐다. 풍경과 느낌이 또 다르게 다가왔다. 되도록이면 매주 두 곳의 산을 올랐다. 어떨 때는 일주일에 세 개의 산을 오르기도 했다. 올 6월, 경남 합천과 경북 성주의 가야산을 오름으로써 전국의 100대 명산을 완등했다. 꼬박 841일 걸렸다.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최 교수는 “산은 다시 올라도 느낌이 다르다. 그 산을 다시 하나씩 오를 생각”이라며 웃었다. 그동안 다녔던 산 중에서 가장 아끼고,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있단다. 최 교수는 “설악산 공룡능선 코스는 12시간 정도 걸리는데, 힘들기도 하지만 치명적일 정도로 아름답다”고 말했다. ● 1년 산행, 몸이 가뿐해졌다산행하다 보니 저절로 건강 관리가 됐다. 산행을 시작하고 딱 1년 만에 간 수치가 완벽히 정상 수준으로 돌아왔다. 세 자리였던 체중은 88㎏까지 떨어졌다. 오히려 급격하게 체중이 빠지는 것을 걱정해야 했다. 최 교수는 “체중이 많이 빠지니 당장 수술하는데 체력이 떨어졌다. 그래서 체중 감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그 무렵 병원 회식이 있었다. 대리운전 서비스를 신청하고 주차장까지 걸어갔다. 회식 장소에서 주차장까지는 약 15분 거리. 경사가 워낙 가팔라서 평소에도 별로 걷던 구역이 아니었다. 최 교수는 “후배와 이야기하면서 올라갔는데, 전혀 힘들지 않았다. 후배들이 오히려 뒤처졌다”라고 했다. 이후 최 교수가 달라졌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녔다. 계단으로 걸어 올라가 보니 6개 층까지는 전혀 헉헉대지 않았다. 수술을 앞두고는 일부러 병원 밖 커피 맛집에 가서 커피를 사 오기도 했다. 이제 고개를 숙여 내려다보면 발끝이 보였다. 다시 1년이 지나자 모든 건강 수치가 정상으로 돌아왔다. 그에게는 고혈압 가족력이 있었다. 약을 먹어도 혈압은 140㎜Hg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110㎜Hg까지 떨어졌다. 틈틈이 퇴근 후에 집 근처 양재천 산책길도 걷는다. 최 교수는 “운동이 습관이 되다 보니 밥맛이 너무 좋아졌다. 살찔까 봐 걱정”이라며 웃었다. ● 무릎 근육 보호하려 틈틈이 운동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산에 오르면 무릎이 다칠 수 있다. 최 교수도 그랬다. 1년 6개월 만에 무릎 통증이 나타났다.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결과 실제로 관절 손상이 확인됐다. 최 교수는 재활의학과 의사인 동생에게 해법을 물었다. 동생은 무릎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이 조언에 따라 연구실에 무릎 운동 기구를 들여놓고 매일 100회씩 꾸준히 운동했다. 종아리 근육 운동도 추가했다. 최 교수는 “특히 하산할 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이 평지의 4배 정도는 된다. 종아리 근육이 강해야 부상이 안 생긴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연구실에서 최소한 100회 이상 발뒤꿈치를 들고 걸어 다닌다. 이 동작이 종아리 근육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 이 재활 훈련을 시작한 지 1주일 만에 무릎 통증이 크게 줄었다. 이후로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꾸준히 한 결과 2개월 만에 통증이 완전히 사라졌다. 최 교수는 “친구들이 특효 주사 맞았느냐고 묻더라. 재활 훈련만 충실히 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 밖에 코어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가방을 메고 다닌다. 가방에는 얼린 물병 6개 정도를 넣는다. 이 경우 가방 무게는 최대 20㎏ 정도가 된다. 배낭이 무거워지면 코어 근육에 그만큼 힘을 더 주게 된다. 최 교수는 “생활 속에서 근력 운동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일부러 팔굽혀펴기와 같은 운동을 하면 오히려 무리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재활 훈련을 하면서까지 산에 다니는 이유가 뭘까. 최 교수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그냥 좋다”라고 했다. 그는 이를 ‘건강한 중독’이라 표현했다. 물론 지금도 산에 오르는 순간에는 힘이 들고 숨도 찬다. 그런데도 한 주일이 시작되면 주말 산행부터 떠올리는 것은, 산의 향기가 늘 머릿속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등산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이 있단다. “속도 경쟁은 하지 마세요. 천천히 산에 올라야 부상의 우려도 적습니다. 또 입산 금지 구역에는 가지 말고, 공중도덕은 지켜주세요. 그래야 모든 사람이 쾌적하게 산에 오를 수 있습니다.”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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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화 안되고 복부 팽만감… 심장병일 수 있어요”[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채순분 씨(68)는 젊었을 때부터 체한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러다가 10년 전에는 처음으로 조금 심한 소화 불량 증세를 경험했다. 간혹 동네병원에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심장 판막증의 초기 증세였다. 판막에 이상이 생겨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물론 채 씨는 그런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심장 질환이 있으면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떠올린다. 채 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 씨의 심장 수술을 집도한 유재석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그 경우는심장 판막증이 많이 진행돼 심부전 증세가 나타나는 상태”라고 했다. 