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석

강경석 차장

동아일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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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에 입사해 사회부 사건팀, 시청팀, 법조팀과 정치부 정당팀을 출입했습니다. 정치 개혁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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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1-07~2026-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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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런던 20%가 공용녹지… “年1.6조 건강비용 절감”

    “동네 거리마다 모두 신비한 공동 정원을 품고 있어요.”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한 1999년 영화 ‘노팅힐’에서 주인공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가 저녁식사를 마치고 담장을 넘어 들어간 정원. 런던에는 이 같은 ‘도심 속 숲’인 공용 녹지 공간이 전체 도시 면적의 20%에 달한다. 이곳에서 시민들은 운동하고 사교하며 휴식을 취한다. 나아가 지역사회의 일부가 된다. 런던시에 따르면 공용 녹지 덕분에 시민들이 매년 9억5000만 파운드(약 1조6406억 원)의 건강 비용을 절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신체 건강에 5억8000만 파운드(약 1조16억 원), 정신 건강에 3억7000만 파운드(약 6389억 원)의 비용이 절감된 것으로 추산했다.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녹색 활동’도 다양하다. 런던시는 2020년부터 2023년 사이 135개 지역사회 프로젝트에 400만 파운드(약 69억 원)를 지원해 테니스 코트 1250개 면적에 달하는 33ha(헥타르)에 새로운 녹지 공간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공용 녹지 면적을 전체 면적의 50%까지 넓힌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공용 녹지 조성에 1파운드를 투자하면 런던 시민에게 27파운드(약 4만6627원) 가치의 경제적 효과가 돌아간다고 보고 있다. 영국에서 원예는 명실상부한 산업 분야로 자리 잡았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에는 전문 및 아마추어 원예가가 3000만 명이 있다고 추산한다. 영국 인구(6697만 명)의 절반 가까이 원예가로 활동하고 있는 셈이다. 교과 외 활동으로 원예를 가르치는 초등학교 비율도 75%에 달한다. 원예·조경 산업 관련 현황을 보면 영국의 국내총생산(GDP)에 기여한 비중은 2019년 48조2820억 원으로, 2030년에는 71조5820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대학에서도 원예 활동을 장려한다. 영국 요크셔주에 있는 리즈대는 캠퍼스 중심부에 ‘지속가능한 정원’을 조성해 교직원과 학생, 방문자들이 조용한 명상을 즐기며 함께 가꾸는 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씨앗과 식물, 농산물을 교환할 수 있는 ‘채소 도서관’도 정원 옆에 자리 잡고 있다. 영국 엑서터대는 식량 재배 방식을 가르치는 ‘가드닝, 웰빙과 지역사회’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직접 영국 남서부의 재배 현장을 방문하도록 한다. 정원을 가꾸는 활동 역시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노년층을 중심으로 정원 돌봄 봉사를 하는 ‘가든 볼런티어’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영국 왕립원예협회(RHS)가 직접 운영하는 정원에서 봉사자들은 가지를 잘라내거나, 식물을 심고 기르는 모든 일을 맡아서 한다. 연간 24만 명이 방문하는 로즈모어 정원에선 봉사자들이 방문자의 안내를 돕고 있다. 로스 캐머런 셰필드대 조경건축학과 교수는 “지속가능한 정원을 가꾸는 가정에 대해서는 지방세, 수도요금을 감면해 주는 파격적인 지원도 고려해 볼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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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벼처럼 키우고 수확하고 다시 심고 ‘숲의 선순환’

    “건강한 나무를 얻으려면 곡식을 키우는 것처럼 좋은 묘목을 길러내는 게 중요하죠.”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북섬에 있는 로토루아시 양묘장에서 만난 직원 로런 앤더슨 씨(34)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논밭처럼 평지에 펼쳐진 양묘장에는 라디에타 소나무 묘목 1800만 그루가 자라고 있다. 마치 벼 모내기를 위해 모판을 짜듯, 나무를 숲에 옮겨 심기 위한 ‘묘목판’이 25ha(헥타르) 넓이의 양묘장에 빽빽하게 심어져 있었다. 톱날 장비가 달린 트랙터가 축구장(0.714ha) 35개에 달하는 양묘장 일대를 누볐다. 고르게 키우기 위해 일정한 크기로 묘목을 자르고 있었다. 지난해 10월에 심은 묘목은 반년 만에 40cm 가까이 자랐다. 양묘장에서 나온 묘목은 조림지에서 두 번째 목생(木生)을 시작한다. 조림지는 나무를 수확하기 위해 만든 숲이다. 이날 일부 묘목은 양묘장에서 4.7km 떨어진 레드우드숲으로 옮겨졌다. 이 숲은 보존해야 할 천연림과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조림지가 공존하는 곳으로,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뉴질랜드 산림 면적은 전 국토(2670만 ha)의 36% 수준인 950만 ha. 이 중에서 조림지는 180만 ha(2022년 기준)다. 뉴질랜드는 연간 목재를 4조9000억 원 가량 수출하는 등 국내총생산(GDP)의 약 5%가 숲에서 나오는 ‘임업 강국’이다. 뉴질랜드 산림과학원(SCION) 팀 페인 수석연구원은 “숲은 보호와 이용이라는 양쪽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잘 심는 만큼 잘 활용해야 지속 가능한 자연이 유지된다”고 말했다.28년 주기로 나무 年 200만그루 수확… GDP 5%가 숲에서 나와 [창간 104주년]‘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3〉 ‘木맥경화’ 뚫은 뉴질랜드상품성 좋은 품종 주력으로 키워… 숲 기능 포함 안정적 목재 공급 역할조림지내 자전거길 年 60만명 찾아‘숲환생’ 벌채, 연간 5조 원대 수출… “환경-자원 넘어 안보영역으로 확장” “숲 한가운데 길게 비어 있는 공간이 ‘완전한 순환’이 이뤄지는 경계선입니다.” 뉴질랜드 산림과학원 팀 페인 수석연구원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로토루아시 인근 레드우드숲 산등성이 중간을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가 집어낸 공간은 빽빽한 초록 숲 사이에 난 빈틈이다. 이곳에는 양묘장에서 키운 라디에타 소나무 묘목이 심어져 있었다. 멀리서 바라보면 텅 빈 곳처럼 보이는 묘목 식재 공간은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경계선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이처럼 레드우드숲 곳곳에선 15년 넘게 자란 나무들로 이뤄진 조림지와 나무를 베어낸 곳에 새로 묘목을 심은 공간이 맞닿아 있는 경계선이 얽히고설켜 있었다.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과정이 수십 년에 걸쳐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이른바 ‘목(木)맥경화’를 뚫어냈다. 조림지엔 1ha(헥타르)당 묘목 약 1000그루를 심는다고 한다. 평평한 땅에 바로 심지 않고 약간의 흙을 쌓아 올린 뒤 심는다.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묘목이 상할 수 있어 흙을 보온재처럼 쓰는 것이다.● ‘보호와 이용’ 선순환 만드는 숲 뉴질랜드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조림지에 심은 나무는 평균 28년 키워내 상품성이 가장 좋은 시기에 수확한다. 조림지 조성 초기엔 다양한 수종을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산인 라디에타 소나무가 뉴질랜드 기후와 잘 맞아 본토보다 빨리 자라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최근엔 조림지의 91%를 채우고 있다. 페인 수석연구원은 “천연림에서는 다양한 나무가 어울릴 수 있도록 보존하고, 활용해야 할 조림지에는 다양한 수종보다는 상품성 좋은 품종을 주력으로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솔송나무가 조림지의 약 5%를 차지하는데 수확하려면 평균 40년을 키워야 한다. 조림지는 천연림처럼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하는 환경적 측면뿐만 아니라, 안정적으로 목재를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숲을 활용한 각종 레저산업을 파생시켜 지역 경제에 보탬이 되기도 한다. 페인 수석연구원은 “숲은 자라면서 물과 공기를 정화하고 탄소를 저장한다”며 “시간이 지나 울창해지면 이런 공익적 가치 외에도 숲을 활용한 여가 생활이나 스포츠 등 다른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레드우드숲은 산악자전거의 성지로 불릴 정도로 활용 가치가 높다. 조림지 사이로 자전거길 160km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국제산악자전거협회(IMBA)는 2015년 이 길을 3등급 중 가장 높은 골드 등급으로 지정했다. 협회로부터 최고 등급을 받은 곳은 세계에서 6곳뿐이다. 뉴질랜드 전역에 있는 자전거길은 매년 60만 명이 방문해 약 3.9일간 머물며 하루 평균 292뉴질랜드달러(약 23만 원)를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우드숲 자전거길에서 만난 니콜 테일러 씨(32)는 “아들 네 명과 숲에 자주 온다. 광활한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숲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자연 살리려 나무 벤다” 환생 위한 벌채 뉴질랜드에선 숲을 키우고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계획적인 벌채로 선순환 고리를 이어간다. 벌채된 나무는 숲에서의 목생을 마치고 가공돼 다양한 목재로 환생한다. 레드우드숲에서 33km 떨어진 텍트 공원 주변 벌채지. 30ha에 달하는 광활한 벌판에선 최근 나무를 수확한 후 땅을 헤집어 놔 흙냄새가 가득했다. 벌채를 끝낸 민둥산 너머에는 푸른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조림지가 있어 경계선이 뚜렷하게 갈렸다. 뉴질랜드 산림과학원 더글러스 건트 책임연구원은 “이곳은 자연을 파괴하는 공간이 아니라 자연을 다시 살리는 공간”이라며 “나무를 벤 자리는 20년 뒤에 다시 풍성한 숲이 될 것”이라고 했다. 뉴질랜드는 연간 4000∼4500ha 규모의 숲을 벌채한다. 28년 주기로 벌채해 1ha당 약 500그루를 거둬들인다. 매년 2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베어내는 셈이다. 수확한 나무의 40%는 자국에서 쓰고 나머지 60%는 수출한다. 산림과학원 통계를 보면 2022년 기준 뉴질랜드에서 수출한 원목, 펄프, 합판 등 목재는 60억7300만 뉴질랜드달러(약 4조8937억 원)가 넘는다. 올해는 5조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뉴질랜드산 목재 수입 상위 5개국은 중국 36억2400만 뉴질랜드달러(약 2조9202억 원), 호주 6억3800만 뉴질랜드달러(약 5141억 원)에 이어 한국 5억700만 뉴질랜드달러(약 4085억 원), 일본 4억7000만 뉴질랜드달러(약 3787억 원), 미국 3억8600만 뉴질랜드달러(약 3110억 원) 순으로 집계됐다. 산림 안보에도 숲의 활용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재난, 전쟁과 같은 특수한 상황에 대비해 국가가 식량을 확보해야 하는 것처럼 목재 역시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일정량을 스스로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건트 책임연구원은 “그린스완 시대가 시작되면서 산림과 목재 사용 자립도는 환경이나 자원의 문제를 넘어 안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며 “나무를 어떻게 가꾸고 쓸 것인가에 대한 전략이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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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진 잦은 뉴질랜드, 유연한 ‘목재건축’ 선호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뉴질랜드 로토루아시에 있는 산림과학원(SCION)에 들어서자 10m에 달하는 높은 층고가 한눈에 들어오는 1층 로비에선 알싸한 숲 향이 느껴졌다. 뉴질랜드 정부 국가조사연구소인 산림과학원 건물은 목재로 지어졌다. 건물 뼈대와 바닥, 계단 등 눈길이 닿는 곳곳 모두 나무로 만들어졌다. 로토루아 지역 산봉우리 모양을 따 삼각형으로 만든 입구 문을 열자마자 건물 안에서 참새 두 마리가 날아들었다. 새들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이곳은 로토루아에서 심고 키워서 수확한 나무(550㎥)를 이용해 2020년 12월 건립됐다. 약 2000m² 넓이의 3층짜리 건물에는 35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이 건물의 탄소저장 효과는 418t”이라며 “승객 160명을 태운 비행기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와 영국 런던을 왕복하며 배출하는 탄소량과 같다”고 했다. 건물 내부에 사용한 목재는 나무 성질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화학약품 처리를 최소화했다. 목재가 비나 바람에 노출되면 쉽게 부식될 수 있기 때문에 건물 외관은 유리 등으로 마감했다. 유리에는 나무 이파리 색과 비슷하게 녹색과 노란색 등 마름모 문양을 채워 넣었다. 이처럼 뉴질랜드 땅에서 키우고 수확한 나무는 건축 재료로 많이 쓰인다.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철근, 콘크리트보다 지진에 유연하게 반응한다. 과학원 관계자는 건물 중앙 마름모 모양의 나무 기둥을 가리키며 “뉴질랜드는 지진이 잦은데, 건물이 뒤틀려도 목재는 유연하게 대응해 붕괴를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토루아시 곳곳에선 나무로 집을 짓는 공사 현장을 쉽게 볼 수 있었다. 2층 주택을 새로 만드는 공사 현장에선 인부들이 작업하려고 설치한 임시가설물(비계)만 철제를 사용했고 주재료는 촘촘하게 끼워 맞춘 목재였다. 주민 아라타키 펜더 씨(25)는 “햇빛이 들면 나무 기둥에서 ‘쩍’ 하는 소리가 나는데, 주민들은 ‘건물이 숨을 쉬는 소리’라고 부른다”며 “나무로 된 건물은 자연의 숲처럼 살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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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강경석]선거 관리의 모든 책임은 선관위의 몫이다