오히려 심장 판막증 초기에는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 불량 등 얼핏 보면 소화기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채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년 전에야 심부전, 심장 판막증, 심장세동, 대형 혈전 등을 최종 진단받았다. 그러니까 최초 증세가 나타나고 8년이 지난 후에야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 것이다. ●8년 만에 심장 질환 판정채 씨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심장 상태는 나빠지고 있었다.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았다. 물만 먹어도 체하는 느낌이 강해졌다. 복부 팽만감도 나타났다. 명치 부위가 꽉 막히고 살짝 숨이 차는 느낌도 생겼다. 피로감도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채 씨는 이 모든 증세의 원인이 심장 판막증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심장으로 혈액이 들어가는 판막에 손상이 생기면 복부 팽만감이 나타난다. 또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액이 전신으로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8년 정도가 흘러갔다. 2021년 초, 갑자기 복통이 시작됐다. 근처 병원에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의료진은 소화기 계통의 약을 처방해줬다.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추가로 심장 검사를 진행했다. 심부전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료진은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그해 4월, 채 씨는 A 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검사 결과 심부전 진단이 떨어졌다. 추가로 X레이 검사에서 심장이 커져 있는 점이 확인됐다. 심장 비대증이다. 심장이 붓기 시작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보통은 이때부터 몸이 붓는 증세도 생긴다. 채 씨도 그랬다. 종아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튀어나오지 않고 눌린 자국 그대로 남기 시작했다. ●심장에서 초대형 혈전 발견그해 12월 전후로 증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무엇보다 숨이 차는 증세가 심해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가파르지 않은 평지인데도 5분을 걷지 못했다. 도중에 꼭 쉬어야 했다. 담벼락이 있으면 손바닥으로 짚고 걸어갔다. 유 교수는 “심부전이 상당히 진행돼서 나타나는 증세”라고 말했다. 얼마 후 채 씨는 B 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았다. 심전도와 심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심부전, 판막증, 심방세동의 진단이 떨어졌다. 특히 판막의 손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좌심방에서 큰 혈전이 발견됐다.의료진은 일단 약물을 처방했다. 놀랍게도 숨찬 증세가 개선됐다. 채 씨는 “약물만으로 완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물 효과는 오래 가지 않았다. 다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이뇨제 성분의 약물은 염분과 수분을 배출시켜 일시적으로 심장의 떨어진 기능을 보완할 수 있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B 병원 의료진은 이미 수술 시기를 넘겼고, 따라서 판막 수술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채 씨에게 인공심장 수술을 하자고 했다. 일반적으로 인공심장 수술은 심장이식 전 단계에 행하는 치료법으로 여겨진다. 채 씨는 앞이 캄캄해졌다. ●정확한 진단-1회 수술로 해결채 씨는 혹시 대안이 있을까 해서 다른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진료를 받게 된 의사가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다. 채 씨는 “교수님이 ‘인공심장 안 하고도 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을 때 병과 싸울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채 씨는 이어 “환자들에게 의사의 격려와 확신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밀 검사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심부전은 예상대로 심한 상태였다. 심장 크기가 가슴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게 정상인데, 채 씨는 60% 정도였다. 이러니 심장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게다가 심장 안에 있는 혈전의 크기는 2㎝에 이르렀다. 수술을 집도한 유 교수는 특히 혈전에 주목했다. 혈전이 심장에서 떨어지면 혈관을 타고 전신 어디로든 흘러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그 혈관이 뇌를 막으면 뇌졸중이 된다. 장 혈관을 막아버리면 장이 썩기 시작한다. 이때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일단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 교수는 “혈전의 크기가 5㎜만 돼도 위험한데, 채 씨의 경우 4배에 이르는 크기였다. 수술을 서둘러야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유 교수가 협의한 끝에 최종 수술 범위가 결정됐다. 이어 2월 수술이 진행됐다. 병든 판막(승모판막)은 인공 판막으로 교체했다. 늘어난 판막(삼첨판막)은 성형을 통해 줄였다. 심방세동(심방에 불규칙하게 잔 떨림이 나타나는 병)은 냉각 소작기로 불필요한 미세혈관을 냉동함으로써 해결했다. 대형 혈전은 완전히 긁어냈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을 하려면, 가슴뼈를 절단해야 했다. 