    “솔직히 투표소로 지정된 주민센터에서 폭발물 검색하듯이 일일이 찾아볼 순 없잖아요.” 선거 역사상 유례없는 사전투표소 불법 카메라 설치 사건이 불거진 뒤 익명을 요구한 선거관리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3일 한숨을 내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한된 인력으로 선거를 관리하다 보니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주민센터 등에 불법 카메라가 설치된 걸 선관위가 막을 순 없는 노릇 아니냐”고도 했다. 지자체는 선관위에 화살을 돌렸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솔직히 지자체가 선거를 관리하는 건 아니잖아요. 항상 이런 일이 생기면 선관위는 지자체 탓을 한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도, 지자체 관계자도 약속이라도 한 듯 ‘솔직히’라는 표현을 몇 차례나 써가면서 하소연했다. 쓴웃음이 나왔다. 평소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해 왔던 극우 성향 유튜버 한모 씨(49)는 4·10총선 사전투표를 앞두고 서울과 부산, 대구, 인천, 경기 김포 고양, 경남 양산 등 전국 41곳의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혐의로 1일 구속됐다. 한 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며 “사전투표 인원을 점검해 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위협하는 범죄자는 엄벌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여전히 부정선거 의혹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이유가 뭔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21대 총선 이후 일부 보수 성향 지지자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며 선거 무효 소송을 냈다. 이를 대법원이 기각했음에도 여전히 일부 유권자는 한 씨처럼 의구심을 제기한다. 2년 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대상으로 사전투표를 실시할 당시 투표용지를 플라스틱 바구니에 담아 옮기면서 불거진 이른바 ‘소쿠리 투표’ 논란도 이 같은 의혹을 증폭시켰다. 결국 선관위는 1995년 투표지 계수기를 도입한 지 약 30년 만에 개표 사무원이 일일이 투표지를 직접 확인하고 손으로 세서 확인하는 수검표 절차를 이번 총선에서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사전투표함을 보관하는 장소를 24시간 누구든지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폐쇄회로(CC)TV 화면도 공개한다.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사전투표소 불법 카메라 사건을 대하는 선관위의 태도를 보면 불안감은 사그라지지 않는다. 4년 전 총선에서도, 2년 전 대선에서도 결국 문제가 불거진 뒤에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대책을 내놓은 것도 미덥지 않은 판국에 투표소 부실 관리 책임을 지자체 탓으로 돌리고 있어서다. 선관위는 지난달 31일 “투표소 점검 체크리스트에 불법 카메라도 점검 사항에 포함하겠다”고 했다. 불법 카메라 설치 사실이 드러난 지 3일 뒤에 나온 조치다. 선거와 관련된 모든 사무는 선관위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인원이 부족하다고 탓할 게 아니라 누구든지 정해진 대로 사전에 점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디테일한 매뉴얼을 제대로 만드는 게 우선이다. 전국 4425만 명의 유권자가 안심하고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도록 선관위는 이제라도 빈틈없이 선거 관리에 임해야 한다. 민주주의의 주인이 유권자인 국민이라면, 선거 관리의 주체는 선관위라는 걸 잊어선 안 된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4-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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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슨 제철소, 숲으로 재탄생… 도시가 다시 푸른 숨을 쉰다