채 씨의 경우 옆구리 상단 갈비뼈 사이로 3~4㎝만 절개했다. 3차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을 진행했다. 이 모든 수술에 3시간 반가량 소요됐다. 가슴뼈를 절단할 경우 아무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채 씨는 뼈를 절개하지 않기 때문에 염증 우려도 적고, 상처가 아무는 기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통증도 적었다. 채 씨는 회복 기간 중에 ‘무통 주사’라 부르는 일종의 진통제도 거의 쓰지 않았다. 게다가 수술 후 10일 만에 퇴원했다. 간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에 걸리는 바람에 1인실에 격리되지 않았다면 더 일찍 퇴원할 수 있었다. ●“숨찬 증세 완벽히 사라져”앞으로 채 씨는 평생 ‘와파린’ 성분의 약을 먹어야 한다. 와파린은 혈액 응고를 막음으로써 혈전의 생성을 억제한다. 외부에서 균이 침투할 경우 인공 판막이 감염될 위험도 남아있다. 만약 감염이 발생하면 인공 판막을 교체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판막 수술을 한 환자들은 3개월마다 와파린의 양과 판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또 혈액 응고를 돕는 비타민K의 함량이 높은 바나나, 청국장, 시금치 등의 음식은 피해야 한다. 2년 정도가 지나면 심장 초음파 검사로 전반적인 상황을 살핀다. 채 씨도 3개월마다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몸 상태를 살피고 있다. 물론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수술 후에 어떻게 달라졌을까. 퇴원하고 1주일 동안은 기침이 많이 나왔다. 일종의 수술 후유증인데, 1주일 만에 거의 사라졌다. 그때부터는 전철을 타고 시내를 활보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숨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채 씨는 “약간만 걸어도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아무런 제약 없이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체한 증상도 없어졌다. 덕분에 예전에는 밥 반 공기를 간신히 먹었는데 요즘에는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피로감도 사라졌다. 덕분에 요즘에는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채 씨는 집에 실내 자전거를 두고 매일 40~50분 동안 탄다. 이제는 산에 오르고 싶단다. 가능할까.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근력 운동이든 산행이든 상관없다. 다만 출혈이 있으면 피가 잘 안 멎을 수 있다. 상처가 나지 않게, 넘어지지 않게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채순분 씨의 심장 질환 투병 일지2013년 소화불량 증세 처음 발생(심장 판막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2013~2021년 심부전, 판막질환 등 심장 질환 악화2021년 초 갑작스런 복통(심작 판막 질환이 원인)위-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원인 못찾음 추가 심장 검사에서 심부전 의심 소견2021년 4월 A 대학병원 진료. 심부전 진단 X레이 검사에서 심장비대증 추가로 확인 2021년 가을 숨찬 증세 급격히 악화. 걷기도 힘들어짐.2021년 12월 B 대학병원 진료심부전, 심장비대증, 심방세동 진단 및 혈전 발견 약물 처방. 일시적 호전2022년 1월 B 대학병원 인공심장 수술 권유 서울아산병원, 인공심장 수술 대신 긴급 판막 수술 결정 2022년 2월 판막교체 및 성형, 심방세동, 혈전제거 수술 동시 시행2023년 10월 현재 완치 상태. 3개월마다 건강 상태 체크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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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화 안되고 복부 팽만감… 심장병일 수 있어요”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채순분 씨(68)는 젊었을 때부터 체한 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다. 그러다가 10년 전에는 처음으로 조금 심한 소화 불량 증세를 경험했다. 간혹 동네병원에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았지만 별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나중에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는 심장 판막증의 초기 증세였다. 판막에 이상이 생겨 심장 기능이 떨어지는 병이다. 물론 채 씨는 그런 사실을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일반적으로 심장 질환이 있으면 흉통이나 호흡곤란을 떠올린다. 채 씨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채 씨의 심장 수술을 집도한 유재석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그 경우는 심장 판막증이 많이 진행돼 심부전 증세가 나타나는 상태”라고 했다. 오히려 심장 판막증 초기에는 복부 팽만감이나 소화 불량 등 얼핏 보면 소화기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 채 씨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2년 전에야 심부전, 심장 판막증, 심장세동, 대형 혈전 등을 최종 진단받았다. 그러니까 최초 증세가 나타나고 8년이 지난 후에야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 것이다. ● 8년 만에 심장 질환 판정채 씨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도 심장 상태는 나빠지고 있었다. 음식만 먹으면 소화가 되지 않았다. 물만 먹어도 체하는 느낌이 강해졌다. 복부 팽만감도 나타났다. 명치 부위가 꽉 막히고 살짝 숨이 차는 느낌도 생겼다. 피로감도 커졌다. 하지만 여전히 채 씨는 이 모든 증세의 원인이 심장 판막증이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심장으로 혈액이 들어가는 판막에 손상이 생기면 복부 팽만감이 나타난다. 또 심장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 혈액이 전신으로 원활하게 공급되지 못하기 때문에 피로감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8년 정도가 흘러갔다. 2021년 초, 갑자기 복통이 시작됐다. 근처 병원에서 위와 대장 내시경 검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아무런 문제를 찾을 수 없었다. 의료진은 소화기 계통의 약을 처방해 줬다. 약을 먹었지만 증세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추가로 심장 검사를 진행했다. 심부전이 의심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의료진은 대학병원에 가서 정밀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했다. 그해 4월, 채 씨는 A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검사 결과 심부전 진단이 떨어졌다. 추가로 X레이 검사에서 심장이 커져 있는 점이 확인됐다. 심장 비대증이었다. 심장이 붓기 시작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보통은 이때부터 몸이 붓는 증세도 생긴다. 채 씨도 그랬다. 종아리를 손가락으로 누르면 튀어나오지 않고 눌린 자국 그대로 남기 시작했다. ● 심장에서 초대형 혈전 발견그해 12월 전후로 증세가 급격히 나빠졌다. 무엇보다 숨이 차는 증세가 심해졌다. 그전까지만 해도 헬스클럽에서 운동하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이때부터는 가파르지 않은 평지인데도 5분을 걷지 못했다. 도중에 꼭 쉬어야 했다. 담벼락이 있으면 손바닥으로 짚고 걸어갔다. 유 교수는 “심부전이 상당히 진행돼서 나타나는 증세”라고 말했다. 얼마 후 채 씨는 B대학병원에서 다시 진료를 받았다. 심전도와 심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심부전, 판막증, 심방세동의 진단이 떨어졌다. 특히 판막의 손상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좌심방에서 큰 혈전이 발견됐다. 의료진은 일단 약물을 처방했다. 놀랍게도 숨찬 증세가 개선됐다. 채 씨는 “약물만으로 완치할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약물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 다시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기 시작했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이뇨제 성분의 약물은 염분과 수분을 배출시켜 일시적으로 심장의 떨어진 기능을 보완할 수 있지만, 근본 해법은 아니다”고 말했다.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했다. B병원 의료진은 이미 수술 시기를 넘겼고, 따라서 판막 수술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의료진은 채 씨에게 인공심장 수술을 하자고 했다. 일반적으로 인공심장 수술은 심장이식 전 단계에 행하는 치료법으로 여겨진다. 채 씨는 앞이 캄캄해졌다. ● 정확한 진단-1회 수술로 해결채 씨는 혹시 대안이 있을까 해서 다른 병원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진료를 받게 된 의사가 강도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다. 채 씨는 “교수님이 ‘인공심장 안 하고도 살릴 수 있다’라고 말했을 때 병과 싸울 용기가 생겼다”라고 말했다. 채 씨는 이어 “환자들에게 의사의 격려와 확신은 가장 큰 힘이 된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밀검사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심부전은 예상대로 심한 상태였다. 심장 크기가 가슴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게 정상인데, 채 씨는 60% 정도였다. 이러니 심장이 제 역할을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심장 안에 있는 혈전의 크기는 2㎝에 이르렀다. 수술을 집도한 유 교수는 특히 혈전에 주목했다. 혈전이 심장에서 떨어지면 혈관을 타고 전신 어디로든 흘러가 치명적 질병을 일으킬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다. 그 혈관이 뇌를 막으면 뇌중풍(뇌졸중)이 된다. 장 혈관을 막아버리면 장이 썩기 시작한다. 이때 복통이 나타날 수 있다. 일단 혈전이 떨어져 나가면 제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 교수는 “혈전의 크기가 5㎜만 돼도 위험한데, 채 씨의 경우 4배에 이르는 크기였다. 수술을 서둘러야 했다”고 말했다. 강 교수와 유 교수가 협의한 끝에 최종 수술 범위가 결정됐다. 이어 2월 수술이 진행됐다. 병든 판막(승모판막)은 인공판막으로 교체했다. 늘어난 판막(삼첨판막)은 성형을 통해 줄였다. 심방세동(심방에 불규칙하게 잔떨림이 나타나는 병)은 냉각 소작기로 불필요한 미세혈관을 냉동함으로써 해결했다. 대형 혈전은 완전히 긁어냈다. 과거에는 이런 수술을 하려면, 가슴뼈를 절단해야 했다. 채 씨의 경우 옆구리 상단 갈비뼈 사이로 3∼4㎝만 절개했다. 3차원 내시경을 삽입해 수술을 진행했다. 이 모든 수술에 3시간 반가량 소요됐다. 가슴뼈를 절단할 경우 아무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채 씨는 뼈를 절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염증 우려도 적고, 상처가 아무는 기간도 크게 줄어들었다. 통증도 적었다. 채 씨는 회복 기간에 ‘무통 주사’라 부르는 일종의 진통제도 거의 쓰지 않았다. 게다가 수술 후 10일 만에 퇴원했다. 간병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리는 바람에 1인실에 격리되지 않았다면 더 일찍 퇴원할 수 있었다. ● “숨찬 증세 완벽히 사라져”앞으로 채 씨는 평생 ‘와파린’ 성분의 약을 먹어야 한다. 와파린은 혈액 응고를 막음으로써 혈전의 생성을 억제한다. 외부에서 균이 침투할 경우 인공판막이 감염될 위험도 남아있다. 만약 감염이 발생하면 인공판막을 교체해야 한다. 