    “제철소 용광로를 구석구석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신기하네요.”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독일 서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스부르크시의 란트샤프트 공원. 중앙에 우뚝 선 7m 높이 용광로 꼭대기에서 만난 주민 클라우스 페테르존 씨는 40여 년 전인 어렸을 때부터 제철소를 보고 자랐다며 이같이 말했다. 당시 제철소는 안전 조명만 드리워진 어두컴컴한 ‘접근금지 구역’이었다. 보안 직원들이 막고 있는 데다 너무 위험해 근처에 다가갈 상상도 못 했던 이곳이 가동을 멈춘 뒤 이제 전망대로 변했다. 이날 꼭대기에서 내려다본 축구장 약 250개 크기(180ha·헥타르)의 터엔 용광로, 파이프 등 녹슨 제철소 시설과 푸른 녹음이 한데 어우러진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울타리 없이 개방된 공간에 방문객들이 유모차를 끌고 카메라를 멘 채 모여들었다. 이들은 푸드트럭에서 음식을 사 먹거나 곳곳에 설치된 벤치에서 여유롭게 피크닉을 즐기고 있었다. 라인강 지류 엠셔강 유역에 있는 뒤스부르크 란트샤프트 공원은 1985년 가동을 멈춘 티센그룹의 마이데리히 제철소가 ‘도시숲’으로 재탄생한 공간이다. 제2차 세계대전의 폐허 속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제철소를 살아있는 역사로 보존하면서 시민들에게 삭막한 도시의 쉼터를 제공했다. 거대한 흉물로 남을 뻔한 제철소에 숲이 생명을 불어넣어 준 셈이다.숲이 된 ‘녹색 제철소’ 年100만명 발길… 줄던 인구도 다시 늘어[‘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2〉 獨 뒤스부르크 ‘도시숲’ 제철소 폐쇄 9년만에 공원 탈바꿈자전거 씽씽, 암벽등반… 콘서트까지SNS ‘핫플’로 인기, 해외서도 찾아와… 정류장 신설 등 도시 인프라 확대 ‘녹슬고 거대한 제철소를 어찌할 것인가.’ 1985년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뒤스부르크시의 마이데리히 제철소가 경영 악화로 가동을 멈추자 지방 정부와 주민들은 이를 두고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정치인들은 시설을 유지하면 재정에 부담이 된다며 “철거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주민들은 “할머니, 할아버지 때부터 가족의 일터였던 85년 역사의 랜드마크를 없앨 수 없다”며 반발했다. 주민들의 일자리를 책임지던 지역 경제의 중심이 사라지자 도시가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생겨났다. 불확실한 미래를 걱정하던 시민들은 ‘독일 산업유산협회’를 조직했다.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낸 제철소 보존의 필요성을 알리는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를 설득했고, 정부가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정부는 국제건축전시회(IBA)를 열어 제철소와 주변 황무지를 개발할 아이디어를 공모했다. 이때 선정된 페터 라츠 건축가의 사업안으로 제철소 본연의 모습을 보존하되 숲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1994년 도시숲으로 재탄생한 뒤스부르크시의 란트샤프트 공원을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찾았다. 옛 광석 저장고 외벽에선 시민들이 암벽 등반을 하고 있었다. 석탄 수송용 기차가 달리던 철로에선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대형 탱크는 여름철 다이빙장으로 활용된다. 수시로 콘서트 등 다양한 문화행사와 전통시장도 열린다. ● 소셜미디어 시대 ‘이색 관광지’로 독일은 국토의 약 33%가 산림으로 뒤덮여 도시마다 숲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도시에서 시민들의 건강과 휴양을 위해 조성되는 도시숲은 수도 베를린, 유럽 금융허브 프랑크푸르트 등에도 조성돼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쉼터로 자리 잡고 있다. 뒤스부르크시 란트샤프트 공원은 독일에서 유일하게 산업시설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켜 주목받았다. 독일 산업화의 역사를 품은 ‘살아 있는 박물관’으로 만든 셈이다. 이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이런 이색적인 공원을 보기 힘들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학생 10여 명을 인솔해 견학을 온 사회복지사 조피 알더 씨는 “아이들에게 이 도시가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인지 직접 보여주러 왔다”며 “도시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돼 소중한 장소”라고 말했다. 이색적인 경관은 소셜미디어 시대를 맞아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독일 남부 슈투트가르트에서 딸과 함께 방문한 메시카 씨는 “소셜미디어에서 사진을 보고 독특한 배경으로 사진을 남기고 싶어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공원은 최근 8년간 방문객이 연평균 100만 명이나 된다. 도시숲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나온 창의적 아이디어가 해외 방문객도 불러 모으고 있다. 공원의 물 관리 노하우가 대표적이다. 공장 지붕이나 건물 표면 굴곡진 부분에서 모은 빗물은 공원 곳곳에 설치된 작은 수로를 따라 나무와 꽃으로 흐르고 있었다. 공원 개장 이후 30년간 이곳에 뿌리 내린 식물은 700종을 넘는다. 이 공원 홍보 담당 레나 시엘러 씨는 “제철소 대형 탱크는 이제 저수조로 쓰이며 가뭄 때 공원 곳곳에 물을 공급한다”며 “네덜란드 등 수자원에 관심이 많은 국가에서 찾아와 어떻게 빗물 공급 시설을 운영하는지 묻는다”고 소개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2015년 이 공원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 오아시스’ 10곳 중 하나로 선정한 바 있다. 개방된 도심숲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운영 노하우도 주목받고 있다.● 낙후 지역에 인구 늘고 경제 활력 공원 개발로 뒤스부르크시는 활력을 되찾았다. 지역 방문객이 늘자 지방 정부도 도시 인프라에 투자하며 거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 공원 옆에 있는 ‘란트샤프트 공원 북부’ 정류장은 지난해 말 확장 공사를 완료했다. 내년에는 인근에 약 600만 유로(약 87억 원)를 투입해 신규 정류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인근 낙후됐던 마르스로 지역은 공원으로 수혜를 입은 곳으로 꼽힌다. 마르스로는 1990년대 이민자들이 급격히 늘며 현재 주민 중 이민자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지역 경제가 침체돼 실업과 범죄가 늘었고, 경찰이 주시하는 지역이 됐다. 하지만 가까운 도시숲이 관광지로 발전하고 주기적으로 콘서트, 맥주 페스티벌 등 행사가 열리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주민들은 이곳에서 일자리와 휴식을 얻었다. 제철소 폐쇄 뒤 인구가 급격히 줄었던 뒤스부르크시는 이민자 유입과 함께 란트샤프트 공원 조성 등 다양한 도심 재생 노력을 기울인 덕에 인구가 늘고 있다. 뒤스부르크시에 따르면 제철소가 가동을 멈추기 전인 1983년 54만1000명이었던 인구는 계속 내리막을 걸으며 2014년엔 48만6000명까지 줄어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인구가 점차 늘면서 지난해 52만5000명까지 회복됐고 올해는 5000명 더 늘 것으로 추산된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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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때 방문객 급증, 숲은 보건 인프라”… 獨, 숲길 걸으며 명상 ‘마음챙김’ 앱 개발도

    “숲은 국가 공중보건의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유럽 30개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 유럽산림연구소(EFI)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봉쇄 기간 독일의 숲 이용객을 연구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코로나19 확산 시기에 개방된 장소인 숲은 전염 우려가 적고, 고립된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는 공간으로 주목받으며 공중보건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EFI에 따르면 2020년 3월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시행되기 전 독일 서부의 본 주변 도시지역 숲 방문객은 하루 평균 290명이었다. 하지만 같은 해 3월 22일∼4월 28일 방역 대책 시행 중에는 방문객이 하루 평균 690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봉쇄 기간에 방문객이 약 140%가 증가한 것. 방문객 최고치는 봉쇄가 풀린 직후인 같은 해 6월 4일 1275명이었다. 숲을 찾는 사람들의 유형도 달라졌다. 기존에 보기 힘들었던 20, 30대 젊은층,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지역 외부에서 온 관광객들이 많아졌다. EFI는 “새로운 방문객들이 늘어나 숲이 사회 전반에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게 됐다”며 “도시 지역의 산림 정책이 변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제 숲은 마음먹고 찾아야 하는 특별한 공간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다양한 시간대에 수시로 숲을 찾게 됐다. 코로나19 봉쇄 전엔 방문객들이 주로 평일 출퇴근 직전이나 직후에 숲을 방문했다. 하지만 봉쇄 기간엔 재택근무로 인해 대낮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특히 토요일은 숲이 가장 한산했던 날에서 가장 붐비는 날로 바뀌었다. 주로 쇼핑하던 인구가 숲으로 향한 것으로 분석됐다. 독일에선 전통적으로 숲이 ‘정서적 치유 공간’으로 여겨진다. 독일어에 ‘숲속에서 느끼는 편안한 고독감’을 뜻하는 발타인잠카이트(Waldeinsamkeit)란 고유한 단어가 있을 정도다. 이런 숲의 정서적 가치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잔 라자야 루 EFI연구원은 “방문객들이 숲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평온함 찾기’로 조사됐다”며 “숲의 영적 가치가 재평가되는 르네상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 산림보호협회는 이런 수요를 고려해 ‘마음챙김’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 방문객이 스스로 숲길을 걸으며 호흡하고 명상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앱이다. 이 앱은 구체적으로 몇 초간 걷다가 몇 초간 호흡할지, 나무 향을 어떻게 맡을지 소개하고 있다. 마음챙김 앱이 나온 뒤 독일 전역에는 ‘마음챙김 숲길’ 9곳이 추가로 조성됐다. 이 숲길에선 방문객들이 표지판에서 QR코드를 스캔해 숲과 상호작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이 서비스의 프로젝트 매니저인 토르스텐 뮐러 씨는 BBC 인터뷰에서 “앱은 숲 방문객이 호흡에 집중하도록 돕거나 숲의 색상 구조 질감 등 세부적인 모습을 관찰하도록 유도한다”며 “독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숲에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고 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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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늙은 나무’ 77%… 한국, 숲도 고령화

    “무조건 심고 키우기만 한다고 좋은 숲이 아닙니다.” 지난달 27일 강원 춘천시 가리산. 잣나무가 빽빽이 들어찬 숲은 멀리서 봤을 땐 풍성해 보였다. 하지만 숲속으로 들어가자 키 큰 나무들 사이에 갇혀 썩은 나무들이 보였다. 김아름 국립산림과학원 임업연구사는 “다닥다닥 붙어서 자라는 탓에 햇빛을 못 봐 광합성도 못 하고 말라 죽은 것”이라며 “나무들도 전반적으로 고령화돼 탄소 흡수율이 떨어진다”고 했다. 가리산뿐만이 아니다. 국내 숲 어디서든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대한민국 국토에서 산림이 차지하는 면적은 세계 평균(31%)의 2배에 달할 정도로 양적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산림 선진국에 비해 숲을 활용하지 못해 무늬만 ‘숲의 나라’라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기후변화로 경제적 충격과 재난 위기가 일상화된 ‘그린스완(Green Swan)’ 시대에 숲 활용도를 높이는 과정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동아일보가 지난달 26∼28일 해외 산림 선진국을 취재한 결과 일본은 ‘명품 숲’을 만들어 인구 유입과 지역 소득 향상의 계기로 삼았고, 지역소멸 위기를 막을 수 있었다. 독일은 멈춰버린 제철소 위에 도시숲을 조성해 생명을 불어넣거나 숲에서 나온 목재 부산물 등 바이오매스(생물자원)로 새로운 산업을 창출했다. 뉴질랜드는 나무를 심고 가꾸고 쓰는 선순환으로 이른바 ‘목(木)맥경화’를 뚫어냈다. 한국은 1960년대부터 반세기 넘게 약 115억 그루의 나무를 심어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며 황폐화된 숲이 다시 푸르러졌다. 국토 대비 산림 비율(63%)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선 네 번째로 높다. 동시에 한국은 열대 목재 수입량 세계 4위로, 자급률은 15%에 그친다. 영국 프랑스 등은 자급률이 50∼80%에 달한다. 국내 숲은 탄소 저감 효과도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나무 중 77.2%가 30년생 이상이기 때문이다. 주요 수종은 심은 후 평균 25년이 지나면 탄소 흡수량이 줄어든다. 박병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이제는 단순히 나무를 많이 심는 양적 성장을 넘어 탄소 저감, 산림안보, 지역경제와의 연계 등 숲을 제대로 활용하는 질적 성장을 꾀할 때”라고 강조했다. 31일 산림청 분석 결과 숲 활용도를 높일 경우 산림산업뿐만 아니라 관광 등 부가가치를 더한 전체 매출액은 현재 161조 원(2021년 기준)에서 2030년 206조 원, 2073년 606조 원까지 커진다. 지난해 현대자동차 매출액 162조 원의 4배 수준이다. 산림산업 일자리도 현재 61만 명에서 2073년 204만 명까지 증가한다.그린스완(Green Swan)기후변화가 초래할 사회 경제적 충격과 극단적 재난 위기 등을 일컫는 용어.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를 뜻하는 블랙스완을 변형한 것으로, 2020년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했다. 韓 ‘목맥경화’… 115억그루 심었지만 늙은 나무 방치, 선순환 안돼[‘그린스완’ 시대, 숲이 경쟁력이다] 〈1〉 韓日 ‘숲 정책’ 살펴보니 나무 다닥다닥… 어린 나무까지 ‘골골’필요 목재 85% 수입… 年 7조 달해선진국, 청년-중년나무 고루 분포… “숲, 양적성장 넘어 이젠 질적 성장을” 성인 1명이 쉽게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로 잣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 나무 직경은 평균 30cm에 불과했다. 양팔로 나무를 안고도 두 손이 포개질 만큼 얇았다. 다닥다닥 붙어 자란 탓에 생장이 억제돼서다. 나뭇가지도 뿌리에 가까운 아래쪽부터 많이 나 있었다. 나무는 가지가 뻗어 나간 자리에 생기는 옹이가 많을수록 목재로서의 가치가 떨어진다. 지난달 27일 찾은 강원 춘천시 가리산의 풍경이다.● 아직까진 ‘무늬만’ 숲의 나라 반면 같은 잣나무인데도 관리를 해준 숲의 풍경은 달랐다. 산림청이 ‘숲가꾸기 시범림’으로 관리하고 있는 공간에는 한눈에 보기에도 굵고 곧게 뻗은 나무가 많았다. 2년생 묘목을 심은 뒤 건강한 나무만 남기는 솎아베기 과정을 거쳤다. 우량한 나무 주변에 있는 병든 나무, 굽은 나무, 노쇠한 나무는 잘라줬다. 그 결과 방치된 숲의 잣나무는 직경이 30cm 안팎에 불과했지만, 관리된 숲에선 잣나무 직경이 50cm 안팎까지 자랐다. 굵을 뿐만 아니라 길고 반듯하게 자라 목재로서 쓰임새도 높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리를 받은 나무는 뿌리가 깊이 들어가 산사태 발생 시 말뚝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윤석범 춘천국유림관리소장은 “국내 대부분의 산이 나무를 심기만 하고 가꿔 주지 않아 적정 밀도보다 과밀한 상태”라며 “나무도 농작물처럼 제때 ‘수확’한다는 개념이 자리 잡아야 자연이 선순환한다”고 말했다. 국내엔 전국 어디에나 푸른 숲이 있고 나무도 빼곡하게 심어져 있지만, 상대적으로 숲 관리는 빈약하다는 의미다. 국내 목재 수요량의 85%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하는 열대 목재만 매년 7조 원 규모로 세계 4위다. 수입량이 많다 보니 인도네시아에서 원목 수출을 제한하면 국내 목재 가격이 요동치기도 한다. 윤 소장은 “목재를 해외에서 벌크선으로 수입해 오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양의 탄소가 배출된다”며 “자국에서 생산한 목재를 자국에서 소비하는 게 탄소 중립 면에서 가장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숲에는 30년생이 넘어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기 시작한 나무가 10그루 중 7그루(77.2%)가 넘는다. 중부지방에서 자라는 소나무는 연간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30년생일 때는 1ha(헥타르)당 12.1t 이지만 60년생이 되면 1.8t으로 7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다. 국내 산림면적에서 탄소 흡수량이 비교적 높은 ‘어린 나무’가 차지하는 비율은 1∼10년생 4%, 11∼20년생 3%, 21∼30년생 11%에 불과하다. ● ‘목(木)맥경화’ 뚫어 미래 성장기반으로 산림 선진국은 나이 든 나무를 수확해 목재로 활용하고 새 나무를 심는 ‘산림 선순환’이 자리 잡았다. 어린 나무, 청년 나무, 중년 나무를 고루 분포시켜 탄소를 계속 흡수하는 효과를 거두는 것. 철근, 콘크리트, 플라스틱은 한 번 사용하면 끝이지만 목재는 수확한 자리에 다시 나무를 심으면 20, 30년 뒤에 다시 목재로 쓰인다. 사실상 지속가능하게 쓸 수 있는 유일한 자원인 셈이다. 일본 독일 등은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며 인구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국내 숲은 녹화사업 이후 숲을 활용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발전시킨 사례가 많지 않아 이른바 ‘목(木)맥경화’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2022년 기준 국내 산촌의 89.5%가 인구소멸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된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2030세대 가임여성 인구 비율이 0.2 미만인 지역을 뜻한다. 전문가들은 전남 장흥군 등의 사례처럼 ‘명품 숲’을 발굴해 관광 자원화하고 산촌 주민 공동체와 연계한 소득 사업을 발굴하면 인구 절벽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장흥군은 편백숲에 치유의 숲, 숙박 및 체험시설을 조성해 연간 67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장흥군 인구 3만6000명의 18배가 넘는 방문객을 유치하고 연계소득 1240억 원을 창출했다. 경북 울진군도 금강소나무 지역에 숲길을 조성해 인구 4만7000명의 3배가 넘는 15만 명이 매년 방문하는 관광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박병배 충남대 산림환경자원학과 교수는 “산림 선진국은 숲을 산업과 문화관광 자원이자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양적 성장을 넘어 이젠 질적 성장으로 넘어가야 할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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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30곳 손잡은 日시골 “숲속 오피스로 지역소멸 위기 대응”