이런 점 때문에 판막 수술을 한 환자들은 3개월마다 와파린의 양과 판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또 혈액 응고를 돕는 비타민K의 함량이 높은 바나나, 청국장, 시금치 등의 음식은 피해야 한다. 2년 정도가 지나면 심장 초음파 검사로 전반적인 상황을 살핀다. 채 씨도 3개월마다 혈액 검사 등을 통해 몸 상태를 살피고 있다. 물론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는다. 수술 후에 어떻게 달라졌을까. 퇴원하고 1주일 동안은 기침이 많이 나왔다. 일종의 수술 후유증인데, 1주일 만에 거의 사라졌다. 그때부터는 전철을 타고 시내를 활보할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숨찬 증세가 완전히 사라졌다. 채 씨는 “약간만 걸어도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렸는데, 아무런 제약 없이 숨을 쉴 수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체한 증상도 없어졌다. 예전에는 밥 반 공기를 간신히 먹었는데 요즘에는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운다. 피로감도 사라졌다. 덕분에 요즘에는 운동도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채 씨는 집에 실내 자전거를 두고 매일 40∼50분 동안 탄다. 이제는 산에 오르고 싶단다. 가능할까. 이에 대해 유 교수는 “근력 운동이든 산행이든 상관없다. 다만 출혈이 있으면 피가 잘 안 멎을 수 있다. 상처가 나지 않게, 넘어지지 않게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채순분 씨의 심장 질환 투병 일지2013년 소화불량 증세 처음 발생(심장 판막 질환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2013∼2021년 심부전, 판막 질환 등 심장 질환 악화2021년 초 갑작스러운 복통(심장 판막 질환이 원인)위-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원인 못 찾음추가 심장 검사에서 심부전 의심 소견2021년 4월 A대학병원 진료. 심부전 진단X레이 검사에서 심장비대증 추가로 확인 2021년 가을 숨찬 증세 급격히 악화. 걷기도 힘들어짐.2021년 12월 B대학병원 진료심부전, 심장판막증, 심방세동 진단 및 혈전 발견 약물 처방. 일시적 호전2022년 1월B대학병원 인공심장 수술 권유서울아산병원, 인공심장 수술 대신 긴급 판막 수술 결정 2022년 2월 판막 교체 및 성형, 심방세동, 혈전 제거 수술 동시 시행2023년 10월 현재 완치 상태. 3개월마다 건강 상태 체크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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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산 잘 못하고 식욕 떨어진 부모님, 우울증일 수도[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70대 부부가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찾아왔다. 아내 A 씨의 치매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남편 B 씨가 보기에 아내 A 씨는 치매 초기였다. 최근 들어 A 씨가 자주 깜빡깜빡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뭘 집어넣었는지 까먹는 일도 많아졌고, 음식을 태우는 횟수도 늘어났다고 했다. 아내 A 씨도 자신이 치매 초기가 아닐까 걱정이 되던 차였다. A 씨는 남편에게 병원에 가 보자고 했고, 이날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은 것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 아내 A 씨에게서 치매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오히려 치매 판정은 남편 B 씨에게 떨어졌다. B 씨가 평소 치매로 의심될 만한 증세를 보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진단이 떨어진 걸까. 전 교수는 “이 부부처럼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고, 아무런 증세도 없는데 치매 판정이 나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했다. 문제는, 병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울증 환자가 치매 치료제를 먹는다고 해서 증세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 부부의 경우 아내 A 씨는 우울증 약을 복용한 후 증세가 크게 개선됐다. 남편 B 씨도 초기에 치매를 발견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 우울증일까? 치매일까?노인 우울증인지 치매인지는 뇌 MRI 검사를 받으면 알 수 있다. 뇌의 해마와 측두엽 부위가 위축돼 있다면 치매 초기다. 그런 조짐이 없다면 치매일 가능성은 다소 낮다.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 부부의 경우 치매로 의심되던 아내 A 씨는 뇌의 상태가 건강했다. 반면 남편 B 씨는 해마가 위축돼 있었다. 이 때문에 B 씨에게만 치매 판정이 떨어진 것이다. 병원에 가지 않으면 두 질병을 구분할 수 없을까. 전 교수는 “노인 우울증과 치매를 두부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긴 쉽지 않다. 다만 증세를 세심하게 살피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우울증이라면 걱정이 많아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내가 치매가 아닐까’라는 식의 걱정을 자주 한다. 전 교수는 “우울증과 치매 증세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매라고 자가진단을 내리면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본인이 직접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치매인 경우는 정반대다. 자신이 치매 혹은 인지장애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다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병원에 모시고 와서 치매 확진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병원에 가자고 했다. 