    “나무를 올려다보시겠어요? 소리가 다르죠?” 지난달 28일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기리시마(霧島)시 기리시마 긴코완 숲에서 만난 산림 세러피 가이드 우스자키 노키(臼崎のき·70) 씨가 웃으며 권했다. 삼나무, 붉가시나무, 후박나무 등 사전을 찾아봐도 생소한 이름의 나무들이 하늘로 쭉쭉 뻗어 있었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니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새 소리와 어우러졌다. 고층빌딩으로 가득한 대도시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풍경이다. 인구가 약 12만 명에 불과한 기리시마시는 숲을 주요 관광자원으로 내세우면서 연간 560만 명(2022년 기준)의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구 감소 위기를 겪는 지방으로서는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한국과 비슷하게 국토의 75%가량이 산인 일본은 숲을 단순히 ‘보호의 대상’이 아닌 인구 감소를 막고 지역 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에는 나무를 심고 보호하는 데 주력한 반면, 이후에는 숲을 활용해 경제 효과를 극대화하고 지역 활성화를 꾀하는 쪽으로 적극 나서고 있다. ● 관리 대상에서 체험 공간으로 탈바꿈 기리시마시는 2007년 4곳의 ‘산림 세러피 로드’를 지정했다. 표고 500∼700m 높이에 길이 900m∼2.5km로 체력이 약한 사람도 천천히 1∼2시간가량 걸으면서 숲을 즐길 수 있다. 4곳 모두 지역 전통 관광 명소인 천연온천 인근에 있어 ‘산책 후 온천’을 매력으로 내세운다. 이곳에서는 4∼12월 9차례의 정기 산림 세러피 투어를 운영하며 관광객들에게 숲을 체험할 기회를 준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가이드 클럽’에 신청하면 개별 투어도 가능하다. 관광객 누구나 가볍게 산책하며 숲을 즐길 수 있다. 이날 숲 인근 호텔에서는 관광버스 2대로 온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밤에는 온천을 즐기고 낮에는 숲을 산책하며 자연을 즐겼다. 하마다 겐 기리시마시 관광PR과 주무관은 “숲은 온천과 더불어 지역의 가장 소중한 자원”이라며 오사카 등 대도시 고교 수학여행 팀도 찾는다고 귀띔했다. 숲을 활용한 관광 자원과 소니 등 지역 내 대기업 공장 등의 영향으로 이 지역 인구는 2000년 12만7900명에서 지난해 12만3135명으로 20년 넘게 12만 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숲과 산을 활용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산림 서비스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일본 임야청 측은 “관광, 건강,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 산림을 활용해 체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용객에게는 새로운 숲 체험 기회를 주고 해당 지역에서는 새로운 고용과 소득을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 기업 제휴 맺으며 인구절벽 해결책 활용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으로 한국에도 익숙한 일본 나가노(長野)의 시골 마을 시나노(信濃)정은 지역의 유일한 자원인 산, 숲을 적극 활용해 지역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이곳은 1960년 1만3700명에서 최근 8000명대로 인구가 줄며 인구절벽에 직면한 곳이다. 과거 여느 다른 지역처럼 도로 확장, 쇼핑센터 유치 등에 주력했던 이곳은 2000년대 들어 발상 전환에 나섰다. 우리 지역에 ‘없는 것’을 만들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우리 지역에만 ‘있는 것’을 찾아 가꾸자는 데 지역민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렇게 시작된 사업이 2004년 ‘에코 메디컬 힐링 빌리지 사업’이었다. 이 사업을 통해 ‘치유의 숲’ 프로그램 조성에 나섰다. 적설량이 많아 겨울 스키장으로 유명한 ‘구로히메 고원’에 1.2∼7km의 숲길을 조성하고 산림욕, 맨발 진흙체험 등을 할 수 있게 했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산림 메디컬 트레이너’는 방문객에게 산림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일본 주요 기업들이 ‘치유의 숲’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30곳 넘는 기업이 이곳과 제휴를 맺어 연간 5000여 명의 각 기업 직원이 숲을 이용한다. 제휴 기업 직원들이 숲을 이용하면서 이 지역 숙박시설, 식당 수익 증가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고향 기부금’도 납부해 옥수수, 블루베리 등 지역 특산물 구입에도 앞장서는 ‘1석 3조’ 효과를 거둔다. 제휴 기업에 화답하기 위해 시나노정은 2019년 ‘노마드 워크 센터’라는 원격 근무 시설을 만들었다. 40명 수용이 가능한 이곳에서는 기업 단위로 사용 신청을 받아 5일간 30만 엔(약 270만 원)을 받는다. 주중에 일하면서 오후에는 카약, 등산, 요가 등을 즐길 수 있다. 기업 만족도는 높다. 일본 전기부품 업체 TDK람다는 시나노정과 협정을 맺고 2008년부터 매년 신입사원 연수를 이곳 숲에서 진행한다. 그 전까지는 3년 차 미만 직원 퇴직률이 12%에 달했지만 숲 연수를 실시하면서 1%로 떨어졌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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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은 ‘숲타디움’

    산림 면적이 2508만 ha로 국토의 68%에 달하는 일본은 고도 경제 성장기에 적극적인 산림 육성책을 펼쳤다. 이로 인해 전체 숲의 40%가 인공림이며, 일본 내 어느 산이든 키를 훌쩍 넘는 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다. 일본 정부는 과거의 ‘숲 보호’에서 벗어나 다양한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임야청에 따르면 휴양림 등 정부가 지정한 숲을 이용한 인구는 자국 인구보다 많은 연간 1억4000만 명에 달했다. 숲을 쉽게 접하고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의 관심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임야청 설문조사 결과 응답 기업 392곳 중 60%가 숲, 임업, 목재와 관련한 활동을 현재 하고 있거나 실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단순한 사회 공헌 차원을 넘어 다양한 비즈니스를 통해 숲, 임업에 기여하려는 기업들의 의지가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전체 숲의 1.5% 정도인 26만7000ha에 597곳을 ‘레크리에이션 숲’으로 지정하고 있다. 자연 휴양림, 실외 스포츠 등 목적에 따라 지정해 이런 활동을 정부가 보유한 국유림에서 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유도한다. 활용 방식은 다양하다. 일본 중부 야마나시현에는 ‘포레스트 어드벤처’라는 곳이 있다. 공중 걷기 등 숲 즐기기가 가능한 시설을 숲을 해치지 않고 마련했다. 이른바 ‘자연 공생 아웃도어 파크’라는 개념으로 정비한 숲 체험 시설이다. 인기를 끌면서 전국 35개 시설로 늘어났고 연간 50만 명이 이곳에서 다양한 활동을 즐기고 있다. 일본 유명 리조트 기업인 호시노그룹은 투숙객에게 산림 산책, 승마, 산악자전거, 야간 곤충 관찰 등 다양한 숲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전통 목조건축 강국인 일본은 나무를 활용한 건축도 적극적으로 권장한다. 2020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인 도쿄 국립경기장은 ‘산림 스타디움’이라는 콘셉트로 전국 47개 광역단체의 삼나무로 경기장 처마를 꾸미는 등 철골과 나무를 조합한 하이브리드 건축물을 지었다. 멀리서 보면 숲으로 덮여 있는 느낌이 나고 경기장 안에 들어가면 곳곳에서 목재를 활용한 것을 볼 수 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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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불 할퀴고 간 울진… 2년 지났지만 아직도 ‘탄내’

    지난달 28일 오후 2시. 경북 울진군 북면 한 야산의 정상. 김영훈 울진국유림관리소장이 새까맣게 그을린 소나무의 몸통을 어루만졌다. “비가 올 때면 항상 흙냄새가 향기롭게 풍기던 곳인데 아직도 희미한 탄내가 콧속을 파고드네요.” 손에는 거무튀튀한 잿물이 그대로 묻어 나왔다. 선 채로 죽어 있는 나무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시선을 돌리자 벌거숭이처럼 변한 휑한 산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린스완(Green Swan)’에 대비해 국내 숲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형 화재 등 재난 후 신속한 복원과 사전예방이 필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가 2년 전 대형 화재를 겪은 울진-삼척의 숲이다. 2022년 3월 4일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 삼척까지 번졌던 초대형 산불은 무려 213시간 동안 서울 면적의 약 35%에 이르는 2만923ha(헥타르)를 태웠다. 동아일보 취재 결과 당시 산불 피해를 입었던 곳들에선 죽은 나무가 뿌리째 뽑인 후 경사면을 타고 흘러내렸다. 김 소장은 “죽은 나무는 벌채해야 하고, 일대는 민둥산이 된다”며 “대형 산사태 피해가 일어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집을 잃었던 주민 181가구 가운데 30가구는 아직도 임시 컨테이너 주택에 머물고 있었다. 산불이 나기 전까지만 해도 울진 인구의 약 22%인 1만여 명은 송이 등 임산물 채취로 생계를 이어왔지만 최근엔 수확을 못 하고 있다. 대를 이어 송이 농가를 운영해 온 이운영 씨(51)는 “죽어서 눈감을 때까지 울진에서 송이를 볼 수 있을까 싶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 범위가 워낙 방대한 탓에 복구는 여전히 더디다. 울진군에 따르면 군 전체 피해 면적 1만4140ha 중 현재까지 벌채 면적은 1800ha에 불과하다. 자연복구 지역을 제외한 인공복구 범위 6900ha를 기준으로 보면 약 26%만 벌채가 진행됐다. 울진군 관계자는 “벌채 작업이 끝난 구역도 묘목 식재가 완전히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평균 기온이 올라 산불이 일상화되고 있어 사후 대응보다 사전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립산림과학원 권춘근 연구원은 “산불 발생 시 진화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인공 담수지를 산불 위험 지역마다 조성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며 “산불이 나면 진화 차량 등 장비가 진입할 수 있는 임도(林道)를 계획적으로 설치하는 것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원전 주변이나 군부대 탄약고 주변처럼 초대형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것도 대비책으로 제시했다. 특별취재팀▽팀장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이상훈 조은아 특파원(이상 국제부) 김태영 김소민 명민준 기자(이상 사회부)}

    • 2024-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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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이형주 동아일보 광주호남취재본부 부장 모친상

    ◇강영자 씨 별세·이형문 KT부장 형주 동아일보 사회부 광주호남취재본부 부장 모친상· 박인규 전 근로복지공단 광주본부장 장모상=20일 광주 천지장례식장, 발인 22일 오전 10시 30분 062-527-1000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2024-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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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수 저출산 지원 정책은 소득기준 폐지해야[광화문에서/강경석]

    “저출산을 복지 정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한참 전에 넘어섰다.” 최근 한 중앙 부처 공무원은 저출산 문제와 관련한 각종 대책에 대해 “소득 기준으로 지원 대상을 정하던 것도 이젠 다른 관점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온라인에서 신생아 특례대출을 소득 기준에 따라 다르게 지급하는 정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일었다. 지원 대상 소득 요건을 연간 1억3000만 원 이하로 한정하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거나 출생신고에 남편 이름을 올리지 않는 편법을 공유하는 이들까지 나타났다. 소득 기준의 경계선에서 지원 여부가 엇갈린 부부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복지 정책에 대해선 모두에게 지급하는 무차별적 현금 살포성 정책 대신 꼭 필요한 대상자에게 지원하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다만 이미 저출산 문제가 복지의 영역을 넘어선 지 오래라는 게 문제다.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에 대해선 소득 기준을 폐지한 것처럼 필수 분야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지원 대상자를 늘려야 한다. 소득 기준을 운운하며 행정적인 잣대로만 접근하는 건 안이한 발상이다. 서울에 사는 한 맞벌이 30대 가장은 “소득 기준으로 부모들을 갈라치기 하는 것 아니냐”며 “주택자금대출 같은 주거 정책까진 아니더라도 육아 돌봄 정책은 소득 기준을 따질 게 아니라 누구든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13년 전 정치적 명운을 걸고 선택적 복지를 주장했던 오세훈 서울시장마저 저출산 위기 앞에선 각종 지원 정책에 대해 소득 기준은 물론이고 6개월 이상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마저 하나둘씩 폐지하는 판이다. 김현기 서울시의회 의장도 신년 간담회에서 “모든 저출산 정책에서 소득 기준을 폐지하자”며 정책 대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저출산 문제처럼 지독하게 해법을 찾지 못하는 분야도 없다. 결혼부터 임신, 출산, 육아, 보육, 교육, 입시, 취업, 그리고 다시 자녀의 결혼으로 이어지는 도돌이표가 반복되는 반세기 동안 이런 삶의 궤적 곳곳에 산적해 있는 문제를 방치한 대가를 이제야 치르는 게 아닐까 싶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선 저출산 공약을 대대적으로 내놨고, 자녀 1명을 출산할 때마다 1억 원을 내놓겠다는 기업까지 나타났다. 그럼에도 지난해 10∼12월 합계출산율은 0.65명,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출산 정책은 대대적으로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당장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진 않는다. 전문가들은 최소 5년, 길게는 10년은 지나야 정책 효과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 소득 기준 폐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의대 입학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하면서 의료 공백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고, 총선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저출산 문제는 잠시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선출직 공무원은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책임감으로 저출산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끌고 가야 한다. 수년 뒤에 있을 선거만 염두에 두고 유권자의 눈앞에 당장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표퓰리즘 정책만 남발해선 나라의 미래가 없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4-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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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강경석]저출산 위기 극복하려면 이민자 받아들일 준비해야

    5년 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지난해 5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우리나라의 저출산 고령화 문제 해법으로 이민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경제학적으로 이민이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는 연구들이 있다”며 “육아 관련 복지를 개선하고 일-가정 양립 등 포괄적 정책이 필요한데 많은 국가에서 이미 채택한 방법이 이민 정책”이라고 했다. 홍콩과 싱가포르의 외국인 가사도우미 특별비자 도입 정책을 긍정적인 사례로 언급하기도 했다. 세계적 석학의 이 같은 주장은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서울시에서 현실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시가 이달 초 저출산 극복을 위한 ‘탄생응원 프로젝트’ 중 하나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시범 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한 것이다. 다만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거쳐 필리핀 국적 100명만 고용하는 소규모 사업이라 아직까진 말 그대로 시범 사업에 불과하다. 2022년 유엔이 내놓은 세계인구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대부터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를 운용해 왔던 싱가포르는 2021년 기준 합계출산율 1.02명을 기록해 238개국 중 다섯 번째로 낮았다.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저출산으로 인구절벽에 직면하게 된 우리나라와 달리 싱가포르는 약 80년 뒤 인구가 소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가사도우미 등 외국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민 정책 때문이다. 싱가포르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 564만 명 중 싱가포르 국민은 355만 명(약 63%)에 불과하다. 157만 명(약 28%)은 장기 거주하는 외국인, 52만 명(약 9%)은 영주권자다. 국민 10명 중 4명이 이민자라는 뜻이다. 우리도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력과 함께 싱가포르처럼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법무부 장관 시절 이민청 설립에 열을 올린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최근 만난 한 고위직 공무원은 “냉정하게 돌아보면 우리나라는 인종차별이 심한 국가 중 하나”라며 “외국인 노동자와 이민자를 수용하겠다고 하지만 솔직히 우리 정서에 맞지 않을 가능성이 커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주변에서 서구권 출신에게는 한없이 따뜻하고 친절하게 대하던 이가 우리보다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 출신에겐 혐오감마저 스스럼없이 드러내는 걸 직접 목격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제는 이민자와 외국인을 대하는 생각을 바꿀 때가 됐다. 구글 창업자 모두 이민자였고, 챗GPT 개발사 오픈AI 최고기술책임자도 알바니아 출신 이민자다. 미국 내 상위 인공지능(AI) 기업 43개 중 28개 창업에 이민자가 기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민자에게 허드렛일이나 맡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은 이제 버려야 한다. 저출산으로 나라가 없어질지도 모를 상황에서 어쩌면 이민자와 외국인을 받아들이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된 지 오래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4-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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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강경석]‘억 소리’ 나는 저출산 정책… 효과 따져 장기 대책 세워야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시 간부회의에서 “현금을 지급하고 출산율을 올리려는 시도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고 기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로 주문했다고 한다. 오 시장은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실·국장들에게 파격적인 출산 인센티브와 동시에 미래를 대비하는 선제적 정책 과제 준비를 주문했다”며 “미리 내다보고, 먼저 준비하겠다”고 썼다. 최근 곳곳에서 현금성 지원을 늘리는 저출산 정책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오 시장이 제시한 방향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17년 전인 17대 대선 당시만 해도 ‘신혼부부에게 1억 원 제공’을 내걸었던 허경영 후보의 공약은 현실화하기 어려운 황당한 내용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젠 1억 원 안팎을 지원한다는 저출산 정책은 흔한 내용이 돼버린 지 오래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태어나는 모든 아이가 18세가 될 때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1억 플러스 아이드림’을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경남 거창군은 출생아 1인당 1억1000만 원을, 충북 영동군은 최대 1억2400만 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민간 기업도 동참했다. 부영그룹은 2021년 이후 태어난 자녀가 있는 직원에게 자녀 1인당 1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전남 해남군의 저출산 정책은 한때 ‘땅끝마을의 기적’으로 불렸을 만큼 모범 사례로 꼽혔다. 2000년 인구 10만 명이 무너지자 2012년부터 출산장려금 300만 원을 현금으로 줬다. 50만 원이었던 출산장려금을 6배나 늘려 전국 최고 수준으로 지급했다. 불과 1년 만에 출생아가 300여 명 늘어난 810명을 기록하며 출산율 2.47명을 기록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이후 해남군은 2018년까지 전국 기초지자체 출산율 1위를 놓치지 않았다. 문제는 출산장려금을 받았던 4가구 중 1가구가 해남군을 떠났다는 것이다. 육아, 교육, 의료 등 인프라가 충분치 않다고 느낀 부모들이 지원금만 받고 살기 좋은 지역을 찾아 나선 셈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진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의뢰로 지난해 작성한 ‘저출산 정책 평가 및 핵심 과제 선정 연구’에 따르면 소득 상위 21∼40%에서만 출산지원금이 출산율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는 인구 10만 명 이상 100만 명 미만 도시에서 모두 출산율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인센티브가 아예 없는 것보다 ‘억 소리’ 나는 저출산 정책이 도움은 될 것이다. 하지만 한 40대 맞벌이 직장인 엄마의 푸념은 새겨들을 만하다. “돈이 없어서 애를 못 낳는 게 아니잖아요. 언제 키우고 언제 학교 보내나요. 엄두가 안 나서 안 낳는 거죠.” 결국엔 맞벌이로 일하는 부모라도 마음 편하게 아이를 맡긴 뒤 일할 수 있고, 양질의 교육을 받게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육아휴직 제도를 확산하고 직장 어린이집 등 육아 인프라와 교육 시설을 늘리는 노력도 상상력을 발휘해 ‘1억 원 현금 지급’과 같은 파격적인 정책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4-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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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강경석]저출산과의 전쟁 선포한 경북도지사의 절박함