치매에 걸린 남편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둘째, 방향감각에서 차이가 난다. 치매에 걸리면 길이 헷갈린다.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우울증이라면 길을 찾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목적지까지 잘 찾아간다면 치매보다는 우울증에 가깝다. 그 대신 우울증의 경우 더하기와 빼기 같은 계산 분야에서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셋째, 기억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다르다. 치매는 대체로 오래전의 일은 기억하면서도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 예전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경향도 있다. 반면 우울증은 시간보다는 감정에 더 연결돼 있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 중에 특히 아프고 슬픈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린다. 이런 게 반복되면 우울증은 더 심해진다. ● 젊은 우울증과 중년 우울증우울증에 걸리면 당연히 우울한 느낌이 강해진다. 하지만 다른 증세도 나타난다. 전 교수는 “나이에 따라 우울증이 발현되는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그 차이를 알아두는 게 좋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우울증’은 감정 기복이 심한 게 특징이다. 타인의 말투나 표정에 예민하고, 마음의 상처도 잘 생긴다. 밤에 뇌가 각성하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주로 밤에 먹으며, 폭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학교나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젊은 우울증의 경우 초기에는 자각하지 못하다가 중간 단계 이후 우울함을 느낀다. 이때부터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고,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집 안에 자신을 가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40대 이후의 ‘중년 우울증’ 양상은 다소 다르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우울한 느낌이 강하고 의욕도 크게 떨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때가 많다. 젊은 우울증과 달리 식욕이 떨어져 먹는 것도 변변찮다. 대체로 오전에 증세가 심하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호르몬(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오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원은 오전 출근을, 주부는 오전 가사 노동을 무척 힘들어한다. 중년 우울증의 또 다른 특징은 ‘건강 염려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체 증세의 원인을 찾지 못하니 중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한다. 사실 우울증에 걸리면 나이에 상관없이 두통, 통증, 전신 쇠약감, 가슴 답답함, 미세한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젊은 나이에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덕분에 이런 증세를 덜 느낄 뿐이다. ● 노인 우울증, 신체 증세 많아노인 우울증은 ‘신체화’의 경향이 강하다. 만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에 따라 두통, 요통, 전신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이를 전 교수는 “슬픈 기운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세도 다른 연령대보다 심하다. 식욕이 떨어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바람에 폐렴과 같은 2차 합병증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우울증과 함께 불면증이 심해지는 점도 노인 우울증의 큰 특징이다. 변덕이 심해진다. 갑자기 화를 버럭 내거나 짜증을 낼 때도 많다. 같은 말을 반복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는 치매 초기와 비슷해 세심하게 관찰하거나 검사가 필요하다. 건강염려증도 노인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다. 신체 증세가 나타나니까 병원을 찾아다니고, 약을 찾아 먹는다. 주관적으로 실제 통증보다 과하게 느끼는 경향도 강하다. 진통제도 더 많이 먹는다. 하지만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운동하는 것도 싫어진다. 나중에는 밖에 나가기도 싫고, 실제로 나가지도 못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년 때까지 우울 증세가 전혀 없다가 노인으로 접어든 후에 우울증이 생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 교수는 “치매 환자의 30% 정도에서 우울증이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 부모 상태 2주마다 살펴야전 교수에 따르면 국내 노인 100명 중 5∼10명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치료받는 환자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방치돼 있는 셈이다. 전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점점 많아지면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이라며 “노인들은 우울증이 생겨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들의 역할이 무척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자식들이 정기적으로 부모 상태를 살펴야 한다. 