    경북도는 18일 ‘저출산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중앙정부 중심의 저출산 대책을 지방정부 중심으로 대수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굳이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쓴 이유에 대해 “다소 과격해 보일 수 있지만 전시 상황에 준하는 위기라는 심정으로 저출산 문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초 경북도 모든 부서 직원에게 업무 영역과 관계없이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내도록 했다. 열흘 넘게 진행한 브레인스토밍에서 주택 정책을 비롯해 일·가정 양립, 완전 돌봄, 외국인 정책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정책 아이디어 266개가 모였다. 이 중에서 10개를 추려 발표하고 전 직원과 전문가, 맞벌이 육아 중인 도민, 예비 부부 등 300여 명이 모여 끝장 토론을 벌였다. 신혼부부에 연 1% 금리로 3억 원을 대출해 주고 6년 이내에 아이 2명을 낳으면 전액 변제해 주거나, 김천혁신도시에 유명 대형 학원을 유치해 교육의 질을 높이자는 아이디어 등을 내놨다. 업무 보고 다음 날 이 지사는 통화에서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낳더라도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한다”며 “현금 지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와 공동체가 육아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출산 극복 시범도시를 만들어 이곳에서 성공한 정책들이 전국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싶다”며 “적당히 하는 척만 하다간 정말 나라가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라도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공교롭게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역시 18일 총선 공약을 대대적으로 발표했다. 여당은 육아휴직 급여를 210만 원으로 올리고, 배우자 출산휴가를 1개월 의무화하는 내용 등을 앞세웠다. 부부간 육아 부담 격차를 줄이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대책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야당은 소득, 재산과 상관없이 모든 신혼부부에게 현금을 지원해 출산율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자녀를 2명 이상 낳으면 분양전환 공공임대주택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았다. 지방자치단체와 국회 모두 저출산 극복에 한목소리를 낸 건 반가운 일이었다. 하지만 다른 게 하나 있었다. 절박함이었다. 인구가 줄어드는 걸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는 지자체는 생존을 위한 절박함이 묻어났다. 하지만 여야는 눈앞에 다가온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메가톤급 공약을 발표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당장 국민의힘의 저출산 공약에 대해선 “공무원과 대기업 직원이나 체감할 만한 내용”이라는 지적이 나왔고, 민주당을 향해선 “연간 필요한 28조 원의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란 비판이 제기됐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총선을 앞두고 누가 어떤 이슈를 먼저 선점하느냐의 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지기 때문에 실현할 수 있는 공약만 발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수도권 도시의 서울 편입을 둘러싼 메가시티 공약도 어젠다를 선점하기 위해 여권에서 선제적으로 제시했지만 당장 실현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하지만 저출산 공약만큼은 정치권도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이미 저출산 문제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경쟁의 관점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관점에서 다뤄야 하는 문제가 된 지 오래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4-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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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장의 ‘저출생 개헌’… 흘려듣기엔 위기 심각해[광화문에서/강경석]

    김진표 국회의장은 4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10년 후 대한민국을 위한 제안’을 발표하며 “국가 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저출생 문제 해결을 헌법에 못 박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표문 8556자 중에서 인구절벽의 위기를 강조하며 저출생 해법을 언급한 내용이 첫 대목부터 5000자 넘게 이어졌다. 국회의장이 신년 간담회에서 직접 저출생 문제를 강조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임기를 5개월가량 남겨놓은 김 의장의 신년사에선 절박함마저 느껴졌다. 1987년 이후 멈춰버린 개헌 논의는 대통령제 권력 구조를 둘러싼 정치권의 이해관계 탓에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시대에 뒤떨어진 헌법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곳곳에서 제기됐지만, 이런 논의를 한 곳으로 모을 수 있는 동력도 부족했다. 그런 와중에 김 의장이 새해 화두로 던진 ‘저출생 개헌’은 한 번쯤 고민해 볼 만한 이슈였다. 다만 9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비롯해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을 둘러싼 팽팽한 여야 대치 정국이 펼쳐져 있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괴한에게 습격당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저출생 개헌 주장은 어쩌면 한가한 소리처럼 들렸을지 모른다. 김 의장의 주장이 실제 개헌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런데도 김 의장의 저출생 개헌 주장을 마냥 흘려들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인구절벽의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김 의장은 저출생 위기에 대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중구난방식 대책으로는 효과가 없다는 것만 증명됐다”며 “이제부터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인구절벽의 문제를 심각한 국가 위기 상황으로 상정해 장기 과제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첫 번째 국가 과제로 보육과 교육, 주택 등 인구 감소 정책을 개헌안에 명시해 국민투표를 통해 정해야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과감하고 일관된 정책 수단과 재원을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장은 병력 감소와 노동력 부족, 긍정적인 이민 정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발표문 중에선 새겨들을 만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26일 국무회의에서 “저출산 문제를 더욱 엄중하게 인식하고 원인과 대책에 대해 그동안과는 다른 차원의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이 직접 인구절벽 위기 상황을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만큼 국회의장이 제기한 특단의 대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와 국회는 이번만큼은 힘을 합쳐야 한다. 저출생 문제처럼 여야 모두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는 국가적 과제는 많지 않다. 대통령이 앞장서고, 국회에서 여야가 합심해 국가적 정책을 완성하는 것만큼 국민이 바라는 모습이 또 있을까. 개헌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저출생 문제와 관련한 해법을 여야가 함께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한다. 상대를 악마화하는 극단적 ‘증오 정치’가 확산하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이어가 정치권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4-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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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통령이 저출생 대책을 직접 챙겨야 하는 이유 [광화문에서/강경석]

    윤석열 대통령은 올 3월 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 대통령이 직접 저고위 회의를 주재한 건 2015년 11월 이후 7년 4개월 만이었다. 이후 정부 내에선 올 연말 전 윤 대통령이 다시 한 번 저고위 회의를 주재하면서 일·가정 양립 대책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최근 여권에선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책 우선순위를 잘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렸고, 당장 표가 안 되는 저출생 대책 발표는 후순위로 밀렸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필자와 만나 “총선에서 승리해야 저출생이든 민생이든 관련 입법을 추진할 수 있다”며 “윤석열 정권의 명운이 달린 절체절명의 순간이라 총선에서 승리할 특단의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했다. 들으면서 ‘윤석열 정권’ 대신 ‘대한민국’이, ‘총선 승리’ 대신 ‘저출생 문제 해결’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각에선 여야가 상대적으로 이견이 없는 저출생 문제를 여권이 주도적으로 공론화하고 대책을 마련해 입법 드라이브를 걸었다면 여소야대 지형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기울어진 운동장 탓만 하면서 집권 초반을 허비하느니 주어진 여건을 활용해 국정을 이끌어가는 실력을 국민에게 보여줬어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저출생 문제는 오늘내일 먹고살 걱정이 우선인 국민에겐 와닿지 않는 이슈다. 대책의 효과가 수십 년 후에나 가시화되기 때문에 4년 뒤, 5년 뒤 당선과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치권에도 관심이 없는 주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에 한국의 저출생 문제가 다뤄지며 국내에서 반짝 이슈로 떠올랐지만 그때뿐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 0.78명은 1994년 독일 통일 직후 혼란에 빠졌던 동독 지역 0.77명과 근접한 수치다. 지금 이 추세라면 두 세대가 지난 50여 년 뒤 우리나라 국민은 1700만 명 수준으로 급감한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 7개월이 지났다. 주변에 윤 대통령의 최대 성과가 무엇인지 여러 명에게 물었다. 일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한미일 정상회의를 통해 공조를 강화한 외교안보 성과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내치와 관련해선 의견이 엇갈렸다. 뚜렷한 성과가 아직 없다 보니 임기 5년인 대통령으로선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어떻게든 확보해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질 만하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도 있다. 이미 똑똑해진 유권자들은 오직 눈앞의 선거만을 바라보고 내놓는 선심성 공약엔 감동하지 않는다. 대통령이 직접 저출생 정책을 챙기며 국가의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저출생 여파의 직격탄을 맞을 젊은 세대는 적어도 진정성을 느끼지 않을까. 선거를 치르려면 결국 유권자인 국민이 있어야 한다. 눈앞에 닥쳐온 저출생 위기를 방치하고 미래 세대에게 떠넘기는 동안 선거도, 국민도, 나라도 사라질 수 있다는 말이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3-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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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강경석]서울시의 저출생 정책이 반가운 이유

    2011년 1월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의 복지정책에 대해 오 시장은 “무상의료, 무상보육을 앞세워 비양심적 매표 행위를 하고 있다. 망국적 무상 쓰나미를 막지 못하면 국가가 흔들린다”고 날을 세우며 시장직을 걸었다. 필자는 당시 서울시 출입기자였다. 무상급식 이슈가 전국적 화두가 되면서 서울시 관계자들로부터 왜 선택적 복지가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당시 주민투표율이 개표 기준인 33.3%에 미달해 25.7%에 그치며 투표함도 열어보지 못한 채 오 시장은 사퇴해야 했다. 2021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10년 만에 다시 서울시장으로 복귀할 때까지 시장직은 민주당이 차지했다. 그 이후 사석에서 오 시장을 만날 때마다 그는 시장직을 걸었던 걸 후회하면서도 선택적 복지에 대한 굳건한 신념을 피력했다. 그런데 최근 만난 40대 직장인 여성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의외였다. 이 여성은 “서울시가 난임부부 시술비를 소득 기준 구분 없이 지원해줘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며 “보건복지부의 난임 시술비 지원은 소득이 일정 수준 이상이면 지원받을 수 없어 맞벌이 부부는 사실상 꿈도 못 꿨다”고 했다. 오 시장이 저출생 대책만큼은 보편적 복지를 수용한 것이다. 서울시는 올 3월부터 난임 시술비 지원 소득 기준을 폐지했고, 모든 출산 가정에 산후조리비 1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국가 존폐의 문제가 걸린 저출생 위기 탓이다. 난임 시술을 받으려면 한 달에 서너 차례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시술비는 많게는 400만, 500만 원이 든다. 3년 넘게 난임 시술을 받고 있다는 30대 직장인은 “어떻게 해서든 출생률을 높이겠다는 정부가 난임 시술비는 소득 기준에 따라 주는 걸 보고 현장을 모르는 공무원들이 책상머리에서 내놓은 한심한 정책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내년 1월부턴 전국 어디서든 소득 기준과 관계없이 난임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대부분의 지자체가 월 소득 일정액 이하 가정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에게만 지원했지만 보편적 복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남은 숙제는 지속 가능성이다. 원래 보건복지부가 담당했던 난임부부 시술비 지원 사업은 지난해부터 지방자치단체로 넘어갔다. 지자체마다 예산 사정이 다르다 보니 서울처럼 상대적으로 넉넉한 곳은 문제가 없지만 살림이 팍팍한 곳은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가 지자체 사업이라고 뒷짐만 진 채 수수방관한다면 재정난을 겪는 지역에선 난임부부 지원 사업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올 8월 난임 시술비 지원 사업을 국가 사업으로 다시 전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11년 전 시장직을 걸었던 오 시장도 저출생 문제만큼은 한발 물러섰다. 정부 역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난임부부 지원 사업을 정부 사업으로 다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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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강경석]메가시티와 지방시대, 함께 이루겠다는 자기모순

    “적어도 대통령실에서 먼저 아이디어를 낸 건 아니다.” 여권 관계자는 최근 국민의힘이 제기한 ‘김포시 서울 편입’ 방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난달 30일 서울에 김포시를 편입시켜 초광역도시를 만들겠다는 김기현 대표의 발표는 당내에서도 지도부 몇 명을 제외하곤 몰랐다고 한다. 깜짝 발표였던 셈이다. 김 대표도 애초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가 지난달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궁지에 몰린 여당이 국면을 전환시킬 묘수라고 판단해 밀어붙였다고 한다. 경기 평택에서 3선에 성공한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수도권 전현직 의원들도 적극 움직이며 대통령실을 설득해 물꼬를 텄다. 파장은 컸다. 약 60년 만에 서울이 대대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곳곳에서 피어났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평가는 반등했다. 서울과 인접한 12개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구리 광명 과천 성남 하남 고양 등 가릴 것 없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40대 직장인도 “지금은 강동구가 송파구와 강남구를 받쳐 주는 외곽 지역이지만 하남시가 편입되면 강동구가 서울의 중심에 가까워지는 셈”이라며 “도심과 가까울수록 집값이 올라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다. 문제는 이번에 발표한 메가시티 구상이 철저한 ‘총선용 전략’이란 점이다. 국민의힘은 메가시티라는 단어 대신 ‘뉴시티’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여당에 수도권 대승을 안겨다 준 ‘뉴타운 전략’을 떠올리게 하는 작명이다. 지난해 20대 대선 레이스 당시 윤 대통령이 내놓은 450쪽 분량의 공약집에는 ‘메가시티’라는 단어가 딱 세 번 나온다. 그나마 충청권 메가시티, 새만금 메가시티 등 지방 균형발전을 위한 수단으로 제시됐다. 공약집에선 “역대 정부가 다양한 지역 균형발전 정책을 시행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이어졌고 지방의 경쟁력이 약화됐다”고도 했다. 사전에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던 탓에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들까지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고 있다. 김포에서 3선 국회의원을 지낸 행정안전부 장관 출신 유정복 인천시장은 “정치 쇼”라며 “총선 앞두고 혼란만 초래하는 무책임한 일”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청년들은 지금도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올 7월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를 만들고, ‘이제는 지방시대’란 슬로건을 앞세워 이달 초 박람회도 열었다. 박람회에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확대 문제 등을 해결하고자 한다”고 했다. 그런데 8일 친윤(친윤석열)계 포럼 초청 강연에서 이 장관은 “지방은 서울, 수도권, 비수도권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다. 심정은 이해하지만 쓴웃음이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총선용 전략이라고 폄훼할 게 아니라 선거 덕분에 새 어젠다를 제시한 걸 긍정적으로 봐달라”고 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저출생 문제나 지방 균형발전 같은 국가적 과제는 당정이 합심해도 달성하기 힘들 때가 많다. 지금처럼 곳곳에서 인지 부조화가 벌어지는 상황이라면 메가시티와 지방 균형발전 모두 실패하지 않을까 걱정이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3-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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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화문에서/강경석]나라가 없어질 위기에도 저출생 손 놓은 정치권

    “대학 입시요? 무조건 외국 대학 보내야죠. 국내 대학 보내서 뭐 해요. 나라가 없어지게 생겼는데….”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를 만나 얘기하다 이런 얘기를 들었다. 이른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사는 학부모인데 입시를 물었더니 난데없이 저출생 현상을 거론하는 답이 돌아온 것이다. 대치동 학부모는 대한민국 어느 학부모보다 교육 정책에 기민하게 반응하며 최신 입시 전략과 트렌드를 선도하는 전문가들이다. 이 학부모도 이미 ‘맹모삼천지교’를 실천하며 학군을 고려해 사는 곳까지 대치동으로 옮긴 상태였다. 하지만 그는 “이러다 수십 년 후 나라가 없어질지 모르는데 아이를 의대나 법대에 보내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최근 이런 얘기를 하는 강남 엄마들이 한둘이 아니다”라고 했다. 저출생 문제를 먼 미래가 아닌 코앞에 닥친 위기로 인식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0년 전인 1983년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는 평균 2.06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2.1명 미만이면 저출산국가로 분류되는 기준에 따라 그때 이미 저출산국가로 분류됐다. 그런데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출산율은 계속 곤두박질쳤고 2001년 초저출산국가(1.3명 미만)가 됐다. 그 이후인 2005년에야 정치권은 부랴부랴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만들고 예산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15년 넘게 280조 원을 투입한 결과는 처참하다.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 세계에서 가장 낮았다. 저출생 경고등은 수십 년 전부터 켜져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과 정부는 선심성 현금 지급 정책만 남발했을 뿐 문제를 해결하지도, 문제의 심각성을 국민에게 알리지도 못했다. 21대 국회에선 인구위기특별위원회를 꾸려놓고 10개월 동안 회의를 고작 4차례 열었다. 저출생 관련 법안은 435개 발의했지만 본회의를 통과한 건 19개에 불과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모두 지난해 대선에서 저출생 해결을 공약했지만 체감할 만한 변화는 없었다. 내년 총선 공천에 사활을 거는 국회의원들은 국가적 과제인 저출생 문제 대신 지역구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여권에선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책임 공방을 벌이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이 서로 견제하느라 유치한 논쟁을 하는 그 순간에도 저출생 상황은 더 악화되고, 국가적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여당 대표를 지냈던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저출생 문제 해결 못 하면 나라 망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했다.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했지만 국가적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고민에는 진정성이 있었다. 하지만 이후 만난 정치인 중 누구로부터도 저출생 문제를 진정성 있게 고민한다는 인상은 받지 못했다. 정치인들이 강남 엄마들보다 저출생 문제에 무관심하다면 정말로 나라가 망할지도 모를 일이다.강경석 사회부 차장 coolup@donga.com}

    • 2023-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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