전 교수는 “2주마다 한 번씩은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부모님의 증세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의욕 저하 △기억력 저하 △불면증 △식욕부진 등 네 가지 증세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증세가 2주 동안 일관되게 나타났거나 더 심해졌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경우 불면증이나 식욕부진 증세는 비교적 덜한 편이다. 다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식욕부진을 동반할 수 있다. 체중 변화도 살펴야 한다. 노인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이 떨어지면서 만사에 흥미가 떨어진다. 집 밖에도 잘 나가려 하지 않는데 먹는 것마저 부실해서 체중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전 교수는 “우울증 초기에는 대략 3개월 사이에 체중이 5∼10㎏ 정도가 빠진다. 이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대략 2∼4주 후부터 의욕이 살아난다. 다만 젊은 우울증과 비교했을 때 치료 기간은 긴 편이다. 전 교수는 “최소한 6개월, 보통은 1∼2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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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산 잘 못하고 식욕 떨어진 부모님, 우울증일 수도[베스트 닥터의 베스트 건강법]

    70대 부부가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를 찾아왔다. 아내 A 씨의 치매 여부를 알기 위해서다. 남편 B 씨가 보기에 아내 A 씨는 치매 초기였다. 최근 들어 A 씨가 자주 깜빡깜빡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 뭘 집어넣었는지 까먹는 일도 많아졌고, 음식을 태우는 횟수도 늘어났다고 했다. 아내 A 씨도 자신이 치매 초기가 아닐까 걱정이 되던 차였다. A 씨는 남편에게 병원에 가 보자고 했고, 이날 부부가 함께 상담을 받은 것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와 혈액 검사 결과 아내 A 씨에게서 치매 징후는 발견되지 않았다. A 씨는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오히려 치매 판정은 남편 B 씨에게 떨어졌다. B 씨가 평소 치매로 의심될 만한 증세를 보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해서 이런 진단이 떨어진 걸까. 전 교수는 “이 부부처럼 치매인 줄 알았는데 우울증이고, 아무런 증세도 없는데 치매 판정이 나오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했다. 문제는, 병의 정체를 정확히 알지 못하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울증 환자가 치매 치료제를 먹는다고 해서 증세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 부부의 경우 아내 A 씨는 우울증약을 복용한 후 증세가 크게 개선됐다. 남편 B 씨도 초기에 치매를 발견함으로써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됐다. ●우울증일까? 치매일까?노인 우울증인지 치매인지는 뇌 MRI 검사를 받으면 알 수 있다. 뇌의 해마와 측두엽 부위가 위축돼 있다면 치매 초기다. 그런 조짐이 없다면 치매일 가능성은 다소 낮다. 우울증일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이 부부의 경우 치매로 의심되던 아내 A 씨는 뇌의 상태가 건강했다. 반면 남편 B 씨는 해마가 위축돼 있었다. 이 때문에 B 씨에게만 치매 판정이 떨어진 것이다.병원에 가지 않으면 두 질병을 구분할 수 없을까. 전 교수는 “노인 우울증과 치매를 두부 자르듯이 정확히 구분하긴 쉽지 않다. 다만 증세를 세심하게 살피면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일단 우울증이라면 걱정이 많아지는 특징이 있다. 특히 ‘내가 치매가 아닐까’라는 식의 걱정을 자주 한다. 전 교수는 “우울증과 치매 증세를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치매라고 자가진단을 내리면서 걱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걱정 때문에 본인이 직접 병원을 찾아 치매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다. 치매인 경우는 정반대다. 자신이 치매 혹은 인지장애라는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데다 인정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가족들이 병원에 모시고 와서 치매 확진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우울증에 걸린 아내가 먼저 남편에게 병원에 가자고 했다. 치매에 걸린 남편은 자신이 치매라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둘째, 방향 감각에서 차이가 난다. 치매에 걸렸다면 길을 헷갈린다. 목적지까지 스스로 찾아가는 게 쉽지 않다. 반면 우울증이라면 길을 찾는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는다. 목적지까지 잘 찾아간다면 치매보다는 우울증에 가깝다. 그 대신 우울증의 경우 더하기와 빼기 같은 계산 분야에서 집중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특징이 있다. 셋째, 기억력이 떨어지는 양상이 다르다. 치매는 대체로 오래전의 일은 기억하면서도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또 예전의 기억을 반복적으로 말하는 경향도 있다. 반면 우울증은 시간보다는 감정에 더 연결돼 있다. 그동안 잊고 지내던 기억 중에 특히 아프고 슬픈 기억을 더 많이 떠올린다. 이런 게 반복되면 우울증은 더 심해진다. ●젊은 우울증과 중년 우울증우울증에 걸리면 당연히 우울한 느낌이 강해진다. 하지만 다른 증세도 나타난다. 전 교수는 “나이에 따라 우울증이 발현되는 방식은 다르다”고 했다. 그 차이를 알아두는 게 좋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우울증’은 감정 기복이 심한 게 특징이다. 타인의 말투나 표정에 예민하고, 마음의 상처도 잘 생긴다. 밤에 뇌가 각성하면서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 주로 밤에 먹으며, 폭식하는 경향도 강하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학교나 직장에 적응하지 못하기도 한다. 젊은 우울증의 경우 초기에는 자각하지 못하다가 중간 단계 이후 우울함을 느낀다. 이때부터는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고,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힐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지는 않지만, 집안에 자신을 가두는 은둔형 외톨이가 될 수도 있다. 40대 이후의 ‘중년 우울증’ 양상은 다소 다르다.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우울한 느낌이 강하고 의욕도 크게 떨어진다.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그냥 누워만 있고 싶을 때가 많다. 젊은 우울증과 달리 식욕이 떨어져 먹는 것도 변변찮다. 대체로 오전에 증세가 심하다. 스트레스에 대처하는 호르몬(코르티솔)의 분비량이 오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회사원은 오전 출근을, 주부는 오전 가사 노동을 무척 힘들어한다. 중년 우울증의 또 다른 특징은 ‘건강 염려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신체 증세의 원인을 찾지 못하니 중병에 걸린 건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한다. 사실 우울증에 걸리면 나이에 상관없이 두통, 통증, 전신 쇠약감, 가슴 답답함, 미세한 호흡곤란 등의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 다만 젊은 나이에는 육체적으로 건강한 덕분에 이런 증세를 덜 느낄 뿐이다. ●노인 우울증, 신체 증세 많아노인 우울증은 ‘신체화’의 경향이 강하다. 만성 질환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보니 그에 따라 두통, 요통, 전신 통증이 많이 나타난다. 이를 전 교수는 “슬픈 기운을 몸으로 느끼는 것”이라 표현했다.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세도 다른 연령대보다 심하다. 식욕이 떨어져 음식을 제대로 먹지 못하는 바람에 폐렴과 같은 2차 합병증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우울증과 함께 불면증이 심해지는 점도 노인 우울증의 큰 특징이다. 변덕이 심해진다. 갑자기 화를 버럭 내거나 짜증을 낼 때도 많다. 같은 말을 반복할 수도 있다. 이런 증세는 치매 초기와 비슷해 세심하게 관찰하거나 검사가 필요하다. 건강염려증도 노인 우울증의 전형적인 증세다. 신체 증세가 나타나니까 병원을 찾아다니고, 약을 찾아 먹는다. 주관적으로 실제 통증보다 과하게 느끼는 경향도 강하다. 진통제도 더 많이 먹는다. 하지만 통증이 쉽게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운동하는 것도 싫어진다. 나중에는 밖에 나가기도 싫고, 실제로 나가지도 못한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면 우울증이 치매로 이어질 수도 있다. 중년 때까지 우울 증세가 전혀 없다가 노인으로 접어든 후에 우울증이 생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전 교수는 “치매 환자의 30% 정도에서 우울증이 함께 나타난다”고 말했다.●부모 상태 2주마다 살펴야전 교수에 따르면 국내 노인 100명 중 5~10명은 우울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치료받는 환자는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 정도는 방치돼있는 셈이다. 전 교수는 “혼자 사는 노인이 점점 많아지면서 ‘사각지대’가 생기는 셈”이라며 “노인들은 우울증이 생겨도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식들의 역할이 무척 크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자식들이 정기적으로 부모 상태를 살펴야 한다. 전 교수는 “2주마다 한 번씩은 전화나 직접 방문을 통해 부모님의 증세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의욕 저하 △기억력 저하 △불면증 △식욕부진 등 네 가지 증세는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만약 이런 증세가 2주 동안 일관되게 나타났거나 더 심해졌다면 노인 우울증을 의심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치매의 경우 불면증이나 식욕부진 증세는 비교적 덜한 편이다. 다만 혈관성 치매의 경우에는 식욕부진을 동반할 수 있다. 체중 변화도 살펴야 한다. 노인 우울증에 걸리면 의욕이 떨어지면서 만사에 흥미가 떨어진다. 집 밖에도 잘 나가려 하지 않는데 먹는 것마저 부실해서 체중이 빠질 수밖에 없다. 전 교수는 “우울증 초기에는 대략 3개월 사이에 체중이 5~10㎏ 정도가 빠진다. 이 점을 잘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일단 노인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하면 대략 2~4주 후부터 의욕이 살아난다. 다만 젊은 우울증과 비교했을 때 치료 기간은 긴 편이다. 전 교수는 “최소한 6개월, 보통은 1~2년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한 지침1. 고립이 우울증을 키운다. 사람들과 어울리자.2. ‘나 홀로 식사’는 줄이고, 2인 이상 식사를 하자.3. 당뇨병,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잘 관리하자.4. 의욕 저하를 막기 위해 평소 활동량을 늘리자.5. 노인에게 근력은 필수. 근력 운동을 꼭 하자.6. 자식들은 2주마다 부모님 상태를 체크하자.자료 :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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